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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 임의처분… 횡령죄 성립 안 된다
피고인은 2013년 12월 피해자로부터 피해자 소유의 아파트를 명의신탁 받아 보관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2014년 1월 위 아파트를 피고인 명의로 이전등기 하고 그 무렵부터 피해자를 위하여 위 아파트를 보관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5년 8월 6일 자신이 기존에 부담하고 있던 채무의 변제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위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하였고, 2015년 8월 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줌으로써 위 아파트를 임의로 처분하였다. 종전까지 대법원 판례는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함)을 위반하여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하였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 물권변동은 무효이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 있고, 명의수탁자는 등기명의에 의하여 그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양자간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결하여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였다. 횡령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것이므로 횡령죄의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하여야 하는데, 양자간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 약정 등은 모두 무효이고 이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사실상의 위탁관계는 부동산실명법 제7조 제3항(벌칙)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또한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의무를 부담하기는 하나 이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서의 말소청구에 대하여 그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다는 것에 불과하고,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이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일 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어떠한 위탁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본 사건 이전인 2016년 대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등기를 명의신탁자를 거치지 않고 매도인으로부터 곧바로 명의수탁자 앞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된다는 기존의 견해를 변경하여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즉 매수인 명의를 돈을 내는 사람으로 하지 않고 타인 명의로 하는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부동산 매도인이 악의인지 선의인지를 불문하고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이었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따라서 본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뿐만 아니라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를 포함하여 모든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아니하게 되었다. 부동산실명법 제7조(벌칙)는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같은 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를 형사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종전의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실명법 제7조에 의하여 처벌되는'동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횡령죄 성립)을 통해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부동산실명법이 금지 및 처벌하는 명의신탁 관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결과를 야기함으로써 그 입법 취지에 명백히 반하였다.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견해를 변경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통해 보호해 주던 모순을 제거함으로써 앞으로 '부동산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탈세,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라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목적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명의신탁의 종류를 불문하고 명의수탁자의 부동산 임의 처분은 횡령죄로 처벌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관련 법리를 일관성 있게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횡령
명의신탁
부동산
부동산실명법
명의수탁
사기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1-05-24
형사일반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2013. 12. 피해자로부터 피해자 소유의 아파트를 명의신탁 받아 보관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2014. 1. 위 아파트를 피고인 명의로 이전등기 하고 그 무렵부터 피해자를 위하여 위 아파트를 보관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5. 8. 6. 자신이 기존에 부담하고 있던 채무의 변제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위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하였고, 2015. 8. 7.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줌으로써 위 아파트를 임의로 처분하였다. 종전까지 대법원 판례는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함)을 위반하여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횡령죄를 구성한다.”라고 하였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 물권변동은 무효이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 있고, 명의수탁자는 등기명의에 의하여 그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양자간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라고 판결하여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였다. 횡령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것이므로 횡령죄의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하여야 하는데, 양자간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 약정 등은 모두 무효이고 이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사실상의 위탁관계는 부동산실명법 제7조 제3항(벌칙)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를 형법상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또한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의무를 부담하기는 하나 이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서의 말소청구에 대하여 그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다는 것에 불과하고,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이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일 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어떠한 위탁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본 사건 이전인 2016년 대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등기를 명의신탁자를 거치지 않고 매도인으로부터 곧바로 명의수탁자 앞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된다는 기존의 견해를 변경하여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즉 매수인 명의를 돈을 내는 사람으로 하지 않고 타인 명의로 하는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부동산 매도인이 악의인지 선의인지를 불문하고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이었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따라서 본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뿐만 아니라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를 포함하여 모든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아니하게 되었다. 부동산실명법 제7조(벌칙)는,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같은 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를 형사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종전의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실명법 제7조에 의하여 처벌되는‘동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횡령죄 성립)을 통해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부동산실명법이 금지 및 처벌하는 명의신탁 관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결과를 야기함으로써 그 입법 취지에 명백히 반하였다.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견해를 변경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통해 보호해 주던 모순을 제거함으로써 앞으로‘부동산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탈세,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라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목적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이고, 또한 명의신탁의 종류를 불문하고 명의수탁자의 부동산 임의 처분은 횡령죄로 처벌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관련 법리를 일관성 있게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사기
명의수탁
부동산실명법
부동산
명의신탁
횡령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1-05-03
인터넷회선 감청(일명 패킷감청) 위헌확인 사건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중대한 범죄수사를 위해 통신제한조치의 하나로 패킷감청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패킷감청은 그 기술적 특성으로 수사시관이 허가받은 범위 이상의 매우 광범위한 범위의 통신 자료를 취득하게 됨에도, 현행법상 집행 과정이나 그 이후에 객관적인 감독·통제 수단이나 감청자료의 처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패킷감청을 허용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 사건의 개요 국가정보원장은 청구외 김○윤의 국가보안법위반 범죄수사를 위하여 위 김○윤이 사용하는 휴대폰, 인터넷회선 등 전기통신의 감청 등을 목적으로, 2008년경부터 2015년경까지 법원으로부터 총 35차례의 통신제한조치를 허가받아 집행하였다. 위 통신제한조치 중에는 ‘○○연구소’에서 청구인 명의로 가입된 주식회사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인터넷회선(서비스번호: ○○○○, ID : ○○○)에 대한 2013. 10. 9.부터 2015. 4. 28.까지 사이에 6차례에 걸쳐 행해진 통신제한조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인터넷 통신망에서 정보 전송을 위해 쪼개어진 단위인 전기신호 형태의 ‘패킷’(packet)을 수사기관이 중간에 확보하여 그 내용을 지득하는 이른바 ‘패킷감청’이었다. 이에 청구인은 청구인 명의로 가입된 위 인터넷회선의 감청을 목적으로 하는 6차례의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법원의 허가, 이에 따른 피청구인 국가정보원장의 감청행위,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제7호, 제5조 제2항, 제6조가 청구인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영장주의, 적법절차원칙 등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16. 3. 29.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결정 요지 가.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법원의 허가는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한 소송절차 이외의 파생적 사항에 관한 법원의 공권적 법률판단으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국가정보원장의 감청집행은 이미 종료하였으므로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은 소멸하였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본안판단을 하는 이상 감청집행 행위에 대해 별도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실익도 없으므로, 이 사건 감청집행에 대한 심판청구도 부적법하다. 다. 인터넷회선감청은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흐르는 전기신호 형태의 ‘패킷’을 중간에 확보한 다음 재조합 기술을 거쳐 그 내용을 파악하는 이른바 ‘패킷감청’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를 통해 개인의 통신뿐만 아니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제한된다. 오늘날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됨에 따라 국가 및 공공의 안전, 국민의 재산이나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행의 저지나 이미 저질러진 범죄수사에 필요한 경우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는 전기통신에 대한 감청을 허용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인터넷회선 감청으로 수사기관은 타인 간 통신 및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는 통신자료까지 취득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법원의 허가 단계에서는 물론이고, 집행이나 집행 이후 단계에서도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관련 기본권 제한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입법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법은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 보충적 수사 방법으로 통신제한조치가 활용하도록 요건을 정하고 있고, 법원의 허가 단계에서 특정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의 범죄수사를 위해 그 대상자가 사용하는 특정 인터넷회선에 한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감청이 이루어지도록 제한이 되어 있다(법 제5조, 제6조). 그러나 ‘패킷감청’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넷회선 감청은 수사기관이 실제 감청 집행을 하는 단계에서는 해당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흐르는 불특정 다수인의 모든 정보가 패킷 형태로 수집되어 일단 수사기관에 그대로 전송되므로, 다른 통신제한조치에 비하여 감청 집행을 통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방대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특정 다수가 하나의 인터넷회선을 공유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법원이 허가한 범위를 넘어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의 통신자료뿐만 아니라 동일한 인터넷회선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인의 통신자료까지 수사기관에 모두 수집·저장된다. 따라서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개인의 통신자료의 양을 전화감청 등 다른 통신제한조치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따라서 인터넷회선 감청은 집행 및 그 이후에 제3자의 정보나 범죄수사와 무관한 정보까지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보관되고 있지는 않는지, 수사기관이 원래 허가받은 목적, 범위 내에서 자료를 이용·처리하고 있는지 등을 감독 내지 통제할 법적 장치가 강하게 요구된다. 그런데 현행 법은 관련 공무원 등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고(법 제11조), 통신제한조치로 취득한 자료의 사용제한(법 제12조)을 규정하고 있는 것 외에 수사기관이 감청 집행으로 취득하는 막대한 양의 자료의 처리 절차에 대해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현행법상 전기통신 가입자에게 집행 통지는 하게 되어 있으나 집행 사유는 알려주지 않아야 되고, 수사가 장기화되거나 기소중지 처리되는 경우에는 감청이 집행된 사실조차 알 수 있는 길이 없도록 되어 있어(법 제9조의2), 더욱 객관적이고 사후적인 통제가 어렵다. 또한 현행법상 감청 집행으로 인하여 취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범죄와 관련되는 범죄를 수사·소추하거나 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도 사용이 가능하므로(법 제12조 제1호) 특정인의 동향 파악이나 정보수집을 위한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의해 남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인터넷회선 감청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감청을 수사상 필요에 의해 허용하면서도, 관련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집행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경과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거나, 감청을 허가한 판사에게 감청 자료를 봉인하여 제출하도록 하거나, 감청자료의 보관 내지 파기 여부를 판사가 결정하도록 하는 등 수사기관이 감청 집행으로 취득한 자료에 대한 처리 등을 객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입법례가 상당수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인터넷회선 감청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 집행 단계나 집행 이후에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고 관련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범죄수사 목적을 이유로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신제한조치 허가 대상 중 하나로 정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인터넷회선의 감청을 허용하는 것은 개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사이의 법익 균형성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청구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지만, 단순위헌결정을 하면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한 수사를 행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범행의 실행 저지가 긴급히 요구되거나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의 수사에 있어 법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지는 위헌성은 인터넷회선 감청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으로 취득하는 자료에 대해 사후적으로 감독 또는 통제할 수 있는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있으므로 구체적 개선안을 어떤 기준과 요건에 따라 마련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리적인 내용으로 개정할 때까지 일정 기간 이를 잠정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 해설 헌법재판소가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송?수신하는 전기통신’에 대하여 감청을 허용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그 동안 일명 패킷감청‘이라 불리는 인터넷감청이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헌법재판소가 이와 관련하여 제동을 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사건 외에 패킷감청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 2011. 3. 29. 헌법소원심판이 청된 적이 있었다, 2011년 청구된 사건도 이 사건과 동일하게 법원의 허가와 국가정보원장의 집행행위 및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사건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2015. 9. 28. 청구인이 사망하자 소송종료선언을 하였다(헌재 2016. 2. 25. 2011헌마165).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지 4년이 지나 청구인이 사망하자 소송종료선언을 하여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청구된 지 2년 6개월도 되지 않아 선고를 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각하와 헌법불합치 선고가 함께 된 것으로, 법원의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허가는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므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안된다고 하여 각하를 하였고, 국가정보원장의 인터넷회선 감청행위는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보아 각하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 중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송?수신하는 전기통신’에 대하여 감청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만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은 “통신제한조치는 제1항의 요건에 해당하는 자가 발송·수취하거나 송·수신하는 특정한 우편물이나 전기통신 또는 그 해당자가 일정한 기간에 걸쳐 발송·수취하거나 송·수신하는 우편물이나 전기통신을 대상으로 허가될 수 있다.”라고 하여 우편물이나 인터넷회선을 통한 전기통신 또는 그 이외의 전기통신 등도 모두 통신제한조치의 대상이 된다. 즉 통신제한조치는 ‘우편물의 검열’이나 ‘전기통신의 감청’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은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송?수신하는 전기통신’에 대하여 감청을 허용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통신제한조치의 필요성은 인정을 하고 있다. 즉 오늘날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됨에 따라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여 의사 또는 정보를 송·수신하는 방법은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통신수단이 되었고, 인터넷을 활용하는 범행 계획과 실행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통신환경에서, 범죄수사에 필요한 경우에 통신기술의 발전에 상응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일정한 요건을 갖추는 경우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는 전기통신에 대한 감청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는 전기통신에 대하여 감청을 하는 경우 법원의 허가는 특정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를 대상으로 하여 이들이 특정 인터넷회선을 이용하여 송·수신하는 전기통신 중 범죄 관련 정보로 제한된다 하더라도,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감청 허가서에 기재된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의 통신자료뿐만 아니라 단순히 동일한 인터넷회선을 이용할 뿐인 불특정 다수인의 통신자료까지 수사기관에 모두 수집·저장되므로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해 취득하는 개인의 통신자료의 양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회선 감청은 감청대상자인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와 통신을 주고받는 제3자 외에 해당 인터넷회선을 단순히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인의 통신자료까지 수사기관에 취득되고, 오늘날 메신저,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한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물품구매, 금융거래, 영상물 시청, 게시글 등록, 블로그 활동 등 생활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터넷회선 감청이 감청 범위의 포괄성 면에서 다른 전기통신 감청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터넷회선 감청은 그 특성상 집행 단계에서 법원이 허가한 인적, 물적 범위를 넘어 감청으로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의 범위가 무한히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이로 인한 관련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집행 과정에서나 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라도 제3자의 정보나 범죄수사 목적과 무관한 정보까지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보관되고 있지는 않는지, 감청 집행을 통해 수사기관에 광범위하게 취득된 자료를 수사기관이 원래 허가받은 목적, 범위 내에서 제대로 이용·처리하는지 등을 감독 내지 통제할 법적 장치가 강하게 요구된고 보았는데, 통신비밀보호법이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 집행으로 취득하게 되는 막대한 양의 자료의 처리 절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보았다. 우리 법은 법원의 허가 단계에서는 법이 정한 통신제한조치의 요건을 구비하여 피의자, 피내사자별로 통신제한조치의 종류, 목적, 대상, 범위, 집행 장소, 기간 등을 특정하여 허가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집행 단계부터는 공무원 등의 비밀준수의무 및 일정 목적 외 취득한 자료의 사용 제한을 정한 것 외에 객관적 통제 장치를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보았다. 제3자 정보에 대한 통제 장치의 미비는 수사시관이 피의자나 피내사자 이외의 범죄와 관련없는 사람의 자료까지 수집하게 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한 관리 규정이 없으므로 제3자에 대한 정보를 특정인의 동향파악이나 개인정보수집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일명 패킷감청에 대하여 제3자 관련 정보의 처리와 관련하여 객관적인 통제 장치를 두고 있지 않은 것이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 것이다.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전학선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18-11-08
행정사건
[판례해설] 헌재 '인구주택총조사' 방문 면접조사는 "합헌"
헌재 2017. 7. 27. 2015헌마1094 결정 1.사건개요 및 청구요지 청구인은 통계청장을 상대로 하여 통계청장이 통계법에 따라 실시한 2015 인구주택인구총조사와 관련하여 인구주택총조사의 내용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이 법률이 아닌 대통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법률유보원칙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며, 선정된 표본조사 가구가 인터넷조사에 응답하지 않을 시 면접조사를 위한 조사원의 방문과 관련하여 아무런 방문시간제한이 없으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 점, 요구되는 정보가 성명, 생년월일, 종교, 직장명 등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것으로 민감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며 종교의 공개까지 강요하는 점. 또 야간이나 휴일 등에 조사원이 주거를 방문하는 점 등은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주거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표본조사 대상이 된 국민에게만 개인정보를 요구함으로써 표본조사의 대상이 되지 아닌 국민에 비해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였으므로 청구인의 평등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2.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인구주택총조사는 국가의 규모, 구조, 분포와 개발 특성까지 파악하여 사회 전체 상황을 조함할 수 있는 국가의 기본 통계조사이고 유의미한 통계를 얻기 위해서는 조사항목의 적절한 선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모든 조사항목이 반드시 법률로 규율하여야 할 필요성은 없으며 유의미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 비율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할 필요성은 존재하므로 통계청장의 인구주택총조사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조사대상선정 과정에서 어떠한 차별도 없었는 바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인구주택총조사의 조사 항목에 대하여 기존의 조사항목 중 불필요한 항목들은 폐지되었고 성명, 성별, 나이 등의 항목은 UN통계처의 조사권과 항목을 그대로 반영하였으며 이러한 항목이 중복조사 방지나 현황파악을 위해 그 조사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반면 조사의 내용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장소에 보관되며, 조사표의 내용은 컴퓨터를 통해 숫자로 부호화하여 개인정보와와 결합을 통해 인격의 전체파악을 방지하고 있으며, 다른 용도로 사용시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사항목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이의 남용 가능성을 부정하였다. 그리고 조사원의 조사시간 역시 일반적인 출근 직전인 오전 7시30분부터 퇴근 직후인 오후 8시45분까지로 피조사자의 부재로 인한 조사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을 선택한 것이며, 피조사자는 인터넷 조사로도 대답하여 방문조사를 피할 수 있는 등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통계청장의 조치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결정에 대하여 일정비율이상의 인구를 대상으로 하여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할 필요성이 존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조사원의 가구조사 역시 필요하며 맞벌이 부부 및 일인가구의 증가에 따라 출퇴근시간이전에 피치 못하게 조사하여야 할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인구총조사에 성명 등 비록 UN통계처의 조사권고항목이라고 하더라도 극히 개인적이고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사항에 대하여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하여는 동의하기 어렵다. 중복방지를 위해서라면 성명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중복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이의 남용가능성이 없다는 근거로 한정된 장소에 보관되며, 접근자도 제한되어 있고, 목적외 사용시 형사처벌 등의 규정이 존재하는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정보의 악용은 이에 대한 규제 장치가 불완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정보가 이의 악용을 위해 유의미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면 언제든지 이용되었음을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정보의 보안과 관련하여 그 규제와 통제의 규율내용을 볼 것이 아니라 해당 정보를 이용하여 악용하는 것이 실제적으로 불가능할 만큼의 데이터 보안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심도있게 검증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통계법
행정자료
면접조사
방문조사
인구주택총조사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2017-08-21
금융·보험
상사일반
판례해설 - 사기에 의한 보험계약체결의 판단기준과 상법개정의 필요성
1. 사실관계 및 원심 판결 피고는 북한을 이탈해 대한민국에 정착하게 된 '새터민'으로, 2010. 3. 8. 보험회사인 원고와 월 보험료는 20,930원이고 입원일당 3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장기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하여 피보험자가 되었다. 이후 피고는 2010. 7. 6. 허리통증을 이유로 입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4. 9. 25.까지 16회에 걸쳐 입원일수로는 383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고, 위 기간 중 입원일당 3만원씩 합계 10,860,000원의 보험금을 수령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2010. 1. 7.부터 2014. 4. 14.까지 순차적으로 1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특히 2010. 1. 7.부터 2010. 7. 29.까지 약 7개월 동안은 8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피고가 입원기간 중 원고를 비롯한 전체 보험회사들로부터 받은 보험금은 합계 85,213,913원이었다. 원고는 피고가 다수 보험계약을 집중체결한 것에 보험금 부정취득의 목적이 있다며 민법 제103조에 따른 보험계약 무효확인 및 기지급 보험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의 제1심 답변서 미제출로 무변론 승소판결이 선고되었다. 그런데 피고가 항소함에 따라, 위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은 항소심인 대상판결에서 다루어지게 되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종래 대법원 판결 중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본 판례(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 23858 판결 등) 및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지는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다수의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사정에 기하여 추인된다"고 본 판례(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12115 판결 등)를 법리적 근거로 들었다. 비록 피고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를 비롯한 보험회사들로부터 합계 85,213,913원의 보험금을 수령하였음은 사실이지만, 피고는"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한민국에서 자기 몸에만 의존해 살다 다수의 TV홈쇼핑 광고를 접하면서 청약하게 되었다"는 가입경위, 일부 보험계약 해지 때문에 피고의 실제 월납입 보험료 합계액은 원고가 주장한 금액보다 상당히 적었던 점, 피고가 허위 또는 증상을 과장해 과잉입원을 했다는 증거가 없고 다른 보험회사들이 피고의 보험청구에 이의한 기록도 없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대상판결은 피고에게는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이 추인되지 않는다면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판례 해설 보험은 동일한 위험에 놓인 다수의 사람들이 하나의 단체를 구성하고, 통계적 기초에 따라 위험을 합리적으로 분산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보험단체에 가입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보비대칭 현상을 악용하여 우연히 실현된 것인 양 사고를 가장하거나 사고를 과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험금을 편취하는 경우가 있어왔다. 손해보험의 경우, 상법 제669조, 제672조는 사기에 의해 체결된 초과보험, 중복보험을 무효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은 인보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가 소득에 비해 과다한 보험료를 납입해가면서 다수의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가령 생명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아내를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 보험수익자를 남편 포함 상속인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아내를 살해했다가 발각된 사건처럼 형사상 유죄판결이 나온 경우 생명보험계약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49064 판결 등), 이러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에도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험계약자의 반사회성을 추인하여 왔다(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3다69170,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다73237 판결 등 참조). 문제는 민법 제103조가 추상적인 일반규정으로서 수범자에게 충분한 예측가능성을 부여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대상판결에서 원고 보험회사는 목적의 반사회성 추인 법리에 맞추어 피고의 거래은행에 대하여는 보험금 수령내역 확인을 위해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신청을, 보험회사들을 상대로는 피고와 체결한 보험계약 내용 확인을 위해 사실조회신청을, 피고 주소지 관할 행정청을 상대로는 피고의 소득내역 확인을 위해 과세정보제출명령신청을, 국민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는 요양급여비용이 허위·부당청구된 것이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실조회신청을 하는 등 모든 최선을 다하였다. 다만, 그 회신 내용 중 일부는 원고에게 다른 일부는 피고에게 유리하였고, 결국 판결은 법관의 가치판단에 따라 좌우되고 말았다. 물론 위 가치판단에는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동일한 사실관계를 놓고 심급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 자체는 개인사업자로서 최대한 많은 보험상품 판매를 목표로 하는 보험설계사와 이들로부터 상담을 받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보험청약자들 모두에게 규범적으로 어떤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되겠다는 충분한 교훈을 제공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따라서, 민법 제103조가 아닌 상법 보험편에 사기에 의한 보험계약 체결을 무효로 하는 규정을 입법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보험
보험사기
보험금
2016-04-27
조세·부담금
판례해설 - 명의신탁 등 타인의 명의를
명의신탁 등 타인의 명의를 빌려 법률행위를 하는 경제활동은 다양한 목적과 형태로 우리나라에서 오랜 관행으로 인정되어 왔다. 대법원도 종중 재산문제로 인정된 일제 강점기의 명의신탁이론을 해방이후에도 그대로 인정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명의를 빌려 법률행위를 하는 게 왜 문제가 될까? 조세포탈이나 조세회피 및 각종 공법적 규제의 회피수단, 강제집행면탈 등 탈법적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규제책으로 금융실명제를 도입하여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보고 있고,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부동산명의신탁의 효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어느 경우든 명의자를 소유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명의신탁의 경우도 동일한 논리여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명의신탁 효력이 무효라는 2011. 9. 22. 선고된 대전고등법원 판결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과연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지 기대되었다. 최근 2015. 3. 10.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2011두26046 판결).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명의신탁의 효력이 무효라는 원심의 판단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단지 실질과세원칙만을 강조하여 명의를 빌린 자가 주주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주 여부는 그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여 법인의 운영을 지배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뿐이었다. 대법원의 고민이 느껴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종교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차명부동산과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대법원 입장에선 상당히 신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경우 갑이 회사를 설립하면서 주식 100% 중 95%는 자신이 보유하고 나머지 5%는 친구에게 양도하면서 친구와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고, 요청이 있으면 즉시 주식을 반환한다는 '주식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해 놨다. 갑은 그 후 5년 내에 친구로부터 다시 양도 받아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과세관청은 갑의 주식 소유비율이 이전보다 5% 증가되었으므로 그에게 간주취득세를 부과하였다. 그러자 갑은 회사 설립시부터 자신의 소유였던 주식을 반환 받은 것에 불과하므로 새롭게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근거는 현행법상 명의신탁을 유효로 볼 근거법령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민법 제103조의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거나 민법 제108조의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거나, 민법 제186조 물권변동에 관한 형식주의를 취하는 현행 물권법체계에서도 허용될 수 없으므로 주식명의신탁은 무효라는 점을 전제로 한 후 상법상 주식인수의 요식성 및 외관주의 이념, 민법상 의사표시에 관한 표시주의 원칙, 자기책임의 원칙을 근거로 하여 명의자를 주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오히려 명의자를 주주로 보는 것이 주식명의신탁을 악용한 탈세·탈법행위를 방지하고 주식인수거래의 정상화, 투명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였다. 오히려 대법원이 명의신탁을 유효로 보기 때문에 악용을 방지하고자 여러 대책들이 강구되고 그게 또 문제가 되는 현실을 볼 때 원심판결이 주는 메시지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그 예이다. 명의신탁을 통해 조세회피를 하면 수탁자에게 과징금이 아니라 증여세라는 세금을 과세하여 이를 막겠다는 발상으로 입법이 되었다. 그러나 세정현실에선 오히려 경제적 약자에 대한 가혹한 세금폭탄으로 변질이 되어 그 위헌성이 계속 주장되고 있다. 예를 들면, 갑은 첫 직장으로 들어간 회사의 사장 을에게 증권계좌를 만들어 주었는데, 을은 갑의 증권계좌로 주식을 취득하고 양도하는 주가조작을 하였다. 이 경우 소득의 실질은 누가 봐도 을에게 있고 갑에게 이익이 없음에도, 세법은 이익이 을에게서 갑으로 증여된 것으로 보아 경제적 약자인 갑에게 수억 원의 증여세를 과세하는 게 다반사다. 경제적 약자에게 수억 원의 세금을 부과해 봐도 그들은 세금부담능력이 애당초 없는 사람들이다 보니 징수실익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이용하는 사람보다 이용당하는 사람들의 고통만 가중되기도 한다. 실질이 없는데도 과세하는 것은 실질과세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해도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서는 예외를 인정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소유의 실질은 변함없이 신탁자에게 있다는 게 판례다. 한마디로 실질과세원칙은 법리의 일관성 보다는 형식과 실질이 분리하여 조세회피하는 경우를 원천적으로 막아 세수확보를 하겠다는 게 입법취지다. 그렇다면 더더욱 명의신탁을 무효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효라면 명의자가 자기 소유라는 주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명의신탁을 악용할 수 없을 것이다. 세정현실에선 실질과세원칙이 '일반조항으로 도피'처럼 구체적인 개별세법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도 이 원칙만을 내세워 만병통치약처럼 남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세관청은 거의 대부분 돈의 흐름만을 추적하여 실질을 판정하고 있지만 과연 실질의 개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의문이다. 갑이 자기 돈으로 취득한 재산을 임대하고 양도한 경우 그 대금을 추적한 결과 대부분의 돈이 갑을 거쳐 을에게 흘러가고 그 중 일부가 배우자 병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된 경우 실무에선 을에게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돈의 대부분이 을에게 귀속되었다고 보면 된다. 갑이 취득하고 임대하고 양도한 법률행위에 대해서는 을이 갑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 된다. 그래서 실질과세원칙상 을이 납세의무자가 된다고 하는 식이다. 과세가 참 쉽다. 조세법률주의가 정착되기 이전에는 과세하기 위해선 경제적 실질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과연 21세기가 지나는 지금도 그와 같은 전근대적 상황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조세법률주의가 확립된 이제는 대법원도 명의신탁의 효력이 유효인지 무효인지 여부와 실질과세원칙의 실질의 개념이 과연 법적 실질인지 경제적 실질인지 여부를 구분하여 확실히 판단해주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실질과세원칙은 도깨비 방망이다.
명의신탁
조세회피
실질과세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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