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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코로나19 사태와 임대차계약 해지 가능성
최근 한 하급심 법원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20가단5261441). 구체적으로, 법원은 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객의 국내 입국자 수가 99% 이상 감소하고 점포 매출이 90% 이상 감소하여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 점, ② 코로나19 사태 발생 및 장기 지속으로 인해 매출이 9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사정은 원·피고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고, 그와 관련하여 원고(임차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없는 점, ③ 이 사건 점포의 임대료는 다른 지역보다 고액인 반면, 매출 감소폭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큰 점, ④ 임대차계약에 ‘불가항력적 사유로 90일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정해지 조항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약정해지권 또는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른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인정하였다. 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19. 5.말경 명동 소재 모 상가건물 관리단인 피고로부터 이 사건 점포를 임대기간 3년, 임대보증금 2억 3천만 원, 월 임대료 2,200만 원으로 정하여 임차하고, 2019. 6.부터 이 사건 점포에서 영업을 개시하였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 제13조 제4항은 “당사자 중 일방이 법령의 개폐, 도시계획, 화재, 홍수, 폭동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90일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 상대방에 대해 30일 전에 서면통지를 한 후 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외국 관광객 입국이 중단되면서 2020. 3. 이후 이 사건 점포에서의 매출은 종전의 10% 미만(월 300만 원 미만)으로 급감하였다. 이에 원고는 2020. 5. 21.부터 이 사건 점포에서의 영업을 중단한 뒤, 2020. 6.경 피고에게 ‘코로나19 사태라는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 제13조 제4항에 근거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지를 하였다. 이를 피고가 수용하지 않자, 원고는 2020. 10.경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다는 확인을 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약정해지권 발생 여부에 대한 판단은 계약(약정해지 조항) 내용의 해석 문제이다. 계약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8다260732 판결 등). 이 사건에서 피고(임대인)는 화재, 홍수 등 천재지변으로 인해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이 불가능해진 것이 아니고 여전히 영업이 가능한 상태이므로 약정해지 사유가 부존재한다고 다투었다. 약정해지 조항에서 불가항력 사유로 나열된 항목들(법령의 개폐, 도시계획, 화재, 홍수, 폭동)의 성격을 고려하면, 피고의 주장도 일면 설득력이 있다. 다만, 동 조항에서 “목적물의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대신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를 약정해지 사유로 규정한 점, 그리고 불가항력적 사유를 원인으로 한 약정해지 조항을 마련한 근본적인 취지를 고려하면, 약정해지권을 긍정한 법원의 판단에도 수긍할 수 있다.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 해제·해지는 ①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②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③ 사정변경이 해제·해지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④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등 참조). 사적자치의 원칙상 당사자들의 의사 합치로 체결된 계약은 지켜지는 것이 원칙이므로, 법원은 그동안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의 해제·해지를 인정하는 데 소극적인 편이었고, 외부적인 환경 변화로 인해 당사자 일방이 큰 손실을 입게 된 사안에서도 대부분 사정변경을 부인해 왔다(서울고법 2002누17196, 서울고법 2011나26010, 대법원 2013다26746 등).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원이 사정변경에 의한 임대차계약 해지를 인정한 것은 상당히 전향적이라 할 수 있다.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계약 체결의 동기와 목적, 계약 체결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논의 내용과 거래 관행 등을 두루 검토하여야 한다. 이 사건 판결의 설시 내용을 보면, 법원은 이 사건 점포의 용도(프랜차이즈사업 직영점), 위치(명동), 주요 고객(외국인 관광객), 임대료 수준(상대적으로 고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임차인이 이 사건 점포에서 일정 수준의 매출을 얻을 것’을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되어야 할 사항이지만, 상가임대차계약의 경우에는 이처럼 ‘임차인의 매출(수입)’이 ‘임대차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경우에도 매출 변동에 대한 위험을 임차인이 스스로 떠안기로 하였다면,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지난 5월 24일 법무부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개월 이상 집합금지조치 또는 집합제한조치를 받은 임차인이 중대한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폐업신고를 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는 같은 법 제11조에 ‘제1급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을 차임 감액 사유로 명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형평의 관념에 입각하여,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중대한 경제적 위기를 맞은 임차인에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기회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개정 취지는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는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이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 또는 민법 제628조에 의한 차임감액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계약해지
임대차계약
코로나
건물
이원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21-07-06
노동·근로
민사일반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위반과의 관계(협약자치의 한계)
1. 들어가며 노조 조합원 자녀에 대한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대기업의 단체협약 등 단체협약 내용이 제3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이런 불만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상판결에서의 단체협약 역시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 등을 감액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침해하였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실적 판단보다는 법률적 측면, 즉 협약자치와 사법통제권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경위 및 요지 자동차용 여과제(필터)를 제조·판매하는 A사는 과반수 노동조합과 2014. 1. 24. 성과급 지급기준에 관한 단체협약 부속합의(이하 ‘제1합의’)를 하면서 당해 연도에 회사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진정서·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경우 성과급의 10%만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2014. 7. 21. 성실근무자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제2합의’)를 노동조합과 하면서 ‘지급일 이전 1년간 회사나 대표 등을 상대로 진정·고소·고발, 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 소송 등의 민원 제기한 자’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상판결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원칙(대법원 2000. 9. 20. 선고 99다67536 판결 등)을 설시하면서, 성과급 등의 지급기준에 대해 회사에 상당한 재량이 있으므로 회사가 노조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성과급 등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했다. 다만, 대상판결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감액하고 격려금을 미지급하는 규정은 회사가 경제적 불이익과 임금을 통한 차별적 처우를 통하여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반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로 판단했다. 3. 검토 가.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관련 기존 판결의 태도 대법원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이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 내용과 체결 경위, 협약체결 당시 사용자 측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7790 판결 등 참조). 즉, 판례는 단체협약의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및 의의 협약자치는 단체협약 당사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어떤 내용으로 합의할 지에 대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고, 헌법상 권리인 근로3권은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2헌바90 결정).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체결한 단체협약이 일반조항(민법 제103조, 제104조 등)에 의해 무효가 될 경우 합리적인 노사관계 형성이 어렵고, 노동조합 총회 의결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이 추후 소송에 의해 무효화될 경우 총회 의결에 반대한 소수 노조원들의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등한 지위에서 노사자치의 원칙에 따라 교섭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하여 일반조항인 신의칙이나 반사회질서라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하는 데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노조 운영비 원조를 금지하는 노조법 제81조 제4호가 '협력적 노사자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운영비 원조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의 성과를 감소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이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확보해 줌으로써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근로3권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즉,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반한다고 보았다(헌법재판소 2012헌바90 결정). 이와 같이 입법권에 의해 단체교섭권을 제한할 때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면 위헌으로 보았는데, 사법권이 일반 강행규정인 민법 제103조를 이유로 단체협약 조항을 무효로 판단하는 것에는 더욱 소극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에게 상여금·격려금을 차등지급하거나 미지급하므로, 일견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것은 노사가 불필요한 소송 남발을 막고 건전한 노사관계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만약 소수노조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면 공정대표의무 위반(노조법 제29조의4)이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처벌이라는 현행 법률의 제도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 자체를 제한한 것이라기 보다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과 격려금에서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위 조항이 문제가 된다면 회사나 조합 간부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금전적 배상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현행 법률 체계 하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문제를 해결할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103조 위반이라는 일반적 강행규정을 통해 해당 단체협약 조항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협약자율의 원칙에도 반할 뿐 아니라 지나친 사법권의 개입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근로계약
재판청구권
감액
소송
성과급
격려금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9-16
노동·근로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손해배상 사건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의 요지 4세인 유아(幼兒) A는 2015. 8. 9. 물놀이를 위해 수영장에 방문했다 사고를 당해 2015. 8. 15.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A의 가족인 원고들은 위 수영장의 설치운영자인 회사 B, 사고 당시 위 수영장 시설의 안전관리책임자 C, 수영장 사용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 D를 상대로 ① A의 재산상 손해(일실수입, 기왕치료비, 장례비) 및 위자료, ② 원고들 본인의 위자료 합계액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은 지방자치단체 D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수영장 운영회사 B 및 안전관리책임자 C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는 60%의 책임제한을 두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제1심 법원은 종래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인 60세를 기준으로 A의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원고들은 B 및 C에 대해서만 항소하며, 한편으로는 이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60%의 책임제한 비율은 과다하다 주장하고, 다른 한편으로 가동연한이 적어도 만 65세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항소심인 원심 법원은 피고들에 대한 60%의 책임제한은 타당하다고 밝히고, 가동연한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 없이 재차 가동연한을 60세로 하여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대신 원심 법원은 A와 원고들의 위자료 액수를 제1심보다 다소 높여주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상고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들은 상고이유서에서 원심 판결에는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및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은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또는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으나,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시하였다. 가동연한 법리오해 부분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대법관 다수의견은 ① 평균여명이 1989년 남자 67.0세 여자 75.3세에서 2015년 남자 79.0세 여자 85.2세 2017년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어난 점, ② 1인당 GDP가 1989년 6,516달러에서 2015년 27,000달러 2017년 30,000달러로 늘어난 점, ③ 육제노동에 종사하는 기능직 공무원의 정년이 1989년 만 58세에서 2013년 만 60세로 늘어났고, 민간부문에서도 모든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 이상이 되도록 의무화된 점, ④ 우리나라의 실질적 은퇴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이고 60세 내지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989년 52.0%에서 2015년 61.7% 2017년 61.5%로 상향된 점, ⑤ 현행 고용보험법이 65세 이후 새롭게 고용된 자에 대하여 적용되지 않는 점, ⑥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점차 연장되어 2033년 이후에는 65세 이르게 되는 점, ⑦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고령자 내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한 점, ⑧ 고령자 인구분포 등 각종 고령자 관련 통계가 6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비추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까지로 보았던 종전의 경험칙은 그 기초가 된 경험적 사실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제하고, 원심 판단에는 막연히 종래의 경험칙에 따라 A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단정하여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에 관한 원고들의 패소 부분은 파기 환송되었다. 둘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이 60세 이상이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한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나,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65세가 아닌 63세여야 타당하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① 60세에서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약 60% 정도이고 그 연령대 이후 사망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점, ② 피해자가 어릴수록 위 연령대에 이르지 못하고 사망할 확률이 성인보다 높다는 점, ③ 일반적인 법정정년 및 연금 수급개시연령이 2018년 현재 63세를 넘지 못하고 가까운 미래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는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63세가 육체노동의 적정 가동연한이라는 것이다. 셋째, 일부 대법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0세를 넘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 또는 63세 등 특정 연령으로 선언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일률적인 가동연한의 선언 대신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법정정년 이상”이라는 등 포괄적인 법리만 제시하고, 개별 사안에서 그 이상의 가동연한을 인정할지 여부는 사실심의 몫으로 남겨두자는 것이다. 넷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다수의견을 옹호하는 보충의견을 밝혔다. 가동연한을 63세로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통계청 기준 건강수명 및 각종 연금수급개시연령·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65세라는 점 등을 이유로 반박하고,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선언하면 안 된다고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특정 연령으로 정한 경험칙상 가동연령을 선언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선언된 것보다 많거나 적은 가동연령을 인정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의 저해를 막을 수 있다며 반박하였다. 3. 대상판결의 해설 일실수입(일실이익)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장래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예측되는 소득이다. 일실수입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고 당시 수입을 산정하고, 상해를 입은 경우 노동능력상실률을 밝히며, 가동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가동기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기대여명과 가동연령이 확정되어야 한다. 이 중 가동연령은 노동을 하여 수익을 취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하므로,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성년이 되는 시점에 개시되어 노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마지막 시점에 종료된다. 가동기간의 종료시점을 ‘가동연한’이라고 한다. 판례는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여명, 경제수준, 고용 조건 등의 사회적·경제적 여건 외에 연령별 근로자 인구 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및 직종별 근로 조건과 정년 제한 등 제반 사정을 조사하여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또는 피해 당사자의 연령, 직업, 경력, 건강상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가동연한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① 정년이 보장된 자(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의 경우 보장된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보고, ② 특수직업종사자(운동선수, 의사, 변호사 등)의 경우 그 직종의 특성을 고려해 개별적인 가동연한을 산정하며, ③ 일용노동자의 경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해왔다. 대법원이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 발전됨에 따른 제반사정의 변화에 비추어 보면 이제 일반육체노동 또는 육체노동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생계활동의 가동연한이 만 55세라는 경험칙에 의한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오히려 일반적으로 만 55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단한 이래로(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 일용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만 60세로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종전의 경험칙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되었다면서,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30년 만에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상향시킨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대하여 만 65세는 적정한 가동연한으로 볼 수 없다거나 대법원이 특정 연령을 가동연한으로 선언하는 판결을 지양해야 한다는 별개의견들이 있으나, 중요한 것은 종래의 가동연한이 국민들의 고령화, 경제상황의 변화,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인하여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학계 및 사회 일반의 공통된 인식이 대상판결을 통해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에 의한 가동연한의 상향조정으로, 당장 A의 가족들 및 그와 동일·유사한 손해배상 분쟁에서 인정될 일실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동연한의 상향은 손해배상 소송 외의 다른 사회 문제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대상판결을 근거로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에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 결과 거시적으로는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초래될 새로운 변수가 생기게 되었다. 또한, 대법원의 2018. 11. 29.자 공개변론에서 가동연한의 상향으로 보험료가 인상되어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출된 바 있는데, 실제로 가동연한이 상향됨에 따라 자동차보험 등 관련 손해보험 상품의 약관내용 및 보험료, 보험금 액수에 관한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다수의견이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경험칙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로 진실하다고 확인을 가질 수 있는 정도에 이르는 고도의 개연성을 말한다. 사법부의 최고 기관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인은 실제로 65세까지 육체노동 일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한 이상 입법·행정도 그에 발맞춰 전체 법질서 제도 개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전원합의체
육체노동
가동연한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9-03-08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공기업에서 성과연봉제를 담은 개정된 연봉제규정 등의 효력
1. 판시 내용 이 사건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18. 선고 2016가합566509 판결)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성과연봉제를 담은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안에서, 위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공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하게 되는 임금의 총액이 기존의 급여 체계에 비하여 증가하였다 하더라도 위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근로자 개인에 따라 그 유·불리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위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야 하고,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 필요성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명백한 반대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 어려워 사회통념상 합리성 또한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이 사건 공기업 소속 근로자들이 제기한 성과연봉제를 담은 연봉제규정 등의 무효를 구하는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고 있다. 2.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에 따라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란, 근로자의 기득권을 박탈하여 근로조건을 낮추거나, 복무규율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기존의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그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 불리한 규정을 신설하는 경우 등을 모두 포함한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취업규칙의 변경이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다1726 판결). 또한,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1893 판결은 “취업규칙의 일부를 이루는 급여규정의 변경이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 그러한 변경에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요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근로자 전체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 이러한 경우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우며, 같은 개정에 의하여 근로자 상호간의 이, 불리에 따른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들을 고려할 때에, 이 사건 공기업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경우, 근로자들은 위 규정의 개정으로 인하여 기준연봉 및 성과연봉의 등급 분류 결과에 따라 지급받게 되는 총 임금의 액수가 증가 또는 감소하게 되는 등 개인에 따라 유·불리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게 되었으나, 특히 하위평가를 받게 되는 근로자들은 기존 임금이 저하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에, 이와 같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연봉제 규정 등의 변경은 불이익하다고 한 이 사건 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성과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사용자의 경영판단에 관한 사항으로써 그 자체로는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으나, 임금체계의 개편이 전체적으로는 불이익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일부 근로자의 임금 감소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은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변경된 취업규칙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이 사건 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연봉제 규정 등의 변경이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3.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이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은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한편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 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변경된 취업규칙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가능함을 판시하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것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방지하여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나, 현실적으로 사용자가 경영상의 필요 등으로 인하여 취업규칙의 변경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경우가 존재하고, 사용자가 변경하고자 하는 취업규칙의 내용에 불합리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근로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동의하지 않아 사용자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 사용자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등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고, 근로자 역시 이에 따라 고용 불안정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변경된 취업규칙이라도 그 효력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판결에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에, 변경 전·후의 문언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음이 명백하다면, 취업규칙의 내용 이외의 사정이나 상황을 근거로 하여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이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 사안에서, ① 이 사건 공기업 소속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는 2016. 5. 9.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는데 조합원 90%가 이를 반대하여 명백한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위 공기업은 이 사건 성과연봉제 규정 등의 개정을 강행한 점, ② 공공기관의 과다한 부채비율, 연공서열 하에서의 소극적 업무수행 태도, 과다한 비용지출 등 방만 경영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 필요성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명백한 반대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근로자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함으로써 인센티브를 지급받았고, 성과연봉제 미도입으로 인한 평가등급 하락이나 임금동결의 제재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독려하기 위한 유인책에 불과하고 이는 근로자들이 받게 되는 지속적인 불이익에 비하여 일시적인 대상조치에 불과한 점, ④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이 사건 공기업과 같이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반발이 상당하였고 이 사건과 같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할 때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 사건 판결은 판시하고 있는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고려할 때에 이러한 판시는 일응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대법원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여부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대법원은 2005. 6. 23. 선고 2004다68953 판결에서 ‘위 개정은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이라고 할 것이지만, 통신사업이 무선통신과 인터넷 위주로 변화하면서 종래 유선통신사업을 주도하던 피고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경쟁 업체에 비하여 매출액 대비 인건비 부담 비율은 높은 반면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은 뒤떨어짐에 따라 피고 회사의 조직을 축소개편 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점...인사규정 제13조 제2항의 개정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바도 있는 등, 이 사건 판결이 최근 공기업에서의 일명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최초의 본안에 관한 사법 판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에,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사용자 측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과 관련해서도 더욱더 면밀한 검토를 한 후에 결론을 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근로기준법
노조
성과연봉제
2017-06-16
정보통신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 음란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서울고등법원 2016. 11. 29. 선고 2015라1490 판결 채권자들은 일본의 영상물 제작업체들 및 위 제작업체들과 위 영상물 제작업체들이 제작한 영상물에 대한 배타적 발행권 설정계약을 체결한 국내 영상물 유통회사들이고, 위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채무자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법원은 채권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 본 사안의 쟁점은 소위 ‘야동’이라고 불리는 음란물인 채권자들의 영상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라 함은 저작권법 제7조에 열거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속하지 아니하면서도 인간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것으로서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의 윤리성 여하는 문제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설령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할 것”(대법원 1990. 10. 23.선고 90다카8845판결,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 등 참조)이라는 종전 대법원의 입장을 견지(堅持)하면서, 영상물이 성행위 장면 등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아무런 창작적인 표현 없이 남녀의 실제 성행위 장면을 단순히 녹화하거나 몰래 촬영한 것이 아니라면 그 창작성을 부인할 수 없고, 영상물이 음란물에 해당하는 경우 형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배포, 판매, 전시 등의 행위가 처벌되는 등으로 해당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자가 그 배포권, 판매권, 전시권 등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으나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상저작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저작권 등의 침해정지청구권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시하였다. 따라서 채권자들의 영상물은 그 내용의 대부분이 남녀의 성행위나 성기 노출 등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채권자들의 영상물이 음란물이라고 하더라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를 구체화하는 ‘기획과정’에서 촬영 장소와 배우의 선정, ‘촬영과정’에서 영상에 고정될 수 있는 실연과 배경의 선택, 촬영 조명 미술 작업, ‘편집과정’에서 하나의 영상물로 완성하기 위하여 촬영된 필름의 삭제, 연결 작업 등을 거쳐 제작과정에 참여한 저작자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는 사실이 소명되므로, 채권자들의 영상물은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0. 10. 23.선고 90다카8845판결에서 대법원이 사진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이라 함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면 되고 윤리성 여하는 문제되지 아니하므로 설사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판시한 이후 하급심에서 음란물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라는 하급심의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1. 23. 선고 2011노2664 판결(확정) 등}이 있었고 학계에서도 음란물의 저작물성에 대해서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이후 대상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이 소위 ‘야동’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로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후 일본의 야동 제작사가 한국의 파일 공유사이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5. 8. 29.선고 사건, 서울지방법원 2015. 10. 18. 선고 사건 등). 헌법재판소는 1998. 4. 30. 선고 95헌가16 결정에서 음란이란 인간의 존엄성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직 성적인 흥미에만 호소할 뿐인 매체로 어떠한 문학, 예술, 과학적이거나 정치적인 가치도 지니지 않는 것으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2009. 5. 28. 선고 2006헌바109 결정에서는 음란표현이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결정을 변경하였다. 헌법재판소 역시 “음란” 표현이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 내에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과 비슷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 일본 저작권법 역시 특별히 저작물에 관한 정의 규정에서 도덕적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일본 판결은 “사진저작물이 설사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저작권을 보호받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일본 동경지재(日本 東京地裁) 1986. 6. 20. 1983}. 또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포르노소설도 작가의 감흥과 경험, 그리고 상상을 표현한 자유로운 창작 작업일 경우, 포르노소설도 예술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무첸바하 사건 BVerfGE 83, 130 (1990. 11. 27.)} 1979년 Mitchell Brothers Film Group v. Cinema Adult Theater 사건에서, 미국 제5순회법원은, 음란물을 제작한 원고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구제를 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 당해 영화에 음란한 내용이 있는 것과는 관계없이 저작물이라면 당연히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저작권, 상표권, 특허권 제한에 대한 규정을 고려할 때 저작권법에 음란물을 제외하는 규정이 없는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단순한 생략이 아니라는 이유로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것이다{Mitchell Brothers Film Group v. Cinema Adult Theater, 604 F.2d 852(5th Cir. 1979), cert. denied, 445 U.S. 917 (1980)}. 이후 2004년 Nova Products, Inc. v. Kisma Video, Inc사건에서도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하였다{2004 U.S. Dist. LEXIS 24171 (S.D.N.Y. Dec. 1, 2004).}. 음란물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음란물에 대한 규제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보다는 다른 형사처벌규정 등에 따라 음란물 제작 및 유통을 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고, 대상판결도 이와 같은 선상에서, “영상물이 음란물에 해당돼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배포·판매·전시 등의 행위가 처벌되고 배포권과 판매권, 전시권 등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지만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해 저작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청구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음란물에 대한 지금까지의 법적 갈등의 핵심은 음란물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그러나, 우리 저작권법이 저작물의 요건으로 윤리성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저작물성의 판단에 ‘음란성’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함으로 인하여 음란물이 더욱 성행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이는 대상 판결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유통 과정에서의 규제나 불법 유통으로 인한 수익을 환수하는 등 특별히 고안된 법률에 의해 제재 하여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작물은 내용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저작권
저작물
음란물
2016-12-23
산재·연금
헌법사건
판례해설 - 산재법상 출·퇴근 재해, 헌법불합치결정의 의미
- 헌재 2016. 9. 29. 2014헌바254, 공보 제240호, 1474-1482. - 1.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다. 걸어서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근로자, 자기 차를 운전해 출·퇴근 하는 근로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 생기는 문제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 다툼이 되었다. 2. 심판대상 조항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다.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사업장 규모나 재정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의사나 근로자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 혹은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지원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해 보상받지 못 한다고 정하고 있다. 3. 대법원은 종래 해석을 통해 출·퇴근 재해가 인정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 정의 조항에서 요건을 끌어냈다. 근로자가 출·퇴근 할 때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어야 한다며 기준을 엄격하게 추출했다. 즉,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4. 대법원이 판시한 요건은 입법으로 반영됐다.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개정되어 2008. 7. 1.부터 시행된 산재법 제37조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출·퇴근 재해'에 대해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라고 규정했다. 대법원이 제시했던 문구 그대로다. 개정이유에서는,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업무상 재해 인정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5. 입법자의 기대와 달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판례에 대한 찬반이 법률개정 논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을 구하는 청구도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앞선 2013. 9. 26. 선고 2012헌가16결정에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으로써 초래될 산재보험 재정지출 증가", "산재보험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언급하면서, 심판대상 조항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이 5인으로 더 많았지만, 위헌선언에 필요한 6인에 미달해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6. 이번 헌법재판소 2016. 9. 29. 선고 2014헌바254 결정은 3년 전 결론을 뒤집은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반한다고 결론 지었다.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혜택을 받은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는 본질적으로 같은 근로자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교통수단을 제공받는 것과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통상적인 출·퇴근 중에 재해를 입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별취급이 존재하고,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교통수단 관련 혜택을 받은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재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비혜택근로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면서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7. 재판관 3인은 여전히 합헌의견을 고수했다. 우선, 비혜택근로자를 산재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업무상 재해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줄곧 '공무원'이 출·퇴근하던 중 입은 재해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왔다(대법원 1993. 6. 29. 선고 92누19309 판결 등). 일을 하기 위해 직장과 집을 오고 간다는 점에서, 공무원과 다른 근로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출·퇴근은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주거지와 근무지 사이를 왕복하는 반복 행위다.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직장이 없으면 통근이 없다. 통근이 없으면 노무 제공도 없다. 근무지나 출·퇴근 시각은 근로자가 자유로이 정할 수 없다. 사업주의 결정과 방침에 구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출·퇴근 행위의 업무종속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대법원 2007.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의견). 대법원은, 업무행위 자체가 아니더라도 사회통념상 업무행위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라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것으로 보아 휴게시간 중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두6423 판결 등). 출·퇴근 행위 역시 업무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로 노무제공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출·퇴근 재해를 제외하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의 법리상 당연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9. 나아가 소수의견은, 헌법상 평등원칙은 국가가 언제 어디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에 관한 상황이나 제도개선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국가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인 구현을 위한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종전 헌법재판소 선례(헌재 1998. 12. 24. 98헌가1결정, 헌재 2001.6. 28. 99헌바32결정 등)를 원용했다. 이처럼 국가가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론은, 현재의 차별을 잠정적이고 불가피한 현실로 규정함으로써 결국 차별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이 사건에서도 소수의견은, 비혜택근로자 보호를 위해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단계적 제도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입법형성권이 있으므로 평등원칙위배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도 종래 단계적 실시를 평등원칙 위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번 취했다. 예컨대, 상시 사용 근로자수가 4인 이하인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일견 차별이 생긴다 하더라도 점진적 제도 개선으로 인한 부득이한 현상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헌재 1999. 9. 16. 98헌마310 결정). 중학교 의무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실시하도록 한 입법에 대해서도, 전면실시할 때 수반되는 국가 재정부담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로 평등원칙 위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헌재 1991. 2. 11. 90헌가27 결정). 10. 국가가 단계적 제도개선을 하는 구체적 방법을 선택할 수는 입법형성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차별취급의 합헌성을 단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입법자가 택한 방법으로 발생한 잠정적인 차별은, 실질적 평등에 부합하는 한도에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점진적 개선을 위해 단계를 나눈 기준과 우선 순위 선택에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가령, 섬이나 외딴 지역이 아니라 대도시의 부유한 동네 중학교부터 먼저 의무교육혜택을 주었더라도, 단계적 실시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합헌으로 판단되었을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규제를 하지 않으면서 4인 이하 사업장부터 우선 근로기준법상 규제를 강화했더라도, 단계적 제도개선을 이유로 차별이 정당화되었을지 의문이다. 출·퇴근용 통근버스는 영세한 회사 근로자보다 대기업 근로자에게 더 많이 제공되는 현실이 존재한다. 교통수단을 제공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가 더 크다. 그럼에도 단계적 조치는 그와 반대의 순서로 취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입법자는 납득할 만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국가가 단계적 입법을 형성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통 수단을 제공받는 혜택받은 근로자를 더 먼저 보호하는 입법이 정당하다는 결론으로 직행하기는 어렵다. 과도기적 임시조치라는 이유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과도기'의 잠정적인 차별 역시 헌법에 부합해야 한다. 재원이 유한한 현실에서, 입법자는 흔히 과도기를 되뇌이며 타협한다. 입법은 대개 과도기에 놓여 있다. 과도기 입법의 합헌성이, 어쩌면 더 중요하고 긴절하다. 11. 3년만에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변경된 직접적인 이유는 안창호 재판관이 견해를 바꿔 헌법불합치 의견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견해를 변경한 이유를 따로 밝혔다. 평등원칙 위반여부에 대해 자의금지원칙에 따른 합리성 심사를 하면 종전과 같이 합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지만, 강화된 평등심사 기준을 적용해 보면 평등원칙에 위배되므로 헌법불합치로 견해를 변경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강화된 평등심사 기준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이다. 종래 헌법재판소는, 평등원칙 위배 심사를 할 때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면 엄격한 비례심사를 하고, 그 외에는 자의금지원칙에 의한 합리성 심사를 해 왔다. 보충의견에 담긴 심사기준은 이러한 틀을 넘어선다. 산재보험수급권처럼 사회 보장수급권과 관련된 영역의 평등심사에서는 심사강도를 좀 더 강화된 수준으로 높일 필요성, 산재보험수급권의 잠재적 재산권성을 고려해 심사강도를 좀 더 높일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자의금지보다는 강화된 심사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비혜택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의 합리성 여부를 살펴보는 데에서 더 나아가 강화된 심사를 한다고 하면서, ① 보호영역의 특성, ② 보호의 긴절성, ③ 보호수준의 적절성을 고려하여, 비혜택근로자를 차별하는 데에 헌법상 허용될 만한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가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강화된 심사기준은, 자의금지원칙에 터잡은 합리성 심사 혹은 차별취급의 비례성 심사와 구분된다. 12. 보충의견과 달리 법정의견은 합리성 심사에 머물렀다. 합리성 심사보다 더 강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보충의견이 제시한 더 강화된 심사,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 심사'는 법정의견으로 반영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나아가, 어떤 경우에 자의금지보다 강화된 심사를 해야 하는지, 심사의 세부기준은 무엇인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새로운 심사기준 제안은, 양자택일의 이분법적인 평등원칙위배 심사구조에 의미있는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러한 심사기준은 주로 사회적 기본권 보호와 관련해 입법형성권을 부여받은 입법자가 순차로 단계적 조치를 취할 때 합헌성을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 심사'의 기준으로 언급된 세 가지 요소는, 단계적 조치의 합헌성을 심사할 수 있는 잣대로 치환될 수 있다. ① '보호영역의 특성'은 사회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단계적 개선이 문제되는 영역에서 적용하는 것으로, ②'보호의 긴절성'은 단계를 구분하는 경계의 합헌성에 대한 심사기준으로, ③ '보호수준의 적절성'은 어떤 대상자를 우선 순위에 둘 것인를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심사기준은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산재보험수급권 침해를 정면으로 판단하지 않고 평등원칙 위배여부를 살펴보는 심사를 했다. 이처럼 우회된 심사를 한 한계는, '정당하고 충분한 차별이유' 심사가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에 대한 심사와 다를 바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평등원칙 위배를 심사하는 두 가지 방법, 합리성 심사와 엄격한 비례심사를 넘어서는 제3의 길이 더욱 정교해지길 기대한다.
촐퇴근재해
업무상재해
산재법제37조제1항
2016-11-15
전문직직무
행정사건
판례해설 - 변호사법상 법무부징계위원회의 심사대상
변호사법(법)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장(변협회장)이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위원회(변협징계위)에 징계개시청구를 함으로써 징계절차가 개시되고(제97조), 변협징계위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징계사건을 심의하여(제95조) 징계에 관한 결정(제98조의 4)을 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징계개시청구권과 징계심의의결권을 분리하고 있다. 다만, 법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청구권 행사를 통제하기 위해 지방검찰청 검사장, 지방변호사회의 장,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윤리위원장)이 변협회장에게 징계개시청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면서(제89조의4 제4항), 변협회장이 징계개시신청을 기각하는 등의 경우 징계개시 신청인은 변협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하여 변협징계위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청구 없이 징계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제97조의 5). 한편, 법은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징계혐의자 및 징계개시 신청인은 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법무부징계위원회(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제100조), 이 규정을 근거로 법무부징계위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하고 직접 징계절차개시결정을 할 수 있을까? 서울행정법원(2015구합77714)은, 검사장이 변협회장에게 징계개시신청을 하였다가 기각결정을 받고 이에 이의하였으나 변협징계위가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하자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하고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하고 징계절차개시결정을 한 사안에서, 아래와 같이 법상 법무부징계위는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심의대상으로 삼을 수 없어 위와 같은 결정은 모두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① 법 제100조는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이라는 표제 하에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불복하여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제1항)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을 취소하고 스스로 '징계결정'을 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무부징계위의 심의결정 대상은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으로 보아야 하고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기각결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② 구 변호사법이 2007. 1. 26. 개정되면서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에 대한 불복절차가 마련되었는데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을 규정한 제100조가 문언의 개정 없이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에 대한 변협징계위의 기각결정에 대해서도 불복할 수 있는 근거규정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③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하고 징계절차를 개시하여 징계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징계혐의자로서는 변협회장의 징계개시청구나 변협징계위의 징계개시신청 인용에 따라 징계절차가 개시된 경우에 비해 오히려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종래 법상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청구권이 검찰총장과 변협회장에게 나뉘어져 있었고 지방회장에게는 징계개시 신청권만 있던 것이 변협의 자율성 강화를 위하여 1995. 12. 29. 검찰총장의 징계개시 청구권을 삭제하여 징계개시 청구권을 변협회장에게 전속하게 하는 법개정이 이루어진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2. 11. 29. 2010헌바454 참조). 변협의 자율성 강화를 위해 징계절차에서 징계개시청구권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고 위와 같은 법개정이 이루어진 취지를 고려하면 변협징계위(판사2명, 검사2명, 변호사 3명 등으로 구성)가 아니라 법무부징계위(위원장 법무부장관, 검사2명, 변호사 1명 등으로 구성)가 징계절차개시 부분까지 직접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이므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법문의 해석상으로는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① 법 제100조의 표제가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이기는 하나 제1항은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징계혐의자 및 징계개시 신청인이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97조의4 제3항은 '징계개시 신청인'을 징계개시를 신청한 윤리협의회 위원장이나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97조의5는 '징계개시 신청인'은 징계개시 신청을 기각하는 등의 경우 변협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100조의 문언의 해석상 '징계개시 신청인'의 이의신청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기각결정에 대한 이의로 해석된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은 징계결정에 대해서만 취소와 기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에 대해서는 어떠한 결정형식을 취하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서울행정법원은 제1항이 '징계결정'에 대한 것만 규정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한다면 징계혐의자의 이의는 징계에 대해, 징계개시 신청인의 이의는 무징계에 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러한 해석은 오히려 변협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결국 위 제1항은 징계혐의자가 징계결정에 대해, 징계개시 신청인이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한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② 2007. 1. 26. 개정 전 징계개시 신청권자는 검사장과 지방회장이었다(구법 제97조 제2, 3항). 하지만 제100조 제1항은 징계개시신청을 한 지방검찰청검사장만이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위 규정은 오히려 법무부징계위의 심의범위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07년 개정법에서 제89조의4 제4항 윤리협의회 위원장의 징계개시신청에 대한 규정이 신설되었고 그 때문에 ①과 같이 윤리협의회 위원장과 검사장을 '징계개시 신청인'으로 묶어 위 제100조 제1항에서는 '징계개시 신청인'이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대해 이의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따라서 법 제100조 제1항은 개정전후 모두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다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법개정 문제는 법무부징계위의 심의대상을 판단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보인다. ③ 위와 같은 이유에서 법상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기각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법 제96조는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사건을 심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00조도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대한 불복에 대해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가 전혀 징계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징계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즉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기각결정을 취소함으로써 변협징계위는 제97조의5 제2항에 준하여 변협회장의 징계청구가 없더라도 징계절차를 개시하여야 하고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에 대한 심의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함으로써 징계혐의자에게 절차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게 될 것이고 변협징계위가 먼저 징계여부를 결정함으로써 변협의 자율성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변협징계위가 징계개시로 나아갈 혐의조차 없다고 판단하여 징계개시 신청을 기각하였다면 비록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기각결정을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징계심의결과 징계결정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나아가 검사장 등은 변협징계위가 무징계를 결정하였다면 더 이상 다툴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변협징계위
징계절차
2016-06-21
형사일반
판례해설 - 최초의 위법한 압수절차와 2차적 증거수집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않는다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없어
대상판례 :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위법한 절차에 의하여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은 원래 미국의 판례에 의하여 형성된 증거법칙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판례에 의하여 인정되어 오다가 2007년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명문으로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추상적으로 되어 있어 그 구체적인 내용과 적용범위는 여전히 판례에 맡겨져 있다. 다만, 그 인정범위는 종래 해석론에만 의존할 때와 비교하여 한층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에서 처음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이 인정된 사례는 1914년 Weeks v. United States 사건에서 위법한 압수 ? 수색에 의한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배제한 경우이다. 진술증거의 경우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관한 수정헌법 제6조 위반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배제한 Escobedo v. Illinois 사건(1964년)이다.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여야 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위법수사의 억제와 이를 통한 인권 보장에 있다. 이를 위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毒樹)에 의하여 발견된 제2차 증거(毒果)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독수독과(Fruit of the poisonous tree)론이 Wong Sun v. United States 사건(1963년)에서 받아들여졌다. 이와 같이 1960년대 진보적 경향의 미국 연방대법원 시절에 꽃을 핀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은 1970년대 이후 사회의 보수화와 함께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측면에서 상당 부분 수정이 가해졌다. 독립된 증거 확보의 기초가 존재한다면 위법수집증거와의 인과관계가 단절되므로 파생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논리가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법원 1990. 8. 24. 선고 90도1285 판결에서 검사가 변호인의 접견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는 동안에 작성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위 판례에서는 증거능력을 부정한 이유나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아니하였는데,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586 판결에서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핵을 이루는 것으로서 변호인과의 접견교통이 위법하게 제한된 상태에서는 실질적인 변호인의 조력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위법한 상태에서 얻어진 피의자의 자백은 그 증거능력을 부인하여 유죄의 증거에서 배제하여야 하며, 이러한 위법증거의 배제는 실질적이고 완전하게 증거에서 제외함을 뜻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인정하였음을 명백히 하였다. 다만, 진술증거와는 달리 증거물의 경우에는 그 압수절차가 위법하더라도 물건 자체의 성질, 형상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어서 형상 등에 관한 증거가치에는 변함이 없다는 이유로 여전히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가(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3318 판결),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판례를 변경하여 진술증거뿐만 아니라 증거물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나아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법한 압수절차로 수집한 압수물은 물론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도 부정하여 독수독과의 원칙을 받아들였다. 다만,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고, 2차적 증거의 경우에도 원래의 위법절차와 2차적 증거 수집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거나 희석되었다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사건은 조세포탈 피고사건으로 피고인의 사무실에서 압수된 USB에 담긴 영업실적표의 증거능력이 문제된 사안이다. 위 영업실적표는 당초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혐의사실과는 무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검사는 피고인의 동생을 검사실로 불러 압수물건 수령서 및 승낙서를 작성하도록 한 다음 이를 검사실에 있던 세무공무원에게 제출하도록 하여 마치 문제의 USB를 반환받아 임의로 세무공무원에게 제출한 것처럼 하였으나, 실제로는 위 USB가 반환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심은 피고인의 동생이 검사로부터 USB를 환부받았는데, 동석한 세무공무원으로부터 세무조사 협조를 위하여 제출할 것을 요구받자 이를 임의로 제출하였다고 사실인정을 한 다음 그렇다면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USB가 압수되었다는 절차 위반행위와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는 전제 아래 영업실적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이와는 달리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최초의 절차 위반행위와 최종적인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USB 및 그에 저장된 영업실적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다(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설령 피고인의 동생이 USB를 반환받아 세무공무원에게 제출하였더라도 그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영업실적표와는 무관하게 수집되었거나 영업실적표와 인과관계가 단절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도 공소사실과 관련한 객관적 사실관계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원심의 잘못된 판단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본 대상판례는 최초의 위법한 압수절차와 2차적 증거수집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않는다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독수독과의 원칙과 예외를 구체화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원심은 문제의 USB에 담긴 영업실적표에 기하여 참고인들의 검찰에서의 진술과 법정에서의 증언, 월별집계표 등 관련 서류가 수집되었다고 판시하였음에도, 대법원은 이들 증거가 문제의 영업실적표와는 무관하게 수집되었거나 영업실적표와 인과관계가 단절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으나, 그 구체적인 근거나 이유에 대한 설시가 없는 점이 아쉽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독수독과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 원래의 위법절차와 2차적 증거 수집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거나 희석된 경우를 들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의미나 적용범위에 관하여는 여전히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법수집증거
증거능력
조세포탈
2016-04-12
금융·보험
판례 해설 - 보험모집인의 횡령, 편취 등 금전 사고 관련 보험회사의 책임 한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3. 11. 선고 2013가합88244 판결 <사안개요> 원고는 피고 A보험회사와 사이에 2010. 10. 25, 2010. 11. 10 체결한 두 건의 보험계약에 대하여 2011. 10. 28 이를 각 해지하고 해지환급금 186,782,111원을 지급받은 후 그 무렵 A보험회사 소속 보험설계사 B의 계좌로 전액 다 이체하였고, 며칠 후인 2011. 11. 4 새로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하여도 2013. 1. 2 이를 해지한 후 그 해지환급금 전액을 B의 계좌로 이체하는 등 합계금 294,209,111원을 이체하였는데, B가 이를 임의로 유용하였다. (B는 형사 처벌을 받음) <원고 주장>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본문에서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를 포함한다)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보험설계사 B가 원고에게 A보험회사에 가입한 보험계약을 갱신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돈을 지급받아가서 유용하였으므로 A 보험회사는 위 보험업법 제102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상 판결 요지>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의 '모집을 하면서' 라는 규정은 보험설계사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설계사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하여 마치 그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나 이건의 경우 B가 A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로서 보험업법 제102조 1항 본문에 정한 보험모집을 하면서 원고로부터 금전을 지급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①보험설계사 B는 2009. 9. 30 해촉되어 최초 돈을 이체받은 2011. 10 경에는 보험설계사의 지위에 있지 않았던 점 ② B는 2011. 12. 21 다시 A보험회사 설계사로 위촉되었으나 비전속법인대리점 (GA)에 소속되어 A보험회사 이외 다른 보험회사의 보험상품도 판매해온 점 ③보험계약을 갱신하기 위하여 해지환급금을 다시 보험설계사 계좌로 이체한다는 것은 거래관념에 비추어 상식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보험설계사 B에게 금전을 이체한 것은 A보험회사의 보험모집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원고와 B 사이의 개인적 금전 거래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상 판결에 대한 검토> 최근 각 보험사마다 텔레마케팅 등 신채널 사업 영역이 강조되고, 새로운 영업조직이 부상하면서 전통적 모집조직인 보험설계사의 비중이 축소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국내 보험모집시장에서의 보험설계사 비중은 매우 큰 상태이다. 이 보험설계사들의 보험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설계사들이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보험상품의 안내, 중개 뿐만 아니라 FC (Financial Consultant), FA(Finacial Advisory)라 하여 고객의 재정관리, 금융투자 상담사 역할까지 자처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가 되고 있는데이에 따라 전통적 보험 모집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금전거래가 오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금전 사고의 발생 위험도 당연히 따르게 되었다. 한편 보험설계사를 근로기준법상 피용자로 보지 않기 때문에 (대법원 1990. 5. 22. 선고 88다카28112 판결 등 참조) 보험설계사의 금전사고에 대하여 보험회사가 민법상 사용자책임은 지지 않아 보험계약자들의 피해 구제 차원에서 특별 규정을 둔 것이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이다. 이 보험업법 제102조의 보험회사 책임과 관련하여 핵심적 쟁점은 '보험 모집을 하면서' 발생시킨 손해인지 여부인데, 종래 통상적인 보험 모집 업무와 관련된 보험료 횡령 사건 등의 경우 보험 모집을 하면서 발생한 손해로 보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으므로 보험업법상 책임 인정에는 문제가 없고 주로 보험계약자 측 과실을 고려하여 책임 제한을 얼마나 할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었으나 상기한 바와 같이 보험설계사들의 역할이 확장되어 재정, 투자자문을 해주기 시작하면서 통상적인 보험모집 업무와는 상관이 없는 고액의 금전 수수도 빈발하게 되었는데, 과연 그러한 금전거래 상의 사고를 '보험모집을 하면서' 발생시킨 손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령하여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45356 판결은 '모집을 함에 있어서'라는 규정은 보험모집인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모집인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하여 마치 그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도 포함한다고 새겨야 한다'고 하여 사용자책임에서의 외형이론이 보험업법 제102조 상 책임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명시적으로 판시하였고, 그 후 보험업법상 책임 여부가 문제된 모든 사안에서 위 대법원 판결의 판시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 오고 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모집인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한' 행위인지 여부 또한 추상적이기 때문에 결국 거래통념을 기초로 각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를 넓게 확대하여 해석할 경우 개별 보험계약자는 보호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비용이 위험 단체를 구성하는 다른 다수의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무작정 넓게 해석할 수는 없고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중요 사례들을 살펴보면, 위 대법원 2004다45356 판결 사안의 경우 원고가 친정아버지로부터 빌린 1억원을 보험설계사인 남편에게 보험에 가입하여 달라고 부탁하면서 지급하였는데, 남편인 보험설계사가 그 중 4,000만원만 보험료로 사용하고 나머지 6,000만원을 횡령한 사안으로서 당시 돈을 지급하면서 보험상품도 특정하지 않고, 보험청약서도 작성하지 않았으며 보험료영수증을 받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보험설계사가 교부한 증권에는 보험료 및 보험증권이 보험가입부분이 변조되어 있었던 사안으로서 이에 대하여 원심인 서울고법 2004. 7. 9 선고 2003나10720 판결은 보험설계사가 부인인 원고를 위하여 보험을 통한 자금운용을 해주기 위한 행위에 불과할 뿐 보험모집 사무집행 관련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으나, 위 대법원 판결은 이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모집인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파기환송심 판결인 서울고법 2007. 6. 20 선고 2006나116582 판결에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되 40%로 제한하였다) 이 대법원 판결 이후 외형이론에 의하여 소송은 물론 소송전 단계에서도 보험업법상 책임이 상당히 넓게 적용되어온 경향이 있었는데,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는 외형이론을 너무 넓게 적용한 것이라는 이유로 비판적 평석이 나온 바 있고 특히 계약자에게 중과실이 있는 사안의 경우 외형이론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김영훈 판사, 2008. 민사판례연구 30권) 그리고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사례 중에는 보험설계사가 애당초 계약자들을 기망하여 보험료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게 있는데, 하급심 판결 중에는 보험설계사가 보험료 명목으로 보험가입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보험증권을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보험회사가 실제 판매하고 있지도 않는 유령상품을 판매하는 수법으로 돈을 편취한 사안에서 이는 보험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거나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12 선고 2011가합5665 판결) 이러한 기준과 사례들을 종합해서 볼 때 대상 판결 사안의 경우 결국 원고가 A보험회사에 대하여 보험업법 제102조에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외형적으로 볼 때 보험설계사B가 돈을 교부받은 것이 보험계약 갱신을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객관적으로 볼 때 이미 종전에 가입하였던 보험계약들을 해지한 상태에서 보험계약을 갱신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고, 또 종전 계약들에 대한 억대의 해지환급금 전액을 보험계약갱신비용으로 수수한다는 것 또한 설명되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서 이건 원고와 보험설계사 B간의 금전 수수는 그 외형에 있어서도 보험모집이나 보험계약 갱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거나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보이며, 그런 점에서 대상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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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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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 특허법원, 비아그라 '마름모꼴' 독점사용 권리 인정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에 대하여 등록상표 자체가 아니라 다른 문자가 부가된 상표를 사용하였던 경우,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특허법원 2016. 1. 15. 선고 2015허5364 등록취소(상) 판결 이 사건 등록상표는 ''와 같이 마름모꼴의 입체적 형상에 푸른색의 색채가 결합된데 비하여, 지정상품에 대하여 실제 그 제조, 판매 등에 사용한 표장들(이하 '실사용상표')은 그 제품 표면에 "Pfizer"나 "VGR" 등의 문자가 부가된 경우, 거래 통념상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에 대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와 동일성 범위 내에 있는 실사용상표가 사용됨으로써 이 사건 등록상표가 사용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등록상표는 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 중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사용된 사실이 없으므로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그 등록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취소심판 청구가 있었다. 특허심판원은 실사용상표는 그 제품 표면의 "Pfizer"나 "VGR" 등의 문자 부분으로 말미암아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동일성 범위 내에서 사용된 상표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내용의 심결을 하였다. 원고는 실사용상표에는 이 사건 등록상표와 같은 푸른색 마름모꼴의 입체적 형상뿐만 아니라, 원고의 상호인 "PFIZER"의 약자인 "pfizer"나 상품명인 "Viagra"의 약자인 "VGR"과 같은 문자들이 음각되어 있기는 하나, 그 입체적 형상 역시 문자 부분과는 구별되어 동일성과 독립성을 유지한 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는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위 심결은 취소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특허법원은 위 특허심판원 심결과 상반된 판시를 하면서 이 사건 등록상표는 그 지정상품 중 하나인 성기능장애 치료용 약제에 대하여 이 사건 취소심판청구일 전 3년 이내에 국내에서 정당하게 사용되어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된 관련 쟁점은, 이 사건 등록상표와 달리 실사용상표에는 "Pfizer"나 "VGR" 등의 문자 부분이 부가되어 있는데, 이 경우에도 실사용상표를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동일성 범위 내에서 사용된 상표"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 제4항에서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사용"하는 경우라 함은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한 경우를 말하고, 동일한 상표라고 함은 등록상표 그 자체뿐만 아니라 거래 사회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를 포함하나, 유사상표를 사용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3후183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등록상표가 반드시 독자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할 이유는 없으므로 다른 상표나 표지와 함께 등록상표가 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등록상표가 상표로서의 동일성과 독립성을 지니고 있어 다른 표장과 구별되는 식별력이 있는 한 등록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6. 10. 11. 선고 96후92 판결). 이 때 등록상표에 부가된 부분이 상표권자의 다른 등록상표인 경우에도 등록상표가 상표로서의 동일성과 독립성을 지니고 있어 그 식별력이 있는 한 등록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1996. 7. 26. 95후2077 판결). 대법원은 1996. 10. 11. 선고96후92 판결에서 'UNi SPORTS'라는 영문자를 상단에 표시하고 그 밑에 등록상표인 '' 상표를 표시한 상표를 사용하였다면, 그 문자 부분과 도형 부분은 일체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지 아니하고 그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특정한 관념을 형성하는 것도 아니어서 분리 관찰될 수 있는 것이므로, 등록상표인 도형 부분은 위 영문자 부분과는 구별되어 그 동일성과 독립성이 유지되고 있다 할 것이어서, 결국 위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등록상표를 사용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6. 10. 11. 선고 96후92 판결). 위 대법원 판결들에 의하면, 도형으로 이루어진 등록상표에 다른 문자가 부가되어 사용된 경우에도 그 문자 부분과 도형 부분이 일체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지 아니하고 그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특정한 관념을 형성하는 것도 아니어서 분리 관찰될 수 있다면, 등록상표인 도형 부분은 문자 부분과는 구별되어 그 동일성과 독립성이 유지되고 있다 할 것이어서, 결국 문자가 부가된 상표를 사용한 경우라도 이를 들어 등록상표의 사용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 거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성 범위 내에 있는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등록상표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실사용상표에서 위 문자 부분은 모두 일반적인 글씨체로 음각된 것에 불과하여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알약 자체의 형태에는 관심을 갖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의 외관을 지닌다고 보기는 어렵고, 마름모꼴 알약 제품과 어떠한 연결 관계도 없이 단지 상하좌우에 일정 여백을 남기고 중앙에 위치시킨 것으로서 입체적 형상과 불가분하게 결합되어 있다거나, 그와 같은 결합에 의하여 새로운 관념을 형성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특허법원 판결은 종래의 대법원 견해를 따른 것으로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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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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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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