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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사용권 취소 및 변경처분의 헌법적 성격과 보상기준
댐건설관리법이 댐을 건설한 당시에 납부한부담금 내지 납부금만을 반환금의 산정기준으로 규정하고 토지가격 상승이나 물가변동률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에반하는 것이다. I. 사건의 개요 국토교통부장관은 2015년 11월 30일 ‘섬진강댐 기본계획 변경고시’에 따라 댐사용권 등록부에 댐사용권 변경등록을 하고 2015년 12월 30일 이 사건 청구인(한국농어촌공사)에게 이를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이 변경으로 국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댐사용권자로 추가됨에 따라 청구인의 댐사용권이 축소되었다. 청구인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합의에 따른 약정 손실보상금의 지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유추적용에 따른 손실보상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7. 12. 15. 청구기각 판결을 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36898), 이에 항소하였으나 2018. 12. 12. 항소기각 판결을 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8나2005995). 청구인은 위 항소심 계속 중, 구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4항 제2호 및 제34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2018. 12. 21. 기각결정을 송달받자(서울고등법원 2018카기20038) 2019. 1.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II. 결정 주요 내용 댐건설관리법은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되거나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되어 국토교통부장관이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댐사용권에 대한 취소 또는 변경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1조 제4항). 댐사용권변경조항은 이미 형성된 구체적인 재산권을 공익을 위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박탈ㆍ제한하는 것으로서 보상을 요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의 수용·사용·제한을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적정한 수자원의 공급 및 수재방지 등 공익적 목적에서 건설되는 다목적댐에 관한 독점적 사용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규정인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부담금반환조항은 댐사용권 변경 시 댐사용권자가 댐사용권 취득을 위해 댐건설비용을 분담하였던 부담금 등의 일부를 반환하도록 하여 댐사용권 변경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정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 III. 평석 1)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변경은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 제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조항에 포섭되는가? 헌법재판소는 댐사용권 변경조항은 이미 형성된 구체적인 재산권을 공익을 위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박탈·제한하는 것으로서 보상을 요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의 수용·사용·제한을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적정한 수자원의 공급 및 수재방지 등 공익적 목적에서 건설되는 다목적댐에 관한 독점적 사용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규정인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으로 보고 있다.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 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편, 댐건설관리법은 제31조 제4항에 따르면 ①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된 경우 ②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된 경우 등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환경부장관이 댐사용권에 대한 취소 또는 변경의 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댐사용권을 취소하거나 그 범위나 내용을 축소하여 변경하는 것은 댐사용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댐사용권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댐사용권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처분하는 권능을 사실상 상실 또는 제약받게 된다. 댐사용권자에게 부여된 댐사용권을 취소 또는 변경하는 환경부장관의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자는 다목적댐에 의한 일정량의 저수를 일정한 지역에 확보하고 특정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하지 못하고 댐의 저수를 대상으로 용수계약을 통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댐사용권에 대한 환경부장관의 취소 또는 변경처분을 입법자가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하거나 단순하게 제한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댐건설관리법 제31조 제4항은 댐사용권 취소와 변경의 사유로서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된 경우,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된 경우 등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으로 헌법 제23조 제3항이 규정하는 “공공필요”에 해당하며 그로 인한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축소)변경 등은 재산권에 대한 박탈처분으로서 공용수용 또는 일부 수용에 해당하는 공용침해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변경처분을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 사회적 기속성의 문제로 보면서도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한 법적 성격에 대하여 대단히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하여 이를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부담금 반환조항이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에 따라 입법자가 행사하는 입법형성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지 않도록 헌법상 요구되는 비례적, 조절적 보상으로서 이른바 “보상이 요구되는 내용 및 한계규정”(Entschädigungs-bzw. Ausgleichspflichtige Inhalts-und Schrankenbestimmung)에 해당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도대체 그렇다면 부담금 반환조항의 본질과 성격이 무엇인지 의문이며, 이를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라고 지극히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위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하여 “댐사용권 취소 또는 변경 시 댐사용권자가 납부한 부담금 등의 일부를 댐사용권자에게 반환하도록 하여, 댐사용권자에게 발생하는 모든 손실이 아닌 그 중 일부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고 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담금 반환조항을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의 문제로 포섭하면서도 그에 대한 보상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한 보상이라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여기에서 말하는 보상이 헌법재판소의 견해처럼 단순히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입법자의 형성권을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게 행사하기 위한 조절적 보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역시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2) 부담금의 반환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섬진강 다목적댐의 댐사용권 조정과 취소과정과 관련하여 심판청구인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위헌신청의 계기가 된 당해 소송 항소심에서 댐건설관리법 제34조에 의한 부담금 반환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르는 손실보상규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댐건설법 제15조(당시 제11조)를 유추적용하여 손실보상을 인정할 것을 주장하였다. 손실보상은 현금보상 방식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심판청구인인 농어촌공사가 댐건설관리법 제34조 이외에 별도의 현금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견해라고 보인다. 그 이유는 현금보상원칙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심판청구인이 댐건설 당시에 지불하였던 부담금이나 납부금을 반환하는 것 역시 현금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댐건설관리법 제34조에 따르는 부담금 산정방식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은 개발이익을 공제한 완전한 시가보상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에도 원칙적으로 댐사용권의 완전한 시장가치와 미래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시가보상이 원칙임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부담금 반환방식에 의한 보상은 40년, 50년 전 댐이 건설될 당시 농어촌공사가 납부한 부담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동안의 토지가격 변동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는 경우 턱없이 낮은 수준의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보상방식이나 기준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농어촌공사의 댐사용권에 대한 실제적인 보상기준은 댐건설관리법 부담금반환액 157백만원과 이에 향후 2년간 영업손실액 692백만원을 더하여 총 댐사용권 보상비는 849백만원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헌법재판소와 당해 사건 항소심이 다목적 댐과 댐사용권의 공익적 기능을 아무리 강조하고 댐건설관리법 제34조의 부담금 반환방식 자체에 대한 위헌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보상기준과 산정방식이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댐건설관리법이 댐을 건설한 당시에 납부한 부담금 내지 납부금만을 반환금의 산정기준으로 규정하고 그 이후의 토지가격 상승이나 물가변동률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명백하게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김성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댐사용권
섬진강댐
댐건설관리법제31조제4항
손실보상
김성수 명예교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24-01-15
형사일반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미수죄의 성립 요건
피고인은 시행사 대표이사로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던 피해자 조합을 위해 업무를 수행하였다. 본건 도시개발사업구역의 환지예정지는 진입이 어려운 ‘차폐형’이었으나, 2011. 8.경 진입이 용이하고 시야가 확보되는 ‘개방형’으로 실시계획변경이 이루어져 그 가치가 수십억원 상승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2011. 12.경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퇴사하였고, 피해자 조합은 이후 2015. 12.경에야 재감정평가를 의뢰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받았다. 항소심은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환지예정지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는 등 피해자 조합이 적절한 청산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었는데, 그러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퇴사해 이 사건 환지예정지를 받기로 한 사람들에게 토지가치 상승액의 이익을 취득케하고 피해자 조합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조합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함에 따라 미수에 그쳤다”고 하여 1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업무상배임미수를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부작위를 실행의 착수로 보려면 작위의무 미이행 시 임무를 부여한 자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으리라고 객관적으로 예견되는 등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이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 환지예정지가 차폐형인지 개방형인지 여부는 주요 쟁점 중 하나였으므로 2011년 실시계획변경에 따라 가치 재평가의 필요가 생겼다는 사실은 의사결정에 대한 1차적 책임을 부담하는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고, 피고인이 퇴사한 후에도 환지업무 담당 직원 등은 계속 근무했을 뿐 아니라, 청산금 확정은 환지처분이 있어야 비로소 이루어지는데 2011년 당시에 환지계획변경을 서두르지 않으면 조만간 환지처분이 이루어질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즉시 환지계획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피해자 조합의 재산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초래된 상황은 아니어서 피고인이 작위의무를 위반했다거나 부작위로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무죄취지로 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부작위범 중 구성요건이 부작위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진정부작위범을 처벌하는 경우(예 : 퇴거불응죄 등)는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거나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할 것이나, 행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구성요건을 부작위에 의해 실현하는 부진정부작위범을 처벌하는 경우는 그 성립요건인 작위의무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을 너무 넓게 인정하게 되면 ‘법적 안정성’을 심히 해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아주 엄격한 요건 하에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본건과 같은 부진정부작위범의 성립에는 행위자에게 결과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 즉 작위의무 있음이 필요하고, 작위의무는 법령, 계약,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도 해당되나, ‘법적 안정성’면을 고려할 때 단순한 도덕적 또는 종교적 의무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부진정부작위범의 미수와 관련해 문제되는 것은 실행착수 시점이다. 부작위범은 작위범과 달리 외적으로 드러나는 구성요건적 행위가 없기 때문이다. 통설은 대법원 판시내용과 같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야기 내지 증대됐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지 않고 퇴사하였다는 점에 방점을 두어 피해자 조합이 정당한 청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판시하여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착수를 인정하였으나, 이는 작위의무 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을 너무 넓게 인정한 나머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법원은 피고인이 퇴사하더라도 피고인 이외에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충분히 환지계획변경인가 신청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피고인의 퇴사로 환지계획변경을 신청하지 못하였다고 곧바로 피해자 조합의 재산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없는 등 피고인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야기되었거나 증대되었다고 볼 수 없어 작위의무를 위반하였거나 부작위로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작위의무를 광범위하게 인정하지 않고 법적 안정성을 위해 엄격한 요건 하에 인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실시계획변경과 피고인의 퇴사 사이의 간격이 단 4개월에 불과하였고, 피고인 이외에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환지계획변경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피해자 조합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받은 것으로 보아 피고인이 퇴사한 뒤로부터 4년 이상의 기간이 지난 후에도 정당한 청산금을 받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할 수 있었으며, 피고인이 절차 진행에 필요한 자료를 달리 폐기 내지 은닉했다는 사정이 없었던 정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단순히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지 않고 퇴사한 것을 두고 피해자 조합에 대한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의 실행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의 입장이 명백히 타당하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수사기관에서 부진정부작위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설명한 사실관계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선행되어야 함을 물론이고, 검찰에서는 작위의무 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에 대해 한층 신중하게 검토한 후 기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업무상배임
부작위범
도시개발사업
이태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2022-06-16
군사·병역
형사일반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와 무관한 포괄적 압수물의 증거능력
국방부 조사본부는 방위사업청 소속 군인이 방위사업체 직원 甲, 乙로부터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제1영장)을 발부받아, 甲의 외장하드 및 乙의 업무서류철을 압수하였다. 한편, 기무사는 별도로 A회사 직원 丙이 Y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하였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제2영장)을 발부받아, Y사업 관련 군사기밀뿐 아니라 다른 방산물자 관련 자료를 다수 압수하였다. 기무사는 수사과정에서 제1영장에 의해 압수된 甲의 외장하드에 丙이 작성한 관련문서가 저장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조사본부에 요청하여 제1영장 압수물을 열람 후 丙에 대한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제1영장 압수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제3영장)을 발부받아, 제1영장 압수물 중 Y사업 관련 군사기밀이 담긴 전자정보 및 서류의 사본을 압수하였고, 이를 기초로 甲, 乙이 丙과 공모하여 Y사업 관련 군사기밀 탐지·수집·누설하였다는 범죄혐의까지 수사를 확대하였다. 기무사는 丙에 대해 발부된 제3영장으로 丙과 무관한 甲, 乙에 대한 자료들까지 압수한 것은 위법함을 인지하여 제3영장 압수물 중 丙과 관련된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압수물을 甲, 乙에게 환부한 후 곧바로 미리 발급한 압수·수색영장(제4영장)에 의해 다시 압수하였고, 甲, 乙, 丙을 군사기밀보호법위반으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해, 1심 및 서울고등법원은 위 4차례의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은 모두 위법하고, 그 절차를 통해 수집된 압수물과 이를 기초로 수집된 관련자 진술 등 2차적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제1영장 집행의 경우 甲이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제외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수사관이 키워드 검색 등 유관정보를 선별하려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외장하드 자체를 압수하여 반출한 점은 위법하고, 업무 서류철의 경우 각 서류의 표지만으로도 작성자가 乙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하고, 업무철로 된 서류 전체를 압수하였으며, 압수 이후에도 압수된 서류와 뇌물수수 혐의 사이의 관련성을 전혀 조사하지 아니한 채 계속 보관한 점은 위법하고, 제2영장 집행의 경우 Y사업 관련 문건 외 다른 문건 다수를 압수한 것은 압수대상을 벗어난 압수로서 위법하고, 제3영장 집행의 경우 제1영장에 의해 위법하게 압수된 압수물의 추가 압수는 그 자체로 위법하며, 기무사 수사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찾아가 압수물을 열람한 행위는 수색에 해당하므로, 최초 피압수자인 甲, 乙의 동의 및 참여 없이 이를 열람하는 것은 위법한 수색이고, 제4영장 집행의 경우 제1, 3영장에 의한 위법한 압수물을 재압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하고, 위법한 압수물에 대하여 추가적인 제4영장을 미리 발부받아 놓은 다음, 압수물을 환부한 후 곧바로 재압수하는 것은 절차를 지킨 것처럼 외양을 갖춘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하면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 해당정보들이 위법하게 수집·탐지·누설된 것인지 증명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甲, 乙, 丙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수사기관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반출하거나 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파일 전부를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현장의 사정이나 전자정보의 대량성으로 관련 정보 획득에 긴 시간이 소요되거나 전문 인력에 의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처럼 저장매체 자체 또는 적법하게 획득한 복제본을 탐색하여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일련의 과정 역시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의 일환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경우의 문서출력 또는 파일복제의 대상 역시 저장매체 소재지에서의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함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과 형사소송법 제114조, 제215조의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하다. 따라서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반출된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가 된다. 또한 서류에 대한 압수수색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압수·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것에 한하여 압수수색할 수 있다(대법원 2016도13489 판결). 이 사건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목적 달성을 위해 압수·수색함에 있어, 수사상 편의로 수사대상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 저장장치, 서류철까지 전부 압수 후 장기간 보관하면서,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들은 물론 그 증거들에 기초하여 수집된 2차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이 사건 판결은 향후 이러한 위법한 압수·수색 관행을 억제하게 함으로써 수사기관이 증거수집 과정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충실히 따를 것을 요구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증거능력
방위사업
압수
위법수집증거
군사기밀보호법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9-09-25
형사일반
재산명시신청이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압류에 준하는지 여부(적극)
- 부산지방법원 2018. 8. 22. 선고 2018나40461 판결 -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한 민사집행법상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하여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하여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판결이다. 이는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로서의 효력만이 인정되므로, 재산명시결정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그로부터 6개월 내에 다시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는 등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절차를 속행하지 아니하는 한 상실된다라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8606 판결 참조)에 배치되어서 주목된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은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최고’로서의 효력이라고 판시하지는 아니하였으나 민법 제174조의 6월 내의 보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사업을 하던 중 2006. 6. 22.경 원고를 영업담당직원으로 고용하면서 원고 누나의 보증 아래 선불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하지만 원고는 실적이 거의 없었고, 피고는 대출금과 이자를 포함해 4,300만 원을 갚으라는 지급명령을 신청해 2007. 1. 20. 확정되었다. 이후에도 빚을 갚지 않자 피고는 2010. 11. 10.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재산명시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재산명시 결정을 하였으며, 결정등본이 같은 달 16. 원고에게 도달되었다. 하지만 원고는 재산명시기일에 불출석하고 재산목록 제출도 차일피일 미루면서 결국 집행기간을 넘겼다. 피고는 2017. 5. 12. 다시 원고에 대한 재산명시신청을 하여, 재산명시결정을 받아 재산목록을 확보했으며 같은해 9월 압류를 집행했다. 이에 채무자인 원고는 "2007년 지급명령이 확정된 이후 소멸시효기간 10년이 지나 채무가 소멸했다"며 이 사건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은 재산명시신청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최고’(催告)로 인식하면서 "피고가 2010년 재산명시 신청후 6개월이내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가압류·가처분 등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의 채권이 소멸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상판결은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시효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하여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하여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바, 피고의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 사건 재산명시신청일인 2010. 11. 10. 중단되었고, 재산명시절차가 종료된 2011. 6. 28.부터 새로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초한 채권은 소멸시효 완성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상판결은 소멸시효 제도, 소멸시효 중단사유, 재산명시절차의 취지에 대하여 살핀 다음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최고, 압류를 재산명시신청의 성질과 비교 검토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즉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버리는 제도로서, 오랜 기간 동안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한 자는 이른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서 법률의 보호를 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며 시효제도로 인한 희생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반대로 장기간에 걸쳐 권리행사를 받지 아니한 채무자의 신뢰는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그 주된 존재이유가 있다(헌법재판소 2009. 10. 29. 선고 2008헌바4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현행 민법은 제168조에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 청구(제1호),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제2호), 승인(제3호) 세 가지를 규정하며, 제174조에서 ‘최고는 6개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또는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최고를 잠정적인 시효중단사유로 보고 있다. 민법 제168조 제2호가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석론에 의하여 확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있으나,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89880 판결 등에서 보는 것처럼 채권자의 배당요구나 채권신고 등을 압류에 준하는 독자적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결국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하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볼 것인지는 해석의 문제이지 입법론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재산명시절차는 일정한 집행권원에 기한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법원이 그 채무자로 하여금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상태를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게 하여 재산관계를 공개하고 그 재산목록의 진실함을 선서하게 하는 법적 절차로(민사집행법 제61조 제1항),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결정인 재산명시명령을 통하여 채권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탐지할 수 있어 강제집행을 용이하게 하고, 자기재산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채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그로 하여금 채무를 자진 이행하도록 유도하여 채무의 간접강제를 그 주된 목적으로 두고 있다. 재산명시신청을 하기 위하여는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에 필요한 문서가 요구되고 법원은 채무자를 심문할 수 있으며, 재산명시명령을 송달받은 채무자는 1주 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채무자의 이의신청이 없거나 기각된 경우 법원은 재산명시기일을 정하여 출석할 것을 요구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의 제출이나 선서를 거부하는 경우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며, 거짓의 재산목록을 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러한 점에서 재산명시절차는 다른 강제집행절차에 선행하거나 부수적인 절차가 아니라 그 자체가 독립적인 절차이고, 엄연히 법원의 재판절차이다.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하나로서 민법 제174조가 규정하고 있는 ‘최고’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 이행을 구한다는 채권자의 의사통지(준법률행위)로서(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41118 판결 참조), 이에는 특별한 형식이 요구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묵시적인 최고로써도 족하다. 이러한 점에서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요건의 구비를 필요로 하고 법원의 재판에 따라 이루어지는 재산명시절차와는 그 성질이나 요건, 효과 등의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므로, 개인이 아무런 형식 없이 재판 외에서 하는 의사의 통지인 최고를 법원의 정식 재판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재산명시명령과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압류는 확정판결 기타의 채무명의에 기하여 행하는 강제집행으로서 특정 목적물에 대한 구체적 집행행위이고 가압류·가처분은 보전처분의 실행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의 실행행위로서(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 참조), 이들은 권리자의 강한 권리실행의사를 외부적으로 표출하는 전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된다. 그러나 채무자가 자진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자신의 재산내역과 소재를 채권자에게 알려주지 않거나 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재산을 은닉한 경우, 채권자는 위와 같은 보전절차에 착수할 수 없게 되거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집행권원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이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러한 경우 시효중단을 위해서 채권자는 소를 제기하여야 하지만 채무자의 재산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시효중단을 위한 소를 제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채권자에게는 무의미한 절차를 되풀이 하게 할 뿐이어서,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채권의 만족을 위한 보전절차나 강제집행절차와 같은 권리실행행위를 할 수 없거나 그 행위를 하는 것이 대단히 곤란한 상황인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요건과 절차에 있어서 압류 등 강제집행과 대등할 정도로 엄격성을 가진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하여 보아야 할 사정이 존재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소멸시효제도의 대전제인바, 재산명시절차를 거친 채권자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님이 명백하며 이는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을 신뢰한 채권자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또한 법원 재판의 권위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이상의 점들을 종합하면 대상판결은 기존의 판례와 명백히 배치되는 결론임에도 그 문제의식과 논거에 비추어보면 구체적 타당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많으므로, 대법원에서의 판단이 주목된다고 할 것이다. 유승남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재산명시신청
시효중단
강제집행절차
청구이의소송
유승남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2018-10-01
형사일반
[판례해설] 국방사업 수주 실패 불만… 대낮 ‘판문점 월북’ 시도
1. 사건의 개요 가. 피고인은 2009. 9.경 방탄소재 개발 및 군 특수전략장비 제조업체를 설립하고 국내에서 방탄복 성능 실험을 하고자 하였으나, 피고인이 방탄기술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등의 이유로 실험 기회를 얻지 못하여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에서 방탄복 성능실험 및 방탄복 제작을 하였다. 나.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고인 제작 방탄복의 성능시험을 국내에서 받지 못하는 등 국방부에서 협조를 받지 못하고 방탄기술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자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위와 같이 몽골을 방문할 때마다 울란바토르 소재 북한의 대남 공작거점 식당을 방문하여 북한 종업원 등과 대화를 나누면서 북한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가지던 중 2010. 3.경에는 북한에 대한 찬양ㆍ고무 등 이적표현물 제작ㆍ반포 혐의로 운영자가 구속되고 폐쇄된 인터넷 네이버「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카페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여 북한에 대한 게시글을 읽는 등 활동을 하게 되었다. 다. 피고인은 2010. 4.경 ‘보호 패널 적층체 및 그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등 방탄기술을 개발하고, 해양경찰청 함정용 방탄판 공급 계약을 체결하여 납품한 것을 비롯하여 방탄장비 제조업을 지속하여 오던 중 2012. 1.경 육군전력지원체계 사업단 방탄복 연구개발사업 제안요청에 따른 예산소요 1,460억 원 상당(사업기간 5년)의 사업수주를 위하여 사운을 걸고 방탄성능 분석을 위한 북한 실탄을 구하려 하는 등 북한관련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149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였으나, 2012. 3. 말경 위 사업수주가 무산되고 기존 군에 대한 방탄장비를 수주하여 왔던 방탄업체에게 기회가 돌아가자, 대한민국 사회체제 전반에 대한 반감을 가지면서 급속도로 북한 김일성 체제에 대한 동조,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방탄기술을 북에 제공하여 남한 사회를 전복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라. 피고인은 2012. 5.경 개성공단 이동인구로 인하여 입북이 용이한 통일대교를 지나 북한으로 탈북하기로 결심하고 피고인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파주시에 있는 통일대교 1번국도 남문 초소에 도착하여 잠시 출입차량 검문에 소홀한 틈에 개성공단 출입허가 차량 2대를 뒤따라 가 검문을 받지 않은 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통제보호구역의 기점인 통일대교를 통과하여 DMZ 최후 방책선인 1사단 관할의 5통문을 통하여 북한으로 탈출하려 하였으나 발각되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2. 대상판결의 내용 ① 피고인은 방탄플레이트 등 방탄장비 개발ㆍ제조업체 운영자로서 방탄복 연구개발사업의 수주가 실패하자 그 과정에서 정신병적 조증과 더불어 국방부 등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② 피고인은 “반갑습니다” 문건에 적은 바와 같이 자신이 북한 지역으로 탈출할 경우 위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위 기술은 비록 군사기밀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나, 북한에 유출될 경우 북한에 유리한 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 또한 보안서약서 작성 과정에서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인 점, ④ 피고인은 정신질환적 발작상태에서 세상의 종말을 피하기 위하여 폐쇄적인 북한에 가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은 탈출 실패 후 담당 수사관들의 조사 당시 탈출 동기로 세상의 종말을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었던 사정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등 범행의 동기 및 경위, 피고인의 지위 및 당시의 행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비록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할지라도, 피고인의 북한 지역으로의 탈출 행위는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고, 피고인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3. 대상판결의 해설 국가보안법은 1991년에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취지(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전원재판부 결정)를 반영하여 국가보안법상의 잠입·탈출죄, 찬양·고무죄, 회합·통신죄 등의 구성요건에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요건을 추가하는 개정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한다’ 함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여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 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을 일컫는 것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1인 독재 내지 1당 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ㆍ평등의 기본 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 체제를 파괴ㆍ변혁시키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모든 잠입ㆍ탈출행위, 특히 북한으로의 밀입북행위가 모두 국가보안법상 잠입ㆍ탈출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잠입ㆍ탈출행위만이 잠입ㆍ탈출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국방사업 수주에 실패하자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방탄장비 기술 등을 북한에 제공할 의사를 가지고 북한지역으로 탈출하려던 행위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조인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월북
국가보안법위반
초소침범
조인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8-04-24
형사일반
[판례해설] 해외 스포츠 토토 배팅사이트 이용을 위한 중계사이트 개설, 운영자에 대한 형법(도박공간개설) 및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도박개장등) 적용문제
해외 스포츠 토토 배팅사이트 이용을 위한 중계사이트 개설, 운영자에 대한 형법(도박공간개설) 및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도박개장등) 적용문제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도13140 판결) 피고인들은 2012.부터 2015. 4.까지 필리핀에서 중계사이트 16개를 개설, 운영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내국인들을 회원으로 모집하고 회원들로 하여금 위 중계사이트를 통해 해외 스포츠 토토 배팅사이트인 ‘스보벳’, ‘피나클’에서 국내·외 각종 스포츠 경기의 승부에 베팅을 하게 하여 베팅이 적중할 경우 미리 정해진 비율에 따라 환전을 해주고, 적중되지 못하면 그 베팅금을 자신들이 취득하는 방법으로 중계사이트를 운영하여 같은 기간 중 267개의 계좌를 통해 173,925,405,315원 상당을 수익금으로 취득하였다는 범죄사실로 형법상 도박공간개설 및 국민체육진흥업위반(도박개장등)으로 기소되었다. 형법 제247조는,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 그리고 대법원은, 국내 이용자들이 해외 베팅사이트인 ‘스보벳’, ‘피나클’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위 사이트에 가입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위 해외 베팅사이트의 주요 도메인을 통한 접속은 차단되어 있고 또한 전자결제를 위하여 온라인 전자결제 사이트에도 가입을 해야 하는 둥 국내 이용자들이 직접 가입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피고인들이 중계사이트를 통해 위 해외 베팅사이트를 이용하게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도박공간을 개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이 해외 스포츠 토토 베팅사이트인 ‘스보벳’, ‘피나클’ 등의 사이트를 직접 개설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도박공간개설죄가 성립한다고 하였다. 국민체육진흥업법 제26조 제1항은,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사업자가 아닌 자는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여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이하 "유사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은, 피고인들의 중계사이트는 스보벳, 피나클 등 해외 스포츠토토 베팅사이트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여 ‘에이전시’를 확보하고 국내 이용자들을 상대로 링크 연결을 통해 위 해외 베팅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베팅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그대로 이용하도록 하되, 독자적으로 게임머니를 발행하고 이 사건 중계사이트가 관리하는 계좌를 통해 충?환전을 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므로, 결국 국내 이용자들에게 당첨금에 상응하는 게임머니의 환전을 통하여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주체는 이 사건 중계사이트 운영자이기 때문에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국민체육흥업법위반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민체육진흥법에 근거한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과 유사하게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고,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해야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피고인들이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해외 사이트 운영자들과의 공모관계가 있어야 비로소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즉,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지 않은 채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만을 제공하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012. 2. 17.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법률 제11309호)은 제26조 제2항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체육진흥투표권이나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는 시스템을 설계ㆍ제작ㆍ유통 또는 공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행위’(제1호) 등의 규정을 추가하였는데, 위와 같이 개정법에서 유사행위와 관련한 각호의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한 취지는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에까지 이르지 않았지만 유사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불법적인 스포츠 도박 사업 운영을 근원적이고 효과적으로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는 이유로 1심 및 항소심은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을 인정하였는데, 이는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2항의 개정취지를 전제로 동법 제1항의 규정을 해석하려는 것으로 불필요하게 가벌성을 확장시키는 유추해석으로 보인다. 국민체육진흥업법의 유사행위 금지규정과 위반자 처벌규정은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을 도입하기 위하여 국민체육진흥법이 1999. 8. 31. 일부 개정(법률 제6013호)되면서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이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을 할 수 있다’는 규정과 함께 신설되었다는 입법 연혁에 비추어볼 때, 동법은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을 중점으로 하여 입법된 법이므로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을 전제로 하지 않은 ‘유사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여진다. 또한,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도박을 할 수 있게 만든 행위가 문제되고 있는데, 형법 제247조의 도박공간개설의 경우 피고인들이 중계사이트를 개설, 운영하여 도박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반면,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의 경우에는 도박공간의 개설에 더하여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는 행위가 추가되어야 동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결국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은 형법상 도박공간개설죄의 구성요건과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이라는 특별한 구성요건이 필요하므로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같이 국민체육진흥업법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환전
충전
스포츠토토
국민체육진흥법
게임머니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7-12-22
형사일반
판례해설 - 진경준 전 검사장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사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2. 13. 선고 2016고합734 판결 {진경준 전 검사장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사건} - 1. 공짜주식 등 뇌물수수 또는 알선뇌물수수로 인한 특가법위반(뇌물) 공소사실의 요지 검사인 피고인은 주식회사 NXC(주식회사 넥슨, 주식회사 넥슨홀딩스, 주식회사 NXC 순으로 상호가 변경됨)를 운영하는 김정주로부터 “장래 검찰 및 검찰 유관기관에서 김정주, 넥슨 또는 그 관계자와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거나 처분하게 될 경우, ① 피고인의 직무권한 범위 내에 들어오는 사건이면 피고인이 직접 유리한 처분 또는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고, ② 피고인의 직무권한 범위 내에 들어오지 않는 사건이면 피고인이 담당 검사 또는 검찰 유관기관 소속 공무원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유리한 처분 또는 각종 편의를 제공받게 해 달라”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청탁과 함께 2005. 6.경부터 2014. 12.경까지 사이에 9억 5천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 내지 금품(8억 5천만 원 상당의 일본 넥슨재팬의 주식, 승용차 리스료, 여행경비 등 합계 1억 원 상당)을 수수함으로써, 그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수수함과 동시에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검사 및 검찰 유관기관 소속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검사는 포괄일죄로 기소하였음). 2. 대상판결이유의 요지 가. 뇌물수수로 인한 특가법위반(뇌물)의 점에 대하여 1)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의 범위는 공무원에게 직접적으로 맡겨진 직무상의 임무와 기능적인 관련(지휘·감독관계, 중간결재관계, 위임관계 등으로 담당직무와 유기적인 관련이 있는 경우)을 갖고 있는 한도 내로 제한되고, 검사가 수수된 금원과 대가적 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직무행위를 특정해야 한다. 2) 피고인이 검사라는 이유만으로 수수한 이익과의 관련성,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는 특정된 직무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3) 피고인의 각 지위에 따른 직무권한의 내용이 무엇인지 시기별로 인정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소가 제기된 9년 6개월 동안과 그 전후에 걸쳐 김정주와 그의 회사에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현안으로 인정할 만한 사건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4) 김정주가 불법적인 사업이나 운영과정에서 불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운영한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단지 김정주가 상당한 규모의 사업을 운영한다는 점만으로는 장래에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된 현안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미리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익 수수 이후 실제로 장래의 직무 관련 현안이 발생한 경우와 동일시할 정도로) 장래의 직무에 관한 현안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5) 결국 피고인이 김정주로부터 수수한 이익과 피고인의 직무 사이에 관련성 내지 대가성이 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 나. 알선뇌물수수로 인한 특가법위반(뇌물)의 점에 대하여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알선할 사항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뇌물 수수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① 검찰 유관기관은 검찰 이외의 다른 모든 국가기관을 의미한다고 해석되므로 알선의 대상인 다른 공무원의 범위가 막연하게라도 특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더 나아가 다른 공무원의 직무가 무엇인지는 전혀 알 수 없으며, ② 이익을 수수할 당시 김정주, 넥센 등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담당 검사 또는 검찰 유관기관 소속 공무원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유리한 처분 또는 각종 편의를 제공받게 해 달라는 청탁이 실제로 존재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③ 김정주와 피고인이 30여 년 동안 각별히 친밀하게 지내온 점에 비추어 김정주가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으며 피고인으로부터 법률지식에 따른 조언을 받거나 변호사를 소개받는 것이 무리라고는 보이지 않으며, ④ 이익을 수수한 시기와 김정주나 넥슨 등에 발생한 주요 현안의 접수 및 처리 시기와의 상관관계를 찾기 어려운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약 9년 6개월 동안 28회에 걸쳐 수수된 이익이 김정주가 피고인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정도를 넘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대한 대가로서 수수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3. 쟁점 · 뇌물성 인정 여부 가. 관련 판례 공무원이 얻는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의 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와의 관계, 쌍방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의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그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뇌물죄의 성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판단 기준이 된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도4940 판결, 대법원 1998. 3. 10. 선고 97도3113 판결 등 참조). 나. 대상판결의 평가 1) 대상판결은 위 판례들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이 사건에서 수수한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는 점에 대한 검사의 입증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2)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특별한 사정(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는데, 대상판결은 김정주를 피고인의 직무대상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3) 수수된 이익의 액수(다액 기준으로 주식매수 자금 4억 2,500만 원, 승용차 리스계약 명의 이전보증금 3,000만 원, 2010. 6.경 여행경비 지원금 1,000만 원 순이다)에 비추어 보면 친구관계에 있어 단순한 호의나 교분상의 필요에 의하여 제공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으나, 대상판결은, 피고인과 김정주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인 1985년경부터 알게 되어 피고인이 검사가 되기 이전인 대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이로, 30여 년 동안 수많은 경험과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동반 여행을 자주 다녔으며, 가족들 간에서 서로 친밀하게 교류한 지음(知音)의 관계에 있는 점 및 김정주가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 여행을 같이 간 다른 사람의 비행기 표도 김정주 또는 넥슨에서 결제하였고, 비행기 표 외에 현지에서 쓰는 비용은 분담하여 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여 직무와의 대가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4억 2,500만 원의 주식매수대금은 호의나 교분상의 필요에 의하여 제공된 것이라고 보기에는 매우 큰 돈이지만, 위 금액을 수수한 시기 전후에 김정주와 그의 회사에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현안 또는 피고인을 통하여 알선을 청탁할 만한 현안이 존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금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이익의 수수와 달리 판단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4)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검사라는 신분과 지위에 있다는 점만으로 수수한 이익과 직무와의 대가관계가 인정될 수 없고, 수수한 이익과 특정한 직무와의 관련성을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4. 여론 검사는, 피고인이 넥슨 주식 10,000주 취득 기회를 제공받고 취득자금 4억 2,500만 원을 받은 것과 별도로, 위 넥슨 주식을 8억 5천만 원 상당의 넥슨재팬 주식으로 교환한 것 역시 피고인이 뇌물을 수수한 것이라고 공소제기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소액주주들 110명에게 모두 넥슨재팬 취득기회가 부여되었고, 실제로 대부분의 소액주주들이 넥슨재팬 주식으로의 교환을 선택하여 넥슨재팬의 주식을 취득한 점에 비추어 넥슨재팬 주식은 넥슨의 주주의 지위에서 받은 넥슨 주식에 대한 결과물일 뿐이고 별도의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매우 타당하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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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5
형사일반
판례해설 - '아이폰6 불법보조금' 사건에 관한 판례해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1. 22 선고 2016고단1803 - 국내 대형 이동통신회사의 영업부 임원인 피고인들은 대리점에 지급하는 아이폰6 단말기에 대한 장려금을 상향함으로써 대리점으로 하여금 판매점을 통하여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하였다는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에관한법률위반(이하 ‘단말기유통법위반’ 이라 한다)으로 기소되었다. 이에 법원은 “① 공소사실에 피고인들이 특정 시기에 대리점에게 정려금을 상향 지급하여 결국 판매점이 이용자에게 공시된 지원금 외에 추가 금원을 지급하였다거나 지급 상한을 초과하여 지원금을 지급하였다는 사실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더 나아가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의 지급’과 관련된 사실의 적시가 되어 있지 않다. 즉, 단말기유통법 제9조 제2항의 구성요건인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의 지급’의 의미는 같은 법 제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에 의하면 동일한 공시기간중에 동일한 이동통신단말기를 구임함에도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유형,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제, 이용자의 거주지역, 나이 등에 해당하는 사유로 서로 다른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지급하기로 제안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위와 같은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② 또한 단말기유통법은 이동통신단말장치의 구입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의미하는 ‘지원금’과 이동통신사업자가 대리점 또는 판매점 등에게 이동통신단말장치 판매에 관하여 제공하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의미하는 ‘장려금’을 구분하여 규정하면서, ‘지원금’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는 고시하는 상한액을 초과하여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으나, 장려금의 지급에 대하여는 이동통신사업자의 자율에 맡기고 있고 별다른 규제를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동통신사업자가 특정한 기간에 장려금을 증액하여 지급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곧바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의 지급’을 유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인들이 ‘대리점과 협정을 체결함에 있어서’ 대리점으로 하여금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이에 대한 구성요건적 사실의 적시가 없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없다. ③ 그리고, 피고인들이 대리점에 상향 지급한 장려금과 판매점이 이용자에게 자율적으로 결정하여 지급한 지원금과의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판매점이 고시된 상한액을 초과하여 지원금을 지급하였더라도 시정명령, 과장금 또는 과태료 처분대상일 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2014. 10.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된 이후 기소된 첫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다. 법원은 단말기유통법위반으로 처벌함에 있어, 단말기유통법 제9조 제2항의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의 지급’에 대해 구성요건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시하면서 단지 판매점이 이용자에게 공시된 지원금보다 많은 지원금을 교부하였다는 공소장 기재 사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단말기유통법을 위반하였다고 보지 않았다. 단말기유통법은 특정 시기에 단말기를 구입하더라도 구입 지역, 가입유형에 따라 단말기 가격이 몇 배씩 차이가 발생하여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단말기 유통구조를 만들어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시키고자 제정되었으나, 보조금의 상한액을 제한함으로 인해 실제 소비자의 이익이 아닌 통신사의 이익을 위한 법이라는 비판을 받음과 함께 통신사의 가격담합을 조장하여 헌법상 자유시장경제 원칙 및 공정거래법 위반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범죄의 구성요건과 형벌의 종류와 내용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단말기유통법은 공정한 유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의 경우 과징금 부과 대신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규정이므로 현행 단말기유통법 제9조 제2항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의 지급’ 요건은 이번 판결내용을 토대로 좀 더 명확하게 정비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또한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도 이번 판결내용을 바탕으로 단말기유통법위반 수사에 있어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 유도’에 대한 구성요건적 의미를 연구하는 등 사전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유통법
보조금
지원금
2016-12-02
금융·보험
형사일반
판례해설 - ‘타인이 개통한 대포폰 사용자 처벌’에 관한 판례해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5. 26. 선고 2016노276 - 피고인은 공범과 함께 대포통장과 공인인증서를 거래하였고,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타인 명의로 개설된 휴대전화를 구입하여 이용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1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전자서명법위반, 전기통신사업법위반의 피의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 사실과 관련하여, "대포폰을 직접 개통하지 않고 이미 개통된 대포폰을 단순히 교부받아 사용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1항 제1호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1항 제1호는 ① 조항의 제목이 '이동통신단말장치 부정 이용 방지 등'인 점, 대포폰의 '개통'은 위 조항 신설 전부터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하여 처벌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조항은 '개통'보다 '이용'에 초점이 있는 규정이고 문언상으로도 반드시 개통을 스스로 해야 한다고 해석되지 않고, ② 나아가 위 조항 신설에 관한 재정·개정이유를 보면 '자금 제공 또는 융통의 조건으로 타인 명의의 이동통신단말장치를 넘겨받아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함'으로 되어 있어 입법자는 다른 사람을 통해 개통된 휴대전화를 교부받아 이용하는 것 역시 처벌하고자 입법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른 사람을 통해 개통된 타인 명의 휴대전화를 교부받아 사용하는 것 역시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1항 제1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휴대폰 등록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일명 '대포폰'과 관련하여, '대포폰을 개설·판매하거나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에 대하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97조, 제30조 등에 의하여 처벌되었다. 하지만 대포폰 이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이에 2014. 10. 15.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1항 제1호에서 "자금을 제공 또는 융통하여 주는 조건으로 다른 사람 명의의 이동통신단말장치를 개통하여 그 이동통신단말장치에 제공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거나 해당 자금의 회수에 이용하는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그러나 위 규정이 대포폰을 직접 개통하지 않고 타인이 개통한 대포폰을 구입하여 사용한 자도 처벌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해석의 여지가 있었으나, 대상판결은 "다른 사람이 개통한 대포폰을 넘겨받아 단순히 사용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형벌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아니 되지만,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5410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여,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목적론적 해석을 통하여 형벌규정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형법 제170조 제2항의 '과실로 인하여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일반건조물 등) 또는 제167조(일반물건)에 기재한 물건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 규정 해석과 관련하여, "제170조 제1항과 제2항의 관계에서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일반건조물 등) 중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것에 관하여는 제1항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2항에서는 그 중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것에 관하여 규정하고,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에 관하여는 소유의 귀속을 불문하고 그 대상으로 삼아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봄이 관련 조문의 전체적, 종합적 해석에 부합하는 점" 등을 이유로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일반물건)도 형법 제170조 제2항 실화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한 것과 같은 취지이다(대법원 1994. 12. 20. 94모32 전원합의체 결정). 위와 같은 법률해석 원칙에 따라, 항소심법원이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문언 내용과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여 "스스로 대포폰을 개통하지 않고 이용한 자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은 해석으로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미국 등 몇몇 국가에서는 사용자의 신분이나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단순히 개인 이메일만 제공하면 개통 가능한 선불휴대전화(Prepaid phone)를 허용하고 있는 바, 이는 통신대금 연체 등으로 인한 신용불량자나 일반 관광객들도 쉽게 개통후 사용 가능하여 개인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입법 목적과 달리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이 있으므로, 범죄에 이용하였거나 범죄에 이용할 목적이 있을 경우에 한하여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을 검토하는 등 향후 세밀한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대포폰
전기통신사업법
통신비밀의자유
2016-08-19
형사일반
판례해설 - 회사가 받은 뇌물로 공무원과 그 아들인 주주가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게 되더라도 제3자 뇌물제공죄는 별론으로 하고 공무원과 주주의 단순수뢰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6도3540 판결 - 형법 제129조 제1항의 뇌물수수죄(이하 '단순수뢰죄'라고 한다)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한 때에 성립하는 반면, 형법 제130조의 제3자 뇌물제공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때에 성립한다. 단순수뢰죄의 경우 공무원의 직무와 금품의 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으면 성립하는 것과는 달리, 제3자 뇌물제공죄의 경우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부정한 청탁을 범죄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뇌물 수수 등이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도록 공무원이 직접 수령하는 대신 가족이나 친지 등 가까운 사람들을 통하여 수령하는 경우가 있는데, 뇌물을 직접 수령한 사람이 공무원의 사자(使者)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나 기타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단순수뢰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234 판결 등). 배우자나 자녀처럼 공무원과 생활을 같이 하거나 공무원이 생활비를 부담하는 사람이 뇌물을 수령한 경우는 대개 공무원의 사자 내지 대리인에 해당할 것이다. 그 밖에 공무원이 다른 사람에게 채무가 있거나 다른 사람과 투자관계에 있으면서 공무원 자신의 채무변제금 내지 투자금으로 계산하기로 하고 그 다른 사람 이름으로 뇌물을 받는 경우와 같이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음으로써 공무원이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경우에는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8077 판결). 이와는 달리 뇌물을 직접 수령한 사람이 단순히 공무원의 사자 또는 대리인이 아니라면 설령 그가 수령한 뇌물과 관련하여 공무원이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는다 하더라도 제3자 뇌물제공죄가 성립할 뿐 단순수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제3자 뇌물공여죄가 성립하려면 제3자에 대한 뇌물의 공여가 공무원에게 간접적인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판례는 제3자 뇌물공여죄의 성립을 위하여 공무원과 제3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을 것을 요하지 않는다. 뇌물을 받는 제3자는 뇌물임을 인식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그 뇌물을 제3자에게 공여하게 한 동기도 묻지 아니한다(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판결).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는 공무원과 다른 사람의 관계, 공무원과 증뢰자의 의사, 증뢰자가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주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전 해군참모총장인 피고인 A는 방위산업체로 하여금 아들인 피고인 B가 33%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피고인 B의 출자금과 회사 운영자금을 피고인 A가 부담하였다)에 요트페스티벌 행사 후원금 명목으로 7억 7,000만원을 지원하도록 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검찰은 피고인 A, B를 단순수뢰에 의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은 피고인 B가 회사의 자금을 관리하면서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거나 대표이사에게 사용내역에 관하여 보고를 한 바가 없고, 허위의 세금계산서로 회사 자금을 인출하여 승용차 구입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하였으며, 지분 비율보다 더 많은 돈을 배분받은 점 등에 비추어 위 후원금이 모두 피고인 B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는 한편, 피고인 A가 아들인 피고인 B의 생활비뿐만 아니라 회사 출자금과 운영자금 등 사업자금을 부담하였고, 피고인 B가 피고인 A에게 위 후원금으로 운영자금을 반환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 B가 받은 후원금을 피고인 A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보아 피고인 A, B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반면, 원심법원은, 피고인 A의 해군참모총장 취임 전에 피고인 B와 공소외 C가 5,000만원씩 출자하고 공소외 D는 요트 교육을 제공하되, 지분은 33%씩으로 하여 회사를 설립하였고, 공소외 C, D는 피고인 A와 독립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주로서 후원금 중 일부를 배당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후원금을 받은 것을 사회통념상 피고인 A, B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공소장 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직권으로 피고인 A, B가 받은 뇌물을 후원금이 아니라 '주요 주주로서 얻게 되는 액수 미상의 경제적 이익'이라고 보아 위와 같이 축소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형법 제129조 제1항의 단순수뢰죄를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 B가 33%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서 회사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후원금을 받은 것을 피고인 B가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고 원심과 같은 판단을 하면서도 다만, 회사가 후원금을 공여받음으로써 피고인 B가 그 주주로서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게 되더라도, 그러한 사실상의 경제적 이익을 뇌물로 직접 수수하였다고 인정하여 단순수뢰죄가 성립하였다고 보는 것은 형법이 단순수뢰죄와 제3자 뇌물제공죄를 구별하여 규정한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공무원이나 그 공동정범과 증뢰자 사이에 회사가 개재된 경우에 그 회사가 사실상 1인회사와 같이 공무원 또는 그 공동정범이 전면적으로 지배하는 회사이거나 적어도 회사 내부적으로 그 뇌물을 전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사실상 공무원이나 그 공동정범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디까지나 별개의 법인격체인 회사나 다른 주주들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고, 그 회사에 대하여 뇌물을 공여하였다면 제3자 뇌물제공죄의 성립 여부만이 논해질 수 있다. 본 판례는 위와 같은 경우 회사의 주주로서 간접적으로 얻게 되는 이익은 뇌물로 볼 수 없음을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사건에서 만약 피고인 A가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회사에 후원금을 공여하게 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제3자 뇌물제공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뇌물제공죄
단순수뢰죄
공무원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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