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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보호자의 부당한 간섭행위
담임 교체를 요구한 보호자에대한 조치는 학교장의 권고사항에 불과했지만, 법원이 처분성을 인정하고 그 조치가 적법했음을 확인한 의미가 크다. 1. 레드카드·교실청소로 야기된 사건 2021년 4월 20일 전주○○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수업 중에 페트병을 손으로 비틀어 큰 소리를 냈다. 담임교사가 하지 말라고 하였음에도 계속해서 페트병을 비틀어 소리를 내자 교사는 그 학생의 이름표를 레드카드 옆에 붙였다. 그 교실 칠판에는 호랑이가 양손에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들고 있는 그림을 붙이고 수업 시간에 잘못한 아이들의 이름표를 옐로카드 혹은 레드카드 옆에 붙인 후 이름표가 부착된 아이들이 방과 후 교사와 함께 교실 정리를 한 후 하교하도록 하였다. 이 레드카드 제도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약속으로 시행 중이었고, 이름표가 부착된 학생은 교사가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더라도 교실에 남아 청소를 했다. 그날 레드카드를 받았던 학생은 방과 후 교실에 남아 빗자루를 들고 있었고, 이 모습을 본 교사는 학생에게 하교하라고 하였다(헌재 2022헌마1119). 이와 달리 법원은 교사가 학생에게 방과 후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약 14분간 쓸게 하였다고 했다(대법원 2023두37858). 학생의 어머니는 당일 오후부터 지속적으로 그 초등학교 교장 등에게 담임 교체를 요구하였고, 교육청에 민원을 접수하였으며, 2회에 걸쳐 12일간 학생을 학교에 출석시키지 않았다. 담임교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일과성 완전기억상실 증세를 보여 119구급차에 실려 입원하였고, 열흘간 병가를 내고 치료받았다. 반면 학생 어머니는 담임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였다. 학교장은 학생 어머니에게 ‘부당한 담임 교체 요구’를 조치이유로 하고,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침해행위 유형으로 하여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함’이라는 침해자 조치 내용의 통지서를 발송하였다(이 사건 조치). 학생 어머니(원고)는 이 사건 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재판을 청구했다. 한편 검사는 담임교사에 대하여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한 후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담임교사는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다. 2. 법원의 판결 항소심은 레드카드 벌점제는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공개하여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강제로 청소 노동까지 부과한 것이어서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행위임이 분명하여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교원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광주고등 2023. 2. 15. 선고 (전주)2022누1550 판결). 대법원은 원고의 간섭 대상 행위는 ‘레드카드 벌점제’가 아니라 ‘담임교사로서의 직무수행 전체’인데 담임교사는 법률상 자격 있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원고가 간섭한 담임교사의 직무수행은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하고, 원고의 행위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교원지위법 제15조 제1항 제4호 등에 따른 보호조치의 주체, 절차, ‘정당한 교육활동’과 ‘반복적 부당한 간섭’의 의미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두37858 판결). 3. 헌법재판소의 결정 헌법재판소는 2023년 10월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① 청구인(초등학교 교사)이 방과 후 피해 아동을 하교시키지 아니하고 남긴 후 교실을 청소하도록 지시하였는지 여부, ② 청구인이 레드카드 옆에 피해 아동의 이름표를 붙인 행위가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각각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피청구인(전주지방검찰청 검사)이 청구인에게 아동학대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헌재 2023. 10. 26. 2022헌마1119). 4. 학생, 보호자, 학교의 장·교원의 권리와 의무 (1) 학생의 보호와 의무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31조).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따라서 학교는 국제인권조약인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인권까지 보장해야 한다. 학생은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학생이 담임교사나 다른 학생을 폭행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일이 빈발하여 신설된 조문이다. 학교가 교육공간이 아닌 범죄장소로 변해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2) 보호자의 권리와 의무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교육기본법 제13조). 학생 또는 보호자는 학교의 장과 교원의 생활지도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학교의 장에게 14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동일한 내용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2회 이상 답변하고 그 이후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제17조). 최근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장이 보호자의 민원 처리를 전담하도록 했다. 따라서 보호자는 교원의 생활지도에 관한 의견을 학교장에게 제기하여야 하고, 담임교사를 직접 만나 시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보호자가 담임교사를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지속적인 민원제기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보호자의 의무를 강조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즉, 보호자는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보호자는 교육활동의 범위에서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하고 교육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5). (3) 교원의 지위와 책무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교육기본법 제14조).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교원의 ‘교육활동’은 학교의 교육과정 또는 학교의 장이 정하는 교육계획 및 교육방침에 따라 학교의 안팎에서 학교장의 관리·감독하에 행하여지는 수업·특별활동·재량활동·과외활동·수련활동·수학여행 등을 말한다(학교안전법 제2조). 교원이 학생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할 때 그 권위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하여야 한다(교원지위법 제2조). 이를 위하여 교원 보수 우대, 불체포특권, 신분보장을 배려하고 있는데, 학생과 보호자가 교원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교원의 교육적 판단이 무시되고 공격당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학생과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유형을 확대하고, 그에 대한 제재조치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있었다. 교육활동 침해행위 중 “교원의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로서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가 있는데, 여기서 “반복적으로” 요건은 교원이 보호자에게 오랫동안 시달릴 수 있으므로 폐지하는 것이 좋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교육부 고시)에는 학교의 교육활동이 얼마나 다양하게 침해당하고 있는지 말해준다. 사교육을 우선시하고 학교는 졸업장 받는 기관으로 취급됨에 따라 교원에 대한 태도는 거칠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교원은 아직은 미숙한 학생의 인권을 섬세하게 보호하면서 교육활동을 해야 함은 당연하다. 5. 마치면서 항소심 판결은 레드카드 벌점제는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공개하여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하고, 방과 후 학생에게 청소하도록 한 것을 강제노동으로 판시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을 파기하지 않았다면, 교육현장은 큰 혼란에 휩싸였을 것이다. 담임 교체를 요구한 보호자에 대한 이 사건 조치는 학교장의 권고사항에 불과했지만, 법원이 처분성을 인정하고 그 조치가 적법했음을 확인한 의미가 크다. 2023. 9. 27. 개정된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은 학교가 범죄 없는 평화로운 교육환경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내용을 신설했다. 그러나 대부분 보호자와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를 금지하는 선언적 내용과 그 위반에 대한 행정적인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라서 한계도 분명하다. 교원의 교육활동은 아동학대행위가 아니라는 규정도 신설했지만, 교원에 대한 고발이 근절될지는 의문이다. 향후 교원에 대한 공격행위를 범죄화하고 이를 가중처벌하는 입법 움직임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형근 경희대 객원교수(법무법인 한미 변호사)
교권
반복적부당한간섭
아동학대
교사
교육활동
정형근 경희대 객원교수(법무법인 한미 변호사)
2024-01-20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유학경비가 증여세 비과세 대상인지 여부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1992년생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이하 ‘이 사건 기간’)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수료하였다. 원고의 조모는 이 사건 기간 동안 매월 800만 원 내지 1,000만 원씩 합계 334,833,374원(이하 ‘이 사건 금원’)을 원고의 계좌로 송금해 주었고, 원고는 이 사건 금원을 교육비 및 생활비로 사용하였다. 한편, 원고의 부친은 2014년경 사망하였다. 또한 원고의 조모는 2018년경 사망하였고 원고와 원고의 모친은 원고 조모의 재산을 공동으로 상속하였다. 과세당국은 상속세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원고의 조모가 이 사건 기간 동안 원고의 계좌로 해외 송금한 이 사건 금원을 사전증여재산으로 보고 증여세(가산세 포함) 합계 280,655,110원을 결정·고지하였다. 2. 관련규정 및 그 개정연혁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 제5호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그 위임에 따라 구 상증세법 시행령(2003. 12. 30. 대통령령 제181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4항 제1호에서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의 하나로 ‘민법상 부양의무자 상호간의 생활비 또는 교육비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후 상증세법은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면서 위 제46조 제5호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으로 개정되고, 같은 날 대통령령 제18177호로 개정된 상증세법 시행령에서 위 제35조 제4항 제1호는 삭제되었다. 3. 서울행정법원의 판단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위와 같은 상증세법 제46조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상증세법 제46조 제5호의 문언 내용과 체계, 개정 연혁과 구 상증세법 제46조는 증여재산의 공익성 또는 사회정책적 고려에서 증여세의 과세를 배제하는 규정이므로 부양의무 여부를 불문하고 교육비에 해당하는 금액이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위 규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위 규정의 ‘피부양자의’ 부분은 ‘생활비, 교육비’를 모두 수식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서울행정법원 2021. 7. 13. 선고 2020구합82185 판결).”고 판단하였다. 즉 서울행정법원은 부양의무자가 피부양자의 생활비나 교육비를 지원한 경우에는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볼 수 있으나, 원고를 부양할 지위에 있는 원고의 부모가 있고 성인인 원고 스스로도 경제력이 있어 원고의 조모를 부양의무자로 볼 수 없어 이 사건 금원은 원고의 유학기간 중 생활비나 교육비로 사용되었더라도 증여세 비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4. 비판적 검토 경우에 따라서 해외유학경비까지 증여세 비과세대상으로 보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증세법 제46조의 문언, 규정 체계, 개정 연혁 등을 고려할 때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구 상증세법 시행령에서는 ‘민법상 부양의무자 상호간의 생활비 또는 교육비’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3년 개정 상증세법에서는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로 구분하고 있어 ‘피부양자의’ 부분이 ‘생활비, 교육비’를 모두 수식한다고 보는 것은 매우 무리한 해석으로 보인다. 물론 대법원이 조세정책상 이유 등에서 통상적인 문언의 해석범위를 넘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법인세법 제15조 제3항에서 수익의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한 것과 관련하여 법인세법 제67조에 따라 소득처분을 하기 위한 조세정책상 이유 등에서 익금으로 보는 것까지 탄력적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하려는 취지라고 판시한 것(대법원 2021. 7. 29. 2020두39655 판결)처럼 관련 규정체계상 그와 같이 해석할 수 있는 경우이여야 할 것이다. 한편, 상증세법 제46조의 개정연혁을 고려하더라도 서울행정법원과 같이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 2003년 개정 상증세법은 종전 증여의제규정을 보완하여 증여재산가액 계산에 관한 예시규정으로 전환하고 예시되지 아니한 재산의 무상이전이나 가치증가분 등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포괄규정을 마련하였다(법 제32조 내지 제42조). 그리고 위 2003년 상증세법 개정이유에는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따른 중산·서민층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치료비(이재구호품의 오기로 보임), 피부양자의 생활비 및 교육비 등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비과세하도록 함(법 제46조제5호)”이라며 교육비에 대해서는 부양의무를 따지 않고 비과세할 것임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또한 사용목적이 다양하고 기준마저 설정하기 어려운 생활비의 경우 부양의무를 통해 일정한 제한을 할 필요가 있을 수 있으나, 사용목적과 사용처가 명확히 확인되는 교육비까지 부양의무를 통해 제한하여야 할 논리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거나 사회 정책적 필요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유학의 목적, 내용, 경위도 다양할 것이므로 유학비용이라고 하여 일률적으로 부유층만의 문제로 보아 비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도 문제로 생각된다. 이처럼 상증세법 제46조가 피부양자의 교육비만을 비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금원 중 교육비로 사용된 부분까지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동인)
증여세
비과세
유학경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동인)
2022-06-16
행정사건
첫 영구제명된 변호사에 대한 1심 판결 검토
1. 영구제명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8년 부장판사로 퇴임하고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로 대한변협에 등록하였다. 원고는 영구제명 징계결정을 받기 이전에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이하 변협 징계위)로부터 3회 정직 징계를 받았다. 변협회장은 ① 제2017-218호: 성공보수금 4,000만 원 중 24,00만 원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② 제2018-27호: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 및 법무법인자금, 공탁금 등 돈을 개인용도로 임의 소비하여 품위유지의무 위반, ③ 제2018-50호: 반환하기로 한 선임비용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④ 제2018-59호: 정직 중 위임계약을 체결한 후 다른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하는 등 품위유지의무위반 징계혐의사실로 원고에 대한 징계개시를 청구하였다. 변협 징계위는 2018. 8. 20. 징계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원고에게 영구제명의 징계 결정을 하였다. 2.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의 이의신청 기각결정 피고는, 원고가 ① 변호사징계 제2017-218호와 관련하여 금원을 추가 반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② 변호사징계 제2018-27호와 관련한 형사판결이 확정되지 않기는 하였으나 서울○○지방법원이 원고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하였고, 항소심 법원이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③ 변호사징계 제2018-59호와 관련해서는 원고가 제출한 경위서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직접 사무장을 통해 사건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으로 원고의 징계혐의사실이 모두 인정되며 징계양정도 적정하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3.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징계사유가 된 징계혐의사실에 대하여는 다투지 않는다. 다만, 이 사건 결정의 징계양정이 위법하므로 이 사건 결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즉,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은 영구제명의 사유로 제1호와 제2호 사유를 정하고 있고, 원고는 제2호 사유에 따라 영구제명이 결정되었는데, 위 제1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변호사 결격사유에도 해당하여 이 경우 변호사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기속적 등록 취소사유에 해당하므로 변협 징계위는 징계개시 청구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하는바, 결국 상대적으로 가벼운 정도의 비행인 제2호 사유에 대해 더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2)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2호는 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변호사법 해석상 위와 같은 경우는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제8조 제1항),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제8조 제1항)뿐이고, 원고는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4. 판단 요약 1) 평등원칙 위반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는 각 규정의 입법 취지, 제재 대상을 달리하여 차별취급이 문제되는 의미있는 비교집단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평등원칙 위반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2) 원고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지 여부 원고는,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심신미약의 경우나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4호의 규정의 문언상 심신미약 내지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와 병렬적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예시하거나 부연하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경우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5. 영구제명 처분과 관련된 몇 가지 쟁점 1) 2000년 영구제명 신설 배경 1998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소속 법관 15명이 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후 사법사상 최초로 징계에 회부된 법관 5명은 정직, 1명은 견책, 3명은 사직하였다. 또한 의정부지원 판사 전체를 교체하였다. 그리고 1999년에는 대전에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법관, 검사, 경찰관 등 2백여 명에게 사건알선료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여 판사 2명과 검사 6명이 사직하였다. 국회는 2000년 이런 법조비리를 척결하고 법조풍토를 쇄신한다고 재판·수사기관과 변호사와의 유착관계 등을 근절하려는 여러 제도를 도입하면서 영구제명을 신설하였다. 2) 판·검사의 변호사 개업제도와 법조비리와 관계 영구제명이 도입된 것은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여 현직과 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와 관련이 있다. 대법관을 비롯한 판·검사는 재직 중 퇴직 후에 취업할 곳을 물색한다. 판사가 장차 취업하기로 한 로펌이 수임한 사건의 재판도 한다. 그리고 정기인사 때 사직을 하고 그 로펌에 취업을 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런 구조는 외관상뿐만 아니라 실체적으로 불공정하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관은 취업을 목적으로 법무법인 등과 접촉하거나 취업조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할 때 법관의 명예와 품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실효성 없는 권고의견을 낸 바 있다. 그리고 판·검사가 퇴직하더라도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니까, 재직 중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당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판·검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3) 원고는 업무정지명령 대상자임 법무부장관은 변호사가 공소제기되거나 제97조에 따라 징계 절차가 개시되어 그 재판이나 징계 결정의 결과 등록취소, 영구제명 또는 제명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대로 두면 장차 의뢰인이나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법무부징계위원회에 그 변호사의 업무정지에 관한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와 과실범으로 공소제기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변호사법 102①). 원고는 징계 결과 영구제명을 받을 정도로 징계혐의사실이 심각하고, 정직 기간 중에도 수임약정을 체결하는 등으로 의뢰인과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법무부장관은 징계에 대한 불복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업무정지명령을 하였어야 한다. 4)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등은 형사처벌 대상임 변호사에 대한 징계사유 중에 경중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원고가 범한 품위유지의무위반은 징계사유에 해당될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반면, 원고가 명의대여금지의무 및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변호사법 제34조 제3항, 제5항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된다(변호사법 109). 변호사법이 정하는 벌칙 중에서 변호사의 명의대여 및 동업금지행위는 변호사법상 법정형이 가장 중한 7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되는 범죄행위다. 변호사 자격을 비변호사에게 이용하도록 하여 이득을 챙겼던 가장 무거운 비리에 해당된다. 5) 변호사 결격사유 있는 자에 대한 징계 변협 징계위는 변호사 징계는 변호사에 대한 감독권의 행사이므로, 변호사가 금고 이상의 형의 확정으로 변호사 자격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이미 그 자는 변호사가 아니므로 징계권이 없다면서, 그런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기소된 변호사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된 후에 진행된 징계에서 영구제명이 예상되면, 업무정지명령을 하도록 한 변호사법의 규정에도 위반된다. 피고인은 무죄추정을 받기 때문에 징계혐의 변호사가 징계청구된 징계혐의사실로 공소제기되어 있을 때에는 그 사건이 확정될 때까지 심의절차를 정지한다. 다만, 징계사유에 관한 명백한 증명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징계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변호사징계규칙 19). 그 후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한다. 징계시효는 징계사유 발생일부터 3년이므로, 결격기간(징역형은 5년)이 도과한 후에는 징계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중징계를 받아야 할 사유로 징역형까지 선고받은 자는 징계를 면하게 되고,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기소되지 않은 경미한 비리행위자만 징계하는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결격기간 중의 변호사는 자격상실이 아니라 ‘일시정지’된 상태에 불과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모든 변호사가 징계를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홍만표, 최유정 변호사는 1심 판결선고 후 제명을 당했다. 6) 변협 징계위 징계양정 문제 및 1심 판결의 의의 만약 변협이 원고가 2회 정직을 받고서도 다시 징계청구되었을 때 그때 영구제명을 했다면,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원고도 형사처벌을 당하는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변협이 온정주의 입장을 취할수록 변호사 조력을 받아야 할 국민의 피해는 가중되고, 변호사 지위의 공공성은 훼손된다. 원고는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결격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1심 판결은 영구제명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하여 원고가 징계적격자임을 확인하면서 징계양정이 적정하다고 판시한 것은 올바른 판단으로 보인다.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영구제명
비위행위
변호사
변호사징계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2020-09-10
행정사건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
판시 내용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행정법원은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사건은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이하 ‘택배기사 노조’)을 설립하여 사측에 교섭을 요구를 하였는데 사측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거나 교섭요구 공고기간이 끝난 후에도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를 하지 않자 발단이 되었다. 이에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는 택배기사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정신청을 인용하였다.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어 행정법원까지 유지된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의 구분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하더라도 당연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 개념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과 관련하여, 법원은 노동조합법이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해석기준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여부는 근로기준법과는 다른 관점에서 판단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법원은 골프장 캐디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학습지 교사의 경우 종래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다가 2018년에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기 어려운 방송 연기자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보호대상으로 하는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여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위 특례에 따라 택배사업에서 집화 또는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도 법 적용대상이 되고 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 노동조합법은 근로자의 개념에 대해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학습지 교사, 자동차 판매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쟁점이 된 사건에서, 법원은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주로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택배기사와 관련된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대법원이 제시한 위 기준에 따라 항목별로 비교적 상세하게 판단하면서 택배기사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였다.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직업이 생겨나고 노무제공 형태, 대가 지급방식도 다양해지면서 근로자성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급증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계약형식을 불문하고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에게 지속적으로 경제적 종속관계에 있는지,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박근후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정률)
노동조합
택배기사
노동환경
박근후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정률)
2020-01-22
행정사건
[판례해설] 병원집단급식소 직영가산부분에 대한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의 취소 사건
서울행정법원 2016구합7351 요양급여비용환수결정취소 1. 기초적 사실관계 A의료법인은 2009. 5. 1. 설립된 의료법인으로, 그 전신(前身)은 개인병원인 A병원이다. A개인병원은 관할 행정청에 식품위생법에 따른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신고를 하고 환자들에게 급식을 제공해왔다. A의료법인 설립에 따라 A개인병원은 의료법인의 부속병원으로 전환하였고, 당해 집단급식소는 법인 전환과 무관하게 입원환자들에게 계속 급식을 제공하였다. 그런데, A의료법인에서는 집단급식소 운영자가 개인에서 법인으로 변경된 사실을 제때 신고하지 못했다. 즉, 위 집단급식소에 대하여 개인병원인 A병원 원장 명의로 행한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중단신고와 A의료법인 명의로 된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신고가 동시에 이루어졌어야 하나, 위와 같은 사실을 간과한 A의료법인은 2009. 11. 16. 뒤늦게 신고를 마쳤다. 따라서, 2009. 5. 1.부터 2009. 11. 16.까지는 A의료법인이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신고 없이 당해 집단급식소를 설치·운영한 것 같은 외관이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미신고 공백기간을 없애달라는 A의료법인의 정정요청에 대하여, 관할 행정청에서는 “집단급식소가 개인 소유에서 법인 소유로 바뀜에 따라 즉각적인 중단신고 후 설치·운영신고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다만, A의료법인은 단순히 민원서류를 늦게 신고한 것으로 보일 뿐 급식을 중단한 것은 아니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주었다. 위 공문을 받은 A의료법인은 추후 위 문제로 법적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거니 생각하였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6. 7.경 A의료법인에게 “2009. 5. 1.부터 2009. 11. 15.까지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신고를 하지 않고 입원환자 식대를 청구하였으니, 위 미신고 기간의 식대 중 직영가산 부분을 환수하겠다”며 4,300만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용의 환수처분을 내렸다. 대상판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A의료법인에 대한 위 환수처분의 당부를 다룬 것이다(서울행정법원 2016구합 7351). 2. 대상판결의 쟁점 구(舊) 국민건강보험법 제39조 제2항(현행 제41조 제3항)은 「요양급여의 방법·절차·범위·상한 등 요양급여의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였고, 보건복지부령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 제1항 [별표 1] 제6호 (다)목은 「입원환자에 대한 식사는 환자의 치료에 적합한 수준에서 의료법령 및 식품위생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에 맞게 위생적인 방법으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또한, 구 보건복지부 고시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제17장 산정기준 2항은 「입원환자 식대는 의료법 및 식품위생법에서 정한 인력·시설 기준을 갖춘 요양기관에서 환자 음식을 제공한 경우에 산정한다」고 규정하였고, 구 식품위생법 제69조 제1항은 「집단급식소를 설치·운영하고자 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A의료법인은 법인명의의 새로운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신고를 하지 않은 채 2009. 5. 1.부터 2009. 11. 15.까지 그 전신인 A개인병원의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신고에 의거 집단급식소를 운영하며 입원환자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피고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받았다. 이에 대하여 피고 공단은 미신고 기간 중의 입원환자 식대청구는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현행 제57조 제1항)이 규정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처분에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 반면, A의료법인은 착오로 법인명의의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신고를 하지 못했을 뿐 집단급식소에 대하여는 이미 A개인병원 원장명의로 신고가 이루어져 있었고 미신고 기간 중에도 입원환자에게 계속 급식이 제공된 사실이 있으니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A의료법인이 식품위생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에 맞게 위생적인 방법으로 입원환자에 대한 식대를 제공하였다고 보이므로, A의료법인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대상판결에 따르면, 구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이 식품위생법상의 인력·시설 기준을 갖춘 요양기관에서 환자 식사를 제공한 경우에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것은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입원환자에게 치료에 적합한 위생적인 수준의 식사를 제공하게 하려는 데 취지가 있는 것인데, 이 사건 집단급식소는 그 전신인 A개인병원에서 이미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신고를 하여 관할 행정청으로부터 주기적으로 현장 지도점검을 받아왔고, 새로운 운영자가 된 A의료법인은 집단급식소 직원 고용, 업무상지시·감독, 위생상태 점검, 식자재 매입 등의 업무를 직접 관장해온 것으로 보아, A의료법인이 식품위생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에 맞게 위생적인 방법으로 입원환자에 대한 식대를 제공하였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서울행정법원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은 그것이 처분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위법한 처분으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위 판결에 항소하지 아니하여 판결은 확정되었다. 4. 대상판결의 해설 :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대한 기념비적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대상판결과 유사한 다른 사건에서는 병원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을 들어준 적이 있다. 처음 개설된 B병원이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신고 없이 수개월간 집단급식소를 운영하다 뒤늦게 신고를 마쳤으나 수년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수처분을 받은 사안으로서, B병원은 개원 당시 어느 행정청으로부터도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신고를 해야 한다는 지도를 받은 바 없어 신고를 해야 함을 알지 못한 점 및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다가 수년이 지난 이제야 환수처분을 한다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 남용이라는 점을 주장하였으나 이는 인정받지 못했다(서울행정법원 2015구합 3775 요양급여비용환수결정취소 사건). 이 사건 초기인 2016년 당시 피고 공단은 A의료법인에 부당이득 환수처분을 내리는 공문에서, 위 판결문 등을 언급하며 “A의료법인이 행정소송을 제기해보았자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집단급식소는 A의료법인 설립 이전에 이미 설치·운영신고가 되어있어 행정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던 상태였고, 단순히 운영자 변경사실이 늦게 신고가 되었다는 점에서 위 유사사건과 차이가 있었다. A의료법인은 이 차이가 충분히 다퉈볼만한 차이라고 생각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것이고, 승소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은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 비용을 받기 위하여 허위의 자료를 제출하거나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관련 법령에 의하여 요양급여 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청구하여 지급받는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두3975 판결 등). 위 판례의 문구만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수처분을 받은 경우 중 과연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이 아닌 경우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처럼 처분요건에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환수처분이 취소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의료기관의 실질적인 권익구제를 위하여도 행정법원의 적극적인 개입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참고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행정법원에서 환수처분 취소의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패소사건에 대하여는 상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부당한 환수처분을 당한 의료기관으로서는 대상판결의 환수처분 취소 법리를 인지, 적극 주장할 것을 권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개원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였고 행정법원장은 국민의 권리구제를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공언까지 하였기 때문이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요양급여
환수
의료법인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8-03-13
행정사건
[판례해설] "제6회 변호사시험 로스쿨별 합격률 공개해야"
1.사건의 개요 가.원고(대한변호사협회)는 2017. 6. 22. 피고(법무부장관)에게 2017년 제6회 변호사시험의 전체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 및 법학전문대학원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에 관한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였다. 나.피고는 2017. 7. 3. 원고에게 2017년 제6회 변호사시험의 전체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은 공개하였으나, 법학전문대학원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에 관한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2항(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비공개하는 부분공개 결정을 하였다(이하 위 비공개결정 부분을 ‘이 사건 처분’, 비공개 대상 정보를 ‘이 사건 정보’). 다.이에 원고는 2017. 7. 17. 이 사건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2.대상판결의 요지 가.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법학전문대학원별 응시자 수 및 합격자 수와 관련된 통계를 작성하거나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소는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피고가 출신 법학전문대학원을 입력한 변호사시험의 응시원서를 인터넷으로 접수하여 관리하고 있고, 피고가 전산기기를 이용하여 이미 보유하고 있는 개개의 정보를 검색·가공하여 결과물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별다를 어려움이 없이 원고가 공개를 청구한 이 사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개연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 본안전 항변을 배척하였다. 나.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대상판결은 아래의 논거를 들어 이 사건 정보가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 즉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 내지 ‘공개하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2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정보와 같이 이미 결정된 합격자 등의 통계에 관한 사항은 변호사시험법에서 정하고 있는 피고의 시험업무의 수행과는 무관한 것이고, 이를 공개하더라도 피고의 시험업무 수행에 있어서 어떠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의 과다경쟁과 대학 서열화의 문제가 발생될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각 조항이 정보의 비공개로써 보장하고자 하는 보호법익, 즉 변호사시험 업무 수행의 공정성과는 직접적이거나 상당한 관계가 없다. ·피고는 사법시험에 대해서는 매년 출신대학별 합격자 수를 공개하여 왔다.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별로 교육이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로 기여할 수 있고, 법학전문대학원의 공정한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며, 낮은 서열로 인식되는 대학에 설치된 법학전문대학원으로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통해 교육과정의 우수성을 입증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기존에 형성된 대학 서열이 그대로 고착화되는 결과를 방지할 수도 있다. 결국 대상판결은 이 사건 정보가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이를 공개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피고는 대상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상태이다. 3.해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는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고,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2항은 “법무부장관은 채점표, 답안지, 그 밖에 공개하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조항들을 처분사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피고의 변호사시험에 관한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하는 경우로, 비공개함으로써 보호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 이익과 공개로 보호되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 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두19021 판결 등)라고 판시하고 있고, 특히 시험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인지 문제되는 경우 “정보공개법 및 시험정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입법취지, 당해 시험 및 그에 대한 평가행위의 성격과 내용, 공개의 내용과 공개로 인한 업무의 증가, 공개로 인한 파급효과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6두15936 판결,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두6114 판결). 변호사시험에 관한 피고의 업무는 변호사시험의 공고, 출제, 실시, 채점, 응시자별 응시제한 사항의 확인, 합격자 결정 등 변호사시험법에서 정한 피고의 시험업무라고 할 것인데,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에 관한 이 사건 정보의 공개 여부가 위와 같은 피고의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의 과다경쟁과 서열화 문제가 발생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문제와 피고의 시험업무 수행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상판결에서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이 사건 정보의 공개가 그와 같은 문제를 발생·심화시키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특히 피고는 사법시험의 경우 매년 출신대학별 합격자 수를 공개하여 왔으므로, 변호사시험의 경우에만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모순적이다. 피고는 변호사시험의 경우 사법시험과 비교하여 정보 공개에 다소 소극적인데, 사법시험의 경우 응시번호 및 성명을 기재한 합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변호사시험의 경우 응시번호만을 공개하고 있는 점, 사법시험법의 경우 “시험에 응시한 자는 당해 시험의 합격자 발표일부터 6월내에 법무부장관에게 본인의 성적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2011. 7. 25. 개정된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1항은 “시험의 성적은 시험에 응시한 사람을 포함하여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시험에 불합격한 사람은 시험의 합격자 발표일부터 6개월 내에 법무부장관에게 본인의 성적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하여 시험 성적의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 점이 그 예이다. 이러한 변호사시험의 정보 비공개와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 2015. 1. 8. 선고 2014구합13034 판결은 합격자 성명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비공개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고(이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이 항소하였으나 2015. 9. 23. 항소기각되었고, 법무부장관이 상고함에 따라 현재 상고심 계속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위 개정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1항 본문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였거나 심판청구 당시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청구인들의 알 권리(정보공개청구권)를 침해한다고 보아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5. 6. 25.자 2011헌마769, 2012헌마209, 536(병합) 결정]. 대상판결은 위 서울행정법원 판결 및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과 마찬가지로 변호사시험에 관한 정보의 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공익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국민의 알 권리가 헌법 제21조에 의하여 직접 보장되는 권리로서 현대사회에 들어 더욱 중시되고 있는 점,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모든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점(정보공개법 제3조, 제5조 제1항),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에 관한 정보의 공개가 피고의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오정한 변호사 (법무법인(유) 율촌 )
대한변호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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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합격률
오정한 변호사 (법무법인(유) 율촌 )
2018-01-24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기간제계약을 수 차례 갱신한 경우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 서울행정법원 2016. 10. 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 1. 들어가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에서는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을 2년으로 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게 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2년의 범위 내에서 기간제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판례는 기간제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기간을 정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계약의 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해고로 보아 왔다. 그리고 기간제근로계약은 2년 기간 내에 1-2회 정도 갱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런 경우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다른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 왔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 판결(서울행정법원 2016. 10. 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이하 '대상판결')은 23개월 동안 단기간(2주~6개월)의 기간제근로계약을 총 14회나 갱신(총 15회 계약체결)을 한 사안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을 일반화할 수 있는지, 대상판결의 쟁점과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현대자동차)는 휴직, 파견, 정직 등의 사유로 결원이 발생한 경우 해당 직원이 복귀하기 전까지 촉탁계약직을 임시로 채용하여 대체인력으로 투입하였다. 참가인은 2013. 2. 25. 원고와 근로계약기간을 1개월로 하는 촉탁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2주일에서 최대 6개월 단위로 총 1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자동차의 쇼바ㆍ배터리ㆍ백시트 장착 업무를 수행하였다. 참가인은 원고가 15번째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종료하고 계약갱신을 거절하자,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계약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한 것이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고는 행정법원에 재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1)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사용자는 최초 근로계약이나 재계약에서 갱신사유, 갱신횟수, 갱신한도 등의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갱신기대권의 발생을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본 사안의 경우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대상판결은 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 ② 참가인과 같은 촉탁계약직은 당초 업무공백 사유(전출, 사직, 휴직 등)가 해소되는 경우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예정되어 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는 점, ③ 촉탁계약직의 업무(자동차 쇼바ㆍ배터리ㆍ백시트 장착)가 상시적ㆍ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에 해당하지만, 당해 업무는 정규직원의 일시적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인력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점, ④ 모집공고문에 '필요시 근로계약 연장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이는 채용을 위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여 근로계약의 내용이 아니고 근로계약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재계약의무를 부담지운 것은 아니라는 점, ⑤ 촉탁계약직의 경우 근태관리만 하였을 뿐 인사평가가 실시되거나 그러한 결과가 계약갱신에 반영된 적도 없다는 점, ⑥ 촉탁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가 한 건도 없었을 뿐 아니라 참가인 역시 촉탁계약직의 최대 갱신기간이 2년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검토 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관련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고, 다수의 판례들 역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일부 판결은 "다른 나라의 입법례처럼 기간제 근로계약의 재체결에 정당한 객관적 사유의 존재를 요구하거나 기간제근로계약의 반복적 체결이 가능한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법 시행 이후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결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반면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하여,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간제근로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기간제법 시행을 이유로 갱신기대권이 부정된다면 기간제법 입법목적에 반한다는 점, 갱신기대권 이론은 기간제법과는 달리 기간제근로자의 신분은 유지하면서 사용자에게 갱신의무만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는 견해가 많다. 나. 대상판결에서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판례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와 관련하여 "①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②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 판결에서도 2-3회 정도 계약을 갱신했다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경우가 있었으나, 대상판결과 같이 단기간의 계약을 총 14회나 갱신한 경우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상판결은 비록 갱신의 횟수는 많았으나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서 계약갱신에 대한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취업규칙에서 계약기간 만료시 당연퇴직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 업무가 상시적이고 계속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업무의 객관적 내용 뿐 아니라 당해 업무에 인력을 충원할 필요성이 한시적인지 여부도 함께 고려하여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다만, 참가인이 피고 관리자로부터 열심히 일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점, 사원 모집공고에서도 '근로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둔 점, 명시적으로 촉탁계약직과의 총 사용기간이 2년 이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은 점, 촉탁계약직의 업무 자체가 상시적ㆍ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라는 점 등 갱신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는 요소도 상당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항소심에서의 판결이 엇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상판결에서는 촉탁계약직에 대해 계속적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인사평가제도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갱신기대권 부정의 이유로 보았으나, 인사평가제도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과 갱신기대권 인정과는 관련성을 찾기 어렵고, 오히려 만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이러한 평가도 없이 단순 계약기간 종료만으로 계약을 거절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대상판결만을 신뢰하여 2년 범위 내에서 단기간의 기간제 계약을 반복 갱신하는 것은 법적 리스크가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대상판결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 방법을 설시한 바와 같이, 사용자는 최초 근로계약이나 재계약에서 갱신사유, 갱신횟수, 갱신한도(총 사용기간의 상한)을 명시함으로써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기간제
근로자
갱신기대권
노무
2016-11-14
행정사건
판례해설 - 조례의 효력과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
-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3두1638 판결 - 1. 기초사실 원고는 먹는 샘물 판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피고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단체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개발공사')는 지방자치법, 지방공기업법과 제주특별자치도 공사 설치 조례에 따라 제주도가 100% 출자해 설립한 지방공기업이다. 원고는 2007. 12. 15. 개발공사와 제주삼다수 판매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을 체결했다. 개발공사는 제품의 제조행위 일체를 담당하고, 원고는 판매행위를 전담하기로 하는 협약이다. 협약기간은 체결일로부터 3년으로 하고, 그 이후에는 협약에 따른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될 경우 매년 자동으로 연장되도록 했다. 원고와 개발공사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구매계획물량을 미리 정해 놓았고, 그 이후 구매물량은 매년 10월말까지 상호 협의하여 정하기로 했다. 한편, 피고는 2011. 11. 28. 도의회 의결을 거쳐, 2011. 12. 7. 제주특별자치도조례 제809호 개정 조례(이하 '개정 조례')를 공포했다. 개정 조례는, 개발공사는 먹는 샘물 사업운영을 통해 생산하는 제품의 판매ㆍ유통에 대하여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 경우 민간위탁 사업자 '선정'은 '일반입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했다(제20조 제3항). 그러면서 "이 조례 시행에도 불구하고 종전에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이 조례에 따른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는 경과규정을 두었다(부칙 제2조). 개발공사는, 경과규정 적용이 만료되는 2012. 3. 15.자로 원고에게 이 사건 협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했다. 이에 원고는, 종전에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는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2. 판결 요지 원심은 개정 조례가 무효임을 확인했다. 개정 조례 시행 이전에 이미 체결된 협약에 따른 기간 '연장'은 협약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일 뿐 사업자를 새로 '선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입찰을 거치지 않고 원고와 협약을 연장하더라도 개정 조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에 대하여는, 일반입찰로 정하도록 한 개정 조례의 법률효과를 부여하는 부칙을 제정하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런 연유에서, 실현할 수 없는 내용을 담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만일 개정 조례를 이 사건 협약에도 적용할 경우 협약상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되면 매년 협약 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원고의 재산상 이익을 제한하게 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에 해당하는 조례를 제정할 때에는 조례의 성질을 묻지 않고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는 법리(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등)를 들면서, 개정 조례의 근거법인 지방자치법, 지방공기업법 등에서 달리 위임의 근거가 되는 법률을 발견할 수도 없어서 지방자치법에 위반되는 위법이 중대하고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협약이 자동연장되기 위한 조건으로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원고와 개발공사가 2012년 구매계획물량이 협의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후에까지 이 사건 협약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대한상사중재원이, 2012. 12. 17. 원고와 개발공사 사이에 2012년도 구매계획물량이 정해지지 않아 이 사건 협약이 2012. 12. 14. 종료되었다는 중재판정을 내린 점을 거론했다. 이런 사유로 원고가 이 사건 협약에 의한 먹는 샘물 판매업자 지위를 상실하였다면, 그 원인이 개정 조례 부칙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원고가 개정 조례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먹는 샘물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회복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3. 판결의 의미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원고가 소의 대상으로 삼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처분성이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ㆍ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행위의 주체, 내용, 형식, 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제1심과 원심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처분성을 인정해 본안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개정 조례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인지에 대해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 사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2011. 12. 7. 시행되는 개정 조례 이전의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이 조례에 따른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이 부칙에 대해서는, 집행행위의 개입 없이 원고의 종전 사업자 지위를 박탈하는 규정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원고의 판매사업자 지위가 소멸하게 된 원인은 개정 조례가 아니라 개발공사의 협약 해지라는 뜻이다. 부칙의 구체적인 문언을 보면, 2012. 3. 14.까지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그 이후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이유로 2012. 3. 14.자 이후 원고의 법적 지위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형식적인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건 개정 조례의 처분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반입찰로 판매사업자를 선정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면서 부칙에서 유예의 대상으로 삼은 '종전 먹는 샘물 사업자'는 바로 원고다. 원고를 정면으로 겨냥한 조항이다. 부칙의 반대해석상 2012. 3. 15. 이후에는 원고가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판매사업자를 '일반입찰'로 정하도록 한 개정 조례에 저촉되는 듯한 외관이 형성되었다. 실제 개발공사는 개정 조례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서 정한 2012. 3. 14.의 다음 날인 2012. 3. 15.자로 이 사건 협약 해지통지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정 조례 부칙은 원고를 대상으로 하여 2012. 3. 14.까지만 종전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그 이후에는 사업자 지위를 상실시켜 원고의 법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처분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조례의 무효여부다. 개정 조례 부칙 제2조가 법률의 위임을 받은 것인지 특히 문제된다.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한다. 지방자치법 제22조는 더 구체화하여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와 같은 조례에 대한 위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포괄위임으로 족하다고 한다. 조례의 제정권자인 지방의회는 선거로 구성된 지역의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주민 대표기관이다.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에 비춰 볼 때 조례제정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조례에 대한 법률의 위임은 법규명령에 대한 법률의 위임과 같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할 필요가 없으며 포괄적인 것으로 족하다고 본다(헌법재판소 1995. 4. 20. 선고 92헌마264결정 등). 조례에 대한 위임은 포괄위임으로 충분하다고 하여 법률의 위임이 불요하다는 의미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며(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 확고한 판례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등 참조). 조례가 법률의 위임을 받았는지는 조례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포괄위임으로 족한 경우에는 법률의 명시적 위임이 없어도 관련 관련 법령을 종합해 위임의 근거가 발견된다고 하여 근거가 비교적 쉽게 인정된다. 반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에 대해서는 보다 까다롭게 법률의 위임여부가 판단된다. 권리제한 혹은 의무부과로 판명되는 조례라면, 명시적인 법률의 위임이 없는 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될 여지가 많다. 결국 조례의 실질적인 내용에 따라 법률의 위임을 받았는지가 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 대한 명시적인 법률의 위임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방의회가 법률의 위임을 받지 않고 개정 조례 부칙을 제정한 이유를 추측해보면, 이 사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원고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부여하는 시혜적인 내용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개정 조례가 시행됨으로써 수의계약으로 얻은 종래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지만 예외적으로 그 지위를 더 연장하는 유예조치를 취하였다는 인식일 수 있다. 이처럼 경과조치를 수익처분으로 생각하는 배경에는 수범자의 신뢰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지방의회 인식의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 특정 규율에 의해 발생한 법률관계는 어디까지나 그 규율에 따라 파악되고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 즉 과거의 사실관계가 그 뒤에 생긴 새로운 법령에 따라 판단되지 않는다는 신뢰보호원칙은 법치국가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는 헌법상 원칙임에도 쉽게 간과된다. 물론 모든 수범자의 기대 내지 신뢰가 권리로서 보호되지는 않지만, 규율의 변경은 종전 신뢰에 터잡은 이익과 권리를 제한한다는 속성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례와 같은 자치입법을 제정 변경할 때 원고와 같은 기득권자가 이미 누리고 있는 신뢰이익이 쉽게 무시되곤 한다. 이 사건에서도 개정 조례 부칙조항이 효력을 부인당하지 않으려면, 원고와 같은 종전 판매사업자가 종래 누리고 있는 법적 지위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했다.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와 같이 특정 날짜를 기준으로 종전 법적 지위를 곧바로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종전 지위를 유지하거나 잃게 되는 요건을 심사하여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과 같은 과도기적 단계를 마련하는 방법이 더 적절할 것이다. 마지막 쟁점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 인정 여부다.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결정적인 원인은 원심 선고 이후에 있었던 중재판정이다. 원고와 개발공사는 이 사건 협약상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해결하기로 합의했고, 2012. 12. 17. 이 사건 협약의 효력에 대한 중재판정을 받았다. 원고와 개발공사 사이에 2012년도 구매계획물량이 정해지지 않아 이 사건 협약은 2012. 12. 14. 종료되었다는 판정이 났다. 원고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 대해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회복한다고 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2012. 10. 31. 원심 변론이 종결되고 같은 해 12. 12. 판결이 선고된 이후, 2012. 12. 17. 내려진 중재판정으로 새로운 사실관계가 창출된 것은 아니다. 2012년 10월 말까지 구매물량에 대한 협의가 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협약은 이미 더 이상 연장되기 어렵게 되었다. 중재판정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원고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서 규율하는 '종전 먹는 샘물 사업자'의 지위를 상실한 이상, 위 부칙의 효력을 다툴 이익이 사라진 것이다. 행정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에서, 행정처분이 위법하여 무효확인 또는 취소 판결을 받더라도 그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다만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더라도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5001 판결 등). 이 사건에서 기존 먹는 샘물 사업자의 지위를 잃은 원고에게는,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를 확인받음으로써 되찾을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있지 않았다. 원고가 소를 제기해 다투면서부터 구매계획물량에 대한 합의가 쉽게 되지 않으리라는 점은 예견되었을 것이다. 원고로서는 개정 조례의 효력을 다투는 것과 동시에 협약이 자동 연장될 수 있는 조치를 함께 취할 필요가 있었다.
제주삼다수
조례
지방공기업
2016-08-08
행정사건
판례해설 -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고 있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정보공개청구
- 서울고등법원 2015. 12. 8. 선고 2015누54256 판결 1.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 관리하고 있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라도 공공기관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정보의 성질이 훼손될 우려가 없는 이상 정보공개청구권자가 요구하는 대로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청구인에게 공공기관을 방문하여 직접 해당 정보를 열람, 수령하라는 통보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5. 12. 8. 선고 2015누54256 판결). 2. 사안을 살펴보면, 청구인은 남양주시 소속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 남양주시장에게 전자문서화되어 있지 않은 정보인 무기계약근로자 피복비 구매내역 증빙서류를 '전자파일' 형태로 공개할 것을 청구하였으나, 남양주시장은 청구인에게 사무실에 직접 방문하여 해당 정보를 열람, 수령하라고 통보하였다. 청구인은 위 통보를 정보공개거부처분으로 보고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심은, 공공기관은 항상 청구인이 요구하는 방법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위 판시와 같은 이유로 제1심을 취소하였다. 3. 대법원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라 한다) 등의 규정을 종합하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자가 공공기관에 대해 정보의 사본 또는 출력물의 교부의 방법으로 공개방법을 선택하여 정보공개청구를 한 경우에 공개청구를 받은 공공기관으로서는 원칙적으로 청구인이 선택한 공개방법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여야 하고, 공개방법을 선택할 재량권이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두8050 판결, 2004. 8. 20. 선고 2003두8302 판결 등). 4. 한편,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에 관하여는 정보공개법 제15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바, 공공기관은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에는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정보의 성질이 훼손될 우려가 없으면 그 정보를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공개할 수 있다. 위 규정에 비추어 보면,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에 공공기관이 청구인이 요구하는 방법에 따라 해당 정보를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공개해 줄 것인지 여부는 공공기관의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 판결은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를 전자문서로 변환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 청구권자가 요구하는 대로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정보공개 방법의 선택에 관한 공공기관의 재량권 행사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5.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청구에 따라 새로 정보를 생산하거나 가공하여 제공할 의무를 공공기관에 부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이미 관리하고 있는 문서 등에 기록된 사항을 공개할 의무만 부과하고 있는 것이지만,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를 단지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지우는 것은 새로운 정보의 생산 또는 가공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6. 결론적으로 이 사건 판결은 정보의 전자적 공개에 관한 정보공개법 제15조 제2항의 취지를 명백히 밝혀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라도 국민이 전자적 형태로 손쉽게 취득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공개법의 입법취지를 잘 구현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공개청구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201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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