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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담금
행정사건
계약의 해약으로 지급받은 선박선수금이자가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
I.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와 처분의 경위 국내조선사들은 2007년 5월경부터 2011년 1월경까지 외국선주사들로부터 총 12척의 선박건조를 도급받는 계약(이하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에는 외국선주사들은 선박건조 완료 전에 국내조선사들에게 선박대금 일부를 선수금으로 지급하고, 국내조선사들은 자신들의 사유로 계약이 종료되면 외국선주사들에게 선수금 및 그에 대한 연 6~7%의 이자를 환급하여야 하며, 그 경우 쌍방의 상대방에 대한 모든 의무 및 책임이 면제되고 준거법은 영국법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원고는 국내금융기관으로서 2007년 7월경부터 2011년 3월경까지 위 국내조선사들의 외국선주사들에 대한 선수금 및 그 이자의 지급채무를 보증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증계약'이라고 한다). 그 후 외국선주사들은 국내조선사들의 선박인도 등이 지연되자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을 해제하였고, 원고는 2009년 6월경부터 2011년 7월경까지 외국선주사들에게 국내조선사들이 수령한 선수금과 그 이자(이하 '쟁점 선수금' 및 '쟁점 선수금이자'라고 한다)를 지급하였다. 피고는 쟁점 선수금이자가 구 법인세법(2011년 12월 31일 법률 제111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3조 제10호 (나)목 및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0년 12월 30일 대통령령 제22577호로 개정된 것) 제132조 제10항 등(이하 '쟁점 조항'이라고 한다)이 규정하는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데도 원고가 그에 대한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2009 내지 2011 사업연도 원천징수법인세 및 이에 대한 가산세를 징수·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쟁점 조항이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규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손해배상으로서 그 명목 여하에 불구하고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 또는 기타 물품의 가액'에 관하여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위약금과 배상금이 계약상대방의 채무불이행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의 실제 감소액에 대한 배상으로서 순자산의 증가가 없는 경우에는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에 해당하여 이를 기타소득으로 볼 수 없지만, 이를 초과하여 위약금과 배상금을 지급받았다면 이는 손해의 전보를 넘어 새로운 수입이나 소득을 발생시키므로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서 과세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다음,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선수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통상 부담하게 되는 금융비용과 계약체결 과정에서 지출하게 된 비용 등에 대한 전보로서 지급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선박대금 선지급에 따라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으므로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실제로 입은 손해를 회복시키는 손해배상금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문제의 소재와 이 사건 쟁점 전세계소득에 대해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내국법인과 달리 외국법인은 법인세법에서 규정하는 국내원천소득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납세의무를 부담한다. 구 법인세법 제93조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의 종류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 중 쟁점 조항은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손해배상으로서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을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 쟁점 선수금이자는 선박건조계약에 따라 수령한 선수금을 반환하는 경우에 가산하여 지급되는 금액으로서 쟁점 선수금이자가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소득의 지급자인 원고가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쟁점 선수금이자가 쟁점 조항의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된다. 2. 선박건조계약과 선수금이자의 성격 선박건조에는 장기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통상 선주사는 선박의 자산가치 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여 조선사에게 선수금을 지급하는데, 선박건조 과정에서 일정한 문제가 생기면 조선사는 선수금을 반환하여야 한다. 선수금반환의무는 조선사의 요청을 받은 금융기관이 외국선주사와 선박선수금환급보증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담보된다. 조선사와 금융기관은 선수금 반환시에 선수금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한다. 선수금이자는 선주사가 선수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선박금융비용 등과 연계되어 변동이율 등에 따라 산정된다. 선수금과 선수금이자가 반환되면 선박건조계약상 당사자들은 모두 면책된다. 3.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의 의미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지급받는 손해배상금이어야 한다는 '해약배상 요건' 및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이어야 한다는 '초과배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은 외국법인이 고등훈련기 양산참여권의 포기대가로 금전을 받은 사안에서, 위 금전은 해약배상 요건을 충족하고 외국법인 장차 양산사업에 참여하였을 경우 얻은 기대이익에 대한 배상금이므로 초과배상 요건도 해당하여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두19447 판결).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은 소득세법에서 기타소득으로 규정하는 위약금, 배상금과 거의 동일하게 정의되어 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41조 제8항). 헌법재판소는 위 초과배상에 관하여 계약상대방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의 실제 감소액(적극적 손해)을 넘는 것, 즉 채무가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재산의 증가액(소극적 손해)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헌법재판소 2010. 2. 25. 선고 2008헌바79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은 이행지체로 인한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은 기타소득에 해당하지만(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누7406 판결) 법정해제나 약정해제권의 행사에 따른 민법 제548조 제2항의 법정이자는 기타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고(대법원 2014. 12. 11.자 2014두41145 판결), 매매계약의 합의해제에 따라 기지급 금액을 넘는 금원을 지급받는 사안에서는 구체적 내용에 따라 현실적 손해 보전의 경우인지를 따져 기타소득 해당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두11979 판결,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두33470 판결). 대법원은 초과배상 요건에 관하여 일의적 잣대를 택하지 않고 사안에 따라 순자산 증가 여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4. 쟁점 선수금이자가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의 준거법인 영국법에 따르면 쟁점 선수금이자는 영국법상 손해배상예정을 의미하는 Liquidated Damages로서 쟁점 선수금과 그 이자를 환급하는 경우 국내조선사들은 외국선주사들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이 면제되므로 '해약배상'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다툼이 없는 반면 '초과배상' 해당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하고 있다. 긍정설은 외국선주사들은 선박건조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국내조선사들에 지급하였다가 돌려 받지 못한 쟁점 선수금 자체의 적극적 손해는 원고로부터 쟁점 선수금 상당액을 지급받으면서 배상받은 것이지만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쟁점 선수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지 못하여 입게 되는 이자 상당액의 소극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하여 지급된 것이므로 쟁점 선수금이자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서는 금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부정설은 일반적인 선박금융구조에 비추어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쟁점 선수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는 금융비용 등을 전보하기 위한 금원으로 실제로 입은 손해는 넘어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발생한 순자산감소를 회복시키는 것이고 가사 쟁점 선수금이자 중 재산상 감소액을 초과하여 손해를 배상하는 금액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기타소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이 있으므로 피고가 이를 특정하여 입증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처분 전부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입장이기도 하다. 5.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은 선박건조계약의 해제에 따라 원고가 외국선주사들에게 지급한 쟁점 선수금이자가 외국선주사들의 순자산 감소를 회복시키는 손해배상금으로서 초과배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최초의 선례이다. 쟁점 선수금이자의 기타소득 해당 여부를 외국선주사들과 국내조선사들 사이의 거래를 포함하여 선박금융 과정에서 체결되는 모든 거래를 고려하여 원천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 외국법인의 순자산 증가의 관점에서 쟁점 선수금이자의 성격을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소득과세원칙에 입각하여 국내원천 기타소득의 법리를 발전시켰다고 평가된다. 또한, 절차적 측면에서 쟁점 선수금이자가 외국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켰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다고 판단한 부분도 입증책임원칙에 충실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선박금융의 구조에 비추어 쟁점 선수금이자는 일응 순자산감소에 대한 전보로 파악할 수 있지만 유사사건에서는 순자산감소에 대한 회복여부와 입증의 문제는 구체적 사정을 들여다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논거와 결론에 동의한다. 백제흠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인세
원천징수
기타소득
외국법인
백제흠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21-06-28
국가배상
군사·병역
국가배상법상의 이중배상금지 규정과 다른 법령에 의한 보상금청구
[사실관계] 1. 처분의 경위 : ① 갑은 해군에 입대하여 근무 중 상관이 과도한 업무를 부과하고 욕설과 폭언을 일삼자 부대 인근 공원에서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하였다. ② 갑의 아버지(원고)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법원이 2010년 10월 13일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하여 그 무렵 확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원고는 국가로부터 약 1억 원을 수령하였다. ③ 원고는 2012년 7월 2일 강원동부보훈지청장(피고)에게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망인이 보훈보상대상자의 요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를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보훈보상자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재해사망군경의 유족으로 결정하고 원고에게 보훈급여금을 지급하여 왔다. ④ 그런데 피고는 2014년 8월 4일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의하면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금과 국가보훈처에서 지급하는 보훈급여금은 중복하여 수령할 수 없음에도 원고에게 이를 중복하여 지급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에 대한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정지하는 결정을 하였다. 2. 재판의 경과 : 제1심 법원은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원심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국가배상과 보상급여금의 청구가 모두 가능한 경우에 시간적 선후관계를 달리한 우연한 사정에 따라 지급받는 금액이 달라진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서 이중배상을 금지한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는 점이 주요한 판결이유이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공상을 입은 군인 등이 먼저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은 다음 '보훈보상자법'이 정한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 국가보훈처장은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았다는 사정을 들어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 [평석] Ⅰ. 쟁점의 정리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군인 등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공상을 입은 경우에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 등의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소위 '이중배상금지 규정'이라고 하는바 위험성이 높은 직무에 종사하는 군인 등에게 사회보장적 위험부담으로서의 국가보상제도를 별도로 마련함으로써 그것과 경합되는 국가배상청구를 배제하는 취지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먼저 국가배상법상의 손해배상을 받은 다음 다른 법령에 따른 보상금 등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같은 조항에 의해 보상금 등의 지급이 금지되는지 문제가 된다. Ⅱ.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이중배상금지 규정인지 여부 원래 '이중배상금지'라는 용어는 동일한 성격인 복수의 배상청구권의 경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재해보상금 등은 군인군속 등의 복무중의 희생에 대하여 이를 보상하고 퇴직 후의 생활 또는 유족의 생활을 부조함에 그 사회보장적 목적이 있고 손해배상제도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양자는 그 제도의 목적이 다르다. 따라서 통상 사용되는 이중배상금지는 '보상이 있는 경우에는 이와 중복되는 의미의 배상은 금지된다'는 의미라고 할 것이다. Ⅲ. 국가배상을 받은 후 보상급여 청구 가능성 1. 학설 : 부정설은 국가배상을 먼저 청구하면 국가배상과 보상급여금을 모두 받을 수 있는 반면 먼저 보상급여금을 청구하면 국가배상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데 이처럼 시간적 선후관계를 달리한 우연한 사정에 따라 지급받는 금액이 달라진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서 이중배상을 금지한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는 점을 근거로 한다(이 사건의 원심판결). 긍정설의 근거는① 보훈급여금은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질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한 공헌이나 희생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베푸는 것으로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는데 목적이 있는 손해배상제도와는 근본적인 취지나 목적을 달리하고 있다. ② 위 규정은 군인 등이 공상을 입은 경우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이나 상이연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그와 별도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반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이미 지급받은 경우 다른 법령에 따른 재해보상금이나 상이연금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며 해석상으로도 다른 법령에 따른 청구가 무조건 금지되는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이 사건제1심 판결). 2. 대법원판결 :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①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명시적으로 '다른 법령에 따라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국가배상법 등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보훈보상자법은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은 자를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② 위 법령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보훈보상자법 등에 의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넘어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금을 받은 경우 보훈보상자법상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③ 먼저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을 지급받은 자에 대한 보훈보상자법상 보상금과 중첩되는 영역에 관하여 보상금 지급액을 제한하기 위하여는 이미 지급된 손해배상금을 공제하여 보상금을 정하기 위한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보훈보상자법에 이와 같이 선지급된 손해배상액을 장래 지급할 보상금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3. 평가 : 부정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시간적 선후관계를 달리한 우연한 사정에 따라 지급받는 금액이 달라진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서 이중배상을 금지한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보상금을 먼저 받은 피해군인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으니 국가배상을 먼저 받은 피해군인도 마찬가지로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이는 불합리한 평등 즉 하향평준화를 강요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는 주장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점에서 긍정설이 타당하며 군인 등에게 불리하게 규정에도 없는 이중배상금지 규정을 원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본다. ① 보훈급여금은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질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한 공헌이나 희생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베푸는 것으로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는데 목적이 있는 손해배상제도와는 근본적인 취지나 목적을 달리하고 있다(⇒이중배상이 아님). ② 위 규정은 재해보상금의 지급이 가능한 경우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일 뿐 국가배상을 수령 후에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규정이 아니다(⇒문언상 취지). ③ 이중배상의 금지규정을 확대 적용한다면 피해자는 '군인 등'의 신분 때문에 일반인보다 불리한 취급을 당하게 된다(⇒평등원칙 위반). Ⅳ. 결론 1. 이 판결의 의의 : 대법원은 피해군인 등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먼저 지급받았다고 하여도 나중에 보훈보상자법이 정한 보훈급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요지의 판결을 하였다. 하급심 판례에서 보듯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은 후에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또는 '없다' 등으로 견해가 대립되는 있는 실무현실에서 판례를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이 사건 대법원 판례이론에 따르면 보훈급여금을 지급받은 후에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지만 국가배상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보훈급여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하여는 청구의 선후에 따라 청구의 가부가 달라지는 불평등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법적 안정성에 반한다는 부정설의 지적은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정설의 결과인 불합리한 형평성을 강요할 수 없기에 국가배상을 지급받은 후에 보훈급여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 판결의 결론에 우선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 불평등의 발생이나 법적 안정성에 반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훈급여금 등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에도 중복되는 의미의 배상이 아니라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적인 보완이 근본적 해결책이라 할 것이다. 헌법 제29조 제2항은 1972년 군사독재에서 개정된 유신헌법의 잔재로 궁극적으로 민주정부 하에서 이들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다. 2. 해결방안 : 헌법개정이 되기 전 현행법 하에서 해결방안으로 소극적이나마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① 군인 등을 일반국민과 차별할 수 있는 근거는 헌법 제29조 제2항의 '법률이 정하는 보상'인데 그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보훈보상자법이나 국가유공자법 등 재해보상금의 보상수준을 국가배상법의 배상수준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시키는 것이다. ②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의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 범위에 관하여는 그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그 적용대상을 축소해야 할 것이다. 반면 국가배상법상의 배상청구권의 인정범위를 가급적 확대하려는 합리적 해석이 필요하다. 이철환 변호사(법무법인 광주로펌·법학박사)
재해사망군경
보훈급여
자살
국가배상
이중배상
이철환 변호사(법무법인 광주로펌·법학박사)
2020-06-22
퇴직급여 충당금의 조세특례제한법상 ‘인건비’ 포함여부
Ⅰ. 판결요지 및 관련 법령 1. 판결요지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의 연구개발전담부서에서 소요되는 일정 범위의 인건비 등이 있는 경우에는 기업의 기술인력개발을 장려하려는 목적에서 일정 범위의 금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만을 세액공제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퇴직금과 같이 장기간의 근속기간을 고려하여 일시에 지급하는 성격의 비용으로서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때에야 비로소 그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후불적 임금은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퇴직급여충당금은 법인세법상 당해 사업연도의 소득금액계산에 있어서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정한 기간손익의 계산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그 비용액을 추산한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를 반드시 정책적 목적의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퇴직급여충당금이나 이를 재원으로 하여 지급되는 중간정산퇴직금은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제1항의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대상이 되는 인건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관련 법령 구 조세특례제한법(2010. 1. 1. 법률 제99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조특법') 제10조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① 내국인[생략]이 각 과세연도에 연구·인력개발비가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따른 금액을 해당과세연도의 소득세(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에 한한다)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한다. 2. 제1호 외의 내국인 : 가목과 나목에 해당하는 금액을 합한 금액. (단서 생략) 가. 해당과세연도에 발생한 대학 또는 중소기업 등에게 위탁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인력개발비(이하 "중소기업 등에의 위탁 연구·인력개발비"라 한다)가 해당과세연도의 개시일부터 소급하여 4년간 발생한 중소기업 등에의 위탁 연구·인력개발비의 연평균발생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금액 나~다. (생략) 조특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③ 법 제10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대학 또는 중소기업 등에게 위탁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인력개발비"라 함은 별표6 제1호 나목 및 제2호 가목에 따른 연구개발비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학 등에 기술개발·교육훈련 및 연구개발지원을 위탁함에 따른 비용을 말한다. 1~7. 생략 Ⅱ. 평석 대상판결은 퇴직급여충당금이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으로, 과세관청은 그동안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이 없음에도 기본통칙으로 위 규정상 인건비에서 퇴직급여충당금을 제외해 왔다(조특법 기본통칙 9-8…1 제1항 제1호). 본 판결은 인건비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으나,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정책적 측면을 고려하느라 조세법규해석의 원칙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첫째, 조세법은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확장하거나 축소해석해서는 안 된다. 본 사안에 관하여 보면, 조특법은 인건비의 정의에 관하여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정의는 법인세법에 의하여야 하는데, 법인세법상 인건비는 퇴직급여충당금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1) 우선, 법인세법 제19조의 위임을 받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19조는 인건비(제3호) 외에 퇴직급여를 별도의 손금항목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퇴직급여가 개념상 당연히 인건비에 포함되므로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없음을 전제한 것이다. 한편, 소득세법은 '종업원의 급여'를 필요경비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고(제27조, 같은 법 시행령 제55조 제1항 제6호), '인건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위 규정 외에 퇴직급여를 별도의 필요경비 항목으로 두고 있지 않다. 2) 법인세법 제26조 각 호는 손금불산입되는 과다경비의 항목을 규정하고 있고, 법인세법 시행령 제43조부터 제48조는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법인세법 제26조 각 호가 열거한 항목의 순서대로 각각의 비용 항목에 관해서 상술하고 있는데, 그 규정체계를 보더라도 법인세법상 인건비에는 퇴직급여가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한편, 퇴직급여충당금은 향후 발생할 퇴직급여에 충당하기 위하여 계상하는 부채성 충당금으로, 법인세법은 이를 임원 또는 사용인이 퇴직할 때 지급하는 퇴직금과 상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3조 제1, 2항). 퇴직급여충당금은 각 사업연도마다 불균등하게 발생하는 퇴직급여를 여러 해의 사업연도에 배분하여 비용으로 계상하는 것이므로 그 성격은 퇴직급여와 같다. 따라서 퇴직급여가 인건비에 해당한다면 퇴직급여충당금 역시 인건비로 보아야 하고,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을 적립할 경우와 적립하지 않을 경우 퇴직급여의 손금 산입 여부가 달라지는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결국 퇴직급여와 퇴직급여충당금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퇴직급여가 인건비에 포함된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을 인건비에서 제외할 이유가 전혀 없는 바, 그렇다면 퇴직급여충당금 역시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법규정의 문언해석상 인건비에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문언해석을 우선하지 않고 위 규정의 정책적 목적만으로 퇴직급여충당금을 인건비에서 제외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이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이고, 그 성격은 본질적으로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닌 것이므로(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 상여금, 보수 등과 구별하여 인건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 또한,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제4조 제1항 본문) 연구인력 역시 당연히 퇴직금을 지급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처럼 강행법규에 의해 당연히 지급되어야 하는 퇴직금을 단지 매월 지급하는 임금과 지급시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건비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 마지막으로, 2012. 2. 2.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은 '인건비에서 퇴직소득 및 퇴직급여충당금을 제외'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연구개발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서이다(대통령령 제23590호 제·개정이유). 그렇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은 위 개정규정에 의해 비로소 인건비에서 제외되었다 할 것이므로, 대통령령 개정 전에는 퇴직급여충당금도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위 대통령령의 개정취지에 부합한다. 결론적으로,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는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된다고 판단했어야 할 것이나, 대상판결은 이와 다른 해석으로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미흡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2014-09-15
국가배상사건인가 일반민사사건인가
Ⅰ. 사건의 개요 (1) 원고는 1975.3.5. 지방토목기원보시보로 공직을 시작하였으며, ○○시청 허가민원과에서 근무하던 중 2002.11.1.자로 시행된 ○○시 소속 공무원에 대한 인사조치에 따라 ○○시 △△동사무소 주무로 전보되었다. (2) 피고는 1995.7.1.부터 1998.6.30.까지 민선1기 ○○시장으로, 2002.7.1.부터 현재까지 민선3기 ○○시장으로 근무하는 자로서 원고에 대한 인사권자이다. (3) ○○시는 1994.10. 경 ○○시 종합운동장건립계획을 세워 1995.6.22. 그 설계공모를 하였고, 피고가 민선1기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소외 1이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의 공모작을 선정하여 1996.11.19. □□건축사무소와 사이에 위 종합운동장에 대한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으로 위 건립계획을 추진하였다. (4) 원고는 2002.4.9.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부방위에 ○○시가 위 종합운동장 설계용역비를 지급한 것과 관련하여 피고, 전 ○○시 부시장, 건설교통국장, 시설공사과장 등 4명이 업체와 결탁한 비리의혹이 있다며 부패혐의대상자로 신고하였고, 이러한 신고 사실이 피고에게 통보되고, 언론에 공개되었다. (5) ○○시는 본청의 기구 중 2국 6과를 축소하고 2개 구청 12과를 신설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하기로 하고, 그 소속 공무원 중 약 75%에 해당하는 인원을 2002.11.1.자로 승진·전보시키거나 신규임용하는 인사안을 마련하여 시장인 피고의 결재를 받은 다음, 2002.10.22. 인사위원회의 심사의결을 거쳐 확정하였으며, 원고는 위 인사안에 따라 ○○시 △△동사무소 주무로 전보되었다(이하 '이 사건 전보조치'라 한다). (6) 원고는 2002.10.24. 이 사건 전보조치가 부패방지법(2008.2.29. 법률 제8878호로 폐지) 제32조 제1항의 신분상 불이익에 해당한다면서 부방위(부패방지위원회)에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하였고, 부방위는 2003.3.5. 피고에게 이 사건 전보조치가 위 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처분이라며 피고에게 원상회복에 상응한 인사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였다. (7) ○○시는 2004.9.1.자로 승진 및 전보인사를 하면서 원고를 △△동사무소에서 본청 건설교통국 건설과로 전보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원고를 △△동사무소 주무로 전보한 이 사건 전보조치는 원고가 피고를 부방위에 부패혐의자로 신고하였음을 이유로 한 보복적 동기에서 행하여진 조치로 위법하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전보조치는 인사권자인 피고의 권한에 기한 것으로서 피고의 업무불성실, 직원과의 불화 등을 감안한 정당한 인사조치였다고 다툰다. Ⅲ. 대법원의 판단(요지) (1) 공무원에 대한 전보인사는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공무원 관련 법령에 근거한 것으로서, 인사대상 공무원의 직급과 직종을 고려하여 그 직급에 상응하는 지위를 부여하고 인사대상 공무원의 전공분야·훈련·근무경력·전문성 및 적성 등을 고려하는 등 위 법령이 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보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인사권자는 위와 같은 법령의 제한 내에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는 바, 인사권자가 행한 전보인사는 법령이 정한 기준과 원칙에 위반하여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 (2) 공무원에 대한 전보인사가 법령이 정한 기준과 원칙에 위배되거나 인사권을 다소 부적절하게 행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그 전보인사가 당연히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고, 인사권자가 당해 공무원에 대한 보복감정 등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음이 명백한 전보인사를 한 경우 등 전보인사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그 전보인사는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당해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7.12.28. 선고 2006다3399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구 부패방지법(2001.7.24. 법률 제6494호, 이하 같다)에 따라 다른 공직자의 부패행위를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한 공무원에 대하여 위 신고행위를 이유로 불이익한 전보인사가 행하여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Ⅳ. 평 석 1. 국가배상법 우선적 적용의 필요성 이 사건에서 지방공무원인 원고는 인사권자인 ○○시의 시장인 피고를 상대로, "동사무소로의 전보조치가 보복적 동기에서 행하여진 조치로 위법하므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법원은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이 이유있는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 민법 제750조를 참조하고 있다. 필자는 이 점에 대하여 첫째로 의문을 가진다. 이 사건에서의 피고는 "○○시라고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며, 피고의 전보조치는 "공무원의 직무행위"이므로, 법원은 민법 750조가 아니라, 국가배상법을 우선 적용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동법은 제2조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제1항),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관련판례로서 "대법원 2007.12.28. 선고 2006다33999 판결"을 참조하고 있는 점에 대하여도 의문을 가진다. "2006다33999" 사건에서의 피고는 "사립의 학교법인"으로서, 국가배상법의 적용대상인 "국가" 또는 이 사건(2006다16215 판결)에서의 ○○시장이 속해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2. 가해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자는 그 가해공무원이 속해있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여야 하며, 만일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 경우에는, 가해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는 것이 국가배상법(제2조2항)이 정하고 있는 취지이다. 각국에 국가배상법(명칭은 여러 가지이다)이 제정되기 전에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자는 "가해공무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길 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되는 경우, 공무원의 소신있는 직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고, 충분한 배상을 받아내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그러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하여 "국가배상제도"가 탄생된 것이다(국가배상제도의 연혁, 기능 등의 상세는 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제14판, 2010, 529면 이하 참조). 위와 같은 관점에 입각할 때, 이 사건에서의 법원의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10-11-25
명예전역수당 환수처분의 법적 근거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 A는 해군대령으로 근무 중 2003. 11.30. 명예전역수당 9,800만원을 수령하면서 명예전역을 한 후, 2004. 1.2. 군인공제회 건설산업본부에 채용되었고, 원고 B는 해군대령으로 근무 중 2004. 12.31. 명예전역수당 6,000만원을 수령하면서 명예전역을 한 후, 2005. 2.21. 군인공제회 경영지원본부에 채용되었다. 피고 해군중앙경리단장은 원고 A, B에 대하여 각 2004. 7.1.과 2005. 3. 31.부로 "원고들은 국방부 산하기관인 군인공제회의 채용예정자로서 명예전역수당의 지급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명예전역수당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이 수령한 위 각 명예전역수당을 환수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각 환수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005. 9.6. 피고 서대문세무서장과 반포세무서장은 피고 해군경리단장으로부터 환수금의 징수의뢰를 받아 원고 A, B의 재산에 대해 각 압류처분을 하였다. 원고들은 명예전역을 할 당시 시행되던 군인사법 제53조의2에는 명예전역수당의 지급에 관한 규정만 있었을 뿐이고, 명예전역수당의 환수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해군경리단장의 이 사건 각 환수처분은 법률에 근거 없이 행해진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2. 판결요지 1) 1심 판결요지는 첫째로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이 이 사건 각 환수처분의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군인사법은 군인의 책임 및 직무의 중요성과 신분 및 근무조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임용·복무·교육훈련·사기·복지 및 신분보장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서 군인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보다 우선하여 적용되나, 군인사법이 제정되었다고 하여 군인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이 전면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군인사법이 미처 규율하고 있지 못한 부분에 관해서는 여전히 국가공무원법이 군인사법을 보완하여 군인에 대하여 적용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국방부장관의 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처리지침에 대해서는 "이 사건 처리지침은 비록 국방부장관의 훈령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이 사건 지급규정의 위임에 따라 그 규정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면서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 효력을 발생하게 되므로, 지급대상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률상의 근거가 된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8. 8.22. 선고 2008구합12054 판결). 2) 2심 판결요지는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명예전역 당시 이미 군인공제회에 채용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환수처분은 위법하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원고들이 명예전역 후 한 달 내지 50일 남짓 만에 각 군인공제회에 채용된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이 명예전역 당시 실제 군인공제회에 채용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 사건 환수처분 당시에는 원고들이 명예전역 당시 채용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존재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하면서 이 사건 환수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법 2009. 2.12. 선고 2008누26543 판결). 3)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대법원 2009. 5.28. 선고 2009두5077 판결). Ⅱ. 명예전역수당 환수제도 1. 의의 및 제도의 취지 공무원의 명예퇴직수당제도는 정년 이전에 퇴직하는 공무원에게 정년 이전의 퇴직으로 받게 되는 불이익, 즉 계속 근로로 받을 수 있는 수입의 상실이나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한 비용지출 등에 대한 보상으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정년 이전의 퇴직을 유도하여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01. 11.9. 선고 2000두2389 판결, 대법원 2006. 7.28. 선고 2006두5021 판결 등 참조). 명예퇴직 환수제도는 명예퇴직수당을 초과하거나 지급대상이 아닌 자가 지급받은 경우에 기지급된 명예퇴직수당을 환수하는 것을 말한다. 즉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고 명예퇴직 하였던 공무원이 다시 경력직 공무원으로 재임용된다면,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였던 본래의 취지가 몰각되므로 기지급된 명예퇴직수당을 환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2007. 11.15. 선고 2005다24646 판결). 2. 관련 법규 국가공무원의 명예퇴직수당의 환수 제도는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규정(대통령령 제21082호 2008. 10.14.) 등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군인의 명예전역수당지급제도는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의 명예퇴직수당제도와 같은 취지로 1989. 3.22. 군인사법에 도입되었다(임천영, 군인사법(제3판), 법률문화원, 2007. 831면). 군인의 명예전역수당 환수 관련 조항은 군인사법 제53조의2, 군인 명예전역수당지급 규정(대통령령 제21884호, 2009. 12.15.) 및 기타 국방부 지침 및 지시에 의거 시행되고 있다. 2009. 12.15. 군인 명예전역수당지급 규정 중 환수 관련 조항이 개정되었다. 즉 환수대상 공무원의 확대(제9조), 환수금 산정기준 변경 및 정산금 신설(제10조), 환수금 연체이자율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을 적용(제11조)하는 내용이었다. 3. 환수 대상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4항 제2호에서는 환수대상자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무원으로 재임용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며, 군인 명예전역수당지급 규정 제9조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무원에는 '지방공무원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경력직공무원과 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3항 또는 지방공무원법 제2조 제3항에 따른 특수경력직공무원'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군인공제회, 한국국방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방부 산하기관에 취업한 자는 환수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Ⅲ. 판결의 쟁점 1. 문제의 제기 원고 A, B가 전역할 당시는 군인사법에 환수제도가 없었다. 다만 국방부 지침인 구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 처리지침」(2005. 4.7. 인사관리과-29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말함)에서는 "국방부 산하기관 채용예정자를 명예전역수당 지급심사 대상자에서 제외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2005. 3.31. 법률 제7429호로 개정된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4항에 명예전역수당 환수대상 및 절차에 관한 규정이 신설된 후 구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 처리지침(이하 '처리지침'으로 한다) 상의 위 규정은 삭제되었다. 위 처리지침에 따라 명예전역수당 지급심사 당시에 국방부 산하기관에 채용될 예정인 명예전역수당 지급 제외자에게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한 경우에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처리지침의 법적 성격을 규명하고 또한 군인사법에 환수조항이 흠결된 경우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에 근거하여 이미 지급된 명예전역수당의 환수를 명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2. 구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 처리지침」의 법적 성격 위 지침이 이 사안에 있어서 명예전역수당의 환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위 지침 규정은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심사기준에 관한 사항으로 이 사안에서와 같이 명예전역수당 지급심사 당시에는 국방부 산하기관의 채용이 예정되어 있지 않아 명예전역수당을 지급받았던 자가 사후에 국방부 산하기관에 채용된 경우에 적용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미 지급된 명예전역수당에 대하여 공권력 행사로서 환수를 명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침익적인 행정처분으로서 이러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수에 관하여 별도로 법령에 명시적인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인 바, 구 「군인사법」에는 지급된 명예전역수당에 관하여 환수를 명할 수 있는 근거가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며 달리 그러한 권한이 하위법령 등에 위임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명예전역수당 지급심사의 대상 제한에 관한 구 처리지침을 근거로 이미 지급된 명예전역수당에 대하여 공권력 행사로서 환수를 명할 수는 없다"라고 하여 부정하는 견해가 있으나(법제처 유권해석 2008. 7.8.). 판례는 이를 긍정하였다. 즉 「이 사건 처리지침은 비록 국방부 장관의 훈령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이에 의한 명예전역수당의 지급대상범위 제한은 이 사건 지급규정의 위임에 따라 그 규정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면서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 효력을 발생하게 되므로, 그 보충규정의 내용이 위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났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예전역수당의 지급대상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령상의 근거가 된다」(대상판결의 1심 판결). 3.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의 적용여부 위 조문이 이 사안에 있어서 명예전역수당의 환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도 이를 부정하는 견해와 긍정하는 견해가 있다. 법제처는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의 환수규정은 2002. 1.19. 법률 제6622호로 「국가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되었는 바, 위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이 이 사안 명예전역수당의 환수를 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군인'은 「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2항 제2호의 특정직공무원의 하나로 「국가공무원법」 상의 공무원에는 포함되나,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4항 및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 제3조에 따른 「국가공무원법」 상의 명예퇴직수당 지급 대상범위에는 '군인'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바,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의 명예퇴직수당의 환수에 관한 규정은 명예퇴직수당의 지급을 전제로 한 규정이므로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의 명예퇴직수당의 환수규정도 군인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며, 이미 지급된 명예퇴직수당을 국가가 강제로 환수하는 침익적인 공권력 행사에 관한 규정을 법에 명시된 적용대상이 아닌 자에게 무리하게 유추해석하거나 확장해석하여 적용할 수는 없다」라고 하여 부정하였다(법제처 유권해석 2008. 7.8.). 그러나 판례는 「군인사법은 군인의 책임 및 직무의 중요성과 신분 및 근무조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임용·복무·교육훈련·사기·복지 및 신분보장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서 군인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보다 우선하여 적용되나, 군인사법이 제정되었다고 하여 군인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이 전면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군인사법이 미쳐 규율하고 있지 못한 부분에 관해서는 여전히 국가공무원법이 군인사법을 보완하여 군인에 대하여 적용된다」라고 판시하여 이를 긍정하였다(대상판결의 1심 판결). Ⅳ. 평석 대상판결은 "이 사건 처리지침은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다"라는 1심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판결에서는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4항은 명예전역수당의 지급대상범위, 지급액, 지급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에 근거한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은 지급대상, 지급신청절차, 지급대상자 심사결정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한편, 제9조에서 명예로운 전역의 기준, 수당지급대상자의 선정과 심사방법, 지급절차, 명예전역심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기타 이 영의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세부사항은 국방부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장관은 이에 터잡아 처리지침을 마련하였는 바, … 위 처리지침은 그 규정형식과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 내부에서 명예전역수당지급 대상자 선정, 절차 등에 관한 법령해석 내지 사무처리 기준을 규정한 행정규칙으로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법규적 효력은 없다고 보인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04. 12.23. 선고 2004구합12100 판결). 대상판결에서는 위 처리지침의 법적성격을 '대외적 효력이 없는 법령해석 내지 사무처리 기준을 규정한 행정규칙'으로 보고 있는 다른 하급심 판례와는 다르게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판결문에서는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으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시가 되어 있지 않다. 위 처리지침의 법적성격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을 기대해 본다.
2010-02-18
다단계판매의 개념에 대한 평가
1. 사건의 요지 피고인들은 행정당국에 다단계판매업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2004. 1. 중순경부터 같은 해 7. 14.까지 피고인들이 운영하는 H회사 사무실에서 H회사가 판매하는 ‘황삼’류 상품을 소비자들이 35만원에 구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H회사의 판매원으로 가입시키고, 그 판매원이 각자 2명의 하위판매원을 모집하여 그들로 하여금 같은 금액 상당의 위 제품을 구입하면 다시 그들을 하위판매원으로 가입시키는 등 순차적ㆍ단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각 단계별로 하위판매원을 모집하기 위하여 물품판매에 따른 수당지급체계를 갖추는 등의 다단계물품판매조직을 개설ㆍ운영하였다는 것이다. 2. 대법원 판례의 요지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위 행위에 대하여 하급심이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이하 ‘방문판매법’이라 함) 제2조 제5호 소정의 다단계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을 파기하고, 아래와 같이 다단계판매의 개념을 판시하였다. 법 제2조 제5호가 상정하고 있는 다단계의 개념적 구성요소는 ①판매원의 가입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 가입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에 이른다는 점 및 ②위와 같이 판매원을 단계적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는데 있어서 판매 및 가입유치 활동에 대한 경제적 이익(소매이익과 후원수당)의 부여가 유인으로 활용된다는 점의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뿐, 후원수당의 지급이 당해 판매원의 직근 하위판매원의 판매실적 뿐만 아니라, 그 하위판매원의 판매실적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보았다. 3.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가. 판결의 영향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의 구별은 다단계판매업자, 방문판매업자 및 이들을 감독하는 감독관청인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서 과거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위 대법원 판결은 방문판매법과 그 하위법령의 구조적인 해석을 통하여 다단계판매에 대한 개념을 비교적 자세하게 정립하였으나, 그 동안 업계 및 감독관청이 일관되게 유지하였던 해석기준과는 다르거나 방문판매법의 해석에 있어 오해를 불러 일으킬 판단을 내림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는 면도 있다. 나. 판결의 평가 방문판매법 제2조 제5호는 다단계판매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다. ‘다단계판매’는 판매업자가 공급한 재화 등을 특정인으로 하여금 소비자에게 판매토록 하고, 그 소비자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위판매원으로 가입시켜 당해 특정인의 활동과 같은 활동을 하면 일정이익(다단계판매에 있어서 다단계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재화 등을 판매하여 얻는 소매이익과 다단계판매업자가 그 다단계판매원에게 지급하는 후원수당을 말한다)을 얻을 수 있다고 권유하여 판매원의 가입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으로 이루어지는 판매조직을 통하여 재화 등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다단계판매의 개념과 관련하여 쟁점이 되는 것들은 아래와 같다. (1) 판매업자, 판매원과 소비자의 관계 상위판매원과 그 하위판매원은 재화 등의 판매자와 구매자 관계에 있어야 함은 방문판매법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판매원이 판매업자로부터 공급받은 재화를 자신의 이름과 계산으로 판매하면 그에 따른 소매이익을 남길 수 있고 아울러 그로부터 재화를 구매한 하위판매원이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한 것에 대하여는 판매업자로부터 후원수당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판매원이 판매업자를 대행하여 판매계약을 알선하거나 중개하는 역할에 그치는 위탁판매의 경우이다. 판매원이 판매에 직접 관여(알선 내지 중개)하였다 하더라도 판매계약의 당사자는 판매업자와 소비자이기 때문에 소매이익은 존재할 수 없고, 단지 판매업자로부터 후원수당만을 지급받을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자신이 모집한 하위 판매원이 다른 소비자에게로의 판매에 관여한 부분에 대하여도 후원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소매이익 없이 오로지 후원수당으로만 이어진 위탁판매조직은 방문판매법이 소매이익을 요구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다단계판매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본다(2006. 2. 24. 선고 2003도4966판결 및 방문판매법 제17조 참조). 소매이익의 문제는 다단계판매를 이해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부가가치세법에서도 다단계판매원을 도소매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정하고 있다. 소매이익이 남는다는 것은 자신의 이름과 계산으로 상위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재화를 판매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단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구매한 소비자를 하위판매원으로 삼게 된다. 따라서 다단계판매원으로 활동하려는 자는 상위 판매원으로부터 재화를 구매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례는 판매업자, 판매원, 소비자의 관계를 명확하게 명시하지 아니하여 후원수당만으로 연결된 여러 단계의 위탁판매조직이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H회사의 경우에는 35만원 상당의 재화의 구입이 판매원의 가입조건으로 되어 있어 소비자의 재화 구매요건을 충족시키고 있으나, 그것이 판매업자로부터 구매한 것인지 아니면 상위 판매원으로부터 구매한 것인지에 대한 명시적인 설명이 없어 다단계판매를 둘러싼 논쟁을 해결하지 못하였다(만일 소비자들이 H회사로부터 위탁판매되는 재화를 구매한 것이라면 소매이익이 없기 때문에 다단계판매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2) 후원수당의 지급에 대하여 다단계판매에 있어 경제적인 이익은 소매이익과 후원수당으로 볼 수 있는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소매이익은 다단계판매의 본질적인 요소이다. 방문판매법은 후원수당을 하위판매원들에 대한 조직관리 및 교육훈련실적, 다단계판매원의 자신의 판매실적 또는 하위 다단계판매원의 판매실적이라고 규정하고, 이 역시 다단계판매의 본질적 요소로 보았다(방문판매법 제2조 제7호 참조). 소매이익만 존재하고 후원수당이 없다면 이는 일반 유통체계와 다를 바 없고, 하위판매원의 판매활동 등에 의한 인센티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단계판매조직이 유지될 수도 없어 이를 다단계판매라 보기도 어렵다. (3) 판매원의 단계와 다단계판매조직에 대하여 다단계판매에 있어서의 단계는 판매원들간의 유기적 상하 계층구조라 볼 수 있다. 상하 계층구조가 형성되려면 하위판매원은 상위판매원에 대한 종속성이 있어야 하고, 하위판매원의 활동에 대한 보상이 상위판매원에게 영향을 주어야 한다. 방문판매법이 정한 바와 같이 판매원의 단계가 명확한 경우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재화 등의 구매를 수반하지 않고 단지 하위판매원만을 유치하거나 하위판매원의 활동이 다단계판매와 무관하게(즉, 재판매방식이 아닌 위탁판매의 경우) 실적이 발생한 경우 그것에 대한 대가로서 판매업자로부터 후원수당을 받을 때, 이러한 하위판매원을 유치한 자와 유치 당한 자가 판매원의 단계에 해당할 수 있냐는 문제점이 있다. 다단계판매에 해당하려면 상위판매원과 그에 종속되는 하위판매원의 활동은 동일하여야 하므로, 재화 등의 판매와 구매로 서로 연결되어야 하고, 이러한 연결과정 없이 하위판매원만을 유치한 대가를 받거나 유치된 판매원의 실적에 상응하여 대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이들 사이의 관계를 판매원의 단계로 볼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 사이에는 다단계판매의 본질적인 요소인 소매이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2년 방문판매법의 개정으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인 경우(이하 ‘전형적인 다단계판매조직’이라 함)뿐만 아니라 시행령 제2조 제1호 및 시행규칙 제5조 제1항에서의 판매원의 단계가 2단계 이하이지만 사실상 3단계 이상인 경우(이하 ‘유사다단계판매조직’이라 함)까지도 포함하여 다단계판매조직으로 보고 있다. 전형적인 다단계판매조직은 판매원의 가입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 확장되어야 하는데, 방문판매법상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어 해석상 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방문판매법이 다단계판매를 확대한 것은 무한히 확대될 수 있는 하위 판매조직으로 인하여 상위판매원은 후원수당이라는 이득을 얻는 반면 소비자였던 하위판매원은 그 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따라서 단계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시행령상의 유사다단계판매조직의 판단기준(후원수당의 지급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맞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결은 단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아니하면서도 직직근 하위판매원의 실적 등이 상위 판매원이 받게 되는 후원수당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단지 가입만이 순차적으로 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이라고 판단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대법원은 하위 판매원들의 단순한 가입구조나 단계적 가입구조에 대한 가능성을 가지고 판매원의 단계로 고착시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방문판매법과 그 시행령의 관계를 하위 법령에 의한 상위 법령의 해석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지적할 것이 아니라 상위 법령에서 정한 전형적인 다단계판매의 개념적 요건을 하위 법령에서 확장해 놓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법논리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H회사의 경우 후원수당이 직직근 하위 판매원의 실적이 당해 판매원의 후원수당에 영향을 주지 않는데도 순차적 가입의 가능성을 가지고 판매원의 단계로 인식하여 다단계판매로 판단한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고,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우려가 있다 4. 결 론 다단계판매조직의 개념과 관련한 대법원의 위 판결은 기왕 및 그 이후의 대법원의 입장, 헌법재판소의 입장과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전원합의체에 의하지 않고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는 비판이 있었다. 위 대법원 판결이 H회사를 다단계판매조직으로 본 주된 이유는 판매활동에 따른 피해가 존재하고 있었던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는 현행 방문판매법에서 다단계판매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지 하지 않은 탓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최근 다행히도 방문판매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개정될 방문판매법은 판매원의 단계는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판단되는지의 여부 등 해석에 맡겼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정의하여 다단계판매의 개념 및 그 범위를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2007-06-25
다단계판매의 개념과 관련한 소고
I. 대법원 판결 요지 상품 판매 및 판매원 가입유치 활동을 하면 소매이익과 후원수당을 얻을 수 있다고 권유하여 판매원 가입이 이루어지고, 그와 동일한 과정이 3단계 이상 단계적·누적적으로 반복된 이상, 그 판매조직의 후원수당 지급방식이 직근 하위판매원이 아닌 하위판매원의 판매실적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판매조직형태는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II. 평석 1. 사안의 쟁점 대상 대법원 판결과 달리, 종래에는 다단계판매 조직의 가입자 중 그 상대방이 직접 권유한 가입자 외의 가입자가 행한 상품의 판매 등에 의하여 발생하는 이익으로서 그 명칭 및 형태를 불문하고 가입자 중 상대방이 직접 권유한 가입자 외의 가입자가 행한 상품의 판매실적 또는 가입자의 수에 연계되어 상대방에게 지급되는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권유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다단계판매조직의 요건으로 이해되었다(대법원 1995. 5. 26. 선고 94도 1544판결). 대상판결의 원심도 종전의 대법원 판결과 같은 맥락에서 다단계판매의 범위를 확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상판결은 다단계판매조직의 개념 요건에서 후원수당의 지급방식을 제외하여 다른 해석을 하고 있으면서도 판례 변경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바, 과연 이와 같은 해석이 정당한지 여부를 밝혀 대법원에서 통일적인 판단을 하여 줄 것을 바라는 입장에서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2. 죄형법정주의(명확성의 원칙)과 관련하여 구법의 경우 다단계판매에 있어 현행법과 같이 판매의 개념에 위탁 및 중개를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행법과 같이 다단계판매에 있어서 판매의 개념에 위탁 및 중개가 포함되고 더불어 대상 판결과 같이 후원수당의 지급방식을 다단계의 개념요소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법이 처음에 규율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던 수많은 판매조직이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될 가능성이 발생한다. 즉 통상적으로 전혀 다단계판매조직으로 보기 어려운 일반적인 영업조직들 상당수가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되어 법의 규율을 받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될 위험성이 발생된 것이다. 예를 들어 가맹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자(가맹본부)가 가맹점 확장을 위하여 가맹점 사업자가 다른 가맹점 사업자를 소개할 경우 연말에 소정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을 통일적인 약관으로 규정해 놓았다면 가맹본부로서는 가맹사업자가 다른 가맹사업자를 소개한 경우 연말에 해당 인센티브를 지급하게 될 것인데 이 경우 인센티브 지급이 소개된 사업자의 매출 등에 연동되지 않고 단순히 일시금 형식의 정액지급이라 하더라도 대상판결에 의하면 그 가입의 권유가 연쇄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아 결국 가맹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에 이르게 되고, 가맹점을 단계적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는데 있어 일정한 경제적 이익의 부여가 유인으로 활용되는 것이므로 위 프랜차이즈 조직은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특히 법 제2조 제7호에 따르면 후원수당은 그 명칭 및 지급형태를 불문하고 다단계판매업자가 다단계판매원에게 속하는 하위판매원들에 대한 조직관리 및 교육훈련실적, 다단계판매원 자신의 재화 등의 판매실적이나 그 다단계판매원에게 속하는 하위판매원들의 재화 등의 판매실적과 관련하여 다단계판매원에게 지급하는 경제적 이익을 의미하므로,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될 수 있는 판매조직의 범위는 더욱더 넓어질 수 있다. 위 예의 경우 신규가맹점 소개의 대가로 가맹본부가 소액의 판촉물을 무상지급 하더라도 가맹사업 자체가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되어 예상치도 못한 범위에까지 다단계판매가 확장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모두 후원수당의 지급방식을 다단계판매의 개념요소에서 제외함으로써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자신이 가입 권유한 직근 하위 판매원들의 판매실적에 대하여 이득을 얻는 것은 자신이 직접적으로 가입 권유한 자들에 대한 교육 및 관리의 대가로서 볼 수 있는 것이고, 이는 일반적인 기업에서 인센티브나 포상의 형태로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도 불구하고 모두 다단계판매로 보는 데 문제가 있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우려하는 소비자 피해나 사행심 발생의 우려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3. 입법목적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에 따르면, X회사에 A가 가입하고, A의 권유로 B가, B의 권유로 C가 가입한 경우, A는 B의 판매실적에 따라 후원수당을 받을 수는 있지만 C의 판매실적과 관련하여서 A는 후원수당을 받지 못하더라도 A, B, C가 가입함에 있어 판매 및 가입유치 활동에 대한 경제적 이익(소매이익과 후원수당)의 부여가 유인이 되었다면 X회사는 X-A-B-C의 3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조직구조를 취하는 X회사가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되지 않기 위해서는, A에 대하여는 가입을 권유하기 위하여 소매이익과 후원수당을 유인책으로 제시하더라도, A는 B를 자신의 하위판매원으로 가입시킴에 있어 이와 같은 소매이익과 후원수당 부여를 유인책으로 제시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위의 예에서 B는 A의 하위판매원으로 가입할 경제적 유인이 없게 되고 A 또한 자신의 하위판매원을 두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므로, 이와 같이 후원수당 등의 경제적 이익이 결부되거나 단계별로 연결되지 아니한 채 단순히 판매원의 가입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진 판매조직이 다단계로 하방 확장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방확장성은 사행성이나 소비자 피해가능성 등의 폐해와 연관되지 않을 경우 그 자체로 법이 금지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볼 수 없는 바(대인판매나 연고판매 자체에 어떤 위법적 요소가 있다고도 보기 어렵거니와 기업이 조직을 하방으로 확장하려고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당연한 이치이다), 법이 2단계 판매조직을 다단계 판매조직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하방 확장성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3단계 이상의 판매조직과 같이 사행성을 유발하고 소비자 피해를 양산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는 현행법상 다단계판매의 정의규정이 2005년 12월 29일 개정될 당시 논의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하다. 당시 입법자들은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되기 위한 요건을 구법과 같이 3단계 이상으로 규정할 것인지 아니면 2단계로 축소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끝 에 기존대로 3단계 이상의 판매조직만을 다단계판매조직으로 규율하기로 합의하였는데, 그 주된 이유는 기존의 방문판매업자들이 판매업자, 판매원, 보조판매원으로 구성되는 2단계 판매조직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판매조직마저 다단계판매조직으로 규율될 경우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의 개념이 모호해져 정상적인 방문판매조직마저도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되게 될 것인바, 그와 같이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의 구분이 사라질 경우, 기존의 사행성의 우려가 적은 건전한 방문판매조직 마저 사행적인 다단계 판매조직으로 전환될 경제적 유인이 높아지는 등의 폐단이 발생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려에 따라 법 개정 당시 2단계 판매조직은 다단계 판매의 개념에서 제외하기로 하고, 다만, 다단계판매조직이 형식적으로 2단계로 운영되어 법의 규율대상에서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2단계 이하의 판매조직 중 사실상 3단계 이상의 판매조직에 해당되는 판매조직을 다단계판매조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였고 기존의 2단계 판매 조직은 이를 방문판매 조직으로 규율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제222회 국회임시회 정무위원회회의록 제3호 참조). 실제로, 3단계 이상의 다단계의 경우 각 단계별로 유인책을 사용하는 판매조직과 2단계 사이에서만 유인책을 사용하는 판매조직은 사행성의 관점에서 볼 때 전혀 다른 차원의 판매조직이라고 할 것이고, 실질적으로 3단계 이상의 판매조직에 대해서만 다단계판매조직으로 엄하게 규율하고자 한 입법목적이나 경위에 비추어 보아도 이 사건 판매조직과 같이 2단계 사이에서만 유인책을 사용하는 판매조직은 법상 다단계판매조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그 해당 피고인이 이미 동종범죄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자로서, 판매조직을 구축함에 있어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법 규정의 애매한 측면을 파고들었음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법 제2조 제5호의 문언을 정책적 고려에 따라 해석하였음이 엿보이는 사건으로서 기존의 판결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면서까지 형식적인 문리해석을 한 것은 사회의 실질을 직시하지 못한 것으로서 다소 유감스러운 일이다. 4. 결 론 대상판결이 기존의 대법원판결과 달리 후원수당의 지급방식을 제외한 것은 사안과 관련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꾀하기 위한 측면이라는 점에서는 일응 수긍 할 수 있으나, 현행법이 구법과는 달리 판매의 개념에 중개와 알선을 포함함으로써 후원수당의 지급방식이라는 개념이 다단계의 구성요소로써 더욱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대상판결이 설시한 두 가지 요건 이외에 후원수당의 지급방식에 있어서 직근 하위판매원의 판매실적 등뿐만 아니라 그 하위판매원의 판매실적 등에 대하여도 후원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요건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며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로 판시한 원심판결의 취지가 법적 명확성 측면과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다 타당한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2006-11-23
테러범과 정치범 불인도 원칙
I. 시작하면서 2006.7.27. 서울고등법원 제10형사부는 서울고등검찰청이 청구한 베트남인 우엔 우 창(Nguyen Huu Chanh)에 대한 범죄인인도심사청구 사건에서 범죄인의 인도를 허가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범죄인인도심사 및 그 청구와 관련된 사건은 서울고등검찰청 및 서울고등법원 전속관할이고 대법원에 상소할 수 없는 결정이므로 우엔 우 창은 곧바로 석방되었다. 위 결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범 인도 청구 사건에 관한 결정이어서 선례적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자 인도와 관련한 정치범죄를 심도 있게 설명하고, 국제분쟁 적용법령의 해석 원리, 국제법원(國際法源)으로서의 UN-Resolution에 대한 평가를 충실히 내리고 있는 점 등 우리나라 국제법 실무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좋은 결정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몇 남지 않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와의 외교적, 국제형사법적 공조와 관련될 뿐만 아니라 향후, 유사범죄를 저지른 대한민국 국적인 혹은 북한 국적인의 처벌을{혹은 베트남으로 도망한(?) 동원호 선원을 억류한 소말리아 해적의 처벌을}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대한 베트남의 대응 등은 물론,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소위 ‘정치범 불인도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는 필자와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이하에서는 사건 개요와 결정이유를 간략히 소개한 후 이에 대하여 논점 위주로 개인적 견해를 적어본다. II. 사건의 개요 1. 범죄인의 범죄사실 범죄인 우엔 우 창은 1950년 베트남에서 출생하여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가 미국영주권을 취득하고, 1992년 Vinamoto Company의 임원 신분으로 베트남에 입국한 후 1995.4. 자유베트남 혁명정부를 조직하여 자신을 내각총리로 지칭한 후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 전복을 목적으로 13개항에 이르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고, 범죄사실은 그 내용상 아래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1) 1999년부터 자유베트남 혁명정부의 조직원을 훈련시키고 테러를 위해 각종 폭발물을 운반하고 반베트남 선전을 유포하고 호치민 방송국 등의 공공시설에 폭탄을 장치하였으나 발각되어 미수에 그치고 대중이 운집하는 광장에 폭탄을 투척할 것을 모의하였으나 테러계획이 공안당국에 알려져 미수에 그친 점 등의 다수의 테러를 기도하고 2) 2001.6.19. 태국 주재 베트남 대사관에 폭탄을 넣은 핸드백 2개를 던져 넣고 휴대폰을 이용하여 원격 조정하여 대사관을 폭발시키려고 하였으나 뇌관 조립과정상의 문제로 폭탄이 터지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2. 불인도 결정 이유 가. 위의 범죄사실이 인도대상범죄에 해당하나, 자유베트남 혁명정부의 성립 배경 및 활동 내용을 고려하여 피청구인에 대한 범죄는 정치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후, 대한민국과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2005.4.19. 발효, 이하 ‘이 사건 인도조약’이라고 한다)과 범죄인 인도법(2005.12.14. 일부 개정)의 정치범 불인도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정이 없는 한 범죄인을 청구국에 인도할 수 없다. 나. 대한민국은 2004.2.9. 폭탄테러범죄를 범죄인 불인도 대상인 정치범죄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에 가입하였고, 범죄인 인도법 제8조 제1항 제2호 “다자간 조약에 의하여 대한민국이 범죄인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하거나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범죄”는 정치범 불인도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어 폭탄테러행위를 저지른 범죄인을 예외사유에 해당되는 듯 하나 신법우선의 원칙, 특별법 우선의 원칙 등 법률해석 원칙은 물론 범죄인 인도법 제3조의2 “범죄인 인도에 관하여 인도조약에 이 법과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른다”는 규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인도 조약 제3조 제2항 나목 ‘양 당사국이 모두 당사자인 다자간 국제협정에 의하여 당사국이 관할권을 행사하거나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 범죄’만을 정치범 불인도 예외사유로 하고 있고 다자간 국제협정인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에 베트남은 가입하지 않아 위 조약은 양 당사국이 모두 당사자인 다자간 국제협정이 아니므로 이를 근거로 범죄인을 인도 할 수는 없다. 다. 테러범죄자에 난민의 지위가 악용되거나 테러행위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이유로 범죄인 인도요청이 거부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 등을 규정한 미국 9·11 테러 직후에 채택된 ‘UN 안보리의 2001.9.29.자 결의’에 대한민국과 청구국은 모두 서명하여 위 결의의 당사자가 되었으나, 위 결의는 당사국에게 구체적인 범죄인 인도의무를 부과하는 국제협정이 아니다. 라. 범죄인 인도법 제8조 제1항 제3호의 ‘다수인의 생명·신체를 침해·위협하거나 이에 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죄’를 정치범불인도 예외사유로 열거하고 있으나 이 사건 인도조약은 이를 예외사유 중의 하나로 열거하지 않고 있으므로 범죄인 인도법 제8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여 인도를 허가할 수는 없다. III. 평석을 위한 몇 가지 논점 정리 1. 정치범죄와 테러행위 ‘정치범죄’는 그 동기와 목적, 해당국가의 정치 상황, 행위양상, 성질 등을 기준으로 정의하여야 하나 현재까지 국제사회가 합의한 일의적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범죄인 인도와 관련하여 정치범죄 여부에 대한 판단은 피청구국의 사법당국에 맡겨진다고 하지만 청구국이 행하는 구체적인 사법조치를 전제로 하여 판단하므로 실체적, 절차적으로도 엄격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한편 ‘테러’는 1983년 Axel P. Schmid가 펴낸 ‘Political Terrorism’에 당시까지의 테러 개념이 109개로 정리되어 있고, 1988년 같은 저자가 펴낸 증보판에 수십개의 정의가 추가된 상황이고 보면 테러의 정의는 테러 연구자 수만큼 많아져 개념정의에 어려움이 있다. 국제법 발전역사상 정치범죄자는 난민대우 혹은 범죄인 불인도 등으로 국제적으로 보호해야 하고, 테러범죄는 국제적 범죄로서 보편적 사법권의 형식으로라도 처벌해야 할 범죄이지만 테러범죄 또한 많은 경우 정치적 성향을 띠고 있어 소위 ‘정치범죄’에서 ‘테러’를 분리해 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2. 테러행위와 정치범불인도 원칙 정치범불인도는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일부국가들이 도망정치범을 비호할 권리의 근거로서 주장한 것으로 자코뱅당의 테러적 지배(테러의 어원은 자코뱅당의 억압적 지배방식에서 유래한다)를 피하여 이웃 나라로 도망친 많은 국가테러 피해자들이 정치범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이러한 정치범은 19세기 이래 많은 범죄인 인도조약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으나, 개념적으로 정치범불인도가 국제관습법상 정치범죄인을 인도하여서는 안 된다는 국가의 의무인지 그렇지 않으면 범죄인도조약에 의거하여 조약상 발생한 인도의무를 거부할 권능을 인정함에 불과한 것인가에 관하여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3. 반테러협약과 보편적 테러행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정치범 인정 여부는 피청구국이 판단하므로 자국의 이해에 따라 정치범불인도 원칙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러한 해석에 따른 범죄인 불인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없지 않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소위 반테러협약을 통하여 국제사회가 합의하는 일정한 범죄양상에 대하여는 정치적 성향을 띠는 정치범죄라 하더라도 aut dedere aut punire(인도 혹은 처벌)에 따라 처리하는 국제적 컨센서스를 이루어, 반테러협약상의 범죄행위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국제테러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예컨대, 항공기테러억제협약(1970), 외교관등에대한테러방지협약(1973), 인질방지협약(1979) 등 반테러협약에 관해서는 http://untreaty.un.org 참조} 4. 국제분쟁의 적용 법리 범죄인 인도 등 국제성을 보유한 사건에 대하여는 국내 법원도 국내법은 물론이고 국제법 원리에도 부합하는 판단을 하여야 한다. 특히, 국제테러는 해당 국가에 대한 범죄로 인식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범죄로 인식되는 중요한 국제법적 사건이므로 헌법과 해당 법률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 성문 국제법은 물론이고 관습법 그리고, 국제법의 일반원칙, ILC 등이 확인하고 있는 강제규범으로서의 ius cogens 혹은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의무로서의 erga omnes 와의 조화적 해석 등까지 면밀히 검토하여야 한다. IV. 결정의 평석 1. 국제테러행위 재판부는 청구인의 폭탄테러행위가 정치범 불인도 예외범죄인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상 범죄이나, 청구국이 위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으므로 위 범죄인을 인도하게 되면 이 사건 인도 조약을 위반하게 된다고 하고 있는 바, (재판부의 견해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위 범죄인의 폭탄테러행위가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의 테러행위임은 인정하고 있다. 위 테러행위는 미수에 그쳤고 베트남 정부 전복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만 (실제 기수에 달하였다면) 위 폭탄테러는 자국민 타국민을 가리지 않는 피해를 야기할 국제테러행위이다. 이러한 국제테러범죄는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범죄행위이고, 이를 억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한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사회 전체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이 사건 인도 조약의 해석에 따라 청구국이 폭탄테러억제협약 당사자가 아니므로 테러행위자를 자유롭게 놓아준다면 대한민국은 (결과적으로) 소극적으로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것일 수 있다. 2. 외교관 등에 대한 테러행위 위와 견해를 달리 하더라도, 이 사건 범죄인의 많은 범죄행위 중 태국 주재 베트남 대사관에 폭탄을 투척한 행위는 1973. 12. 14 국제연합 총회에서 채택된 ‘외교관등 국제적 보호 인물에 대한 범죄의 예방 및 처벌에 관한 협약’ 제2조 제1항 (라)목 위반의 국제테러범죄이다. 위 조약은 대한민국이 1983.5.25. 가입하였고, 베트남 또한 2002.5.2. 가입하였다. 따라서, 재판부가 밝힌 것처럼 대사관 폭탄 투척 이외의 폭탄테러는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과 관련하여 정치범죄로서 정치범 불인도 예외 사유인 ‘양당사국이 모두 당사자인 다자간 국제협정에 의하여 당사국이 관할권을 행사하거나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 범죄’가 아니지만, 외국 주재 자국 대사관에 폭탄을 투척한 행위는 재판부의 견해에 의하더라도 ‘양당사국이 모두 당사자인 다자간 국제협정에 의하여 당사국이 관할권을 행사하거나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 범죄’로서 정치범죄라고 하더라도 정치범 불인도의 예외사유로서 대한민국에 aut dedere aut punire 의무가 있는 범죄이다. 3. 테러행위의 전단계 범죄화 및 형법의 세계주의 도입 폭발물을 사용한 범죄, 공공시설과 다수 인명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범죄에 대하여는 현실적 피해발생(구성요건적 기수)을 범죄의 구성요건 사실로 보고 이를 처벌하게 된다면 형사법의 보호적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없다. 따라서 테러행위는 예비, 음모 등의 구성요건 실행 착수 이전 단계에서 적절한 범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소위 전단계 범죄화(Vorfeldstrafe)가 필요한 분야임에도 결정 이유에서 폭발물 사용의 대상이 사람인지 시설인지조차 특정되지 않아 ‘다수인의 생명·신체를 침해·위협하거나 이에 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죄’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해석은 해당국가와 국민의 법익 침해를 너무 과소평가한 해석으로 볼 수 밖에 없고, 피청구인이 테러행위를 중단하겠다는 의사 또한 어디에도 읽을 수 없다. 지금껏 미수에 그친 그의 테러행위가 후일 어디에선가 기수에 이르게 되는 순간, 대한민국의 부적절한 대응은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끝으로, 정치범 불인도 원칙을 가장 먼저 입법화한 벨기에가 국제적 테러는 delicta juris gentium으로 간주하고 범죄지, 범인이나 피해자의 국적, 범죄지국의 법률 등을 묻지 않고 자국법에 의하여 재판하겠다는 절대적 세계주의(Weltrechtsprinzip)를 규정함은 이번 인도 청구 사건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06-08-21
자살한 군인의 국가유공자(순직군경)해당 여부
[판결요지] 망인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유서의 내용과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정신상태 및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자살은 나약한 성격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나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어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연구요지] 어떤 이유로든 자살한 군인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괴리가 있어 국가유공자 인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면은 수긍이 가나, 상급자들의 가혹행위 및 폭행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 국가배상책임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의 아들인 A는 2000.3.13. ○○부대에 전입하여 근무하던 중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상명하복의 엄격한 통제사회인 군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선임병인 최△△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죽여 버린다.”고 협박하며 잠을 재우지 않고, 고참병 서열 등을 암기하도록 강요하고, 흡연 금지구역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뺨을 1회 폭행했다. 또한 A는 위와 같이 육체적·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받아오던 중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선임병들의 강요행위 등으로 인해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말을 하였고, A의 외삼촌은 포대장에게 전화하여 ‘선임병들로부터 암기강요 등을 당하면서 잠을 못 자고 있으니 조치해 달라.’고 하였으나, 특별한 조치는 취해지지 아니하였으며, 전화한 사실이 알려져 선임병들로부터 따돌림까지 당하게 되었다. 2000. 3. 30. 부대 간부와 면담을 하면서 ‘조종수를 못하겠으니 운전병으로 보직 조정을 해 달라.’는 부탁을 하자 ‘군대에서 하기 싫으면 나가라, 임마, 이 새끼야, 개새끼야’ 등의 욕설·폭언을 당하자, ‘선임병의 횡포가 싫다.’는 내용의 유서 5장을 남기고 목을 매어 자살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보훈청에 국가유공자유족등록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보훈청장)는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여 순직군경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을 하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1심,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1) 1심 및 항소심 판결요지 ‘일반사회와는 달리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 사회에서는 그 통제성과 폐쇄성으로 인하여 상급자로부터의 강요 등 가혹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가 일반 사회에서의 그것보다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에 비추어 달리 망인이 자살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망인의 사망은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강요 등 가혹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할 것이고,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위와 같은 경우의 망인의 자살은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함)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망인은 법 제4조 제1항 제5호 가.목 소정의 군인으로서 직무수행중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1심:서울행정법원 2002.5.22. 2002구합110,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3.1.23. 2002누9034) 2) 대법원 판결요지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한다고 할 것인데, 군인이 상급자 등으로부터 당한 가혹행위가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의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자살과 관련된 질병의 유무,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가혹행위는 망인으로 하여금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적접적인 동기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가혹행위와 망인의 자살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망인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망인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의 근접성, 망인이 자살하기 전에 남긴 유서의 내용과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망인의 정신상태 및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자살은 나약한 성격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나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라 할 것이어서 망인의 사망은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Ⅱ. 자살 군인에 대한 보상 제도 1. 관련법규 군인사법 제54조에서는 군인이 전사·전상 또는 공무로 인하여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 또는 사망하였을 때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본인 또는 그 유족은 그에 대한 상당한 보상을 받는다라고 규정하여 군복무중에 발생하는 각종 재해에 대하여 상당한 보상을 받게 함으로써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상규정을 두고 있다(임천영,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791면). 군의 전·공사상자의 구분과 확인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전공사상자처리규정(국방부훈령 제392호 1989. 9. 7) 제3조에서는 사망을 전사, 순직, 사망으로 구분하고 사망을 일반사망, 변사, 자살로 구분하고 있으며, 자살이란 스스로 자기의 생명을 끊거나 그로 인한 결과로 사망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자살자에 대하여는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 제외사유가 되며, 또한 1인당 500만원을 ‘사병 사망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육방침 01-4호 2001. 1. 26. 사병 사망위로금 지급방침). 2. 자살자 보상 처리 군인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군인연금법, 국가배상법,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에 의하여 보상 및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즉 군인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직무집행과 관련한 순직에 해당하고, 그 유족은 법 소정의 연금과 군인연금법 소정의 재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사망이 법 제4조 제5항 제4호의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에 해당하거나, 군인연금법시행령 제75조 제2호 소정의 고의에 의한 것일 경우에는 법 소정의 연금이나 군인연금법 소정의 재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특히 법과 법시행령은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그 공헌과 희생의 정도에 대응하여 실질적인 보상으로서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에게 연금을 비롯한 각종의 보상제도(報償制度)를 두고, 이러한 목적과 기본이념 및 보상제도에 따라 국가유공자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열거하면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 등에 대하여는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 제4조 제5항 제4호{이 조항은 2002. 1. 26. 법률 제6648호로 신설되었는바 구 법시행령(2002.3.30. 대통령령 제175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의2 제4호 규정을 가져옴}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이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 입법취지는 공무상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할 수 없는 경우를 확인적·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에 그치고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주장·입증책임을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3두13595판결). Ⅲ. 최근 판례의 경향 1) 자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로는 대법원 2004.5.14. 선고 2003두13595판결(의무경찰 복무중 내성적인 성격으로 낯선 지역적·문화적 환경 속에서 엄격한 통제와 단체행동이 요구되는 부대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상급자들의 모욕적이고 위압적인 질책과 언어폭력, 구타 등으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발병하였고, 그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여 우울증의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되어 자살한 경우임)과 대법원 1999. 6. 8. 선고 99두3331판결(전투기 조종사의 공무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이 있다. 2) 자해행위에 해당된다는 판례로는 대법원 2003.6.13.선고2003두1325판결(장병학술시험에 대리응시한 행위가 적발되자 그에 대한 상급자들의 질책과 소속대원들에 대한 엄격한 군기훈련을 받게 될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감당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끼고 자살한 사안), 대법원 2003.9.5.선고 2002두11판결(군기교육은 군 조직을 유지, 통솔하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것으로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어느 부대에나 있는 것이며, 군기교육이 엄하다고 하더라도 군인으로서는 마땅히 이를 극복함으로써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면서 자해행위로 인정), 대법원 2003.11.14.선고 2002두4136판결(적응장애 사병이 육체적·심리적 긴장과 중압감 내지는 공포심을 수반할 수 있는 사격훈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긴장을 받은 것이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가 됨), 대법원 2004.3.26.선고 2003두14789판결(상급자인 정비하사관의 가혹행위가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가 됨), 대법원 2004.3.12.선고 2003두10404판결(해병대 근무중 상급자로부터의 폭행 및 가혹행위가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가 됨), 서울고등법원 2004. 6. 25. 선고 2003누12846판결(과중한 업무와 선임병들의 질책 등으로 자살을 결심한 사안) 등에 있어서는 상급자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가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나약한 성격탓에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이라고 하였다. Ⅳ.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군인이 상급자등으로부터 당한 가혹행위가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자살과 관련된 질병의 유무,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면서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를 벗어난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자살한 군인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여 국립묘지에 안장하거나 국가유공자로 지정하여 보상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괴리가 있어 국가유공자 인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면은 수긍이 가나, 상급자들의 가혹행위 및 폭행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국가배상책임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즉 영내에서의 가혹행위는 내무생활이라는 특수성에 비추어 피해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는 점, 상급자에 의한 폭행인 경우 일방적으로 당할뿐이며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어 일반 폭행과는 다른 점, 상급자의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통계 등에 비추어, 군대에서의 구타나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이라는 조건관계가 인정되면 경험칙상 자살이라는 결과의 발생을 통상 예견할 수 있다고 인정하여 국가배상 책임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04-09-16
의무장교(醫務將校)의 의무복무기간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1991. 1.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2. 4. 25. 군의(軍醫) 22기로중위로 임관하여 근무하던 중 장기복무신청을 하여 1992. 12. 14. 장기복무 의무장교로 임용된 후, 1993. 3. 23.부터 1997. 3. 2.까지 국군 수도병원에서 정형외과 전문의학과정수습을 받았다. 임관일 이후 군인사법 제7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장기복무기간 10년이 경과하자, 2002. 5. 23. 전역희망일자를 같은 해 6. 30.로 하여 피고(대한민국)에게 전역지원서를 제출하였는데, 피고는 원고가 법 제7조 제3항(이하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의무장교로서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하여 의무복무기간에 가산되는 ‘3년 11월 9일’을 추가로 복무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8. 22. 원고의 전역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위 전역거부처분을 취소하여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한 제1심과 항소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1심은 서울행정법원 2003. 1. 23. 선고 2002구합31701 판결,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누3460 판결). 원고와 피고가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위 항소심 판결은 확정되었다. - 판 결 요 지 - 군인사법 제7조 제3항의 취지는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 과정중 하나의 기간만이 의무복무기간에 산입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과정 모두 산입대상이 되며 가산되는 의무복무기간을 어느정도로 할 것인지 법무장교와 의무장교의 경우 차이를 둘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에 따른 합리적 재량의 범위내에 있는 차이라 할 수 있다 2. 항소심 판결요지 1) 이 사건 조항 중 의무장교에 관한 부분은 법규 전체의 취지를 살펴보면 이는 기초의학과정이나 전문의학과정 중 어느 하나의 기간만이 의무복무기간 산입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과정 모두 산입 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특히 국가의 예산으로 경제적인 혜택을 부여받아 교육을 받은 이상 반드시 두 과정 모두를 수습한 경우에만 산입 대상이 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 2)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라는 문구에 이미 법무장교 또는 의무장교로서 임용되어 시보 또는 전문의학과정을 수료한 자는 포함되지 않고 군장학생 중 장교로 새로이 임용된 군장학생만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3)가산되는 의무복무기간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한도를 둘 것인지, 법무장교나 의무장교 등 각 경우에 차이를 둘 것인지 등의 여부는, 국가의 재정상태, 군의 수급상황, 부여되는 혜택의 정도, 각 제도에 관한 사회적 인식 등 재정적, 군사적?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재량에 기초한 정책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는 입법정책에 따른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에 있는 차이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그 가산 기간의 차이로 인하여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4)이 사건 조항이 군내 수습을 받은 의무장교에게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Ⅱ. 의무복무기간 및 가산제도 1. 제도의 취지 군인사법 제7조 제1항에서는 장교?준사관?부사관의 의무복무기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의무복무기간은 다른 공무원법과 다른 군인사법의 특징으로 헌법 및 병역법에 의한 병역의무의 일환으로서 규정된 것이다. 따라서 의무복무기간은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그 기간은 반드시 복무하여야 한다(졸저,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3. 214면). 또한 군인사법 제7조 제2항, 제3항에서는 군인으로서 외국에서 유학하거나 군외 교육기관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자는 일정기간 가산하여 복무하도록 하는 의무복무기간 가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누구나 부담하여야 하는 국방의무를 이행하는 중에 특정 개인에 대하여 국가예산을 투자하여 특별한 능력개발기회를 부여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여 복무하게 함으로써 통상의 군대 교육훈련과정을 통하여 확보하기 어려운 우수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그 인력의 조기유출을 막고 군인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에 있다(서울행정법원 2003. 1. 23. 선고 2002구합31701 판결). - 연 구 요 지 - 국가예산으로 교육을 받은 이상 반드시 기초의학과 전문의학 과정 모두 수습한 경우에만 의무복무기간에 산입이 된다고 할 근거는 없고 또 그 대상은 각 과정을 수습한 자 중 장기복무 장교가 아닌 단기복무 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며 법무장교와 의무장교가 제도의 목적이나 선발기준, 자격 등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가산대상 기간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이는 입법적 재량에 따른 합리적 차별이라고 볼 수 있다 2. 가산복무의 유형 및 법적성질 군인사법 제7조 제2항에서는 외국에서 유학하거나 국내에서 군외의 교육기관의 위탁교육이나 군 교육기관의 학위과정의 교육을 받은 자를, 동조 제3항에서는 법무장교, 의무장교, 군인사법 제6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군장학생을, 동조 제5항에서는 특수장비 운용을 위하여 외국에 유학자는 그 이수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여 복무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여 복무하는 기간의 성격은 「의무복무기간의 일종으로 광의의 의무복무기간에 포함된다」고 하였다(국방부, 국방관계법령해석질의응답집 제23집, 1997. 20-21면). Ⅲ. 쟁점 1. 쟁점의 소재 군인사법 제7조 제3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첫째로, 그 문언상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모두 군에서 수습한 의무장교에게만 전용되어야 하는가의 문제와 둘째로, 위 각 과정을 수습한 자 중 ‘장기복무장교’가 아닌 ‘단기복무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는지의 여부 셋째로, 다른 장기복무자와의 형평의 문제 넷째로, 위 조항이 군외 기관에서 수습을 받은 경우에만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2.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모두 군에서 수습한 의무장교에게만 적용되는지 여부 이 사건 조항은 그 문언상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모두 군에서 수습한 의무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 즉 문언상의 표현 중 의무장교에 관한 부분은 “의무장교로서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한 자는 그 수습한 기간에 해당하는 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여 복무한다.”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으므로 문언상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모두 군에서 수습한 의무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 「‘및’이라는 어휘의 용법에 관하여 오해의 여지가 없지는 않으나, 법규 전체의 취지를 살펴보면 이는 기초의학과정이나 전문의학과정 중 어느 하나의 기간만이 의무복무기간 산입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과정 모두 산입 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원고의 주장과 같이 기초의학과 전문의학과정 모두를 수습한 의무장교의 경우에만 산입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보여지며, 특히 국가의 예산으로 경제적인 혜택을 부여받아 교육을 받은 이상 반드시 두 과정 모두를 수습한 경우에만 산입 대상이 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라고 하였다. 3. 이 사건 조항이 단기복무 의무장교에게만 적용되는지 여부 이 조항의 문언해석상 위 각 과정을 수습한 자 중 ‘장기복무장교’가 아닌 ‘단기복무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 즉 이 사건 조항은 의무복무기간 가산 대상자로서 “법무장교로서 군법무관시보로 실무를 수습한 자, 의무장교로서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한 자와 제6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군장학생으로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한 자 중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를 규정하고 있는바, 그 내용 중 “의무장교로서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한 자”가 뒤의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에 연결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 「①우선 문리적 해석에 의하더라도 그러하고, ②또한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라는 문구는 군인사법이 1989. 12. 30. 법률 제4158호로 개정되면서 삽입된 것으로, 그 개정취지는 군장학생 출신 장교 중 장기복무장교에 대하여 장학금 수혜기간 가산복무제도를 폐지하여 다른 장기복무장교와의 형평을 유지하는 한편 군장학생 출신 장교의 장기복무를 유인하기 위한 것일 뿐 법무장교나 의무장교와는 관련이 없다 할 것인바,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명백하며, ③나아가 법 제62조 제1항, 군장학생규정 제2조에 의하면, 군장학생은 대학교에 재학중인 자로서 군에서 시행하는 전형에 합격하여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침으로써 장교로 임관될 수 있는 것이므로,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라는 문구에 이미 법무장교 또는 의무장교로서 임용되어 시보 또는 전문의학과정을 수료한 자는 포함되지 않고 군장학생 중 장교로 새로이 임용된 군장학생만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4. 형평의 문제 군장학생으로서 의과대학 및 전문의학과정 등 10년의 혜택을 받은 후 임관한 단기복무장교의 의무복무기간이 13년이고 사관학교 출신자의 의무복무기간이 10년인데 비하여, 장기복무 지원후 전문의학과정만 수습한 원고의 경우 의무복무기간이 14년이 되므로 형평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①기본적으로 군장학생이나 사관학교 졸업생은 그 제도의 목적, 선발기준과 자격, 혜택, 복무조건 등이 의사시험에 합격하여 단기복무 의무장교로 임용되었다가 장기복무를 신청한 원고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적 자원이라는 점, ②가산되는 의무복무기간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한도를 둘 것인지, 법무장교나 의무장교 등 각 경우에 차이를 둘 것인지 등의 여부는, 국가의 재정상태, 군의 수급상황, 부여되는 혜택의 정도, 각 제도에 관한 사회적 인식 등 재정적, 군사적.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재량에 기초한 정책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입법의 내용이 헌법상 규정된 기본권이나 기본원칙, 기본권제한의 입법 한계, 그리고 당해 법률의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자의적이거나 임의적이 아닌 합리적 범위 내의 것이라면 이를 위헌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는 점등에 비추어 보면, 이들의 의무복무기간에 다소 차이가 있고 가산 대상 기간이 다르다 하더라도, 본건에 있어서 이를 비합리적인 차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형평에 반한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는 입법정책에 따른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에 있는 차이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그 가산 기간의 차이로 인하여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5. 이 사건 조항이 군외 기관에서 수습을 받은 경우에만 적용되는지 여부 이 사건 조항은 전문의학과정을 군외 기관에서 수습을 받은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한다. 즉 군병원에서 수습한 전문의학과정은 의무장교로서의 기본업무와 같으므로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 「①원고가 군 병원에서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하면서 진료, 검사, 수술 등 의무장교로서의 업무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하더라도, 이 역시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갖추기 위한 임상수련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전문의학과정 수습기간을 수혜적인 기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②법 제7조 제2항이 군내의 위탁교육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는 것과 법 제7조 제3항은 그 해석상 아무 관련이 없다 할 것이며, ③또한 이 사건 조항이 법무장교의 경우 군외에서 군법무관시보로 수습한 기간만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는 등 의무복무기간을 달리 정하는 것 역시, 법무장교와 의무장교가 제도의 목적이나 선발기준, 자격 등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가산 대상 기간에 다소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입법재량에 따른 합리적 차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Ⅳ. 결론 이 사건 조항은 그 동안 4차례의 개정이 있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조문의 애매한 표현으로 말미암아 해석상 혼란이 있었는데 위 항소심의 판결로 명확한 해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의무장교들이 법무장교에 비해 복무기간 계산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여 왔는데 위 판결로 인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200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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