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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지자체행사중 사고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면책여부
1. 책임보험의 의의·기능과 사안의 쟁점 피보험자가 보험기간중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질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책임보험이라 한다. 각종 책임사고로 인한 손해를 본인이 부담하게 한다면 기업은 도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개인도 회복불가능한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곧 불법행위법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손해의 공평분배를 실현할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 이를 피하기 위하여 고안된 제도가 책임보험이다. 그런데 피보험자는 보험보호를 누리고 가해의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되어 파생되는 책임보험의 역기능을 억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에 책임보험에서는 일부 자기부담금을 부과하고 있고 다양한 면책사유를 두고 있다. 책임보험 중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인명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입혀 발생한 법률상 배상책임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가해자의 범위에 따라 크게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자녀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으로 나주어진다. 비교적 적은 보험료로 일상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배상책임을 보장받을 수 있어 유용한 보험종목이다. 손해보험회사의 상해보험, 주택화재보험, 어린이보험 등에 특약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이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사안에서 문제되는 점은 다음의 3가지이다: ① 피보험자 소속 지자체 행사 중 사고가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에 해당하는지 여부, ② 직무상 배상책임 면책이 불공정약관이어서 무효인지여부, ③ 책임보험에서 직접청구권 인정과 그 법적 성질. 2. 사실관계 서울시 공무원인 A씨와 C씨는 2016년 1월 춘천 강촌으로 '2016년 액션미팅'을 떠나 족구경기에 앞서 같은 팀에서 연습경기에 참여하였다. 좌측 후방을 맡고 있던 A씨는 같은 쪽 전방을 맡고 있던 C씨와의 사이에 공이 떨어지자 "마이, 마이"라고 외치며 헤딩을 하려다가 공을 걷어내려던 C씨의 발에 머리를 걷어차여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이 사고로 비골골절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A씨는 곧바로 대학병원으로 후송되어 이틀간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이후 여러 병원에서 입원 치료와 통원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좌측 반신 부분마비로 일상생활이나 동작에 제한이 생겼다. 이 사고로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요양급여를 받은 A씨는, C씨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계약을 체결한 B사를 상대로도 "일상생활에 기인하는 우연한 사고가 일어났으니 배상하라"고 하면서 "1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3. 판결의 요지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국가 등이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것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만, 경과실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액션미팅은 중점 현안과제 토론을 통해 직원 업무 몰입도 향상·주요 시책 성과제고를 위해 평일에 실시된 행사로서 A씨와 C씨가 근무하는 부서 전 직원이 필수적으로 참석하도록 시행되었고, 대형버스로 강촌에 도착한 다음 도착 후 직원별 소통과 현안업무 토론, 친선 족구경기 순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사고는 공무원인 C씨가 일과시간에 직무로서 체육활동을 하는 중 발생하였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이 사고는 통상적으로 있을 법하게 C씨가 공을 차려고 하였던 것"이라고 하면서 "그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또 "C씨가 가입한 보험계약 약관에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족구경기가 C씨의 직무수행에 해당된다고 보는 이상 B사는 보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4. 판례평석 현대에는 책임보험이 다양한 영역에서 기능을 하고 있다. 책임보험에서 보험자와 제3자와의 관계는 타인을 위한 보험은 아니다. 배상관계와 보상관계의 분리원칙(Trennungsprinzip)을 철저히 하면 피해자는 가해자인 피보험자에게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보험금은 경제적으로 제3자에게 귀속되므로 피해자는 보험자와 관계를 갖는다. 상법은 책임보험의 경우 피해자인 제3자에게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한다(제724조 제2항 본문). 이 직접청구권은 보험금청구권이 아닌 손해배상청구권을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본다(대법원 2010.10.28. 선고 2010다53754 판결 등).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실수로 한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치거나 하였을 때 배상하여야 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물건이 파손되어 원상 복구할 때 드는 비용과 보상비 등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그런데 동 보험은 국내에서는 많이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가정생활안심보험 등 패키지 보험을 통해서 일상생활에서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보상대상에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선진 외국에서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근거는 우리보다 사고발생에 대한 배상을 하여주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강하고 또 일반인들이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에 대하여 더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포함한 책임보험은 손해보험에 속한다. 손해보험의 경우 고의·중과실에 의한 사고는 보험자 면책사유로 되어 있다(상법 제659조). 하지만 책임보험에서는 그 특수성과 피해자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때문에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만이 면책사유가 된다고 하여야 한다. 본 평석에서 문제가 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사건에서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한 보험자에 대하여 피해자가 직접청구권을 행사한 경우이다. 그런데 가해자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에서는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쟁점의 사안은 공무원이 주간에 소속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한 행사 일정에 포함된 족구 연습경기에 참여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이었다. 즉 공무원이 소속 지자체의 행사에서 족구를 하다가 피해자가 ‘마이’를 외치고 헤딩을 하려는데 순간적으로 가해자가 공을 걷어차려다가 피해자의 머리를 차서 다친 경우이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가해자 측에게 고의·중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여야 한다. 그리고 직장 행사에서 족구를 하다가 통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경위로 사고가 난 경우로서 결국 해당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에서 면책사유로 규정을 하고 있는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시는 타당하다. 그리고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하는 배상책임을 면책사유로 하고 있는 것이 약관의 규제 법리상 무효로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직무수행중의 위험은 일상생활에서의 위험과는 그 위험률의 정도가 달라 면책사유로 하고 있는 것으로서 해당 보험의 보장내용을 공허한 것으로 만드는 면책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우리 대법원은, 어떠한 위험을 인수할 것인가 및 어떠한 사유를 면책사유로 정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보험자가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34956, 2015다34963 판결)을 취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한 판단이 설득력이 있다. 면책약관이 유효하다고 본 다음에는 이 보험에 대한 약관 설명과 보장내용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다. 본 사안의 경우는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에 기인한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평석의 대상인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다만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상대상과 면책사유(직무수행으로 인한 배상책임, 같이 살고 있는 친척에 대한 사고, 자신의 물건이나 빌린 물건에 대한 사고, 정신질환에 의한 배상책임보험, 살고 있는 집이 아닌 다른 부동산에 대한 배상, 폭행·구타로 인한 배상책임 등)를 보험가입시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여 주어 가입자들이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또한 보험자의 상품 광고에서도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장범위를 명확하게 알려 보험가입자들이 판단하고 보장 흠결에 대한 대비책(예를 들어 ‘사용자배상책임보험’에의 가입 등)을 강구할 수 있도록 하여 이 보험의 보장 흠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보험을 통하여 보상을 받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현대인들의 일상생활 과정에서의 사고에 대하여 보상을 해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보험제도가 선진 외국처럼 많이 이용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는 다양한 면책약관을 규정하고 있다. 그 면책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다툼이 발생한다. 앞으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과 관련하여 면책사유의 내용과 그 면책사유에의 해당여부에 대한 보다 정치한 연구가 진행되어 이 분야에서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병규 교수(건국대 로스쿨)
공무원
족구
직무수행
최병규 교수(건국대 로스쿨)
2020-09-10
민사일반
[판례해설] 주유소 혼유사고… 운전자도 30%책임
현대인이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은행도 인터넷으로, 쇼핑도 온라인 쇼핑몰에서~하지만 주유소는 인터넷으로 안된다. 반드시 자동차를 끌고 주유소에 가서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셀프 주유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반 주유소를 이용할 것이다. 주유소에 들어갈 때 휘발유 주유기와 경유 주유기가 따로 있으면 내 차에 맞는 곳으로 찾아가면 되는데, 공중에 매달려 있는 주유기를 끌어 내리는 곳도 있고 휘발유와 디젤이 함께 있는 복합주유기도 있다. 그럴 때 혹시 주유원이 내 차에 제대로 주유하는지 살펴보는 운전자가 얼마나 될까? 일부 운전자들은 내게 맞는 주유기를 찾아가 주유소 직원이 주유기를 빼들고 주유구에 꽂는 것까지 확인하고 마지막에 액수까지 확인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주유구 방향만 맞춰 세운 후 "5만원이요~" "가득이요~"라고만 외치고 잠시 통화하거나 문자 보내는 등으로 주유하는 걸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잠시 문자 한 통 보내고 주유하는 걸 봤더니 내 차는 경유차인데 휘발유가 들어가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스톱 스톱을 외쳐 주유를 멈추게 해야 할 것이다.아직 주유하기 전이면 괜찮지만 다른 연료가 조금이라도 들어갔으면 문제가 되기에 바로 연료 계통을 세척해야만 한다. 주유할 때 시동을 껐으면 그나마 세척이 쉽지만 시동을 켜 둔 상태라면 이미 연료가 엔진을 돌아 세척작업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 이런 혼유 사고 (기름이 섞이는 사고)가 설마 일어날까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제법 많이 일어 난다. 주유원이 당연히 맞는 연료를 주입해야 하지만 무척 바쁠 때, 또는 잠시 딴 생각하다 보면 경유차에 휘발유를, 휘발유차에 경유를 주입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일반적으로는 경유차에 휘발유를 잘못 주입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경유차의 주유구 지름이 넓어 휘발유 주유기가 쉽게 들어갈 수 있는데 반해 휘발유차의 주유구는 상대적으로 좁아서 경유 주유기를 무리하게 주입하려 하지 않으면 잘 안 들어가기 때문이다. ) 여기서 휘발유차와 경유차는 모델이 다르고 차종이 다른데 왜 그런 사고가 생기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같은 차종, 같은 모델인데도 휘발유차도 있고 경유차도 있어서 외관으로서는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유차의 주유구에는 "경유" 또는 "DIESEL"이라고 눈에 띄게 인쇄해 놓았지만 바쁠 때 그걸 눈여겨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그 글자가 지워져 희미한 경우도 있어서 혼유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혼유사고는 누가 책임져야 할까? 당연히 주유소가 책임져야 한다. 주유소 직원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유소가 엔진 세척비, 수리비, 교환비 등을 물어줘야 하는데 주유소에게 100% 책임 있을까?그렇지 않다. 상황에 따라 운전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운전자는 주유원이 혹시 실수할 가능성이 있기에 실수하는지 아닌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의깊게 살펴야 하고 그러지 못했을 땐 운전자에게도 과실이 인정된다. 한편, 주유하기 전에 시동 꺼야 한다는 건 대부분 운전자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만일의 화재에 대비하기 위함이 주된 이유겠지만, 혼유사고에 대비해서도 시동을 꺼야 한다. 2016. 9. 경기도 시흥시의 한 주유소에서 유종을 지정하지 않고 주유해 달라고 했는데 주유소 직원이 경유차에 휘발유를 주유했고, 중간에 운전자의 남편이 이를 발견하고 정지시켰으나 이미 18L 가량의 휘발유가 혼유되어 세척 및 수리가 필요했던 사건에서 법원은 "이 사건 차량의 경우 외관상 경유 차량인지, 휘발유 차량인지 구별이 어려운 점, 원고가 주유를 요청할 당시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주유를 요청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종도 알려주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혼유사고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대한 운전자의 과실은 30%"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나36856 판결) 그렇다면 시동을 끄고, 경유 주유기 앞 (더 정확하게는 경유와 휘발유가 같이 있는 복합주유기 앞)에 차를 세웠으면 운전자에게는 잘못이 없는걸까?그렇지 않다. 명확하게 "경유~"라 얘기하고, 주유할 때 경유가 들어가는지 직접 확인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잘못이라는 판결도 있었다. 2014. 9. 서울 강동구의 어느 주유소에서 경유와 휘발유가 같이 있는 복식주유기 앞에 경유차를 세우고 "3만원이요~"라고만 하자 주유원이 "휘발유 3만원이요~"하면서 주유하는 걸 중간에 발견하고 멈추게 했지만 연료계통 세척이 필요했던 사건에서 법원은 "어떤 유종인지 정확하게 밝히고 그에 따른 주유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면서 정상적으로 주유되고 있는지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건 잘못이고 그 비율은 10%로 본다"라고 판결했다.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4가단128855, 2014가단53661판결) 결국 운전자는 주유원이 알아서 해 주겠지 하면서 방심하면 안된다. 휘발유차는 휘발유 주유기 앞에, 경유차는 경유 주유기 앞에 세워야 하고, 만일 복식주유기 앞에 차를 세워야 할 때라면 반드시 "경유 5만원이요~"라고 분명히 얘기한 후 주유원이 경유 주유기를 손에 잡는 거까지 확인해야만 한다. 운전하느라 신경 많이 써서 주유하는 동안만이라도 잠시 긴장을 풀어 볼까 했는데 오히려 더 신경써야 한다니~ 현대인의 삶이 고달프게 느껴진다. 한문철 변호사
주유소
혼유
휘발류
경유
유종
한문철 변호사
2018-03-09
산재·연금
행정사건
[판례해설] 출근길 버스를 잘못 탄 것에 대한 공무상재해의 포섭 사건
서울행정법원 2016구단 59709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취소 사건에 관한 1. 사실관계 원고는 서울시에 있는 모 공공기관에서 방호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원고는 2016. 2. 21. 일요일 새벽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가 출근방향과 반대방향의 버스에 잘못 올라탔다. 원고는 뒤늦게 위 사실을 알게 되었고,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정류장에서 하차하다가 승강장에서 넘어졌고,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진찰 결과, 원고에게는 뇌 부위의 상병(뇌경막상 출혈, 뇌경막하 수낭종, 출혈성 뇌좌상, 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 두개골 골절)과 기타 부위의 상병(우측 슬개골 골절, 우측 경골 간부 분쇄 골절, 우측비골 근위부골절, 안면부 찰과상)이 있음이 밝혀졌다. 원고는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위 상병에 대한 공무상 요양승인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위 사고 이전에 상세불명의 뇌경색, 실신 및 허탈 등의 질환으로 병원에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공무원연금급여심의위원회는 “원고의 질병은 공무와 무관하게 발병한 만성적인 뇌질환(뇌출혈, 뇌경색 등)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심의의견을 제시하였고,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질병과 공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 행정소송 과정에서 원고의 뇌 부위 상병이 2016. 2. 21.자 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기왕증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에 관하여, 의사들의 진단은 엇갈렸다. 원고를 치료한 신경외과 주치의는 원고의 뇌 부위 상병 중 일부는 만성 병변이고 나머지 일부는 2016. 2. 21.자 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한 반면, 법원 신경외과 감정의는 뇌 부위 상병은 사고 당일로부터 상당 기간 전에 발생한 병변으로 보았다. 한편, 원고의 기타 부위 상병에 대하여는 원고를 치료한 정형외과 주치의 및 법원 감정의 모두 상병 당일 발생한 병변으로 보았다. 2. 판결의 요지 원고가 당한 2016. 2. 21.자 사고가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상 재해 중 출퇴근 중의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공무원이 근무를 위해 주거지와 근무장소 사이를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던 중 발생한 재해인지 여부에 달렸다’는 기존 판례를 언급하고, 당시 원고는 실수로 버스를 잘못 탔을 뿐 다른 용무 때문에 의도적으로 다른 출근경로를 택한 것은 아니므로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원고의 병변 중 뇌 부분을 제외한 상병은 2016. 2. 21.자 사고로 발생하였다고 보았고, 의학적 소견이 엇갈린 원고의 뇌 부분의 상병에 관하여는 적어도 원고가 뇌출혈로 스스로 쓰러지다 위 사고를 겪었다는 등 사고가 원고의 기왕증으로 인해 일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출근 중의 사고로 인한 공무상 부상으로 봄이 옳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원고의 상병은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에서 이탈하지 않고 출근하던 중 일어난 사고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피고의 공무상요양 불승인처분을 취소하였다. 현재 피고는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한 상태이다. 3. 판례해설 공무원연금법 제35조는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의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舊) 공무원연금법 시행령(대통령령 제27415호, 2016. 7. 28.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은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의 인정기준을 8가지로 분류한 후 그 세부 기준은 총리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였고, 구(舊)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총리령 제1311호, 2016. 8. 1.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는 「공무원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퇴근하거나 근무지에 부임(赴任) 또는 귀임(歸任)하는 중 발생한 교통사고·추락사고 또는 그 밖의 사고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공무상 부상 또는 사망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현행 공무원연금법 시행령은 대통령령과 총리령으로 이원화된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의 인정기준을 대통령령에 통합 규정하였다. 따라서,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제14조는 삭제되었고, 동일한 내용이 신설된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제29조 제2항 [별표 2의2]에 그대로 편입되어 있다. 그러나, 공무상 재해에 대한 종래 인정기준은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개정과 무관하게 동일하므로, 기존 판례의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제14조에 대한 해석론은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판례는 공무원이 근무를 하기 위하여 주거지와 근무 장소 사이를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하던 중에 발생한 재해는 공무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1997. 4. 11. 선고 96누19840 판결 참조), 다만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을 벗어났거나 그 일탈이 합리적인 퇴근경로로 복귀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에 그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 1998. 11. 24. 선고 97누16121 판결 참조). 참고적으로 서울행정법원은 공무원의 퇴근길에 발생한 사고가 공무상 재해인지가 문제된 사건에서 위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의 의미를 구체화한 바 있다. 즉,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이란 주거지와 근무 장소 사이에서 출·퇴근을 위해 왕복하는 경우에 그 지역의 교통사정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인정되는 사회통념상 상당한 경로와 방법을 말하며, 그 중 ‘통상적 경로’는 소요시간, 거리 등 제반 교통사정을 감안하여 통상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로로서 어느 정도 일관된 특정성을 가질 필요는 있으나 유일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사회통념상 대체성을 가지는 복수의 경로도 이에 포함되며, 반드시 최단 코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서울행정법원 2006. 6. 14. 선고 2006구합7058 판결 참조). 한편, 출·퇴근 중에 업무 또는 출·퇴근 목적과 관계없이 통상적인 경로에서 벗어나는 것을 ‘통근 중 이탈’이라 하고, 통상적인 경로 상에서 업무 또는 통근과 관계없는 행위를 하는 것을 ‘통근중단’이라고 하는데, 형식적으로는 출ㆍ퇴근 경로를 일탈하였다거나 중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통근을 계속하기 위하여 필요성 또는 합리성을 가지는 통근에 통상 수반되는 사소한 행위인 경우에는 통상적인 출ㆍ퇴근 경로를 일탈하였다거나 중단하였다고 볼 수 없으나, 위와 같은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공무원이 통상적인 출ㆍ퇴근 경로를 일탈하거나 중단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일탈 도중 또는 중단 도중 및 그 후의 통상적인 경로로의 복귀 후에 일어난 재해는 통근수행성이 부정되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다(, 서울행정법원 2006. 12. 21. 선고 2006구단5321 판결 참조). 대상판결은 원고가 출근 중 버스를 잘못 탔음을 깨닫고 다른 버스로 갈아타려고 하던 중 입은 사고에 관한 것으로서, 당해 공무원이 다른 사적 용무를 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출근경로와 반대방향의 버스를 타지 않은 경우라면 통상적인 경로를 이탈하지 않은 것으로 포섭시켰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공무원의 출·퇴근 행위는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출·퇴근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과 경로는 공공기관이 정한 근무지와 출·퇴근시각에 의해 정해지므로, 합리적인 방법과 경로에 의한 출·퇴근 행위라면 이는 공공기관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본 것이다. 주의할 점은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공무원과 일반회사원을 구별하고 있고 일반회사원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인 경우에만 업무상의 재해가 인정된다는 점이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판례는 일반회사원이“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의 재해로 되기 위하여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일반국민은 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는 대상판결의 판시사항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조속한 개정안 통과를 희망해 본다. 마지막으로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릴 당시 원고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식을 이탈하였다는 것을 처분사유로 삼은 바 없으므로, 대상판결의 항소심은 원고의 병변 중 뇌 부위 상병에 대한 판단에 관하여 재감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심리하는 선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출근
공무상재해
공무원연금공단
대중교통
재해
경로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7-11-01
의료사고
[판례해설] 환자 마취된 새… 의사 바꿔 성형수술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7. 21. 선고 2015가단5175508 판결 - 환자가 수술 중 마취되어 누가 실제로 수술하는지 모르는 점을 이용하여, 비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성형수술을 맡긴 성형외과 원장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례 1.사건의 개요 -피고는 이른바 유명 스타 성형외과 의사로,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은 서울 3대 성형외과로 지목될 정도로 명성을 쌓아옴. -환자들은 이 병원 소속 성형외과 전문의사들 또한 성형수술을 잘 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이 병원에 답지하였고, 고액의 수술비도 기꺼이 감수함. -피고는 환자들이 마취상태에서 누가 실제로 수술을 하는지 모르는 점을 이용하여 실제 수술은 치과의사, 이비인후과 의사 등 비성형외과 의사들이 하면서도 마치 환자들을 상담한 성형외과 전문의사들이 수술하는 것처럼 환자들을 속여 비용을 줄이고(비성형외과 의사보다 성형외과 전문의사의 급여가 더 높음), 상담의사와 수술의사를 분업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업무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기로 함. -원고는 2013. 9. 피고의 병원에서 윤곽수술 방법 등에 관해 이 병원 소속 성형외과 전문의 A로부터 설명을 들었고, A는 자신이 직접 수술을 할 것이라고 함. -실제 원고에 대한 안면 윤곽수술은 성명불상자(현재까지도 누가 수술을 하였는지 모름)가 하였고, 원고는 수술비 780만 원을 지급함. -피고는 이 사건 원고를 포함하여, 2012. 11.부터 2013. 10.까지 환자 33명의 진료기록부를 보존하지 아니함. -원고는 수술 후, 우측 관골에서 관골궁의 불유합, 관골 본체의 부정유합, 금속고정기의 일부 틀어짐과 파손, 양측비대칭이 발생하였고, 하악골에서 양측 비대칭, 감각저하가 나타남. -피고는 환자 몰래 비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수술을 맡기고 수술비를 편취한 점 등과 관련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사기 등으로 기소되어 현재 제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음. -원고는 피고에게, 기지급한 수술비 750만 원, 향후 치료비 약 1900만 원, 위자료 1억 원, 합계 1억 2,663만 원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함. 2.제1심 판결의 요지 -제1심은 피고의 병원에서 애초 설명과 달리, 환자 몰래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성명불상자가 수술을 한 것은 원고에 대한 기망에 해당하므로 피고 가 수술비 780만 원을 편취하였다고 판단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원고 신체에 대한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설명의무와 관련하여, “미용성형술은 외모상의 개인적인 심미적 만족감을 얻거나 증대할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질병 치료 목적의 다른 의료행위에 비하여 긴급성이나 불가피성이 매우 약한 특성이 있으므로 이에 관한 시술 등을 의뢰받은 의사로서는 의뢰인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감과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에 관하여 충분히 경청한 다음 전문적 지식에 입각하여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를 실현시킬 수 있는 시술법 등을 신중히 선택하여 권유하여야 하고, 당해 시술의 필요성, 난이도, 시술 방법, 당해 시술에 의하여 환자의 외모가 어느 정도 변화하는지,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부작용 등에 관하여 의뢰인의 성별, 연령, 직업, 미용성형 시술의 경험 여부 등을 참조하여 의뢰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을 함으로써 의뢰인이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시술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특히 의사로서는 시술하고자 하는 미용성형 수술이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를 모두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일부만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와 같은 내용 등을 상세히 설명하여 의뢰인에게 성형술을 시술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94865 판결).”라고 전제한 뒤, 이 사건에서 A가 원고에게 수술로 인한 후유증 발생 가능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의 수술 여부 선택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보아, A의 사용자인 피고에게 위자료 지급의무를 인정하였다. -제1심은 결국 원고가 청구한 수술비, 향후 치료비 대부분을 인정하였고, 위자료에 대해서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5,000만 원으로 정하여, 피고에게 합계 7,300여 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3.이 판결의 의의 필자 또한 2~3년 전에 이와 유사한 사안에 관하여 상담을 한 적이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내 중국 변호사의 소개로 중국인 여성 B가 방문하여, 서울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수술을 받았는데 부작용이 심하다고 하소연하며, 아무래도 수술을 하기로 한 병원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수술을 한 것 같은 의심이 든다고 하였다. B는 해당 병원에 진료기록의 제공을 요청하였으나, 병원은 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수술상 과오를 일부 인정하며 향후 수술비 등 금전적 보상을 제안한 상태였다. B는 병원장이 아닌 사람이 자신을 수술을 한 것에 대한 책임추궁 내지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문의하였는데, 그 당시 누가 수술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전무하고, B가 의심을 하게 된 근거 또한 불확실한 정황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필자는 이 정도의 사정으로는 해당 병원에게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고 답변하였다. 판례해설 대상 사건 제1심은 증거에 의하여, <피고가 환자들이 마취상태에서 누가 실제로 수술을 하는지 모르는 점을 이용하여 실제 수술은 치과의사, 이비인후과 의사 등 비성형외과 의사들이 하면서도 마치 환자들을 상담한 성형외과 전문의사들이 수술하는 것처럼 환자들을 속여 비용을 줄이고, 상담의사와 수술의사를 분업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업무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기로 하였다>고 인정하였는데, 이 부분은 내부 가담자의 양심선언이나, 병원 측의 예상치 못한 실수가 있지 않고서는 환자의 입장에서 밝혀내기 어렵다. 제1심 판결까지 2년 가까이 소요된 것을 볼 때, 원고가 주장을 증명해나가는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대리 수술의 사례 외에도, 의료진이 마취 상태인 환자에게 위법한 신체접촉을 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바,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 및 해당 의료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 최근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분쟁 사례 또한 증가하고 있는바, 이 사건 제1심이 판단의 근거로 설시한, “미용성형술을 의뢰받은 의사가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 및 설명의무의 정도”에 관한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94865 판결은 의사 는 물론 미용성형술을 받으려는 사람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은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수술
손해배상
성명불상자
대리
김은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2017-09-12
노동·근로
판례해설 - ‘페이닥터’ 세금 고용주가 부담하기로 약정 했더라도
'페이 닥터(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봉급을 받는 의사, 봉직의)' 등 고소득 전문직을 고용하면서 임금과 관련된 세금을 사용자가 모두 내주기로 약정했더라도 종합소득세까지 대신 내줄 필요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치과의사 김모씨가 선배이자 자신을 고용한 치과의사 주모씨를 상대로 "고용계약 내용대로 모든 세금을 부담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다43462)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의사 갑은 을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의 소득을 100%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되 그에 따른 세금은 을이 전액 부담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을은 9개월 동안 갑이 실수령한 금액 5,100만 원에 원천징수세율 3.3%(국세 3% +지방세 0.3%)를 적용하여 계산한 소득세를 합한 5,400만 원을 갑의 사업소득으로 신고하였고, 세금은 을이 부담하였다. 이때 을은 갑의 소득을 원천징수대상사업소득으로 신고하였을 것이다. 세법에 의하면 개인이 물적시설이나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고 일의 성과에 따라 수당이나 이와 유사한 성질의 대가를 받는 용역부가가치세가 면세되고 이에 대한 소득은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되는 원천징수대상사업소득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소득세법 129조, 시행령 제184조,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42조). 그런데 계약서상 근로계약기간의 문구 등에 의하면 실질은 근로계약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소득으로 보자고 계약한 이유는 뭘까? 을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으로 보게 되면 4대 보험료의 부담을 을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5,400만원에 대한 보험료 부담액은 대충 계산해도 년 7,00여만 원이고 근로소득세는 423여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런데 사업소득으로 보면 180만 원 정도의 부담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을 입장에서는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반대로 갑 입장에선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게 유리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런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갑은 세법을 잘 알지 못하였다. 그에게는 당해연도에 부동산임대소득 1,629만원과 다른 근로소득 2,415만원의 별도의 소득이 존재하였다. 근로소득만 있었다면 연말정산으로 끝나겠지만 부동산임대소득이 있기 때문에 다음해 5월에 소득금액을 합산하여 종합소득세를 신고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는 실수를 하였다. 5,400만원을 누락한 채 종합소득을 신고하였고, 그에 따른 15% 세율로 종합소득세를 납부하였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세법상의 납세의무자는 갑이지 을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내용이 어떻든 간에 갑이 5,400만원까지 합산하여 신고를 하여야 했다. 그리고 기납부세액을 공제받으면 되지만 문제는 종합소득금액이 높아짐에 따라 세율이 35%가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과세관청 입장에선 과소신고납부된 종합소득세 1,300만원을 갑에게 부과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자 갑은 을에게 '급여에 대한 소득세와 그에 부수하는 세금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계약서 문구대로 추가로 납부한 종합소득세액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던 것이고, 1심과 2심은 "계약서의 문언상 을이 원천징수액만을 대납하기로 한 것이라고 제한해 해석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면서 "봉직의(奉職醫)를 고용하는 대개의 경우 사업소득세 전액을 대납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것이 위법하거나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는 잘못이라고 판단하였다. 을은 갑에게 지급하는 소득외에 그에게 다른 소득이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데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종합소득세까지 부담하기로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형평의 이념에 맞지 않다는 이유이다. 이는 세법상 당연한 결론이라고 본다. 당해연도 소득을 합산하여 종합소득세로 신고를 해야 할 납세의무자는 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합소득세율은 누진세율이기 때문에 갑의 소득을 합산된 액수에 따라 세액이 크게 달라지는데 이를 을이 예측하여 부담하기로 하였다는 것은 일반인의 법감정에도 맞지 않고, 갑의 소득은 세법상 원천징수대상사업소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세금만 을이 부담하는 것으로 계약서 문구를 해석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페이닥터
종합소득세
근로소득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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