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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공공기관등 게시판 인터넷실명제 사건
1. 대상결정의 개요 가. 사건개요 청구인은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 ‘서울 동작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그 밖에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사·지방공단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게시하려고 하였으나, 위 각 게시판의 운영자들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서 곧바로 의견을 게시하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제3항에 따른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지방공단(이하 “공공기관등”이라 한다) 다. 결정요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의 경우 본인확인조치를 통해 책임성과 건전성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해당 게시판에 대한 공공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며, 그 이용 조건으로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시판의 활용이 공공기관등을 상대방으로 한 익명표현의 유일한 방법은 아닌 점, 공공기관등에 게시판을 설치·운영할 일반적인 법률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이라는 한정적 공간에 적용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크지 않다. 그에 반해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반대의견(재판관 4인)]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본인확인을 한 경우에만 정보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고, 게시판에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표현의 내용과 수위 등에 대해 자기검열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2. 평석 가. 인터넷실명제의 의의 및 연혁 인터넷실명제 또는 본인확인제란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상의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거나 자료를 등록하는 경우 또는 뉴스 기사 등에 대하여 댓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서비스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정보가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글을 등록하거나 자료를 올릴 수 있게 하여 글의 작성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실명제의 주요 연혁은 아래와 같다. 나. 익명표현의 자유의 사회적 기능 헌법 제21조 제1항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고자 하는 핵심가치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나 의견을 외부에 표명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경우에 더 잘 실현될 수 있고, 그것이 실명으로 표현되든 익명으로 표현되든 그 표현방식이나 표현방법은 의사표현자의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의 경우,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국가의 정책결정 등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를 중시하여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다. 대상결정의 한계와 입법론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익명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위 〈표〉에서 보듯이, 2012. 8. 23.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0헌마47등), 2021. 1. 28.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운영하는 경우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8헌마456등) 각 위헌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대상결정은 이러한 익명표현의 자유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상결정에서 실명게시판 유지의 이유로 우선,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과 달리 본인확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본인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공공기관등의 신뢰성과 원활한 업무수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조치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본인확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 심판과정에서 게시판 운영에 대해, 외교부는 실명제 폐지의사를, 경찰청은 실명제 유지의사를,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는 실명제이든 익명제이든 무차별하다는 의사를 각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인터넷의 동시성, 전파성, 시간·공간의 무제약성이라는 상황적 조건으로 인해 게시판에 위법한 내용이 게시되면 그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공공기관등의 게시판에 게시된 내용이 추후 삭제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익명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사회적 기능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고 있는 공적 영역은 그렇지 않은 영역에 비하여 오히려 자기검열로 위축될 우려가 크므로 익명표현의 자유가 더욱 강하게 보장될 필요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반대의견이 밝힌 것처럼 익명표현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더라도, 이는 관리자에 의한 해당 정보의 삭제,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위 정보를 게시한 이용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의 추궁 등의 방법을 강구하는 방식으로 대처하여야지 익명표현의 자유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해서는 아니된다. 위 [표]에서 나타나듯, 헌법재판소가 선거운동기간 중 게시판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선고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 역시 향후 2차,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변경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익명표현의 자유가 계속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에는 위헌결정과 달리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 점,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라서는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률적·필요적 실명확인제를 선택적·임의적 실명확인제로 개선함이 타당하다. 현행법하에서는 게시판을 익명제로 운영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 본인확인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인터넷실명제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5
표현의자유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2023-07-08
금융·보험
소비자·제조물
티머니카드의 분실신고접수 및 잔액환불 거부에 대한 소비자단체소송
1. 서론 원고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은, 소비자가 피고 (주)한국스마트카드의 홈페이지에 등록한 티머니카드(선불식 충전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경우에 피고가 분실신고접수 및 잔액의 환불을 거부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재산에 대한 권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그 침해가 계속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행위의 금지 및 중지를 구하는 ‘소비자단체소송’을 제기하였다(소비자기본법 제70조). 소비자단체소송제도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소비자단체 등에게 사업자의 위법한 행위의 금지 및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소권을 부여한 '소비자기본법' 상의 제도이다(소비자단체소송제도의 의의 및 소송의 현황에 관하여는, 서희석, '소비자단체소송제도의 발전적 확대방안-집단적 소비자피해의 구제를 위한 소송제도의 정비-', 사법 제53호(2020. 9.), 53면 이하를 참조).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1심 및 2심 판결도 같음). 이 판결은 소비자단체소송에 관한 대법원으로서의 최초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카드를 피고의 중앙서버에 등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분실신고접수 및 잔액환불을 거부당하고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단히 실망스런 결과가 되고 말았다. 본고에서는 본건 소비자단체소송이 어떠한 이유로 제기되었고, 대법원은 어떠한 논리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는지를 살펴본 후, 그 문제점 및 향후 과제에 대해 사견을 언급하기로 한다. 2.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및 피고의 주장 피고는 티머니카드의 이용약관 제7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약관조항'이라 한다)에서 '고객의 T-money 분실 또는 도난 시 기 저장된 금액과 카드 값은 지급 받으실 수 없습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10조(접근매체의 분실과 도난 책임) 제1항은,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이용자로부터 접근매체의 분실이나 도난 등의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때부터 제3자가 그 접근매체를 사용함으로 인하여 이용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의 분실 또는 도난 등으로 발생하는 손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대통령령은 "법 제10조제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라 함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의 분실 또는 도난의 통지를 하기 전에 저장된 금액에 대한 손해에 대하여 그 책임을 이용자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이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와 이용자 간에 미리 체결된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시행령 제9조). 티머니카드는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서 접근매체의 일종이다. 피고는, 이 사건 약관조항은 법 제10조 제1항 단서 및 시행령 제9조에 따라 티머니카드의 분실 등의 경우에 사업자가 면책된다는 취지를 합법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2) 원고의 주장 법 제10조는 접근매체의 분실 등의 통지시점을 기준으로 분실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무권한거래에 따른 손해에 대한 책임분담의 룰을 정한 것이다. 즉 통지시점 이전에 제3자의 무권한거래로 발생한 이용자의 손해는 이용자가 부담하고 통지를 하면 그 시점부터 금융회사 등이 그 손해를 부담한다. 통지가 이루어지면 금융회사 등은 당해 접근매체의 사용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여 무권한거래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른바 무기명 카드의 경우에는 분실 등 통지를 하여도 이용자의 본인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정지 등의 조치도 불가능하다. 법 제10조 제1항 단서 및 시행령 제9조에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에 대해 면책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카드가 무기명식으로 발행되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티머니카드도 대부분의 경우 무기명식으로 발행된다. 그러나 어린이·청소년 카드의 경우에는 요금할인을 받기 위해서 피고의 중앙서버에 개인정보 및 카드번호 등의 등록이 필수적이다. 또한 일반카드라 하더라도 중앙서버에 등록을 하면 마일리지 적립 및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등록에 의하여 카드가 특정되고 이용자의 본인확인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등록카드를 분실 등 하였을 경우 사업자는 카드 사용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등록 티머니카드의 경우 무기명식 카드와는 사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등록 티머니카드의 잔액환불은 물론 분실 등 통지(신고)의 접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원고는 등록 티머니카드의 분실신고의 접수 및 잔액의 환불을 거부하는 피고 행위의 금지 및 중지를 청구하면서, 그 논거로서 (1) 중앙서버에 등록된 카드의 경우 법 제10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본문이 적용되어야 하고, (2) 설사 단서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분실 등에 따른 신고접수 및 잔액환불을 거부하는 피고의 이 사건 약관조항은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그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으로서 약관규제법 제9조 제1호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 두 가지 주장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에도 그대로 설시되었다. 3. 대법원의 판단 및 검토 (1) 등록 티머니카드에 전자금융거래법 제10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되는지 여부 대법원은 “법 제10조 제1항 단서는 문언상 기명식과 무기명식을 구분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불전자지급수단은 그 특성에 비추어 기명식이든 무기명식이든 금융회사 등을 면책시키는 약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법 제10조 제1항 단서의 ‘선불전자지급수단’에는 기명식과 무기명식이 모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하선은 필자)고 판시하여 원고의 상고이유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것은 (대법원도 그 판결문에서 설시하고 있는) '법과 그 시행령이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를 기명식과 무기명식으로 구분하여 발행권면 최고한도와 양도방법 등을 달리 정하고 있는 점'(따라서 법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규율에 관하여 기명식과 무기명식의 구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 및 중앙서버에의 등록을 통해 실지명의가 확인되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기술적 특성’을 전혀 무시한 해석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단에 의하면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기명식으로 발행했다 하더라도 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의한 면책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접근매체의 분실 등의 경우에 무권한거래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그 본문의 사정범위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은 (기명식, 무기명식을 불문하고) 처음부터 배제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법 제10조 제1항의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것이다. 다만 법 제10조 제1항은 면책의 범위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령의 운용 여하에 따라서는 위와 같은 불합리함이 상쇄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 이 사건 약관조항의 유효성 여부 시행령은 면책의 범위를 사업자와 이용자 간의 약정에 의하도록 계약자유에 다시 위임하고 있다(제9조). 이 사건 약관조항은 그 결과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조항이 무효가 아니라고 하면서, 나아가 “이 사건 약관조항은 티머니카드 소유자가 카드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한 경우를 대비하여 그 위험부담에 관하여 정하고 있을 뿐 카드 소유자의 해제권이나 해지권을 제한하고 있지 않는데도 원심이 이 사건 약관조항이 결과적으로 카드 소유자의 해제권이나 해지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다”(하선은 필자)고 판시하여 원고의 상고이유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에는 찬성할 수 없다. 이용자에 의한 분실 등의 통지는 법 제10조 제1항에 따른 책임분담의 기준시점을 정한 것이지만, 나아가 더 이상 카드이용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이용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것은 카드 이용계약에 대한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법 제10조 제1항은 이를 보장한 조항으로 해석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약관조항은 등록을 통해 실지명의가 확인되는 등의 기명식 카드라 하더라도 분실 등의 경우에 잔액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것인바, 이것은 기명식 카드의 경우에도 이용자의 해지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다. 이것은 법과 시행령에 의해 위임된 계약자유의 한계, 즉 '법 제10조 제1항의 입법취지 내에서의 자유'라는 내재적 한계를 넘는 것이다. 이 사건 약관조항은 등록 티머니카드의 경우에는 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따른 면책의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하였어야 한다. 등록을 통해 실지명의가 확인되는 경우에도 분실 등 통지 및 잔액환불이 불가능하다면 해당 약관조항은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그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으로서 무효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약관규제법 제9조). 4. 결론 및 향후 과제 (1) 대법원의 결론은 법 제10조 제1항 소정의 분실 등 책임의 예외를 인정하는 동 단서가 문언상 기명식과 무기명식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중시하여 동 단서에 따른 면책약관이 유효하다는 논리에 입각해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등록카드의 경우 무기명식 카드와는 달리 중앙서버에의 등록을 통해 본인확인 내지 카드의 특정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특성을 갖고 있다. 잔금확인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이용내역(교통수단 및 가맹점 이용내역)을 1초 단위로 발급받을 수도 있다. 이것은 중앙서버에 의한 카드이용에 대한 통제도 기본적으로 가능하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카드의 분실 등 통지가 있을 경우 사용정지 조치를 취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게 가능할 것이다(원심은 신용카드와 같이 실시간 통신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을 청구기각 사유로 들고 있으나, 사용정지 조치를 위하여 반드시 그와 같은 실시간 시스템이 전제될 필요는 없다). 법이 선불전자지급수단을 기명식과 무기명식으로 구분하면서 그 규율내용에 차등을 두고 있는 것(법 제18조 제2항, 제23조 제1항 등)에서 법 제10조 제1항의 규율이 제외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분실 등 책임에 관하여 규정하는 법 제10조 제1항에 있어서도 기명식과 무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취급은 달라져야 한다. 동 본문은 실지명의 확인이 가능한 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동 단서는 무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하여야 분실 등 책임에 관한 그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다. (2)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조항에 의한 면책의 범위가 계약자유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위 조항을 무효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건 대법원판결로 인해 법 제10조 제1항은 이제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에 관한 한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면책약관을 삭제하지 않는 한 무의미한 규정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향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론에 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입법론으로서 상정 가능한 방법은 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면책의 범위를 한정하는 수정을 가하는 것이다. (가령 전자금융거래법 제10조 제1항 단서를 다음과 같이 수정한다. “다만, 실지명의가 확인되지 아니하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또는 제16조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른 전자화폐의 분실 또는 도난 등으로 발생하는 손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러나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오랜 논의를 통해 창설된 소비자단체소송제도를 통하여 해석론(=司法積極主義)에 따른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하고 합리적인 이유의 제시없이 그것이 좌절된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희석 교수(부산대 로스쿨·전 한국소비자법학회장)
티머니카드
소비자단체소송
약관
서희석 교수(부산대 로스쿨·전 한국소비자법학회장)
2022-09-20
선거·정치
인터넷
헌법사건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의 의미와 기능
Ⅰ. 사건의 개요 헌법재판소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은 2018헌가16, 2018헌마456, 2020헌마406의 3개 사건을 병합한 것으로서 인터넷신문을 운영하는 법인 또는 유권자 개인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이 선거운동기간 중의 실명인증을 요구한 것, 그리고 그 위반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주장에 따라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 및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들이다. Ⅱ.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인 제82조의6 제1항 등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나, 모든 익명표현을 사전적·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보다 행정편의와 단속편의를 우선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은 정치적 의사표현이 가장 긴요한 선거운동기간 중에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로 하여금 실명확인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모든 익명표현을 규제함으로써 대다수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불이익은 선거의 공정성 유지라는 공익보다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의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법정의견의 판단이다. Ⅲ. 선거운동의 본질과 기능 민주적 선거는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하는 행위이며, 선출된 대표자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의 부여, 선출되지 못한 후보자 및 정당에 대한 통제, 그리고 선거에의 참여를 통해 국민들의 민주의식과 주권의식, 나아가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는 통합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선거의 민주적 기능이 올바르게 발현되기 위한 전제가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이다. 한편으로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통한 정보의 소통, 민의의 수렴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후보자들의 상호 견제를 통해 허위 또는 과장된 학력이나 경력 등을 밝혀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운동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민주주의 실현이 촉진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며, 선거의 승리를 위해 자신에 관한 정보를 부풀리거나 상대 후보자의 정보를 왜곡하는 일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유권자들이 왜곡된 정보에 근거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릴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공정성은 항상 맞물려 있다. 즉, 선거운동의 자유는 결코 자기목적적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공정성을 깨뜨리는 선거운동의 자유는 선거의 민주적 기능을 침해하며, 나아가 민주주의 전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Ⅳ. 인터넷 선거운동의 확대와 그 장단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선거운동의 방식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21세기의 정보통신사회에서는 인터넷 및 SNS 등을 이용한 온라인 선거운동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TV토론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것처럼, 온라인 선거운동의 확대에 대해서도 찬반이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 및 이를 이용한 정보소통의 명(明)과 암(暗)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서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선입견이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인터넷 선거운동이 갖는 장점도 뚜렷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그 장점으로는 대중적인 접근성 및 편의성, 정보전달의 신속성과 효율성, 저비용 고효율 선거운동의 가능성, 활발한 대화와 토론의 가능성 등이 있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가짜뉴스의 전파 위험성과 검증의 어려움, 왜곡된 정보로 확인된 이후에도 통제하기 어려움, 고비용 선거운동이 될 가능성, 활발한 대화·토론의 현실적 한계 등이 지적된다. Ⅴ.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의 의미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헌재 2012. 8. 23. 선고 2010헌마47 등 결정)으로 인하여 포괄적인 인터넷 실명제는 무산되었으나, 제한적·예외적 실명제는 인정되었고, 그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이다. 2004년 3월 12일 개정을 통해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서 제82조의6을 신설함으로써 인터넷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한 취지는 인터넷게시판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과열·불공정한 선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며, 2008년 2월 29일의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해 선거운동기간 중에 한정하여 인터넷게시판 실명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0. 2. 25. 선고 2008헌마324 등 결정, 헌재 2015. 7. 30. 2012헌마734 등 결정에서 이 조항의 합헌성을 인정하였다. 그 주된 논거는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각종 흑색선전이 줄어들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선거의 공정성의 확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실명확인이 필요한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하고, 그 대상을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었다. 헌재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에서는 이러한 과거의 판례를 뒤집고,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2항 등에 따른 본인확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헌성이 인정되고 있다(헌재 2019. 9. 26. 선고 2017헌마1209 결정). 차명휴대전화의 생성을 억제하여 보이스피싱 등 범죄의 범행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방지함으로써 잠재적 범죄 피해 방지 및 통신망 질서 유지 등을 위해서는 실명확인이 가능한데,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에서 강조되고 있는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도 절대적 기본권은 아닐뿐더러, 그 오남용에 대한 합리적 통제는 필요하다. 더욱이 법정의견에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대해 제시한 근거는 과거의 헌법재판소 판례 및 이 결정의 반대의견에 비해 설득력이 약하다. 더욱이 법정의견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말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부분적인 제한이 아닌, 익명표현의 자유 전체를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Ⅵ.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 폐지의 파급효과 포괄적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결정에 의해 폐지된 이후에도 공직선거법에서 제한된 인터넷 실명제를 두고 있었던 것은 선거의 특성, 특히 선거의 민주적 기능 및 그 전제로서 선거의 공정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런데 헌재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은 사실상 익명표현의 무제한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선거운동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이는 불법적 선거운동을 은폐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일 뿐이다. 익명표현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이며, 기본권으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익명표현의 자유는 공익적 필요에 의해 제한될 수 있으며, 선거의 공정성은 그러한 공익적 필요의 하나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익명표현이라는 이름 하에 허위사실의 유포까지도 보호되어야 한다면, 최근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제250조의 허위사실공표죄를 합헌으로 판단한 것(헌재 2021. 2. 25. 선고 2018헌바223 결정)과 모순되지 않는가? 실명표현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되고, 익명표현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괜찮은 것인가? Ⅶ. 결론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성이 의사소통의 자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피해 또한 만만치 않다. 익명의 그늘 하에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는 물론, 각종 신상털기, 스토킹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심지어 인터넷 게시판 및 각종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의 폐해는 그 파급효가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 확인조차 어렵다. 더욱이 인터넷 선거운동에서의 익명성은 당선을 위해 무슨 일도 마다하지 않는 공직선거 후보자들 및 그 지지세력들에 의해 흑색선전의 온상이 될 우려가 매우 크다. 이미 지난 두 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국정원의 댓글조작사건, 민주당의 여론조작사건(이른바 '드루킹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그 위험성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에 대해 위헌이라 판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장영수 교수 (고려대 로스쿨)
익명표현
실명인증
선거운동
장영수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8-26
노동·근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법리적용과 그 인정여부
- 서울행정법원 2016.10.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 1. 들어가며 최근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을 둘러싼 당사자 간의 법적 다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기간제법 시행 이후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법리적용과 그 인정여부에 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개요 및 의의를 검토해보도록 한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참가인은 2013. 2.경 원고의 촉탁계약직(기간제) 모집공고를 보고 입사하였는데, 참가인은 2013.2.25. 원고와 근로계약기간은 2013.2.25.~2013.3.31.까지로 정하여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짧게는 2주일,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총 1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원고의 사업장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5.1.20.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기간이 2015.1.31.자로 만료되어 근로관계가 종료됨을 통보하였으며, 참가인은 근로관계 종료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2015.2.9.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2015.3.31. 기각되었다. 이에 참가인은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15.5.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7.7.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보는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한 것이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인용하였다. 이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장을 피고로 하여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나. 판결요지 서울행정법원은 종전에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이 제시한 법리를 기초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고, 기간제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그 이후로 신규로 채용된 기간제근로자에게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부정된다거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인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후, 다만 대상판결의 경우 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판단기준에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참가인에게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으며, 따라서 원고가 행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보는 부당해고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결론을 달리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검토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한 법원의 입장을 밝힌 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갱신기대권의 인정여부를 판단하였다. 이는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의 인정여부와 관련한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의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종전에 대법원이 제시한 갱신기대권 법리(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가 적용될 수 있음을 밝힌 후, 종전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 맞추어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우선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가 종료된다는 원칙을 기초로, 다만 예외적으로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원고와 참가인이 체결한 촉탁계약직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어디에도 계약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나 계약갱신의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갱신기대권의 법리에 따라 계약갱신에 관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가지 사정을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갱신기대권의 인정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즉 ①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와 관련하여, 참가인이 입사 이후 짧게는 2주일에서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총 1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갱신하여 왔으나, 이는 전출, 휴직, 파견 등의 사유로 작업공정에 일시적인 업무공백이 발생한 경우에 촉탁계약직을 한시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며, 당초 업무공백 사유가 해소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예정되어 있는 점, 그리고 원고가 한시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하여 정규직이 아니라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촉탁계약직을 채용하는 것이 기간제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현행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2호에서는 '휴직ㆍ파견 등으로 결원으로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적어도 법논리적으로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소지가 적어 보인다. 그리고 ② 계약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여부 및 그 실태와 관련하여서도, 참가인이 입사할 당시 원고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촉탁계약직 사원 모집공고문에 '필요시 근로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채용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여 당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삼을 수 없는 점, 설령 근로계약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그 취지는 원고가 사정상 필요한 경우에 계약기간이 만료된 촉탁계약직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할 뿐 원고에게 재계약의무를 부담지운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촉탁계약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출석, 결근 등의 근태관리만이 이루어졌고, 계속적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인사평가 제도가 실시되거나 그러한 결과가 근로계약 갱신에 반영된 적도 없는 점, 나아가 지금까지 촉탁계약직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한건도 없으며 참가인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을 인정하고 있다. 이 역시 갱신기대권의 법리를 충족하기 위한 사실관계로써 인정될 소지가 적어 보인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종전의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 맞추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아니한 판결로써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며, 향후 법원의 판단을 계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아쉬운 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서울행정법원이 기간제법 시행 이후의 사안에 대해서 대법원 2007두1729 판결의 갱신기대권 법리를 그대로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종전의 갱신기대권 법리는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 기간제 근로관계의 종료에 관한 입법적 흠결을 보충하기 위한 법리로써 제한적 의미를 가질 뿐이다. 이제는 기간제법 제4조의 신설로 인하여 입법적 흠결이 치유되었으므로 종전의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소지는 없다고 봄이 법체계상 내지 법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법률관계의 명확성 및 예측가능성 측면에서도 분명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행 기간제법 제4조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기간제법이 제한하는 것은 2년이라는 사용기간이지 당사자 사이에 자유로이 정할 수 있는 계약기간을 규제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즉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2년이라는 사용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계약 당사자에게 명백히 인식되어 있으며, 법체계상으로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소지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그와 같은 해석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살리는 해석임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4. 나오며 기간제법에서는 휴직ㆍ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기간제 근로 사용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때 동일한 사용자와 정규직 근로자 대체를 위해 수차례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하였다는 사실로부터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매 근로계약 체결 때마다 다른 정규직 근로자들의 대체를 목적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하며, 비록 근로자에게 일부 신뢰가 발생하더라도, 법체계상 그러한 신뢰는 사회적 보호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입법적 흠결이 없는 상태에서 입법적 흠결을 메우는 법해석은 지양되어야 한다.
기간제근로자
갱신기대권
2016-11-17
민사일반
공개된 개인정보를 영리목적으로 수집, 제공한 행위의 적법여부
-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 - 1. 사실 관계 및 재판의 경과 원고는 1990년부터 현재까지 OO대학교(1984년 공립대학교로 전환되었다가 2013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됨)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피고 주식회사 로앤비는 종합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는 사이 '로앤비' 를 운영하는 회사로서, 주식회사 법률신문사로부터 제공받은 법조인 데이터베이스상의 개인정보와 자체적으로 수집하여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국내 법과대학 교수들의 개인정보를 이 사건 사이트 내의 '법조인' 항목에서 유료(개인정보만 따로 떼어내어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피고 로앤비가 제공하는 다른 콘텐츠와 결합하여 전체적으로 요금을 받는 방식임)로 제공하는 사업을 영위하였다. 피고 로앤비는 2010. 12. 17. 무렵 원고의 사진, 성명, 성별, 출생연도, 직업, 직장, 학력, 경력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이 사건 사이트 '법조인' 항목에 올린 다음 이를 유료로 제3자에게 제공하여 오다가, 2012. 6. 18. 이 사건 소장 부본을 송달받자 2012. 7. 30. 이 사건 사이트 내의 '법조인' 항목에서 이 사건 개인정보를 모두 삭제하였다. 이 사건 개인정보 중 출생연도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는 OO대학교 학과 홈페이지에 이미 공개되어 있고, 출생연도는 1992학년도 사립대학 교원명부와 1999학년도 OO대학교 교수요람에 게재되어 있으며, 피고 로앤비는 이러한 자료들을 통하여 이 사건 개인정보를 수집하였다. 나머지 피고들은 피고 로앤비와 유사한 방법으로 수집하거나 다른 피고들로부터 제공받은 원고의 개인정보를 유료로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원고의 개인정보가 담긴 웹페이지가 포털사이트에 노출되게 하였다. 원심은 피고 로앤비에 대한 청구만 일부 인용(위자료 50만 원 및 지연손해금)하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 모두 기각(피고 로앤비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 등으로 청구 기각)하였으며, 이에 원고와 피고 로앤비가 각 상고를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주심 대법관 이상훈)은 2016년 8월 17일 "이 사건 개인정보는 이미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라 국민 누구나가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에 공개된 개인정보로서 그 내용 또한 민감정보나 고유식별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대체적으로 공립대학교 교수로서의 공적인 존재인 원고의 직업적 정보에 해당하여, 피고 주식회사 로앤비 등이 영리목적으로 이 사건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였더라도 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법적 이익이 그와 같은 정보처리를 막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에 비하여 우월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의 행위를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 주식회사 로앤비에 대하여 일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부분을 파기 환송하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인격적 법익을 침해·제한한다고 주장되는 행위의 내용이 이미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라 공개된 개인정보를 그의 별도의 동의 없이 영리목적으로 수집·제공하였다는 것인 경우에는, 그와 같은 정보처리행위로 침해될 수 있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과 그 행위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정보처리자 등의 법적 이익이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충돌하게 된다. 이때에는 개인정보에 관한 인격권 보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그 정보처리행위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정보처리자의 '알 권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보수용자의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 정보처리자의 영업의 자유,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 등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비교 형량하여 그 정보처리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해야 하고, 단지 정보처리자에게 영리목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피고 로앤비 등이 영리 목적으로 이 사건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였더라도 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법적 이익, 즉 정보처리자의 '알 권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보수용자의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 정보처리자의 영업의 자유,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 등이 그와 같은 정보처리를 막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에 비하여 우월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로앤비 등의 행위를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 2011년 3월 29일 법률 제10465호로 제정되어 2011년 9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 수집?이용(제15조)과 제3자 제공(제17조)에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를 공개된 것과 공개되지 아니한 것으로 나누어 달리 규율하고 있지는 않다. 정보주체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이미 공개한 개인정보는 그 공개 당시 정보주체가 개인정보 수집이나 제3자 제공 등의 처리에 대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동의를 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공개된 개인정보를 객관적으로 보아 정보주체가 동의한 범위 내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도 그 동의의 범위가 외부에 표시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면 이는 정보주체의 공개의사에도 부합하지 않고, 정보주체나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무의미한 동의절차를 위한 비용만을 부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처리할 때에는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는 불필요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나 제17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인지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성격, 공개의 형태와 대상범위, 그로부터 추단되는 정보주체의 공개의도 내지 목적뿐만 아니라, 정보처리자의 정보제공 등 처리의 형태와 그 정보제공으로 인하여 공개의 대상범위가 원래의 것과 달라졌는지, 그 정보 제공이 정보주체의 원래의 공개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3. 규범조화적 해석의 원칙과 대상 판결의 의의 기본권의 충돌이란 상이한 복수의 기본권주체가 서로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해 하나의 동일한 사건에서 국가에 대하여 서로 대립되는 기본권의 적용을 주장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한 기본권주체의 기본권행사가 다른 기본권주체의 기본권행사를 제한 또는 희생시킨다는데 특징이 있다(헌재 2005. 11. 24. 2002헌바95 등). 두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그 해결 방법으로는 기본권의 서열이론, 법익형량의 원리, 실제적 조화의 원리(=규범조화적 해석) 등을 들 수 있고,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충돌의 문제에 관하여 충돌하는 기본권의 성격과 태양에 따라 그때그때마다 적절한 해결방법을 선택, 종합하여 이를 해결해 왔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제7조 위헌사건에서 흡연권과 혐연권의 관계처럼 상하의 위계질서가 있는 기본권끼리 충돌하는 경우에는 상위기본권우선의 원칙에 따라 하위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아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고,(헌재 2004. 8. 26. 2003헌마457)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3항 등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동법 소정의 정정보도청구권(반론권)과 보도기관의 언론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충하는 기본권 모두가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화로운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심사를 한 바 있다(헌재 1991. 9. 16. 89헌마165).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알권리라는 기본권이 상호 충돌하고 있는 이 사건 개인정보보호법의 조항의 경우에도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충하는 기본권 모두가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화로운 방법을 모색하되(규범조화적 해석), 법익형량의 원리, 입법에 의한 선택적 재량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심사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 없이 수집, 제공하는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되는지의 판단기준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시라는 점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알 권리라는 기본권의 충돌 상황에서 공인의 경우에는 알권리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우선한다고 판시하여 법원에 의해 법률조항의 규범조화적 해석이 이루어졌다는 점과, 이를 통해 개인정보보호법 또한 헌법에 합치되도록 해석되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정해진 사유 이외에도 적법하게 수집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함으로써 개인정보 보호법의 흠결을 명백히 보충하게 되었다. 이 판결을 계기로 가족이나 친지 사이, 가해자와 피해자 또는 계약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 등 일정한 법률관계가 형성된 사이에는 제3자라 할지라도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처리할 권리가 있다는 필자의 견해도 널리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한다.
로앤비
법조인
개인정보
2016-09-08
국가배상책임 성립요건 공무원의 과실 인정여부
1. 사건의 개요 ① 피고 0000 산하 특허청장이 시행하는 변리사시험 1차 시험은 2000. 6. 27. 대통령령 제16867호로 변리사법 시행령(이하 '개정 전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종전의 '상대평가제'에서, 일정 점수(매과목 40점,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응시자를 모두 합격시키는 '절대평가제'로 전환되었고(제4조), 다만 위 절대평가제는 준비기간을 두어 2002. 1. 1.부터 시행하도록 한 사실, ② 이에 따라 특허청장은 2002. 1. 10. 특허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공지사항'란에 위 시행령 규정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시행될 첫 시험인 제39회 변리사시험 제1차 시험(이하 '이 사건 시험')을 같은 해 3. 31.에 시행하겠다는 이 사건 시험 일정을 발표한 사실, ③ 그러나 3일 만인 2002. 1. 12. 위 발표문이 삭제되었고, 같은 해 1. 17. 효율적인 시험관리를 위하여 변리사 제1차 시험을 절대평가제에서 다시 '상대평가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시행령 중 개정령(안)입법예고가 관보에 게재되었으며, 같은 해 3. 25.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 제1항(이하 '개정 시행령')이 위 입법예고와 동일한 내용으로 개정·공포된 사실, ④ 위 개정 시행령은 그 부칙(이하 '이 사건 부칙')에서 '이 영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위 절대평가제는 시행되지 못한 채 같은 해 5. 26. 실시된 이 사건 시험부터 변리사 시험 제1차 시험이 종전의 상대평가제로 환원된 사실, ⑤ 원고들은 각 이 사건 시험에 응시하여 절대평가제에 의하면 합격점수를 득점한 사실, ⑥ 그러나 특허청장이 2002. 7. 25. 이 사건 시험의 합격자 1,047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원고들의 득점이 상대평가제에 의한 합격기준인 평균 득점 66.88점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원고들을 이 사건 시험의 불합격자로 처리한 사실(이하 '이 사건 처분'), ⑦ 원고들 중 000 외 2인이 2002. 10. 22. 특허청장을 상대로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패소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하였는데, 항소임에서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판결을 선고받고. 2006. 11. 16. 대법원에서 '1차 시험의 상대평가제를 규정한 개정 시행령을 이 사건 시험에 시행하는 것은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부칙 중 개정 시행령을 즉시 이 사건 시험에 대하여 시행하도록 규정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따라서 특허청장이 이 사건 시험에는 개정 시행령 제4조 제4항을 적용할 수 없음에도 이를 적용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는 원심판결을 수긍하면서 특허청장의 상고를 기각하였고, 이에 특허청장이 2006. 12. 20. 원고들에 대하여 추가합격처분을 한 사실이 있는바, 이에 원고들은 피고 0000에 대하여 공무원인 특허청장의 직무상 과실로 위법하게 행해진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각 1,000만 원을 청구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1차 시험의 상대평가제를 규정한 개정 시행령을 이 사건 시험에 시행하는 것은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부칙 중 개정 시행령을 즉시 이 사건 시험에 대하여 시행하도록 규정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특허청장이 그와 같이 헌법에 위반되는 규정을 적용하여 원고들에게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위법성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고, 개정 시행령 및 이 사건 부칙의 제정과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해당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0000는 원고들에게 공무원의 직무상 과실로 위법하게 행해진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 각 금 300만원을 지급함으로써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 0000만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습니다. 나. 대법원 판결 (1) 법령의 개정에 있어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구 법령의 존속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도 정당하며 법령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법령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러한 신뢰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입법자는 경과규정을 두는 등의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적절한 조치 없이 새 법령을 그대로 시행하거나 적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바, 이는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 원리에서 도출되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법자가 이러한 신뢰보호 조치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의 신뢰의 정도, 신뢰이익의 보호가치와 새 법령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 하여야 할 것인데, 이러한 비교·형량에 관하여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행정입법에 관여한 공무원이 입법 당시의 상황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어느 하나의 견해에 따라 경과규정을 두는 등의 조치 없이 새 법령을 그대로 시행하거나 적용하였다면, 그와 같은 공무원의 판단이 나중에 대법원이 내린 판단과 같지 아니하여 결과적으로 시행령 등이 신뢰보호의 원칙 등에 위배되는 결과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에까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공무원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2)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나. 개정 시행령과 이 사건 부칙의 입법에 관하여, ① 규제개혁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제1차 시험의 상대평가제를 절대평가제로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법적·제도적 관점에서 보면 그와 같은 변경으로 인하여 합격자 수가 반드시 증가한다고 볼 수 없고, 변리사 등과 같은 전문자격사의 인원 확대라는 개정 전 시행령의 입법취지는 궁극적으로 변리사 제2차 시험을 치를 자격을 부여하는 전 단계의 시험에 불과한 만큼, 제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숫자의 제1차 시험 합격자를 배출시키는 틀이 유지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한 제1차 시험 합격자의 결정방법은 특허청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 보아야 하므로, 수험생들에게 개정 전 시행령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2002년의 변리사 제1차 시험이 실시되고 시험난이도 수준도 종전의 수준으로 유지되리라는 기대 내지 신뢰가 형성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수험생들의 주관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사실상의 것에 불과할 뿐 법적 정당성을 지닌 합리적인 것으로서 특허청장이 반드시 이를 보호하여야 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는 견해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고 보이고, ② 변리사와 같은 전문자격사를 선발하기 위한 시험의 합격기준 및 합격자 결정방법은 입법정책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는 것이고, 실제로 변리사시험은 절대평가제에서 상대평가제로 전환되었다가 개정 전 시행령에 의하여 다시 절대평가제로 전환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변화를 거쳐 온 점에 비추어 2002년의 변리사 제1차 시험이 개정 전 시행령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실시되리라는 수험생들의 기대와 신뢰는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신뢰이익의 침해가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이 가지는 시험운영관리의 적정성과 일정 수준 이상의 제1차 시험 합격자 선발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고 보이는바, 개정 시행령 및 이 사건 부칙의 입법에 관여한 공무원들은 입법 당시의 상황에서 위와 같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에 기초하여 위와 같은 견해를 취하여 개정 시행령에 관하여 경과규정 등의 조치 없이 당일부터 시행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대법원에서 이 사건 부칙제정행위와 이 사건 처분이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위법한 법령의 제정 및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까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공무원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에 대해 파기·환송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3. 검토 본 대법원 판결은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공무원의 과실의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비록 관련 공무원의 행정처분이나 행정입법의 제정 및 개정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은 사실이 있어 위법하고 부당한 법집행이 이루어지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행정처분이나 행정입법의 제정 및 개정 당시 상황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어느 하나의 견해에 따라 경과규정을 두는 등의 조치 없이 새 법령을 그대로 시행하거나 적용하였다면, 그러한 경우에까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공무원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공무원의 과실의 인정을 엄격히 해석하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재확인하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3-09-05
의료광고와 영리목적의 환자소개·알선·유인행위
I. 사실관계 및 하급심의 판단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온라인 광고대행 회사(A), 그 법인의 대표이사(B), 안과의원 원장(C)이다. 피고인 B와 C는 A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라식/라섹 수술에 대한 이벤트 광고를 하기로 하고 유상 광고계약을 체결한 후, A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홈페이지에 2008년 3월 11일부터 2008년 3월 24일 까지 '라식/라섹 90만원 체험단 모집'이라는 제목으로 "응모만 해도 강남 유명 안과에서 라식/라섹 수술이 양안 90만원 OK, 응모하신 분들 중 단 1명에게는 무조건 라식/라섹 체험의 기회를 드립니다"라는 이벤트 광고를 게재하고 위 기간 동안 2회에 걸쳐 위 사이트 30만 명의 회원들에게 위와 동일한 내용의 이벤트 광고를 이메일로 각 발송하고, 응모 신청자 중 20명이 90만원에 라식·라섹수수을 받도록 하였다. 2. 하급심의 판단 제1심은 피고인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여 의료법 제88조, 제27조 제3항에 따라 피고인 A를 벌금 2백만원에, 피고인 B를 벌금 3백만원에, 피고인 C를 2백만원에 처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제2심은 홈페이지 광고에 대해서는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반면, 불특정 다수인에게 직접 수령되는 전자메일을 발송하여 광고한 것은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할 위험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의료법 제88조, 제27조 제3항에 따라 피고인들을 벌금형에 처하였으나 제1심보다는 벌금액이 낮아졌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의료광고는 그 성질상 기본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성격을 지니므로 의료광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환자유인행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의료광고행위는 그것이 의료법 제27조 제3항 본문에서 명문으로 금지하는 개별적 행위유형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거나 또는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하게 해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 정하는 환자의 유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아가 그러한 광고행위가 의료인의 직원 또는 의료인의 부탁을 받은 제3자를 통하여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환자의 소개·알선 또는 그 사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C가 피고인 A를 통하여 이메일을 발송한 행위는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의료광고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환자의 유인이라고 볼 수 없고, 위와 같은 광고행위가 피고인 C의 부탁을 받은 피고인 A와 B를 통하여 이루어졌더라도 환자의 소개·알선 또는 그 사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III. 평석 1.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의 금지 현행 의료법 제27조 제3항 본문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판시대상 행위의 행위시점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의료법이 이와 같이 환자 소개·알선·유인행위 등을 금지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환자 유치를 둘러싼 금품수수 등의 비리를 방지하고, 나아가 의료인 사이의 불필요한 과당경쟁에 의한 폐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의료인 숫자의 증가와 의료의 상품화 현상으로 인하여 의료시장에서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그 과정에서 의료인의 과잉진료 내지 요양급여 과다청구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법 제27조 제3항 본문의 기본 취지는 현재에도 충분히 그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2. 유인행위의 제한적인 해석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1981년 의료법 개정 당시에 동법 제25조 제3항으로 입법된 것으로서 당초에는 사회적 폐해를 야기하던 소위 의료브로커들의 무분별한 유인행위를 규제하고자 하던데 그 목적이 있었으나, 입법 심의과정에서 그 규제대상이 의료인에게까지 넓혀졌다. 의료브로커들의 활동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직·간접적인 승인 하에 이루어졌던 현실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입법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환자의 유치행위 자체가 기본적인 직업수행의 일부를 구성할 수 있는 만큼 '유인'행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은 필연적이라 하겠다. 대법원이 의료법 제27조 제3항 소정의 유인행위를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환자로 하여금 특정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라고 판시하면서도(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도1126판결), 제3자가 개입되지 않고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만이 관여한 환자유인행위에 대해서는 "환자유치 과정에서의 위법행위는 상당 부분 구 의료법 제46조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의료기관·의료인이 스스로 자신에게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그 과정에서 환자 또는 행위자에게 금품이 제공되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의료법 제25조 제3항(현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환자의 유인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입법목적이나 의료현실을 고려할 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4도5724판결, 2007. 4. 12. 선고 2007도256판결, 2008. 2. 28. 선고 2007도10542판결). 3. 의료광고 규제 완화의 고려 대상판례에서 대법원이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의료광고는 기본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성격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환자의 소개·알선·유인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의료광고 규제의 맥락에서 함께 살펴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규정된 금지행위 중 특히 유인행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적용하는 경우 의료광고의 순기능적 성격, 즉 의료서비스 제공자인 의료인 사이의 경쟁촉진과 의료서비스 수요자인 환자의 정보접근권 내지 선택권의 보장이 저해될 수도 있으므로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의료서비스 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비교형량이 필요하다. 의료법은 1951년에 국민의료법으로 제정된 이래 의료광고에 대해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방식을 취하여 왔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특정 의료기관이나 특정 의료인의 기능·진료방법에 관한 광고금지조항이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하였으며(2005. 10. 27. 선고 2003헌가3 결정), 이에 따라 의료법은 2007. 1. 3. 법률 제8203호로 개정되어 의료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일정한 유형의 의료광고만을 예외적으로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의료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보다 폭 넓게 제공하도록 허용하여 의료인의 표현의 자유 및 직업수행의 자유와 함께 환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의료광고 관련 의료법 조항이 개정된 점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법원이 대상판결에서의 이유 설시를 통해 이 점을 확인한 것은 의료법 개별 조항의 체계적·조화로운 해석의 측면뿐 아니라 의료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별 주체들 상호간의 이해상충의 문제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균형 있게 해결하고자 하고자 한 것으로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제3자가 개입되지 않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의 환자유인행위에 대해서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의료법 제25조 제3항의 환자의 유인이라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에서 더 나아가 "그러한 광고행위가 의료인의 직원 또는 의료인의 부탁을 받은 제3자를 통하여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환자의 소개·알선 또는 그 사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현행 의료법 하에서 허용될 수 있는 제3자를 통한 광고행위의 한계를 넓혀 준 것으로 이해된다.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이 직접 수행하는 광고보다는 광고대행업체를 통한 의료광고가 늘어나고, 광고수단도 종래의 오프라인 광고에서 인터넷 및 이동통신수단을 이용한 온라인 광고로 변화하고 있는 의료계 현실을 반영할 뿐 아니라, 의료소비자인 환자의 알권리 신장과 의료인 및 광고대행업자의 직업수행 자유의 보호 측면에서도 대상판결은 바람직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대상판결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저촉될 수 있는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하게 해치는" 광고행위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향후에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 의료광고의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 문제는 대두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2012-10-15
인터넷 실명제 위헌결정에 대한 평석 및 입법평론
I. 서론 기본권의 실현과 보장을 국가의 존재이유로 인식하고, 민주주의의 구현을 국가운영의 기본원리로 제도화하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또한, 자유민주국가에서 익명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인터넷의 확산 및 이용자의 급격한 증가로 인하여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파급력과 영향력이 커진 반면에, 익명성과 불특정 다수에게의 대량전달가능성 등의 인터넷의 특성으로 인하여 명예훼손, 모욕, 사이버스토킹, 불법정보유통 등의 역기능도 증가하였다. 문제는 인터넷에서의 역기능을 차단하면서도,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표현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이다. 이러한 과제는 우선 법령의 입법을 통해서, 그리고 판결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 지난 8월 23일에 내려진 헌재의 결정은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의 유형과 용어가 다양하고, 우리나라의 인터넷실명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용어가 관련 법령과 제도의 본질에 더 가까운 표현이지만, 이글에서는 대중적인 용어인 인터넷실명제를 사용하기로 한다. II. 판례평석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전통적으로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도 그 보호영역에 포함된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 그리고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헌재 2002. 6. 27. 99헌마480)는 점은 이전의 헌재 결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적 기초 하에 헌재는 일일 평균 이용자수가 1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 제1항 2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여부를 주로 검토하였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우선 동 규정의 본인확인제가 인터넷상의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을 방지하고 인터넷게시판을 책임 있는 공론의 장이 되도록 하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합한 수단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형사법 및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제재수단이 마련되어 있고, 불법정보 등 게시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며, 본인확인제 이외의 여러 규제조항들의 엄정한 집행을 통하여 불법정보 등 게시의 단속 및 처벌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본인확인제는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지 아니하고 시행 이후에 입법목적이 달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에, 본인확인제가 초래하는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되지만,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한 게시판운영자에 해당하는 인터넷언론사인 청구인의 언론의 자유도 침해하였다고 보았다. 앞서 헌재는 선거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실명확인을 거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여부를 검토한 바 있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등).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를 검토하면서, 실명확인은 부당한 선거운동이나 소수에 의한 여론 왜곡을 차단하여 선거의 평온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후보자비방죄 등을 통한 사후적 구제수단만으로는 실질적 권리구제가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과 실명확인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한 점 등을 들어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또한 선거의 공정과 평온의 훼손 및 소수인에 의한 여론 왜곡 등의 폐해 방지라는 공익이, 인터넷언론사 이용자가 실명확인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과 주저함 등 사익의 비중보다 더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보았다. 결국 공직선거법에서의 본인확인제는, 정보통신망법에서의 본인확인제와는 달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헌재 결정을 비교하여 보면, 선거라는 공공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가 사적영역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익명표현의 자유보다 더 제한을 받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비판의 자유'나 '반대의 자유'조차도 엄격히 보장되어야 할 공공영역 특히 선거에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형성을 방해하며 유익한 익명표현까지 사전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제하여 오히려 선거의 공정이라는 입법목적달성에 장애"(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 반대의견 중)가 있어서는 안된다. 공공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엄격한 제한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된다. 반대로 사적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은 타인을 괴롭히고 모욕하며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정보통신망법의 입법당시의 상황을 보면 무분별한 악플로 인하여 고통을 받는 사례가 많았고 자살을 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이러한 현실이 인터넷실명제의 입법동기가 되었다. 사적 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타인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 것이다. 익명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공공영역에서는 기본권제한의 법리에 보다 착안해야 하고, 사적 영역에서는 기본권충돌의 법리에 보다 착안해야 한다. III. 입법평론 인터넷실명제를 구체화 하고 있는 법률은 정보통신망법과 공직선거법이다. 하나는 일반적인 인터넷실명제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부문의 인터넷실명제라고 할 수 있다. 후자가 먼저 도입되었는데, 선거분야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된 것은 2004년 3월 12일의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개정을 통해서이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에 따르면, 인터넷언론사에게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서 실명확인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반적인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된 것은 2007년 1월 26일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서이다. 이번에 위헌 결정을 받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5(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에 따르면, 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을 위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의 규제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들을 살펴보면 자율규제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은 본인확인제와 같은 게시판 이용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점을 보면,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를 그대로 방임하자는 의견은 상식적이지 않다. 다만,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의 규제방식이 법령에 의한 타율적 규제냐 인터넷커뮤니티 자율에 의한 자율적 규제냐의 차이 및 사후적 처벌이냐 사전적 억제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율규제가 자유와 권리의 존중 및 민주주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우수하고 바람직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홍완식, 인터넷실명제 관련 법률안의 입법원칙에 따른 검토, 토지공법연구, 제31집, 2006), 우리의 입법자인 국회는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을 통한 사전적·타율적인 규제방식을 택하였다. 방통위에 의해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는 웹사이트는 2007년에 35개, 2008년에 37개, 2009년에 153개, 2010년에 167개, 2011년에 146개, 2012년에 131개나 되었지만,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제한적 본인확인제도는 폐지되었다. 그러나, 이번 헌재의 헌법소원심판에서 문제되지 않은 동 규정 1호의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인터넷게시판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의 제한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대한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는 규정이고, 공직선거법에서의 인터넷실명제도 선거의 공정에 치중한 나머지 선거의 자유를 억제하는 규정(홍완식, 선거법의 지향점으로서의 선거의 공정성과 선거의 자유, 법연, 한국법제연구원, 2012. 4. 20쪽)이기 때문에,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은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문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에 관한 정보통신망법상의 기타 규정 및 공직선거법상의 관련 규정의 비대칭성 내지 비체계성이 시급히 시정되어야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각 진영의 입법의지가 일치할지 및 바람직한 방향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이 결정 직후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실명제 폐지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되었지만, '법안제출권'은 없고 '입법의견제출권'만 있는 선관위의 의지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입법평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조명해 볼 수도 있다. 비교법적 관점, 기본권의 보호라는 관점, 비용과 편익이라는 관점, 인터넷문화라는 관점, 공적·사적 영역별 효과의 관점 등에서 입법의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IV. 결론 인터넷실명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설득력있는 결정이 되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치밀한 법리와 인터넷 현실감각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조소영, 인터넷실명제의 의의와 한계, 언론과 법, 제10권 2호, 2011, 65쪽)이다. 사이버공간이 비대면성과 익명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과 당위를 혼동할 수는 없다. 법률을 통하여 익명성의 폐해를 없애거나 줄이려는 인터넷실명제의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인터넷의 특징이 익명성이라는 점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익명성으로 인한 폐해의 발생을 눈감을 수는 없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향성은 익명성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익명성의 역기능을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일차적인 과제를 지닌 기관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입법자인 국회이다.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익명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규범적 당위에는 보다 가깝게 접근하였으나, 현실에서의 익명표현으로 인한 개인적 고통이나 사회적 문제는 재연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절실하다. 또한 공직선거법이나 정보통신망법상 다른 규정에 있는 인터넷실명제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향후 자율규제방식을 합의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사회적 과제이고, 인터넷실명제 관련 법률의 정비를 포함한 법령개정작업은 입법자의 과제이다.
2012-09-06
썸네일 이미지 검색서비스의 저작권법 위반 여부
I. 사건의 개요 및 경과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피고인 회사가 자신의 검색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검색서비스 중 이미지 검색은 로봇프로그램을 이용해 각종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미지를 무작위로 검색·수집해서 필요한 이미지들을 피고인 회사의 서버에 가져온 후 그 해상도를 낮추고 크기를 작게 축소한 썸네일(thumbnail) 이미지로 축소·변환시켜 원래의 원본 이미지는 삭제하고 그 썸네일 이미지만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이미지 검색서비스를 위한 썸네일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이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인데, 피고인 회사의 콘텐츠사업본부장 A는 2001년 7월경부터 2002년 9월경까지 이미지 수집프로그램인 로봇프로그램을 이용해 B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진작가 공소외 C(‘공소외인’)의 사진작품 ‘백두산천지’ 등 31점을 복사해 가로 약 3㎝, 세로 약 2.5㎝ 크기로 축소한 썸네일 이미지 프로그램을 만든 후, 이를 피고인 회사의 검색사이트에 저장·게시해 위 사이트 이용자로 하여금 검색·사용하도록 함으로써 타인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했고, 피고인 회사는 A가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해 위와 같이 위반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으로 공소가 제기됐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서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 ① 검색사이트에 썸네일 이미지의 형태로 게시된 사진작품들은 공소외인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이미 공표된 것이라는 점, ② 피고인 회사가 썸네일 이미지를 제공한 주요한 목적은 보다 나은 검색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검색어와 관련된 이미지를 축소된 형태로 목록화해서 검색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미지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는 것인 만큼 상업적인 성격은 간접적이고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점, ③ 썸네일 이미지의 크기는 원본에 비해 훨씬 작아 사진작품들을 그 본질적인 면에서 사용한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점, ④ 썸네일 이미지가 공소외인의 사진작품에 대한 수요를 대체한다거나 공소외인의 사진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침해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 ⑤ 이미지 검색을 이용하는 이용자들도 썸네일 이미지를 작품사진으로 감상하기보다는 이미지와 관련된 사이트를 찾아가는 통로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및 ⑥ 썸네일 이미지의 사용은 검색사이트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에게 보다 완결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공익적 측면이 강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회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타인의 사진저작물을 사용한 것이다. III. 이론적 고찰 1. 저작재산권 침해죄 저작재산권 그 밖에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공연·공중송신·전시·배포·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처벌하고(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법인의 경우 양벌규정으로 처벌한다(저작권법 제141조). 저작재산권 침해죄는 위와 같이 복제·공연·공중송신 등의 방법으로 저작재산권이 침해돼야 한다. 그런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이 제한된다. 따라서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공연·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등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저작재산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므로 위 벌칙규정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저작재산권 가. 사진저작물 사진은 빛이나 복사에너지의 작용을 통해 감광성의 물체 위에 피사체의 형태를 영구적으로 기록하는 방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저작권법 제4조 제1항에서 사진저작물 및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제작된 것을 저작물의 한 종류로 하고 있다. 나. 복제권 저작자는 저작재산권의 한 지분권으로서 복제권을 가진다(저작권법 제16조). 여기서 ‘복제’는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22호). 복제의 방법이나 수단에는 제한이 없고, 컴퓨터 파일형태로 된 저작물을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시디롬 등 전자적 기록매체에 저장하는 것도 복제에 해당된다. 또한 복제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존 저작물의 전부를 그대로 베낄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고, 그 저작물을 축소한 경우에도 원저작물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고 새로운 창작성이 가미된 바가 없다면 역시 복제에 해당한다. 다. 전송권 저작자는 저작재산권의 한 지분권으로서 공중송신권을 가지고(저작권법 제18조), 공중송신권에는 전송권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공중송신’은 저작물 등을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해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하고(저작권법 제2조 제7호), ‘전송’은 공중송신 중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 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10호). 따라서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디지털 저작물을 올려 둔 경우에는 그 접속횟수에 관계없이 일반 공중이 수신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으로서 전송에 해당한다. 3.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서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28조). 저작권법에서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은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경우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저작재산권 일반에 대한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 IV. 대상판결의 검토 대법원과 원심은, 피고인 회사가 로봇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사진작가의 사진작품을 피고인 회사의 서버에 가져온 후 썸네일 이미지로 축소·변환시켜 그 썸네일 이미지만을 저장하고, 이를 이미지 검색서비스에 제공하여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위 사진저작물을 이용하였음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러한 행위가 복제·공연·공중송신·전시·배포·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 중 어떠한 방법에 해당하는지는 명확하게 판시하지 않았다. ‘썸네일 이미지로 축소·변환해 회사의 서버에 저장한 행위는 복제에 해당하고, 검색서비스 이용자들이 언제든지 접근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썸네일 이미지를 검색서비스에 제공하는 행위는 전송에 해당한다’는 것은 명백하므로, 대법원과 원심이 이를 자세히 설시하지 않은 듯하다. 어쨌든 피고인 회사의 썸네일 이미지 검색서비스가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저작재산권 침해에 해당할 것이므로 대법원과 원심은 이 점에 집중해 판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법원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 앞서 본 대상판결의 요지(위 ① 내지 ⑥)에서와 같이 이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V. 대상판결의 의의 컴퓨터 기술 및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정보는 손쉽고 빠르게 유통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미술작품이나 사진작품과 같은 저작물의 경우 과거에는 서적 등을 통해서만 그 정보 유통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그 정보 유통이 인터넷을 통해 손쉽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유통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저작물의 복제·전송 등의 행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저작재산권이 침해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거의 대부분의 정보가 취득·교환되고 있는 지금의 환경에서 저작물의 복제·전송 등의 행위가 학문이나 예술, 문화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합리적으로 저작재산권을 제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담고 있고 그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색서비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이고, 인터넷 이용자들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거의 대부분 이러한 검색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검색서비스는 인터넷 정보화사회에서 공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검색서비스는 검색 과정에서 사진, 영상, 뉴스와 같은 타인의 저작물을 어떤 형태로든 사용하게 된다. 정보 검색은 그 정보가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인지를 손쉽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사진 또는 영상물의 검색에 있어서는 썸네일 이미지를 목록화하는 방식이 정보 검색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 과정에서 이 사건과 같이 타인의 저작물인 사진저작물이 사용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터넷 환경에서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검색서비스의 경우에는 향상된 정보이용환경의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저작재산권 침해 여부에 관한 판단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주목할 만한 판시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썸네일 이미지를 제공한 주요한 목적이 보다 나은 검색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것이라고 보아 검색서비스의 공익적 측면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 썸네일 이미지가 심미적이고 예술적인 저작권자의 사진작품과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요를 대체한다거나 저작권침해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저작재산권 보호의 측면을 함께 고려해서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피고인 회사가 사진저작물을 사용한 것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된다고 판시했다. 저자는 대상판결이 위와 같은 두 가지 이익을 조화롭게 형량해 그 결과 피고인 회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결론에 찬동한다. V. 결론 인터넷 기반의 정보화 사회에서 이 사건과 같이 검색서비스 운용 과정에서 저작재산권과 관련된 문제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미 뉴스 정보의 검색 및 유통과 관련해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7. 21. 선고 2004가합76058 판결 참조). 특히 정지된 사진의 유통을 넘어서 영상저작물, UCC 동영상의 유통이 사회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영상물의 검색 및 유통에서도 이 사건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보인다. 대상판결은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 보호를 소홀히 하지 않고도 공익에 합치할 수 있는 인터넷 검색서비스 방식의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2008-07-21
전자상거래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법적보호
1. 부산지방법원 2007카합1046 결정례(2007. 12. 신청인이 항고하여 심리 중임) 가. 기초사실관계 본 사건의 신청인(채권자)은 2003년경부터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이고,피신청인(채무자)도 2006년경부터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서 신청인과 동일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이다.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인터넷 홈페이지 상의 각종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하고 자신의 웹페이지의 메뉴와 구조, 배열 등을 복제했다고 주장하면서 피신청인의 웹사이트에 대해 ‘인터넷사이트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다. 나. 결정요지 1) 신청인의 웹사이트의 각종 서비스 등이 저작권법 상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신청인이 주장하는 필로그 서비스 등 대부분의 서비스는 그 사이트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기능들로서 그 내용이 체계적·조직적 방법으로 수집된 자료라고 보기도 어렵고 개별적으로 각 소재에 접근하거나 검색하기 위해 배열된 자료로 보이지 않는다. 2)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하 ‘온디콘법’이라 한다) 보호대상 및 웹페이지의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정한 메뉴, 기능, 서비스, 아이디어 등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온디콘법의 보호대상인 콘텐츠는 그 보호범위가 다소 불명확하기는 하나, 온디콘법의 정의 조항에서 전자적 형태로 제작된 자료 또는 정보임을 규정하고 있고, (중략) 온디콘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콘텐츠는 적어도 문자, 영상, 부호 등에 의하여 제작된 것으로서 대상 자체만으로 그가 표상하고자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해당 콘텐츠 스스로 정보 및 자료로서의 완결성이 상당한 정도로 갖추어져 있는 자료 및 정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개념상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메뉴, 기능, 서비스 또는 그 서비스를 고안해 낸 아이디어 자체와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경우에도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정한 메뉴, 기능, 서비스, 아이디어 등을 콘텐츠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2. 적용법조 사용자환경에 해당하는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각종 기능, 서비스, 특히 소재를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웹사이트 자체가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의 ‘데이터베이스’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온디콘법상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는지 문제되고 부가적인 쟁점으로 최근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에 대해 검토해보기로 한다. 3.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각종 서비스 및 기능 등 사용자환경(user interface)에 대한 법률적 분석 (대상 결정례에 대한 검토) 가. 웹사이트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개념 웹사이트의 사용자와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인터랙션(interaction)이라고 하는데, 사용자와 시스템의 인터랙션을 위해 그 형태가 어떻든 사용자가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과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합쳐서 웹사이트의 사용자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대상 결정례의 경우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및 배열 등은 모두 신청인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사용자와 전자상거래업자가 마련해 놓은 판매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 즉 상품을 검색하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구매의사결정을 하고, 결제하는 과정을 위해 사용자와 판매자의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가상적인 매개체의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인이 주장하는 웹페이지의 각종 서비스, 기능, 메뉴의 구조 및 배열 등은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데이터베이스인가 1) 개 념 현행 저작권법은 ‘데이터베이스’는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정의한다(동법 제2조 제19호). 2) 대상 결정례에 대한 검토 생각건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개념에서 알 수 있는바와 같이 다양한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해서 이용자가 쉽게 접근 또는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신청인과 같은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의 거래를 중개하는 웹사이트의 경우, 거래 대상인 디지털콘텐츠라는 소재, 예를 들면 영화, TV드라마, 사진, 유틸리티, 문서, 교육, 지식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체계적인 방법으로 분류하여, 구매자들이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있다면 그러한 웹사이트 자체는 ‘데이터베이스’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상 결정례에서는 검색기능을 가진 웹사이트 자체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를 따로 구분해서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신청인 주장하는 대부분의 각종 서비스’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 편집저작물인가 이에 대하여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보호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기 전의 사안인 서울중앙지법 2003. 8. 19. 선고 2003카합1713호에서 ‘인터넷홈페이지도 그 구성형식, 소재의 선택이나 배열에 있어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편집저작물에 해당하여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 대상 결정례에서는 신청인의 웹사이트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창조성있는 데이터베이스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인 ‘편집저작물’에 대한 규정은 따로 판단하지 않은 듯하다(지면 관계상 이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기로 한다). 라.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인가 1) 개념 온디콘법 제2조 제1호에서는 디지털콘텐츠란 ‘부호, 문자, 음성, 음향, 이미지,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전 및 이용에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전자적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된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나, 동 규정의 ‘자료 또는 정보’의 범위가 다소 불명확했으나 대상 결정례에서 동법의 보호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판시하고 있다. 2) 사안의 경우 신청인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와 그 메뉴구조 등의 사용자환경은 디지털콘텐츠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온디콘법 제2조 제1호에서 디지털콘텐츠의 개념요소로 ‘자료 또는 정보’임을 요하고 있고, 콘텐츠의 기본적 의미도 문자, 소리, 화상 등으로 이루어진 ‘정보의 내용물’이라는 개념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이 사건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 및 그 메뉴구조 등은 모두 이용자가 신청인의 사이트를 좀 더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 또는 방법이고 이를 ‘자료 또는 정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4. 미국의 사례{Lotus Development Corporation v. Borland International Inc. 1995 WL. 946699(1st Cir.) 1995} 미국의 유사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Lotus사가 Borland사를 상대로, 자사가 개발한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인 ‘Lotus 1-2-3’과 Borland사가 개발한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 ‘Quattro Pro’의 명령어 선택 및 메뉴의 구조가 거의 동일하여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소한 소송에서 1996. 1. 16. 미연방대법원은 ‘Lotus의 메뉴구조는 일종의 작동방식이나 수단 같은 것이며, 이러한 작동방식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Lotus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는 컴퓨터프로그램의 사용자환경은 작동방식 또는 기능에 불과하므로 저작물로 볼 수 없고 또 그 방법이 제한적이므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5. Trade Dress (이대희, 인터넷과 지적재산권법 2002 참조함) 트레이드 드레스는 주로 ‘상품의 전체적인 이미지로서, 크기, 모양, 색채, 색채의 결합, 구성(texture), 도해(graphics), 심지어 특정한 판매기법(sales techniques) 등과 같은 특징(feature)’ 또는 ‘상품 전체의 이미지와 종합적인 외관’이라고 정의된다.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는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자에게 영향을 주는 색채, 그래픽, 디자인, 레이아웃, 텍스트 및 이들을 결합한 것 등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라고 할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도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법과는 달리 한국의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상 트레이드드레스라고 할만 한 것은 입체상표 및 색채상표 그리고 상품의 모양이나 포장·용기에 한정되고 있어서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상표권의 일종으로 보호하는 것은 현행법상 한계가 있고, 전자상거래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준격차가 크고 아직도 발전단계에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인정하여 사실상 영구적인 배타적 권리를 인정한다면 소수의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여 전자상거래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6. 맺음말 대상 결정례는 신청인의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이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 온디콘법상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지 않음을 이유로 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법적보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활발한 논의가 없고 대법원판례도 없는 상황이어서 대상 결정례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생각건대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영구적인 배타적 권리를 인정할 경우 반경쟁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으나,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을 개발한 기성사업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도 역시 있다고 할 것이다. 대상 결정례를 계기로 이 점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함께 신규사업자와 기성사업자의 이익의 균형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길 바란다.
200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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