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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경비가 증여세 비과세 대상인지 여부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1992년생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이하 ‘이 사건 기간’)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수료하였다. 원고의 조모는 이 사건 기간 동안 매월 800만 원 내지 1,000만 원씩 합계 334,833,374원(이하 ‘이 사건 금원’)을 원고의 계좌로 송금해 주었고, 원고는 이 사건 금원을 교육비 및 생활비로 사용하였다. 한편, 원고의 부친은 2014년경 사망하였다. 또한 원고의 조모는 2018년경 사망하였고 원고와 원고의 모친은 원고 조모의 재산을 공동으로 상속하였다. 과세당국은 상속세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원고의 조모가 이 사건 기간 동안 원고의 계좌로 해외 송금한 이 사건 금원을 사전증여재산으로 보고 증여세(가산세 포함) 합계 280,655,110원을 결정·고지하였다. 2. 관련규정 및 그 개정연혁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 제5호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그 위임에 따라 구 상증세법 시행령(2003. 12. 30. 대통령령 제181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4항 제1호에서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의 하나로 ‘민법상 부양의무자 상호간의 생활비 또는 교육비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후 상증세법은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면서 위 제46조 제5호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으로 개정되고, 같은 날 대통령령 제18177호로 개정된 상증세법 시행령에서 위 제35조 제4항 제1호는 삭제되었다. 3. 서울행정법원의 판단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위와 같은 상증세법 제46조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상증세법 제46조 제5호의 문언 내용과 체계, 개정 연혁과 구 상증세법 제46조는 증여재산의 공익성 또는 사회정책적 고려에서 증여세의 과세를 배제하는 규정이므로 부양의무 여부를 불문하고 교육비에 해당하는 금액이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위 규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위 규정의 ‘피부양자의’ 부분은 ‘생활비, 교육비’를 모두 수식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서울행정법원 2021. 7. 13. 선고 2020구합82185 판결).”고 판단하였다. 즉 서울행정법원은 부양의무자가 피부양자의 생활비나 교육비를 지원한 경우에는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볼 수 있으나, 원고를 부양할 지위에 있는 원고의 부모가 있고 성인인 원고 스스로도 경제력이 있어 원고의 조모를 부양의무자로 볼 수 없어 이 사건 금원은 원고의 유학기간 중 생활비나 교육비로 사용되었더라도 증여세 비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4. 비판적 검토 경우에 따라서 해외유학경비까지 증여세 비과세대상으로 보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증세법 제46조의 문언, 규정 체계, 개정 연혁 등을 고려할 때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구 상증세법 시행령에서는 ‘민법상 부양의무자 상호간의 생활비 또는 교육비’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3년 개정 상증세법에서는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로 구분하고 있어 ‘피부양자의’ 부분이 ‘생활비, 교육비’를 모두 수식한다고 보는 것은 매우 무리한 해석으로 보인다. 물론 대법원이 조세정책상 이유 등에서 통상적인 문언의 해석범위를 넘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법인세법 제15조 제3항에서 수익의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한 것과 관련하여 법인세법 제67조에 따라 소득처분을 하기 위한 조세정책상 이유 등에서 익금으로 보는 것까지 탄력적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하려는 취지라고 판시한 것(대법원 2021. 7. 29. 2020두39655 판결)처럼 관련 규정체계상 그와 같이 해석할 수 있는 경우이여야 할 것이다. 한편, 상증세법 제46조의 개정연혁을 고려하더라도 서울행정법원과 같이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 2003년 개정 상증세법은 종전 증여의제규정을 보완하여 증여재산가액 계산에 관한 예시규정으로 전환하고 예시되지 아니한 재산의 무상이전이나 가치증가분 등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포괄규정을 마련하였다(법 제32조 내지 제42조). 그리고 위 2003년 상증세법 개정이유에는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따른 중산·서민층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치료비(이재구호품의 오기로 보임), 피부양자의 생활비 및 교육비 등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비과세하도록 함(법 제46조제5호)”이라며 교육비에 대해서는 부양의무를 따지 않고 비과세할 것임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또한 사용목적이 다양하고 기준마저 설정하기 어려운 생활비의 경우 부양의무를 통해 일정한 제한을 할 필요가 있을 수 있으나, 사용목적과 사용처가 명확히 확인되는 교육비까지 부양의무를 통해 제한하여야 할 논리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거나 사회 정책적 필요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유학의 목적, 내용, 경위도 다양할 것이므로 유학비용이라고 하여 일률적으로 부유층만의 문제로 보아 비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도 문제로 생각된다. 이처럼 상증세법 제46조가 피부양자의 교육비만을 비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금원 중 교육비로 사용된 부분까지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동인)
증여세
비과세
유학경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동인)
2022-06-16
행정사건
[판례해설] 박 前 대통령에 대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 판결
-2018. 4. 6. 선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합364-1- 사인(私人) 최○○이 미○ 및 ○스포츠 재단 설립 등 국정운영에 관여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2016. 11. 30. 특별검사가 임명되었고, 2017. 3. 10. 헌법재판소에서 박○○ 前 대통령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이 결정되어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현직에서 파면되었으며, 특별검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 2기 특별수사본부는 2017. 4. 17. 박○○ 前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과 공모하여 전국경제인 연합회 회원사들에게 미○ 및 ○스포츠 재단의 설림·운영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이○○ ○○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최○○의 딸 정○○의 승마훈련 지원, 미○ 및 ○스포츠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 ○○센터 지원금으로 수백억 원을 지원받아 수뢰[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문화계블랙리스트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 대한 사직 요구 및 문예기금 지원심의에 부당 개입(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강요)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였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박 前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라며 징역 30년, 벌금 1185억원을 구형하였고, 2018. 4. 6. 법원은 대부분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면서, 최○○의 딸 정○○의 승마훈련 지원금중 일부 및 미○ 및 ○스포츠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 ○○센터 지원금으로 수백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1심 판결은 박 前 대통령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죄 등을 인정하여,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의 정당성을 형사법적 측면에서 재확인해주고 있다. 박 前 대통령이 사인(私人) 최○○과 공모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다수의 기업들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는 국민주권주의,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적이다. 또한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하여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고, 특정 영화 및 도서에 대하여 법에 따른 정부의 지원을 배제하게 한 행위 역시 법치국가원리, 직업공무원 제도를 위반한 것이고, 나아가 예술의 자유라는 기본권까지 침해하는 것으로 마찬가지로 위헌적이다. 1심 판결의 법률적 쟁점을 살펴보면, 우선 이○○ ○○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2017노2556)에서는 정○○에게 제공한 말의 형식적 소유권이 삼성그룹에게 남아있다는 점을 근거로 말의 사용료·보험료 등을 뇌물액에서 제외하여 뇌물수수액이 36억3484만원이었으나, 본 판결에서는 최○○이 해당 말들의 실질적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공범관계에 있는 박 前 대통령이 말 자체를 뇌물로 수수한 것으로 보아 박 前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은 합계 72억 9,427만원에 이르게 되었다. 본 판결이 민법의 형식적 소유권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 측면에서 뇌물의 개념을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타당하다고 본다. 또한, 이○○ 항소심 판결에서는 안○○의 수첩이 전문중거에 해당한다고 보아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본 판결에서는 박 前 대통령과 이○○ 사이의 대화내용에 관한 진술증거로는 전문증거라고 할 것이지만, 대화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이는 진술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에는 전문증거이지만,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에는 전문증거가 아니라는 판례에 근거하고 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16001 판결). 그리고, 본 판결과 이○○ 항소심 판결에서 미○ 및 ○스포츠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 ○○센터 지원금으로 수백억 원을 수수한 부분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본 판결과 이○○ 항소심 판결은 모두 박 前 대통령과 이○○ 사이에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위한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것은 제3자 뇌물수수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추가한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도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하고, 개괄적이거나 광범위한 내용의 인식만으로도 부정한 청탁을 인정한다면 이는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박 前 대통령이 ○○그룹 경영권 승계문제와 관련하여 그 필요성을 개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박 前 대통령과 이○○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무죄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뇌물수수죄가 단순 뇌물수수죄에 비하여 ‘부정한 청탁’이라는 요건이 가중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견 납득이 가는 해석이다. 다만, 안○○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에 대하여 부정한 청탁을 부정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또한 ○○그룹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모직과 ○○물산 합병과정에서 ○○연금 이사장 문○○가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사실관계 인정에 있어서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이 사건 1심 판결은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심판으로 파면된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으로 역사적 의의가 있으나 이에 앞서 선고되었던 공범인 최○○ 판결과 법리상 동일하다. 박 前 대통령과 최○○이 공범관계에 있는데다가, 두 사건의 재판부가 동일했던 점이 작용한 결과이다. 오히려 본 판결은 박 前 대통령, 최○○과 함께 공범관계에 있는 이○○ 항소심 판결과 서로 다른 점이 더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항소심 판결과 달리, 본 판결에서 뇌물액이 늘어났고, 안○○ 수첩의 증거능력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위 세 사람의 사건들에 대해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결을 선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뇌물
박근혜
탄핵
국정농단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8-05-15
행정사건
[판례해설] 검사적격심사제도의 구체적 심사기준
서울고등법원 2017. 11. 21. 선고 2017누35358 퇴직명령취소 판결 2004. 1. 20. 법률 제7078호로 개정된 검찰청법(이하, 법)은 검사의 직무상 독립 및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의 직급을 검사로 일원화하여 검사의 직급 및 승진제도를 폐지하였다. 다만, 법에서는 검사가 수행하는 직무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검사단일호봉제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검찰조직의 노령화나 일부 검사들의 무사안일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검사적격심사제도를 도입하였다. 즉 법 제39조는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에 대해 임명 후 7년마다 적격심사를 하되(제1항), 검사, 법률전문가, 변호사, 법학교수 등 9인으로 구성된 검사적격심사위원회를 두어(제2항), 위원회가 검사의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결여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건의하고(제4항), 법무부장관은 그와 같은 건의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대통령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제청하도록(제6항)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에서는 위와 같이 퇴직명령의 사유를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결여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심사기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2017누35358 퇴직명령처분취소사건에서 “검사적격심사제도는 그 심사결과에 따라 검사의 직을 박탈하는 신분상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운영함에 있어서는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도록 미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적격심사 기준을 수립하고 심사절차의 공정을 기할 필요가 있음에도 법무부가 구체적 심사기준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검사의 근무성적에 대한 평점은 검사의 능력 및 적성을 장기적이고 누적적 관점에서 파악함으로써 검사의 인사관리에 있어 객관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검사적격심사에서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결여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려운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복무평정과 사건평정결과 또는 평점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고 그 밖에 당해 검사가 담당한 구체적인 업무수행 내용, 업무처리상의 과오 정도, 평정의 세부 항복에 관한 구체적인 평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균적인 검사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검사근무성적 평정제도가 일응의 심사기준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즉 법 제35조의2는 평정을 위한 공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하도록 하면서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에 위임하고 있고, 검사복무평정규칙 제4조은 평정항목은 1. 청렴성·조직헌신 및 인권보호에 대한 기여, 2. 치밀성· 성실성, 3. 추진력·적극성, 4. 판단력·기획력, 5. 보고·의사소통 능력, 6. 인화협조·조직관리 능력 및 친절성, 7. 자기통제·자기계발 능력을 포함하여 법무부 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이와 같은 기준이 적격심사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고등법원은 검사적격심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퇴직명령을 받은 검사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그 동안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어 왔으므로 소속 청 검사들 사이의 상대평가인 복무평정 결과는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를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고, 사건평정 결과와 특정사무감사 결과로 해당검사의 과오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 다른 검사들의 과오의 정도 및 그에 따른 조치에 관하여 비교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특정사무감사 결과는 어떤 기준에 의해 집중검토대상자로 선정되어 특정사무감사를 받게 된 것인지 그 경위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판시하여 퇴직명령을 할 수 있는 경우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위 사건 당시 법무부는 적격심사의 기준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검사근무성적 평정제도를 일응의 심사기준으로 삼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퇴직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검사근무성적 평정은 원칙적으로는 인사관리의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고 사건처리 등에 있어 과오는 충분한 교육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검사근무성적 평정이 단순 인사기준을 넘어 퇴직명령의 심사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퇴직 심사 전 충분한 인사조치가 먼저 행해져야 하고 교육기회도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검사
검사적격심사
탈락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2018-01-03
산재·연금
행정사건
[판례해설] 출근길 버스를 잘못 탄 것에 대한 공무상재해의 포섭 사건
서울행정법원 2016구단 59709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취소 사건에 관한 1. 사실관계 원고는 서울시에 있는 모 공공기관에서 방호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원고는 2016. 2. 21. 일요일 새벽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가 출근방향과 반대방향의 버스에 잘못 올라탔다. 원고는 뒤늦게 위 사실을 알게 되었고,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정류장에서 하차하다가 승강장에서 넘어졌고,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진찰 결과, 원고에게는 뇌 부위의 상병(뇌경막상 출혈, 뇌경막하 수낭종, 출혈성 뇌좌상, 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 두개골 골절)과 기타 부위의 상병(우측 슬개골 골절, 우측 경골 간부 분쇄 골절, 우측비골 근위부골절, 안면부 찰과상)이 있음이 밝혀졌다. 원고는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위 상병에 대한 공무상 요양승인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위 사고 이전에 상세불명의 뇌경색, 실신 및 허탈 등의 질환으로 병원에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공무원연금급여심의위원회는 “원고의 질병은 공무와 무관하게 발병한 만성적인 뇌질환(뇌출혈, 뇌경색 등)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심의의견을 제시하였고,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질병과 공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 행정소송 과정에서 원고의 뇌 부위 상병이 2016. 2. 21.자 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기왕증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에 관하여, 의사들의 진단은 엇갈렸다. 원고를 치료한 신경외과 주치의는 원고의 뇌 부위 상병 중 일부는 만성 병변이고 나머지 일부는 2016. 2. 21.자 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한 반면, 법원 신경외과 감정의는 뇌 부위 상병은 사고 당일로부터 상당 기간 전에 발생한 병변으로 보았다. 한편, 원고의 기타 부위 상병에 대하여는 원고를 치료한 정형외과 주치의 및 법원 감정의 모두 상병 당일 발생한 병변으로 보았다. 2. 판결의 요지 원고가 당한 2016. 2. 21.자 사고가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상 재해 중 출퇴근 중의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공무원이 근무를 위해 주거지와 근무장소 사이를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던 중 발생한 재해인지 여부에 달렸다’는 기존 판례를 언급하고, 당시 원고는 실수로 버스를 잘못 탔을 뿐 다른 용무 때문에 의도적으로 다른 출근경로를 택한 것은 아니므로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원고의 병변 중 뇌 부분을 제외한 상병은 2016. 2. 21.자 사고로 발생하였다고 보았고, 의학적 소견이 엇갈린 원고의 뇌 부분의 상병에 관하여는 적어도 원고가 뇌출혈로 스스로 쓰러지다 위 사고를 겪었다는 등 사고가 원고의 기왕증으로 인해 일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출근 중의 사고로 인한 공무상 부상으로 봄이 옳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원고의 상병은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에서 이탈하지 않고 출근하던 중 일어난 사고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피고의 공무상요양 불승인처분을 취소하였다. 현재 피고는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한 상태이다. 3. 판례해설 공무원연금법 제35조는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의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舊) 공무원연금법 시행령(대통령령 제27415호, 2016. 7. 28.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은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의 인정기준을 8가지로 분류한 후 그 세부 기준은 총리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였고, 구(舊)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총리령 제1311호, 2016. 8. 1.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는 「공무원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퇴근하거나 근무지에 부임(赴任) 또는 귀임(歸任)하는 중 발생한 교통사고·추락사고 또는 그 밖의 사고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공무상 부상 또는 사망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현행 공무원연금법 시행령은 대통령령과 총리령으로 이원화된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의 인정기준을 대통령령에 통합 규정하였다. 따라서,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제14조는 삭제되었고, 동일한 내용이 신설된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제29조 제2항 [별표 2의2]에 그대로 편입되어 있다. 그러나, 공무상 재해에 대한 종래 인정기준은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개정과 무관하게 동일하므로, 기존 판례의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제14조에 대한 해석론은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판례는 공무원이 근무를 하기 위하여 주거지와 근무 장소 사이를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하던 중에 발생한 재해는 공무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1997. 4. 11. 선고 96누19840 판결 참조), 다만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을 벗어났거나 그 일탈이 합리적인 퇴근경로로 복귀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에 그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 1998. 11. 24. 선고 97누16121 판결 참조). 참고적으로 서울행정법원은 공무원의 퇴근길에 발생한 사고가 공무상 재해인지가 문제된 사건에서 위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의 의미를 구체화한 바 있다. 즉,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이란 주거지와 근무 장소 사이에서 출·퇴근을 위해 왕복하는 경우에 그 지역의 교통사정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인정되는 사회통념상 상당한 경로와 방법을 말하며, 그 중 ‘통상적 경로’는 소요시간, 거리 등 제반 교통사정을 감안하여 통상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로로서 어느 정도 일관된 특정성을 가질 필요는 있으나 유일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사회통념상 대체성을 가지는 복수의 경로도 이에 포함되며, 반드시 최단 코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서울행정법원 2006. 6. 14. 선고 2006구합7058 판결 참조). 한편, 출·퇴근 중에 업무 또는 출·퇴근 목적과 관계없이 통상적인 경로에서 벗어나는 것을 ‘통근 중 이탈’이라 하고, 통상적인 경로 상에서 업무 또는 통근과 관계없는 행위를 하는 것을 ‘통근중단’이라고 하는데, 형식적으로는 출ㆍ퇴근 경로를 일탈하였다거나 중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통근을 계속하기 위하여 필요성 또는 합리성을 가지는 통근에 통상 수반되는 사소한 행위인 경우에는 통상적인 출ㆍ퇴근 경로를 일탈하였다거나 중단하였다고 볼 수 없으나, 위와 같은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공무원이 통상적인 출ㆍ퇴근 경로를 일탈하거나 중단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일탈 도중 또는 중단 도중 및 그 후의 통상적인 경로로의 복귀 후에 일어난 재해는 통근수행성이 부정되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다(, 서울행정법원 2006. 12. 21. 선고 2006구단5321 판결 참조). 대상판결은 원고가 출근 중 버스를 잘못 탔음을 깨닫고 다른 버스로 갈아타려고 하던 중 입은 사고에 관한 것으로서, 당해 공무원이 다른 사적 용무를 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출근경로와 반대방향의 버스를 타지 않은 경우라면 통상적인 경로를 이탈하지 않은 것으로 포섭시켰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공무원의 출·퇴근 행위는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출·퇴근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과 경로는 공공기관이 정한 근무지와 출·퇴근시각에 의해 정해지므로, 합리적인 방법과 경로에 의한 출·퇴근 행위라면 이는 공공기관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본 것이다. 주의할 점은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공무원과 일반회사원을 구별하고 있고 일반회사원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인 경우에만 업무상의 재해가 인정된다는 점이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판례는 일반회사원이“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의 재해로 되기 위하여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일반국민은 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는 대상판결의 판시사항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조속한 개정안 통과를 희망해 본다. 마지막으로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릴 당시 원고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식을 이탈하였다는 것을 처분사유로 삼은 바 없으므로, 대상판결의 항소심은 원고의 병변 중 뇌 부위 상병에 대한 판단에 관하여 재감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심리하는 선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출근
공무상재해
공무원연금공단
대중교통
재해
경로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7-11-01
행정사건
[판례해설] 헌재 '인구주택총조사' 방문 면접조사는 "합헌"
헌재 2017. 7. 27. 2015헌마1094 결정 1.사건개요 및 청구요지 청구인은 통계청장을 상대로 하여 통계청장이 통계법에 따라 실시한 2015 인구주택인구총조사와 관련하여 인구주택총조사의 내용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이 법률이 아닌 대통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법률유보원칙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며, 선정된 표본조사 가구가 인터넷조사에 응답하지 않을 시 면접조사를 위한 조사원의 방문과 관련하여 아무런 방문시간제한이 없으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 점, 요구되는 정보가 성명, 생년월일, 종교, 직장명 등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것으로 민감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며 종교의 공개까지 강요하는 점. 또 야간이나 휴일 등에 조사원이 주거를 방문하는 점 등은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주거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표본조사 대상이 된 국민에게만 개인정보를 요구함으로써 표본조사의 대상이 되지 아닌 국민에 비해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였으므로 청구인의 평등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2.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인구주택총조사는 국가의 규모, 구조, 분포와 개발 특성까지 파악하여 사회 전체 상황을 조함할 수 있는 국가의 기본 통계조사이고 유의미한 통계를 얻기 위해서는 조사항목의 적절한 선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모든 조사항목이 반드시 법률로 규율하여야 할 필요성은 없으며 유의미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 비율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할 필요성은 존재하므로 통계청장의 인구주택총조사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조사대상선정 과정에서 어떠한 차별도 없었는 바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인구주택총조사의 조사 항목에 대하여 기존의 조사항목 중 불필요한 항목들은 폐지되었고 성명, 성별, 나이 등의 항목은 UN통계처의 조사권과 항목을 그대로 반영하였으며 이러한 항목이 중복조사 방지나 현황파악을 위해 그 조사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반면 조사의 내용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장소에 보관되며, 조사표의 내용은 컴퓨터를 통해 숫자로 부호화하여 개인정보와와 결합을 통해 인격의 전체파악을 방지하고 있으며, 다른 용도로 사용시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사항목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이의 남용 가능성을 부정하였다. 그리고 조사원의 조사시간 역시 일반적인 출근 직전인 오전 7시30분부터 퇴근 직후인 오후 8시45분까지로 피조사자의 부재로 인한 조사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을 선택한 것이며, 피조사자는 인터넷 조사로도 대답하여 방문조사를 피할 수 있는 등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통계청장의 조치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결정에 대하여 일정비율이상의 인구를 대상으로 하여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할 필요성이 존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조사원의 가구조사 역시 필요하며 맞벌이 부부 및 일인가구의 증가에 따라 출퇴근시간이전에 피치 못하게 조사하여야 할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인구총조사에 성명 등 비록 UN통계처의 조사권고항목이라고 하더라도 극히 개인적이고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사항에 대하여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하여는 동의하기 어렵다. 중복방지를 위해서라면 성명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중복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이의 남용가능성이 없다는 근거로 한정된 장소에 보관되며, 접근자도 제한되어 있고, 목적외 사용시 형사처벌 등의 규정이 존재하는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정보의 악용은 이에 대한 규제 장치가 불완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정보가 이의 악용을 위해 유의미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면 언제든지 이용되었음을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정보의 보안과 관련하여 그 규제와 통제의 규율내용을 볼 것이 아니라 해당 정보를 이용하여 악용하는 것이 실제적으로 불가능할 만큼의 데이터 보안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심도있게 검증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통계법
행정자료
면접조사
방문조사
인구주택총조사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2017-08-21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공익법무관의 특정업무경비와 퇴직금
1. 사실관계 및 피고의 처분 원고들은 법무부 소속 공익법무관으로 재직하다가 2014. 3. 31. 또는 2015. 3. 31. 퇴직하면서, 퇴직일시금을 받았다. 그런데,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2015. 6. 19. “퇴직일시금 산정기준이 되는 기준소득월액에 공무원보수관계법령 등에 근거가 없는 월 30만원의 특정업무경비가 포함되어, 퇴직급여가 과다하게 산정·지급되었다”는 이유로 퇴직급여 중 과오지급액을 환수하는 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원고들은 2015. 8. 13. “십 수 년간 퇴직금 산정의 기초로 삼아온 특정업무경비를 왜 갑자기 제외시키느냐”며 당해 환수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우선 관계법령을 검토하여 퇴직일시금의 계산방법 및 계산의 변수인 기준소득월액의 개념을 확정지었다. 이 경우 ① 원고들의 퇴직 당시 구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일시금 계산공식은 [기준소득월액 × 재직연수 × 78/100]이고(법 제48조 제2항), 여기서 ②‘기준소득월액’이란 [일정 기간 재직하고 얻은 소득에서 비과세소득을 제외한 금액의 연지급합계액을 12개월로 평균한 금액]이다(법 제3조 제1항 제5호 본문). 결국 퇴직금은 과세소득인 기준소득월액을 기초로 산정되고 ③ 퇴직금 산정에서 제외되는 비과세소득의 범위는 소득세법이 정한 비과세소득에 따르며(법 제2조 제1항 제5호 단서, 동법 시행령 제3조2), 소득세법 및 그 시행령은 ‘일직료·숙직료 또는 여비로서 실비변상 정도의 금액’을 비과세소득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소득세법 제12조 제3호, 동법 시행령 제12조 제3호).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이 사건 특정업무경비를 기준소득월액에 잘못 포함시켜 퇴직일시금을 산정하였으므로, 과오지급액을 환수하겠다는 처분을 행하였다. 개념논리상, 피고의 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받은 특정업무경비가 소득세법상 비과세소득인 실비변상적 성격의 급여에 해당되어야 한다. 그런데, 세법은 그 명칭이나 형식에 불구하고 그 실질내용에 따라 과세하는 ‘실질과세원칙’을 따르고 있다. 대상판결은 특정업무경비가 기준소득월액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그 명칭이나 형식에 불구하고 실질내용이 공익법무관의 생계유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한 공적 업무의 집행에 사용된 실비변상에 충당되는 것이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양자의 구별은 특정업무경비의 근거법규·연혁·목적·경비를 수수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와 신뢰·실제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진다고 전제하였다. 위 전제를 기초로 대상판결은 아래의 논거를 들어 공익법무관의 특정업무경비를 실질적인 과세소득으로 보고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기준소득월액에 포함시켰다. 첫째, 특정업무경비가 법률의 명시적 근거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공익법무관에 관한 법률은 공익법무관에게 보수와 여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법 제14조 제1항), 그 시행령은 위 보수가 육군법무장교의 그것과 같도록 규정하며(시행령 제13조 제1항), 공익법무관에 관한 법률의 수권에 따라 제정된 법무부 예규 ‘공익법무관 관리지침’은 공익법무관의 보수에 1인당 30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포함시켰는바(제6항 가. (3) 보수지급기준), 이 규정들은 모두 공무원보수관계법령의 범위에 포함된다(근거법규의 존재). 둘째, 공익법무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공익법무관의 보수가 육군법무장교의 그것과 같도록 규정하고 있는바(시행령 제13조 제1항), 특정업무경비는 공익법무관의 보수가 육군법무장교의 보수와 형평을 이루도록 지급된 수당으로서 보수에 해당한다(연혁·목적). 셋째, 피고는 특정업무경비가 특정업무 수행에 필요한 실비나 여비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의 급여라고 주장하나, 정작 공익법무관 및 공익법무관에게 보수를 지급한 법무부는 특정업무경비를 실비변상적 급여로 생각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법무부는 정기적·고정적·일률적으로 매월 30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지급했고, 그 용도를 제한한 바 없었다. 더구나, 공익법무관들이 근무한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는 공익법무관에게 특정업무경비와 별개로 이미 소송수행이나 출장 등에 필요한 여비 등을 지급하였다. 결국, 공익법무관은 특정업무경비를 생계유지에 사용한 것이다(당사자들의 의사표시와 신뢰·실제 사용처). 넷째, 연금제도를 관장하는 것은 인사혁신처인데, 인사혁신처조차 2012. 4.부터 2015. 4.까지는 공익법무관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특정업무경비를 과세소득으로 분류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2015. 6. 19. 특정업무경비가 비과세소득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환수처분을 행한 것이다. 다섯째,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특정업무경비를 특정업무수행 소요경비의 충당을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법무부 작성의 예산 및 기금운용 명세서는 특정업무경비를 보수와 구별되는 별개의 항목으로 계상되어 있으나, 그 실질은 공무원보수관계법령상 보수에 해당한다. 결국, 대상판결은 이 사건 환수처분이 특정업무경비를 비과세소득으로 잘못 보고 내린 처분이므로 부적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대상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상태이다. 3. 판례해설 대상판결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를 기초로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이 이 사건 처분을 행한 경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09. 12. 31. 법률 제9905호 개정 이전의 구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원의 퇴직금을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보수월액이란 공무원의 종류 및 급별에 따라 지급되는 월급여액으로 봉급과 기말수당의 연지급합계액을 12월로 평균한 금액과 대통령령이 정한 수당액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그런데, 2009. 12. 31. 개정되어 2010. 1. 1.부터 시행된 구 공무원연금법부터는 보수월액 대신 과세소득인 ‘기준소득월액’을 기초로 퇴직금을 산정하기 시작했다(공무원연금법 제48조 제2항). 이로써 비과세소득은 더 이상 공무원퇴직급여 산정 기준이 아니게 되었다. 둘째, 법무부는 2012. 4. 이전까지 특정업무경비의 전신(前身)인 ‘특정업무비(중위 호봉에 정액으로 지급되는 정액급식비·업무추진교통비·가계지원비·직급보조비 등 기타수당의 합산액 상당)’를 비과세소득으로 분류하였다. 그런데, 위 특정업무비는 2012. 4.부터 과세소득으로 분류되었고, 2013. 7. 1. 시행 공익법무관 관리지침에 따라 규정된 특수업무경비 또한 2015. 4.까지 과세소득으로 분류되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어떤 전산오류 때문에 비과세소득으로 분류되어야 할 특정업무경비가 과세소득으로 잘못 분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래 2010. 1. 1. 이전에는 퇴직급여 산정에 어떤 수당이 과세소득인지 비과세소득인지는 큰 문제가 아니므로, 법무부는 특정업무비를 비과세소득으로 분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0. 1. 1. 이후에도 특정업무비를 비과세소득으로 유지해온 것이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이 이 사건 처분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특정업무비가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된 2010년 이후 2년이 넘도록 비과세소득으로 분류되어 있었다는 점이나,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한 직후 나온 신문보도에 대하여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이 “기사 내용과 같이 공단에서 특정업무경비를 기존 과세소득에서 비과세소득으로 전환한 것은 아님”이라는 내용이 담긴 설명자료를 배포한 점을 보면, 실제로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특정업무비 또는 특정업무경비를 비과세소득으로 판단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령 비과세소득이 되어야 할 소득이 전산오류로 과세소득으로 잘못 분류됐다는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공무와 관련된 지출임을 증빙서류로 입증해야 특정업무수당을 받을 수 있는 수사기관, 감사기관 소속 공무원들과 달리 공익법무관들이 일반적으로 매월 일정액인 30만원을 정기적, 계속적으로 지급 받아온 사실과 실질과세원칙에 비추어 항소심에서 대상판결의 결과를 뒤집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익법무관
특정업무경비
퇴직금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7-08-03
행정사건
[판례해설] 내국인 승무원에게만 수염 기르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지
- 서울고등법원 2017. 2. 8. 선고 2016누50206 판결 - 1.들어가며 과거 직장인들은 양복 수트, 넥타이를 매는 것을 기본적인 복장으로 생각해 왔고, 심지어 여름에도 양복 수트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이러한 직장인들의 드레스코드는 변경되어 왔고, 최근에는 다수의 기업에서 캐주얼 비니지스 드레스코드를 적용하여 정통 양복 수트가 아닌 복장을 허용해 오고 있으며, 심지어 완전히 캐주얼한 복장(청바지, 티셔츠 등)을 허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등과 같은 전문직들에게는 여전히 정통적인 복장을 입는 것이 고객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준다는 인식이 있다.항공사 역시 승무원들에게 엄격한 복장과 용모를 요구하고 있고, 승객들은 일반적으로 항공 승무원을 생각할 때 잘 맞는 드레스와 단정하게 동여맨 헤어스타일을 떠올린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내국인 승무원에게만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한 항공사 취업규칙이 헌법 제11조(평등권)와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아래에서 대상판결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2.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항공운송업을 영위하는 원고는 내부 규정(이하 ‘이 사건 조항’)상 운항승무원의 경우 수염을 기를 수 없도록 하되,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 운항승무원의 경우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턱수염을 기르던 비행기 운행 기장(이하 ‘A’)에게 턱수염을 기르는 것이 규정 위반이므로 턱수염을 기르지 말 것을 지시했다.A는 외국인과 달리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적 규정이라고 하면서 위 지시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원고는 A의 비행일정을 변경하여 비행업무를 일시적으로 정지(이하 ‘이 사건 비행정지’)시켰다. A는 이 사건 비행정지가 부당한 인사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서울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용모를 제한하는 규정이 위헌ㆍ위법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비행정지도 위법하거나 부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용모 규정은 노조 또는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아 유효성에 논란이 있고, 용모 규정이 유효하더라도 이 사건 비행정지에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했다. 1심은 외국인 승무원들의 관습을 존중해 그들에게 예외적으로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거나 국내 타 항공사와 달리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과 외국인 직원을 ‘국적’을 기준으로 차별함으로써 헌법 제11조(평등권) 및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은 수염의 정돈 상태나 형태 등을 기준으로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음에도 내국인은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내국인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므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무효인 이 사건 조항의 준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비행정지는 위법하다. 3.검토 가. 헌법 제11조 위반 관련 대상판결은 헌법상 기본권이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에도 적용이 되고 하나의 법률관계를 두고 두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구체적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그러면서 이 사건 조항이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과 외국인을 국적을 이유로 차별하여 헌법 제11조를 위반하였고, 수염의 정돈상태나 형태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음에도 내국인의 경우 수염 기르는 것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내국인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었다고 보았다. 그런데 평등권과 같은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공권력의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권리이고, 사법적 법률관계에는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칠 뿐이라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판례를 언급하면서 헌법 제11조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의 효력을 무효라고 판단하면서도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도 근거로 삼았다. 이는 대상판결이 이 사건 조항의 무효로 본 근거를 헌법 제11조 위반을 직접적인 근거라고 삼았다기 보다는 헌법 제11조가 일반원칙으로 발현된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을 직접적인 근거로 삼은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대상판결이 헌법 제11조만을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을 무효로 판단한 것이라면 이는 기본권의 제3자적 효력(간접적 효력)에서 볼 때 문제가 있고, 헌법 제11조의 내용이 입법화된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라 그 효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참고로, 대상판결의 1심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닌 사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헌법 제11조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것이 헌법의 기본권 효력의 제3자적 효력을 정확히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나.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 관련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거나 특정 외국의 국적을 가진 근로자와 다른 외국국적을 가진 근로자 사이의 차별을 포함한다.그런데 대상판결은 반대로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내국인근로자를 차별(외국인근로자에게는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면서 내국인근로자에게는 불허)하는 것도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으로 판단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즉, 과거에는 내국인근로자에 비해 외국인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적용되었는데, 대상판결은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내국인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에도 근로기준법 제6조를 적용하여 무효화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는 원칙적으로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근로자와 비교하여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논의의 대상으로 하고 있고내국인근로자를 외국인근로자와 비교하여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내국인근로자를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차별하였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여 무효로 볼 수 있을지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시 형사처벌이 된다 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엄격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용모(면도 금지)에 대한 제한이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도 검토가 필요한데, 대상판결에서는 이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면도를 금지한 이 사건 조항이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였다고 보았다.물론 근로자의 용모나 복장에 대해 취업규칙에서 이를 규정할 수 있고, 이러한 용모나 복장에 대한 취업규칙 조항도 근로조건이라고 볼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근로조건이란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 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말한다(제17조).판례 역시 “구 근로기준법 제23조(현 제17조) 소정의 근로조건이란 사용자가 근로계약체결시에 근로자에 대하여 명시한 임금, 근로시간 기타의 근로조건”이라고 판단하였다.그렇다면,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 근로기준법 제6조를 엄격하게 해석한다면, 수염 기르는 것과 관련된 이 사건 조항을 ‘근로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으므로 추후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단이 나올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1심판결은 외국인에게만 예외적으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콧수염을 허용하는 것은 외국인을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 중 소수자에 대해 문화적 차이를 인정한 것으로 합리성 사유가 있다고 본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인용하면서 직원들의 복장이나 용모에 대해 폭넓은 제한을 할 수 있는 재량이 회사에 있는 이상 소속 외국인 승무원들의 관습을 존중하여 그들에게 예외적으로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한 것을 재량권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그러나 대상판결은 엄격하게 외국인 승무원이 소수자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외국인승무원에게는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면서 내국인 승무원에게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적에 의한 차별로 판단하여, 추후 대법원에서 외국인 승무원에게 수염을 허용한 것을 소수자에 대한 배려로 볼지, 국적에 의한 차별로 볼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턱수염
취업규칙
수염
복장
항공
승무원
근로기준법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17-03-03
행정사건
헌법사건
판례해설 - ‘틱’장애를 배제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별표1]의 위헌성
서울고등법원 2016. 8. 19. 선고 2015누70883 판결[반려처분취소청구] '틱 장애'는 투렛증후군(Tourette's Disorder)으로서, 특별한 이유 없이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운동 틱(motor tic)과 이상한 소리를 내는 음성 틱(vocal tic) 증상을 모두 1년 이상 보유한 것을 말한다(동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는 초등학교 때부터 십여년간 틱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아 왔는데, 장애인등록신청을 하였으나 '장애인의 종류 및 기준'을 정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별표1]이 틱 장애를 제외하고 있어 반려되자 그 취소를 구하였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하면서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제1심판결이 '한정된 재원을 가진 국가'가 '일정한 종류와 기준에 해당하는 장애인'만 장애인복지법 적용대상으로 삼은 것이 '합리성과 타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평등원칙'을 소극적으로 판단한 것과 달리, 위 고등법원 판결은 [별표1]을 헌법상 평등원칙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원고가 [별표1]에 규정된 일부 장애보다 더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제약적인 장애를 지니는데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인으로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인정하고, 반려처분을 취소하였다. 동 판결은 헌법상 '신체장애자의 보호'(제34조 제5항)를 실질화 한 것이며, 사회적 약자의 보호에 법원이 앞장 선 좋은 판결이라고 본다. 이런 판결은 정형화된 문구가 아니라 헌법의 가치를 구현하는 이유를 전개하므로, 사건부담이 과중한 상태에서 쓰기 쉽지 않을 것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판하므로(헌법 제103조), 동 판결과 같이, 헌법도 법원의 재판규범으로서 실효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에서 '불합리한 차별'의 원인은 법률이나 처분이 아니라 대통령령 때문이다. 헌법은 법원이 대통령령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으며, 이 사안에서 모법의 위임은 합헌이라 보이지만, 시행령은 그 위임범위 내라 하더라도 여전히 '헌법상 평등원칙'을 따로 준수하여야 했다. 이 사건 처분은 시행령에 따른 것이므로 그 위법성을 따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은 전형적인 '명령·규칙의 위헌성 심사' 사안이다. 따라서 [별표1]이 '틱 장애'를 배제한 입법 그 자체가 '평등원칙' 위반으로서 '위헌'이라고 선언되어야 마땅한데 동 판결은 다소 애매하다. 그러한 위헌선언이 있더라도 이는, 헌법재판소 위헌결정과 달리, [별표1]의 효력 자체를 폐지시키는 효력은 없고 당해 사건에서 적용배제이므로, 법적 혼란이 크거나 공백이 초래되지 않으며(이 점에서 대법원 2011두6264 판결은 규범통제를 지나치게 자제), 추후 개선입법의 강력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규범통제기능은 오늘날 '규범의 홍수'에서 법원이 지니는 중요한 기능이라고 본다.
틱장애
장애인
2016-08-29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법관 명예퇴직금, 재임용 만료일 기준 산정은 적법
대상판례 : 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3두14863 판결 우리나라 공무원들에게는 근속경력이 길어질수록 호봉이 올라가 급여도 많아지는 연공서열의 급여체계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정년까지 신분, 바꾸어 말하면 고용을 보장하는 종신고용제와 더불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조직의 성격을 크게 결정짓고 있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고용관계나 임금체계는 장기간의 근속을 거쳐 형성되는 근로자의 숙련된 지식과 기술, 경험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체계일 수 있으나, 기존의 산업구조의 틀을 깨는 급속한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른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년 이전의 퇴직으로 인한 수입의 상실을 일정 부분 보상하는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정년 이전의 퇴직을 유도하여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려는 취지에서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와 지방공무원법 제66조의2에서는 명예퇴직제도를 도입하여 20년 이상 근속한 공무원이 정년 전에 스스로 퇴직하면 예산의 범위에서 소정의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그 지급대상범위, 지급액, 지급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규정>이나 대법원규칙인 <법관 및 법원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규칙> 등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 대법원규칙에서는 명예퇴직수당액을 퇴직 당시 월 봉급액의 1/2에 10년(법관의 경우에는 7년) 범위 내에서 정년잔여월수를 곱한 금액으로 하되, 정년잔여월수가 60개월을 초과한 경우에는 그 초과월수 중 1/2만 인정하고, 법관의 경우 정년잔여기간의 계산은 정년퇴직일 전에 임기만료일이 먼저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만료일을 정년퇴직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5항, 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 헌법 제105조에 의하면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의 임기는 10년으로 하되,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고(제3항), 법관의 정년은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제4항). 이에 따라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제외한 판사의 정년을 65세로 정하고(제45조 제4항), 임기가 끝난 판사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받아 대법원장의 연임발령으로 연임하며(제45조의2 제1항), 대법원장은 ① 신체상 또는 정신상의 장해로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②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③ 판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는 판사에 대하여는 연임발령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5조의2 제2항). 한편, 헌법 제106조 제1항에 의하면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도록 되어 있다. 일반직 공무원들과 달리 법관은 헌법과 법원조직법에서 임기와 정년을 분리하여 규정하고 있는 관계로 명예퇴직수당액의 산정시 정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법관의 경우 정년과는 별개로 10년의 임기제가 적용되므로 정년 이전에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명예퇴직수당액 산정시 '정년 잔여월수'를 말 그대로 정년까지의 잔여월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임기 만료일까지의 잔여월수로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 점에 관하여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헌법상 법관의 임기제가 법관의 독립을 위하여 특별히 고도로 신분을 보장하려는 것으로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임기 중에 파면되지 않고, 임기가 만료된 후에도 연임제한의 사유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임이 반복되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기대권 내지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아 명예퇴직수당액 산정시 정년잔여월수를 임기 만료일까지의 잔여월수로 규정한 이 사건 조항은 정년잔여월수가 비슷한 퇴직법관들 사이에 군복무기간의 합산 등에서 오는 잔여임기의 장단으로 인하여 명예퇴직수당의 지급액에서 합리적인 근거 없는 차별을 초래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명예퇴직수당의 제도적 취지에 비추어 입법자에게 국가공무원법상 그 구체적인 지급요건, 방법, 액수 등을 형성함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폭넓은 재량이 허용되고, 이와 같은 폭넓은 재량은 국가공무원법의 위임에 따른 대법원규칙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되어 20년 이상 근속한 법관이라 하더라도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또는 16호봉 이상의 법관은 지급대상범위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임기 기준을 제외하더라도 사법연수원 동기 법관들 사이에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차이가 발생함은 불가피하고, 법관 스스로 퇴직시기를 연임 이후로 정하여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잔여임기의 장단에 따른 명예퇴직수당 지급액의 차이가 자의적이거나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규칙은 이 사건 조항 이외에도 정무직 공무원에 상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16호봉 이상의 법관을 지급대상범위에서 제외하고(제3조 제1항),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10년까지 인정되는 정년잔여기간을 법관에게는 7년까지만 인정하며(제3조 제5항 단서), 13호봉을 초과하는 법관의 경우 월봉급액을 13호봉인 법관과 동일하게 보는 등(제4조 별표1) 일반직 공무원에 비하여 법관에게는 불리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이는 법관에게는 재직시 일반직 공무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가 지급되고, 거의 대부분의 법관들이 정년퇴직일에 훨씬 앞서 (명예)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여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현실과 한정된 명예퇴직수당 예산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에서 정년을 기준으로 명예퇴직수당 지급액을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음에도 연임제한사유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법관에 대하여 정년퇴직일 전에 임기만료일이 먼저 도래하는 경우에 임기만료일을 정년퇴직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조항은 충분히 논란의 소지의 있다. 무엇보다도 임기만료일을 정년퇴직일로 본다는 것은 법관은 임기만료일이 곧 정년이라는 논리와 직결되고, 결국 일반직 공무원들도 보장되는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법관의 신분보장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원심 법원은 이를 정년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법관들 사이의 평등 문제로만 다루었지만, 대법원규칙이 모법인 국가공무원법의 위임의 한계를 벗어났는지도 문제될 수 있고, 일반직 공무원과의 평등 문제 등도 제기될 수 있다. 대법원이 근 3년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한 데에서 상당히 고민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평생법관제를 지향하는 대법원으로서는 법관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제도를 운용할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반면, 과거와 달리 대부분 정년까지 근무하는 일반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여서는 명예퇴직제도를 확대 운용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는 데서 오는 정책적인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도 보이지만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제정한 법규를 스스로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데에 대한 부담도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닐까도 싶다. 한편, 원고는 추가지급 거부의 통지를 한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명예퇴직수당 지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원심 법원은 이를 인용하였다. 국가공무원법 등에서 정한 명예퇴직수당은 그 지급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하여 언제라도 신청하여 당연히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 명예퇴직수당은 정년에 이르지 아니한 공무원이 스스로의 결정으로 명예퇴직을 할 경우 퇴직금과는 별도로 정년까지의 잔여기간에 비례하여 일시불로 지급되는 퇴직수당인 관계로 무엇보다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에는 이를 지급할 수 없다. 이에 국가공무원법에서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이를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고, 대법원규칙에서도 예산상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지급대상범위를 제한할 수 있으며, 지급대상범위 내라고 하더라도 예산 등을 고려하여 심사를 거쳐 지급대상자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지급할 수당액은 대법원규칙에 구체적인 산정기준이 정해져 있으므로 심사를 거쳐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결정된 경우에는 별도의 결정이나 처분이 없더라도 소정의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을 구체적인 권리를 갖게 되고, 따라서 명예퇴직자가 이에 미달하는 금액만 지급받았다고 주장하며 그 차액의 지급을 신청하였더라도 그 거부의 통지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으며, 명예퇴직자는 국가를 상대로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권리로서 그 지급을 구하는 당사자소송을 제기하여야지 거부의 의사표시를 한 행정청을 상대로 항고소송을 제기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 부분은 타당한 결론이다.
명예퇴직수당
법관
정년
2016-06-07
공정거래
행정사건
판례해설 - 온라인 자동결제 시에도 계약조건(가격등) 변경하려면 소비자 동의 필요
서울고등법원 2015. 9. 24. 선고 2014누66856 판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제8조 제2항 사업자와 전자결제업자등은 전자적 대금지급이 이루어지는 경우 소비자의 청약서가 진정한 의사표시에 의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 명확히 고지하고, 고지한 사항에 대한 소비자의 확인절차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마련하여야 한다. 1. 재화등의 내용 및 종류 2. 재화등의 가격 3. 용역의 제공기간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사업자와 전자결제업자등은 법 제8조 제2항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 소비자가 확인하고 동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전자결제업자등이 마련한 전자적 대금 결제창을 소비자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자와 전자결제업자등은 소비자가 직접 동의 여부를 선택하기 전에 미리 동의한다는 표시를 하여 제공하는 방식으로 확인절차를 진행해서는 아니 된다. 원고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디지털 음원상품 중 월정액 상품을 자동결제방식(매월 이용대금이 자동적으로 원고에게 매월 정해진 날짜에 선납되는 방식)으로 판매하였는데, 원고는 원고가 제공하는 멤버쉽 서비스와 관련한 권리, 의무 등을 규율하기 위하여 '통합유료약관'을 작성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위 자동결제상품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위 '통합유료약관'에 대한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였다. 원고가 부담하는 음원사용료가 인상됨에 따라 자동결제상품의 가격을 종전보다 최소 30%에서 최대 83%까지 인상하기로 하고, 2013. 1. 1. 이전부터 자동결제상품을 이용하고 있던 소비자(이하 '기존 이용자')에 대하여는 2014. 1. 1.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원고는 기존 이용자들에게 이메일 등을 통하여 가격 인상 사실과 내용 및 시기 등의 변동사항을 고지하였으나, 기존 이용자에게 인상된 가격으로 대금지급이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직접 동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전자결제업자등이 마련한 전자적 대금 결제창을 제공하지는 아니하였다(이하 "이 사건 행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행위가 전자상거래법령의 청약의사 확인절차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전자상거래법 제8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조항')은 소비자의 청약의사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신규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규정이고, 이 사건 행위와 같이 이미 체결된 계약의 조건을 일부 변경하는 경우에는 청약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조항 제8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소비자가 이용권을 최초 구입하는 경우와 이용기간 만료 후 다시 구입하는 경우를 비교할 때 그 법률적 성격이나 형식에서 차이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자동결제방식은 소비자의 대금지급절차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것일 뿐, 자동결제조항에 의한 묵시적 갱신은 대금 등 계약조건이 기존 그대로 계속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소비자나 사업자 중 일방이 기존의 계약조건에 변경을 가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양 당사자 사이에 변경된 계약조건에 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고 그러한 합의가 없는 한 계약이 묵시적으로 자동 갱신 또는 연장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 원고는 '설령 위와 같이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공고나 기존 이용자들에게 이메일로 통보한 행위는 사업자의 청약이고 그에 따라 소비자는 승낙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원고가 위와 같이 가격 인상을 고지한 행위는 이 사건 통합유료약관에 의한 서비스 내용 변경의 사전고지절차의 일환(또는 가격변동사항을 안내하는 호의행위)에 불과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상품에 대하여 원고가 일방적으로 인상한 이용대금을 지급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선택의 기회를 가지지 않은 채 자동적으로 지급하여 구매하는 것보다는 원고 및 타사가 제공하는 여러 가지 서비스 중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새로운 계약체결을 위한 청약의사를 표시하도록 함이 바람직한 점 등을 종합하면 청약의 유인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계속적 계약관계의 경우까지 소비자의 개별적 확인절차를 강제하는 것이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소비자에게 전가되거나 전자상거래 자체를 위축시켜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음악컨텐츠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불완전정보를 가지고 있던 소비자 중 실제로 가격인상사실을 알았더라면 구매를 중단하는 의사결정을 하였을 소비자들은 원고의 일방적 가격인상행위로 인하여 원하지 않는 구매를 하게 되었으므로 이로 인하여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되어 소비자후생이 줄어들게 되었고, 거래비용의 증가로 자동결제상품의 가격을 인상할 경우 구매자가 줄어들게 되어 발생하는 손실은 원고가 부담해야 할 경영상 손실에 불과하다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온라인사업자들이 약관을 통해 일방적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해 오던 관행에 대하여 소비자구제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과 같은 음원 판매 사이트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각종 온라인 서비스업체들의 자동결제상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앞으로 이 판결과 관련하여서는 '사업자가 기존의 계약조건에 일방적으로 변경을 가하였고 소비자는 그에 대한 명시적인 동의나 반대 없이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경우 그 소비자의 의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추후 이 판결을 계기로 소비자들이 변경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소비자들이 이미 지급한 이용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을 수 있는지, 특히 이미 사용한 자동결제상품이 있다면 그 사정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 등 새로운 법률쟁점에 관한 검토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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