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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공기업에서 성과연봉제를 담은 개정된 연봉제규정 등의 효력
1. 판시 내용 이 사건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18. 선고 2016가합566509 판결)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성과연봉제를 담은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안에서, 위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공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하게 되는 임금의 총액이 기존의 급여 체계에 비하여 증가하였다 하더라도 위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근로자 개인에 따라 그 유·불리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위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야 하고,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 필요성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명백한 반대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 어려워 사회통념상 합리성 또한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이 사건 공기업 소속 근로자들이 제기한 성과연봉제를 담은 연봉제규정 등의 무효를 구하는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고 있다. 2.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에 따라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란, 근로자의 기득권을 박탈하여 근로조건을 낮추거나, 복무규율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기존의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그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 불리한 규정을 신설하는 경우 등을 모두 포함한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취업규칙의 변경이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다1726 판결). 또한,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1893 판결은 “취업규칙의 일부를 이루는 급여규정의 변경이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 그러한 변경에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요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근로자 전체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 이러한 경우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우며, 같은 개정에 의하여 근로자 상호간의 이, 불리에 따른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들을 고려할 때에, 이 사건 공기업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경우, 근로자들은 위 규정의 개정으로 인하여 기준연봉 및 성과연봉의 등급 분류 결과에 따라 지급받게 되는 총 임금의 액수가 증가 또는 감소하게 되는 등 개인에 따라 유·불리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게 되었으나, 특히 하위평가를 받게 되는 근로자들은 기존 임금이 저하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에, 이와 같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연봉제 규정 등의 변경은 불이익하다고 한 이 사건 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성과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사용자의 경영판단에 관한 사항으로써 그 자체로는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으나, 임금체계의 개편이 전체적으로는 불이익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일부 근로자의 임금 감소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은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변경된 취업규칙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이 사건 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연봉제 규정 등의 변경이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3.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이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은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한편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 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변경된 취업규칙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가능함을 판시하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것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방지하여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나, 현실적으로 사용자가 경영상의 필요 등으로 인하여 취업규칙의 변경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경우가 존재하고, 사용자가 변경하고자 하는 취업규칙의 내용에 불합리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근로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동의하지 않아 사용자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 사용자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등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고, 근로자 역시 이에 따라 고용 불안정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변경된 취업규칙이라도 그 효력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판결에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에, 변경 전·후의 문언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음이 명백하다면, 취업규칙의 내용 이외의 사정이나 상황을 근거로 하여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이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 사안에서, ① 이 사건 공기업 소속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는 2016. 5. 9.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는데 조합원 90%가 이를 반대하여 명백한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위 공기업은 이 사건 성과연봉제 규정 등의 개정을 강행한 점, ② 공공기관의 과다한 부채비율, 연공서열 하에서의 소극적 업무수행 태도, 과다한 비용지출 등 방만 경영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 필요성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명백한 반대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근로자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함으로써 인센티브를 지급받았고, 성과연봉제 미도입으로 인한 평가등급 하락이나 임금동결의 제재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독려하기 위한 유인책에 불과하고 이는 근로자들이 받게 되는 지속적인 불이익에 비하여 일시적인 대상조치에 불과한 점, ④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이 사건 공기업과 같이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반발이 상당하였고 이 사건과 같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할 때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 사건 판결은 판시하고 있는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고려할 때에 이러한 판시는 일응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대법원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여부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대법원은 2005. 6. 23. 선고 2004다68953 판결에서 ‘위 개정은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이라고 할 것이지만, 통신사업이 무선통신과 인터넷 위주로 변화하면서 종래 유선통신사업을 주도하던 피고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경쟁 업체에 비하여 매출액 대비 인건비 부담 비율은 높은 반면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은 뒤떨어짐에 따라 피고 회사의 조직을 축소개편 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점...인사규정 제13조 제2항의 개정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바도 있는 등, 이 사건 판결이 최근 공기업에서의 일명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최초의 본안에 관한 사법 판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에,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사용자 측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과 관련해서도 더욱더 면밀한 검토를 한 후에 결론을 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근로기준법
노조
성과연봉제
2017-06-16
산재·연금
헌법사건
판례해설 - 산재법상 출·퇴근 재해, 헌법불합치결정의 의미
- 헌재 2016. 9. 29. 2014헌바254, 공보 제240호, 1474-1482. - 1.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다. 걸어서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근로자, 자기 차를 운전해 출·퇴근 하는 근로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 생기는 문제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 다툼이 되었다. 2. 심판대상 조항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다.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사업장 규모나 재정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의사나 근로자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 혹은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지원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해 보상받지 못 한다고 정하고 있다. 3. 대법원은 종래 해석을 통해 출·퇴근 재해가 인정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 정의 조항에서 요건을 끌어냈다. 근로자가 출·퇴근 할 때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어야 한다며 기준을 엄격하게 추출했다. 즉,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4. 대법원이 판시한 요건은 입법으로 반영됐다.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개정되어 2008. 7. 1.부터 시행된 산재법 제37조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출·퇴근 재해'에 대해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라고 규정했다. 대법원이 제시했던 문구 그대로다. 개정이유에서는,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업무상 재해 인정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5. 입법자의 기대와 달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판례에 대한 찬반이 법률개정 논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을 구하는 청구도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앞선 2013. 9. 26. 선고 2012헌가16결정에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으로써 초래될 산재보험 재정지출 증가", "산재보험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언급하면서, 심판대상 조항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이 5인으로 더 많았지만, 위헌선언에 필요한 6인에 미달해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6. 이번 헌법재판소 2016. 9. 29. 선고 2014헌바254 결정은 3년 전 결론을 뒤집은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반한다고 결론 지었다.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혜택을 받은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는 본질적으로 같은 근로자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교통수단을 제공받는 것과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통상적인 출·퇴근 중에 재해를 입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별취급이 존재하고,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교통수단 관련 혜택을 받은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재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비혜택근로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면서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7. 재판관 3인은 여전히 합헌의견을 고수했다. 우선, 비혜택근로자를 산재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업무상 재해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줄곧 '공무원'이 출·퇴근하던 중 입은 재해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왔다(대법원 1993. 6. 29. 선고 92누19309 판결 등). 일을 하기 위해 직장과 집을 오고 간다는 점에서, 공무원과 다른 근로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출·퇴근은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주거지와 근무지 사이를 왕복하는 반복 행위다.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직장이 없으면 통근이 없다. 통근이 없으면 노무 제공도 없다. 근무지나 출·퇴근 시각은 근로자가 자유로이 정할 수 없다. 사업주의 결정과 방침에 구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출·퇴근 행위의 업무종속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대법원 2007.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의견). 대법원은, 업무행위 자체가 아니더라도 사회통념상 업무행위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라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것으로 보아 휴게시간 중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두6423 판결 등). 출·퇴근 행위 역시 업무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로 노무제공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출·퇴근 재해를 제외하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의 법리상 당연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9. 나아가 소수의견은, 헌법상 평등원칙은 국가가 언제 어디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에 관한 상황이나 제도개선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국가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인 구현을 위한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종전 헌법재판소 선례(헌재 1998. 12. 24. 98헌가1결정, 헌재 2001.6. 28. 99헌바32결정 등)를 원용했다. 이처럼 국가가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론은, 현재의 차별을 잠정적이고 불가피한 현실로 규정함으로써 결국 차별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이 사건에서도 소수의견은, 비혜택근로자 보호를 위해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단계적 제도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입법형성권이 있으므로 평등원칙위배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도 종래 단계적 실시를 평등원칙 위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번 취했다. 예컨대, 상시 사용 근로자수가 4인 이하인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일견 차별이 생긴다 하더라도 점진적 제도 개선으로 인한 부득이한 현상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헌재 1999. 9. 16. 98헌마310 결정). 중학교 의무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실시하도록 한 입법에 대해서도, 전면실시할 때 수반되는 국가 재정부담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로 평등원칙 위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헌재 1991. 2. 11. 90헌가27 결정). 10. 국가가 단계적 제도개선을 하는 구체적 방법을 선택할 수는 입법형성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차별취급의 합헌성을 단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입법자가 택한 방법으로 발생한 잠정적인 차별은, 실질적 평등에 부합하는 한도에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점진적 개선을 위해 단계를 나눈 기준과 우선 순위 선택에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가령, 섬이나 외딴 지역이 아니라 대도시의 부유한 동네 중학교부터 먼저 의무교육혜택을 주었더라도, 단계적 실시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합헌으로 판단되었을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규제를 하지 않으면서 4인 이하 사업장부터 우선 근로기준법상 규제를 강화했더라도, 단계적 제도개선을 이유로 차별이 정당화되었을지 의문이다. 출·퇴근용 통근버스는 영세한 회사 근로자보다 대기업 근로자에게 더 많이 제공되는 현실이 존재한다. 교통수단을 제공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가 더 크다. 그럼에도 단계적 조치는 그와 반대의 순서로 취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입법자는 납득할 만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국가가 단계적 입법을 형성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통 수단을 제공받는 혜택받은 근로자를 더 먼저 보호하는 입법이 정당하다는 결론으로 직행하기는 어렵다. 과도기적 임시조치라는 이유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과도기'의 잠정적인 차별 역시 헌법에 부합해야 한다. 재원이 유한한 현실에서, 입법자는 흔히 과도기를 되뇌이며 타협한다. 입법은 대개 과도기에 놓여 있다. 과도기 입법의 합헌성이, 어쩌면 더 중요하고 긴절하다. 11. 3년만에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변경된 직접적인 이유는 안창호 재판관이 견해를 바꿔 헌법불합치 의견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견해를 변경한 이유를 따로 밝혔다. 평등원칙 위반여부에 대해 자의금지원칙에 따른 합리성 심사를 하면 종전과 같이 합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지만, 강화된 평등심사 기준을 적용해 보면 평등원칙에 위배되므로 헌법불합치로 견해를 변경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강화된 평등심사 기준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이다. 종래 헌법재판소는, 평등원칙 위배 심사를 할 때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면 엄격한 비례심사를 하고, 그 외에는 자의금지원칙에 의한 합리성 심사를 해 왔다. 보충의견에 담긴 심사기준은 이러한 틀을 넘어선다. 산재보험수급권처럼 사회 보장수급권과 관련된 영역의 평등심사에서는 심사강도를 좀 더 강화된 수준으로 높일 필요성, 산재보험수급권의 잠재적 재산권성을 고려해 심사강도를 좀 더 높일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자의금지보다는 강화된 심사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비혜택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의 합리성 여부를 살펴보는 데에서 더 나아가 강화된 심사를 한다고 하면서, ① 보호영역의 특성, ② 보호의 긴절성, ③ 보호수준의 적절성을 고려하여, 비혜택근로자를 차별하는 데에 헌법상 허용될 만한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가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강화된 심사기준은, 자의금지원칙에 터잡은 합리성 심사 혹은 차별취급의 비례성 심사와 구분된다. 12. 보충의견과 달리 법정의견은 합리성 심사에 머물렀다. 합리성 심사보다 더 강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보충의견이 제시한 더 강화된 심사,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 심사'는 법정의견으로 반영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나아가, 어떤 경우에 자의금지보다 강화된 심사를 해야 하는지, 심사의 세부기준은 무엇인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새로운 심사기준 제안은, 양자택일의 이분법적인 평등원칙위배 심사구조에 의미있는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러한 심사기준은 주로 사회적 기본권 보호와 관련해 입법형성권을 부여받은 입법자가 순차로 단계적 조치를 취할 때 합헌성을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 심사'의 기준으로 언급된 세 가지 요소는, 단계적 조치의 합헌성을 심사할 수 있는 잣대로 치환될 수 있다. ① '보호영역의 특성'은 사회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단계적 개선이 문제되는 영역에서 적용하는 것으로, ②'보호의 긴절성'은 단계를 구분하는 경계의 합헌성에 대한 심사기준으로, ③ '보호수준의 적절성'은 어떤 대상자를 우선 순위에 둘 것인를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심사기준은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산재보험수급권 침해를 정면으로 판단하지 않고 평등원칙 위배여부를 살펴보는 심사를 했다. 이처럼 우회된 심사를 한 한계는, '정당하고 충분한 차별이유' 심사가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에 대한 심사와 다를 바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평등원칙 위배를 심사하는 두 가지 방법, 합리성 심사와 엄격한 비례심사를 넘어서는 제3의 길이 더욱 정교해지길 기대한다.
촐퇴근재해
업무상재해
산재법제37조제1항
2016-11-15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 미국과 일본 등에서 등록된 상표 “That's Good Science”가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 자타상품의 식별력이 없는 상표에 해당하는지 여부
특허법원 2016. 4. 8. 선고 2015허8417 거절결정(상) 판결 이 사건 출원상표·서비스표 ""(이하 '이 사건 출원상표')는 그 지정상품·서비스업(이하 '그 지정상품 등')과 관련한 광고 문안이나 구호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그 지정상품 등의 출처를 식별할 수 없고, 특정인에게 이러한 표장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공익상으로도 적절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출원상표는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다. 이 사건 출원상표는 원고가 미국 특허청에 '표장의 국제등록에 관한 마드리드협정에 대한 의정서'에 의한 국제출원을 하여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국제 사무국에 의하여 국제등록되었고, 그 국제출원서에 지정국 중 하나로 되어있던 우리나라의 특허청에서 이에 대한 상표등록출원의 심사절차가 진행되게 되었다. 특허청 심사관은 이 사건 출원상표는 그 지정상품 등의 성질(품질, 효능)을 직접적으로 표시하고 있고, 구호 또는 광고성 문구로 인식되므로 자타 식별력이 없는 상표에 해당하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 및 제7호에 해당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결정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불복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출원상표는 그 지정상품 등과 관련한 광고 문안이나 구호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그 지정상품 등의 출처를 식별할 수 없고, 이러한 표장은 누구나 사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특정인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공익상으로도 적절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출원상표는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심결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출원상표 ""는 미국, 일본 등에서 상표등록을 받았고, 누구나 사용하는 구호나 표어가 아니라 실제로 원고만이 사용하고 있으므로 식별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특허법원에 심결취소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는 제1호 내지 제6호에 해당하지 아니한 상표라도 자기의 상표와 타인의 상표를 식별할 수 없는 상표, 즉 특별현저성이 없는 상표는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상표가 특별현저성을 가진 상표인가 여부는 어느 상표가 일정한 상품과의 관계에 있어서 일반수요자가 당해 상품에 대하여 그 상품의 출처를 인식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1994. 9. 27. 선고 94후90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출원상표 ""는 4개의 영어 단어로 이루어진 문자 표장으로서, 출원일을 기준으로 중학교 학생 수준만 되어도 충분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 지정상품 등인 '과학 또는 의학연구용 시약 등'은 모두 과학 또는 의학 분야의 실험 및 연구활동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어서 이 사건 출원상표는 품질이나 효능과 무관한 별도의 식별력 있는 구성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출원상표와 관련하여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는 이 사건 출원상표를 구호 또는 선전문구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러한 선전문구는 해당 업계의 누구나 상품 또는 서비스업의 광고 등에 사용하고 싶어 할 것이 분명하므로, 특정인에게 이를 독점시키는 것 역시 공공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판시와 같이 일반수요자들이 흔히 쓰일 수 있는 구호나 광고문안 정도로 인식하거나 그 지정상품의 성질(품질, 효능)을 직접적으로 표시한 표장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상표법상의 식별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 대법원 1994. 12. 22. 선고 94후555 판결은 출원상표 "drink in the sun"에 대하여, 그 지정상품인 과일주스 등과 관련하여 볼 때 "태양 아래에서 마셔라"라는 뜻의 단순한 권유문으로 직감될 것이어서 일반수요자들로서는 이를 흔히 쓰일 수 있는 구호나 광고문안 정도로 인식할 수 있어 상표만에 의하여 그 상품의 출처를 인식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상표법상의 식별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no more tangles"(대법원 2000. 4. 21. 선고 98후386 판결)와 "believe it or not"(대법원 1994. 11. 18. 선고 94후173 판결), "it's magic"(대법원 1994. 9. 27. 선고 94후906 판결)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는 특별현저성이 없는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므로, 어떤 표장이 그 사용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그 자체의 관념이나 그 지정상품과의 관계 등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에는 특별현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출원인이 그 표장을 사용한 결과 수요자나 거래자 사이에 그 표장이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현저하게 인식되기에 이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표장은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의 특별현저성이 없는 상표에 해당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상표등록을 받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5후339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따라 특허법원은, 원고가 판매한 제품의 포장지나 광고지, 쇼핑백, 캘린더 등에 "That's Good Science!"라는 문구를 표시해 온 사실은 인정되나, 제품 포장지 상단에 제품명과 제조사 표시와 같이 출처를 나타내는 표장이 별도로 명시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출원상표를 하단 구석에 함께 표시한 경우 수요자들은 이 사건 출원상표보다는 제조사 표시를 상품 출처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이 사건 출원상표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도 부인하였다. 또한 이 사건 판결에는 판시되어 있지 않으나, 출원상표가 다른 나라에서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상표의 특별현저성 유무 판단은 각 국의 법제, 거래 기타 일반사회의 실정 및 시대적 변천에 따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며, 우리나라 상표법상으로는 위와 같은 사정을 참작하여 그 등록적격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므로 우리나라와 상표법제 및 일반 사회 실정을 달리하는 다른 나라에서 출원상표가 등록되었다는 사유만으로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반드시 그 등록을 허용하여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므로(대법원 1994. 9. 27. 선고 94후70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판결과 같이 이 사건 출원상표의 등록 가부는 우리 상표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 미국, 일본 등의 상표등록에 구애받을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출원상표 ""는 그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관념이 직감되는 문장으로 일반수요자들이 이를 출처의 표시로 인식하기 어렵고, 이러한 문구는 모든 사람에게 그 사용이 개방되어야 하는 표현으로 공익상 어느 한 사람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출원상표의 등록 가부는 우리 상표법에 의하여 독립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판결은 종래의 대법원 견해를 따른 것으로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상표
상표등록
식별력
2016-05-03
이혼·남녀문제
판례해설 - 협의이혼 전제 재산분할 포기, ‘실질적 협의’ 없으면 ‘재산분할청구권 사전포기’로 ‘무효’
- 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 1. 재산분할청구권의 본질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청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고,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98다58016 판결). 2. 추상적 권리(추상적 지위)의 사전포기 금지 대법원은 상속개시 전에 한 유류분 포기약정은 효력이 없고(94다8334 판결),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의 양육비채권은 그 내용이 극히 불확정하여 포기나 상계를 할 수 없다(2006므751 판결)는 등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추상적인 권리(추상적인 지위)는 사전포기가 허용되지 않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하였다. 3.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의 법적 성질 가.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2002므1787 판결). 나. 민법 제839조의2에서 말하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혼인 중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분할에 관하여 이미 이혼을 마친 당사자 또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 사이에 행하여지는 협의를 가리키는 것인바, 그 중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95다23156 판결). 4. 대상판결(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가. 사실관계 : 청구인(A녀)은 중국인으로 2001. 6. 7. 상대방(B남)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생활하다가 2013. 9. 6. B남과 이혼하기로 하면서 B남의 요구에 따라 'A녀는 위자료를 포기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같은 날 A녀와 B남은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2013. 10. 14. 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 한 후 2013. 11. 초경 A녀는 변호사를 통해 수 천만 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B남에게 화를 내며 재산분할을 요구하였고, B남은 A녀가 독립할 자금이 필요하면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나. 판시내용 :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면서, A녀와 B남 사이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하여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A녀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가. 대상 판결은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종전 대법원 판결(2002므1787 판결)을 확인함과 동시에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95다23156 판결) 효력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사기나 강박(민법 110조) 또는 궁박·경솔·무경험(104조) 등으로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배우자 일방이 사실상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거나 궁박·경솔·무경험에 의한 불공정한 법률행위 등이라는 점을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앞서 본 특별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하면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실질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 이혼 건수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하는 협의이혼 절차를 가사비송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1990년 도입된 (형식적) 재산분할청구권이 실질적 재산분할청구권으로 강화되었다고 평가할만 하다.
재산분할청구권
이혼
사전포기
201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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