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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댐사용권 취소 및 변경처분의 헌법적 성격과 보상기준
댐건설관리법이 댐을 건설한 당시에 납부한부담금 내지 납부금만을 반환금의 산정기준으로 규정하고 토지가격 상승이나 물가변동률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에반하는 것이다. I. 사건의 개요 국토교통부장관은 2015년 11월 30일 ‘섬진강댐 기본계획 변경고시’에 따라 댐사용권 등록부에 댐사용권 변경등록을 하고 2015년 12월 30일 이 사건 청구인(한국농어촌공사)에게 이를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이 변경으로 국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댐사용권자로 추가됨에 따라 청구인의 댐사용권이 축소되었다. 청구인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합의에 따른 약정 손실보상금의 지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유추적용에 따른 손실보상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7. 12. 15. 청구기각 판결을 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36898), 이에 항소하였으나 2018. 12. 12. 항소기각 판결을 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8나2005995). 청구인은 위 항소심 계속 중, 구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4항 제2호 및 제34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2018. 12. 21. 기각결정을 송달받자(서울고등법원 2018카기20038) 2019. 1.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II. 결정 주요 내용 댐건설관리법은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되거나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되어 국토교통부장관이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댐사용권에 대한 취소 또는 변경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1조 제4항). 댐사용권변경조항은 이미 형성된 구체적인 재산권을 공익을 위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박탈ㆍ제한하는 것으로서 보상을 요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의 수용·사용·제한을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적정한 수자원의 공급 및 수재방지 등 공익적 목적에서 건설되는 다목적댐에 관한 독점적 사용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규정인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부담금반환조항은 댐사용권 변경 시 댐사용권자가 댐사용권 취득을 위해 댐건설비용을 분담하였던 부담금 등의 일부를 반환하도록 하여 댐사용권 변경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정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 III. 평석 1)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변경은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 제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조항에 포섭되는가? 헌법재판소는 댐사용권 변경조항은 이미 형성된 구체적인 재산권을 공익을 위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박탈·제한하는 것으로서 보상을 요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의 수용·사용·제한을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적정한 수자원의 공급 및 수재방지 등 공익적 목적에서 건설되는 다목적댐에 관한 독점적 사용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규정인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으로 보고 있다.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 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편, 댐건설관리법은 제31조 제4항에 따르면 ①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된 경우 ②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된 경우 등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환경부장관이 댐사용권에 대한 취소 또는 변경의 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댐사용권을 취소하거나 그 범위나 내용을 축소하여 변경하는 것은 댐사용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댐사용권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댐사용권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처분하는 권능을 사실상 상실 또는 제약받게 된다. 댐사용권자에게 부여된 댐사용권을 취소 또는 변경하는 환경부장관의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자는 다목적댐에 의한 일정량의 저수를 일정한 지역에 확보하고 특정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하지 못하고 댐의 저수를 대상으로 용수계약을 통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댐사용권에 대한 환경부장관의 취소 또는 변경처분을 입법자가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하거나 단순하게 제한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댐건설관리법 제31조 제4항은 댐사용권 취소와 변경의 사유로서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된 경우,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된 경우 등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으로 헌법 제23조 제3항이 규정하는 “공공필요”에 해당하며 그로 인한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축소)변경 등은 재산권에 대한 박탈처분으로서 공용수용 또는 일부 수용에 해당하는 공용침해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변경처분을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 사회적 기속성의 문제로 보면서도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한 법적 성격에 대하여 대단히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하여 이를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부담금 반환조항이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에 따라 입법자가 행사하는 입법형성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지 않도록 헌법상 요구되는 비례적, 조절적 보상으로서 이른바 “보상이 요구되는 내용 및 한계규정”(Entschädigungs-bzw. Ausgleichspflichtige Inhalts-und Schrankenbestimmung)에 해당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도대체 그렇다면 부담금 반환조항의 본질과 성격이 무엇인지 의문이며, 이를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라고 지극히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위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하여 “댐사용권 취소 또는 변경 시 댐사용권자가 납부한 부담금 등의 일부를 댐사용권자에게 반환하도록 하여, 댐사용권자에게 발생하는 모든 손실이 아닌 그 중 일부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고 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담금 반환조항을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의 문제로 포섭하면서도 그에 대한 보상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한 보상이라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여기에서 말하는 보상이 헌법재판소의 견해처럼 단순히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입법자의 형성권을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게 행사하기 위한 조절적 보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역시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2) 부담금의 반환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섬진강 다목적댐의 댐사용권 조정과 취소과정과 관련하여 심판청구인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위헌신청의 계기가 된 당해 소송 항소심에서 댐건설관리법 제34조에 의한 부담금 반환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르는 손실보상규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댐건설법 제15조(당시 제11조)를 유추적용하여 손실보상을 인정할 것을 주장하였다. 손실보상은 현금보상 방식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심판청구인인 농어촌공사가 댐건설관리법 제34조 이외에 별도의 현금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견해라고 보인다. 그 이유는 현금보상원칙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심판청구인이 댐건설 당시에 지불하였던 부담금이나 납부금을 반환하는 것 역시 현금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댐건설관리법 제34조에 따르는 부담금 산정방식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은 개발이익을 공제한 완전한 시가보상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에도 원칙적으로 댐사용권의 완전한 시장가치와 미래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시가보상이 원칙임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부담금 반환방식에 의한 보상은 40년, 50년 전 댐이 건설될 당시 농어촌공사가 납부한 부담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동안의 토지가격 변동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는 경우 턱없이 낮은 수준의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보상방식이나 기준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농어촌공사의 댐사용권에 대한 실제적인 보상기준은 댐건설관리법 부담금반환액 157백만원과 이에 향후 2년간 영업손실액 692백만원을 더하여 총 댐사용권 보상비는 849백만원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헌법재판소와 당해 사건 항소심이 다목적 댐과 댐사용권의 공익적 기능을 아무리 강조하고 댐건설관리법 제34조의 부담금 반환방식 자체에 대한 위헌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보상기준과 산정방식이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댐건설관리법이 댐을 건설한 당시에 납부한 부담금 내지 납부금만을 반환금의 산정기준으로 규정하고 그 이후의 토지가격 상승이나 물가변동률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명백하게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김성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댐사용권
섬진강댐
댐건설관리법제31조제4항
손실보상
김성수 명예교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24-01-15
형사일반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미수죄의 성립 요건
피고인은 시행사 대표이사로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던 피해자 조합을 위해 업무를 수행하였다. 본건 도시개발사업구역의 환지예정지는 진입이 어려운 ‘차폐형’이었으나, 2011. 8.경 진입이 용이하고 시야가 확보되는 ‘개방형’으로 실시계획변경이 이루어져 그 가치가 수십억원 상승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2011. 12.경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퇴사하였고, 피해자 조합은 이후 2015. 12.경에야 재감정평가를 의뢰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받았다. 항소심은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환지예정지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는 등 피해자 조합이 적절한 청산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었는데, 그러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퇴사해 이 사건 환지예정지를 받기로 한 사람들에게 토지가치 상승액의 이익을 취득케하고 피해자 조합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조합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함에 따라 미수에 그쳤다”고 하여 1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업무상배임미수를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부작위를 실행의 착수로 보려면 작위의무 미이행 시 임무를 부여한 자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으리라고 객관적으로 예견되는 등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이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 환지예정지가 차폐형인지 개방형인지 여부는 주요 쟁점 중 하나였으므로 2011년 실시계획변경에 따라 가치 재평가의 필요가 생겼다는 사실은 의사결정에 대한 1차적 책임을 부담하는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고, 피고인이 퇴사한 후에도 환지업무 담당 직원 등은 계속 근무했을 뿐 아니라, 청산금 확정은 환지처분이 있어야 비로소 이루어지는데 2011년 당시에 환지계획변경을 서두르지 않으면 조만간 환지처분이 이루어질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즉시 환지계획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피해자 조합의 재산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초래된 상황은 아니어서 피고인이 작위의무를 위반했다거나 부작위로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무죄취지로 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부작위범 중 구성요건이 부작위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진정부작위범을 처벌하는 경우(예 : 퇴거불응죄 등)는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거나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할 것이나, 행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구성요건을 부작위에 의해 실현하는 부진정부작위범을 처벌하는 경우는 그 성립요건인 작위의무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을 너무 넓게 인정하게 되면 ‘법적 안정성’을 심히 해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아주 엄격한 요건 하에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본건과 같은 부진정부작위범의 성립에는 행위자에게 결과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 즉 작위의무 있음이 필요하고, 작위의무는 법령, 계약,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도 해당되나, ‘법적 안정성’면을 고려할 때 단순한 도덕적 또는 종교적 의무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부진정부작위범의 미수와 관련해 문제되는 것은 실행착수 시점이다. 부작위범은 작위범과 달리 외적으로 드러나는 구성요건적 행위가 없기 때문이다. 통설은 대법원 판시내용과 같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야기 내지 증대됐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지 않고 퇴사하였다는 점에 방점을 두어 피해자 조합이 정당한 청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판시하여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착수를 인정하였으나, 이는 작위의무 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을 너무 넓게 인정한 나머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법원은 피고인이 퇴사하더라도 피고인 이외에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충분히 환지계획변경인가 신청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피고인의 퇴사로 환지계획변경을 신청하지 못하였다고 곧바로 피해자 조합의 재산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없는 등 피고인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야기되었거나 증대되었다고 볼 수 없어 작위의무를 위반하였거나 부작위로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작위의무를 광범위하게 인정하지 않고 법적 안정성을 위해 엄격한 요건 하에 인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실시계획변경과 피고인의 퇴사 사이의 간격이 단 4개월에 불과하였고, 피고인 이외에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환지계획변경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피해자 조합이 2016년에 환지계획변경인가를 받은 것으로 보아 피고인이 퇴사한 뒤로부터 4년 이상의 기간이 지난 후에도 정당한 청산금을 받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할 수 있었으며, 피고인이 절차 진행에 필요한 자료를 달리 폐기 내지 은닉했다는 사정이 없었던 정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단순히 환지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지 않고 퇴사한 것을 두고 피해자 조합에 대한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의 실행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의 입장이 명백히 타당하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수사기관에서 부진정부작위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설명한 사실관계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선행되어야 함을 물론이고, 검찰에서는 작위의무 위반 및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에 대해 한층 신중하게 검토한 후 기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업무상배임
부작위범
도시개발사업
이태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2022-06-16
형사일반
재산명시신청이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압류에 준하는지 여부(적극)
- 부산지방법원 2018. 8. 22. 선고 2018나40461 판결 -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한 민사집행법상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하여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하여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판결이다. 이는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로서의 효력만이 인정되므로, 재산명시결정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그로부터 6개월 내에 다시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는 등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절차를 속행하지 아니하는 한 상실된다라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8606 판결 참조)에 배치되어서 주목된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은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최고’로서의 효력이라고 판시하지는 아니하였으나 민법 제174조의 6월 내의 보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사업을 하던 중 2006. 6. 22.경 원고를 영업담당직원으로 고용하면서 원고 누나의 보증 아래 선불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하지만 원고는 실적이 거의 없었고, 피고는 대출금과 이자를 포함해 4,300만 원을 갚으라는 지급명령을 신청해 2007. 1. 20. 확정되었다. 이후에도 빚을 갚지 않자 피고는 2010. 11. 10.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재산명시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재산명시 결정을 하였으며, 결정등본이 같은 달 16. 원고에게 도달되었다. 하지만 원고는 재산명시기일에 불출석하고 재산목록 제출도 차일피일 미루면서 결국 집행기간을 넘겼다. 피고는 2017. 5. 12. 다시 원고에 대한 재산명시신청을 하여, 재산명시결정을 받아 재산목록을 확보했으며 같은해 9월 압류를 집행했다. 이에 채무자인 원고는 "2007년 지급명령이 확정된 이후 소멸시효기간 10년이 지나 채무가 소멸했다"며 이 사건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은 재산명시신청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최고’(催告)로 인식하면서 "피고가 2010년 재산명시 신청후 6개월이내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가압류·가처분 등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의 채권이 소멸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상판결은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시효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하여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하여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바, 피고의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 사건 재산명시신청일인 2010. 11. 10. 중단되었고, 재산명시절차가 종료된 2011. 6. 28.부터 새로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초한 채권은 소멸시효 완성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상판결은 소멸시효 제도, 소멸시효 중단사유, 재산명시절차의 취지에 대하여 살핀 다음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최고, 압류를 재산명시신청의 성질과 비교 검토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즉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버리는 제도로서, 오랜 기간 동안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한 자는 이른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서 법률의 보호를 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며 시효제도로 인한 희생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반대로 장기간에 걸쳐 권리행사를 받지 아니한 채무자의 신뢰는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그 주된 존재이유가 있다(헌법재판소 2009. 10. 29. 선고 2008헌바4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현행 민법은 제168조에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 청구(제1호),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제2호), 승인(제3호) 세 가지를 규정하며, 제174조에서 ‘최고는 6개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또는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최고를 잠정적인 시효중단사유로 보고 있다. 민법 제168조 제2호가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석론에 의하여 확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있으나,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89880 판결 등에서 보는 것처럼 채권자의 배당요구나 채권신고 등을 압류에 준하는 독자적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결국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하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볼 것인지는 해석의 문제이지 입법론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재산명시절차는 일정한 집행권원에 기한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법원이 그 채무자로 하여금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상태를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게 하여 재산관계를 공개하고 그 재산목록의 진실함을 선서하게 하는 법적 절차로(민사집행법 제61조 제1항),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결정인 재산명시명령을 통하여 채권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탐지할 수 있어 강제집행을 용이하게 하고, 자기재산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채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그로 하여금 채무를 자진 이행하도록 유도하여 채무의 간접강제를 그 주된 목적으로 두고 있다. 재산명시신청을 하기 위하여는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에 필요한 문서가 요구되고 법원은 채무자를 심문할 수 있으며, 재산명시명령을 송달받은 채무자는 1주 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채무자의 이의신청이 없거나 기각된 경우 법원은 재산명시기일을 정하여 출석할 것을 요구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의 제출이나 선서를 거부하는 경우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며, 거짓의 재산목록을 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러한 점에서 재산명시절차는 다른 강제집행절차에 선행하거나 부수적인 절차가 아니라 그 자체가 독립적인 절차이고, 엄연히 법원의 재판절차이다.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하나로서 민법 제174조가 규정하고 있는 ‘최고’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 이행을 구한다는 채권자의 의사통지(준법률행위)로서(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41118 판결 참조), 이에는 특별한 형식이 요구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묵시적인 최고로써도 족하다. 이러한 점에서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요건의 구비를 필요로 하고 법원의 재판에 따라 이루어지는 재산명시절차와는 그 성질이나 요건, 효과 등의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므로, 개인이 아무런 형식 없이 재판 외에서 하는 의사의 통지인 최고를 법원의 정식 재판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재산명시명령과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압류는 확정판결 기타의 채무명의에 기하여 행하는 강제집행으로서 특정 목적물에 대한 구체적 집행행위이고 가압류·가처분은 보전처분의 실행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의 실행행위로서(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 참조), 이들은 권리자의 강한 권리실행의사를 외부적으로 표출하는 전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된다. 그러나 채무자가 자진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자신의 재산내역과 소재를 채권자에게 알려주지 않거나 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재산을 은닉한 경우, 채권자는 위와 같은 보전절차에 착수할 수 없게 되거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집행권원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이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러한 경우 시효중단을 위해서 채권자는 소를 제기하여야 하지만 채무자의 재산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시효중단을 위한 소를 제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채권자에게는 무의미한 절차를 되풀이 하게 할 뿐이어서,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채권의 만족을 위한 보전절차나 강제집행절차와 같은 권리실행행위를 할 수 없거나 그 행위를 하는 것이 대단히 곤란한 상황인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요건과 절차에 있어서 압류 등 강제집행과 대등할 정도로 엄격성을 가진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하여 보아야 할 사정이 존재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소멸시효제도의 대전제인바, 재산명시절차를 거친 채권자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님이 명백하며 이는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을 신뢰한 채권자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또한 법원 재판의 권위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이상의 점들을 종합하면 대상판결은 기존의 판례와 명백히 배치되는 결론임에도 그 문제의식과 논거에 비추어보면 구체적 타당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많으므로, 대법원에서의 판단이 주목된다고 할 것이다. 유승남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재산명시신청
시효중단
강제집행절차
청구이의소송
유승남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2018-10-01
인터넷
형사일반
[판례해설] “비트코인”(Bitcoin) 몰수 가부를 중심으로
1. 사건의 개요 2018년 상반기 대한민국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가상화폐의 적법성 여부” 등을 놓고 한 바탕 홍역을 치렀다. 가상화폐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와중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 및 도박개장방조를 통하여 불법하게 “비트코인”(Bitcoin)을 취득하여 수익을 올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하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하게 취득한 “비트코인”(Bitcoin)을 몰수 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이에 제1심 법원은 몰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제2심 법원에서는 몰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쟁점은 ①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②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③ ‘재산’이라면 몰수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④ 마지막으로 당해 사건에서 비트코인이 ‘특정’되었는가? 등이다. 법조인들이라면 누구나 “비트코인”(Bitcoin) 몰수와 관련된 본 사건에 대한 최종심인 대법원 판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2. “비트코인”(Bitcoin)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몰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급심 판결의 논의 (1)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이러한 논의는 형법상의 몰수는 ‘물건’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고 있어 “비트코인”(Bitcoin)의 몰수여부 판단에 대한 법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1심 법원에서는 몰수의 적용 법조를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로 적시한 것으로 보아 비트코인 몰수와 관련하여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제2심 법원에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죄를 중대범죄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법이 아니라 특별법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2)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제1심 법원에서는 “비트코인”(Bitcoin)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 제1심이 형법 제48조상의 몰수 규정에 따라 몰수 가부를 살펴보는 경우 몰수의 대상은 ‘물건’ 즉 유체물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무형적 재화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Bitcoin)은 그 몰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제2심 법원에서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몰수의 대상을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였으며, 시행령은 ‘은닉재산’을 ‘몰수·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후 ①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하여 그 생성, 보관, 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되는 점, ②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④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압수된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3)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재산’에 해당한다면 몰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1심 법원의 논의가 없다. 다만 피고인은 블록체인의 운영체계를 들어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2심 판결에서는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진술한 전자지갑의 ‘주소’ 및 ‘비밀키’를 근거로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위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어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동일성을 인정하였다. (4) “비트코인”(Bitcoin)이 몰수하기 위해 특정되었는가? 사실 이 부분 역시 제1심 법원의 논의는 없다. 다만 피고인은 압수된 비트코인에서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만을 따로 분리하여 특정 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제2심 법원은 비트코인의 출처별로 살펴 ①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출처가 확인되는 비트코인, ②입금주소가 후원금 입금목록에서 확인되나, 그 액수가 일치하지 않는 비트코인, ③관리자 ID로 입금된 비트코인은 음란사이트 운영과정에서 취득한 재산으로 평가하고 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확인되지 않는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여 특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①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이라는 점, ② 피고인은 음란물유포 인터넷사이트인 “OOOOOOO.com”을 운영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이 사건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죄와 도박개장방조죄에 의하여 취득한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며, 특정되어 몰수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본 판결은 가상화폐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다르며,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지만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본 사건의 피고인 역시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해당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디지털의 발전에 맞추어 법이 변해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감히 단언해 본다. 대학원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매번 강의할 때 마다 강의하는 내용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뒤쳐져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최첨단으로 발전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조인은 무한한 자기 발전을 하지 아니하면 어느 순간에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과 관심을 표명하고자 한다. 제2심에서는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었다는 점에서 몰수시점에서도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비트코인은 블록체인기술에 기반하고 있으며, 모든 비트코인의 거래는 약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block)’에 기록되어 기존 ‘블록’에 덧붙여짐으로써 확정되며, 이러한 거래기록의 집합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든 거래가 공개 장부인 블록체인을 통해 네트워크상에 기록되어 공유되므로 비트코인의 복제 내지 이중사용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2심 법원은 적어도 압수한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과 몰수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이 동일하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분석하여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나 추징액의 인정 등은 범죄구성요건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엄격한 증명은 필요 없지만 역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어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제2심 법원의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오감의 작용으로 인지할 수 있는 아날로그 세상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기반으로 두고 있는 무형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에서는 비트코인을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향후 정부관계부처의 경제정책의 방향이며, 법조인의 관점에서는 몰수를 집행하는 검찰이 몰수를 위해서 압수와 별도로 새로운 전자지갑을 개설할 것인지, 또 종국적으로는 환가처분을 하여야 할 것인데,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시점에서 할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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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2018-06-07
형사일반
[판례해설] 국방사업 수주 실패 불만… 대낮 ‘판문점 월북’ 시도
1. 사건의 개요 가. 피고인은 2009. 9.경 방탄소재 개발 및 군 특수전략장비 제조업체를 설립하고 국내에서 방탄복 성능 실험을 하고자 하였으나, 피고인이 방탄기술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등의 이유로 실험 기회를 얻지 못하여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에서 방탄복 성능실험 및 방탄복 제작을 하였다. 나.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고인 제작 방탄복의 성능시험을 국내에서 받지 못하는 등 국방부에서 협조를 받지 못하고 방탄기술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자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위와 같이 몽골을 방문할 때마다 울란바토르 소재 북한의 대남 공작거점 식당을 방문하여 북한 종업원 등과 대화를 나누면서 북한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가지던 중 2010. 3.경에는 북한에 대한 찬양ㆍ고무 등 이적표현물 제작ㆍ반포 혐의로 운영자가 구속되고 폐쇄된 인터넷 네이버「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카페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여 북한에 대한 게시글을 읽는 등 활동을 하게 되었다. 다. 피고인은 2010. 4.경 ‘보호 패널 적층체 및 그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등 방탄기술을 개발하고, 해양경찰청 함정용 방탄판 공급 계약을 체결하여 납품한 것을 비롯하여 방탄장비 제조업을 지속하여 오던 중 2012. 1.경 육군전력지원체계 사업단 방탄복 연구개발사업 제안요청에 따른 예산소요 1,460억 원 상당(사업기간 5년)의 사업수주를 위하여 사운을 걸고 방탄성능 분석을 위한 북한 실탄을 구하려 하는 등 북한관련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149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였으나, 2012. 3. 말경 위 사업수주가 무산되고 기존 군에 대한 방탄장비를 수주하여 왔던 방탄업체에게 기회가 돌아가자, 대한민국 사회체제 전반에 대한 반감을 가지면서 급속도로 북한 김일성 체제에 대한 동조,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방탄기술을 북에 제공하여 남한 사회를 전복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라. 피고인은 2012. 5.경 개성공단 이동인구로 인하여 입북이 용이한 통일대교를 지나 북한으로 탈북하기로 결심하고 피고인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파주시에 있는 통일대교 1번국도 남문 초소에 도착하여 잠시 출입차량 검문에 소홀한 틈에 개성공단 출입허가 차량 2대를 뒤따라 가 검문을 받지 않은 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통제보호구역의 기점인 통일대교를 통과하여 DMZ 최후 방책선인 1사단 관할의 5통문을 통하여 북한으로 탈출하려 하였으나 발각되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2. 대상판결의 내용 ① 피고인은 방탄플레이트 등 방탄장비 개발ㆍ제조업체 운영자로서 방탄복 연구개발사업의 수주가 실패하자 그 과정에서 정신병적 조증과 더불어 국방부 등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② 피고인은 “반갑습니다” 문건에 적은 바와 같이 자신이 북한 지역으로 탈출할 경우 위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위 기술은 비록 군사기밀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나, 북한에 유출될 경우 북한에 유리한 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 또한 보안서약서 작성 과정에서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인 점, ④ 피고인은 정신질환적 발작상태에서 세상의 종말을 피하기 위하여 폐쇄적인 북한에 가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은 탈출 실패 후 담당 수사관들의 조사 당시 탈출 동기로 세상의 종말을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었던 사정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등 범행의 동기 및 경위, 피고인의 지위 및 당시의 행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비록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할지라도, 피고인의 북한 지역으로의 탈출 행위는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고, 피고인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3. 대상판결의 해설 국가보안법은 1991년에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취지(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전원재판부 결정)를 반영하여 국가보안법상의 잠입·탈출죄, 찬양·고무죄, 회합·통신죄 등의 구성요건에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요건을 추가하는 개정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한다’ 함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여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 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을 일컫는 것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1인 독재 내지 1당 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ㆍ평등의 기본 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 체제를 파괴ㆍ변혁시키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모든 잠입ㆍ탈출행위, 특히 북한으로의 밀입북행위가 모두 국가보안법상 잠입ㆍ탈출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잠입ㆍ탈출행위만이 잠입ㆍ탈출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국방사업 수주에 실패하자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방탄장비 기술 등을 북한에 제공할 의사를 가지고 북한지역으로 탈출하려던 행위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조인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월북
국가보안법위반
초소침범
조인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8-04-24
형사일반
[판례해설] 해외 스포츠 토토 배팅사이트 이용을 위한 중계사이트 개설, 운영자에 대한 형법(도박공간개설) 및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도박개장등) 적용문제
해외 스포츠 토토 배팅사이트 이용을 위한 중계사이트 개설, 운영자에 대한 형법(도박공간개설) 및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도박개장등) 적용문제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도13140 판결) 피고인들은 2012.부터 2015. 4.까지 필리핀에서 중계사이트 16개를 개설, 운영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내국인들을 회원으로 모집하고 회원들로 하여금 위 중계사이트를 통해 해외 스포츠 토토 배팅사이트인 ‘스보벳’, ‘피나클’에서 국내·외 각종 스포츠 경기의 승부에 베팅을 하게 하여 베팅이 적중할 경우 미리 정해진 비율에 따라 환전을 해주고, 적중되지 못하면 그 베팅금을 자신들이 취득하는 방법으로 중계사이트를 운영하여 같은 기간 중 267개의 계좌를 통해 173,925,405,315원 상당을 수익금으로 취득하였다는 범죄사실로 형법상 도박공간개설 및 국민체육진흥업위반(도박개장등)으로 기소되었다. 형법 제247조는,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 그리고 대법원은, 국내 이용자들이 해외 베팅사이트인 ‘스보벳’, ‘피나클’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위 사이트에 가입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위 해외 베팅사이트의 주요 도메인을 통한 접속은 차단되어 있고 또한 전자결제를 위하여 온라인 전자결제 사이트에도 가입을 해야 하는 둥 국내 이용자들이 직접 가입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피고인들이 중계사이트를 통해 위 해외 베팅사이트를 이용하게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도박공간을 개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이 해외 스포츠 토토 베팅사이트인 ‘스보벳’, ‘피나클’ 등의 사이트를 직접 개설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도박공간개설죄가 성립한다고 하였다. 국민체육진흥업법 제26조 제1항은,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사업자가 아닌 자는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여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이하 "유사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은, 피고인들의 중계사이트는 스보벳, 피나클 등 해외 스포츠토토 베팅사이트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여 ‘에이전시’를 확보하고 국내 이용자들을 상대로 링크 연결을 통해 위 해외 베팅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베팅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그대로 이용하도록 하되, 독자적으로 게임머니를 발행하고 이 사건 중계사이트가 관리하는 계좌를 통해 충?환전을 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므로, 결국 국내 이용자들에게 당첨금에 상응하는 게임머니의 환전을 통하여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주체는 이 사건 중계사이트 운영자이기 때문에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국민체육흥업법위반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민체육진흥법에 근거한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과 유사하게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고,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해야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피고인들이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해외 사이트 운영자들과의 공모관계가 있어야 비로소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즉,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지 않은 채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만을 제공하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012. 2. 17.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법률 제11309호)은 제26조 제2항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체육진흥투표권이나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는 시스템을 설계ㆍ제작ㆍ유통 또는 공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행위’(제1호) 등의 규정을 추가하였는데, 위와 같이 개정법에서 유사행위와 관련한 각호의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한 취지는 제26조 제1항의 ‘유사행위’에까지 이르지 않았지만 유사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불법적인 스포츠 도박 사업 운영을 근원적이고 효과적으로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는 이유로 1심 및 항소심은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을 인정하였는데, 이는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2항의 개정취지를 전제로 동법 제1항의 규정을 해석하려는 것으로 불필요하게 가벌성을 확장시키는 유추해석으로 보인다. 국민체육진흥업법의 유사행위 금지규정과 위반자 처벌규정은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을 도입하기 위하여 국민체육진흥법이 1999. 8. 31. 일부 개정(법률 제6013호)되면서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이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을 할 수 있다’는 규정과 함께 신설되었다는 입법 연혁에 비추어볼 때, 동법은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을 중점으로 하여 입법된 법이므로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을 전제로 하지 않은 ‘유사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여진다. 또한,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도박을 할 수 있게 만든 행위가 문제되고 있는데, 형법 제247조의 도박공간개설의 경우 피고인들이 중계사이트를 개설, 운영하여 도박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반면,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의 경우에는 도박공간의 개설에 더하여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는 행위가 추가되어야 동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결국 국민체육진흥업법위반은 형법상 도박공간개설죄의 구성요건과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이라는 특별한 구성요건이 필요하므로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같이 국민체육진흥업법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환전
충전
스포츠토토
국민체육진흥법
게임머니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7-12-22
형사일반
[판례해설] 친족인 성년후견인에게 횡령죄를 인정한 사례
제주지방법원 2017. 11. 8. 선고 2017고단284 판결 이 사건은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인 형에게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고 횡령죄를 인정한 사례이다. 피해자(51세)는 2011년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뇌병변 1급 장애 및 사지마비 장애를 갖고 있고, 피해자의 친형으로서 유일한 혈족인 피고인(54세)은 2014. 7. 8.경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었다. 피고인은 2015. 1.경 피해자의 교통사고 보험금 1억 4천여만 원을 피고인 명의의 은행 계좌로 송금받았고, 2015. 2. 10.경 그 중 1억 2천만 원과 은행 대출금을 합쳐 빌라를 구입하고 자기 명의로 등기를 마쳤다. 2016년 8월 후견감독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발견한 법원은 피고인에게 현금을 계좌에 돌려놓거나 보험금 1억2000만원 상당의 지분을 동생 명의로 이전할 것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피고인이 법원의 권고를 무시하자, 법원은 2016. 10. 21. 직권으로 후견인변경사건의 심리를 개시하고 피고인의 후견인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한편 임시후견인으로 전문가(변호사)를 선임하는 결정을 하였다. 임시후견인은 피고인을 검찰에 고발하였고, 피고인은 횡령죄로 기소되었다. 법원은 친족이라 하더라도 후견인으로 임명된 경우 법률상 공적인 역할을 부여 받았으므로 피후견인의 재산 및 신상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맞게 관리해야 하고, 후견인이 한 피후견인의 재산관리상 불법행위 대해서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피고인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형으로서 동거친족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법 제328조, 제361조, 제355조 제1항에 의하여 횡령 범죄에 대하여 그 형을 면제해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친족상도례 준용 긍정설과 부정설로 견해가 나뉜다. 친족상도례는 친족 간의 일부 재산범죄에 국가 형벌권의 개입을 지양하고 친족 내부의 재산문제는 그 구성원이 스스로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법원이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하면서 후견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성년후견제도의 성격과 함께 후견인의 결격사유 및 후견인의 권한과 직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관련 법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후견사무는 후견인이 친족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공적 성격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또 2013. 7. 1.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후부터 2016. 하반기까지 전국적으로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의 접수 건수는 6,523건이고,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의 후견감독사건의 접수현황은 5,154건에 이른다. 한편 서울가정법원에서 2013. 7. 1.부터 2016. 5. 31.까지 사이에 선임된 후견인(미성년후견인 제외) 중 피후견인의 친족이 후견인으로 선임된 비율은 87.3%(친족과 전문가가 공동으로 선임된 경우 2.7% 포함)로 친족이 후견인으로 선임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와 같이 성년후견인의 상당수가 친족후견으로 지정되는 현 상황에서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 후견인의 피후견인에 대한 재산관리상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수 없게 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후견인이 친족이라고 하더라도 법원에 의하여 성년후견인으로 임명되어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공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경우에는 사적관계인 친족관계에 기반한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위 판결은 성년후견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친족이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경우에도 그 업무는 공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산범죄에 대해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친족상도례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음을 명확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이는 성년후견제도의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있던 성년후견인과 친족상도례의 관계에 대해 최초로 법률적 판단을 한 사례로서 그 의의가 크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후견
횡령
보험금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7-12-13
형사일반
판례해설 - 진경준 전 검사장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사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2. 13. 선고 2016고합734 판결 {진경준 전 검사장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사건} - 1. 공짜주식 등 뇌물수수 또는 알선뇌물수수로 인한 특가법위반(뇌물) 공소사실의 요지 검사인 피고인은 주식회사 NXC(주식회사 넥슨, 주식회사 넥슨홀딩스, 주식회사 NXC 순으로 상호가 변경됨)를 운영하는 김정주로부터 “장래 검찰 및 검찰 유관기관에서 김정주, 넥슨 또는 그 관계자와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거나 처분하게 될 경우, ① 피고인의 직무권한 범위 내에 들어오는 사건이면 피고인이 직접 유리한 처분 또는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고, ② 피고인의 직무권한 범위 내에 들어오지 않는 사건이면 피고인이 담당 검사 또는 검찰 유관기관 소속 공무원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유리한 처분 또는 각종 편의를 제공받게 해 달라”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청탁과 함께 2005. 6.경부터 2014. 12.경까지 사이에 9억 5천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 내지 금품(8억 5천만 원 상당의 일본 넥슨재팬의 주식, 승용차 리스료, 여행경비 등 합계 1억 원 상당)을 수수함으로써, 그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수수함과 동시에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검사 및 검찰 유관기관 소속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검사는 포괄일죄로 기소하였음). 2. 대상판결이유의 요지 가. 뇌물수수로 인한 특가법위반(뇌물)의 점에 대하여 1)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의 범위는 공무원에게 직접적으로 맡겨진 직무상의 임무와 기능적인 관련(지휘·감독관계, 중간결재관계, 위임관계 등으로 담당직무와 유기적인 관련이 있는 경우)을 갖고 있는 한도 내로 제한되고, 검사가 수수된 금원과 대가적 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직무행위를 특정해야 한다. 2) 피고인이 검사라는 이유만으로 수수한 이익과의 관련성,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는 특정된 직무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3) 피고인의 각 지위에 따른 직무권한의 내용이 무엇인지 시기별로 인정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소가 제기된 9년 6개월 동안과 그 전후에 걸쳐 김정주와 그의 회사에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현안으로 인정할 만한 사건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4) 김정주가 불법적인 사업이나 운영과정에서 불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운영한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단지 김정주가 상당한 규모의 사업을 운영한다는 점만으로는 장래에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된 현안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미리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익 수수 이후 실제로 장래의 직무 관련 현안이 발생한 경우와 동일시할 정도로) 장래의 직무에 관한 현안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5) 결국 피고인이 김정주로부터 수수한 이익과 피고인의 직무 사이에 관련성 내지 대가성이 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 나. 알선뇌물수수로 인한 특가법위반(뇌물)의 점에 대하여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알선할 사항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뇌물 수수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① 검찰 유관기관은 검찰 이외의 다른 모든 국가기관을 의미한다고 해석되므로 알선의 대상인 다른 공무원의 범위가 막연하게라도 특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더 나아가 다른 공무원의 직무가 무엇인지는 전혀 알 수 없으며, ② 이익을 수수할 당시 김정주, 넥센 등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담당 검사 또는 검찰 유관기관 소속 공무원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유리한 처분 또는 각종 편의를 제공받게 해 달라는 청탁이 실제로 존재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③ 김정주와 피고인이 30여 년 동안 각별히 친밀하게 지내온 점에 비추어 김정주가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으며 피고인으로부터 법률지식에 따른 조언을 받거나 변호사를 소개받는 것이 무리라고는 보이지 않으며, ④ 이익을 수수한 시기와 김정주나 넥슨 등에 발생한 주요 현안의 접수 및 처리 시기와의 상관관계를 찾기 어려운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약 9년 6개월 동안 28회에 걸쳐 수수된 이익이 김정주가 피고인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정도를 넘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대한 대가로서 수수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3. 쟁점 · 뇌물성 인정 여부 가. 관련 판례 공무원이 얻는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의 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와의 관계, 쌍방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의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그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뇌물죄의 성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판단 기준이 된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도4940 판결, 대법원 1998. 3. 10. 선고 97도3113 판결 등 참조). 나. 대상판결의 평가 1) 대상판결은 위 판례들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이 사건에서 수수한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는 점에 대한 검사의 입증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2)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특별한 사정(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는데, 대상판결은 김정주를 피고인의 직무대상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3) 수수된 이익의 액수(다액 기준으로 주식매수 자금 4억 2,500만 원, 승용차 리스계약 명의 이전보증금 3,000만 원, 2010. 6.경 여행경비 지원금 1,000만 원 순이다)에 비추어 보면 친구관계에 있어 단순한 호의나 교분상의 필요에 의하여 제공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으나, 대상판결은, 피고인과 김정주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인 1985년경부터 알게 되어 피고인이 검사가 되기 이전인 대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이로, 30여 년 동안 수많은 경험과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동반 여행을 자주 다녔으며, 가족들 간에서 서로 친밀하게 교류한 지음(知音)의 관계에 있는 점 및 김정주가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 여행을 같이 간 다른 사람의 비행기 표도 김정주 또는 넥슨에서 결제하였고, 비행기 표 외에 현지에서 쓰는 비용은 분담하여 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여 직무와의 대가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4억 2,500만 원의 주식매수대금은 호의나 교분상의 필요에 의하여 제공된 것이라고 보기에는 매우 큰 돈이지만, 위 금액을 수수한 시기 전후에 김정주와 그의 회사에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현안 또는 피고인을 통하여 알선을 청탁할 만한 현안이 존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금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이익의 수수와 달리 판단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4)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검사라는 신분과 지위에 있다는 점만으로 수수한 이익과 직무와의 대가관계가 인정될 수 없고, 수수한 이익과 특정한 직무와의 관련성을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4. 여론 검사는, 피고인이 넥슨 주식 10,000주 취득 기회를 제공받고 취득자금 4억 2,500만 원을 받은 것과 별도로, 위 넥슨 주식을 8억 5천만 원 상당의 넥슨재팬 주식으로 교환한 것 역시 피고인이 뇌물을 수수한 것이라고 공소제기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소액주주들 110명에게 모두 넥슨재팬 취득기회가 부여되었고, 실제로 대부분의 소액주주들이 넥슨재팬 주식으로의 교환을 선택하여 넥슨재팬의 주식을 취득한 점에 비추어 넥슨재팬 주식은 넥슨의 주주의 지위에서 받은 넥슨 주식에 대한 결과물일 뿐이고 별도의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매우 타당하고 할 것이다.
넥슨
뇌물
검사
2017-01-05
부동산·건축
형사일반
판례해설- "명의신탁 재산 빼돌린 수탁자, 횡령으로 처벌 못해"… 대법원, 판례 변경
피고인과 피해자는 매매대금을 분담하여 함께 서산시 소재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였다. 그리고 나중에 토지를 다시 매도할 때 간편하도록 소유권이전등기는 피고인 단독 명의로 경료하였다. 피고인은 이후 돈을 빌리면서 피해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이 사건 토지 전체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검찰은 피고인이 공동매수인인 피해자의 지분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피고인을 횡령죄로 기소하였다. 1심과 2심 법원은 피해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이 사건 토지를 피고인과 함께 매수하기로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피해자와 피고인이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명의신탁을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 경우 피고인은 피해자 지분의 명의수탁자로서 이를 피해자(명의신탁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러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던 종전의 판례를 폐기하고 무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는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라고 본 것으로 그러한 판단의 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소유권이전등기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무효이므로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부동산 매수인이자 명의신탁자인 피해자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피고인을 피해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명의수탁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정한 금지규범에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하는 셈이 된다. 이는 부동산실명법이 금지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조장해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은 개념상 구별되나 구체적 사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양자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는 대부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인식한 매도인의 협조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와 등기 이전 등의 실질적인 과정에 유사한 면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인지 아니면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다수의 재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법률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아무런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이와 달리 취급하여 계속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 사건 판결의 논지이다.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된 이래 명의신탁을 양자간 명의신탁,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계약명의신탁으로 유형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양자간 명의신탁은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방식이다.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은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여 매도인에서 명의수탁자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명의신탁자 명의의 등기과정을 생략하여 명의신탁과 중간생략등기가 결합된 것이므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라고 한다. 계약명의신탁은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방식이다. 즉,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로부터 부동산소유권을 취득할 것을 위임받아서 자기 자신이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함으로써 명의신탁등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방식은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명의를 포함하여 계약명의까지 신탁한다는 의미에서 계약명의신탁이라고 한다.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는 매매계약 체결 등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은 명의신탁자가 행하고 단지 등기명의만을 명의수탁자 앞으로 하는 데 반하여, 계약명의신탁에서는 명의신탁자의 위임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직접 자신의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는 점이 다르다. 계약명의신탁은 다시 매도인 선의의 계약명의신탁,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으로 구분된다. 부동산실명법 4조 2항은 명의신탁에 기한 물권변동(소유권이전등기)의 효력을 매도인 선의의 계약명의신탁과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달리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실명법 4조 1, 2항 및 이들 규정의 해석상, 양자간 명의신탁,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매도인 선의의 계약명의신탁,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 등 각 유형별로 매매계약의 효력, 명의신탁약정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의 효력, 매도인·명의신탁자·명의수탁자 3자간 부동산의 귀속과 그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등의 법률관계가 달라진다. 나아가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있어서 재물의 타인성 및 명의신탁자와 명의신탁자의 위탁관계를 판단하는 데 위와 같은 법 규정 및 해석상 차이가 영향을 미친다.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약정 및 이로 인한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로 됨에 따라(부동산실명법 4조 1, 2항)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그대로 명의신탁자에게 남아 있으므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원인무효를 이유로 한 말소등기청구 또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재물의 타인성'을 인정할 수 있고,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한다. 명의신탁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라 하여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170 판결). 이에 반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자가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한 바 없고, 부동산실명법 4조 1, 2항의 해석상 각 유형에 따라 매도인이나 명의수탁자가 소유권을 보유 또는 취득하게 된다. 명의신탁자는 각 유형에 따라 매도인이나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을 뿐인데,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결국 명의수탁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과거 판례가 그 유효성을 인정하던 명의신탁은 대내관계에 있어서는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보유하여 이를 관리·수익하면서 공부상의 소유명의만을 명의수탁자로 하여 두는 것이었다. 이러한 대내관계에 있어서의 소유권 유보 및 이에 따른 위탁관계 개념에 기초하여 과거 판례는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1995년 부동산실명법이 제정·시행됨으로써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나 계약명의신탁에 있어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 및 입법목적에 기초하여 횡령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민·형사 법률관계를 통일적으로 해석하고,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서로 차이가 없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에 있어서 해석의 통일을 기하였다는 데 이 사건 판결의 의의가 있다.
명의신탁
횡령
부동산실명법
2016-05-31
금융·보험
형사일반
판례해설 - 채무자가 대항요건까지 갖춘 질권의 목적인 전세금을 반환받아 임의로 사용하더라도 배임죄로 처벌 못 해
대상판례 : 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5도5665 판결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한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란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담보권은 목적물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분리하여 그 중 교환가치만 지배하는 권리이다. 저당권이나 질권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분리한다는 것은 의제적인 측면이 강하고 현실에 있어서는 양자가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저당권 설정자는 여전히 저당물을 점유하며 사용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그 교환가치를 해할 수도 있다. 이는 저당권의 본질적 가치를 침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민법 제362조에서는 저당권 설정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저당물의 가액이 현저히 감소된 때에는 저당권자는 저당권 설정자에 대하여 그 원상회복 또는 상당한 담보제공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위 조항상의 저당권 설정자의 의무나 지위를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로만 본다면 저당권의 담보력이 매우 취약해진다. 이에 판례는 저당권 설정자에게 공장저당권의 목적 기계를 담보 목적에 맞게 보관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타에 임의매도하였다면 공장저당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67 판결). 채권담보를 위하여 물건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는 담보의 범위 안에서 그 물건을 관리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므로 이를 타에 처분한 때에는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1989. 7. 25. 선고 89도350 판결,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도 같은 맥락의 판례들이다. 질권은 채권자가 채무자 또는 제3자로부터 받은 물건이나 재산권을 채무의 변제시까지 유치함으로써 채무의 변제를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동시에 변제가 없는 때에는 그 목적물로부터 우선적으로 변제를 받는 권리이다. 우리 민법은 동산을 목적으로 한 동산질권과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권리질권에 대하여 달리 규정하고 있다. 동산질권자는 목적 동산을 점유할 수 있는 반면, 권리질권의 목적인 재산권은 성질상 점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민법에서는 권리질권의 설정방법으로 그 권리의 양도방법에 따르도록 정하였다. 즉, 지명채권이라면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하지 아니하면 제3채무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349조 제1항). 나아가 질권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된 권리를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할 수 없다(민법 제352조). 대상판례의 사안은 피고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청구권에 권리질권을 설정하고 피해자로부터 대출을 받았는데, 그 후 전세계약이 만료되자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아 임의로 소비한 경우이다. 권리질권 설정과 관련하여 제3채무자인 집주인은 질권 설정에 이의 없이 승낙한다는 내용의 질권설정승낙서를 작성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이 권리질권 설정자로서 질권자인 피해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이 되는 전세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하지 아니하여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이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전세계약 및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소멸하게 함으로써 전세보증금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공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 법원은 채무자가 권리질권 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를 위하여 권리질권 보호 또는 관리에 협력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고, 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질권설정자가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한 때에는 제3채무자가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인 채무를 변제하더라도 이로써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질권자는 여전히 제3채무자에 대하여 직접 그 채무의 변제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질권설정자가 질권의 목적인 채권의 변제를 받았다고 하여 질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질권자에게 어떤 손해를 가하거나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질권자로서는 제3채무자인 집주인으로부터 여전히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을 권리가 있어 피고인의 전세보증금 수령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바가 없다고 본다면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다만, 전세보증금은 해당 주택 시가의 60~70%에 이르기 때문에 제3채무자에게 달리 변제할 자력이 없다면 질권자로서는 여전히 전세보증금 반환청구권을 보유한다 하더라도 그 실제 가치가 보증금의 액수에 미치지 못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질권자로서는 손해를 입었거나 손해 발생의 위험이 큰 것으로 볼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한편, 대법원이 피고인에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았는지 여부는 판결 이유만으로는 분명하지 않다. 비록 지명채권양도의 방식과 절차에 따라 권리질권이 설정되었고, 대항요건까지 갖추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상적인 채권양도와는 달리 담보권인 권리질권을 설정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질권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된 권리를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할 수 없고, 이는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가 아니라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질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피고인은 여전히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배임죄로 기소된 관계로 피해자는 질권자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피해자는 질권자가 아니라 이중으로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여야 할 처지에 놓인 제3채무자이다. 피고인이 제3채무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으면서 채3채무자를 기망하였는지 여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전세보증금
권리질권
배임죄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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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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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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