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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미수죄의 성립 요건
피고인은 시행사 대표이사로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던 피해자 조합을 위해 업무를 수행하였다. 본건 도시개발사업구역의 환지예정지는 진입이 어려운 ‘차폐형’이었으나, 2011. 8.경 진입이 용이하고 시야가 확보되는 ‘개방형’으로 실시계획변경이 이루어져 그 가치가 수십억원 상승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2011. 12.경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퇴사하였고, 피해자 조합은 이후 2015. 12.경에야 재감정평가를 의뢰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받았다. 항소심은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환지예정지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는 등 피해자 조합이 적절한 청산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었는데, 그러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퇴사해 이 사건 환지예정지를 받기로 한 사람들에게 토지가치 상승액의 이익을 취득케하고 피해자 조합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조합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함에 따라 미수에 그쳤다”고 하여 1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업무상배임미수를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부작위를 실행의 착수로 보려면 작위의무 미이행 시 임무를 부여한 자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으리라고 객관적으로 예견되는 등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이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 환지예정지가 차폐형인지 개방형인지 여부는 주요 쟁점 중 하나였으므로 2011년 실시계획변경에 따라 가치 재평가의 필요가 생겼다는 사실은 의사결정에 대한 1차적 책임을 부담하는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고, 피고인이 퇴사한 후에도 환지업무 담당 직원 등은 계속 근무했을 뿐 아니라, 청산금 확정은 환지처분이 있어야 비로소 이루어지는데 2011년 당시에 환지계획변경을 서두르지 않으면 조만간 환지처분이 이루어질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즉시 환지계획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피해자 조합의 재산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초래된 상황은 아니어서 피고인이 작위의무를 위반했다거나 부작위로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무죄취지로 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부작위범 중 구성요건이 부작위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진정부작위범을 처벌하는 경우(예 : 퇴거불응죄 등)는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거나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할 것이나, 행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구성요건을 부작위에 의해 실현하는 부진정부작위범을 처벌하는 경우는 그 성립요건인 작위의무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을 너무 넓게 인정하게 되면 ‘법적 안정성’을 심히 해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아주 엄격한 요건 하에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본건과 같은 부진정부작위범의 성립에는 행위자에게 결과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 즉 작위의무 있음이 필요하고, 작위의무는 법령, 계약,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도 해당되나, ‘법적 안정성’면을 고려할 때 단순한 도덕적 또는 종교적 의무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부진정부작위범의 미수와 관련해 문제되는 것은 실행착수 시점이다. 부작위범은 작위범과 달리 외적으로 드러나는 구성요건적 행위가 없기 때문이다. 통설은 대법원 판시내용과 같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야기 내지 증대됐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지 않고 퇴사하였다는 점에 방점을 두어 피해자 조합이 정당한 청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판시하여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착수를 인정하였으나, 이는 작위의무 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을 너무 넓게 인정한 나머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법원은 피고인이 퇴사하더라도 피고인 이외에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충분히 환지계획변경인가 신청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피고인의 퇴사로 환지계획변경을 신청하지 못하였다고 곧바로 피해자 조합의 재산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없는 등 피고인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야기되었거나 증대되었다고 볼 수 없어 작위의무를 위반하였거나 부작위로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작위의무를 광범위하게 인정하지 않고 법적 안정성을 위해 엄격한 요건 하에 인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실시계획변경과 피고인의 퇴사 사이의 간격이 단 4개월에 불과하였고, 피고인 이외에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환지계획변경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피해자 조합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받은 것으로 보아 피고인이 퇴사한 뒤로부터 4년 이상의 기간이 지난 후에도 정당한 청산금을 받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할 수 있었으며, 피고인이 절차 진행에 필요한 자료를 달리 폐기 내지 은닉했다는 사정이 없었던 정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단순히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지 않고 퇴사한 것을 두고 피해자 조합에 대한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의 실행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의 입장이 명백히 타당하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수사기관에서 부진정부작위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설명한 사실관계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선행되어야 함을 물론이고, 검찰에서는 작위의무 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에 대해 한층 신중하게 검토한 후 기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업무상배임
부작위범
도시개발사업
이태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2022-06-16
형사일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 임의처분… 횡령죄 성립 안 된다
피고인은 2013년 12월 피해자로부터 피해자 소유의 아파트를 명의신탁 받아 보관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2014년 1월 위 아파트를 피고인 명의로 이전등기 하고 그 무렵부터 피해자를 위하여 위 아파트를 보관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5년 8월 6일 자신이 기존에 부담하고 있던 채무의 변제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위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하였고, 2015년 8월 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줌으로써 위 아파트를 임의로 처분하였다. 종전까지 대법원 판례는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함)을 위반하여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하였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 물권변동은 무효이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 있고, 명의수탁자는 등기명의에 의하여 그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양자간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결하여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였다. 횡령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것이므로 횡령죄의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하여야 하는데, 양자간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 약정 등은 모두 무효이고 이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사실상의 위탁관계는 부동산실명법 제7조 제3항(벌칙)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또한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의무를 부담하기는 하나 이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서의 말소청구에 대하여 그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다는 것에 불과하고,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이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일 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어떠한 위탁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본 사건 이전인 2016년 대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등기를 명의신탁자를 거치지 않고 매도인으로부터 곧바로 명의수탁자 앞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된다는 기존의 견해를 변경하여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즉 매수인 명의를 돈을 내는 사람으로 하지 않고 타인 명의로 하는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부동산 매도인이 악의인지 선의인지를 불문하고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이었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따라서 본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뿐만 아니라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를 포함하여 모든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아니하게 되었다. 부동산실명법 제7조(벌칙)는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같은 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를 형사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종전의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실명법 제7조에 의하여 처벌되는'동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횡령죄 성립)을 통해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부동산실명법이 금지 및 처벌하는 명의신탁 관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결과를 야기함으로써 그 입법 취지에 명백히 반하였다.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견해를 변경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통해 보호해 주던 모순을 제거함으로써 앞으로 '부동산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탈세,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라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목적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명의신탁의 종류를 불문하고 명의수탁자의 부동산 임의 처분은 횡령죄로 처벌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관련 법리를 일관성 있게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횡령
명의신탁
부동산
부동산실명법
명의수탁
사기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1-05-24
형사일반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2013. 12. 피해자로부터 피해자 소유의 아파트를 명의신탁 받아 보관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2014. 1. 위 아파트를 피고인 명의로 이전등기 하고 그 무렵부터 피해자를 위하여 위 아파트를 보관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5. 8. 6. 자신이 기존에 부담하고 있던 채무의 변제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위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하였고, 2015. 8. 7.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줌으로써 위 아파트를 임의로 처분하였다. 종전까지 대법원 판례는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함)을 위반하여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횡령죄를 구성한다.”라고 하였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 물권변동은 무효이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 있고, 명의수탁자는 등기명의에 의하여 그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양자간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라고 판결하여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였다. 횡령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것이므로 횡령죄의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하여야 하는데, 양자간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 약정 등은 모두 무효이고 이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사실상의 위탁관계는 부동산실명법 제7조 제3항(벌칙)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를 형법상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또한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의무를 부담하기는 하나 이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서의 말소청구에 대하여 그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다는 것에 불과하고,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이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일 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어떠한 위탁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본 사건 이전인 2016년 대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등기를 명의신탁자를 거치지 않고 매도인으로부터 곧바로 명의수탁자 앞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된다는 기존의 견해를 변경하여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즉 매수인 명의를 돈을 내는 사람으로 하지 않고 타인 명의로 하는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부동산 매도인이 악의인지 선의인지를 불문하고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이었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따라서 본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뿐만 아니라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를 포함하여 모든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아니하게 되었다. 부동산실명법 제7조(벌칙)는,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같은 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를 형사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종전의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실명법 제7조에 의하여 처벌되는‘동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횡령죄 성립)을 통해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부동산실명법이 금지 및 처벌하는 명의신탁 관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결과를 야기함으로써 그 입법 취지에 명백히 반하였다.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견해를 변경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통해 보호해 주던 모순을 제거함으로써 앞으로‘부동산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탈세,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라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목적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이고, 또한 명의신탁의 종류를 불문하고 명의수탁자의 부동산 임의 처분은 횡령죄로 처벌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관련 법리를 일관성 있게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사기
명의수탁
부동산실명법
부동산
명의신탁
횡령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1-05-03
형사일반
긴급체포시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의 증거능력
2019. 5. 1.경 경찰은 피의자 甲을 2019. 4.경 마약제공 혐의로 긴급체포하였다.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甲이 지니고 있던 휴대전화를 확보하였다. 경찰은 甲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은 후 2019. 5. 1.경 마약매매와 관련해 주고받은 甲의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촬영하였다. 2019. 5. 3.경 경찰은 甲의 차량과 주거지 등에서 긴급 압수한 물건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甲의 휴대전화와 메시지 내용 등을 촬영한 영상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않았다. 甲은 경찰에서 혐의사실을 자백하였고, 검찰은‘甲의 휴대전화 전자정보 출력물 1권’에 대한 압수조서(임의제출)를 작성하고 甲으로부터 임의제출 동의 및 확인서를 받은 다음 甲을 기소하였다. 이 사건 재판부는“수사기관이 피고인으로부터 긴급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받은 휴대전화 및 메시지 내용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아니하면 적법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인이 긴급체포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한 것인지 등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검찰 수사단계에서 피고인이 휴대전화내 전자정보 출력물을 임의 제출하는 것에 동의한다는‘임의제출 동의 및 확인서’를 제출하고‘압수조서(임의제출)’가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증거수집 과정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한편, 재판부는 ‘휴대전화’ 자체와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를 구분하여 “설령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하더라도 휴대전화내 전자정보의 탐색이 적법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고 하였다. 영장 없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용하게 되면 수사기관은 사실상 전자정보에 대한 포괄적이고 무제한적인 수색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그 근거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압수한 휴대전화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이상, 그 기회에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함께 청구해야한다고 하였다. 결국 재판부는 위와 같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임의제출 압수물인 휴대전화 전자정보 촬영물 및 이를 기초로 수집된 2차 증거의 증거능력을 모두 부정하여 피고인의 2019. 5. 1.경 마약매매의 점은 증명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2019. 4.경 마약제공 범행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하였다.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긴급체포에 따른 대물적 강제처분시 수사기관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 하는 제약을 피할 수 있게 되어 헌법 및 형사소송법에서 긴급체포에 수반된 압수·수색에 관하여 조항을 둔 취지가 무력화될 위험이 있으므로,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아니하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에서 정하는‘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특히 임의제출 압수물중 휴대전화 안에 있는 파일은 개인의 삶 전반에 걸쳐 내용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혼재돼 있어 종전의 일반적인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보다 대상 범위가 훨씬 광범위하고, 무제한적인 수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을 통해 휴대전화를 손쉽게 입수함으로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무분별하게 침해하는 등 영향이 막대하다. 그러한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2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경우 체포 현장에서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고, 긴급체포 된 자가 소유·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 24시간 이내에 한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으나, 어느 경우에도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48시간내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야 하고,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때에는 압수한 물건을 즉시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218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에 규정된 임의 제출물에 대한 압수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수사기관은 사후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 하는 제약을 피할 수 있게 되어, 긴급 체포에 수반된 압수·수색 또는 검증에 관하여 위와 같은 조항을 둔 취지가 무력화될 위험성이 크다. 또한 수사 편의를 위해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제출 형식이나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상 판결은 종전 대법원 판결(2009도14376, 2009도10092,2007도3061)의 취지에 따라, 휴대전화 및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의 특수성에 입각하여 객관적 진실 규명이 저해되거나 불가능하게 되더라도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헌법이 정하는 적법절차의 테두리 내에서 추구되어야 할 가치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지적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향후 수사기관은 대상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긴급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된 증거물에 대하여서는 피의자로부터 임의제출 동의서를 받아야함은 물론이고, 이에 추가하여 원칙적으로 법원으로부터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반드시 발부받아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관련 수사준칙을 마련하여 일선 수사실무에 적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압수수색
긴급체포
휴대폰압수
증거능력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0-01-20
형사일반
술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다치게 한 사건
1. 사건개요 피고인은 혈중알콜농도 0.209%의 주취상태로 전동킥보드를 타고 진행하던 중 피해자를 충격하여 넘어져 다치게 하였다. 검사는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의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고 하여 도로교통법위반죄(음주운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위험운전치사상)로 기소하고, 형사법원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2. 전동킥보드의 이용현황 및 사고증가 최근 킥고잉, 고고씽, 라임 등 전동킥보드의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동킥보드 이외에도 전동 휠, 전동 스케이보드, 전기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이동수단을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라고 하는데, 최첨단 충전, 동력 기술이 융합된 소형 개인 이동수단을 말하며 과거보다 지능화되고 똑똑해진 교통 서비스를 일컫는다. 특히 주로 1~2인승 개념의 소형 이동수단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동킥보드 등 스마트 모빌리티는 도입 초기에는 주로 레저용으로 이용되었으나,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점차 교통수단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편리함, 경제성, 친환경성과 같은 이유로 스마트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16년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규모가 판매대수 6만 대 정도에 그쳤으나, 2022년에는 그 수가 연 20만 대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6년 84건에서 2018년 233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전동킥보드에 관련한 교통사고에서 대상판결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 대한 벌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3. 전동킥보드의 법적 성격 및 규율 도로교통법은 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자동차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21호).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이륜자동차 가운데 배기량 125시시 이하의 이륜자동차 및 배기량 50시시 미만(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를 의미하는데, 전동킥보드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에 속한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 따라서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고,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음주운전 등 도로교통법상 각종 규제에 대하여 자동차 및 오토바이 운전자와 동일한 의무를 부담한다.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차도로 다녀야 하며 자전거 도로와 인도에서 달릴 수 없다. 그리고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하며 운행자격이 없는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없다.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뺑소니에 대한 처벌 등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 대한 각종 규제 및 벌칙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되는 이상, 대상판결이 전동킥보드 운전자에게 음주운전죄 등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편리성과 경제성을 갖춘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오토바이와 같은 수준의 규제와 벌칙을 받는 것에 대하여 아주 낯설고 당황해 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도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아직 법인식이나 구체적인 운용이 정착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어 피고인의 범의가 중하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의 이유로 이례적인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도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 때문일 것이다. 4. 입법의 필요성 전동킥보드 등 스마트 모빌리티 이용자들은 매년 급증하고 있고, 효율적이고 편리한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빠르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토바이로 상징되는 ‘원동기장치자전거’라는 과거의 법적 개념을 새롭게 등장한 전동킥보드에게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변화된 교통 현실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현행법에 의하면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원칙적으로 차도로 다녀야 하고 자전거도로와 인도에서 달릴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용자들 대부분은 차도가 아닌 인도로 달리고 있다. 대다수 보행자들의 안전상 인도로 달리는 것은 제한될 필요가 있겠지만, 속도와 규모가 비슷한 자전거 도로의 주행까지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과도한 제약이라고 보인다. 또한 현실적으로 자전거도로의 사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도 주행공간을 차도에만 한정한 현행 도로교통법은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종류, 주행가능 공간, 제한속도, 주행규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시민의 안정과 관련 산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25㎞ 이하 속도인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 등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고 한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련 산업 관계자들도 충분히 협의한 개정안이라고 하니, 국회의 신속한 통과를 바란다.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유) 바른)
음주운전
전동킥보드
도로교통법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유) 바른)
2019-12-30
군사·병역
형사일반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와 무관한 포괄적 압수물의 증거능력
국방부 조사본부는 방위사업청 소속 군인이 방위사업체 직원 甲, 乙로부터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제1영장)을 발부받아, 甲의 외장하드 및 乙의 업무서류철을 압수하였다. 한편, 기무사는 별도로 A회사 직원 丙이 Y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하였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제2영장)을 발부받아, Y사업 관련 군사기밀뿐 아니라 다른 방산물자 관련 자료를 다수 압수하였다. 기무사는 수사과정에서 제1영장에 의해 압수된 甲의 외장하드에 丙이 작성한 관련문서가 저장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조사본부에 요청하여 제1영장 압수물을 열람 후 丙에 대한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제1영장 압수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제3영장)을 발부받아, 제1영장 압수물 중 Y사업 관련 군사기밀이 담긴 전자정보 및 서류의 사본을 압수하였고, 이를 기초로 甲, 乙이 丙과 공모하여 Y사업 관련 군사기밀 탐지·수집·누설하였다는 범죄혐의까지 수사를 확대하였다. 기무사는 丙에 대해 발부된 제3영장으로 丙과 무관한 甲, 乙에 대한 자료들까지 압수한 것은 위법함을 인지하여 제3영장 압수물 중 丙과 관련된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압수물을 甲, 乙에게 환부한 후 곧바로 미리 발급한 압수·수색영장(제4영장)에 의해 다시 압수하였고, 甲, 乙, 丙을 군사기밀보호법위반으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해, 1심 및 서울고등법원은 위 4차례의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은 모두 위법하고, 그 절차를 통해 수집된 압수물과 이를 기초로 수집된 관련자 진술 등 2차적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제1영장 집행의 경우 甲이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제외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수사관이 키워드 검색 등 유관정보를 선별하려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외장하드 자체를 압수하여 반출한 점은 위법하고, 업무 서류철의 경우 각 서류의 표지만으로도 작성자가 乙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하고, 업무철로 된 서류 전체를 압수하였으며, 압수 이후에도 압수된 서류와 뇌물수수 혐의 사이의 관련성을 전혀 조사하지 아니한 채 계속 보관한 점은 위법하고, 제2영장 집행의 경우 Y사업 관련 문건 외 다른 문건 다수를 압수한 것은 압수대상을 벗어난 압수로서 위법하고, 제3영장 집행의 경우 제1영장에 의해 위법하게 압수된 압수물의 추가 압수는 그 자체로 위법하며, 기무사 수사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찾아가 압수물을 열람한 행위는 수색에 해당하므로, 최초 피압수자인 甲, 乙의 동의 및 참여 없이 이를 열람하는 것은 위법한 수색이고, 제4영장 집행의 경우 제1, 3영장에 의한 위법한 압수물을 재압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하고, 위법한 압수물에 대하여 추가적인 제4영장을 미리 발부받아 놓은 다음, 압수물을 환부한 후 곧바로 재압수하는 것은 절차를 지킨 것처럼 외양을 갖춘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하면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 해당정보들이 위법하게 수집·탐지·누설된 것인지 증명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甲, 乙, 丙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수사기관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반출하거나 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파일 전부를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현장의 사정이나 전자정보의 대량성으로 관련 정보 획득에 긴 시간이 소요되거나 전문 인력에 의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처럼 저장매체 자체 또는 적법하게 획득한 복제본을 탐색하여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일련의 과정 역시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의 일환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경우의 문서출력 또는 파일복제의 대상 역시 저장매체 소재지에서의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함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과 형사소송법 제114조, 제215조의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하다. 따라서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반출된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가 된다. 또한 서류에 대한 압수수색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압수·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것에 한하여 압수수색할 수 있다(대법원 2016도13489 판결). 이 사건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목적 달성을 위해 압수·수색함에 있어, 수사상 편의로 수사대상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 저장장치, 서류철까지 전부 압수 후 장기간 보관하면서,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들은 물론 그 증거들에 기초하여 수집된 2차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이 사건 판결은 향후 이러한 위법한 압수·수색 관행을 억제하게 함으로써 수사기관이 증거수집 과정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충실히 따를 것을 요구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증거능력
방위사업
압수
위법수집증거
군사기밀보호법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9-09-25
형사일반
미신고 외화예금 거래의 형사처벌 기준
피고인 정○○는 거주자로서 지정거래 외국환은행의 장에게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2016. 11. 7.경 필리핀 랑카완에서 비거주자인 필리핀 소재 금융기관 'M뱅크'와 사이에 'MDL' 회사 명의로 예금거래계약을 체결하고 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같은 날 미화 500달러를 예금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7. 8. 9.경까지 31회에 걸쳐 미화 합계 4,555,785달러(한화 5,217,684,306원 상당)를 예금하여 외화예금 거래를 하였다는 혐의 등과 관련하여 외국환거래법위반죄 등으로 기소되었다. 1심은 "피고인의 외국환 예금거래행위가 포괄하여 외국환거래법 제29조 제1항 제3호, 제18조 제1항 위반죄의 일죄가 된다."고 보아 전부 유죄로 판결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금액을 일부러 나누어 거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신고 자본거래가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개별 자본거래, 개별 예금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자본거래 금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아, 피고인의 외국환거래법위반에 관하여는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한 총 31회의 외화예금거래 중 10억 원을 초과하는 거래는 단 한건도 없고, 범죄일람표 순번 6번 거래까지는 합계액이 10억 원에 미달하다가 순번 7번의 거래를 합하면 비로소 그 합계액이 10억 원을 초과하게 된다. 이 사건의 쟁점은 외국환거래법상 자본거래의 일종인 예금거래에 관하여 개별 예금거래 금액이 처벌기준인 10억 원을 초과하지는 않지만 일정 거래금액을 합하면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의 처벌 가부"라고 하면서 "피고인들의 외화예금거래 당시 미신고 자본거래에 관하여 그 금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으로, 10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거래 건당 금액이 미화 2,000달러 또는 3,000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신고의무 자체가 면제되었다. 만약 관련 규정을 일정 기간 동안 이루어진 미신고 자본거래의 총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할 경우, 신고의무 면제 대상 또는 과태료 부과 대상에 불과하던 자본거래가 누적되어 총액이 10억 원을 초과하게 되었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소급하여 신고 대상 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외국환거래규정에서는 개별 자본거래가 누적되어 일정 금액 이상이 되는 경우를 규율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별도의 규정(예컨대 외국환거래규정 제7-2조 제8호 및 제9호, 제7-11조 제3항 제1호 등)을 두고 있으며, 외국환거래법 제29조 제1항 제3호, 제18조 제1항 본문에 의하여 처벌대상이 되는 자본거래는, 금액을 일부러 나누어 거래하는 이른바 '분할거래 방식'의 자본거래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자본거래 금액이 10억 원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개별적인 미신고 자본거래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일정 거래금액을 합하면 그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전체 행위를 포괄일죄로 처단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10억 원을 초과하는 미신고 고액 외환거래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송금 횟수나 금액, 계좌 수에 상관없이 '1회 송금액'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 외국환거래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외국환거래와 그 밖의 대외거래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장기능을 활성화하여 대외거래의 원활화 및 국제수지의 균형과 통화가치의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와 같이 법의 제정 목적 자체가 외국환거래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통제하려는 것이 주된 것이 아니라 외국환거래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합당한 판결이라고 사료된다. 또한, 거래 건당 금액이 누적되어 총액이 10억 원을 초과하게 되었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소급하여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방지하는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죄형법정주의원칙상으로도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포괄일죄'는 동일 죄명에 해당하는 수 개의 행위 또는 연속한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하에 일정 기간 계속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포괄일죄를 구성하는 개별 행위 자체도 원칙적으로 "각각" 그 범죄의 구성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므로, 행위자의 개별적인 미신고 자본거래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인 10억 원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일정 기간 동안의 미신고 자본거래금액을 합치면 10억 원을 초과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하더라도 그 전체 행위를 포괄일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포괄일죄의 기본개념에도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1회 송금액이 10억 원을 초과하지 아니하고 송금 합계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미신고 외화거래를 형사처벌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기소 전단계에서 "금액을 일부러 나눠 거래하는 이른바 '분할거래 방식'의 자본거래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대해 수사를 통해 입증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미신고자본거래
외국환거래법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9-03-06
형사일반
[판례해설]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기재가 누락됨에 따라 국선변호인만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진 피의자심문과 그에 따른 구속은 적법한가? - 서울고등법원 2018. 11. 27. 선고 2018노1617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판결 - 1. 사건의 개요 가. 외국인인 피고인은 국제특급우편을 이용하여 필로폰을 수입하였다는 혐의로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되었다. 체포된 다음날 검사의 피의자신문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선임한 변호사(이하, 사선변호인)가 피의자신문 직전에 변호인선임계를 제출하고 피의자신문 절차에 참여하였다. 나. 검사는 피의자신문을 한 당일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 란에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다. 관할 지방법원 판사는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에 따라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다음 그 국선변호인을 참여하게 하여 피의자심문 절차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고인이 구속되었다. 2. 관계 법령 및 쟁점 헌법과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에 의하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사로서는 사선변호인이 있는 경우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란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을 기재하여야 하며,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관할 지방법원 판사로서는 사선변호인에게 피의자심문의 기일과 장소를 통지함으로써, 사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 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이를 위해 체포된 피의자를 사전에 접견하고 구속영장청구서 등의 서류를 열람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사선변호인이 존재함에도 구속영장청구서에 그 기재가 누락된 결과, 판사가 직권으로 선정한 국선변호인만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절차에 참여한 경우 체포된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3. 대상판결의 내용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피고인 등에게 보장하는 것은,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하여 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피고인 등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것이므로, 헌법이 정하는 변호인 조력권의 본령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이다.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이 기재되지 않음으로써 체포된 피의자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피의자심문이 실시되었다면, 그와 같은 피의자심문 절차에는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핵심적·본질적으로 침해한 위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체포된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어 그 국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에 참여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된다거나 그 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위법한 피의자심문 결과 이루어진 구속은 헌법상의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며, 위법한 구속을 토대로 하여 수집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체포·구금된 피의자 등이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형사피고인이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의 기본권(헌법 제12조 제4항)이다. 반면에, 형사피의자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체포, 구속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형사소송법상의 권리(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제214조의2 제10항)일 뿐 헌법에 의하여 당연히 보장·파생되는 헌법상 권리라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는 국가가 형사피의자를 위한 국선변호인제도를 입법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없다고 하였다(헌법재판소 2008. 7. 1. 선고 2008헌마428 결정 참조)]. 대상판결의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피의자심문이 이루어졌으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①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체포된 피의자에게 형사소송법 차원에서 규정된 국선변호가 제공되었다고 하여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고, ② 이 사건의 경우가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국선변호인의 선정 요건인 ‘변호인이 없는 때’에 해당하지도 않아 피의자심문 절차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③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단계는 변호인의 법적 조력이 가장 절실하고 긴요한 때인데, 미리 선임된 사선변호인에 비해 나중에 선정된 국선변호인의 변호준비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점에 근거하여,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하고,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날까지 심문하여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구속영장 청구 이후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위 시간적 제약 때문에 피의자심문 시작 직전에야 체포된 상태의 피의자와 그것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접견을 하고 바로 피의자심문에 임하는 경우가 실무상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다.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으로서 시간에 쫓긴 나머지 밤을 꼬박 세우다시피하여 피의자심문을 준비하고서도 결국 변호준비부족으로 인한 아쉬움을 절감하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상판결의 판단에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대상판결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의 의미와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 실질적인 보장을 강조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국선변호인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사선변호인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9-02-14
형사일반
재산명시신청이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압류에 준하는지 여부(적극)
- 부산지방법원 2018. 8. 22. 선고 2018나40461 판결 -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한 민사집행법상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하여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하여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판결이다. 이는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로서의 효력만이 인정되므로, 재산명시결정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그로부터 6개월 내에 다시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는 등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절차를 속행하지 아니하는 한 상실된다라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8606 판결 참조)에 배치되어서 주목된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은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최고’로서의 효력이라고 판시하지는 아니하였으나 민법 제174조의 6월 내의 보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사업을 하던 중 2006. 6. 22.경 원고를 영업담당직원으로 고용하면서 원고 누나의 보증 아래 선불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하지만 원고는 실적이 거의 없었고, 피고는 대출금과 이자를 포함해 4,300만 원을 갚으라는 지급명령을 신청해 2007. 1. 20. 확정되었다. 이후에도 빚을 갚지 않자 피고는 2010. 11. 10.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재산명시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재산명시 결정을 하였으며, 결정등본이 같은 달 16. 원고에게 도달되었다. 하지만 원고는 재산명시기일에 불출석하고 재산목록 제출도 차일피일 미루면서 결국 집행기간을 넘겼다. 피고는 2017. 5. 12. 다시 원고에 대한 재산명시신청을 하여, 재산명시결정을 받아 재산목록을 확보했으며 같은해 9월 압류를 집행했다. 이에 채무자인 원고는 "2007년 지급명령이 확정된 이후 소멸시효기간 10년이 지나 채무가 소멸했다"며 이 사건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은 재산명시신청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최고’(催告)로 인식하면서 "피고가 2010년 재산명시 신청후 6개월이내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가압류·가처분 등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의 채권이 소멸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상판결은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시효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하여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하여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바, 피고의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 사건 재산명시신청일인 2010. 11. 10. 중단되었고, 재산명시절차가 종료된 2011. 6. 28.부터 새로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초한 채권은 소멸시효 완성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상판결은 소멸시효 제도, 소멸시효 중단사유, 재산명시절차의 취지에 대하여 살핀 다음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최고, 압류를 재산명시신청의 성질과 비교 검토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즉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버리는 제도로서, 오랜 기간 동안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한 자는 이른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서 법률의 보호를 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며 시효제도로 인한 희생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반대로 장기간에 걸쳐 권리행사를 받지 아니한 채무자의 신뢰는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그 주된 존재이유가 있다(헌법재판소 2009. 10. 29. 선고 2008헌바4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현행 민법은 제168조에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 청구(제1호),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제2호), 승인(제3호) 세 가지를 규정하며, 제174조에서 ‘최고는 6개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또는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최고를 잠정적인 시효중단사유로 보고 있다. 민법 제168조 제2호가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석론에 의하여 확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있으나,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89880 판결 등에서 보는 것처럼 채권자의 배당요구나 채권신고 등을 압류에 준하는 독자적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결국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하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볼 것인지는 해석의 문제이지 입법론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재산명시절차는 일정한 집행권원에 기한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법원이 그 채무자로 하여금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상태를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게 하여 재산관계를 공개하고 그 재산목록의 진실함을 선서하게 하는 법적 절차로(민사집행법 제61조 제1항),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결정인 재산명시명령을 통하여 채권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탐지할 수 있어 강제집행을 용이하게 하고, 자기재산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채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그로 하여금 채무를 자진 이행하도록 유도하여 채무의 간접강제를 그 주된 목적으로 두고 있다. 재산명시신청을 하기 위하여는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에 필요한 문서가 요구되고 법원은 채무자를 심문할 수 있으며, 재산명시명령을 송달받은 채무자는 1주 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채무자의 이의신청이 없거나 기각된 경우 법원은 재산명시기일을 정하여 출석할 것을 요구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의 제출이나 선서를 거부하는 경우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며, 거짓의 재산목록을 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러한 점에서 재산명시절차는 다른 강제집행절차에 선행하거나 부수적인 절차가 아니라 그 자체가 독립적인 절차이고, 엄연히 법원의 재판절차이다.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하나로서 민법 제174조가 규정하고 있는 ‘최고’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 이행을 구한다는 채권자의 의사통지(준법률행위)로서(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41118 판결 참조), 이에는 특별한 형식이 요구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묵시적인 최고로써도 족하다. 이러한 점에서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요건의 구비를 필요로 하고 법원의 재판에 따라 이루어지는 재산명시절차와는 그 성질이나 요건, 효과 등의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므로, 개인이 아무런 형식 없이 재판 외에서 하는 의사의 통지인 최고를 법원의 정식 재판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재산명시명령과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압류는 확정판결 기타의 채무명의에 기하여 행하는 강제집행으로서 특정 목적물에 대한 구체적 집행행위이고 가압류·가처분은 보전처분의 실행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의 실행행위로서(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 참조), 이들은 권리자의 강한 권리실행의사를 외부적으로 표출하는 전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된다. 그러나 채무자가 자진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자신의 재산내역과 소재를 채권자에게 알려주지 않거나 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재산을 은닉한 경우, 채권자는 위와 같은 보전절차에 착수할 수 없게 되거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집행권원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이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러한 경우 시효중단을 위해서 채권자는 소를 제기하여야 하지만 채무자의 재산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시효중단을 위한 소를 제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채권자에게는 무의미한 절차를 되풀이 하게 할 뿐이어서,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채권의 만족을 위한 보전절차나 강제집행절차와 같은 권리실행행위를 할 수 없거나 그 행위를 하는 것이 대단히 곤란한 상황인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요건과 절차에 있어서 압류 등 강제집행과 대등할 정도로 엄격성을 가진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하여 보아야 할 사정이 존재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소멸시효제도의 대전제인바, 재산명시절차를 거친 채권자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님이 명백하며 이는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을 신뢰한 채권자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또한 법원 재판의 권위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이상의 점들을 종합하면 대상판결은 기존의 판례와 명백히 배치되는 결론임에도 그 문제의식과 논거에 비추어보면 구체적 타당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많으므로, 대법원에서의 판단이 주목된다고 할 것이다. 유승남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재산명시신청
시효중단
강제집행절차
청구이의소송
유승남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2018-10-01
형사일반
[판례해설] 외국인은 사증발급 거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
-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4두42506 판결 1. 사건의 개요 한국인 남성 A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4박 5일간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인 여성인 원고를 소개받은 후 혼인신고를 하였다. 원고는 A와 혼인하였음을 이유로, 혼인 직후부터 매년 1차례씩 한국총영사관 총영사(피고)에게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네 차례 신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A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공무원의 실태조사를 거쳐 ‘A의 가족부양능력 결여’ 등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사증발급을 네 차례 모두 거부하였다(그 중 네 번째 사증발급거부행위를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2. 사건의 쟁점과 판결의 요지 가. 쟁점 피고는, 외국인은 사증발급거부행위를 다툴 원고적격이 없다는 본안전 항변을 하였는바, 한국인 남성과 혼인한 중국인 여성인 원고에게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되었다. 나. 판결의 요지 1) 제1, 2심은, 재외공관의 장의 사증발급 거부행위는 사증발급 신청인인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서 출입국관리법상 근거규정에 의해 보호되는 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2) 그러나, 대법원은, ① 사증발급은 입국허가의 추천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 ② 출입국관리법의 입법목적은 대한민국의 공익을 보호하는 것일 뿐 외국인의 사익까지 보호하는 것이 아닌 점, ③ 사증발급 신청인인 외국인은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내지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보호가치 있는 이해관계를 형성한 경우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 출입국관리법의 해석상 외국인에게는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3. 판결의 의의 가. 외국인이 출입국 관련 행정행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의 기준 제시 1) 국제법상 외국인에 대한 입국허가, 체류 허용 등에 대한 결정은 그 국가의 주권행사에 해당하는 고권적 작용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사건 판결은 외국인에게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는지를 해당 외국인이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내지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보호가치 있는 이해관계를 형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 외국인이 출입국 관련 행정행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데 그 의의가 있다. 2)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다투는 외국인은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에 입국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므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형성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반면 국적법상 귀화불허가처분이나 출입국관리법상 체류자격변경 불허가처분 등을 다투는 외국인은 대한민국에 적법하게 입국하여 상당한 기간을 체류한 사람이므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형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나.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 1) 입국사증의 발급 여부가 주권국가의 고권적 행위라는 점에서 사증발급거부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을 확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이 판시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외국인이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형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반드시 분명한 것은 아닌바, 외국인이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체적이고 면밀한 검토 없이 사증발급 거부행위를 다툴 법률상 이익을 일률적으로 부정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2) 이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는 결혼이민(F-6) 체류자격 사증이 발급되지 않자, A와 혼인한 때로부터 단기일반(C-31) 또는 순수관광(C-32) 사증을 발급받아 국내에 단기간씩 체류하면서 출국과 재입국을 반복하면서 A가 매수한 아파트에서 동거하였고, 이 사건 거부처분이 A의 가족결합권을 침해하는 측면도 있는바, 외국인의 사증발급신청행위라고 하여 이 사건 거부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조차 인정될 수 없다고 할지는 다소 의문점이 남는다고 할 것이다. 박태준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외국인
출입국관리법
국적
사증발급
박태준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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