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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KIKO)’ 가처분결정의 문제점
I. 문제의 제기 서울 중앙지법이 최근 키코계약에 대하여 내린 가처분 결정이 사회·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기업들은 본안소송과 결부하여 키코계약의 효력을 정지하여 달라는 보전소송을 봇물처럼 제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현재 키코관련 가처분 신청이 약 100여건이 접수, 진행 중이라 한다. 그 중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08년 12월30일에 내린 가처분 결정(2008카합3816)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즉, 서울중앙지법은 (주)모나미 등의 2개 기업이 (주)SC제일은행을 상대로 하여 제기한 ‘키코(KIKO)’계약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한 반면(같은 취지 서울중앙지법 2008. 2.12, 2009카합57, 2009카합77 등), 이와는 달리 2009. 1.8. 진양해운(주)이 (주)신한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키코(KIKO) 계약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은 키코(KIKO) 계약의 잔여기간이 3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고 진양해운(주)의 당기순이익에 비하여 키코(KIKO) 계약으로 인한 거래손실이 현저히 적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을 하였다(2008카합4262). 법원은 위 사건에서 비록 상반되는 결론을 내리기는 하였으나 결정이유에서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이 사후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사정변경의 원칙이 인정된다고 판시하면서 특히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을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으로써, 계약의 기초에 대한 정의에서 주관적 사정도 고려하는 독일의 ‘행위기초론’과 유사하게 판단하고 있다. 하급심의 가처분결정이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번 가처분 결정이 몰고 오는 경제적 파장을 고려하여 그 결정이유가 비교적 상세한 서울 중앙지법 2008카합3816 가처분 결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II. ‘키코’ 가처분 결정의 문제점 1. ‘키코’ 가처분 결정의 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 2008. 12.30, 2008카합3816 옵션계약효력정지가처분결정). 이 사건 계약은 1년 내지 3년의 계약기간 동안 1개월 단위로 만기가 도래하는 각 구간마다 해당 만기시점의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계속적 계약에 해당한다.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 사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또한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은행은 모두 환율이 계약기간 동안 일정한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여,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 또한 급격하게 커졌는 바, 이러한 현저한 사정의 변경은 신청인들이나 피신청인 은행이 이를 예견할 수 없었다고 볼 것이다. 위와 같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신청인들은 피신청인 은행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거래 손실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지 않는 한 남은 계약기간 동안 상당한 거래손실이 예상되어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은행의 거래손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에따라 계약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하여 신청인들로 하여금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의무를 계속해서 이행하게 하는 것은 신의칙에 현저히 반한다고 할 것이므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다. 2. 평석 (1) 쟁점의 소재 이 사건에서 핵심쟁점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이유로 사정변경의 원칙을 근거하여 키코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가이다. 그 밖에 법원은 계약이 불공정하여 무효라는 주장과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는 배척하였다. 키코상품을 판매하면서 적절한 설명의무 및 적합성 의무를 위반하였는가는 계약해지 법리와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여기서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근거한 한 계약의 해지의 타당성에 집중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2) ‘키코’계약의 구조 및 내용 이른바 키코 통화옵션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수출대금의 환율변동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기업의 은행에 대한 넉아웃(Knock-Out) 풋옵션(Put-Option)과 은행의 기업에 대한 넉인(Knock-In) 콜옵션(Call-Option)을 주로 1:2 비율로 결합한 통화옵션’을 의미한다(물론 변형 키코 옵션도 거래에서 많이 이용된다). 바꾸어 말하면, 기업이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풋옵션(장래의 일정시기에 계약금액을 행사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을 매입하되, 은행에 그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대신 콜옵션(장래의 일정시기에 주로 계약금액의 2배를 행사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여, 결국 제로코스트(Zero-Cost)를 실현한 통화옵션이다. 다만, 기업의 풋옵션에는 넉아웃(Knock out) 조건(일종의 해제조건)이, 은행의 콜옵션에는 넉인(Knock In) 조건(정지조건)이 각각 붙어 있어 시장환율이 하단환율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구간에 관한 계약은 실효되고(넉아웃, KO), 반대로 시장환율이 상당환율 이상으로 오르면 은행의 콜옵션이 실제로 발생하게 되는데(넉인, KI) 이와 같이 옵션에 넉아웃, 넉인 조건을 붙인 이유는 그러한 옵션이 그러한 조건이 붙지 않은 표준적인 옵션에 비해 프리미엄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는 경우에는 옵션에 위와 같은 조건을 붙임으로써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단순 선물환계약보다 유리한 환위험 회피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은행이 갖는 콜옵션의 계약금액은 기업이 갖는 풋옵션의 계약금액의 2배로 약정되어 있는데(이를 Leverage: 레버리지 조건이라 한다), 이는 레버리지를 높일수록 다른 계약조건, 즉 행사환율, 넉아웃 환율(하단환율), 넉인 환율(상단환율) 등을 기업에 유리하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은 1년 내지 3년의 기간으로서, 주로 1개월 단위로 만기가 도래하는 수 개의 옵션의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결제는 각 구간(트렌치, tranche)마다 해당 만기시점의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3) 사정변경원칙을 근거로 키코계약 해지가 가능한가 사정변경의 원칙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이론으로 인정되며 최근에는 유럽계약법, 독일민법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명문으로 규정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정변경의 원칙에서 그 적용요건은 대체로 危險分配觀點과 期待不可能性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자가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첫번째 척도라면 후자는 그 마지막 한계를 결정하는 작용을 할 것이다. 요컨대, 사정변경의 원칙은 계약에 나타난 당사자의 위험분배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여서는 아니될 뿐만 아니라, 또한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당초에 정하였던 계약내용을 그대로 유지·강제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저히 기대할 수 없을 때에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계약목적에 비추어 어느 일방 당사자가 인수한 위험범주에 속하는 경우에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기성 또는 위험성이 있는 거래가 그 전형적인 예가 될 것이다. 따라서 누가 계약에서 특정한 위험을 인수하여 이를 부담하는가를 판단하는 계약의 해석작업은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기에 앞서 당연히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당사자가 사정변경을 예견하였거나 또는 예견할 수 있었을 경우와 그 사정변경이 당사자의 귀책사유에 기인한 경우에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적용을 배제하는 중요한 危險限界標準으로 작용한다. 우리 법원도 원자재 매매에서 환율상승이나 원자재 가격급등이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할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판 2003. 8.22, 2003318; 서울지법 2009. 2.9, 2008카합4529 가처분결정). 한편 대법원은 일부 원심과는 달리 물가변동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적용을 부정한다(大判 1956. 3.10. 1955민상234,235; 1963. 9.12, 63다452: 1991. 2.26, 90다19664 등 참조). 그러나 계속적 보증과 같은 계속적 채권관계에 있어서 채무자의 자산상태가 현저히 악화되거나 채무자의 지위 또는 신분에 현저한 변화가 생긴 경우에는 보증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정변경을 이유로 보증인에게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점에 비추어 보면 우선 키코계약이 계약기간 중 월단위로 반복적으로 결제된다고 하여 이를 계속적 계약으로 봐야할 것인지도 의문일 뿐 아니라 이 상품에서 구간 이상의 환율 등귀의 위험은 가입자 즉, 기업체가 부담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KIKO 계약도 일종의 선물환 계약으로서 본질적으로 선물환 거래를 바탕으로 계약당사자들 사이에서 위험을 분배하는 방식의 계약형태이다. 그 계약효력이 사라지는(Knock out) 구간에서의 환위험을 기업이 감수하는 대신, 콜(call)과 풋(put)옵션과의 조합과 행사가격의 조정을 통하여 기업이 비용을 따로 지불하지 않고 환위험 헤지효과와 이익을 일정부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선물환 매도와 비교하였을 경우 한쪽 계약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상품이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는 환율변동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한부분의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구간에서 이익을 보상받는 형태로 만들어진 계약인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키코(KIKO) 계약은 원래 환율의 급격한 변동도 예정하고 있으므로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들어 계약의 기초 사정이 변경된 경우라고는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파생상품은 그 자체가 시장에서의 예상할 수 없는 가격변동 등의 사정변경 내지 위험을 전제로 만들어진 상품이기 때문이다. 동 가처분 결정에서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이 사후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동 결정에서 설시하는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다만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현재의 환율변동 이상의 급격한 환율변동 내지 금리변경이 있었음에도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를 인정한 판례가 없었다는 점(대판 2004. 8.20, 2004다11193; 2006.7.28, 2006다5505 등 참조)에 주목하였어야 할 것이다. III. 결론 결론적으로 이 가처분 결정에서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여 해지를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다만 은행이 상품을 권유함에 있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내용이나 위험에 대하여 명확하고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는 신의칙에 기한 해지 사유가 아니라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사유가 될 뿐이다. 이미 종래의 판례는 증권회사의 유가증권거래, 투자신탁 수익증권 판매시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대판 1996. 8.23, 94다38199 등).
2009-03-16
법령의 효력정지를 명하는 가처분
헌법재판소는 2002. 4. 25.에 선고한 2002헌사129 결정에서 軍行刑法施行令 제43조 제2항 본문 중 前段 부분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준용되는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의 執行停止規定과 민사소송법 제714조의 假處分規定에 의하면, 법령의 위헌확인을 청구하는 헌법소원심판에서의 가처분은 위헌이라고 다투어지는 법령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시킬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가처분에 의하여 임시로 그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아니하면 안될 필요가 있을 때에 허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가처분이 가능한가 하는 헌법소송법 문제 외에도, 우리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구제절차를 담당하는 권한이 헌법재판소와 일반법원간에 어떻게 배분되어 있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1. 事件의 槪要 이 사건 신청인들은 차기전투기 사업(F-X 사업) 시험평가단 부단장에 근무하다가 군사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특수전사령부 유치장에 구속된 조아무개 공군대령과 그의 부인 문아무개씨이다. 신청인들은 군인의 신분이거나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면회 횟수를 주 2회로 제한하는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부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데 이어, 이 규정의 효력을 本案事件의 결정 선고시까지 임시로 정지할 것을 구하는 假處分申請을 하였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認容한 것이다. 심판의 대상이 된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의 全文은 다음과 같다.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는 매주 2회로 하되,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다만, 변호인과의 면회는 그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 2. 憲法裁判所法上 假處分條項의 類推適用 우리 헌법 제111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을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법은 이 모든 심판절차에 적용되는 가처분에 관한 일반조항을 두지 않고 정당해산심판과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만 假處分規定(제57조 및 제65조)을 두고, 헌법소원심판에는 가처분에 관한 규정이 없다. 한편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의 경우에는 裁判停止規定(제42조),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權限行使停止規定(제50조)을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00. 4. 18. 제기된 舊 司法試驗令(2001. 3. 31. 대통령령 제17181호로 폐지된 것) 제4조 제3항 본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2000헌마262)을 본안으로 한 가처분신청사건(2000헌사471)에서, 2000. 12. 8.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헌법소원심판절차에 있어서도 가처분의 필요성은 있을 수 있고, 달리 가처분을 허용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가처분이 허용된다”고 판시하면서 위 사법시험령 조항의 효력을 본안의 終局決定 선고시까지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하였고, 이번에 또다시 군행형법시행령 조항에 대하여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위 결정들은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가처분을 헌법소원에 유추적용할 수 있는 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서 論理的 飛躍이 있다고 생각된다. 제도신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르는 모든 문제점을 검토한 후 최종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立法者가 수행하여야 할 역할이다.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에 없는 가처분을 하는 것은 재판기관의 권한을 초월한 것이다. ‘필요’하고 굳이 ‘부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法官에 의한 法創造 또는 法獲得의 근거로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3. 行政訴訟法 및 民事訴訟法 規定의 準用 이 사건 결정에서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 준용한다고 한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은 행정소송의 대상인 行政處分의 執行停止에 관한 규정이고, 민사소송법 제714조는 係爭物에 관한 가처분과 臨時의 地位를 정하는 가처분에 관한 규정이다. 이 조항들은 원래 당해 사건 당사자의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 법원이 임시구제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법령의 일반적 효력정지까지 예상하고 있는 규정은 아니다. 당해 사건의 당사자를 구제하기 위한 가처분규정을 근거로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킴으로써 당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까지 효력을 미치게 하는 것은 위 법률들에 규정된 假處分制度의 原趣旨를 벗어나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행정소송법의 집행정지규정이나 민사소송법의 가처분규정에는 없는 내용(법령에 대한 효력정지)을 준용한다고 한 결과가 되어, 헌법재판소가 법률상 근거 없는 헌법소원심판에서의 법령의 효력정지 가처분제도를 창설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만에 하나 이러한 法創造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려면, 이것이 명백한 立法의 不備이고, 통상의 입법절차를 기다리지 않고 재판기관이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제도 본래의 目的을 도저히 달성할 수 없거나 제도의 實效性을 보장할 수 없는 등의 모순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4. 違憲決定 效力의 先取效果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 의하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은 원칙적으로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위헌법률의 효력을 제정 당시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장래에 향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헌법적합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입법자가 결정할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것인데, 우리 입법자는 후자의 입법정책을 채택한 것으로서 이는 헌법에 합치한다(헌법재판소 1993. 5. 13. 선고 92헌가10 결정).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시부터 장래를 향하여만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규범통제제도 하에서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여부에 대한 종국결정을 하기 전에 가처분으로 당해 법률의 시행 또는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獨逸의 경우에는 위헌결정에 一般的 遡及效가 인정되므로 위헌결정 전에 기존의 법상태에 관하여도 헌법재판소가 미리 관여할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법의 가처분규정(제32조, 제93조의d 제2항)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종국결정 전에 법률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하더라도 제도모순의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한편 우리 나라와 같이 법령의 위헌결정에 將來效만 인정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에서는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가처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헌법재판소는 법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VfSlg 13706, 1994). 우리 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가처분을 허용한다면 법률의 효력상실이라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가처분이라는 별도의 제도로 선취하는 결과가 될 것인데, 이는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과 조화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의 장래무효원칙에 대하여 법원의 판례로 비교적 광범위한 예외가 인정되고 있으므로 법률의 위헌결정 전에 효력을 정지하더라도 제도상 모순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은 위헌제청을 한 당해 사건,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이와 동종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제청을 하였거나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제청신청을 한 경우의 당해 사건과 따로 위헌제청신청은 하지 아니하였지만 당해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중인 사건뿐만 아니라 위헌결정 이후에 위와 같은 이유로 제소된 일반 사건에도 미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1누5747 판결, 2000. 2. 25. 선고 99다54332 판결 등). 그러나 이 판례를 법률의 위헌결정에 대하여 일반적인 소급효를 인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 스스로 “법적 안정성의 유지나 당사자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법치주의의 원칙상 요청되는 바”라고 한다(1994. 10. 25. 선고 93다42740 판결). 헌법재판소도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반면에 소급효를 인정하여도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고 나아가 구법에 의하여 형성된 기득권자의 이득이 해쳐질 사안이 아닌 경우로서 소급효의 부인이 오히려 정의와 평등 등 헌법적 이념에 심히 배치되는 때에도 소급효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위 92헌가10 결정). 요컨대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범위는 具體的 規範統制의 實效性 보장을 위하여 이미 제소된 사건에 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거나, 아직 제소기간이 渡過하지 않은 사건 중에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경우에 예외적·부분적으로 인정되는 것으로서 가처분에 의한 법령효력정지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법률의 효력정지제도를 위헌결정의 장래효 원칙에 대한 하나의 예외적 제도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점은 근본적으로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것이며, 입법자의 명시적 수권 없이 법률의 위헌결정 전에 그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5. 憲法訴願의 補充性(前審節次 履行要件) 우리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전에 다른 법률의 구제절차를 모두 거치도록 하는 보충성의 원칙(또는 전심절차 이행요건)을 규정하고 있다(제68조 제1항 단서). 獨逸에서 보충성원칙은 헌법재판소의 업무부담경감과, 기초사실 및 일반법원의 법률적 견해의 전달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기능은 법원이 충분한 심리를 하고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널리 헌법소원이 행해지는 것이 전제된다. 그러나 우리 헌법소원제도는 독일의 제도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제도적 의의와 기능도 전혀 다르다.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우리 법제(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하에서 보충성원칙의 실제적인 의의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관할권에 속하는 사항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심판관할권에서 배제하는 데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소원의 보충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법원의 不適法却下 판례가 確立된 事案만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헌법소원이 空洞化할 우려가 있다. 그 반면에 보충성원칙의 예외인정범위가 바로 헌법소원의 심판범위를 확보하는 기능, 즉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배분하는 기능을 하므로 예외인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령 자체에 의한 기본권침해가 문제될 때에는 일반법원에 법령 자체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것을 訴訟物로 하여 제소하여 구제를 구할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소정의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헌법소원을 내야 하는 제약이 따르지 않는 이른바 보충성의 예외적인 경우”라고 일관하여 판시하고 있다(88헌마1 결정 이래 확립된 판례). 그러나 법령의 위헌성을 직접 소송물로 하여 일반법원에 제소할 길이 없다는 것이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데 주의하여야 한다. 침해의 직접성이란 법령의 “집행행위가 없어도 직접 침해될 수 있는 경우”를 뜻하는 것이지, 당해 법령의 “집행행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성이 있는 법령에 대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한 국민은, 보충성원칙의 예외가 인정된다면 바로 그 법령조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도 있고, 집행행위를 기다리거나 집행행위를 촉구한 후에 그 집행행위에 대하여 구제절차를 밟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게 된다. 나아가 독일의 최근 판례와 같이 헌법소원의 보충성원칙을 단순히 전심절차 이행요건으로만 이해하지 않고, 기본권침해를 저지하기 위하여 청구인에게 허용되어 있는 모든 가능한 방법들을 전부 시도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BVerfGE 74, 102(113) 및 기타 다수의 판결), 구제절차란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이면 되지 공권력 행사를 소송물로 하여 다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요컨대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를 반드시 거치도록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직접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허용할 것인가(보충성원칙의 예외 인정) 여부의 궁극적 기준은 구체적 사건의 본질이 憲法解釋에 가까운가 아니면 事實認定 및 法律解釋에 가까운가 그리고 어느 재판기관이 이를 담당하는 것이 憲法政策上 바람직한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6. 結 論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의 적용이 문제된 재판이 사실상 전부 정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행정부도 그 법령에 따른 행정처분을 전혀 할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재판업무와 행정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어차피 위헌으로 결정될 법령이라면 위와 같이 법정책적·법이론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효력정지의 가처분을 선고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위헌결정을 하는 편이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舊 司法試驗令 사건의 경우, 본안결정을 기다리면 한번의 응시기회를 상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으나, 긴급한 구제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본안사건을 신속하게 심리하였으면 되었을 것이다. 2000. 4. 18. 제기된 본안사건은 젖혀두고, 2000.12.8.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면서 2001년 실시될 사법시험 제1차 시험 응시기회를 논하는 것은 너무나 옹색한 논리이다. 구 사법시험령 조항에 대한 일반적 효력정지가처분 후 오랜 기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위헌여부에 관한 본안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규범통제제도의 정상적 운영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심판대상인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부분은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는 매주 2회로 하되”라고 규정하여 일견 별도의 집행행위 없이도 기본권을 직접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항 본문 중 후단부분은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여 면회 횟수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여지를 인정한다. 조문 전체의 취지로 볼 때 면회 횟수를 주 2회만으로 직접 제한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헌법소원 본안사건은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却下되어야 마땅하다. 설령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부분이 직접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인정하여도,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인(헌법소원 본안사건의 청구인)들이 먼저 면회를 신청한 후 면회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 절차에서 위 군행형법시행령 조항의 위헌·위법 여부가 재판의 전제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이를 심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헌법소원 본안사건의 본질은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 보장 필요성과 군행형상의 제한필요성을 개별·구체적으로 비교형량하는 데 있으므로, 이와 같이 個別·具體的인 利益의 比較衡量이 관건인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는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때에는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機能分擔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법원의 권리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제기한 것으로서 不適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건에서 법령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정지하는 가처분까지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법령의 효력정지를 명하는 가처분신청을 인용할 만한 사건이 못된다. 이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은 무리한 준용이론을 전개하면서 사실상 입법을 하고 있고, 법원의 관할권과 중첩되는 문제도 야기하였다. 국가권력에 의한 개인의 권리침해를 구제하여야 할 기본적 권한과 책임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나누어서 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헌법소원심판에 있어서 가처분제도를 도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입법정책판단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소원사건에서도 가처분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으나, 이 제도를 채택하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법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제도는 그 파장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하여 입법자가 그 채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다. 가처분에 의하여 법령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은 법적 안정성에 반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처분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 있는지 재판경험에 비추어 충분히 검토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또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충분히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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