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7일(토)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KIKO
검색한 결과
2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키코(KIKO) 파생상품 계약 관련 가처분 결정에 관한 검토
I. 서론 2008년 11월경부터 수출 중소기업들이 소위 ‘키코(KIKO)’ 파생상품 계약의 무효, 취소 등을 주장하며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본안 소송 및 가처분을 제기하면서, KIKO 계약이 사회적 관심을 끌게 되었다. 특히 가처분 결정은 해당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은행 등 금융 실무계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데, 본 평석은 KIKO 계약과 관련된 쟁점 중 서울중앙지법 2009. 4.24. 2009카합393 결정에서 제기된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쟁점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검토를 하고자 한다. II. 사안의 개요 KIKO 계약은 통상 넉인·넉아웃(knock-in·knock-out) 조건 및 레버리지(leverage) 조건이 결부된 통화옵션계약(풋옵션(put option) 매수와 콜옵션(call option) 매도의 결합)을 칭하는데, 대개는 일반 선물환 계약과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장래 환율 변동과 상관 없이 행사 환율을 고정하여 외화를 매매하기 위하여 은행과 체결하며, 만기의 시장 환율에 따라 구간별로 수익 구조가 달라진다. 즉, KIKO계약에서는 ① 단위 기간(관찰 기간)동안 만기 환율이 행사 환율보다 낮은 경우에는 기업이 행사 환율에 외화를 은행에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하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방지할 수 있지만 환율이 행사 환율보다 하단에 정해진 넉아웃(knok-out) 환율보다도 더 하락하면 당해 계약은 소멸하게 되어 기업은 환율 하락 위험에 노출되게 되고(넉아웃 조건), ② 관찰 기간 동안 환율이 행사 환율보다 높지만 행사 환율보다 상단에 정해진 넉인(knock-in) 환율보다는 낮은 경우에는 당해 계약은 효력을 발하지 않고 기업은 시장에서 외화를 매도하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보게 되며, ③ 관찰 기간 동안 환율이 넉인 환율보다 상승하는 경우에는 은행은 기업으로부터 행사 환율에 외화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는데, 이 때의 외화 결제 금액은 풋옵션 금액보다 통상 2배로 정해진다(넉인 및 레버리지 조건). 결과적으로 만기 환율이 넉인 환율과 넉아웃 환율 사이에서 형성되는 경우 기업이 이익을 보게 되고, 만기 환율이 넉아웃 환율 이하 혹은 넉인 환율 이상에서 형성되는 경우 손해를 보게 된다. 다만, 만기 환율이 넉인 환율 이상에서 형성되는 경우이더라도 수출로 유입되는 외화의 가치 상승분 만큼은 KIKO 계약에서 입게 되는 손해가 전보되므로, 외화 유입액이 KIKO 계약 금액을 넘는 이상 기업의 실제 손해는 없게 된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KIKO 계약 체결 무렵 환율이 지속적으로 안정적 하락 추세를 보이자 장래 환율도 제한된 범위에서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KIKO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예상과 달리 2008년 하반기부터 환율이 급등하고 경기 침체까지 심화되어 상당한 환차손을 입게 되자 집단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2008. 12.30. 서울중앙지법가처분 재판부는 신청인 기업들의 주장 중 KIKO 계약의 불공정성에 기한 무효 주장, 사기(詐欺) 내지 착오에 기한 취소 주장은 배척하였으나, 환율 및 환율 내재 변동성의 급등으로 인한 사정 변경에 의한 해지권 주장을 인정하여 가처분의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2009. 4.24. 새로운 가처분 재판부가 여러 건의 가처분 결정을 내렸는데(2009카합393 결정, 2009카합207 결정 및 2009카합504호 결정 등), 본 평석의 대상인 2009카합393결정(이하 ‘본 건 결정’)에서 법원은 원고의 계약 무효·취소 주장 및 사정 변경에 의한 해지권 주장은 모두 배척하였으나, 은행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가처분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III. 적합성 원칙 및 설명 의무 관련 판시 사항 1. 적합성 원칙 관련 사항 법원은 “은행은 기업에게 은행이 갖는 콜옵션의 최대 계약 금액이 기업의 평균적인 외화 순유입액(외화수입액-외화지출액) 또는 기업이 감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지 않도록 제안해야 하고, 기업이 자신의 외화 수급 현황을 예측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계약 기간을 제안해야 하며 계약의 구조 자체(특히 A/B파트 구조1)에서 환투기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환위험 회피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제안해야 한다”라고 하며, 이 사건 계약에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의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 상기 기준에 따라 법원은 “이 사건 각 계약의 계약 금액은 계약 당시 신청인의 월 수출액이 100만 달러를 상회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특별히 과다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계약 기간이 모두 2년으로서 장기간인데 그 기간 동안의 수출시장 전망이나 외화수급 현황이 안정적 기조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없다. 또한 위 각 계약은 모두 A/B파트 구조로 되어 있는 바, 신청인은 주로 A파트에서만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을 뿐 B파트에서는 행사 환율과 넉아웃 환율 사이의 간격이 10원 또는 2원에 불과하여 환위험 회피의 효과는 거의 달성할 수 없는 반면, B파트에서의 피신청인들의 콜옵션 계약 금액은 A파트에서의 신청인의 풋옵션 계약 금액의 각 2배이고 제2계약의 경우 계약 기간이 A파트는 8개월인데 B파트는 16개월이나 되어 환율 상승시 신청인의 손실이 크게 확대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위와 같이 이 사건 각 계약은 신청인과 같이 환위험 관리 능력이 부족한 중소 수출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거래 손실의 위험성을 안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위험을 간과할 개연성이 높은 구조적 특징으로 인하여 신청인의 거래 목적에 적합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음에도 피신청인들은 그 위험성을 명확히 고지하였다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인 판촉 활동 등을 통하여 신청인의 계약 체결을 조장하였다는 점에서 적합성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적합성 원칙 위반을 인정하였다. 2. 설명 의무 관련 사항 또한 법원은 이 사건 계약에서의 설명 대상에 대하여 “은행은 이 사건 각 계약과 같은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려면 계약 체결 이전에 기업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충실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의무가 있다. ① 통화옵션계약의 기본 구조… ② 통화옵션계약에 의하여 회피되는 환위험의 범위… ③ 기업이 계약 체결로 인하여 새롭게 부담하게 되는 위험의 발생 가능성 및 정도… ④ 계약 관계에서 탈퇴하는 방법… 및 ⑤ 옵션에 대한 가격 정보…”라고 설시하였으며 특히 위 ③과 관련해서는 “기업이 환위험 회피의 대가로 새로운 위험을 부담하게 되고 그 위험의 정도가 회사 재정에 결정적인 부담을 지울 수도 있다는 사정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향후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기업에게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계약금액이 기업의 평균적 외화 순유입액을 초과할 경우(소위 ‘오버헤지’의 경우)에는 그 손실 범위가 무제한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인식시켜야 한다”고 설시하고 위 ⑤와 관련해서는 “이 사건 각 계약과 같은 통화옵션계약은 본질적으로 옵션의 상호 매매의 성질을 가지므로 그 거래 목적물의 가격 구조, 즉 기업과 은행이 취득하는 개별 옵션의 평가 가격에 관한 구조와 은행이 취득하는 마진이 그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 및 마진의 기본적인 산정 방식(은행이 취득하는 옵션의 계약 금액 총액에 일정 범위의 마진율을 곱하여 산출된다는 점 등)을 알려 주어야 한다”라고 설시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설명 방식에 관해서도 “전화 통화로 계약을 체결한 후 거래 확인서나 위험 고지서를 팩스로 보내는 정도로는 부적절… 관계자를 대면하거나 서면, 전자우편 등 정식의 문서 형태에 의해야 하고, …전화 상담 형식으로 기업측에서 궁금해 하는 사항에 답변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또한 외국어로 되어 있거나 알기 어려운 투자 관련 전문 용어로 되어 있는 문서를 교부하는 것만으로는 설명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시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법원은 “피신청인들은 이 사건 각 계약의 구조와 특성, 신청인이 부담할 위험의 내용과 정도 등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사전에 상대방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신청인은 이 사건 각 계약 체결 이전에 통화옵션 거래의 경험이 많지 않았고…, 이 사건 각 계약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 신청인 대표이사… 도 본 건과 같은 장외 파생상품에 관한 전문성이나 사전 지식이 많지는 않았던 점이 인정되므로,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각 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피신청인들은 전문 금융기관으로서 해야 할 설명 의무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은행의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하였다. IV. 평석 1. 적합성 원칙 2009년 2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상품의 투자권유 시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에 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자본시장법 제46조). 동법 시행 전에는 사법상 책임의 근거로서 명문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금융기관의 고객 보호 의무의 일환으로서 “고객의 투자 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에 한하여 적합성 위반을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08. 9.11. 선고 2006다53856 판결; 대법원 1994. 1.11. 선고 93다26205 판결 등). 즉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투자자는 자기 책임의 원칙에 따라 자신의 투자로 인해 발생할지 모르는 손실을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예외적으로 금융기관이 고객의 투자 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에 한하여 적합성 원칙 위반에 따른 위법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적합성 원칙에 의하여 금융기관이 투자자에게 지도 조언을 해야 할 적극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적합성 원칙(소위 Suitability Principle)은 미국에서 유래하여 일본에서도 도입된 원칙으로서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적합성 원칙은 명백히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서는 아니 될 소극적 의무로 이해되고 있으며 그 위반으로 인한 손해 배상 책임도 투자 권유 행위가 사기(詐欺)에 준하는 정도이거나 투자자의 판단 능력 등에 비추어 당해 상품의 투자를 권유하는 것 자체가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어 적합성 원칙의 일탈이 현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있다(일본 최고재판소 2005. 7.14. 판결; 센다이 고등재판소 1997. 2.28. 판결 등 참조). 본 건 결정은 “이 사건 각 계약의 전체 구조로 볼 때 환헤지 상품으로서는 전혀 부적합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단지 상품 구성에 있어서 본래의 계약 목적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는 거래 조건에 대한 고려를 소홀히 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하면서도, 당해 기업의 외화 순유입액 등에 비추어 볼 때 은행이 수출 중소기업에게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한 것이라고 하여 적합성 원칙의 위반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 내용은 적합성 원칙의 내용으로서 최적의 상품을 지도 조언할 의무까지 금융기관에게 부과하는 것이 되어 기존의 대법원 판례의 태도나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한 결론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즉 KIKO 계약을 포함하여 통화옵션 상품들은 그 구조 및 이용 방법에 따라 다양한 환헤지의 기능을 할 수가 있으므로 환변동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통화옵션 상품을 권유하는 것 자체가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어 적합성 원칙의 일탈이 현저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2. 설명 의무 한편,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상품의 투자 권유 시 설명 의무에 관한 일반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자본시장법 제47조).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에는 금융기관 업종에 따라 각 관련 법령에서 설명 의무에 대한 규정을 달리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명문 규정이 없어도 신의칙(信義則)에 기하여 금융기관의 고객 보호 의무의 일환으로서 설명 의무를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06. 6.29. 선고 2005다49799 판결; 대법원 2003. 7.11. 선고 2001다11802 판결 등). 즉 적합성 원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는 원칙적으로 자기 책임의 원칙에 따라 투자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나, 그 전제로서 투자자가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정보가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금융기관의 설명 의무가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기 책임 원칙과 설명 의무의 관계를 고려하여, 대법원 판례는 설명 의무의 내용으로서 당해 계약의 모든 사항이 아니라 “투자에 따른 위험을 포함하여 특성과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 족하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그 이행 수준에 있어서도 실질을 중시하여 거래 경위와 거래 방법, 고객의 투자 상황(재산 상태, 연령, 사회적 경험 정도 등), 거래의 위험도 및 이에 관한 설명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계약의 중요 사항에 관해 설명이 되었다면 설명 의무의 위반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대법원 2006. 5.11. 선고 2003다51057 판결 등). 본 건 결정에서 법원은 위에서 본 다섯 가지 사항을 설명하였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그 다섯 가지 중 ‘① 통화옵션계약의 기본 구조 ② 통화옵션계약에 의하여 회피되는 환위험의 범위’는 당연히 설명되어야 할 사항이나 나아가 ‘③ 기업이 계약 체결로 인하여 새롭게 부담하게 되는 위험의 발생 가능성 및 정도’를 위 ①, ②와 구별되는 별도의 설명 의무 대상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즉, 법원의 입장은 넉인 환율 이상으로 환율이 상승할 경우 기업이 외화 매도 의무를 부담하므로 외화 현물이 없으면 그 만큼 환차손을 입게 되고 또한 환율 상승은 이론적으로 무제한이므로 기업이 입을 손실도 무제한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설명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내용은 KIKO 계약의 구조상 자명한 내용인 것이다. 환율이 예측 불가능하고 그 변동폭에 제한이 없다는 것은 경제 활동을 하는 자, 특히 수출기업에게는 주지의 사실이라고 할 것이므로 은행이 기업에게 KIKO 계약 구조를 설명하였다면 기업으로서는 환율 상승 시 손실 가능성(환율의 무제한 상승 시 무제한의 손실 가능성)을 당연히 인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의 무제한 상승 가능성’ 및 그로 인한 기업의 ‘무제한 손실 가능성’을 별도의 항목으로 명시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설명 의무의 범위를 넘어서서 투자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다시 한번 ‘경고할 의무’까지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본다. ④의 경우에도 결국은 탈퇴 당시의 손해를 배상하고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계약을 종료할 수 있음을 설명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KIKO 계약의 특징적인 내용이라기 보다 계약 종료의 일반적인 원칙에 불과하여 별도의 설명 의무의 대상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⑤와 관련해서도 상거래에서 고객이 지불해야 하는 ‘가격’과 상인이 취득하는 ‘마진’은 전혀 다른 내용이며 마진에 대한 설명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법적 근거도 없고 상거래 관행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 건 결정에서 ‘옵션에 관한 가격 정보’를 설명 의무의 대상으로 하면서 나아가 ‘마진 정보’에 대하여서 까지 설명 의무를 부과한 것은 가격과 마진을 혼동하여 설명 의무 대상을 너무 확대한 것이라고 본다. 또한 본 건 결정에서는 전화 상담이나 외국어 서류 교부만으로 부족하다고 하며 설명 방식도 제한하고 있으나, 이와 같이 설명 방식을 일괄적으로 제한할 근거는 없다고 보며 각 계약마다 실질적으로 설명 의무가 이행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본 건과 같은 장외 파생상품 거래에서는 실시간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 위하여 전화 상담이 오히려 적절할 수도 있으며 영어로 작성되는 수출계약을 업무상 다수 체결하는 수출기업에게 영어 서류가 부적절하다고 단정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V. 결론 본 건 결정에서 법원이 인정한 수준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 의무는 투자자의 자기 책임의 원칙과의 균형을 깨뜨리고 금융기관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기존의 대법원 판례 및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과도한 의무를 금융기관에 부과하면서 그 위반을 이유로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당장 문제되는 사건에서 수출 중소기업들의 구제 수단은 될 수 있겠으나, 은행 등 금융기관이 향후 법원에서 인정한 수준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거래 비용의 과다한 증가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하여 금융기관들이 해당 거래를 회피하게 됨으로써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 거래를 할 수가 없게 되고, 거시적으로는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보는데, 향후 이에 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2009-06-11
‘키코(KIKO)’ 가처분결정의 문제점
I. 문제의 제기 서울 중앙지법이 최근 키코계약에 대하여 내린 가처분 결정이 사회·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기업들은 본안소송과 결부하여 키코계약의 효력을 정지하여 달라는 보전소송을 봇물처럼 제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현재 키코관련 가처분 신청이 약 100여건이 접수, 진행 중이라 한다. 그 중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08년 12월30일에 내린 가처분 결정(2008카합3816)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즉, 서울중앙지법은 (주)모나미 등의 2개 기업이 (주)SC제일은행을 상대로 하여 제기한 ‘키코(KIKO)’계약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한 반면(같은 취지 서울중앙지법 2008. 2.12, 2009카합57, 2009카합77 등), 이와는 달리 2009. 1.8. 진양해운(주)이 (주)신한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키코(KIKO) 계약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은 키코(KIKO) 계약의 잔여기간이 3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고 진양해운(주)의 당기순이익에 비하여 키코(KIKO) 계약으로 인한 거래손실이 현저히 적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을 하였다(2008카합4262). 법원은 위 사건에서 비록 상반되는 결론을 내리기는 하였으나 결정이유에서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이 사후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사정변경의 원칙이 인정된다고 판시하면서 특히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을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으로써, 계약의 기초에 대한 정의에서 주관적 사정도 고려하는 독일의 ‘행위기초론’과 유사하게 판단하고 있다. 하급심의 가처분결정이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번 가처분 결정이 몰고 오는 경제적 파장을 고려하여 그 결정이유가 비교적 상세한 서울 중앙지법 2008카합3816 가처분 결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II. ‘키코’ 가처분 결정의 문제점 1. ‘키코’ 가처분 결정의 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 2008. 12.30, 2008카합3816 옵션계약효력정지가처분결정). 이 사건 계약은 1년 내지 3년의 계약기간 동안 1개월 단위로 만기가 도래하는 각 구간마다 해당 만기시점의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계속적 계약에 해당한다.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 사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또한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은행은 모두 환율이 계약기간 동안 일정한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여,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 또한 급격하게 커졌는 바, 이러한 현저한 사정의 변경은 신청인들이나 피신청인 은행이 이를 예견할 수 없었다고 볼 것이다. 위와 같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신청인들은 피신청인 은행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거래 손실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지 않는 한 남은 계약기간 동안 상당한 거래손실이 예상되어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은행의 거래손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에따라 계약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하여 신청인들로 하여금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의무를 계속해서 이행하게 하는 것은 신의칙에 현저히 반한다고 할 것이므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다. 2. 평석 (1) 쟁점의 소재 이 사건에서 핵심쟁점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이유로 사정변경의 원칙을 근거하여 키코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가이다. 그 밖에 법원은 계약이 불공정하여 무효라는 주장과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는 배척하였다. 키코상품을 판매하면서 적절한 설명의무 및 적합성 의무를 위반하였는가는 계약해지 법리와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여기서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근거한 한 계약의 해지의 타당성에 집중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2) ‘키코’계약의 구조 및 내용 이른바 키코 통화옵션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수출대금의 환율변동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기업의 은행에 대한 넉아웃(Knock-Out) 풋옵션(Put-Option)과 은행의 기업에 대한 넉인(Knock-In) 콜옵션(Call-Option)을 주로 1:2 비율로 결합한 통화옵션’을 의미한다(물론 변형 키코 옵션도 거래에서 많이 이용된다). 바꾸어 말하면, 기업이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풋옵션(장래의 일정시기에 계약금액을 행사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을 매입하되, 은행에 그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대신 콜옵션(장래의 일정시기에 주로 계약금액의 2배를 행사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여, 결국 제로코스트(Zero-Cost)를 실현한 통화옵션이다. 다만, 기업의 풋옵션에는 넉아웃(Knock out) 조건(일종의 해제조건)이, 은행의 콜옵션에는 넉인(Knock In) 조건(정지조건)이 각각 붙어 있어 시장환율이 하단환율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구간에 관한 계약은 실효되고(넉아웃, KO), 반대로 시장환율이 상당환율 이상으로 오르면 은행의 콜옵션이 실제로 발생하게 되는데(넉인, KI) 이와 같이 옵션에 넉아웃, 넉인 조건을 붙인 이유는 그러한 옵션이 그러한 조건이 붙지 않은 표준적인 옵션에 비해 프리미엄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는 경우에는 옵션에 위와 같은 조건을 붙임으로써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단순 선물환계약보다 유리한 환위험 회피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은행이 갖는 콜옵션의 계약금액은 기업이 갖는 풋옵션의 계약금액의 2배로 약정되어 있는데(이를 Leverage: 레버리지 조건이라 한다), 이는 레버리지를 높일수록 다른 계약조건, 즉 행사환율, 넉아웃 환율(하단환율), 넉인 환율(상단환율) 등을 기업에 유리하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은 1년 내지 3년의 기간으로서, 주로 1개월 단위로 만기가 도래하는 수 개의 옵션의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결제는 각 구간(트렌치, tranche)마다 해당 만기시점의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3) 사정변경원칙을 근거로 키코계약 해지가 가능한가 사정변경의 원칙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이론으로 인정되며 최근에는 유럽계약법, 독일민법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명문으로 규정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정변경의 원칙에서 그 적용요건은 대체로 危險分配觀點과 期待不可能性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자가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첫번째 척도라면 후자는 그 마지막 한계를 결정하는 작용을 할 것이다. 요컨대, 사정변경의 원칙은 계약에 나타난 당사자의 위험분배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여서는 아니될 뿐만 아니라, 또한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당초에 정하였던 계약내용을 그대로 유지·강제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저히 기대할 수 없을 때에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계약목적에 비추어 어느 일방 당사자가 인수한 위험범주에 속하는 경우에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기성 또는 위험성이 있는 거래가 그 전형적인 예가 될 것이다. 따라서 누가 계약에서 특정한 위험을 인수하여 이를 부담하는가를 판단하는 계약의 해석작업은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기에 앞서 당연히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당사자가 사정변경을 예견하였거나 또는 예견할 수 있었을 경우와 그 사정변경이 당사자의 귀책사유에 기인한 경우에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적용을 배제하는 중요한 危險限界標準으로 작용한다. 우리 법원도 원자재 매매에서 환율상승이나 원자재 가격급등이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할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판 2003. 8.22, 2003318; 서울지법 2009. 2.9, 2008카합4529 가처분결정). 한편 대법원은 일부 원심과는 달리 물가변동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적용을 부정한다(大判 1956. 3.10. 1955민상234,235; 1963. 9.12, 63다452: 1991. 2.26, 90다19664 등 참조). 그러나 계속적 보증과 같은 계속적 채권관계에 있어서 채무자의 자산상태가 현저히 악화되거나 채무자의 지위 또는 신분에 현저한 변화가 생긴 경우에는 보증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정변경을 이유로 보증인에게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점에 비추어 보면 우선 키코계약이 계약기간 중 월단위로 반복적으로 결제된다고 하여 이를 계속적 계약으로 봐야할 것인지도 의문일 뿐 아니라 이 상품에서 구간 이상의 환율 등귀의 위험은 가입자 즉, 기업체가 부담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KIKO 계약도 일종의 선물환 계약으로서 본질적으로 선물환 거래를 바탕으로 계약당사자들 사이에서 위험을 분배하는 방식의 계약형태이다. 그 계약효력이 사라지는(Knock out) 구간에서의 환위험을 기업이 감수하는 대신, 콜(call)과 풋(put)옵션과의 조합과 행사가격의 조정을 통하여 기업이 비용을 따로 지불하지 않고 환위험 헤지효과와 이익을 일정부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선물환 매도와 비교하였을 경우 한쪽 계약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상품이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는 환율변동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한부분의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구간에서 이익을 보상받는 형태로 만들어진 계약인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키코(KIKO) 계약은 원래 환율의 급격한 변동도 예정하고 있으므로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들어 계약의 기초 사정이 변경된 경우라고는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파생상품은 그 자체가 시장에서의 예상할 수 없는 가격변동 등의 사정변경 내지 위험을 전제로 만들어진 상품이기 때문이다. 동 가처분 결정에서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당사자 공통의 근본적인 관념이 사후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동 결정에서 설시하는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다만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현재의 환율변동 이상의 급격한 환율변동 내지 금리변경이 있었음에도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를 인정한 판례가 없었다는 점(대판 2004. 8.20, 2004다11193; 2006.7.28, 2006다5505 등 참조)에 주목하였어야 할 것이다. III. 결론 결론적으로 이 가처분 결정에서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여 해지를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다만 은행이 상품을 권유함에 있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내용이나 위험에 대하여 명확하고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는 신의칙에 기한 해지 사유가 아니라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사유가 될 뿐이다. 이미 종래의 판례는 증권회사의 유가증권거래, 투자신탁 수익증권 판매시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대판 1996. 8.23, 94다38199 등).
2009-03-16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