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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군사·병역
형사일반
민간인에 대한 군형법 제94조 적용의 헌법적 문제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22일 사이버사령부의 댓글활동사건에 관한 항소심(2019노772)에서 민간인인 A에 대하여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하여 유죄로 판결하였다. 그런데 군형법 제1조는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군인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군사상 기밀누설죄, 유해음식물 공급죄, 초병에 대한 죄 등 열거된 범죄에 대해서만 민간인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항소법원은 이 사건에서 군형법 제1조에도 불구하고 형법 제8조와 제33조를 근거로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하였다. 항소법원은 군형법의 총칙으로 형법 총칙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형법 제33조가 적용되면 군인이 아닌 자도 군인과 공모하면 공범으로 군형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항소법원은 피고인 A가 현역군인인 사이버사령관 등과 공모하였다는 이유로 군형법 제94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군형법 제94조는 군인의 정치 관여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같은 법 제1조 제4항에 따르면 민간인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 이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피고인 A는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지만 군인 등의 신분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군형법 제94조의 적용대상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항소법원은 신분관계가 없는 민간인이라 하여도 군인과 공모하여 군형법 위반죄를 저지르면 형법 제33조와 제8조에 따라 군형법 위반죄의 공범이 된다고 보았다. 항소법원의 이 판결은 군형법이 형사특별법이란 점과 형법 제8조 단서에서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군형법은 군의 특성을 고려하여 일반형법의 특별법으로 제정·시행되고 있는 법률이다. 형법이 있음에도 군형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수호하는 군의 중요성을 전제로 일반 범죄와 구분하여 별도로 처벌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군형법은 제1조부터 그 적용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민간인은 군형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적용되지 않는다. 군형법 제1조 제4항은 민간인이라 하여도 열거된 범죄에 한정하여 군인에 준하여 적용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간인이라 하여도 국가안보에 종사하고 있는 군에 대하여 피해를 주는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군형법을 적용하여 가중처벌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그런데 군형법상 규정된 모든 범죄에 대하여 형법상 공범규정을 적용하여 민간인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것은 확대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피고인 A는 사건 당시 국방부장관의 신분이었다. 국방부장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무위원이며 헌법 제87조 제4항에 따라 현역군인은 국무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국방부장관은 군인이 아니다. 군인이 아닌 국방부장관은 군형법 제1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군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피고인 A에게 적용된 군형법 제94조는 군인의 정치관여를 차단하여 헌법 제5조 제2항에 따른 군의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는 헌법 제86조 제3항과 제87조 제4항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문민원칙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국방부장관은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군형법 제1조에 따라 같은 법 제94조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 군형법 제1조 제4항은 제94조 정치관여죄의 적용대상에 민간인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형법과 군형법상 관련 규정에 따라 군형법 제94조는 민간인에게 적용할 수 없다. 민간인이 군인과 공모하여 군형법 제94조를 위반하였다고 해도 민간인은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기 때문에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할 수 없다. 만약 민간인을 공범으로 하여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한다면 헌법 제21조, 제8조, 제37조 제2항 등을 위배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가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소속공무원인 군인들에게 그런 행위를 시킨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군인의 신분을 가진 자와는 별개로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하고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할 것은 아니다. 김상겸 교수 (동국대 법학과)
정치관여
군사이버사령부
군형법
김상겸 교수 (동국대 법학과)
2021-01-25
형사일반
술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다치게 한 사건
1. 사건개요 피고인은 혈중알콜농도 0.209%의 주취상태로 전동킥보드를 타고 진행하던 중 피해자를 충격하여 넘어져 다치게 하였다. 검사는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의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고 하여 도로교통법위반죄(음주운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위험운전치사상)로 기소하고, 형사법원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2. 전동킥보드의 이용현황 및 사고증가 최근 킥고잉, 고고씽, 라임 등 전동킥보드의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동킥보드 이외에도 전동 휠, 전동 스케이보드, 전기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이동수단을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라고 하는데, 최첨단 충전, 동력 기술이 융합된 소형 개인 이동수단을 말하며 과거보다 지능화되고 똑똑해진 교통 서비스를 일컫는다. 특히 주로 1~2인승 개념의 소형 이동수단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동킥보드 등 스마트 모빌리티는 도입 초기에는 주로 레저용으로 이용되었으나,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점차 교통수단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편리함, 경제성, 친환경성과 같은 이유로 스마트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16년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규모가 판매대수 6만 대 정도에 그쳤으나, 2022년에는 그 수가 연 20만 대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6년 84건에서 2018년 233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전동킥보드에 관련한 교통사고에서 대상판결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 대한 벌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3. 전동킥보드의 법적 성격 및 규율 도로교통법은 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자동차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21호).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이륜자동차 가운데 배기량 125시시 이하의 이륜자동차 및 배기량 50시시 미만(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를 의미하는데, 전동킥보드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에 속한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 따라서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고,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음주운전 등 도로교통법상 각종 규제에 대하여 자동차 및 오토바이 운전자와 동일한 의무를 부담한다.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차도로 다녀야 하며 자전거 도로와 인도에서 달릴 수 없다. 그리고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하며 운행자격이 없는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없다.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뺑소니에 대한 처벌 등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 대한 각종 규제 및 벌칙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되는 이상, 대상판결이 전동킥보드 운전자에게 음주운전죄 등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편리성과 경제성을 갖춘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오토바이와 같은 수준의 규제와 벌칙을 받는 것에 대하여 아주 낯설고 당황해 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도 “전동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아직 법인식이나 구체적인 운용이 정착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어 피고인의 범의가 중하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의 이유로 이례적인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도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 때문일 것이다. 4. 입법의 필요성 전동킥보드 등 스마트 모빌리티 이용자들은 매년 급증하고 있고, 효율적이고 편리한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빠르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토바이로 상징되는 ‘원동기장치자전거’라는 과거의 법적 개념을 새롭게 등장한 전동킥보드에게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변화된 교통 현실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현행법에 의하면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원칙적으로 차도로 다녀야 하고 자전거도로와 인도에서 달릴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용자들 대부분은 차도가 아닌 인도로 달리고 있다. 대다수 보행자들의 안전상 인도로 달리는 것은 제한될 필요가 있겠지만, 속도와 규모가 비슷한 자전거 도로의 주행까지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과도한 제약이라고 보인다. 또한 현실적으로 자전거도로의 사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도 주행공간을 차도에만 한정한 현행 도로교통법은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종류, 주행가능 공간, 제한속도, 주행규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시민의 안정과 관련 산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25㎞ 이하 속도인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 등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고 한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련 산업 관계자들도 충분히 협의한 개정안이라고 하니, 국회의 신속한 통과를 바란다.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유) 바른)
음주운전
전동킥보드
도로교통법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유) 바른)
2019-12-30
산재·연금
[판례해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론의 전향적 검토
1. 판결의 요지 가. 제1심 및 항소심의 판결 원고는 2002. 11. 삼성전자에 입사해 천안 LCD공장에서 LCD패널 검사작업을 담당하다 2007. 2. 퇴사했고, 2008. 6.경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자, 2010. 7.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재해를 주장하며 요양승인신청을 하였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역학조사를 의뢰받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0. 9.경 공장을 방문한 후 ‘원고의 작업조건과 업무내용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조건으로 판단되나, 현재 스트레스와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충분한 의학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내용의 역학조사결과보고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2011. 2. 위 역학조사결과를 기초로 원고의 요양승인신청에 대하여 불승인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원고는 불규칙한 교대근무와 잦은 연장근무 등 업무상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의 누적, 햇빛을 받지 못하는 근무환경으로 인한 비타민D 합성장애, 유기용제 사용, 전자파 노출 등이 원인이 되어 다발성 경화증을 발병되거나 악화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 및 원심 법원은 원고가 전자파나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업무상 과로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 하면서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단하였다. 다발성 경화증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악화된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 제대로 규명된 병이 아니고, 원고가 주장한 유해물질 노출 등 여러 요인들이 발병·악화요인이 된다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도 부족하며, 원고가 자신이 주장한 발병·악화요인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었는지도 불분명한데다, 오히려 원고가 해온 흡연과 다발성 경화증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나. 대법원 상고심의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긍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① 첨단산업분야의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하여는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고, ②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 의학수준에서는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는 없으며, ③ 특정산업 종사자군 또는 특정 사업장의 발병율이 평균에 비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거부 등으로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데 있어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될 수 있고, ④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가 원고 근무시점으로부터 수년 후에 이루어진 한계가 있고 근로자의 유해화학물질 노출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측정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점, 사업주가 작업장에서 사용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아 원고의 입증곤란을 야기한 점, 원고가 주장한 여러 발병·악화요인들이 다수 중첩되어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또는 악화에 복합적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입사 전 병력·가족력도 없던 원고가 입사 후 우리나라의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르게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점 등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유리한 사정이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판례해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 가목에서 업무상 질병의 하나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들고 있다. 판례는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고 줄곧 판시해왔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1두30427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은 여기에 ① 희귀질환에 대한 특정산업 종사자군 또는 특정 사업장의 발병율이 평균에 비해 높다는 점, 사업주의 협조거부나 관할 행정청의 조사거부·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점 등 특별한 사정을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하였고, ②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들이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의 인정 가능성을 넓혔다. 판례가 채택하고 있는 상당인과관계론은 어떤 원인이 있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리라고 보통 인정되는 관계를 말하고, 많은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지만 법률상 인과관계에 관하여 특별한 대안이 없어 현재까지 실무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일단 불승인처분이 나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단서에서 명문으로 규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상고심인 대법원까지 올라가야 가뭄에 콩 나듯이 선별적으로 인정되고, 하급심에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에 있다. 단적으로 대상판결의 하급심인 제1심은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의 주치의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과 작업환경은 관련성이 없다는 의견,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원인이 과로와 스트레스라고 밝혀진 연구는 드물다는 의견, 연세대학교 산업의학과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은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의 수준상 단일요인을 찾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종합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고, 항소심 역시 위 의학적 견해에 기초하여 청구를 기각하였다. 언제까지 업무상의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하급심을 거쳐 대법원에까지 올라가야 상당인과관계 존재라는 혜택을 입어 몇몇만 구제 받는 현실이 지속되어야만 하는가?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와 시간, 인내가 있는 사람은 선별적으로 구제 받겠지만, 하급심에서 패소한 뒤 평생을 낙담하며 억울함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다수의 약자들은 누가 보듬어 줄 것인가? 하급심 재판부는 피고 공단이 내세우는 여러 의학적 견해를 무시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라는 판단을 내렸을 때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의학적 견해라는 외투에 들어가 과잉 자기보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그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상당인과관계의 인정이 하급심에서도 일반 민사소송보다 획기적, 전향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동시에,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업주의 가입의사와 무관하게 상시 1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에 적용되고(법 제6조),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는 사업주의 보험관계성립 신고나 보험료 납부여부와 무관하게 사업개시일에 자동으로 발생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외에는 구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없고(법 제87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등 급여액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다(법 제84조). 업무상 질병으로 급여가 필요한 사람이 억울하게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급심 재판부는 상당인과관계를 전향적으로 인정하되, 잘못된 판단은 상급심에서 선별적으로 파기함이 옳은 방향이다. 기존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하급심의 좁은 해석론은 사회보험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산업재해를 당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보다는 피고 공단의 재원 누수를 걱정하는 데 치우친 정책적 고려를 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이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하급심 재판부가 지금까지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론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오히려 상고심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받지 못한 것이 기사가 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근로자
삼성
LCD
공장
다발성경화증
산업재해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7-09-15
형사일반
[판례해설] 무고죄 성립에 관한 판단의 기준시점 - 무고행위시
-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5도15398 판결 - 무고죄 성립을 판단하는 기준시점에 관하여 대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허위로 신고한 사실이 무고행위 당시 형사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경우에는 국가의 형사사법권의 적정한 행사를 그르치게 할 위험과 부당하게 처벌받지 않을 개인의 법적 안정성이 침해될 위험이 이미 발생하였으므로 무고죄는 기수에 이르고, 이후 그러한 사실이 형사범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례가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미 성립한 무고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그 근거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무고죄는 ‘부수적으로 개인이 부당하게 처벌받거나 징계를 받지 않을 이익도 보호하나, 국가의 형사사법권 또는 징계권의 적정한 행사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험범’임을 들고 있다. 대상판결은 일응 ‘무고죄 성립 여부는 무고행위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판례의 연장선에서 입법목적과 위험범의 법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판결로 보인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부당하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첫째, 한시법의 추급효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인 ‘동기설’과의 부조화 문제이다. 형법 제1조 제2항은 ‘범죄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이에 관하여 ‘형벌법령 제정의 이유가 된 법률이념의 변천에 따라 과거에 있어서 범죄로 본 행위에 대한 현재의 평가가 달라짐에 따라 이를 범죄로 인정하고 처벌한 그 자체가 부당하였다거나 또는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법령을 개폐하였을 경우에 적용되어야하고 이와 같은 법률이념의 변경에 의한 것이 아닌 다른 사정의 변천에 따라 그때 그때의 특수한 필요에 대처하기 위하여 법령을 개폐하는 경우에는 이미 그 전에 성립한 위법행위를 현재로서 관찰하여도 행위당시의 행위로서는 가벌성이 있는 것이어서 그 법령이 개폐되었다 하여도 그에 대한 형이 폐지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해왔다(대법원 1984. 12. 11. 선고 84도413 판결). 그러므로 무고죄 성립여부 판단에 있어서 무고행위 이후에 발생한 사정 중 공소시효만료, 사면과 같은 사실관계의 변경은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신고한 사실이 법적 평가에 있어서 반성적 고려에 따라 형사처분의 대상에서 벗어난 것이라면 무고죄 역시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논리일관적이다. (무고죄 성립 여부는 ‘신고시’를 기준으로 삼아야한다고 했던 기존 판례에서의 쟁점은 대부분 공소시효만료와 같은 ‘사실관계’였으므로 ‘법규변경’이 쟁점이 되는 이번 사안과는 차이가 있다.) 둘째, 과잉범죄화의 문제이다. 대법원에서 판례가 변경되어 처벌하지 않게 될 정도의 사실관계라면 현재는 다수의 대법관이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내용으로, 무고행위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법조인들조차 그것이 범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이견이 있었을 것이고 범죄라고 해도 처벌의 수준이 경미했을 것이며 일반인으로서는 과연 이것이 죄가 되는지조차 헷갈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렇게 경계에 있는 행위에 대해서까지 처벌을 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셋째, 암수범죄[暗數犯罪, hidden crime]의 증가문제이다.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주장이 대립될 때 논리적으로는 누구 한 명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므로 기소가 되든 무고인지가 되든 어느 한 쪽은 처벌을 받아야 맞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피고소인에게는 고소사실에 대한 무혐의처분이, 고소인에게는 무고에 대한 무혐의판단이 각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무고죄에 대한 처벌이 별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그 성립범위를 넓힌다면 결국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도모하기 보다는 암수범죄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위와 같이 대상판결은 판결의 법리 자체로는 논리적이지만, 한시법의 추급효에 관한 대법원판결과 어울리지 않고, 무고죄에 대한 형사사법의 현실과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아무쪼록 무고죄에 대하여 엄격한 대상판결을 통하여 우리 사회에 허위로 다른 사람을 고소하는 경우가 줄어들기를 바래본다.
무고
2017-06-27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판례해설] 화재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연소된 경우 임차인의 책임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판결- 갑은 지상 2층 및 옥상으로 구성된 건물의 소유자로서, 위 건물 2층을 갑 소유의 침대, 소파 등 가구류 보관을 위한 물류창고로 사용하였다. 갑은 2008년 5월 을에게 위 건물 1층 중 150평을 임대하였고, 을은 임차한 부분을 골프용품 매장으로 사용하였다. 위 건물은 1층에서 3층까지의 외벽이 일체를 이루는 등 각 층이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2009년 10월 위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여 2층 물류창고 전부와 1층 일부가 소실되었고, 위 임대차계약에 따라 을이 사용하던 임차 건물 부분도 더 이상 골프용품 매장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을은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갑에게 훼손된 상태 그대로 임차 건물 부분을 반환하였다. 이후 소방당국 및 수사기관에서 화재 발생 원인을 조사하였으나 밝혀내지 못 하였다. 화재 발생 지점은 1층 주출입구 우측으로 밝혀졌는데, 이 곳은 을이 물건을 적치하는 등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하여 오던 부분이다. 갑은 “임대차목적물 반환채무가 이행불능이 되고 화재가 임대차목적물을 넘어 2층까지 번져 건물과 가구류가 훼손되었으니 그로 인한 손해, 즉, 건물 전체(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 등 화재로 훼손된 부분 전체)의 보수비용 및 2층 보관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은 화재가 을의 매장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다. 원심은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증명이 부족한 이상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며, 임대차목적물 자체에 발생한 손해뿐만 아니라 임대차목적물과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한 손해까지도 배상해야 한다”면서 건물 전체의 보수비용에 대한 을의 책임을 인정하되(2층 보관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은 채무불이행책임의 대상이 되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청구는 기각하였다), 을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그 건물 중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함에 있어서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은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건물 부분에 한하지 아니하고 그 건물의 유지·존립과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되어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다카1066 판결 등). 원심의 판단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이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에서 말하는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려면,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하여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하여 임대인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화재로 임차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기존 판례와 동일하게 임차인이 배상해야 한다고 하였다. 즉, “임대차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임차인은 그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그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하고, 이는 화재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그러나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화재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음을 임대인이 입증한 경우에만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점은 임차인의 매장임이 밝혀졌으나, 화재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따라서 화재 발생과 관련하여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보존·관리의무 등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배상책임이 없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신·권순일 대법관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이 불에 탄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채무불이행책임에서의 손해배상의 목적인 이행이익의 배상과는 무관하고, 법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는 계약책임이 아니라 불법행위제도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관하여는 불법행위책임만이 성립하고, 이 사건에서 가해자인 임차인의 귀책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인 임대인에게 있는데 화재의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관하여 임차인의 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김재형 대법관은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화재가 임차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서 발생해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이 함께 불에 탄 경우, 이는 복수의 의무 위반이 아닌 하나의 의무 위반 사태로 보아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 다음, 임차물이든 그 밖의 부분이든 불에 탄 부분이 민법 제393조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단일한 물건에서 발생한 손해를 계약목적물 자체와 그 밖의 부분으로 구분하여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이나 증명책임을 달리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화재 발생 지점이 임차인이 주로 사용하여 지배·관리하던 영역에 해당하고, 임차인이 적어도 화재의 원인을 일부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원심이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 나아가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는 모두 이 사건 화재와 인과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통상손해에 해당하거나 특별손해라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임차인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이기택 대법관은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및 임차인이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해서는 김재형 대법관의 반대의견과 견해가 같다”면서도 “법원은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면서 일정한 요소들을 반드시 고려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를 합리적으로 분담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원심이 이러한 필수적 고려요소들 중 일부에 대해 심리하지 않았으므로, 을의 상고이유 중 책임 제한에 관한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화재가 나면 불이 번져 타인이 소유 또는 점유하는 건물 및 그 곳에 있던 물건까지 불에 타서 피해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도 임차 건물 부분에 불이 나서 임차 외 건물 부분, 즉, 임대인 점유 부분 및 그 곳에 있던 물건까지 불에 타버렸다. 한편, 화재 발생 시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는 화재 발생 지점은 밝혀졌으나(이에 대하여도 다툼이 치열하였으나, 원심은 임차인이 주로 사용·수익하던 부분이 화재 발생 지점이라고 사실인정하였다),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같이 임차 건물 부분에서 불이 나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고 예상 외의 큰 손해가 발생하였는데(판결에 드러난 수치로 비교하면, 임대차보증금이 4천만 원, 월 차임이 330만 원인데, 건물의 보수비용은 2억 7천만 원에 이르고, 임대인이 주장하는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은 2억 2천만 원이다),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즉, 임차인이 스스로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고, 임대인도 임차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 그로 인한 손해를 누구에게 책임지울 것인지 문제된다. 다수의견은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를 임차인에게 책임지울 수 없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화재시 임차인의 배상책임을 상대적으로 쉽게 인정하던 실무 관행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임차인은 자기가 임차한 부분에 대해서만 적정한 주의를 기울이면, 책임범위가 무한정 늘어나는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은 건물을 소유한 임대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을 비롯한 건물 내 다른 부분에 대한 정보까지 보유하고 있으므로 임차인보다 상대적으로 화재 발생과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수월한 위치에 있는 점, 이와 같은 위치에 있는 임대인에게 화재 발생과 확대를 막기 위한 주의를 촉구하고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화재 발생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점, 임대인으로서는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차임, 관리비 등으로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위험에 대비하고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수의견은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한 책임 원인 등에 대한 입증책임 내지 책임의 귀속에 관한 태도를 바꾼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특히,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하여 다른 논리를 적용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는바,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다수의견과 다른 논리 또는 결론을 피력하였다.
화재
임차인
건물주
임대차
임대
2017-06-08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판례해설] 분양대행사, ‘실적 저조’로 대행 수수료 받을 수 없다면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다235766 판결 주택조합원 모집업무를 위탁하는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정 숫자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한 경우에 한하여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분양률이 저조하여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분양대행수수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면 신뢰이익에 해당하는 지출비용의 배상도 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분양대행업체인 A회사가 부동산개발업체인 피고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가 일부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1. 사안의 개요 가. 피고 회사는 2011. 2. 22.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 중 일부를 공동주택용지로 지정용도를 정하여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토지에 지역주택조합의 주택건설사업 시행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총 34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을 계획하였다. 나. 이와 함께 피고 회사는 2012. 12. 31. 탈퇴한 원고인 A회사와 사이에 조합원 모집에 관한 업무를 위임하는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① 대행기간은 계약체결일로부터 2013. 6. 30.까지로 하고 피고 회사의 통보가 없는 경우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하며, ② 세대당 분양대행수수료를 600만 원, A회사가 달성해야 하는 조합원 모집비율(책임분양률)을 최소 80% 내지 최대 95%로 정하되, ③ 조합원 170세대(전체 340세대 중 50%)를 모집한 때부터 위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3. 6. 17.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 중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매매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고, 그 후 피고 회사는 2013. 7. 2. A회사에게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인 2013. 6. 30.까지 책임분양률 최소 80% 내지 최대 95%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라. 한편, A회사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해제된 무렵까지 74세대를,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의한 만료일인 2013. 6. 30.까지는 80세대를 모집하였고, 그 후 2013. 9. 23.경까지 계속하여 조합원을 모집하였으나 총 117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고 승계참가인 주장의 요지 첫째, 토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고 이에 따라 분양대행 업무 수행을 위해 이 사건 토지를 제공할 피고 회사의 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는바, 피고 회사의 2013. 7. 2.자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해지 통보는 부적법하고, 오히려 A회사가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였다. 둘째,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이행이익을 배상할 의무가 있고, 원고 승계참가인은 A회사로부터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관한 분양대행수수료 상당의 채권을 양수받았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가 정상적으로 분양되었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최대 분양대행수수료 1,938,000,000원(=이 사건 아파트의 전체 세대 수 340세대 × 책임분양률 최대 95% × 6,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셋째, 설령 A회사가 최대 책임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하였더라도, 피고 회사는 적어도 A회사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이행될 것이라고 믿고 실제로 지출한 신뢰이익 1,220,565,290원(= 인건비 673,455,000원 + 일반경비 126,000,000원 + 각종 광고홍보비 421,110,290원)을 배상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의 요지 제1심은 원고 승계참가인의 첫 번째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회사의 2013. 7. 2.자 해지통보는 부적법하여 그 효력이 없고, 오히려 A회사가 피고 회사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3. 12. 5.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은 2013. 6. 30.이고 A회사가 위 만료일까지 분양대행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170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제1심은 이와 함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도 기각하였던바, 지출 내역에 관한 증빙 서류가 첨부되어 있지 아니한 점, A회사가 지출한 인건비 등의 내역을 정리한 서류는 A회사가 직접 작성한 서류인 점 등이 고려되어 A회사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이행을 믿고 위 금원을 지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제2심은 이 사건 분양대행기간이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로 기간의 정함이 없이 자동으로 연장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해지 및 이행이익 배상청구와 관련한 제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상 조합원 모집업무를 대행하기 위하여 전단광고비 등으로 412,113,425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하여 제1심판결을 일부취소하고, 원고 승계참가인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인용 하였다. 다.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채권자는 채무가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채권자는 그 대신에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있는 한도에서 청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출비용의 배상은 이행이익의 증명이 곤란한 경우에 그 증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인정되는데, 이 경우에도 채권자가 입은 손해, 즉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2다101695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자가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채권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당연히 지출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중 일부를 인정하였던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판례 해설 민법 제535조 제1항은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의 내용으로서 이른바 ‘신뢰이익’, 즉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의 배상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신뢰이익의 배상과 관련한 민법상 유일한 규정이다.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 규정은 계약이 이행불능 되었을 때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로 하여금 계약상대방에게 신뢰이익, 예컨대 계약의 이행을 위한 준비 비용 또는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없다고 믿고 지급하기로 약정한 대금 등의 배상을 하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한편 신뢰이익 배상의 명문규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해석상 배상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존재하는바,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행이익, 즉 ‘이미 유효하게 성립된 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권자가 입은 손해’와 별개로 ‘계약의 이행을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인 신뢰이익을 인정할 것인지의 논의가 그것이다. 손해배상 인정에서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을 구별하는 것이 당사자의 손해를 전보하는 데 보다 합리적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① 처음에는 그 손해의 배상을 이행이익에 한정하고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었으나(대법원 1983. 5. 24. 선고 82다카1667 판결 등 참조), ② 그 후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배상을 함께 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이행이익은 제반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에 한정된다는 입장으로 변화하였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등 참조). ③ 최근에는 이행이익에 갈음하여 선택적으로 신뢰이익의 배상만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면서, 다만 이 경우 통상적인 지출비용의 범위 내에 속하여야 하고 이행이익을 그 한도로 한다고 한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등 참조).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배상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결은 위와 같은 변천을 보여 왔는데, 대상판결은 이행이익의 배상 자체가 부정되는 경우라면 신뢰이익의 배상을 상정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양자의 관계를 정립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로 그 기간이 자동연장 되어 A회사가 조합원 모집을 계속하였더라도,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상 분양대행수수료 청구기준인 170세대(50%)의 조합원은 물론이고 최대 95%의 책임분양률에 해당하는 323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행이익의 배상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A회사는 당연히 신뢰이익인 전단광고비 등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이행이익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하여 신뢰이익을 인정하고 있는 점 및 신뢰이익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기존 법리의 취지, 즉 채권자가 정상적으로 계약의 이행이 이루어졌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보다 큰 신뢰이익의 배상을 받게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점 등을 재확인하면서 양자의 관계를 명쾌히 정리한 데 큰 의미가 있다.
분양대행수수료
주택조합원
부동산개발
조합원
2017-04-03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판례해설 - 공공기관이 토지점유… 점유취득 시효 완성했다면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30372 판결 대상 판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 기관이 점유하는 토지에 관하여 취득시효의 완성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그 점유 권원을 입증할 수 있는 해당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가 흠결된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과 번복에 대한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를 한번 더 확인시켜주는 판결이다. 먼저 사실관계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원고 한국농어촌공사의 전신인 농업진흥공사는 영산강유역 종합개발계획 1차 사업으로 1974년 3월경부터 1986년 8월경까지 사이에 광주호를 설치하는 공사를 했다. 이 사건 토지는 위 광주호 설치 사업의 대상 지역에 포함돼 있었고, 현재도 광주호 내부에 있으며, 광주호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점유·관리해 오고 있다. 위 광주호 설치 사업 당시 용지의 매수 업무는 담양군 등 사업구역에 포함된 지역의 행정기관이 담당하였다. 한편 이 사건 토지는 1915. 4. 8. 피고의 증조부에게 사정된 이후 계속 미등기 상태로 있었는데 피고는 사정된 때로부터 거의 100여년이 지난 2013. 5. 1. 증조부의 1순위 단독 상속인으로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 사안이다. 이 사건의 1심에서는 원고의 점유가 평온,공연한 점유인지가 쟁점이 되었고 법원은 강폭,은비의 점유라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 승소판결을 하였다. 항소심에 와서는 원고의 점유가 자주점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본격적으로 다투어졌고 항소심 법원은 원고의 점유를 악의의 무단점유로 판단하여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상고심에서 최종적으로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는 원고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사건을 원심으로 파기환송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부동산의 시효취득에 있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의 점유가 자주점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확립된 대법원의 법리는 다음과 같다. 【부동산의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을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러한 추정은 지적공부 등의 관리주체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증명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진다고 할 것이다. 다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 기관이 점유하는 토지에 관하여 취득시효의 완성이 주장되는 경우에 국가 등이 그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점유의 경위와 용도 등을 감안할 때 국가 등이 점유개시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서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국가 등이 소유권취득의 법률요건이 없이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무단점유한 것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고 할 수 없다.】 자주점유의 판단은 점유 권원의 객관적 성질에 의하여 정해지는데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피고의 증조부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한 서류 등을 제시하지 못하여 그 점유 권원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일단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피고는 원고의 점유가 악의의 무단점유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위 추정을 깰 수 있다. 항소심은, 1)이 사건 토지에 관한 토지대장이 멸실된 바 없이 모두 보존되어 있고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광주호 댐의 부지로 점유하기 시작할 무렵 위 토지대장에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가 피고의 증조부로 기재되어 있는 점 2) 위 토지대장에는 원고 또는 원고가 권리의무를 승계한 농업진흥공사, 농업기반공사, 한국농촌공사 등이 소유권을 취득하였음을 뒷받침할 기재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은 점 3)원고는 이 사건 토지를 정당한 절차에 따라 협의취득 또는 수용했다고 주장할 뿐 그 토지에 관하여 매입이나 기부채납 등 당시의 국유재산법이나 지방재정법 등에서 정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았다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있음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4)원고는 피고가 2013. 5. 1.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는데 이는 원고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원고의 자주점유 추정은 번복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파기하면서 1)원고가 이 사건 토지와 그 인근에 있는 다른 2필지의 토지를 농업진흥공사가 A로부터 매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1984. 3. 9.자 매도증서 및 그 대금을 같은 날 A에게 모두 지급한 것으로 되어 있는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는데 A는 실존 인물이고 피고와 같은 종중원이며 한 동네에 거주한 사람으로 짐작되는 점 2)위 다른 2필지는 모두 1973. 3. 27. 토지수용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는 점 3)위 2필지 이외에 광주호 설치 사업 대상지역에 포함된 토지 중 피고가 증조부로부터 상속받아 피고 명의로 등기되어 있던 또 다른 2필지 토지의 등기원인도 1973. 3. 27. 토지수용으로 되어 있는 점 4)1976년경 용지 매수업무를 담당한 담양군수가 그 업무를 추진하면서 작성한 여러 종류의 공문서들이 남아 있고, 이 사건 토지도 '토지 및 지장물건 조서', '용지매수비 사유조서', '토지 소유자 명단' 등 목록에 다른 여러 필지의 토지들과 함께 기재되어 있는 점 5)피고는 미등기 상태로 남아 있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2013. 5. 1.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무렵까지 원고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점유,관리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한 바가 없는 점 6)농업진흥공사가 다른 토지는 적법하게 매수하면서 이 사건 토지만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하려고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하여 공부상 소유자와 일치하지 않는 A를 매도인으로 한 매도증서를 제시할 뿐 권리관계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근거서류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의 점유 경위와 용도, 인근 토지의 수용보상 내역 등을 감안하면 원고의 전신인 농업진흥공사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 취득을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적법 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보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 요컨대 항소심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피고의 증조부가 소유자로 기재된 토지대장이 보존되어 있고 거기에 원고의 소유권 취득을 뒷받침할 근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 주목한 반면, 대법원은 이 사건 토지를 제외한 인근의 4필지 토지 모두 1973년경 수용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는 84년경 피고와 같은 종중원 A가 작성한 매도증서와 영수증이 존재하는 사정까지 고려할 때 원고가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고, 이는 이전의 다른 유사한 사건들(대법원 2010.8.19. 선고 2010다33866 판결,2014.3.27. 선고 2012다30168 판결 등)에서 대법원이 내린 판단과 궤를 같이하는 타당한 판결로 보인다.
점유
토지
무단점유
2016-05-17
형사일반
판례해설 - 정당의 당원이 군인 신분 취득시점에 탈당하지 않은 경우, 정당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3도3346 판결 피고인 배모 대위는 2007년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정당원이었는데 2008년 육군장교로 임관하면서 탈당을 하지 않았다. 검찰관은 피고인이 군인 신분 취득시점에 탈당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군인의 정당 가입을 금지한 정당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기소하였다. 정당법 제22조 제1항 단서 제1호 본문에 의하면, '국가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공무원은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고', 정당법 제53조는 '제22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을 위반하여 정당의 당원이 된 자'를 처벌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에 의하면 '공무원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으며 구 국가공무원법(2010. 3. 22. 법률 제10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는 '제65조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정당법과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하는 공무원의 정당 가입 죄는 공무원이 정당에 가입함으로써 즉시 성립하고 그와 동시에 완성되는 즉시범이며(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도12867 판결), 정당에 가입할 당시에 공무원 신분을 가지고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이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3도10945 판결). 대법원은 종전 판례에 따라 '군인 신분 취득시점에 정당에서 탈퇴하지 아니한 피고인의 부작위가 군인 신분을 가진 사람이 정당에 가입한 것과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정당법이 공무원이 정당의 당원이 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 역시 공무원이 정당에 가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므로, 죄형법정주의원칙상 피고인이 군인이 되기 전에 정당에 가입하였다가 군인이 되고 나서도 당원 자격을 그대로 유지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정당법 및 지방공무원법의 금지규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공무원이 되기 전에 정당에 가입하였던 공무원이 공무원 신분 취득시점에 탈당하지 않은 채 당원 자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할 필요성은 있다고 보이므로, 향후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
군인
정당가입죄
2016-03-11
노동·근로
판례해설 -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절차상 정당성 요건
- 서울중앙지법 2014가합 557402 임금 최근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문제가 노동계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위 사건에서 원고들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취업규칙 개정에 절차상의 하자가 존재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고, 법원은 집단적 의사를 확인하는 방식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피고 회사는 2009. 6. 1.자(1차 임금피크제) 및 2011. 1. 1.자(2차 임금피크제)로 시행되는 취업규칙 변경을 통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확대하였다. 취업규칙 개정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1차 임금피크제는 84.4% 직원의 찬성, 2차 임금피크제는 91.4% 직원의 찬성으로 도입되었다. 임금피크제의 주요 내용은 정년을 2년 연장하되, 직무등급별 직급정년 편입대상자와 일정연령 도달자의 임금을 순차로 삭감하는 내용이었다. 위와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다퉈지지 않았고, 주로 취업규칙 변경에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된 주요 법리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다. 그 동의의 방법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대법원 2010.1.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0.01.28. 선고 2009다32362 판결)'라는 것으로 집약될 수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 개정에 절차적 정당성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쟁점과 관련하여, 법원은 직원들을 상대로 취업규칙의 개정 필요성 및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의 실시로 인한 영향 등을 직원들을 상대로 직접 설명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1차 취업규칙 개정시 5일간, 2차 취업규칙 개정시 3일간 전국 단위로 산재한 근로자들로부터 동의 여부에 관한 의사를 취합하였기 때문에 개정내용에 관한 토론과 의견교환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 피고에게 속한 가장 말단의 조직을 대상으로 찬반 의견을 취합함으로써 집단적 논의를 사실상 배제하거나 최소화하였다는 점, 관리자가 소수 단위의 직원들을 직접 대면하여 동의서를 교부·징구하면서 기명 방식으로 의견취합을 한 점 등을 이유로 회의방식을 통한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법원은 임금피크제의 내용이 정년에 도달한 후 임금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정년으로부터 7년 전, 직급에 따라서는 정년으로부터 10여 년 이전부터 임금을 삭감하고, 위 연령기준에 이르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서도 직급정년제 적용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 때문에 일반적인 임금피크제와는 달리 근로조건의 저하 정도가 큰 이례적인 제도라고 보았고, 그러한 점 때문에 근로자들이 위와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수용하거나 감내할 만한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취업규칙 개정 과정에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보았다는 점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이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어도 될 정도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하나의 쟁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취업규칙 등의 개정을 통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비록 전형적인 내용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쟁점이 된 사례는 아니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의 해석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임금피크제
취업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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