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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맛집의 상호와 메뉴 따라하기
1. 들어가면서 유명한 맛집의 상호와 그 메뉴를 그대로 따라하는 집이 있다면, 과연 그러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까. 이와 관련해서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해운대암소갈비집’,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의 상호를 사용하고 그 메뉴도 유사하게 따라하는 식당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이하 ‘대상판결’)하였다. 2. 사건의 경과 가. 원고의 상호와 식당메뉴 원고가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로 운영하는 식당(‘이 사건 식당’)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하는데, 소외 창업자에 의해 1964년 창업된 후 그 아들이 경영하다가 그 아들이 세운 원고에 의해 현재까지 55년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2002년 유명 일간지에 맛집으로 소개된 이후 언론과 TV프로그램에 꾸준히 소개되었고, 연 매출액은 2013년경 71억 원을 넘어 2018년에는 약 119억 원에 이른다. 이 사건 식당은 ‘해운대암소갈비집’(‘이 사건 1번 상호’)과 이 사건 식당 건물 벽면에 부착된 간판의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이 사건 2번 상호’)을 같이 사용한다. 이 사건 식당은 한옥을 개조하여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좌식으로 음식을 먹도록 하였는데, 대표 메뉴는 생갈비구이, 양념갈비구이이며, 숯불에 가운데가 볼록하게 솟고 구멍이 있는 철판 위에서 갈비를 구운 후 오목하고 둥글게 파인 철판 가장자리 부분에 갈비의 양념을 부어 감자사리를 끓여 내는 서비스(‘이 사건 서비스 방식’)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이 사건 상호나 감자사리를 검색하면 수천 건의 검색결과와 리뷰나 블로그글이 나온다. 나. 피고의 상호와 식당메뉴 피고는 2019. 3.경부터 서울에서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로 식당 영업을 개시하였고, 대표 메뉴로 생갈비구이, 양념갈비구이를 내세우고 갈비구이 후 감자사리면을 오목하고 둥글게 파인 불판 가장자리 부분에 끓여 제공하고 있다. 피고 식당은 양옥 단독주택을 개조한 공간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제공되는 홀에서 음식을 먹는 구조이다. 다.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정경쟁행위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결합된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은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독립한 영업표지를 이루는데 피고가 이를 침해하여 이 사건 식당과 피고 식당을 혼동하게 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동법 제2조 제1호 나목)를 하였고, 더불어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을 모방한 것은 성과도용으로서 부정경쟁행위(동법 제2조 제1호 카목)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대상판결의 판단 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국내에 널리 인식된 영업표지” 부정 이 사건 상호들은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루어졌거나, 여기에 '소문난’ 부분이 결합된 상표로서, 식별력이 미약하다. ‘암소갈비’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식당이 상당수 존재하고, 1972. 9.에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가 등록된 적도 있는 사실, 현재 이 사건 식당 인근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의 식당도 영업중이며, 원고는 주차장 입간판에 이 사건 식당의 상호를 ‘원조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으로 표시하기도 했던 사실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으로 보아 원고가 이 사건 상호를 55년간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하였고 그로 인하여 사용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의 모양이 검은색 바탕에 독특한 한글서예체 로 식별력을 갖는다거나,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의 특수성이 이 사건 상호와 결합하여 이 사건 식당만의 독특한 외관을 형성하여,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이 이 사건 영업표지로서 식별력을 갖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검은색 간판에 흰색의 한글서예체로 표현된 간판은 다른 음식점이나 영업점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실, 불고기, 갈비 등 육류 구이를 요리한 후 그 구이를 구웠던 원형 불판(동그랗고 가운데가 불룩하며 끝부분은 오목한 형태)의 오목한 부분에 사리면을 끓이는 음식이 제공되는 방식은 다른 육류 구이 요리전문점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의 색깔, 서예체, 혹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이 사건 상호의 식별력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식당의 매출이 수년간 수십억 원 이상이었고, 최근 100억 원을 넘었다 거나, 이 사건 식당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결과 상당한 정보량이 검색된다는 등의 사정이 일응 이 사건 식당의 유명도를 가늠할 자료가 된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나 선정기준 등이 포함된 동종 외식업체의 매출 규모나 정보검색결과 등과의 비교 없이, 위와 같은 자료만을 근거로 이 사건 영업표지의 주지성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상 성과물로서의 “트레이드 드레스” 부정 이 사건 영업표지인 이 사건 상호,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그 자체로 식별력을 갖추었거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없다. 원고 소송대리인은 ① 이 사건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하는 불판은 이 사건 식당의 창업자가 직접 고안한 갈비구이에 특화된 디자인으로 가운데가 높게 돌출되어 솟은 중심부가 형성되어 있고, 중심부면 위부분에는 작고 둥근 홈이 일정간격으로 파여 있으며 볼록 솟은 중심부와 아래 오목한 부분으로 연결되는 면에는 세로로 길쭉 한 형태의 작은 홈이 파여 있다는 점에서 시중 음식점에서 흔히 유통되는 불고기용 불판과는 다르고, ② 일반적인 고깃집에서는 갈비구이 요리 후 냉면사리를 끓여주는 반면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은 감자사리가 제공된다는 면에서 식별력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통상적인으로 고깃집에서 갈비나 불고기 등을 굽기 위해 제공되는 불판과 이 사건 식당의 불판 모양은 모두 둥근 모양에 무쇠 등 금속으로 제작되어 가운데 부분이 솟아있고 가장자리 부분이 옴폭하게 파여 있으며 여러 개 구멍이 뚫려 있는 등 상당 부분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점도 인정된다. 또 갈비 구이 후 제공되는 사리면의 재료가 감자 전분으로 만든 사리면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냉면사리 등을 사리면으로 제공하는 식당과 기본적으로 쫄깃한 식감의 국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원고 소송대리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특징이 소비자로 하여금 다른 고깃집과 구별하여 이 사건 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식별력을 갖춘 요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4. 판례의 해설 55년 전통의 유명식당이 부산에 있는데, 2019. 3.경 서울에서 유명식당과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고 동일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이 개업하자 사람들이 그곳을 유명식당 분점인 줄 알고 방문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발생하였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영업주체 혼동행위 성립여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서울에서 개업한지 얼마 안된 식당을 부산의 유명식당 분점으로 알고 방문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결국 상호와 식당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원고는 이 사건 상호와 이 사건 서비스 방식이 결합된 이 사건 식당의 종합적 외관을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영업표지로 주장한 것으로 이해된다. 영업주체 혼동행위가 성립하려면 무엇보다 권리 주장자의 영업표지에 “주지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 주지성이란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범위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이 그것을 통하여 특정 영업을 다른 영업과 구별하여 널리 인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인지는 사용 기간, 방법, 태양, 사용량, 거래범위 등과 거래실정 및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졌는지가 우선의 기준이 된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다 64102 판결). 대상판결은 이 사건 상호가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루어졌거나, 여기에 '소문난’ 부분이 결합된 상표로서, 식별력이 미약해 보인다고 판단하였는데, 그러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주지성에 관한 여러 판례들(97도322 판결, 2010나7319 판결 등)이 비슷한 판시를 하였다는 점에서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사건 식당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하면서, 1964년부터 현재까지 55년간 이 사건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하였기에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대상판결도 인정한 매출액의 정도, 방송 노출, 인터넷에서의 검색과 평가 등 유명도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들 역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원고가 이 사건 상호를 55년간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하였고 그로 인하여 사용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암소갈비’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식당이 상당수 존재하고, 1972. 9.에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가 등록된 적도 있는 사실, 현재 이 사건 식당 인근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의 식당도 영업중이며, 원고는 주차장 입간판에 이 사건 식당의 상호를 ‘원조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으로 표시하기도 했던 사실 등을 들었다. 상표 등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표지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여 주지성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상표와 상호는 다르다. 즉, 상표는 등록에 의해 대한민국 전역에 일률적으로 법률에 의해 독점력이 부여(상표법 제89조)되는 반면, 상호에는 이러한 효력이 없다. 그리고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은 규율 목적이 다르고 판례가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주지성을 인정함에 있어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범위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이 그것을 통하여 특정 영업을 다른 영업과 구별하여 널리 인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2011다 64102 판결 등)와 같이 일부 지역에서의 주지성도 인정하고 있는데, 상표권 등록과 관련해서는 일부 지역의 상표권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주지성에 관한 판례의 판시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후2274 판결 등, 물론 2014년 개정으로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서 식별력 취득여부를 상표등록여부결정을 할 때로 개정하면서 문언도 수정하여 구 법보다 인식도를 완화하였다고 평가되고, 그러한 취지가 전국적인 인식도를 구비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등도 동종업계나 특정지역에서 식별력을 취득한 경우에도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는 논의가 있기는 하다). 또한 상표등록과 관련해서 비록 특허청예규인 상표심사기준이 ‘동일, 유사한 상표가 해당 상품의 거래자 사이에서 출처표시로 사용되지 않아야 식별력을 구비하였다고 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취하나, 상표법 제33조 제2항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함에 있어 “독점적이고 배타적일 것”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상표등록과 관련된 기존의 대부분 판례를 보더라도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후2288 판결의 경우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상표 사용이 아닌 경우에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즉 상표 등록 자체에서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판례를 보면 영업표지로서의 상호가 그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하는지와 관련된 사건들[‘여의도떡방 사건(2010나7319 판결)’, ‘종로학원 사건(97도322 판결)’, ‘장수돌침대 사건(2010다60622 판결)’ 등)]에서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판례는 “그것이 오랫동안 사용됨으로써 거래자나 일반 소유자들에게 어떤 특정인의 영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경우”라고만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2007도10914 판결). 판례가 “장기간 계속적·독점적·배타적인 사용”을 요구하는 경우는 상품의 용기, 포장, 형태나 모양이 출처 표시하는 경우인데(99도 691 판결, 2001다83890 판결, 2002다18152 판결, 2011도10978 판결 등), 이 경우에도 ‘지속적인 선전광고 등에 의해 특정 출처의 상품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된 경우’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상표등록 사건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영업표지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대상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 사건과 상표등록 사건의 차이에 대한 고민 없이 양 사건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그리고 대상판결이 제시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없었다는 근거에 대해서는 ‘북창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표는 1972. 9. 등록되었다가 바로 10년 뒤 소멸되었고 등록자도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출원목적상 오히려 유명표지에 대한 상표선점의 의도가 강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현재 EBS의 ‘펭수’를 관련 없는 자가 EBS에 앞서 출원한 행위와 유사), ‘암소갈비’는 식당이 제공하는 음식이나 재료명으로서 본 건의 핵심은 그런 식별력이 약한 상호를 오랜 기간 사용하여 그 약점을 극복했는지 여부라는 점,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집’이라는 근처 식당의 경우 이용자들조차 유명한 이 사건 식당과는 다르고 이 사건 식당이 혼잡해서 근처 식당을 방문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이용자들에게는 이 사건 식당과는 구별되는 식당이라는 점, 이 사건 식당에서 과거 ‘원조’라는 내용을 포함한 입간판을 일시 사용하였더라도 현재는 이러한 입간판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용자들이 이 사건 식당을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등 충분히 반대 의견이 제시될 가능성도 존재해 보인다. 그 외 대상판결은 불판의 특성이나 감자사리면 제공, 그리고 입간판의 글자체와 배경이 이 사건 상호의 식별력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물론 이견이 있겠지만, 이 사건 식당을 찾는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접근해 보면, 이러한 요소들이 과연 식별력과 무관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유명 맛집 프로그램을 비롯한 여러 매체들이 취재하고, 오랫동안 수 많은 이용자들이 이 사건 식당을 찾는 이유는 당연히 식당이므로 고기‘맛’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암소갈비’라는 재료의 맛을 구현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불판의 특성과 ‘암소갈비’ 이후 통상 미리 조리된 냉면이 제공되는 것과 달리 독특한 불판의 특성을 사용한 감자사리면이 손님앞에서 바로 불판에서 조리되는 특성도 그 이유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이용자들이 그러한 음식을 제공받은 이 사건 식당을 기억할 때, 검은색에 흰색의 한글서예체로 이 사건 상호가 표시된 간판을 떠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위와 같은 설명들은 결국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며, 대상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품표지나 영업표지가 사용된 결과 주지성을 취득하였다는 점은 엄격한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 상품표지나 영업표지가 어느 정도 선전광고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이를 추정할 수 없으며 구체적으로 그 상품표지나 영업표지 자체가 수요자간에 현저하게 인식되었다는 것이 증거에 의하여 명확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1056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0. 7. 7. 선고 2010나7319 판결 등). 종국에는 변론주의와 입증책임의 원칙상 원고가 자신이 주장하는 주지성에 대한 입증을 제대로 해야 그 주장하는 바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상표등록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에서 영업표지가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 사건 상호가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여러 근거를 제시하였는데, 상급법원에서도 동일한 일반론과 사실관계에 대한 평가가 유지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트레이드드레스
부정경쟁행위
영업표지
상호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20-01-10
헌법사건
공직선거에서 인터넷언론을 이용한 표현의 자유 확대
헌법재판소는 2019. 11. 28. 인터넷언론사에 대해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하는 구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2011. 12. 23.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9호로 제정되고, 2017. 12. 8.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2항 본문과 그 현행 규정 제8조 제2항이 공직선거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 사건의 개요 인터넷언론사인 ○○는 저명인사에게 블로그를 개설하여 블로거로 활동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청구인은 ○○당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서 ○○의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2014. 12. 18.부터 2016. 1. 29.까지 15회에 걸쳐 ○○의 인터넷홈페이지에 청구인 명의의 칼럼을 게재하였다. 청구인은 2016. 1. 11.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구선거구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하였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에 게재된 청구인 명의의 2016. 1. 20.자 및 2016. 1. 29.자 칼럼이 선거일 전 90일부터 제한하고 있는 후보자 명의의 칼럼을 게재한 것으로서, 공직선거법 제8조(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2조의2(인터넷언론사의 공정한 선거보도)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16. 2. 1. ○○에게 ‘공정보도 협조요청’을 하였다. 청구인은 ○○ 담당자로부터 위와 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칼럼 게재를 중단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위와 같이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하는 근거규정인 공직선거법 제8조의5 제6항 및 구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8조 제2항이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6. 2. 2.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결정 요지 ▷ 법률유보의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은 공직선거법 제8조의5 제6항, 제9항,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17조 등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것으로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의 효과와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 제도의 취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모법에서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을 포함한 이 사건 심의기준 규정에 포함될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포괄적으로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어느 시기부터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할 것인지를 공직선거법의 취지와 내용을 고려하여 정한 것이라면, 이를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90일을 기준으로 다양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는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도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을 존중하여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에도 선거일 전 90일을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인터넷 선거보도가 불공정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이를 불공정한 선거보도로 간주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보도까지 광범위하게 제한한다.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의 대상이 되는 인터넷언론사의 개념은 매우 광범위한데,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이 정하고 있는 일률적인 규제와 결합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제한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인터넷언론의 특성과 그에 따른 언론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비추어 볼 때, 인터넷언론에 대하여는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 수단 또한 헌법의 틀 안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한다.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덜 제약적인 다른 방법들이 이 사건 심의기준 규정과 공직선거법에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 해설 ▷ 심판대상의 확장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제8조의5 제6항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로 하여금 인터넷 선거보도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공표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인터넷언론사에 일정 기간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지 못하도록 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시기제한조항으로 인한 것이므로, 직접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여 각하하였다. 그리고 청구인을 규제하고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것은 구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2011. 12. 23.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9호로 제정되고, 2017. 12. 8.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었으나, 그 이후 개정되었는데, 구‘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8조 제2항 본문이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 것과 달리 현재 시행 중인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2017. 12. 8.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 제10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제2항은 후보자 명의의 칼럼, 논평, 기고문, 저술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으로 개정되었으나, 양자의 내용은 실질적으로 동일하여 동종의 기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는 현행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8조 제2항도 심판대상에 포함시켰다. ▷ 법률유보의 원칙 헌법재판소는 시기제한조항의 효과와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 제도의 취지, 이 사건 심의위원회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공직선거법조항 등 모법에서 시기제한조항을 포함한 심의기준 규정에 포함될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포괄적으로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즉 선거일에 임박한 기간 동안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이 게재될 경우 해당 보도는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심의기준 규정에서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데, 인터넷 선거보도의 심의는 관련 법규 및 이 사건 심의위원회가 정하는 심의기준 등에 따르므로, 심의위원회가 심의기준 규정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서 공직선거법의 취지와 내용을 고려하게 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의위원회가 어느 시기부터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할 것인지를 정할 경우에도 공직선거법의 취지와 내용을 고려하여 정한 것이라면, 이를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데 어느 정도 기간 동안을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모법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90일로 정한 것으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표현의 자유 침해 우리나라 공직선거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과열선거라고 할 수 있다. 선거비용이나 선거 열기 등에서 다른 나라보다 많은 비용이 들기도 하고 국민적 관심이 높기도 하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에 있어서 선거운동이나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와 관련하여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에서는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는데, 인터넷의 발달과 매스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선거분야에서도 새로운 패턴의 선거운동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 따른 새로운 규제도 필요하게 되었다.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인터넷언론사에 대하여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이 선거나 정치적 의사표현과 상관없는 내용인 경우에도 그 게재를 제한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즉 선거보도의 공정성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한하였고, 선거보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대신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 제도를 통해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심의하여 사후적으로 교정하는 공직선거법의 규율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이 게재됨으로써 후보자에 대한 홍보 효과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대중이 중요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안으로서 후보자가 직접 해명할 필요가 있거나 후보자가 해당 사안에 대해 특유한 지식 등을 갖고 있어, 이에 관한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그러한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이 허용될 필요가 있는데 이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3인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여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는데, 그 논거는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인터넷언론이 후보자 이미지 강화효과를 특정 후보자에게만 부여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고, 후보자가 직접 작성한 칼럼 등은 후보자 개인의 주관적인 사상이나 감정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어 광고효과를 가지게 되므로, 공직선거법상 광고 금지 등의 규정을 잠탈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에 관한 여론이 구체적으로 형성되고 투표권행사가 이루어지는 민감한 시기인,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는, 인터넷언론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의 게재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이론적으로만 보면 인터넷언론사에 대하여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 것은 너무 획일적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그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현실적으로 선거와의 관련성을 기준으로 한 규제가 어려우며, 선거에 미친 불공정한 영향력을 사후에 고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정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타당성이 있는 논거로, 선거규제에 있어서 이론적인 면과 현실적인 측면을 어느 정도로 고려할 것인지에 따라 의견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인용의견 6인, 반대의견 3인으로, 1인의 재판관이 더 반대의견에 합류하였더라면 인용으로 결정날 수 없었던 결정이었다.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선거
표현의자유
인터넷선거보도심의기준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19-12-30
인터넷회선 감청(일명 패킷감청) 위헌확인 사건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중대한 범죄수사를 위해 통신제한조치의 하나로 패킷감청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패킷감청은 그 기술적 특성으로 수사시관이 허가받은 범위 이상의 매우 광범위한 범위의 통신 자료를 취득하게 됨에도, 현행법상 집행 과정이나 그 이후에 객관적인 감독·통제 수단이나 감청자료의 처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패킷감청을 허용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 사건의 개요 국가정보원장은 청구외 김○윤의 국가보안법위반 범죄수사를 위하여 위 김○윤이 사용하는 휴대폰, 인터넷회선 등 전기통신의 감청 등을 목적으로, 2008년경부터 2015년경까지 법원으로부터 총 35차례의 통신제한조치를 허가받아 집행하였다. 위 통신제한조치 중에는 ‘○○연구소’에서 청구인 명의로 가입된 주식회사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인터넷회선(서비스번호: ○○○○, ID : ○○○)에 대한 2013. 10. 9.부터 2015. 4. 28.까지 사이에 6차례에 걸쳐 행해진 통신제한조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인터넷 통신망에서 정보 전송을 위해 쪼개어진 단위인 전기신호 형태의 ‘패킷’(packet)을 수사기관이 중간에 확보하여 그 내용을 지득하는 이른바 ‘패킷감청’이었다. 이에 청구인은 청구인 명의로 가입된 위 인터넷회선의 감청을 목적으로 하는 6차례의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법원의 허가, 이에 따른 피청구인 국가정보원장의 감청행위,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제7호, 제5조 제2항, 제6조가 청구인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영장주의, 적법절차원칙 등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16. 3. 29.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결정 요지 가.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법원의 허가는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한 소송절차 이외의 파생적 사항에 관한 법원의 공권적 법률판단으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국가정보원장의 감청집행은 이미 종료하였으므로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은 소멸하였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본안판단을 하는 이상 감청집행 행위에 대해 별도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실익도 없으므로, 이 사건 감청집행에 대한 심판청구도 부적법하다. 다. 인터넷회선감청은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흐르는 전기신호 형태의 ‘패킷’을 중간에 확보한 다음 재조합 기술을 거쳐 그 내용을 파악하는 이른바 ‘패킷감청’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를 통해 개인의 통신뿐만 아니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제한된다. 오늘날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됨에 따라 국가 및 공공의 안전, 국민의 재산이나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행의 저지나 이미 저질러진 범죄수사에 필요한 경우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는 전기통신에 대한 감청을 허용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인터넷회선 감청으로 수사기관은 타인 간 통신 및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는 통신자료까지 취득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법원의 허가 단계에서는 물론이고, 집행이나 집행 이후 단계에서도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관련 기본권 제한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입법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법은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 보충적 수사 방법으로 통신제한조치가 활용하도록 요건을 정하고 있고, 법원의 허가 단계에서 특정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의 범죄수사를 위해 그 대상자가 사용하는 특정 인터넷회선에 한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감청이 이루어지도록 제한이 되어 있다(법 제5조, 제6조). 그러나 ‘패킷감청’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넷회선 감청은 수사기관이 실제 감청 집행을 하는 단계에서는 해당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흐르는 불특정 다수인의 모든 정보가 패킷 형태로 수집되어 일단 수사기관에 그대로 전송되므로, 다른 통신제한조치에 비하여 감청 집행을 통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방대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특정 다수가 하나의 인터넷회선을 공유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법원이 허가한 범위를 넘어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의 통신자료뿐만 아니라 동일한 인터넷회선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인의 통신자료까지 수사기관에 모두 수집·저장된다. 따라서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개인의 통신자료의 양을 전화감청 등 다른 통신제한조치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따라서 인터넷회선 감청은 집행 및 그 이후에 제3자의 정보나 범죄수사와 무관한 정보까지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보관되고 있지는 않는지, 수사기관이 원래 허가받은 목적, 범위 내에서 자료를 이용·처리하고 있는지 등을 감독 내지 통제할 법적 장치가 강하게 요구된다. 그런데 현행 법은 관련 공무원 등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고(법 제11조), 통신제한조치로 취득한 자료의 사용제한(법 제12조)을 규정하고 있는 것 외에 수사기관이 감청 집행으로 취득하는 막대한 양의 자료의 처리 절차에 대해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현행법상 전기통신 가입자에게 집행 통지는 하게 되어 있으나 집행 사유는 알려주지 않아야 되고, 수사가 장기화되거나 기소중지 처리되는 경우에는 감청이 집행된 사실조차 알 수 있는 길이 없도록 되어 있어(법 제9조의2), 더욱 객관적이고 사후적인 통제가 어렵다. 또한 현행법상 감청 집행으로 인하여 취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범죄와 관련되는 범죄를 수사·소추하거나 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도 사용이 가능하므로(법 제12조 제1호) 특정인의 동향 파악이나 정보수집을 위한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의해 남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인터넷회선 감청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감청을 수사상 필요에 의해 허용하면서도, 관련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집행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경과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거나, 감청을 허가한 판사에게 감청 자료를 봉인하여 제출하도록 하거나, 감청자료의 보관 내지 파기 여부를 판사가 결정하도록 하는 등 수사기관이 감청 집행으로 취득한 자료에 대한 처리 등을 객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입법례가 상당수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인터넷회선 감청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 집행 단계나 집행 이후에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고 관련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범죄수사 목적을 이유로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신제한조치 허가 대상 중 하나로 정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인터넷회선의 감청을 허용하는 것은 개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사이의 법익 균형성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청구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지만, 단순위헌결정을 하면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한 수사를 행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범행의 실행 저지가 긴급히 요구되거나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의 수사에 있어 법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지는 위헌성은 인터넷회선 감청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으로 취득하는 자료에 대해 사후적으로 감독 또는 통제할 수 있는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있으므로 구체적 개선안을 어떤 기준과 요건에 따라 마련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리적인 내용으로 개정할 때까지 일정 기간 이를 잠정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 해설 헌법재판소가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송?수신하는 전기통신’에 대하여 감청을 허용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그 동안 일명 패킷감청‘이라 불리는 인터넷감청이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헌법재판소가 이와 관련하여 제동을 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사건 외에 패킷감청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 2011. 3. 29. 헌법소원심판이 청된 적이 있었다, 2011년 청구된 사건도 이 사건과 동일하게 법원의 허가와 국가정보원장의 집행행위 및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사건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2015. 9. 28. 청구인이 사망하자 소송종료선언을 하였다(헌재 2016. 2. 25. 2011헌마165).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지 4년이 지나 청구인이 사망하자 소송종료선언을 하여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청구된 지 2년 6개월도 되지 않아 선고를 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각하와 헌법불합치 선고가 함께 된 것으로, 법원의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허가는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므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안된다고 하여 각하를 하였고, 국가정보원장의 인터넷회선 감청행위는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보아 각하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 중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송?수신하는 전기통신’에 대하여 감청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만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은 “통신제한조치는 제1항의 요건에 해당하는 자가 발송·수취하거나 송·수신하는 특정한 우편물이나 전기통신 또는 그 해당자가 일정한 기간에 걸쳐 발송·수취하거나 송·수신하는 우편물이나 전기통신을 대상으로 허가될 수 있다.”라고 하여 우편물이나 인터넷회선을 통한 전기통신 또는 그 이외의 전기통신 등도 모두 통신제한조치의 대상이 된다. 즉 통신제한조치는 ‘우편물의 검열’이나 ‘전기통신의 감청’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은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송?수신하는 전기통신’에 대하여 감청을 허용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통신제한조치의 필요성은 인정을 하고 있다. 즉 오늘날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됨에 따라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여 의사 또는 정보를 송·수신하는 방법은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통신수단이 되었고, 인터넷을 활용하는 범행 계획과 실행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통신환경에서, 범죄수사에 필요한 경우에 통신기술의 발전에 상응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일정한 요건을 갖추는 경우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는 전기통신에 대한 감청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는 전기통신에 대하여 감청을 하는 경우 법원의 허가는 특정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를 대상으로 하여 이들이 특정 인터넷회선을 이용하여 송·수신하는 전기통신 중 범죄 관련 정보로 제한된다 하더라도,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감청 허가서에 기재된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의 통신자료뿐만 아니라 단순히 동일한 인터넷회선을 이용할 뿐인 불특정 다수인의 통신자료까지 수사기관에 모두 수집·저장되므로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해 취득하는 개인의 통신자료의 양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회선 감청은 감청대상자인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와 통신을 주고받는 제3자 외에 해당 인터넷회선을 단순히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인의 통신자료까지 수사기관에 취득되고, 오늘날 메신저,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한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물품구매, 금융거래, 영상물 시청, 게시글 등록, 블로그 활동 등 생활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터넷회선 감청이 감청 범위의 포괄성 면에서 다른 전기통신 감청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터넷회선 감청은 그 특성상 집행 단계에서 법원이 허가한 인적, 물적 범위를 넘어 감청으로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의 범위가 무한히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이로 인한 관련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집행 과정에서나 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라도 제3자의 정보나 범죄수사 목적과 무관한 정보까지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보관되고 있지는 않는지, 감청 집행을 통해 수사기관에 광범위하게 취득된 자료를 수사기관이 원래 허가받은 목적, 범위 내에서 제대로 이용·처리하는지 등을 감독 내지 통제할 법적 장치가 강하게 요구된고 보았는데, 통신비밀보호법이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 집행으로 취득하게 되는 막대한 양의 자료의 처리 절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보았다. 우리 법은 법원의 허가 단계에서는 법이 정한 통신제한조치의 요건을 구비하여 피의자, 피내사자별로 통신제한조치의 종류, 목적, 대상, 범위, 집행 장소, 기간 등을 특정하여 허가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집행 단계부터는 공무원 등의 비밀준수의무 및 일정 목적 외 취득한 자료의 사용 제한을 정한 것 외에 객관적 통제 장치를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보았다. 제3자 정보에 대한 통제 장치의 미비는 수사시관이 피의자나 피내사자 이외의 범죄와 관련없는 사람의 자료까지 수집하게 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한 관리 규정이 없으므로 제3자에 대한 정보를 특정인의 동향파악이나 개인정보수집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일명 패킷감청에 대하여 제3자 관련 정보의 처리와 관련하여 객관적인 통제 장치를 두고 있지 않은 것이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 것이다.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18-11-08
인터넷
정보통신
[판례해설] 인터넷상 타인 행세의 법률적 책임
-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7도607 판결 - 1. 공소사실 및 대상판결의 요지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서 피해자를 사칭하여 저속한 게시글들을 올림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1, 2심은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명예훼손죄란 어느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고하거나 진술할 때 성립하는 죄인데, 타인을 사칭하여 마치 피해자가 직접 작성한 것처럼 가장하여 게시글을 올리더라도 이는 피해자에 대한 사실을 드러내는 행위가 아니므로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취지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타인 행세는 적법한가 대상판결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전형적인 판결입니다. 대상판결은 언론보도와 블로그 등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피해자가 ‘일베’에 저속한 글들을 올리는 사람으로 보이면 명예가 훼손될 것은 뻔한 일인데, 어떻게 무죄가 선고될 수 있느냐며 분개하는 반응도 많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형사재판이 당연히 그러하듯'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일 뿐, 그러한 행위가 적법하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타인을 사칭하거나 저속한 글을 올리는 것이 나쁜 행동임은 누구나 아는바, 이를 대법원이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타인을 사칭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선 어떤 법적 대비책이 있을까요. 우선, 피해자 입장에서는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데(민법 제750조),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고(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은 그때 그때의 구체적인 사례에 있어서의 보통인을 기준으로 판단되므로(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2532 판결), ‘상식적으로 잘못된 행동은 곧 민사법원에서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타인을 사칭하는 것은 일종의 속임수이고, 기망이란 ‘위계’의 전형적인 태양입니다. 인터넷실명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닉네임을 사용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비방할 목적으로 타인을 사칭하는 것은 인터넷질서를 어지럽히는 부당한 행위로서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업무방해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검사는 명예훼손으로 고소가 되었더라도 업무방해죄로 기소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게시글이 제3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담고 있다면 - 명의를 사칭당한 피해자가 아닌 - 제3자를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제도에도 불구하고 타인 명의를 사칭해서 나쁜 행위(표현)을 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다면 결국 ‘입법’을 통해야 할 것입니다. 3. 판례로서의 의미 그런데 대상판결은 타인 명의 사칭에 대하여 처음 나온 판결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미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10112 판결에서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위 대법원판결은 대법원판결로서는 처음이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판결이 아니라 제1, 2심의 무죄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었습니다. 위 대법원판결은 법률신문을 비롯한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고 대법원홈페이지에도 소개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대법원판례와 어긋나는 판결을 하였으므로, 아무리 벌금 70만원 짜리 ‘고정(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사건이라지만 대법원으로서는 파기가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통일적인 법리해석은 대법원의 핵심기능이기 때문입니다(게다가 위 대법원판결과 대상판결의 주심대법관은 같은 분입니다). 대상판결은 판결이유에서 위 대법원판결을 적시한 다음 “그런데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라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는데, 주심대법관의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명예훼손
명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사칭
정보통신망법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18-07-19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상업적 이용허락의 범위를 넘은 초상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9. 20. 선고 2016가합569676 손해배상(기) 판결 이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모델업에 종사하는 원고들(2명)은 소외 A회사와 초상권사용허락계약을 체결하고 디지털 이미지에 사용될 사진을 촬영하였다. A회사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원고들의 디지털 이미지를 업로드하여 회원들의 이용에 제공하였다. 그 이용약관에는, 인물 콘텐츠는 사회의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비뇨기과/성형외과/산부인과광고 등에서 모델의 명예나 품위,인격권을 훼손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한 초상권의 잘못된 사용은 초상권 침해로 간주되어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성형외과,산부인과,비뇨기과 등에서 인물 콘텐츠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의료뷰티’로 검색하여 나오는 검색결과의 콘텐츠만 사용해야 하고 그 경우에도 Before &After에의 사용은 제외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 성형외과 운영자들(5명)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위 이용약관을 위반하여 ‘의료뷰티’로 검색하여 나오지 않는 원고들의 콘텐츠를 게재하여 해당 성형수술이나 시술 광고에 활용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초상권 침해 및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위 약관규정에 위반하여 원고들의 인물 콘텐츠를 자신들의 성형외과 광고를 위한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사용한 행위는 원고들이 촬영 당시에 허용한 공표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원고들의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고, 광고의 내용도 원고들이 해당 수술이나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어서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판단하고 원고들의 위자료청구를 일부인용(500만원 ∽1,000만원)하였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초상권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은 없으나 헌법상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제10조)에 근거하는 일반적 인격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법원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초상권은 우리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4다16280 판결 등) 초상권은 사람의 얼굴이나 용모 또는 신체적인 특징 등 개인의 동일성을 파악할 수 있게끔 하는 모든 가시적인 개성들에 대해 그 개인이 가지는 일체의 이익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함부로 얼굴을 촬영당하지 않을 권리인 촬영거절권으로서의 초상권과 촬영된 초상 사진, 작성된 초상의 이용거절권으로서의 초상권이 인정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다. 그러나 초상의 이용에 대하여 초상 본인이 가지는 재산적 이익, 즉 헌법 제23조가 규정하는 재산권으로서의 초상권(소위 퍼블리시티권)에 대해서는 법적 권리로 인정하는 법률이나 대법원 판례는 없다. 학설이나 일부 하급심 판례에서 인정된 퍼블리시티권이라 함은 사람이 그가 가진 성명, 초상이나 기타의 동일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말하며 일신전속적인 인격권과 달리 이 권리는 재산권의 성격을 가지므로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A회사와 초상권사용허락계약을 체결하면서 A회사가 원고들의 사진을 사용하여 디지털 이미지를 제작한 후 판매하는 대가로 소정의 반대급부를 받았다. 이는 위 계약을 체결할 때 원고들은 자신들의 초상권을 재산권으로 인식하고 거래했음을 의미한다. 대법원이 재산권으로서의 초상권을 인정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거래계에서는 이미 무체재산권으로 관념되어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초상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초상을 영업에 이용할 경우 현재 대법원은 인격권 침해의 측면에서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고 나아가 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직접적으로 심리의 대상이 된 적은 없다 한편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A회사와 체결한 계약 내용에 원고들의 디지털 이미지 판매시에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음란한 방법 등으로 유통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제한을 둔 점은 초상권의 인격권적 측면(이용거절권능)을 드러낸 것이다. 즉 원고들이 자신들의 디지털 이미지를 재산권으로 인식하고 A회사에 양도했더라도 그 이용 여부와 범위를 결정할 수 있는 포기,양도불가능한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은 여전히 원고들이 보유하는 점에서 일반 상품 거래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결국 이 판결은 초상권자가 자신의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도록 허락했더라도 그 이용 범위를 초과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의미있는 판결이다. 도규삼 변호사
허위사실
성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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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미지
모델
초상권
도규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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