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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코로나19 사태와 임대차계약 해지 가능성
최근 한 하급심 법원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20가단5261441). 구체적으로, 법원은 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객의 국내 입국자 수가 99% 이상 감소하고 점포 매출이 90% 이상 감소하여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 점, ② 코로나19 사태 발생 및 장기 지속으로 인해 매출이 9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사정은 원·피고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고, 그와 관련하여 원고(임차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없는 점, ③ 이 사건 점포의 임대료는 다른 지역보다 고액인 반면, 매출 감소폭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큰 점, ④ 임대차계약에 ‘불가항력적 사유로 90일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정해지 조항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약정해지권 또는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른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인정하였다. 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19. 5.말경 명동 소재 모 상가건물 관리단인 피고로부터 이 사건 점포를 임대기간 3년, 임대보증금 2억 3천만 원, 월 임대료 2,200만 원으로 정하여 임차하고, 2019. 6.부터 이 사건 점포에서 영업을 개시하였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 제13조 제4항은 “당사자 중 일방이 법령의 개폐, 도시계획, 화재, 홍수, 폭동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90일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 상대방에 대해 30일 전에 서면통지를 한 후 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외국 관광객 입국이 중단되면서 2020. 3. 이후 이 사건 점포에서의 매출은 종전의 10% 미만(월 300만 원 미만)으로 급감하였다. 이에 원고는 2020. 5. 21.부터 이 사건 점포에서의 영업을 중단한 뒤, 2020. 6.경 피고에게 ‘코로나19 사태라는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 제13조 제4항에 근거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지를 하였다. 이를 피고가 수용하지 않자, 원고는 2020. 10.경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다는 확인을 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약정해지권 발생 여부에 대한 판단은 계약(약정해지 조항) 내용의 해석 문제이다. 계약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8다260732 판결 등). 이 사건에서 피고(임대인)는 화재, 홍수 등 천재지변으로 인해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이 불가능해진 것이 아니고 여전히 영업이 가능한 상태이므로 약정해지 사유가 부존재한다고 다투었다. 약정해지 조항에서 불가항력 사유로 나열된 항목들(법령의 개폐, 도시계획, 화재, 홍수, 폭동)의 성격을 고려하면, 피고의 주장도 일면 설득력이 있다. 다만, 동 조항에서 “목적물의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대신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를 약정해지 사유로 규정한 점, 그리고 불가항력적 사유를 원인으로 한 약정해지 조항을 마련한 근본적인 취지를 고려하면, 약정해지권을 긍정한 법원의 판단에도 수긍할 수 있다.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 해제·해지는 ①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②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③ 사정변경이 해제·해지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④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등 참조). 사적자치의 원칙상 당사자들의 의사 합치로 체결된 계약은 지켜지는 것이 원칙이므로, 법원은 그동안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의 해제·해지를 인정하는 데 소극적인 편이었고, 외부적인 환경 변화로 인해 당사자 일방이 큰 손실을 입게 된 사안에서도 대부분 사정변경을 부인해 왔다(서울고법 2002누17196, 서울고법 2011나26010, 대법원 2013다26746 등).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원이 사정변경에 의한 임대차계약 해지를 인정한 것은 상당히 전향적이라 할 수 있다.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계약 체결의 동기와 목적, 계약 체결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논의 내용과 거래 관행 등을 두루 검토하여야 한다. 이 사건 판결의 설시 내용을 보면, 법원은 이 사건 점포의 용도(프랜차이즈사업 직영점), 위치(명동), 주요 고객(외국인 관광객), 임대료 수준(상대적으로 고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임차인이 이 사건 점포에서 일정 수준의 매출을 얻을 것’을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되어야 할 사항이지만, 상가임대차계약의 경우에는 이처럼 ‘임차인의 매출(수입)’이 ‘임대차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경우에도 매출 변동에 대한 위험을 임차인이 스스로 떠안기로 하였다면,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지난 5월 24일 법무부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개월 이상 집합금지조치 또는 집합제한조치를 받은 임차인이 중대한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폐업신고를 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는 같은 법 제11조에 ‘제1급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을 차임 감액 사유로 명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형평의 관념에 입각하여,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중대한 경제적 위기를 맞은 임차인에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기회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개정 취지는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는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이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 또는 민법 제628조에 의한 차임감액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계약해지
임대차계약
코로나
건물
이원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21-07-06
형사일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 임의처분… 횡령죄 성립 안 된다
피고인은 2013년 12월 피해자로부터 피해자 소유의 아파트를 명의신탁 받아 보관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2014년 1월 위 아파트를 피고인 명의로 이전등기 하고 그 무렵부터 피해자를 위하여 위 아파트를 보관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5년 8월 6일 자신이 기존에 부담하고 있던 채무의 변제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위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하였고, 2015년 8월 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줌으로써 위 아파트를 임의로 처분하였다. 종전까지 대법원 판례는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함)을 위반하여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하였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 물권변동은 무효이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 있고, 명의수탁자는 등기명의에 의하여 그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양자간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결하여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였다. 횡령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것이므로 횡령죄의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하여야 하는데, 양자간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 약정 등은 모두 무효이고 이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사실상의 위탁관계는 부동산실명법 제7조 제3항(벌칙)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또한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의무를 부담하기는 하나 이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서의 말소청구에 대하여 그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다는 것에 불과하고,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이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일 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어떠한 위탁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본 사건 이전인 2016년 대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등기를 명의신탁자를 거치지 않고 매도인으로부터 곧바로 명의수탁자 앞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된다는 기존의 견해를 변경하여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즉 매수인 명의를 돈을 내는 사람으로 하지 않고 타인 명의로 하는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부동산 매도인이 악의인지 선의인지를 불문하고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이었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따라서 본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뿐만 아니라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를 포함하여 모든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아니하게 되었다. 부동산실명법 제7조(벌칙)는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같은 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를 형사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종전의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실명법 제7조에 의하여 처벌되는'동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횡령죄 성립)을 통해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부동산실명법이 금지 및 처벌하는 명의신탁 관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결과를 야기함으로써 그 입법 취지에 명백히 반하였다.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견해를 변경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통해 보호해 주던 모순을 제거함으로써 앞으로 '부동산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탈세,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라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목적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명의신탁의 종류를 불문하고 명의수탁자의 부동산 임의 처분은 횡령죄로 처벌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관련 법리를 일관성 있게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횡령
명의신탁
부동산
부동산실명법
명의수탁
사기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1-05-24
형사일반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2013. 12. 피해자로부터 피해자 소유의 아파트를 명의신탁 받아 보관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2014. 1. 위 아파트를 피고인 명의로 이전등기 하고 그 무렵부터 피해자를 위하여 위 아파트를 보관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5. 8. 6. 자신이 기존에 부담하고 있던 채무의 변제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위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하였고, 2015. 8. 7.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줌으로써 위 아파트를 임의로 처분하였다. 종전까지 대법원 판례는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함)을 위반하여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횡령죄를 구성한다.”라고 하였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 물권변동은 무효이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 있고, 명의수탁자는 등기명의에 의하여 그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양자간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라고 판결하여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였다. 횡령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것이므로 횡령죄의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하여야 하는데, 양자간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 약정 등은 모두 무효이고 이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사실상의 위탁관계는 부동산실명법 제7조 제3항(벌칙)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를 형법상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또한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의무를 부담하기는 하나 이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서의 말소청구에 대하여 그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다는 것에 불과하고,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이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일 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어떠한 위탁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본 사건 이전인 2016년 대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등기를 명의신탁자를 거치지 않고 매도인으로부터 곧바로 명의수탁자 앞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된다는 기존의 견해를 변경하여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즉 매수인 명의를 돈을 내는 사람으로 하지 않고 타인 명의로 하는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부동산 매도인이 악의인지 선의인지를 불문하고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이었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따라서 본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뿐만 아니라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를 포함하여 모든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아니하게 되었다. 부동산실명법 제7조(벌칙)는,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같은 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를 형사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종전의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실명법 제7조에 의하여 처벌되는‘동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횡령죄 성립)을 통해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부동산실명법이 금지 및 처벌하는 명의신탁 관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결과를 야기함으로써 그 입법 취지에 명백히 반하였다.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견해를 변경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통해 보호해 주던 모순을 제거함으로써 앞으로‘부동산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탈세,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라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목적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이고, 또한 명의신탁의 종류를 불문하고 명의수탁자의 부동산 임의 처분은 횡령죄로 처벌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관련 법리를 일관성 있게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사기
명의수탁
부동산실명법
부동산
명의신탁
횡령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1-05-03
민사일반
유명맛집의 상호와 메뉴 따라하기
1. 들어가면서 유명한 맛집의 상호와 그 메뉴를 그대로 따라하는 집이 있다면, 과연 그러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까. 이와 관련해서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해운대암소갈비집’,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의 상호를 사용하고 그 메뉴도 유사하게 따라하는 식당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이하 ‘대상판결’)하였다. 2. 사건의 경과 가. 원고의 상호와 식당메뉴 원고가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로 운영하는 식당(‘이 사건 식당’)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하는데, 소외 창업자에 의해 1964년 창업된 후 그 아들이 경영하다가 그 아들이 세운 원고에 의해 현재까지 55년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2002년 유명 일간지에 맛집으로 소개된 이후 언론과 TV프로그램에 꾸준히 소개되었고, 연 매출액은 2013년경 71억 원을 넘어 2018년에는 약 119억 원에 이른다. 이 사건 식당은 ‘해운대암소갈비집’(‘이 사건 1번 상호’)과 이 사건 식당 건물 벽면에 부착된 간판의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이 사건 2번 상호’)을 같이 사용한다. 이 사건 식당은 한옥을 개조하여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좌식으로 음식을 먹도록 하였는데, 대표 메뉴는 생갈비구이, 양념갈비구이이며, 숯불에 가운데가 볼록하게 솟고 구멍이 있는 철판 위에서 갈비를 구운 후 오목하고 둥글게 파인 철판 가장자리 부분에 갈비의 양념을 부어 감자사리를 끓여 내는 서비스(‘이 사건 서비스 방식’)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이 사건 상호나 감자사리를 검색하면 수천 건의 검색결과와 리뷰나 블로그글이 나온다. 나. 피고의 상호와 식당메뉴 피고는 2019. 3.경부터 서울에서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로 식당 영업을 개시하였고, 대표 메뉴로 생갈비구이, 양념갈비구이를 내세우고 갈비구이 후 감자사리면을 오목하고 둥글게 파인 불판 가장자리 부분에 끓여 제공하고 있다. 피고 식당은 양옥 단독주택을 개조한 공간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제공되는 홀에서 음식을 먹는 구조이다. 다.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정경쟁행위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결합된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은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독립한 영업표지를 이루는데 피고가 이를 침해하여 이 사건 식당과 피고 식당을 혼동하게 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동법 제2조 제1호 나목)를 하였고, 더불어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을 모방한 것은 성과도용으로서 부정경쟁행위(동법 제2조 제1호 카목)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대상판결의 판단 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국내에 널리 인식된 영업표지” 부정 이 사건 상호들은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루어졌거나, 여기에 '소문난’ 부분이 결합된 상표로서, 식별력이 미약하다. ‘암소갈비’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식당이 상당수 존재하고, 1972. 9.에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가 등록된 적도 있는 사실, 현재 이 사건 식당 인근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의 식당도 영업중이며, 원고는 주차장 입간판에 이 사건 식당의 상호를 ‘원조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으로 표시하기도 했던 사실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으로 보아 원고가 이 사건 상호를 55년간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하였고 그로 인하여 사용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의 모양이 검은색 바탕에 독특한 한글서예체 로 식별력을 갖는다거나,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의 특수성이 이 사건 상호와 결합하여 이 사건 식당만의 독특한 외관을 형성하여,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이 이 사건 영업표지로서 식별력을 갖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검은색 간판에 흰색의 한글서예체로 표현된 간판은 다른 음식점이나 영업점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실, 불고기, 갈비 등 육류 구이를 요리한 후 그 구이를 구웠던 원형 불판(동그랗고 가운데가 불룩하며 끝부분은 오목한 형태)의 오목한 부분에 사리면을 끓이는 음식이 제공되는 방식은 다른 육류 구이 요리전문점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의 색깔, 서예체, 혹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이 사건 상호의 식별력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식당의 매출이 수년간 수십억 원 이상이었고, 최근 100억 원을 넘었다 거나, 이 사건 식당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결과 상당한 정보량이 검색된다는 등의 사정이 일응 이 사건 식당의 유명도를 가늠할 자료가 된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나 선정기준 등이 포함된 동종 외식업체의 매출 규모나 정보검색결과 등과의 비교 없이, 위와 같은 자료만을 근거로 이 사건 영업표지의 주지성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상 성과물로서의 “트레이드 드레스” 부정 이 사건 영업표지인 이 사건 상호,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그 자체로 식별력을 갖추었거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없다. 원고 소송대리인은 ① 이 사건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하는 불판은 이 사건 식당의 창업자가 직접 고안한 갈비구이에 특화된 디자인으로 가운데가 높게 돌출되어 솟은 중심부가 형성되어 있고, 중심부면 위부분에는 작고 둥근 홈이 일정간격으로 파여 있으며 볼록 솟은 중심부와 아래 오목한 부분으로 연결되는 면에는 세로로 길쭉 한 형태의 작은 홈이 파여 있다는 점에서 시중 음식점에서 흔히 유통되는 불고기용 불판과는 다르고, ② 일반적인 고깃집에서는 갈비구이 요리 후 냉면사리를 끓여주는 반면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은 감자사리가 제공된다는 면에서 식별력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통상적인으로 고깃집에서 갈비나 불고기 등을 굽기 위해 제공되는 불판과 이 사건 식당의 불판 모양은 모두 둥근 모양에 무쇠 등 금속으로 제작되어 가운데 부분이 솟아있고 가장자리 부분이 옴폭하게 파여 있으며 여러 개 구멍이 뚫려 있는 등 상당 부분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점도 인정된다. 또 갈비 구이 후 제공되는 사리면의 재료가 감자 전분으로 만든 사리면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냉면사리 등을 사리면으로 제공하는 식당과 기본적으로 쫄깃한 식감의 국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원고 소송대리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특징이 소비자로 하여금 다른 고깃집과 구별하여 이 사건 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식별력을 갖춘 요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4. 판례의 해설 55년 전통의 유명식당이 부산에 있는데, 2019. 3.경 서울에서 유명식당과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고 동일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이 개업하자 사람들이 그곳을 유명식당 분점인 줄 알고 방문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발생하였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영업주체 혼동행위 성립여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서울에서 개업한지 얼마 안된 식당을 부산의 유명식당 분점으로 알고 방문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결국 상호와 식당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원고는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결합된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을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영업표지로 주장한 것으로 이해된다. 영업주체 혼동행위가 성립하려면 무엇보다 권리 주장자의 영업표지에 “주지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 주지성이란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범위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이 그것을 통하여 특정 영업을 다른 영업과 구별하여 널리 인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인지는 사용 기간, 방법, 태양, 사용량, 거래범위 등과 거래실정 및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졌는지가 우선의 기준이 된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다 64102 판결). 대상판결은 이 사건 상호가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루어졌거나, 여기에 '소문난’ 부분이 결합된 상표로서, 식별력이 미약해 보인다고 판단하였는데, 그러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주지성에 관한 여러 판례들(97도322 판결, 2010나7319 판결 등)이 비슷한 판시를 하였다는 점에서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사건 식당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하면서, 1964년부터 현재까지 55년간 이 사건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하였기에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대상판결도 인정한 매출액의 정도, 방송 노출, 인터넷에서의 검색과 평가 등 유명도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들 역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원고가 이 사건 상호를 55년간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하였고 그로 인하여 사용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암소갈비’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식당이 상당수 존재하고, 1972. 9.에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가 등록된 적도 있는 사실, 현재 이 사건 식당 인근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의 식당도 영업중이며, 원고는 주차장 입간판에 이 사건 식당의 상호를 ‘원조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으로 표시하기도 했던 사실 등을 들었다. 상표 등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표지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여 주지성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상표와 상호는 다르다. 즉, 상표는 등록에 의해 대한민국 전역에 일률적으로 법률에 의해 독점력이 부여(상표법 제89조)되는 반면, 상호에는 이러한 효력이 없다. 그리고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은 규율 목적이 다르고 판례가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주지성을 인정함에 있어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범위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이 그것을 통하여 특정 영업을 다른 영업과 구별하여 널리 인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2011다 64102 판결 등)와 같이 일부 지역에서의 주지성도 인정하고 있는데, 상표권 등록과 관련해서는 일부 지역의 상표권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주지성에 관한 판례의 판시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후2274 판결 등, 물론 2014년 개정으로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서 식별력 취득여부를 상표등록여부결정을 할 때로 개정하면서 문언도 수정하여 구 법보다 인식도를 완화하였다고 평가되고, 그러한 취지가 전국적인 인식도를 구비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등도 동종업계나 특정지역에서 식별력을 취득한 경우에도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는 논의가 있기는 하다). 또한 상표등록과 관련해서 비록 특허청예규인 상표심사기준이 ‘동일, 유사한 상표가 해당 상품의 거래자 사이에서 출처표시로 사용되지 않아야 식별력을 구비하였다고 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취하나, 상표법 제33조 제2항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함에 있어 “독점적이고 배타적일 것”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상표등록과 관련된 기존의 대부분 판례를 보더라도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후2288 판결의 경우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상표 사용이 아닌 경우에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즉 상표 등록 자체에서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판례를 보면 영업표지로서의 상호가 그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하는지와 관련된 사건들[‘여의도떡방 사건(2010나7319 판결)’, ‘종로학원 사건(97도322 판결)’, ‘장수돌침대 사건(2010다60622 판결)’ 등)]에서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판례는 “그것이 오랫동안 사용됨으로써 거래자나 일반 소유자들에게 어떤 특정인의 영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경우”라고만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2007도10914 판결). 판례가 “장기간 계속적·독점적·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는 경우는 상품의 용기, 포장, 형태나 모양이 출처 표시하는 경우인데(99도 691 판결, 2001다83890 판결, 2002다18152 판결, 2011도10978 판결 등), 이 경우에도 ‘지속적인 선전광고 등에 의해 특정 출처의 상품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된 경우’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상표등록 사건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영업표지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대상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 사건과 상표등록 사건의 차이에 대한 고민 없이 양 사건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그리고 대상판결이 제시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없었다는 근거에 대해서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는 1972. 9. 등록되었다가 바로 10년 뒤 소멸되었고 등록자도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출원목적상 오히려 유명표지에 대한 상표선점의 의도가 강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현재 EBS의 ‘펭수’를 관련 없는 자가 EBS에 앞서 출원한 행위와 유사), ‘암소갈비’는 식당이 제공하는 음식이나 재료명으로서 본 건의 핵심은 그런 식별력이 약한 상호를 오랜 기간 사용하여 그 약점을 극복했는지 여부라는 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근처 식당의 경우 이용자들조차 유명한 이 사건 식당과는 다르고 이 사건 식당이 혼잡해서 근처 식당을 방문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이용자들에게는 이 사건 식당과는 구별되는 식당이라는 점, 이 사건 식당에서 과거 ‘원조’라는 내용을 포함한 입간판을 일시 사용하였더라도 현재는 이러한 입간판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용자들이 이 사건 식당을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등 충분히 반대 의견이 제시될 가능성도 존재해 보인다. 그 외 대상판결은 불판의 특성이나 감자사리면 제공, 그리고 입간판의 글자체와 배경이 이 사건 상호의 식별력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물론 이견이 있겠지만, 이 사건 식당을 찾는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접근해 보면, 이러한 요소들이 과연 식별력과 무관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유명 맛집 프로그램을 비롯한 여러 매체들이 취재하고, 오랫동안 수 많은 이용자들이 이 사건 식당을 찾는 이유는 당연히 식당이므로 고기‘맛’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암소갈비’라는 재료의 맛을 구현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불판의 특성과 ‘암소갈비’ 이후 통상 미리 조리된 냉면이 제공되는 것과 달리 독특한 불판의 특성을 사용한 감자사리면이 손님앞에서 바로 불판에서 조리되는 특성도 그 이유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이용자들이 그러한 음식을 제공받은 이 사건 식당을 기억할 때, 검은색에 흰색의 한글서예체로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을 떠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위와 같은 설명들은 결국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며, 대상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품표지나 영업표지가 사용된 결과 주지성을 취득하였다는 점은 엄격한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 상품표지나 영업표지가 어느 정도 선전광고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이를 추정할 수 없으며 구체적으로 그 상품표지나 영업표지 자체가 수요자간에 현저하게 인식되었다는 것이 증거에 의하여 명확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1056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0. 7. 7. 선고 2010나7319 판결 등). 종국에는 변론주의와 입증책임의 원칙상 원고가 자신이 주장하는 주지성에 대한 입증을 제대로 해야 그 주장하는 바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상표등록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영업표지가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 사건 상호가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여러 근거를 제시하였는데, 상급법원에서도 동일한 일반론과 사실관계에 대한 평가가 유지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트레이드드레스
부정경쟁행위
영업표지
상호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20-01-10
민사일반
사직 의사표시의 철회 가능 여부
판시 내용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가 그 다음 날 사직의사를 철회한 사건에서, 법원은 근로자가 사직원 제출을 통해 표시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해약고지로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설령 위 사직 의사표시가 합의해지를 위한 청약으로 본다 하더라도 사직 의사표시가 회사 대표이사에게 구두로 보고되었고 사용자측 담당직원이 퇴직금액 등을 안내하는 이메일을 발송한 점을 고려하면 근로자의 사직 의사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판단함으로써, 결국 사직의사 철회를 주장하는 근로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사직 의사표시의 철회 가능 여부 위 사건처럼 근로자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가 그 의사표시를 철회하여 근로계약 관계 종료 여부에 대한 다툼이 진행되는 사례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직 의사표시의 철회 가능 여부에 관한 문제는 사직 의사표시의 법적 성질에 따라 결정된다. 즉, 사직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인 ‘해약고지’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합의해지를 위한 해지의 ‘청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철회 가능여부, 철회 가능 시기가 결정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직의 의사표시가 근로자가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일방적인 의사표시인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후에는 사직의 의사표시를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사직 의사표시 도달 이후에도 철회는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사직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로 볼 것이고,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고하는 사직의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비록 민법 제660조 제3항 소정의 기간이 경과하기 이전이라 하여도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0. 9. 5. 선고 99두8657 판결). 반면 "근로자의 일방적 해약 고지가 아니라 ‘합의해지’를 위한 근로자의 ‘청약’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승낙’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전까지는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근로자가 사직원을 제출하여 근로계약관계의 해지를 청약하는 경우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고, 다만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철회가 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해약 고지와 합의해지 청약의 구별 어떤 경우가 사직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인 해약고지이고, 어떤 경우가 합의해지를 위한 청약에 해당하는가. 이는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에 대한 해석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당연히 명예퇴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하여 승인하여야 명예퇴직 대상자로 선정되는 경우를 보면, 사용자의 승낙이 있어야 의사합치가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명예퇴직 신청은 일방적인 해약고지가 아니라 합의해지를 위한 ‘청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대법원 2003. 4. 25.선고 2002다 11458). 대법원은 사직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해약고지인지 합의해지를 위한 청약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직서에 기재된 내용,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사직 의사표시 철회의 동기 기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토대로 해석상 사용자의 승낙을 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이는 합의 해지를 위한 청약에 해당될 것이고, 사용자의 승낙을 요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이는 일방적 의사표시인 해약고지에 해당될 것이다. 박근후 변호사(법무법인(유) 정률)
사직서
철회
사직의사
박근후 변호사(법무법인(유) 정률)
2019-12-30
노동·근로
민사일반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위반과의 관계(협약자치의 한계)
1. 들어가며 노조 조합원 자녀에 대한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대기업의 단체협약 등 단체협약 내용이 제3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이런 불만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상판결에서의 단체협약 역시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 등을 감액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침해하였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실적 판단보다는 법률적 측면, 즉 협약자치와 사법통제권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경위 및 요지 자동차용 여과제(필터)를 제조·판매하는 A사는 과반수 노동조합과 2014. 1. 24. 성과급 지급기준에 관한 단체협약 부속합의(이하 ‘제1합의’)를 하면서 당해 연도에 회사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진정서·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경우 성과급의 10%만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2014. 7. 21. 성실근무자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제2합의’)를 노동조합과 하면서 ‘지급일 이전 1년간 회사나 대표 등을 상대로 진정·고소·고발, 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 소송 등의 민원 제기한 자’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상판결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원칙(대법원 2000. 9. 20. 선고 99다67536 판결 등)을 설시하면서, 성과급 등의 지급기준에 대해 회사에 상당한 재량이 있으므로 회사가 노조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성과급 등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했다. 다만, 대상판결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감액하고 격려금을 미지급하는 규정은 회사가 경제적 불이익과 임금을 통한 차별적 처우를 통하여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반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로 판단했다. 3. 검토 가. 단체협약과 반사회질서 관련 기존 판결의 태도 대법원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이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 내용과 체결 경위, 협약체결 당시 사용자 측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7790 판결 등 참조). 즉, 판례는 단체협약의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및 의의 협약자치는 단체협약 당사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어떤 내용으로 합의할 지에 대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고, 헌법상 권리인 근로3권은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2헌바90 결정).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체결한 단체협약이 일반조항(민법 제103조, 제104조 등)에 의해 무효가 될 경우 합리적인 노사관계 형성이 어렵고, 노동조합 총회 의결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이 추후 소송에 의해 무효화될 경우 총회 의결에 반대한 소수 노조원들의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등한 지위에서 노사자치의 원칙에 따라 교섭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하여 일반조항인 신의칙이나 반사회질서라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하는 데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노조 운영비 원조를 금지하는 노조법 제81조 제4호가 '협력적 노사자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운영비 원조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의 성과를 감소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이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확보해 줌으로써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근로3권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즉,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반한다고 보았다(헌법재판소 2012헌바90 결정). 이와 같이 입법권에 의해 단체교섭권을 제한할 때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면 위헌으로 보았는데, 사법권이 일반 강행규정인 민법 제103조를 이유로 단체협약 조항을 무효로 판단하는 것에는 더욱 소극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에게 상여금·격려금을 차등지급하거나 미지급하므로, 일견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것은 노사가 불필요한 소송 남발을 막고 건전한 노사관계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이 만약 소수노조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면 공정대표의무 위반(노조법 제29조의4)이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처벌이라는 현행 법률의 제도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의 재판청구권 자체를 제한한 것이라기 보다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상여금과 격려금에서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위 조항이 문제가 된다면 회사나 조합 간부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금전적 배상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현행 법률 체계 하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문제를 해결할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103조 위반이라는 일반적 강행규정을 통해 해당 단체협약 조항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협약자율의 원칙에도 반할 뿐 아니라 지나친 사법권의 개입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근로계약
재판청구권
감액
소송
성과급
격려금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9-16
민사일반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위반 관련 대법원 판결
1. 들어가며 통상임금과 관련하여 2013. 12. 18.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2다89399 판결, 이하 '전합판결)은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이러한 청구가 신의칙에 반할 경우 그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이하 '대상판결')에서 전합판결이 설시한 신의칙 요건 외에 새로운 조건을 언급하여 파장이 예상된다. 2. 전합판결의 신의칙 조건 전합판결은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하는 노사합의가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이지만, 예외적으로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 요건을 설시했다. 즉, (1) 일반적인 신의칙 요건과 (2)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신의칙 요건은 ① 상대방에게 신의 공여 또는 객관적으로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이고, ② 이러한 신의에 반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을 정도여야 한다.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란 ① 노사합의를 통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하여 이를 통상임금에서 배제하고, ② 근로자가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함으로써 노사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의 이익을 추구하며, ③ 이로 인해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그 존립이 위태로워야 한다. 3. 대상판결의 개요 가. 원심 판결의 요지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하 '원고')은 버스회사를 상대로 연장근로수당 등(이하 '이 사건 법정수당') 지급의 기본인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시 '상여금'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원심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추가 법정수당청구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신의칙 인정의 근거로 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2011년 임금인상률(8.5%)의 8배가 넘는 점, ② 자본금(2억5천만원)·11년 당기순이익(약9천4백만원)·12년 당기순이익(약5천1백만원)에 비해 2011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약 7억8천2백만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점, ③ 피고가 가입한 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의 경우 실제 지출 인건비가 인정 한도를 초과할 경우 각 개별 사업자가 별도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전합판결에서 설시한 신의칙 요건 외에 ①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고, ②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신의칙 적용시 위 ①과 ② 요건을 추가하면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공제하면 추가 법정수당은 약 4억원이고, 이는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에 불과한 점, 피고의 2013년 이익잉여금이 3억원을 초과한다는 점, 피고는 2009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매출액도 증가하고 있는 점, 버스준공영제의 적용을 받고 있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4. 검토 가. 대상판결이 신의칙 적용시 별도의 요건을 추가한 것인지 대상판결은 신의칙 적용시 이미 전합판결에서 설시한 조건 외에 '근로조건의 최저기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와 '기업경영에 따른 실질적 위험부담 주체'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전합판결에서 신의칙의 일반요건 외에 특별한 사정을 설시한 이유가 바로 근로기준법이 강행규정이라는 점 때문이다. 즉, 전합판결은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경우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이 신의칙 적용시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전합판결의 취지를 부연한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또한,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배척할 경우 기업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대상판결의 내용 역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전합판결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특별한 사정 중 하나로 설시했다는 것 자체가 신의칙 적용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전합판결에서는 연 600%의 상여금, 상시적 초과근로, 생산직 400명, 2010년 한해 추가되는 금액이 평소 임금인상률(19.9%)의 2배(40%), 2010년 당기순이익의 99.8%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점 등으로 신의칙 적용을 인정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2011년 임금이 기존 인상률(3.5%)의 약 8배(29.1%) 상승, 2011년 당기순이익의 4.2배를 추가 지급(원심은 8.2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의칙 적용을 부정했다. 대상판결은 전합판결보다 훨씬 더 경영상 어려움이 인정될 사실관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한 것으로, 대법원 판결에 일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원심과 거의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신의칙 적용을 부정했으므로, 대법원에서는 신의칙 적용에 좀 더 신중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된다. 그리고 피고가 버스준영제의 적용을 받아 안정적인 사업 계속성도 신의칙 부정의 근거 중 하나로 삼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통상임금
임금청구소송
법정수당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3-13
민사일반
[판례해설] 전화 모집 보험의 고지의무 위반
- 서울고등법원 2017나2055603 판결 - [본 판결의 내용] 사안은 보험회사인 원고와 보험계약자인 피고가 2014.1.20. 피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상해후유장해 등을 담보하고, 보험기간을 2014.1.20부터 2061.1.20.까지로 정하는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전화’를 통해 체결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인 2011. 7.7. 우측 상악 악성 법랑모세포종 절제술 및 장골이식수술(이하 ‘2011년 수술 관련 병력’)을 받았고 그 이전인 98년에도 우측 상악동 종양 수술을 받았다.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후인 2014. 10.16. 우측 상악부 재발성 법랑모세포종이 재발하여, 좌측 상악 절제술을 받은 후 언어장애, 연하 및 저작장애 등의 후유장해가 발생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보험사고’)를 이유로 2015.9.3.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을 청구였으나, 원고는 피고가 2011년 수술 관련 병력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 사안이다. 법원은 피고의 2011년 수술 관련 병력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되고, 텔레마케터(전화로 보험을 모집하는 설계사)가 전화를 통해 청약사항을 진행하면서 피고에게‘ 최근 5년 이내에 수술 내지 암 등의 질병확정 진단을 받았는지’를 문의하였으나, 피고는 이에 대하여 ‘수술 관련 병력이 없다’는 답변을 하였는데, 피고의 2011년 수술 관련 병력은 고지의무 대상에 해당되고, 피고가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판단하였다. 피고는 과거 다른 회사 보험을 가입하면서 위 98년 상악동 종양 수술을 고지하였던 것을 근거로 고지의무 이행을 주장했으나, 이는 최근 5년내 병력 고지가 아니고 다른 보험회사에 고지한 것을 이 사건 원고에게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는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여 피고가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설령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였다고 할지라도 피고가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하지 아니한 채 대답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텔레마케터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였던 것으로 보아 피고에게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할 의무를 위반하였고, 원고는 피고의 이와 같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했는데 이는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본 판결의 해설] 상법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는 일정한 기간내에 보험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상법 제651조 참조), 이를 보험계약자 등의 고지의무라고 한다. 보험은 사고발생에 대한 위험률을 기초로 보험료를 산정해야 하는데 보험회사가 개별보험계약마다 위험상태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러한 정보는 현실적으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알고 있으므로 이러한 정보의 비대치성으로 인하여 보험회사는 피보험자의 위험상태 측정이 곤란하므로 보험계약자 등에게 고지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고지의무는 보험단체를 도덕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데 기여한다. 사안에서 피고의 2011. 7.7. 의 수술 관련 병력이 ‘중요한 사안’인지가 문제가 되었는데,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상법 제651조의2), 위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4.6.1. 선고 2003다18494 판결 등). 그런데, 사안은 대면 보험가입이 아닌 전화를 통한 보험가입으로 보험모집, 청약, 계약체결 등의 전 과정이 전화로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보험청약서가 ‘중요한 사항’에 포함된다는 판결(대법원 2004.6.1. 선고 2003다18494 판결 등)은 모두 실제로 ‘서면’이 제공된 사안이다. 이에 반하여 사안의 경우는 실제로 ‘서면’이 제공된 것은 아니고 모든 것이 전화로 이루어졌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여 피고가 과거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는 주장을 하였는데, 법원은 설령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였다고 할지라도 피고가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하지 아니한 채 대답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텔레마케터의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였던 것으로 보아 피고에게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판단하였는데, 실제로 텔레마케터의 말이 빨라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현실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녹취록만 보고 이를 판단할 것은 아니고, 실제 녹음을 들어보는 방법 등을 통하여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였는지에 대하여 보다 심도 있는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기존에도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판례는 많았지만, 사안의 경우 ‘전화’를 통한 보험을 가입한 경우에도 고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대면 보험가입과 동일하게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최혜원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지의무
채무부존재확인
보험가입
최혜원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9-02-14
민사일반
의료사고
[판례해설] 유방확대수술 후 5년이 지나 보형물이 파열되어 실리콘이 모유에 섞여 나온 경우 수술한 의사의 책임
1. 사건 개요 원고는 2011. 6. 10. 피고로부터 미국 A사가 제작한 실리콘 젤 성분의 보형물을 양측 유방에 삽입하는 유방확대성형술을 받았다. 이후 원고는 2013. 5경까지 피고로부터 유방마사지시술과 이 사건 수술부위 반흔에 대한 추가적인 치료를 받았다. 원고는 2016. 4. 21. 딸을 출산하고 모유 수유를 하던 중 2016. 7.말경 좌측 유방에서 실리콘 젤 형태의 끈끈한 점도의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6. 8. 17. B대학병원에 내원하여 좌측 유방에 삽입한 이 사건 보형물이 파열되어 유선을 통해 실리콘 젤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한 후 2016. 8. 26. 위 병원에서 양측 유방에 삽입된 이 사건 보형물을 제거하고 유방 내에 유착된 젤 성분을 제거하는 미세유관절제술 및 인공보형물제거술을 받았다. 원고는 위 인공보형물제거술 등을 받은 이후에도 유방 내에 유착되어 남아있는 실리콘 젤 성분으로 인해 실리콘 육아종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태이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유방확대수술과정에서 보형물에 손상을 일으켜 보형물이 파열되도록 한 과실이 있고, 그로 인해 원고의 유선조직이 손상되어 파열된 위 보형물의 실리콘 젤이 손상된 유선을 통해 모유로 유입되었으며, 원고의 딸은 피고의 과실로 실리콘 젤이 유입된 모유를 먹게 되었고, 피고가 이 사건 보형물이 파열되어 유선조직이 손상될 우려가 있고, 위 보형물의 실리콘 젤 성분이 모유에 유입되어 아기가 먹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 대상 판결은 피고가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과실로 이 사건 보형물을 파열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여 집도의의 과실을 부정하였고, 피고가 파열된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선조직을 손상시킨다거나 손상된 유선조직을 통해 모유로 유입되어 아기에게 수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위 가능성에 대한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여 설명의무 위반을 부정하였다. 3. 쟁점 가. 집도의의 과실 여부 유방확대수술 과정에서 삽입한 보형물이 수술 후 5년이 지나 파열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유방확대성형술에 사용된 인공보형물이 파열되는 원인으로는 수술도구에 의한 파열의 비율이 가장 높고, 인공보형물의 삽입시 형성되는 피막 내에서 파열이 발생하는 경우 증상이 없어 이를 곧바로 알아차리기 어려운바, 집도의인 피고가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보형물을 파열시킨 과실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상 판결은 피고가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과실로 보형물을 파열하였다고 볼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점, 미세유관절제술 및 인공보형물제거술을 시행한 B대학병원 의료진도 보형물이 파열된 이유를 추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유방확대성형술에 사용된 인공보형물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모양에 대한 불만족이나 파열 등을 이유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은 점, 이 사건 보형물과 같은 종류인 ‘Natrelle Round Devices’의 경우 수술도구에 의한 손상 외에 원인불명 및 제품 손상에 의한 파열 비율도 각각 36.6%, 3.1%에 이르는 점, 원고는 이 사건 수술 후 약 2년간 피고로부터 반흔 부위에 대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별다른 이상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과실로 이 사건 보형물을 파열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여 집도의의 과실을 부정하였다. 나. 설명의무 위반 여부 보형물이 파열되어 유선조직이 손상될 수 있고, 보형물의 실리콘 젤 성분이 모유에 유입되어 아기가 먹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원고가 이 사건 수술을 받지 않았거나 최소한 수술 시기를 출산과 모유수유 후로 조정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었다. 대상 판결은 원고가 2016. 7.경 모유에 실리콘 젤이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 이와 유사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고, 위와 같은 결과가 유방확대성형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라고 볼만한 근거도 없는 점, 유방확대성형술에 사용되는 인공보형물과 모유수유 등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미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위 인공보형물과 모유수유 사이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있는 점, 그 밖에 파열된 인공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과 결합조직병 또는 암 등과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등을 들며 이 사건 수술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수술의 부작용으로 이 사건 보형물이 파열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 외에 파열된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선조직을 손상시킨다거나 손상된 유선조직을 통해 모유로 유입되어 아기에게 수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고 보이므로, 피고에게 위 가능성에 대한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여 설명의무 위반을 부정하였다. 다. 실리콘 젤이 유입된 모유를 먹은 아기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원고의 딸은 출생 후 약 3개월간 모유수유를 받았는데, 모유에 파열된 이 사건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입되어 있었고, 이 사건 보형물은 식약처의 의료기기 분류 등급 중 고도의 위해성을 가지는 4등급에 해당하였는바, 유해물질이 함유된 모유를 3개월간 수유받은 아기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상 판결은 파열된 이 사건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은 고분자 물질로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배설되며, 설령 위 실리콘 젤의 금속성분 등이 모두 영아의 체내에 흡수된다고 하더라도 그 노출량은 관련된 안전기준이 정한 기준 이하로 인체에 위해의 우려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보형물이 고도의 위해성을 가지는 의료기기로 분류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보형물의 실리콘 젤 성분이 그 자체로 인체에 유해하여 체내에 흡수될 경우 신체에 손상이 발생한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는 점, 원고의 딸은 2016. 7. 21.(생후 3개월째) 삼성서울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달리 실리콘 젤이 유입된 모유를 섭취하여 신체상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발생했다고 볼만한 사정은 찾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파열된 이 사건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입된 모유를 섭취한 아기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하여 집도의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유방확대수술 과정에서 삽입한 보형물이 수술 후 5년이 지나 파열된 상태로 발견되었는바, 보형물이 파열된 시점이나 파열된 이유를 알기 어려운 상태에서 무려 5년 전에 시행된 수술과정에서의 과실로 보형물이 파열되었다고 추정하기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또한 이 사건 보형물의 경우 원인불명의 파열 비율이 36.6%이고, 제품 손상에 의한 파열 비율도 3.1%에 이르며, 수술 후 약 2년 동안 원고에게 별다른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집도의가 수술과정에서 보형물을 파열시킨 과실의 추정할 수 있는 간접사실에 비해 그와 같은 과실의 추정을 방해하는 간접사실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에 대상 판결은 의료행위의 과실과 인과관계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완화해주기 위한 법리 중 이른바 간접사실법리와 그 제한법리, 즉 수술 도중 환자에게 나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으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시한 다음, 집도의의 수술상 과실 추정을 방해하는 간접사실들을 상세하게 제시하고 피고의 과실을 부정하였는바, 위 법리 적용에 따른 당연한 결론이라 판단된다. 또한 의사에게 해당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는바(대법원 99다14079 판결, 2011다29666 판결 등), 대상 판결은 이에 따라 파열된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선조직을 손상시켜 모유로 유입되어 수유될 가능성은 예견할 수 없던 사실이므로 설명의무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설명의무 위반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유방확대수술 후 보형물이 파열될 가능성은 예견할 수 있는바, 대상 판결은 보형물 파열 가능성은 설명의무의 대상에 포함됨을 전제로 설시하였고, 이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대상 판결은 실리콘 젤 성분이 함유된 모유를 먹은 아기에게는 어떠한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는바, 이는 손해가 증명되지 않은 데 따른 불가피한 판단이었다고 생각된다. 유해물질이 함유된 모유를 먹은 경우가 흔치 아니하여 그에 대한 사례보고나 연구가 드문 상황에서 실리콘 젤 성분이 출생 직후의 영아에게 아무런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관련 의학적 기전이나 피해사례가 보고되기 전까지는 손해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덧을 완화하기 위해 처방되었던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산모에게서 사지가 없거나 짧은 신생아들이 태어나 그 임상보고가 누적된 후에야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이 밝혀졌고, 그와 같은 부작용이 밝혀지기 전까지 1957년부터 무려 5년간이나 임신 여성들에게 처방된 사건이 있었고, 이는 일명 콘테르간 스캔들로 현대의학 역사상 최악의 약화사고로 기록되었다. 그렇다면 원고는 손해배상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이 사건은 보형물이 파열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보형물 제조업체인 A사에 대하여 제조물책임을 물을 수 있다. 실제로 이 사건 제소 당시 피고에 A사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소송과정에서 원고는 A사에 대한 소를 취하하였고, 그 결과 대상 판결은 집도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여부만을 판단하고 보형물 제조업체인 A사에 대한 책임 여부는 판단하지 아니한 것이다.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A사의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원고와 A사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져 원고가 A사에 대한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 유현정 변호사 (나음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인과관계
주의의무위반
의료행위
성형수술
유현정 변호사 (나음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18-07-27
전문직직무
[판례해설] 형사사건 수임료를 분할 지급하는 경우 성공보수의 판단 기준
1.사건의 개요 (1)A변호사는 2016년 11월 B씨와 수임계약을 체결한 뒤 B씨의 1심 변호를 맡았다. 위 수임계약에 따르면 (1) 수임료는 기본보수를 3580만원으로 하되, 이 가운데 절반인 '계약금'으로 수임계약 체결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인 1790만원은 '잔금'으로 이 사건 위임사무 종료 시(당해 심급 판결 선고 시)에 지급하기로 하고, (2) 사건 수임 및 수임 사무에 관한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협의해 잔금 액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규정이 있었으며, (3) 본건 위임사건의 결과에 관계없이 성과(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1심 판결 후 B씨는 변호사 보수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A 변호사는 B씨를 상대로 잔금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제1사건”). (2)C변호사는 2017년 2월 D씨로부터 D씨 아들의 강제추행 사건을 수임했다. 변호사 보수는 '착수금'으로만 1250만원을 정하되 착수금을 2회로 분할해 1차로 550만원은 '수임 계약 시'에 지급하고 나머지 700만원은 '사건 종료 시'에 지급하는 것으로 약정했다. 여기에 무죄나 무혐의가 아닐 때에는 2차 착수금 700만원을 모두 D씨에게 반환하고, 기소유예일 때는 그 중 300만원만 반환하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D씨의 아들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되자 C 변호사는 D씨에게 4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하였으나, D씨는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C 변호사는 D씨를 상대로 위 착수금 4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제2사건”). 2.대상 판결의 요지 법원은 위 제1사건에서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은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염려가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전제한 후, "잔금 지급 약정이 당해 심급 판결 선고시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고 잔금 지급 액수도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협의해 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위 수임료약정은 판결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성공보수 약정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법원은 위 제2사건에서도, “착수금 2회 지급 약정은 성공보수를 받기 위한 탈법적인 행위이므로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비록 착수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도 착수금의 성격을 규명해 수사나 형사재판의 결과와 결부돼 있다면 이는 성공보수 약정으로 봐야 한다"고 하여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3.대상 판결의 검토 위 두 개의 하급심 판결은 모두 2018년 5월에 2주 간격으로 같은 재판부에서 선고된 사건으로,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구체화한 첫 하급심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제2사건의 경우 위임계약서상 착수금을 2차례 나누어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나, 사건 결과에 따라 착수금 반환 조건을 달리 정하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형사사건에서 금지되는 성공보수약정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제1사건의 경우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보수의 지급시기를 '판결 선고 시'로 정하여 사건 결과가 나온 이후에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였다면 이는 명칭과 규정 여하를 불문하고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금지되는 성공보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위임계약서는 ‘처분문서’로서,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1. 2. 27. 선고 99다23574 판결). 위 제1사건의 위임계약서는 “사건 수임 및 수임 사무에 관한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협의해 잔금 액수를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었고, 그와 동시에 “본건 위임사건의 결과에 관계없이 성과(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었는바,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는 처분문서 해석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위 위임계약상 보수약정이 형사재판의 결과와 변호사 보수가 결부된 성공보수약정으로 해석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변호사 보수가 실제 변호사의 업무량에 비례하여 사후적으로 정산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정액으로 책정되다 보니, 실제 수임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당초 예상보다 업무량이 작을 수도 있고, 반대로 재판이 장기화되고 예기치 못한 쟁점이 붉어져 업무량이 지나치게 늘어날 수도 있는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위임계약서에 상호 협의 하에 변호사 보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결코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이러한 점에서 위 잔금 조정 규정을 성공보수약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려워 보이고, 오히려 당사자들은 위 조정 규정이 성공보수약정으로 오해될 것에 대비하여 “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는 규정을 추가하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제1심은 "진정으로 (성공보수가 아닌) 잔금을 받기로 했다면 판결 선고 전에 지급받는 것으로 약정했어야 하고, 선고 결과를 보고 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는 명칭과 규정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성공보수 약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바, 이는 법원이 형사사건의 성공보수약정을 무효라고 본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성공보수약정을 폭넓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형사사건의 성공보수약정을 근절하겠다는 법원의 강한 의지가 표명된 판결이라 생각된다. 강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변호
잔금
성공보수
변호사
강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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