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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랜드마크 건물이나 명소의 명칭 사용과 서비스표권 침해
백화점이나 영화관 등이 영업점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하여 랜드마크인 킨텍스(KINTEX; Korea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서비스표권 침해가 아니라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원고는 ‘킨텍스’ 및 ‘KINTEX'(지정서비스업 제39류 영화상영업, 제35류 백화점, 대형할인마트 업 등 포함)의 서비스표권자인데, 피고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메가박스를 상대로 각 피고들의 영업표지와 함께 ’킨텍스점' 또는 ‘KINTEX’를 표시한 표장에 대한 사용금지를 청구하였다. 타인의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면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나, 타인의 등록상표를 이용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출처표시를 위한 것이 아니어서 상표의 사용으로 인식될 수 없는 경우에는 등록상표의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없고, 그것이 상표로서 사용되고 있는지는 상품과 관계, 당해 표장의 사용 태양(즉 상품 등에 표시된 위치, 크기 등), 등록상표의 주지저명성 그리고 사용자의 의도와 사용 경위 등을 종합하여 실제 거래계에서 표시된 표장이 상품의 식별표지로서 사용되고 있는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20044 판결 등 참조)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 대상판결은 위 법리에 따라, 피고들이 원고의 서비스표를 각 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과 동일한 서비스업에 이용하고 있더라도, 원고의 서비스표는 피고들의 각 영업표지 ‘현대백화점’, ‘Home plus', 'MEGABOX'와 함께 표시되어 있는점, 피고들은 각 업계에서 주지의 사업자인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서비스표를 포함한 표장의 출처는 피고들의 것으로 명확히 인식되며, 피고들의 각 영업지점은 원고 전시장에 대한 지원·활성화 시설을 개발하기 위한 개발사업에 따라 설치된 점, 실제 거래계에서 영업지점의 위치표시를 인근 랜드마크의 명칭으로 특정하는 다수의 사례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들은 이 사건 각 표지를 자신들의 영업지점의 위치를 안내·설명하기 위해 사용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이 원고의 서비스표를 사용하는 행위는 원고의 서비스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고들은 원고와 ‘킨텍스’ 서비스표 사용에 관한 약정을 체결하기도 하였는데, 법원은, 그 약정의 내용이 서비스표의 통상사용권을 허락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해당 서비스표의 사용태양, 피고들 영업표지의 주지·저명정도 등을 고려하면, 위 약정을 체결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고들이 해당 서비스표를 출처표시로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특허법원 2009. 4. 10. 선고 2008허3551 판결에서도 ‘롯데 갤러리움 센텀’ 표장에 대하여 ‘센텀시티(CENTUM CITY)’는 부산 해운대구의 정보단지의 명칭인데, 부산광역시 해운대구내에서는 센텀시티 내지 센텀이 장소를 지칭하는 것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점, 확인대상표장과 관련한 거래자, 수요자들은 확인대상표장의 롯데 갤러리움 부분을 출처표시로서 인식하고, 센텀 부분은 지명으로 인식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출처표시 기능을 담당하는 요부는 ‘롯데 갤러리움’ 부분뿐이고, ‘센텀’은 장소를 나타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한바 있다. 삼성동 하면 코엑스가 연상되고, 잠실하면 롯데월드가 연상되는 것과 같이 요즘은 지하철 역세권 주변으로 대단위 건물이나 시설물들이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일반 수요자들은 랜드마크를 어떤 지역을 식별하는 표지나 상징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랜드마크의 명칭은 대부분의 경우 특정인의 ‘영업표지’가 아닌 ‘위치표시’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상판결의 ‘킨텍스(KINTEX)’ 이외에도 코엑스(KOEX), 센텀시티(CENTUM CITY), 롯데월드(LOTTEWORLD), 스타시티(Starcity), DMZ 등 각 지역의 랜드마크는 서비스표로 등록되어 있지만, 타인의 영업표지와 결합하여 위치표시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케익 코엑스점’이나 ‘○○학원 코엑스점’ 등은 일반적인 영업점의 표시 방법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업주체의 표지가 랜드마크의 명칭과 함께 사용된 경우라도 일반 수요자들은 대부분 위 ‘코엑스’를 출처표시라기 보다 위치표시로 인식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과 같이 해당 서비스 업종의 주지의 사업자가 각 서비스표를 위치표시로 사용하고 있고 서비스표권자가 지정 서비스업에 해당 서비스표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경우, 해당 서비스표의 사용은 그 본질적인 기능인 출처표시를 위한 것이 아니므로 서비스표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랜드마크
서비스표권
지적재산권
조용식 변호사
2017-08-03
부동산·건축
주택·상가임대차
[판례해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권리금의 보호
- 대상판결 : 대전지방법원 2017. 5. 19. 2016나108968(반소)판결 - I.사실관계 및 쟁점 피고는 1992.경 C로부터 대상건물의 1층 부분을 임차하여 그 무렵부터 위 건물 부분에서 떡집을 운영하였는데, 원고는 2012. 6. 28. C로부터 대상건물을 매수하고 2012. 8. 9.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2013. 8. 30. 피고에게 대상건물의 1층 부분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 50000만원, 차임은 월 100만원, 임대차 기간 2013. 8. 30. 부터 2015. 8. 29.까지로 정하여 임대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임대차계약에는 점포의 권리금과 시설비를 일절 인정하지 않으며 민·형사로 이를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특약사항이 있다. 이후 원고는 2015. 6. 22. 경 및 2015. 7. 29.경 두 차례에 걸쳐 피고에게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통지하였다. 피고는 2015. 6. 27. D에게 이 사건 점포에 관한 유·무형의 시설과 재산적 가치를 권리금 1억원에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D와 이 점포에 대하여 새로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거절하였다. 원고는 2015. 12. 11. 피고에게 임대차보증금 5000만원을 반환하였다. 이후 피고는 위 점포에 관하여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D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주선하였음에도 원고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여, 피고는 권리금 1억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에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 또는 “법”이라 한다) 제10조의4(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제1항 제4호, 제3항에 따라서 권리금에 상당하는 손해 금 1억원을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II. 법원의 판단 1.제1심의 판단 [대전지방법원 2016. 9. 22. 선고 2015가단35192(반소) 판결] 1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반소를 기각하였다. ①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가치를 보호함과 동시에 임차인의 투하자본 회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피고는 20년 동안 점포를 운영하여 왔으므로, 투하자본을 회수할 기회는 충분하였다. ②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원고가 건물을 취득할 당시 이미 그 기간이 경과되어 피고는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권리가 없었다. ③ 임대차계약상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사항이 있다. ④ 원고는 건물의 1층 부분을 스스로 사용 수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타인에게 임대하지 않는 것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므로, 원고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피고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항소심의 판단 [대전지방법원 2017. 5. 19. 선고 2016나108968(반소) 판결 ] 항소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반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 적용에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임대인이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직접 권리금을 받거나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적 가치를 아무런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임차인은 다시 시설비를 투자하고 신용확보와 지명도 형성을 위하여 상당기간 영업손실을 감당하여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종전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인정되던 권리금을 상가임대차법에 규정하고(제10조의3), 권리금회수기회보호 등에 관한 법률조항을 2015. 5. 13. 개정에서 신설하였다.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의 각호를 준용하고 있으나,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의 시적 한계를 규정한 법 제10조 제2항을 명시적으로 준용하고 있지 않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총 임대기간 5년이 경과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임대인은 권리금회수 기회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이 명확하고, 입법자는 법 제10조 제1항의 각호가 규정한 사유가 있는 외에는 임대인에게 임차인의 권리금회수를 방해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시켰을 뿐 그 의무의 시적 한계를 설정한다거나 이 사건 법률조항과 계약갱신요구권에 관한 법 제10조 제2항을 연계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에 있어 법 제10조 제2항을 유추적용 하는 것은 법률해석권한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등을 통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과정을 살펴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을 임차인의 계약생신요구권과 결부시키고자 한 논의가 발견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에 있어 법 제10조 제2항을 준용하지 않는 것이 입법상 흠결이라고 보기 어렵다. 계약생신요구권을 규정한 법 제10조 제1항은 임차인의 주도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달성하려 하는 것이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64307판결).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임차인이 임대인 또는 전임대인에게 지급 혹은 임차인이 지출한 투자금의 회수 외에도 임차인이 임대기간 동안 상가건물에 형성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하는 것까지 포괄하는 의미의 권리금회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법 제10조 제1항 각호의 사유가 있거나 이 사건 법률조항 제2항의 정당화 사유가 있는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 권리금 회수기회 보장에 관한 제한을 받지 않고 임대차 목적물의 사용 수익권한을 회복할 수 있으므로, 법 제10조 제2항을 준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의 사용 수익권한의 과도한 제한을 초래하지 않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 적용에 있어 법 제1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면, 결과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계약갱신거절에 대한 제재적 수단 및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의 강화된 이행강제수단으로 운용되거나, 정당한 사유 없는 임대인의 계약생신요구 거절에 대응하여 임차인에게 대응수단 하나를 더한 것에 불과하고, 임대차 종료시에 임차인의 노력으로 상가건물에 축적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임대인이 독식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본래의 취지와 멀어지거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의도한 목적이 달성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권리금을 둘러싼 사회갈등 및 이익 충돌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책적 이유로 임차인의 권리금을 명문의 권리로 고양시켜 보호하고자 하는 것으로,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로부터 면제되기 위해서는 법률에 명확한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 적용에 있어 명문의 규정도 없이 법 제1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면 임차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을 받을 기회를 봉쇄 당할 우려가 있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는 권리금포기 조항이 있는데, 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법 제15조 규정에 의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 제2항 제3호의 사유는 임대인이 임차목적물인 상가건물을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적용되는 것으로서 원고가 비영리목적에 사용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 II.판례의 평석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임차인의 권리금회수를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판단한 판결의 전체적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을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에 있어 적용하지 않는 경우 영세한 임대인이 권리금을 반환할 자력이 없는 경우 등에는 임대인의 계약갱신거절권이 사실상 형해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서는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경우 임차인이 권리금을 임대인에게 지급하지 않은 경우로서, 임차인은 이 사건 점포에서 20년 이상을 영업하였고, 투하자본 등 권리금을 회수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임대인에게 권리금의 반환을 청구할 적법한 법률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임대인이 당해 점포를 자기가 사용할 의도로 반환을 받으려 하는 경우이다. 만일 종전 임차인과 같은 종류의 영업을 임대인이 계속하는 경우에는 판례의 논지가 합리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으나, 임대인이 동종의 영업을 계속하지 않는 경우에도 권리금이 인정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또한, 권리금의 회수가 부인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제2항 제3호에 따라서 임대인이 1년 6개월 이상 공익목적에 사용할 예정이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도 상당한지 의문이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이 사건 법률조항 시행 이전에 체결된 것으로서 법률의 시행 이전에 당사자 사이에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있었다면 그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법률적 쟁점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종국적 판단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상가임대차
권리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2017-06-27
금융·보험
형사일반
판례해설 - 채무자가 대항요건까지 갖춘 질권의 목적인 전세금을 반환받아 임의로 사용하더라도 배임죄로 처벌 못 해
대상판례 : 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5도5665 판결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한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란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담보권은 목적물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분리하여 그 중 교환가치만 지배하는 권리이다. 저당권이나 질권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분리한다는 것은 의제적인 측면이 강하고 현실에 있어서는 양자가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저당권 설정자는 여전히 저당물을 점유하며 사용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그 교환가치를 해할 수도 있다. 이는 저당권의 본질적 가치를 침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민법 제362조에서는 저당권 설정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저당물의 가액이 현저히 감소된 때에는 저당권자는 저당권 설정자에 대하여 그 원상회복 또는 상당한 담보제공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위 조항상의 저당권 설정자의 의무나 지위를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로만 본다면 저당권의 담보력이 매우 취약해진다. 이에 판례는 저당권 설정자에게 공장저당권의 목적 기계를 담보 목적에 맞게 보관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타에 임의매도하였다면 공장저당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67 판결). 채권담보를 위하여 물건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는 담보의 범위 안에서 그 물건을 관리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므로 이를 타에 처분한 때에는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1989. 7. 25. 선고 89도350 판결,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도 같은 맥락의 판례들이다. 질권은 채권자가 채무자 또는 제3자로부터 받은 물건이나 재산권을 채무의 변제시까지 유치함으로써 채무의 변제를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동시에 변제가 없는 때에는 그 목적물로부터 우선적으로 변제를 받는 권리이다. 우리 민법은 동산을 목적으로 한 동산질권과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권리질권에 대하여 달리 규정하고 있다. 동산질권자는 목적 동산을 점유할 수 있는 반면, 권리질권의 목적인 재산권은 성질상 점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민법에서는 권리질권의 설정방법으로 그 권리의 양도방법에 따르도록 정하였다. 즉, 지명채권이라면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하지 아니하면 제3채무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349조 제1항). 나아가 질권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된 권리를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할 수 없다(민법 제352조). 대상판례의 사안은 피고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청구권에 권리질권을 설정하고 피해자로부터 대출을 받았는데, 그 후 전세계약이 만료되자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아 임의로 소비한 경우이다. 권리질권 설정과 관련하여 제3채무자인 집주인은 질권 설정에 이의 없이 승낙한다는 내용의 질권설정승낙서를 작성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이 권리질권 설정자로서 질권자인 피해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이 되는 전세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하지 아니하여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이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전세계약 및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소멸하게 함으로써 전세보증금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공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 법원은 채무자가 권리질권 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를 위하여 권리질권 보호 또는 관리에 협력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고, 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질권설정자가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한 때에는 제3채무자가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인 채무를 변제하더라도 이로써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질권자는 여전히 제3채무자에 대하여 직접 그 채무의 변제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질권설정자가 질권의 목적인 채권의 변제를 받았다고 하여 질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질권자에게 어떤 손해를 가하거나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질권자로서는 제3채무자인 집주인으로부터 여전히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을 권리가 있어 피고인의 전세보증금 수령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바가 없다고 본다면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다만, 전세보증금은 해당 주택 시가의 60~70%에 이르기 때문에 제3채무자에게 달리 변제할 자력이 없다면 질권자로서는 여전히 전세보증금 반환청구권을 보유한다 하더라도 그 실제 가치가 보증금의 액수에 미치지 못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질권자로서는 손해를 입었거나 손해 발생의 위험이 큰 것으로 볼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한편, 대법원이 피고인에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았는지 여부는 판결 이유만으로는 분명하지 않다. 비록 지명채권양도의 방식과 절차에 따라 권리질권이 설정되었고, 대항요건까지 갖추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상적인 채권양도와는 달리 담보권인 권리질권을 설정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질권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된 권리를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할 수 없고, 이는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가 아니라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질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피고인은 여전히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배임죄로 기소된 관계로 피해자는 질권자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피해자는 질권자가 아니라 이중으로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여야 할 처지에 놓인 제3채무자이다. 피고인이 제3채무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으면서 채3채무자를 기망하였는지 여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전세보증금
권리질권
배임죄
2016-05-27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 대학 명칭에 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사용한 경우 식별력 형성 여부
특허법원 2015. 7. 24. 선고 2015허642 판결 외국의 현저한 지리적 명칭과 대학교를 합성한 단어도 장기간의 사용에 의해 특정 대학교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식별력을 형성하면 상표 등록을 할 수 있다는 판결이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아메리칸 유니버시티(American University, 이하 '원고'라 함)가 "AMERICAN UNIVERSITY"에 대해 서비스표 등록을 신청하자 특허청은 "AMERICAN"은 미국을 뜻하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고, "UNIVERSITY"는 지정 서비스업의 품질, 효능에 해당하여 전체적으로 누구의 업무에 대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서비스표임을 이유로 거절결정을 하였다. 원고는 거절결정에 대한 불복심판을 제기하였고 특허심판원은 출원 서비스표가 현저한 지리적 명칭과 지정 서비스업의 주체 또는 업종의 표시가 결합된 것으로 새로운 관념 또는 식별력을 형성하는 것도 아니므로 상표법 제6조 제4호 및 제7호에 해당하여 서비스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심결에 불복하여 원고가 "AMERICAN UNIVERSITY" 출원 서비스표는 전체로서 원고가 운영하는 대학교의 명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원고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출처 표시로 충분히 식별력을 가진다고 주장하며 특허법원에 심결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심결취소 소송에서 특허법원은, ① 원고가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종합대학으로 법률에 따라 1893년 설립된 이래 100년 이상 "AMERICAN UNIVERSITY"를 학교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고 수십 개의 학위과정을 개설·운영하고 법학과 국제업무 분야가 유명하여 여러 언론매체로부터 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고 재학생이 1만 명에 달하고 국내 유명 사립대학교들과 교류를 하고 있고 ② 네이버에서 "AMERICAN UNIVERSITY"를 검색하면 수만 건의 검색결과가 나오는데, 원고와 관련된 내용이 상당수이고, "미국의 대학" 또는 "미국의 대학에서 제공하는 또는 미국식으로 진행되는 서비스"의 의미로 사용하거나 제3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혼동하여 사용한 사례는 보이지 않고, ③ "AMERICAN UNIVERSITY"는 이미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서비스표 또는 상표로 등록되었고, ④ 현재 지리적 명칭과 "UNIVERSITY" 표장이 결합된 다수의 상표, 서비스표도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AMERICAN UNIVERSITY"가 일반 수요자인 학교교육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원고가 운영하는 대학교의 명칭으로 알려져 있고 지명과 대학교를 결합하여 대학교의 명칭을 구성하는 사례는 흔하므로 일반 수요자라면 합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출원 서비스표가 전체로서 원고의 명칭이라는 것을 쉽게 인식할 수 있어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였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농산물이유식 등을 지정상품으로 한 "서울대학교" 상표출원에 대해 등록을 거절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관한 취소소송 상고심(2014후2283)에서,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4호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표는 현저성과 주지성 때문에 상표의 식별력을 인정할 수 없어 어느 특정 개인에게만 독점사용권을 부여하지 않으려는 데 규정의 취지가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이 다른 식별력 없는 표장과 결합되어 있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기는 하나, 그러한 결합에 의하여 본래의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을 떠나 새로운 관념을 낳거나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는 경우에는 위 법조항의 적용이 배제된다. 위 출원상표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서울'과 흔히 있는 명칭인 '대학교'가 불가분적으로 결합됨에 따라, 단순히 '서울에 있는 대학교'라는 의미가 아니라 '서울특별시 관악구 등에 소재하고 있는 국립종합대학교'라는 새로운 관념이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 사이에 형성되어 충분한 식별력을 가지므로 위 지정상품에 대한 상표등록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어떤 표장에 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사용한 경우 상표나 서비스표로 등록받을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장기간의 사용에 의해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로 인식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면 등록받을 수 있다. 그런데 대학 설립을 위해서는 교육법이 정한 설립기준에 따라 교육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므로 기존의 대학명칭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는 없다. 법원이 대학명칭에 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사용한 경우에 혼동의 가능성을 판단함에 있어 이러한 사정도 고려대상이 될 것이다. 위 특허법원 판결은 기존의 지리적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국내 대학 명칭에 관한 대법원 판결 법리에 따라 현저한 외국의 지리적 명칭을 사용한 대학교 명칭도 오랫동안의 사용에 의해 국내에서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였다면 상표 또는 서비스표로 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으로서 법리 자체는 타당한 것으로 보이나, "AMERICAN UNIVERSITY"가 국내 소비자에게 미국의 유명사립대나 주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어떤 학생이 아메리칸 유니버시티에 지원할 것이라고 하면 미국에 있는 대학에 지원한다고 받아들일 여지도 있어(이에 반해 서울대나 경북대에 지원한다고 하면 그 특정 대학을 지칭하는 것이 명백) "미국의 대학" 또는 "미국의 대학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구별되는 식별력이 형성되었는지는 국내의 사용증거와 관련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식별력
상표
상표등록
2015-10-2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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