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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13)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공정위의 처분 시한은?
가. 판결요지 구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호의 내용, 제척기간 제도의 취지와 구 표시광고법의 목적 등을 고려하면,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이하 ‘사업자 등’이라 한다)가 구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하여 상품의 용기 등에 부당한 표시를 하였다면, 위와 같은 표시와 함께 해당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상태가 계속되는 이상, 해당 상품을 수거하는 등 그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부당한 표시행위로 인한 위법상태가 계속되고, 그러한 ‘위법상태가 종료된 때’를 ‘위반행위 종료일’로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조치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사업자 등이나 그 대리인이 일정 시점에 이르러 더 이상 해당 상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유통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위반행위가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해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가 ‘공정위의 제재처분은 처분시효가 완성된 이후 부과된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한 사건이다. 원심은, 구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처분시효는 행위종료일로부터 5년까지인데, 제조사는 2011년 8월 31일 제품 제조를 중단하였고(표시 중단), 같은 해 11월 17일 웹사이트에서 제품 설명을 삭제하였으나(광고 중단), 공정위의 제재처분은 2018년 3월 18일이 되어서야 부과되었고, 이는 각 중단 시점(행위종료일)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 부과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아진 상황에서 공정위의 제재처분이 처분시효 도과를 이유로 취소되어 버리자, 공정위 등 규제기관의 늑장대응 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이처럼 민감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부당한 표시가 기재된 상품을 수거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는 이상 위법상태가 계속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전제에서 볼 때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의 부당 광고·표시행위는 종료되지 않았으므로, 행위종료일로부터 5년의 처분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고 보고 이를 파기하였다. 본 판결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제조사가 제품 수거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위법상태 및 부당 광고행위가 계속된다고 판시함으로써 제조사 등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였다는데 의미가 있다. 글 : 정양훈 변호사 그림 : 이영욱 변호사·만화가
공정거래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처분시효
제재처분
사업자책임
정양훈 변호사, 이영욱 변호사·만화가
2024-01-24
행정사건
헌법사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보호자의 부당한 간섭행위
담임 교체를 요구한 보호자에대한 조치는 학교장의 권고사항에 불과했지만, 법원이 처분성을 인정하고 그 조치가 적법했음을 확인한 의미가 크다. 1. 레드카드·교실청소로 야기된 사건 2021년 4월 20일 전주○○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수업 중에 페트병을 손으로 비틀어 큰 소리를 냈다. 담임교사가 하지 말라고 하였음에도 계속해서 페트병을 비틀어 소리를 내자 교사는 그 학생의 이름표를 레드카드 옆에 붙였다. 그 교실 칠판에는 호랑이가 양손에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들고 있는 그림을 붙이고 수업 시간에 잘못한 아이들의 이름표를 옐로카드 혹은 레드카드 옆에 붙인 후 이름표가 부착된 아이들이 방과 후 교사와 함께 교실 정리를 한 후 하교하도록 하였다. 이 레드카드 제도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약속으로 시행 중이었고, 이름표가 부착된 학생은 교사가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더라도 교실에 남아 청소를 했다. 그날 레드카드를 받았던 학생은 방과 후 교실에 남아 빗자루를 들고 있었고, 이 모습을 본 교사는 학생에게 하교하라고 하였다(헌재 2022헌마1119). 이와 달리 법원은 교사가 학생에게 방과 후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약 14분간 쓸게 하였다고 했다(대법원 2023두37858). 학생의 어머니는 당일 오후부터 지속적으로 그 초등학교 교장 등에게 담임 교체를 요구하였고, 교육청에 민원을 접수하였으며, 2회에 걸쳐 12일간 학생을 학교에 출석시키지 않았다. 담임교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일과성 완전기억상실 증세를 보여 119구급차에 실려 입원하였고, 열흘간 병가를 내고 치료받았다. 반면 학생 어머니는 담임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였다. 학교장은 학생 어머니에게 ‘부당한 담임 교체 요구’를 조치이유로 하고,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침해행위 유형으로 하여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함’이라는 침해자 조치 내용의 통지서를 발송하였다(이 사건 조치). 학생 어머니(원고)는 이 사건 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재판을 청구했다. 한편 검사는 담임교사에 대하여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한 후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담임교사는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다. 2. 법원의 판결 항소심은 레드카드 벌점제는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공개하여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강제로 청소 노동까지 부과한 것이어서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행위임이 분명하여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교원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광주고등 2023. 2. 15. 선고 (전주)2022누1550 판결). 대법원은 원고의 간섭 대상 행위는 ‘레드카드 벌점제’가 아니라 ‘담임교사로서의 직무수행 전체’인데 담임교사는 법률상 자격 있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원고가 간섭한 담임교사의 직무수행은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하고, 원고의 행위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교원지위법 제15조 제1항 제4호 등에 따른 보호조치의 주체, 절차, ‘정당한 교육활동’과 ‘반복적 부당한 간섭’의 의미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두37858 판결). 3. 헌법재판소의 결정 헌법재판소는 2023년 10월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① 청구인(초등학교 교사)이 방과 후 피해 아동을 하교시키지 아니하고 남긴 후 교실을 청소하도록 지시하였는지 여부, ② 청구인이 레드카드 옆에 피해 아동의 이름표를 붙인 행위가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각각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피청구인(전주지방검찰청 검사)이 청구인에게 아동학대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헌재 2023. 10. 26. 2022헌마1119). 4. 학생, 보호자, 학교의 장·교원의 권리와 의무 (1) 학생의 보호와 의무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31조).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따라서 학교는 국제인권조약인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인권까지 보장해야 한다. 학생은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학생이 담임교사나 다른 학생을 폭행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일이 빈발하여 신설된 조문이다. 학교가 교육공간이 아닌 범죄장소로 변해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2) 보호자의 권리와 의무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교육기본법 제13조). 학생 또는 보호자는 학교의 장과 교원의 생활지도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학교의 장에게 14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동일한 내용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2회 이상 답변하고 그 이후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제17조). 최근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장이 보호자의 민원 처리를 전담하도록 했다. 따라서 보호자는 교원의 생활지도에 관한 의견을 학교장에게 제기하여야 하고, 담임교사를 직접 만나 시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보호자가 담임교사를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지속적인 민원제기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보호자의 의무를 강조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즉, 보호자는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보호자는 교육활동의 범위에서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하고 교육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5). (3) 교원의 지위와 책무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교육기본법 제14조).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교원의 ‘교육활동’은 학교의 교육과정 또는 학교의 장이 정하는 교육계획 및 교육방침에 따라 학교의 안팎에서 학교장의 관리·감독하에 행하여지는 수업·특별활동·재량활동·과외활동·수련활동·수학여행 등을 말한다(학교안전법 제2조). 교원이 학생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할 때 그 권위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하여야 한다(교원지위법 제2조). 이를 위하여 교원 보수 우대, 불체포특권, 신분보장을 배려하고 있는데, 학생과 보호자가 교원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교원의 교육적 판단이 무시되고 공격당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학생과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유형을 확대하고, 그에 대한 제재조치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있었다. 교육활동 침해행위 중 “교원의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로서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가 있는데, 여기서 “반복적으로” 요건은 교원이 보호자에게 오랫동안 시달릴 수 있으므로 폐지하는 것이 좋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교육부 고시)에는 학교의 교육활동이 얼마나 다양하게 침해당하고 있는지 말해준다. 사교육을 우선시하고 학교는 졸업장 받는 기관으로 취급됨에 따라 교원에 대한 태도는 거칠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교원은 아직은 미숙한 학생의 인권을 섬세하게 보호하면서 교육활동을 해야 함은 당연하다. 5. 마치면서 항소심 판결은 레드카드 벌점제는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공개하여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하고, 방과 후 학생에게 청소하도록 한 것을 강제노동으로 판시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을 파기하지 않았다면, 교육현장은 큰 혼란에 휩싸였을 것이다. 담임 교체를 요구한 보호자에 대한 이 사건 조치는 학교장의 권고사항에 불과했지만, 법원이 처분성을 인정하고 그 조치가 적법했음을 확인한 의미가 크다. 2023. 9. 27. 개정된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은 학교가 범죄 없는 평화로운 교육환경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내용을 신설했다. 그러나 대부분 보호자와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를 금지하는 선언적 내용과 그 위반에 대한 행정적인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라서 한계도 분명하다. 교원의 교육활동은 아동학대행위가 아니라는 규정도 신설했지만, 교원에 대한 고발이 근절될지는 의문이다. 향후 교원에 대한 공격행위를 범죄화하고 이를 가중처벌하는 입법 움직임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형근 경희대 객원교수(법무법인 한미 변호사)
교권
반복적부당한간섭
아동학대
교사
교육활동
정형근 경희대 객원교수(법무법인 한미 변호사)
2024-01-20
형사일반
댐사용권 취소 및 변경처분의 헌법적 성격과 보상기준
댐건설관리법이 댐을 건설한 당시에 납부한부담금 내지 납부금만을 반환금의 산정기준으로 규정하고 토지가격 상승이나 물가변동률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에반하는 것이다. I. 사건의 개요 국토교통부장관은 2015년 11월 30일 ‘섬진강댐 기본계획 변경고시’에 따라 댐사용권 등록부에 댐사용권 변경등록을 하고 2015년 12월 30일 이 사건 청구인(한국농어촌공사)에게 이를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이 변경으로 국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댐사용권자로 추가됨에 따라 청구인의 댐사용권이 축소되었다. 청구인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합의에 따른 약정 손실보상금의 지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유추적용에 따른 손실보상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7. 12. 15. 청구기각 판결을 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36898), 이에 항소하였으나 2018. 12. 12. 항소기각 판결을 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8나2005995). 청구인은 위 항소심 계속 중, 구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4항 제2호 및 제34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2018. 12. 21. 기각결정을 송달받자(서울고등법원 2018카기20038) 2019. 1.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II. 결정 주요 내용 댐건설관리법은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되거나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되어 국토교통부장관이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댐사용권에 대한 취소 또는 변경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1조 제4항). 댐사용권변경조항은 이미 형성된 구체적인 재산권을 공익을 위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박탈ㆍ제한하는 것으로서 보상을 요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의 수용·사용·제한을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적정한 수자원의 공급 및 수재방지 등 공익적 목적에서 건설되는 다목적댐에 관한 독점적 사용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규정인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부담금반환조항은 댐사용권 변경 시 댐사용권자가 댐사용권 취득을 위해 댐건설비용을 분담하였던 부담금 등의 일부를 반환하도록 하여 댐사용권 변경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정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 III. 평석 1)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변경은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 제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조항에 포섭되는가? 헌법재판소는 댐사용권 변경조항은 이미 형성된 구체적인 재산권을 공익을 위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박탈·제한하는 것으로서 보상을 요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의 수용·사용·제한을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적정한 수자원의 공급 및 수재방지 등 공익적 목적에서 건설되는 다목적댐에 관한 독점적 사용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규정인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으로 보고 있다.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 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편, 댐건설관리법은 제31조 제4항에 따르면 ①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된 경우 ②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된 경우 등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환경부장관이 댐사용권에 대한 취소 또는 변경의 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댐사용권을 취소하거나 그 범위나 내용을 축소하여 변경하는 것은 댐사용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댐사용권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댐사용권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처분하는 권능을 사실상 상실 또는 제약받게 된다. 댐사용권자에게 부여된 댐사용권을 취소 또는 변경하는 환경부장관의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자는 다목적댐에 의한 일정량의 저수를 일정한 지역에 확보하고 특정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하지 못하고 댐의 저수를 대상으로 용수계약을 통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댐사용권에 대한 환경부장관의 취소 또는 변경처분을 입법자가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하거나 단순하게 제한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댐건설관리법 제31조 제4항은 댐사용권 취소와 변경의 사유로서 “댐의 증축·개축 등으로 저수용량이 변경된 경우, 댐의 저수 이용상황 등이 변경된 경우 등으로 인하여 댐사용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으로 헌법 제23조 제3항이 규정하는 “공공필요”에 해당하며 그로 인한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축소)변경 등은 재산권에 대한 박탈처분으로서 공용수용 또는 일부 수용에 해당하는 공용침해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댐사용권의 취소 또는 변경처분을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 사회적 기속성의 문제로 보면서도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한 법적 성격에 대하여 대단히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하여 이를 “부담금반환조항 역시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부담금 반환조항이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에 따라 입법자가 행사하는 입법형성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지 않도록 헌법상 요구되는 비례적, 조절적 보상으로서 이른바 “보상이 요구되는 내용 및 한계규정”(Entschädigungs-bzw. Ausgleichspflichtige Inhalts-und Schrankenbestimmung)에 해당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도대체 그렇다면 부담금 반환조항의 본질과 성격이 무엇인지 의문이며, 이를 “댐사용권변경조항과 일체를 이루어 재산권인 댐사용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동시에 공익적 요청에 따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라고 지극히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위 부담금 반환조항에 대하여 “댐사용권 취소 또는 변경 시 댐사용권자가 납부한 부담금 등의 일부를 댐사용권자에게 반환하도록 하여, 댐사용권자에게 발생하는 모든 손실이 아닌 그 중 일부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고 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담금 반환조항을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과 제2항의 문제로 포섭하면서도 그에 대한 보상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한 보상이라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여기에서 말하는 보상이 헌법재판소의 견해처럼 단순히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입법자의 형성권을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게 행사하기 위한 조절적 보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역시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2) 부담금의 반환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섬진강 다목적댐의 댐사용권 조정과 취소과정과 관련하여 심판청구인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위헌신청의 계기가 된 당해 소송 항소심에서 댐건설관리법 제34조에 의한 부담금 반환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르는 손실보상규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댐건설법 제15조(당시 제11조)를 유추적용하여 손실보상을 인정할 것을 주장하였다. 손실보상은 현금보상 방식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심판청구인인 농어촌공사가 댐건설관리법 제34조 이외에 별도의 현금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견해라고 보인다. 그 이유는 현금보상원칙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심판청구인이 댐건설 당시에 지불하였던 부담금이나 납부금을 반환하는 것 역시 현금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댐건설관리법 제34조에 따르는 부담금 산정방식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은 개발이익을 공제한 완전한 시가보상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에도 원칙적으로 댐사용권의 완전한 시장가치와 미래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시가보상이 원칙임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부담금 반환방식에 의한 보상은 40년, 50년 전 댐이 건설될 당시 농어촌공사가 납부한 부담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동안의 토지가격 변동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는 경우 턱없이 낮은 수준의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보상방식이나 기준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농어촌공사의 댐사용권에 대한 실제적인 보상기준은 댐건설관리법 부담금반환액 157백만원과 이에 향후 2년간 영업손실액 692백만원을 더하여 총 댐사용권 보상비는 849백만원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헌법재판소와 당해 사건 항소심이 다목적 댐과 댐사용권의 공익적 기능을 아무리 강조하고 댐건설관리법 제34조의 부담금 반환방식 자체에 대한 위헌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보상기준과 산정방식이 정당보상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댐건설관리법이 댐을 건설한 당시에 납부한 부담금 내지 납부금만을 반환금의 산정기준으로 규정하고 그 이후의 토지가격 상승이나 물가변동률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명백하게 헌법상 정당보상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김성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댐사용권
섬진강댐
댐건설관리법제31조제4항
손실보상
김성수 명예교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24-01-15
민사일반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당사자의 이송신청권을 인정할 것인가
서울고등법원(춘천)은 최근 손해배상소송의 피고가 관할 위반을 이유로 이송신청을 하였으나 1심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즉시항고를 한 사안에서 "비록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한 항고는 부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기는 하지만, 과거 전원합의체 결정의 소수의견 등과 설령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법원이 기각결정을 하였다면 그에 대해서는 불복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즉시항고는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법(춘천) 2021. 2. 8.자 2020라630 결정).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글로벌 스포츠의류 브랜드 본사(피고)는 원고와 속초시에서 대리점을 개설하기로 하는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였다. 대리점계약서에는 피고의 본점 소재지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전속관할법원으로 정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 제기하였고, 피고는 관할 위반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송해달라는 이송신청을 하였으나, 제1심 법원은 이를 기각하였고, 피고는 즉시 항고를 제기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당사자가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을 한 경우에도 이는 단지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는 것이고, 따라서 법원은 이 이송신청에 대하여는 재판을 할 필요가 없고, 설사 법원이 이 이송신청을 거부하는 재판을 하였다고 하여도 항고가 허용될 수 없으므로 항고심에서는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이래(대법원 1993. 12. 6.자 93마524 전원합의체 결정 등), 같은 취지에서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직권발동으로 이송결정을 한 경우에는 즉시항고가 허용되지만, 위와 같이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항고심에서 당초의 이송결정이 취소되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신청인의 재항고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대법원 2018. 1. 19.자 2017마1332 결정). 민사소송법은 이송과 관련하여, 관할권이 있는 경우라도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송하는 경우(제34조 제2항)와 관할권이 있는 경우라도 현저한 손해 또는 지연을 피하기 위하여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송하는 경우(제35조)를 규정하면서,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서는 "법원은 소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관할권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이를 관할법원에 이송한다"고 규정하여, '당사자의 신청권'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종래 대법원이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문언의 차이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 경우에도 당사자의 신청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① 관할권이 있는 법원에 제소된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는데(제34조 제2항), 관할권이 없는 법원에 제소된 경우 이송신청권이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② 민사소송법 제411조는 전속관할위반을 제외하고는 항소심에서 제1심 법원의 관할위반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서 다툴 기회를 줘야 한다. ③ 특히 제1심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직권발동으로 이송결정을 하였으나 항고심이 이송결정을 취소한 경우, 전원합의체 결정에 의하면 1,2심의 결론이 다름에도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판단없이 각하해야 한다는 것이 되는데, 당사자로서는 두 번이나 법원의 판단을 받았음에도 그것도 서로 다른 판단을 받았음에도 대법원으로부터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받게 되는 셈이 되어 법 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판결도 당사자에게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신청권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법원이 일단 이송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으면 그에 대한 불복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사소송법은 '지방법원 합의부는 관할권이 없는 경우라도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소송을 스스로 심리 재판할 수' 있는 규정 또한 두고 있고(제34조 제3항), 이에 대해서는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와 같은 결정은 이송결정이 아니므로 법 제39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 당사자의 신청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해석을 통해 신청권을 인정하는 것은 법률 해석의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래의 대법원의 태도는 수긍할 만하다. 관할위반의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법률 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이 사건 판결도 결론적으로 피고의 항고를 기각하였는데 피고가 상고하지 않아 이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관할위반
대리점계약
계약
이송신청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2021-05-24
민사일반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당사자의 이송신청권을 인정할 것인가
서울고등법원(춘천)은 최근 손해배상소송의 피고가 관할 위반을 이유로 이송신청을 하였으나 1심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즉시항고를 한 사안에서, “비록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한 항고는 부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기는 하지만, 과거 전원합의체 결정의 소수의견 등과 설령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법원이 기각결정을 하였다면 그에 대해서는 불복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즉시항고는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춘천 2021. 2. 8.자 2020라630 결정).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글로벌 스포츠의류 브랜드 본사(피고)는 원고와 속초시에서 대리점을 개설하기로 하는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였다. 대리점계약서에는 피고의 본점 소재지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전속관할법원으로 정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 제기하였고, 피고는 관할 위반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송해달라는 이송신청을 하였으나, 제1심 법원은 이를 기각하였고, 피고는 즉시 항고를 제기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당사자가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을 한 경우에도 이는 단지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는 것이고, 따라서 법원은 이 이송신청에 대하여는 재판을 할 필요가 없고, 설사 법원이 이 이송신청을 거부하는 재판을 하였다고 하여도 항고가 허용될 수 없으므로 항고심에서는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2. 6.자 93마524 전원합의체 결정 등)고 판시한 이래, 같은 취지에서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직권발동으로 이송결정을 한 경우에는 즉시항고가 허용되지만, 위와 같이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항고심에서 당초의 이송결정이 취소되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신청인의 재항고는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8. 1. 19.자 2017마1332 결정)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민사소송법은 이송과 관련하여, 관할권이 있는 경우라도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송하는 경우(제34조 제2항)와 관할권이 있는 경우라도 현저한 손해 또는 지연을 피하기 위하여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송하는 경우(제35조)를 규정하면서,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서는 ‘법원은 소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관할권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이를 관할법원에 이송한다”고 규정하여, ‘당사자의 신청권’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종래 대법원이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문언의 차이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 경우에도 당사자의 신청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① 관할권이 있는 법원에 제소된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는데(제34조 제2항), 관할권이 없는 법원에 제소된 경우 이송신청권이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② 민사소송법 제411조는 전속관할위반을 제외하고는 항소심에서 제1심 법원의 관할위반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서 다툴 기회를 줘야 한다. ③ 특히 제1심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직권발동으로 이송결정을 하였으나, 항고심이 이송결정을 취소한 경우, 전원합의체 결정에 의하면 1,2심의 결론이 다름에도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판단없이 각하해야 한다는 것이 되는데, 당사자로서는 두 번이나 법원의 판단을 받았음에도 그것도 서로 다른 판단을 받았음에도 대법원으로부터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받게 되는 셈이 되어 법 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판결도, 당사자에게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신청권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법원이 일단 이송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으면 그에 대한 불복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사소송법은 ‘지방법원 합의부는 관할권이 없는 경우라도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소송을 스스로 심리 재판할 수’ 있는 규정 또한 두고 있고(제34조 제3항), 이에 대해서는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와 같은 결정은 이송결정이 아니므로 법 제39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 대해 당사자의 신청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해석을 통해 신청권을 인정하는 것은 법률 해석의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래의 대법원의 태도는 수긍할 만하다. 관할위반의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법률 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이 사건 판결도 결론적으로 피고의 항고를 기각하였는데 피고가 상고하지 않아 이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관할위반
대리점계약
계약
이송신청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2021-05-06
공정거래
행정사건
숙박플랫폼의 환불불가 조항과 약관규제법에 의한 내용통제
Ⅰ. 대상판결의 요지 환불불가 조항을 숙박조건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숙박사업자가 결정하므로 환불불가 조항은 숙박사업자의 약관이지 부킹닷컴의 약관이라고 보기 어려워 부킹닷컴은 고객에게 자신의 약관으로서 환불불가 조항을 제안하는 자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부킹닷컴은 환불불가 조항과 관련하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고 함)상 사업자가 아니다. Ⅱ. 판결에 대한 평석 1. 문제의 제기 온라인 숙박예약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인 부킹닷컴은 자신의 플랫폼에서 검색된 숙소 목록의 '객실 유형' 중 '조건' 또는 '선택사항' 항목에 '환불불가'라는 조건을 게시하여 고객이 환불불가 조항이 기재된 객실을 예약하였다가 취소할 경우 미리 결제한 숙박대금을 환불받지 못하게 하였다. 이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환불불가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이라는 이유로 부킹닷컴에 해당 조항을 수정하도록 권고하였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자 환불불가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하고 사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하였다. 이에 불복하여 부킹닷컴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숙박플랫폼은 숙박사업자와 고객이라는 양 주체가 이루는 양면시장을 형성하고 이들 사이의 계약체결을 중개하고 있다. 물론 이때 플랫폼이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단순히 중개자로서의 지위만을 갖는지 아니면 더 나아가 고객과 직접 숙박계약의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최근의 도서정가제와 관련하여 중개 기능을 담당하는 플랫폼 사업자를 계약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서정가제를 준수해야 하는 '판매하는 자'로 보아 플랫폼의 책임 확대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도 하였다(대법원 2019. 9. 10.자 2019마5464 결정). 본 판결에서 문제된 약관조항은 숙박플랫폼의 환불불가 조항이었으며 약관법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쟁점 중에서 숙박플랫폼 사업자가 원칙적으로 숙박계약의 당사자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약관법상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 글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2. 약관법에 의한 숙박플랫폼 약관에 대한 내용통제 가능성 숙박 예약 플랫폼인 부킹닷컴이 구체적인 사안에서 전통적인 숙박계약의 당사자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숙박 예약 플랫폼이 단지 중개자의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하고 플랫폼을 통하여 체결되는 숙박사업자와 고객 사이의 계약에 많은 관여를 하고 있다. 이는 부킹닷컴 약관에서 숙박계약 관련 부킹닷컴의 역할을 '중립적 중개인'으로 지정하고 단지 숙박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기술적·조직적 역할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상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킹닷컴은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하여 숙박사업자는 물론 고객에게 약관을 통하여 환불불가 조건이 붙은 숙박상품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사적인 입법자로서 시장질서와 규범을 확립하고 있는 자로서 계약당사자에 준하는 약관법상의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부킹닷컴은 해당 약관내용을 숙박계약의 내용으로 실질적으로 제안하는 사업자로 볼 수 있다. 부킹닷컴은 환불불가 조항을 통하여 (1) 중개수수료가 무조건 지급되는 이익과 (2) 양면시장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최저가보장 조건이 환불불가 조항을 통하여 경제적으로 가능하게 된다는 이익을 누리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숙박계약을 중개하는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지배자로서 역할은 물론 더 나아가 환불불가 조항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이익을 누리고 있는 자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부킹닷컴은 약관을 실질적으로 제안한 사업자로 보고 숙박사업자는 환불불가 조항을 단순히 선택하는 역할에 머무는 형식적 제안자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더 나아가 본 사안에서 환불불가 조항이 숙박플랫폼을 통하여 체결되는 모든 숙박계약에서 사용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약관에 관한 시정명령을 플랫폼 사업자인 부킹닷컴에게 직접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필요하다. 이병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부킹닷컴
숙박플랫폼
환불불가
불공정약관
이병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21-01-25
행정사건
첫 영구제명된 변호사에 대한 1심 판결 검토
1. 영구제명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8년 부장판사로 퇴임하고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로 대한변협에 등록하였다. 원고는 영구제명 징계결정을 받기 이전에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이하 변협 징계위)로부터 3회 정직 징계를 받았다. 변협회장은 ① 제2017-218호: 성공보수금 4,000만 원 중 24,00만 원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② 제2018-27호: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 및 법무법인자금, 공탁금 등 돈을 개인용도로 임의 소비하여 품위유지의무 위반, ③ 제2018-50호: 반환하기로 한 선임비용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유지의무 위반, ④ 제2018-59호: 정직 중 위임계약을 체결한 후 다른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하는 등 품위유지의무위반 징계혐의사실로 원고에 대한 징계개시를 청구하였다. 변협 징계위는 2018. 8. 20. 징계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원고에게 영구제명의 징계 결정을 하였다. 2.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의 이의신청 기각결정 피고는, 원고가 ① 변호사징계 제2017-218호와 관련하여 금원을 추가 반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② 변호사징계 제2018-27호와 관련한 형사판결이 확정되지 않기는 하였으나 서울○○지방법원이 원고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하였고, 항소심 법원이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③ 변호사징계 제2018-59호와 관련해서는 원고가 제출한 경위서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직접 사무장을 통해 사건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으로 원고의 징계혐의사실이 모두 인정되며 징계양정도 적정하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3.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징계사유가 된 징계혐의사실에 대하여는 다투지 않는다. 다만, 이 사건 결정의 징계양정이 위법하므로 이 사건 결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즉,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은 영구제명의 사유로 제1호와 제2호 사유를 정하고 있고, 원고는 제2호 사유에 따라 영구제명이 결정되었는데, 위 제1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변호사 결격사유에도 해당하여 이 경우 변호사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기속적 등록 취소사유에 해당하므로 변협 징계위는 징계개시 청구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하는바, 결국 상대적으로 가벼운 정도의 비행인 제2호 사유에 대해 더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2)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2호는 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변호사법 해석상 위와 같은 경우는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제8조 제1항),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제8조 제1항)뿐이고, 원고는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4. 판단 요약 1) 평등원칙 위반 변호사법 제91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는 각 규정의 입법 취지, 제재 대상을 달리하여 차별취급이 문제되는 의미있는 비교집단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평등원칙 위반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2) 원고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지 여부 원고는,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심신미약의 경우나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4호의 규정의 문언상 심신미약 내지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내지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경우와 병렬적인 요건으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예시하거나 부연하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경우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5. 영구제명 처분과 관련된 몇 가지 쟁점 1) 2000년 영구제명 신설 배경 1998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소속 법관 15명이 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후 사법사상 최초로 징계에 회부된 법관 5명은 정직, 1명은 견책, 3명은 사직하였다. 또한 의정부지원 판사 전체를 교체하였다. 그리고 1999년에는 대전에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법관, 검사, 경찰관 등 2백여 명에게 사건알선료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여 판사 2명과 검사 6명이 사직하였다. 국회는 2000년 이런 법조비리를 척결하고 법조풍토를 쇄신한다고 재판·수사기관과 변호사와의 유착관계 등을 근절하려는 여러 제도를 도입하면서 영구제명을 신설하였다. 2) 판·검사의 변호사 개업제도와 법조비리와 관계 영구제명이 도입된 것은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여 현직과 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와 관련이 있다. 대법관을 비롯한 판·검사는 재직 중 퇴직 후에 취업할 곳을 물색한다. 판사가 장차 취업하기로 한 로펌이 수임한 사건의 재판도 한다. 그리고 정기인사 때 사직을 하고 그 로펌에 취업을 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런 구조는 외관상뿐만 아니라 실체적으로 불공정하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관은 취업을 목적으로 법무법인 등과 접촉하거나 취업조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할 때 법관의 명예와 품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실효성 없는 권고의견을 낸 바 있다. 그리고 판·검사가 퇴직하더라도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니까, 재직 중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당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판·검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3) 원고는 업무정지명령 대상자임 법무부장관은 변호사가 공소제기되거나 제97조에 따라 징계 절차가 개시되어 그 재판이나 징계 결정의 결과 등록취소, 영구제명 또는 제명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대로 두면 장차 의뢰인이나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법무부징계위원회에 그 변호사의 업무정지에 관한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와 과실범으로 공소제기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변호사법 102①). 원고는 징계 결과 영구제명을 받을 정도로 징계혐의사실이 심각하고, 정직 기간 중에도 수임약정을 체결하는 등으로 의뢰인과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법무부장관은 징계에 대한 불복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업무정지명령을 하였어야 한다. 4) 명의대여금지의무 위반 등은 형사처벌 대상임 변호사에 대한 징계사유 중에 경중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원고가 범한 품위유지의무위반은 징계사유에 해당될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반면, 원고가 명의대여금지의무 및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의무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변호사법 제34조 제3항, 제5항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된다(변호사법 109). 변호사법이 정하는 벌칙 중에서 변호사의 명의대여 및 동업금지행위는 변호사법상 법정형이 가장 중한 7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되는 범죄행위다. 변호사 자격을 비변호사에게 이용하도록 하여 이득을 챙겼던 가장 무거운 비리에 해당된다. 5) 변호사 결격사유 있는 자에 대한 징계 변협 징계위는 변호사 징계는 변호사에 대한 감독권의 행사이므로, 변호사가 금고 이상의 형의 확정으로 변호사 자격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이미 그 자는 변호사가 아니므로 징계권이 없다면서, 그런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기소된 변호사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된 후에 진행된 징계에서 영구제명이 예상되면, 업무정지명령을 하도록 한 변호사법의 규정에도 위반된다. 피고인은 무죄추정을 받기 때문에 징계혐의 변호사가 징계청구된 징계혐의사실로 공소제기되어 있을 때에는 그 사건이 확정될 때까지 심의절차를 정지한다. 다만, 징계사유에 관한 명백한 증명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징계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변호사징계규칙 19). 그 후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한다. 징계시효는 징계사유 발생일부터 3년이므로, 결격기간(징역형은 5년)이 도과한 후에는 징계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중징계를 받아야 할 사유로 징역형까지 선고받은 자는 징계를 면하게 되고,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기소되지 않은 경미한 비리행위자만 징계하는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결격기간 중의 변호사는 자격상실이 아니라 ‘일시정지’된 상태에 불과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모든 변호사가 징계를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홍만표, 최유정 변호사는 1심 판결선고 후 제명을 당했다. 6) 변협 징계위 징계양정 문제 및 1심 판결의 의의 만약 변협이 원고가 2회 정직을 받고서도 다시 징계청구되었을 때 그때 영구제명을 했다면,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원고도 형사처벌을 당하는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변협이 온정주의 입장을 취할수록 변호사 조력을 받아야 할 국민의 피해는 가중되고, 변호사 지위의 공공성은 훼손된다. 원고는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결격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1심 판결은 영구제명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하여 원고가 징계적격자임을 확인하면서 징계양정이 적정하다고 판시한 것은 올바른 판단으로 보인다.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영구제명
비위행위
변호사
변호사징계
정형근 교수(경희대 로스쿨)
2020-09-10
민사일반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의 유효요건
1. 대상판결의 요지 서울고등법원은 2019. 11. 12. 2018나2071008 해고무효확인 판결에서, 피고(강북문화원)가 원고(사무국장 A씨)에 대하여 한 면직이 무효라는 1심 판결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부당하게 면직된 기간 동안 지급하여야 할 임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판시를 하였다. 즉, 쌍방 간에 합의된 월급여 350만 원 중에서 업무교통비 명목의 100만 원은 지급하여야 하지만 나머지 250만 원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는데, 먼저 쌍방 간에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으면 임금 중 25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한 후, 위 약정 중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의 부분(이하 ‘이 사건 부관’)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이는 “피고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라는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월 250만 원의 임금지급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조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이 사건 부관은 헌법 제32조 제3항, 근로기준법 제17조, 제4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헌법 및 근로기준법의 위 각 조항이 임금에 관하여 일체의 조건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라고 할 수 없고, 해당 조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 하에 해당 조건을 승낙하였다면 그 조건은 유효하다고 설시한 뒤, (i) 이 사건에서 피고는 지방문화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보조금 및 회원회비를 주된 수입원으로 하는데 연간 사업예산 편성내역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연 임금 중 3천만 원(= 250만 원 x 12월)을 보조금으로 마련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로서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관을 붙이자고 제안할 수밖에 없었고, 원고가 이 사건 부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부관은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ii) 원고는 피고로부터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으면 월 임금 중 250만 원을 지급할 수 없다는 사정을 설명·고지받고도 이를 승낙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등의 사정에 비추어 자유로운 의사 하에 이 사건 조건을 승낙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 서론 -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임금지급의무에 관하여 정지조건이 붙어있는 경우 해당 정지조건의 유효요건을 설정·제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즉 해당 조건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 하에 해당 조건을 승낙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은 임금의 경우에 어째서 그와 같은 추가적인 유효요건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설시하지 않았고, 임금에 관한 부관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요건으로서 적절한지(임금의 종류에 따라, 또는 부관의 종류·내용에 따라 달리 볼 여지는 없는지)도 불분명하므로 약간의 검토를 요한다. 3. 이 판결의 판례상의 자리매김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에 관한 유효요건이 판례상 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2013년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 2012다64643) 이래 하계휴가비, 설·추석상여금, 개인연금보험료 등에 붙은 재직자 조건이 유효함을 전제로 고정성 결여를 이유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고, 2017. 9.에는 정기상여금에 관하여도 재직자 조건이 유효함을 전제로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다(2017다232020). 이처럼 대법원은 임금의 종류에 상관 없이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판단하고 있음에 반하여, 최근의 몇몇 하급심 판결들은 기본급의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을 무효라고 보아 통상임금성을 긍정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고등법원은 2018. 12. 28. 세아베스틸 사건에서(2017나2025282), 급여를 ‘발생’시키는 조건과 급여의 ‘지급’에 관한 조건을 구별하면서, 전자에 속하는 성과급에서의 성과조건과는 달리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은 이미 발생한 임금을 그 이후의 실제 지급일에 이르러 재직이라는 사실에 따라 지급여부만을 결정하는 조건으로서 이는 ‘지급’에 관한 조건에 해당하고, 사용자가 정기상여금에 일방적으로 재직자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기발생 임금에 대한 일방적인 부지급을 선언하는 것으로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고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이 ‘기본급의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둘러싸고 일부 하급심과 대법원의 입장이 상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판결은 기본급(약정 월급여 350만 원 중 250만 원)에 붙은 정지조건의 일반적 유효요건을 제시하고 있는바, 이 판결의 해당 판시 부분을 그대로 읽는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참고로 일본의 판례를 보면 상여금(매년 회사의 업적에 따라 지급률이 달라지므로 기본급이 아님)에 붙은 지급일재직요건의 유효성을 긍정하고 있다(자발적 퇴직자의 경우 최고재판소 소화57.10.7. 大和銀行사건, 퇴직일을 선택할 수 없는 정년퇴직자의 경우에도 동경지방재판소 평성8.10.29. カツデン사건 등). 4. 종래의 학설 상황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에 관한 유효성을 논하는 학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여금에 붙은 재직일 요건의 유효성에 관하여는 학설의 대립이 보여지는데, (i) 적법유효설은 상여금에는 여전히 성과급, 공로보상 또는 계속근로의 장려의 성격이 혼재되는 경우가 많고 지급조건이나 지급방법이 다양하여 그 성질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와 사용자는 근로계약이나 노사간 협약의 방법으로 상여금의 내용과 지급조건(재직일조건 포함)을 정할 수 있다고 함에 반하여 (ii) 위법무효설은 정기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그 지급기일 전에 퇴직했다 하여 그 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미 제공한 근로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임금전액지급의 원칙이나 강제노동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해당 근로자의 실제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분할 지급하여야 한다고 본다. 한편 (iii)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견해에서는, 임금항목에 재직자 조건, 일정 근무일수 조건이 있는 경우 그러한 부지급 조건은 합리적 필요성 및 금액비중의 적정성을 갖추어야 유효하다, 재직자 조건은 근로제공과 무관한 시점이 있는 복지수당·기간근속수당 등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 일정 근무일수 조건은 만근수당·출근장려수당·휴일근로추가수당·변형된 성과급 등에서 유효하다, 금액비중이 적정한가는 1임금지급기에 지급되는 임금과 비교하여 부지급 조건으로 상실되는 1임금지급기 내의 임금 총액 또는 1임금지급기로 평균한 균등액이 20%를 넘으면 과도한 급여 상실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한다. 5. 판시요지의 평가 가.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부관 일반의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적절한지 이상의 여러 판례, 학설 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i) 기본급 내지 기본급적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인지 그렇지 않은지, (ii) 임금을 ‘발생’시키는 조건인지 아니면 이미 발생한 임금의 ‘지급’에 관한 조건인지, (iii) 근로자가 조건의 충족 여부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 (iv) 금액비중, (v) 당해 임금항목의 목적·취지와 해당 부관의 상관성 등의 여러 요소들이 고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임금전액지급원칙, 강제근로금지, 무노동무임금과 같은 특유의 강행규정 내지 법리가 있으므로, 이들을 구현하기 위한 일반요건의 필요성과 적절성이 문제되겠다. 하나씩 살펴보면, 기본급에 정지조건을 붙인다면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경우 기본급 없이 일하는 셈이 되는데 조건의 성취 여부는 알 수 없으므로 이는 임금의 조건부 사전 포기에 유사하다. 그러므로 이 경우 강제근로금지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임금의 사후 포기 내지 삭감 요건에 준하여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가 있을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급에 해제조건을 붙인다면 이는 이미 발생한 임금지급의무를 사후에 조건부로 소멸시키는 것을 사전에 약정하는 것으로서 임금의 조건부 사전 포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제조건 성취 시에 임금전액지급원칙 및 정기지급원칙, 강제근로금지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때에도 임금의 사후 포기 내지 삭감 요건에 준하여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급에 기한을 붙인다면 이는 전액지급원칙, 정기지급원칙에 반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이에 비하여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은 퇴직위로금에 대한 불확정기한을 인정한 사례). 기본급 이외의 (정기)상여금 기타 각종 수당의 경우에도 임금인 이상은 근로대가성이 있으므로 기본급에 관한 논의가 기본적으로 타당할 것이나, 한편으로 기본급 이외의 임금항목들은 성과급, 계속근로의 장려, 복리후생 등 그 개별적인 지급 목적·취지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론으로서는 유효요건을 일정 정도 완화하여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응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ii)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동의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노동관행이 있으면 유효하다고 보면서, 금액비중이 2~3할을 초과하고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는 등으로 해당 임금항목이 기본급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는 때에는 위에서 살펴본 기본급의 엄격한 유효요건 내지 그에 준하는 요건을 요구하는 방안을 상정해 볼 수 있겠다. 위에서 본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임금을 ‘발생’시키는 조건과 이미 발생한 임금의 ‘지급’에 관한 조건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과 그러한 구분의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민법상 정지조건과 해제조건의 구별에 유사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지급’에 관한 조건으로 볼 경우 임금포기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나 어디까지나 ‘조건부’ 포기라는 점에서 ‘포기’보다는 ‘조건’의 적정성 쪽에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조건부가의 합리성을 음미하는 데에서 조건의 내용을 감안하기로 하고 ‘발생-지급’의 구분없이 유효요건을 설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근로자가 조건의 충족 여부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당해 임금항목의 목적·취지와 해당 부관의 상관관계와 같은 요소들 역시 해당 조건부가의 합리성을 음미할 때에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의 검토를 종합해 보면, 임금에 붙은 부관의 일반적인 유효요건을 설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유의미하나 임금항목의 성질(기본급성, 특정목적 지향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설정·운용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나. 이 판결이 제시한 유효요건의 평가 이 사건 판결은 월급여 350만 원 중 250만 원에 대하여 ‘사용자가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을 것’이라는 정지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부가한 사안으로서 (i) 기본급에 대하여 (ii) 정지조건을 붙였으며 (iii) 근로자가 조건의 성취 여부를 컨트롤할 수 없고 (iv) 금액비중이 70%에 달하며 (v) 기본적인 생활자금이라는 기본급의 지급목적과 강북구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는 조건의 내용 사이에 상관성이 없다. 그러므로 당해 정지조건의 유효요건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i) 조건의 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와 (ii) 개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명확한 동의를 요구함이 타당하다. 여기서 (ii)의 요건은 묵시적인 동의의 경우에 이를 일률적으로 배제할 것은 아니지만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 사건 판결이 임금에 붙은 부관의 유효요건을 설시하면서 임금항목의 성격을고려하지 않은 채 부관의 유효요건을 일반적으로 파악한 태도는 정밀하지 못한 면이 있으나, 이 사안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와 당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승낙이라는 요건을 적용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6. 판시요지의 사정거리 이 사건 판결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사무국장에 대한 급여를 지급할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딱히 없는 비영리법인에서 당해 근로자와 일대일로 교섭하여 정지조건 등 근로조건을 교섭하여 정한 사안에 대한 것으로서, 조건 부가의 합리성과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승낙이라는 두 가지 요건 모두를 비교적 용이하게 인정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 사건 판결에서 제시된 유효요건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주식회사에서 사규나 노동관행에 의하여 설정된 부지급 조건의 유효성이 문제되는 다양한 사례들에 문자 그대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나, 기본급의 일부에 대하여 정지조건이 붙은 유형의 사안에 대해서는 하급심 선례로서 일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7. 남겨진 과제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 여부를 어떤 잣대로 심리·판단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와 별개로 이 사건 판결의 사안에서 월 350만 원 중 정지조건이 붙은 250만 원을 제외하면 100만 원밖에 남지 않아 최저임금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물론 추후 정지조건이 성취된다면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가 해소될 가능성도 있지만, 조건은 본질상 그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이 사건 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가 강북구를 상대로 보조금교부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진행하고 있었다) 월 100만 원씩만 지급되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해도 괜찮은가. 아니면 이러한 사정 역시 임금지급의무에 붙은 조건의 합리성 여부 판단에 참작해야 하는가. ※ 이번 기고문은 저의 개인적 견해에 불과함 이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근로계약
보조금
임금지급의무
이진우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1-28
민사일반
베네치아CC 회원계약 승계 인정의 의미와 전망
- 대법원 2018.10.18. 선고 2016다220143 입회보증금반환 (전합)판결 - 1.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의 도입 배경과 입법취지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의 부동산(체육필수시설)이 민사집행법상 경매 또는 담보신탁에 의한 공매 등으로 소유자가 변동된 경우 골프장의 시설소유자와 인허가·운영권자가 분리되므로 회원들은 거액의 입회금을 내서 건설비를 부담하고도 입회금 반환은커녕 이용도 못하게 되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에 정부는 콘도미니엄의 경우처럼(1993년 구 관광진흥법) 체육필수시설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 체육시설사업 인허가권(공법상 권리)과 함께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사법상 회원권 계약)도 승계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했다. 1994년 영업양도 등 임의적 소유권이전에 따른 승계조항(제27조 제1항)이, 2003년 민사집행법에 의한 경매 등 강제적 소유권이전에 따른 승계조항(제27조 제2항)이 각 신설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체육시설업의 필수시설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 기존 사업권자의 사업계획승인권은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이 아니고, 회원보호 결과 다른 일반채권자들의 보호가 다소 약화되더라도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고 합헌결정을 하였다(헌법재판소 2010. 4. 29. 2007헌바40 결정).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이 신설된 후 사업자와 금융기관은 골프장 담보로 근저당권 보다 부동산신탁을 선호하였다. 대법원 다수의견의 지적대로 이 조항을 회피한 것이다. 2. 베네치아C.C. 사건의 개요 베네치아C.C.는 전사업자가 미분양 공단부지를 매수하여 부동산담보신탁 대출로 부지 소유권을 취득한 후 인허가를 받아 골프장을 건설하고 500여억원의 회원권을 분양했는데, 자금부족으로 2014년 5월 신탁공매에서 감정가 700억원 상당인 체육필수시설이 불과 14억1000만원에 ㈜다옴에게 넘어갔다. 전 사업자의 인허가가 취소되고, 부동산 인도집행이 되어 회원들은 골프장 이용도 못하게 되었다. 이에 베네치아CC의 회원들은 '담보신탁에 의한 공매절차는 민사집행법상 경매(제1호), 채무자회생법상 환가(제2호), 국세징수법 등 세금징수법상 압류 재산의 매각(제3호)'에 준하는 절차(제4호)에 해당한다는 법리해석을 전제로 ㈜다옴을 상대로 입회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종래 법원은, 담보신탁에 의한 공매는 신탁계약에 따른 임의적 처분행위라고 보아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호 내지 제3호의 절차(법률규정에 의한 강제적 처분)와 성격이 다르고 민사법리와 충돌하는 조항은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제27조 제2항 제4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해왔다(대법원 2012다4817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1. 11. 9. 선고 2011나21268 판결). 그 대신 물적 시설과 인허가권이 별개로 양도양수된 경우에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을 곧바로 적용하지 않고 제27조 제1항에서 영업양도 개념을 ‘장차 체육시설의 설치공사를 완성하여 체육시설업을 등록할 것을 목적으로 조직화한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 이전하는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넓게 해석하여 회원계약의 승계를 인정하고(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다10213 판결 등) 나아가 ‘사회통념상 전체적으로 보아 종전의 영업이 동일성을 유지한 채 일체로 이전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까지 확장해석하는 방식으로 회원들을 보호해왔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5379 판결). 그러나 베네치아CC의 경우 ㈜다옴이 나머지 영업용 자산이나 영업권 등을 취득하지 않았고, 사업자 지정과 체육시설업 조건부 등록이 취소되었으므로 영업양도와 유사하게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사안이어서 제1심과 항소심은 회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런데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담보신탁에 따른 공매는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에 해당한다고 정면으로 판시함으로써 신탁공매 부동산 인수자에게 회원계약의 승계를 인정했다. 체육시설의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 회원들이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고 신탁법상 도산격리효과의 제한 등 민사법 질서와의 충돌 문제는 회원 입회금 투입으로 체육시설의 경제적 가치가 증대된 점 등을 감안하면 이익형량의 관점에서 수용할 만하다는 것이다. 입법취지를 존중하여 회원의 권익을 옹호하고 애매했던 영업양도 개념확대 방식을 대체하여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해석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부동산 양도담보 또는 가등기담보권 실행시도 승계된다고 판시함). ㈜다옴은 감정가 700억원의 부동산을 단돈 14억1000만원에 취득했고 종전의 신탁수익권자인 금융채권은 이미 대손상각처리 되었을 테니 구체적 타당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일시에 500여억원의 입회금 채무를 떠안은 (주)다옴은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옴이 파산한다면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2호에 의해 역시 채무가 승계가 되어 파산재산의 환가가 어렵고 부동산을 분할매각하거나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면 법적 분쟁이 예상되므로 분할매각도 쉽지 않다. 또한 회생절차에서도 과거에는 회생계획안이 부결되어 공매절차가 진행되면 입회금채권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회원들이 양보를 했지만, 이제는 기대심리 때문에 타협이 어려울 것이다. 대신 ㈜다옴에게는 전사업자와의 계약 등 사업계획승인만의 승계를 위한 별도의 원인 없이도 체육시설법상 사업계획승인이 승계되는 편의가 생겼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7두8201 판결 참조). 그러나 골프장 등록이 취소된 상태여서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지정 및 사업계획승인을 따로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승계규정이 없다. 회원, ㈜ 다옴, 김천시 모두 타협이 되지 않는 한 장기간 유휴시설이 되거나 편법 또는 불법의 시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4. 골프장 관련 업계 등에 미치는 영향 및 과제 이번 판결로 체육시설법 적용 대상 부동산에 대하여는 담보신탁의 도산격리효과가 제한되고 다른 회피방법이 없어서 금융기관은 대출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신탁공매 인수자들의 입장에서는 우발채무로 지급불능 위험에 처해졌다. 대출금 채권회수가 불확실하므로 담보신탁 대출의 만기연장이 어렵게 되고 금융기관은 대손충당금을 쌓게 되었다.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과 보충의견은 체육시설법 제17조(회원모집), 제18조(회원의 보호)를 근거로 체육필수시설의 인수인은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에 따라 승계될 회원규모 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서 담보신탁의 우선수익자에게 예상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탁 대출은 회원권 분양 전에 토지취득 단계에서 먼저 이루어지고, 법원은 체육시설업자가 회원모집계획서를 제출한 후 모집방법을 달리하거나 모집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경우에도 회원계약은 유효하다고 판시하므로(대법원 2009. 7. 6. 선고 2008다49844 판결) 신탁공매 단계에서 회원권 발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더구나 2000년 1월 28일 체육시설법 시행령 17조 제3호 개정으로 공정 50% 초과 후에는 설치투자비 총액 한도 없이 모집액을 늘릴 수 있게 되어 재무상황이 악화된 사업자는 회원모집계획서 제출 및 보고 없이 무기명회원권 등을 남발하면서 연명해가는 것이 현실이다. 체육시설법상 회원모집절차에 따르지 않거나 골프장경영자협회의 확인을 받지 않은 회원권의 경우에도 보호해야 할 지 법원이 고민해야 한다. 차제에 문체부는 회원모집계획서 제출과 회원모집결과 보고, 회원증 확인(체육시설법 시행령 제18조, 제19조) 등의 실태를 조사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근저당권 및 부동산담보신탁 수익권 보다 우선하는 회원권에 관하여 정보와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체육시설 부동산은 시장의 외면을 받아 구조조정과 청산까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로 신규 회원제 골프장의 설치가 어려워졌고, 기존의 대중제 골프장들이 반사적 이익을 보게 되었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시장 제한 효과에 따른 회원권 가격 상승, 입회금 반환청구 가능성 하락 등 면에서는 호재이지만, 금융대출이 막히는 악영향이 더 클 것이다. 결과적으로 체육시설의 설치와 이용을 장려하고자 하는 체육시설법의 목적에 반하는 현실이 도래했다. 과유불급이다. 처음부터 정부가 체육시설의 완성과 회원의 입회금 보호에 관하여 보증보험 등 민사법리와 충돌되지 않는 방안을 찾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용락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입회보증금
체육시설의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
골프장
공매
신용락 변호사 (법무법인(유) 원)
2018-11-22
민사일반
예식장사용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152793 판결 - 1. 사건의 개요 피고 A(남)와 피고 B(여)는 2016. 3. 20. 함께 원고가 운영하는 예식장을 방문하여 2016. 5. 14. 예식장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원고로부터 예식장 사용료 및 식음료, 꽃장식 비용 등으로 약 3,900만원을 안내 받았다. 2016. 3. 21. 피고 A는 원고에게 계약금 100만원을 송금하였다. 원고는 피고들에게 이메일로 예식장사용에 관한 웨딩계약서와 행사계약규정을 보내주었는데, 행사계약규정 3조에서는 이용자의 사정으로 당일에 행사를 취소하는 경우에는 계약된 총 예식금액의 70%를 배상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피고들은 2016. 4. 8. 원고 예식장을 다시 방문하여 플라워미팅을 하고 예식에 사용될 꽃장식 디자인에 관하여 설명을 듣고 세부사항을 확정하였으며 그 샘플 사진을 받아 확인하였고, 2016. 5. 1. 피고 B의 부모님과 함께 예식에 사용될 식사를 시식하였다. 피고들의 예식 당일인 2016. 5. 14. 피고 B는 피고 A로부터 예식을 취소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원고에게 예식장 사용계약을 취소하였다. 원고는 2016. 6. 8.경 피고들을 상대로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여 계약금액의 70%에서 계약금 100만원을 공제한 약 2,600만원을 청구하였다. 피고 A에 대하여는 공시송달로 진행되었고, 피고 B는 자신은 예식장 사용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총 예식금액의 70%에 달하는 손해배상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주장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피고들이 원고가 운영하는 예식장을 방문하여 예상견적을 받고, 피고 A가 계약금을 송금한 점, 피고들이 플라워미팅 및 시식 등을 통하여 예식진행의 과정을 확인한 점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구두로 또는 묵시적으로 예식장 사용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추인할 수 있다고 하면서 피고 B는 피고 A와 공동하여 예식장 사용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당일 취소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다만, 민법 398조 2항에 따라 예식장 사용계약이 피고 A의 사정으로 취소되고, 실제로 예식이 진행되지는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예정액의 50% 정도인 1,300만원으로 감액함이 상당하다. 3. 검토 가. 예식장 사용계약도 청약자와 승낙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가 있으면 되고 특별히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의사의 합치를 명확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의 성립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한다. 피고 A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 A가 계약서를 이메일로 확인하고 계약금 100만원을 원고에게 송금한 것으로 원고와 피고 A 사이에 구두 계약 또는 묵시적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예식장 사용계약이 구두 또는 묵시적으로 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3조에 의하면 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분명하게 밝히고, 고객이 요구할 경우 그 약관의 사본을 고객에게 내주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하여야 하고(2항 본문),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하며(3항 본문), 사업자가 2항 및 3항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4항)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는 ‘원고가 피고들에게 예식장사용에 관한 웨딩계약서와 행사계약규정을 이메일로 보내주었다’고 했지만, 정작 피고 B가 그 이메일을 받았는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피고 A가 이메일을 받은 사실을 피고 B가 인정하고 있다’고만 설시하고 있다. 또한 ‘피고 B도 다시 원고의 예식장을 방문하여 예식의 세부내용과 진행상황을 확인’하였다고 하면서 원고가 피고 B에게 예식장 사용계약서의 내용(특히 위약금 관련 내용)을 설명하였다거나 확인하였다는 설시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 B가 계약서를 이메일로 받았는지가 증명되지 않았고, 원고가 피고 B에게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였다는 등 약관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기 위한 절차를 밟지 않은 상황에서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구두 또는 묵시적으로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현재)
예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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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현재)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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