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2018. 7. 26. 2018헌바137 결정 -
1. 사건개요 및 신청요지
청구인은 대법원 청사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 위치한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검찰수사를 규탄하는 내용의 구호를 제청하는 등 집회금지 장소에서 집회를 주최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청구인은 항소심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각급법원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 집시법(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1조 제1호 중 ‘각급 법원’ 부분 및 제23조 제1호 중 제11조 제1호 가운데 ‘각급 법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청구인은 위 규정이 법원을 직접 대상으로 하지 않거나 구체적 재판과 관련되지 않은 집회·시회 또는 재판의 독립성이나 공정성을 해할 구체적 위험성이 없는 집회·시회의 경우에도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집회를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2. 결정결과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9. 12. 31. 시한으로 이를 잠정적으로 적용하기로 하였다.
3. 집회의 자유 침해여부
재판관들은 법원 인근에서 옥외집회나 시위가 열릴 경우 해당 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위협이 존재한다는 일반적 추정이 구체적 상황에 따라 부인될 수 있는 경우라면, 입법자로서는 각급 법원 인근일지라도 예외적으로 옥외집회·시위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법원 인근에서의 집회라 할지라도 법관의 독립을 위협하거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는 집회도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경우 입법자로서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 가능성이 완화될 수 있도록, 법관의 독립과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옥외집회·시위는 허용될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현행 집시법은 심판대상조항 외에도 집회·시위의 성격과 양상에 따라 법원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규제수단을 마련하고 있으며 따라서 각급 법원 인근에서의 옥외집회·시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수단을 통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달성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를 넘어 규제가 불필요하거나 또는 예외적으로 허용 가능한 옥외집회·시위까지도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어긋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4. 결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국회의사당 100미터 시위금지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2013헌바322)을 내린 것의 연장선에서 이번 사건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법원 앞 100미터 시위금지에 대하여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올해와 달리 2009년에는 법원(2004헌가17) 및 국회(2006헌바20)앞 시위금지규정에 대하여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10년이 지난 지금에와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견해가 완전히 바뀌었다. 10년전 국회 앞 시위제한이 필요하다는 근거 중 ‘국회 인근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는 이해관계나 이념이 대립되는 여러 당사자들 사이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거나, 물리적 충돌로 발전할 개연성 또한 높아, 사후적 규제만으로는 국회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표현이 있다. 10년전 헌법재판소가 바라보았던 집회·시위는 언제라도 폭력사태로 변질될 수 있는 극히 위험한 상태였다. 헌법재판소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통제능력을 신뢰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던 2017년 촛불집회는 그 규모가 계속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우려와 달리 극단으로 치닫거나 물리적 충돌로 발전하는 대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끌어내는 성숙된 민주주의를 보여주었다. 이번 헌재 결정을 이끌어 낸 것은 바로 우리 국민들의 성숙된 시위문화다.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