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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에 의해 획득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공서위반
Ⅰ. 사안의 개요 동해펄프 주식회사("동해". 정리절차 개시 전의 피고이나 혼용한다)는 원고(MWI)에게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우드칩 독점공급권을 원고에게 주는 대가로 우드칩 공급가격을 할인받기로 하는 독점공급계약("이 사건 계약")을 1994년1월 체결했다. 당사자들은 시차를 두고 한글계약서와 영문계약서를 체결했는데 후자에는 동해의 책임제한조항이 삭제되었다. 원고는 1996년 영문계약서를 기초로 동해의 계약위반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ICC 중재법원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중재신청을 했다. 중재인은 중재지인 홍콩에서 중재절차를 진행했고 당사자들은 충분히 다투었다. 중재인은 1998년1월 영문계약서를 기초로 동해의 계약위반을 인정하고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중재판정("이 사건 중재판정")을 내렸다. 동해는 1998년8월 회사정리절차개시 결정을 받았고 원고는 정리채권 신고기간 내에 정리채권을 신고했으나 관리인이 이의하자 관리인을 상대로 정리채권확정의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하급심판결 제1심인 울산지방법원 2003.7.31. 선고 98가합8505 판결은 이 사건 중재판정을 승인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피고는 중재판정의 편취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원심(부산고등법원 2006.2.16. 선고 2003나12311 판결)은, 독자적으로 증거를 종합하여 전면적으로 사실인정을 하고 법률적 판단을 한 뒤, 원고는 허위의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여 중재판정을 편취했으므로 1958년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뉴욕협약")상 공서위반이라는 승인거부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했는데 그 요지는 아래와 같다. 이 사건은 승인의 문제이므로 승인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1] 외국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기판력이 있으므로, 정리채권확정소송의 관할 법원은 뉴욕협약(제5조)의 승인거부사유가 없는 한 외국중재판정에 따라 정리채권을 확정하는 판결을 해야 한다. [2] 뉴욕협약의 공서위반의 취지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이 승인국의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를 해하는 것을 방지하여 이를 보호하는 데 있으므로, 국내적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외국중재판정을 인정한 구체적 결과가 승인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할 경우에 한하여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3] 승인국 법원은 뉴욕협약의 승인거부사유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본안에서 판단된 사항에 관하여도 독자적으로 심리·판단할 수 있고, 공서위반에는 중재판정이 사기적 방법에 의해 편취된 경우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승인국 법원이 외국중재판정의 편취 여부를 심리한다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중재인의 사실인정과 법률적용 등 실체적 판단의 옳고 그름을 전면적으로 재심사한 후 외국중재판정이 편취되었다고 보아 승인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외국중재판정의 집행을 신청하는 당사자가 중재절차에서 처벌받을 만한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명백히 인정되고 반대당사자가 과실 없이 신청당사자의 사기적 행위를 알지 못하여 중재절차에서 그에 대해 공격방어를 할 수 없었으며, 사기적 행위가 중재판정의 쟁점과 중요한 관련이 있다는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경우에 한하여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이 사건의 쟁점은, 우리 법원이 정리채권을 확정하는 판결을 함에 있어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외국중재판정에 구속되는가이다. 구체적으로 ① 외국중재판정은 우리 법원의 승인판결 없이 한국에서 기판력을 가지는지, ②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공서위반의 의미 및 판단 방법과 ③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편취가 승인거부사유가 되기 위한 요건이다. 사기에 의하여 편취된("사기에 의한") 외국판결의 승인을 다룬 대법원 2004.10.28. 선고 2002다74213 판결("2004년 판결")이 있으므로 양자의 異同도 관심의 대상이다.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오영준 판사의 해설(판례해설 79호)과 정선주 교수의 평석(민사재판의 제문제 제18권)이 있다. 필자의 상세 평석은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에 게재될 예정이다. 2. 외국중재판정의 효력과 승인판결의 요부 외국판결은 민사소송법(제217조)의 승인요건이 구비되는 한 우리 법원의 재판 없이 자동적으로 승인되나(자동승인제), 외국도산절차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 법원의 승인결정에 의하여 승인된다(결정승인제). 그런데 중재법(제37조 제1항)이 중재판정의 승인은 법원의 승인판결에 따른다고 규정하므로 외국중재판정은 승인판결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그런 견해가 있다. 그러나 외국판결과, 뉴욕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중재판정의 승인에 관한 우리 법제를 보면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중재판정의 경우에만 승인판결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외국중재판정도 승인요건이 구비되면 자동승인된다고 본다. 대상판결은 이를 분명히 한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 승인의 결과 외국중재판정은 한국에서 효력(특히 기판력)을 가지는데 문제는 그 기준이다. 외국판결 승인의 경우처럼 외국중재판정 승인의 경우에도 효력확장설(즉 중재지국법설), 승인국법설과 절충설이 가능하다. 대상판결이 외국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할 뿐, 그것이 한국 법원의 확정판결인지와 그 근거를 밝히지 않는 점은 아쉽다. 3.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국제적 공서위반 뉴욕협약(제5조)은 승인거부사유를 규정하는데 여기에서 문제는 공서위반이다. 공서는 승인국의 본질적인 법원칙, 즉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 또는 근본적인 가치관념과 정의관념에 반하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을 거부함으로써 국내법질서를 보존하는 방어적 기능을 가지므로 이는 좁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뉴욕협약상의 공서는 민법(제103조)이 정한 국내적 공서와 구별되는 '국제적 공서'라고 본다. 대상판결이 그런 취지로 판시한 것은 판례를 따른 것으로 타당하다. 다만 승인만이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마치 집행이 문제되는 것처럼 설시한 것은 아쉽다. 4.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공서위반 가.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과 예외 뉴욕협약상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이 타당하므로 승인국 법원은 원칙적으로 실질재심사를 할 수 없지만, 승인거부사유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실질재심사를 할 수 있고, 그 범위 내에서는 중재인의 사실인정에 구속되지 않는다. 다만 그 경우에도 가능한 한 제한적으로 실질재심사가 허용된다. 여기에서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과 승인거부사유, 특히 공서위반의 심사 간에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대상판결은 종래의 판례를 따른 것으로서 타당하다. 나. 사기가 공서위반이 되기 위한 요건 외국판결 승인의 맥락에서 전통적으로 영미에서는 사기를 공서위반이 아닌 독립한 승인거부사유로 본다. 미국 통일외국금전판결승인법(UFMJRA)도 같다. 미국에서는 외재적 사기와 내재적 사기를 구분하는데, 전자는 외국 소송절차 외의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의 절차 참가가 박탈된 경우이고, 후자는 위조증거의 사용처럼 원고가 외국 소송절차 내에서 행위한 경우이다. 승인거부사유는 외재적 사기에 한정되고, 내재적 사기의 주장은 실질재심사를 요구하므로 허용되지 않으며 이는 판결국에 제출해야 한다. UFMJRA를 개정한 2005년 통일외국국가금전판결승인법(UFCMJRA)은 승인거부사유가 외재적 사기에 한정됨을 명시한다. 한편 2004년 판결은, "… 외국판결의 성립절차에서 공서에 어긋나는 경우도 승인·집행의 거부사유에 포함되나, 민사집행법이 실질재심사금지의 원칙을 규정할 뿐만 아니라, 사기적 방법으로 편취한 판결인지를 심리한다는 명목으로 실질재심사하는 것은 외국판결에 대하여 별도의 집행판결제도를 둔 취지에도 반하므로, 사기적 방법으로 외국판결을 얻었다는 사유는 원칙적으로 승인·집행의 거부사유가 될 수 없고, 다만 재심사유에 관한 민사소송법 …에 비추어 볼 때 ① 피고가 판결국 법정에서 사기적 사유를 주장할 수 없었고, ② 처벌받을 사기적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과 같은 고도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승인·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필자는 이에 대해 "유죄의 판결과 같은 고도의 증명" 이라는 생소하고 애매한 개념을 사용한 점과, 재심의 법리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을 비판했다. 필자는, 사기에 의한 외국판결의 승인거부에 관한 법리가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에도 원칙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영국의 태도는 특이하다). 흥미로운 것은 사기에 의한 중재판정의 취소에 관한 미국법이다. 연방중재법(제10조(a))에 따르면, 법원은 ① 취소 신청인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에 의해 사기를 입증하고(the movant must establish the fraud by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② 상대방이 정당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중재 이전에 그 사기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③ 사기가 중재의 쟁점과 중요한 관련이 있는 경우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대체로 타당하다. 다만 판결문 중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명백히 인정되고"라는 부분은 미국의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라는 개념을 차용한 것인데, 이는 미국에서 민사소송에서 통상 요구되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보다 높은 증명의 정도를 요구하는 개념이다. 우리 민사소송법상 증명은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을 요구하는 것으로 '증거의 우월'보다 훨씬 높은 증명도를 필요로 하므로, 차라리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객관적 증거에 의하여 증명될 것"을 요구하는 편이 낫다. 2004년 판결에서 "고도의 증명"을 요구한 대법원이 대상판결에서는 달리 설시하는데, 이것이 판결과 중재판정의 차이에 기인하는지, 좀더 정치하게 진화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5. 맺음말 대상판결은, 외국중재판정은 승인판결 없이 한국에서 기판력을 가진다고 본 점,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공서위반의 의미 및 판단 방법에 관한 종전 판례를 재확인한 점과, 사기에 의한 중재판정의 승인이 공서위반이 되기 위한 요건을 명확히 제시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처럼 외국중재판정에 대한 실질재심사를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법관들에게 확산될 때 국제상사중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2004년 판결과 달리 설시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점, 미국 판례의 영향을 받아 우리 민사증거법상 부적절한 설시를 한 점과, 미국 판례법리를 차용하면서도 전거를 밝히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필자는 2004년 판결에 대한 평석을 2006년 초 발표했고 뉴욕협약에 관해 2007년 책에서 상세한 글을 썼으나, 이는 개인적 추억으로 남았을 뿐이고 법학비전공자의 글보다 못하게도 대법원과 재판연구관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아 몹시 부끄럽다.
2010-10-14
외국중재판정의 집행과 중재약정의 실효
[사건의 경과] 원고회사는 1988.10.5. 위 피고회사와의 1978.11.8.자 노우하우 실시계약에 따라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에 사건번호 6363/BGD로 중재신청을 하면서, 위 중재절차에서 원고는 자신이 피고회사와의 사이에 위 노우하우 실시계약에 따라 보유한 권리는 소외 사우디회사에게 유효하게 양도되지 아니하였고, 가사 양도되었다면 소외 사우디회사를 대리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노우하우 실시계약상의 모든 권리, 의무는 소외 사우디회사에게 유효하게 양도되었으므로 원고회사에게는 이 중재절차의 당사자 적격이 없을 뿐 아니라 소외 사우디회사가 사우디국의 위 분쟁해결위원회에 제소함으로써 중재합의조항 자체도 실효되었으며, 또 소외 사우디 회사는 사우디국에서의 위 위원회절차에서 패소하여 피고회사가 승소하였으므로 원고의 이사건 중재청구는 기판력에도 저촉된다고 주장하였다. 위 국제상업회의소 중재의 중재판정부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1991.3.19. 피고에게 원고에게 추가실시료에 해당하는 금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중재판정을 선고하였고, 이에 원고회사는 대한민국에서 위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구하기 위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1심법원인 서울민사지방법원은 원고회사의 위 중재판정에 관한 승인 및 집행 청구를 인용하였고, 이에 피고회사가 항소하였으나 2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도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며, 이러한 원심의 판결은 이 사건 대법원판결에서도 유지되었다. [대법원 판결요지] 중재합의의 원시적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중재합의와 합체되어 있는 본안계약이 제3자에게 포괄적으로 이전되어 결국 당사자의 지위를 상실하였다거나 원·피고 사이의 중재약정이 실효되었다고 주장되고 있는 경우에는, 중재약정의 실효여부의 판단은 본안에 관한 판단과 불가분적으로 결부되어 있으므로 본안에 대한 판단에 준하여 그 자체가 중재인(중재판정부)의 판단에 따를 사항인데, 이 문제에 관하여 중재판정부는 다수의견으로 위 채권양도 유효여부를 판단할 준거법은 양도행위와 가장 관련이 많은 사우디법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사우디국의 분쟁해결위원회 및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입장을 기초로 사우디법 아래에서는 위 양도는 유효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하였는 바, 그 준거법의 결정 및 사우디법하에서의 이 사건 사실관계에 대한 법적 평가 등이 명확하지 아니한 이 사건에 있어서 중재판정부의 해석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도덕과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중재판정부의 판정내용은 존중되어야 하고, 집행국의 법원이 그 본안에 관하여 다시 심사할 수 없다. [판례평석] I. 서설 외국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은 우리나라가 1973.2.8.에 가입한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유엔협약 (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 통상 뉴욕협약이라고 불린다)’에 의하여 국내에서의 승인 및 집행이 보장된다. 즉, 뉴욕협약 제5조에서 열거된 제한적인 집행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중재판정의 집행을 구하는 당사자는 중재판정의 원본 혹은 정본과 중재합의의 원본 혹은 정본을 제출함으로써 그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II. 대상판결의 쟁점에 관한 판단과 분석 - 중재약정의 실효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회사가 소외 사우디회사에게 이 사건 중재계약이 포함되어 있는 노우하우실시계약을 양도한 바 있고, 원고회사가 소외 사우디회사 명의로 피고회사를 상대로 사우디국 담만 소재 상사분쟁해결위원회에 분쟁해결을 신청함으로써 위 노우하우실시계약에 의한 중재약정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니 원·피고간의 위 노우하우실시계약상의 중재합의는 결국 실효되었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러한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대법원이 인용하고 있는 원심판결의 내용은 아래와 정리해 볼 수 있다. (1) [피고가] 중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이 중재합의와 합체되어 있는 본안계약이 제3자에게 포괄적으로 이전되어 결국 당사자의 지위를 상실하였다거나 원·피고 사이에 중재약정이 실효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중재약정의 실효여부의 판단은 본안에 관한 판단과 불가분적으로 결부되어 있으므로 본안에 관한 판단에 준하여 그 자체가 중재인(중재판정부)의 판단에 따를 사항이다. (2) 이 문제에 관하여 중재판정부는 다수의견으로 위 채권양도의 유효여부를 판단할 준거법은 양도행위와 가장 관련이 많은 사우디법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사우디국의 분쟁해결위원회 및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입장을 기초로 사우디법 아래에서는 위 양도는 유효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준거법의 결정 및 사우디법하에서의 이 사건 사실관계에 관한 법적 평가가 명확하지 아니한 이 사건에 있어서, 중재판정부의 해석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도덕과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중재판정부의 판정내용은 존중되어야 하고 집행국의 법원이 그 본안에 관하여 다시 심사할 수 없다. 또한, 대법원 판결에서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원심의 판결이유를 보면, 위와같이 해석하는 근거로서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a)는 중재합의가 무효(not vaild)인 경우만을 승인 및 집행의 거부사유로 규정하여 중재계약이 실효(inoperative)된 경우에는 승인 및 집행을 요구받은 법원이 심사할 수 있는 그 승인 및 집행의 거부사유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무효(null and void 또는 not valid)라 함은 중재계약상 처음부터 계약의 성립에 무효원인이 있는 경우를 의미하고, 실효라고 함은 중재계약의 효력이 일정한 사유로 사후에 상실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하면서 “따라서, 위와같이 중재합의가 후발적으로 실효되었다는 것은 뉴욕협약 제5조가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집행거부사유의 어디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와같은 대법원 판결과 대법원 판결이 정당한 것으로 수긍한 원심판결은 아래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뉴욕협약 제5조 제1항의 법리를 완전히 오해하고 있는 잘못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첫째, 대법원 판결은 유효한 중재계약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무효와 실효를 구분하면서 실효는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a)호의 중재판정 승인 및 집행거절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는 매우 잘못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무효와 실효의 대법원과 원심의 판결처럼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a)호를 해석함에 있어 이 두 가지 개념을 구분하여 다룰 수 있는 것인지는 대단히 의문스럽다. 원칙적으로 국내중재와 국제중재를 불문하고, 당사자간에 유효한 중재약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중재약정에 기초하여 내려진 중재판정은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뉴욕협약 제5조 제1항의 취지도 당사자간에 유효한 중재계약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 집행국가의 법원이 외국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재약정이 처음부터 무효이거나, 나중에 효력이 없어졌거나, 중재약정이 부존재하거나 어떠한 경우이든, 당사자간의 중재약정이 그 규정된대로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이 인정된다면, 당사자간에는 유효한 중재약정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그런 경우 집행국가의 법원은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a)호에 따라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대법원 판결은 중재약정의 실효여부에 관한 판단이 본안에 관한 판단과 불가분적으로 결부되어 있으므로 본안에 관한 판단을 할 권한을 가진 중재판정부가 내린 판단을,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은 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는데, 이는 중재계약의 독립성(separability) 내지 독자성(autonomy)에 반하는 판단일 뿐 아니라 유효한 중재계약의 존재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법원이 스스로 그 권한과 의무를 방기하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재계약 혹은 중재약정은 그것이 다른 계약의 일부로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별도의 계약으로서의 독립성 내지 독자성이 인정된다. 즉, 중재계약이 포함된 전체계약이 효력을 무효가 되거나 효력을 상실하는 경우에도 중재계약은 별도의 계약으로서 별도로 그 효력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재계약이 실시계약에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중재계약의 유효성여부의 판단이 실시계약의 효력에 판단과 불가분적으로 결부되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은 이러한 중재계약의 독립성과 독자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셋째, 대법원 판결은 중재계약의 유효성을 따지는데 있어 준거법의 결정이나 준거법으로 적용된 사우디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중재판정부의 판단을 별도의 검토없이 따라가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법원으로서는 의당 중재계약의 유효성을 판단하기 위한 준거법을 정하고 그 준거법의 적용에 있어서도 독자적인 조사를 하였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중재계약은 그것이 전체계약의 일부로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독립성과 독자성이 인정되어 별도의 계약으로 취급되는 것이고 그 준거법 또한 전체계약의 준거법에 관한 판단과 별도로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도 중재계약의 준거법은 법원이 따로 심리하여 결정하였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이 사건 원고와 피고간의 실시계약의 준거법은 계약상 네덜란드 안틸레스의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중재계약의 준거법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우선적으로 당사자가 전체계약의 준거법으로 정한 네덜란드 안틸레스의 법이 고려되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 사건 노우하우실시계약이 소외 사우디회사에게 양도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중재판정부가 다수의견으로(이는 소수의견은 이에 반대하였다는 의미로 중재판정부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였다는 의미이다) 채권양도계약에 적용될 준거법이 사우디법이라고 판단한 부분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 부분 판단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 사건에서 피고가 주장하는 바는, 원고가 이 사건 중재계약을 제3자에게 양도하였으니 더 이상 계약당사자로서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는 점과 원고가 스스로(소외 사우디회사의 명의로) 이 사건 중재계약에서 정한 ICC와는 다른 중재기관에 중재신청을 한 바 있으니 더 이상 이 중재계약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재계약이 유효하게 양도되었는지 여부는 채권양도에 관한 준거법에 따라 판단할 사항일지 몰라도 스스로 다른 중재기관에 중재를 제기함으로써 중재약정이 실효되었다는 주장은 중재계약의 준거법에 따라 판단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III. 결 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국제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에 관련된 여러가지 의미있는 쟁점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 결론의 타당성을 별론하고 하고 판결이유에 설시된 이론적 근거나 분석에 있어 여러 가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 사건 판결이 국제중재가 그리 활성화되지 아니한 시기에 내려진 판결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뉴욕협약의 핵심조항의 해석에 있어 부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부정확한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다루는 법원으로서는 이 판결을 참고하는데 있어 신중한 검토와 주의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2006-09-25
신용장에 있어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
1. 머리말 대법원은 최근 신용장의 이른바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의 유효성에 대해서 주목할 만한 판결들을 선고하였는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과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이 그것이다. 위 두 판결은 거의 같은 취지의 것이므로, 여기서는 선례가 되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2. 사안 가. 미국 회사인 웨어훼브 인코퍼레이티드(웨어훼브)는 국내 회사인 주식회사 코드(코드)와 사이에, 직물류를 미국으로 수입하되 그 대금결제를 위하여 미국 회사인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 아메리카에게 요청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은 1992. 4. 9.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에 신용장개설을 의뢰하였고, 피고 은행 뉴욕지점은 1992. 4. 11. 수익자를 코드로 한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는데, 그 특수조건(Special Conditions) ⑸항은,”최종매수인이 선하증권의 선적일로부터 75일 내에 신용장에 언급된 상품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인수된 어음과 서류들은 만기일에 지급되지 않는다 (In case final buyer fails to pay merchandise referred to under this letter of credit within 75 days from the on board date of the B/L, the draft and documents accepted shall not be paid on maturity date)로 규정되어 있고, 한편 위 신용장에는 특별히 명시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신용장은 국제상업회의소의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에 따른다고 기재되어 있다. 나. 원고 대구은행 남일동 지점은 위 수출입계약에 따라 직물류를 선적한 위 코드로부터 위 선적분에 대한 화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모두 매입하고 이를 모두 피고 은행 뉴욕지점에 송부하여 위 뉴욕지점은 원고 은행에 이들의 인수(acceptance)사실 및 그에 따른 만기일을 통보하고, 그 신용장대금 중 곧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의 신용장대금 8건에 대하여는 위 특수조건 ⑸항에 기하여 그 만기가 각 연장되어 총 44건 중 30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이 원고 은행에 지급되었으나, 나머지 14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에 대해서는 최종매수인인 위 웨어훼브가 물품대금을 피고 은행에 입금하지 아니하여 위 특수조건 ⑸항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대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3. 판결요지 위 특수조건 (5)항은 비록 신용장 첨부서류에 의하여 조건의 성취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하고 명료하다고 할 것이고, 수익자를 포함한 이 사건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합의가 성립되어 있으며, 나아가 비록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인 코드가 위 특수조건 (5)항 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책임이 있거나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코드는 신용장 개설시부터 그러한 사정을 알고 이를 용인하면서 이 사건 수출 거래나 신용장 거래에 임하여 온 사정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신용장 개설 및 비서류적 특수조건이 삽입된 경위, 비서류적 특수조건의 내용, 수익자가 그 비서류적 특수조건을 응락하였는지의 여부, 그 특수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수익자가 관여할 수 없는 사정을 용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용장에 부가된 이와 같은 비서류적 특수조건은 신용장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기는 하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이를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일단 그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고 볼 것이다. 4. 평석 가. 비서류적 조건의 의의 은행은 제시된 신용장의 요구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 지의 여부를 심사하여 일치하는 경우에는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러므로 신용장의 조건은 의당 은행이 심사하여야 할 서류를 명시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장에 있어서 서류의 지정 없이 조건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 또는 서류 없는 조건(Documentless Conditions)이라고 한다. 예컨대 신용장의 조건이 「수익자는 선적 후 선적통지를 하여야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을 뿐 구체적으로 그것을 표시하는 서류(shipping advice)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때에는 위 조건을 비서류적 조건이라 한다. 이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400)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으나, 이는 신용장의 독립·추상성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계속되던 중 1993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 제13조 c항은, “신용장에 제시되어져야 할 서류에 관하여는 명시하지 않은 조건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은행은 그러한 조건이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게 되었다 나. 비서류적 조건의 취급례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 여부 및 그 취급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으나(상세는 서울지방법원 발행 국제거래·상사소송의 실무 58-60쪽 참조), 여기서는 국제상업회의소와 그 동안의 우리 하급심 법원들의 실무례를 살펴본다. 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 (ICC Banking Commission)의 입장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신용장에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준수문구가 기재되고, “이 신용장 대금은 수출신용장에 따라 의류가 전량 수출되고 그 대금이 회수되는 경우에 지급된다(payment against subject L/C will be made as and when full quantity of garments under export L/C. … dated, is exported and proceeds repatriated)”라는 특수조건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이러한 신용장의 대금지급을 거절당한 인도 회사가 보낸 질의에 대한 유권해석에서, ‘그와 같은 신용장은 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신용장을 수락한 것은 선하증권상 수하인이 신용장개설은행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설은행의 개설의뢰인에 대한 물품인도를 허락한 것을 의미한다. 위 사건은 신용장의 문구 및 그 실제 의미가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사안으로서, 위 신용장은 수익자에게 아무런 담보(security)를 제공하지 못하고, 이 신용장을 사용함으로써 수익자는 물품과 대금의 손실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린 바 있고(ICC Publication NO. 494, Opinions of the ICC Banking Commission 1989-1991, Case R 179.),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이 시행된 이후에도 유사한 질의에 대하여 위 상환조건조항에 대한 종전의 해석을 다시 원용하고 있다(Case Studies on Documentary Credits under UCP 500-Charles del Busto p 104-105.). ⑵ 하급심의 실무례 그 동안 우리 하급심 판결들은 대체로 비서류적 조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여 무시하거나,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한 개설은행에게 불리하게 신용장을 해석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그러한 조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론이 되게 하는 입장을 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8. 19.선고 95나39313 판결을 비롯하여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5. 8. 24. 선고 93가합85407 판결과 위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6. 12. 선고 97나42160판결과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7. 7. 31. 선고 96가합4126 판결 등이 그것이다. 반면에 같은 특수조건이 붙은 유사한 사안에서{원고 중소기업은행, 피고 (주)한일은행,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아메리카인코포레이티드}, 서울지법 항소부 1999. 12. 10. 선고 95나54180판결은 결론을 달리 하여, 위 조건은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뜻이 완전하고 명료한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결론을 달리하였다. 결국 상급심의 최종판결이 주목되던 중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미 ⑴ 대법원 판결의 의의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범위를 명백히 한 점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의가 있다. ㈎ 즉 비서류적 조건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명료하고, 수익자를 포함한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한 합의가 있으면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비서류적 조건의 내용이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의사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있는 경우라 할 지라도 그 사유만 가지고 그 내용이 불명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수익자는 그 비서류적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관여할 수 없는 경우라 할 지라도 수익자가 그러한 사정을 용인하면 역시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의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앞서 본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의 입장과도 일치된다 할 것이다. ㈏ 그리고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어 일단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는 것이다. 즉 매입은행은 신용장 개설 당사자는 아니지만 비서류적 조건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제3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특수조건의 성립에 합의를 하였는지 여부 또는 그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 등을 묻지 않고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매입은행은 스스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용인하고 신용장 요구서류를 매입한 것인 만큼 나중에 비서류적 조건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⑵ 문제점 ㈎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이 서류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신용장제도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은행은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인 만큼 그 준거법은 미국법 내지 미국뉴욕주법이 되므로 최소한 위 준거법 하에서 비서류적 조건이 어떻게 취급되는지에 대한 언급도 있었어야 할 것이다. ㈏ 한편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3조 c항을 신설하여 비서류적 조건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통일규칙의 명문규정을 준수한다고 보아야 할 매입은행이 비서류적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신용장을 취득했다는 점만 가지고 바로 매입은행이 그러한 비서류적 조건을 용인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고, 더욱이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이 신설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는 신용장에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하는 전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한 목적(the specific purpose of eradicating the totally wrong practice of incorporating nondocumenttary condition(s) into documentary credits)을 가진 것이고,… 따라서 은행은 다른 신용장 조건에 일치하는 서류를 제시받았을 때에는 적법한 것으로 접수하여야 한다. …’ 는 지침을 내리고 있으므로(The 3rd ICC Position Paper of September 1, 1994.),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 내려진 이 사건 대법원의 판단이 과연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타당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질의회답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신설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전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이러한 은행위원회의 입장을 수용하는 취지라면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상의 위 신설규정의 의미는 반감된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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