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엘 l Return To The Forest
logo
2024년 5월 14일(화)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형사일반
간부
검색한 결과
4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형사일반
[판례해설] ‘교통 통제된 도로에서 진행된 시위’에 참가한 사람에 대한 일반교통방해죄 적용 문제
-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 - 2015. 11. 14. 서울광장 등에서 ○○노동조합총연맹은 총53개 시민ㆍ사회단체들과 함께 사전 집회를 진행한 후 같은 날 16:00경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여 본 집회인 ‘민중총궐기 대회’를 진행하기로 계획하였다. 이에 따라 사전 집회를 진행한 후 사전 집회에 참가하였던 집회참가자 총 68,000여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본 집회를 개최하겠다며 태평로 일대를 점거한 채 광화문 광장 쪽으로 행진하다가 금지 통고된 행진임을 이유로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하였다. 피고인은 ○○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노조 ○○지회 간부인데, 2015. 11. 14. 15:00경부터 16:00경 위 사전 집회로 인하여 이미 경찰 차벽으로 차단된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위 사전 집회참가자들에 합류하여 위 도로의 차로를 점거하여 위 사전 집회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육로를 불통하게 하는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① 이 사건 집회 참가자들이 아직 행진을 개시하기도 전에 경찰의 차벽 설치로 인해 태평로에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집회 참가 행위로 인해 차량이나 사람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어 인과관계가 없고, ② 피고인이 이 사건 집회에 참가한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의 행위태양인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은 비록 경찰이 당시 차벽을 설치하여 도로를 통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 등 집회참가자들이 신고된 행진경로를 현저히 벗어나 진행함으로 인하여 초래된 결과이므로, 피고인 등 집회참가자들의 행위와 교통방해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일반교통방해죄가 교통을 방해하여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태양은 ‘기타의 방법’에 포섭될 수 있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고지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미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의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시키지 않고, 또한 승계적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는 확립된 법리에 따라 다른 집회참가자들의 도로점거가 완료된 이후에야 시위에 합류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행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여,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 시위대에 합류하였다거나 사전에 공모가 없었다고 해서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 이유는 적절하지 않지만, 피고인에 대하여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항소심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먼저 경찰의 차벽으로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의 도로점거가 교통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면, 이에 관하여 항소심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대법원은 1심과 같이 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함)에 따라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 또는 시위라고 하더라도 당초에 신고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거나 집시법 제12조에 따른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종래 일반교통방해죄는 집회·시위 참가자를 처벌하는 대표적 조항으로 활용되어 왔는데, 본 판결에서도 기존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하는 대법원의 입장은 변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교통방해죄의 공동정범 성립 문제를 살펴보면, 이에 관하여 항소심은 승계적 공동정범의 법리를 인정하지 않는 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행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반교통방해죄에서 교통방해 행위는 계속범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교통방해의 상태가 계속되는 한 이미 다른 참가자들에 의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만,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에 비추어 피고인과 기존 집회참가자 사이에에 공모 사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결론에서는 항소심과 동일하게 되었다. 피고인의 ② 주장에 대해서는 1심 판결 이후 특별히 다투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헌법재판소가 2010. 3. 25.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형법 제185조의 ‘기타 방법’이라는 구성요건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고,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은 과잉입법으로도 볼 수 없다는 합헌결정에 기인한다. 현재 집회참가자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아닌,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교통방해죄의 행위태양이 광범위하여 쉽게 적용될 수 있고, 또 법정형이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있어 현행범체포 뿐만 아니라 손쉽게 긴급체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통의 보호라는 법익 못지않게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 보장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집회 참자가들을 손쉽게 일반교통방해죄로 의율하여 처벌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이므로, 보다 신중하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입법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일반교통방해죄와 구성요건이 유사하지만 ‘기타 방법’이라는 일반조항이 사용되지 아니하고, 독일의 경우도 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이 구체적이고 상세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입법례를 참조하여 우리나라의 일반교통방해죄도 구성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일반교통방해
시위
교통방해죄
집회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8-02-02
형사일반
[판례해설] '돈 봉투 만찬’에서 제공된 음식물은 수수 금지 금품이 아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2. 8. 선고 2017고합608 부정청탁및금품수수등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 - 1. 사건의 개요 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인 피고인은 자신이 본부장으로서 지휘한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종결하고 그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특별수사본부 간부 7명 전원과 법무부 검찰국 간부 3명이 참석한 만찬을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에서 주재하면서, 참석한 법무부 검찰국 과장 2명(모두 서울고등검찰청 부장검사이다)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현금 100만 원씩이 들어 있는 봉투를 건네고, 1인당 95,000원 상당의 식대를 결제하였다. 나. 위 만찬은, 피고인이 특별수사본부 간부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법무부장관 부재중에 고생을 많이 하였다.”며 법무부 검찰국장과 검찰과장 2명을 초대하여 이루어졌는데, 격려금은 특수활동비에서 지급되었고, 식대는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결제되었다. 다. 피고인은 공직자 2명에게 각각 1회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109만 5,000원 상당의 수수 금지 금품등을 제공하여 청탁금지법을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2. 이 사건의 쟁점 제공된 음식물이 수수 금지 금품등 예외사유인 ‘상급 공직자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등에게 제공하는 금품등’(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에 해당하는지, 더 구체적으로는 피고인이 ‘상급 공직자등’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다(청탁금지법은 제2조 제2호에서 ‘공직자등’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을 뿐 ‘상급 공직자등’에 대하여는 따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3. 대상 판결(무죄)의 내용 가. 제공된 금품의 종류나 제공 형태 등에 따라 각별로 수수 금지 금품등에 해당하는지를 따져 수수 금지 금품등의 가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과 위 검찰과장 2명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으므로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의 상급 공직자와 하급 공직자에 해당하며, 피고인은 하급 공직자인 위 검찰과장 2명에게 위로·격려 등의 목적으로 음식물을 제공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음식물은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에 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한다. 다. 위 음식물(식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 즉 금전(격려금) 부분은 그 액수가 각 100만 원을 초과하지 않아 청탁금지법 제22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피고인은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지방검찰청 검사장)로서 서울고등검찰청 부장검사 겸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인 위 2명보다 직급상 상위자임은 분명하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인 피고인과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은 직무상 명령·복종관계에 있지는 않다. 검사는, 하급 공직자와 직무상 명령·복종관계에 있는 직급상 상위 공직자만이 위 예외사유에서의 ‘상급 공직자’라는 전제 하에, 피고인은 위 예외사유의 ‘상급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한 것이다(참고로, 청탁금지법의 소관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상급자와 하급자는 원칙적으로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는 관계이므로 위 예외사유는 같은 공공기관 소속 및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는 공직자 사이에서 성립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설하고 있다). 대상 판결은 ① 검사는 1∼2년 주기로 검찰청 간의 전보나 겸직, 타기관 파견, 복귀 등의 인사이동을 하고 있는 점, ②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은 법무부장관 소속인데 특히 법무부 근무 검사들은 일선 검찰청 검사로 겸직을 하고 있는 점(이 사건에서도 그러하다), ③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상 법무부 검찰국의 분장사항이 일반적인 검찰 업무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과 위 검찰과장 2명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으므로, 피고인이 위 예외사유에서의 ‘상급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소극적 구성요건인 위 예외사유를 문언의 본래적 의미를 벗어나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유추하거나 확장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될 수 없는데, ① 상급의 사전적 의미는 ‘보다 높은 등급이나 계급’을 의미하는 점, ② 청탁금지법의 모태가 된 공무원 행동강령뿐 아니라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공무원 징계령 등 다수의 법령에서 상급자, 하급자의 개념에 직무상 명령·복종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는 점, ③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의 예외사유가 ‘상급 공직자와 하급 공직자’의 관계 외에 ‘위로·격려·포상 등’이라는 목적상 제한을 두고 있어 ‘상급 공직자’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더라도 위 예외사유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가 몰각되지는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대상 판결의 판단은 충분히 수긍할만하다. 대상 판결은 위 예외사유에서의 ‘상급 공직자’를 직무상 명령·복종관계는 없더라도 같은 조직에 속하여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는 상급자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비교적 넓게 해석한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충실하게 따른 판결이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청탁금지법
돈봉투
국정농단
금품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01-15
금융·보험
형사일반
판례해설 - 최근 조직적 금융사기 범죄에 대한 처단
- 서울 중앙지법 2015고합974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 □사건개요 투자 자문 회사인 이솜투자자문 주식회사의 실질적 대표인 송00등 회사 간부5명이 "해외 선물투자를 통해 원금과 매월 약 2.5% 상당의 투지 수익금을 보장하겠다"는 원금보장문구가 명시된 투자일임계약서, 이면계약서를 이용하거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손실이 난 적이 없음을 강조하는 방법 등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하여, 2015. 3경부터 2015. 8경까지 사이에 투자자 2,993명으로부터 합계 138,031,000,000원을 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사안으로, 실질적 대표인 송00은 징역 13년, 다른 간부들에 대하여는 징역 4~7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아울러 피해액 배상을 명함. □판결 요지 원금 및 이자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실현 불가능한 거짓이라고 인정한다. 조직적으로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선순위 투자자들에 대하여 원금 및 이자를 제때 지급한 것처럼 모양을 가춘 것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을 이용하여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숨투자자문은 합법적인 금융기관을 가장한 유사금융사기단체였다. 피고인 송○○등은 투자자문업 및 투자일임업의 등록이 되어 있던 미도투자자문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숨투자자문을 '우회등록' 하였다. 피고인 송○○와 조○○가 이미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거나 자본시장법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임원 및 대주주가 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피고인 안○○을 명목상 대표이사로 내세우고, 주식 대부분을 피고인 송○○ 가족들의 명의나 가장납입에 의한 방법으로 취득하였고, 피고인 조○○는 '이한영'이라는 가명을 쓰는 방식으로 불법성을 감추었다. 회사의 얼굴로 장시영 등 이름이 알려진 전문가를 내세웠고, 언론사기자들에게 청탁하여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홍보영상을 제작하거나, 리치아카데미를 통하여 투자기법을 강의하기도 하고, 한국골프대학(KGU)과 산학협약MOU를 체결하는 등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밖에 없는 외관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이미 많은 위법성을 안고 있던 계약서들은 제대로 설명되지도, 지켜지지도 아니하였고, 트레이더들은 전문가들이 아니었으며, 유사수신범행을 통해 투자금을 모집· 예탁받은 이숨프라임계좌는 편취금을 빼돌리기 위한 '밑 빠진 독'이었다. 투자금은일부만이 해외선물거래에 사용되었고, 수익금은 후순위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원천으로한 '돌려막기'로 지급된 것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그럴 듯해 보이는 거대한 연극무대의 뒤편에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무대장치들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이 인정 된다 □해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들이 동원한 최첨단 투자 기법에 의한 이익 창출 선전 행위에 대하여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이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로 이숨투자자문 소속 트레이더들이 거래한 내역, 투자자들이 회사가 제공한 '프라임시스템'을 통하여 확인한 거래내역이 실제의 해외선물거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였고, 나아가 투자금을 혼합 관리한 것에 대한 평가, 투자금의 사용처, 투자금 모집과정에서 홍보?설명한내용(원금보장약정의 인정 여부)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기망행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들은 이숨투자자문의 사업 내용은 기망행위가 아니며 이숨투자자문이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홈트레이딩시스템인'뉴 프라임시스템' 혹은 '프라임퓨처스'가 보여주었던 거래내역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없고, 위 프라임시스템은 증권회사의 해외선물계좌와 실제로 연동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투자금이 선순위 투자자 혹은 리치파트너 투자자들에 대한 수익금 지급 및 투자금 반환을 위한 이른바 '돌려막기'에 사용되었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고,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바람에 투자금의 구체적인 운용방법과 사용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변소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위 변소를 받아드리지 아니하였다. 한 동안 다단계 판매 사기 행위가 성하다가 다단계의 실상이 어느 정도 알려지고 나서 사람들의 경계심이 높아지자 보다 차원 높은 집단사기 형태로 등장한 것이 금융사기 범죄이다. 선진 금융기법이란 선전을 앞세워 교묘하고 조직적인 설득으로 금융지식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들을 현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우선 일반인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 기법을 도입한 것처럼 선전을 하면서 원금은 물론 고율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약속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다. 먼저 투자자로 나선 사람들에게는 약속한 이자를 제때 지급하여 신뢰를 얻고 투자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뒤를 이어 투자자들이 모여 든다. 나중에 투자 받은 금원은 선 투자자들의 이익 배당으로 충당하는 방법으로 어느 시기까지 유지되다가 어느 단계가 되면 필연적으로 지급 불능사태에 빠지게 된다. 그동안 범인들은 투자금중 상당한 부분을 빼돌려 이익을 챙겨놓는다. 최근의 금융사기 범죄는 우선 고도의 조직력과 전문 지식, 국제적 금융 네트웍을 이용하는 기동성 등으로 인해 수사 기관이 사전에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 투자금 모집 행위가 진행되다가 어느 단계에서 원금과 이자를 받지 못하게 된 피해자가 문제 삼은 시점에서 비로소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경우에도 국제적 불경기, 금융 위기, 투자 위축 등 주변 사정으로 투자 영업이 원만치 못하였다고 변소하며 기망의 고의를 부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전에 치밀한 변소 자료까지 준비해놓는 경우도 있어 수사 진행을 어렵게 한다. 나아가 어느 단계부터 투자자를 피해자로 인정할 것인지 명확치 아니하고 대량의 피해자를 상대로 피해 정도를 확인하는 절차도 쉽지가 않다. 이런 행위는 더 큰 돌려막기를 위한 새로운 범행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범행을 통해 편취한 자금으로 이전 사건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합의 내용은 유리한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번 판결은 최근 금융 사기 조직의 범행 행태를 비교적 상세하게 분석하고 엄벌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투자
사기
금융사기
2016-05-10
형사일반
판례해설 - 부작위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의 성립 여부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세월호 사건) 배가 기울어 침몰될 위기 상황에서 승객들에게는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내보내고 여타 선원들과 함께 먼저 배에서 내린 세월호 선장에 대하여 부작위 및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고, 나머지 간부 선원들에 대하여는 살인죄 대신 유기치사죄를 인정한 광주고등법원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작위범의 내용을 부작위에 의하여 실현하는 부진정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위의무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고, 나아가 그 부작위가 작위와 동등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에 있어서 그 전제가 되는 작위의무 및 부작위가 작위와 동등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 내지 기준으로 피해자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 대처하여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고, 피고인이 그와 같은 상황을 지배하고 있어 작위의무의 이행으로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한편, 고의는 인식이나 의사의 정도에 따라 목적이나 계획에 의한 1급 고의, 구성요건이 실현되리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행위를 한 2급 고의, 구성요건의 실현 여부가 불확정적인 미필적 고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중 미필적 고의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였다는 점에서는 인식 있는 과실과 같으나, 양자는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지 여부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 통설이자 판례이다. 어떠한 경우에 예견된 결과 발생을 용인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판단기준으로 제시된 것이 프랑크의 표식이다.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결과가 확실히 발생하는 것이라고 가정하였을 때 본인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하여 "그렇게 되더라도 나는 하겠다"고 한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래 대법원은 살인죄에 있어서의 고의에 관하여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되는 것이라고 판시하여 왔다. 이로써 마치 대법원이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예견하는 것만으로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그 사안들은 칼로 피해자의 목이나 간과 같은 치명적인 부위를 강하게 찌른 경우와 같이 충분히 확정적인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부진정부작위범의 고의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 작위의무를 가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그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을 예견하고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하면 족하고, 이러한 예견 또는 인식 등은 불확정적인 경우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살인죄에 있어서도 결과 발생을 용인하였을 때 미필적 고의가 인정됨을 분명히 밝혔다. 세월호 선장에 대하여는 대법관 전원 일치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반면, 1, 2등 항해사 및 기관장의 경우에는 선박의 총책임자인 선장과는 달리 사태를 지배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그들의 부작위를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기의 고의를 넘어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선장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수의견이 살인죄 대신 유기치사죄를 인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소수의견은 1, 2등 항해사의 경우에는 비상상황에서 선장을 보좌하여 선원들을 지휘하고 유사시 선장의 직무를 대행할 책임을 지고 있어 승객 등의 생명을 보호할 법적 지위와 작위의무에 있어 선장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사고 당시 선장이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었으므로 선장의 직무를 대행할 책임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시점부터는 선장을 대행하여 대피명령을 할 권한과 책임이 있었음을 이유로 선장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암묵적으로 공모 가담한 공동정범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선장의 경우 세월호가 복원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해경 구조대가 도착하여 더 이상 승객 등의 퇴선을 미룰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선내대기를 해제하지 아니한 채 자신이 먼저 퇴선하였을 뿐만 아니라 해경에 선내 대기상황을 알리지도 않는 등 승객 등의 사망을 바라지 않는 선장이라면 도저히 취할 수 없는 행동을 하였다는 점에서 그러한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1, 2등 항해사의 경우에는 그들이 선장의 지휘 감독을 받는 위치에 있었고, 당시 선장이 조타실에서 엔진정지를 지시하고 구조대와의 교신상황을 주시하면서 선내 대기 안내방송을 지시하는 등 선장으로서의 권한을 실제로 행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승객 등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누군가를 살해하려 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심리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계획적인 모살의 경우가 아니라면 행위 당시 살의가 있었는지는 그 행위자 스스로도 뭐라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 때문에 작위에 의한 살인에 있어서도 공격 부위와 정도, 사용된 흉기 등 도구의 종류, 범행의 동기, 사후 행동 등 겉으로 드러난 정황에 비추어 살의의 유무를 규범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경우에는 살의의 유무를 판단할 위와 같은 직접적인 정황들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그 부작위가 살인과 같은 것으로 평가되어야 하는데, 양자의 판단 모두 매우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각기 제시한 판결이유만 놓고 보면 양자 사이에 판단의 전제가 된 사실인정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제가 된 사실인정의 차이라기보다는 부작위 및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함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고민이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부진정부작위범
살인죄
2015-11-23
1
banner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대법원 "일용근로자 월 근로일수, 22일 아닌 20일"
판결기사
2024-04-25 11:44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