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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판결전문
노동·근로
민사일반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위반과의 관계(협약자치의 한계)
1. 들어가며 노조 조합원 자녀에 대한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대기업의 단체협약 등 단체협약 내용이 제3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이런 불만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상판결에서의 단체협약 역시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 등을 감액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침해하였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실적 판단보다는 법률적 측면, 즉 협약자치와 사법통제권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경위 및 요지 자동차용 여과제(필터)를 제조·판매하는 A사는 과반수 노동조합과 2014. 1. 24. 성과급 지급기준에 관한 단체협약 부속합의(이하 ‘제1합의’)를 하면서 당해 연도에 회사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진정서·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경우 성과급의 10%만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2014. 7. 21. 성실근무자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제2합의’)를 노동조합과 하면서 ‘지급일 이전 1년간 회사나 대표 등을 상대로 진정·고소·고발, 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 소송 등의 민원 제기한 자’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상판결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원칙(대법원 2000. 9. 20. 선고 99다67536 판결 등)을 설시하면서, 성과급 등의 지급기준에 대해 회사에 상당한 재량이 있으므로 회사가 노조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성과급 등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했다. 다만, 대상판결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감액하고 격려금을 미지급하는 규정은 회사가 경제적 불이익과 임금을 통한 차별적 처우를 통하여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반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로 판단했다. 3. 검토 가.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관련 기존 판결의 태도 대법원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이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 내용과 체결 경위, 협약체결 당시 사용자 측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7790 판결 등 참조). 즉, 판례는 단체협약의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및 의의 협약자치는 단체협약 당사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어떤 내용으로 합의할 지에 대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고, 헌법상 권리인 근로3권은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2헌바90 결정).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체결한 단체협약이 일반조항(민법 제103조, 제104조 등)에 의해 무효가 될 경우 합리적인 노사관계 형성이 어렵고, 노동조합 총회 의결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이 추후 소송에 의해 무효화될 경우 총회 의결에 반대한 소수 노조원들의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등한 지위에서 노사자치의 원칙에 따라 교섭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하여 일반조항인 신의칙이나 반사회질서라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하는 데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노조 운영비 원조를 금지하는 노조법 제81조 제4호가 '협력적 노사자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운영비 원조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의 성과를 감소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이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확보해 줌으로써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근로3권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즉,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반한다고 보았다(헌법재판소 2012헌바90 결정). 이와 같이 입법권에 의해 단체교섭권을 제한할 때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면 위헌으로 보았는데, 사법권이 일반 강행규정인 민법 제103조를 이유로 단체협약 조항을 무효로 판단하는 것에는 더욱 소극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에게 상여금·격려금을 차등지급하거나 미지급하므로, 일견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것은 노사가 불필요한 소송 남발을 막고 건전한 노사관계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만약 소수노조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면 공정대표의무 위반(노조법 제29조의4)이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처벌이라는 현행 법률의 제도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 자체를 제한한 것이라기 보다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과 격려금에서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위 조항이 문제가 된다면 회사나 조합 간부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금전적 배상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현행 법률 체계 하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문제를 해결할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103조 위반이라는 일반적 강행규정을 통해 해당 단체협약 조항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협약자율의 원칙에도 반할 뿐 아니라 지나친 사법권의 개입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근로계약
재판청구권
감액
소송
성과급
격려금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9-16
노동·근로
민사일반
[판례해설] 업무상 재해로 장기간 휴업한 근로자의 연차휴가수당 청구권
- 대법원 2017.5.17. 선고 2014다232296, 232302(병합) 판결 -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원고는 2000년 12월경부터 2012년 7월경까지 업무상 재해로 장기요양을 하면서 회사에는 전혀 출근하지 못하였다. 원고는 요양기간 중의 연차휴가와 관련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2008년도분부터 2010년도분까지의 연차휴가수당 지급을 사용자인 피고에게 요구했는데, 피고는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서 ‘근로자가 1년 전체 기간을 출근하지 않을 경우 연차휴가를 부여하기 않거나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을 근거로 연차휴가수당 지급을 거부하였다. 2. 판결의 요지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할 연도 전체에 전혀 출근하지 않은 경우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정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내용은 유효하다고 보아, 원고의 연차휴가수당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① 근로기준법 제60조 제6항 제1호는 연차휴가의 발생 요건인 출근율(1년간 80% 이상 출근)을 계산할 때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휴업한 기간은 출근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휴업한 기간은 장단을 불문하고 소정근로일수와 출근일수에 모두 포함시켜 출근율을 계산해야 하고, 설령 그 기간이 1년 전체에 걸치거나 소정근로일수 전부를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이와 달리 볼 아무런 근거나 이유가 없으며, ② 따라서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 등의 사정으로 말미암아 연차휴가를 사용할 해당연도에 전혀 출근하지 못한 경우라 하더라도, 이미 부여받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데 따른 연차휴가수당은 청구할 수 있고, ③ 이러한 연차휴가수당의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원고의 연차휴가수당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의 쟁점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할 해당연도에 전 기간을 휴업하여 연차휴가 자체를 사용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연차휴가수당 청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이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여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근로자의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을 배척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원심은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연도의 전 기간을 휴업하여 연차휴가 자체를 사용할 수 없었던 근로자의 연차휴가수당을 제한하는 노사간의 합의까지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연차휴가수당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은 연차휴가를 사용할 해당연도가 아니라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하고, 따라서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 등의 사정으로 연차휴가를 사용할 해당연도에 전혀 출근하지 못한 경우에도 이미 부여받은 연차휴가 미사용에 따른 연차휴가수당은 청구할 수 있으며, 이러한 근로자의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근로를 제공할 수 없게 된 경우 업무상 재해가 없었을 경우보다 적은 연차휴가를 부여받는 불이익을 방지하려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6항 제1호의 입법취지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1년 이상 장기간 휴업한 근로자의 경우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판단을 내린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근로기준법
업무상재해
연차휴가수당
2017-06-08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판례해설] 분양대행사, ‘실적 저조’로 대행 수수료 받을 수 없다면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다235766 판결 주택조합원 모집업무를 위탁하는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정 숫자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한 경우에 한하여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분양률이 저조하여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분양대행수수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면 신뢰이익에 해당하는 지출비용의 배상도 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분양대행업체인 A회사가 부동산개발업체인 피고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가 일부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1. 사안의 개요 가. 피고 회사는 2011. 2. 22.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 중 일부를 공동주택용지로 지정용도를 정하여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토지에 지역주택조합의 주택건설사업 시행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총 34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을 계획하였다. 나. 이와 함께 피고 회사는 2012. 12. 31. 탈퇴한 원고인 A회사와 사이에 조합원 모집에 관한 업무를 위임하는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① 대행기간은 계약체결일로부터 2013. 6. 30.까지로 하고 피고 회사의 통보가 없는 경우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하며, ② 세대당 분양대행수수료를 600만 원, A회사가 달성해야 하는 조합원 모집비율(책임분양률)을 최소 80% 내지 최대 95%로 정하되, ③ 조합원 170세대(전체 340세대 중 50%)를 모집한 때부터 위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3. 6. 17.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 중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매매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고, 그 후 피고 회사는 2013. 7. 2. A회사에게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인 2013. 6. 30.까지 책임분양률 최소 80% 내지 최대 95%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라. 한편, A회사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해제된 무렵까지 74세대를,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의한 만료일인 2013. 6. 30.까지는 80세대를 모집하였고, 그 후 2013. 9. 23.경까지 계속하여 조합원을 모집하였으나 총 117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고 승계참가인 주장의 요지 첫째, 토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고 이에 따라 분양대행 업무 수행을 위해 이 사건 토지를 제공할 피고 회사의 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는바, 피고 회사의 2013. 7. 2.자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해지 통보는 부적법하고, 오히려 A회사가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였다. 둘째,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이행이익을 배상할 의무가 있고, 원고 승계참가인은 A회사로부터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관한 분양대행수수료 상당의 채권을 양수받았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가 정상적으로 분양되었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최대 분양대행수수료 1,938,000,000원(=이 사건 아파트의 전체 세대 수 340세대 × 책임분양률 최대 95% × 6,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셋째, 설령 A회사가 최대 책임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하였더라도, 피고 회사는 적어도 A회사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이행될 것이라고 믿고 실제로 지출한 신뢰이익 1,220,565,290원(= 인건비 673,455,000원 + 일반경비 126,000,000원 + 각종 광고홍보비 421,110,290원)을 배상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의 요지 제1심은 원고 승계참가인의 첫 번째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회사의 2013. 7. 2.자 해지통보는 부적법하여 그 효력이 없고, 오히려 A회사가 피고 회사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3. 12. 5.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은 2013. 6. 30.이고 A회사가 위 만료일까지 분양대행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170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제1심은 이와 함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도 기각하였던바, 지출 내역에 관한 증빙 서류가 첨부되어 있지 아니한 점, A회사가 지출한 인건비 등의 내역을 정리한 서류는 A회사가 직접 작성한 서류인 점 등이 고려되어 A회사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이행을 믿고 위 금원을 지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제2심은 이 사건 분양대행기간이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로 기간의 정함이 없이 자동으로 연장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해지 및 이행이익 배상청구와 관련한 제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상 조합원 모집업무를 대행하기 위하여 전단광고비 등으로 412,113,425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하여 제1심판결을 일부취소하고, 원고 승계참가인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인용 하였다. 다.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채권자는 채무가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채권자는 그 대신에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있는 한도에서 청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출비용의 배상은 이행이익의 증명이 곤란한 경우에 그 증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인정되는데, 이 경우에도 채권자가 입은 손해, 즉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2다101695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자가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채권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당연히 지출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중 일부를 인정하였던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판례 해설 민법 제535조 제1항은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의 내용으로서 이른바 ‘신뢰이익’, 즉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의 배상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신뢰이익의 배상과 관련한 민법상 유일한 규정이다.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 규정은 계약이 이행불능 되었을 때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로 하여금 계약상대방에게 신뢰이익, 예컨대 계약의 이행을 위한 준비 비용 또는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없다고 믿고 지급하기로 약정한 대금 등의 배상을 하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한편 신뢰이익 배상의 명문규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해석상 배상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존재하는바,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행이익, 즉 ‘이미 유효하게 성립된 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권자가 입은 손해’와 별개로 ‘계약의 이행을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인 신뢰이익을 인정할 것인지의 논의가 그것이다. 손해배상 인정에서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을 구별하는 것이 당사자의 손해를 전보하는 데 보다 합리적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① 처음에는 그 손해의 배상을 이행이익에 한정하고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었으나(대법원 1983. 5. 24. 선고 82다카1667 판결 등 참조), ② 그 후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배상을 함께 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이행이익은 제반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에 한정된다는 입장으로 변화하였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등 참조). ③ 최근에는 이행이익에 갈음하여 선택적으로 신뢰이익의 배상만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면서, 다만 이 경우 통상적인 지출비용의 범위 내에 속하여야 하고 이행이익을 그 한도로 한다고 한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등 참조).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배상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결은 위와 같은 변천을 보여 왔는데, 대상판결은 이행이익의 배상 자체가 부정되는 경우라면 신뢰이익의 배상을 상정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양자의 관계를 정립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로 그 기간이 자동연장 되어 A회사가 조합원 모집을 계속하였더라도,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상 분양대행수수료 청구기준인 170세대(50%)의 조합원은 물론이고 최대 95%의 책임분양률에 해당하는 323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행이익의 배상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A회사는 당연히 신뢰이익인 전단광고비 등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이행이익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하여 신뢰이익을 인정하고 있는 점 및 신뢰이익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기존 법리의 취지, 즉 채권자가 정상적으로 계약의 이행이 이루어졌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보다 큰 신뢰이익의 배상을 받게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점 등을 재확인하면서 양자의 관계를 명쾌히 정리한 데 큰 의미가 있다.
분양대행수수료
주택조합원
부동산개발
조합원
2017-04-03
정보통신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 음란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서울고등법원 2016. 11. 29. 선고 2015라1490 판결 채권자들은 일본의 영상물 제작업체들 및 위 제작업체들과 위 영상물 제작업체들이 제작한 영상물에 대한 배타적 발행권 설정계약을 체결한 국내 영상물 유통회사들이고, 위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채무자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법원은 채권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 본 사안의 쟁점은 소위 ‘야동’이라고 불리는 음란물인 채권자들의 영상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라 함은 저작권법 제7조에 열거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속하지 아니하면서도 인간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것으로서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의 윤리성 여하는 문제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설령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할 것”(대법원 1990. 10. 23.선고 90다카8845판결,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 등 참조)이라는 종전 대법원의 입장을 견지(堅持)하면서, 영상물이 성행위 장면 등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아무런 창작적인 표현 없이 남녀의 실제 성행위 장면을 단순히 녹화하거나 몰래 촬영한 것이 아니라면 그 창작성을 부인할 수 없고, 영상물이 음란물에 해당하는 경우 형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배포, 판매, 전시 등의 행위가 처벌되는 등으로 해당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자가 그 배포권, 판매권, 전시권 등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으나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상저작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저작권 등의 침해정지청구권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시하였다. 따라서 채권자들의 영상물은 그 내용의 대부분이 남녀의 성행위나 성기 노출 등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채권자들의 영상물이 음란물이라고 하더라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를 구체화하는 ‘기획과정’에서 촬영 장소와 배우의 선정, ‘촬영과정’에서 영상에 고정될 수 있는 실연과 배경의 선택, 촬영 조명 미술 작업, ‘편집과정’에서 하나의 영상물로 완성하기 위하여 촬영된 필름의 삭제, 연결 작업 등을 거쳐 제작과정에 참여한 저작자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는 사실이 소명되므로, 채권자들의 영상물은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0. 10. 23.선고 90다카8845판결에서 대법원이 사진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이라 함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면 되고 윤리성 여하는 문제되지 아니하므로 설사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판시한 이후 하급심에서 음란물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라는 하급심의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1. 23. 선고 2011노2664 판결(확정) 등}이 있었고 학계에서도 음란물의 저작물성에 대해서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이후 대상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이 소위 ‘야동’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로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후 일본의 야동 제작사가 한국의 파일 공유사이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5. 8. 29.선고 사건, 서울지방법원 2015. 10. 18. 선고 사건 등). 헌법재판소는 1998. 4. 30. 선고 95헌가16 결정에서 음란이란 인간의 존엄성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직 성적인 흥미에만 호소할 뿐인 매체로 어떠한 문학, 예술, 과학적이거나 정치적인 가치도 지니지 않는 것으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2009. 5. 28. 선고 2006헌바109 결정에서는 음란표현이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결정을 변경하였다. 헌법재판소 역시 “음란” 표현이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 내에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과 비슷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 일본 저작권법 역시 특별히 저작물에 관한 정의 규정에서 도덕적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일본 판결은 “사진저작물이 설사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저작권을 보호받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일본 동경지재(日本 東京地裁) 1986. 6. 20. 1983}. 또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포르노소설도 작가의 감흥과 경험, 그리고 상상을 표현한 자유로운 창작 작업일 경우, 포르노소설도 예술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무첸바하 사건 BVerfGE 83, 130 (1990. 11. 27.)} 1979년 Mitchell Brothers Film Group v. Cinema Adult Theater 사건에서, 미국 제5순회법원은, 음란물을 제작한 원고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구제를 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 당해 영화에 음란한 내용이 있는 것과는 관계없이 저작물이라면 당연히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저작권, 상표권, 특허권 제한에 대한 규정을 고려할 때 저작권법에 음란물을 제외하는 규정이 없는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단순한 생략이 아니라는 이유로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것이다{Mitchell Brothers Film Group v. Cinema Adult Theater, 604 F.2d 852(5th Cir. 1979), cert. denied, 445 U.S. 917 (1980)}. 이후 2004년 Nova Products, Inc. v. Kisma Video, Inc사건에서도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하였다{2004 U.S. Dist. LEXIS 24171 (S.D.N.Y. Dec. 1, 2004).}. 음란물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음란물에 대한 규제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보다는 다른 형사처벌규정 등에 따라 음란물 제작 및 유통을 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고, 대상판결도 이와 같은 선상에서, “영상물이 음란물에 해당돼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배포·판매·전시 등의 행위가 처벌되고 배포권과 판매권, 전시권 등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지만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해 저작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청구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음란물에 대한 지금까지의 법적 갈등의 핵심은 음란물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그러나, 우리 저작권법이 저작물의 요건으로 윤리성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저작물성의 판단에 ‘음란성’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함으로 인하여 음란물이 더욱 성행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이는 대상 판결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유통 과정에서의 규제나 불법 유통으로 인한 수익을 환수하는 등 특별히 고안된 법률에 의해 제재 하여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작물은 내용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저작권
저작물
음란물
2016-12-23
주택·상가임대차
행정사건
판례해설 - 불법증축책임, 누가 부담할까
서울고등법원 2016. 1. 29. 선고 2014누5066 판결 원고는 건물 소유자입니다. 강남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고 6층으로 된 건물을 지어 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이후 각 층마다 별도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건물 임차인들은 구청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개방공간에 바닥을 설치하고, 옥외부분을 증축하였습니다. 강남구청은 건축법에 따라 건물 소유자인 원고에게 무단증축부분의 자진시정명령을 내리고, 다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였습니다(제80조 1항). 이에 원고가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강남구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주된 쟁점은 '무단증축 행위자가 아닌 임대인에게 시정명령을 명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원고는 무단증축을 한 행위자가 임차인들이고,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이 모든 위반사항을 책임지기로 약정을 했으며, 원고가 임차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청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서 시정명령을 이행할 수 없었다고 항변하였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행강제금제도의 취지와 행정법규 위반 및 제재조치의 법리에 입각하여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건축법상 이행강제금은 건축법을 위반한 건축물의 방치를 막기 위하여 행정청이 시정조치를 명하였음에도 건축주, 시공자, 소유자, 관리자 등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부과합니다. '장래의 의무이행'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의무위반 행위를 제제하는 과태료와 구별됩니다. 또한 시정명령은 위반 건축물의 소유자가 위반행위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소유자 등에게 부과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두27919 판결). 건축물의 안전을 신속하게 확보하고, 기능을 제고하기 위하여, 위법한 현상 자체를 즉각적으로 제거할 책임을 소유자 등에게 부과한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행정법상 제재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두1297 판결). 정리하면, 무단으로 증축된 건물의 소유자는 자신의 과실 유무에 관계 없이 해당 건축물의 위법상태를 시정할 공법상 책임을 부담하고, 이행강제금의 제재까지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유자는 무단증축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책임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판례는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두5177 판결). 무과실 책임을 부담하지만 그와 동시에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면책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당한 사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당한 사유'와 '과실 없음'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과실은 없으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는 언제인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다만 판례 중에는 지방자치단체 급수조례를 위반하여 급수를 도용한 행위자에 대하여, 부정 급수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건물을 매수하여 사용하고, 평소보다 수도요금이 2, 3배 많은 액수로 부과되어 행정청에 항의를 함에 따라 행정청이 비로소 계량기의 이상 유무를 조사하다가 부정급수를 적발하게 된 사정을 고려하여 '정당한 사유'를 인정한 경우가 있습니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두5972 판결). 결국 행정법규 위반에 이르게 된 구체적 경위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의 무단증축이 문제된 이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을 전후로 한 구체적 사정을 십분 고려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 1층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모하여 무단증축을 한 건축법위반혐의로 유죄판결이 선고되었고, 다른 층 역시 임차인이 독자적으로 증축했다고 보기 의심스러운 사정들이 있었습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건물인도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판결을 받은 다음, 시정명령 이행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도 인정되었습니다. 일부 층의 임차인을 변경하면서 계약서 특약사항에 "전 임차인의 불법증축에 따른 이행강제금, 민형사상 책임 등 모든 지위를 승계한다"는 내용만 기재하고 시정명령 이행을 위한 자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판단의 근거로 활용되었습니다. 결국 건물 소유자가 건축법위반을 방조하였거나 적어도 인식하였음에도 묵인한 사실에 기초하여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처럼 무단증축상태를 시정할 책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차계약에서 무단증축의 책임을 임차인에게 부과하더라도, 이는 추후 임차인에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공법상 규제를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무단증축
건축물
임대차
2016-03-15
금융·보험
판례해설 - 보이스 피싱 사건 피해자의 계좌명의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보이스 피싱 사건의 피해자가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11.6. 선고 2014나62335판결).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인터넷 메신저 네이트온에서 원고의 사촌누나로 가장한 성명불상자에게 속아 피고 명의의 계좌로 80만원을 이체하였다(이체된 돈이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판결문상 확인되지 않는다). 1심은 피고가 원고의 송금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2심은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0.11.11. 선고 2010다41263,41270판결)을 근거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심이 근거로 삼은 대법원 2010.11.11. 선고 2010다41263,41270판결은 "갑이 그 명의의 계좌에 을이 계좌이체 방식으로 송금한 금원을 입금받음으로써 그 계좌개설은행에 대하여 예금반환청구권을 취득하였고, 나아가 갑과 을 사이에 위 계좌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은 이상, 갑이 얻은 이익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서 을에 대하여 부당이득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선고된 대법원 2011.9.8. 선고 2010다37325판결은 "갑이 송금한 돈이 병의 계좌로 입금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병이 위 돈 상당을 이득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병이 이를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까지 이르러 실질적인 이득자가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갑의 송금 경위 및 정이 이를 인출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병이 위 돈을 송금 받아 실질적으로 이익의 귀속자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는바 이는 실질적인 이득의 귀속에 대해 반환청구자가 입증하여야 한다는 취지여서 두 판결이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종래 많은 하급심 판결들도 보이스 피싱 사건에서 계좌명의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정하였다.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명의인이 실질적인 이득을 얻었음을 반환청구자가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계좌명의인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의 방조책임을 물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되 피해자의 과실을 상계하여 책임을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대법원 2011.9.8. 선고 2010다37325판결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후 두 개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전원합의체판결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하에서는 예금명의인을 예금반환 청구권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대법원 2007.11.29. 선고 2007다51239판결 이래 수취인이 예금채권을 가진다는 것이 확립된 상황에서는, 예금명의자가 예금채권을 가진다면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 있고, 이로써 부당이득의 이득에 대한 증명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예금명의자로서는 자신이 아닌 제3자가 입금된 예금을 인출하였고 자신은 그에 관여하지 않아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음을 주장 증명함으로써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보이스 피싱 사건에 관한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다207286판결도 이와 같은 취지로 이해된다.
보이스피싱
예금반환청구권
부당이득
20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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