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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사용권 취소 및 변경처분의 헌법적 성격과 보상기준
댐건설관리법이 댐을 건설한 당시에 납부한부담금 내지 납부금만을 반환금의 산정기준으로 규정하고 토지가격 상승이나 물가변동률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에반하는 것이다. I. 사건의 개요 국토교통부장관은 2015년 11월 30일 ‘섬진강댐 기본계획 변경고시’에 따라 댐사용권 등록부에 댐사용권 변경등록을 하고 2015년 12월 30일 이 사건 청구인(한국농어촌공사)에게 이를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이 변경으로 국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댐사용권자로 추가됨에 따라 청구인의 댐사용권이 축소되었다. 청구인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합의에 따른 약정 손실보상금의 지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유추적용에 따른 손실보상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7. 12. 15. 청구기각 판결을 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36898), 이에 항소하였으나 2018. 12. 12. 항소기각 판결을 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8나2005995). 청구인은 위 항소심 계속 중, 구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4항 제2호 및 제34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2018. 12. 21. 기각결정을 송달받자(서울고등법원 2018카기20038) 2019. 1.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II. 결정 주요 내용 댐건설관리법은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되거나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되어 국토교통부장관이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댐사용권에 대한 취소 또는 변경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1조 제4항). 댐사용권변경조항은 이미 형성된 구체적인 재산권을 공익을 위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박탈ㆍ제한하는 것으로서 보상을 요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의 수용·사용·제한을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적정한 수자원의 공급 및 수재방지 등 공익적 목적에서 건설되는 다목적댐에 관한 독점적 사용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규정인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부담금반환조항은 댐사용권 변경 시 댐사용권자가 댐사용권 취득을 위해 댐건설비용을 분담하였던 부담금 등의 일부를 반환하도록 하여 댐사용권 변경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정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 III. 평석 1)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변경은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 제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조항에 포섭되는가? 헌법재판소는 댐사용권 변경조항은 이미 형성된 구체적인 재산권을 공익을 위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박탈·제한하는 것으로서 보상을 요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의 수용·사용·제한을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적정한 수자원의 공급 및 수재방지 등 공익적 목적에서 건설되는 다목적댐에 관한 독점적 사용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규정인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으로 보고 있다.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 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편, 댐건설관리법은 제31조 제4항에 따르면 ①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된 경우 ②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된 경우 등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환경부장관이 댐사용권에 대한 취소 또는 변경의 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댐사용권을 취소하거나 그 범위나 내용을 축소하여 변경하는 것은 댐사용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댐사용권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댐사용권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처분하는 권능을 사실상 상실 또는 제약받게 된다. 댐사용권자에게 부여된 댐사용권을 취소 또는 변경하는 환경부장관의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자는 다목적댐에 의한 일정량의 저수를 일정한 지역에 확보하고 특정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하지 못하고 댐의 저수를 대상으로 용수계약을 통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댐사용권에 대한 환경부장관의 취소 또는 변경처분을 입법자가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하거나 단순하게 제한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댐건설관리법 제31조 제4항은 댐사용권 취소와 변경의 사유로서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된 경우,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된 경우 등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으로 헌법 제23조 제3항이 규정하는 “공공필요”에 해당하며 그로 인한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축소)변경 등은 재산권에 대한 박탈처분으로서 공용수용 또는 일부 수용에 해당하는 공용침해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변경처분을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 사회적 기속성의 문제로 보면서도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한 법적 성격에 대하여 대단히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하여 이를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부담금 반환조항이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에 따라 입법자가 행사하는 입법형성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지 않도록 헌법상 요구되는 비례적, 조절적 보상으로서 이른바 “보상이 요구되는 내용 및 한계규정”(Entschädigungs-bzw. Ausgleichspflichtige Inhalts-und Schrankenbestimmung)에 해당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도대체 그렇다면 부담금 반환조항의 본질과 성격이 무엇인지 의문이며, 이를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라고 지극히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위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하여 “댐사용권 취소 또는 변경 시 댐사용권자가 납부한 부담금 등의 일부를 댐사용권자에게 반환하도록 하여, 댐사용권자에게 발생하는 모든 손실이 아닌 그 중 일부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고 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담금 반환조항을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의 문제로 포섭하면서도 그에 대한 보상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한 보상이라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여기에서 말하는 보상이 헌법재판소의 견해처럼 단순히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입법자의 형성권을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게 행사하기 위한 조절적 보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역시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2) 부담금의 반환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섬진강 다목적댐의 댐사용권 조정과 취소과정과 관련하여 심판청구인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위헌신청의 계기가 된 당해 소송 항소심에서 댐건설관리법 제34조에 의한 부담금 반환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르는 손실보상규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댐건설법 제15조(당시 제11조)를 유추적용하여 손실보상을 인정할 것을 주장하였다. 손실보상은 현금보상 방식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심판청구인인 농어촌공사가 댐건설관리법 제34조 이외에 별도의 현금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견해라고 보인다. 그 이유는 현금보상원칙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심판청구인이 댐건설 당시에 지불하였던 부담금이나 납부금을 반환하는 것 역시 현금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댐건설관리법 제34조에 따르는 부담금 산정방식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은 개발이익을 공제한 완전한 시가보상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에도 원칙적으로 댐사용권의 완전한 시장가치와 미래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시가보상이 원칙임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부담금 반환방식에 의한 보상은 40년, 50년 전 댐이 건설될 당시 농어촌공사가 납부한 부담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동안의 토지가격 변동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는 경우 턱없이 낮은 수준의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보상방식이나 기준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농어촌공사의 댐사용권에 대한 실제적인 보상기준은 댐건설관리법 부담금반환액 157백만원과 이에 향후 2년간 영업손실액 692백만원을 더하여 총 댐사용권 보상비는 849백만원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헌법재판소와 당해 사건 항소심이 다목적 댐과 댐사용권의 공익적 기능을 아무리 강조하고 댐건설관리법 제34조의 부담금 반환방식 자체에 대한 위헌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보상기준과 산정방식이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댐건설관리법이 댐을 건설한 당시에 납부한 부담금 내지 납부금만을 반환금의 산정기준으로 규정하고 그 이후의 토지가격 상승이나 물가변동률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명백하게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김성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댐사용권
섬진강댐
댐건설관리법제31조제4항
손실보상
김성수 명예교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24-01-15
민사일반
예식장사용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152793 판결 - 1. 사건의 개요 피고 A(남)와 피고 B(여)는 2016. 3. 20. 함께 원고가 운영하는 예식장을 방문하여 2016. 5. 14. 예식장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원고로부터 예식장 사용료 및 식음료, 꽃장식 비용 등으로 약 3,900만원을 안내 받았다. 2016. 3. 21. 피고 A는 원고에게 계약금 100만원을 송금하였다. 원고는 피고들에게 이메일로 예식장사용에 관한 웨딩계약서와 행사계약규정을 보내주었는데, 행사계약규정 3조에서는 이용자의 사정으로 당일에 행사를 취소하는 경우에는 계약된 총 예식금액의 70%를 배상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피고들은 2016. 4. 8. 원고 예식장을 다시 방문하여 플라워미팅을 하고 예식에 사용될 꽃장식 디자인에 관하여 설명을 듣고 세부사항을 확정하였으며 그 샘플 사진을 받아 확인하였고, 2016. 5. 1. 피고 B의 부모님과 함께 예식에 사용될 식사를 시식하였다. 피고들의 예식 당일인 2016. 5. 14. 피고 B는 피고 A로부터 예식을 취소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원고에게 예식장 사용계약을 취소하였다. 원고는 2016. 6. 8.경 피고들을 상대로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여 계약금액의 70%에서 계약금 100만원을 공제한 약 2,600만원을 청구하였다. 피고 A에 대하여는 공시송달로 진행되었고, 피고 B는 자신은 예식장 사용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총 예식금액의 70%에 달하는 손해배상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주장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피고들이 원고가 운영하는 예식장을 방문하여 예상견적을 받고, 피고 A가 계약금을 송금한 점, 피고들이 플라워미팅 및 시식 등을 통하여 예식진행의 과정을 확인한 점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구두로 또는 묵시적으로 예식장 사용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추인할 수 있다고 하면서 피고 B는 피고 A와 공동하여 예식장 사용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당일 취소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다만, 민법 398조 2항에 따라 예식장 사용계약이 피고 A의 사정으로 취소되고, 실제로 예식이 진행되지는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예정액의 50% 정도인 1,300만원으로 감액함이 상당하다. 3. 검토 가. 예식장 사용계약도 청약자와 승낙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가 있으면 되고 특별히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의사의 합치를 명확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의 성립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한다. 피고 A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 A가 계약서를 이메일로 확인하고 계약금 100만원을 원고에게 송금한 것으로 원고와 피고 A 사이에 구두 계약 또는 묵시적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예식장 사용계약이 구두 또는 묵시적으로 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3조에 의하면 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분명하게 밝히고, 고객이 요구할 경우 그 약관의 사본을 고객에게 내주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하여야 하고(2항 본문),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하며(3항 본문), 사업자가 2항 및 3항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4항)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는 ‘원고가 피고들에게 예식장사용에 관한 웨딩계약서와 행사계약규정을 이메일로 보내주었다’고 했지만, 정작 피고 B가 그 이메일을 받았는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피고 A가 이메일을 받은 사실을 피고 B가 인정하고 있다’고만 설시하고 있다. 또한 ‘피고 B도 다시 원고의 예식장을 방문하여 예식의 세부내용과 진행상황을 확인’하였다고 하면서 원고가 피고 B에게 예식장 사용계약서의 내용(특히 위약금 관련 내용)을 설명하였다거나 확인하였다는 설시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 B가 계약서를 이메일로 받았는지가 증명되지 않았고, 원고가 피고 B에게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였다는 등 약관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기 위한 절차를 밟지 않은 상황에서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구두 또는 묵시적으로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현재)
예식장
파혼
사용료청구소송
배상책임
계약금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현재)
2018-10-08
형사일반
재산명시신청이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압류에 준하는지 여부(적극)
- 부산지방법원 2018. 8. 22. 선고 2018나40461 판결 -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한 민사집행법상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하여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하여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판결이다. 이는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로서의 효력만이 인정되므로, 재산명시결정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그로부터 6개월 내에 다시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는 등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절차를 속행하지 아니하는 한 상실된다라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8606 판결 참조)에 배치되어서 주목된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은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최고’로서의 효력이라고 판시하지는 아니하였으나 민법 제174조의 6월 내의 보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사업을 하던 중 2006. 6. 22.경 원고를 영업담당직원으로 고용하면서 원고 누나의 보증 아래 선불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하지만 원고는 실적이 거의 없었고, 피고는 대출금과 이자를 포함해 4,300만 원을 갚으라는 지급명령을 신청해 2007. 1. 20. 확정되었다. 이후에도 빚을 갚지 않자 피고는 2010. 11. 10.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재산명시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재산명시 결정을 하였으며, 결정등본이 같은 달 16. 원고에게 도달되었다. 하지만 원고는 재산명시기일에 불출석하고 재산목록 제출도 차일피일 미루면서 결국 집행기간을 넘겼다. 피고는 2017. 5. 12. 다시 원고에 대한 재산명시신청을 하여, 재산명시결정을 받아 재산목록을 확보했으며 같은해 9월 압류를 집행했다. 이에 채무자인 원고는 "2007년 지급명령이 확정된 이후 소멸시효기간 10년이 지나 채무가 소멸했다"며 이 사건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은 재산명시신청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최고’(催告)로 인식하면서 "피고가 2010년 재산명시 신청후 6개월이내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가압류·가처분 등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의 채권이 소멸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상판결은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시효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하여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하여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바, 피고의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 사건 재산명시신청일인 2010. 11. 10. 중단되었고, 재산명시절차가 종료된 2011. 6. 28.부터 새로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초한 채권은 소멸시효 완성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상판결은 소멸시효 제도, 소멸시효 중단사유, 재산명시절차의 취지에 대하여 살핀 다음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최고, 압류를 재산명시신청의 성질과 비교 검토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즉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버리는 제도로서, 오랜 기간 동안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한 자는 이른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서 법률의 보호를 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며 시효제도로 인한 희생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반대로 장기간에 걸쳐 권리행사를 받지 아니한 채무자의 신뢰는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그 주된 존재이유가 있다(헌법재판소 2009. 10. 29. 선고 2008헌바4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현행 민법은 제168조에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 청구(제1호),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제2호), 승인(제3호) 세 가지를 규정하며, 제174조에서 ‘최고는 6개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또는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최고를 잠정적인 시효중단사유로 보고 있다. 민법 제168조 제2호가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석론에 의하여 확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있으나,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89880 판결 등에서 보는 것처럼 채권자의 배당요구나 채권신고 등을 압류에 준하는 독자적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결국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하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볼 것인지는 해석의 문제이지 입법론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재산명시절차는 일정한 집행권원에 기한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법원이 그 채무자로 하여금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상태를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게 하여 재산관계를 공개하고 그 재산목록의 진실함을 선서하게 하는 법적 절차로(민사집행법 제61조 제1항),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결정인 재산명시명령을 통하여 채권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탐지할 수 있어 강제집행을 용이하게 하고, 자기재산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채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그로 하여금 채무를 자진 이행하도록 유도하여 채무의 간접강제를 그 주된 목적으로 두고 있다. 재산명시신청을 하기 위하여는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에 필요한 문서가 요구되고 법원은 채무자를 심문할 수 있으며, 재산명시명령을 송달받은 채무자는 1주 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채무자의 이의신청이 없거나 기각된 경우 법원은 재산명시기일을 정하여 출석할 것을 요구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의 제출이나 선서를 거부하는 경우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며, 거짓의 재산목록을 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러한 점에서 재산명시절차는 다른 강제집행절차에 선행하거나 부수적인 절차가 아니라 그 자체가 독립적인 절차이고, 엄연히 법원의 재판절차이다.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하나로서 민법 제174조가 규정하고 있는 ‘최고’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 이행을 구한다는 채권자의 의사통지(준법률행위)로서(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41118 판결 참조), 이에는 특별한 형식이 요구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묵시적인 최고로써도 족하다. 이러한 점에서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요건의 구비를 필요로 하고 법원의 재판에 따라 이루어지는 재산명시절차와는 그 성질이나 요건, 효과 등의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므로, 개인이 아무런 형식 없이 재판 외에서 하는 의사의 통지인 최고를 법원의 정식 재판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재산명시명령과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압류는 확정판결 기타의 채무명의에 기하여 행하는 강제집행으로서 특정 목적물에 대한 구체적 집행행위이고 가압류·가처분은 보전처분의 실행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의 실행행위로서(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 참조), 이들은 권리자의 강한 권리실행의사를 외부적으로 표출하는 전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된다. 그러나 채무자가 자진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자신의 재산내역과 소재를 채권자에게 알려주지 않거나 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재산을 은닉한 경우, 채권자는 위와 같은 보전절차에 착수할 수 없게 되거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집행권원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이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러한 경우 시효중단을 위해서 채권자는 소를 제기하여야 하지만 채무자의 재산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시효중단을 위한 소를 제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채권자에게는 무의미한 절차를 되풀이 하게 할 뿐이어서,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채권의 만족을 위한 보전절차나 강제집행절차와 같은 권리실행행위를 할 수 없거나 그 행위를 하는 것이 대단히 곤란한 상황인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요건과 절차에 있어서 압류 등 강제집행과 대등할 정도로 엄격성을 가진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하여 보아야 할 사정이 존재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소멸시효제도의 대전제인바, 재산명시절차를 거친 채권자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님이 명백하며 이는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을 신뢰한 채권자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또한 법원 재판의 권위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이상의 점들을 종합하면 대상판결은 기존의 판례와 명백히 배치되는 결론임에도 그 문제의식과 논거에 비추어보면 구체적 타당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많으므로, 대법원에서의 판단이 주목된다고 할 것이다. 유승남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재산명시신청
시효중단
강제집행절차
청구이의소송
유승남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2018-10-01
행정사건
[판례해설] 형사보상금에 대한 지연이자
-대상 판결 :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5다223411 지연이자청구 -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간첩단 사건, 긴급조치위반 사건에 연루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이후 재심절차를 통해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원고들은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이 정한 형사보상청구를 하여 각급 법원으로부터 형사보상을 인용하는 결정을 받았고, 각 보상결정은 확정되었다. 원고들이 피고(대한민국)에게 형사보상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지급청구를 하였음에도 피고는 예산 등의 이유로 보상금의 지급을 지연하다가 지급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후에야 보상금을 지급하였고, 원고들은 지연이자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쟁점 확정된 형사보상금의 지급을 지체한 경우 지연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하는 지가 쟁점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형사보상청구권은 형사보상법에 따라 그 구체적 내용을 형성하는 공법상 권리로서 그 보상의 범위도 형사보상법에 규정된 내용에 따라 결정되는데, 청구인이 형사보상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보상결정이 확정되면, 비로소 국가에 대해 확정된 형사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즉 형사보상금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 형사보상금지급청구권은 확정된 보상결정의 내용에 따라 청구인이 국가에 대해 확정된 금액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그 성질이 국가에 대한 일반 금전채권과 다르지 않다. 형사보상금지급청구권은 국가에 대한 일반 금전채권과 유사하므로 민법 제397조의 금전채무불이행에 대한 특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형사보상법이나 보상결정에서 형사보상금지급청구권의 이행 기한을 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국가는 청구인에게 미지급 보상금에 대한 지급청구일 다음날부터 민법 제397조에 따라 지연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가. 형사보상청구권 헌법 제28조는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형사보상청구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형사보상청구권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서 형사보상법이 제정되어 형사보상 등의 방법과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 형사보상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공법상 무과실 손해배상이라는 견해(법률의무설)와 공법상의 손실보상에 가깝다는 견해(공평설)가 있다. 나. 형사보상금지급청구 절차 형사보상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먼저 무죄판결을 선고한 법원으로부터 보상결정을 받아야 한다. 보상결정의 주문은 “국가는 청구인에게 ***원을 지급한다.”이다. 보상결정에 대하여는 1주일 이내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보상결정이 확정되면 무죄판결을 선고한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에 법원의 보상결정서를 첨부하여 보상금 지급청구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보상결정이 송달된 후 2년 이내에 보상금 지급청구를 하지 아니할 때에는 권리를 상실한다. 이 기간은 제척기간이다. 다. 형사보상금지급청구권 형사보상법은 제23조에서 “보상청구권은 양도하거나 압류할 수 없다. 보상금지급청구권도 또한 같다”라고 규정하여 형사보상청구권과 형사보상금지급청구권을 명시적으로 구별하고 있다. 형사보상금지급청구권은 ‘확정된 보상결정의 내용에 따라 국가에 대해 확정된 금액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데, 형사보상법에는 형사보상금지급청구권의 이행 기한을 정하지 않고 있고, 형사보상금의 지급을 지체한 경우 지연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하는 지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이 없다. 라.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형사보상금지급청구권이 보상결정의 확정으로 발생하고 그 이행기는 보상금 지급청구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형사보상금지급청구권의 성질이 국가에 대한 일반 금전채권과 유사하다고 보고, 민법의 이행지체 규정, 그 중에서도 민법 제397조의 금전채무불이행에 대한 특칙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았다. 헌법 및 형사보상법의 규정과 정신에 부합하는 옳은 판단이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국가가 확정된 보상결정에 따라 청구인에게 형사보상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는데도 이를 지체한 경우 국가로서는 형사보상금에 관한 예산이 부족함을 들어 그 지체를 정당화할 수 없다. 이는 금전채무자가 자력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금전채무의 이행지체를 정당화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라고 판시하여, 예산 등의 이유로 형사보상금지급을 지체하면서 그 지체에 따른 손해배상마저 외면하려는 정부의 행태를 준엄하게 꾸짖었다.
형사보상금
지연이자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17-07-04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판례해설] 분양대행사, ‘실적 저조’로 대행 수수료 받을 수 없다면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다235766 판결 주택조합원 모집업무를 위탁하는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정 숫자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한 경우에 한하여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분양률이 저조하여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분양대행수수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면 신뢰이익에 해당하는 지출비용의 배상도 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분양대행업체인 A회사가 부동산개발업체인 피고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가 일부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1. 사안의 개요 가. 피고 회사는 2011. 2. 22.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 중 일부를 공동주택용지로 지정용도를 정하여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토지에 지역주택조합의 주택건설사업 시행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총 34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을 계획하였다. 나. 이와 함께 피고 회사는 2012. 12. 31. 탈퇴한 원고인 A회사와 사이에 조합원 모집에 관한 업무를 위임하는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① 대행기간은 계약체결일로부터 2013. 6. 30.까지로 하고 피고 회사의 통보가 없는 경우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하며, ② 세대당 분양대행수수료를 600만 원, A회사가 달성해야 하는 조합원 모집비율(책임분양률)을 최소 80% 내지 최대 95%로 정하되, ③ 조합원 170세대(전체 340세대 중 50%)를 모집한 때부터 위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3. 6. 17.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 중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매매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고, 그 후 피고 회사는 2013. 7. 2. A회사에게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인 2013. 6. 30.까지 책임분양률 최소 80% 내지 최대 95%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라. 한편, A회사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해제된 무렵까지 74세대를,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의한 만료일인 2013. 6. 30.까지는 80세대를 모집하였고, 그 후 2013. 9. 23.경까지 계속하여 조합원을 모집하였으나 총 117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고 승계참가인 주장의 요지 첫째, 토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고 이에 따라 분양대행 업무 수행을 위해 이 사건 토지를 제공할 피고 회사의 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는바, 피고 회사의 2013. 7. 2.자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해지 통보는 부적법하고, 오히려 A회사가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였다. 둘째,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이행이익을 배상할 의무가 있고, 원고 승계참가인은 A회사로부터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관한 분양대행수수료 상당의 채권을 양수받았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가 정상적으로 분양되었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최대 분양대행수수료 1,938,000,000원(=이 사건 아파트의 전체 세대 수 340세대 × 책임분양률 최대 95% × 6,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셋째, 설령 A회사가 최대 책임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하였더라도, 피고 회사는 적어도 A회사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이행될 것이라고 믿고 실제로 지출한 신뢰이익 1,220,565,290원(= 인건비 673,455,000원 + 일반경비 126,000,000원 + 각종 광고홍보비 421,110,290원)을 배상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의 요지 제1심은 원고 승계참가인의 첫 번째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회사의 2013. 7. 2.자 해지통보는 부적법하여 그 효력이 없고, 오히려 A회사가 피고 회사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3. 12. 5.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은 2013. 6. 30.이고 A회사가 위 만료일까지 분양대행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170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제1심은 이와 함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도 기각하였던바, 지출 내역에 관한 증빙 서류가 첨부되어 있지 아니한 점, A회사가 지출한 인건비 등의 내역을 정리한 서류는 A회사가 직접 작성한 서류인 점 등이 고려되어 A회사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이행을 믿고 위 금원을 지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제2심은 이 사건 분양대행기간이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로 기간의 정함이 없이 자동으로 연장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해지 및 이행이익 배상청구와 관련한 제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상 조합원 모집업무를 대행하기 위하여 전단광고비 등으로 412,113,425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하여 제1심판결을 일부취소하고, 원고 승계참가인의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인용 하였다. 다.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채권자는 채무가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채권자는 그 대신에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있는 한도에서 청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출비용의 배상은 이행이익의 증명이 곤란한 경우에 그 증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인정되는데, 이 경우에도 채권자가 입은 손해, 즉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2다101695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자가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채권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당연히 지출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중 일부를 인정하였던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판례 해설 민법 제535조 제1항은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의 내용으로서 이른바 ‘신뢰이익’, 즉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의 배상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신뢰이익의 배상과 관련한 민법상 유일한 규정이다.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 규정은 계약이 이행불능 되었을 때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로 하여금 계약상대방에게 신뢰이익, 예컨대 계약의 이행을 위한 준비 비용 또는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없다고 믿고 지급하기로 약정한 대금 등의 배상을 하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한편 신뢰이익 배상의 명문규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해석상 배상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존재하는바,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행이익, 즉 ‘이미 유효하게 성립된 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권자가 입은 손해’와 별개로 ‘계약의 이행을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인 신뢰이익을 인정할 것인지의 논의가 그것이다. 손해배상 인정에서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을 구별하는 것이 당사자의 손해를 전보하는 데 보다 합리적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① 처음에는 그 손해의 배상을 이행이익에 한정하고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었으나(대법원 1983. 5. 24. 선고 82다카1667 판결 등 참조), ② 그 후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배상을 함께 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이행이익은 제반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에 한정된다는 입장으로 변화하였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등 참조). ③ 최근에는 이행이익에 갈음하여 선택적으로 신뢰이익의 배상만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면서, 다만 이 경우 통상적인 지출비용의 범위 내에 속하여야 하고 이행이익을 그 한도로 한다고 한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등 참조).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배상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결은 위와 같은 변천을 보여 왔는데, 대상판결은 이행이익의 배상 자체가 부정되는 경우라면 신뢰이익의 배상을 상정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양자의 관계를 정립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의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로 그 기간이 자동연장 되어 A회사가 조합원 모집을 계속하였더라도,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 상 분양대행수수료 청구기준인 170세대(50%)의 조합원은 물론이고 최대 95%의 책임분양률에 해당하는 323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행이익의 배상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A회사는 당연히 신뢰이익인 전단광고비 등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이행이익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하여 신뢰이익을 인정하고 있는 점 및 신뢰이익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기존 법리의 취지, 즉 채권자가 정상적으로 계약의 이행이 이루어졌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보다 큰 신뢰이익의 배상을 받게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점 등을 재확인하면서 양자의 관계를 명쾌히 정리한 데 큰 의미가 있다.
분양대행수수료
주택조합원
부동산개발
조합원
2017-04-03
민사소송·집행
판례해설 - 여러개 청구 중 일부항소취하 후 다시일부 감축해 항소에 포함해도
-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다241249 판결 - 원고는 주주권확인청구(이하 ‘제1청구’라고 한다), 주권인도청구(이하 ‘제2청구’라고 한다) 및 명의개서청구(이하 ‘제3청구’라고 한다)를 병합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법원은 원고의 위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원고는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항소심 진행 중 2015. 10. 30. 제1청구에 대한 항소만 유지하고,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는 내용의 항소취지변경(감축)신청서를 제출하였으며, 2015. 11. 11. 다시 제2청구, 제3청구의 인용을 구하는 항소취지변경(감축)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원심법원은 제1청구에 대한 결론을 기각에서 각하로 변경하는 한편,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한 항소를 각하하였다.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한 항소를 각하한 이유는 “원고가 위 2015. 10. 30.자 항소취지변경(감축)신청서에 의하여 제2청구와 제3청구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였고, 제1심판결정본을 송달받은 2015. 9. 30.로부터 2주가 경과한 후인 2015. 11. 11.에서야 위 2015. 11. 11.자 항소취지변경(감축)신청서에 의하여 제2청구와 제3청구에 대하여 다시 항소를 제기한 것이므로 이는 항소기간 경과 후에 제기된 항소로서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원고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한 상고에 대하여 “항소의 취하는 항소의 전부에 대하여 하여야 하고 항소의 일부 취하는 효력이 없으므로 병합된 수개의 청구 전부에 대하여 불복한 항소에서 그 중 일부 청구에 대한 불복신청을 철회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불복의 범위를 감축하여 심판의 대상을 변경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항소인이 항소심의 변론종결시까지 언제든지 서면 또는 구두진술에 의하여 불복의 범위를 다시 확장할 수 있는 이상 항소 그 자체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하여, 위 2015. 10. 30.자 항소취지변경에 의한 불복 범위 일부 감축에 기하여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한 항소가 취하되는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제1청구에 대하여는 상고를 기각하여 원심의 결론을 유지함). 원고는 제1청구, 제2청구, 제3청구 등 3개의 청구를 병합하여 소송을 제기하였고, 3개의 청구에 대한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이와 같이 병합이 된 3개의 청구 중 일부인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하여 원고가 위 2015. 10. 30.자 항소취지변경(감축)신청서로써 불복 범위에서 제외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에 대하여, 원심법원은 병합이 된 청구 중 일부에 대한 항소 취하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개개의 청구별로 항소 취하 여부를 판단하여 위 의사표시로써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한 항소 취하의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와 같이 이미 항소 취하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본 제2청구, 제3청구에 대하여 원고가 위 2015. 11. 11.자 항소취지변경(감축)신청서로써 다시 불복 범위에 포함시키는 의사를 표시한 것에 대하여, 항소기간 경과 후에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아 부적법 각하한 것이다. 그러나 항소의 취하는 항소의 전부에 대하여 하여야 하고, 항소의 일부 취하는 항소불가분의 원칙에 의하여 효력이 없다. 하나의 소로서 병합된 수개의 청구에 대하여 동시에 한 판결은 하나의 판결로서, 가령 이에 대한 불복 범위가 그 가운데 어느 하나의 청구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심의 효력은 청구 전부에 미치므로 당사자는 변론종결 전에 불복 범위를 다른 청구에도 확장할 수 있다. 따라서 청구 전부에 대하여 불복한 항소에서 그 가운데 하나의 청구에 대한 불복신청을 철회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불복의 범위를 감축한 데 지나지 아니하여 항소인은 다시 이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위의 철회는 항소 그 자체에 아무 영향이 없다. 항소제기에 의하여 확정차단과 이심의 효력이 생기는 범위는 제1심판결의 수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한 개의 판결에 대하여는 제1심판결의 변경을 구하지 아니한 부분을 포함해서 그 판결에서 판단한 청구의 전부에 대하여 확정차단과 이심의 효력이 생긴다. 다만, 민사소송법은 당사자처분권주의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항소심의 심리는 당사자가 제1심판결의 변경을 구하는 한도를 넘어설 수 없으며 불복신청의 한도를 넘어서 제1심판결을 변경할 수 없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항소심에서의 청구의 일부 취하(불복 범위 감축)에 대하여 항소불가분의 원칙상 항소 취하의 효력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항소취하
일부취하
항소취지변경
2017-02-10
노동·근로
판례해설 - 단체교섭절차 중 교섭창구단일화에 관한 두 가지 쟁점
1. 사실관계 갑은 A기획이라는 상호로 상시근로자 21명을 사용하여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대행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이다. 위 A기획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2014. 10. 10. A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한편,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은 2010. 2. 26. 설립되었고 하부조직으로 2014. 9. 15. 설립된 일죽지부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하부조직인 일죽지부장 을은 2014. 9. 30. 갑에게 수신인을 "외주사"로 표기한 단체교섭 요구서를 팩스로 전송하였고, 2014. 10. 2.에는 갑의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여 팩스로 전송한 위 단체교섭 요구서 원본을 전달하였다. 갑은 2014. 10. 7. 일죽지부장 을에게 위 수신인 표기를 "A기획"으로 정정하여 다시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고, 일죽지부장 을은 2014. 11. 5. 갑의 사무실을 다시 방문하여 수신인을 "A기획 대표이사"로 기재한 단체교섭 요구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위 요청일과 보정일 사이인 2014. 10. 10. A기획에서는 기업별 노조인 A노동조합이 결성된 것이다. A노동조합은 2014. 11. 6. 갑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갑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함) 제29조의 2에 따라 2014. 11. 13. A노동조합 및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이 교섭요구 노동조합임을 확정·공고하였다. 그런데, 자율적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정하지 못하자 A노동조합은 2014. 11. 28. 사용자인 갑에게 자신이 과반수 노동조합임을 통지하였고, 갑은 A노동조합을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공고하였다. 그러자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은 2014. 11. 28.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A노동조합이 과반수 노동조합이 아니라면서 이의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 주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과반수 노동조합의 결정은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5 제1항에 따라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확정하여 공고한 날의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하는 바, 사용자인 갑이 2014. 9. 30. 팩스로 교섭요구를 받고도 이를 제때 공고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이 팩스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2014. 9. 30.부터 일주일이 지난 2014. 10. 8.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공고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A노동조합은 2014. 10. 10. 설립되었으므로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이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공고된 2014. 10. 8.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아니하였다. 따라서,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이 이 사건 과반수인 노동조합이다"라고 결정하였다. 갑은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동일한 이유를 들어 재심신청을 기각하자, 갑은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은 모두 과반수 노동조합의 결정 기준일인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공고일'은 사용자가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실제로 확정·공고한 날이 아니라,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을 경우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확정·공고되어야 하는 날로 보아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규범적 해석에 따른'교섭요구 노동조합이 확정·공고되어야 하는 날'은 언제인가? 이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으로부터 서면 교섭요구를 받은 날 바로 이를 공고하였다면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공고되어야 하는 날이며, 당해 교섭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의 공고기간이 지난 다음날이다(시행령 제14조의5 제1항). 그런데, 위 해석 기준을 놓고 본건 사례에서는 그 적용에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예컨대, ① 일죽지부장 을이 단체교섭 요구서를 팩스로 전송한 2014. 9. 30.로부터 7일이 지난 다음날(2014. 10. 7.의 다음날인 2014. 10. 8.)이 될 수도 있고, ② 일죽지부장 을이 전송한 팩스의 원본을 갑에게 직접 건넨 2014. 10. 2.로부터 7일이 지난 다음날[원래는 2014. 10. 9.의 다음날인 2014. 10. 10.인데, 이날은 공휴일(한글날)이므로 2014. 10. 10.의 다음날인 2014. 10. 11.]이 될 수도 있으며, ③ 사용자인 갑의 요구에 따라 일죽지부장 을이 원본 내용 중 일부를 보정해 다시 제출한 2014. 11. 5.로부터 7일이 지난 다음날(2014. 11. 12.의 다음날인 2014. 11. 13.)이 이 사건에서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각 기준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 시행규칙 제10조2에 기초하여 수신자는 필수적 기재사항이 아니므로, 일죽지부장 을이 보정한 요구서를 다시 제출한 ③ 2014. 11. 13. 은 결정 기준일이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과반수 노동조합의 결정 기준일은 ① 2014. 10. 8. 또는 ② 2014. 10. 11.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판결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할 때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는 시행령 제14조의2 제2항 규정에서 '서면'에는 팩스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일은 다툼의 여지가 없이 명확해야 하는데 팩스는 전송해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법률관계를 불명확하게 하고, 이는 이메일 등에 의한 해고통지의 효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실무 태도와도 부합하며, 문리해석상 서면은 종이로 된 문서를 뜻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종이가 전달된 2014. 10. 2.을 기준으로 계산한 ② 2014. 10. 11.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공고일이 되어야 하는 날'로 보았다. 2014. 10. 11.을 기준으로 할 때, 당시 A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의 그것보다 다수이므로, 과반수 노동조합은 전국톨게이트 노동조합이 아닌 A노동조합이 된다. 반면,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서 단체교섭 요구서를 팩스로 보내도 무방하다고 판단하였다. 전달 여부의 불명확성은 팩스를 전송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려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면 그만이고, 사용자인 갑은 2014. 9. 30.자 단체교섭 요구서를 팩스로 받았다고 자인(自認)하였으며, 시행령 제14조의2 제2항은 서면의 전달방법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단체교섭 요구내용이 기재된 서면을 반드시 종이로 교부해야 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는 게 그 주된 논지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2014. 9. 30.을 기준으로 계산한 ① 2014. 10. 8.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공고일이 되어야 하는 날'로 판시하였다. A노동조합은 2014. 10. 10. 비로소 설립되었으므로 2014. 10. 8.을 기준으로 할 때, 당시 전국톨게이트노동조합이 유일한 노동조합이고 과반수 조합원을 보유하였으므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옳다고 본 것이다. 3. 판례해설 대상판결에는 두 가지 쟁점이 존재한다. 하나는「단체교섭 요구서를 서면으로 직접 전달해야 하느냐, 아니면 팩스로 전송해도 되느냐」이고, 다른 하나는「과반수 노동조합의 결정기준일인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공고일을 실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일로 볼 것이냐, 아니면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을 경우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확정?공고 되어야 하는 날로 볼 것이냐」이다. 첫 번째 쟁점과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해고사유를 서면이 아닌 이메일로 통지한 사건에서 "근로자가 이메일을 수신하는 등으로 내용을 알고 있는 이상,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해고사유 등을 서면 통지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 취지를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로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있다"고 판시하였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5.9.10. 선고 2015두41401 판결). 이 사건에서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존부,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특정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팩스에 의한 통지도 서면에 의한 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두 번째 쟁점과 관련하여 비록 하급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기 위한 조합원수의 산정기준일은 '실제로 확정공고를 한 날'이 아닌, '확정공고를 했어야 하는 날'이라고 판단한 선례가 있다. 즉,"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기준일이 언제인가에 따라 어느 노동조합이 과반수 노동조합인지가 결정되므로 그 기준일은 엄격하게 특정일로 확정될 수 있어야 하는데, 만약 실제로 확정공고를 한 날을 기준일로 삼는다면 사용자가 자의적으로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기준일을 정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고, 결국 노동조합 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대전지방법원 2013. 4. 17.선고 2012가합35037). 대상판결의 사용자 갑은 최근 상고를 하였으므로, 결국 팩스에 의한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가 적법한지, 과반수 노동조합의 결정기준일에 대한 최종 해석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서면의 직접 교부나 우편송달 방법에 의한 전달만으로 제한 해석할 것인지, 이메일 사례뿐만 아니라 팩스에 의한 전달까지 노동법의 통지 방식을 넓힐 것인지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노동조합
단체교섭
2016-07-19
헌법사건
형사일반
판례해설 - 헌재 "약식명령 불복기간 7일“ 합헌결정에 대하여
헌재는 2016. 4. 28.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약식명령으로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448조 제1항과,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제453조 제1항('정식재판청구기간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하였다. 후자에 대하여만 논해 보고자 한다. 헌재가 이 사건에서 재판청구권에 대한 위헌심사기준을, "입법자는 사실상 재판청구권을 무력화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재판절차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관한 재량을 지닌다."고 하여, '합리성 심사'로 약화시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이는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이 불가피하므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러한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비록 완화된 의미에서일지언정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은 준수되어야 한다. 특히, 당해 입법이 단지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되고, 상당한 정도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헌재 2001. 6. 28. 2000헌바77)라고 한 것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재판청구권에 관한 헌재의 심사기준이 일관되지는 않은데, 국가는 형사사법권을 독점하고 있으므로, 적정하고 공정하며 효과적인 권리구제절차를 보장해 주어야만 한다. 재판청구권은 어느 기본권 못지않게 중요하며, 다른 기본권들의 효력이 이에 달려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이 '모든 자유와 권리'의 제한에 대하여 엄격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기본권 제한에 대한 입법형성을 넓게 인정하는 것은 최대한 삼가야 할 것이다. 그 점에서 정식재판청구기간조항이 검토되어야 하며, '고지 후 7일'이라는 기간은 법률전문가 아닌 국민에게 정식재판 여부를 결정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재판청구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하지 못하고, 그렇게 형사사법을 운영하여야 할 필요성도 절실하지 않다.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있을 때 정식재판청구권이 회복될 수 있으나, 어떤 때인지 명백한 것은 아니며, 이 사건 청구인 역시 그 사유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소수의견이 지적한대로, '기산점이 되는 송달의 불확실성이 상쇄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불복기간'이 될 수 없다. 일반 형사사건에서 상소기간이 7일인 것 역시 같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피고인이 7일 만에 상소여부를 숙고하기는 어렵고, 그러한 제도는 오히려 무분별한 상소를 조장할 수 있다. 사법절차에서 재판청구기간에 대하여 관행적으로 이를 용인할 것이 아니라, 재판청구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쪽으로 개선입법이 이루어져야 하고, 헌법재판소는 적극적으로 그러한 입법의지를 이끌어야 주어야 할 것이다.
재판청구권
형사소송법제453조제1항
약식명령
2016-05-27
국가배상
판례해설 - 변호사에게 소송을 위임한 사람이 소 제기 전에 사망하였으나 변호사가 사망 사실을 모르고 사망자 명의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적법한가
최근 대법원은 보도연맹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김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당사자가 소송대리인에게 소송위임을 한 다음 소 제기 전에 사망하였는데 소송대리인이 당사자가 사망한 것을 모르고 그 당사자를 원고로 표시하여 소를 제기하였다면 이러한 소의 제기는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4다210449판결). 원래 소장이 제1심 법원에 접수되기 전에 원고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원고 명의의 제소는 부적법한 것으로서 각하될 수밖에 없다. 소 제기 당시 사망한 자는 당사자능력이 없으므로 사망한 자를 원고로 한 소는 부적법하고, 이와 같이 실재하지 않는 사망자 명의로 제기된 소는 처음부터 부적법한 것이어서 그에 대한 소송수계신청은 허용될 수 없다. 문제는 당사자가 소송대리인에게 소송위임을 한 다음 소 제기 전에 사망한 경우에도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것인지 여부이다. 민사소송법 제95조 제1호는 소송대리권이 소멸하지 아니하는 경우로 '당사자의 사망 또는 소송능력의 상실'을 규정하고 있고, 소송대리권은 당사자가 소송대리인에게 소송위임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므로(당사자의 소송위임에 따라 소송대리인이 소장을 제출하여야만 소송대리권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당사자가 소송대리인에게 소송위임을 하여 소송대리권이 발생한 이상 그 이후 당사자가 소 제기 전에 사망한 경우에도 소송대리인의 소송대리권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위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 경우 상속인은 어떤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가?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사망자를 원고로 한 소제기의 효력은 상속인들에게 귀속되므로 상속인들이 그 소송절차를 수계하여야 한다. 한편 당사자가 사망하였으나 소송대리인이 있는 경우에는 소송절차가 중단되지 않고, 그 소송대리인은 상속인들 전원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게 되며 판결은 상속인들 전원에 대하여 효력이 있다. 이 경우 심급대리의 원칙상 판결정본이 소송대리인에게 송달되면 소송절차가 중단되므로 항소는 소송수계절차를 밟은 다음에 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다만 제1심 소송대리인이 상소제기에 관한 특별수권이 있어 상소를 제기하였다면 그 상소제기 시부터 소송절차가 중단되므로 항소심에서 소송수계절차를 거치면 된다). 그리고 소송절차 중단 중에 제기된 상소는 부적법하지만 상소심법원에 수계신청을 하여 그 하자를 치유시킬 수 있으므로, 상속인들로부터 항소심 소송을 위임받은 소송대리인이 소송수계절차를 취하지 아니한 채 사망한 당사자 명의로 항소장 및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였더라도, 상속인들이 항소심에서 수계신청을 하고 소송대리인의 소송행위를 적법한 것으로 추인하면 그 하자는 치유된다 할 것이고, 추인은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이는 종전의 법리를 확인한 것이다. 위 사건에서 2심 법원은 소 제기 당시 사망하여 당사자능력이 없는 자를 원고로 한 소는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하였으나, 대법원은 "소송위임장의 작성일과 작성 주체, 소송에 필요한 서류의 발급일과 발급 주체, 소송대리인에 대한 수임료 지급관계 등을 조사하여 과연 망인이 사망 전에 제1심 소송대리인에게 이 사건 소송을 위임한 사실이 있는지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리하여 만약 망인이 사망 전에 제1심 소송대리인에게 소송위임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상속인들의 소송수계신청을 받아들여 본안 판단을 했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파기 환송하였는바,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국가배상
소송위임
당사자능력
2016-05-27
형사일반
판례해설 -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 재심규정의 해석과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원칙
1.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 피고인000에 대하여 상해 및 강제추행의 공소사실로 기소 창원 지방 법원 제1심 재판부는 2014. 1.경 공소장 부본 등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고, 2014. 5 경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의거, 피고인의 진술 없이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 징역 10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는 판결 선고.(창원지방법원 2014. 5. 9. 선고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2013초기105 판결). □ 그 후, 피고인은 항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공소장 부본 등이 송달되지 않아 재판에 출석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며 항소권회복청구. 제1심 법원은 항소권 회복 결정. □ 한편 피고인에 대하여 별건 사기, 횡령 등으로 기소. 제1심 법원은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후 2015. 4경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창원지방법원 2015. 4. 8. 선고 2014고단2906, 2014고단3192(병합) 판결). 피고인은 이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 제기. □ 항소심 법원은 위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한 후 기존 증거조사 결과와 추가로 조사한 증거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 선고(창원지방법원 2015. 10. 1. 선고 2014노2376, 2015노847(병합) 판결). □ 대법원은, 피고인이 항소권 회복 청구를 하면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판 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였다면 이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 소정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후에 다시 판결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음을 이유로 파기 환송함(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6551 판결). 2. 대법원 판결 취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재심청구를 하지 않고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여 인용된 경우라도, 그 사유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사정을 포함하고 있다면 피고인이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과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을 병합하여 판단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살피지 아니한 채, 새로이 공소장 부분 등을 송달하는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심리 및 판단을 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 13호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 및 피고인의 귀책사유 없이 불출석 한 상태에서의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평석 (1) 적법절차원칙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장 이건은 원심이 항소 이유 중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으므로 파기 환송한다는 판결이다.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인정을 하였으므로 재심을 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으나, 본 사안은 재심 사유는 항소이유가 되고, 항소심에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심인 항소심에서 재판을 다시 하라는 취지이다. 재심제도는 유죄의 확정 판결에 중대한 사실 인정의 오류가 있을 때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판결을 시정하는 구제 절차를 말한다. 재심은 법적 안정성을 일부 희생하면서 피고인 등을 구제하는 절차이므로 그 재심 사유는 엄격히 제한되고 해석 역시 제한된다. 형사 판결에 대한 신뢰가 낮을수록 재심에 대한 요구는 높아질 것이나 재심 사유를 널리 인정하는 것 역시 법적 안정성과 소송 경제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우리 형소법은 재심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신속한 재판을 위해 불출석 피고인에 대한 재판을 인정하면서 아울러 "책임 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 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 이를 재심청구 사유로 규정하였다. 재심 사유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 재심은 확정 판결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판결 확정전이라도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면 절대적 항소 이유가 된다.(위 형소법 제 361조의 5 제13호)이는 재판의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신속한 권리 구제를 기하고 아울러 소송경제를 고려한 규정이라 할 것이다. (2) 실체적 정의에 앞서 절차적 정의를 강조함. 본 사안의 경우 제1심 확정 판결(상해, 강제 추행), 별도의 제1심 판결(사기, 횡령), 항소심 판결(항소권 회복에 의하여 상해, 강제 추행, 사기, 횡령에 대하여), 상고심 판결을 거쳤고 앞으로 다시 파기 환송심 판결과 상고심 절차가 남아 있다. 파기 환송심에서는 재심 사유가 존재하는 상해, 강제 추행부분에 대하여 다시 공소장 부본을 송달하는 등 소송행위를 새롭게 진행해야 한다. 한편 원심 판결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미 법정에 출석하여 사실오인 주장을 하였고, 법원은 피해자 증언 등 적법하게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유죄 판결을 하면서 피고인의 사실 오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에도 원심이 "제 1심 증거관계와 증거 조사결과의 요지를 고지한 후 당사자들의 의견을 묻고 피고인 측이 추가로 신청한 증거들까지 조사한 후 변론을 종결하였다"고 인정하고 있다. 다만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공소장 부본 송달 등 (형식적)소송행위를 다시 하라는 것이다. (3) 형사 절차에서 불필요한 요식행위의 의미. 현대 형사 소송법은 권리 구제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규정하고 있다. 현대 법치국가의 헌법, 형사법은 권리구제를 위하여 불필요한 요식행위라고도 불릴 수 있는 절차들까지 겹겹이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근대 형사 법제도는 원래 일본을 통한 대륙법계로 출발하였다. 2차 대전 후 미국의 법이념이 세계를 지배하면서부터는 영미식 제도까지 대거 유입되었다. 이런 사정은 일본도 마찬 가지였다. 그리하여 한국과 일본의 형사법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체계적 해석이 어려운 법체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개중에는 미국 제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본고장보다 훨씬 강력한 규정으로 변모한 것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미란다 원칙"이다. 본고장에서는 "인신 구속 상태 혹은 수사 기관에 의하여 현저한 방법으로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에서 심문을 하여 얻은 진술은 자기부죄거부의 특권을 부정한 것으로 증거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증거의 허용성 문제로 태동한 것이다. 즉 체포, 구속 상태(체포와 구속을 구분하는 것도 한국과 일본의 독특한 제도다)에서 진술 거부권,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얻은 진술은 증거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 것이다. 따라서 체포 구속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받은 진술은 미란다 원칙과 관련이 없다. 그런데 이 원칙이 한국에 소개되면서 헌법상 체포의 요건으로 까지 승화되고, 미란다 원칙의 고지 없이 체포를 하면 체포자체가 불법이 되는 경지로 발전했다.(헌법 제 12조 제5항, 형소법 제 200조의 5) 판례도 체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고지하는 것이 원칙(2011도7193)이라고 선언 하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범인을 체포할 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는 실무상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입법자들이 아무래도 헐리우드 사법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영장 제도를 예로 들어보면, 거의 100% 영장 없이 체포를 하는 미국에서는 영장제도 역시 불필요한 요식행위로 여기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영장 심사제도가 우리 형소법에 도입되면서 사실상 혐의 유무를 가리는 재판의 기능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중요 사건의 경우 검사와 변호인 측이 장시간 증거를 놓고 논쟁을 하는 경우까지 있고 사실상 정식 재판을 하듯 진행한다. 본래의 취지라면 영장의 몇 가지 기본적 요건(당사자 동일성, 피의 사실의 구성요건 해당성, 사안의 경중, 범죄를 의심할 만한 자료,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 등)을 신속하게 심사하여 처리해야 할 것이다. 실체적 진실은 정식 공판 절차에서 가려져야 한다. 결국 우리 형사 절차는 구속 사건의 경우 사실상 4심제로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영장 기각 후 불구속 기소를 한 경우 피고인의 불출석 비율이 늘고 있으며, 형사 절차의 지연이나 사법 절차에 대한 불신, 경시 풍조까지 확산되고 있다. 4. 결어 본 사안의 경우 피고인이 어떠한 사유로 공판정에 출석할 수 없었는지 언급이 없어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중에 항소권 회복 신청을 하면서 법정에 출석하였고 원심 법원은 제1심 증거관계와 증거조사결과의 요지를 고지한 후 당사자들의 의견을 묻고, 피고인 측이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추가로 신청한 증거들까지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상념이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현대 사회에서 신속한 재판의 이념 역시 중요하며 소송 경제도 고려해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적법 절차의 보장이라는 면에서 수긍할 만하지만, 한편으로는 형식적 요식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적법 절차의 보장을 통한 권리 구제이념과 신속한 재판, 법적 안정성이라는 측면을 조화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항소권회복
공시송달
재심청구
201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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