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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8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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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접속경로 변경 관련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 판결
작년 12월 대법원은 메타와 방통위 간 분쟁에서 메타의 국내 트래픽 접속 변경이‘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용에 다소간의 지연이나 불편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는 이용 제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분쟁 이후 CP에게도 망 품질 관리책임을 부여하는 법이 시행되어 CP에게 인터넷 생태계에서의 의무와 책임이 부여되었다. I. 사안의 개요 메타,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은 지능정보사회의 핵심 플랫폼의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생태계 구축을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콘텐츠제공자(Contents Provider: CP)들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nternet Service Provider: ISP)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데, 이 과정에서 망 이용대가 부담 주체, 적정규모 등에 관한 분쟁이 빈번하다. 이와 관련 메타(구 페이스북)가 SKT와 LGU+ 가입자가 자사에 접속하는 인터넷 트래픽의 일부의 접속경로를 국내 서버에서 홍콩 등 해외 서버 등으로 변경하여 국내 이용자들의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동영상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등의 장애, 불편, 지연 등이 발생하자, 방송통신위원회 이러한 임의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 제한에 해당하고 이용자 이익의 저해 정도가 현저하다는 이유로 시정조치와 과징금(3억 9,600만 원) 납부 등을 명하였다. 이에 불복한 메타는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처분 등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은 방통위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0두50348 판결). 메타는 방통위의 예정 처분에 대해서 1) 콘텐츠 제공사업자로서 인터넷 접속 품질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없으며, 2) 응답속도가 느려졌더라도 이용자가 체감할 수준은 아니며, 3) 이용약관에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으므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방통위는 1) 메타가 콘텐츠 제공사업자라 하더라도 직접 접속경로를 변경한 행위 주체로서 책임이 있으며, 2) 응답속도는 전반적인 네트워크 관리지표로서 2.4배 또는 4.5배 응답속도가 저하된 것은 접속 품질이 과거 수준에서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3) 이용약관에서 정한 무조건적인 면책조항은 부당한 점 등을 고려하여 페이스북의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이 사건 쟁점 조항의 ‘이용 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다. 이 사건 쟁점 조항이 정한 금지행위를 이유로 하는 과징금 부과 등은 침익적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쟁점조항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적용하여서는 안 된다. ‘제한’의 사전적 의미와 ‘제한’이 ‘중단’과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용의 제한’은 이용의 시기나 방법, 범위 등에 한도나 한계를 정하여 이용을 못 하게 막거나 실질적으로 그에 준하는 정도로 이용을 못 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이용자 편의 도모나 이용자의 보호를 이유로 이용의 ‘제한’을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용에 다소간의 지연이나 불편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므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 CP가 자신이 제공하는 콘텐츠로의 과다 접속에 따른 다량의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전송, 처리하기 위하여 접속경로 변경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고 결코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CP의 접속경로 변경행위는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영업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 있을 여지도 다분하다. 전기통신사업법은 2020. 6. 9. 법률 제17352호로 개정되면서 제22조의7이 신설되었는데, 위 조항은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서비스 안정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0조의8 제2항은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를 위한 구체적 조치사항으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 기술적 오류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와 트래픽 양 변동 추이를 고려한 서버 용량, 인터넷 연결의 원활성 확보 및 트래픽 경로의 최적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법이 개정된 이유는 이용자의 보호를 위한 것인데,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7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CP의 일방적인 접속경로 변경행위에 대한 규제 또는 규율의 법적 공백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Ⅲ. 평석 1. 이용 제한 해당 여부 2018. 3. 21. 방통위 처분으로 시작된 접속경로 변경 분쟁은 5년 7개월 만에 마무리되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메타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령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 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 중 ‘이용의 제한’에 해당하는지와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1심은 메타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 제한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행위에 해당할 뿐,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 이용은 가능하나, 인터넷 이용이 지연되거나 불편할 수는 있으나 이용은 가능했기 때문에 ‘제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접속경로를 ‘우회’하도록 한 것은 이용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용 제한이란 ‘이용은 가능하지만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를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다만, 다른 요건인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상고심은 ‘이용의 ‘제한’을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용에 다소간의 지연이나 불편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1심은 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2심은 이용 제한에 해당하나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이 아니라고 보았으며, 상고심은 1심의 결론을 지지했다. 이처럼 ‘이용 제한’의 개념에 대한 심급별 판단이 달랐다. 그러나 2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제한은 금지에 이르지 않지만 곤란, 불편, 장애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본건 인터넷 응답속도 저하는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음 현저성에 관한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명백히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저성의 요건은 정도나 수준의 문제라기보다 방식, 수단, 형태에 관한 판단이 필요한데, 1심과 2심 모두 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에서 판단한 것처럼 ‘CP인 원고로서는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하여 서비스 품질이 어느 정도까지 저하될 것인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거대 CP인 메타는 접속경로를 스스로 설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특정 접속경로를 통해 흐르는 트래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따라서 접속경로를 일시에 다량 변경하는 경우, 병목현상 등으로 인해 접속장애가 발생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방식이나 형태의 현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현저성을 수준이나 정도로 본다고 하여도 이용자 이익 저해 현저성은 상대적 개념으로 특정 국제기준이 아니라,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해외의 낮은 기준으로 국내 이용자가 겪은 접속지연이 현저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기대를 고려하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2. 시사점 위 판결에서 법원은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 접속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ISP가 관리,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지, 원고와 같은 CP가 관리,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보았다. 다만, 법원도 CP의 접속경로 변경 등으로 접속속도가 저하되어 전기통신서비스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명문의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입법 필요성을 강조한 점을 보면, CP의 망 품질 제어 가능성은 인정하였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2019년 말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망 이용자의 지위에 불과했던 CP들에게 트래픽 관리를 포함한 이용자 보호책임을 인정하였다. 이후 정부는 상고심이 지적한 바와 같이 CP에게도 망 품질 관리책임을 인정하는 입법을 하게 된다. 이 법 적용 대상은 직전년도 3개월간 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 명 이상이면서 국내 발생 트래픽 총량의 1% 이상을 차지한 사업자인데, 구글,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카카오가 대상이 되었다. 결국 이 사건 판결로 인해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품질은 ISP가 관리,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지, CP가 관리,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보았던 관점이 변경되었다. 또한 부가통신사업자에 불과하였던 CP에게도 인터넷 생태계에서 책임과 의무를 인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이 판결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이성엽 교수(고려대)·법학박사
페이스북
접속경로변경
방통위
네트워크
전기통신
이성엽 교수(고려대)·법학박사
2024-02-24
기업법무
상사일반
선하증권상 정당한 소지인 관련 운송물 불법인도사건
I. 사실관계 한국의 피고 갑(매수인)은 을(매도인)로부터 석탄을 구입하고(제1계약), 을은 이행을 위해 다시 E로부터 석탄을 구입하게 되었다(제2계약). E는 해외에 있는 원고와 매매계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했다(제3계약). 갑은 운송을 위하여 K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K는 원고로부터 석탄을 선박에 실었다. 운송인인 K는 선하증권을 발급하게 되는데, 원고가 처음 이를 수령하여 가지고 있었다. 선하증권에는 송하인란에 “을을 대리한 E”로 되어있다. 석탄이 한국에 도착하자 피고 갑은 선하증권의 상환 없이 K로부터 운송물을 수령해갔다. 매매대금은 을이 E에게 주었다. 잔금을 받지 못한 원고는 손해배상청구를 매수인 갑과 운송인 K에게 제기했다. 원고는 자신이 실질적인 소유자이자 송하인이고 제3매매계약에서 E에 대한 대금 지급을 담보 받기 위하여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선하증권에 기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피고는 이 화물의 송하인은 을인데 원고는 을의 배서 없는 선하증권을 소지한 자이므로 정당한 소지인이 아니므로 선하증권상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급심은 송하인은 원고가 아니라 을이라고 확정하면서 원고가 송하인으로서 선하증권을 소지했다는 주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다만, 원고는 E로부터 대금을 수령할 필요가 있었고, 송하인의 대리인인 E는 운송인과 상의하여 선하증권의 발행을 원고에게 해주라고 한 것으로 보아, 담보의 목적상 정당한 권리자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II. 대법원의 판단 1. 선하증권에 대한 정당한 권리자가 되는 방법 “운송인이 송하인에게 선하증권을 발행·교부하는 경우 송하인은 선하증권 최초의 정당한 소지인이 되고, 그로부터 배서의 연속이나 그 밖에 다른 증거방법에 의하여 실질적 권리를 취득하였음을 증명하는 자는 그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선하증권 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등 참조). 이때 그 소지인이 담보의 목적으로 선하증권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 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대법원 1997. 4. 11. 선고 96다42246 판결 등 참조), 송하인으로부터 담보의 목적으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자는 그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선하증권에 화체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송하인과의 법률관계, 선하증권의 문언 등에 따라 송하인을 대신하여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을 교부받을 권한이 있는 자가 선하증권에 관하여 실질적 권리를 취득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경우에도 위와 같은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되고, 그로부터 담보의 목적으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자도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선하증권 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2. 선하증권과 상환하지않은 운송인의 책임 “한편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운송물을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인도함으로써 운송물에 관한 선하증권 소지인의 권리를 침해하였을 때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고(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다46795 판결 등 참조), 이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선하증권에 화체되어 그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이전된다(대법원 1992. 2. 14. 선고 91다424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은 선하증권과의 상환 없이 운송물이 인도됨으로써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 운송인 또는 운송인과 함께 그와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공동불법행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3. 사안의 경우 원심은, 을에게 이 사건 각 석탄을 매도한 E는 매매대금을 지급받기 위한 수단으로 선하증권을 교부받기로 되어있었고, 이를 위해 선하증권의 문언에 송하인을 대신한다고 표시된 것이므로 이 선하증권을 교부받을 권한이 있는 자로서 그 정당한 소지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사건 각 석탄의 소유자로서 E에게 위 석탄을 매도한 원고가 그 매매대금을 지급받기 위한 담보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이상 원고도 그 정당한 소지인에 해당하므로, 위 선하증권이 무단으로 인도됨으로써 성립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을로부터 석탄을 매수한 피고로서는 선하증권을 교부받은 다음 그와 상환하는 방법으로 석탄을 인도받아가야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와 같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운송인으로부터 석탄을 인도받아감으로써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의 권리를 침해하였으므로 피고는 운송인과 함께 원고에게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원심의 판단에 선하증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상고를 기각한다. III. 의견 1. 선하증권의 기능 선하증권은 운송계약을 증명하는 기능을 한다. 개품운송에는 특별하게 운송계약서가 발행되지 않는다. 선하증권의 내용이 운송계약을 대신하는 기능을 한다. 선하증권은 운송물에 대한 수령증으로서 기능을 한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운송물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기능이다. 이를 소지하면 소유자와 유사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선하증권은 상환성이 있기 때문에 소지하고 있는 사실이 수하인으로 하여금 대금을 지급할 것을 강요하게 되어 담보로서의 성질도 가진다. 운송인은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 선하증권이 발행되면 소지인이 수하인이 되고 운송인은 선하증권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선하증권은 송하인에게서부터 수하인에게로 인도된다. 2. 선하증권상의 송하인-CIF의 경우 송하인은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CIF 계약에서는 매도인이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매도인과 선적인이 일치한다. 선하증권의 송하인란에는 매도인이면서 선적인이 기재된다. 운송인은 이런 선하증권을 매도인에게 넘겨준다. 선하증권을 손에 넣은 매도인은 이를 화환 신용장과 함께 은행에 제시하고 대금을 매수인으로부터 수령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선하증권은 운송물이 화체된 것으로 운송물인도청구권이 표창되어있고 이와 상환하여서만 운송물을 운송인이 소지인에게 넘기도록 되어있다. 운송인은 선하증권을 은행에게 넘겼고 그 대신 수하인이 지급할 대금을 은행으로부터 수령한다. 은행은 수하인이 대금을 가지고 올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나타나지 않으면 선하증권상의 권리를 행사해서 운송물을 자신이 찾아오게 된다. 이렇게 선하증권은 담보로서 기능한다. 3. 선하증권상의 송하인-FOB의 경우 FOB 계약에서는 운송계약의 당사자인 송하인은 매수인이 된다. 운송물을 선적한 자는 FOB 계약에서는 매도인이 된다. 송하인과 선적인이 분리된다. 이 경우에도 선하증권을 매도인이 수중에 가져야 한다. 그래야 그는 상품의 대금을 매수인으로부터 수령할 수 있다. 선하증권의 상환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1) 송하인이 매수인이므로 송하인란에 매수인을 적고, 매수인이 이를 수령하여 매도인에게 배서양도하는 방법이 있다. (2) 송하인란에 매도인을 적는 방법이다. 매도인에게 처음부터 선하증권이 발급되게 하는 것이다. (3) 송하인란에는 매수인을 적고, 실제로 수령은 매도인이 하게 하는 것이다. (1)의 방법은 정상적인 방법이다. (2)는 송하인은 매수인임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이 적히는 것은 맞지 않지만, 실무에서 흔히 보는 예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매도인은 송하인인 매수인의 대리인의 지위에 있다고 보았다. (1)의 경우 매도인은 위 CIF의 경우와 같이 선하증권을 은행에 제시하고 대금을 받게 된다. (2)의 경우는 선하증권의 첫 소지인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양도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서양도가 필요 없다. (3)의 경우는 송하인은 매수인이 되어있는데 은행에 선하증권을 들고 온 사람은 매도인이 되어서 문제가 발생한다. 배서양도가 안되어있다면, 매도인은 자신이 선하증권의 권리자임을 입증해야 한다. 4. 선하증권관련 대리권의 행사 선하증권은 운송물을 선적한 다음 선장이 발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선장은 선박소유자 혹은 운송인(용선자)의 대리인이다. 임의대리인으로 선박소유자나 운송인으로부터 지정을 받게 되고, 그는 법정 된 범위의 대리권을 가진다. 재판상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 재판 외의 행위에는 법률행위뿐만 아니라 선하증권의 발급과 같은 사실행위도 포함된다. 현실적으로 선박이 떠난 다음에야 선적된 화물량 등이 확정되므로 선장은 선하증권에 서명할 권한을 선박대리점에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 복대리가 되는 것이다. 선하증권을 건네줄 당사자를 택할 대리권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5. 사안의 경우 (1) 송하인적격 이 사안은 FOB 계약이다. 선하증권에 송하인란에 기재된 것은 “매도인의 대리인 E”라고 적혀있었다. 위의 예에서 (2)를 택한 것이다. 그러면서 선하증권의 발급은 E에게 석탄을 제공한 자인 원고에게 된 것이다. 지시식 선하증권이기 때문에 E가 배서하고 서명하여 원고에게 선하증권이 이전되었어야한다. 송하인으로부터 원고에게 본 선하증권을 넘긴다는 내용의 배서를 받지 않았으니까 원고는 효력이 없는 선하증권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의문이 생긴다. (2) 적법한 선하증권 소지인인가? 대법원은 유통선하증권이라도 반드시 배서양도가 아니라도 달리 실질적으로 권리를 양도받았음이 입증된다면 충분하다고 보았다(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1992년 피배서인의 이름이 없는 약식배서도 유효한 배서라고 대법원은 보았다. 본 판결에서 FOB 계약임에도 왜 수출자(매도인)가 송하인란에 기재되었는지는 다투지않았다. 다만, 송하인으로 기재된 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이 선하증권을 곧바로 원고(송하인에게 석탄을 매각한 자)에게 발급해도 수령자는 정당한 소지인이 되는지를 보았다. 원고는 송하인들에게 운송물을 제공할 의무가 있고 대금확보를 위해서 선하증권이 필요한 자였고, 당사자들이 선하증권을 원고에게 건네줄 합의를 했다고 보았다. 그래서 비록 배서양도가 송하인으로부터 없었지만 정당하게 선하증권을 소지할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3) 대리권 송하인의 대리인 자격을 가진 E가 원고에게 선하증권을 넘기는 합의에 관여되었다. 이 선하증권의 권리행사와 관련 그가 송하인과 같은 권한이 있는지? 원매도인에게 선하증권을 발급해줄 것을 운송인과 합의할 권한이 있다고 보았다. 하급심에서 다루어졌고 대법원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내용이다. (4) 선하증권의 상환성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그 상환성 때문에 운송인은 반드시 선하증권과 상환하여 운송물을 넘겨야 한다. 선장이나 대리점은 매수인(수입자)이니까 운송물의 인도를 요구하면 그자가 소유자이니까 덜컥 운송물을 내어준다. 운송계약의 뒤에는 항상 매매계약이 있다. 수출자는 매매대금을 받기 위해 선하증권을 발급받아 담보로 가지고 있다. 그냥 운송물을 내어주면 매도인은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대금을 납부하고 선하증권을 찾아가기를 소지인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이를 확인해야 한다. (5) 요약 및 결론 FOB계약에서 송하인은 수입자가 된다. 그러나, 실무상 통상 수출자가 송하인난에 적힌다. 대법원은 이 때 수출자는 수입자의 대리인의 지위에 있다고 한다. 수출자에게 운송물을 제공한 자가 바로 선하증권을 소지한다고 해도 정당한 소지인이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대법원은 소지할 이유가 충분하다면 이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매도인으로서 대금수령확보를 위하여 선하증권을 담보로 소지하고 있을 필요성이 있다는 점, 당사자들이 선하증권을 그에게 발급해주기로 했다는 약정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반드시 배서양도가 아니라도 적법한 소지인이 될 수 있고, 운송계약에서 송하인이 아니어도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첫 수령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준 점에 의의가 있다고 판단된다. 통상 선하증권관련 운송물의 불법인도 사건은 운송인의 이행보조자인 창고업자나 선박대리인의 과실이 개입된 것이지만, 이 사건은 수하인 자체가 불법을 저지른 사안인 점에서 특이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선하증권을 상환하지 않은 운송인과 수하인은 정당한 선하증권소지인에게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주의해야할 사항이다. 이 사안은 신용장이 개입되지않은 거래이다. 만약 신용장이 발행되었다면, 대금지급의무자가 명확하게 기재되었을 것이다. 수출자 혹은 E는 대금을 수입자로부터 받는 구조하에서 선하증사권이 작동하게 될 것이다. 본 사례와 같이 운송계약 선하증권을 가지고 원 수출자(매도인)인 원고가 대금을 수령하는 구도는 만들기 어렵다고 보인다.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운송
선하증권
운송물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3-11-19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혼인생활 중 부정행위와 재산분할비율의 산정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재산분할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 청산적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다만,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는 없고, 배우자가 제3자와 부정행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였거나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하는 등 부부공동재산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청산적 요소로 고려하여 재산분할비율에 반영시킬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대상판결1, 2의 개요 (1) 대상판결 1 가. 사실관계 A는 혼인 이후 가사와 2명의 자녀 양육을 담당했고, B는 자영업을 하다가 공무원으로 근무한 후 정년퇴직했다. A는 2019.경 B의 휴대전화에서 B와 C가 부적절한 관계로 보이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과 B가 C에게 500만 원, 100만 원을 각각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B의 외도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A는 B에게 자신이 외도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나. 1심(서울가정법원 2022. 8. 25. 선고 2021드합34193, 2022드합32866 판결)의 요지 1심은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A와 B의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분할대상 재산의 취득 경위, 형성 및 유지에 대한 A와 B의 기여도, 혼인 생활의 과정 및 기간, A와 B의 나이, 직업, 소득, 경제력 등 여러 사정, 특히 A와 B의 혼인 기간이 약 40년 이상으로 장기간이고, 혼인 기간에 B가 주된 경제활동을 하였으나, A가 혼인 동안 주로 가사와 자녀 2명의 양육을 담당하며 가정경제에 기여한 점, A와 B가 분할대상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함께 거주한 점 등을 참작하여 50:50으로 정하였다. 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2르23237, 23244 판결, 대법원 심리불속행기각)의 요지 항소심은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1심에서 설시한 판단 근거 이외에 특히 B가 C와 2년 이상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B가 C에게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증여하고, 상당한 금전을 함께 소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부공동재산을 유출시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두루 참작해 A와 B의 재산분할의 비율을 55:45로 정하였다. (2) 대상판결 2 가. 사실관계 A는 주로 전업주부로서 가사와 4명의 자녀 양육을 담당하였고, B는 원고와 혼인한 후 꾸준히 부동산임대업 등을 영위하였다. A는 B와 C의 부정행위를 CCTV를 통해 확인하였고, B는 A와의 다툼 중 A에게 상해를 가하여 접근금지를 명하는 임시조치결정을 받았다. A는 B를 상대로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구하는 동시에 C에 대해서 위자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1심(서울가정법원 2022. 2. 16. 선고 2020드합37898 판결)의 요지 1심은 A의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재산분할비율에 관하여 분할대상 적극재산의 취득 경위, 분할대상 적극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대한 A와 B의 각 기여 정도, 소득재산의 발생 경위, A와 B의 각 나이, 직업, 혼인 생활의 과정과 기간, 부양적 요소, 특히 현재 부부공동재산의 대부분은 B가 혼인 동안 꾸준히 부동산임대업 등 경제활동을 하면서 형성한 재산인 점, 다만 A와 B의 혼인 기간이 30년을 넘고, A도 장기간의 혼인 기간 동안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하면서 부부공동재산의 유지 및 증식에 일부 기여를 하였다고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A와 B의 재산분할비율을 20:80으로 정하였다. 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3. 2. 9. 선고 2022르21002 판결,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의 요지 항소심은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1심에서 설시한 판단 근거에 추가하여 B는 늦어도 2014년부터 현재까지 C와 부정한 관계를 유지하여 온 점, A가 2014년경 B에게 부정행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B는 자녀 앞에서 A에게 부적절한 교제를 인정하고 혹 적발시 자신의 전 재산을 A의 뜻대로 해도 이의가 없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한 점, B는 그 이후에도 A 모르게 2회에 걸쳐 C와 해외여행을 하고, 국내 각지를 여행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금원을 소비한 점, B는 2016.부터 2018.까지 C로 하여금 B가 임차한 사택에서 거주하도록 하였고, C가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그 중도금 및 잔금 등으로 약 2억 원을 대신 지급한 다음, 그 중 일부만 회수하고 나머지 채권을 포기하였으며, 2020.경 C에게 차량을 사실상 증여하는 등 C에게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점 등을 비롯한 여러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B는 장기간에 걸쳐서 A의 의사에 반하여 상당한 규모의 부부공동재산 감소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A에게 귀속되는 유체동산을 별도로 분할대상으로 삼지 않은 점, 이 사건 소제기 이후 A와 B가 각자 부부공동재산의 유지·관리를 위하여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보이는 점, B는 이 사건 소제기 이후 A에게 생활비 등 부양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파탄 이후 형성된 생활 관계 및 민법이 정하는 부부의 부양의무와 생활비용 부담에 관한 내용, A와 B의 사회적·경제적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A와 B의 재산분할비율을 35:65로 정하였다. 2. 평석 가. 재산분할제도의 연혁 재산분할은 협의상 이혼, 재판상 이혼 또는 혼인 취소에 의하여 혼인 관계가 해소되는 경우에 인정된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부부별산제는 민법 제정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민법 제830조 제2항은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민법 제정시에는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夫)의 소유로 추정한다고 규정하던 것을 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위와 같이 개정한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부부별산제 하에서 부부의 재산은 각자의 특유재산과 공유로 추정되는 재산이 있을 뿐이고, 특유재산은 각자의 것이기 때문에 이혼 시에 각자 가져가면 되는 것이고, 공유로 추정되는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만 고민하면 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석하게 되면 누구의 명의로 등기나 등록을 하는지에 따라 이혼시 그 재산이 귀속되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법은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면서 재산분할청구권을 도입하였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판결에서 재산분할제도는 민법이 혼인 중 부부 어느 일방이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특유재산으로 하는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완하여 이혼을 할 때 그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라고 설시하였다. 나. 재산분할제도의 본질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이 왜 인정되는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청산적 요소이다. 즉 재산분할청구권은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재산을 각자의 기여에 따라 분할함으로써 청산한다는 것이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도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재산분할제도가 청산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음은 명백하고 다툼이 없다. 둘째, 부양적 요소이다. 부부간에는 부양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부양의무는 이혼에 의하여 혼인이 해소된 경우에도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혼에 의하여 부부관계가 해소되었는데 왜 부양의무만이 존속하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는 일반적으로 이를 혼인의 사후효, 즉 이혼 후의 부양은 혼인 중 부양의무의 사후효과로 인정된다는 것으로 설명한다. 외국에서는 이혼 후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인정하는 입법례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관한 법규정은 없지만 재산분할제도에서 이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례는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판결에서 “재산분할 청구 사건에 있어서는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뿐 아니라 이혼 이후 당사자들의 생활보장에 대한 배려 등 부양적 요소 등도 함께 고려할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셋째, 위자료적 요소이다. 우리 민법은 혼인관계의 파탄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별도의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그 근거 및 성질을 달리하는 별개의 것이고, 재산분할에 있어서 위자료적 요소는 고려될 수 없다는 것이 다수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할 때에는 혼인 중 형성한 재산의 청산적 요소와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외에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까지 포함하여 분할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0. 10. 10. 선고 2000다27084 판결 등 참조). 다. 재산분할의 비율 산정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가정법원이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라고 하고 있을 뿐이어서 전적으로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판례는 재산분할비율은 개별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로서의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일컫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구별하여 분담비율을 달리 정한다거나, 분할 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비율을 달리 정함으로써 분할할 적극재산의 가액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므718 판결 등 참조). 하급심 실무에서는 보통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도, 경제적 약자에 해당하는 배우자에 대한 배려, 미성년 자녀를 누가 양육하는지, 양육비가 제대로 지급될 수 있을지 여부,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할 수 없는 유·무형의 재산 등이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라. 대상판결 1, 2에 대한 평가 기존의 하급심 실무에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재산분할의 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판단근거로 고려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위자료 청구에서 위자료 인정 여부 및 위자료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대상이었다. 하지만 대상판결 1, 2의 경우처럼 혼인기간 중 외도를 했고,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한 경우 그러한 사정을 재산분할을 함에 있어 참작하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부부공동재산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재산분할비율의 산정은 부정행위로 인한 일방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와는 그 성질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재산분할비율의 고려가 청산적 요소인지, 부양적 요소인지, 위자료적 요소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청산적 요소를 살펴본다. 기존에도 배우자의 일방적인 투자로 가정경제에 큰 손실을 입히는 등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에 대한 기여도가 낮거나 부부공동재산을 감소시키는 경우에는 이러한 요소를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고려함이 일반적이었다.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의 동의 없이 부정행위를 하였고, 거기서 더 나아가 부정행위 상대방인 제3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제공되거나 배우자 일방과 부정행위 상대방이 부부공동재산을 함께 소비하는 등으로 부부 공동재산에 손실을 입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요소를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고려함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부부공동재산에 대한 기여나 감소 문제로 보아 청산적 요소에서 고려될 수 있다. 다음으로 부양적 요소를 살피기로 한다.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은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재산분할의 비율·액수를 정할 때에도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 뿐만 아니라 부양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여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 후에도 혼인 중에 못지 않은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혼청구 배우자의 귀책사유와 상대방 배우자를 위한 보호 및 배려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을 허용하는 경우에 관한 판례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고려할 수 있는지의 문제와는 다르다고 할 것이다. 지금의 논의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에 따르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양적 요소는 단순히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고려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자료적 요소를 살피기로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할 때에는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까지 포함하여 분할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으므로, 판례에 따를 때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였는지 또는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하였는지 등과 무관하게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위자료적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민법은 혼인관계의 파탄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별도의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위자료 청구와 재산분할청구는 그 근거 및 성질을 달리하는 별개의 것으로 보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지 않으면 혼인관계 파탄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위자료와 재산분할에서 이중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재산분할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 청산적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는 없고, 배우자가 제3자와 부정행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였거나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하는 등 부부공동재산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청산적 요소로 고려하여 재산분할비율에 반영시킬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윤지상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존재)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윤지상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존재)
2023-08-23
민사일반
'사정변경의 원칙' 적용론
[사실관계] 원고들은 2015년 8월 26일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피고와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을 위한 이민알선업무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은 계약서 작성일부터 원고들의 이민비자 취득일까지 유효하고, 국외알선 수수료는 미화 3만 달러로 하되, 계약 시, 노동허가 취득 시, 이민허가 취득 시로 나누어 미화 1만 달러씩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당시 업무 관행상 통상 2년 정도면 비자발급 절차가 마무리되었는데, 이러한 점은 계약 당시부터 당사자들이 잘 이해하고 있었다. 원고들은 2016년 5월 미국 이민국의 이민허가를 받고, 국외알선 수수료를 모두 지급하였다. 그런데 기존에는 이민허가를 받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민비자가 발급되었으나, 주한 미국대사관이 갑자기 비숙련 취입이민 신청에 대해 추가 행정검토(AP) 및 이민국 이송(TP) 결정을 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원고들의 비자발급도 중단되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이유나 비자발급 절차 재개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원고들은 2017년 12월 1일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등을 주장하며 피고에 대하여 이미 지급한 수수료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의 해지를 인정하였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결정으로 당초 예상했던 기간보다 훨씬 장기간 비자발급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중단된 상태가 지속되어 원고들이 언제 비자를 발급받을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므로,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았던 원고들의 비자발급 여부에 관하여 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겼고,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들에게 최종적인 결정을 기다려서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평석] 1. 사정변경의 원칙의 의미 이른바 '사정변경의 원칙'은 계약의 성립 당시에 있었던 환경 또는 그 행위를 하게 된 기초가 되는 사정이 그 후 현저하게 변경되어 당초 정해진 계약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강제하는 것이 신의칙과 공평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의 효과를 신의, 공평에 맞도록 변경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계약준수의 원칙(pacta sunt servanda)에 대한 예외라고 일컬어진다. 대상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이 원칙을 정면으로 적용하여 계약의 해지를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제 사정변경의 원칙에 대한 고민은 그 이론적인 규명을 넘어, 구체적인 사안에서 그 적용을 고려할 수 있는지, 실제 계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의 실질적으로 논의로 이어져야 하는 시점이다. 근래에 전염병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회 상황이나 기술이 예측할 수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원칙은 향후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2. 인접 개념과의 경계 사정변경의 원칙은 신의칙의 파생 원칙이므로, 민법의 규정과 계약법의 원칙들에 비해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뿐이다. 우선 사정의 변경으로 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될 국면이 아니다. 사정변경의 원칙은 계약의 이행이 여전히 가능한 것을 전제로, 그 내용대로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부당한지를 따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행불능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는 것이 종국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의미하는데, 법적으로 이행이 가능한지 여부가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니다. 대상판결에서는 1년 반이 넘도록 비자 업무가 중단된 이유나 절차 재개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비자발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평가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비자가 최종적으로 발급되거나 거절되기 전까지는 일시적, 사실적 불능 상태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민국이 재심사를 통해 이민허가를 철회하기 전에 종국적으로 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계약 체결 이후의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계약위험의 분배에 대해 당사자들이 합의하였거나 위험의 인수가 계약에 내재되어 있다면, 사정변경의 원칙이 그에 우선할 수는 없다. 사정변경은 계약의 해석으로는 그 위험에 관한 분배를 정할 수 없는 경우에 비로소 고려되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에 AP/TP 결정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음은 물론이고, 기존에는 2년 정도면 문제없이 비자가 발급되어 왔다는 점을 당사자들이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AP/TP 결정을 받아 절차가 지연됨으로써 발생하는 위험배분에 대해 묵시적으로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는 통상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사정의 변경으로, 어느 일방이 위험을 인수하였다고 할 수 없다. 3. 적용 요건 대상판결이 언급하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요건은 대체로 ① 현저한 사정변경, ② 예견불가능, ③ 계약유지의 부당성으로 요약된다. 이들 세 가지 요건은 독립적이라기보다 상호 연관성이 있다. 현저한 사정변경의 대상은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은 사정으로, 일방 당사자의 주관적이거나 개인적인 사정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상판결에서 2년 정도면 비자발급 절차가 마무리되는 업무 관행은 당사자들이 계약을 체결하며 전제로 한 사정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이른바 동기의 착오로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이 사안은 계약 당시 존재하는 사정에 대한 착오가 아니라 계약성립 이후 객관적인 외부 사정의 변경이 발생하여 당사자들의 기대가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사정변경에 해당한다. 예견불가능성을 요하는 것은,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면 당사자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그에 대비하여 계약을 다른 내용으로 체결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에서는 주한 미국대사관의 업무처리가 변경된 이유나 비자발급이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를 알 수 없었으므로, 이는 당사자들이 계약 당시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다. 계약을 체결한 시점에 따라 비자업무의 중단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겠으나, 적어도 당사자들의 계약 체결 시점에서는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부당성에 대해 판례는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이는 사정변경의 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계약의 구속력을 고집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를 등가관계의 파괴나 계약목적의 달성 불가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우므로, 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의 부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계약 내용대로라면 원고의 권리구제 방안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비자발급을 기다렸다가 종국적으로 이민비자 취득이 불가능해지면 기납입 수수료의 80%를 환불받는 것이었다. 종국적으로 비자발급이 된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면, 계약의 목적달성이 어렵거나 그로 인한 이익이 상당히 반감될 것이다. 따라서 계약 내용을 강제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4. 인정 효과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으로 인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면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지금까지 사정변경의 효과에 관한 논의는 실제 사안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다소 원론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경향이 있는데, 이는 최근까지도 법원이 이 원칙을 인정하는 것에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는 것에 그칠 뿐, 구체적으로 계약관계가 어떻게 정리되는지를 검토한 예는 많지 않다. 대상판결은 계속적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인바, 원고의 수수료 지급에 비해 피고의 급부 이행이 완결되지 않았으므로 원고들이 지급을 완결한 수수료의 일부를 원상회복하여야 한다. 법원은 계약에서 이민허가가 나지 않으면 수수료의 80%를 환불하도록 규정한 것에 비추어 원고들이 기지급한 3만 달러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환하도록 하였다. 피고가 급부를 이행하기 위해 실제로 지출한 비용이 아니라 그 가치에 대한 당사자들의 평가를 반영한 것은 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쟁점이 된 것은 아니지만, 학설은 대체로 사정변경의 효과로서 계약의 해제·해지 외에 계약의 수정을 인정한다.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전부 해소하는 것 외에 유연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수정권의 행사 요건, 절차나 방식, 해제권과의 관계 등 세부적인 검토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이 글에서 이를 모두 다루기는 어려우나, 계약 내용의 수정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고 법원의 자의적인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자 한다. 향후 판례가 축적되고 이를 토대로 한 연구가 계속되어, 사정변경의 원칙이 일반 원칙으로서의 유연성은 유지하되, 그 요건과 효과는 더욱 구체화되어 실효성 있는 규범으로 자리하기를 기대한다.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취업이민
국외알선수수료
사정변경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22-02-14
형사일반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의 방조인지 여부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자신이 개설하여 운영하는 이른바 '다시보기 링크사이트'인 이 사건 사이트 게시판에, 성명불상의 정범들이 저작재산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해외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업로드한 영상저작물(드라마·영화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2015년 7월 25일부터 2015년 11월 24일까지 총 450회에 걸쳐 게시하였다. 이에 검사가 피고인을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정범들의 공중송신권 침해행위를 방조)로 기소한 사안이다. 원심은, 링크를 하는 행위만으로는 공중송신권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 것이 아니고 단지 공중송신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태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제1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대법원은,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침해 게시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이, 링크 행위자가 정범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그러한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인터넷 사이트에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하는 등으로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링크 행위를 한 경우에는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범죄를 용이하게 하므로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한다는 이유로, 이와 다른 취지의 종전 판례(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를 변경하고, 저작권법 위반 방조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2.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의 방조인지 가. 링크행위의 정범 여부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다77405 판결,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0637 판결 등은 인터넷 링크는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링크를 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이에 대하여는 별다른 이설은 보이지 않는다. 나.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가 될 수 있는지 여부 1) 종전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인데, 링크를 하는 행위 자체는 위와 같이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 등의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지 아니한 저작물을 게시하거나 인터넷 이용자에게 그러한 저작물을 송신하는 등의 방법으로 저작권자의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웹페이지 등에 직접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그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링크 행위만으로는 위와 같은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업로드행위(복제)에 대한 방조 여부 이미 끝나버린 업로드(복제)행위를 그보다 나중 시점에 링크를 거는 행위에 대하여는 방조가 성립할 수 없을 것이고, 이에 대하여도 이견이 보이지 않는다. 3) 공중송신권의 의미와 종전 판결에 대한 비판론 저작권법 제2조 제7호는 '공중송신'을 '저작물, 실연·음반·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공중송신행위는 '송신행위'와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 두 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이용 제공 행위'와 관련하여, ①업로드가 완료되더라도 업로드된 콘텐츠가 인터넷 상에 존속하는 동안은 여전히 '이용 제공'이 계속되고 있고, 이러한 계속적 행위를 조력하는 것은 방조라는 견해, ②업로드에 의한 '이용제공' 행위에 대하여도 링크행위가 그 이용제공 실행행위 자체를 용이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하였다(다만, 이 견해도 링크 이후 이용자가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송신과 복제행위에 대하여 방조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 이 전원합의체 판결의 태도 및 이에 대한 평가 '공중송신(전송)'이란 용어 자체로 '송신'행위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지만, 저작권법은 '송신'의 예비행위라고 볼 수 있는 '이용제공'까지 행위태양에 포함시켰다. 침해물에의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행위인지는 결국 위 ①이용 제공 행위, ②송신행위로 구별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먼저 '이용 제공 행위'를 방조한다고 보면 가벌의 필요가 있는 행위를 보다 쉽게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미 업로드 행위가 끝난 상태에서 링크행위자가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를 설명하기가 애매한 면이 있다. 링크행위로 인하여 더 많은 사람이 침해게시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되지만, 링크행위의 유무와 관계 없이 이용 제공 행위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링크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방조가 성립한다고 하면서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한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경우 이러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은 링크 행위의 유형은 공중의 구성원이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로 정범의 범죄 실현에 대한 구체적·인과적 기회증대를 인정할 수 있거나 방조범의 확정적인 고의를 추단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과적 '기회증대'를 인과관계라고 보는데 의문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기회증대'를 인과관계로 본다면 '계속적' 제공은 이에 해당할 수 있지만 '영리적' 제공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판결의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의 태도가 일반적인 방조범의 성립과 종속성, 죄수 등의 법리에 반하고, 법원으로 하여금 방조범의 성립이 문제될 때마다 그 성립요건을 일일이 정해야만 하는 부담을 지우며,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였다. 다음으로 '송신행위'를 방조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이 판결의 반대의견은 송신은 업로드를 기초로 파일 전송 프로그램을 통해 '기계적'으로 구현되는 결과에 지나지 않고, 링크행위가 이러한 송신행위 자체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송신행위가 아무리 기계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라고 해도 링크행위로 인하여 사용자가 클릭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이러한 기계적 송신행위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링크행위는 송신행위를 용이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송신행위를 방조한다고 구성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정범의 이러한 송신행위를 일일이 특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번거로움이 생기게 된다. 다운로드받는 사용자를 정범으로 하여 복제의 방조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이고 송신행위의 방조로는 볼 수 있다면 송신행위를 일일이 특정하는 것보다는 전단계의 이용제공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볼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용제공행위에 대한 방조범의 성립을 긍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으나, '영리적·계속적' 제공과 같은 요건을 둘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남는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위와 같은 요건을 두지 않더라도 '영리적·계속적'인 링크 사이트가 단속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큰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도10903 판결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이트를 운영하던 도중에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이 선고되었지만, 이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다. 법률 위반 행위 중간에 일시적으로 판례에 따라 그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었던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자신의 행위가 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링크사이트 운영 중 링크행위가 방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적이 있더라도, 형법 제16조(자기가 한 행위가 법령에 따라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의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구민승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영화
불법유통
저작권법
구민승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22-01-24
국가배상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
1. 사실관계 및 대상판결 가. 원고는 영국으로부터 초청을 받고 여권발급신청을 하였다가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로부터 신원조사 회보가 늦어져 출국할 수 없었음을 이유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해외여행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규정한 보안업무규정 제31조 제2항 제3호는 모법인 안기부법에 근거가 없거나 그 위임범위를 일탈하였으므로 위 규정을 근거로 신원조사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으나, 서울지방법원은 1997년 5월 9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96가합60720), 서울고등법원은 1998년 2월 5일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97나23480). 나. 대법원은 2000년 12월 8일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데(98다12041 판결, 이하 '대상판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구 안기부법(1999년 1월 21일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1호, 제2항, 구 보안업무규정(1999년 12월 7일 대통령령 제166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 제2항 제3호 등에 의하면, 해외여행자에 대한 신원조회(신원조사의 오기로 보인다) 업무는 구 안기부가 법률에 근거하여 담당하던 고유업무의 하나로서 구 보안업무규정 제31조 제1항이 모법의 근거가 없다거나 그 위임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관련 법리 가. 헌법 제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거주·이전의 자유에는 국내에서의 거주·이전의 자유 이외에 해외여행의 자유가 포함된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7두10846 판결). 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등을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헌법 제37조, 법률유보원칙),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헌법 제75조, 포괄위임금지원칙). 법률의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에 의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나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만을 규정할 수 있을 뿐, 법률에 의한 위임이 없는 한 법률에 규정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다.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내용을 규정한 시행령 조항은 그 자체로 무효이며, 이와 같이 무효인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행정처분은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대법원 전원합의체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대법원 전원합의체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등). 3. 구 안기부법 등의 내용 및 관련 비판 가. 대상판결에서 언급한 구 안기부법과 구 보안업무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위 가.의 규정에서 보듯이 구 보안업무규정은 신원조사에 관하여 규정하였으나, 구 안기부법은 신원조사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았고 대통령령에의 위임규정도 두지 않았다. 이것은 법률인 국정원직원법(제8조의2)에서 국정원직원에 대한 신원조사를 규정하고 절차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과 명확히 구별된다. 다. 대상판결과 달리, 다수의 견해는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이 모법의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①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법률체계를 살펴보면, (공무원 임용예정자에 대한) 신원조사제도를 명시한 '법률'은 존재하지 않으며, 신원조사제도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정하여야 하는데 행정규칙에서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상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이슈와 논점, 2015년 8월 7일). ②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상판결을 언급하고도, 국가정보원법은 신원조사 제도에 대한 명시적 위임 근거를 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보안업무규정'에 따른 신원조사 제도 개선 권고, 2018년 12월 27일). ③ 송준종 변호사는 대상판결을 언급하고도, 신원조사는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였다(국가인권위회, '신원조사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청문회' 자료집, 2005년 1월 18일 27면). 4.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 가.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신원조사를 받아야 하고 받지 않으면 해외여행을 할 수 없으므로, 신원조사는 해외여행의 자유를 제한한다. 나. 해외여행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구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에 관하여는 구 안기부법에 신원조사에 관한 근거 규정도 없고, 대통령령에의 위임규정도 없다. 다. 따라서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신원조사를 규정한 구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며, 무효인 보안업무규정에 기초한 신원조사는 그 법적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 5.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대상판결에는 위 1. 나.와 같이 판시한 근거 내지 이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마치, 음주를 하고(법률에 위임 규정을 두고) 운전을 해야(대통령령에 규정해야) 음주운전이 되는데(위법하지 않은데), 음주를 하지 않았음에도(법률에 위임 규정이 없음에도) 운전을 하였으므로(대통령령에 규정하였으므로)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과 유사하며, 납득하기 어렵다. 위 4.에서 본 바와 같이 구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이므로, 대상판결은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하였어야 할 것이다. 나. 대상판결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등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동안 학문적 비판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필자도 열람·복사 청구를 하여 대상판결을 입수하였다). 대상판결은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의 법률적 근거 유무에 관한 유일한 판결로 보이고 선례적 가치가 충분하므로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 다. 국정원은 대상판결을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가 법률적 근거가 있다는 점에 대한 근거로 계속 이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회의 위 청문회(2005년 1월 18일)에서, 국정원은 대상판결을 신원조사의 법적근거로 주장하였다(위 청문회 자료집, 3면). 2020년 12월 31일 보안업무규정이 개정되었다(대통령령 제31354호). 개정 과정에서 국정원의 입법예고에 대해,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위법이므로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미반영으로 회신하면서 국정원의 신원조사 업무는 대상판결 등을 통해 합법적인 업무로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라. 대한민국 모든 판사들은 임용되기 직전에 신원진술서를 작성·제출하여 국정원의 신원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 신원진술서를 토대로 존안자료가 작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1997년 3월 17일 기사의 '공무원은 임용 순간부터 존안자료 기록이 시작된다'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그리고 이와 같이 작성·업데이트된 존안자료가 이후 판사를 포함한 공무원들에게 국정원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위 한겨레 기사의 "안기부 전직 실장급 간부는 '존안자료야말로 안기부가 가진 힘의 실질적 원천이다'고 말한다"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결국 국정원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대상판결을 비공개로 함으로써 학문적 비판은 피하면서, 신원조사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을 때는 대상판결을 국정원에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 대상판결은 그보다 약 20년과 15년 이후에 선고된 위 2016두32992, 2012두23808 전원합의체판결 등에 의해서 실질적으로 변경(폐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016두32992 판결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음에도, 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한 노동조합법 시행령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시하였고, 2012두23808 판결도 유사하다. 6. 결어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하다. 대상판결은 더 이상 원용되지 않아야 하며, 공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무효인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규정을 즉시 삭제해야 한다. 엄기섭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여권
신원조사
출국
국가배상
엄기섭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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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카지노 국외모객용역과 고정사업장 판단
Ⅰ. 들어가며 고정사업장은 외국법인의 사업소득에 대한 과세권 행사 여부와 직결되는 중요한 개념이다.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원천지국에 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이 없다면 그 사업소득을 과세할 수 없도록 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대법원 2020. 6. 28. 선고 2017두72935 판결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이윤에 관하여 과세실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법리를 제시하였으므로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본다. 자세한 논증은 졸고 '카지노 국외모객용역과 고정사업장 판단', 국제조세연구 제1집(2020. 11. 20.)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Ⅱ.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요지 필리핀 법인인 원고는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원고 보조참가인(이하 'A 카지노'라고 한다)과의 사이에서 원고가 A 카지노에 방문할 외국인 고객을 모집하여 주고 해당 고객이 A 카지노에서 잃은 돈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받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위 계약에 따라 국외에서 외국인 고객들을 모집해 A 카지노로 유치하였으며 고객들의 게임자금을 A 카지노의 계좌로 송금하였고 고객들이 자금대여를 요청할 경우에 대비하여 담보 등을 설정하거나 정산업무와 고객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한편 원고는 국내에서 A 카지노의 영업장 내 사무실(이하 '쟁점 사무실'이라 한다)에 직원들을 두고 원고가 모집한 고객들에게 칩을 제공하거나 롤링게임에서 발생한 매출액을 확인하기도 하였고 고객들의 항공권 예약 및 안내 업무, 호텔과 식당의 예약 및 안내 업무 등(이하 '편의제공 업무')을 수행하였다. 쟁점 사무실에는 책상, 컴퓨터, 금고, 캐비넷, 출근카드 체크기 등이 있었고 원고의 직원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다. 한편 원고는 A 카지노로부터 수취한 대가에 관한 세금을 국내에서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쟁점 사무실을 원고의 국내 고정사업장으로 판단하여 원고가 A 카지노로부터 지급받은 금원에서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금액을 국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수입금액으로 보았고 이에 피고 세무서장은 원고에게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결정·고지하였다. 2. 고정사업장 관련 원고 측의 쟁점별 주장 원고는 쟁점 사무실 공간이 임시 제공된 것으로서 원고는 그에 대한 처분권한이 없었던 점, 원고가 국내에서 수행한 업무의 내용 또한 예비적·보조적 활동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쟁점 사무실은 고정사업장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원고는 설령 고정사업장이 존재하더라도 A 카지노에 제공하는 용역의 주된 내용은 원고가 외국에서 카지노 고객을 모집하는 것이므로 방문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한 고정사업장에 귀속될 소득은 미미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A 카지노와 원고 사이의 약정에 따른 모객용역 자체는 원고의 본점에서 제공한 것이므로 원고가 A 카지노로부터 수수한 수수료 전액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3. 법원의 판단 1) 파기환송 전 2심의 판단 파기환송 전 2심은 원고의 고정사업장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에 대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하였다. 즉 쟁점 사무실은 원고가 처분권한을 가지는 사업상 고정된 장소이지만 원고의 거의 모든 핵심 업무가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그 비용도 대부분 해외에서 지출되고 있으며 편의제공 업무도 반드시 원고의 직원 또는 그 지시를 받는 자가 이행하여야 하는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상고심의 판단 상고심은 원고의 편의제공 업무가 원고가 수행한 모객사업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이라고 보아 원고 고정사업장의 존재를 인정하였고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3) 파기환송 후 2심 및 재상고심의 판단 파기환송 후 2심 및 재상고심은 원고 본사와 별도로 원고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수입금액을 특정하여 법인세를 과세해야 하고 마찬가지로 원고 고정사업장이 원고의 국내 수입금액 전부에 대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후 정당세액을 산출할 수 없음을 들어 피고의 부과처분 전부를 취소하였다. Ⅲ. 평석 1. 고정사업장 성립 쟁점 기본 고정사업장 성립 요건으로는 물적 시설의 고정적 존재(객관적 요건), 물적 시설 사용권한의 보유 또는 지배(주관적 요건), 물적 시설을 통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의 수행(기능적 요건)이 요구된다. 이 사건에서는 기능적 요건이 주로 문제되었는데 편의제공 업무가 중단될 경우 고객들이 A 카지노에 방문할 유인이 감소하여 모객사업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어 A 카지노의 도박수입 및 그에 연동되는 원고의 모객수수료 수입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평가는 카지노 산업의 특수성, 원고와 A 카지노간 계약 내용에 터잡은 것이므로 곧바로 다른 사례들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2. 고정사업장 귀속 쟁점 1) 원고 고정사업장 귀속 소득의 구분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국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사업소득에 한하여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독립기업의 원칙에 따라 정상가격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OECD 모델조약 제7조에 대한 주석 문단 15 내지 17은 외국법인 전체의 수행기능, 귀속되는 자산 및 위험 등을 고려하여 고정사업장이 수행하는 비중을 구분한 후 그에 상응하는 소득을 귀속시키도록 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 고정사업장에 부과될 정당한 법인세 금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첫째 단계로서 원고의 국내원천소득 중 원고 본사에 귀속될 소득과 원고 고정사업장에 귀속될 소득을 구분하여 산정하고 둘째 단계로서 원고 고정사업장에서 지출된 비용(필요경비 등)을 산정하여 이를 원고 고정사업장의 과세표준에서 공제하게 된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가 국외 비용의 증빙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준경비율을 적용하여 추계로 법인세를 과세하였는데 그렇기 때문에 재상고심은 "원고의 필리핀 본점에 귀속되어야 할 수입금액이 있음이 명백하고 그 액수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것이다. 2) 용역의 공급자 및 공급장소의 검토 부가가치세법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사업장으로 정의하면서 그 사업장 소재지별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업장별 과세원칙을 채택하고 있다(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1항, 제2항). 하나의 법인이 복수의 사업장을 가진 경우라면 어떤 사업장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자 또는 공급받는 자인지 검토하여야 하는 것처럼 원고 고정사업장이 성립되더라도 외국법인 본점과 해당 사업장 중 어느 사업장이 용역의 공급자인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공급장소 측면에서 보면 단일한 역무는 그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이 물리적으로 어디에서 수행되었는지를 기준으로 그 공급장소가 결정되는데 재상고심은 원고가 국외에서 수행한 부분이 '보다 본질적이고 핵심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원고가 A 카지노에 제공한 전체 용역의 공급장소를 국내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원고의 편의제공 업무는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업무이기는 하나 원고가 해외에서 수행하는 고객과의 계약체결, 자금대여 및 정산 업무 등에 비하면 모객사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재상고심은 원고가 A 카지노에 제공한 용역이 하나의 단일한 것이고 그 중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이 국외에서 수행된 것이어서 국내에서 부가가치세를 아예 과세할 수 없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국내 고정사업장 수행 역무와 국외 본점 수행 역무를 단일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전자만 구분해내야 한다고 본 것인지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3) 고정사업장 귀속 소득의 증명책임 통설 및 판례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과세요건 사실의 존재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에서 재상고심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주장·증명해야 하는 것임을 최초로 밝혔다. 실제로 과세관청은 세법상 질문·조사권에 기하여 거래상대방들로부터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거나 그 직원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점, OECD 모델조세조약 제7조에 대한 주석 문단 25 및 26은 고정사업장 조사라는 이유만으로 특수관계거래 적용 기준과 비교할 때 추가로 서류제출 부담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점, 과세관청은 정당한 자료제출요구에 불응하는 납세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최근 관련 규정을 더 강화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재상고심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본다. Ⅳ. 결어 재상고심은 외국법인 고정사업장의 과세표준에 관한 증명책임이 과세관청에게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고정사업장이 인정되더라도 그것만으로 국내에서 수취한 대가 전체에 대한 법인세 또는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현행 과세실무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총 변호사 (김·장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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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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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총 변호사 (김·장 법률사무소)
2021-01-18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과 외국납부세액공제
1. 쟁점의 정리 지방세법 제103조의19는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은 법인세법 제13조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인세법 제13조는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과세표준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각 사업연도의 소득'이라는 말의 의미는 법인세법 제14조제1항에서, '각 사업연도에 속하는 익금 총액에서 손금 총액을 뺀 금액'으로 규정한다. 법인세법 제15조에서, '익금'이라는 말의 의미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해당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인한 수입을 익금으로 보되 몇 가지 경우를 특별히 익금가산 항목으로 삼고 있다. 이같은 익금가산 항목 중에서 법인세법 제15조제3항제2호는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에 따른 외국법인세액에 상당하는 금액은 세액공제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익금에 넣는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의 적용으로 내국법인의 해외자회사가 그 소득의 원천지국에 납부한 외국법인세액에 대하여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의 규정에 따라 내국법인이 법인세 세액공제(이른바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받을 경우 법인세 과세표준에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에 따른 외국법인세액 부분이 가산된다. 이렇게 계산된 법인세 과세표준이 바로 '법인세법 제13조에 따라 계산된 금액'으로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이다. 여기에다가 법인지방소득세의 세율(지방세법 제103조의20제1항)을 곱하여 법인지방소득세액이 산출된다. 여기서 납세자들은 지방세법상 법인지방소득세 단계에서 법인세법 제57조제4항과 같은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주지도 않으면서도 법인세법상 과세표준을 동일하게 가져와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 내국법인의 해외자회사의 외국법인세액이 가산되도록 함은 이중과세 등의 문제가 있어 부당하다고 지적하면서 법인지방소득세 감액경정을 구하였고 이를 거부한 과세관청의 처분에 불복하여 다투는 사건이 여러 건 진행중이다. 대상판결의 사안도 그러하다. 2. 대상판결의 판단 이에 대하여 1심 법원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법문대로 해석할 것인데 지방세법 제103조의19의 문언상 법인세법에 따른 의제익금을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서 제외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수원지법 2017. 12. 20. 선고 2017구합68067 판결). 반면, 대상판결은 1심과 달리 아래 요지의 이유를 제시하면서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적용시 익금산입된 외국납부세액을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서 배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이 판결은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두50000 심리불속행 기각판결로 그대로 확정되었다. ① 외국법인세액을 법인세액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인세법 제57조는 동일한 소득에 대한 국가 간의 중복과세를 방지하여 내국법인의 조세부담을 감경하려는 취지가 있고, 법인세법 제15조제2항제2호는 이러한 취지를 구현하기 위한 규정인바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에 따른 외국법인세액을 익금으로 보는 데에는 이에 대한 세액공제가 뒤따름이 당연히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② 만일 법인지방소득세에서 외국법인세액이 세액공제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익금에 포함시킨다면 오히려 법인세법 제57조의 규정 취지에 반하여 내국법인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세액공제를 전제로 의제되는 익금에 대하여 과세가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응능부담의 원칙에도 반하게 된다. ③ 지방세법 제103조의19의 문언은 그 과세표준 계산방법을 법인세법에 따르라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④ 원고는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할 때에는 이 사건 외국법인세액을 법인세액에서 공제받을지 손금에 산입할지 선택할 수 있었으나,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을 신고할 때에는 위와 같은 선택 권한이 없었다. 3. 평석 가.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의 문언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이를 '과세표준 계산방법을 법인세법에 따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법인세 과세표준과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위 규정의 문언은 그 자체 의미가 분명한 것으로, 법인세법 제13조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으로 그대로 가져온다는 것이지 법인세법 제13조의 '방법에 따라서'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을 별도로 계산하라는 뜻이 아니다. 설령 후자에 의한다 해도, 법인세법상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가 적용되었다면, 법인세법 제13조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란 공제된 간접외국납부세액이 과세표준에 가산되는 금액이라고 보아야 한다(대상판결의 해석은 이 지점에서 여전히 논란을 남긴다). 결국 대상판결의 해석론이란 법문언의 자연스런 문언해석이라고 보기 어렵고 '특정 방향의 결론을 바라고서'문언에도 없는 의미를 부가해야만 나오는 소위 '목적론적' 해석일 뿐이다. 당초 법문언의 의미가 애매하지 않은데도 목적론적 해석을 동원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와 조화되기 어렵다. 나.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의 입법의도 대상판결도 법규정의 문언상 의미가 대상판결의 결론과 조화되지 않음을 의식한 듯, '입법취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정작 처분 근거법령인 지방세법 규정의 입법취지를 외면하고 법인세법 규정의 입법취지만 강조하고 있어 문제이다. 처분의 근거규정인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은 2014년 1월 1일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어 들어왔다. 당시 입법자료와 정부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법개정의 배경과 취지를 알 수 있다(상세한 내용은 拙稿, '법인지방소득세에 대한 외국납부세액공제 적용 가부', 조세법연구, 25-2, 2019.8.,143쪽 이하). 쟁점 관련 부분만 요약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정부의 전월세 대책에 의한 취득세율 인하로 초래되는 지방세수 감소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② 그래서 개인지방소득세와 법인지방소득세를 종전의 부가세에서 독립세로 전환시키되 과세표준은 소득세, 법인세의 과세표준을 그대로 공유한다. ③ 개인지방소득세의 경우 종래 소득세법 단계에서 적용되던 공제, 감면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되, 법인지방소득세의 경우 이러한 공제, 감면 규정을 폐지하여 지방세수 확보를 도모한다. 근거규정의 입법의도는, 법인세법상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적용받더라도 지방세법상 이를 고려하지 않고 법인세 과세표준을 그대로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으로 가져오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상판결의 해석은 입법자의 입법의도와 어긋난다. 다. 대상판결은 왜 그러한 결론에 이르렀을까 대상판결은 판결이유에서 응능부담의 원칙, 국제적 이중과세방지의 문제, 납세자의 선택권 침해를 거론한다. 이로 보건대 법원은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을 문언 그대로 해석할 때 초래될지 모를 불합리를 우려하여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법인세에 대하여도 정책상 필요에 따라 순자산 증감과 무관한 익금산입, 익금불산입, 손금산입, 손금불산입이 적용된다. 예컨대 접대비, 기부금, 부당행위계산부인 등이 그것이다. 순자산의 증감과 과세표준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 등은 법인세법상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받은 경우를 전제로 하여 법인지방소득세에서의 과세표준을 실제 소득보다도 늘려 잡겠다는 것이어서 반드시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을 늘려 잡는데 아무런 정당성의 근거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법인세의 세율(과세표준의 10% 내지 25%, 법인세법 제55조)이 법인지방소득세의 세율(과세표준의 1% 내지 2.5%, 지방세법 제103조의20)보다도 훨씬 높으므로,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법인지방소득세에서 과세표준이 증가되더라도 법인세에서 받은 세액공제 혜택에 비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의 혜택이 법인세법과 지방세법의 개별법 단위에서 각각 관철되어야만 한다는 헌법적 근거가 없고, 입법재량이 그러한 한계 내에 묶여 있다고 볼 근거도 없다. 오히려 납세자는 법인세법 제13조의 규정과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법인세 및 지방세의 궁극적 부담을 고려하여 법인세 단계에서 세액공제와 손금산입 중 최종 세부담의 차원에서 유리한 선택을 할 기회가 있다. 지방세법 개정은 납세자가 종래부터 가지고 있던 선택권의 의미를 변경하여 최종적 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줄인 것일 뿐이다. 납세자의 선택권 축소를 문제시하면서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을 문언과 달리 해석하는 것은 법논리로서는 설득력이 없다. 그런 논리를 연장하면 세부담이 증대되는 모든 법개정은 일단 잘못이라고 보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설령 법문언에 따른 결론이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있더라도 이는 법개정이나 위헌법률심판 절차에서 논의될 내용이지 근거 규정의 문언을 함부로 어의와 달리 해석해서는 아니된다. 기본적으로 조세부담 증대 혹은 감소의 입법이 정당한지 여부는 정책의 문제이고 이는 입법부가 담당할 영역이지 사법부의 영역이 아니다. 대상판결의 결론에 반대한다. 이창 변호사 (법무법인 남산)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이창 변호사 (법무법인 남산)
2019-10-31
기업법무
이사의 충실의무와 회사기회유용금지
I. 사실관계 甲은 스포츠용품 수출입업을 운영하는 A회사에서 1981년부터 2011년까지 30년간 이사 또는 대표이사를 지냈다. 甲은 A회사에 속해 있던 기간 중인 1987년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 1990년까지 대표이사로 지냈다. 甲은 최소 1987~1990년에는 두 회사의 대표이사로 있었다. 그런데 甲이 신설한 B회사는 종전까지 A회사가 운영하던 골프용품 수입업에 손을 댔다. A회사가 외국 골프용품 제조사와 체결한 독점 판매 계약이 끝나는 기간에 B회사는 해당 제조사에 접근했던 것이다. A회사가 종전까지 10년간 독점 판매했던 골프용품의 국내 판매권은 전적으로 B회사에 귀속됐다. 이 여파로 A회사는 결국 경영난을 겪다가 해산됐다. 甲은 B회사의 지분을 해외 유명 스포츠브랜드에 200억원 이상을 받고 팔았다. 이에 A회사의 주주가 甲을 상대로 경업금지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II. 판결요지 원심은 甲 측(甲은 소송 진행 도중 사망해 그 유족들이 소송을 이어받았다)이 A회사 주주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B회사가 침해한 A회사의 '영업권' 가치가 손해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원심 재판부는 "A회사가 외국 제조사 제품의 수입, 판매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일실이익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골프용품 사업부문 영업권'에 손해를 입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B회사가 매각한 골프용품 사업부문의 영업권은 B회사가 그간 형성한 자본을 재투자하고 고유의 노력을 기울여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甲 측이 A회사 주주에게 물어줘야 할 손해배상액에 '영업권'가치를 배제한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甲이 A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해 B회사로 하여금 그 사업을 영위하게 한 것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회사 이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행위에 해당한다"며 "B회사가 골프용품 사업을 제3자에게 매각해 얻은 영업권 상당의 이익에는 B회사가 직접 형성한 가치 외에 A회사가 상실한 독점판매 계약권의 가치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또 "원심으로서는 B회사가 골프용품 사업부문을 제3자에게 양도하고 받은 양도대금 중 A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해 수년간 직접 사업을 영위하면서 스스로 창출한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A회사가 빼앗긴 사업기회의 가치 상당액을 산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이를 A회사의 손해로 인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III. 평석 1. 경업금지의무 위반 경업금지에 관하여 상법 제397조 제1항에 의하면,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이 없으면 ① 자기 또는 제삼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②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나 이사가 되지 못한다. 강학상 ①은 경업금지, ②는 겸직금지라고 부른다. A회사의 대표이사 甲은 문제되는 기간 중 2003년 4월 11일 이후에는 경쟁업체인 B회사의 이사로 재직하지 않았으므로 ②의 겸직금지의 적용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은 "이사는 경업대상 회사의 이사, 대표이사가 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회사의 지배주주가 되어 그 회사의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관여할 수 있게 된 경우에도 자신이 속한 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3.9.12. 선고 2011다57869 판결, 신세계 주주대표소송)를 확인하면서 상법 제397조 제1항 위반으로 보았다. ①의 경업금지 위반으로 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회사기회유용금지 회사기회유용과 관련하여 위 행위 당시에는 2011년 개정 상법 제397조의2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일반적인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로 회사기회 유용금지의무가 도출되는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사는 이익이 될 여지가 있는 사업기회가 있으면 이를 회사에 제공하여 회사로 하여금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회사의 승인 없이 이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3.9.12. 선고 2011다57869 판결)를 확인하면서 이를 긍정하였다. 결국 甲이 "1999년경부터 2005년 말경까지 상법 제397조 제1항이 규정한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고, 2006년경부터 2011년경까지 일본 던롭 제품의 독점 수입, 판매업이라는 A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함으로써 A회사 이사로서 부담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한다"고 보았다. 2005년 말을 기준으로 한 것은 그 시점에 A회사와 일본 던롭사간 계약기간이 종료되었기 때문이고, 2011년경을 기준으로 한 것은 2011년 2월경 B회사가 골프용품 사업부분을 제3자에게 양도하였고, 같은 해 8월 A회사가 해산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3. 손해배상의 범위 원고는 경업금지의무 위반에 따른 개입권(상법 제397조 제2항) 대신 일반적인 손해배상을 주장하였다. 또한 2011년 상법 개정 이전 사안이므로 회사기회유용금지 의무위반에 대하여는 손해추정 조항(현행 상법 제397조의2 제2항)도 적용되지 않았다. 쟁점이 된 것은 ① 일실 영업수익의 범위와 ② 영업권의 가치였다. 먼저 ① 일실 영업수익 계산방식은 경업금지 위반 및 회사기회유용에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원심은 A회사의 매출액 감소분은 B회사의 매출액 상당액이라 할 것이므로, 여기에 A회사 고유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甲의 임무위배행위 이전 기간을 기준으로 산정)을 곱하여 산정하였다. 실제로는 손해분담의 공평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하였다. 대법원은 이 부분 원심 판단을 수긍하였다. 한편 ② 영업권 상당 손해액은 회사기회 유용에 관하여만 문제되었다. 원심은 A회사가 2011년 8월 4일 해산함으로써 그 이후 영업을 통해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 B회사가 2011년 2월 제3자에 골프용품 사업부분을 매각하고 수령한 대금 중 영업권 상당액은 실제 B회사의 고유 노력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어 별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영업권 중 B회사가 스스로 창출한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A회사가 빼앗긴 사업기회의 가치 상당액을 산정하는 방법으로 A회사의 손해를 인정했어야 한다고 보았는데, 타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4. 손해배상액 산정 2심 법원은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 구간을 나누지 않고 'A회사의 매출액 감소분 × A회사 매출액 대비 순이익율'의 산식에 따라 A회사의 일실손해액을 산정하였다. 이 방식은 비교적 타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2심 법원은 상법 제397조의2 제2항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이러한 2심 법원의 입장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상법 제397조의2가 신설되기 이전에 발생한 것은 맞지만, 2011년 개정 상법 부칙 제3조에 의하면 동 규정은 시행 전에 발생한 사항에도 개정상법규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어, 이 사건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상법 제397조의2가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2심 법원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상법 제397조의2를 직접 근거로 하는 손해배상사건이 아니고 이 사건과 같이 상법 제399조에 근거하여 이사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에는 상법 제397조의2 제2항을 직접 적용할 수 없다는 형식적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상법 제397조의2 제2항의 입법취지를 생각해 볼 때, 회사기회유용이라는 충실의무 위반사건에서 상법 제399조를 근거로 제기한 소송과 상법 제397조의2를 근거로 제기한 소송을 구분하여 다른 증명책임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만일 상법 제397조의2 제2항을 적용했다면, 회사기회 유용금지 위반에 해당하는 구간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는 이사 甲 이나 제3자(B회사)가 얻은 이익을 손해로 추정하면 된다. 만일 상법 제397조의2가 온전히 적용되었다면 대법원이 원심과 달리 손해배상액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결정한 골프용품 사업부분 매각 대금 중 영업권의 상당액을 추정의 법리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IV. 결언 본 판례와 관련하여 회사기회유용금지 제도의 올바른 운영방안을 정립하기 위하여는 현행 상법규정을 다음과 같이 개정·보완할 것을 제안한다. ① 현행 상법은 회사기회유용금지 규정의 적용대상을 이사와 집행임원으로만 한정하고 있으나 회사기회유용은 지배주주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을 고려하여 지배주주도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② 우리나라 상법에는 미국과 독일에서 인정되는 피소된 경영자의 항변사유와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법해석상 회사가 법적·재정적·구조적 능력 등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에는 경영자의 항변사유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③ 회사기회유용금지 위반이 있는 경우 실질적인 구제를 위해서는 위반의 효과로서 경업금지 위반의 경우처럼 개입권을 도입·인정할 필요가 있다. 최완진 명예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경업금지의무
영업권
회사기회유용
최완진 명예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19-10-17
형사일반
대출의 기회를 대가로 볼 수 있는가?
Ⅰ. 사실관계 피고인은 수입이 없어 생활비가 필요하여 인터넷으로 여러 군데 대출상담을 받았지만 대부분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대출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전화를 받았다. 팀장은 "대출을 받으려면 심사를 받아야 하고, 대출심사를 통해 대출을 받으려면 가공으로라도 입출금내역 거래실적을 만들어서 신용한도를 높여야 하며, 대출이자를 자동이체할 수 있는 계좌도 필요하므로 주민등록 등본, 통장 사본, 신분증 사본,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를 통해 보내라"고 요구하였고, 피고인은 바로 그날 피고인 명의의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등을 송부하였다. 피고인은 다음날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자신 명의 은행 계좌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입출금 거래내역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금원으로, 범죄조직이 입금 즉시 출금한 것이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팀장에게서 거래실적을 늘리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자 별다른 이의 없이 대출이 되기를 기다렸다. 이후 팀장에게서 더 이상 연락을 받지 못한 채 피해자의 신고로 해당 계좌가 거래 정지되었고, 피고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① 피고인이 대출과정에서 체크카드가 필요하다는 팀장이라는 사람의 거짓말에 속아 체크카드를 교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이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피고인의 계좌 거래실적을 늘리기 위해 가공의 입출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대출받을 기회를 얻을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피고인의 계좌에 대한 자유로운 사용권한을 넘겨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제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판결이유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제1조)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제6조 제3항 제2호), 이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대여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제49조 제4항 제2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란 대가를 수수·요구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말하고(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6도8957 판결 참조), ‘대가’란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피고인은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로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었고,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은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Ⅲ. 평석 1.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 보이스피싱범죄는 철저히 고도화된 분업으로 완성되는 범죄다. 국내총책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할 대포통장의 계좌와 체크카드를 모집하여, 계좌가 준비되면 중국 등에 본거지를 둔 해외총책이 피해자들을 전화로 기망, 협박하여 대포통장 계좌로 금원을 이체하도록 한다. 이들은 계좌의 돈을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 인출 수단을 이용해 ATM기에서 인출하여 현금으로 만든 후 허공으로 사라진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줄도 모른 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여 처벌받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범죄 조직들은 보이스피싱으로 편취, 탈취한 금원을 수중에 넣기 위한 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구직자나 대출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마치 정상적인 대출회수 업무나 대출과정의 일부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망하면서 계좌와 인출수단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고 흔적을 남기지 않아 총책의 검거에 실패하면, 체크카드와 계좌를 넘긴 사람들만 검거되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중하게 처벌된다. 대상판결 역시 범죄조직에 기망 당해 대출을 받기 위해 체크카드를 교부한 피고인에 대해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이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반박 전자거래금융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는 대가를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전자거래금융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구성요건의 일부를 이루는 ‘대가관계의 존재’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대상판결은 ‘대가’를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출의 기회’를 재산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을 어떻게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는다. 여기서 대상판결의 사안에 난점이 있다. 어떤 행위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든지, 아니면 그 반대급부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판례 상으로는 부녀가 금품 등을 받을 것을 전제로 성행위를 하였는데 상대방이 그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사건에서 사기죄를 인정하면서, 일반적으로 부녀와의 성행위 자체는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없으나 그 행위의 대가가 사기죄의 객체인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도2991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의 사안의 경우, 반대급부로 주장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사안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출의 기회’의 가치 자체를 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대출의 기회에 대한 가치 평가와 관련하여, 현행 법률은 직접적인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법인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에게 법인이 무상 또는 낮은 이율 등으로 금전을 대여하여 손해를 부담한 경우 시가와 대가와의 차이를 법인세법상 인정되는 익금에 산입하는데, 적정 시가를 법인부담차입금의 가중평균차입이자율로 하고 있다.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기업의 시장이자율의 대체적 평가방법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자율로 대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경제학적 해결방법을 법률에서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대출의 가치는 얼마인가? 경제학은 대출의 가치를 0으로 정의한다. 경제학에서는 금전소비대차 역시 재화,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본다. 대출은 미래 현금 유출을 대가로 현재의 소비를 하려는 자(자금 수요)와, 미래 현금 유입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는 자(자금 공급) 간의 거래이다. 수없이 많은 자금의 수요자, 공급자들의 수요와 공급이 모여 시장이자율이 결정된다. 이들이 공정한 거래를 한다면, 자금 공급자는 미래 유입될 현금을 공정하게 결정된 시장이자율로 할인한 값만큼만 대출하여 주므로 미래 유입될 현금의 가치와 현재 유출되는 현금의 가치가 동일하다. 즉, 대출을 받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므로, 대출의 가치는 0이며, 이러한 대출의 기회를 얻기 위해 자금의 수요자가 지불할 가치도 0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감사함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체크카드를 교부하고 대출의 기회를 얻었다면, 이를 재산적 가치 있는 어떠한 대가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대상 판결 역시 이러한 견지 하에 위와 같은 결론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아담 스미스의 통찰로 반박을 갈음하고자 한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업자, 빵 굽는 사람들의 호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설사 자금의 수요자가 급전이 필요하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이는 더 높은 이자율에 합의하는 대출 조건에 고려될 것이므로 여전히 대출의 가치와, 그러한 대출을 얻기 위한 기회의 가치는 0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대출자는 공정한 계약에 수반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를 절차로서 인식하게 된다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할 때에도 신분증과 관련 서류를 교부하지만, 대출자는 이를 대가가 아닌 절차로서 인식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출의 기회를 얻은 것을 ‘대가’로 보는 판례의 결론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점에 대한 합리적 의심 없는 정도의 엄격한 증명은 검사들의 난제로 남을 것이다. 전두영 변호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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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영 변호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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