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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와 무관한 포괄적 압수물의 증거능력
국방부 조사본부는 방위사업청 소속 군인이 방위사업체 직원 甲, 乙로부터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제1영장)을 발부받아, 甲의 외장하드 및 乙의 업무서류철을 압수하였다. 한편, 기무사는 별도로 A회사 직원 丙이 Y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하였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제2영장)을 발부받아, Y사업 관련 군사기밀뿐 아니라 다른 방산물자 관련 자료를 다수 압수하였다. 기무사는 수사과정에서 제1영장에 의해 압수된 甲의 외장하드에 丙이 작성한 관련문서가 저장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조사본부에 요청하여 제1영장 압수물을 열람 후 丙에 대한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제1영장 압수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제3영장)을 발부받아, 제1영장 압수물 중 Y사업 관련 군사기밀이 담긴 전자정보 및 서류의 사본을 압수하였고, 이를 기초로 甲, 乙이 丙과 공모하여 Y사업 관련 군사기밀 탐지·수집·누설하였다는 범죄혐의까지 수사를 확대하였다. 기무사는 丙에 대해 발부된 제3영장으로 丙과 무관한 甲, 乙에 대한 자료들까지 압수한 것은 위법함을 인지하여 제3영장 압수물 중 丙과 관련된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압수물을 甲, 乙에게 환부한 후 곧바로 미리 발급한 압수·수색영장(제4영장)에 의해 다시 압수하였고, 甲, 乙, 丙을 군사기밀보호법위반으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해, 1심 및 서울고등법원은 위 4차례의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은 모두 위법하고, 그 절차를 통해 수집된 압수물과 이를 기초로 수집된 관련자 진술 등 2차적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제1영장 집행의 경우 甲이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제외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수사관이 키워드 검색 등 유관정보를 선별하려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외장하드 자체를 압수하여 반출한 점은 위법하고, 업무 서류철의 경우 각 서류의 표지만으로도 작성자가 乙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하고, 업무철로 된 서류 전체를 압수하였으며, 압수 이후에도 압수된 서류와 뇌물수수 혐의 사이의 관련성을 전혀 조사하지 아니한 채 계속 보관한 점은 위법하고, 제2영장 집행의 경우 Y사업 관련 문건 외 다른 문건 다수를 압수한 것은 압수대상을 벗어난 압수로서 위법하고, 제3영장 집행의 경우 제1영장에 의해 위법하게 압수된 압수물의 추가 압수는 그 자체로 위법하며, 기무사 수사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찾아가 압수물을 열람한 행위는 수색에 해당하므로, 최초 피압수자인 甲, 乙의 동의 및 참여 없이 이를 열람하는 것은 위법한 수색이고, 제4영장 집행의 경우 제1, 3영장에 의한 위법한 압수물을 재압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하고, 위법한 압수물에 대하여 추가적인 제4영장을 미리 발부받아 놓은 다음, 압수물을 환부한 후 곧바로 재압수하는 것은 절차를 지킨 것처럼 외양을 갖춘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하면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 해당정보들이 위법하게 수집·탐지·누설된 것인지 증명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甲, 乙, 丙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수사기관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반출하거나 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파일 전부를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현장의 사정이나 전자정보의 대량성으로 관련 정보 획득에 긴 시간이 소요되거나 전문 인력에 의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처럼 저장매체 자체 또는 적법하게 획득한 복제본을 탐색하여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일련의 과정 역시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의 일환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경우의 문서출력 또는 파일복제의 대상 역시 저장매체 소재지에서의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함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과 형사소송법 제114조, 제215조의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하다. 따라서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반출된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가 된다. 또한 서류에 대한 압수수색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압수·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것에 한하여 압수수색할 수 있다(대법원 2016도13489 판결). 이 사건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목적 달성을 위해 압수·수색함에 있어, 수사상 편의로 수사대상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 저장장치, 서류철까지 전부 압수 후 장기간 보관하면서,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들은 물론 그 증거들에 기초하여 수집된 2차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이 사건 판결은 향후 이러한 위법한 압수·수색 관행을 억제하게 함으로써 수사기관이 증거수집 과정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충실히 따를 것을 요구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증거능력
방위사업
압수
위법수집증거
군사기밀보호법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9-09-25
형사일반
[판례해설] 체포영장에 의한 타인의 주거 등 수색
헌법재판소는 2018. 4. 26.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경우 필요한 때에는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사건의 개요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집행부의 주도로 2013. 12. 9.부터 ‘철도산업 발전방안 철회’를 요구하는 대정부 파업을 진행하였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철도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집행부 10여명이 경찰의 소환조사요구에 불응하자 2013. 12. 16.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 경찰은 2013. 12. 22. 09:00경부터 11:00경까지 사이에 위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하여 경향신문사 건물 1층 로비 출입구와 민주노총 사무실 출입문을 부수고 수색하였으나, 이들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청구인(2015헌바370 사건)과 제청신청인(2016헌가7 사건)은 위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 과정에서 철도노조 소속 조합원 등 수백 명과 공모공동하여 다중의 위력을 보이고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상태로 경찰관들을 폭행·협박하여 그들의 체포영장 집행에 관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청구인은 항소심 계속 중 위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의 근거가 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제청신청인은 항소심 계속 중 위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결정 요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인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명확성 원칙 위배여부와 영장주의 위배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명확성 원칙과 관련하여 심판대상조항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는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였고,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에 들어가 피의자를 찾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피의자 수사’는 ‘피의자 수색’을 의미함을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다고 하면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영장주의와 관련하여서는 헌법 제16조가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장소에 범죄혐의 등을 입증할 자료나 피의자가 존재할 개연성이 있고,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심판대상 조항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별도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이 있으면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보면서, 이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인정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났다고 보았다. 해설 우리 헌법은 영장에 대하여 신체의 자유와 관련하여 제12조 제3항에서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6조에서 주거의 자유와 관련하여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주의와 관련하여 헌법 제12조 제3항은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사전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거의 자유와 관련하여 헌법 제16조에서는 사전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헌법재판소가 이번 결정에서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에 있어서도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현행범인 체포나 긴급체포 또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이 인정되고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영장없이 타인의 주거 등에 대하여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 제16조 주거의 자유에 대해서는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해석을 통하여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소명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영장없이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았는데, 첫째 피의자가 그 장소에 소재할 개연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둘째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이례적으로 헌법 조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헌법개정의 필요성을 적시하였는데, 현행범인 체포, 긴급체포, 일정 요건 하에서의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도 헌법 제16조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하는 것으로 헌법조항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결국 헌법 제16조에 의하여 피의자 체포를 위하여 타인의 주거 등에 대한 수색에 있어서 사전영장주의가 적용되는데, 헌법 제16조에는 사전영장주의에 대한 예외가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해석을 통하여 인정될 수 있으나 심판대상 조문은 이러한 예외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형사소송법
체포
체포영장
영장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18-05-04
형사일반
[판례해설] "마약 피의자가 제출한 모발·소변, 그 자리서 봉인 안했다면…"
-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4222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 1. 사건의 개요 가. 피고인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징역 10월의 형을 복역하고 2015년에 만기 출소하였는데, 2016. 8.말 경 피고인의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이 발부되었다. 나. 피고인은 2016. 9. 26. 서울OO경찰서에 자진 출석하여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고, 경찰관으로부터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고 이에 동의하였다. 다. 경찰관은 조사실에서 아퀴사인 시약으로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필로폰 성분이 있는지를 검사하였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경찰관은 그 직후 소변을 증거물 병에 담고 봉인용 테이프로 붙이지 않은 채 조사실 밖으로 가지고 나갔고, 피고인의 머리카락도 뽑은 후 그 자리에서 별다른 봉인 조치를 하지 않고 조사실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경찰관은 조사실 책상 위에는 컴퓨터와 수사서류가 있는 등 공간이 협소하여 불편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 책상에서 소변을 밀봉하고, 모발채집종이에 머리카락을 붙였다고 말했다). 라. 경찰관은 조사실 밖에서 봉인하여 가져온 소변·머리카락 봉합지에 피고인의 날인을 받았고, “직접 저의 소변과 모발을 채취하여 봉합지에 넣어 날인하였습니다.”라고 기재된 소변모발채취동의서에 피고인의 무인을 받았다. 마. 서울OO경찰서는 2016. 9. 27. 위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반환하고, 같은 날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마약성분 검출 여부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였는데,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감정결과가 회신되었다. 바. 피고인은 “2016. 9. 17.부터 같은 달 26.까지 사이 알 수 없는 시간에 서울, 인천 또는 천안시 동남구의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알 수 없는 양의 메트암페타민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투약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위 감정결과가 필로폰 투약 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이다. 2. 하급심의 판단 ㉮ 서울OO경찰서가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무렵에는 다른 마약 관련 피의자의 시료가 없었고, ㉯ 서울OO경찰서가 2016. 9. 19.부터 같은 달 30.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소변·머리카락의 감정을 의뢰한 내역은 1건만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경찰관이 봉인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소변·머리카락으로 바꿔치기를 하거나 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소변·머리카락을 훼손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1심에서 징역 1년 6월이 선고되었고, 피고인이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항소하였으나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3. 대상 판결의 내용 ① 피고인은 필로폰 투약혐의로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 혐의를 부인하며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로 제출하였는데,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대한 아퀴사인 시약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고, ② 피고인의 눈앞에서 소변과 머리카락이 봉인되지 않은 채 반출되었음에도, 그 후 조작·훼손·첨가를 막기 위하여 어떠한 조처가 행해졌고 누구의 손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으며, ③ 감정물인 머리카락과 소변에 포함된 세포의 DNA 분석 등 감정물이 피고인의 것임을 과학적 검사로 확인한 자료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물이 피고인으로부터 채취한 것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위 감정결과의 증명력은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원심 파기). 4. 대상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과학적 증거방법이 사실인정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지려면, ㉠ 감정인이 전문적인 지식·기술·경험을 가지고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을 하였어야 할 뿐만 아니라, ㉡ 시료의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하며, 각 단계에서 시료에 대한 정확한 인수·인계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유지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77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였다. 대상 판결의 원심은, 위 ㉮, ㉯의 사실 및 ㉰ 경찰관이 피고인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건네받아 피고인이 없는 다른 장소에서 봉인하여 피고인에게 다시 가져왔음에도 피고인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밀봉된 봉합지 위에 날인하였고, ㉱ 피고인이 위 감정결과를 알게 된 후 출석을 거부하다가 2016. 11. 25.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된 후 위 감정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머리카락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한 사실 등에 근거하여, 경찰관이 봉인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소변·머리카락으로 바꿔치기를 하거나 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소변·머리카락을 훼손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반하여 대상 판결은,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대한 아퀴사인 시약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점 등에 비추어 위 ㉮∼㉱의 사정만으로는 시료의 동일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봉인 조치가 피고인의 눈앞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시료의 동일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정인데, 검사가 그 의문점을 해소하는 증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상 판결의 원심이 내세운 위 ㉮, ㉯의 사정만으로는 시료를 봉인하는 과정에서 바꿔치기나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된다고 할 수 없는데, 대상 판결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하게 검사의 이 부분 증명부족을 지적하면서, 감정의뢰 대상물인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봉인 조치가 피고인의 눈앞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의 시료의 동일성 인정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증거
증거능력
훼손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03-09
인터넷
[판례해설]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 서울고등법원 2017. 6. 13. 선고 2017노23 판결 - - 서울고등법원 2017. 7. 5. 선고 2017노146 판결 - 최근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성’이라는 동일한 쟁점에 대하여 서로 다른 결론의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는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사건에도 유사한 쟁점이 거론되는 등 IT법이나 증거법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에, 두 판결의 관련 내용을 분석ㆍ검토하고자 한다. 두 판결의 사실관계는 복잡하고 쟁점도 많지만, 여기서는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성’ 쟁점의 사실관계에 한정하여 2017노23 판결을 근거로 살펴본다.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피고인 차량에서 압수수색한 USB 안에 들어 있던 안티포렌식 처리가 된 파일을 복호화하였고, 그 결과 중국 내 서버가 있는 시나닷컴(sina.com)의 피고인의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취득하였다. 이후 수사기관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위 ‘시나닷컴 이메일 계정 내 편지함 등에 송ㆍ수신이 완료되어 저장되어 있는 내용 등’을 압수할 물건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사무실 내 PC’를 수색할 장소로 특정하여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인의 압수수색 참여 기회 부여를 조건으로 하여 영장을 발부하였다. 수사기관은 한국인터넷진흥원 직원의 참여로 피고인 이메일 계정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로그인한 후 이메일 15건을 추출하여 출력ㆍ저장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a) 시나닷컴 서버는 대한민국의 형사재판관할권이 미치지 않아 영장의 효력이 미치지 않기에 수사관의 접속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정당한 권한 없는 접근에 해당하고, b) 수사기관은 효력 없는 영장을 근거로 피고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였는바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행위이며, c) 외국계 이메일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가져오기 위하여 외국계 이메일 서버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고인의 계정 및 비밀번호를 입력한 것은 법질서 전체의 체계에 비추어 위법한 것이기에, 결론적으로 외국계 이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하고, 이를 통하여 취득한 이메일 내용은 위법성이 중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2017노23 판결의 내용] 2017노23 판결은, 형사소송법의 압수수색은 대물적 강제처분으로, 디지털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이메일서비스이용자의 이메일 계정에 대하여 접근수단(아이디, 비밀번호)을 확보하였음을 기화로 그 디지털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제3자의 장소인 해외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서버에 대하여 압수수색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대물적 강제처분인 압수수색의 효력을 아무런 근거 없이 확장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로서 ① 수사기관이 외국 이메일서비스이용자로부터 이메일 계정에 관한 접근수단을 확보하였음을 기화로 해당 이메일 계정에 접근하여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이 상정하고 있는 압수수색의 방법은 아닌 점, ② 전기통신의 경우에는 해당 전기통신을 소지 또는 보관하고 있는 기관 등을 상대로 해당 전기통신에 대하여 이루어질 것을 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107조의 규정에 저촉하는 점, ③ 본건과 같은 압수수색을 허용한다면 압수수색이 피고인 등의 주거지 외에서 이루어질 경우 해당 주거주 등이 참여하도록 정하고 있는 제123조의 규정을 실질적으로 회피하는 점, ④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수집된 증거의 원본성이나 무결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없는 점, ⑤ 제120조 제1항에서 ‘압수ㆍ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건정을 열거나 개봉하여 압수수색하는 장소 또는 대상물이 해외에 존재하여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경우까지 영장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2017노146 판결의 내용] 2017노146 판결에서는 적법하게 알아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법관의 영장에 기하여 취득한 외국계 서버 저장 이메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그 근거로, ① 피고인이 외국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전자정보를 취득한 후 이를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바, 수사기관이 피고인을 갈음하여 해외 서버에 접속ㆍ취득하여 압수수색하는 것은 적법한 점, ② 실제 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영장에 기재된 국내의 수색장소에서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이메일 등을 취득하였는바, 외국 사법권 침해나 국제 관할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알아낸 피고인들의 아이디 등을 입력하는 것은 제120조 제1항의 ‘기타 필요한 처분’에 해당하고, 적법하게 취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전자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수단과 목적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므로 제120조 제1항의 ‘압수ㆍ수색영장의 집행에 필요한 처분’에 해당한다는 점, ④ 이메일 계정의 이용자가 임의로 제3자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주어 해당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고 그것이 서비스제공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로 보기 어려운 점, ⑤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취득한 이메일 등의 압수 과정에서 피압수자 및 전문가 등의 참여 하에 봉인, 암호 설정, 해시값 산출 및 확인 등의 방법을 통해 동일성과 무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판례해설] 미국에서도 영장의 역외 적용에 대하여 상반되는 판결이 존재한다. MS 사건의 경우 2016년 7월 제2 순회 항소법원은 미국 정부가 아일랜드 소재 서버에 저장된 고객 이메일 정보를 MS에게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지만, 2017년 2월에 있었던 구글 사건의 경우 펜실버니아 동부 주법원은 구글에게 해외 서버에 있는 고객의 이메일에 대한 미국 연방수사국의 압수수색영장에 응하라고 판단하였다. 구글의 경우 이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정기적으로 이용자의 데이터를 해외의 한 데이터센터에서 다른 데이터센터로 옮기고 있으며, 이런 이동은 고객의 접근권이나 소유권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MS 사건과 다른 결론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본건은 미국의 사안과 비교하여, 압수수색대상인 이메일이 해외 서버에 존재한다는 점은 유사하나, 미국 사안은 이메일서비스제공자를 통하여 이메일을 압수수색하고자 한 반면 본 사안은 이미 파악한 이용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압수수색하는 점이 상이하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의 두 판결은 형사소송법의 여러 조문이나 원칙에 대하여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첫째, 본건의 직접적인 적용 조문인 제107조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압수는 해당 전기통신을 소지 또는 보관하고 있는 기관 등을 상대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바, 본건과 같이 이메일서비스제공자를 상대로 하지 않은 압수는 위법하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피고인이 스스로 아이디 등을 입력하여 이메일을 취득하여 임의로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본건과 같이 수사기관이 전문가 참여 하에 아이디 등을 입력하여 이메일을 취득하는 것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보았다. 둘째, 외국 사법권 침해나 국제 관할위반 등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압수수색은 대물적 강제처분인바, 압수대상인 이메일이 해외의 서버에 존재하는 경우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온라인을 통해 해당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이메일 등을 취득하는 등 전 과정이 국내의 수색 장소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외국 사법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셋째,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이메일을 취득하는 것이 제120조 제1항의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건정을 열거나 개봉하여 압수수색 하는 장소 내지 대상물이 해외에 존재하여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해외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해외 서버에 대하여까지 영장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영장 집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로서 그 수단과 목적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므로 제120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넷째, 증거의 원본성ㆍ무결성 담보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이루어졌는바 원본성과 무결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압수 과정에서 피압수자 및 전문가 등의 참여 하에 봉인, 암호 설정, 해시값 산출 및 확인 등의 방법을 통해 동일성과 무결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섯째, 개인정보보호법 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2017노146 판결은 임의로 제3자에게 이메일 아이디 등을 알려 주어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서비스제공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라고 보기도 어려운바 영장을 통해 정당한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제3자인 수사기관이 서버에 접속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017노23 판결은 제107조 등의 조문에 보다 충실한 법해석을 했지만, 2017노146 판결이 IT 현실에는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107조는 압수 처분의 상대방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압수물을 규정한 것이고, 압수 처분의 상대방은 IT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유연하게 해석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향후 클라우드 환경 등이 일반화될 것을 고려하면, 본 쟁점은 IT법적으로나 형사소송법적으로 매우 중요한바, 이번 고등법원의 상이한 두 판결을 기반으로 하여, 보다 합리적인 결론이 대법원에서 도출되기를 바란다.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서버
증거
국가정보원
김경환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2017-09-12
노동·근로
판례해설 - 단체교섭절차 중 교섭창구단일화에 관한 두 가지 쟁점
1. 사실관계 갑은 A기획이라는 상호로 상시근로자 21명을 사용하여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대행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이다. 위 A기획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2014. 10. 10. A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한편,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은 2010. 2. 26. 설립되었고 하부조직으로 2014. 9. 15. 설립된 일죽지부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하부조직인 일죽지부장 을은 2014. 9. 30. 갑에게 수신인을 "외주사"로 표기한 단체교섭 요구서를 팩스로 전송하였고, 2014. 10. 2.에는 갑의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여 팩스로 전송한 위 단체교섭 요구서 원본을 전달하였다. 갑은 2014. 10. 7. 일죽지부장 을에게 위 수신인 표기를 "A기획"으로 정정하여 다시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고, 일죽지부장 을은 2014. 11. 5. 갑의 사무실을 다시 방문하여 수신인을 "A기획 대표이사"로 기재한 단체교섭 요구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위 요청일과 보정일 사이인 2014. 10. 10. A기획에서는 기업별 노조인 A노동조합이 결성된 것이다. A노동조합은 2014. 11. 6. 갑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갑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함) 제29조의 2에 따라 2014. 11. 13. A노동조합 및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이 교섭요구 노동조합임을 확정·공고하였다. 그런데, 자율적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정하지 못하자 A노동조합은 2014. 11. 28. 사용자인 갑에게 자신이 과반수 노동조합임을 통지하였고, 갑은 A노동조합을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공고하였다. 그러자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은 2014. 11. 28.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A노동조합이 과반수 노동조합이 아니라면서 이의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 주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과반수 노동조합의 결정은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5 제1항에 따라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확정하여 공고한 날의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하는 바, 사용자인 갑이 2014. 9. 30. 팩스로 교섭요구를 받고도 이를 제때 공고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이 팩스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2014. 9. 30.부터 일주일이 지난 2014. 10. 8.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공고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A노동조합은 2014. 10. 10. 설립되었으므로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이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공고된 2014. 10. 8.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아니하였다. 따라서,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이 이 사건 과반수인 노동조합이다"라고 결정하였다. 갑은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동일한 이유를 들어 재심신청을 기각하자, 갑은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은 모두 과반수 노동조합의 결정 기준일인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공고일'은 사용자가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실제로 확정·공고한 날이 아니라,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을 경우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확정·공고되어야 하는 날로 보아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규범적 해석에 따른'교섭요구 노동조합이 확정·공고되어야 하는 날'은 언제인가? 이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으로부터 서면 교섭요구를 받은 날 바로 이를 공고하였다면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공고되어야 하는 날이며, 당해 교섭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의 공고기간이 지난 다음날이다(시행령 제14조의5 제1항). 그런데, 위 해석 기준을 놓고 본건 사례에서는 그 적용에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예컨대, ① 일죽지부장 을이 단체교섭 요구서를 팩스로 전송한 2014. 9. 30.로부터 7일이 지난 다음날(2014. 10. 7.의 다음날인 2014. 10. 8.)이 될 수도 있고, ② 일죽지부장 을이 전송한 팩스의 원본을 갑에게 직접 건넨 2014. 10. 2.로부터 7일이 지난 다음날[원래는 2014. 10. 9.의 다음날인 2014. 10. 10.인데, 이날은 공휴일(한글날)이므로 2014. 10. 10.의 다음날인 2014. 10. 11.]이 될 수도 있으며, ③ 사용자인 갑의 요구에 따라 일죽지부장 을이 원본 내용 중 일부를 보정해 다시 제출한 2014. 11. 5.로부터 7일이 지난 다음날(2014. 11. 12.의 다음날인 2014. 11. 13.)이 이 사건에서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각 기준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 시행규칙 제10조2에 기초하여 수신자는 필수적 기재사항이 아니므로, 일죽지부장 을이 보정한 요구서를 다시 제출한 ③ 2014. 11. 13. 은 결정 기준일이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과반수 노동조합의 결정 기준일은 ① 2014. 10. 8. 또는 ② 2014. 10. 11.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판결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할 때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는 시행령 제14조의2 제2항 규정에서 '서면'에는 팩스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일은 다툼의 여지가 없이 명확해야 하는데 팩스는 전송해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법률관계를 불명확하게 하고, 이는 이메일 등에 의한 해고통지의 효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실무 태도와도 부합하며, 문리해석상 서면은 종이로 된 문서를 뜻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종이가 전달된 2014. 10. 2.을 기준으로 계산한 ② 2014. 10. 11.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공고일이 되어야 하는 날'로 보았다. 2014. 10. 11.을 기준으로 할 때, 당시 A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의 그것보다 다수이므로, 과반수 노동조합은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이 아닌 A노동조합이 된다. 반면,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서 단체교섭 요구서를 팩스로 보내도 무방하다고 판단하였다. 전달 여부의 불명확성은 팩스를 전송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려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면 그만이고, 사용자인 갑은 2014. 9. 30.자 단체교섭 요구서를 팩스로 받았다고 자인(自認)하였으며, 시행령 제14조의2 제2항은 서면의 전달방법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단체교섭 요구내용이 기재된 서면을 반드시 종이로 교부해야 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는 게 그 주된 논지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2014. 9. 30.을 기준으로 계산한 ① 2014. 10. 8.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공고일이 되어야 하는 날'로 판시하였다. A노동조합은 2014. 10. 10. 비로소 설립되었으므로 2014. 10. 8.을 기준으로 할 때, 당시 전국톨게이트노동조합이 유일한 노동조합이고 과반수 조합원을 보유하였으므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옳다고 본 것이다. 3. 판례해설 대상판결에는 두 가지 쟁점이 존재한다. 하나는「단체교섭 요구서를 서면으로 직접 전달해야 하느냐, 아니면 팩스로 전송해도 되느냐」이고, 다른 하나는「과반수 노동조합의 결정기준일인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공고일을 실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일로 볼 것이냐, 아니면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을 경우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확정?공고 되어야 하는 날로 볼 것이냐」이다. 첫 번째 쟁점과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해고사유를 서면이 아닌 이메일로 통지한 사건에서 "근로자가 이메일을 수신하는 등으로 내용을 알고 있는 이상,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해고사유 등을 서면 통지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 취지를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로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있다"고 판시하였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5.9.10. 선고 2015두41401 판결). 이 사건에서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존부,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특정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팩스에 의한 통지도 서면에 의한 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두 번째 쟁점과 관련하여 비록 하급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기 위한 조합원수의 산정기준일은 '실제로 확정공고를 한 날'이 아닌, '확정공고를 했어야 하는 날'이라고 판단한 선례가 있다. 즉,"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기준일이 언제인가에 따라 어느 노동조합이 과반수 노동조합인지가 결정되므로 그 기준일은 엄격하게 특정일로 확정될 수 있어야 하는데, 만약 실제로 확정공고를 한 날을 기준일로 삼는다면 사용자가 자의적으로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기준일을 정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고, 결국 노동조합 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대전지방법원 2013. 4. 17.선고 2012가합35037). 대상판결의 사용자 갑은 최근 상고를 하였으므로, 결국 팩스에 의한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가 적법한지, 과반수 노동조합의 결정기준일에 대한 최종 해석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서면의 직접 교부나 우편송달 방법에 의한 전달만으로 제한 해석할 것인지, 이메일 사례뿐만 아니라 팩스에 의한 전달까지 노동법의 통지 방식을 넓힐 것인지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노동조합
단체교섭
2016-07-19
형사일반
판례해설 - 최초의 위법한 압수절차와 2차적 증거수집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않는다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없어
대상판례 :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위법한 절차에 의하여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은 원래 미국의 판례에 의하여 형성된 증거법칙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판례에 의하여 인정되어 오다가 2007년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명문으로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추상적으로 되어 있어 그 구체적인 내용과 적용범위는 여전히 판례에 맡겨져 있다. 다만, 그 인정범위는 종래 해석론에만 의존할 때와 비교하여 한층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에서 처음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이 인정된 사례는 1914년 Weeks v. United States 사건에서 위법한 압수 ? 수색에 의한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배제한 경우이다. 진술증거의 경우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관한 수정헌법 제6조 위반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배제한 Escobedo v. Illinois 사건(1964년)이다.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여야 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위법수사의 억제와 이를 통한 인권 보장에 있다. 이를 위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毒樹)에 의하여 발견된 제2차 증거(毒果)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독수독과(Fruit of the poisonous tree)론이 Wong Sun v. United States 사건(1963년)에서 받아들여졌다. 이와 같이 1960년대 진보적 경향의 미국 연방대법원 시절에 꽃을 핀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은 1970년대 이후 사회의 보수화와 함께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측면에서 상당 부분 수정이 가해졌다. 독립된 증거 확보의 기초가 존재한다면 위법수집증거와의 인과관계가 단절되므로 파생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논리가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법원 1990. 8. 24. 선고 90도1285 판결에서 검사가 변호인의 접견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는 동안에 작성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위 판례에서는 증거능력을 부정한 이유나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아니하였는데,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586 판결에서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핵을 이루는 것으로서 변호인과의 접견교통이 위법하게 제한된 상태에서는 실질적인 변호인의 조력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위법한 상태에서 얻어진 피의자의 자백은 그 증거능력을 부인하여 유죄의 증거에서 배제하여야 하며, 이러한 위법증거의 배제는 실질적이고 완전하게 증거에서 제외함을 뜻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인정하였음을 명백히 하였다. 다만, 진술증거와는 달리 증거물의 경우에는 그 압수절차가 위법하더라도 물건 자체의 성질, 형상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어서 형상 등에 관한 증거가치에는 변함이 없다는 이유로 여전히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가(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3318 판결),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판례를 변경하여 진술증거뿐만 아니라 증거물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나아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법한 압수절차로 수집한 압수물은 물론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도 부정하여 독수독과의 원칙을 받아들였다. 다만,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고, 2차적 증거의 경우에도 원래의 위법절차와 2차적 증거 수집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거나 희석되었다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사건은 조세포탈 피고사건으로 피고인의 사무실에서 압수된 USB에 담긴 영업실적표의 증거능력이 문제된 사안이다. 위 영업실적표는 당초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혐의사실과는 무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검사는 피고인의 동생을 검사실로 불러 압수물건 수령서 및 승낙서를 작성하도록 한 다음 이를 검사실에 있던 세무공무원에게 제출하도록 하여 마치 문제의 USB를 반환받아 임의로 세무공무원에게 제출한 것처럼 하였으나, 실제로는 위 USB가 반환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심은 피고인의 동생이 검사로부터 USB를 환부받았는데, 동석한 세무공무원으로부터 세무조사 협조를 위하여 제출할 것을 요구받자 이를 임의로 제출하였다고 사실인정을 한 다음 그렇다면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USB가 압수되었다는 절차 위반행위와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는 전제 아래 영업실적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이와는 달리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최초의 절차 위반행위와 최종적인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USB 및 그에 저장된 영업실적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다(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설령 피고인의 동생이 USB를 반환받아 세무공무원에게 제출하였더라도 그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영업실적표와는 무관하게 수집되었거나 영업실적표와 인과관계가 단절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도 공소사실과 관련한 객관적 사실관계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원심의 잘못된 판단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본 대상판례는 최초의 위법한 압수절차와 2차적 증거수집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않는다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독수독과의 원칙과 예외를 구체화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원심은 문제의 USB에 담긴 영업실적표에 기하여 참고인들의 검찰에서의 진술과 법정에서의 증언, 월별집계표 등 관련 서류가 수집되었다고 판시하였음에도, 대법원은 이들 증거가 문제의 영업실적표와는 무관하게 수집되었거나 영업실적표와 인과관계가 단절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으나, 그 구체적인 근거나 이유에 대한 설시가 없는 점이 아쉽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독수독과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 원래의 위법절차와 2차적 증거 수집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거나 희석된 경우를 들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의미나 적용범위에 관하여는 여전히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법수집증거
증거능력
조세포탈
2016-04-12
민사소송·집행
판례해설 - 사외이사의 근무장소와 보충송달의 의미, 소송대리인의 대리권 존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절대적 상고이유에 해당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2다16063 판결 대상판결은 민사소송의 피고가 비상근이사, 사외이사 또는 비상근감사로 이름만 올려둔 회사 사무실은 지속적인 '근무장소'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곳으로 소장 부본을 보낸 것은 송달로서 부적법하고, 피고가 자신의 1, 2심 변호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위임하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을 상고이유로 삼은 경우, 소송위임을 받은 것인지 의심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면 소송대리권의 흠결에 대하여 조사해 보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파기환송). 그 사안은 다음과 같다. B사는 A사 주식 26억여원 어치를 샀다가 A사가 상장 폐지돼 손해를 보자 A사의 비상근이사, 사외이사 또는 비상근감사인 황씨 등 9명을 상대로 "사업보고서에 재정상태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는 바람에 본 투자손해를 입었으니 대신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을 접수한 1심 법원은 소장 부본을 A사 본점 소재지로 보냈고 A사 직원이 이를 수령하면서 소송이 진행됐다. B사는 1,2심에서 승소했지만, 뒤늦게 소송 사실을 알게 된 황씨 등 6명(이하 '피고들')은 대법원에 상고하며 "생업이 따로 있어 A사에 상주하지 않는데도 법원이 소장 부본을 A사로 보내는 바람에 소송 진행 사실을 몰랐고 변론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1,2심 변호사에게 소송대리권도 위임하지 아니하였다"라고 주장했다. 대상판결은 민사소송법 제183조 제2항에 규정된 '근무장소'는 현실의 근무장소로서 고용계약 등 법률상 행위로 취업하고 있는 지속적인 근무장소라고 해석하고,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적법한 송달이 아니라고 보았다. 이 사건의 경우 ①피고들은 모두 A사의 비상근이사, 사외이사 또는 비상근감사인데 다른 주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점, ②A사의 법인등기사항증명서에는 피고들의 주소가 등재되어 있지 아니한 점, ③원고는 소장에 피고들의 주소를 A사 본점 소재지로 기재하였고 제1심은 피고들에 대하여 소장 부본을 본점으로 송달하여 A사 직원이 이를 수령한 점에 비추어 보면, A사는 다른 주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외이사 등의 직에 있는 피고들에게 지속적인 근무장소라고 할 수 없으므로, 민사소송법 제183조 제2항에 정한 '근무장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위 직원이 피고들에 대한 소장 부본을 본점 소재지에서 수령한 것을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2항의 보충송달로서 효력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피고들의 대리인이 적법한 소송대리권을 위임받았는지에 대하여 심리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소송대리인의 대리권 존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사실심에서 변론종결시까지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하는 사항을 상고심에서 비로소 주장하는 경우에 그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하는 사항은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포함되므로, 소송대리권 수여에 흠이 있는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의 절대적 상고이유에 해당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다22906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①법무법인 C는 상고심에서 피고들에 관하여 사임서를 제출하는 한편 피고들로부터는 소송대리권을 위임받지 아니하였음을 인정한 점, ②법무법인 C가 제1심부터 상고심까지 제출한 각 위임장에는 피고들의 주소로 A사 본점 소재지가 기재되어 있고, 막도장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인장이 날인된 점, ③법무법인 C는 원심까지 피고들을 위해서 귀책사유와 관련하여 실질적인 변론을 하지 아니한 점, ④피고들에 대하여 소장 부본의 송달을 적법한 송달로 보기 어려운 사정을 함께 종합하여 보면, 법무법인 C가 피고들로부터 소송위임을 받은 것인지 의심해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들에 관한 소송대리권의 흠결에 대하여 조사해 보았어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다.
근무장소
보충송달
소송대리권
2016-02-05
행정사건
판례해설 -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고 있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정보공개청구
- 서울고등법원 2015. 12. 8. 선고 2015누54256 판결 1.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 관리하고 있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라도 공공기관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정보의 성질이 훼손될 우려가 없는 이상 정보공개청구권자가 요구하는 대로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청구인에게 공공기관을 방문하여 직접 해당 정보를 열람, 수령하라는 통보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5. 12. 8. 선고 2015누54256 판결). 2. 사안을 살펴보면, 청구인은 남양주시 소속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 남양주시장에게 전자문서화되어 있지 않은 정보인 무기계약근로자 피복비 구매내역 증빙서류를 '전자파일' 형태로 공개할 것을 청구하였으나, 남양주시장은 청구인에게 사무실에 직접 방문하여 해당 정보를 열람, 수령하라고 통보하였다. 청구인은 위 통보를 정보공개거부처분으로 보고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심은, 공공기관은 항상 청구인이 요구하는 방법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위 판시와 같은 이유로 제1심을 취소하였다. 3. 대법원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라 한다) 등의 규정을 종합하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자가 공공기관에 대해 정보의 사본 또는 출력물의 교부의 방법으로 공개방법을 선택하여 정보공개청구를 한 경우에 공개청구를 받은 공공기관으로서는 원칙적으로 청구인이 선택한 공개방법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여야 하고, 공개방법을 선택할 재량권이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두8050 판결, 2004. 8. 20. 선고 2003두8302 판결 등). 4. 한편,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에 관하여는 정보공개법 제15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바, 공공기관은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에는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정보의 성질이 훼손될 우려가 없으면 그 정보를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공개할 수 있다. 위 규정에 비추어 보면,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에 공공기관이 청구인이 요구하는 방법에 따라 해당 정보를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공개해 줄 것인지 여부는 공공기관의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 판결은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를 전자문서로 변환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 청구권자가 요구하는 대로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정보공개 방법의 선택에 관한 공공기관의 재량권 행사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5.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청구에 따라 새로 정보를 생산하거나 가공하여 제공할 의무를 공공기관에 부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이미 관리하고 있는 문서 등에 기록된 사항을 공개할 의무만 부과하고 있는 것이지만,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를 단지 전자적 형태로 변환하여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지우는 것은 새로운 정보의 생산 또는 가공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6. 결론적으로 이 사건 판결은 정보의 전자적 공개에 관한 정보공개법 제15조 제2항의 취지를 명백히 밝혀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라도 국민이 전자적 형태로 손쉽게 취득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공개법의 입법취지를 잘 구현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공개청구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2016-01-27
선거·정치
형사일반
판례해설 - 호별방문이 허용되는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의 개념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도17290 판결 충북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피고인이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 등 단양군 및 제천시 소재 학교 및 관공서 사무실 24곳을 방문하여 명함을 돌리고 지지를 호소함으로써 선거운동을 위하여 호별방문한 사건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에 의하여 교육감선거에 준용되는 공직선거법 제106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하여 또는 선거기간 중 입당의 권유를 위하여 호별로 방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그 제2항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자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관혼상제의 의식이 거행되는 장소와 도로·시장·점포·다방·대합실 기타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호별방문은 행위의 성질 자체로는 특별히 위법성을 갖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선거운동의 방법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영국, 독일, 캐나다 등은 허용하고 있다), 호별방문은 후보자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선거인으로 하여금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투표하게 하기 쉽고, 또 투표매수 등 불법·부정선거운동을 조장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선거의 자유·공정을 보장하고 후보자나 선거인 모두의 번잡 초래를 예방하고자 이를 금지하는 것이다.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선거인을 만나는 호별방문은 매수와 이해유도 내지 협박 등 부정선거의 온상이 되기 쉬워 선거의 공정을 해칠 우려가 매우 높고 사생활의 평온을 침해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위험성이 없는 한도에서 제106조 제2항은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서는 호별방문을 허용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거택은 물론이고 널리 주거나 업무 등을 위한 장소 혹은 그에 부속하는 장소라면 공직선거법 제106조 제1항의 호에 해당하나, 다만 호에 해당하더라도 일반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여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라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선거운동 등을 위하여 방문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일반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도록 공개된 장소인지 여부는 그 장소의 구조, 사용관계와 공개성 및 접근성 여부, 그에 대한 선거권자의 구체적인 지배·관리형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7. 8. 선고 2009도14558 판결 참조). 대상판결은 학교의 경우는 민원 업무를 주로 하지 않고 출입할 수 있는 사람도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등으로 한정되고 일반인의 출입이 원칙적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업무를 위한 장소이므로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제천지원장 및 제천지청장 부속실은 사전 동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일반인의 통상적인 출입이 허용되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고 판시하였고, 기타 관공서 사무실 역시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라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일반인의 출입 가능성만이 아니고, 사무실이 민원인을 위하여 설치되거나 그 안에 민원 사무 처리를 위한 전용 공간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 등과 같이 내부 공간의 용도와 구조 및 접근성에 비추어 일반적·통상적으로 민원인을 위하여 개방된 장소나 공간이라고 구체적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일반인의 출입 가능성만을 이유로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의 파기하였다. 대상판결은 공직선거법 제106조 제2항에 정한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판단을 내놓은 데 그 의미가 있어 실무에서 참고할 만하다. 대상판결은 후보자·예비후보자가 아닌 자가 자동 동보통신의 방법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대량으로 전송한 경우에는 제93조 제1항(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대법원 2015. 8. 19. 선고 2015도5789 판결과 같은 취지이다.
선거운동
호별방문
2015-09-23
노동·근로
판례해설 - 용역업체 소속 대기업 임원 운전기사는 파견 근로자인가?
(서울고등법원 2015. 7. 1. 선고 2013나2015966 판결과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대법원은 2015년 2월 26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근로자파견과 관련하여 KTX 여승무원 사건 2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건, 남해화학 사건 등 총 4개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5가지의 근로자파견 관계 판단기준을 설시하였다. 즉, ①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해 직ㆍ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③ 원고용주가 작업 투입 근로자 선발, 근로자 수, 교육 및 훈련, 작업ㆍ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고, 그 업무에 전문성ㆍ기술성 있는지, ⑤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 갖추는지 등이다. 그런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하 '대상판결')이 선고되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에 대해 살펴보고, 대상판결과 거의 유사한 사실관계 하에서 대상판결 이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의 비교를 통해 판례가 제시한 근로자파견의 기준의 실효성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들(22명)은 용역업체인 A, B 소속으로 대부분 피고 은행의 임원 전속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다. 원고들은 담당 임원의 근무지가 변경될 경우 피고와 A, B가 체결한 용역계약의 관할 구역에 따라 A에서 B로, B에서 A로 소속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 은행은 직접 고용한 운전기사들도 있었고, 원고들과 동일한 임원 차량 운전업무에 종사하였다. 원고들은 피고 은행으로부터 직접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으므로 피고 은행과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하고, 사용사업주인 피고가 2년을 초과하여 원고들을 사용하여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 및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였다. 나. 원심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7. 9. 선고 2012가합525166 판결) 원심판결은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이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고, 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부터의 손해배상 청구는 동종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이나 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다.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가 원고들이 수행할 담당 임원을 결정하고 소속 회사까지 변경하게 하는 등 근무장소와 업무의 배치ㆍ변경에 관한 일반적 권한을 가진 점, 피고가 직접 용역업체를 통하지 않고 피고가 직접 원고들에게 운행구간, 운행시각 등을 정해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고 원고로부터 직접 근태, 운행실적, 사고 여부 등을 보고받은 점 등을 근거로 업무수행 자체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였다.②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사실상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 ③ 위탁업무의 내용이 차량운전 외에 운행횟수, 노선 등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용역계약서에 포괄적인 규정까지 두어 업무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렵고, 수수료 산정방식이 일의 완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일체의 기준이 없어 일반적인 위탁 또는 도급계약의 보수 산정방식과 다르다. ④ 피고가 차량, 업무수행에 필요한 제 비용, 사무실과 집기까지 무상으로 부담한 반면, 용역업체는 고유기술이나 설비, 자본 등을 투입한 바 없다. 또한,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인 피고가 직접 고용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고용의무발생일부터 직접 채용시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손해액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했을 때의 임금 상당액이고, 이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사업주(피고)의 운전기사에게 적용되는 임금 상당액으로 보았다. 3. 검토 대상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을 인정한 점에서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이론이나 그 외의 특별한 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상판결이 선고되기 얼마 전에 대법원에서 대상판결과 거의 유사한 사안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정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 . 이 판결은방송사의 임원, 직원들이 이용하는 차량을 운전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불법파견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사실관계에 있어서 대상판결과 결정적인 차이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과 방송사 판결의 사실관계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위 사실관계의 비교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나는 도급(용역)계약이고 다른 하나는 근로자파견으로 볼만큼 결정적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방송사 판결의 경우 운전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용역업체 현장사무소 직원 4명이 차량 배차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송사 판결에서도 인정한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는 피고(도급인) 직원이 직접 차량에 탑승해야 구체적인 행선지, 이동거리, 대기시간을 알 수 있어서 사실상 구체적인 배차는 피고 직원에 의해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는 대상판결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방송사 판결에서는 대상판결보다 파견 관계로 추정될 사실관계도 존재하는데, 용역계약의 종료로 새로운 용역업체가 선정되었으나 기존 운전자 대부분이 새로운 용역업체로 소속을 변경한 점, 임원 차량 운전자의 경우 용역업체가 후보 운전자를 3-5배수로 선발하면 그 임원이 직접 운전자를 선정한 점, 방송사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교통법규 위반을 감행하기도 한 점, 피고 직원이 운전기사에게 운전업무가 아닌 피고의 업무를 지시하기도 한 점, 원고(운전자)이 직접 피고로부터 회식비 지원을 받은 점, 원고들이 피고의 체력단련실ㆍ구내식당을 이용한 점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은 '승객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는 운전업무의 특수성 때문이지,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ㆍ명령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운전업무의 특성상 피고 임원들이 원고들에게 개별적인 지시를 할 수 밖에 없는 점을 '피고가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상 지휘ㆍ감독을 한 것'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근로자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법률전문가조차도 근로자파견의 실질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예측하거나 그 결론을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이다. KTX 여승무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원심판결에서 인정한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전혀 다른 평가를 하고 결론을 달리하였는데,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정 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판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나,판결을 통해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일종의 형성적 판결에 해당하므로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상당한 위험이 있다. 특히, 계약 관계가 단순히 민법상 도급이 아니면 파견으로 양분하기 어려운 비전형계약이 상당히 존재하고, 사업의 특성상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무도 존재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불법파견의 문제는 실무상 그 기준을 파악하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에서 법원(법관)의 주관적 관점에 따라 결론이 좌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대안으로 ① 법원이 현실적이고 더욱 구체적인 근로자 파견의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 ② 파견 대상 업종을 확대하여 적법한 파견 제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③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물론 위 3가지 방식 모두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에서의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한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운전기사)들과 사실상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하나의 운전인력 단위로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원청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는 단순히 원청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지 여부만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예시로 ①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② '직접 공동작업'을 할 것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도 원고들이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같은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거나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이 결원이 발생할 때 원고들이 그 업무에 투입되었는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검토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대상판결은 단순히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만으로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이 일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하지 않아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 파견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오히려 전형적인 민법상 도급계약보다는 도급, 위탁, 위임 등 여러 가지 성격이 복합된 비전형 계약이 더 많이 체결되고 있다. 그런데도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파견의 근거로 삼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판결을 통해 적극적으로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내용과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으로 인정될 적극적인 점이 입증되어야 근로자 파견 관계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다른 판례(방송사 판결, KTX 여승무원 판결, 인천국제공항공사 판결 )에서는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 파견의 인정 근거로 삼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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