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8일(일)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관리자
검색한 결과
10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인터넷
형사일반
[판례해설] “비트코인”(Bitcoin) 몰수 가부를 중심으로
1. 사건의 개요 2018년 상반기 대한민국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가상화폐의 적법성 여부” 등을 놓고 한 바탕 홍역을 치렀다. 가상화폐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와중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 및 도박개장방조를 통하여 불법하게 “비트코인”(Bitcoin)을 취득하여 수익을 올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하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하게 취득한 “비트코인”(Bitcoin)을 몰수 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이에 제1심 법원은 몰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제2심 법원에서는 몰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쟁점은 ①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②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③ ‘재산’이라면 몰수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④ 마지막으로 당해 사건에서 비트코인이 ‘특정’되었는가? 등이다. 법조인들이라면 누구나 “비트코인”(Bitcoin) 몰수와 관련된 본 사건에 대한 최종심인 대법원 판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2. “비트코인”(Bitcoin)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몰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급심 판결의 논의 (1)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이러한 논의는 형법상의 몰수는 ‘물건’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고 있어 “비트코인”(Bitcoin)의 몰수여부 판단에 대한 법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1심 법원에서는 몰수의 적용 법조를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로 적시한 것으로 보아 비트코인 몰수와 관련하여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제2심 법원에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죄를 중대범죄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법이 아니라 특별법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2)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제1심 법원에서는 “비트코인”(Bitcoin)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 제1심이 형법 제48조상의 몰수 규정에 따라 몰수 가부를 살펴보는 경우 몰수의 대상은 ‘물건’ 즉 유체물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무형적 재화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Bitcoin)은 그 몰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제2심 법원에서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몰수의 대상을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였으며, 시행령은 ‘은닉재산’을 ‘몰수·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후 ①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하여 그 생성, 보관, 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되는 점, ②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④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압수된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3)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재산’에 해당한다면 몰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1심 법원의 논의가 없다. 다만 피고인은 블록체인의 운영체계를 들어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2심 판결에서는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진술한 전자지갑의 ‘주소’ 및 ‘비밀키’를 근거로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위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어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동일성을 인정하였다. (4) “비트코인”(Bitcoin)이 몰수하기 위해 특정되었는가? 사실 이 부분 역시 제1심 법원의 논의는 없다. 다만 피고인은 압수된 비트코인에서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만을 따로 분리하여 특정 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제2심 법원은 비트코인의 출처별로 살펴 ①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출처가 확인되는 비트코인, ②입금주소가 후원금 입금목록에서 확인되나, 그 액수가 일치하지 않는 비트코인, ③관리자 ID로 입금된 비트코인은 음란사이트 운영과정에서 취득한 재산으로 평가하고 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확인되지 않는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여 특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①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이라는 점, ② 피고인은 음란물유포 인터넷사이트인 “OOOOOOO.com”을 운영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이 사건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죄와 도박개장방조죄에 의하여 취득한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며, 특정되어 몰수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본 판결은 가상화폐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다르며,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지만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본 사건의 피고인 역시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해당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디지털의 발전에 맞추어 법이 변해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감히 단언해 본다. 대학원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매번 강의할 때 마다 강의하는 내용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뒤쳐져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최첨단으로 발전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조인은 무한한 자기 발전을 하지 아니하면 어느 순간에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과 관심을 표명하고자 한다. 제2심에서는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었다는 점에서 몰수시점에서도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비트코인은 블록체인기술에 기반하고 있으며, 모든 비트코인의 거래는 약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block)’에 기록되어 기존 ‘블록’에 덧붙여짐으로써 확정되며, 이러한 거래기록의 집합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든 거래가 공개 장부인 블록체인을 통해 네트워크상에 기록되어 공유되므로 비트코인의 복제 내지 이중사용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2심 법원은 적어도 압수한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과 몰수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이 동일하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분석하여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나 추징액의 인정 등은 범죄구성요건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엄격한 증명은 필요 없지만 역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어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제2심 법원의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오감의 작용으로 인지할 수 있는 아날로그 세상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기반으로 두고 있는 무형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에서는 비트코인을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향후 정부관계부처의 경제정책의 방향이며, 법조인의 관점에서는 몰수를 집행하는 검찰이 몰수를 위해서 압수와 별도로 새로운 전자지갑을 개설할 것인지, 또 종국적으로는 환가처분을 하여야 할 것인데,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시점에서 할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가상화폐
비트코인
범죄수익
음란물사이트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2018-06-07
인터넷
[판례해설]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 서울고등법원 2017. 6. 13. 선고 2017노23 판결 - - 서울고등법원 2017. 7. 5. 선고 2017노146 판결 - 최근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성’이라는 동일한 쟁점에 대하여 서로 다른 결론의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는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사건에도 유사한 쟁점이 거론되는 등 IT법이나 증거법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에, 두 판결의 관련 내용을 분석ㆍ검토하고자 한다. 두 판결의 사실관계는 복잡하고 쟁점도 많지만, 여기서는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성’ 쟁점의 사실관계에 한정하여 2017노23 판결을 근거로 살펴본다.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피고인 차량에서 압수수색한 USB 안에 들어 있던 안티포렌식 처리가 된 파일을 복호화하였고, 그 결과 중국 내 서버가 있는 시나닷컴(sina.com)의 피고인의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취득하였다. 이후 수사기관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위 ‘시나닷컴 이메일 계정 내 편지함 등에 송ㆍ수신이 완료되어 저장되어 있는 내용 등’을 압수할 물건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사무실 내 PC’를 수색할 장소로 특정하여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인의 압수수색 참여 기회 부여를 조건으로 하여 영장을 발부하였다. 수사기관은 한국인터넷진흥원 직원의 참여로 피고인 이메일 계정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로그인한 후 이메일 15건을 추출하여 출력ㆍ저장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a) 시나닷컴 서버는 대한민국의 형사재판관할권이 미치지 않아 영장의 효력이 미치지 않기에 수사관의 접속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정당한 권한 없는 접근에 해당하고, b) 수사기관은 효력 없는 영장을 근거로 피고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였는바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행위이며, c) 외국계 이메일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가져오기 위하여 외국계 이메일 서버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고인의 계정 및 비밀번호를 입력한 것은 법질서 전체의 체계에 비추어 위법한 것이기에, 결론적으로 외국계 이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하고, 이를 통하여 취득한 이메일 내용은 위법성이 중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2017노23 판결의 내용] 2017노23 판결은, 형사소송법의 압수수색은 대물적 강제처분으로, 디지털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이메일서비스이용자의 이메일 계정에 대하여 접근수단(아이디, 비밀번호)을 확보하였음을 기화로 그 디지털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제3자의 장소인 해외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서버에 대하여 압수수색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대물적 강제처분인 압수수색의 효력을 아무런 근거 없이 확장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로서 ① 수사기관이 외국 이메일서비스이용자로부터 이메일 계정에 관한 접근수단을 확보하였음을 기화로 해당 이메일 계정에 접근하여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이 상정하고 있는 압수수색의 방법은 아닌 점, ② 전기통신의 경우에는 해당 전기통신을 소지 또는 보관하고 있는 기관 등을 상대로 해당 전기통신에 대하여 이루어질 것을 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107조의 규정에 저촉하는 점, ③ 본건과 같은 압수수색을 허용한다면 압수수색이 피고인 등의 주거지 외에서 이루어질 경우 해당 주거주 등이 참여하도록 정하고 있는 제123조의 규정을 실질적으로 회피하는 점, ④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수집된 증거의 원본성이나 무결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없는 점, ⑤ 제120조 제1항에서 ‘압수ㆍ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건정을 열거나 개봉하여 압수수색하는 장소 또는 대상물이 해외에 존재하여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경우까지 영장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2017노146 판결의 내용] 2017노146 판결에서는 적법하게 알아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법관의 영장에 기하여 취득한 외국계 서버 저장 이메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그 근거로, ① 피고인이 외국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전자정보를 취득한 후 이를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바, 수사기관이 피고인을 갈음하여 해외 서버에 접속ㆍ취득하여 압수수색하는 것은 적법한 점, ② 실제 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영장에 기재된 국내의 수색장소에서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이메일 등을 취득하였는바, 외국 사법권 침해나 국제 관할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알아낸 피고인들의 아이디 등을 입력하는 것은 제120조 제1항의 ‘기타 필요한 처분’에 해당하고, 적법하게 취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전자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수단과 목적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므로 제120조 제1항의 ‘압수ㆍ수색영장의 집행에 필요한 처분’에 해당한다는 점, ④ 이메일 계정의 이용자가 임의로 제3자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주어 해당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고 그것이 서비스제공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로 보기 어려운 점, ⑤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취득한 이메일 등의 압수 과정에서 피압수자 및 전문가 등의 참여 하에 봉인, 암호 설정, 해시값 산출 및 확인 등의 방법을 통해 동일성과 무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판례해설] 미국에서도 영장의 역외 적용에 대하여 상반되는 판결이 존재한다. MS 사건의 경우 2016년 7월 제2 순회 항소법원은 미국 정부가 아일랜드 소재 서버에 저장된 고객 이메일 정보를 MS에게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지만, 2017년 2월에 있었던 구글 사건의 경우 펜실버니아 동부 주법원은 구글에게 해외 서버에 있는 고객의 이메일에 대한 미국 연방수사국의 압수수색영장에 응하라고 판단하였다. 구글의 경우 이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정기적으로 이용자의 데이터를 해외의 한 데이터센터에서 다른 데이터센터로 옮기고 있으며, 이런 이동은 고객의 접근권이나 소유권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MS 사건과 다른 결론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본건은 미국의 사안과 비교하여, 압수수색대상인 이메일이 해외 서버에 존재한다는 점은 유사하나, 미국 사안은 이메일서비스제공자를 통하여 이메일을 압수수색하고자 한 반면 본 사안은 이미 파악한 이용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압수수색하는 점이 상이하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의 두 판결은 형사소송법의 여러 조문이나 원칙에 대하여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첫째, 본건의 직접적인 적용 조문인 제107조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압수는 해당 전기통신을 소지 또는 보관하고 있는 기관 등을 상대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바, 본건과 같이 이메일서비스제공자를 상대로 하지 않은 압수는 위법하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피고인이 스스로 아이디 등을 입력하여 이메일을 취득하여 임의로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본건과 같이 수사기관이 전문가 참여 하에 아이디 등을 입력하여 이메일을 취득하는 것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보았다. 둘째, 외국 사법권 침해나 국제 관할위반 등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압수수색은 대물적 강제처분인바, 압수대상인 이메일이 해외의 서버에 존재하는 경우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온라인을 통해 해당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이메일 등을 취득하는 등 전 과정이 국내의 수색 장소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외국 사법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셋째,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이메일을 취득하는 것이 제120조 제1항의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건정을 열거나 개봉하여 압수수색 하는 장소 내지 대상물이 해외에 존재하여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해외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해외 서버에 대하여까지 영장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영장 집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로서 그 수단과 목적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므로 제120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넷째, 증거의 원본성ㆍ무결성 담보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이루어졌는바 원본성과 무결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압수 과정에서 피압수자 및 전문가 등의 참여 하에 봉인, 암호 설정, 해시값 산출 및 확인 등의 방법을 통해 동일성과 무결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섯째, 개인정보보호법 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2017노146 판결은 임의로 제3자에게 이메일 아이디 등을 알려 주어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서비스제공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라고 보기도 어려운바 영장을 통해 정당한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제3자인 수사기관이 서버에 접속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017노23 판결은 제107조 등의 조문에 보다 충실한 법해석을 했지만, 2017노146 판결이 IT 현실에는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107조는 압수 처분의 상대방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압수물을 규정한 것이고, 압수 처분의 상대방은 IT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유연하게 해석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향후 클라우드 환경 등이 일반화될 것을 고려하면, 본 쟁점은 IT법적으로나 형사소송법적으로 매우 중요한바, 이번 고등법원의 상이한 두 판결을 기반으로 하여, 보다 합리적인 결론이 대법원에서 도출되기를 바란다.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서버
증거
국가정보원
김경환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2017-09-12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판례해설] 화재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연소된 경우 임차인의 책임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판결- 갑은 지상 2층 및 옥상으로 구성된 건물의 소유자로서, 위 건물 2층을 갑 소유의 침대, 소파 등 가구류 보관을 위한 물류창고로 사용하였다. 갑은 2008년 5월 을에게 위 건물 1층 중 150평을 임대하였고, 을은 임차한 부분을 골프용품 매장으로 사용하였다. 위 건물은 1층에서 3층까지의 외벽이 일체를 이루는 등 각 층이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2009년 10월 위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여 2층 물류창고 전부와 1층 일부가 소실되었고, 위 임대차계약에 따라 을이 사용하던 임차 건물 부분도 더 이상 골프용품 매장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을은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갑에게 훼손된 상태 그대로 임차 건물 부분을 반환하였다. 이후 소방당국 및 수사기관에서 화재 발생 원인을 조사하였으나 밝혀내지 못 하였다. 화재 발생 지점은 1층 주출입구 우측으로 밝혀졌는데, 이 곳은 을이 물건을 적치하는 등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하여 오던 부분이다. 갑은 “임대차목적물 반환채무가 이행불능이 되고 화재가 임대차목적물을 넘어 2층까지 번져 건물과 가구류가 훼손되었으니 그로 인한 손해, 즉, 건물 전체(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 등 화재로 훼손된 부분 전체)의 보수비용 및 2층 보관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은 화재가 을의 매장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다. 원심은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증명이 부족한 이상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며, 임대차목적물 자체에 발생한 손해뿐만 아니라 임대차목적물과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한 손해까지도 배상해야 한다”면서 건물 전체의 보수비용에 대한 을의 책임을 인정하되(2층 보관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은 채무불이행책임의 대상이 되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청구는 기각하였다), 을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그 건물 중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함에 있어서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은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건물 부분에 한하지 아니하고 그 건물의 유지·존립과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되어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다카1066 판결 등). 원심의 판단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이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에서 말하는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려면,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하여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하여 임대인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화재로 임차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기존 판례와 동일하게 임차인이 배상해야 한다고 하였다. 즉, “임대차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임차인은 그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그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하고, 이는 화재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그러나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화재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음을 임대인이 입증한 경우에만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점은 임차인의 매장임이 밝혀졌으나, 화재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따라서 화재 발생과 관련하여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보존·관리의무 등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배상책임이 없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신·권순일 대법관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이 불에 탄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채무불이행책임에서의 손해배상의 목적인 이행이익의 배상과는 무관하고, 법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는 계약책임이 아니라 불법행위제도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관하여는 불법행위책임만이 성립하고, 이 사건에서 가해자인 임차인의 귀책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인 임대인에게 있는데 화재의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관하여 임차인의 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김재형 대법관은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화재가 임차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서 발생해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이 함께 불에 탄 경우, 이는 복수의 의무 위반이 아닌 하나의 의무 위반 사태로 보아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 다음, 임차물이든 그 밖의 부분이든 불에 탄 부분이 민법 제393조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단일한 물건에서 발생한 손해를 계약목적물 자체와 그 밖의 부분으로 구분하여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이나 증명책임을 달리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화재 발생 지점이 임차인이 주로 사용하여 지배·관리하던 영역에 해당하고, 임차인이 적어도 화재의 원인을 일부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원심이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 나아가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는 모두 이 사건 화재와 인과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통상손해에 해당하거나 특별손해라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임차인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이기택 대법관은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및 임차인이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해서는 김재형 대법관의 반대의견과 견해가 같다”면서도 “법원은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면서 일정한 요소들을 반드시 고려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를 합리적으로 분담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원심이 이러한 필수적 고려요소들 중 일부에 대해 심리하지 않았으므로, 을의 상고이유 중 책임 제한에 관한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화재가 나면 불이 번져 타인이 소유 또는 점유하는 건물 및 그 곳에 있던 물건까지 불에 타서 피해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도 임차 건물 부분에 불이 나서 임차 외 건물 부분, 즉, 임대인 점유 부분 및 그 곳에 있던 물건까지 불에 타버렸다. 한편, 화재 발생 시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는 화재 발생 지점은 밝혀졌으나(이에 대하여도 다툼이 치열하였으나, 원심은 임차인이 주로 사용·수익하던 부분이 화재 발생 지점이라고 사실인정하였다),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같이 임차 건물 부분에서 불이 나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고 예상 외의 큰 손해가 발생하였는데(판결에 드러난 수치로 비교하면, 임대차보증금이 4천만 원, 월 차임이 330만 원인데, 건물의 보수비용은 2억 7천만 원에 이르고, 임대인이 주장하는 가구류의 시가 상당액은 2억 2천만 원이다),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즉, 임차인이 스스로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고, 임대인도 임차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 그로 인한 손해를 누구에게 책임지울 것인지 문제된다. 다수의견은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를 임차인에게 책임지울 수 없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화재시 임차인의 배상책임을 상대적으로 쉽게 인정하던 실무 관행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임차인은 자기가 임차한 부분에 대해서만 적정한 주의를 기울이면, 책임범위가 무한정 늘어나는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은 건물을 소유한 임대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을 비롯한 건물 내 다른 부분에 대한 정보까지 보유하고 있으므로 임차인보다 상대적으로 화재 발생과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수월한 위치에 있는 점, 이와 같은 위치에 있는 임대인에게 화재 발생과 확대를 막기 위한 주의를 촉구하고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화재 발생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점, 임대인으로서는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차임, 관리비 등으로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위험에 대비하고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수의견은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한 책임 원인 등에 대한 입증책임 내지 책임의 귀속에 관한 태도를 바꾼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특히, 임차 건물 부분과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하여 다른 논리를 적용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는바,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다수의견과 다른 논리 또는 결론을 피력하였다.
화재
임차인
건물주
임대차
임대
2017-06-08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기간제계약을 수 차례 갱신한 경우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 서울행정법원 2016. 10. 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 1. 들어가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에서는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을 2년으로 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게 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2년의 범위 내에서 기간제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판례는 기간제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기간을 정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계약의 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해고로 보아 왔다. 그리고 기간제근로계약은 2년 기간 내에 1-2회 정도 갱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런 경우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다른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 왔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 판결(서울행정법원 2016. 10. 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이하 '대상판결')은 23개월 동안 단기간(2주~6개월)의 기간제근로계약을 총 14회나 갱신(총 15회 계약체결)을 한 사안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을 일반화할 수 있는지, 대상판결의 쟁점과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현대자동차)는 휴직, 파견, 정직 등의 사유로 결원이 발생한 경우 해당 직원이 복귀하기 전까지 촉탁계약직을 임시로 채용하여 대체인력으로 투입하였다. 참가인은 2013. 2. 25. 원고와 근로계약기간을 1개월로 하는 촉탁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2주일에서 최대 6개월 단위로 총 1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자동차의 쇼바ㆍ배터리ㆍ백시트 장착 업무를 수행하였다. 참가인은 원고가 15번째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종료하고 계약갱신을 거절하자,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계약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한 것이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고는 행정법원에 재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1)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사용자는 최초 근로계약이나 재계약에서 갱신사유, 갱신횟수, 갱신한도 등의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갱신기대권의 발생을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본 사안의 경우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대상판결은 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 ② 참가인과 같은 촉탁계약직은 당초 업무공백 사유(전출, 사직, 휴직 등)가 해소되는 경우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예정되어 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는 점, ③ 촉탁계약직의 업무(자동차 쇼바ㆍ배터리ㆍ백시트 장착)가 상시적ㆍ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에 해당하지만, 당해 업무는 정규직원의 일시적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인력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점, ④ 모집공고문에 '필요시 근로계약 연장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이는 채용을 위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여 근로계약의 내용이 아니고 근로계약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재계약의무를 부담지운 것은 아니라는 점, ⑤ 촉탁계약직의 경우 근태관리만 하였을 뿐 인사평가가 실시되거나 그러한 결과가 계약갱신에 반영된 적도 없다는 점, ⑥ 촉탁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가 한 건도 없었을 뿐 아니라 참가인 역시 촉탁계약직의 최대 갱신기간이 2년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검토 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관련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고, 다수의 판례들 역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일부 판결은 "다른 나라의 입법례처럼 기간제 근로계약의 재체결에 정당한 객관적 사유의 존재를 요구하거나 기간제근로계약의 반복적 체결이 가능한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법 시행 이후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결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반면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하여,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간제근로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기간제법 시행을 이유로 갱신기대권이 부정된다면 기간제법 입법목적에 반한다는 점, 갱신기대권 이론은 기간제법과는 달리 기간제근로자의 신분은 유지하면서 사용자에게 갱신의무만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는 견해가 많다. 나. 대상판결에서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판례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와 관련하여 "①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②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 판결에서도 2-3회 정도 계약을 갱신했다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경우가 있었으나, 대상판결과 같이 단기간의 계약을 총 14회나 갱신한 경우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상판결은 비록 갱신의 횟수는 많았으나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서 계약갱신에 대한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취업규칙에서 계약기간 만료시 당연퇴직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 업무가 상시적이고 계속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업무의 객관적 내용 뿐 아니라 당해 업무에 인력을 충원할 필요성이 한시적인지 여부도 함께 고려하여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다만, 참가인이 피고 관리자로부터 열심히 일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점, 사원 모집공고에서도 '근로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둔 점, 명시적으로 촉탁계약직과의 총 사용기간이 2년 이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은 점, 촉탁계약직의 업무 자체가 상시적ㆍ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라는 점 등 갱신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는 요소도 상당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항소심에서의 판결이 엇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상판결에서는 촉탁계약직에 대해 계속적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인사평가제도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갱신기대권 부정의 이유로 보았으나, 인사평가제도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과 갱신기대권 인정과는 관련성을 찾기 어렵고, 오히려 만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이러한 평가도 없이 단순 계약기간 종료만으로 계약을 거절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대상판결만을 신뢰하여 2년 범위 내에서 단기간의 기간제 계약을 반복 갱신하는 것은 법적 리스크가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대상판결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 방법을 설시한 바와 같이, 사용자는 최초 근로계약이나 재계약에서 갱신사유, 갱신횟수, 갱신한도(총 사용기간의 상한)을 명시함으로써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기간제
근로자
갱신기대권
노무
2016-11-14
민사일반
전문직직무
판례해설 - 공인중개사가 취득세의 세율을 잘못 알려준 경우 배상책임 유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12. 선고 2015가단134106 판결 - 우리나라도 비교적 규모가 큰 주택·상가 등의 부동산 거래에서는 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가 일반화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거래당사자 입장에서는 일정한 중개수수료를 지급하고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각종 권리관계,공법상 이용제한 등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중개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증보험 또는 공제제도를 통한 피해회복의 길도 열려있어 당사자간 직거래에 따른 거래위험을 어느 정도 회피할 수 있다. 중개사고와 관련하여 그동안 누적된 판례를 보면 대부분은 권리분석을 잘못하여 매수인 또는 임차인이 소유권 등 권리를 이전받지 못하였거나 임차보증금을 회수받지 못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본 판결은 이와 달리 공인중개사가 해당 부동산에 부과될 조세의 세율을 잘못 알려준 케이스를 다루고 있고 이를 중개사고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사안의 핵심은 간단하다.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 주택의 매매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A는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를 작성하면서 '취득시 부담할 조세의 종류 및 세율'란에 '취득세 1%, 농어촌특별세 0.2%, 지방교육세 0.1%'라고 기재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지상 주택은 지방세법상 고급주택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져 취득세 등이 중과세됨으로써 매수인 B는 예상과 다르게 현저하게 많은 취득세 등을 납부하게 되었다(A가 설명한 세액 750만원, B가 실제로 납부한 세액 7300만원). 이에 대하여 B는 A와 보증보험회사를 상대로 위 차액 상당의 금원(6550만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먼저 A의 과실 유무에 대하여 법원은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의 법률관계는 민법상 위임관계와 유사하므로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조사·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였다. 나아가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등에 따라 공인중개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조사·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하여야 할 대상에는 중개의뢰인이 중개대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함에 따라 부담하여야 하는 조세의 종류와 세율이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는 B에게 위와 같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조세의 세율에 대한 확인·설명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A의 재산적 손해배상 책임 유무에 대하여는 B가 청구한 위 차액뿐만 아니라 실제 납부한 금액 전체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하여 법률상 당연히 납부하여야 하는 세금으로서 법령상 부담하는 납세의무의 이행을 위하여 지출된 것이므로 A의 중개행위상 과실과 인과관계있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다만 A가 B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에 따른 조세의 세율을 잘못 설명함으로써 실제 납부하게 될 고액의 세금을 감안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 또는 고액의 세금을 납부하여야 함을 이유로 매매금액을 추가 협상할 수 있는 기회 등을 상실한데 대한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 500만원을 인용하였다. A의 재산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공인중개사법 및 보험약관상 보증보험회사의 재산상 손해배상책임 또한 인정할 수 없고 정신적 손해는 보상의 범위에 속하지 않으므로 보증보험회사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하였다. 공인중개사법에 중개사고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는 없다. 일반적으로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공인중개사의 고의·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본 판결은 결론적으로 공인중개사가 중개 대상 부동산에 부과될 취득세 등 조세의 세율을 틀리게 고지한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부한 세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되므로 이를 중개사고로 볼 수 없다는 취지를 천명한 것이다.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대법원은 일관되게 자연적 또는 사실적·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념적 또는 법률적·인과관계,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다고 판시해 왔고 본 판결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어떠한 결과 발생에 조건적 관계에 있는 원인 사실이라고 하여 곧바로 상당인과관계가 긍정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 특별히 세액의 크기가 매수 여부를 좌우할 중요 고려요소로 작용하였거나 이 사건 부동산 주변에 실질적 유사성을 지닌 부동산 중 중과세가 아닌 일반과세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에 대한 선택가능성이 있었다면 A의 과실과 위 차액 상당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공인중개사
중개사고
상당인과관계
2016-07-27
소비자·제조물
전문직직무
판례해설 - '남향'인 줄 알고 산 아파트가 '북동향'… "중개사 책임 60%, 본인 책임 40%"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4. 1. 선고 2015가단5288886 판결 - 1. 사안의 개요 - 원고는 2015. 4. 21. 공인중개사인 피고 A, B의 중개로 서울 강남구 소재 ** 아파트 7동 1004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를 매매대금 10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매수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였음. - 매매계약 당시 체결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대상물건의 표시에 관한 "방향" 란에 "남서(기준: 베란다)"로 기재되어 있고, 이 설명서에 피고 A, B가 각 공인중개사로서 날인하였음. - 그런데 이 사건 아파트는 실제로 남향이 아니라 북동향의 아파트임. -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방향 차이로 인하여 가격이 약 36% 전후 차이나고,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아파트(북동향)의 시가는 9억 5,000만 원이었음. -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와 동일한 단지 내의 3동 101호에 거주하고 있었고,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전에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여 구조를 확인하였음. → 원고는 피고 A, B 및 **보증보험 주식회사,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피고 A, B가 중개대상물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하는 과실을 범하여 적정시가와 지급한 매매대금의 차액인 5,000만 원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에게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함. 2. 법원의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법원은,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과의 법률관계는 민법상의 위임과 같으므로 중개업자는 중개의뢰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의뢰받은 중개업무를 처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구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2013. 6. 4. 법률 제118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에 의하여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바, 같은 법 제25조 제1항은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중개대상물의 상태 ? 입지 및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사항 등을 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55350 판결 등 참고)." 라고 전제한 다음, ① 원고가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남향"인 아파트의 매수를 원한다고 하면서 중개를 요청하자, 피고 A, B는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소개한 점, ② 이 사건 아파트는 북동향임에도 불구하고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에는 남서향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 A, B는 이 설명서에 날인한 점, ③피고 A, B는 그로 인하여 과태료의 행정처분을 받은 점, ④ 원고의 배우자 김진현은 중개인으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가 남향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증언한 점, ⑤ 아파트의 방향은 주거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매매계약 체결여부에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는 점, ⑥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방향차이로 인한 아파트 가격이 약 36% 전후로 차이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A, B는 중개대상물인 이 사건 아파트의 방향을 제대로 확인하여 원고에게 그 방향에 대하여 정확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못 설명하였거나 중개대상물의 확인 설명서에 그에 관한 사항을 잘못 기재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며, 피고 A, B는 원고가 입게 된 매매대금 차액 상당의 재산상 손실을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보험회사와 피고 협회는 각 보험자 및 공제사업자로서 피고 A, B와 공동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음. 나. 책임의 제한 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되기 전 이 사건 아파트와 동일한 단지내의 3동 101호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고 구조를 확인하여 이 사건 아파트가 남향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 방향에 대하여 스스로 확인해보지 아니하고 공인중개사의 말만 믿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은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하였음. 3. 이 판결의 의의 공인중개사인 피고 A, B가 남향의 아파트를 찾고 있던 원고에게 북동향인 이 사건 아파트를 남향으로 소개하였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도 "남서향"이라고 기재하여 날인한 것은 명백한 과실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와 같은 단지에 살고 있었고, 매매계약 체결 전에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여 구조를 확인한 점을 어느 정도까지 감안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제한할 것인지라 할 것이다. 우선, 같은 단지에 살고 있는 원고가 직접 이 사건 아파트에 방문하여 구조를 확인하였는데도, 북동향인 이 사건 아파트의 방향을 "남향"으로 알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점을 보면, 이 사건 아파트는 그 방향을 쉽게 판별하기 어려운 특이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필자가 사실관계를 좀더 확인해보니 이 사건 아파트가 위치한 7동은 "一자형"의 구조로 1~4호까지 가로로 배치되어 있는데, 1~3호까지는 베란다가 남쪽으로 나 있는 반면, 각층의 4호만 베란다가 북동향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매수인의 사정상 매매계약 체결 전에 매수할 아파트를 방문하여 구조, 방향 등을 확인하지 못한 채 공인중개사가 제공한 정보만 믿고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바, 이러한 상황에서 공인중개사가 아파트의 방향을 잘못 설명하여 매수인이 방향 차이에 따른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면 공인중개사의 책임이 제한될 여지는 아예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와 이 사건을 비교하여 보았을 때,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와 같은 단지에 살고 있었고, 직접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여 구조를 확인하였다고 하여, 부동산 거래의 전문가인 피고 중개업자들의 책임을 50%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인가? 원고의 잘못이 중개업자들의 잘못과 같거나 더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한편, 원고가 같은 단지의 주민으로서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여 구조 등을 직접 확인한 점은 중요한 책임제한의 사유인바, 피고들이 60% 이상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피고 A, B는 이 사건 아파트가 속한 단지의 거래를 전문적으로 중개해왔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남향"을 원하는 원고에게 4호라인만 특이하게 북동향으로 배치된 7동 소재 매물을 소개함에 있어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피고들의 항소로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원고의 연령, 직업, 경력, 경험 등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원고가 공인중개사인 피고 A, B보다 이 사건 아파트의 방향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항소심에서 새롭게 밝혀진다면, 제1심이 인정한 책임비율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1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다면,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여 구조를 확인한 원고의 잘못을 감안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한 제1심의 판단에 수긍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
부동산
2016-04-22
주택·상가임대차
행정사건
판례해설 - 불법증축책임, 누가 부담할까
서울고등법원 2016. 1. 29. 선고 2014누5066 판결 원고는 건물 소유자입니다. 강남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고 6층으로 된 건물을 지어 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이후 각 층마다 별도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건물 임차인들은 구청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개방공간에 바닥을 설치하고, 옥외부분을 증축하였습니다. 강남구청은 건축법에 따라 건물 소유자인 원고에게 무단증축부분의 자진시정명령을 내리고, 다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였습니다(제80조 1항). 이에 원고가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강남구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주된 쟁점은 '무단증축 행위자가 아닌 임대인에게 시정명령을 명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원고는 무단증축을 한 행위자가 임차인들이고,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이 모든 위반사항을 책임지기로 약정을 했으며, 원고가 임차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청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서 시정명령을 이행할 수 없었다고 항변하였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행강제금제도의 취지와 행정법규 위반 및 제재조치의 법리에 입각하여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건축법상 이행강제금은 건축법을 위반한 건축물의 방치를 막기 위하여 행정청이 시정조치를 명하였음에도 건축주, 시공자, 소유자, 관리자 등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부과합니다. '장래의 의무이행'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의무위반 행위를 제제하는 과태료와 구별됩니다. 또한 시정명령은 위반 건축물의 소유자가 위반행위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소유자 등에게 부과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두27919 판결). 건축물의 안전을 신속하게 확보하고, 기능을 제고하기 위하여, 위법한 현상 자체를 즉각적으로 제거할 책임을 소유자 등에게 부과한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행정법상 제재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두1297 판결). 정리하면, 무단으로 증축된 건물의 소유자는 자신의 과실 유무에 관계 없이 해당 건축물의 위법상태를 시정할 공법상 책임을 부담하고, 이행강제금의 제재까지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유자는 무단증축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책임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판례는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두5177 판결). 무과실 책임을 부담하지만 그와 동시에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면책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당한 사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당한 사유'와 '과실 없음'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과실은 없으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는 언제인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다만 판례 중에는 지방자치단체 급수조례를 위반하여 급수를 도용한 행위자에 대하여, 부정 급수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건물을 매수하여 사용하고, 평소보다 수도요금이 2, 3배 많은 액수로 부과되어 행정청에 항의를 함에 따라 행정청이 비로소 계량기의 이상 유무를 조사하다가 부정급수를 적발하게 된 사정을 고려하여 '정당한 사유'를 인정한 경우가 있습니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두5972 판결). 결국 행정법규 위반에 이르게 된 구체적 경위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의 무단증축이 문제된 이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을 전후로 한 구체적 사정을 십분 고려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 1층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모하여 무단증축을 한 건축법위반혐의로 유죄판결이 선고되었고, 다른 층 역시 임차인이 독자적으로 증축했다고 보기 의심스러운 사정들이 있었습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건물인도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판결을 받은 다음, 시정명령 이행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도 인정되었습니다. 일부 층의 임차인을 변경하면서 계약서 특약사항에 "전 임차인의 불법증축에 따른 이행강제금, 민형사상 책임 등 모든 지위를 승계한다"는 내용만 기재하고 시정명령 이행을 위한 자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판단의 근거로 활용되었습니다. 결국 건물 소유자가 건축법위반을 방조하였거나 적어도 인식하였음에도 묵인한 사실에 기초하여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처럼 무단증축상태를 시정할 책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차계약에서 무단증축의 책임을 임차인에게 부과하더라도, 이는 추후 임차인에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공법상 규제를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무단증축
건축물
임대차
2016-03-15
민사일반
판례해설 - 도로 옆 아파트, 소음분쟁의 결론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9. 25. 선고 2013가합505176판결(본소) 2014가합580594(반소)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북단에서 성동구 성동교까지 22km 거리의 자동차전용도로가 있습니다. 서울시민이라면 한번 쯤은 이용해 보았을 내부순환로입니다. 하루에 평균 58,561대의 차량이 지나갑니다(2011년 기준). 이 내부순환로의 일부 구간에서 15m 정도 떨어진 곳에 J아파트가 있었습니다. 도로는 아파트 5층 정도의 높이로 지나갔고, 도로 중앙과 도로변에는 높이 1m의 방호벽과 높이 2m의 방음벽 및 소음감쇄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통행차량의 소음을 전면적으로 막기는 어려웠습니다. J아파트 입주자들은 서울시와 시공사 등을 상대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정신적 피해 배상 및 방음대책을 요구하는 재정신청을 하였습니다. 위원회는 야간 등가소음도(Leq) 65dB(A) 이상 발생된 세대 입주자들의 신청을 인용하였고, 결국 서울시는 입주자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참고로 현대건설은 이미 입주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사업시행자나 계약당사자가 아닌 이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아파트 다수 세대에서 환경정책기본법 등 행정법규가 요구하는 주거지역의 소음기준을 초과되더라도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하여 아파트 거주자들에게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침해'가 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에 이르기까지 재판부가 고려한 주된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분양된 경위입니다. 내부순환로는 1999년 2월 개통되었고, 아파트는 같은 해 9월 신축사업계획의 승인신청이 이루어졌습니다. 성북구청장은 2002년 6월 이 사업계획을 승인하면서 조건을 붙였습니다. 소음방지대책으로서, '소음원으로부터 건축물을 50m 이격하여 배치하거나 방음시설을 설치하여 소음도가 65db미만이 되도록 하고, 향후 입주예정자로부터는 도로소음이 민원제기사항이 아님을 안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아파트 분양공고와 공급계약서에는 도로소음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은 포함되었습니다. 그런데 소음방지대책과 관련된 승인조건은 명확히 지켜지지 못하였습니다. 아파트와 도로의 이격거리가 15m에 이르렀고, 아파트 인접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차단용 방음시설도 설치되지 않은 것입니다. 둘째, 아파트 입주자들의 인식이 고려되었습니다. 입주자들 중 조합원은 사업의 주체였고, 일반 수분양자들은 분양공고와 공급계약서를 통해 이미 소음발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임차한 사람들은 도로에서 발생한 소음이나 피해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에 입주하였습니다. 즉, 재판부는 모든 입주자들이 소음피해를 용인하면서 소음피해 위험지역에 접근하였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경우 소음에 대한 수인한도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높게 설정됩니다. 이른바 '위험에의 접근이론'이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침해방지의 난이도를 고려하였습니다. 도로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방음벽 높이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소음감쇄장치를 다수 설치하거나 왕복 차로 전체에 방음터널을 설치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설치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고 결국 일반 시민들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공공시설인 도로가 개통된 이후 인접하여 고층의 주거공간이 건설되는 경우엔 도로의 설치ㆍ관리자로 하여금 예산을 투입하여 추가적인 소음방지장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기보다는 공동주택을 신축하려는 사업주체로 하여금 소음방지대책을 스스로 강구하여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른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강조한 것입니다. 최근 도심지 접근 편의나 한강 조망권 등을 이유로 이미 개통된 자동차 전용도로의 인접 지역에 재개발ㆍ재건축 등을 통한 고층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위 판결은 도로교통소음과 주택 입주자들의 분쟁해결에서 중요한 판단기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법상 규제 기준과 사법상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수인한도 기준은 구별되므로(대법원 2014. 2. 27. 선고 2009다40462 판결), 환경정책기본법 상 소음환경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손해가 바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소음발생을 입주자들이 사전에 인식하고 입주하였는지, 소음을 방지하거나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입주자들의 귀책사유로 이를 실행할 수 없었는지, 도로의 설치ㆍ관리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도로교통소음
소음분쟁
2016-01-05
형사일반
판례 해설 -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특경법위반 등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5. 10. 14. 선고 2014노3512 판결 1. 사건의 개요 주요 공소사실은, ① 관계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특경법위반(횡령·배임)} ② 분식회계 및 이에 기초한 사기대출 그리고 부정 취득한 신용등급을 이용한 회사채 발행{자본시장법 등 위반, 특경법위반(사기)}, ③ 임원 성과급을 초과 지급한 다음 이를 돌려받는 방법으로 조성한 부외자금 횡령{특경법위반(횡령)} 등이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0. 30. 선고 2014고합513 판결)은 합계 약 3,600억 원의 횡령·배임 및 약 1조 6,720여억 원의 분식회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라고 판단한 다음, 횡령·배임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 합계가 약 680억 원, 사기 및 사기적 부정거래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 중 변제되지 않은 부분이 합계 약 7,315억 원에 이른 점을 고려하여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이 없고, 개인 재산의 출자 등을 통하여 STX그룹 계열사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하여 나름 노력한 점 등을 참작하여 징역 6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찰 및 피고인 모두 항소하였고, 항소심에서 일부 공소사실에 관하여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이 허가되었다. 항소심은, 위 ① 공소사실 중 1심이 무죄라고 판단하였던 공사 선급금 231억 원 횡령 부분을 유죄라고 판단한 외에 나머지 1심 판단을 유지하였고, 위 ②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분식회계를 공모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부 무죄라고 판단하였으며(1심은 분식금액 일부에 대해서만 무죄로 판단), 위 ③ 공소사실에 관한 1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다음, 횡령·배임 범행 모두 일차적으로 관계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소위 수직계열화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던 STX그룹 전체의 회생을 위하여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되고, 대주주인 피고인의 개인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16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하였다. 2. 쟁점과 판결의 내용 가. 업무상 배임의 점에 관하여 대상 판결은,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로, ㉠ 관계 법령에서 일정한 경영상 행위를 금지하였음에도 이를 탈법적으로 회피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행위에 이른 경우, ㉡ 경영상 행위에 필수적으로 당연히 거쳤어야 하는 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한 경우, ㉢ 경영판단의 기초가 된 정보를 획득함에 있어서 그 당시 상황에서 가용할 수 있었던 정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배하여 그 획득을 포기하거나 무시한 경우, ㉣ 가용한 합당한 정보를 획득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정보를 종합하여 결론에 이르는 추론과정에 의도적인 또는 중대명백한 오류가 발견되는 경우, ㉤ 나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상의 결론을 내려놓고도 그 결론과는 정반대의 행동으로 나아갔는데, 그와 같은 다른 행동을 한 이유가 회사를 위한 경제적,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익을 추구하는 동기에 기인한 것이라거나, 경영외적인 정치적, 정책적 고려 때문이라든가, 그 밖에 어떤 부정행위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 등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과 같이 기업집단의 총수 등 관계 회사의 최고경영자 등이 극심한 자금난에 빠진 일부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하여 다른 계열회사의 유동성 지원을 모색하는 사안에서 그와 같은 자금난 타개가 기업집단 전체는 물론이고 자금지원을 하는 다른 계열회사의 입장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경우라면 그 자금지원 자체만을 두고 배임행위라고 바로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이 경우라도 피지원회사의 채무변제능력이 완전히 상실되어 버리는 등 더 이상의 추가적인 자금지원은 이른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무용한 일이 되어 어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게 된 상황에 이르러 그 시점 이후에는 내부적 자구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다른 구제수단을 강구하는 정책전환을 적시에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영판단이라고 볼 것임에도, 종전의 타성에 이끌려 그 판단을 지연함으로써 실기한 것임이 자명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역시 신중하게 배임죄의 고의를 긍정할 수 있는 하나의 정황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나. 부외자금 사용으로 인한 업무상 횡령의 점에 관하여 검사는 부외자금을 조성함으로써 횡령 범행이 완성되었다는 입장에서 되돌려받은 금액을 횡령액으로 특정하였으나, 피고인이 이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제출하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부외자금 보관 및 사용과 관련하여 장부나 문건은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으나 출장비 등 직무와 관련하여 사용한 가불금의 상환, 경조사비 등으로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며 이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였고, 피고인에게 전달된 부외자금 외에 나머지 부외자금을 관리한 직원이 회사 금고에 보관하면서 경조사금, 격려금, 조직관리비 등으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1심은 현금성 업무비용에 사용하기 위하여 부외자금을 조성하게 된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달리 개인적인 용도로 착복할 목적으로 회사의 자금을 빼내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며, 관련자들의 진술 및 자료가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한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의 이 부분 항소이유는 부외자금을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회계처리가 어려운 비용 등은 다른 절차에 의하여 마련된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피고인이 부외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대상 판결은, 1심이 거시한 위와 같은 사정에 피고인의 지위 등에 비추어 사용한 부외자금이 지나치게 많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약 2년 반 동안 8억 원 상당)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부외자금이 정상적인 회계처리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현금성 경비(예를 들면, 외국바이어나 귀빈 접대비용, 명절 떡값)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한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로 (1심은 "정상적인 회계처리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회사의 현금성 경비 충당을 위해 조성되고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으나, 항소심은 더 나아가 위와 같은 용도로 사용된 것이라고 판단)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하였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업무상 배임죄에 있어서 허용되는 경영판단의 기준을 제시하였고, 특히 자금난에 빠진 일부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하여 다른 계열회사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사안에서 배임의 고의를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밝혔으며, 부외자금의 조성 및 사용이 문제된 사안에서 불법영득의사 증명책임의 소재를 명백히 하였다. 대상판결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원칙을 충실하게 구현한 모범적인 판결이다.
STX
배임
부외자금
2015-10-30
노동·근로
판례해설 -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절차상 정당성 요건
- 서울중앙지법 2014가합 557402 임금 최근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문제가 노동계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위 사건에서 원고들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취업규칙 개정에 절차상의 하자가 존재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고, 법원은 집단적 의사를 확인하는 방식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피고 회사는 2009. 6. 1.자(1차 임금피크제) 및 2011. 1. 1.자(2차 임금피크제)로 시행되는 취업규칙 변경을 통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확대하였다. 취업규칙 개정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1차 임금피크제는 84.4% 직원의 찬성, 2차 임금피크제는 91.4% 직원의 찬성으로 도입되었다. 임금피크제의 주요 내용은 정년을 2년 연장하되, 직무등급별 직급정년 편입대상자와 일정연령 도달자의 임금을 순차로 삭감하는 내용이었다. 위와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다퉈지지 않았고, 주로 취업규칙 변경에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된 주요 법리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다. 그 동의의 방법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대법원 2010.1.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0.01.28. 선고 2009다32362 판결)'라는 것으로 집약될 수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 개정에 절차적 정당성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쟁점과 관련하여, 법원은 직원들을 상대로 취업규칙의 개정 필요성 및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의 실시로 인한 영향 등을 직원들을 상대로 직접 설명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1차 취업규칙 개정시 5일간, 2차 취업규칙 개정시 3일간 전국 단위로 산재한 근로자들로부터 동의 여부에 관한 의사를 취합하였기 때문에 개정내용에 관한 토론과 의견교환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 피고에게 속한 가장 말단의 조직을 대상으로 찬반 의견을 취합함으로써 집단적 논의를 사실상 배제하거나 최소화하였다는 점, 관리자가 소수 단위의 직원들을 직접 대면하여 동의서를 교부·징구하면서 기명 방식으로 의견취합을 한 점 등을 이유로 회의방식을 통한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법원은 임금피크제의 내용이 정년에 도달한 후 임금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정년으로부터 7년 전, 직급에 따라서는 정년으로부터 10여 년 이전부터 임금을 삭감하고, 위 연령기준에 이르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서도 직급정년제 적용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 때문에 일반적인 임금피크제와는 달리 근로조건의 저하 정도가 큰 이례적인 제도라고 보았고, 그러한 점 때문에 근로자들이 위와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수용하거나 감내할 만한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취업규칙 개정 과정에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보았다는 점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이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어도 될 정도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하나의 쟁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취업규칙 등의 개정을 통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비록 전형적인 내용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쟁점이 된 사례는 아니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의 해석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임금피크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2015-10-19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