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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공동정범 성립 가능성 여부를 중심으로
- 대법원 2018도7658 해설 - Ⅰ. 사건의 개요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17세 소년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18세 소년은 소위 캐릭터 커뮤니티를 통하여 알게 된 사이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은 평소 살인, 사체 해부, 인육 등을 소재로 한 영화, 소설에 관심이 있었고, 18세 소년이 손가락, 폐 등과 같은 신체의 일부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을 위하여 실제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그 구체적인 계획을 공모하여 당시 7세 초등학생을 유인하여 목 졸라 살해 후 사체를 훼손하고 손가락, 폐, 허벅지살을 18세 소년에게 전달한 사건이다. Ⅱ. 1심 법원의 판단 1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하여 시체 일부를 건네주기까지의 과정을 공모하거나,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쟁점으로 보고 이를 입증하는데 주력하였다. 1심법원은 ①17세 소년 범행의 동기와 목적이 특정 신체 부위인 손가락과 폐 등을 구하여 18세 소년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인 점, ② 17세 소년 진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구체화되고 그에 따른 18세 소년의 관여 정도가 점점 높아지기는 하나, 17세 소년 자신에게도 불리할 수 있는 범행 내용을 진술하거나 18세 소년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진술 번복의 동기나 경위를 수긍할 수 있는 등 신빙성이 있는 점, ③ 반면 18세 소년 진술은 이 사건 범행 이전 및 범행 당일 17세 소년과의 통화내용, 당일 저녁 17세 소년으로부터 피해자의 사체 일부를 건네받은 이후 헤어질 때까지의 대화내용 등 이 사건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일관성이 없거나 불분명하고 그 변소나 언행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18세 소년과 17세 소년 사이의 ‘공모사실’을 인정하고, 또한 18세 소년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도 인정하여 18세 소년에게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Ⅲ.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법원은 1심판결과 달리 17세 소년의 진술을 신빙성을 부정함과 동시에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공모공동정범에서 요구되는 공모(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정하고 18세 소년에게 살인방조죄만을 인정하였다. 원심법원은 ①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관계가 이해관계에 있다는 점 즉 18세 소년의 공모·지시 여부가 17세 소년의 선고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사실을 과장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 ②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이 사건 발생 약 일주일 전부터 이 사건 범행의 대상, 방법, 장소, 시간 등에 대하여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그 내용에 대해 공모가 인정될 만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지시한 범행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대상으로 하였던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의 구체성을 가진 것이었는지에 대해 질문이 있었던 이상, ‘허구적인 상황으로는 보기 힘든, 실제의 범행을 계획 또는 지시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해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판단하면 17세 소년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③ 17세 소년은 자신이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18세 소년에게 술 잘 마시는 30살 등으로 자신의 실제 나이를 속이고 18세 소년을 만나왔으며, 다른 트위터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5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30살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연장자로 보도록 가장하여 왔으며, 자신의 신분을 30살의 성인인 척 꾸미고,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하며 고어(gore)물에 심취하여 잔인한 얘기도 서슴지 않고 해왔던 17세 소년 성향을 고려할 때, 가상의 역할극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려 17세 소년이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점, ④ 'J'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경위 및 피고인들의 위 대화 당시의 의도 및 표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잔인한 성격을 가진 'J'라는 인격을 새로 만들어 내거나 유도한 것도 아니고 17세 소년 스스로 자신을 다르게 봐주는 것을 원했던 것에 18세 소년이 응답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내고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도록 지시 내지 공모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⑤ 18세 소년이 주도적·적극적으로 먼저 17세 소년에게 사람을 죽여 폐와 손가락 등을 가져다 달라고 한 것이 아니고, 17세 소년의 살인 의도가 나타나는 가정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응하였던 것에 불과하여 18세 소년이 실제 사람의 폐와 손가락을 얻기 위해 17세 소년에게 살인을 주도적으로 지시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서 17세 소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원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살인을 지시하였다고 하는 대화내용 및 그 정도, 이 사건에서 실제로 17세 소년이 실행한 살인과 위 대화내용 간의 연관성, 각 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만나게 된 당시부터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대화내용의 의미와 맥락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각 소년들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눌 때까지는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의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여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Ⅳ. 대법원 판단 각 소년들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눌 때까지는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의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여 상고를 기각함으로서 원심을 확정하였다. Ⅴ. 본 사건 원심과 대법원 판결의 함의 본 사건 원심과 대법원 판시는 공모공동정범 성립에 있어서 필요한 ‘공모’ 그리고 ‘공동가공의 의사’ 법리를 정확하게 설시한 판결로 매우 의미가 있다. 원심판례는 ①‘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를 구별하여 설시하였고, ②‘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 증명에 방법에 대하여 설시하고 난 뒤 ③ 합리적 의심을 넘은 증명이 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여 판단을 내리고 있다. 원심은 공모공동성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2인 이상의 사람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공모’를 하고 이에 따라 범행을 실행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여기서 요구되는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록 전체적인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 실행행위에 직접관여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다시 주관적 요건으로 ‘공동가공의 의사’ 즉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의사”가 있음이 요구 되며, 객관적 요건으로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 즉 ‘공동가공의 사실’이 있어야 하며, 공동가공의 사실은 범죄에 있어서 지위·역할이나 범죄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야 인정되어야 한다. ‘공모’ 혹은 ‘공동가공의 의사’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1) [각주1]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또한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각자의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상호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며, 그와 같은 입증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2) 판시하고 있다. [각주2] 대법원 2005. 3. 11.선고 2002도5112 판결 등 참조 본 저자는 본 사건의 1심 판결이 있고 난 뒤 2017년 10월 24일 판례 해석을 통하여 ‘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는 구별되며, 또한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을 논증한 후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사이의 ‘공동가공의 의사’ 성립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우연의 일치일까? 원심과 대법원이 공모공동정범 성립에서 혼동하기 쉬운 ‘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를 구별하고 공동가공의 의사(혹은 공모)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이에 대하여 판시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타당하다고 생각한다.3) [각주3] 원심에서는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여 ‘공모’를 부정한 것으로 보이나, 대법원의 경우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야 한다.” 라고 하여 공동정범의 법리를 설명한 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서 과연 대법원이 ‘공모’를 부정한 것인지 아니면 ‘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정한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공동가공의 의사 혹은 공모 중 어느 하나라도 부정되면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지 않는 것은 명백하다는 점에서 굳이 별도의 설시를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명 ‘주교사 살인사건’에 가담한 여고생에게 우리 판례가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고 방조범을 인정한 것에 대하여 여러 논의가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담한 여고생에게 공동정범에서 요구되는 ‘공동가공의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은 본 사건과 같이 방조범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4) [각주4] 대법원 1982. 11. 23. 선고 82도2024 판결. 본 판례에서도 보듯이 ‘공동가공의 의사’와 방조범 성립요건으로 ‘정범의 의사’는 다르기 때문에 가담한 여고생에게 ‘정범의 고의’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다고 평가하는 어렵다. 종래 공모공동정범 성립여부를 판단할 때 다수의 판례는 “ ~ 라는 이유에서 공모가 부정된다.” 라고 판시하면서 그 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모’ 그리고 ‘공동가공의 의사’그리고 ‘공동가공의 사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공모’가 부정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본 사건을 개기로 본 사건에서 공모공동정범이 부정되는 이유를 설시할 때 통합적 판단을 통해 “~ 라는 점에서 공모가 부정된다.”라고 판시하는 것은 지양하고 세부적인 판단을 통해 “~ 라는 점에서 공모는 인정되나, ~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동가공의 의사가 부정된다.” 는 식으로 판시해 줄 것을 희망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살해
시신훼손
인천초등학생
살인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10-01
형사일반
[판례해설] '강아지 꼬리 절단' 사건
-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6고정763 - 집에서 강아지들을 키우던 피고인은 2016. 4. 경 작두를 사용하여 강아지 3마리의 꼬리를 잘라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혐의로 동물보호법위반죄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강아지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한 것일 뿐 학대 성향으로 인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고향에는 꼬리가 짧거나 없는 개가 있었으므로 그와 같은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법원은 ① 동물보호법 제8조 제2항은 학대 성향의 발현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바, 꼬리를 자르는 것이 강아지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는 어떠한 수의학적 근거를 찾기 어렵고, 그 방법이 수의학적 처치에 의한 아니라 자신의 작두로 거칠게 자른 것인 점 등에 비추어 학대행위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며, ② 꼬리를 자르는 것이 위법한 것은 아닌지를 더 살펴보았어야 할 텐데 그러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으므로 법률의 착오로 볼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300,000원을 선고하였다. 민법 해석상 동물을 재물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으므로, 만일 타인 소유의 강아지 꼬리를 절단하였다면 이는 재물손괴죄도 성립하게 된다. 동물보호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각각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3자가 반려동물을 해쳤을 경우 형량이 높은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되기도 한다. 이때 적용되는 형량은 재물의 가액을 기준으로 하므로 벌금형 역시 가벼울 수밖에 없는데, 반려동물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 형량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르고 동물학대 이슈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들도 일제히 가족공동체의 일부가 된 반려동물에 대해 급식소와 놀이터 공약 및 진료비 부가세 폐지 등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동물보호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생명존중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일 뿐 아니라, 동물 학대가 동물만으로 그치지 않고 사람에 대한 강력범죄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도 있으므로 향후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 보다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고, 관련 법령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아지
반려견
동물
동물보호법
반려동물
이태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2017-05-02
노동·근로
형사일반
판례해설 - 당연퇴직사유 존재는 객관적으로 명확해야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4두43806 판결 1.사건의 개요 가.원고는 해군 군무원으로서 2012. 1. 2. 업무상횡령죄와 폭행죄 등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2012. 1. 12. 확정되었음. 나.해군참모총장은 2012. 5. 3. 원고에게 위 범죄사실이 품위유지의무위반, 청렴의무위반, 공정의무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감봉 3월의 징계처분을 하였음. 다.해군참모총장은 2013. 11. 11. 원고에게 군무원인사법 제27조에 따라 유죄판결 확정일인 2012. 1. 12.로 소급하여 당연퇴직되었음을 통지함. 라.이에 원고는 2014. 1. 6. 군무원인사법 제27조, 제10조 제3호,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6의2호(이하 ‘이 사건 각 조항’)가 군무원의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한 ‘형법 제355조 및 제356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로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자’라 함은 횡령죄나 업무상횡령죄 또는 배임죄나 업무상배임죄(이하 통칭하여 ‘횡령죄등’)만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자에 한정되고, 횡령죄등 이외에 다른 죄와 실체적 경합범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군무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함. 마.제1심 법원은 2014. 6. 19.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함. 2.원심 법원 및 대법원의 판단 가.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심과 달리, 업무상횡령죄와 폭행죄 등이 경합하여 5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것은 이 사건 각 조항이 정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데,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 이 사건 각 조항 소정의 필요적 당연퇴직사유를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횡령죄등만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 업무상횡령죄의 양형은 단순히 횡령금액의 차이만으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인데, 원고의 횡령행위는 군무원으로서 책임을 저버린 것으로 그 죄질이 나쁘고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고의 횡령금액이 많지 않다 하더라도 원고가 업무상 횡령죄만으로 300만 원 미만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조항이 정한 당연퇴직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 이 사건 각 조항은 공무원의 금품 관련 비리를 근절·예방하기 위하여 공무원으로 재직 중 직무와 관련하여 횡령죄등으로 일정한 형벌을 받은 경우를 공무원의 임용결격 및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한 것이므로, 임용결격 및 당연퇴직사유 해당 여부는 횡령죄등만에 대한 선고 형량이 분명하게 구분될 수 있을 때에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 횡령죄등이 다른 일반 범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공소제기된 경우 형법 제38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예외를 인정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이상 경합범 중 횡령죄등만을 분리 심리하여 그에 대해서만 형을 따로 선고할 수는 없다. - 형사재판에서 횡령죄등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공소제기된 다른 범죄행위에 대하여 하나의 벌금형이 선고되어 확정된 경우, 사후적으로 횡령죄등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따져 당연퇴직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이미 확정된 형을 임의로 분리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 이 사건 각 조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인 공무원의 청렴성 확보는 징계절차 등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3.해설 공무원의 당연퇴직사유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6의2호의 해석이 문제된사건이다. 2014. 4. 8. 시행된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2(벌금형의 분리 선고)가 공무원의 횡령죄등과 다른 죄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형사사건에서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에 형을 분리하여 선고하도록 규정하였는데, 위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 횡령죄등과 다른 죄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형사사건에서 형을 분리하지 않고 3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하여 확정된 경우도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6의2호에 해당하는지 해석상 논란이 있어 온 부분을 처음으로 정리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는 판결이다. 당연퇴직제도는 결격사유가 발생하는 것 자체에 의해 임용권자의 의사표시 없이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시점에 법률상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고, 공무원관계를 소멸시키기 위한 별도의 행정처분을 요하지 아니하므로(대법원 2011. 3. 24. 선고 2008다92022 판결 참조), 당연퇴직사유의 존재는 객관적으로 명확하여야 한다. 그런데 (제33조의2가 신설되기 전)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 문언만 보면 객관적으로 명확하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어서 해석상 논란있었다(실제로 이 사건 원고는 항소심에서 위 제33조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무효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으나 배척되었다). 만일 이 사건 각 조항에서 당연퇴직사유로 정한 ‘횡령죄등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자’에 횡령죄등과 다른 죄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자가 포함된다고 해석한다면, 당연퇴직시켜야 될 정도로 비난가능성이 있는 횡령죄등의 범위를 객관적(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확정)으로 정하고자 한 취지에 어긋나게 되고, 횡령죄등의 죄질이 극히 미약하여 횡령죄등으로만 기소되었을 경우 300만 원 미만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는 자임에도 직무수행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다른 죄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사정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된 경우에도 공직에서 무조건 배제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2014. 4. 8. 시행된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2도 결국 위와 같은 부당한 결과가 발생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반성적 고려에서 신설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인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2 신설 이전에 같은 내용의 조항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입법자의 의사가 이 사건 원고와 같은 경우까지도 당연퇴직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기 보다는 미처 원고와 같은 자들이 존재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하여 생긴 법적 공백에 더 가깝다고 본다. 한편, 횡령죄등과 다른 죄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자를 당연퇴직사유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횡령죄등만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을 자가 형을 선고받기 전에 고의적으로 경미한 다른 죄를 저질러 경합범으로 함께 재판을 받아 위 규정을 회피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문제는 파면, 해임과 같은 징계 절차를 통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대상판결도 이 점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면 곧바로 공무원 신분의 박탈이 수반되므로 공무원의 법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헌법 제25조가 규정한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는 공직 취임 기회의 보장뿐만 아니라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도 포함되므로(헌법재판소 2013. 7. 25. 선고 2012헌바409 결정 참조), 이 사건 각 조항에 대한 해석은 공무담임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관점에서 이 사건 각 조항에서 정한 당연퇴직사유의 문언을 합헌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입법 미비로 인해 공무담임권을 침해당한 원고를 구제하였다는 점에서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청련위반
품위유자의무
약식명령
폭행죄
업무상횡령죄
2017-02-16
기업법무
형사일반
판례해설 - ‘폭스바겐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 변조’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1.6. 선고 2016고합684 판결 - 폭스바겐 차량의 인증 담당 이사인 피고인은 해당 수입자동차를 국내에 수입·판매하는 과정에서 배출가스·소음 인증 및 신고 절차시 자체 측정한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이하 ‘시험성적서’라 한다)를 변조하여 제출하여 인증을 받아 사문서변조, 변조사문서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대기환경보전법위반죄로 기소되었다. 법원은 “① 피고인은 회사의 인증업무 담당 이사로서 인증업무 담당 직원들이 시험성적서를 임의로 고친 사정을 알 수 밖에 없는 지위에 있었던 점, 시험성적서는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로써 피고인은 인증 업무의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담당 직원들과의 공모관계가 인정되고, ② 실제 시험을 거친 결과라는 오인을 일으키는 시험성적서 변조행위 및 배출가스 인증시험에 불합격 후 인증을 통과할 목적으로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인증을 통과하고 위 소프트웨어 설치 사실을 숨긴 행위는 위계에 해당하고, ③ 일반적으로 허위 신고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행정청이 신고에 대하여 형식적·절차적 심사가 아닌 실질적·내용적 심사를 거친 후 수리여부를 결정할 것을 예정함으로써 사실상 인·허가 등 처분의 신청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평가되는 경우 행정청이 나름대로 충분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더라도 신고내용이 허위이거나 법령의 취지에 맞지 아니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므로 변조한 시험성적서를 제출하여 인증을 받은 본건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고, ④ 또한 배출가스 인증내용 중 주요한 사항에 대해 변경을 하려면 변경인증을 신청해야 하는데 변경인증을 받지 않은 자동차 수입에 대하여 대기환경보전법위반에 대한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다만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형법상 문서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전자결재 형태로 이루어진 연비 시험성적서의 경우 사문서변조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은 배출가스 미인증 차량의 수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지 않아 이 부분에 해당하는 대기환경보전법위반의 점은 무죄”로 판단하였다. 위 사안은 미국정부가 2015년 해당 자동차 회사가 디젤 엔진 배출가스량을 조작해 판매한 정황을 포착하여 한국정부에서도 같은 내용을 조사하였고 검찰 수사를 통해 그 내용이 확인되어 기소된사건이다. 본건과 같은 기업범죄의 경우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상부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여 처벌되지 않거나 경미하게 처벌되고, 대표이사는 그러한 지시를 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변명하여 공모관계가 부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본건의 경우도 대표이사가 아닌 실무담당 이사가 기소되었다. 이 사건 피고인도 모든 혐의사실에서 범죄행위를 실행한 사실이 없고 공모관계를 부정하였는데, 법원은 직원들의 증언과 더불어 피고인의 지위·역할, 피고인이 담당하였던 업무 내용 및 변조한 사문서의 내용, 범죄행위 결과가 미치는 효과 등을 이유로 범죄행위의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나,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범행을 실행하였다고 보기 힘들고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징역 1년 6월의 형이 선고되었다. 최근 본건과 같이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는 기업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므로, 이러한 기업범죄는 사전에 예방함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기업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형벌의 예방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수사기관은 실무책임자 뿐만 아니라 기업의 대표자에게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하고, 법원은 ‘상상을 초월한 사회적 비용’을 양형의 가중요소로 삼아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기업범죄에 대하여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아가 기업범죄가 반사회적인 경우 실제 피해금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가해 기업에게 유사한 불법행위를 더 이상 반복하지 못하게 할 정도의 민사상 책임을 부과하거나 다른 기업도 유사한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입법을 통해 전면적으로 시행하게 되면, 불특정 다수에게 회복하기 어려을 정도의 피해를 입히는 본건과 같은 기업범죄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형사처벌 만으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빈발하는 기업범죄의 형태에 비추어 볼 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전면적 실시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사문서변조
2017-02-02
금융·보험
형사일반
판례해설 - 최근 조직적 금융사기 범죄에 대한 처단
- 서울 중앙지법 2015고합974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 □사건개요 투자 자문 회사인 이솜투자자문 주식회사의 실질적 대표인 송00등 회사 간부5명이 "해외 선물투자를 통해 원금과 매월 약 2.5% 상당의 투지 수익금을 보장하겠다"는 원금보장문구가 명시된 투자일임계약서, 이면계약서를 이용하거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손실이 난 적이 없음을 강조하는 방법 등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하여, 2015. 3경부터 2015. 8경까지 사이에 투자자 2,993명으로부터 합계 138,031,000,000원을 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사안으로, 실질적 대표인 송00은 징역 13년, 다른 간부들에 대하여는 징역 4~7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아울러 피해액 배상을 명함. □판결 요지 원금 및 이자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실현 불가능한 거짓이라고 인정한다. 조직적으로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선순위 투자자들에 대하여 원금 및 이자를 제때 지급한 것처럼 모양을 가춘 것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을 이용하여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숨투자자문은 합법적인 금융기관을 가장한 유사금융사기단체였다. 피고인 송○○등은 투자자문업 및 투자일임업의 등록이 되어 있던 미도투자자문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숨투자자문을 '우회등록' 하였다. 피고인 송○○와 조○○가 이미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거나 자본시장법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임원 및 대주주가 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피고인 안○○을 명목상 대표이사로 내세우고, 주식 대부분을 피고인 송○○ 가족들의 명의나 가장납입에 의한 방법으로 취득하였고, 피고인 조○○는 '이한영'이라는 가명을 쓰는 방식으로 불법성을 감추었다. 회사의 얼굴로 장시영 등 이름이 알려진 전문가를 내세웠고, 언론사기자들에게 청탁하여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홍보영상을 제작하거나, 리치아카데미를 통하여 투자기법을 강의하기도 하고, 한국골프대학(KGU)과 산학협약MOU를 체결하는 등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밖에 없는 외관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이미 많은 위법성을 안고 있던 계약서들은 제대로 설명되지도, 지켜지지도 아니하였고, 트레이더들은 전문가들이 아니었으며, 유사수신범행을 통해 투자금을 모집· 예탁받은 이숨프라임계좌는 편취금을 빼돌리기 위한 '밑 빠진 독'이었다. 투자금은일부만이 해외선물거래에 사용되었고, 수익금은 후순위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원천으로한 '돌려막기'로 지급된 것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그럴 듯해 보이는 거대한 연극무대의 뒤편에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무대장치들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이 인정 된다 □해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들이 동원한 최첨단 투자 기법에 의한 이익 창출 선전 행위에 대하여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이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로 이숨투자자문 소속 트레이더들이 거래한 내역, 투자자들이 회사가 제공한 '프라임시스템'을 통하여 확인한 거래내역이 실제의 해외선물거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였고, 나아가 투자금을 혼합 관리한 것에 대한 평가, 투자금의 사용처, 투자금 모집과정에서 홍보?설명한내용(원금보장약정의 인정 여부)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기망행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들은 이숨투자자문의 사업 내용은 기망행위가 아니며 이숨투자자문이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홈트레이딩시스템인'뉴 프라임시스템' 혹은 '프라임퓨처스'가 보여주었던 거래내역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없고, 위 프라임시스템은 증권회사의 해외선물계좌와 실제로 연동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투자금이 선순위 투자자 혹은 리치파트너 투자자들에 대한 수익금 지급 및 투자금 반환을 위한 이른바 '돌려막기'에 사용되었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고,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바람에 투자금의 구체적인 운용방법과 사용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변소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위 변소를 받아드리지 아니하였다. 한 동안 다단계 판매 사기 행위가 성하다가 다단계의 실상이 어느 정도 알려지고 나서 사람들의 경계심이 높아지자 보다 차원 높은 집단사기 형태로 등장한 것이 금융사기 범죄이다. 선진 금융기법이란 선전을 앞세워 교묘하고 조직적인 설득으로 금융지식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들을 현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우선 일반인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 기법을 도입한 것처럼 선전을 하면서 원금은 물론 고율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약속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다. 먼저 투자자로 나선 사람들에게는 약속한 이자를 제때 지급하여 신뢰를 얻고 투자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뒤를 이어 투자자들이 모여 든다. 나중에 투자 받은 금원은 선 투자자들의 이익 배당으로 충당하는 방법으로 어느 시기까지 유지되다가 어느 단계가 되면 필연적으로 지급 불능사태에 빠지게 된다. 그동안 범인들은 투자금중 상당한 부분을 빼돌려 이익을 챙겨놓는다. 최근의 금융사기 범죄는 우선 고도의 조직력과 전문 지식, 국제적 금융 네트웍을 이용하는 기동성 등으로 인해 수사 기관이 사전에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 투자금 모집 행위가 진행되다가 어느 단계에서 원금과 이자를 받지 못하게 된 피해자가 문제 삼은 시점에서 비로소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경우에도 국제적 불경기, 금융 위기, 투자 위축 등 주변 사정으로 투자 영업이 원만치 못하였다고 변소하며 기망의 고의를 부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전에 치밀한 변소 자료까지 준비해놓는 경우도 있어 수사 진행을 어렵게 한다. 나아가 어느 단계부터 투자자를 피해자로 인정할 것인지 명확치 아니하고 대량의 피해자를 상대로 피해 정도를 확인하는 절차도 쉽지가 않다. 이런 행위는 더 큰 돌려막기를 위한 새로운 범행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범행을 통해 편취한 자금으로 이전 사건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합의 내용은 유리한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번 판결은 최근 금융 사기 조직의 범행 행태를 비교적 상세하게 분석하고 엄벌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투자
사기
금융사기
2016-05-10
형사일반
판례해설 -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한 형사보상의 가부
(대상 결정 : 서울고등법원 2014코114 형사보상 결정) 1. 보안감호처분 보안감호는 1975년 사회안전법이 제정, 시행되면서 도입된 보안처분인데, 내란죄나 외환(外患)유치죄 또는 국가보안법의 일부 조항 위반죄 등을 범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받은 사실이 있는 사람 중 죄를 다시 범할 현저한 위험성 등이 있어 감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보안감호소에 수용하여 교화·감호하는 것이다. 검사가 청구하면 법무부 장관이 보안처분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보안감호처분을 하거나 기각의 결정을 한다. 기간은 2년인데 법무부 장관은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보안처분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그 기간을 갱신할 수 있었다. 보안감호제도가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대법원은 『사회안전법 소정의 보안처분은 처분대상자가 이미 실행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과하는 제재조치가 아니라 장래에 그 법소정의 특정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을 미리 예방하여 국가의 안전과 사회의 안녕을 유지하는 한편 처분대상자를 교육 개선시켜 사회에 복귀토록 하려는 것을 본질로 하는 예방조치로서의 행정작용인 점에서 형벌과는 그 본질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사회안전법상의 보안처분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와 일사부재리의 원칙 또는 양심의 자유에 관한 규정 및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내용 기타 기본적 인권보장을 밝힌 헌법규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7. 8. 18. 선고 87누64 판결). 보안감호제도는 1989년 사회안전법이 보안관찰법으로 이름을 바꾸며 전면 개정되면서 폐지되었다. 2. 보안감호처분과 형사보상 제헌 헌법은 형사피고인의 형사보상청구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였고, 현행 헌법은 형사보상청구권의 인정 범위를 구금되었던 형사피의자에게까지 확장하였다. 형사보상법은 미결구금과 구금 또는 형 집행을 보상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피고인이었던 사람에 대한 보상은 법원에, 피의자였던 사람에 대한 보상은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을 한 검사가 소속된 지방검찰청(지청의 경우 그 지청이 속하는 지방검찰청)의 피의자보상심의회에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보안감호처분과 보호감호처분은 이른바 형벌과 다른 독자적 의의를 가지는 보안처분이라는 점에서 법적 성질은 유사한데, 각 그 집행에 대한 보상청구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법 제28조가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형사보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형사재판절차에서 억울하게 구금 또는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공무원의 고의·과실의 유무와 상관없이 국가가 그로 인하여 입은 손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이는 점, 보호감호처분은 그 본질과 추구하는 목적 및 기능에 있어 형벌과는 다른 독자적 의의를 가진 이른바 보안처분에 속하는 것이기는 하나, 보호감호처분의 집행은 피보호감호자를 보호감호시설에 수용하는 것을 기본 요소로 하고 있으므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수용처분이라는 점에서 형벌과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으며 억울하게 구금되거나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은 보상해 주면서 유독 보호감호의 집행을 받은 사람만을 보상에서 제외할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비상상고의 절차에서 보호감호를 기각하는 재판을 받은 자가 원판결에 의하여 보호감호의 집행을 받았을 때에도 형사보상법의 위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보호감호의 집행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형사보상청구의 권리를 선언하고 있는 헌법정신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4. 10. 18.자 2004코1(2004오1)결정}, 보호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한 형사보상청구권의 유추적용을 긍정하고 있다. 3. 사안의 개요 ① 청구인은 재일교포로서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던 중 1975. 10. 26.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하여 영장 없이 불법체포된 후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범죄사실로 구속영장에 의하여 구금되었다. ② 국가보안법위반, 반공법위반 등으로 공소 제기된 청구인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의 형이 선고되었고, 대법원의 쌍방 상고기각 판결로 위 형이 확정되었다(청구인은 형기종료일인 1981. 2. 14.까지 1,939일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 ③ 법무부장관은 1981. 1. 29. 보안감호처분을 하여 위 형기 종료 직후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이 개시되었고, 청구인은 1983. 1. 13.자 보안감호처분 기간갱신 결정을 포함하여 총 3회에 걸친 보안감호처분 기간갱신 결정을 받아 1988. 6. 10.까지 2,674일 동안 수용되어 있었다. ④ 한편, 청구인은 1983. 1. 13.자 보안감호처분 기간갱신 결정에 대하여 법무부 장관을 피고로 하여 서울고등법원에 무효확인청구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 서울고등법원에서 청구가 기각(제1 원심판결)되었고, ⓑ 이에 청구인이 상고하였는데 상고심은 제1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으며, ⓒ 그 이후 제1 파기환송심은 위 상고심의 취지에 따라 청구인의 무효확인청구를 인용(제2 원심판결)하였으나, ⓓ 이에 대하여 법무부 장관이 상고하였는데 재상고심은 오히려 법무부 장관의 상고를 받아들여 제2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다시 환송하였고, ⓔ 그 이후 제2 파기환송심은 위 재상고심의 취지에 따라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제3 원심판결)하였으며, ⓕ 이에 대하여 청구인이 상고하였으나 재재상고심이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제3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⑤ 청구인은 2011. 4.경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여 무죄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검사의 상고가 기각되어 위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4. 대상결정의 요지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에 관한 보상청구에 관하여, 보호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한 형사보상청구권의 유추적용을 긍정하는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가 준용될 수 없고, 구금에 대하여 형사보상을 인정하는 법리가 유추적용될 수도 없어 결국 형사보상을 구할 수 없다. 법원의 해석으로는 형사보상을 인정하기 어렵고, 입법에 의하여 해결될 문제이다. 대상결정이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보안감호처분의 주체는 법무부 장관인데 보호감호처분의 주체는 법원이고, 보안감호처분의 형식은 행정처분인데 보호감호처분의 형식은 판결이며, 보안감호처분의 불복절차는 행정소송인데 보호감호처분의 불복방법은 형사소송으로, 보안감호처분과 보호감호처분의 법적 성질에 여러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보안감호처분 결정 내지 그 기각 또는 면제 결정을 할 것인지 여부에 있어 사전에 보안처분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 등의 행정절차 거쳐야 하는 반면, 보호감호처분의 경우 판결에 기한 처분의 확정시까지 행정기관의 판단작용이 개입될 여지는 전혀 없고, 행정기관은 확정된 보호감호처분의 집행에만 관여한다. 둘째, 보안감호처분의 기초가 된 형사판결이 재심을 거쳐 무죄로 판명되어 효력을 상실한다 하더라도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서 당연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적어도 1차 갱신결정의 적법, 유효 여부에 관해서는 제3 원심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불가쟁력이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전제가 되는 청구인에 대한 보안감호처분의 적법·유효 여부에 관해서도 이미 대법원의 확정적인 판단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제3 원심판결에 대하여 별도의 재심을 청구하여 재심청구가 인용됨으로써 제3 원심판결의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셋째, 형사보상법령은 피고인에 대한 판결 등 사법작용으로 인한 구금에 대하여는 법원에 형사보상을 청구하도록 하고, 피의자에 대한 불기소처분 등 행정작용으로 인한 구금에 대하여는 검찰청에 형사보상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법원의 해석으로는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해서 형사보상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5. 해설 대상결정은 보안감호처분과 보호감호처분이 그 처분 주체, 형식, 불복방법 등에서 서로 다르고, 형사보상법령이 판결 등 사법작용으로 인한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과 불기소처분 등 행정작용으로 인한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 결정기관을 달리 정해 놓고 있는 점을 중시하여, 보호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한 형사보상청구권의 유추적용을 긍정하는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 및 구금에 대하여 형사보상을 인정하는 법리의 유추적용을 부정하였다. 대상결정이 열거하고 있는 것처럼 보안감호처분과 보호감호처분은 그 처분 주체, 형식, 불복방법 등이 서로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양자는 형벌과 다른 독자적 의의를 가지는 보안처분이라는 점에서 법적 성질은 유사하고, 특히 그 집행의 경우 실질에 있어서 구금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형사보상의 기본이념은 잘못된 구금이라는 것이 사후에 밝혀진 경우에 보상을 해 준다는 것이므로 실질에 있어서 구금이라고 할 수 있는 보안감호처분의 잘못된 집행에 대해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차별적인 것으로 명백히 정의에 반한다. 보안감호처분의 집행 후 보안감호처분의 전제가 되는 형사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보호감호처분 집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제3 원심판결이 재심에 의하여 취소되었는지의 사정에 의하여 결론이 달라질 수는 없다. 대상결정은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은 형사보상법 제2조 제2항에서 말하는 '원판결'에 의한 구금 또는 이와 유사하게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수용처분에 해당하지 않고, 법원이 행정작용으로 인한 구금에 대하여 형사보상을 결정할 근거가 없다고 하면서,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해서도 추가로 형사보상의 범주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입법적 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이 '원판결'에 의한 구금 또는 이와 유사하게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수용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정은 형사보상 법리의 유추적용을 부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형사보상청구권은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그 범위를 넓게 인정한다고 하여 기본권의 충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으므로 가능한 한 폭넓게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청구인은 형사보상법 제1조에의 '형사소송 절차에서 무죄재판 등을 받은 자'로서 법원에 구금에 대한 보상청구를 하는 기회에 실질에 있어서 구금과 다를 바 없는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한 보상까지 함께 청구하는 것인데,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한 보상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한에는 규정의 부재를 탓하여 보상을 부정하기보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보상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대상결정에 대하여 청구인이 재항고를 하였다.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형사보상
보안감호처분
2016-03-03
형사일반
판례해설 - 차명주식 관련 조세포탈죄의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
서울고등법원 2015. 12. 15. 선고 2015노2486 판결 위 판결은 이른바 재벌그룹의 오너인 대주주와 경영진이 차명주식 관련 신주인수권 행사, 해외 특수목적법인(SPC) 관련, 회사 부외자금 조성 등으로 인한 조세포탈죄와 법인자금의 횡령, 일본 소재 매입 빌딩 관련 배임죄 등에 관하여 내린 판결로서, 앞서 대법원의 2015. 9. 10. 선고 2014도12619호 판결의 환송심 판결이다. 위 사건은 조세포탈, 법인자금 횡령, 빌딩 매입 관련 배임 등 여러 건의 범죄가 병합된 사안이나, 가장 핵심적인 차명주식 관련 신주인수권 행사로 인한 조세포탈죄의 성립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피고인은 그룹소속 계열사의 대주주로서 소유 주식의 양도소득에 대하여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는데, 상피고인들인 재무담당 임직원들로 하여금 임직원들의 명의를 차용하여 개설한 수백개의 증권계좌로 소유주식을 관리하면서, 5년간 차명주식 양도로 인한 양도소득세 및 종합소득세(배당, 이자소득세)를 포탈하였다는 사안이다. 이에 대하여 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대법원 판례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주식을 보유하였다 하여 그 차명이용행위 한가지 만으로 구체적인 행위의 동기, 경위 등 정황을 떠나 어느 경우에나 적극적인 소득 은닉행위가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8도5399호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과세규정의 개정으로 대주주의 주식 양도로 인한 납세의무를 예견할 수 있게 된 이후 직원들의 차명계좌에 보유한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하여 차명주식을 취득한 다음, 전담 직원을 두어 차명주식과 매각대금을 관리하게 한 행위는 위 주식들이 피고인 소유임을 은닉함으로써 조세의 부과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별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도12619호 판결 참조). 환송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판단의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쟁점에 대하여 판단하였으므로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란 조세의 포탈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 즉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는 전제하에, 신주인수권 행사로 인하여 취득한 주식의 양도에 있어서 부정행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① 신주인수권의 취득, ② 신주인수권 행사로 인한 주식 취득, ③ 주식 양도의 3단계의 과정 중에서 신주인수권의 취득이후에 당해 주식양도의 과세규정이 신설되었다 하더라도 차명으로 취득한 신주인수권의 행사로 인하여 주식을 취득하는 행위는 차명계좌를 계속 보유하면서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행위가 창설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차명주식 보유 및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은닉의 효과에 대하여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조세포탈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다음으로, 무상증자 및 주식배당으로 인하여 취득한 주식의 양도로 인한 조세포탈죄의 성립여부에 관하여, 법원은 무상증자 및 주식배당으로 취득한 주식("무상주")의 성격이 주주가 기존에 보유하던 주식("원주")이 분할된 원주의 변형물인 이상 별개의 독립된 재산으로 평가할 것은 아니고, 조세포탈죄 성립요건인 납세이무, 부정행위, 조세포탈의 고의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원주를 기준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현실적으로 무상주로 인하여 주주가 보유하게 되는 총 주식의 수가 증가하고 그로 인한 양도소득이 원주만을 양도하였을 때와 차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주에 내재된 가치가 발현된 결과라고 평가하였다. 이에 원주에 대하여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원주의 변형물인 무상주에 대하여도 부정행위가 인정되고, 원주에 대하여 부정행위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무상주에 대하여도 부정행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환송심은 대법원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라 과세규정 시행이후 취득한 기존 주식에 대하여 배정된 무상주의 양도로 인한 양도소득세도 포탈세액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포탈세액에서 신주인수권 가치상승분을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소득세법의 관련 규정상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주식을 취득하였다가 이를 양도하는 경우 발생하는 양도차익은 [주식의 양도가액 - {신주인수권 주금납입액(행사가액) + 신주인수권 취득가액(기타 필요경비 포함)}]이로 이를 근거로 납세의무가 확정되는데, 피고인이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주식을 취득한 시점에 주식양도로 인한 납세의무를 인식하였고, 납세의무의 범위에는 신주인수권 가치상승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역시 인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신주인수권의 보유로 인한 수익(신주인수권 가치상승분)을 포탈세액에서 공제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차명주식
조세포탈죄
부정행위
2015-12-29
형사일반
판례해설 - 부작위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의 성립 여부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세월호 사건) 배가 기울어 침몰될 위기 상황에서 승객들에게는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내보내고 여타 선원들과 함께 먼저 배에서 내린 세월호 선장에 대하여 부작위 및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고, 나머지 간부 선원들에 대하여는 살인죄 대신 유기치사죄를 인정한 광주고등법원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작위범의 내용을 부작위에 의하여 실현하는 부진정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위의무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고, 나아가 그 부작위가 작위와 동등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에 있어서 그 전제가 되는 작위의무 및 부작위가 작위와 동등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 내지 기준으로 피해자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 대처하여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고, 피고인이 그와 같은 상황을 지배하고 있어 작위의무의 이행으로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한편, 고의는 인식이나 의사의 정도에 따라 목적이나 계획에 의한 1급 고의, 구성요건이 실현되리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행위를 한 2급 고의, 구성요건의 실현 여부가 불확정적인 미필적 고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중 미필적 고의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였다는 점에서는 인식 있는 과실과 같으나, 양자는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지 여부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 통설이자 판례이다. 어떠한 경우에 예견된 결과 발생을 용인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판단기준으로 제시된 것이 프랑크의 표식이다.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결과가 확실히 발생하는 것이라고 가정하였을 때 본인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하여 "그렇게 되더라도 나는 하겠다"고 한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래 대법원은 살인죄에 있어서의 고의에 관하여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되는 것이라고 판시하여 왔다. 이로써 마치 대법원이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예견하는 것만으로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그 사안들은 칼로 피해자의 목이나 간과 같은 치명적인 부위를 강하게 찌른 경우와 같이 충분히 확정적인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부진정부작위범의 고의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 작위의무를 가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그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을 예견하고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하면 족하고, 이러한 예견 또는 인식 등은 불확정적인 경우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살인죄에 있어서도 결과 발생을 용인하였을 때 미필적 고의가 인정됨을 분명히 밝혔다. 세월호 선장에 대하여는 대법관 전원 일치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반면, 1, 2등 항해사 및 기관장의 경우에는 선박의 총책임자인 선장과는 달리 사태를 지배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그들의 부작위를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기의 고의를 넘어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선장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수의견이 살인죄 대신 유기치사죄를 인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소수의견은 1, 2등 항해사의 경우에는 비상상황에서 선장을 보좌하여 선원들을 지휘하고 유사시 선장의 직무를 대행할 책임을 지고 있어 승객 등의 생명을 보호할 법적 지위와 작위의무에 있어 선장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사고 당시 선장이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었으므로 선장의 직무를 대행할 책임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시점부터는 선장을 대행하여 대피명령을 할 권한과 책임이 있었음을 이유로 선장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암묵적으로 공모 가담한 공동정범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선장의 경우 세월호가 복원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해경 구조대가 도착하여 더 이상 승객 등의 퇴선을 미룰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선내대기를 해제하지 아니한 채 자신이 먼저 퇴선하였을 뿐만 아니라 해경에 선내 대기상황을 알리지도 않는 등 승객 등의 사망을 바라지 않는 선장이라면 도저히 취할 수 없는 행동을 하였다는 점에서 그러한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1, 2등 항해사의 경우에는 그들이 선장의 지휘 감독을 받는 위치에 있었고, 당시 선장이 조타실에서 엔진정지를 지시하고 구조대와의 교신상황을 주시하면서 선내 대기 안내방송을 지시하는 등 선장으로서의 권한을 실제로 행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승객 등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누군가를 살해하려 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심리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계획적인 모살의 경우가 아니라면 행위 당시 살의가 있었는지는 그 행위자 스스로도 뭐라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 때문에 작위에 의한 살인에 있어서도 공격 부위와 정도, 사용된 흉기 등 도구의 종류, 범행의 동기, 사후 행동 등 겉으로 드러난 정황에 비추어 살의의 유무를 규범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경우에는 살의의 유무를 판단할 위와 같은 직접적인 정황들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그 부작위가 살인과 같은 것으로 평가되어야 하는데, 양자의 판단 모두 매우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각기 제시한 판결이유만 놓고 보면 양자 사이에 판단의 전제가 된 사실인정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제가 된 사실인정의 차이라기보다는 부작위 및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함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고민이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부진정부작위범
살인죄
2015-11-23
형사일반
판례 해설 -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특경법위반 등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5. 10. 14. 선고 2014노3512 판결 1. 사건의 개요 주요 공소사실은, ① 관계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특경법위반(횡령·배임)} ② 분식회계 및 이에 기초한 사기대출 그리고 부정 취득한 신용등급을 이용한 회사채 발행{자본시장법 등 위반, 특경법위반(사기)}, ③ 임원 성과급을 초과 지급한 다음 이를 돌려받는 방법으로 조성한 부외자금 횡령{특경법위반(횡령)} 등이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0. 30. 선고 2014고합513 판결)은 합계 약 3,600억 원의 횡령·배임 및 약 1조 6,720여억 원의 분식회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라고 판단한 다음, 횡령·배임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 합계가 약 680억 원, 사기 및 사기적 부정거래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 중 변제되지 않은 부분이 합계 약 7,315억 원에 이른 점을 고려하여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이 없고, 개인 재산의 출자 등을 통하여 STX그룹 계열사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하여 나름 노력한 점 등을 참작하여 징역 6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찰 및 피고인 모두 항소하였고, 항소심에서 일부 공소사실에 관하여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이 허가되었다. 항소심은, 위 ① 공소사실 중 1심이 무죄라고 판단하였던 공사 선급금 231억 원 횡령 부분을 유죄라고 판단한 외에 나머지 1심 판단을 유지하였고, 위 ②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분식회계를 공모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부 무죄라고 판단하였으며(1심은 분식금액 일부에 대해서만 무죄로 판단), 위 ③ 공소사실에 관한 1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다음, 횡령·배임 범행 모두 일차적으로 관계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소위 수직계열화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던 STX그룹 전체의 회생을 위하여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되고, 대주주인 피고인의 개인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16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하였다. 2. 쟁점과 판결의 내용 가. 업무상 배임의 점에 관하여 대상 판결은,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로, ㉠ 관계 법령에서 일정한 경영상 행위를 금지하였음에도 이를 탈법적으로 회피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행위에 이른 경우, ㉡ 경영상 행위에 필수적으로 당연히 거쳤어야 하는 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한 경우, ㉢ 경영판단의 기초가 된 정보를 획득함에 있어서 그 당시 상황에서 가용할 수 있었던 정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배하여 그 획득을 포기하거나 무시한 경우, ㉣ 가용한 합당한 정보를 획득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정보를 종합하여 결론에 이르는 추론과정에 의도적인 또는 중대명백한 오류가 발견되는 경우, ㉤ 나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상의 결론을 내려놓고도 그 결론과는 정반대의 행동으로 나아갔는데, 그와 같은 다른 행동을 한 이유가 회사를 위한 경제적,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익을 추구하는 동기에 기인한 것이라거나, 경영외적인 정치적, 정책적 고려 때문이라든가, 그 밖에 어떤 부정행위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 등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과 같이 기업집단의 총수 등 관계 회사의 최고경영자 등이 극심한 자금난에 빠진 일부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하여 다른 계열회사의 유동성 지원을 모색하는 사안에서 그와 같은 자금난 타개가 기업집단 전체는 물론이고 자금지원을 하는 다른 계열회사의 입장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경우라면 그 자금지원 자체만을 두고 배임행위라고 바로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이 경우라도 피지원회사의 채무변제능력이 완전히 상실되어 버리는 등 더 이상의 추가적인 자금지원은 이른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무용한 일이 되어 어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게 된 상황에 이르러 그 시점 이후에는 내부적 자구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다른 구제수단을 강구하는 정책전환을 적시에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영판단이라고 볼 것임에도, 종전의 타성에 이끌려 그 판단을 지연함으로써 실기한 것임이 자명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역시 신중하게 배임죄의 고의를 긍정할 수 있는 하나의 정황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나. 부외자금 사용으로 인한 업무상 횡령의 점에 관하여 검사는 부외자금을 조성함으로써 횡령 범행이 완성되었다는 입장에서 되돌려받은 금액을 횡령액으로 특정하였으나, 피고인이 이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제출하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부외자금 보관 및 사용과 관련하여 장부나 문건은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으나 출장비 등 직무와 관련하여 사용한 가불금의 상환, 경조사비 등으로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며 이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였고, 피고인에게 전달된 부외자금 외에 나머지 부외자금을 관리한 직원이 회사 금고에 보관하면서 경조사금, 격려금, 조직관리비 등으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1심은 현금성 업무비용에 사용하기 위하여 부외자금을 조성하게 된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달리 개인적인 용도로 착복할 목적으로 회사의 자금을 빼내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며, 관련자들의 진술 및 자료가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한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의 이 부분 항소이유는 부외자금을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회계처리가 어려운 비용 등은 다른 절차에 의하여 마련된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피고인이 부외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대상 판결은, 1심이 거시한 위와 같은 사정에 피고인의 지위 등에 비추어 사용한 부외자금이 지나치게 많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약 2년 반 동안 8억 원 상당)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부외자금이 정상적인 회계처리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현금성 경비(예를 들면, 외국바이어나 귀빈 접대비용, 명절 떡값)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한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로 (1심은 "정상적인 회계처리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회사의 현금성 경비 충당을 위해 조성되고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으나, 항소심은 더 나아가 위와 같은 용도로 사용된 것이라고 판단)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하였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업무상 배임죄에 있어서 허용되는 경영판단의 기준을 제시하였고, 특히 자금난에 빠진 일부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하여 다른 계열회사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사안에서 배임의 고의를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밝혔으며, 부외자금의 조성 및 사용이 문제된 사안에서 불법영득의사 증명책임의 소재를 명백히 하였다. 대상판결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원칙을 충실하게 구현한 모범적인 판결이다.
STX
배임
부외자금
2015-10-30
형사일반
판례해설 - "예상할 수 있는 추행, 적극 제지 않았다면 강제추행으로 처벌 못해"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8. 12. 선고 2015고합53 ] 1. 사실관계 A(49세)는 ① 2014. 7. 19. 07:00경 A의 집 안방에서 잠을 자려고 하는 B의 음부 등을 만지고, ② 같은 날 10:00경 A를 피하여 다른 방으로 옮겨 그곳 2층 침대 위에서 잠을 자려고하는 B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척하면서 옷 위로 B의 엉덩이와 골반을 만졌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①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강제추행을 인정하였으나, ②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른바 '기습추행'이 되기 위해서는 추행행위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라고 볼 수 있는 폭행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추행행위와 폭행행위가 동시에 피해자의 부주의 등을 틈 타 기습적으로 실현된 것이라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의 부주의 등을 틈 타 기습적으로 실현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추행행위를 예상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를 기본으로 하여 추행행위자와 피해자의 지위나 관계, 추행행위가 이루어진 장소 등 외부적·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압박감이나 두려움을 느꼈는지 여부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②의 공소사실의 경우, B로서는 B가 있는 방으로 따라 들어온 A가 계속 추행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A의 추행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점, A의 행위 이후에도 B가 A의 집에 머무르는 등 A의 추행행위로 압박감이나 두려움까지 느끼지는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의 행위가 B의 부주의 등을 틈 타 기습적으로 실현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 판결 해설 대법원은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하여 강제추행을 넓게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이에 대하여 강제추행죄의 성립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고 단순 추행과의 구별이 모호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대상 판결은 A의 추행행위가 예상할 수 있는 추행으로 B가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으므로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강제추행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① B가 A의 기습추행을 피하여 다른 방으로 옮긴 후에도 A가 추행행위를 계속할 것이라는 것을 B가 반드시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B의 입장에서는 A의 기습추행을 피하여 다른 방으로 옮겼고, 시간적으로 약 3시간의 경과하였으므로 A는 더 이상 강제추행을 하지않고 단념하였을 것이라고 판단할 여지 있음)이고, ② A의 추가 행위는 A의 추행행위를 피해 B가 다른 방으로 옮겨간 이 후 약 3시간이 지난 다음 B에게 다시 접근하여 2층 침대 위에서 잠을 자려고하는 B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척하면서 옷 위로 B의 엉덩이와 골반을 만졌다는 것으로 이것 또한 기습추행의 행위태양과 전혀 다르지 않아 보이고, ③ 최초 강제추행후 약 3시간이 경과한 다음 A의 추가 행위가 있었으므로 이는 A의 강제추행의 고의가 새롭게 발현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이 있어 보인다. 요컨대, 강제추행죄 성립여부를 판단할 때 추행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예상가능성과 피해자의 적극 제지 여부를 기준으로 함에 있어 이를 너무 엄격한 잣대로 해석하게 되면, 친족관계 등으로 쉽게 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나 지하철 등 공중 집합장소에서 수치심에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하는 피해자에 대해 끈질기게 따라와서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추행하는 경우, 이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함에도 피해자가 예상 가능하였고,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추행 성립이 부정될 수 있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될 우려가 있으므로 위와 같은 기준을 적용함에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강제추행
폭행
기습추행
20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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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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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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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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