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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론의 전향적 검토
1. 판결의 요지 가. 제1심 및 항소심의 판결 원고는 2002. 11. 삼성전자에 입사해 천안 LCD공장에서 LCD패널 검사작업을 담당하다 2007. 2. 퇴사했고, 2008. 6.경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자, 2010. 7.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재해를 주장하며 요양승인신청을 하였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역학조사를 의뢰받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0. 9.경 공장을 방문한 후 ‘원고의 작업조건과 업무내용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조건으로 판단되나, 현재 스트레스와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충분한 의학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내용의 역학조사결과보고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2011. 2. 위 역학조사결과를 기초로 원고의 요양승인신청에 대하여 불승인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원고는 불규칙한 교대근무와 잦은 연장근무 등 업무상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의 누적, 햇빛을 받지 못하는 근무환경으로 인한 비타민D 합성장애, 유기용제 사용, 전자파 노출 등이 원인이 되어 다발성 경화증을 발병되거나 악화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 및 원심 법원은 원고가 전자파나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업무상 과로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 하면서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단하였다. 다발성 경화증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악화된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 제대로 규명된 병이 아니고, 원고가 주장한 유해물질 노출 등 여러 요인들이 발병·악화요인이 된다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도 부족하며, 원고가 자신이 주장한 발병·악화요인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었는지도 불분명한데다, 오히려 원고가 해온 흡연과 다발성 경화증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나. 대법원 상고심의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긍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① 첨단산업분야의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하여는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고, ②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 의학수준에서는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는 없으며, ③ 특정산업 종사자군 또는 특정 사업장의 발병율이 평균에 비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거부 등으로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데 있어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될 수 있고, ④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가 원고 근무시점으로부터 수년 후에 이루어진 한계가 있고 근로자의 유해화학물질 노출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측정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점, 사업주가 작업장에서 사용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아 원고의 입증곤란을 야기한 점, 원고가 주장한 여러 발병·악화요인들이 다수 중첩되어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또는 악화에 복합적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입사 전 병력·가족력도 없던 원고가 입사 후 우리나라의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르게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점 등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유리한 사정이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판례해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 가목에서 업무상 질병의 하나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들고 있다. 판례는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고 줄곧 판시해왔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1두30427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은 여기에 ① 희귀질환에 대한 특정산업 종사자군 또는 특정 사업장의 발병율이 평균에 비해 높다는 점, 사업주의 협조거부나 관할 행정청의 조사거부·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점 등 특별한 사정을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하였고, ②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들이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의 인정 가능성을 넓혔다. 판례가 채택하고 있는 상당인과관계론은 어떤 원인이 있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리라고 보통 인정되는 관계를 말하고, 많은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지만 법률상 인과관계에 관하여 특별한 대안이 없어 현재까지 실무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일단 불승인처분이 나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단서에서 명문으로 규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상고심인 대법원까지 올라가야 가뭄에 콩 나듯이 선별적으로 인정되고, 하급심에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에 있다. 단적으로 대상판결의 하급심인 제1심은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의 주치의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과 작업환경은 관련성이 없다는 의견,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원인이 과로와 스트레스라고 밝혀진 연구는 드물다는 의견, 연세대학교 산업의학과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은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의 수준상 단일요인을 찾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종합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고, 항소심 역시 위 의학적 견해에 기초하여 청구를 기각하였다. 언제까지 업무상의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하급심을 거쳐 대법원에까지 올라가야 상당인과관계 존재라는 혜택을 입어 몇몇만 구제 받는 현실이 지속되어야만 하는가?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와 시간, 인내가 있는 사람은 선별적으로 구제 받겠지만, 하급심에서 패소한 뒤 평생을 낙담하며 억울함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다수의 약자들은 누가 보듬어 줄 것인가? 하급심 재판부는 피고 공단이 내세우는 여러 의학적 견해를 무시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라는 판단을 내렸을 때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의학적 견해라는 외투에 들어가 과잉 자기보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그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상당인과관계의 인정이 하급심에서도 일반 민사소송보다 획기적, 전향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동시에,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업주의 가입의사와 무관하게 상시 1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에 적용되고(법 제6조),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는 사업주의 보험관계성립 신고나 보험료 납부여부와 무관하게 사업개시일에 자동으로 발생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외에는 구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없고(법 제87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등 급여액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다(법 제84조). 업무상 질병으로 급여가 필요한 사람이 억울하게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급심 재판부는 상당인과관계를 전향적으로 인정하되, 잘못된 판단은 상급심에서 선별적으로 파기함이 옳은 방향이다. 기존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하급심의 좁은 해석론은 사회보험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산업재해를 당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보다는 피고 공단의 재원 누수를 걱정하는 데 치우친 정책적 고려를 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이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하급심 재판부가 지금까지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론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오히려 상고심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받지 못한 것이 기사가 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근로자
삼성
LCD
공장
다발성경화증
산업재해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7-09-15
산재·연금
행정사건
[판례해설]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 업무상재해 판단방법
- 대법원 2017. 4. 28. 선고 2016두56134 판결 -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가입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장이 계속 바뀌는 경우가 많다. 현재 근무하는 사업장에서 작업 중 한 번의 사고로 재해를 입은 경우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데 문제가 없겠지만, 여러 사업장에서 업무를 하며 쌓여서 생긴 재해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아마도 일하면서 그렇게 되었다고는 생각하지만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일을 하면서 몸이 상한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으려고 하면 2가지 장벽을 만나게 된다. 첫째는 사용자의 반대(방해)이다. 물론 사용자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산재신청을 도와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용자는 산재가 발생하면 ① 산재로 인한 보험료 인상 ② 관급공사 수주 제한 ③ 근로자로부터의 손해배상소송청구 위험 등의 불이익을 입을 수 있으므로 산재인정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 둘째는 법률적인 문제이다. 법조인들조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누10103 판결 등)’라는 판례 문구를 떠올리며,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해’ 사업장에서의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상판결 1, 2심도 그렇게 판단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여러 개의 건설공사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한 근로자가 작업 중 질병에 걸린 경우 그 건설공사 사업장이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대상이라면 당해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그 근로자가 복수의 사용자 아래서 경험한 모든 업무를 포함시켜 그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를 생각할 때, 일을 하면서 생긴 재해라면 사업장을 옮겼다고 해서 보상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므로 대상판결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새로운 판결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10466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두5794 판결 등)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이 판결이 새롭다고 느끼는 것은 ‘상당인과관계’를 좁게 해석하는 습관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편, 대상판결은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공정하게 보상하는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판결이지만 현실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약간의 불합리가 남아 있다. 근로자는 복수의 사용자 아래에서 경험한 모든 업무와 관련하여 보상을 받지만, 산재발생 사업장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과 책임은 그 근로자가 거쳐 간 복수의 사용자들이 공정하게 나눠서 지는 것이 아니라 최종 근무한 시점의 사용자가 모두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근로자의 재해가 여러 사업장의 업무와 관련이 있다면 근로자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하되 사용자는 부당하게 과도한 책임을 지지는 않도록, 최종 사용자를 제도적으로 배려하는 것(보험료 인상율, PI점수에 반영하는 등)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대상판결이 널리 알려져서 ‘당해 사업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오해가 해소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업무상재해
미장공
일용직
일용직근로자
2017-06-16
산재·연금
헌법사건
판례해설 - 산재법상 출·퇴근 재해, 헌법불합치결정의 의미
- 헌재 2016. 9. 29. 2014헌바254, 공보 제240호, 1474-1482. - 1.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다. 걸어서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근로자, 자기 차를 운전해 출·퇴근 하는 근로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 생기는 문제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 다툼이 되었다. 2. 심판대상 조항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다.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사업장 규모나 재정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의사나 근로자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 혹은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지원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해 보상받지 못 한다고 정하고 있다. 3. 대법원은 종래 해석을 통해 출·퇴근 재해가 인정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 정의 조항에서 요건을 끌어냈다. 근로자가 출·퇴근 할 때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어야 한다며 기준을 엄격하게 추출했다. 즉,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4. 대법원이 판시한 요건은 입법으로 반영됐다.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개정되어 2008. 7. 1.부터 시행된 산재법 제37조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출·퇴근 재해'에 대해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라고 규정했다. 대법원이 제시했던 문구 그대로다. 개정이유에서는,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업무상 재해 인정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5. 입법자의 기대와 달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판례에 대한 찬반이 법률개정 논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을 구하는 청구도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앞선 2013. 9. 26. 선고 2012헌가16결정에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으로써 초래될 산재보험 재정지출 증가", "산재보험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언급하면서, 심판대상 조항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이 5인으로 더 많았지만, 위헌선언에 필요한 6인에 미달해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6. 이번 헌법재판소 2016. 9. 29. 선고 2014헌바254 결정은 3년 전 결론을 뒤집은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반한다고 결론 지었다.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혜택을 받은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는 본질적으로 같은 근로자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교통수단을 제공받는 것과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통상적인 출·퇴근 중에 재해를 입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별취급이 존재하고,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교통수단 관련 혜택을 받은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재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비혜택근로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면서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7. 재판관 3인은 여전히 합헌의견을 고수했다. 우선, 비혜택근로자를 산재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업무상 재해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줄곧 '공무원'이 출·퇴근하던 중 입은 재해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왔다(대법원 1993. 6. 29. 선고 92누19309 판결 등). 일을 하기 위해 직장과 집을 오고 간다는 점에서, 공무원과 다른 근로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출·퇴근은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주거지와 근무지 사이를 왕복하는 반복 행위다.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직장이 없으면 통근이 없다. 통근이 없으면 노무 제공도 없다. 근무지나 출·퇴근 시각은 근로자가 자유로이 정할 수 없다. 사업주의 결정과 방침에 구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출·퇴근 행위의 업무종속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대법원 2007.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의견). 대법원은, 업무행위 자체가 아니더라도 사회통념상 업무행위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라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것으로 보아 휴게시간 중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두6423 판결 등). 출·퇴근 행위 역시 업무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로 노무제공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출·퇴근 재해를 제외하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의 법리상 당연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9. 나아가 소수의견은, 헌법상 평등원칙은 국가가 언제 어디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에 관한 상황이나 제도개선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국가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인 구현을 위한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종전 헌법재판소 선례(헌재 1998. 12. 24. 98헌가1결정, 헌재 2001.6. 28. 99헌바32결정 등)를 원용했다. 이처럼 국가가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론은, 현재의 차별을 잠정적이고 불가피한 현실로 규정함으로써 결국 차별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이 사건에서도 소수의견은, 비혜택근로자 보호를 위해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단계적 제도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입법형성권이 있으므로 평등원칙위배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도 종래 단계적 실시를 평등원칙 위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번 취했다. 예컨대, 상시 사용 근로자수가 4인 이하인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일견 차별이 생긴다 하더라도 점진적 제도 개선으로 인한 부득이한 현상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헌재 1999. 9. 16. 98헌마310 결정). 중학교 의무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실시하도록 한 입법에 대해서도, 전면실시할 때 수반되는 국가 재정부담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로 평등원칙 위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헌재 1991. 2. 11. 90헌가27 결정). 10. 국가가 단계적 제도개선을 하는 구체적 방법을 선택할 수는 입법형성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차별취급의 합헌성을 단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입법자가 택한 방법으로 발생한 잠정적인 차별은, 실질적 평등에 부합하는 한도에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점진적 개선을 위해 단계를 나눈 기준과 우선 순위 선택에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가령, 섬이나 외딴 지역이 아니라 대도시의 부유한 동네 중학교부터 먼저 의무교육혜택을 주었더라도, 단계적 실시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합헌으로 판단되었을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규제를 하지 않으면서 4인 이하 사업장부터 우선 근로기준법상 규제를 강화했더라도, 단계적 제도개선을 이유로 차별이 정당화되었을지 의문이다. 출·퇴근용 통근버스는 영세한 회사 근로자보다 대기업 근로자에게 더 많이 제공되는 현실이 존재한다. 교통수단을 제공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가 더 크다. 그럼에도 단계적 조치는 그와 반대의 순서로 취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입법자는 납득할 만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국가가 단계적 입법을 형성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통 수단을 제공받는 혜택받은 근로자를 더 먼저 보호하는 입법이 정당하다는 결론으로 직행하기는 어렵다. 과도기적 임시조치라는 이유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과도기'의 잠정적인 차별 역시 헌법에 부합해야 한다. 재원이 유한한 현실에서, 입법자는 흔히 과도기를 되뇌이며 타협한다. 입법은 대개 과도기에 놓여 있다. 과도기 입법의 합헌성이, 어쩌면 더 중요하고 긴절하다. 11. 3년만에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변경된 직접적인 이유는 안창호 재판관이 견해를 바꿔 헌법불합치 의견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견해를 변경한 이유를 따로 밝혔다. 평등원칙 위반여부에 대해 자의금지원칙에 따른 합리성 심사를 하면 종전과 같이 합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지만, 강화된 평등심사 기준을 적용해 보면 평등원칙에 위배되므로 헌법불합치로 견해를 변경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강화된 평등심사 기준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이다. 종래 헌법재판소는, 평등원칙 위배 심사를 할 때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면 엄격한 비례심사를 하고, 그 외에는 자의금지원칙에 의한 합리성 심사를 해 왔다. 보충의견에 담긴 심사기준은 이러한 틀을 넘어선다. 산재보험수급권처럼 사회 보장수급권과 관련된 영역의 평등심사에서는 심사강도를 좀 더 강화된 수준으로 높일 필요성, 산재보험수급권의 잠재적 재산권성을 고려해 심사강도를 좀 더 높일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자의금지보다는 강화된 심사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비혜택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의 합리성 여부를 살펴보는 데에서 더 나아가 강화된 심사를 한다고 하면서, ① 보호영역의 특성, ② 보호의 긴절성, ③ 보호수준의 적절성을 고려하여, 비혜택근로자를 차별하는 데에 헌법상 허용될 만한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가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강화된 심사기준은, 자의금지원칙에 터잡은 합리성 심사 혹은 차별취급의 비례성 심사와 구분된다. 12. 보충의견과 달리 법정의견은 합리성 심사에 머물렀다. 합리성 심사보다 더 강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보충의견이 제시한 더 강화된 심사,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 심사'는 법정의견으로 반영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나아가, 어떤 경우에 자의금지보다 강화된 심사를 해야 하는지, 심사의 세부기준은 무엇인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새로운 심사기준 제안은, 양자택일의 이분법적인 평등원칙위배 심사구조에 의미있는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러한 심사기준은 주로 사회적 기본권 보호와 관련해 입법형성권을 부여받은 입법자가 순차로 단계적 조치를 취할 때 합헌성을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 심사'의 기준으로 언급된 세 가지 요소는, 단계적 조치의 합헌성을 심사할 수 있는 잣대로 치환될 수 있다. ① '보호영역의 특성'은 사회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단계적 개선이 문제되는 영역에서 적용하는 것으로, ②'보호의 긴절성'은 단계를 구분하는 경계의 합헌성에 대한 심사기준으로, ③ '보호수준의 적절성'은 어떤 대상자를 우선 순위에 둘 것인를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심사기준은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산재보험수급권 침해를 정면으로 판단하지 않고 평등원칙 위배여부를 살펴보는 심사를 했다. 이처럼 우회된 심사를 한 한계는, '정당하고 충분한 차별이유' 심사가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에 대한 심사와 다를 바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평등원칙 위배를 심사하는 두 가지 방법, 합리성 심사와 엄격한 비례심사를 넘어서는 제3의 길이 더욱 정교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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