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엘 l Return To The Forest
logo
2024년 5월 7일(화)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혐의없음
검색한 결과
5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민사일반
전문직직무
[202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7) 의료법
[민사판례] 1. 비의료인으로부터 고용된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 불가(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다299423 판결) 가. 사실관계 종합병원을 개설·운영하는 피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운영자금을 차용하면서 병원 운영 등에 대해 합의하였다. 이후 피고는 소외 회사가 지정한 의사인 원고와 병원 시설 일체 등을 양도하기로 예약하고, 원고가 예약완결 의사표시를 하면 피고는 병원 개설자를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해야 한다는 자산양수도예약을 체결하였고 병원 부지와 건물은 소외 회사의 자회사에 매도하면서 자회사에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쳐주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예약완결 의사표시를 하면서 소외 회사로부터 양수한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대여원리금채권으로 피고의 양도대금채권과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의료기관 명의변경 절차 이행을 청구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장차 의료법인이 병원을 운영하도록 할 계획 아래 일시적으로나마 원고가 개설자 지위를 가질 의사로 자산양수도예약 등을 체결한 것으로서 자산양수도예약 등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무효라는 피고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산양수도계약에 따라 피고는 병원 개설자를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하는 절차를 이행하라는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의료인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개설 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 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한편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 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일시적으로 병원 개설자 지위를 가질 의도로 자산양수도예약 등을 체결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병원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려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비의료인이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하기 위하여 내세우는 명의인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만을 내세워 자산양수도예약 등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으니, 그와 같은 판단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라. 평석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 제한 규정으로써,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 소위 사무장 병원에 의해 초래될 국민 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규정이며, 판례는 이를 강행법규로 보고 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약정을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의 의미가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임은 다수의 판례(대법원 2020. 6. 11. 선고 2016두52897,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0779 등)를 통해 분명히 정리되었다. 그러나 실제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살펴보면, 실질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의료인을 고용한 것으로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이나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가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적인 방법이 성행하고 있으며 여러 사람이 금전 관계 등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불법적인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 여부를 명확히 판단함으로써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방지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대상판결은 수사기관의 소외 회사 관계자들과 원고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없음 처분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비의료인의 개설행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증거를 충분히 살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산양수도예약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2. 의사의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 필요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4434) 가. 사실관계 다발성 간농양 진단을 받은 망인(갑)을 상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경피적 배액술만 시도하고 외과적 배액술을 시도하지 않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유족들인 원고들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에서는 피고들의 과실을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원심에서는 간농양 배농 방법 중 외과적 배액술을 고려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망인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만한 피고의 입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피고에게 외과적 배액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갑이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을 이유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다발성 간농양으로 진단 후 농양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시도하다가 갑이 사망한 사안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유지한 것이 갑의 증상이나 상황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거나, 갑의 상황, 당시의 의료수준, 의사의 지식·경험에 따라 선택 가능한 진료 방법 중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과실로 볼 만한 정도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특히 경피적 배액술로도 갑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을 당시를 기준으로 갑에 대한 외과적 배액술의 실시가 실제 가능한 상태였는지, 수술기술이나 방법, 수반되는 위험성은 무엇인지, 수술적 조치를 받았더라면 사망의 결과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지 등을 해당 분야 전문의의 감정 등을 거쳐 확인한 후, 당시 갑의 임상상태나 의학상식에 비추어 경피적 배액술 외에 외과적 배액술을 실시하는 것이 통상의 의사라면 당연히 선택할 만한 정도였는지를 면밀히 살펴 해당 조치를 취하지 않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했음에도, 갑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피고 병원의 입증이 부족하다면서 수술적 배농을 실시하지 않은 것에 곧바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환자를 진찰·치료하는 등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요법으로서 몇 가지의 조치가 의사로서 취할 조치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해당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과관계 추정의 한계를 밝힘으로써 기존 판례(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의 법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형사판례] 3. 한의사의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의료법 위반죄 성립되지 아니함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16도21314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 한의사인 피고인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한 한의학적 진단행위에 대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한의사가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법리에 따라 한의사인 피고인에 대해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판결의 요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 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의료전문가인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의 ‘종전 판단기준’과 달리, 한방의료행위의 의미가 수범자인 한의사의 입장에서 명확하고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됨을 의미한다(이하 ‘새로운 판단기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앞서 본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진단용 의료기기의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종전 판단기준’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은 모두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르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이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한의사가 서양 의료기기인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진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의료행위의 가변성,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과정의 변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가능성 및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관점 등을 고려하여,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의 허용 여부에 관하여 위와 같은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은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 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라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것이고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하여, 그 특성 및 사용에 관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함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한의사가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더라도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4. 죽음이 예상되는 환자들이 입원한 호스피스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간호사의 사망진단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의료법 위반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7도10007 판결) 가. 사실관계 호스피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인 피고인이 부재중에 입원환자가 사망한 경우 간호사인 피고인들에게 환자의 사망 여부를 확인한 다음 사망진단서를 작성하여 유족들에게 발급하도록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 및 이에 대한 교사로 기소되었다. 나. 사건 경과 1심에서는 간호사인 피고인들이 죽음이 예정되어 있던 환자가 야간에 사망한 경우, 사망을 확인(검안)하고, 그 사망 얼마 전 의사인 피고인이 미리 작성해 놓은 그 환자의 사망원인에 따라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는 행위는 의사 면허가 없는 자가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구성요건에는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사회상규에는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이를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유예(벌금 각 30만 원 또는 각 100만 원)를 선고하였다. 다. 대법원 판결 요지 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 진단 전에 이루어지는 사망징후관찰은 구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호에서 간호사의 임무로 정한 ‘상병자 등의 요양을 위한 간호 또는 진료 보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망의 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다. 사망의 진단은 사망 사실과 그 원인 등을 의학적·법률적으로 판정하는 의료행위로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사망의 진단 결과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는 사망진단서의 작성·교부 주체를 의사 등으로 한정하고 있고, 사망 여부와 사망 원인 등을 확인·판정하는 사망의 진단은 사람의 생명 자체와 연결된 중요한 의학적 행위이며, 그 수행에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어떠한 시술행위가 무면허로 행하여졌을 때에는 그 시술행위의 위험성 정도, 일반인들의 시각, 시술자의 시술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시술행위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간호사인 피고인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의사 등이 하여야 하는 사망의 진단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가 간호사로 하여금 의료행위에 관여하게 하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는 의사 등의 책임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고 간호사는 그 보조자로 보면서, 간호사가 의사 등의 진료를 보조하는 경우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 등이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 등이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 등이 그의 주도로 의료행위를 실시하면서 그 의료행위의 성질과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그중 일부를 간호사로 하여금 보조하도록 지시 내지 위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4다15248 판결 등)의 법리를 다시 확인하였다. 대상판결은 사망진단이라는 의료행위의 성질 및 간호사에 의한 사망진단이나 검안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의료법 취지를 고려하면 사망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음을 밝힘으로써, 의료행위의 성질, 위험성, 관련 법령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어떠한 의료행위의 경우 간호사로 하여금 이를 보조하게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의료행위를 판단함에 있어서 일정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 진단서 발급 의료기관을 소개하고 그 비용을 환자로부터 지급받은 경우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 성립되지 아니함(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6 판결) 가. 사실관계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 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았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는 성립하지 않으나,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규정·내용·입법 취지와 규율의 대상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항에서 정한 ‘영리 목적’은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에 대한 대가로 그에 따른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으로, 이때의 ‘대가’는 간접적·경제적 이익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소개·알선·유인행위에 따른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으로부터 취득한 이익을 분배받는 것을 전제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에서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경우, 이는 치료행위를 전후하여 이루어지는 진단서 발급 등 널리 의료행위 관련 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과 관련한 행위이자 해당 환자에게 비용 대납 등 편의를 제공한 행위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그와 관련한 금품수수 등은 환자의 소개·알선·유인에 대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이 지급하는 대가가 아니라 환자로부터 의뢰받은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 및 이를 이용한 보험처리라는 결과·조건의 성취에 대하여 환자 측이 약정한 대가를 지급한 것에 불과하여,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구성요건인 ‘영리 목적’이나 그 입법 취지와도 무관하므로, 위 조항이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평석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은 환자와 특정 의료기관·의료인 사이에 치료위임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에 관한 중개·유도 또는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 대가 지급 원인 및 주체를 불문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를 모두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행위가 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위반행위의 범위가 매우 넓어져서, 환자의 필요에 따라 치료 위임계약의 편의를 도모하고 환자로부터 그 비용을 지급받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제공 행위가 모두 위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위반행위의 범위를 명확히 확정할 필요가 있었다. 대상판결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영리목적’ 및 그 ‘대가’의 의미를 동 조항의 입법 취지와 규율 대상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행위의 태양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행정판례] 6.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대물적 성격을 가지므로 폐업한 요양기관에서 발생한 위반행위를 이유로 폐업한 요양기관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 처분은 위법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0두39365 판결) 가. 사실관계 의사인 원고는 병원을 개설·운영하다가 폐업하였고, 폐업 후 두 달 뒤에 새로운 병원을 개설·운영하였다. 원고는 폐업한 병원에서 병원이 아닌 곳에서 진료하고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것이 문제가 되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새로 개설한 병원에 대해 10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게 되자 해당 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요양기관의 영업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고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폐업한 요양기관에 대하여는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 없고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은 처분의 대상이 아닌 다른 요양기관에 대한 것이므로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하였다. 다. 대법원판결의 요지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 비용을 부담하게 한 때에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에 의해 받게 되는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의료인 개인의 자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요양기관의 업무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 비용을 부담하게 한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그 요양기관은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그 처분대상도 없어졌으므로 그 요양기관 및 폐업 후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는 없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그 행정행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되며,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아니 된다는 기존 법리에도 부합하는 타당한 판결이다. 한편, 대상판결에서는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 의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에는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고 이와 같이 요양기관 개설자인 의료인 개인에 대한 제재 수단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상, 위와 같은 사안에서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의 ‘요양기관’을 확장 해석할 필요도 없다는 사유를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제재의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는 별도의 입법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문제로 보이며 단지 제재의 필요성을 이유로 하여 해당 처분의 성격과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은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차효진 변호사(법무법인(유) 세종)
사무장병원
의료기관개설
의료법제33조제2항
차효진 변호사(법무법인(유) 세종)
2023-11-26
행정사건
행정법규위반에 대한 행정제재의 법리
Ⅰ. 사안의 개요 A법인은 주식회사로서 용인시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공중위생영업자(숙박업자)이다. 위 모텔 508호에서 2018. 11. 25.경 여자 청소년 2명과 남자 청소년 1명이 혼숙하였다. 용인동부경찰서장은 이를 적발하여 2018. 12. 20. 용인시장에게 통보하였다. 위 사건 당시 현장근무자이던 종업원 B와 현장에 있지 않았던 A법인의 대표자 C는 2018. 12. 26. 위 청소년 남녀혼숙을 이유로 한 청소년보호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각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용인시장은 2019. 2. 8. A법인에 대하여 「청소년 보호법」 제30조 제8호에서 금지하는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 1항 제8호, 제11조의 2 제1항에 따라 영업정지 1개월에 갈음하여 과징금 189만 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쟁점 이 사건 위반행위를 이유로 A법인에 대하여 위 법조항을 적용하여 제재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숙박업자나 그 종업원이 투숙객이 청소년임을 알면서도 혼숙하게 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처분은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다(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4두877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 제11조의2 제1항에 따라 공중위생영업자에 대하여 ‘청소년 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두1226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숙박업소에서 청소년인 이 사건 투숙객들이 남녀 혼숙한 이상 공중위생영업자인 원고가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에서 금지하는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의 대표자나 그 종업원 등이 이 사건 투숙객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라고 판시하였다. Ⅳ. 대상판결의 법리오해 대상판결이 원용한, 기존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 즉,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조치는 -중략-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원칙적으로 “위반자”의 고의ㆍ과실을 요하지 아니하나」 라고 한 판시에서 “위반자”는 행정처분의 대상자인 법령상 책임자를 말하는 것이지 현장에 있던 종업원 즉, 현실적인 행위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님에도, 대상판결은 “위반자”를 현실적인 행위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오해하였다. 대상판결이, 「이 사건 숙박업소에서 -중략-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A법인의 대표자나 그 종업원 B 등이 이 사건 투숙객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라고 설시한 점에서 이는 명백하다. 기존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는, 현실적인 행위자 즉, 종업원이 청소년 남녀혼숙을 (적어도 미필적 고의로) 시킨 경우에, 현장에는 없어서 그 사실을 몰랐던 사업자 즉, 법령상 책임자에게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행정상 제재 즉 행정처분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대상판결은, 사업자와 종업원이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경우에도 즉,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려면 최소한 인식을 전제로 함),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 자체만 존재하면 사업자에게 행정처분을 가할 수 있다고 크게 오해하였다. 대상판결은, 청소년보호법 제30조 제8호의 범죄행위의 주체는 “누구든지”이고, 청소년 남녀혼숙에 대하여 행정제재를 가할 때의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의 적용 대상은 “공중위생영업자”인 점에 유의하지 않았다. 위 청소년보호법위반의 범죄행위가 성립하려면 법령상 책임자(공중위생영업자)이든 종업원이든 누구든지 고의가 있어야 성립하고(고의, 과실 등 주관적 불법요소가 없는 행위로 형사처벌받지 않는 것은 췌언을 요하지 않음), 위 범죄행위가 성립하면 “공중위생영업자”는 본인의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법 규정의 형식,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누군가의 청소년보호법위반(형사책임)이 있음이 전제되어야 공중위생영업자에 대한 행정제재가 가능함은 명백하다. 이것이 기존의 확립된 대법원판례이다. 실질적으로 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행정제재(영업정지처분, 과징금 부과처분)보다 훨씬 약한 행정질서벌(과태료) 부과에 대하여까지 고의, 과실을 요구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7조). Ⅴ. 기존 대법원판결들의 분석 (1) 대법원 1994. 1. 11. 선고 93누22173 판결 이 사안은 사업자와 현실적인 행위자가 동일인인 사안으로 보인다. 고의 내지는 인식이 있어야 함을 명백하게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의 판시취지대로라면, 이 판결 사안에서, 숙박업자가 공중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되어 행정처분을 받거나, 공중위생영업자의 의무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제재처분을 할 수 없다고 판시했어야 할 것이다. (2)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두2223 판결 식품위생법 제31조 제2항 제4호에 규정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위반으로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사업자에 대하여 고의가 인정되어야 함을 명백하게 설시하고 있다. 이 사안도 사업자와 현실적인 행위자가 동일인인 사안으로 보인다. (3)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4069 판결,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도6032 판결은, 고의(인식)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음식점 운영자가 식품위생법 제31조 제2항 제4호에 규정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의 형사판결이다. (4)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두5005 판결의 사안은, 현실적인 행위자는 근로자들(버스기사들)이나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012. 2. 1. 법률 제112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위반(임의결행)의 주체로 사업자만 규정되어 있으므로 현실적인 행위자들에게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명백하나 행정법규위반은 되지 아니하고, 사업자는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위 법 제10조 위반이 된다는 취지이다. 어쨌든 현실적인 행위자의 고의에 의한 행위가 존재한다. (5)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두6700 판결의 사안도, 현실적인 행위자는 갑 주식회사의 임직원이고 입찰참가시 임직원이 고의로 허위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6조 제1항 위반의 주체를 사업자(부정당업자)로 한정하였고, 현실적인 행위자를 위반의 주체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서 대법원 2013두5005 판결의 사안과 구조가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6) 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4두8773 판결은, 대부업등록을 한 법인인 당해 사건의 원고회사의 직원이 현실적인 행위자로서 고의가 인정되는 사안이다. (7)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두46175 판결은, 현실적인 행위자인 소외인이, 할부거래법이 필수적인 등록취소사유로 규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요건에 관하여 사전에 고의 내지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사안이다. (8)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두63515판결은, 현실적인 행위자인 농심원 영농조합법인의 임직원의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파기환송판결을 하고 있는 사안이다. (9) 대상판결이 원용한 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두12264 판결이 유일하게 대상판결과 유사한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 대법원판결은 대법원이 제공하는 대법원종합법률정보에도 게시하지 아니한 판결이고, 그 이전·이후의 확립된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와 상반된 판결로서 전원합의체판결도 아니므로 판례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할 것이다. Ⅵ. 결어 대상판결이, 논란의 여지가 전무한 기본적인 법리를 오해하여, 제대로 적법하게 판시한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은, 법률신문 2020. 4. 2.자 사설에서 지적한 사례 즉, 군형법 제60조의 6의 '군인등에 대한 폭행죄의 특례'를 간과하여 적법하게 판결한 군사법원의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이 적극적인 오류를 범한 것이다. 불과 석달만에 대법원의 이러한 잘못이 반복되는 것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임호영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경원)
무인모텔
행정제재
미성년자
모텔
청소년
임호영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경원)
2020-07-23
경찰의 CIMS를 통한 피의자 정보관리는 법률유보원칙에 합치
Ⅰ. 사실관계 1. 원고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피의사실로 수사를 받았으나, 모두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 경찰은 원고들에 관한 사건번호, 수사단서, 접수(송치)죄명, 종결일자 등과 피의자신문조서 등 정보를 '경찰 범죄정보관리시스템'(Crime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이하 'CIMS'라 한다)에 입력하여 보유하고 있었고, 2010년 5월 1일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CIMS에 입력되어 있던 각종 정보들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orea Information System of Criminal-justice Service, 이하 'KICS'라 한다)으로 이관되었다. 3. 원고들은 2010년 6월경 경찰청장에 대해 CIMS 또는 KICS에 들어 있는 사건관련 정보의 삭제를 청구하였고, 경찰청장은 원고들이 청구한 대로 정보를 삭제하였다고 원고들에게 통보하였다. 4. 원고들은 2010년 8월경 피고(대한민국) 소속 경찰관이 개인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해 수집·보관·이용한 행위,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정보를 삭제한 행위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위자료 각 1,100만원을 청구하는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8. 12. 선고 2010가단315870 판결)은 경찰관이 형사 입건된 원고들의 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해 수집·보관·이용한 행위와 그 정보를 삭제한 행위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정당한 직무범위에 포함되며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누설하였거나 목적 외에 사용하였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삭제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위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패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들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2. 30. 선고 2011나40198 판결)은 제1심을 인용하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상고하였다. Ⅲ. 대상 판결의 주문 및 이유 1.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2. 이유 (1)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원심은 경찰관이 형사 입건된 원고들의 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하여 수집·보관·이용한 행위와 그 정보를 삭제한 행위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제5조, 범죄정보관리시스템 운영지침 제9조 등의 법률에 근거한 규율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규정 및 헌법재판소 결정 등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원심은 경찰의 개인정보 수집·보관·이용 행위와 그 삭제행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에 관한 개인정보를 보관하는 것은 재수사를 대비하여 기초자료를 보존하여 형사사법의 실체적 진실을 구현하는 한편, 형사사건 처리결과를 쉽게 그리고 명확히 확인하여 수사의 반복을 피함으로써 수사력의 낭비를 막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경찰관이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수집·보관·이용한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규정 및 헌법재판소 결정 등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과잉금지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Ⅳ. 평석 1. 대상 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 판결은 CIMS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등 법률에 근거한 규율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하지 아니하였다고 설시함으로써 명시적으로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인정한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2. 구체적 검토 (1) CIMS의 개요 CIMS는 일선 경찰서의 담당자가 사건접수 단계부터 검찰송치 단계까지 시스템에 입력하여 사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단계별 처리과정에서 입력된 자료를 기초로 범죄수사와 다양한 통계 산출에 활용하기 위한 전자적 관리체계로서 CIMS에 입력되는 정보는 사건정보(발생일시, 장소 등)와 대상자정보(사건관련자 인적사항)이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라는 단행법을 근거로 운영되고 있는 KICS와 달리 CIMS는 경찰내부지침인 '범죄정보관리시스템 운영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는바, 2010. 5. 1.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 시행되어 KICS가 운영됨에 따라 CIMS에 있던 정보는 KICS로 이관되었다. (2)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의 존부에 관한 학설 대립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가 경찰작용의 개별적 수권조항이 없는 경우 일반적(개괄적) 수권조항이 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긍정설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6호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인정하는 견해, 같은 법 제5조 제1항 '기타 위험한 사태'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보는 견해, 같은 법 제2조 제6호, 제5조 제1항 제3호를 유추해석하여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위험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 같은 법 제2조 제6호를 개괄수권조항으로 인정하되 제5조를 제2개괄수권조항, 제6조를 제3개괄수권조항으로 보는 견해 등이 있다. 부정설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관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직법상 일반규범이므로 경찰권 발동의 근거가 아니라고 보고, 입법필요설은 개괄조항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권한규정이 아니므로 입법을 통해 일반적 수권조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이다. (3)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6조)의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청원경찰법 제3조에서 규정하는 청원경찰의 직무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경찰관의 직무에 비추어 허가 없이 창고를 주택으로 개축하는 행위를 청원경찰이 단속하는 직무집행이 적법하고 이를 폭력으로 방해하는 소위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86. 1. 28. 선고 85도2448 판결). (4) 헌법재판소 결정례 경찰이 지문정보를 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지가 문제된 헌재 2005. 5. 26. 99헌마513 결정에서 다수의견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0조 제2항 제6호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밖에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 제17조의10 제1항, 경찰법 제3조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도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반면,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전효숙은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 제17조의10 제1항,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청장이 지문원지를 송부받아 보관할 수 있는 근거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서울광장을 경찰차벽으로 막아 통행을 제지한 행위가 문제된 헌재 2011. 6. 30. 2009헌마406 결정에서 경찰권 발동의 일반적 수권조항이 문제되었다. 이 부분 견해를 표명한 헌법재판관의 의견은 2대2로 팽팽하다. 2009헌마406 결정의 보충의견(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송두환)은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의 임무, 경찰관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항들로서 이들 조항을 일반적 수권조항이라 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박탈하는 행위의 근거조항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2009헌마406 결정의 반대의견(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박한철)은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일반시민의 공물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행위를 제한한 것으로서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서 그 법적인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이유로 복잡다기하고 변화 많은 현대사회에서 빠짐없이 개별적 수권조항으로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며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인 경찰권 행사가 가능하기 위해서 일반적 수권조항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점, 일반적 수권조항은 보충적으로 적용되고 경찰권 발동에 관한 조리상 원칙이 발달되어 있어 남용될 우려가 없는 점 등을 들었다. (5) 결론 긍정설이 타당하다. 대상 판결은 경찰법 제3조도 법적 근거로 보았으나, 경찰법이 국가경찰의 기본조직 및 직무 범위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인 점, 경찰의 직무와 권한을 구분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인 점(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49009 판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조직법인 경찰법이 제정된 1991년 이전인 1981년 신설된 조항인 점 등에 비추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독일의 경우 임무규범으로부터 권한규범을 도출하는 전통이 있었고 크로이쯔베르크 사건에서 그 입장이 확인되었다.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이 도입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나, 현행법 해석상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운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일반적 수권조항에 근거한 경찰권 발동은 보충적·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일반적 수권조항의 불확정 개념은 학설·판례로써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찰권 발동과 시민적 법치주의의 절충점을 모색해나갈 것이다.
2012-11-08
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법리
Ⅰ. 들어가며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사전수뢰죄로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1999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기각하였다. 필자가 검토한 결과 사전수뢰죄에 대한 판례는 그 사례가 매우 적을 뿐더러, 현실에서 주로 나타나는 '묵시적 청탁'과 관련된 사례는 더더욱 찾기 어려웠던 바, 그러한 이유로 시일이 많이 경과하였음에도 위 판결이 법원 결정의 근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판결을 확인한 결과 법이론의 측면 뿐만 아니라 실무상 형평의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있어 이하에서는 이를 검토해 보도록 한다. Ⅱ. 사안 피고인은 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국회의원직을 사임하였고, 자치단체장 선거일 며칠 전 B회사의 A사장으로 부터 민원과 관련한 현안에 대하여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조로 2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받았다. 그 후 당선이 되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취임하였다. 이와 같은 사안을 형법 제129조 제2항에 규정된 사전수뢰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었다. 당시 B그룹의 A가 조성한 비자금은 수십억원에 이르렀는데, 검찰은 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여 비자금이 사용된 내역 중 정치인들 30여명의 명단을 확보한 다음 그 중 일부 정치인들을 수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하였고, 8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 나머지 25명에 대해서는 그들이 받은 돈이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 선거자금 내지 후원금인 것으로 보아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검찰은 피고인을 자치단체장에 취임하기 직전 2억원을 받은 사실로 인한 사전수뢰죄 혐의로 불구속기소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1심 재판부인 서울지방법원 제30형사부는 1997. 12. 29. 사전수뢰죄는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청탁과 승낙이 있어야만 성립한다'고 하면서, 피고인이 받은 2억원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의 대가로 전달된 청탁금 또는 정치자금에 불과'하다고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찰은 항소, 상고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에서 모두 항소기각, 상고기각되었다. Ⅲ. 판결요지 및 쟁점 사전수뢰죄에서 구성요건으로 규정하는 '청탁'의 구체성과 특정성의 요부 및 그 정도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그 법리에 대하여 명확한 구체적 설시를 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원심이 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구체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하여 원심(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98노193호 판결도 구체적인 사전수뢰죄의 청탁의 구체성에 대한 법리 설시 없이 1심인 서울지방법원 97고합436호 판결의 취지를 인용하였다)과 1심의 사전수뢰죄에 대한 법리를 그대로 수긍하였는바, 아래에서는 사전수뢰죄에서의 '청탁'의 해석론을 구체적으로 밝힌 1심 판결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Ⅳ. 평석 1. 1심 판결의 요지 이 사안에서 1심 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청탁을 받고'라는 구성요건을 강조하면서 범죄성립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부탁과 그에 대한 승낙"이 있을 것을 요하고, 청탁과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나,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사전수뢰죄의 '청탁'에 대한 해석 일반 1) 학설의 일반적인 설명 이에 대하여 학설은 『청탁이라 함은 공무원에 대하여 일정한 직무행위를 할 것을 의뢰하는 것을 말하며, 「청탁을 받고」란 그러한 의뢰에 응할 것을 수락하는 일체의 행위사정을 말한다. 부정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정당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묻지 않으며, 청탁과 약속이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또 이 경우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김일수, 서보학, 박상기, 정성근, 박광민). 원래 형법전에 「청탁을 받고」라는 용어가 나타난 것은 구 형법이 「전항의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라 하여 그 죄책을 무겁게 규정한 데서 비롯되었으나 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의 유무는 죄책의 경중에 대한 표준이 되지 못하고 오직 그 직무와 그에 대한 대가관계의 유무를 결정하는 하나의 표준이 되는데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하여 왔는데, 현행법이 일본 형법 가안의 영향을 받아 단순수뢰죄의 경우는 이를 삭제하고 본죄에 있어서는 행위의 주체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이므로 뇌물과 직무와의 관계가 명확하지 아니하다고 보아 청탁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한 것이다』고 하여 직무행위가 특정될 필요는 없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으로 족하다고 설명한다. 2) 일본 학설 및 판례의 태도 일본 형법은 제197조 제1항 전단에서 '단순수뢰죄'를, 같은 항 후단에서 "이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하여 '단순수뢰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인 이른바 '수탁수뢰죄'를, 같은 조 제2항에서 "공무원 또는 중재인으로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 공무원이 된 경우"라고 하여 '사전수뢰죄'를 각각 규정하고, 그 '청탁'의 의미를 '수탁수뢰죄'와 '사전수뢰죄'에서 동일하게 해석하고 있는바, 우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위 규정에 대하여 일본의 학설 및 판례는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뇌물의 공여 자체에 따라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가 보여지면 족하다"고 하고, "청탁은 반드시 뇌물공여 사전에 명시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뇌물공여하는 것 자체에 의하여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를 표시하는 것도 청탁에 다름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다만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행위가 어느 정도 구체성을 갖는 것을 필요로 한다고 하면서, 이는 '수탁수뢰' 가중처벌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결국 일본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이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다는 것 그리고 직무행위는 어느 정도만 구체성을 띠면 충분하다는 것은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논리라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판결에 대한 검토 그러나 위 1심 판결은 "청탁과 승낙은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공무원의 직에 취임한 후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은 여기에서의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서 일반적인 학설, 일본의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는 해석을 근거 없이 배척하고, '청탁'의 해석을 위하여 '부정한 청탁'에 대한 배임수재죄의 해석을 끌어들였는데, 국가적 법익죄의 해석에 개인적 법익죄의 해석론을 차용하는 것은 전체 형사법체계에 비추어 맞지 않고,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뇌물죄의 청탁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마땅한 기준이 없다면 같은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해석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 뇌물죄에서의 다른 대법원 판례와의 비교 오히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요하는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의 '부정한 청탁'에 대하여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도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묵시적인 의사표시라도 무방하며, 실제로 부정한 처사를 하였을 것을 요하지도 않는다"(대판 2004도1632호)고 판시하고 있다. 위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인 서울지방법원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면서 ① 공여자와 C가 처음 만나게 된 것이 관광지구 신청이 이루어질 무렵인 점(1995. 6.경 선거 무렵), ② C는 도지사로서 관광지구 지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③ 불과 1년전에 관광지구에서 제외된 부동산이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④ 인근 부동산에 관광지구로 신청된 것 중 공여자의 토지만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등을 비추어 C에게 대가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함이 합리적이라고 하여 "관광지구 지정"이라는 직무행위에 대한 '명시적'이고, '구체적' 청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유죄로 인정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이 부분에 상고하였지만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었다. 위와 같이 국가적 법익죄인 제3자뇌물수수죄에서의 '부정한 청탁'에 대해서도 '묵시적'이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을 갖는 직무행위라면 그 청탁을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인데, 사전수뢰죄에서만 이를 달리 볼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인 1심 판결의 사전수뢰죄의 법리해석은 이렇듯 그 이후에 다수 축적된 '청탁'의 법리와 모순을 보이고 있다. 2) 지방자치단체 長인 시장의 직무행위의 포괄성 :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의 필요성 또한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경우에는 그 직무권한이 포괄적이어서 달리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 '직무'와 '뇌물' 사이의 대가관계는 반드시 개개 직무행위에 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성립할 필요는 없으며, 관련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것인 한 일반적·포괄적인 것이라도 상관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김일수, 정성근, 진계호 등)이다. 이러한 해석에 입각하여 대법원은 소위 '포괄적 직무관련성'(내지 포괄적 대가관계)에 대한 법리를 확립하였는데, 이는 대법원이 소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대법원 96도3376호 판결)에서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가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판시한 사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이는 대통령의 업무가 국정 전반에 걸쳐 포괄적이고 막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통령의 지위를 정확하게 반영한 취지라고 할 것이고 대법원은 국회의원에게도 위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대법원 97도2609호 판결)하고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포괄적, 광범위한 직무권한에 기초한 '포괄적 직무관련성'의 법리는 행정권에 대한 견제기능이 주권한이 되는 국회의원보다는 관할구역 내에서 대통령 못지 아니한 포괄적이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이 학설의 태도이고, 위 견해 역시 평석 대상 사건의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 취지는 ① 사전수뢰죄와 일반수뢰죄가 다를 것이 없는 점, ② 관할구역에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직무권한을 가진 단체장에게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을 포기하고, '갑자기' 구체적 직무관련성을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점, ③ 부산제강소의 현안문제를 잘 처리해달라는 것이 어찌 구체적 청탁이 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는 점 등인데, 마지막에서 제시한 것은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특히 두 번째 지적사항은 관할구역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및 그동안의 대법원이 일관되게 판시한 포괄적 뇌물죄 법리에 비추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3) 형평성의 문제 또한 이 사건과 같이 당선개연성이 매우 높은 차기 시장에게 직무행위에 대한 엄밀한 구체성, 특정성을 요구하면, 퇴임을 앞두고 있어 실질적 권한 없는 현직 시장이 금원을 수수한 경우보다 처벌가치가 훨씬 큼에도, 현직 시장은 직무관련성만 인정되어도 처벌가능한 반면 차기 시장은 처벌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Ⅴ. 결론 : 사전수뢰죄에 대한 최초의 판단인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선례로서의 가치가 극히 낮아 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대상 판결은 앞서 인용한 것처럼 서보학 교수가 지적하듯 사실관계 인정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법리적인 '청탁'의 해석에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학설의 견해, 같은 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 형법과의 비교,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직무권한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뇌물죄에서 다른 대법원 판례가 견지하는 '청탁'에 대한 해석 등 어떤 것과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법원공보에 실리지 않았을 뿐더러, 법원의 내부전산망에서조차 키워드 검색이 불가능한 관계로 그 동안 학계나 실무계에서 충분히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사전수뢰죄 법리의 정립을 위해서도 위 판례는 조만간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2-02-16
종업원의 영업비밀 침해와 업무상배임죄
Ⅰ.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은 자동차용 알루미늄 휠 생산업체에 근무하던 종업원(갑)이 2005. 11. 퇴직후 타 업체로 전직하면서, 자신이 재직 중에 작성하였던 컴퓨터 파일 등 업무자료를 동료 직원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에 복사하여 가지고 나왔다가, 전 소속회사의 사장으로부터 부정경쟁방지법위반 및 특허법위반 등으로 고소를 당한 데서 비롯되었다. 검찰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위반 및 특허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혐의없음 결정을 함과 동시에, 피고인 (갑)과 고소인 회사의 직원으로서 (갑)의 노트북에 파일을 복사해 준 피고인(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은 2007. 12.13.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2008.6.13.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피고인들이 불복 상고하여 대법원은 2009. 5.28. 관여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항소심 판결은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및 그 고의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 환송하였다. 결국, 이 사건은 2009. 7.7. 대전지방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고, 그 취지가 일간신문에 공시되었다.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판결의 의미 이 사건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은 비록 전원합의체 판결은 아니지만, 최근까지 일선 법원에서 종업원의 퇴직시 컴퓨터 파일 등을 복사해 나간 사건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 또는 업무상배임죄로 의율하여 널리 처벌해온 판결 경향을 극복하고, 죄형법정주의 내지 고의책임 원칙에 충실하게 해석하여 무죄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사건이라고 평가된다. 만일 항소심의 결론대로라면 피고인이 퇴직 직후 경쟁업체에 취업한 그 자체가 불법이라는 의미인가, 퇴직한 종업원에게 그러한 경업금지 의무가 과연 있는가, 경업금지의 근거는 형법인가, 민법인가, 아니면 계약상인가? 민사법상으로도 상반된 해석의 소지가 있는 퇴직시 보안각서의 효력 관계를 형법책임까지 연결해서 범죄로 다스리는 것은 ‘형법의 보충성’에 반하는 것 아닌가? 더 나아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가 우선이냐, 영업비밀의 보호가 우선이냐 하는 좀 더 심층적인 법리 쟁점까지 함축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2. 항소심의 판단과 그 문제점 대법원이 지적한 항소심 판단의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즉,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을의 이 사건 자료파일 유출행위는 피해자 ‘A 회사’의 종업원으로서의 신의칙상 임무에 위배하여 A 회사에 액수 미상의 영업상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B 회사’에게 같은 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위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배임의 고의가 있었으며 업무상배임죄의 신분관계가 없는 피고인 갑도 피고인 을의 배임행위에 공모한 것이라고 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피고인 을이 파일을 복사해주게 된 경위, 당시 피고인들의 처지, A 회사의 업무자료에 대한 관리실태, 이 사건 자료파일 복사 후 피고인의 이용 상황 등 기록에 나타나는 제반 사정을 위 배임의 고의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을이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의 구체적 내용이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만연히 퇴사한 전직 동료의 편의를 봐준다는 차원에서 자료를 복사해 준 것이고 피고인 갑 역시 자신의 개인파일을 찾아가려는 것이 주된 의도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일부 간접사실들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그들이 공모하여 회사의 중요자료를 유출하고 A 회사에게 손해를 입게 한다는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는 요지이다. 3. 대법원의 판시 결론-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시 이유를 상세히 검토해보면 항소심에서 인정한 법리뿐만 아니라 사실관계 자체를 전면적으로 배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항소심 판결에 설시한 업무상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인 임무위배행위 뿐만 아니라, 주관적 구성요건인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만한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시를 한 것이다. 이러한 판시는 법률심이자 최종심인 대법원으로서 극히 이례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대법원이 사실심 파기자판에 가까운 판시를 하게 된 배경과 이유에 관하여 상세히 해설하고자 한다. Ⅲ. 평석 1. 업무상배임죄의 법리 대법원 판결이 설시한 판시이유를 보면,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대법원 2003. 1.10. 선고 2002도758판결 등 참조)는 기존의 판례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되어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해야 하며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간접사실에 의하여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업무상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6.28. 선고 2000도3716 판결, 대법원 2004. 7.22.선고 2002도4229 판결 등 참조)는 기존의 판례도 함께 인용하고 있다. 위 두 판례는 모두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한 사례인데도 이러한 판례를 전제로 하여 이 사건 피고인들에게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및 그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결국 이 사건 항소심 판시에 사실오인이 있었음을 대법원이 발견하고 항소심 판결이 사실오인을 바탕으로 기존 판례를 적용한 것은 결국 법리오인으로 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검사는 1심법원의 무죄판결에 대응한 항소이유서에서 비록 영업비밀이 아니라도 주요영업자산에 해당하면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기존의 판례(대법원 2005. 7.14. 선고 2004도7962 판결)를 인용하였고 항소심 법원도 이를 근거로 유죄판시를 하였으나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 판례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음으로써 항소심의 판시를 일축하였다. 또 항소심 판시이유에는 배임죄에서 재산상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까지를 포함한다는 판례(대법원 2005. 3.11. 선고 2004도3044 판결)도 들었으나 이 판례 역시 대법원 판시이유에는 언급되지 않은 채 누락되었다. 이는 대법원이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 자체가 그러한 기존의 판례를 적용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볼 것이다. 2. 대법원에서 지적한 항소심의 사실오인 부분 항소심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지적의 핵심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판시부분에 있다. 특히 놀라운 대법원의 판시 태도는 새로운 사실심리의 필요성을 제시하지 아니하고도 무죄의 판단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즉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만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사실관계만으로도 원심의 유죄판결을 번복하기에 넉넉하다고 인정하였다는 점이다. 지면관계상 구체적인 사실인정 판시부분을 모두 인용하기는 어렵지만,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 피고인(을)이 파일을 복사해주게 된 경위, 당시 피고인들의 처지, A 회사의 업무자료에 대한 관리실태, 이 사건 자료파일 복사후 피고인(갑)의 이용 상황 등 기록에 나타나는 제반 사정을 위 배임의 고의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을)이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의 구체적 내용이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만연히 퇴사한 전직 동료의 편의를 봐준다는 차원에서 자료를 복사해 준 것이고 피고인(갑) 역시 자신의 개인파일을 찾아가려는 것이 주된 의도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일부 간접사실들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그들이 공모하여 회사의 중요자료를 유출하고 A 회사에게 손해를 입게 한다는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3. 그 밖의 절차적 쟁점 결국 원심이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가 피해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에게 그 배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데에는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 및 그 고의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 판시는 지당한 결론일 뿐만 아니라, 뒤늦게나마 피고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되찾아주었다는 점에서 뜻 깊은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사건의 항소심 공판과정에서 여러 가지 절차적 쟁점도 등장하였는데도 그러한 절차적 쟁점에 대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해서는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는 것이다. 변호인이 상고이유서에서 제기한 절차적 쟁점 가운데는 항소심 변론종결 이후에 변론재개를 거쳐 공소장변경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 적법하게 요청한 공판절차 정지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유죄판결을 선고한 것은 형사소송법 제298조 4항의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절차라는 주장을 비롯하여, 항소심판결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최근의 대법원 판례에도 반한다(대법원2006. 11.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등)는 주장이 그 요지였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무죄의 심증 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해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엄격하게 이행할 것을 하급심 법원에 요구함으로써 재판의 신뢰를 증진해 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절차적 쟁점에 대하여는 판단을 생략한 채 침묵을 지켜 아쉬움을 주었다. Ⅳ. 마무리 이 사건은 종업원이 퇴직하면서 자신이 재직중 작성한 컴퓨터 파일을 복사해 나간 혐의로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된 피고인(갑)과 이를 복사해준 동료직원인 피고인(을)에 대하여 1심 법원에서 이미 무죄판결이 선고된 사건이다. 공판검사가 1심판결에 불복 항소하기는 하였으나 1심에서 적극적인 입증에 실패하였고, 항소심에서도 짤막한 공소장 변경 이외에는 별다른 공소유지활동을 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원심법원은 새로운 사실심리나 증거조사 없이 변론 종결했다가 뒤늦게 검사의 변론재개 및 공소장변경신청을 받아들여 1심의 무죄판결을 번복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결국 위에 소개한 바와 같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강조한 대법원 판례의 확고한 입장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유죄판결은 피고인 인권보장 및 정당한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 반드시 지켜야 할 공판중심주의 원칙이나 실질적 직접심리원칙을 존중하지 않는 중대한 위법을 범하였을 뿐만 아니라 형법상 업무상배임죄 구성요건 해석상으로도 범죄성립의 가능성을 과도하게 확장 해석하여 죄형법정주의와 고의책임 원칙을 소홀히 취급한 잘못이 크므로 파기를 면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교훈을 통하여 검찰의 영업비밀 침해사건 수사가 좀 더 치밀하고, 합리적으로 전개되기를 바라며, 법원의 재판절차도 더욱 공판중심주의에 부합하게 진행되어 피고인들의 방어권이 충실하게 보장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피고인들은 기소된 지 2년 넘게 끈질긴 법정투쟁 끝에 무죄를 얻어냈으나, 특히 기술적 이해가 법률판단 못지않게 중요한 영업비밀 분쟁사건에 있어서는 전문 감정인에 의한 기술 감정결과가 보다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졸고가 적정한 수사 및 재판절차를 확립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
2009-09-14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