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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지식재산권
위법한 지식재산권 침해 경고장
1. 들어가면서 지식재산권자가 자신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을 발견하였을 때 통상 취하는 절차는 침해자에게 지식재산권 침해행위를 중지하고 그 중지에 대한 증빙과 함께 일정기간 내 답변하라는 소위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낼 때도 일정한 한계가 있으며, 이번 대상판결은 그러한 점을 조금 더 명확히 했다. 2. 사건의 경과 가. 원고와 피고의 각 등록디자인권 및 제품 판매 원고는 등록번호 제0725947호(2013. 3. 6. 출원, 2014. 1. 14. 등록, 이하 ‘이 사건 등록디자인’), 등록번호 제0764625호(2014. 3. 11. 출원, 2014. 9. 29. 등록, 이하 ‘이 사건 무효디자인’)의 각 공동디자인권자로서 홈쇼핑 등에 원형 진공항아리 제품(이하 ‘원고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였다. 한편 피고는 등록번호 제0772728호, 제0772729호, 제0772722호(각 2014. 6. 26. 출원, 각 2014. 11. 19. 등록, 이하 ‘피고의 등록디자인’)의 디자인권자로서 피고의 등록디자인을 적용해서 2014. 10. 경부터 원형 진공항아리 제품(이하 ‘피고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였고, 2014. 11. 5. 및 2014. 11. 12. 홈앤쇼핑에서 홈쇼핑 방송을 통하여 피고 제품을 판매하였다. 나. 원고의 내용증명 발송 및 피고 판매처가 피고와 거래중단 원고는 2014. 11. 18. 피고에게 ‘피고가 피고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행위 및 2014. 11. 5. 및 2014. 11. 12. 홈앤쇼핑에서 피고 제품을 광고·판매하는 행위는 원고의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생산 등의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라’라는 취지의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냈고, 통고서는 그 무렵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원고는 2014. 11. 18. 피고 제품을 판매하던 홈앤쇼핑과 아폴로산업에도 각각 ‘피고 제품을 광고·판매하는 행위는 원고의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피고 제품에 대한 판매·광고 등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여야 하고, 앞으로 계속 피고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디자인권 침해의 공범으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그에 대해서 민ㆍ형사상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고, 그 각 통고서는 그 무렵 홈앤쇼핑과 아폴로산업에 도달하였다. 그러자 홈앤쇼핑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분쟁 종료 시까지 피고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원고는 2014. 12. 4. 피고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회사에도 비슷한 내용의 통고서(이하 통칭하여 ‘1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다. 피고는 2015. 4.경 홈쇼핑 방송업체인 NS쇼핑과 피고 제품을 판매하려는 계약 협의를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NS쇼핑이 원고 측으로부터 ‘홈앤쇼핑도 2014. 11.경 피고 제품의 원고 디자인권 침해문제로 피고 제품 판매를 중단 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결국 협의가 무산되었다. 원고는 2015. 4. 27. 및 2015. 5. 22. 피고 및 피고 제품을 판매하던 업체들에게 1차 내용증명통고서와 유사한 내용(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 및 차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라는 내용 추가)의 내용증명통고서(이하 ‘2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냈고, 통고서는 그 무렵 수신인들에게 도착했다. 원고의 동업자이자 공동디자인권자도 원고의 내용증명통고서와 유사한 내용을 피고 거래처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고, 직접 피고 거래처들을 방문하여 내용증명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 결과 피고와 거래하던 오프라인 업체들은 피고와의 계약을 해제하고 일부 업체들은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일부 계약금액을 반환 받는 조정결정을 받았다. 다. 디자인권 무효 및 비침해 판단 확정 이 사건 등록디자인에 대해, 피고가 2015. 5. 14.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으나, 무효가 되지 않았고, 같은 날 피고가 제기한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 피고 주장대로 인정 및 확정되었다. 또한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무효디자인의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이 사건 무효디자인은 결국 무효가 되었다. 3. 대상판결의 판단 대상판결은 본소에서 원고의 부정경쟁행위 주장을 배척(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침해 주장은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의 확정으로 원고의 1심 패소 후 다퉈지지 않음)하였고, 반소에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피고 제품의 생산·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구하는 등 사법적 구제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피고 및 피고의 거래처 등에게 1차 및 2차 내용증명통고서 등을 발송하거나 고지한 일련의 행위들을 정당한 권리행사를 벗어나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피고의 영업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를 제시하였다. ① 원고는 플라스틱 재질의 갈색 원형 진공항아리가 원고 제품 판매 이전에 이미 개발되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음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는 피고 제품의 홈쇼핑 판매를 확인하자마자 별다른 검토 없이 피고뿐만 아니라 피고의 거래처들에까지 일괄하여 그 내용과 문구가 매우 단정적인 1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고, 그로 인하여 홈앤쇼핑은 피고 제품의 홈쇼핑 판매를 중단하기까지 하였다. ③ 피고가 원고에게 피고 제품은 피고의 등록디자인들에 기하여 생산·판매된 것이라고 고지하였음에도 원고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다시 NS 쇼핑을 통하여 홈쇼핑 판매를 추진하자 원고는 NS 쇼핑에도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하는 제품이라고 주장하여 피고 제품의 홈쇼핑 판매를 막았고, 재차 피고뿐만 아니라 피고 거래처들에게 일괄하여 2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다. 그런데 2차 내용증명통고서에 피고의 등록디자인 및 생산ㆍ판매하는 제품 등에 관한 검토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아,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고지에도 불구하고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하거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서 신중하고 세심하게 검토하지 아니한 채 그 내용과 문구가 매우 단정적인 2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보인다. ④ 위와 같은 통고를 받은 피고의 거래처들로서는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하였는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고 및 원고의 대리인인 법무법인으로부터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한다는 단정적인 내용의 통고를 받고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무릅쓰고 피고 제품의 판매를 강행하기를 기대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⑤ 원고와 피고는 소수의 판매자만이 있던 진공항아리 제품 시장에서 주요한 경쟁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⑥ 원고로서는 경쟁업자인 피고의 거래처에 등록디자인권 침해 등에 관한 경고장을 발송하면 피고와 그 거래처 간의 거래관계가 중단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그 거래관계를 다시 원상으로 회복시키기 어려워 경쟁업자인 피고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⑦ 피고 제품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취지의 특허심판원 심결도 확정되었으며, 이 사건 무효디자인은 그 등록이 무효가 되었다. ⑧ 원고는 피고 제품이 원고 등의 등록디자인의 보호범위에 속하는지에 대하여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의 판단이 달랐으며, ‘원고가 피고 및 피고의 거래처에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여 피고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내용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는 사정을 들고 있으나, 앞서 인정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 4. 판례의 해설 그간 우리 하급 법원은 지식재산권자가 정당하지 않은 위협(경고장 등)을 통해 상대방과 제3자간의 거래가 단절되는 등 상대방이 입은 손해에 대해 사안별로 지식재산권자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하여 왔다(대전지방법원 2008가합7844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551954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나2060356 판결 등). 이번 대상 판결도 이러한 기존의 태도와 다르지 않으나 조금 더 경고장의 의미와 신중성, 특히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경고장 등을 보낼 때의 주의의무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등록디자인권자는 등록디자인 또는 이와 유사한 디자인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하고(디자인보호법 제93조), 권리 침해자에게 금지청구(침해 우려자에 대한 예방청구 포함) 등을 할 수 있지만(디자인보호법 제113조, 115조, 조117조), 이러한 사법적 구제절차는 어디까지 유효한 등록디자인권을 전제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지적한 바와 같이 등록디자인권자라고 하더라도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누구에게나 어떠한 행위든 임의로 요구할 권리는 없으며, 당연히 내용증명통고서와 같은 경고장이나 문자, 그리고 이를 방문해서 알리는 행위 등은 사법적 구제절차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리주장자 스스로 그 내용과 대상 등 일체의 모든 것을 임의로 결정하고 수행하는 것이므로 그 행위를 통해 야기된 모든 법적 책임이 다 정당화될수는 없다. 그렇다면 일정한도를 넘어선 내용증명통고서 발송 등과 같은 권리자의 권리주장행위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가 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권리주장자는 자신의 지식재산권에 기한 권리주장행위의 방식과 내용에 신중해야 한다. 더욱이 권리주장자가 침해자가 아니라 단순히 침해자와 거래관계에 있어 다툼의 실체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제3자에게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내는 등의 권리주장행위를 할 경우, 침해자에게 하는 경우보다 더 신중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는 등 권리주장행위를 할 경우, 특히 침해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고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무릅쓰고 침해 제품의 판매를 강행하기를 기대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제3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대상판결이 지적한 바와 같이 권리주장자는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침해자가 침해하였는지에 대해 자체적으로 신중하고 세심한 검토를 해야 하고, 제3자를 압박하여 거래관계를 끊어지게 할 목적으로 ‘침해자가 권리주장자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였기에 거래관계를 바로 포기해야 한다’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과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지식재산권자의 정당하지 않은 위협(경고장 등)을 통해 상대방과 제3자간의 거래가 단절되는 등 상대방이 입은 손해에 대해 사안별로 지식재산권자의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 특히 권리침해여부가 확정되기 전에 제3자에게 경고장을 발송하는 등의 권리주장행위를 할 때에는 침해성립에 대한 신중하고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고, 침해자에게 피해를 줄 의도나 목적으로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는 점을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판시한 것에 그 의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권리주장행위가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침해자를 상대로 할 때와 제3자를 상대로 할 때를 구분하고 제3자를 상대로 할 때 ‘침해 여부 판단에 더욱 세심하고 고도의 주의가 요구된다’라는 일반론적인 판시를 할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을 어느 정도나 더 고려해야 하는지, 허용되는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경고장 발송 등과 같은 권리주장행위의 위법성 판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영업방해
경고장
디자인권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9-04-22
지식재산권
실시허락을 받은 자도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가
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이 2019. 2. 21. 선고 2017후2819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대상판결')로 “특허권의 실시권자도 실시 대상 특허발명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그와 배치되는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77. 3. 22. 선고 76후7 판결, 대법원 1983. 12. 27. 선고 82후58 판결 등(이하 통칭하여 '구 판례')을 변경하였다. 2. 사실관계 및 당사자들의 주장과 쟁점 대상판결의 사건은 동영상 관련 표준특허풀에 포함된 여러 표준특허에 대해 표준화기구를 통해 실시 계약을 체결한 피고(표준특허에는 피고의 특허도 포함되어 있음)가 그 표준특허 중 원고의 특허[UHD 고화질 영상 압축을 위한 고효율비디오 부호화(HEVC) 기술에서 적용된 화면간 움직임 벡터 예측 기술, 이하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으로서, 특허심판원 및 특허법원 모두 원고의 이 사건 특허발명을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무효의 주된 이유는 원고가 우선권 주장을 함에 있어 자신의 '선출원'을 기초로 '모출원'을 하고 이후 그 '모출원'을 원출원으로 하여 다시 '자출원'을 하고, 그 '자출원'을 원출원으로 하여 원고의 이 사건 특허발명을 '분할출원'하면서 출원서에 '우선권 주장의 취지 및 선출원의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 사건 특허발명의 '분할출원'이 구 특허법 제55조에 따라 '선출원'의 우선권 주장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특허법원 2015. 1. 29. 선고 2014허4715 판결 등), 이 사건 특허발명이 '선출원'보다 늦게 출원된 선행발명들과 비교되면서, 그 선행발명들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그 선행발명들로 인해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것이었다. 대상판결의 사건에서 특허권자인 원고는 "피고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실시권자이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주장을 하였다(원고는 특허심판원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하지 않았고, 특허법원에서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물론 원고는 특허발명의 신규성 및 진보성의 판단 시점이 이 사건 특허발명의 최초 모출원의 우선권 주장일, 즉 선출원의 출원일로 소급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하였다. 대상판결의 쟁점은 특허권의 실시권자가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무효 판단의 기준 시점과 실질적인 이유는 본 해설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3. 종래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 판례에는 그간 실시권자는 무효심판 청구의 이해관계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과 이해관계인에 포함된다는 입장이 상존하였다. 일부 대법원 판결에서는 실시권자이기만 하면 이해관계인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기도 하였지만, 대법원은 1980. 3. 25. 선고 79후78 판결에서 "실시권설정등록을 마쳤다 할지라도 그 사실만으로써 심판청구인이 그 등록의장이 무효임을 심판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상실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는 등, 1983년까지는 실시권자의 무효심판 청구인 적격에 대해 사안별로 달리 판단하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1984. 5. 29. 선고 82후30 판결에서 '실시권을 허여받았다고 하더라도 제품판매액의 일정 퍼센트에 해당하는 대가의 지급조건이 붙어 있어 실시권에 수반하는 의무이행을 하여야 한다면 실시권 허여 자체만으로 당사자간의 모든 이해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으니 특허무효심판을 구할 이해관계가 있다'라고 판단한 이래 대상판결을 선고하기까지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처럼 실시허락 받은 자의 무효심판이익에 대해 대법원은 초기에는 소극적이었다가 점차 무효심판이익을 인정하는 경향으로 바뀌었고, 따라서 구 판례의 판단은 이미 1983년 이후부터 사실상 폐기된 법리였던 것이다. 4. 대법원의 명시적인 입장정리 없었음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대상판결로 입장을 정리하기까지 그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존재할 수 있으나, 대법원의 판단 자체에서 그 이유를 찾자면 이는 "이해관계인"의 판단기준과 논리적으로 연관되어 보인다. 즉, 구 특허법(2013. 3. 22. 법률 제116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33조 제1항 전문은 "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은 특허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현행 특허법 역시 위 규정을 그대로 갖고 있다. 이러한 특허법 조항에서 "이해관계인"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은 그간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이란 당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있어 그 피해를 받는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말하고, 이에는 당해 특허발명과 같은 종류의 물품을 제조·판매하거나 제조·판매할 자도 포함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7후1022 판결, 대법원 2009. 9. 10. 고 2007후4625 판결, 대법원 1984. 3. 27. 선고 81후59 판결, 대법원 1987. 7. 7. 선고 85후46 판결 등 참조)"라고 계속 판시하여 왔다. 이러한 판시에 따르면 그 논리일관성상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은 염려가 없는 경우라면 자연스럽게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실시권자"의 경우 허여기간 동안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특허권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결국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포함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의문이 제기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라는 기준을 제시하였고, 그 결과 사실상 폐기된 법리임에도 불구하고 실시권자가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된 것이고, 대상판결의 원심인 특허법원에서도 특허권자인 원고가 실시권자인 피고의 청구인 적격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5.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한 명확한 입장정리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대상판결을 통해 이해관계인의 의미에 대해 "당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법률상 어떠한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그 소멸에 관하여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을 말하고, 이에는 당해 특허발명과 같은 종류의 물품을 제조·판매하거나 제조·판매할 사람도 포함된다."라고 판단하면서, 이해관계인 판단의 기준을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에서 "법률상 어떠한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로 바꿨다. 그 결과 대법원은 논리일관성상 자연스럽게 변경된 이해관계인 판단기준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허권의 실시권자가 특허권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라는 판시를 하면서 크게 2가지 이유를 들었다. 즉, '①특허권의 실시권자에게는 실시료 지급이나 실시 범위 등 여러 제한 사항이 부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실시권자는 무효심판을 통해 특허에 대한 무효심결을 받음으로써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②특허에 무효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그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는 그 특허권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함부로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으며, 무효심판을 청구하더라도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특허권에 대한 실시권을 설정받지 않고 실시하고 싶은 사람이라도 우선 특허권자로부터 실시권을 설정받아 특허발명을 실시하고 그 무효 여부에 대한 다툼을 추후로 미루어 둘 수 있어 실시권을 설정받았다는 이유로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점'. 그리고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통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국적으로 대상판결 사건의 무효심판이익을 판단하였다. 6.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의 의의는 이해관계인에 대한 판단기준을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로 바꾸고, 그 기준에 따라 "특허권의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바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소멸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면서, 개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를 검토해서 이해관계인 여부를 판단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상판결이 밝힌 2번째 이유를 보면 '당사자간에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무효심판청구의 이익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 역시 주목할 만 하다. 향후 특허권자와 실시권자간의 라이선스 또는 라이선스 이후의 과정에서 '부쟁의무' 관련 협의가 중요해 질 것이고, 이는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과 접점을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특허법
실시권
특허권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2019-03-08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영화 '김광석' 상영금지 가처분 기각… '서해순 비방금지'는 인용
명예훼손을 주된 이유로 하여 특정 영화의 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사례가 종종 있으나, 실제로 인용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사후적 구제수단인 손해배상에 비하여 더욱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영화 「김광석」(이하 ‘본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8. 2. 9.자 2017카합50599 결정., 이하 ‘본 결정’) 다만 본 결정에서는, 영화 상영은 허용하되 영화에 나타난 것과 일응 유사해보이는 주장을 언론매체∙SNS 등에서 하는 행위는 금지한 점이 눈길을 끈다. 1. 사건의 개요 본 영화의 주된 내용은, 가수 김광석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 타살된 것일 수 있고 아내인 채권자가 이에 관여하였을 것으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 김광석이 생전에 아내 문제로 괴로워했으며 김광석 사후 채권자와 시아버지 사이에 저작권 관련 분쟁이 있었다는 것 등이다. 채권자는 본 영화의 감독인 이상호 기자를 상대로 본 영화의 상영금지를 구하는 한편, 이상호 기자와 ‘고발뉴스’ 운영자 및 김광석의 형 김모씨(이하 ‘채무자들’)를 상대로 ‘김광석이 타살되었고 채권자가 유력 혐의자라는 등 채권자를 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하여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채무자들이 본 영화 및 기사, 언론 인터뷰 등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며, 특히 본 영화는 채권자가 촬영한 영상, 채권자에 대한 인터뷰 영상 등을 포함하고 있어 채권자의 저작권과 초상권도 침해되었다는 것이 채권자의 주장이었다. 2. 법원의 판단 본 결정은 이상호 기자가 본 영화의 감독일 뿐 본 영화를 상영하거나 삭제요청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설령 채무자에게 상영 권한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영화 상영 등을 금지해야 할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주된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본 영화는 다소 과장되거나 일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김광석이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는 반대견해도 소개하고 있고,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대중이 합리적으로 내리도록 맡겨둠이 상당하다. ② 본 영화에 사용된 채권자 촬영의 영상?사진, 채권자에 대한 인터뷰 영상이 채권자의 저작권?초상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채권자의 명시적?묵시적 승낙 여부 등에 관한 구체적 주장?입증이 필요하여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③ 본 영화는 이미 4개월 이상 상영되어 왔고 그 내용 역시 다수의 보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채무자들이 언론매체나 SNS 등을 통하여 채권자를 비방하는 행위에 관한 금지 신청은 상당부분 인용되었다. 본 결정이 금지한 비방 표현과 그 금지 이유를 일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김광석이 타살되었고 채권자가 유력 혐의자라고 단정하는 표현: 김광석의 사인에 관한 합리적인 수준의 의혹제기를 넘어서 채권자가 그 살인혐의자라고 단정적으로 인상지우는 표현은 채무자의 명예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 ② 채권자가 딸 김서연을 방치하여 죽게 하였다는 표현: 부검결과 김서연의 사인은 폐질환으로 판단되었고 채권자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③ 채권자가 강압으로 김광석의 저작권을 시댁으로부터 빼앗았다는 표현: 관련 사건 판결 등에 따르면 채권자는 저작권을 시댁으로부터 빼앗았다고 볼 수 없다. ④ 채권자가 영아를 살해하였다는 표현: 채권자가 낙태를 한 사실은 있으나 ‘영아살해’라는 표현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 3. 본 결정의 의의 본 결정이 금지한 표현 내용 중 채권자의 딸에 관한 것 외에는 대부분 본 영화에 나타난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다만 본 영화는, 각종 근거를 들며 김광석의 사인에 의혹을 제기하는 선에서 그쳤을 뿐 ‘김광석이 타살되었고 채권자가 유력 혐의자’임을 명시적이고 단정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상영금지가처분 기각늬 중요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표현매체의 특성에 기인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영화는 비교적 장시간에 걸쳐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제시하면서 연출자의 주장을 암시적으로 전달하기에 용이하다. 반면 짧은 언론 인터뷰나 SNS 글 등에서는 표현수단의 제약으로 인해 전후 맥락을 생략하고 단정적인 표현으로 의견을 전달하게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본 결정은, 다툼의 여지가 큰 사실적 주장이라 하더라도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의 표현행위는 폭넓게 허용하되, 그러한 사실을 단편적·단정적으로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금지함으로써 균형있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생각된다. 박수정 변호사 (피플펀드컴퍼니)
영화
김광석
상영금지
박수정 변호사 (피플펀드컴퍼니)
201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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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할 경우의 형사책임
-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8230 판결 - 실제 저자가 아닌 자를 저자라고 표시하여 책을 발간하면 어떻게 될까. 그런 행위는 잘못된 것이니 당연히 처벌되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어느 정도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지는 헷갈리기 쉽다. 무죄판결 및 1, 2심의 결론이 다른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의미한다. 우선 저작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 엉뚱한 사람을 저작자라고 표시한다면 이는 ‘지적재산권침해죄’ 즉, 사권(私權)을 침해한 죄이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 중 어느 하나만 저질렀더라도 - 처벌된다(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소수의 사람들만 보거나 돈벌이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행위를 한 경우에만 고소 없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40조). 다음으로 저작자의 동의를 받고 그런 행위를 한 경우를 살펴보자. 관여하지 않은 책의 초판부터 이름을 올리는 ‘부당저자표시’와 다른 사람의 저술한 책의 내용물은 그대로 둔채 저자로서 이름만 추가하는 ‘표지갈이’가 그 예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행위에 분노하는데 법은 이러한 분노를 보호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를 형사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위 규정이 실제 저작자(혹은 비저작자)의 인격적 권리뿐만 아니라 저작자 명의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보호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저작자 명의를 허위로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이상 사회 통념에 비추어 사회 일반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범죄는 성립한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6도16031 판결). 그러니 만약 실제 저작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저작자 명의를 허위로 표시한다면 지적재산권침해죄(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위반)와 부정발행죄(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위반)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 이제 대상판결을 보자. 이 사건은 저술에 관여하지 않은 교수들이 실제 저자의 동의를 얻어 자신들의 이름을 전공서적의 공저자로 추가했다가 저적권법위반(제137조 제1항 제1호)으로 기소된 사안인데, 공교롭게도 인쇄된 책이 창고에 입고된 직후 검찰로부터 압수당하는 바람에 시중 서점에 출고되지는 않았다.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를 형사처벌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2조 제25호는 “공표는 ······ 발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제2조 제24호는 “발행은 ······ 복제·배포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복제·배포’의 의미가 ‘복제하여 배포하는 행위’를 뜻하는지 아니면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행위’를 뜻하는지 문제 되는데, 대법원은 법개정연혁, 문리해석, 죄형법정주의의 견지에서 ‘복제·배포’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바, 저작물을 ‘복제하여 배포하는 행위’가 있어야 저작물의 발행이라고 볼 수 있고, 저작물을 복제한 것만으로는 그렇게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 대상판결은 실제 저자의 동의를 얻은 부당저자표시의 경우 사회 일반의 신뢰를 보호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기에 아직 서점에 풀리지 않아서 일반 독자들의 오해를 살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는 무죄임을 보여주며, 기존 판례의 연장선에서 저작권법위반죄의 구성요건을 명확히 했다는 의의가 있다. 한편, 피고인들의 부정발행죄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서점으로 출고되지 못한 것이므로 ‘장애미수’라고 볼 수 있는데 미수범처벌규정이 없기에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이 사건에서 흥미로운 것은 피고인들을 저작권법위반으로 기소한 것도 검찰이지만, 피고인들이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진행중인 범죄에 ‘압수’라는 장애물을 놓아준 것도 검찰이라는 사실이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저작권법
복제
발행
서적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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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제주올레’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가
‘제주올레’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 아니고, 등록상표인 ‘올래’를 침해한 것이라는1심 판결 및 특허법원의 항소심 판결이 있었다(이하 통칭하여 ‘대상판결’). 원고는 ‘OLLE 올래’(지정상품 제33류 소주 등 주류), ‘한라산물 순한소주! 한라산 올래 olle SINCE 1950(그림 포함)’(지정상품 제33류 소주, 쌀로 빚은 술), ‘한라산 올래 한라산물 순한소주! Olle(그림 포함)’(지정상품 제33류 소주, 쌀로 빚은 술)의 상표권자로서, 피고의 ‘제주올레 곱들락’, ‘제주올레 산도롱’, ‘제주올레소주’라는 표장(이하 ‘제주올레 표장’)에 대한 상표권침해금지를 청구하였다(기타 표장에 대한 원·피고의 주장 및 법원 판단에 관한 설명은 생략한다). 원고는 피고의 각 ‘제주올레 표장’의 요부는 문자부분인 “올레”이고, “올레”는 ‘올래’로 호칭될 것이므로, ‘올래’로 호칭되는 원고 등록상표의 표장과 대비하여 표장이 유사하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각 ‘제주올레 표장’에서 ‘제주올레’는 제주도의 올레길이라는 도보여행 코스 또는 관광지를 일컫는 명칭으로서 새로운 관념이 형성되었거나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므로 “올레”만을 상표의 요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동일한 취지로 ‘제주올레’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 및 그 약어로 된 상표에 해당하여 원고의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였다. 상표권의 침해는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경우 성립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등). 유사상표의 사용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두 상표가 해당 상품에 관한 거래실정을 바탕으로 상표의 외관·호칭·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여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가 상품출처에 관하여 오인ㆍ혼동할 우려가 있는지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다216522판결 등). 다만 외관·호칭·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 거래상 상품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없는 때는 유사상표의 사용행위로 보지 않는다. ‘상표’의 유사여부 판단에서의 관찰방법은 둘 이상의 문자 또는 도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결합상표라고 하더라도 전체적, 객관적, 이격적 관찰을 원칙으로 하되 상표구성 중 인상적인 부분, 즉 일반 수요자에게 그 상표에 관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기억·연상을 하게 함으로써 그 부분만으로 독립하여 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인 “요부”가 존재할 경우 적절한 전체관찰의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 요부를 대비하여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표의 구성 부분이 “요부”인지 여부는 그 부분이 주지·저명하거나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인지, 전체 상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인지 등의 요소를 따져 보되, 다른 구성 부분과 비교한 상대적인 식별력 수준이나 그와의 결합상태와 정도, 지정상품과의 관계, 거래실정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대법원 2017. 2. 9. 선고 2015후1690 판결 등 참조). 다만 상표의 구성 중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부분은 그 부분만으로는 요부가 될 수 없고, 그 부분이 다른 문자 등과 결합되어 있는 경우라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후1175 판결 등 참조). ‘상품’의 유사여부는 상품의 속성인 품질, 형상, 용도와 생산 부문, 판매 부문, 수요자의 범위 등 거래의 실정 등을 고려하여 일반 거래의 통념에 따라 판단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2386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은 모두 원고의 상표권과 피고의 각 ‘제주올레 표장’을 요부인 ‘올레’를 기준으로 대비하면 호칭이 매우 유사하고, 수요자로 하여금 그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어 양 표장들은 서로 유사하여(각 지정상품 또는 사용제품이 소주로서 동일하다), 피고가 소주에 각 ‘제주올레 표장’을 사용하는 행위는 원고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피고의 각 ‘제주올레 표장’은 도형, 색채, 문자부분으로 이루어진 결합상표이다. 도형은 붉은색의 작은 소주잔 모양을 하고 있으며 ‘소주’라는 작은 글자를 품고 있는데 소주와 관련해서 식별력이 없다. 도형 옆의 ‘제주올레’라는 문자 중 ‘제주’는 평이한 글자체로 되어 있는 반면, ‘올레’는 상당히 크고 모양 자체가 도안화되어 소비자들의 눈에 뛴다. ‘제주’는 그 자체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임에 반해 ‘올레’는 그 자체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보기 어렵고 두 글자가 단순히 조합된 것에 불과한데 ‘올레’가 소주와 관련해서 식별력이 적거나 미약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원고가 피고의 ‘올레’가 들어간 표장이 원고의 ‘OLLE 올래’ 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2014당2008호)을 청구하여 이것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2심 법원의 감정결과인 소비자조사결과(이하 ‘소비자조사결과’)에서 전체 응답자의 31.8%가 피고 제품을 ‘올레’소주로 칭하겠다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올레’는 피고의 각 ‘제주올레 표장’의 요부로 평가될 수 있고, 앞서의 대상판결의 판단은 기존 판례들의 상표권 침해판단의 기준에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에서 ‘제주올레’가 현저한 지리적 명칭 또는 그 약어인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이것은 상표의 유사여부 판단시 ‘올레’를 각 ‘제주올레 표장’의 요부로 볼 것인지 여부 및 상표권의 효력을 제한하는 구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3호(현행 상표법 제90조 제1항 4호)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상표권의 효력이 각 ‘제주올레 표장’에까지 미치는지에 공통되는 것이다. 1심 판결은 이에 대해 구분해서 판단하지 않았으나, 2심 판결은 상표의 유사여부 및 상표권의 효력제한에 관한 판단에서 ‘제주올레’를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은 특정상품과 관련하여 수요자들에게 즉각적인 지리적 감각을 전달할 수 있는 표장으로, 단순히 지리적, 지역적 명칭을 말하는 것 일뿐 특정상품과 지리적 명칭을 연관하여 그 지방의 특산물의 산지표시로서의 지리적 명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6후1682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후958 판결 등 참조). 소비자조사결과 ‘제주올레’를 ‘주로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연결하여 구성된 도보여행 관광지’로 인식하고 있는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 중 49.2% 정도이고, 나머지 응답자들은 주로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연결하여 여행하는 도보여행 방법 또는 도보여행 상품’으로 인식하거나 ‘제주도에 있는 작은 골목길’로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과반수가 ‘제주올레’를 도보여행 방법이나 제주도에 있는 골목길 정도로 인식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올레와 결합된 명칭이 증가하고 있기에, 대상판결이 ‘제주올레’가 즉각적인 지리적 감각을 전달하는 단순한 지리적, 지역적 명칭으로 수요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이해된다. 다만 원고의 상표권이 ‘올래’만으로 구성되거나 ‘올래’를 포함한 문장이라는 점, 피고는 ‘올레’가 아닌 ‘제주올레’를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주장하는데 상당수 응답자가 ‘제주올레’를 제주지방에 있는 도보여행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상급심에서 판단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상표권
소주
제주도
제주소주
한라산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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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상업적 이용허락의 범위를 넘은 초상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9. 20. 선고 2016가합569676 손해배상(기) 판결 이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모델업에 종사하는 원고들(2명)은 소외 A회사와 초상권사용허락계약을 체결하고 디지털 이미지에 사용될 사진을 촬영하였다. A회사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원고들의 디지털 이미지를 업로드하여 회원들의 이용에 제공하였다. 그 이용약관에는, 인물 콘텐츠는 사회의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비뇨기과/성형외과/산부인과광고 등에서 모델의 명예나 품위,인격권을 훼손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한 초상권의 잘못된 사용은 초상권 침해로 간주되어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성형외과,산부인과,비뇨기과 등에서 인물 콘텐츠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의료뷰티’로 검색하여 나오는 검색결과의 콘텐츠만 사용해야 하고 그 경우에도 Before &After에의 사용은 제외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 성형외과 운영자들(5명)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위 이용약관을 위반하여 ‘의료뷰티’로 검색하여 나오지 않는 원고들의 콘텐츠를 게재하여 해당 성형수술이나 시술 광고에 활용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초상권 침해 및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위 약관규정에 위반하여 원고들의 인물 콘텐츠를 자신들의 성형외과 광고를 위한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사용한 행위는 원고들이 촬영 당시에 허용한 공표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원고들의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고, 광고의 내용도 원고들이 해당 수술이나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어서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판단하고 원고들의 위자료청구를 일부인용(500만원 ∽1,000만원)하였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초상권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은 없으나 헌법상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제10조)에 근거하는 일반적 인격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법원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초상권은 우리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4다16280 판결 등) 초상권은 사람의 얼굴이나 용모 또는 신체적인 특징 등 개인의 동일성을 파악할 수 있게끔 하는 모든 가시적인 개성들에 대해 그 개인이 가지는 일체의 이익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함부로 얼굴을 촬영당하지 않을 권리인 촬영거절권으로서의 초상권과 촬영된 초상 사진, 작성된 초상의 이용거절권으로서의 초상권이 인정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다. 그러나 초상의 이용에 대하여 초상 본인이 가지는 재산적 이익, 즉 헌법 제23조가 규정하는 재산권으로서의 초상권(소위 퍼블리시티권)에 대해서는 법적 권리로 인정하는 법률이나 대법원 판례는 없다. 학설이나 일부 하급심 판례에서 인정된 퍼블리시티권이라 함은 사람이 그가 가진 성명, 초상이나 기타의 동일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말하며 일신전속적인 인격권과 달리 이 권리는 재산권의 성격을 가지므로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A회사와 초상권사용허락계약을 체결하면서 A회사가 원고들의 사진을 사용하여 디지털 이미지를 제작한 후 판매하는 대가로 소정의 반대급부를 받았다. 이는 위 계약을 체결할 때 원고들은 자신들의 초상권을 재산권으로 인식하고 거래했음을 의미한다. 대법원이 재산권으로서의 초상권을 인정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거래계에서는 이미 무체재산권으로 관념되어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초상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초상을 영업에 이용할 경우 현재 대법원은 인격권 침해의 측면에서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고 나아가 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직접적으로 심리의 대상이 된 적은 없다 한편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A회사와 체결한 계약 내용에 원고들의 디지털 이미지 판매시에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음란한 방법 등으로 유통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제한을 둔 점은 초상권의 인격권적 측면(이용거절권능)을 드러낸 것이다. 즉 원고들이 자신들의 디지털 이미지를 재산권으로 인식하고 A회사에 양도했더라도 그 이용 여부와 범위를 결정할 수 있는 포기,양도불가능한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은 여전히 원고들이 보유하는 점에서 일반 상품 거래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결국 이 판결은 초상권자가 자신의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도록 허락했더라도 그 이용 범위를 초과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의미있는 판결이다. 도규삼 변호사
허위사실
성형외과
광고
홍보
디지털이미지
모델
초상권
도규삼 변호사
2017-10-17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랜드마크 건물이나 명소의 명칭 사용과 서비스표권 침해
백화점이나 영화관 등이 영업점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하여 랜드마크인 킨텍스(KINTEX; Korea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서비스표권 침해가 아니라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원고는 ‘킨텍스’ 및 ‘KINTEX'(지정서비스업 제39류 영화상영업, 제35류 백화점, 대형할인마트 업 등 포함)의 서비스표권자인데, 피고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메가박스를 상대로 각 피고들의 영업표지와 함께 ’킨텍스점' 또는 ‘KINTEX’를 표시한 표장에 대한 사용금지를 청구하였다. 타인의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면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나, 타인의 등록상표를 이용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출처표시를 위한 것이 아니어서 상표의 사용으로 인식될 수 없는 경우에는 등록상표의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없고, 그것이 상표로서 사용되고 있는지는 상품과 관계, 당해 표장의 사용 태양(즉 상품 등에 표시된 위치, 크기 등), 등록상표의 주지저명성 그리고 사용자의 의도와 사용 경위 등을 종합하여 실제 거래계에서 표시된 표장이 상품의 식별표지로서 사용되고 있는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20044 판결 등 참조)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 대상판결은 위 법리에 따라, 피고들이 원고의 서비스표를 각 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과 동일한 서비스업에 이용하고 있더라도, 원고의 서비스표는 피고들의 각 영업표지 ‘현대백화점’, ‘Home plus', 'MEGABOX'와 함께 표시되어 있는점, 피고들은 각 업계에서 주지의 사업자인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서비스표를 포함한 표장의 출처는 피고들의 것으로 명확히 인식되며, 피고들의 각 영업지점은 원고 전시장에 대한 지원·활성화 시설을 개발하기 위한 개발사업에 따라 설치된 점, 실제 거래계에서 영업지점의 위치표시를 인근 랜드마크의 명칭으로 특정하는 다수의 사례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들은 이 사건 각 표지를 자신들의 영업지점의 위치를 안내·설명하기 위해 사용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이 원고의 서비스표를 사용하는 행위는 원고의 서비스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고들은 원고와 ‘킨텍스’ 서비스표 사용에 관한 약정을 체결하기도 하였는데, 법원은, 그 약정의 내용이 서비스표의 통상사용권을 허락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해당 서비스표의 사용태양, 피고들 영업표지의 주지·저명정도 등을 고려하면, 위 약정을 체결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고들이 해당 서비스표를 출처표시로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특허법원 2009. 4. 10. 선고 2008허3551 판결에서도 ‘롯데 갤러리움 센텀’ 표장에 대하여 ‘센텀시티(CENTUM CITY)’는 부산 해운대구의 정보단지의 명칭인데, 부산광역시 해운대구내에서는 센텀시티 내지 센텀이 장소를 지칭하는 것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점, 확인대상표장과 관련한 거래자, 수요자들은 확인대상표장의 롯데 갤러리움 부분을 출처표시로서 인식하고, 센텀 부분은 지명으로 인식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출처표시 기능을 담당하는 요부는 ‘롯데 갤러리움’ 부분뿐이고, ‘센텀’은 장소를 나타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한바 있다. 삼성동 하면 코엑스가 연상되고, 잠실하면 롯데월드가 연상되는 것과 같이 요즘은 지하철 역세권 주변으로 대단위 건물이나 시설물들이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일반 수요자들은 랜드마크를 어떤 지역을 식별하는 표지나 상징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랜드마크의 명칭은 대부분의 경우 특정인의 ‘영업표지’가 아닌 ‘위치표시’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상판결의 ‘킨텍스(KINTEX)’ 이외에도 코엑스(KOEX), 센텀시티(CENTUM CITY), 롯데월드(LOTTEWORLD), 스타시티(Starcity), DMZ 등 각 지역의 랜드마크는 서비스표로 등록되어 있지만, 타인의 영업표지와 결합하여 위치표시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케익 코엑스점’이나 ‘○○학원 코엑스점’ 등은 일반적인 영업점의 표시 방법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업주체의 표지가 랜드마크의 명칭과 함께 사용된 경우라도 일반 수요자들은 대부분 위 ‘코엑스’를 출처표시라기 보다 위치표시로 인식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과 같이 해당 서비스 업종의 주지의 사업자가 각 서비스표를 위치표시로 사용하고 있고 서비스표권자가 지정 서비스업에 해당 서비스표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경우, 해당 서비스표의 사용은 그 본질적인 기능인 출처표시를 위한 것이 아니므로 서비스표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랜드마크
서비스표권
지적재산권
조용식 변호사
2017-08-03
기업법무
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방송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의 영업표지성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3. 24. 선고 2016가합552302 판결 방송프로그램의 제목 ‘별이 빛나는 밤에’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보호대상인 영업표지에 해당한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원고는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라디오 음악 방송프로그램을 1969. 3. 17.부터 현재까지 48년간 매일 방송하고 있는데, 피고가 2016. 5. 7.부터 2016. 5. 15.까지 뮤지컬 공연을 하면서 제목을 ‘별이 빛나는 밤에’로 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영업주체 혼동행위를 이유로 제호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은 법 제정 당시 신설되어 현재까지 개정없이 존속하고 있는 조항으로, 이른바 ‘사칭통용’이라 불리는 전형적인 부정행위이다. 해당 규정에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영업표지에 대한 혼동초래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타인의 신용에 무임승차하여 이익을 취하려는 부정경쟁행위를 금지시켜 특정 영업주체의 이익을 보호하는 한편, 소비자를 포함하는 일반 수요자도 보호함으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서적 등의 제호는 저작물을 표상하는 것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의 식별표지와는 그 성직을 달리하여 제호의 표지성은 엄격하게 한정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대법원 1979.11.30.자 79마364 결정은 방송극의 제목인 ‘혼자사는 여자’에 대해 표지성을 인정하였는데, ‘혼자사는 여자’라는 방송극이 1979. 2. 1.부터 동양라디오를 통해 방송되어 오던 중에 신청인이 위 방송극의 영화화권을 매수하고 그 영화화 기획이 일간지 및 주간지 등의 연예란을 통하여 보도되었다면 ‘혼자사는 여자’라는 제호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후,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도7234 판결은 무언극의 제호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영업표지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고, 해당 사건 파기환송 후 서울고등법원 2011. 6. 29. 선고 2011노1277 판결은 해당 공연의 작품성과 흥행성, 공연기간, 광고내용, 관객수, 언론의 노출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룰 영업표지로 인정하는 판단을 하였다. 대상판결에서 인용한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13507 판결에서는 뮤지컬 ‘CATS’의 영업표지성을 인정하였는데, 뮤지컬 제목에 관한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주체 혼동행위를 인정함과 아울러 이에 관한 법리를 구체적으로 설시하였다. 위 판결에서는 “뮤지컬 공연이 회를 거듭하여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동일한 제목이 이용된 후속 시리즈 뮤지컬이 제작·공연되어 뮤지컬의 제목이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해당 뮤지컬의 공연이 갖는 차별적 특징을 표상함으로써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특정인의 뮤지컬 제작?공연 등의 영업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기에 이르렀다고 보인다면, 그 뮤지컬의 제목은 단순히 창작물의 내용을 표시하는 명칭에 머무르지 않고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서 정하는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한 표지’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영업표지 해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 해당 뮤지컬의 공연 기간과 횟수, 공연의 범위와 규모, 관람객의 수, 홍보의 정도, 제목의 실제 사용 형태 등 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 대상 판결에도 무엇보다 문제가 되었던 것은 방송프로그램의 제목 그 자체가 바로 영업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가지는 영업표지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뮤지컬 CATS’판결을 인용하면서, 원고의 프로그램은 48년 동안 매일 전국에 방송된 점, 저명한 방송인을 진행자로 내세워 대중의 관심을 받은 점, 높은 청취율을 기록한 점, 설문조사 결과, 그 제호가 타 방송이나 공연 등에 활용된 점, 프로그램이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 프로그램의 방송 기간과 횟수, 청취자의 범위와 규모, 제목의 실제 사용 형태 등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프로그램의 제호 ‘별이 빛나는 밤에’와 그 약칭인 ‘별밤’은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원고의 라디오 음악 방송프로그램 제작·방송업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기에 이르러 원고의 영업표지에 해당하고, 원고의 방송 등에 관하여 국내에 널리 인식된 원고의 영업표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피고는 ‘별이 빛나는 밤에’에 관하여 서비스표등록을 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피고가 원고의 라디오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방법으로 해당 제호를 사용한바, 이를 정당한 서비스표의 사용이라고 볼 수 없고, 서비스표가 등록되었다고 해서 피고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라디오 프로그램의 제목을 활동 표지로 사용하여 영업주체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별이 빛나는 밤에’는 우리나라의 복고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또한 일반 수요자들은 ‘별밤’, ‘별밤지기’, ‘별밤잼콘서트’, ‘별밤뽐내기’ 등의 용어에 대하여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만큼 사랑받는 프로그램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 또는 ‘별밤’은 방송사업자인 원고의 영업활동을 지칭하는 이외에는 달리 인식되기 어려운바,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표지로서 보호되는 것이 타당하다.
mbc
별밤
별이빛나는밤에
뮤지컬
제호사용
조용식 법무법인 다래 변호사
2017-04-18
정보통신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 “UCC사이트 운영자도 저작권 가져”
[1] UCC(User Interface Contents) 사이트가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의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 여부 [2] UCC 사이트의 운영자가 저작권법 제2조 제20호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서울고등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나2074198 판결 원고는 2007년경부터 ‘엔하위키’라는 온라인 백과사전을 운영하여 왔는데, 원고 사이트는 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UCC)를 게시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사이트이다. 원고는 미러링(mirroring) 방식으로 원고 사이트의 게시물을 복제한 ‘엔하위키 미러’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피고를 상대로 저작권법위반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이유로 피고 사이트의 폐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원은 원고 사이트가 저작권법상의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는데, 이하에서는 저작권법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고자 한다.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란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저작권법 제2조 제19호). 전통적인 편집 저작물은 소재의 선택과 배열이 창작성의 요소이지만, 데이터베이스의 가치는 많은 양의 소재를 수집하여 축적한 ‘소재의 양’과 이용자가 그 소재에 손쉽게 접근하여 이를 검색할 수 있도록 체계화한 ‘검색의 용이성’에 의해 좌우되는데, 이 점이 데이터베이스와 편집저작물을 구별하는 핵심적 요소이다. 따라서 데이터베이스는 그 소재의 선택과 배열에 어느 정도의 창작성이 있는가의 문제보다는 자료의 방대한 축척이 중요한 문제이다. 데이터베이스의 경우 편집저작물에서와 같이 소재의 선택·배열, 구성에 있어서 창작성을 그 성립 및 보호요건으로 요구한다면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보호는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저작권법은 창작성이 없는 데이터베이스도 보호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원심은 “데이터베이스”의 법적 보호를 위하여 창작성을 요구하지 않는 취지는, 데이터의 수집, 배열, 구성 등에 “데이터베이스제작자”가 들인 노력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설시하면서,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로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가 데이터의 수집, 배열, 구성 등에 대하여 행위의 주체로서 법률상 보호받기 위한 정도의 상당한 노력을 들였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는 데이터의 수집, 배열, 구성 등을 위하여 행위의 주체로서 법률상 보호받기 위한 정도의 상당한 노력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 사이트는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원고 사이트가 “데이터베이스”인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원고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로서 “상당한 노력”을 하였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법은 “데이터베이스제작자”를 데이터베이스의 제작 또는 그 소재의 갱신·검증 또는 보충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자로 정의하고 있으므로(저작권법 제2조 제20호), “상당한 노력”은 원고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인지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즉, 원심의 논리에 따르면 원고의 사이트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려면 먼저 원고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데이터베이스”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 및 제20호에서 따로 정의하고 있고 별개의 요건을 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하여야지만 원고 사이트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원고 사이트가 “데이터베이스”인지 여부는 원고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항소심에서는 원고 사이트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원고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로 판단하였다. 법원은 원고 사이트가 시사, 문화, 예술, 스포츠, 연예 등 여러 주제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배열하여 수록함으로써 원고 사이트의 이용자가 원고 사이트로부터 개별 소재인 각종 정보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원고 사이트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한, 원고가 원고 사이트에 위키 시스템을 설치하자는 제안을 하였다는 점, 원고 사이트의 차례, 카테고리, 항목 등을 설계하고 개별적·체계적 검색 기능을 도입하였다는 점, 양질의 데이터를 선별하여 게시한 점, 서브컬처에 관한 자료와 일반 상식에 관한 자료를 공존시켜 이용자의 기호를 충족시킨 점, 원고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한 서버의 유지·관리에 비용을 지출한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달리 원심은, 원고 사이트의 대부분의 게시물은 각 이용자가 작성하거나 이를 수정한 점, 원고 사이트에서도 운영진이 각 게시물을 통제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는 점, 이용자들의 신고가 접수된 경우에도 수정 작업은 이용자들 스스로 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를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과 항소심은 “데이터베이스”나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하였는데, 원심은 원고 사이트 내 게시물을 중심으로 원고 사이트의 게시물이 UCC라는 점을 중심으로 판단하였고, 항소심은 원고 사이트를 UCC의 집합체로 보고 원고 사이트 내 게시물의 배열 또는 구성을 중심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심의 경우 원고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 사이트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하였기 때문에, UCC를 배열하고 관리하는 운영자를 “데이터베이스제작자”로 보호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서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소재의 생산과 입력에 중점을 둔다면 운영자는 소재를 생산하거나 입력한 바가 전혀 없고 사이트의 이용자가 소재를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소재의 입력과 갱신을 한 자로서의 데이터베이스제작자는 운영자가 아니라 사이트 이용자가 될 것이다. 반면 소재의 배열이나 구성에 중점을 둔다면 운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하여 소재를 축척하여 검색이 용이하도록 시스템을 제작, 운영하고 있고, 그 배열과 구성을 계속하여 갱신하고 있으므로 운영자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로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데이터베이스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 업무에 공동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저장한 집합체”이다. 데이터베이스는 소재를 선정하고, 서비스의 성격과 범위를 분석한 후, 이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 구현하여 구축된다. 데이터베이스가 실시간 접근성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진화하는 데이터의 집합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베이스의 운영 및 유지보수 역시도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란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 정의하고 있고(저작권법 제2조 제19호),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가 데이터베이스의 구성부분이 되는 소재에 대해서는 미치지 않는다는 점(저작권법 제93조 제4항)을 고려하여도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는 소재 자체의 특성보다는 그 소재의 배열이나 구성에 중점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 사이트가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각 게시물의 특성을 살필 것이 아니라, 게시물의 집합체인 원고 사이트의 설계나 구현방식을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게시물의 선정, 설계, 구현, 운영, 유지 보수 등 원고 사이트의 관리 및 구성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원고 사이트 내의 게시물 자체의 특성(UCC라는 점)보다는 그 게시물의 배열 및 구성을 중심으로, 그리고 게시물의 집합체에 대한 운영·관리에 대한 원고의 ‘상당한 노력’을 중심으로 판단한 항소심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저작권
데이터베이스
UCC
2017-01-26
정보통신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 음란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서울고등법원 2016. 11. 29. 선고 2015라1490 판결 채권자들은 일본의 영상물 제작업체들 및 위 제작업체들과 위 영상물 제작업체들이 제작한 영상물에 대한 배타적 발행권 설정계약을 체결한 국내 영상물 유통회사들이고, 위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채무자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법원은 채권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 본 사안의 쟁점은 소위 ‘야동’이라고 불리는 음란물인 채권자들의 영상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라 함은 저작권법 제7조에 열거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속하지 아니하면서도 인간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것으로서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의 윤리성 여하는 문제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설령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할 것”(대법원 1990. 10. 23.선고 90다카8845판결,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 등 참조)이라는 종전 대법원의 입장을 견지(堅持)하면서, 영상물이 성행위 장면 등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아무런 창작적인 표현 없이 남녀의 실제 성행위 장면을 단순히 녹화하거나 몰래 촬영한 것이 아니라면 그 창작성을 부인할 수 없고, 영상물이 음란물에 해당하는 경우 형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배포, 판매, 전시 등의 행위가 처벌되는 등으로 해당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자가 그 배포권, 판매권, 전시권 등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으나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상저작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저작권 등의 침해정지청구권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시하였다. 따라서 채권자들의 영상물은 그 내용의 대부분이 남녀의 성행위나 성기 노출 등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채권자들의 영상물이 음란물이라고 하더라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를 구체화하는 ‘기획과정’에서 촬영 장소와 배우의 선정, ‘촬영과정’에서 영상에 고정될 수 있는 실연과 배경의 선택, 촬영 조명 미술 작업, ‘편집과정’에서 하나의 영상물로 완성하기 위하여 촬영된 필름의 삭제, 연결 작업 등을 거쳐 제작과정에 참여한 저작자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는 사실이 소명되므로, 채권자들의 영상물은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0. 10. 23.선고 90다카8845판결에서 대법원이 사진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이라 함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면 되고 윤리성 여하는 문제되지 아니하므로 설사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판시한 이후 하급심에서 음란물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라는 하급심의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1. 23. 선고 2011노2664 판결(확정) 등}이 있었고 학계에서도 음란물의 저작물성에 대해서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이후 대상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이 소위 ‘야동’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로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후 일본의 야동 제작사가 한국의 파일 공유사이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5. 8. 29.선고 사건, 서울지방법원 2015. 10. 18. 선고 사건 등). 헌법재판소는 1998. 4. 30. 선고 95헌가16 결정에서 음란이란 인간의 존엄성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직 성적인 흥미에만 호소할 뿐인 매체로 어떠한 문학, 예술, 과학적이거나 정치적인 가치도 지니지 않는 것으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2009. 5. 28. 선고 2006헌바109 결정에서는 음란표현이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결정을 변경하였다. 헌법재판소 역시 “음란” 표현이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 내에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과 비슷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 일본 저작권법 역시 특별히 저작물에 관한 정의 규정에서 도덕적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일본 판결은 “사진저작물이 설사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저작권을 보호받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일본 동경지재(日本 東京地裁) 1986. 6. 20. 1983}. 또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포르노소설도 작가의 감흥과 경험, 그리고 상상을 표현한 자유로운 창작 작업일 경우, 포르노소설도 예술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무첸바하 사건 BVerfGE 83, 130 (1990. 11. 27.)} 1979년 Mitchell Brothers Film Group v. Cinema Adult Theater 사건에서, 미국 제5순회법원은, 음란물을 제작한 원고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구제를 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 당해 영화에 음란한 내용이 있는 것과는 관계없이 저작물이라면 당연히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저작권, 상표권, 특허권 제한에 대한 규정을 고려할 때 저작권법에 음란물을 제외하는 규정이 없는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단순한 생략이 아니라는 이유로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것이다{Mitchell Brothers Film Group v. Cinema Adult Theater, 604 F.2d 852(5th Cir. 1979), cert. denied, 445 U.S. 917 (1980)}. 이후 2004년 Nova Products, Inc. v. Kisma Video, Inc사건에서도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하였다{2004 U.S. Dist. LEXIS 24171 (S.D.N.Y. Dec. 1, 2004).}. 음란물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음란물에 대한 규제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보다는 다른 형사처벌규정 등에 따라 음란물 제작 및 유통을 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고, 대상판결도 이와 같은 선상에서, “영상물이 음란물에 해당돼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배포·판매·전시 등의 행위가 처벌되고 배포권과 판매권, 전시권 등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지만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해 저작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청구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음란물에 대한 지금까지의 법적 갈등의 핵심은 음란물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그러나, 우리 저작권법이 저작물의 요건으로 윤리성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저작물성의 판단에 ‘음란성’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함으로 인하여 음란물이 더욱 성행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이는 대상 판결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유통 과정에서의 규제나 불법 유통으로 인한 수익을 환수하는 등 특별히 고안된 법률에 의해 제재 하여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작물은 내용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저작권
저작물
음란물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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