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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 음란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서울고등법원 2016. 11. 29. 선고 2015라1490 판결 채권자들은 일본의 영상물 제작업체들 및 위 제작업체들과 위 영상물 제작업체들이 제작한 영상물에 대한 배타적 발행권 설정계약을 체결한 국내 영상물 유통회사들이고, 위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채무자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법원은 채권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 본 사안의 쟁점은 소위 ‘야동’이라고 불리는 음란물인 채권자들의 영상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라 함은 저작권법 제7조에 열거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속하지 아니하면서도 인간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것으로서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의 윤리성 여하는 문제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설령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할 것”(대법원 1990. 10. 23.선고 90다카8845판결,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 등 참조)이라는 종전 대법원의 입장을 견지(堅持)하면서, 영상물이 성행위 장면 등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아무런 창작적인 표현 없이 남녀의 실제 성행위 장면을 단순히 녹화하거나 몰래 촬영한 것이 아니라면 그 창작성을 부인할 수 없고, 영상물이 음란물에 해당하는 경우 형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배포, 판매, 전시 등의 행위가 처벌되는 등으로 해당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자가 그 배포권, 판매권, 전시권 등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으나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상저작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저작권 등의 침해정지청구권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시하였다. 따라서 채권자들의 영상물은 그 내용의 대부분이 남녀의 성행위나 성기 노출 등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채권자들의 영상물이 음란물이라고 하더라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를 구체화하는 ‘기획과정’에서 촬영 장소와 배우의 선정, ‘촬영과정’에서 영상에 고정될 수 있는 실연과 배경의 선택, 촬영 조명 미술 작업, ‘편집과정’에서 하나의 영상물로 완성하기 위하여 촬영된 필름의 삭제, 연결 작업 등을 거쳐 제작과정에 참여한 저작자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는 사실이 소명되므로, 채권자들의 영상물은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0. 10. 23.선고 90다카8845판결에서 대법원이 사진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이라 함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면 되고 윤리성 여하는 문제되지 아니하므로 설사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판시한 이후 하급심에서 음란물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라는 하급심의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1. 23. 선고 2011노2664 판결(확정) 등}이 있었고 학계에서도 음란물의 저작물성에 대해서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이후 대상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이 소위 ‘야동’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로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후 일본의 야동 제작사가 한국의 파일 공유사이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5. 8. 29.선고 사건, 서울지방법원 2015. 10. 18. 선고 사건 등). 헌법재판소는 1998. 4. 30. 선고 95헌가16 결정에서 음란이란 인간의 존엄성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직 성적인 흥미에만 호소할 뿐인 매체로 어떠한 문학, 예술, 과학적이거나 정치적인 가치도 지니지 않는 것으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2009. 5. 28. 선고 2006헌바109 결정에서는 음란표현이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결정을 변경하였다. 헌법재판소 역시 “음란” 표현이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 내에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과 비슷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 일본 저작권법 역시 특별히 저작물에 관한 정의 규정에서 도덕적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일본 판결은 “사진저작물이 설사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저작권을 보호받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일본 동경지재(日本 東京地裁) 1986. 6. 20. 1983}. 또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포르노소설도 작가의 감흥과 경험, 그리고 상상을 표현한 자유로운 창작 작업일 경우, 포르노소설도 예술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무첸바하 사건 BVerfGE 83, 130 (1990. 11. 27.)} 1979년 Mitchell Brothers Film Group v. Cinema Adult Theater 사건에서, 미국 제5순회법원은, 음란물을 제작한 원고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구제를 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 당해 영화에 음란한 내용이 있는 것과는 관계없이 저작물이라면 당연히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저작권, 상표권, 특허권 제한에 대한 규정을 고려할 때 저작권법에 음란물을 제외하는 규정이 없는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단순한 생략이 아니라는 이유로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것이다{Mitchell Brothers Film Group v. Cinema Adult Theater, 604 F.2d 852(5th Cir. 1979), cert. denied, 445 U.S. 917 (1980)}. 이후 2004년 Nova Products, Inc. v. Kisma Video, Inc사건에서도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하였다{2004 U.S. Dist. LEXIS 24171 (S.D.N.Y. Dec. 1, 2004).}. 음란물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음란물에 대한 규제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보다는 다른 형사처벌규정 등에 따라 음란물 제작 및 유통을 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고, 대상판결도 이와 같은 선상에서, “영상물이 음란물에 해당돼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배포·판매·전시 등의 행위가 처벌되고 배포권과 판매권, 전시권 등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지만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해 저작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청구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음란물에 대한 지금까지의 법적 갈등의 핵심은 음란물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그러나, 우리 저작권법이 저작물의 요건으로 윤리성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저작물성의 판단에 ‘음란성’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함으로 인하여 음란물이 더욱 성행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이는 대상 판결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유통 과정에서의 규제나 불법 유통으로 인한 수익을 환수하는 등 특별히 고안된 법률에 의해 제재 하여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작물은 내용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저작권
저작물
음란물
2016-12-23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파견근로자 차별과 사용사업주의 책임
1. 사실관계 A사(社)는 휴대폰부품 제조업을 하는 법인이다. A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에는 A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정규직 근로자도 있지만,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다수의 인력업체로부터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A사에서 일하게 된 파견근로자도 있었다. A사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함)에 따른 근로자파견역무를 제공받을 수 없는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2011. 10.부터 2015. 3.까지 위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였다. 이 때문에 A사와 해당 인력업체들은 파견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형의 형사처분을 받기도 하였다. A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근로계약에 따라 ① 매년 3, 6, 9, 12월 말일에 기본급의 100%씩 합계 400%에 달하는 상여금 및 ② 매월 만근시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파견근로자들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계약에 따라 매년 합계 200%의 상여금만을 받을 수 있을 뿐 연차유급휴가수당은 받지 못하였다. 파견근로자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정규직 근로자들에 비해 상여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하고 연차유급휴가는 받지 못한 것이 파견법 제21조가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면서,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에 해당하는 7군데 업체를 상대로 2014. 12.경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신청, 손해배상, 제도개선 시정명령을 신청하였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 5군데가 이 사건 파견근로자에게 상여금을 적게 지급하고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적 처우임을 인정하고, 당해 차별 처우가 명백한 고의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이유로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 5군데는 연대하여 손해액의 2배(파견법 제21조 제3항)에 달하는 금전배상금 합계 44,915,900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하였다(중앙2015차별 3 내지 11 병합 차별시정 재심신청 사건). 그러자 사용사업주 A사 및 파견사업주 5군데 중 B, C 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파견근로자 8명은 피고 측 보조참가자로 행정소송에 참여하게 되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 A사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파견근로자 8명 중 3명에 대하여는 차별적 처우를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나머지 5명 5명에게 대하여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보다 감소된 금전배상을 지급하도록 판결하였다. 대상판결이 다룬 논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용사업주 A는 파견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므로 파견법상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라는 피신청인 적격이 있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1차적으로 파견사업주 B, C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사업주 A사는 차별에 대한 시정신청의 피신청인 적격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 논거는 파견법 제21조 제1항이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에게 차별적 처우에 대한 금지의무를 부과하였다는 점, 파견법 제20조 제2항은 사용사업주로 하여금 파견사업주에게 위 제21조 제1항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어느 한쪽 사업주의 책임영역에서 발생한 차별적 처우에 다른 한쪽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두 사업주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하고 정책적으로도 근로자 구제에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둘째, 파견근로자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차별적 처우를 시정요구할 수 있는 신청기간은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 내”인데(파견법 제21조 제3항),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가 동일한 사용사업주 A사에서 계속 근무하면서 차별적 처우를 받아 왔고, 다만 그 기간 중 소속 파견사업주만이 변경되었다면 위 제척기간은 사용사업주 A사와의 근로관게가 종료된 날로부터 기산된다고 하여 당해 시정신청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셋째, 파견근로자들이 연차유급휴가수당을 받지 못한 것이 파견법상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이를 인정할 경우 사용사업주 A사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더하여 파견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 배상명령까지 받게 되는 바 이는 역차별로서 문제가 있다고 보아 이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처리하면 족할 뿐 파견법이 규정한 차별처우 금지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넷째, 정규직 근로자들과 파견근로자들이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였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된 A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파견근로자들과 같은 생산라인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점 등을 들어 동종·유사한 업무를 해왔다고 인정하였다. 다섯째, 파견근로자들은 파견 후 6개월 동안은 신규입사 정규직 사원보다 상여금을 많이 받으므로 불합리한 처우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 관하여, 대상판결은‘비교대상근로자들이 신입 정규직 근로자라면 받았을 상여금’과 파견근로자들이 실제 받은 상여금을 비교해 볼 때, 이 사건 파견근로자들 중 일부에게는 차별적 처우가 없거나 설령 그들이 정규직 근로자였더라도 상여금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파견사업주 B, C에게는 연대책임이 없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파견근로자들을 정규직 근로자들에 비하여 상여금 등에서 차별한 것은 업무내용이 현격히 달라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므로 중앙노동위원회가 배액의 배상금 이행명령을 내린 것이 부적법한 것인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 A사와 파견사업주 B, C 모두 상여금 지급에 2배나 차이가 있음을 알면서도 같은 내용의 근로자파견계약을 반복 체결하였으므로 명백한 고의로 반복된 차별적 처우라면서 손해액 2배를 배상하라고 한 재심판정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 A사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되, 파견근로자 8명 중 3명에 대하여는 차별적 처우를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나머지 5명에게는 줄어든 손해액(연차유급휴가수당 제외, 비교대상근로자를 신입 사원으로 가정하여 상여금 차액을 감소함)의 2배에 달하는 배상금을 인정하였다. 참고적으로 원고와 피고 모두 대상판결에 항소한 상태이다. 4. 판례해설 대상판결에는 여러 쟁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될 쟁점은 파견법상 차별시정명령의 이행의무 대상자에 파견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파견사업주 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로부터 근로를 제공받는 사용사업주도 포함되는지 여부일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두 가지 견해가 존재해왔다. ① 하나는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가 각자의 책임영역에서 발생한 차별적 처우에 대하여는 각자 책임을 진다는 견해이고, ② 다른 하나는 파견법 제21조 제1항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모두에게 차별적 처우에 대한 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사용사업주의 개입 없이는 파견사업주의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들에게 연대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는 견해이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파견법 업무매뉴얼(2011. 12.)’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기존 재심판정은 전자의 견해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 6. 30. 본건 사건에 이르러“이 사건 파견사업주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용사업주에게도 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시정의무가 연대하여 존재한다는 것은 파견근로자 차별시정제도의 입법취지 및 파견법의 규정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라면서 후자의 견해를 취하게 된 것이다. 대상판결이 사용사업주에게도 차별시정신청의 피신청인 적격이 있다면서 밝힌 논거들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위 재심판정에서 밝힌 논거들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중앙2015차별 3 내지 11 병합 차별시정 재심신청 사건 제5항 가. 참조). 파견법 제21조 제1항은 차별적 처우의 금지 주체를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21조 제3항은 차별시정명령의 이행 대상을 파견사업주 또는 사용사업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34조 제1항은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의 책임영역을 구분해놓고 있다. 조문의 구조가 이러하다보니, 실무상 위 두 견해 중 어느 것도 충분히 선택될 여지가 있었고, 그 선택에 정책적 고려가 개입될 가능성도 높았다고 본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향후 동종·유사한 후속 사건에서 이 사건에서 취한 견해를 유지할 지는 지켜볼 문제이다. 그리고 사법부인 항소심에서 대상판결의 결과를 그대로 인용할 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하겠다. 둘째, 대상판결은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차별적 처우가 금지되는 영역에서 제외시켰다. 파견법 제2조 제7호는 처별적 처우가 금지되어야 할 사항에 ①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에 따른 임금, ② 정기상여금, 명절상여금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③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 ④ 그 밖에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참고적으로 기존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서는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위 차별금지영역에서 제외시켰는데, 본건 사건에 이르러 중앙노동위원회는 연차유급휴가수당이 이 중 ④에 해당한다고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재심판정에 의하면 연차유급휴가수당을 받지 못한 파견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은 물론 파견법에 의해서도 보호받게 되니 근로기준법에 의해서만 보호받는 정규직 근로자가 역차별 당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서 중앙노동위원회의 기존 입장을 따랐다. 그러나,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은 서로의 입법취지와 입법목적이 다르다. 따라서, “민·형사상 법적 처분을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의 결과가 제거된다고 해서 반드시 차별법의 입법취지가 달성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연차유급휴가수당의 미지급 또한 차별금지대상의 일종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항소심에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대상판결은 비교대상근로자가 올바로 선정됐다고 인정하면서도 A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입사 후 6개월 동안은 별도의 계산식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받았음을 밝히고, “정규직 근로자 중 가장 높은 처우를 받는 근로자를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하는 경우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정규직 근로자는 기간제 근로자보다 더 불이익을 받게 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비교대상근로자로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정규직 근로자를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중앙노동위원회의 2008년 차별시정 재심판정 사건(중앙 2008차별7 차별시정 재심신청사건, 모 대학교 시간강사가 차별시정을 요구한 사건이다)의 논거를 차용하여, “참가인들이 비교대상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비교대상근로자들이 각 참가인들의 차별시정 대상기간에 새로 입사한 신입직원임을 전제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새로이 밝혔다. 그 결과, 파견근로자들 중 일부에 대하여는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나머지 파견근로자들에 대하여는 배상금 액수가 줄어드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참고적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차별시정신청사건에서도 “비교대상근로자가 복수일 때 법원이 차별적 처우를 당한 근로자 스스로 선정하지 않은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근로자를 알아서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한 점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는데, 대상판결은 비교대상근로자의 선정이 적절하다고 하면서도 역차별의 발생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직권으로 상여금 차액을 줄였고 그 결과 일부 파견근로자들은 차별을 당하지 않았다는 판단까지 받게 만들었으니, 이와 같은 법리가 과연 차별적 처우를 근절하고자 하는 파견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놓고 항소심에서 치열하게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가 소속 파견사업주를 바꾸는 방식으로 계속하여 동일한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에서 근무한 경우, 파견근로자가 특정 파견사업주 소속으로 근무한 기간 동안 이루어진 차별적 처우에 대하여는 그 파견사업주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다른 파견사업주 소속으로 근무한 기간에는 당해 파견사업주가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어 해당 기간 동안의 차별적 처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밝혔다. 예컨대, 사용사업주 A와 파견사업주 B1, B2, B3가 있고, 파견근로자 C는 B1?B2-B3의 순서로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한 후 A에게 근로를 제공하였으며 C는 위 세 구간 전부에서 계속적인 차별을 당했다고 가정한다.
파견근로자
노동
차별
2016-12-14
산재·연금
헌법사건
판례해설 - 산재법상 출·퇴근 재해, 헌법불합치결정의 의미
- 헌재 2016. 9. 29. 2014헌바254, 공보 제240호, 1474-1482. - 1.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다. 걸어서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근로자, 자기 차를 운전해 출·퇴근 하는 근로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 생기는 문제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 다툼이 되었다. 2. 심판대상 조항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다.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사업장 규모나 재정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의사나 근로자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 혹은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지원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해 보상받지 못 한다고 정하고 있다. 3. 대법원은 종래 해석을 통해 출·퇴근 재해가 인정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 정의 조항에서 요건을 끌어냈다. 근로자가 출·퇴근 할 때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어야 한다며 기준을 엄격하게 추출했다. 즉,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4. 대법원이 판시한 요건은 입법으로 반영됐다.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개정되어 2008. 7. 1.부터 시행된 산재법 제37조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출·퇴근 재해'에 대해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라고 규정했다. 대법원이 제시했던 문구 그대로다. 개정이유에서는,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업무상 재해 인정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5. 입법자의 기대와 달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판례에 대한 찬반이 법률개정 논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을 구하는 청구도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앞선 2013. 9. 26. 선고 2012헌가16결정에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으로써 초래될 산재보험 재정지출 증가", "산재보험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언급하면서, 심판대상 조항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이 5인으로 더 많았지만, 위헌선언에 필요한 6인에 미달해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6. 이번 헌법재판소 2016. 9. 29. 선고 2014헌바254 결정은 3년 전 결론을 뒤집은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반한다고 결론 지었다.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혜택을 받은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는 본질적으로 같은 근로자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교통수단을 제공받는 것과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통상적인 출·퇴근 중에 재해를 입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별취급이 존재하고,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교통수단 관련 혜택을 받은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재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비혜택근로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면서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7. 재판관 3인은 여전히 합헌의견을 고수했다. 우선, 비혜택근로자를 산재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업무상 재해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줄곧 '공무원'이 출·퇴근하던 중 입은 재해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왔다(대법원 1993. 6. 29. 선고 92누19309 판결 등). 일을 하기 위해 직장과 집을 오고 간다는 점에서, 공무원과 다른 근로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출·퇴근은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주거지와 근무지 사이를 왕복하는 반복 행위다.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직장이 없으면 통근이 없다. 통근이 없으면 노무 제공도 없다. 근무지나 출·퇴근 시각은 근로자가 자유로이 정할 수 없다. 사업주의 결정과 방침에 구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출·퇴근 행위의 업무종속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대법원 2007.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의견). 대법원은, 업무행위 자체가 아니더라도 사회통념상 업무행위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라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것으로 보아 휴게시간 중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두6423 판결 등). 출·퇴근 행위 역시 업무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로 노무제공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출·퇴근 재해를 제외하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의 법리상 당연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9. 나아가 소수의견은, 헌법상 평등원칙은 국가가 언제 어디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에 관한 상황이나 제도개선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국가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인 구현을 위한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종전 헌법재판소 선례(헌재 1998. 12. 24. 98헌가1결정, 헌재 2001.6. 28. 99헌바32결정 등)를 원용했다. 이처럼 국가가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론은, 현재의 차별을 잠정적이고 불가피한 현실로 규정함으로써 결국 차별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이 사건에서도 소수의견은, 비혜택근로자 보호를 위해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단계적 제도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입법형성권이 있으므로 평등원칙위배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도 종래 단계적 실시를 평등원칙 위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번 취했다. 예컨대, 상시 사용 근로자수가 4인 이하인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일견 차별이 생긴다 하더라도 점진적 제도 개선으로 인한 부득이한 현상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헌재 1999. 9. 16. 98헌마310 결정). 중학교 의무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실시하도록 한 입법에 대해서도, 전면실시할 때 수반되는 국가 재정부담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로 평등원칙 위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헌재 1991. 2. 11. 90헌가27 결정). 10. 국가가 단계적 제도개선을 하는 구체적 방법을 선택할 수는 입법형성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차별취급의 합헌성을 단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입법자가 택한 방법으로 발생한 잠정적인 차별은, 실질적 평등에 부합하는 한도에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점진적 개선을 위해 단계를 나눈 기준과 우선 순위 선택에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가령, 섬이나 외딴 지역이 아니라 대도시의 부유한 동네 중학교부터 먼저 의무교육혜택을 주었더라도, 단계적 실시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합헌으로 판단되었을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규제를 하지 않으면서 4인 이하 사업장부터 우선 근로기준법상 규제를 강화했더라도, 단계적 제도개선을 이유로 차별이 정당화되었을지 의문이다. 출·퇴근용 통근버스는 영세한 회사 근로자보다 대기업 근로자에게 더 많이 제공되는 현실이 존재한다. 교통수단을 제공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가 더 크다. 그럼에도 단계적 조치는 그와 반대의 순서로 취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입법자는 납득할 만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국가가 단계적 입법을 형성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통 수단을 제공받는 혜택받은 근로자를 더 먼저 보호하는 입법이 정당하다는 결론으로 직행하기는 어렵다. 과도기적 임시조치라는 이유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과도기'의 잠정적인 차별 역시 헌법에 부합해야 한다. 재원이 유한한 현실에서, 입법자는 흔히 과도기를 되뇌이며 타협한다. 입법은 대개 과도기에 놓여 있다. 과도기 입법의 합헌성이, 어쩌면 더 중요하고 긴절하다. 11. 3년만에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변경된 직접적인 이유는 안창호 재판관이 견해를 바꿔 헌법불합치 의견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견해를 변경한 이유를 따로 밝혔다. 평등원칙 위반여부에 대해 자의금지원칙에 따른 합리성 심사를 하면 종전과 같이 합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지만, 강화된 평등심사 기준을 적용해 보면 평등원칙에 위배되므로 헌법불합치로 견해를 변경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강화된 평등심사 기준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이다. 종래 헌법재판소는, 평등원칙 위배 심사를 할 때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면 엄격한 비례심사를 하고, 그 외에는 자의금지원칙에 의한 합리성 심사를 해 왔다. 보충의견에 담긴 심사기준은 이러한 틀을 넘어선다. 산재보험수급권처럼 사회 보장수급권과 관련된 영역의 평등심사에서는 심사강도를 좀 더 강화된 수준으로 높일 필요성, 산재보험수급권의 잠재적 재산권성을 고려해 심사강도를 좀 더 높일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자의금지보다는 강화된 심사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비혜택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의 합리성 여부를 살펴보는 데에서 더 나아가 강화된 심사를 한다고 하면서, ① 보호영역의 특성, ② 보호의 긴절성, ③ 보호수준의 적절성을 고려하여, 비혜택근로자를 차별하는 데에 헌법상 허용될 만한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가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강화된 심사기준은, 자의금지원칙에 터잡은 합리성 심사 혹은 차별취급의 비례성 심사와 구분된다. 12. 보충의견과 달리 법정의견은 합리성 심사에 머물렀다. 합리성 심사보다 더 강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보충의견이 제시한 더 강화된 심사,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 심사'는 법정의견으로 반영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나아가, 어떤 경우에 자의금지보다 강화된 심사를 해야 하는지, 심사의 세부기준은 무엇인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새로운 심사기준 제안은, 양자택일의 이분법적인 평등원칙위배 심사구조에 의미있는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러한 심사기준은 주로 사회적 기본권 보호와 관련해 입법형성권을 부여받은 입법자가 순차로 단계적 조치를 취할 때 합헌성을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 심사'의 기준으로 언급된 세 가지 요소는, 단계적 조치의 합헌성을 심사할 수 있는 잣대로 치환될 수 있다. ① '보호영역의 특성'은 사회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단계적 개선이 문제되는 영역에서 적용하는 것으로, ②'보호의 긴절성'은 단계를 구분하는 경계의 합헌성에 대한 심사기준으로, ③ '보호수준의 적절성'은 어떤 대상자를 우선 순위에 둘 것인를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심사기준은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산재보험수급권 침해를 정면으로 판단하지 않고 평등원칙 위배여부를 살펴보는 심사를 했다. 이처럼 우회된 심사를 한 한계는, '정당하고 충분한 차별이유' 심사가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에 대한 심사와 다를 바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평등원칙 위배를 심사하는 두 가지 방법, 합리성 심사와 엄격한 비례심사를 넘어서는 제3의 길이 더욱 정교해지길 기대한다.
촐퇴근재해
업무상재해
산재법제37조제1항
2016-11-15
전문직직무
행정사건
판례해설 - 변호사법상 법무부징계위원회의 심사대상
변호사법(법)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장(변협회장)이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위원회(변협징계위)에 징계개시청구를 함으로써 징계절차가 개시되고(제97조), 변협징계위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징계사건을 심의하여(제95조) 징계에 관한 결정(제98조의 4)을 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징계개시청구권과 징계심의의결권을 분리하고 있다. 다만, 법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청구권 행사를 통제하기 위해 지방검찰청 검사장, 지방변호사회의 장,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윤리위원장)이 변협회장에게 징계개시청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면서(제89조의4 제4항), 변협회장이 징계개시신청을 기각하는 등의 경우 징계개시 신청인은 변협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하여 변협징계위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청구 없이 징계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제97조의 5). 한편, 법은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징계혐의자 및 징계개시 신청인은 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법무부징계위원회(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제100조), 이 규정을 근거로 법무부징계위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하고 직접 징계절차개시결정을 할 수 있을까? 서울행정법원(2015구합77714)은, 검사장이 변협회장에게 징계개시신청을 하였다가 기각결정을 받고 이에 이의하였으나 변협징계위가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하자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하고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하고 징계절차개시결정을 한 사안에서, 아래와 같이 법상 법무부징계위는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심의대상으로 삼을 수 없어 위와 같은 결정은 모두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① 법 제100조는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이라는 표제 하에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불복하여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제1항)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을 취소하고 스스로 '징계결정'을 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무부징계위의 심의결정 대상은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으로 보아야 하고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기각결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② 구 변호사법이 2007. 1. 26. 개정되면서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에 대한 불복절차가 마련되었는데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을 규정한 제100조가 문언의 개정 없이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에 대한 변협징계위의 기각결정에 대해서도 불복할 수 있는 근거규정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③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하고 징계절차를 개시하여 징계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징계혐의자로서는 변협회장의 징계개시청구나 변협징계위의 징계개시신청 인용에 따라 징계절차가 개시된 경우에 비해 오히려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종래 법상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청구권이 검찰총장과 변협회장에게 나뉘어져 있었고 지방회장에게는 징계개시 신청권만 있던 것이 변협의 자율성 강화를 위하여 1995. 12. 29. 검찰총장의 징계개시 청구권을 삭제하여 징계개시 청구권을 변협회장에게 전속하게 하는 법개정이 이루어진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2. 11. 29. 2010헌바454 참조). 변협의 자율성 강화를 위해 징계절차에서 징계개시청구권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고 위와 같은 법개정이 이루어진 취지를 고려하면 변협징계위(판사2명, 검사2명, 변호사 3명 등으로 구성)가 아니라 법무부징계위(위원장 법무부장관, 검사2명, 변호사 1명 등으로 구성)가 징계절차개시 부분까지 직접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이므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법문의 해석상으로는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① 법 제100조의 표제가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이기는 하나 제1항은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징계혐의자 및 징계개시 신청인이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97조의4 제3항은 '징계개시 신청인'을 징계개시를 신청한 윤리협의회 위원장이나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97조의5는 '징계개시 신청인'은 징계개시 신청을 기각하는 등의 경우 변협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100조의 문언의 해석상 '징계개시 신청인'의 이의신청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기각결정에 대한 이의로 해석된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은 징계결정에 대해서만 취소와 기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에 대해서는 어떠한 결정형식을 취하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서울행정법원은 제1항이 '징계결정'에 대한 것만 규정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한다면 징계혐의자의 이의는 징계에 대해, 징계개시 신청인의 이의는 무징계에 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러한 해석은 오히려 변협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결국 위 제1항은 징계혐의자가 징계결정에 대해, 징계개시 신청인이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한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② 2007. 1. 26. 개정 전 징계개시 신청권자는 검사장과 지방회장이었다(구법 제97조 제2, 3항). 하지만 제100조 제1항은 징계개시신청을 한 지방검찰청검사장만이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위 규정은 오히려 법무부징계위의 심의범위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07년 개정법에서 제89조의4 제4항 윤리협의회 위원장의 징계개시신청에 대한 규정이 신설되었고 그 때문에 ①과 같이 윤리협의회 위원장과 검사장을 '징계개시 신청인'으로 묶어 위 제100조 제1항에서는 '징계개시 신청인'이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대해 이의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따라서 법 제100조 제1항은 개정전후 모두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다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법개정 문제는 법무부징계위의 심의대상을 판단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보인다. ③ 위와 같은 이유에서 법상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기각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법 제96조는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사건을 심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00조도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대한 불복에 대해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가 전혀 징계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징계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즉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기각결정을 취소함으로써 변협징계위는 제97조의5 제2항에 준하여 변협회장의 징계청구가 없더라도 징계절차를 개시하여야 하고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에 대한 심의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함으로써 징계혐의자에게 절차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게 될 것이고 변협징계위가 먼저 징계여부를 결정함으로써 변협의 자율성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변협징계위가 징계개시로 나아갈 혐의조차 없다고 판단하여 징계개시 신청을 기각하였다면 비록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기각결정을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징계심의결과 징계결정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나아가 검사장 등은 변협징계위가 무징계를 결정하였다면 더 이상 다툴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변협징계위
징계절차
2016-06-21
이혼·남녀문제
판례해설 - 협의이혼 전제 재산분할 포기, ‘실질적 협의’ 없으면 ‘재산분할청구권 사전포기’로 ‘무효’
- 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 1. 재산분할청구권의 본질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청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고,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98다58016 판결). 2. 추상적 권리(추상적 지위)의 사전포기 금지 대법원은 상속개시 전에 한 유류분 포기약정은 효력이 없고(94다8334 판결),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의 양육비채권은 그 내용이 극히 불확정하여 포기나 상계를 할 수 없다(2006므751 판결)는 등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추상적인 권리(추상적인 지위)는 사전포기가 허용되지 않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하였다. 3.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의 법적 성질 가.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2002므1787 판결). 나. 민법 제839조의2에서 말하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혼인 중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분할에 관하여 이미 이혼을 마친 당사자 또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 사이에 행하여지는 협의를 가리키는 것인바, 그 중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95다23156 판결). 4. 대상판결(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가. 사실관계 : 청구인(A녀)은 중국인으로 2001. 6. 7. 상대방(B남)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생활하다가 2013. 9. 6. B남과 이혼하기로 하면서 B남의 요구에 따라 'A녀는 위자료를 포기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같은 날 A녀와 B남은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2013. 10. 14. 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 한 후 2013. 11. 초경 A녀는 변호사를 통해 수 천만 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B남에게 화를 내며 재산분할을 요구하였고, B남은 A녀가 독립할 자금이 필요하면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나. 판시내용 :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면서, A녀와 B남 사이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하여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A녀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가. 대상 판결은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종전 대법원 판결(2002므1787 판결)을 확인함과 동시에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95다23156 판결) 효력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사기나 강박(민법 110조) 또는 궁박·경솔·무경험(104조) 등으로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배우자 일방이 사실상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거나 궁박·경솔·무경험에 의한 불공정한 법률행위 등이라는 점을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앞서 본 특별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하면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실질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 이혼 건수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하는 협의이혼 절차를 가사비송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1990년 도입된 (형식적) 재산분할청구권이 실질적 재산분할청구권으로 강화되었다고 평가할만 하다.
재산분할청구권
이혼
사전포기
201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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