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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맛집의 상호와 메뉴 따라하기
1. 들어가면서 유명한 맛집의 상호와 그 메뉴를 그대로 따라하는 집이 있다면, 과연 그러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까. 이와 관련해서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해운대암소갈비집’,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의 상호를 사용하고 그 메뉴도 유사하게 따라하는 식당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이하 ‘대상판결’)하였다. 2. 사건의 경과 가. 원고의 상호와 식당메뉴 원고가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로 운영하는 식당(‘이 사건 식당’)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하는데, 소외 창업자에 의해 1964년 창업된 후 그 아들이 경영하다가 그 아들이 세운 원고에 의해 현재까지 55년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2002년 유명 일간지에 맛집으로 소개된 이후 언론과 TV프로그램에 꾸준히 소개되었고, 연 매출액은 2013년경 71억 원을 넘어 2018년에는 약 119억 원에 이른다. 이 사건 식당은 ‘해운대암소갈비집’(‘이 사건 1번 상호’)과 이 사건 식당 건물 벽면에 부착된 간판의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이 사건 2번 상호’)을 같이 사용한다. 이 사건 식당은 한옥을 개조하여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좌식으로 음식을 먹도록 하였는데, 대표 메뉴는 생갈비구이, 양념갈비구이이며, 숯불에 가운데가 볼록하게 솟고 구멍이 있는 철판 위에서 갈비를 구운 후 오목하고 둥글게 파인 철판 가장자리 부분에 갈비의 양념을 부어 감자사리를 끓여 내는 서비스(‘이 사건 서비스 방식’)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이 사건 상호나 감자사리를 검색하면 수천 건의 검색결과와 리뷰나 블로그글이 나온다. 나. 피고의 상호와 식당메뉴 피고는 2019. 3.경부터 서울에서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로 식당 영업을 개시하였고, 대표 메뉴로 생갈비구이, 양념갈비구이를 내세우고 갈비구이 후 감자사리면을 오목하고 둥글게 파인 불판 가장자리 부분에 끓여 제공하고 있다. 피고 식당은 양옥 단독주택을 개조한 공간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제공되는 홀에서 음식을 먹는 구조이다. 다.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정경쟁행위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결합된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은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독립한 영업표지를 이루는데 피고가 이를 침해하여 이 사건 식당과 피고 식당을 혼동하게 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동법 제2조 제1호 나목)를 하였고, 더불어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을 모방한 것은 성과도용으로서 부정경쟁행위(동법 제2조 제1호 카목)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대상판결의 판단 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국내에 널리 인식된 영업표지” 부정 이 사건 상호들은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루어졌거나, 여기에 '소문난’ 부분이 결합된 상표로서, 식별력이 미약하다. ‘암소갈비’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식당이 상당수 존재하고, 1972. 9.에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가 등록된 적도 있는 사실, 현재 이 사건 식당 인근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의 식당도 영업중이며, 원고는 주차장 입간판에 이 사건 식당의 상호를 ‘원조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으로 표시하기도 했던 사실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으로 보아 원고가 이 사건 상호를 55년간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하였고 그로 인하여 사용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의 모양이 검은색 바탕에 독특한 한글서예체 로 식별력을 갖는다거나,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의 특수성이 이 사건 상호와 결합하여 이 사건 식당만의 독특한 외관을 형성하여,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이 이 사건 영업표지로서 식별력을 갖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검은색 간판에 흰색의 한글서예체로 표현된 간판은 다른 음식점이나 영업점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실, 불고기, 갈비 등 육류 구이를 요리한 후 그 구이를 구웠던 원형 불판(동그랗고 가운데가 불룩하며 끝부분은 오목한 형태)의 오목한 부분에 사리면을 끓이는 음식이 제공되는 방식은 다른 육류 구이 요리전문점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의 색깔, 서예체, 혹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이 사건 상호의 식별력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식당의 매출이 수년간 수십억 원 이상이었고, 최근 100억 원을 넘었다 거나, 이 사건 식당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결과 상당한 정보량이 검색된다는 등의 사정이 일응 이 사건 식당의 유명도를 가늠할 자료가 된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나 선정기준 등이 포함된 동종 외식업체의 매출 규모나 정보검색결과 등과의 비교 없이, 위와 같은 자료만을 근거로 이 사건 영업표지의 주지성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상 성과물로서의 “트레이드 드레스” 부정 이 사건 영업표지인 이 사건 상호,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그 자체로 식별력을 갖추었거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없다. 원고 소송대리인은 ① 이 사건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하는 불판은 이 사건 식당의 창업자가 직접 고안한 갈비구이에 특화된 디자인으로 가운데가 높게 돌출되어 솟은 중심부가 형성되어 있고, 중심부면 위부분에는 작고 둥근 홈이 일정간격으로 파여 있으며 볼록 솟은 중심부와 아래 오목한 부분으로 연결되는 면에는 세로로 길쭉 한 형태의 작은 홈이 파여 있다는 점에서 시중 음식점에서 흔히 유통되는 불고기용 불판과는 다르고, ② 일반적인 고깃집에서는 갈비구이 요리 후 냉면사리를 끓여주는 반면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은 감자사리가 제공된다는 면에서 식별력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통상적인으로 고깃집에서 갈비나 불고기 등을 굽기 위해 제공되는 불판과 이 사건 식당의 불판 모양은 모두 둥근 모양에 무쇠 등 금속으로 제작되어 가운데 부분이 솟아있고 가장자리 부분이 옴폭하게 파여 있으며 여러 개 구멍이 뚫려 있는 등 상당 부분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점도 인정된다. 또 갈비 구이 후 제공되는 사리면의 재료가 감자 전분으로 만든 사리면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냉면사리 등을 사리면으로 제공하는 식당과 기본적으로 쫄깃한 식감의 국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원고 소송대리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특징이 소비자로 하여금 다른 고깃집과 구별하여 이 사건 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식별력을 갖춘 요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4. 판례의 해설 55년 전통의 유명식당이 부산에 있는데, 2019. 3.경 서울에서 유명식당과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고 동일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이 개업하자 사람들이 그곳을 유명식당 분점인 줄 알고 방문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발생하였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영업주체 혼동행위 성립여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서울에서 개업한지 얼마 안된 식당을 부산의 유명식당 분점으로 알고 방문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결국 상호와 식당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원고는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결합된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을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영업표지로 주장한 것으로 이해된다. 영업주체 혼동행위가 성립하려면 무엇보다 권리 주장자의 영업표지에 “주지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 주지성이란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범위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이 그것을 통하여 특정 영업을 다른 영업과 구별하여 널리 인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인지는 사용 기간, 방법, 태양, 사용량, 거래범위 등과 거래실정 및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졌는지가 우선의 기준이 된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다 64102 판결). 대상판결은 이 사건 상호가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루어졌거나, 여기에 '소문난’ 부분이 결합된 상표로서, 식별력이 미약해 보인다고 판단하였는데, 그러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주지성에 관한 여러 판례들(97도322 판결, 2010나7319 판결 등)이 비슷한 판시를 하였다는 점에서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사건 식당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하면서, 1964년부터 현재까지 55년간 이 사건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하였기에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대상판결도 인정한 매출액의 정도, 방송 노출, 인터넷에서의 검색과 평가 등 유명도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들 역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원고가 이 사건 상호를 55년간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하였고 그로 인하여 사용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암소갈비’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식당이 상당수 존재하고, 1972. 9.에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가 등록된 적도 있는 사실, 현재 이 사건 식당 인근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의 식당도 영업중이며, 원고는 주차장 입간판에 이 사건 식당의 상호를 ‘원조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으로 표시하기도 했던 사실 등을 들었다. 상표 등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표지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여 주지성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상표와 상호는 다르다. 즉, 상표는 등록에 의해 대한민국 전역에 일률적으로 법률에 의해 독점력이 부여(상표법 제89조)되는 반면, 상호에는 이러한 효력이 없다. 그리고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은 규율 목적이 다르고 판례가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주지성을 인정함에 있어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범위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이 그것을 통하여 특정 영업을 다른 영업과 구별하여 널리 인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2011다 64102 판결 등)와 같이 일부 지역에서의 주지성도 인정하고 있는데, 상표권 등록과 관련해서는 일부 지역의 상표권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주지성에 관한 판례의 판시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후2274 판결 등, 물론 2014년 개정으로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서 식별력 취득여부를 상표등록여부결정을 할 때로 개정하면서 문언도 수정하여 구 법보다 인식도를 완화하였다고 평가되고, 그러한 취지가 전국적인 인식도를 구비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등도 동종업계나 특정지역에서 식별력을 취득한 경우에도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는 논의가 있기는 하다). 또한 상표등록과 관련해서 비록 특허청예규인 상표심사기준이 ‘동일, 유사한 상표가 해당 상품의 거래자 사이에서 출처표시로 사용되지 않아야 식별력을 구비하였다고 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취하나, 상표법 제33조 제2항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함에 있어 “독점적이고 배타적일 것”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상표등록과 관련된 기존의 대부분 판례를 보더라도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후2288 판결의 경우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상표 사용이 아닌 경우에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즉 상표 등록 자체에서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판례를 보면 영업표지로서의 상호가 그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하는지와 관련된 사건들[‘여의도떡방 사건(2010나7319 판결)’, ‘종로학원 사건(97도322 판결)’, ‘장수돌침대 사건(2010다60622 판결)’ 등)]에서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판례는 “그것이 오랫동안 사용됨으로써 거래자나 일반 소유자들에게 어떤 특정인의 영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경우”라고만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2007도10914 판결). 판례가 “장기간 계속적·독점적·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는 경우는 상품의 용기, 포장, 형태나 모양이 출처 표시하는 경우인데(99도 691 판결, 2001다83890 판결, 2002다18152 판결, 2011도10978 판결 등), 이 경우에도 ‘지속적인 선전광고 등에 의해 특정 출처의 상품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된 경우’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상표등록 사건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영업표지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대상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 사건과 상표등록 사건의 차이에 대한 고민 없이 양 사건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그리고 대상판결이 제시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없었다는 근거에 대해서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는 1972. 9. 등록되었다가 바로 10년 뒤 소멸되었고 등록자도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출원목적상 오히려 유명표지에 대한 상표선점의 의도가 강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현재 EBS의 ‘펭수’를 관련 없는 자가 EBS에 앞서 출원한 행위와 유사), ‘암소갈비’는 식당이 제공하는 음식이나 재료명으로서 본 건의 핵심은 그런 식별력이 약한 상호를 오랜 기간 사용하여 그 약점을 극복했는지 여부라는 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근처 식당의 경우 이용자들조차 유명한 이 사건 식당과는 다르고 이 사건 식당이 혼잡해서 근처 식당을 방문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이용자들에게는 이 사건 식당과는 구별되는 식당이라는 점, 이 사건 식당에서 과거 ‘원조’라는 내용을 포함한 입간판을 일시 사용하였더라도 현재는 이러한 입간판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용자들이 이 사건 식당을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등 충분히 반대 의견이 제시될 가능성도 존재해 보인다. 그 외 대상판결은 불판의 특성이나 감자사리면 제공, 그리고 입간판의 글자체와 배경이 이 사건 상호의 식별력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물론 이견이 있겠지만, 이 사건 식당을 찾는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접근해 보면, 이러한 요소들이 과연 식별력과 무관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유명 맛집 프로그램을 비롯한 여러 매체들이 취재하고, 오랫동안 수 많은 이용자들이 이 사건 식당을 찾는 이유는 당연히 식당이므로 고기‘맛’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암소갈비’라는 재료의 맛을 구현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불판의 특성과 ‘암소갈비’ 이후 통상 미리 조리된 냉면이 제공되는 것과 달리 독특한 불판의 특성을 사용한 감자사리면이 손님앞에서 바로 불판에서 조리되는 특성도 그 이유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이용자들이 그러한 음식을 제공받은 이 사건 식당을 기억할 때, 검은색에 흰색의 한글서예체로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을 떠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위와 같은 설명들은 결국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며, 대상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품표지나 영업표지가 사용된 결과 주지성을 취득하였다는 점은 엄격한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 상품표지나 영업표지가 어느 정도 선전광고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이를 추정할 수 없으며 구체적으로 그 상품표지나 영업표지 자체가 수요자간에 현저하게 인식되었다는 것이 증거에 의하여 명확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1056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0. 7. 7. 선고 2010나7319 판결 등). 종국에는 변론주의와 입증책임의 원칙상 원고가 자신이 주장하는 주지성에 대한 입증을 제대로 해야 그 주장하는 바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상표등록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영업표지가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 사건 상호가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여러 근거를 제시하였는데, 상급법원에서도 동일한 일반론과 사실관계에 대한 평가가 유지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트레이드드레스
부정경쟁행위
영업표지
상호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20-01-10
민사일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판단기준의 복합성
1.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는 1990년 피고 회사에 입사한 간부사원이다. 원래 피고 회사에는 전체 직원에게 적용되던 취업규칙이 있었는데, 2004. 7. 1. 간부사원에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 제정·시행했고, 2004. 8. 16. 전체 간부사원 중 89%인 6,683명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 변경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2004. 7. 1.자 제정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구 취업규칙과 비교할 때 월차유급휴가 조항이 삭제되고, 연차유급휴가일수가 최대 25일로 축소되었으며, 연차 가산조건이 2년 이상 근무에서 3년 이상 근무로 축소되었고, 생리휴가가 유급에서 무급으로 변경되었다. 이후, 피고 회사의 2016. 1. 1.자 개정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고정급인 기초급만 포함시키도록 바뀌자, 원고는 (1) 2016. 1. 1.자 개정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기초급만 통상임금에 산입하도록 정한 것은 근로기준법 및 동 시행령 위반이고, (2) 2004. 7. 1.자 제정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구 취업규칙에 비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됐음에도 전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간부사원들의 동의만 받은 것은 근로기준법 제94조에 위반이라며 미지급된 휴직급여, 연월차유급휴가수당, 단체교섭 타결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 2016. 1. 1.자 개정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경우 근로자 일부에게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제정·시행하는 것도 가능하고, 통상임금에는 고정적인 급여만 포함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및 동 시행령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으며, (2) 2004. 7. 1.자 제정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경우 ① 구 취업규칙에서 변경된 부분은 2003년 개정 구 근로기준법 개정내용(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으로 단축, 월차유급휴가 폐지, 연차유급휴가일수 상한을 25일, 생리휴가 무급화)에 따른 것으로, 대신에 토요일 유급휴일 지정, 연차유급휴가 부여요건 완화, 다음 해 연봉조정을 통한 연월차유급휴가수당 감소액 보전이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고, ② 설령 불이익 변경이라 하더라도 그 변경이 근로기준법 개정내용에 따른 점, 간부사원 89%가 변경에 동의한 점 등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어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 판례해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피고 회사의 2004. 7. 1.자 제정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구 취업규칙에 비해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피고 회사를 상대로 원고와 다른 간부사원들이 제기한 선행 사건인 서울고등법원 2015나 31898 부당이득금반환 사건의 판결과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어 주목된다. 위 선행판결에서 피고 회사는 대상판결 때처럼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5일 근무제에 따른 토요일 휴무가 보장되었고, 감소된 연월차휴가수당 상당액이 연봉 인상으로 보전됐으므로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기준은 최저기준일 뿐이므로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토요일 휴무는 불이익 변경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요소가 아니고, 연월차유급휴가수당 감소액을 연봉조정을 통해 보전해주려 했다 하더라도 이 또한 변경 당시 불이익 여부 판단에 고려할 요소는 아니며, 일회적 임금인상만으로 연월차유급휴가수당 감소액이 보전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피고 회사가 간부사원에게만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동의를 얻고 간부사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는 일반직 직원 등에게는 동의는 구하지 않은 점, 일반직 직원 등에게는 근로기준법 개정과 무관하게 연월차수당의 지급의무를 명시한 구 취업규칙이 그대로 유효한 점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합리성 있는 변경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변경된 근로조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주 40시간제 도입으로 인해 발생될 사회적 비용을 노사가 분담하기 위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본 반면, 선행판결은 근로기준법이 근로조건의 하한선을 정하는 규범이므로 그 개정내용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여부를 판단할 지표가 아니라고 하여 뚜렷한 논지 차이를 보인다. 한편, 대상판결은 선행판결에서 다루지 않은 새로운 사실(근로기준법은 토요일 유급휴일 여부를 노사합의로 정하도록 했는데 피고 회사는 이를 유급휴일로 한 점, 연차유급휴가 부여요건 완화, 연봉 기초급이 누적적으로 산정되어 연월차유급휴가수당 감소액 보전이 일회성에 그친다고 볼 수 없는 점)을 다룬다. 결국, 대상판결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의 물적 판단 기준에서 유기적·동종적 관련성을 고려하는 판례의 태도(대법원 94다18072 판결 등)를 따르면서도 인적 판단 기준에서는 직원 전부에게 직·간접적, 잠재적으로 적용 가능한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 전체 직원들이 동의의 주체가 된다는 판례(대법원 2009두2238 판결)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취업규칙은 단체협약과 달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 복무규율을 정할 수 있으므로 불이익변경 시 법원의 엄격한 판단이 적용되어야 하고, 집단적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론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은 보다 제한적이라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항소심에서는 2004. 7. 1.자 제정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변경내용 적용이 구 취업규칙에 비해 근로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대가관계, 득실을 가져다주었는지 계량할 자료가 등장할 것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한 판단기준이 물적·인적으로 복합적이므로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끝.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근로기준법
연차
월차
현대자동차
주5일제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20-01-09
민사일반
골프장 시설에 대한 담보신탁에 기한 공매와 입회보증금반환의무의 승계
[대상판결] Ⅰ. 사실관계 1. A회사는 B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아 E컨트리클럽(이하 '이 사건 골프장'이라 함)을 건설하여 골프장업을 영위하고자, B은행과 이 사건 사업부지와 이 사건 골프장 건물 5동(이하'이 사건 신탁부동산'이라고 함)에 관한 각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B은행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2. A회사와 B은행이 체결한 담보신탁계약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A회사가 위탁자 겸 수익자로서 B은행에 이 사건 신탁부동산을 신탁하면서 사업자금의 대출채권자인 B은행 등에게 우선수익권을 설정하고, 만약 A회사가 대출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우선수익자의 요구에 따라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그 대금을 대출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고 나머지는 위탁자인 A회사에 반환하기'로 하는 것이다. 3. A회사는 B은행에 대한 대출채무의 이행을 지체하였고, 이에 B은행은 2013년 5월께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한 공매 공고를 하는 등 그 처분을 위한 공매 절차를 진행하여 2014년 5월 22일 14억1000만 원에 낙찰되었으나 낙찰자가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B은행은 2014년 5월 27일 피고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대금을 14억1000만 원으로 정하여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회사 앞으로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4. 원고들은 이 사건 골프장에 입회보증금을 납입한 회원들이다. Ⅱ. 대법원의 판단 : 파기환송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이 사건 골프장의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로서 체육시설법(이하 '법'이라고 함) 제27조 제2항 제4호, 제1항에 따라 A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입회보증금반환의무를 승계한다고 주장하며, 피고 회사에게 입회보증금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담보신탁계약에서 정한 공매나 수의계약 방식에 의한 매매는 법 제27조 제2항 제4호에서 정한 '그 밖에 제1호(경매)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절차'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 회사는 입회보증금반환의무를 승계한다고 판단하였다. [연구] Ⅰ.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에 대한 분석 예탁금제 골프회원권은 골프장 시설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용권'과 회원 자격을 보증하는 소정의 입회금을 예탁한 후 회원을 탈퇴할 때 그 원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예탁금반환청구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권리는 회원가입계약이라는 무명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므로 채권에 해당한다. 채권은 계약관계에 있는 상대방에 대해서만 주장할 수 있고 제3자에 대해서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채권의 상대성 원칙). 그런데 법 제27조 제2항에 의하면 회원들은 입회보증금반환채권을 경매의 매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다. 채권의 상대성 원칙의 예외이다. 경매에 있어서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의 특별법에 의한 보호를 받은 채권을 제외하고는 채권은 소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골프장 회원에 대한 입회보증금반환채무는 저당권, 압류 등과의 선후를 불문하고 필수시설을 경매 등으로 취득한 인수인이 승계한다. 법 제27조 제2항은 민사집행법상 소멸주의의 예외이다. 이처럼 법 제27조 제2항은 우리 법이 원칙으로 삼고 있는 원리를 거스르는 예외 규정이다. 이를 확장해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논거는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충분하지 않다. Ⅱ. 대상판결의 타당성 1. 담보신탁에 기한 공매는 자율적인 절차임 가. 법 제27조 제2항이 경매 등의 사유로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에 대해서만 의무의 승계를 인정하고 있고, '통상의 매매'에 의하여 인수한 자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담보신탁에 의한 공매가 '통상의 매매'에 해당하면 채무의 승계가 부정된다. 나. 신탁의 장점 중의 하나는 신탁당사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체계의 유연성(flexibility in design)'에 있다. 위탁자와 수탁자는 신인의무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얼마든지 신탁재산의 처분방법을 정할 수 있다. 경매와 같이 국가가 법률에 의하여 그 처분방법, 매각조건 등에 대해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탁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알아서 신탁재산의 처분방법을 정한다. 따라서 신탁계약을 통해 수탁자에게 처분을 위임하여 수탁자가 자신의 재량으로 신탁재산을 처분하는 것으로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수탁자가 처분하는 경우에 이는 '통상의 매매'에 해당한다. 다만, 수탁자는 적정하게 매도를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요구되고, 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매가 이용된다. 공매를 이용하게 되면 수탁자가 적정한 매각조건을 공고할 수 있고, 그 매각조건을 수용하고자 하는 매수인에게 처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결국 공매는 수탁자가 신인의무에 위반되지 않도록 신탁재산을 처분하기 위한 방식으로 고안된 것으로 '통상의 매매'에 해당한다. 이런 이유로 공매에 대하여는 법적 근거나 절차에 대한 규정이 필요 없고 실제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담보신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담보신탁에서의 공매에 의한 매각은 적정한 액수로 신탁재산의 처분을 꾀하고자 하는 신탁당사자의 약정에 기인한 것으로 자율적인 매각 절차인바, '통상의 매매'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담보신탁에 기한 공매를 '경매 등'에 준하는 절차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다. 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신탁법 제105조를 근거로 담보신탁에 기한 공매절차가 경매절차와 마찬가지로 법원이 절차를 감독 내지 주관한다고 한다. 그러나 신탁법 제105조에서 정한 법원의 감독은 강제집행에서 법원의 역할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신탁이 설정되면 수탁자는 신탁재산을 이전받음과 동시에 신탁재산 관리와 관련하여 상당한 재량을 부여 받게 되는바, 수탁자가 신탁의 목적에 반하여 그 권한을 행사할 위험이 증대된다. 수탁자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기 위하여 수익자에게 일차적인 감독권한을 부여하나, 수익자의 지위는 취약하다. 이에 법원이 후견적 개입을 할 여지가 있는바, 이를 선언한 것이 바로 신탁법 제105조이다. 민법에서 사적 자치를 존중하면서도 신의칙에 기한 법원의 후견적 개입이 인정되듯이, 신탁에서도 신탁 당사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법원의 후견적 개입이 있을 수 있음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 대상판결은 신탁의 법리를 오해한 면이 있다. 2. 체육시설법의 목적의 정당성과 확장해석의 문제 법 제27조 제2항이 그 입법 목적에 있어서 정당성이 강하게 인정된다면 그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확장해석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과연 법 제27조가 입법 목적에 있어서 정당성이 강하게 인정되는가? ① 체육시설 회원들의 권리가 생필품적 재화가 아닐 뿐만 아니라 채권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보호 필요성이 크지 않고, ② 회원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인수자, 채무자, 담보권자, 다른 일반 채권자가 입는 불이익이 크고, ③ 회원권에 대한 공시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인수자 입장에서 승계되는 입회보증금반환채무액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 등에서 타당한 내용의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수의견이 그 입법 취지를 어떻게든 달성해 보고자 법 제27조 제2항을 충분한 논거 없이 확장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3. 법률의 해석에 있어서 해당 사안의 특수성 고려 여부 다수의견이 결론을 도출함에 있어서 감정가 700억 원인 골프장을 피고 회사가 14억1000만 원에 매수하였다는 사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피고 회사가 저가에 매수한 점에 비추어 원고들에 대한 입회보증금반환의무를 현실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러한 결론은 타당한가? 유사한 예로 토지와 건물이 각각 복잡하게 양도된 이후 토지에 대한 강제경매가 진행된 경우에 어떤 사람이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여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매수신고를 하여 결국 낙찰받은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에 매수인의 판단에 의존하여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법률의 해석이 문제가 되는 이 사건과 같이 법원이 한 번 해석론을 제시하면 그 해석론이 향후에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되는바, 구체적 타당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법적 안정성을 저해한다면 법정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해석이 요청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정당화되기 어렵다. Ⅲ. 결론 대상판결에 따르면, 골프장 운영에 있어서 담보신탁에 기한 자금융통은 어려워질 것이다. 담보신탁을 이용한 체육시설의 설치가 어려워질 것인바 체육시설법의 목적에 역행한다. 향후 피고 회사가 회생절차를 개시하더라도 회생절차가 표류될 가능성이 많다. 다수의견에 따른 현실의 결과가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 주의할 점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담보신탁의 특수성에 국한한 판시라는 점이다. 담보신탁이 아닌 수익자신탁은 여전히 도산절연성을 누리기 위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골프장
공매
체육시설의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
입회보증금반환청구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12-09
민사일반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위반 관련 대법원 판결
1. 들어가며 통상임금과 관련하여 2013. 12. 18.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2다89399 판결, 이하 '전합판결)은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이러한 청구가 신의칙에 반할 경우 그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이하 '대상판결')에서 전합판결이 설시한 신의칙 요건 외에 새로운 조건을 언급하여 파장이 예상된다. 2. 전합판결의 신의칙 조건 전합판결은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하는 노사합의가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이지만, 예외적으로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 요건을 설시했다. 즉, (1) 일반적인 신의칙 요건과 (2)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신의칙 요건은 ① 상대방에게 신의 공여 또는 객관적으로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이고, ② 이러한 신의에 반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을 정도여야 한다.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란 ① 노사합의를 통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하여 이를 통상임금에서 배제하고, ② 근로자가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함으로써 노사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의 이익을 추구하며, ③ 이로 인해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그 존립이 위태로워야 한다. 3. 대상판결의 개요 가. 원심 판결의 요지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하 '원고')은 버스회사를 상대로 연장근로수당 등(이하 '이 사건 법정수당') 지급의 기본인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시 '상여금'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원심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추가 법정수당청구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신의칙 인정의 근거로 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2011년 임금인상률(8.5%)의 8배가 넘는 점, ② 자본금(2억5천만원)·11년 당기순이익(약9천4백만원)·12년 당기순이익(약5천1백만원)에 비해 2011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약 7억8천2백만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점, ③ 피고가 가입한 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의 경우 실제 지출 인건비가 인정 한도를 초과할 경우 각 개별 사업자가 별도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전합판결에서 설시한 신의칙 요건 외에 ①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고, ②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신의칙 적용시 위 ①과 ② 요건을 추가하면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공제하면 추가 법정수당은 약 4억원이고, 이는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에 불과한 점, 피고의 2013년 이익잉여금이 3억원을 초과한다는 점, 피고는 2009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매출액도 증가하고 있는 점, 버스준공영제의 적용을 받고 있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4. 검토 가. 대상판결이 신의칙 적용시 별도의 요건을 추가한 것인지 대상판결은 신의칙 적용시 이미 전합판결에서 설시한 조건 외에 '근로조건의 최저기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와 '기업경영에 따른 실질적 위험부담 주체'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전합판결에서 신의칙의 일반요건 외에 특별한 사정을 설시한 이유가 바로 근로기준법이 강행규정이라는 점 때문이다. 즉, 전합판결은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경우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이 신의칙 적용시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전합판결의 취지를 부연한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또한,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배척할 경우 기업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대상판결의 내용 역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전합판결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특별한 사정 중 하나로 설시했다는 것 자체가 신의칙 적용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전합판결에서는 연 600%의 상여금, 상시적 초과근로, 생산직 400명, 2010년 한해 추가되는 금액이 평소 임금인상률(19.9%)의 2배(40%), 2010년 당기순이익의 99.8%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점 등으로 신의칙 적용을 인정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2011년 임금이 기존 인상률(3.5%)의 약 8배(29.1%) 상승, 2011년 당기순이익의 4.2배를 추가 지급(원심은 8.2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의칙 적용을 부정했다. 대상판결은 전합판결보다 훨씬 더 경영상 어려움이 인정될 사실관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한 것으로, 대법원 판결에 일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원심과 거의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신의칙 적용을 부정했으므로, 대법원에서는 신의칙 적용에 좀 더 신중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된다. 그리고 피고가 버스준영제의 적용을 받아 안정적인 사업 계속성도 신의칙 부정의 근거 중 하나로 삼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통상임금
임금청구소송
법정수당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3-13
민사일반
몰래 녹음해도 괜찮을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17. 선고 2018가소1358597 판결 - 1. 판결요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다(헌법 제10조 제1문). 그러므로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2. 해설 상대방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건 합법일까 불법일까. 이 질문은 법조인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일 것이다. '불법이긴 한데요, 처벌되진 않아요. 위자료는 줘야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라고 답변하면 아리송해 한다. 자선이나 폭행처럼 선악이 명확하면 좋겠지만, 우리 삶에는 경계에 있는 행위들이 너무도 많이 있으며 비밀녹음(내용이 비밀인 것이 아니라 녹음을 상대방 모르게 하는 것이어서 ‘몰래 녹음’이 더 직관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판결에서는 ‘비밀녹음’이라 표현하고 있으므로 이를 따른다)은 대표적인 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상대방과의 통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이를 법에서는 제3자가 몰래 녹음하는 행위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인 '감청'과 대비하여, '채록'이라고 표현한다)을 처벌하고 있지 않으며, 비밀녹음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선언한 대법원판결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선 법원에서는 '비밀녹음=위법'을 당연한 전제로 재판을 하고 있다. 즉, 실제 민사·행정재판에서는 비밀녹음 자체의 합법성에 관한 법리논쟁은 없고, 녹음을 한 경위에 정당성이 있는지에 관한 사실다툼만 있다. 우선, 비밀녹음 자체를 불법행위로 보고 이에 대해서 위자료를 인정하는 판결이 있다(대상판결, 수원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3나8981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21. 선고 2015가단5324874 판결 등 다수). 우리 법과 법원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강하게 보호하고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금지를 불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녹음을 녹취한 내용으로 작성한 기사에 대해서 삭제를 명한 판결이 있다(서울고등법원 2010. 6. 23. 선고 2008나63491 판결). 회사 내에서 동료직원들의 대화내용을 비밀녹음하는 행위는 사생활을 침해하고 불신을 야기해 화합을 해하는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있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5다184 판결). 비밀녹음한 것을 배포할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 '비밀녹음=원칙적 불법'을 전제로 한 판결들도 많이 있고, 비밀녹음을 하면 상대방이 불쾌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비밀녹음이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녹음의 동기는 크게 법원에 제출하는 것과 사회에 유포하는 것 2가지다.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비밀녹음도 증거로 인정하고 있고, 일반 국민들도 녹음 자체를 비난하기 보다는 비밀녹음된 대화를 듣고서 상황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비밀녹음하지 않고는 진실을 밝힐 방법이 없는 상황도 많다(법원이 증거로 채택하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음성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는 100~300만원 수준이므로 진실을 밝히고 재판이나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감수할 수도 있다. 비밀녹음을 근절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비밀녹음 자체를 처벌하고 법원에서 비밀녹음한 증거는 일절 받아주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비밀녹음을 할 수 밖에 없는, 비밀녹음이 정당화되는 상황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비밀녹음은 원칙적으로 위법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허용되며, 이는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따라 평가된다. 문제는 '사회통념'이 무엇인지 감을 잡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은 보통 사람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비밀녹음이 정당화되는 사유를 제시함으로써 수범자들로 하여금 경계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이정표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이정표가 많이 나오기를,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신뢰지수가 높아져서 비밀녹음 자체가 줄어들기를 바래본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손해배상청구
녹음
음성권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18-11-30
교통사고
금융·보험
민사일반
[판례해설] 보험사의 교통사고 증거수집과 위법성의 문제
- 대구고등법원 2016나22753, 22760 판결 - 1. 사실관계 및 피고의 주장 보험회사인 원고는 2007년 피고 측과 피보험자가 상해로 골절, 장해 등을 입었을 경우 진단비, 장해보험금 등을 지급하기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11. 9. 17.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경추골절, 뇌내출혈 등의 상해를 입었고, 원고는 2012. 3. 30. 피고의 장해지급률을 30%로 산정해 그에 따른 장해보험금 3,000만원을 지급하였다. 피고 측에서 위 장해지급률에 이견을 보이자, 원고는 2013. 2. 4. 피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한다면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2013. 6. 5. 원고를 상대로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고, 후유장애 지급률 산정을 위한 신체감정신청을 하였다. 위 사건에서 처음 신체감정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A병원이다. 그런데, 보험회사인 원고는 소속 직원을 통해 피고를 몇 시간 동안 몰래 미행하며 피고가 실제 생활하는 모습을 촬영한 21분 영상자료를 확보한 뒤 이를 원심법원에 감정 참고자료로 제출하였다. 원심법원은 A병원에 감정보완을 촉탁하였는바, 위 영상자료를 본 A병원은 피고의 후유장해 지급률을 45%로 산정하였다. 한편, 피고는 재차 신체감정을 신청하였는바, 새로 신체감정기관으로 지정된 B병원에서는 위 영상자료가 실제 생활 중 일부만 취사선택하여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이를 참고하지 않은 채 피고의 입원상태 하의 병동생활을 관찰하여 후유장애지급률을 115%로 산정하였다. 이로써, 두 병원의 신체감정서 상 후유장해 지급률은 2.5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되었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보험회사인 원고 측이 피고의 일상생활을 몰래 촬영함으로써 피고의 초상권 및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A병원의 신체감정결과는 위 불법촬영의 결과로 나온 영상자료에 기초한 것이므로, 후유장애 지급률은 위 영상자료를 참고하지 않은 B병원의 신체감정결과에 따라 115%로 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그러나,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 모두 다음과 같은 이유로 A병원의 신체감정결과를 따랐고, 피고의 후유장애지급률을 45%로 인정하였다. 첫째, 민사소송의 증거확보를 위해 초상권 및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는 위법하지 않다는 2006년 대법원 판례(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가 존재하고, 현행 민사소송법이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한 이상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증거자료로 채택할지 여부는 법원의 재량사항이다. 둘째, 본건 사건에는 공익(보험가입자들의 공동이익, 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 사익(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보다 우선하고, A병원의 신체감정결과는 환자인 원고의 자연스럽고 다양한 일상생활 모습을 촬영한 영상자료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장해상태를 평가하기 충분한 증거자료이다. 그 결과, 원심판결과 대상판결은 피고의 후유장해 지급률을 A병원의 감정결과와 같은 45%로 산정하고, 약관상의 계산식에 따라 장해보험금을 4,500만원으로 계산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이미 피고에게 3,000만원의 장해보험금을 지급한 바 있으므로, 판결은 피고에게 1,5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선고되었다. 위 판결은 원·피고 모두 상고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3. 판례해설 대상판결이 인용한 2006년 대법원 판례(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 가족이 피고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자, 피고 법인의 직원들이 원고 가족의 후유장해 정도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약 8일간 원고 가족들을 미행하며 집, 직장, 학교 등의 장소에서 사진을 촬영해 법원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위 사진을 참고한 후유장해 재감정결과는 기존 신체감정결과의 내용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자, 원고 가족들은 피고 법인 및 그 직원들을 상대로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당했다면서 별도의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위 사례에서 대법원은 무단 촬영행위 자체는 개인의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불법행위임을 인정하되, 위 침해가 위법한지 여부는 상충되는 두 개의 이익, 즉 침해행위를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여 얻는 재산상 이익, 허위 또는 과장된 청구를 밝혀내어야 할 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이익, 부당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함으로써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는 보험가입자들의 공동이익 등)과 침해된 이익(개인의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이익형량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익형량과정에서는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인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 및 그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과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인 피해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및 침해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 판결에서 밝힌 법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위법성의 존부에 대하여는 대법원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2006년 대법원 판례와 대상판결이 밝힌 논거를 [표]로 간략히 정리·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2006년 대법원 판례 대상판결 [법익내용의 비교] 보험가입자의 공동이익 및 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이익이 원고들의 인격적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법익내용의 비교] 교통사고 피해자들은 다액의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장해상태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피고가 신체의 장해부위를 움직이는 모습은 원고의 정당한 관심사이고, 원고는 공정한 재판을 받기 위해 증거수집의 일환으로 피고의 신체 움직임을 촬영했다. [피해법익의 중대성] 원고들의 피해영역에는 일반적으로 공개가 허용된 테두리 영역뿐만 아니라 중간영역까지 포함되어 있다. [피해법익의 중대성] 피고의 피해영역은 일반적으로 공개가 허용된 테두리 영역이므로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비교적 낮다. [피해의 정도] 미행·감시당함으로써 일상생활이 타인에게 노출되는 것은 피해정도가 적다고 할 수 없다. [피해의 정도] 원고는 오로지 피고의 신체움직임을 촬영하기 위한 목적에서 촬영하였을 뿐, 다른 사적인 생활관계를 탐지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침해행위의 필요성, 효과성] 1차 신체감정 및 사진제출 후 재감정의 결과가 대체로 일치하고, 피고가 주장하는 요추부 기왕증은 사진촬영으로는 밝힐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침해행위의 필요성, 효과성] 영상자료를 반영한 감정결과상 후유장애와 영상자료를 반영하지 않은 감정결과상 후유장애의 차이가 현저하였다.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원고가 주장한 장해정도가 허위나 과장이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영상자료를 반영한 감정결과상 후유장애와 영상자료를 반영하지 않은 감정결과상 후유장애의 차이가 현저하여, 피고가 주장한 장해정도가 허위 또는 과장이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 [침해행위의 보충성, 긴급성] 감정과정이나 감정결과의 잘못이나 의문을 소송절차 내에서 해결하지 않은 채 원고의 법영역을 무단 침범했고, 사진촬영에 긴급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침해행위의 보충성, 긴급성] 원고로서는 영상촬영 외에는 감정결과를 탄핵할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취득할만한 방법이 없고, 원고의 영상자료 수집행위는 증거 수집을 위해 필요하고 부득이한 일이었다. [침해행위의 상당성] 8일이라는 상당한 기간 동안 미행 또는 차량으로 추적하며 사진을 찍어 원고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은 그 방법에 있어 합리적이지 않다. [침해행위의 상당성] 원고의 직원이 피고를 촬영한 시간은 단 하루, 그 중에서도 21분 정도에 불과하여 침해방법의 상당성을 초과하지 아니하였다. 2006년 대법원 판례와 비교해 볼 때, 대상판결은 보험사고의 과장 등 보험금의 부정취득을 매우 엄격히 다루는 최근 판례 경향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만약 무단촬영이 여러 날에 걸쳐 긴 시간동안 이루어졌다거나, 영상자료를 반영한 A병원의 신체감정보완촉탁결과와 B병원의 신체감정결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면 위법성 판단은 달리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2006년 대법원 판례에서 위법성 판단은 소송의 주된 쟁점인 반면, 대상판결에서의 위법성 판단은 보험회사가 몰래 찍은 영상자료가 위법하게 수집되어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하느냐는 지엽적 쟁점이고,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한 현행 민사소송법 하에서는 설령 위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진들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였다는 차이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상 판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하나의 사건에서 위법성 여부가 판결의 결론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과 향후 보험시장에서 보험회사가 가입자들에 대하여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므로, 대상 판결이 향후 보험시장에 중대 파장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가령 대상판결의 원고였던 보험회사나 위 사건을 알고있는 다른 보험회사는 대상판결을 통해 ‘우리가 피보험자의 사생활에 대하여 어느 수준까지 침해해도 위법이 아닌가’라는 판단지표를 얻게 되었으니, 앞으로 보험금에 대하여 이견이 있으면 일단 채무부존재확인소송부터 제기한 후 피보험자를 미행해 영상자료를 확보하자는 내부정책을 세울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경우, 만약 보험회사 심사팀에서 충분한 영상자료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상판결처럼 하루 이틀이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동안 피보험자들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어차피 보험회사는 오랜 기간 수집한 영상자료 중에 결정적 순간?이 사건처럼 21분-만을 추출하여 소송자료로 제출할 것이고, 법관이 상당성을 초과한 침해방법을 가려낼 방법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검경 수사관들의 오랜 염원사항으로 현재 제20대 국회에 발의되어 계류 중인 공익탐정법안이 의결될 경우, 보험회사는 공인탐정을 통한 합법을 내세워 보험가입자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보험회사가 증거수집을 위해 피보험자를 몰래 촬영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는 본건 사건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거시적 사회경제적 관점에 치우쳐 보험계약자들의 공동이익의 중요성을 설파한 대상판결은 헌법 제17조에서 선언하고 있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경시하고 보험회사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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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법률사무소 서희 변호사
2017-06-01
가사·상속
민사일반
판례해설 - 상속포기신고 후의 재산처분행위
-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다73520 판결 - 1. 사실관계 A(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으로 2011. 12. 망인이 사망하자 2012. 1. 수원지방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하였고, 2012. 3. 가정법원에서 상속포기신고가 수리되었다. 한편, A는 상속포기신고 후인 2012. 1. 망인이 소유하고 있던 화물차량 6대의 폐차 및 매각업무를 위임하여 2012. 2. 그 대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받았고, 망인의 승용차의 1/2 지분에 관하여 상속을 원인으로 한 명의이전등록을 마쳤다. B(원고)는 망인에게 5,000만원을 대여한 채권자로서 상속인인 A를 상대로 대여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A는 위 사건에서 자신은 상속포기를 하였으므로 B에게 이를 변제할 의무가 없다고 이를 다투었다. 위 사건에 대하여 제1심과 제2심은 A의 상속포기신고가 유효하게 수리되었으므로 B에게 대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하여 B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항소심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2. 판결 요지 (1) 관련규정 및 쟁점 민법 제1026조(법정단순승인)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1.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2. 상속인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 3.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 이 사건의 쟁점은 A가 ‘상속포기신고를 한 후 가정법원에서 신고가 수리되기까지의 기간’ 사이에 망인의 재산을 처분한 행위가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사유에 해당하여, 상속포기신고에도 불구하고 상속승인의 효력이 발생하였는지 여부이다. (2) 제1심 및 제2심 피고가 망인 명의의 자동차 지분에 관한 명의이전등록을 마친 것을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으로 보더라도 그 처분일은 명의이전등록을 마친 2012. 2.로서 피고가 상속포기 신고를 한 이후이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그리고 피고가 망인 소유의 화물차량 6대를 폐차하거나 매각하여 대금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것이 민법 제1026조 제3호에 정한 상속재산의 부정소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처분행위를 넘어 부정소비에 해당하여야 할 것인데, 피고는 위 처분대금으로 망인이 보험회사에 부담하고 있던 대출금 채무를 변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부정소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제1심 판결). 원고는 민법 제1026조 제1호와 제3호의 적용 기준이 되는 상속포기를 한 시점을 상속인이 상속포기 신고를 한 때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법원이 위 상속포기 신고에 대하여 수리심판을 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민법 제1026조 제1호와 제3호의 적용 기준이 되는 상속포기를 한 시점은 상속인이 상속포기 신고를 한 때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제2심 판결). (2) 대법원(대상판결)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이 생긴 이후에는 더 이상 단순승인으로 간주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 규정은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이 생기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는 상속인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에 신고를 하여 가정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그 심판은 당사자가 이를 고지받음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20401 판결 참조). 이는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의사표시의 존재를 명확히 하여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획일적으로 처리되도록 함으로써, 상속재산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공동상속인이나 차순위 상속인, 상속채권자, 상속재산의 처분 상대방 등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였다면, 이는 상속포기의 효력 발생 전에 처분행위를 한 것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피고가 상속포기 신고를 한 후 위 화물차량을 폐차하거나 매도하게 하여 그 대금을 수령함으로써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은 피고의 상속포기 신고를 수리하는 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이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인인 피고가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평석 민법은 상속이 개시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의 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019조 제1항). 이 사건에서 A는 적법한 기간 내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였으나, 위 신고가 가정법원에서 수리되기 전에 처분행위를 하였는데, 이것이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제3호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된다. 왜냐하면, 제1호에 해당하는 처분행위라면 그 이유를 불문하고 상속의 단순승인의 효력이 발생하는 반면, 제3호에 해당하는 처분행위라면 그것이 ‘상속재산의 은닉 또는 부정소비’에 해당할 경우에만 단순승인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심은 원심은 상속포기신고 후 수리 이전의 처분행위는 제1호에 해당하지 않고 제3호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제3호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는 A가 망인의 자동차 지분을 이전받은 행위가 상속재산의 ‘은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망인 소유의 자동차를 처분하여 대금을 받은 행위 또한 이를 망인의 채무 변제에 사용하였기 때문에 ‘부정소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제1호의 재산처분행위는 ‘상속포기신고가 법원에 의해 수리된 때’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에 의하면 이와 같은 상속포기 신고 수리 전의 처분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단순승인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위 기준시점을 어디로 정할 것인지 여부는 법리적으로 볼 때 논리필연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의 수리는 단지 절차법적인 효력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판례는 가정법원의 한정승인신고수리의 심판은 일응 한정승인의 요건을 구비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것일 뿐 그 효력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고 상속의 한정승인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의 최종적인 판단은 실체법에 따라 민사소송에서 결정될 문제라고 판시하고 있고, 이는 상속포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6. 2. 13. 자 2004스74 결정). 사안에서 A의 행위가 상속재산의 은닉 또는 부정소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B의 채권은 기본적으로 망인에 대한 채권인 점에 비추어보면 위 판결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대법원은 상속포기와 관련해서는 일반 법리와 달리 예외적으로 ‘법의 부지(不知)’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무지로 인해 채무를 잘못 상속받지 않게끔 법의 보호가 폭넓게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법의 무지에 대한 보호법리는 보다 확장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판례는 ‘상속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과정에서 법률상 어려운 문제가 있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바로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아야 상속이 개시되었음을 알았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 이 사안에서 상속포기신고를 한 A에게 묵시적인 상속승인의 의사표시가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일반적으로 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더 많은 경우에 이루어진다. 이 사안 역시 A는 망인의 채무를 상속받는 입장이므로 망인의 재산을 함부로 처분하여 채권자를 실질적으로 해하지 않는 이상 채무초과의 상속인에 대한 법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보이고, 따라서 이 기간 동안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상속재산의 ‘은닉 또는 부정소비’인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가치판단이 가능한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에 대하여 이와 같은 기준을 마련한 이상 당사자들은 상속포기, 한정승인신고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처분과 관련한 함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상속포기
상속
부정소비
2017-02-10
노동·근로
민사일반
판례해설 - 수 년간 소속 용역업체를 변경한 경우 불법파견 인정
- 대법원 2016. 7. 22. 선고 2014다222794 판결 - 1. 들어가며 기업들이 경비절감이나 관리상의 용이함 등의 이유로 건물관리나 청소, 경비 등의 업무를 용역업체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 경우 위탁계약이 종료하여 새로운 용역업체로 변경되더라도 해당 건물에서 위탁업무를 수행하던 기존 위탁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새로운 용역업체에 채용되어 종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기업 내부의 전산시스템 위탁 관리를 외부 IT업체에 맡겨 관리하는 형태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당 IT업체(용역업체)와의 계약이 종료하더라도 전산시스템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는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대상판결(대법원 2016. 7. 22. 선고 2014다222794 판결) 역시 피고가 방범용 CCTV에 관한 모니터링 업무를 용역업체 위탁하여 운영하면서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매년 종료됨에 따라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던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여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해 온 사안이었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피고(군포시)는 관내 범죄취약지역에 설치한 방범용 CCTV에 관한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하면서 관제센터에서 모니터링 업무를 2008. 6. 1. A회사에 위탁하였다. 원고들은 A회사에 2008. 6.경 또는 2008. 8.경 입사하여 관제센터에서 CCTV 모니터링 요원으로 근무하였고, 피고가 용역업체를 변경할 경우 계속해서 새로운 용역업체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동일하게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해 왔다(총 4개 용역업체에서 약 3년 6개월 정도 근무). 그런데 새로운 용역업체가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자 원고들은 불법파견임을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등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근로자파견과 관련한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의 5가지 판단지표 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근로자 파견여부를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피고의 근무지시를 받고 매일 근무상황을 피고에게 보고하고, 휴가ㆍ병가등을 관제센터장에게 보고하였다는 점, 용역업체의 경우 모니터링결과를 보고받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최초 업무교육도 시키지 않았으며 관제센터에 상주하는 직원도 없는 점, 피고가 모니터링 용원 간 업무 인수인계사항에 관해 관제센터장의 결재를 받도록 하고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을 지시한 점, 용역업체가 매년 변경되었음에도 원고들이 새로운 용역업체로 소속만 변경하면서 모니터링 요원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온 점 등을 바탕으로 원고들의 경우 피고의 관제센터에 파견되어 피고의 지휘ㆍ명령을 받으면서 피고를 위한 모니터링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고, 피고가 원고들을 사용한지 2년이 초과된 시점에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검토 대상판결은 용역계약이 변경됨에 따라 용역업체만을 바꾸면서 기존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용역업체 소속 근로 형태를 근로자파견의 부정적 요소 중 하나로 본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대상판결이 위 요소 하나만을 이유로 근로자파견으로 본 것은 아니므로, 건물관리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소속 근로자를 해당 건물이나 위탁업자의 사업장에 보내어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많은 위탁계약이 곧바로 근로자파견 관계로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업무를 위탁받은 용역업체가 현장대리인도 없이 위탁인의 사업장에 자신의 근로자만을 보내어 놓고 위탁업무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ㆍ감독을 하지 않고 오히려 위탁인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지휘ㆍ감독을 하면서 용역업체가 변경되었음에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가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여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한다면 이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실무에서는 건물의 주차관리 등을 용역업체에 위탁하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가 해당 건물에서 주차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용역업체가 아닌 위탁자(건물소유자 등)의 실질적인 지휘ㆍ감독을 받는 경우가 많고, 용역계약이 종료하거나 해지될 경우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는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채 기존과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기업들의 전산시스템을 관리해 주는 IT 업체 소속 근로자 역시 전산시스템 관리계약이 종료하더라도 소속 IT업체에 복귀하지 않은 채 새로운 IT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기존과 동일한 업무(특정 업체의 전산시스템 관리)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주차나 전산시스템 관리를 위탁하는 업체는 용역업체로 하여금 현장관리인을 두도록 하고 현장관리인이 직접 소속 근로자에 대한 근태관리, 업무 지휘ㆍ감독 등을 하도록 하여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의 원심판결 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판결(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2다79439 판결)을 근거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휘ㆍ명령을 한 것은 경비업법 등의 법령상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건은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업무에 종사하는 경비업무'의 경우 경비업법에서 엄격히 국가중요시설의 시설주, 경비업자, 특수경비원의 직무ㆍ의무에 대해 엄격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라 시설주가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을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파견근로자에 대한 지휘ㆍ감독과 마찬가지로 볼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실무에서도 경비업무를 위탁한 경우 위탁자가 경비업법을 이유로 경비원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ㆍ감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탁업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인지, 경비업법의 취지가 무엇인지 등 경비업법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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