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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보호자의 부당한 간섭행위
담임 교체를 요구한 보호자에대한 조치는 학교장의 권고사항에 불과했지만, 법원이 처분성을 인정하고 그 조치가 적법했음을 확인한 의미가 크다. 1. 레드카드·교실청소로 야기된 사건 2021년 4월 20일 전주○○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수업 중에 페트병을 손으로 비틀어 큰 소리를 냈다. 담임교사가 하지 말라고 하였음에도 계속해서 페트병을 비틀어 소리를 내자 교사는 그 학생의 이름표를 레드카드 옆에 붙였다. 그 교실 칠판에는 호랑이가 양손에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들고 있는 그림을 붙이고 수업 시간에 잘못한 아이들의 이름표를 옐로카드 혹은 레드카드 옆에 붙인 후 이름표가 부착된 아이들이 방과 후 교사와 함께 교실 정리를 한 후 하교하도록 하였다. 이 레드카드 제도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약속으로 시행 중이었고, 이름표가 부착된 학생은 교사가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더라도 교실에 남아 청소를 했다. 그날 레드카드를 받았던 학생은 방과 후 교실에 남아 빗자루를 들고 있었고, 이 모습을 본 교사는 학생에게 하교하라고 하였다(헌재 2022헌마1119). 이와 달리 법원은 교사가 학생에게 방과 후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약 14분간 쓸게 하였다고 했다(대법원 2023두37858). 학생의 어머니는 당일 오후부터 지속적으로 그 초등학교 교장 등에게 담임 교체를 요구하였고, 교육청에 민원을 접수하였으며, 2회에 걸쳐 12일간 학생을 학교에 출석시키지 않았다. 담임교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일과성 완전기억상실 증세를 보여 119구급차에 실려 입원하였고, 열흘간 병가를 내고 치료받았다. 반면 학생 어머니는 담임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였다. 학교장은 학생 어머니에게 ‘부당한 담임 교체 요구’를 조치이유로 하고,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침해행위 유형으로 하여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함’이라는 침해자 조치 내용의 통지서를 발송하였다(이 사건 조치). 학생 어머니(원고)는 이 사건 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재판을 청구했다. 한편 검사는 담임교사에 대하여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한 후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담임교사는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다. 2. 법원의 판결 항소심은 레드카드 벌점제는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공개하여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강제로 청소 노동까지 부과한 것이어서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행위임이 분명하여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교원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광주고등 2023. 2. 15. 선고 (전주)2022누1550 판결). 대법원은 원고의 간섭 대상 행위는 ‘레드카드 벌점제’가 아니라 ‘담임교사로서의 직무수행 전체’인데 담임교사는 법률상 자격 있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원고가 간섭한 담임교사의 직무수행은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하고, 원고의 행위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교원지위법 제15조 제1항 제4호 등에 따른 보호조치의 주체, 절차, ‘정당한 교육활동’과 ‘반복적 부당한 간섭’의 의미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두37858 판결). 3. 헌법재판소의 결정 헌법재판소는 2023년 10월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① 청구인(초등학교 교사)이 방과 후 피해 아동을 하교시키지 아니하고 남긴 후 교실을 청소하도록 지시하였는지 여부, ② 청구인이 레드카드 옆에 피해 아동의 이름표를 붙인 행위가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각각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피청구인(전주지방검찰청 검사)이 청구인에게 아동학대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헌재 2023. 10. 26. 2022헌마1119). 4. 학생, 보호자, 학교의 장·교원의 권리와 의무 (1) 학생의 보호와 의무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31조).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따라서 학교는 국제인권조약인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인권까지 보장해야 한다. 학생은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학생이 담임교사나 다른 학생을 폭행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일이 빈발하여 신설된 조문이다. 학교가 교육공간이 아닌 범죄장소로 변해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2) 보호자의 권리와 의무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교육기본법 제13조). 학생 또는 보호자는 학교의 장과 교원의 생활지도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학교의 장에게 14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동일한 내용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2회 이상 답변하고 그 이후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제17조). 최근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장이 보호자의 민원 처리를 전담하도록 했다. 따라서 보호자는 교원의 생활지도에 관한 의견을 학교장에게 제기하여야 하고, 담임교사를 직접 만나 시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보호자가 담임교사를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지속적인 민원제기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보호자의 의무를 강조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즉, 보호자는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보호자는 교육활동의 범위에서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하고 교육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5). (3) 교원의 지위와 책무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교육기본법 제14조).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교원의 ‘교육활동’은 학교의 교육과정 또는 학교의 장이 정하는 교육계획 및 교육방침에 따라 학교의 안팎에서 학교장의 관리·감독하에 행하여지는 수업·특별활동·재량활동·과외활동·수련활동·수학여행 등을 말한다(학교안전법 제2조). 교원이 학생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할 때 그 권위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하여야 한다(교원지위법 제2조). 이를 위하여 교원 보수 우대, 불체포특권, 신분보장을 배려하고 있는데, 학생과 보호자가 교원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교원의 교육적 판단이 무시되고 공격당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학생과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유형을 확대하고, 그에 대한 제재조치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있었다. 교육활동 침해행위 중 “교원의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로서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가 있는데, 여기서 “반복적으로” 요건은 교원이 보호자에게 오랫동안 시달릴 수 있으므로 폐지하는 것이 좋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교육부 고시)에는 학교의 교육활동이 얼마나 다양하게 침해당하고 있는지 말해준다. 사교육을 우선시하고 학교는 졸업장 받는 기관으로 취급됨에 따라 교원에 대한 태도는 거칠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교원은 아직은 미숙한 학생의 인권을 섬세하게 보호하면서 교육활동을 해야 함은 당연하다. 5. 마치면서 항소심 판결은 레드카드 벌점제는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공개하여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하고, 방과 후 학생에게 청소하도록 한 것을 강제노동으로 판시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을 파기하지 않았다면, 교육현장은 큰 혼란에 휩싸였을 것이다. 담임 교체를 요구한 보호자에 대한 이 사건 조치는 학교장의 권고사항에 불과했지만, 법원이 처분성을 인정하고 그 조치가 적법했음을 확인한 의미가 크다. 2023. 9. 27. 개정된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은 학교가 범죄 없는 평화로운 교육환경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내용을 신설했다. 그러나 대부분 보호자와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를 금지하는 선언적 내용과 그 위반에 대한 행정적인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라서 한계도 분명하다. 교원의 교육활동은 아동학대행위가 아니라는 규정도 신설했지만, 교원에 대한 고발이 근절될지는 의문이다. 향후 교원에 대한 공격행위를 범죄화하고 이를 가중처벌하는 입법 움직임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형근 경희대 객원교수(법무법인 한미 변호사)
교권
반복적부당한간섭
아동학대
교사
교육활동
정형근 경희대 객원교수(법무법인 한미 변호사)
2024-01-20
민사일반
법인에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 개념의 병존가능성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인간은 상정할 수 없고 누구나 어떠한 형태로든 타인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삶을 영위해 나간다. 그 덕분에 인류는 현재의 문명생활을 누리게 되었으나 사회 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비례하여 나의 권리가 타인에 의하여 침해되거나 타인의 다른 권리와 충돌되는 영역이 늘어만 가는 것도 현실이다.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통됨에 따라 익명화되지 않은 개인정보의 보호 문제가 더욱 대두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입법되었고 산업발전과 사회인식의 변화를 반영하여 현재도 부단한 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본 사건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에 대한 위자료배상을 다룬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란 정보주체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이다. 개인정보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는 정보주체는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하여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동의 여부, 동의 범위 등을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피고 A와 B가 주식회사 형태로 공동으로 운영하는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하여 A로부터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A는 위 상담센터의 설립자이자 실질적 운영자이고 B는 A의 아내이자 대표자이다. 위 상담과정에서 A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상담내용을 녹취한 후 그 음성파일을 직원에게 전달하여 파일 및 녹취록 등의 형태로 보관하도록 지시하였다. A가 녹취한 상담내용에는 원고의 신상정보를 포함하여 온갖 내밀한 민감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위 상담센터는 유료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다수의 세미나 참가자에게 원고의 상담내용 녹취록을 메일로 전송하였다. 또한 위 상담센터에서 전문가과정을 이수한 C는 원고의 상담내용이 포함된 자료를 이용하여 책자를 만들어 시중에 판매하기도 하였다. 이에 충격을 받은 원고는 A와 B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3천만원의 위자료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의 결과를 먼저 말하면, 1심법원은 1천만원의 일부인용판결을 선고하였고 2심법원은 원,피고 쌍방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법 제39조 제1항은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이 법을 위반한 행위로 손해를 입으면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개인정보처리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아니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750조가 규정하는 일반적 불법행위책임에 비하여 책임의 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로 한정되어 있으며 고의,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있다. 본 사건의 핵심은 피고 A와 B가 법 제2조 제5호가 정한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이다. 법은 기본적으로 ‘개인정보처리자’를 의무주체로 상정하고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개인정보처리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등의 예외사유가 없는 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개인정보를 수집, 수집 목적의 범위 내에서 이용,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제15조, 제17조)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제18조) 사상,신념 등 민감정보를 처리할 경우에도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제23조) 법 제2조 제5호가 규정하는 ‘개인정보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말한다. 피고 A는 위 상담센터의 실질적 운영자이기는 하지만 대표자는 아니므로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라고 다투었다. 또한 주식회사 등 법인 형태의 사기업의 경우 법인 자체가 아닌 법인의 기관에 불과한 대표이사 등이 의무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원고의 상담내용은 익명화되어 있지 않은 원고의 신상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파일’이란 종이파일, 전산파일 형태를 불문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개인정보의 집합물을 말하고, 원고를 포함하여 위 상담센터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상담자들의 신상정보파일은 이에 해당한다. ‘처리’란 개인정보의 수집부터 파기에 이르는 모든 행위 유형을 포괄하는 용어이고, 위 상담센터에서 A가 스스로 또는 직원을 통하여 원고의 상담내용을 수집, 저장, 편집, 이용, 제공, 유출한 행위는 모두 ‘처리’에 해당한다. A가 원고의 상담내용을 녹취, 그 음성파일을 직원에게 전달하여 파일 및 녹취록의 형태로 보관하도록 지시, 세미나 참가자에게 상담내용 녹취록을 메일로 전송, C에게 상담자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명시적 동의는 전혀 없었다. 상담센터의 대표자인 B 또한 위 일련의 과정을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주식회사 형태의 위 상담센터는 그 심리상담 업무를 목적으로 회사 내부의 업무분장을 통해 개인정보인 상담자의 상담내용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였으므로 원칙적인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 대법원도 다수의 판례에서 법인 자체가 배상책임의 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대법원 2011다60797, 2014다235080, 2018다223214, 2018다219352 판결 등) 자연인 피고 A와 B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법 제28조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취급자’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 등을 말한다. 본 사건에서 A의 지시를 받아 원고의 상담내용 녹취록을 만들고 외부에 메일을 보낸 직원 등은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하며 법 제59의 의무주체인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 판례도 ‘개인정보처리자’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를 전혀 다른 개념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5도 8766 판결) A와 B는 누구의 지시를 받아 원고의 개인정보를 처리한 자가 아니므로 ‘개인정보취급자’가 아닌 점은 분명하다. 또한 위 상담센터가 법인격없는 사업체였다면 내부에서 자기의 계산으로 사업을 경영하면서 최상위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A와 B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는 점도 명확하다. 그렇다면 법인의 경우 법인과 함께 법인의 기관에 해당하는 대표자 등이 모두 ‘개인정보처리자’가 될 수 있는가? 본 사건의 재판부는 이 점을 긍정하면서 A와 B가 회사 내부에서 수행한 역할과 지위 등을 고려할 때 모두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므로 공동으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추측컨대 재판부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개념에 ‘법인’과 ‘개인’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점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 제74조는 양벌규정을 두어 법 제71조 제1호 내지 제4호 등에 의하여 징역형 등으로 처벌되는 ‘개인정보처리자’의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그 법률효과가 귀속되는 ‘개인정보처리자’인 법인 또한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어 ‘개인정보처리자’의 개념은 병존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판례도 경품행사를 가장하여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판매한 사건에서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보이는 팀장과 회사를 ‘개인정보처리자’로 보고 처벌하였다.(대법원 2016도13263 판결) 앞서도 언급했듯이 대법원에서 법인의 개인정보 침해에 따른 위자료 배상이 문제된 대부분의 사건은 법인 자체의 책임 문제를 다루었고, 임직원 등이 ‘개인정보처리자’로서 배상책임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명시적 판단을 한 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본 판결은 회사의 임직원도 ‘개인정보처리자’로서 배상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설시한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 판결이다. 이를 긍정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일반 불법행위책임이 아닌 법 제39조 제1항 위반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개인정보처리자’의 지위에 있는 회사와 임직원 모두를 피고로 하거나 또는 선택적인 피고로 하여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해석이 개인정보 침해를 당한 피해자 보호에 유리한 점은 자명하다. 향후 판례의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본 사건으로 돌아와 위자료 액수와 관련하여서는 수집된 정보가 원고의 민감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영리 목적으로 반복적, 분업적으로 처리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책자 배포에 따른 2차에 걸친 유출이 이루어진 점 등이 고려되어 1천만원이라는 비교적 고액의 배상액이 인정되었다. 다만 재판부가 법 제39조 제3항이 규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을 명한 것인지 여부는 불명확하다. 도규삼 변호사 (도규삼 법률사무소)
개인정보유출
정신적손해배상
녹취록
도규삼 변호사 (도규삼 법률사무소)
2020-03-03
노동·근로
자동차판매대리점 소속 ‘카마스터’의 개별적 근로자성
1. 대상판결의 요지 피고인 A자동차 회사는 원래 직영점에 자신이 직접 고용한 판매사원을 두고 자동차판매업무를 맡겼으나, 자동차판매대리점제도를 도입한 뒤 대리점주에게 판매대리권을 주고 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개별 체결한 카마스터가 판매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왔다. 카마스터인 원고들은 주위적으로는 피고 회사가 카마스터를 직접 사용·지휘하는 등 원·피고 간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다면서 자신들이 피고 회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였고, 예비적으로는 원·피고 간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있다면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라 피고 회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 및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 회사는 독자적인 사업기반을 갖춘 대리점주와 판매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② 대리점주는 카마스터를 개별 모집해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뒤 피고 회사에게 해당 카마스터의 등록을 요청한다. ③ 등록된 카마스터는 당해 대리점에 출근하여 자동차판매업무를 담당하고, 대리점주와 개별 체결한 판매용역계약에 따라 판매수당을 받는다. ④ 피고 회사는 대리점에 판매목표를 제시하고, 판촉활동 이행 및 업무지침 준수를 지시하며, 그 달성 및 이행준수여부를 대리점 및 카마스터 평가에 반영한다. ⑤ 피고 회사는 대리점에 전산망 및 전산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대리점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해 자동차판매업무를 수행하게 한다. ⑥ 피고 회사는 카마스터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대리점평가에 반영한다. 위 사실관계를 기초로 대상판결은 당해 대리점에 피고 회사와 구별되는 사업자로서의 실질이 있다는 점, 피고 회사가 카마스터의 업무수행에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카마스터가 피고 사업장 또는 직영점에서 피고 회사의 판매사원과 함께 근무하지 않은 점, 대리점이 카마스터의 채용·근태관리 등을 독자적으로 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카마스터가 자동차판매업무에 있어 전문성을 갖고 직영점 판매직원들과 경쟁한 점 등의 사실인정을 토대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2. 판례해설 우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 명시적 및 묵시적으로 체결이 가능하다. 다만, 위 사건에서 묵시적 근로계약으로 인정받기 위하여는 대리점주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피고 회사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카마스터가 피고 회사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피고 회사가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피고 회사이어서 카마스터와 피고 회사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실무상 대리점주가 카마스터들과 개별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근로계약서가 처분문서로 존재하는 이상 그 문언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이미 근로계약의 주체가 특정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를 뒤집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편, 파견법은 ①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법 제7조), ② 파견법이 정한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업무 또는 파견이 금지되는 업무에 근로자를 파견한 경우(법 제5조), ③ 파견기간이 최대 2년을 초과한 경우(법 제6조) 등을 불법파업으로 보고, 이에 해당하는 사용사업주에게 고용의무를 부여한다(법 제6조의2). 판례는 위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유무, 명칭, 형식 등과 관계없이 근로관계에 실질에 따라 판단해왔고, 특히 2015년 대법원 판례는 그 판단기준을 ① 업무상 상당한 지휘·명령, ② 사용사업주등의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③ 인사·노무 관련 결정 권한 행사, ④ 계약 목적의 확정 및 업무의 구별, 전문성·기술성, ⑤ 계약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업 조직·설비 등 보유 5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93707 판결). 이에 고용노동부는 2019. 12. 30.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위 5가지 판단기준을 참조하여 ‘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2015년 대법원 판례가 밝힌 5가지 판단기준에 따라 카마스터인 원고들이 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회사의 자동차판매업무를 해온 것이 파견법에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했고,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는 근로자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만약 대상판결에 대하여 원고들이 항소할 경우, 항소심에서는 대상판결의 판단과 일견 모순된 것으로 보이는 기존 사실관계들 예컨대, 피고 회사가 직영점 및 대리점이 통일적으로 운영·관리될 수 있도록 대리점에 사실적인 지휘·명령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회사가 대리점에 제공한 각종 전산시스템은 지휘·명령의 중요한 징표일 수 있다는 점, 피고 회사가 카마스터에 대한 교육 및 평가를 시행해온 점 등을 재검토하고, 근로자파견에 해당함을 밝힐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확인해야 할 것이다. 다만, 최근 노동법 분야의 판례는 집단적 근로관계법에서 이른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하는데 있어서 실질적이면서 구체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사용자로 보았고(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 8881 판결), 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카마스터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당한 사건에서 카마스터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으며(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하급심에서 교섭상대방으로 사용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보았고(대전지방법원 2011.6.10. 결정 2011카합782 참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9. 12. 17. B전자서비스의 부당노동행위 등 형사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B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9. 12. 17. 선고 2018고합557등 판결). 따라서, 2020년 현재 개별적 근로관계법, 파견법에서 자동차판매대리점 소속의 카마스터들에게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또는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사용자성을 인정하여 원고들에게 피고 회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노동법 역사의 한 획을 긋는 판결이 나올지 기대해본다. 끝.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徐熙))
현대자동차
파견근로자
딜러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徐熙))
2020-01-28
형사일반
공모공동정범 성립 가능성 여부를 중심으로
- 대법원 2018도7658 해설 - Ⅰ. 사건의 개요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17세 소년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18세 소년은 소위 캐릭터 커뮤니티를 통하여 알게 된 사이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은 평소 살인, 사체 해부, 인육 등을 소재로 한 영화, 소설에 관심이 있었고, 18세 소년이 손가락, 폐 등과 같은 신체의 일부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을 위하여 실제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그 구체적인 계획을 공모하여 당시 7세 초등학생을 유인하여 목 졸라 살해 후 사체를 훼손하고 손가락, 폐, 허벅지살을 18세 소년에게 전달한 사건이다. Ⅱ. 1심 법원의 판단 1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하여 시체 일부를 건네주기까지의 과정을 공모하거나,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쟁점으로 보고 이를 입증하는데 주력하였다. 1심법원은 ①17세 소년 범행의 동기와 목적이 특정 신체 부위인 손가락과 폐 등을 구하여 18세 소년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인 점, ② 17세 소년 진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구체화되고 그에 따른 18세 소년의 관여 정도가 점점 높아지기는 하나, 17세 소년 자신에게도 불리할 수 있는 범행 내용을 진술하거나 18세 소년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진술 번복의 동기나 경위를 수긍할 수 있는 등 신빙성이 있는 점, ③ 반면 18세 소년 진술은 이 사건 범행 이전 및 범행 당일 17세 소년과의 통화내용, 당일 저녁 17세 소년으로부터 피해자의 사체 일부를 건네받은 이후 헤어질 때까지의 대화내용 등 이 사건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일관성이 없거나 불분명하고 그 변소나 언행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18세 소년과 17세 소년 사이의 ‘공모사실’을 인정하고, 또한 18세 소년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도 인정하여 18세 소년에게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Ⅲ.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법원은 1심판결과 달리 17세 소년의 진술을 신빙성을 부정함과 동시에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공모공동정범에서 요구되는 공모(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정하고 18세 소년에게 살인방조죄만을 인정하였다. 원심법원은 ①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관계가 이해관계에 있다는 점 즉 18세 소년의 공모·지시 여부가 17세 소년의 선고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사실을 과장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 ②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이 사건 발생 약 일주일 전부터 이 사건 범행의 대상, 방법, 장소, 시간 등에 대하여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그 내용에 대해 공모가 인정될 만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지시한 범행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대상으로 하였던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의 구체성을 가진 것이었는지에 대해 질문이 있었던 이상, ‘허구적인 상황으로는 보기 힘든, 실제의 범행을 계획 또는 지시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해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판단하면 17세 소년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③ 17세 소년은 자신이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18세 소년에게 술 잘 마시는 30살 등으로 자신의 실제 나이를 속이고 18세 소년을 만나왔으며, 다른 트위터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5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30살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연장자로 보도록 가장하여 왔으며, 자신의 신분을 30살의 성인인 척 꾸미고,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하며 고어(gore)물에 심취하여 잔인한 얘기도 서슴지 않고 해왔던 17세 소년 성향을 고려할 때, 가상의 역할극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려 17세 소년이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점, ④ 'J'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경위 및 피고인들의 위 대화 당시의 의도 및 표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잔인한 성격을 가진 'J'라는 인격을 새로 만들어 내거나 유도한 것도 아니고 17세 소년 스스로 자신을 다르게 봐주는 것을 원했던 것에 18세 소년이 응답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내고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도록 지시 내지 공모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⑤ 18세 소년이 주도적·적극적으로 먼저 17세 소년에게 사람을 죽여 폐와 손가락 등을 가져다 달라고 한 것이 아니고, 17세 소년의 살인 의도가 나타나는 가정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응하였던 것에 불과하여 18세 소년이 실제 사람의 폐와 손가락을 얻기 위해 17세 소년에게 살인을 주도적으로 지시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서 17세 소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원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살인을 지시하였다고 하는 대화내용 및 그 정도, 이 사건에서 실제로 17세 소년이 실행한 살인과 위 대화내용 간의 연관성, 각 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만나게 된 당시부터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대화내용의 의미와 맥락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각 소년들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눌 때까지는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의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여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Ⅳ. 대법원 판단 각 소년들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눌 때까지는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의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여 상고를 기각함으로서 원심을 확정하였다. Ⅴ. 본 사건 원심과 대법원 판결의 함의 본 사건 원심과 대법원 판시는 공모공동정범 성립에 있어서 필요한 ‘공모’ 그리고 ‘공동가공의 의사’ 법리를 정확하게 설시한 판결로 매우 의미가 있다. 원심판례는 ①‘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를 구별하여 설시하였고, ②‘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 증명에 방법에 대하여 설시하고 난 뒤 ③ 합리적 의심을 넘은 증명이 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여 판단을 내리고 있다. 원심은 공모공동성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2인 이상의 사람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공모’를 하고 이에 따라 범행을 실행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여기서 요구되는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록 전체적인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 실행행위에 직접관여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다시 주관적 요건으로 ‘공동가공의 의사’ 즉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의사”가 있음이 요구 되며, 객관적 요건으로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 즉 ‘공동가공의 사실’이 있어야 하며, 공동가공의 사실은 범죄에 있어서 지위·역할이나 범죄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야 인정되어야 한다. ‘공모’ 혹은 ‘공동가공의 의사’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1) [각주1]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또한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각자의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상호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며, 그와 같은 입증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2) 판시하고 있다. [각주2] 대법원 2005. 3. 11.선고 2002도5112 판결 등 참조 본 저자는 본 사건의 1심 판결이 있고 난 뒤 2017년 10월 24일 판례 해석을 통하여 ‘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는 구별되며, 또한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을 논증한 후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사이의 ‘공동가공의 의사’ 성립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우연의 일치일까? 원심과 대법원이 공모공동정범 성립에서 혼동하기 쉬운 ‘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를 구별하고 공동가공의 의사(혹은 공모)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이에 대하여 판시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타당하다고 생각한다.3) [각주3] 원심에서는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여 ‘공모’를 부정한 것으로 보이나, 대법원의 경우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야 한다.” 라고 하여 공동정범의 법리를 설명한 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서 과연 대법원이 ‘공모’를 부정한 것인지 아니면 ‘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정한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공동가공의 의사 혹은 공모 중 어느 하나라도 부정되면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지 않는 것은 명백하다는 점에서 굳이 별도의 설시를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명 ‘주교사 살인사건’에 가담한 여고생에게 우리 판례가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고 방조범을 인정한 것에 대하여 여러 논의가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담한 여고생에게 공동정범에서 요구되는 ‘공동가공의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은 본 사건과 같이 방조범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4) [각주4] 대법원 1982. 11. 23. 선고 82도2024 판결. 본 판례에서도 보듯이 ‘공동가공의 의사’와 방조범 성립요건으로 ‘정범의 의사’는 다르기 때문에 가담한 여고생에게 ‘정범의 고의’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다고 평가하는 어렵다. 종래 공모공동정범 성립여부를 판단할 때 다수의 판례는 “ ~ 라는 이유에서 공모가 부정된다.” 라고 판시하면서 그 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모’ 그리고 ‘공동가공의 의사’그리고 ‘공동가공의 사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공모’가 부정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본 사건을 개기로 본 사건에서 공모공동정범이 부정되는 이유를 설시할 때 통합적 판단을 통해 “~ 라는 점에서 공모가 부정된다.”라고 판시하는 것은 지양하고 세부적인 판단을 통해 “~ 라는 점에서 공모는 인정되나, ~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동가공의 의사가 부정된다.” 는 식으로 판시해 줄 것을 희망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살해
시신훼손
인천초등학생
살인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10-01
선거·정치
이혼·남녀문제
[판례해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제추행 등 사건
서울서부지방 2018. 8. 14. 선고 2018고합75 판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제추행 등 사건-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모두사실 피고인은 2010. 7. 1.부터 2018. 3. 6.까지 충청남도 도지사로 근무하였고,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2위를 하였으며,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정치적·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이다. 피해자(여, 33세)는 2017. 2.경부터 2017. 4. 17.경까지 피고인의 대선 경선캠프 홍보기획팀에서 홍보물 등 제작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7. 7. 3. 충남도청의 지방별정직 6급 상당에 임용되어 그때부터 2017. 12. 20.경까지 수행비서로서 피고인이 참석하는 각종 회의, 행사, 국·내외 출장 일정을 사전에 조율·관리하고 수행하는 공적인 업무는 물론 개인적인 모임을 위한 연락, 장소 예약, 담배·맥주와 같은 기호품 구입이나 전달과 같은 사적인 용무 관련 지시를 평일·공휴일, 주·야간을 불문하고 수시로 수행하였고, 2017. 12. 20.경부터 2018. 3. 6.까지 정무비서로서 도지사실로 오는 각종 외부 요청 관리 및 정책 자료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하면서 도지사 행사에 나가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피고인의 대통령선거 경선캠프에서는 상명하복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경선캠프 관계자들이 도청에서 정무적 업무를 하는 공무원으로 대거 이동하여 근무하게 되면서 그 중심이 되는 비서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별정직 공무원은 일반적인 직업공무원과 달리 신분보장이 되지 아니하여 자치단체장이 임면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중대한 과오가 없어도 면직이 가능하고,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 특성상 피해자의 향후 진로에 피고인의 평가가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다. 전임 수행비서로부터 ‘피고인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기분을 거스르는 일을 해서는 안 되고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인계를 받은 피해자는 수행비서로서 도지사인 피고인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직적인 업무환경에 있었고, 이러한 상황은 피해자가 정무비서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의 요구에 반항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 나. 구체적 공소사실 ① 2017. 7. 29.경 강제추행 2017. 7. 29. 저녁 러시아에서 충남도청 직원 등과 함께 요트를 타고 있던 중 피해자의 옆에 앉은 다음 피해자의 엉덩이와 다리에 피고인의 엉덩이와 다리를 갖다 대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허리를 감싸 안아 강제로 추행하였다. ② 2017. 7. 30.경 피감독자간음 2017. 7. 30. 새벽 러시아 호텔 객실에서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맥주를 가지고 온 피해자를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가 이에 놀라 수회 거절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손으로 피해자를 잡고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③ 2017. 8. 10.경 강제추행 2017. 8. 10.경 KTX 열차 안에서 갑자기 옆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어 강제로 추행하였다. ④ 2017. 8. 12.경 강제추행 2017. 8. 12. 밤 호프집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2층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던 피해자와 마주치자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으며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갖다 대고,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져 강제로 추행하였다. ⑤ 2017. 8. 13.경 피감독자간음 2017. 8. 13. 새벽 호텔 객실에서 피고인의 부름을 받고 온 피해자에게 “나를 안게.”라고 말하며 피고인을 안도록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자,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꽉 끌어안은 후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해자를 침대에 눕힌 다음,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피고인의 행동을 피하여 움직이려는 피해자의 어깨를 꽉 누르고 1회 간음하였다. ⑥ 2017. 8. 16.경 강제추행 2017. 8. 16. 저녁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찬을 하던 중 피해자에게 ‘앞방으로 담배를 가져다 달라.’고 지시하고 그 앞방으로 간 다음 담배를 가져온 피해자를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어 강제로 추행하였다. ⑦ 2017. 8. 중순 내지 말경 강제추행 2017. 8. 중순 또는 말경 충남도지사 집무실에서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피해자를 껴안아 강제로 추행하였다. ⑧ 2017. 9. 3.경 피감독자간음 2017. 9. 3. 새벽 스위스 호텔 객실에서 담배를 가져온 피해자를 보고 ‘침대로 오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수 회 거절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피해자를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⑨ 2017. 11. 26.경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2017. 11. 26.경 관용차(카니발) 뒷좌석에서 피해자의 무릎에 담요를 덮으면서 손으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고, 피해자의 바지 위로 음부 부위를 문지르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바지 지퍼를 열려고 하자 피해자가 다리를 오므리며 이를 거부하는 것을 보고도 손으로 피해자의 다리를 벌린 후 지퍼를 열려고 하였다. 지퍼를 열려고 시도하던 중에 벨트에 연결된 버클에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게 되었는바, 피고인을 만류하기는 불가능하고 계속해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날 경우 관용차 운전자가 그 소리를 듣고 추행 상황을 알아차릴 것을 두려워한 피해자가 스스로 지퍼를 내리자, 피해자의 팬티 안에 손을 넣어 피해자의 음부 부위를 만졌다. ⑩ 2018. 2. 25.경 피감독자간음 2018. 2. 24.경 서울 소재 오피스텔에 있던 중 스마트폰 텔레그램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어디니. 뭐하니. 마포로 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이에 대전에 있던 피해자가 가족들과 식사 중이어서 가기 어렵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피해자에게 ‘1시간 안에 와라. 늦더라도 오라.’며 수회 재촉하는 메시지를 보내며 피해자에게 위 오피스텔로 오도록 지시하였다. 피고인의 계속적인 지시를 거절하지 못한 채 다음날 새벽 위 오피스텔에 찾아온 피해자에게 ‘요즘 미투에 대하여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미투(Me Too)를 보며 그때 내가 너한테 했던 것들이 상처가 된 걸 알았다. 미안하다. 그때 너 괜찮았니? 괜찮니? 괜찮은 것 같니?’라고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확인하려는 말을 여러 차례 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그동안 입은 피해를 문제 삼겠다고 할 경우 피고인으로부터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겁을 먹고 ‘내가 어떻게 미투를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나를 안으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안지 않은 채 주저하는 것을 보고 피해자를 안고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가져다 대고, 피해자를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들의 주장 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점에 대하여 성관계 자체와 신체접촉(피해자의 음부 등을 만지는 행위) 자체는 있었으나, 피고인에게 업무상 위력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설령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위력과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 사이에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은 애정관계에 의한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으로 인지하였을 뿐 위력에 의해 피해자가 의사를 제압당한 상태(또는 제압당할 만한 사정이 있는 상태)라는 인식과 위력을 이용해 간음·추행을 한다는 의사도 전혀 없었다. 나. 강제추행의 점에 대하여 그와 같은 신체접촉이 없었고, 설령 일부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애정에 기한 성관계 전후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으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3. 대상판결의 내용 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점에 대한 판단 1) 피해자가 피고인의 수행비서 및 정무비서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업무상 수직적, 권력적 관계로 인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지위·직책·영향력 등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에 있어서의 위력이 피고인에게 존재하였다. 2) 피고인이 부당한 대우, 고용·승진·급여 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준 사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피고인이 평소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피해자를 비롯한 도청 소속 공무원을 하대하는 등 위력의 존재감이나 그 지위(직책)을 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정치적·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이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 3)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유일의 증거인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수 존재한다. 4) 피고인이 상시적이고 일반적으로 정치적, 사회적 권세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해왔다고 볼만한 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 개별 구성요건상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함에 있어 ‘나를 안게.’라는 취지의 표현과 피해자를 껴안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일응 위력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하였다거나, 위력의 행사와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나아가 이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범죄사실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5)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한 후 간음 및 추행행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에서, 설령 피해자의 진술처럼 피해자가 업무상 상급자인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고, 통상적으로 볼 때는 거부나 저항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는 거절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었으며, 피해자의 진정한 내심에는 반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범죄의 처벌체계 하에서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범죄라고 볼 수도 없다. 6) 구체적 판단 가) 피고인 측 경선캠프 분위기가 피해자의 예상보다 경직되고 상명하복식 구조를 띠었을 수는 있으나 피해자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수인할 수 없거나 자유의사를 제압당할 정도로 불합리한 구조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캠프의 분위기를 곧바로 피고인의 위력으로 연계시킬만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선캠프 분위기가 그대로 도청 비서실 등 정무팀의 분위기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②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외로우니 위로해 달라. 나를 안으라.’고 반복하여 말하며, 피해자를 양팔로 안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위력을 행사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서 ‘아닌데요. 아니예요.’ 등을 중얼거리는 방법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것인데, 이를 들어 피고인이 정치적, 사회적 지위 내지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이를 위력의 행사로 인식하였을지도 의문이다.성인 여성의 자유의사를 제압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거절 의사를 인식하였다고 추정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첫 간음을 당한 날 아침에 피고인이 순두부를 좋아한다며 다른 직원 등을 동원해 순두부집을 물색하고, 당일 저녁 도청 직원들이 발레공연을 보러간 사이에 피고인과 와인바에 동행하여 담소를 나누었으며, 러시아에서 귀국한 당일 피고인이 이용했던 미용실에 연락하여 피고인의 머리를 손질했던 미용사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으려고 예약하여 찾아갔고, 피해자와 가까운 제3자와의 사적인 대화에서조차 피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단서도 남기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로 대화를 나누는 등의 위력에 의한 간음의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존재한다. 다) ⑤ 공소사실 관련 : 이미 러시아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불과 몇 시간 전 호프집 화장실에서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심야시간에 단둘만이 객실을 달리하여 투숙한 호텔에서 “씻고 오라”는 피고인의 말을 듣고 별다른 저항이나 질문조차 없이 샤워를 한 후 피고인이 사용하는 객실에 들어간 점 등에 비추어,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을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라) ⑧ 공소사실 관련 : 호텔은 2동의 건물로 되어 있고, 각 동은 1층으로만 연결되어 있는데, 원래 동을 달리하여 투숙할 예정이었으나 피해자의 교체 요청에 따라 피고인(421호실)과 피해자(513호실)가 같은 동에 속한 객실에 층을 달리하여 투숙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당시 “자니 ? 아니욤 ? 올래? - 주무시다깨심요? - ㅇ, ..., 담배, ...”라는 텔레그램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성관계가 있은 몇 시간 후에 피해자가 피고인과 둘이서 아침 산책을 하고자 하는 의사를 보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 및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S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마) ⑨ 공소사실 관련 : 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허벅지와 음부 부위에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하자 이에 저항하던 피해자가 더욱 큰 수치심을 유발하는 심한 추행을 용이하게 하도록 벨트를 푸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벨트 구조상 벨트가 묶여 있어야 딸그락 소리가 작게 날 수 있는 구조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피고인이 정치적·사회적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바) ⑩ 공소사실 관련 : ⓐ 사건 전날부터 범행 직후까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모두 삭제되었는데, 2018. 2. 25. 이후 피고인을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상황이었음에도 마지막 범죄의 피해사실을 직접 뒷받침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 ⓑ 사건 당일 피해자가 K에게 피해사실을 알린 후 K가 피해자에게 ‘캡쳐해서 보내봐.’ 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막상 당일 피해와 관련한 중요한 대화 내용이 확보되지 않았고 오히려 K로부터 받은 위 문자메시지 자체를 삭제하였는바, 피해자가 유력한 증거인 텔레그램 대화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함에 있어 피해사실을 입증하기에 유리한 자료로 삭제, 편집 및 선별하여 제출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점, ⓒ 정무비서로 보직이 변경되었는데 간음의 ‘타깃’이 될 것으로 인식과 예상을 하면서도 심야에 긴급히 KTX를 갈아타며 대전에서 서울로 가서 카카오블랙 택시를 불러 오피스텔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도 뛰어서 로비로 들어가는 피해자의 행동은 오피스텔에 가는 것을 거부했다는 피해자의 주장과 모순되는 점, ⓓ K는 피해자가 이 사건 피해사실을 공개하고 고소에 이르는 데에 핵심적으로 관여를 하였고, 2017. 1.경부터 2018. 2. 25.경까지 피해자와 K는 매우 빈번하게 통화를 하였는데, K가 피해자와의 텔레그램 대화를 모두 삭제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및 K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나. 강제추행의 점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① 공소사실 관련 : 당시 요트 뒤쪽 자리에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요트 뒤쪽의 자리로 오자 피해자와 그 옆 사람이 좌우로 공간을 넓혀 주어 피고인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었다고 진술함에 반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옆자리로 오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고 진술하는 점,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들은 S의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과 어긋나거나 일관되지 않은 점(어깨동무를 하였다 → 허리를 감싸 안았다) 등에 비추어 피해자와 S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2) ③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가 피고인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고 하다가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었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는데, 나중에 우연히 오른뺨을 도려내고 싶은 느낌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오른뺨에 뽀뽀를 당한 것이어서 진술을 정정하였다는 경위 설명에 다소 의문이 드는 점, 고소장에는 이 부분 피해사실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얼굴이 널리 알려진 유명 정치인인 피고인이 다른 승객들이 있는 기차 객실에서 수행비서의 볼에 입을 맞추는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④ 공소사실 관련 : 추행 직전, 직후의 구체적 상황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모호한 반면 피고인의 진술은 다른 사람의 진술에 의해 뒷받침되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 4) ⑥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는 2018. 2.경부터 피고인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가 2018. 3. 6.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고소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인데, 고소장에는 대략적인 일자와 장소만 특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다수의 강제추행 사실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기억이 나지 않았다가 점점 기억이 났다는 피해자 진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이 일반적임에 비추어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점, 담배 심부름을 시킨 전후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에 추행으로 인한 불쾌감 등이 나타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5) ⑦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가슴 쪽에 터치가 있었고 손으로 스치듯이 만지며 껴안았다.’고 진술하다가 법정에서는 ‘가슴 같은 데를 만지고 엉덩이인가 허리를 만졌다. 추행들이 너무 잦아서 특정한 장소가 아니면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내용을 추가하여 진술하고, 추행의 구제척인 방법에 관한 피해자 진술이 모호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4. 대상판결의 분석과 의의 가. 대상판결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권력적 상하관계에 놓여 있는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 남녀 사이에서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대상판결은 피고인 운전비서의 성희롱 등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대응태도 및 피해자의 이 사건 증언시의 태도 등에 근거하여, 피해자를 성적 주체성을 갖추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지하면서 자기 책임 아래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하고 성숙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하였다. 반면에 검사는, 피해자가 평소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거나 말투를 어눌하게 흐리거나 여리고 소심하여 자신의 의사를 잘 밝히지 못하고 결단력이 없는 사람인 것을 상정하여, 피고인의 위력에 성폭력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성폭력 피해자성의 표지 혹은 피해자 개인의 취약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 대상판결은, 피해자 진술내용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 등을 치밀하게 검증하여, 피해자 및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력을 갖지 못하였다고 판단하고, 업무에 대한 몰입과 열정, 성실함은 성폭력을 당한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 등에게 보인 수많은 모순적, 비합리적 태도와 언행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이라는 피해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데, 일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적법한 증거판단으로 보인다. 다. 특히, 대상판결은 상화원 사건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도 주목하여 전체적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의 자료로 삼았다. 상화원 사건은 상화원 211호의 2층을 피고인 부부가, 1층을 피해자가 숙소로 사용하던 2017. 8. 19. 새벽 무렵에 발생된 사건으로, 피고인 부부의 진술에 의할 때, 새벽 4시경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가 잠을 자고 있는 객실로 몰래 들어와 침대 아래쪽에 서서 피고인 부부를 내려다보다가 발각되자 도망치듯 아래층으로 내려간 일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에 반하여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중국인 여성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질까봐 211호의 2층으로 올라가 문 앞 계단에서 지키고 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을 뿐 객실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고,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반투명 유리를 통해 객실 안쪽에 있는 피고인으로 추측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1층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피해자가 당일 피고인의 처에게 전화를 하여 사과를 한 점, 피고인의 처가 이 사건이 문제되기 이전에 이미 비서실장에게 상화원에서의 일을 이야기를 하며 수행비서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고, 피해자가 JTBC 인터뷰를 한 직후 다른 사람(피해자를 지지하는 사람인데 피고인의 처는 당시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에게 전화하여 새벽 4시에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가 자는 방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비난을 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부부 진술이 사실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라. 한편, 대상판결은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견지하여,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느끼거나 가질 수 있는 심리적 곤경이나 수치심 혹은 트라우마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통념적 관점에서 볼 때에는 다소의 모순이나 비합리성이 보이는 것은 아닌지 살펴, 피해자의 행동은 긴장성 부동(不動)화 내지 심리적 얼어붙음 현상으로 설명되지 않고, 피해자가 그루밍의 심리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그 외 학습된 무기력, 해리, 피해자로서의 부인과 억압의 방어기제에 관하여도 검토하여 배제하였다). 대상판결은, 피해자가 경선캠프에서의 성실성으로 인해 수행비서로 발탁된 것이지 피고인의 지시 등 비정상적인 절차로 선발된 것이 아닌 점, 2017. 7.말경 러시아 방문 이전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특별한 호의를 베풀거나 선물을 하는 등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고, 러시아 방문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관심사를 충족시켜주려 하는 것으로 볼 만한 정황이 없는 점, 피해자가 고학력에 성년을 훨씬 지나고 사회경험도 상당한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피고인에 의해 그루밍을 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충분히 수긍할만하다. 마. 대상판결은 구성요건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하여 무죄 추정 및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충실하게 따르고, 한편으로는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놓치지 않은 판결이라 할 것이다.
강제추행
피감독자간음
지방별정직
별정직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08-28
행정사건
[판례해설] 병원집단급식소 직영가산부분에 대한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의 취소 사건
서울행정법원 2016구합7351 요양급여비용환수결정취소 1. 기초적 사실관계 A의료법인은 2009. 5. 1. 설립된 의료법인으로, 그 전신(前身)은 개인병원인 A병원이다. A개인병원은 관할 행정청에 식품위생법에 따른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신고를 하고 환자들에게 급식을 제공해왔다. A의료법인 설립에 따라 A개인병원은 의료법인의 부속병원으로 전환하였고, 당해 집단급식소는 법인 전환과 무관하게 입원환자들에게 계속 급식을 제공하였다. 그런데, A의료법인에서는 집단급식소 운영자가 개인에서 법인으로 변경된 사실을 제때 신고하지 못했다. 즉, 위 집단급식소에 대하여 개인병원인 A병원 원장 명의로 행한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중단신고와 A의료법인 명의로 된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신고가 동시에 이루어졌어야 하나, 위와 같은 사실을 간과한 A의료법인은 2009. 11. 16. 뒤늦게 신고를 마쳤다. 따라서, 2009. 5. 1.부터 2009. 11. 16.까지는 A의료법인이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신고 없이 당해 집단급식소를 설치·운영한 것 같은 외관이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미신고 공백기간을 없애달라는 A의료법인의 정정요청에 대하여, 관할 행정청에서는 “집단급식소가 개인 소유에서 법인 소유로 바뀜에 따라 즉각적인 중단신고 후 설치·운영신고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다만, A의료법인은 단순히 민원서류를 늦게 신고한 것으로 보일 뿐 급식을 중단한 것은 아니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주었다. 위 공문을 받은 A의료법인은 추후 위 문제로 법적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거니 생각하였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6. 7.경 A의료법인에게 “2009. 5. 1.부터 2009. 11. 15.까지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신고를 하지 않고 입원환자 식대를 청구하였으니, 위 미신고 기간의 식대 중 직영가산 부분을 환수하겠다”며 4,300만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용의 환수처분을 내렸다. 대상판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A의료법인에 대한 위 환수처분의 당부를 다룬 것이다(서울행정법원 2016구합 7351). 2. 대상판결의 쟁점 구(舊) 국민건강보험법 제39조 제2항(현행 제41조 제3항)은 「요양급여의 방법·절차·범위·상한 등 요양급여의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였고, 보건복지부령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 제1항 [별표 1] 제6호 (다)목은 「입원환자에 대한 식사는 환자의 치료에 적합한 수준에서 의료법령 및 식품위생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에 맞게 위생적인 방법으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또한, 구 보건복지부 고시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제17장 산정기준 2항은 「입원환자 식대는 의료법 및 식품위생법에서 정한 인력·시설 기준을 갖춘 요양기관에서 환자 음식을 제공한 경우에 산정한다」고 규정하였고, 구 식품위생법 제69조 제1항은 「집단급식소를 설치·운영하고자 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A의료법인은 법인명의의 새로운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신고를 하지 않은 채 2009. 5. 1.부터 2009. 11. 15.까지 그 전신인 A개인병원의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신고에 의거 집단급식소를 운영하며 입원환자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피고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받았다. 이에 대하여 피고 공단은 미신고 기간 중의 입원환자 식대청구는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현행 제57조 제1항)이 규정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처분에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 반면, A의료법인은 착오로 법인명의의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신고를 하지 못했을 뿐 집단급식소에 대하여는 이미 A개인병원 원장명의로 신고가 이루어져 있었고 미신고 기간 중에도 입원환자에게 계속 급식이 제공된 사실이 있으니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A의료법인이 식품위생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에 맞게 위생적인 방법으로 입원환자에 대한 식대를 제공하였다고 보이므로, A의료법인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대상판결에 따르면, 구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이 식품위생법상의 인력·시설 기준을 갖춘 요양기관에서 환자 식사를 제공한 경우에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것은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입원환자에게 치료에 적합한 위생적인 수준의 식사를 제공하게 하려는 데 취지가 있는 것인데, 이 사건 집단급식소는 그 전신인 A개인병원에서 이미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신고를 하여 관할 행정청으로부터 주기적으로 현장 지도점검을 받아왔고, 새로운 운영자가 된 A의료법인은 집단급식소 직원 고용, 업무상지시·감독, 위생상태 점검, 식자재 매입 등의 업무를 직접 관장해온 것으로 보아, A의료법인이 식품위생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에 맞게 위생적인 방법으로 입원환자에 대한 식대를 제공하였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서울행정법원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은 그것이 처분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위법한 처분으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위 판결에 항소하지 아니하여 판결은 확정되었다. 4. 대상판결의 해설 :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대한 기념비적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대상판결과 유사한 다른 사건에서는 병원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을 들어준 적이 있다. 처음 개설된 B병원이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신고 없이 수개월간 집단급식소를 운영하다 뒤늦게 신고를 마쳤으나 수년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수처분을 받은 사안으로서, B병원은 개원 당시 어느 행정청으로부터도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신고를 해야 한다는 지도를 받은 바 없어 신고를 해야 함을 알지 못한 점 및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다가 수년이 지난 이제야 환수처분을 한다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 남용이라는 점을 주장하였으나 이는 인정받지 못했다(서울행정법원 2015구합 3775 요양급여비용환수결정취소 사건). 이 사건 초기인 2016년 당시 피고 공단은 A의료법인에 부당이득 환수처분을 내리는 공문에서, 위 판결문 등을 언급하며 “A의료법인이 행정소송을 제기해보았자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집단급식소는 A의료법인 설립 이전에 이미 설치·운영신고가 되어있어 행정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던 상태였고, 단순히 운영자 변경사실이 늦게 신고가 되었다는 점에서 위 유사사건과 차이가 있었다. A의료법인은 이 차이가 충분히 다퉈볼만한 차이라고 생각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것이고, 승소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은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 비용을 받기 위하여 허위의 자료를 제출하거나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관련 법령에 의하여 요양급여 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청구하여 지급받는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두3975 판결 등). 위 판례의 문구만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수처분을 받은 경우 중 과연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이 아닌 경우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처럼 처분요건에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환수처분이 취소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의료기관의 실질적인 권익구제를 위하여도 행정법원의 적극적인 개입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참고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행정법원에서 환수처분 취소의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패소사건에 대하여는 상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부당한 환수처분을 당한 의료기관으로서는 대상판결의 환수처분 취소 법리를 인지, 적극 주장할 것을 권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개원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였고 행정법원장은 국민의 권리구제를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공언까지 하였기 때문이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요양급여
환수
의료법인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8-03-13
금융·보험
[판례해설]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DTI 규정을 지키지 않고 대출한 사건
1. 범죄사실 피고인은 A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서 여신 관련 규정 및 총액부채상환비율(DTI) 규정 등을 준수하여 자산 및 신용상태가 양호하고 상환능력이 있는 자를 대출대상자로 하여야 함에도 2009. 10. 23.부터 2011. 7. 11.까지 DTI를 적용하지 않고 29회에 걸쳐 약 21억 원 상당의 대출을 해 주어 A 새마을금고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은 피고인이 A 새마을금고의 대출취급자에게 DTI 규정을 위배하여 대출을 실행할 것을 지시함으로써 대출을 하게 하는 것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그러한 대출이 회수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확정된 이상 대출채권의 회수곤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미필적으로나마 있었다고 하여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하였다. 이에 반하여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단지 DTI 규정을 위반하여 대출을 실행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업무상배임의 죄책을 진다고 할 수 없고, 실제 피고인은 이 사건 대출 중 DTI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것 외에 담보대출 심사기준을 위반하지 않을뿐더러 피고인의 의사는 적극적 대출로 인한 이자수익을 통한 A 새마을금고의 이익과 경영 정상화 등을 위한 의사가 주된 것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업무상배임의 죄책을 물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에 검사도 상고하지 않아 위 항소심 판결은 확정되었다. 3. 대상 판결(항소심 판결)의 평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정부의 시책에 따라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에서 준수하여야 할 DTI 규정을 위반하여 대출을 실행한 것이 곧바로 임무위배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DTI는 주택담보대출의 연간원리금 상환액과 기타부채의 연간이자 상환액의 합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이는 대출채무자가 본인의 소득범위를 넘는 채무를 발생시킨 뒤 아파트를 취득하고 시세차익을 이용하여 되파는 사례가 많아 정부가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하여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대출채무자의 상환능력을 더욱 엄격히 심사함으로써 주택담보대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이처럼 DTI 규정은 개별적인 대출금 상환능력 여부에 초점을 맞춘 제도라기보다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 및 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마련된 제도이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이 투기억제 등에 주안점을 둔 DTI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임무위배행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고 개별적으로 대출신청인의 채무상환능력 및 담보가치에 관한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등을 검토하여 임무위배행위 여부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사실 DTI 규정은 부동산 투기과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선제적으로 규제하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마련된 한시적 규정에 불과하고 충분한 상환능력이 있으나 소득이 없는 은퇴자 등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는 등 실제 대출채권 회수 가능성 여부와는 상관관계가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DTI 규정을 따르지 않고 대출을 실행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대출금 상환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임무위배행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대상판결은 지극히 타당하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동일인 대출한도를 초과하여 대출한 사례(대법원 2008. 6. 19. 선고 2006도4876 판결) 및 은행의 관계규정을 위반하여 이른바 불량대출을 한 사례(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7716 판결) 등과 같이 대출 관련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곧바로 임무위배행위라고 판단하지 않고 구체적인 채권회수 확보 방안을 강구하였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임무위배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금융기관이 준수하여야 할 여신규정의 일부라도 위반하여 그것이 결과적으로 대출금 미회수로 이어질 경우 곧바로 배임으로 인정하려는 경향이 적지 않다. 심지어 여신규정에 정한 일부 절차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다고 하여 기소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상판결에 의하면, 금융기관이 준수하여야 할 여신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아 결과적으로 대출금 미회수로 인한 손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무위배행위가 있다고 일률적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그 임무위배행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여신규정의 취지 그 이외에 대출 심사를 위한 다른 기준을 지켰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임무위배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대상판결은 정부시책 등 금융기관이 준수하여야 할 규정을 단순히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임무위배행위를 곧바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편 대상판결은 금융기관 임원의 대출실행에 관한 경영상 판단을 존중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법원도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등의 사정들을 고려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하고 있다. 대상판결도 피고인이 DTI 규정을 배제하고자 한 것은 적극적인 대출을 통하여 많은 이자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경영상 이유였고, 실제로도 이러한 적극적 대출로 인하여 A새마을금고의 이자수익이 증가하였으며, 다른 대부분의 새마을금고에서도 DTI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채 담보대출을 실행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를 부정하였다. 대상판결은 금융기관 임원이 DTI 규정 등 여신에 관한 정부정책에 위배하여 대출을 실행하여 손실로 이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배임의 고의성 여부를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영판단에 관한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에 따른 것으로 지극히 타당한 결론이라 할 것이다.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
새마을금고
총액부채상환비율(DTI)
대출
신용
백창원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2017-08-23
행정사건
[판례해설] 내국인 승무원에게만 수염 기르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지
- 서울고등법원 2017. 2. 8. 선고 2016누50206 판결 - 1.들어가며 과거 직장인들은 양복 수트, 넥타이를 매는 것을 기본적인 복장으로 생각해 왔고, 심지어 여름에도 양복 수트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이러한 직장인들의 드레스코드는 변경되어 왔고, 최근에는 다수의 기업에서 캐주얼 비니지스 드레스코드를 적용하여 정통 양복 수트가 아닌 복장을 허용해 오고 있으며, 심지어 완전히 캐주얼한 복장(청바지, 티셔츠 등)을 허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등과 같은 전문직들에게는 여전히 정통적인 복장을 입는 것이 고객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준다는 인식이 있다.항공사 역시 승무원들에게 엄격한 복장과 용모를 요구하고 있고, 승객들은 일반적으로 항공 승무원을 생각할 때 잘 맞는 드레스와 단정하게 동여맨 헤어스타일을 떠올린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내국인 승무원에게만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한 항공사 취업규칙이 헌법 제11조(평등권)와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아래에서 대상판결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2.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항공운송업을 영위하는 원고는 내부 규정(이하 ‘이 사건 조항’)상 운항승무원의 경우 수염을 기를 수 없도록 하되,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 운항승무원의 경우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턱수염을 기르던 비행기 운행 기장(이하 ‘A’)에게 턱수염을 기르는 것이 규정 위반이므로 턱수염을 기르지 말 것을 지시했다.A는 외국인과 달리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적 규정이라고 하면서 위 지시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원고는 A의 비행일정을 변경하여 비행업무를 일시적으로 정지(이하 ‘이 사건 비행정지’)시켰다. A는 이 사건 비행정지가 부당한 인사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서울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용모를 제한하는 규정이 위헌ㆍ위법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비행정지도 위법하거나 부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용모 규정은 노조 또는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아 유효성에 논란이 있고, 용모 규정이 유효하더라도 이 사건 비행정지에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했다. 1심은 외국인 승무원들의 관습을 존중해 그들에게 예외적으로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거나 국내 타 항공사와 달리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과 외국인 직원을 ‘국적’을 기준으로 차별함으로써 헌법 제11조(평등권) 및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은 수염의 정돈 상태나 형태 등을 기준으로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음에도 내국인은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내국인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므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무효인 이 사건 조항의 준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비행정지는 위법하다. 3.검토 가. 헌법 제11조 위반 관련 대상판결은 헌법상 기본권이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에도 적용이 되고 하나의 법률관계를 두고 두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구체적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그러면서 이 사건 조항이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과 외국인을 국적을 이유로 차별하여 헌법 제11조를 위반하였고, 수염의 정돈상태나 형태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음에도 내국인의 경우 수염 기르는 것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내국인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었다고 보았다. 그런데 평등권과 같은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공권력의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권리이고, 사법적 법률관계에는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칠 뿐이라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판례를 언급하면서 헌법 제11조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의 효력을 무효라고 판단하면서도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도 근거로 삼았다. 이는 대상판결이 이 사건 조항의 무효로 본 근거를 헌법 제11조 위반을 직접적인 근거라고 삼았다기 보다는 헌법 제11조가 일반원칙으로 발현된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을 직접적인 근거로 삼은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대상판결이 헌법 제11조만을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을 무효로 판단한 것이라면 이는 기본권의 제3자적 효력(간접적 효력)에서 볼 때 문제가 있고, 헌법 제11조의 내용이 입법화된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라 그 효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참고로, 대상판결의 1심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닌 사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헌법 제11조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것이 헌법의 기본권 효력의 제3자적 효력을 정확히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나.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 관련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거나 특정 외국의 국적을 가진 근로자와 다른 외국국적을 가진 근로자 사이의 차별을 포함한다.그런데 대상판결은 반대로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내국인근로자를 차별(외국인근로자에게는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면서 내국인근로자에게는 불허)하는 것도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으로 판단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즉, 과거에는 내국인근로자에 비해 외국인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적용되었는데, 대상판결은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내국인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에도 근로기준법 제6조를 적용하여 무효화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는 원칙적으로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근로자와 비교하여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논의의 대상으로 하고 있고내국인근로자를 외국인근로자와 비교하여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내국인근로자를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차별하였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여 무효로 볼 수 있을지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시 형사처벌이 된다 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엄격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용모(면도 금지)에 대한 제한이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도 검토가 필요한데, 대상판결에서는 이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면도를 금지한 이 사건 조항이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였다고 보았다.물론 근로자의 용모나 복장에 대해 취업규칙에서 이를 규정할 수 있고, 이러한 용모나 복장에 대한 취업규칙 조항도 근로조건이라고 볼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근로조건이란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 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말한다(제17조).판례 역시 “구 근로기준법 제23조(현 제17조) 소정의 근로조건이란 사용자가 근로계약체결시에 근로자에 대하여 명시한 임금, 근로시간 기타의 근로조건”이라고 판단하였다.그렇다면,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 근로기준법 제6조를 엄격하게 해석한다면, 수염 기르는 것과 관련된 이 사건 조항을 ‘근로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으므로 추후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단이 나올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1심판결은 외국인에게만 예외적으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콧수염을 허용하는 것은 외국인을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 중 소수자에 대해 문화적 차이를 인정한 것으로 합리성 사유가 있다고 본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인용하면서 직원들의 복장이나 용모에 대해 폭넓은 제한을 할 수 있는 재량이 회사에 있는 이상 소속 외국인 승무원들의 관습을 존중하여 그들에게 예외적으로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한 것을 재량권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그러나 대상판결은 엄격하게 외국인 승무원이 소수자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외국인승무원에게는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면서 내국인 승무원에게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적에 의한 차별로 판단하여, 추후 대법원에서 외국인 승무원에게 수염을 허용한 것을 소수자에 대한 배려로 볼지, 국적에 의한 차별로 볼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턱수염
취업규칙
수염
복장
항공
승무원
근로기준법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17-03-03
기업법무
형사일반
판례해설 - ‘폭스바겐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 변조’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1.6. 선고 2016고합684 판결 - 폭스바겐 차량의 인증 담당 이사인 피고인은 해당 수입자동차를 국내에 수입·판매하는 과정에서 배출가스·소음 인증 및 신고 절차시 자체 측정한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이하 ‘시험성적서’라 한다)를 변조하여 제출하여 인증을 받아 사문서변조, 변조사문서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대기환경보전법위반죄로 기소되었다. 법원은 “① 피고인은 회사의 인증업무 담당 이사로서 인증업무 담당 직원들이 시험성적서를 임의로 고친 사정을 알 수 밖에 없는 지위에 있었던 점, 시험성적서는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로써 피고인은 인증 업무의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담당 직원들과의 공모관계가 인정되고, ② 실제 시험을 거친 결과라는 오인을 일으키는 시험성적서 변조행위 및 배출가스 인증시험에 불합격 후 인증을 통과할 목적으로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인증을 통과하고 위 소프트웨어 설치 사실을 숨긴 행위는 위계에 해당하고, ③ 일반적으로 허위 신고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행정청이 신고에 대하여 형식적·절차적 심사가 아닌 실질적·내용적 심사를 거친 후 수리여부를 결정할 것을 예정함으로써 사실상 인·허가 등 처분의 신청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평가되는 경우 행정청이 나름대로 충분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더라도 신고내용이 허위이거나 법령의 취지에 맞지 아니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므로 변조한 시험성적서를 제출하여 인증을 받은 본건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고, ④ 또한 배출가스 인증내용 중 주요한 사항에 대해 변경을 하려면 변경인증을 신청해야 하는데 변경인증을 받지 않은 자동차 수입에 대하여 대기환경보전법위반에 대한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다만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형법상 문서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전자결재 형태로 이루어진 연비 시험성적서의 경우 사문서변조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은 배출가스 미인증 차량의 수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지 않아 이 부분에 해당하는 대기환경보전법위반의 점은 무죄”로 판단하였다. 위 사안은 미국정부가 2015년 해당 자동차 회사가 디젤 엔진 배출가스량을 조작해 판매한 정황을 포착하여 한국정부에서도 같은 내용을 조사하였고 검찰 수사를 통해 그 내용이 확인되어 기소된사건이다. 본건과 같은 기업범죄의 경우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상부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여 처벌되지 않거나 경미하게 처벌되고, 대표이사는 그러한 지시를 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변명하여 공모관계가 부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본건의 경우도 대표이사가 아닌 실무담당 이사가 기소되었다. 이 사건 피고인도 모든 혐의사실에서 범죄행위를 실행한 사실이 없고 공모관계를 부정하였는데, 법원은 직원들의 증언과 더불어 피고인의 지위·역할, 피고인이 담당하였던 업무 내용 및 변조한 사문서의 내용, 범죄행위 결과가 미치는 효과 등을 이유로 범죄행위의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나,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범행을 실행하였다고 보기 힘들고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징역 1년 6월의 형이 선고되었다. 최근 본건과 같이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는 기업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므로, 이러한 기업범죄는 사전에 예방함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기업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형벌의 예방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수사기관은 실무책임자 뿐만 아니라 기업의 대표자에게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하고, 법원은 ‘상상을 초월한 사회적 비용’을 양형의 가중요소로 삼아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기업범죄에 대하여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아가 기업범죄가 반사회적인 경우 실제 피해금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가해 기업에게 유사한 불법행위를 더 이상 반복하지 못하게 할 정도의 민사상 책임을 부과하거나 다른 기업도 유사한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입법을 통해 전면적으로 시행하게 되면, 불특정 다수에게 회복하기 어려을 정도의 피해를 입히는 본건과 같은 기업범죄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형사처벌 만으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빈발하는 기업범죄의 형태에 비추어 볼 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전면적 실시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사문서변조
2017-02-02
노동·근로
판례해설 -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 여부
- 대법원 2015다 253986 퇴직금 지급 청구의 소 -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이 계약상대방인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청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탁판매원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는 판결을 하였다. 위 사건은 피고 회사와 야쿠르트와 같은 유제품을 고객에게 배달하거나 판매하고 그 대금을 피고에게 전달하는 내용의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약 12년간 일한 위탁판매원이 위탁판매계약이 종료되자 자신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연차수당과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위 사건에서, 원심, 항소심, 대법원 모두 위탁판매원인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계약형태가 근로계약인지, 위탁계약인지 등 계약 형식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근로자성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1. 7. 14.선고 2009다 37923 판결)라고 판시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대한 해석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해석기준은 위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위 사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원고와 같은 위탁판매원들은 오전 8시 이전에 관리점에 출근하여 유제품을 전동카트에 싣고 고정고객에게 배달을 하고, 그 이후에는 오후 4시경까지 남은 제품을 일반 고객에게 판매하는 형태로 일하였다. 위탁판매원들은 고정 고객 및 일반 고객으로부터 받은 제품대금을 모두 피고 회사에게 전달하였고, 피고 회사로부터 위탁판매계약에 따른 각종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위탁판매원들이 지급받은 수수료는 매월 제품판매금액의 일정비율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산정되었다. 위탁판매원들은 피고 회사로부터 근무복과 제품 운반을 위한 전동카트를 제공받았는데, 위탁판매원이 받아야 할 수수료에서 전동카트 유지·관리비 명목으로 일정 금원이 공제되었다. 또한 위탁판매원들에 대해서는 일반 직원들과 달리 취업규칙 등 복무규정이 적용되지 않았으며 그에 따라 복무규정에 따른 제제를 부과할 수도 없었다. 위탁판매원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할 때 사업소득 형태로 수수료가 지급되었다. 이러한 사정들을 토대로 법원은 위탁판매원이 피고 회사와의 관계에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자로 볼 만한 사정, 즉 피고회사가 위탁판매원에게 근무복을 제공한 점, 적립형 보험의 보험료 및 상조회비를 일부 지원한 점, 매월 2회 정도의 교육을 한 점, 관리점 내에 일정표를 게시하고 서약서를 징구한 점이 인정되었지만, 이러한 사정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되었다. 결국, 위 사건에서 위탁판매원이 출퇴근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배달 및 판매 일을 함으로써 구체적인 업무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은 점, 위탁판매원에게 지급된 수수료의 성격이 근로제공의 대가로 보기 어려움 점에 결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과 같은 분쟁은 주로 계약이 종료된 후에 퇴직금 및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사건, 또는 계약종료를 통고받자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다투는 사건들에서 발생되고 있다. 주로 전형적인 근로제공의 근무형태가 아니라 영업실적에 따라 대가가 지급되는 업종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형식적으로는 위탁계약 또는 위임계약의 형태로 체결된 경우가 많으며,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의 형태로 대가를 지급하며, 기본급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적에 따라 대가가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골프장캐디, 보험설계사, 채권추심인, 퀵서비스 배달원, 지입차주, 학원강사, 미용사, 헬스트레이너 등 여러 종류의 직종에서 근로자성 여부가 문제된 사례가 많다. 유의하여야 할 점은 특정 업종에 대한 근로자성 판단이 동일 업종의 타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된 사건이 있는가 하면(대법원 2015.7.9.선고 2012다20550판결),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은 사건도 존재한다(대법원 2015.9.10.선고 2013다 40612·40629판결).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의 경우에도 이 사건과 달리 지급된 수수료의 성격이 근로제공의 대가로 볼 만한 간접사실이 많이 존재하는 사건에서는 결론을 달리하여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근로자성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목적으로 한 것인지(임금소득 목적), 사용자의 지배·관리 아래 근로를 제공한 것인지(사용종속관계)를 주요 기준으로 하여, 이 기준에 부합되는지 여러 간접사실을 토대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쿠르트
위탁판매원
근로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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