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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판결전문
군사·병역
형사일반
민간인에 대한 군형법 제94조 적용의 헌법적 문제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22일 사이버사령부의 댓글활동사건에 관한 항소심(2019노772)에서 민간인인 A에 대하여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하여 유죄로 판결하였다. 그런데 군형법 제1조는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군인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군사상 기밀누설죄, 유해음식물 공급죄, 초병에 대한 죄 등 열거된 범죄에 대해서만 민간인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항소법원은 이 사건에서 군형법 제1조에도 불구하고 형법 제8조와 제33조를 근거로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하였다. 항소법원은 군형법의 총칙으로 형법 총칙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형법 제33조가 적용되면 군인이 아닌 자도 군인과 공모하면 공범으로 군형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항소법원은 피고인 A가 현역군인인 사이버사령관 등과 공모하였다는 이유로 군형법 제94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군형법 제94조는 군인의 정치 관여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같은 법 제1조 제4항에 따르면 민간인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 이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피고인 A는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지만 군인 등의 신분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군형법 제94조의 적용대상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항소법원은 신분관계가 없는 민간인이라 하여도 군인과 공모하여 군형법 위반죄를 저지르면 형법 제33조와 제8조에 따라 군형법 위반죄의 공범이 된다고 보았다. 항소법원의 이 판결은 군형법이 형사특별법이란 점과 형법 제8조 단서에서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군형법은 군의 특성을 고려하여 일반형법의 특별법으로 제정·시행되고 있는 법률이다. 형법이 있음에도 군형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수호하는 군의 중요성을 전제로 일반 범죄와 구분하여 별도로 처벌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군형법은 제1조부터 그 적용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민간인은 군형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적용되지 않는다. 군형법 제1조 제4항은 민간인이라 하여도 열거된 범죄에 한정하여 군인에 준하여 적용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간인이라 하여도 국가안보에 종사하고 있는 군에 대하여 피해를 주는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군형법을 적용하여 가중처벌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그런데 군형법상 규정된 모든 범죄에 대하여 형법상 공범규정을 적용하여 민간인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것은 확대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피고인 A는 사건 당시 국방부장관의 신분이었다. 국방부장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무위원이며 헌법 제87조 제4항에 따라 현역군인은 국무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국방부장관은 군인이 아니다. 군인이 아닌 국방부장관은 군형법 제1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군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피고인 A에게 적용된 군형법 제94조는 군인의 정치관여를 차단하여 헌법 제5조 제2항에 따른 군의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는 헌법 제86조 제3항과 제87조 제4항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문민원칙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국방부장관은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군형법 제1조에 따라 같은 법 제94조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 군형법 제1조 제4항은 제94조 정치관여죄의 적용대상에 민간인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형법과 군형법상 관련 규정에 따라 군형법 제94조는 민간인에게 적용할 수 없다. 민간인이 군인과 공모하여 군형법 제94조를 위반하였다고 해도 민간인은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기 때문에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할 수 없다. 만약 민간인을 공범으로 하여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한다면 헌법 제21조, 제8조, 제37조 제2항 등을 위배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가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소속공무원인 군인들에게 그런 행위를 시킨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군인의 신분을 가진 자와는 별개로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하고 군형법 제94조를 적용할 것은 아니다. 김상겸 교수 (동국대 법학과)
정치관여
군사이버사령부
군형법
김상겸 교수 (동국대 법학과)
2021-01-25
노동·근로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손해배상 사건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의 요지 4세인 유아(幼兒) A는 2015. 8. 9. 물놀이를 위해 수영장에 방문했다 사고를 당해 2015. 8. 15.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A의 가족인 원고들은 위 수영장의 설치운영자인 회사 B, 사고 당시 위 수영장 시설의 안전관리책임자 C, 수영장 사용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 D를 상대로 ① A의 재산상 손해(일실수입, 기왕치료비, 장례비) 및 위자료, ② 원고들 본인의 위자료 합계액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은 지방자치단체 D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수영장 운영회사 B 및 안전관리책임자 C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는 60%의 책임제한을 두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제1심 법원은 종래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인 60세를 기준으로 A의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원고들은 B 및 C에 대해서만 항소하며, 한편으로는 이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60%의 책임제한 비율은 과다하다 주장하고, 다른 한편으로 가동연한이 적어도 만 65세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항소심인 원심 법원은 피고들에 대한 60%의 책임제한은 타당하다고 밝히고, 가동연한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 없이 재차 가동연한을 60세로 하여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대신 원심 법원은 A와 원고들의 위자료 액수를 제1심보다 다소 높여주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상고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들은 상고이유서에서 원심 판결에는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및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은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또는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으나,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시하였다. 가동연한 법리오해 부분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대법관 다수의견은 ① 평균여명이 1989년 남자 67.0세 여자 75.3세에서 2015년 남자 79.0세 여자 85.2세 2017년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어난 점, ② 1인당 GDP가 1989년 6,516달러에서 2015년 27,000달러 2017년 30,000달러로 늘어난 점, ③ 육제노동에 종사하는 기능직 공무원의 정년이 1989년 만 58세에서 2013년 만 60세로 늘어났고, 민간부문에서도 모든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 이상이 되도록 의무화된 점, ④ 우리나라의 실질적 은퇴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이고 60세 내지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989년 52.0%에서 2015년 61.7% 2017년 61.5%로 상향된 점, ⑤ 현행 고용보험법이 65세 이후 새롭게 고용된 자에 대하여 적용되지 않는 점, ⑥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점차 연장되어 2033년 이후에는 65세 이르게 되는 점, ⑦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고령자 내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한 점, ⑧ 고령자 인구분포 등 각종 고령자 관련 통계가 6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비추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까지로 보았던 종전의 경험칙은 그 기초가 된 경험적 사실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제하고, 원심 판단에는 막연히 종래의 경험칙에 따라 A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단정하여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에 관한 원고들의 패소 부분은 파기 환송되었다. 둘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이 60세 이상이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한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나,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65세가 아닌 63세여야 타당하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① 60세에서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약 60% 정도이고 그 연령대 이후 사망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점, ② 피해자가 어릴수록 위 연령대에 이르지 못하고 사망할 확률이 성인보다 높다는 점, ③ 일반적인 법정정년 및 연금 수급개시연령이 2018년 현재 63세를 넘지 못하고 가까운 미래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는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63세가 육체노동의 적정 가동연한이라는 것이다. 셋째, 일부 대법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0세를 넘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 또는 63세 등 특정 연령으로 선언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일률적인 가동연한의 선언 대신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법정정년 이상”이라는 등 포괄적인 법리만 제시하고, 개별 사안에서 그 이상의 가동연한을 인정할지 여부는 사실심의 몫으로 남겨두자는 것이다. 넷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다수의견을 옹호하는 보충의견을 밝혔다. 가동연한을 63세로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통계청 기준 건강수명 및 각종 연금수급개시연령·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65세라는 점 등을 이유로 반박하고,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선언하면 안 된다고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특정 연령으로 정한 경험칙상 가동연령을 선언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선언된 것보다 많거나 적은 가동연령을 인정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의 저해를 막을 수 있다며 반박하였다. 3. 대상판결의 해설 일실수입(일실이익)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장래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예측되는 소득이다. 일실수입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고 당시 수입을 산정하고, 상해를 입은 경우 노동능력상실률을 밝히며, 가동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가동기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기대여명과 가동연령이 확정되어야 한다. 이 중 가동연령은 노동을 하여 수익을 취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하므로,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성년이 되는 시점에 개시되어 노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마지막 시점에 종료된다. 가동기간의 종료시점을 ‘가동연한’이라고 한다. 판례는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여명, 경제수준, 고용 조건 등의 사회적·경제적 여건 외에 연령별 근로자 인구 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및 직종별 근로 조건과 정년 제한 등 제반 사정을 조사하여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또는 피해 당사자의 연령, 직업, 경력, 건강상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가동연한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① 정년이 보장된 자(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의 경우 보장된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보고, ② 특수직업종사자(운동선수, 의사, 변호사 등)의 경우 그 직종의 특성을 고려해 개별적인 가동연한을 산정하며, ③ 일용노동자의 경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해왔다. 대법원이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 발전됨에 따른 제반사정의 변화에 비추어 보면 이제 일반육체노동 또는 육체노동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생계활동의 가동연한이 만 55세라는 경험칙에 의한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오히려 일반적으로 만 55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단한 이래로(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 일용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만 60세로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종전의 경험칙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되었다면서,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30년 만에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상향시킨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대하여 만 65세는 적정한 가동연한으로 볼 수 없다거나 대법원이 특정 연령을 가동연한으로 선언하는 판결을 지양해야 한다는 별개의견들이 있으나, 중요한 것은 종래의 가동연한이 국민들의 고령화, 경제상황의 변화,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인하여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학계 및 사회 일반의 공통된 인식이 대상판결을 통해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에 의한 가동연한의 상향조정으로, 당장 A의 가족들 및 그와 동일·유사한 손해배상 분쟁에서 인정될 일실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동연한의 상향은 손해배상 소송 외의 다른 사회 문제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대상판결을 근거로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에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 결과 거시적으로는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초래될 새로운 변수가 생기게 되었다. 또한, 대법원의 2018. 11. 29.자 공개변론에서 가동연한의 상향으로 보험료가 인상되어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출된 바 있는데, 실제로 가동연한이 상향됨에 따라 자동차보험 등 관련 손해보험 상품의 약관내용 및 보험료, 보험금 액수에 관한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다수의견이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경험칙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로 진실하다고 확인을 가질 수 있는 정도에 이르는 고도의 개연성을 말한다. 사법부의 최고 기관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인은 실제로 65세까지 육체노동 일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한 이상 입법·행정도 그에 발맞춰 전체 법질서 제도 개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전원합의체
육체노동
가동연한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9-03-08
산재·연금
행정사건
[판례해설]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 업무상재해 판단방법
- 대법원 2017. 4. 28. 선고 2016두56134 판결 -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가입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장이 계속 바뀌는 경우가 많다. 현재 근무하는 사업장에서 작업 중 한 번의 사고로 재해를 입은 경우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데 문제가 없겠지만, 여러 사업장에서 업무를 하며 쌓여서 생긴 재해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아마도 일하면서 그렇게 되었다고는 생각하지만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일을 하면서 몸이 상한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으려고 하면 2가지 장벽을 만나게 된다. 첫째는 사용자의 반대(방해)이다. 물론 사용자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산재신청을 도와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용자는 산재가 발생하면 ① 산재로 인한 보험료 인상 ② 관급공사 수주 제한 ③ 근로자로부터의 손해배상소송청구 위험 등의 불이익을 입을 수 있으므로 산재인정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 둘째는 법률적인 문제이다. 법조인들조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누10103 판결 등)’라는 판례 문구를 떠올리며,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해’ 사업장에서의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상판결 1, 2심도 그렇게 판단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여러 개의 건설공사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한 근로자가 작업 중 질병에 걸린 경우 그 건설공사 사업장이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대상이라면 당해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그 근로자가 복수의 사용자 아래서 경험한 모든 업무를 포함시켜 그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를 생각할 때, 일을 하면서 생긴 재해라면 사업장을 옮겼다고 해서 보상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므로 대상판결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새로운 판결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10466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두5794 판결 등)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이 판결이 새롭다고 느끼는 것은 ‘상당인과관계’를 좁게 해석하는 습관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편, 대상판결은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공정하게 보상하는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판결이지만 현실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약간의 불합리가 남아 있다. 근로자는 복수의 사용자 아래에서 경험한 모든 업무와 관련하여 보상을 받지만, 산재발생 사업장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과 책임은 그 근로자가 거쳐 간 복수의 사용자들이 공정하게 나눠서 지는 것이 아니라 최종 근무한 시점의 사용자가 모두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근로자의 재해가 여러 사업장의 업무와 관련이 있다면 근로자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하되 사용자는 부당하게 과도한 책임을 지지는 않도록, 최종 사용자를 제도적으로 배려하는 것(보험료 인상율, PI점수에 반영하는 등)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대상판결이 널리 알려져서 ‘당해 사업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오해가 해소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업무상재해
미장공
일용직
일용직근로자
2017-06-16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판례해설] 화재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연소된 경우 임차인의 책임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판결- 갑은 지상 2층 및 옥상으로 구성된 건물의 소유자로서, 위 건물 2층을 갑 소유의 침대, 소파 등 가구류 보관을 위한 물류창고로 사용하였다. 갑은 2008년 5월 을에게 위 건물 1층 중 150평을 임대하였고, 을은 임차한 부분을 골프용품 매장으로 사용하였다. 위 건물은 1층에서 3층까지의 외벽이 일체를 이루는 등 각 층이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2009년 10월 위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여 2층 물류창고 전부와 1층 일부가 소실되었고, 위 임대차계약에 따라 을이 사용하던 임차 건물 부분도 더 이상 골프용품 매장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을은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갑에게 훼손된 상태 그대로 임차 건물 부분을 반환하였다. 이후 소방당국 및 수사기관에서 화재 발생 원인을 조사하였으나 밝혀내지 못 하였다. 화재 발생 지점은 1층 주출입구 우측으로 밝혀졌는데, 이 곳은 을이 물건을 적치하는 등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하여 오던 부분이다. 갑은 “임대차목적물 반환채무가 이행불능이 되고 화재가 임대차목적물을 넘어 2층까지 번져 건물과 가구류가 훼손되었으니 그로 인한 손해, 즉, 건물 전체(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 등 화재로 훼손된 부분 전체)의 보수비용 및 2층 보관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은 화재가 을의 매장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다. 원심은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증명이 부족한 이상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며, 임대차목적물 자체에 발생한 손해뿐만 아니라 임대차목적물과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한 손해까지도 배상해야 한다”면서 건물 전체의 보수비용에 대한 을의 책임을 인정하되(2층 보관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은 채무불이행책임의 대상이 되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청구는 기각하였다), 을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그 건물 중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함에 있어서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은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건물 부분에 한하지 아니하고 그 건물의 유지·존립과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되어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다카1066 판결 등). 원심의 판단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이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에서 말하는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려면,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하여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하여 임대인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화재로 임차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기존 판례와 동일하게 임차인이 배상해야 한다고 하였다. 즉, “임대차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임차인은 그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그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하고, 이는 화재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그러나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화재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음을 임대인이 입증한 경우에만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점은 임차인의 매장임이 밝혀졌으나, 화재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따라서 화재 발생과 관련하여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보존·관리의무 등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배상책임이 없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신·권순일 대법관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이 불에 탄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채무불이행책임에서의 손해배상의 목적인 이행이익의 배상과는 무관하고, 법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는 계약책임이 아니라 불법행위제도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관하여는 불법행위책임만이 성립하고, 이 사건에서 가해자인 임차인의 귀책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인 임대인에게 있는데 화재의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관하여 임차인의 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김재형 대법관은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화재가 임차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서 발생해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이 함께 불에 탄 경우, 이는 복수의 의무 위반이 아닌 하나의 의무 위반 사태로 보아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 다음, 임차물이든 그 밖의 부분이든 불에 탄 부분이 민법 제393조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단일한 물건에서 발생한 손해를 계약목적물 자체와 그 밖의 부분으로 구분하여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이나 증명책임을 달리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화재 발생 지점이 임차인이 주로 사용하여 지배·관리하던 영역에 해당하고, 임차인이 적어도 화재의 원인을 일부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원심이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 나아가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는 모두 이 사건 화재와 인과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통상손해에 해당하거나 특별손해라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임차인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이기택 대법관은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및 임차인이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해서는 김재형 대법관의 반대의견과 견해가 같다”면서도 “법원은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면서 일정한 요소들을 반드시 고려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를 합리적으로 분담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원심이 이러한 필수적 고려요소들 중 일부에 대해 심리하지 않았으므로, 을의 상고이유 중 책임 제한에 관한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화재가 나면 불이 번져 타인이 소유 또는 점유하는 건물 및 그 곳에 있던 물건까지 불에 타서 피해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도 임차 건물 부분에 불이 나서 임차 외 건물 부분, 즉, 임대인 점유 부분 및 그 곳에 있던 물건까지 불에 타버렸다. 한편, 화재 발생 시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는 화재 발생 지점은 밝혀졌으나(이에 대하여도 다툼이 치열하였으나, 원심은 임차인이 주로 사용·수익하던 부분이 화재 발생 지점이라고 사실인정하였다),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같이 임차 건물 부분에서 불이 나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고 예상 외의 큰 손해가 발생하였는데(판결에 드러난 수치로 비교하면, 임대차보증금이 4천만 원, 월 차임이 330만 원인데, 건물의 보수비용은 2억 7천만 원에 이르고, 임대인이 주장하는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은 2억 2천만 원이다),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즉, 임차인이 스스로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고, 임대인도 임차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 그로 인한 손해를 누구에게 책임지울 것인지 문제된다. 다수의견은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를 임차인에게 책임지울 수 없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화재시 임차인의 배상책임을 상대적으로 쉽게 인정하던 실무 관행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임차인은 자기가 임차한 부분에 대해서만 적정한 주의를 기울이면, 책임범위가 무한정 늘어나는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은 건물을 소유한 임대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을 비롯한 건물 내 다른 부분에 대한 정보까지 보유하고 있으므로 임차인보다 상대적으로 화재 발생과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수월한 위치에 있는 점, 이와 같은 위치에 있는 임대인에게 화재 발생과 확대를 막기 위한 주의를 촉구하고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화재 발생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점, 임대인으로서는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차임, 관리비 등으로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위험에 대비하고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수의견은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한 책임 원인 등에 대한 입증책임 내지 책임의 귀속에 관한 태도를 바꾼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특히,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하여 다른 논리를 적용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는바,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다수의견과 다른 논리 또는 결론을 피력하였다.
화재
임차인
건물주
임대차
임대
2017-06-08
전문직직무
행정사건
판례해설 - 변호사법상 법무부징계위원회의 심사대상
변호사법(법)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장(변협회장)이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위원회(변협징계위)에 징계개시청구를 함으로써 징계절차가 개시되고(제97조), 변협징계위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징계사건을 심의하여(제95조) 징계에 관한 결정(제98조의 4)을 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징계개시청구권과 징계심의의결권을 분리하고 있다. 다만, 법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청구권 행사를 통제하기 위해 지방검찰청 검사장, 지방변호사회의 장,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윤리위원장)이 변협회장에게 징계개시청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면서(제89조의4 제4항), 변협회장이 징계개시신청을 기각하는 등의 경우 징계개시 신청인은 변협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하여 변협징계위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청구 없이 징계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제97조의 5). 한편, 법은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징계혐의자 및 징계개시 신청인은 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법무부징계위원회(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제100조), 이 규정을 근거로 법무부징계위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하고 직접 징계절차개시결정을 할 수 있을까? 서울행정법원(2015구합77714)은, 검사장이 변협회장에게 징계개시신청을 하였다가 기각결정을 받고 이에 이의하였으나 변협징계위가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하자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하고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하고 징계절차개시결정을 한 사안에서, 아래와 같이 법상 법무부징계위는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심의대상으로 삼을 수 없어 위와 같은 결정은 모두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① 법 제100조는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이라는 표제 하에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불복하여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제1항)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을 취소하고 스스로 '징계결정'을 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무부징계위의 심의결정 대상은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으로 보아야 하고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기각결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② 구 변호사법이 2007. 1. 26. 개정되면서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에 대한 불복절차가 마련되었는데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을 규정한 제100조가 문언의 개정 없이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에 대한 변협징계위의 기각결정에 대해서도 불복할 수 있는 근거규정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③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하고 징계절차를 개시하여 징계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징계혐의자로서는 변협회장의 징계개시청구나 변협징계위의 징계개시신청 인용에 따라 징계절차가 개시된 경우에 비해 오히려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종래 법상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청구권이 검찰총장과 변협회장에게 나뉘어져 있었고 지방회장에게는 징계개시 신청권만 있던 것이 변협의 자율성 강화를 위하여 1995. 12. 29. 검찰총장의 징계개시 청구권을 삭제하여 징계개시 청구권을 변협회장에게 전속하게 하는 법개정이 이루어진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2. 11. 29. 2010헌바454 참조). 변협의 자율성 강화를 위해 징계절차에서 징계개시청구권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고 위와 같은 법개정이 이루어진 취지를 고려하면 변협징계위(판사2명, 검사2명, 변호사 3명 등으로 구성)가 아니라 법무부징계위(위원장 법무부장관, 검사2명, 변호사 1명 등으로 구성)가 징계절차개시 부분까지 직접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이므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법문의 해석상으로는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① 법 제100조의 표제가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이기는 하나 제1항은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징계혐의자 및 징계개시 신청인이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97조의4 제3항은 '징계개시 신청인'을 징계개시를 신청한 윤리협의회 위원장이나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97조의5는 '징계개시 신청인'은 징계개시 신청을 기각하는 등의 경우 변협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100조의 문언의 해석상 '징계개시 신청인'의 이의신청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기각결정에 대한 이의로 해석된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은 징계결정에 대해서만 취소와 기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에 대해서는 어떠한 결정형식을 취하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서울행정법원은 제1항이 '징계결정'에 대한 것만 규정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한다면 징계혐의자의 이의는 징계에 대해, 징계개시 신청인의 이의는 무징계에 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러한 해석은 오히려 변협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결국 위 제1항은 징계혐의자가 징계결정에 대해, 징계개시 신청인이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한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② 2007. 1. 26. 개정 전 징계개시 신청권자는 검사장과 지방회장이었다(구법 제97조 제2, 3항). 하지만 제100조 제1항은 징계개시신청을 한 지방검찰청검사장만이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위 규정은 오히려 법무부징계위의 심의범위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07년 개정법에서 제89조의4 제4항 윤리협의회 위원장의 징계개시신청에 대한 규정이 신설되었고 그 때문에 ①과 같이 윤리협의회 위원장과 검사장을 '징계개시 신청인'으로 묶어 위 제100조 제1항에서는 '징계개시 신청인'이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대해 이의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따라서 법 제100조 제1항은 개정전후 모두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다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법개정 문제는 법무부징계위의 심의대상을 판단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보인다. ③ 위와 같은 이유에서 법상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기각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법 제96조는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사건을 심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00조도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대한 불복에 대해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가 전혀 징계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징계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즉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기각결정을 취소함으로써 변협징계위는 제97조의5 제2항에 준하여 변협회장의 징계청구가 없더라도 징계절차를 개시하여야 하고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에 대한 심의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함으로써 징계혐의자에게 절차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게 될 것이고 변협징계위가 먼저 징계여부를 결정함으로써 변협의 자율성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변협징계위가 징계개시로 나아갈 혐의조차 없다고 판단하여 징계개시 신청을 기각하였다면 비록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기각결정을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징계심의결과 징계결정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나아가 검사장 등은 변협징계위가 무징계를 결정하였다면 더 이상 다툴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변협징계위
징계절차
2016-06-21
금융·보험
판례 해설 - 보험모집인의 횡령, 편취 등 금전 사고 관련 보험회사의 책임 한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3. 11. 선고 2013가합88244 판결 <사안개요> 원고는 피고 A보험회사와 사이에 2010. 10. 25, 2010. 11. 10 체결한 두 건의 보험계약에 대하여 2011. 10. 28 이를 각 해지하고 해지환급금 186,782,111원을 지급받은 후 그 무렵 A보험회사 소속 보험설계사 B의 계좌로 전액 다 이체하였고, 며칠 후인 2011. 11. 4 새로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하여도 2013. 1. 2 이를 해지한 후 그 해지환급금 전액을 B의 계좌로 이체하는 등 합계금 294,209,111원을 이체하였는데, B가 이를 임의로 유용하였다. (B는 형사 처벌을 받음) <원고 주장>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본문에서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를 포함한다)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보험설계사 B가 원고에게 A보험회사에 가입한 보험계약을 갱신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돈을 지급받아가서 유용하였으므로 A 보험회사는 위 보험업법 제102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상 판결 요지>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의 '모집을 하면서' 라는 규정은 보험설계사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설계사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하여 마치 그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나 이건의 경우 B가 A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로서 보험업법 제102조 1항 본문에 정한 보험모집을 하면서 원고로부터 금전을 지급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①보험설계사 B는 2009. 9. 30 해촉되어 최초 돈을 이체받은 2011. 10 경에는 보험설계사의 지위에 있지 않았던 점 ② B는 2011. 12. 21 다시 A보험회사 설계사로 위촉되었으나 비전속법인대리점 (GA)에 소속되어 A보험회사 이외 다른 보험회사의 보험상품도 판매해온 점 ③보험계약을 갱신하기 위하여 해지환급금을 다시 보험설계사 계좌로 이체한다는 것은 거래관념에 비추어 상식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보험설계사 B에게 금전을 이체한 것은 A보험회사의 보험모집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원고와 B 사이의 개인적 금전 거래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상 판결에 대한 검토> 최근 각 보험사마다 텔레마케팅 등 신채널 사업 영역이 강조되고, 새로운 영업조직이 부상하면서 전통적 모집조직인 보험설계사의 비중이 축소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국내 보험모집시장에서의 보험설계사 비중은 매우 큰 상태이다. 이 보험설계사들의 보험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설계사들이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보험상품의 안내, 중개 뿐만 아니라 FC (Financial Consultant), FA(Finacial Advisory)라 하여 고객의 재정관리, 금융투자 상담사 역할까지 자처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가 되고 있는데이에 따라 전통적 보험 모집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금전거래가 오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금전 사고의 발생 위험도 당연히 따르게 되었다. 한편 보험설계사를 근로기준법상 피용자로 보지 않기 때문에 (대법원 1990. 5. 22. 선고 88다카28112 판결 등 참조) 보험설계사의 금전사고에 대하여 보험회사가 민법상 사용자책임은 지지 않아 보험계약자들의 피해 구제 차원에서 특별 규정을 둔 것이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이다. 이 보험업법 제102조의 보험회사 책임과 관련하여 핵심적 쟁점은 '보험 모집을 하면서' 발생시킨 손해인지 여부인데, 종래 통상적인 보험 모집 업무와 관련된 보험료 횡령 사건 등의 경우 보험 모집을 하면서 발생한 손해로 보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으므로 보험업법상 책임 인정에는 문제가 없고 주로 보험계약자 측 과실을 고려하여 책임 제한을 얼마나 할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었으나 상기한 바와 같이 보험설계사들의 역할이 확장되어 재정, 투자자문을 해주기 시작하면서 통상적인 보험모집 업무와는 상관이 없는 고액의 금전 수수도 빈발하게 되었는데, 과연 그러한 금전거래 상의 사고를 '보험모집을 하면서' 발생시킨 손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령하여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45356 판결은 '모집을 함에 있어서'라는 규정은 보험모집인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모집인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하여 마치 그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도 포함한다고 새겨야 한다'고 하여 사용자책임에서의 외형이론이 보험업법 제102조 상 책임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명시적으로 판시하였고, 그 후 보험업법상 책임 여부가 문제된 모든 사안에서 위 대법원 판결의 판시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 오고 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모집인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한' 행위인지 여부 또한 추상적이기 때문에 결국 거래통념을 기초로 각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를 넓게 확대하여 해석할 경우 개별 보험계약자는 보호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비용이 위험 단체를 구성하는 다른 다수의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무작정 넓게 해석할 수는 없고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중요 사례들을 살펴보면, 위 대법원 2004다45356 판결 사안의 경우 원고가 친정아버지로부터 빌린 1억원을 보험설계사인 남편에게 보험에 가입하여 달라고 부탁하면서 지급하였는데, 남편인 보험설계사가 그 중 4,000만원만 보험료로 사용하고 나머지 6,000만원을 횡령한 사안으로서 당시 돈을 지급하면서 보험상품도 특정하지 않고, 보험청약서도 작성하지 않았으며 보험료영수증을 받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보험설계사가 교부한 증권에는 보험료 및 보험증권이 보험가입부분이 변조되어 있었던 사안으로서 이에 대하여 원심인 서울고법 2004. 7. 9 선고 2003나10720 판결은 보험설계사가 부인인 원고를 위하여 보험을 통한 자금운용을 해주기 위한 행위에 불과할 뿐 보험모집 사무집행 관련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으나, 위 대법원 판결은 이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모집인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파기환송심 판결인 서울고법 2007. 6. 20 선고 2006나116582 판결에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되 40%로 제한하였다) 이 대법원 판결 이후 외형이론에 의하여 소송은 물론 소송전 단계에서도 보험업법상 책임이 상당히 넓게 적용되어온 경향이 있었는데,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는 외형이론을 너무 넓게 적용한 것이라는 이유로 비판적 평석이 나온 바 있고 특히 계약자에게 중과실이 있는 사안의 경우 외형이론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김영훈 판사, 2008. 민사판례연구 30권) 그리고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사례 중에는 보험설계사가 애당초 계약자들을 기망하여 보험료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게 있는데, 하급심 판결 중에는 보험설계사가 보험료 명목으로 보험가입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보험증권을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보험회사가 실제 판매하고 있지도 않는 유령상품을 판매하는 수법으로 돈을 편취한 사안에서 이는 보험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거나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12 선고 2011가합5665 판결) 이러한 기준과 사례들을 종합해서 볼 때 대상 판결 사안의 경우 결국 원고가 A보험회사에 대하여 보험업법 제102조에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외형적으로 볼 때 보험설계사B가 돈을 교부받은 것이 보험계약 갱신을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객관적으로 볼 때 이미 종전에 가입하였던 보험계약들을 해지한 상태에서 보험계약을 갱신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고, 또 종전 계약들에 대한 억대의 해지환급금 전액을 보험계약갱신비용으로 수수한다는 것 또한 설명되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서 이건 원고와 보험설계사 B간의 금전 수수는 그 외형에 있어서도 보험모집이나 보험계약 갱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거나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보이며, 그런 점에서 대상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보험
보험설계사
횡령
2016-04-04
가사·상속
헌법사건
판례해설 - 유전자검사결과 친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 친생추정의 효과
서울가정법원 2015. 7. 21. 선고 2014드단 1. 사실관계 A와 B는 호적상 남매간으로 아버지 C는 어머니 D와 1971. 혼인하였으나 1987. 협의이혼하였다. C는 2014. 2. 사망하였는데 사망 직전 병원에서 기관삽관 과정에서 치아 하나가 빠져 A에게 교부되었다. A가 위 치아를 가지고 유전자검사를 의뢰한 결과 A와 C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성립하고, B와 C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A는 B를 상대로 C와 B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의 요지 (1) 유전자검사결과와 친생추정 민법 제844조(친생추정)는 부부가 동거하여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자를 포태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지 부부의 한 쪽이 사실상의 이혼으로 별거하는 경우 등 동서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 나아가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 제도에 관한 입법은 부성의 정확한 감별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던 시대적 배경 하에 이루어진 것인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과학적 친자감별기법의 발달로 친자감정을 함으로써 친생추정이 혈연에 반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점, 동서의 결여로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서도, 이와 달리 보다 더 과학성 및 객관성이 담보되는 유전자검사 등에 의하여 부의 자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히 밝혀진 경우까지 그 추정이 미친다고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부부 사이의 동서의 결여뿐만 아니라 유전자형 배치의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유전자검사의 대상 치아가 망인의 것인지 여부 망인이 사망 직전 기관삽관 등의 처치를 받는 과정에서 치아 하나가 이탈되어 그것이 A에게 전달된 점, 위 치아는 플라스틱 용기에 불상의 액체에 담겨 A에게 건네졌는데, 그 용기에 부착된 라벨에는 망인의 성명과 진료번호, 전달일자가 기재되어 있고, 이는 당시 작성된 의무기록과도 일치하며 이에 어떤 조작이나 변조의 개연성이 엿보이지 않는 점, 유전자검사 시험성적서에 첨부된 치아의 사진과 원고가 병원으로부터 교부받은 망인의 치아 사진을 비교하면 그 치아의 형상과 기능 등의 거의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유전자검사를 의뢰한 치아는 원고가 병원으로부터 교부받은 망인의 치아와 동일한 것으로 봄이 옳고, 사정이 이와 같다면 망인과 B는 유전학적으로 서로 부녀 관계에 있지 아니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3. 평석 (1) 친생추정의 법리 처가 혼인중에 포태한 자는 부(夫)의 자로 추정되는데(민법 제844조 제1항), 친생자의 추정을 받는 혼인중의 출생자는 친생부인의 소에 의해야지만 친생관계를 부인할 수 있다. 민법은 혼인 중의 출생자에 대하여 친생추정이라는 강력한 효과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정방식은 가족관계의 안정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반면 진실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부자관계를 발생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친생추정 규정은 계속 다툼의 대상이 되어 올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은 부부의 한 쪽이 사실상의 이혼으로 별거하는 경우 등 동서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그 요건을 완화한 바 있다(대법원 1988. 5. 10. 선고 88므85 판결 등). 헌법재판소 또한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에 관한 친생추정 규정(민법 제844조 제2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2013헌마623). 이와 같이 친생추정이 완화되고 있는 이유와 관련하여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오늘날 사회적, 법률적 상황은 친생추정의 기준이 만들어진 당시와는 크게 달라졌으며, 또한 친생추정제도는 부자관계의 정확한 증명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것이고, 유전자검사 등을 통하여 친자관계 기술의 발달로 부자관계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대상 판결은 기존의 법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부 사이의 동서의 결여뿐만 아니라 유전자형 배치의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대상 판결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위 판결에 의하면 민법의 친생추정의 규정 자체가 사문화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유전자검사에 의해서 친생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면 친생추정 규정 자체가 아무런 의미 없는 규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과학기술의 발달과 법리의 변화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구체적인 진실에 접근하도록 해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적 사실이라는 이유로 이에 대한 실체적, 규범적 판단을 제한할 우려도 있다. 과학기술 또한 오류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유전자검사와 관련해서 보면 검사 자체에 관해서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적고 그런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반복적인 검사로 인한 검증이 가능하다. 다만, 그 전제에 대한 정확성은 별개의 문제인데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검사 대상의 정확성과 적정성이다. 이 사건에서 C는 이미 사망하였으므로 C로부터 직접 유전자를 채취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A가 보관하고 있는 치아가 과연 C의 치아인지 여부, 그리고 C로부터 발치한 치아가 과연 검사대상인 치아와 동일한 치아인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고, 대상 판결 또한 그 동일성을 심리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유전자검사에 관하여도 법관의 판단이 여전이 개입될 필요가 있고, 특히 당사자가 사망하여 그로부터 직접 시료를 채취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에 부합하는 정도의 검사대상의 정확성이 담보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 검사기법이 발달하지 않은 예전의 상황과 달리 오늘날 친자관계를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생추정 규정을 예전처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친생추정 규정이 목적으로 하는 가족관계의 안정이라는 가치 또한 여전히 필요한 것이므로 유전자검사결과만으로 친생추정이 배제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문제에 대한 조화로운 해답은 장래에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이다.
친생추정
유전자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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