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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판결] 3000억 포천 부동산 투자사기 부부 징역 25년·20년 확정
3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 피해를 입힌 유사수신업체 운영자 부부에게 대법원이 중형을 확정했다. 법원은 이들이 부동산과 부실채권 사업만으로 투자 원금과 수익금을 보장하기 어려운 사정을 알고도 투자자들을 기망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유사 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모 씨에게 징역 25년을, 부인 김모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3도16098). 정 씨 부부는 유사수신업체를 운영하며 '핑크뮬리' 명소로 유명한 경기도 포천의 한 식물원을 인수했다. 이들 부부는 2019~2021년 "부동산 경매와 부실 채권을 매각해 연평균 30%가량의 높은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며 투자금 3000억 원 이상을 끌어모은 뒤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정 씨 부부가 받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정 씨 부부에게 각각 징역 25년과 20년을 선고했다. 2심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돼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그 후 다액의 신규 투자금을 유치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정 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김 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정 씨 부부의 상고를 기각했다. 부부가 인수한 식물원은 이들의 사기 범행이 알려진 뒤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사기
유사수신행위
사기
뇌물
홍윤지 기자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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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판결] '도이치 주가조작 가담 혐의' 투자사 임원, 1심서 징역형 집행유예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공범에게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1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투자사 임원 민모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5000만 원을 선고했다(22고합1025). 재판부는 "민 씨는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다수의 계좌를 조직적으로 동원해 2년 넘는 기간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가 시세를 조종했다"며 "그 범행 수법과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 씨는 권 전 회장 등 (공범들) 사이에서 연락 전달 역할을 하고 본인 계좌에서 직접 시세 조종을 주문하기도 했다"며 "더욱이 1년 넘는 수사 기간 동안 해외로 도피한 것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사건 주가 조종 기간 중 주가가 상승하던 무렵 보유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각해서 시세차익 실현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일부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했다. 민 씨는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2009년 12월부터 약 3년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부양해 총 107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민 씨는 수사 중인 2021년 해외로 도피했다가 작년 11월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곧바로 체포됐다. 이후 민 씨는 보석을 청구해 올해 4월 조건부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민 씨는 지난해 8월 검찰이 권 전 회장의 재판에서 공개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 작성을 지시한 인물로 지목받기도 했다. 해당 파일엔 주가 조작 세력의 2차 작전시기인 2011년 1월 김 여사 명의의 증권 계좌 인출 내역과 잔고 등 주식 매각 정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러나 민 씨는 같은해 12월 권 전 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주가조작
도이치모터스
김건희
한수현 기자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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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표의자의 중과실 있는 착오와 상대방의 악의 등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요약하기로 한다. 1. 원고 증권회사(이 사건 소 제기 후에 파산하여 파산관재인이 소송을 수계하였으나, 편의상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는 싱가포르 법인인 피고 회사 등과의 사이에 인터넷을 통하여 파생상품거래를 하였다. 원고는 이를 위하여 다른 소프트웨어 제작회사로부터 시스템거래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다음, 그 회사의 직원으로 하여금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고 그 입력된 조건에 따라 호가(呼價)가 자동적으로 생성 및 제출되도록 하였다. 2. 2013년 12월 어느 날 파생상품시장 개장 전에 위 직원이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 계산을 위한 설정값을 잘못 입력하였고, 원고는 그로써 생성된 호가를 그대로 제출하였다. 그에 따라서 피고와의 사이에 코스피 200옵션에 대하여 매우 많은 수의 주가지수옵션매수거래가 성립되었고, 그 대금 584억원이 종국적으로 피고에게 지급되었다. 3. 원고는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를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그 대금 중 우선 100억원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제1심법원(서울남부지법 2015. 8. 21. 선고 2014가합3413 판결)은 원고의 중과실로 인한 착오라는 것 등을 이유로 하여 그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법원(서울고등법원 2017. 4. 7. 선고 2015나2055371 판결)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우선 원고의 이 사건 의사표시가 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하고, 나아가 여러 가지 사정을 들어 피고가 “피고가 상대방의 착오를 이용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거래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착오로 인한 호가 제출 사실을 아는 피고 직원이 개입하여 원고의 착오를 유발하거나 그의 중과실을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가 체결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 [판결 취지] “민법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단서에서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참조 재판례들 인용]. 한편 위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등 참조). 다만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 투자중개업자나 그 위탁자가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 당시의 시장상황이나 거래관행, 거래량, 관련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인 거래형태와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평 석] 1. 착오에 관한 민법의 규정 (1) 어떠한 경우에 의사표시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 기타 법률행위(이하에서는 그 중 계약만을 다루기로 한다)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법의 역사에서 일찍부터 제기되었으면서도 여전히 새롭다. 우리 민법이 정면으로 정하는 바는 네 가지다. 첫째, 착오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있는 경우에만 그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다(제109조 제1항 본문). 여기에는, 세상사가 무릇 그러하듯이, 어떠한 잘못 또는 실수는 이를 범한 이가 그 귀결을 감당해야 한다는 원칙이 배경에 있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서 민법은 예외적으로 효력을 다툴 수 있게 하는 ‘본질적 착오’의 유형을 열거하는 스위스채무법 제24조와 같은 태도는 취하지 않는다. 둘째, 그 경우에도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착오를 들어 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동항 단서). 셋째, 이상과 같은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표의자는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선택권을 가질 뿐이고, 애초부터 무효인 것은 아니다. 즉 계약은 표의자에게 취소권을 부여한다. 넷째, 표의자가 그 취소권을 행사하여 계약을 무효로 돌리더라도, 그 효력은 선의의 제3자에게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제한된다(동조 제2항). (2) 이러한 입법적 태도는 예를 들어 독일민법에서의 착오에 관한 입법과정(이에 대하여는 양창수, “독일민법전 제정과정에서의 법률행위 규정에 대한 논의 ― 의사흠결에 관한 규정을 중심으로”, 동 민법연구 제5권(1999), 49면 이하 참조)에 비교하여 보더라도, 적어도 어느 시기까지 크게 탓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독일민법의 착오 규정이 우리 민법의 그것과 크게 다른 점은 거기서는 착오자의 중과실을 착오 취소의 소극요건으로 하지 않고 여전히 취소권을 착오자에게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주지하는 대로 착오 취소자에게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부과한다(제122조). 이 책임은 착오자에게는 그의 유책사유를 요구하지 않고 인정되는데, 다만 상대방이 “취소의 원인을 알았거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를 배제한다(동조 제2항). 그만큼 상대방의 악의 또는 과실은 착오법리의 범위 안에서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행태’는 입법적 차원에서 이미 그 한도에서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나아가 참조를 삼을 만한 것이 스위스법의 태도이다. 스위스채무법 제26조 역시 착오 취소자에게 “계약의 효력불발생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긍정한다. 그런데 그 요건에서는 독일민법과 달리 착오자의 과실을 요구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착오자를 알았거나 알았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책임을 배제한다.(이상 동조 제1항) 한편 여기서는 예외적으로 “형평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법관은 그 외의 손해의 배상을 인정할 수 있다.”(동조 제2항) 결국 이들 나라에서는 착오 취소자는 물론이고 나아가 상대방의 사정을 다양하게 고려하여 착오법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2. 상대방의 착오 ‘유발’의 문제 (1) 그렇지만 민법 소정의 여러 제도가 흔히 그러하듯 실제의 사건 맥락은 입법자가 예상하지 아니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 중요한 하나가 상대방의 ‘행태’를 고려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 내지 ‘야기’된 경우에도 위에서 본 요건이 갖추어져야만 표의자는 취소할 수 있는가? 그가 표의자를 착오로 빠뜨릴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하였다면, 물론 이는 ‘사기’(민법 제110조)의 문제가 될 것이다(여기서는 ‘계약 내용의 중요부분’이나 표의자의 중과실 등은 논의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상대방이 그러한 의도가 없이 그렇게 하였다면 어떠한가? 예를 들어 상대방이 사실이라고 잘못 알면서 표의자에게 사실 아닌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표의자가 이를 믿고 의사표시를 하게 되었다면?(이는 이른바 공통착오 중에서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된 유형에 해당한다). 또 나아가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되었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을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강화’(이에도 여러 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한 경우는 어떠한가? (2) 대법원이 민사사건에서 이와 같이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사안을 다룬 것은 대판 1978.7.11., 78다719(집 26-2, 209)이 처음이라고 생각된다(그 전에 귀속재산매각처분의 효력이 다투어진 행정사건에서 같은 취지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대판 1970.2.24., 69누83(집 18-1, 행 36)이 있다). 이 판결은 귀속해제된 토지임에도 귀속재산인 줄 잘못 알고 피고(대한민국)에게 증여한 사안에서, “이러한 착오는 일종의 동기의 착오라고 할 것이나, 그 동기를 제공한 것이 피고 산하 관계 공무원이었고, 그러한 동기의 제공이 없었더라면 몇 십 년 경작해 온 상당한 가치의 본건 토지를 선뜻 피고에게 증여하지는 않았을 것인즉 그 동기는 본건 증여행위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를 인용하였다(상고기각). 여기서는 동기착오이면서도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는 판단틀이 채택되고 있음이 주의를 끈다. 그 후에도 대판 1987. 7. 21., 85다카2339(집 35-2, 284)(이에 대한 평석으로서 양창수, “주채무자의 신용에 관한 보증인의 착오”, 동, 민법연구, 제2권(1991), 1면 이하가 있다. “채권자에 의한 착오의 유발과 보증인의 취소권”이라는 제목의 그 제3장이 종전에 별로 의식되지 아니하던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유형을 새로운 문제관점에서 제시하였다); 대판 1991. 3. 27., 90다카27440(공보 1276); 대판 1992. 2. 25., 91다38419(공보 1141); 대판 1993. 8. 13., 93다5871(공보 2419); 대판 1994. 9. 30., 94다11217(공보 하, 2841); 대판 1995. 11. 21., 95다5516(공보 1996상, 47), 대판 1996. 3. 26., 93다55487(공보 상, 1363); 대판 1997. 8. 26., 97다6063(집 45-3, 112); 대판 1997. 9. 30, 97다26210(공보 3286) 등 1990년대만 하더라도 많은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재판례가 일반적으로 착오 취소를 긍정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그 이유로, 문제의 착오가 동기착오인 경우에라도 ―동기착오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그 ‘표시’의 여부 등은 논의하지 아니하고― 그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되었다는 사정을 들고서 바로 또는 다른 사정을 함께 그것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따라서 표의자는 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표의자의 중과실 유무 등은 아예 논의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지만, 한편 앞의 대판 97다6063사건에서와 같이 “표의자로서는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중요 부분’의 의미에 관한 판례 준칙을 그 중간항(中間項)으로 드는 예도 물론 있기는 하다. (3) 이러한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사안유형에 대한 판례의 태도에 대하여 학설은 대체로 지지한다. 그것은 “착오 취소의 요건은 표의자와 상대방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한 기준인데, 표의자의 동기착오를 유발한 상대방의 보호가치가 부정된다는 점에서 판례의 태도는 충분히 수긍될 수 있다”고 하거나(지원림, 민법강의, 제20판(2023), 77면), 상대방에 의한 그 유발의 경우에 “그 착오의 위험을 생성 또는 실현케 한 상대방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문이 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김상중, “동기의 착오에 관한 판례법리의 재구성을 위한 시론적 모색”, 사법(私法)질서의 변동과 현대화(김형배 교수 고희 기념)(2004), 15면). 한편 드물기는 하지만, “상대방의 행태를 기초로 취소의 위험을 부담시킬 수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109조가 아니라 민법 제110조에 의해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정성헌, “착오에 대한 민법상 규율의 재구성 ―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판결을 계기로”, 민사법학 제73호(2015), 265면 이하). 3. 상대방이 악의인 경우 ― 착오의 ‘이용’ (1)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이 맥락에서 상대방의 ‘악의’, 즉 표의자가 착오에 빠졌음을 안다는 사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관점과 관련하여 다루어진다. 무엇보다도 「민법(채권법)개정검토위원회」가 2009년에 발간한 『채권법 개정의 기본방침』(별책 NBL 126호)은 (i)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있는 때, (ii) 상대방이 그 착오를 알지 못함에 대하여 중과실 있는 때, (iii) 상대방이 그 착오를 일으킨 때, (iv) 상대방도 표의자와 동일한 착오를 하고 있는 때에는, 표의자에게 중과실이 있더라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동 방침, 28면 이하. 당시 고려되는 착오의 법률효과는 무효로 정해져 있었다). 이는 대체로 2017년 일본민법 개정에 반영되어(시행은 2020년 4월), ‘상대방이 표의자에게 착오 있음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때’(제95조 제3항 제1호) 또는 ‘상대방이 표의자와 동일한 착오에 빠져 있는 때’(동항 제2호)에는 표의자에 중과실 있는 경우라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앞 (iii)의 착오 유발에는 언급이 없다). 위 개정 후의 일본민법 제95조는 제1항에서, 우선 행위착오 외에도 동기착오 중에서는 ‘표의자가 법률행위의 기초로 한 사정에 관하여 그 인식이 진실에 반하는’ 것(앞의 1.에서 든 스위스채무법 제24조 제1항의 제4호에서 정하는 “표의자에 의하여 신의성실에 비추어 계약의 불가결한 기초라고 여겨진 사정”에 관한 착오, 즉 기초착오(Grundlagenirrtum)를 연상시킨다. 이 점은 독일민법에서 2017년 대개정 후에 동기착오 중에서 “거래상 본질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나 물건의 성상(性狀)에 관한 착오”를 내용착오로 보는 제119조 제2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을 고려되는 착오로 정한 다음, 나아가 ‘그 착오가 법률행위의 목적 및 거래상의 사회통념에 비추어 중요한 것인 때’에만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리고 제3항은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표의자의 중과실의 경우에는 착오 취소가 배제된다고 하면서도, 동항의 위 두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취소할 수 있음을 정하는 것이다. (2) 대판 2014. 11. 27., 2013다49794(공보 2015상, 9)은 대상판결의 취지와 같이 판시하였다(이 판결은 ‘참조’로서 60년쯤 전의 대판 1955.11.10. 4288민상321을 인용한다. 그 제1심도, 항소심도 버젓이 인용하고 있는 이 판결에 접근할 방도를 알지 못한다. 이러한 재판례의 ‘공개’ 내지 ‘접근가능성’이라는 ―민법 연구자인 나로서는 꽤나 심각한― 문제에 대하여는 양창수, “『법고을』 유감”, 동, 민법산책(2006), 274면 이하 참조 : “그것들이 재판 실무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나아가 변호사의 직무에 도움이 안 될 리 없고, 또 법학교수가 법을 연구하는 데 자료가 되지 않을 리 없다”). 위 판결은 대상판결의 사안과 유사하게, 원고 증권회사의 직원이 파생상품(미화달러 선물(先物)스프레드 1만 5000개) 계약의 매수주문을 개장 전에 입력하면서 0.80원이라고 할 것을 그 100배인 80원이라고 찍음으로써 결국 피고 증권회사와의 사이에 그 내용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원심판결은 그 계약의 착오 취소를 인정하고 원고의 매매대금반환청구를 인용하였는데,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로 우선 자본시장법상의 금융투자상품시장에서 일어나는 증권이나 파생상품의 거래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09조가 적용됨을 선언한 데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나아가 착오 취소에 관하여는 대상판결과 같은 법리를 설시한 다음, 구체적으로는 원고 측의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지만 “피고가 주문자의 착오로 인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매도자들보다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시가와의 차액을 얻을 목적으로 단시간 내에 여러 차례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이 사건 거래를 성립시켰으므로” 원고의 중대한 과실에도 불구하고 취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대상판결은 표의자의 중과실에도 불구하고 의사표시의 취소를 긍정하는 추상적인 법리를 그대로 반복한다. 굳이 저 60년 전의 대법원판결과 합하지 않더라도 이제 최근 두 개의 대법원판결만으로 그 법리는 이제 우리 민법의 일부가 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법리는 착오 취소의 제한 요소로서의 표의자의 중과실을 ―법률 밖에서(praeter legem), 즉 법규정에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다시 제한하여 착오 취소의 범위를 확장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글은 이 점을 제시하여 의식하게 하려는 의도로 쓰였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몇 가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위의 두 선례는 단지 상대방의 악의에서 더 나아가 그가 표의자의 착오를 ‘이용하는 것’을 요구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단지 의례적인 장식 문구인가, 아니면 실제로 입증되어야 하는 취소 허용의 요건인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의 착오를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이 착오 취소를 부인하는 종국적인 이유인데, 그 ‘이용’ 여부를 단지 의례적인 장식 문구라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제3자의 채권침해가 논의되는 사안유형 중 문제의 행위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감소된 경우에 대하여 대판 2007. 9. 6., 2005다25021(공보 1526) ; 대판 2019. 5. 10., 2017다239311(공보 1207) 등이 그 위법성 요건에 관하여 설시하는 대로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사실을 아는 것’ 외에도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채권 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레벨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것인가? 나아가 위의 두 판결은 모두 인터넷금융거래에서 증권회사의 ‘피용자’가 입력을 잘못하여 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정하여진 사안임에도 그 결론을 달리하여, 2014년 판결은 표의자의 착오 취소를 허용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대상판결은 이를 부인하였다. 그 차이의 이유를 위 사건의 어떠한 사실관계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이것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나 지면관계상 여기서는 상론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다만 하나만 지적하자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도 이 사건 매매거래 전부터 미리 정하여진 일정한 시스템거래 방식으로 기계적 호가를 계속하여 왔다는 것을 들 수 있을지 모른다.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중대한과실
착오
파생삼품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8-20
금융·보험
민사일반
서울고등법원 2021나2014340 보증채무금
2021나2014340 보증채무금 [제33민사부 2023. 2. 9. 선고] <국제거래> □ 사안의 개요 말레이시아 은행인 원고는 말레이시아 법인인 주채무자 A와 사이에 대여계약을 두 차례 체결하였고, 피고는 위 각 대여계약상 채무를 보증함.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한 사건 □ 쟁점 -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 인정 여부 - 준거법인 말레이시아 소멸시효법상 피고 보증채무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 □ 판단 - 피고는 대한민국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인 점, 소 제기 전 피고에 대한 보증채무 이행청구도 피고의 대한민국 주소지에 이루어진 점, 요증사실이 관련 서증을 통하여 충분히 증명 가능하고, 말레이시아 현지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은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고, 말레이시아 법원을 전속관할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므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됨 - 피고의 보증은 말레이시아 법상 ‘독립적 보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주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이 보증채무에 영향을 주지 않고, 보증채무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는 독립적으로 판단하여야 함.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증채무 청구는 말레이시아 소멸시효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6년간 권리 행사가 가능함. 한편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행청구일을 말레이시아 소멸시효법상 권리발생일로 볼 수 없고, 주채무자 A가 처음으로 상환의무를 불이행한 날 또는 늦어도 A에 대한 파산 신청이 있어 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되는 날로부터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기산됨 - 이 사건 소로 이행되기 전의 지급명령신청은 위 소멸시효의 기산일로부터 6년이 경과한 후에 접수되었음. 그러나 A의 재산관리인(receiver)이 대여계약상 담보로 제공된 A의 재산을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을 원고에게 교부한 행위는 말레이시아 소멸시효법상 소멸시효 중단 사유인 주채무자의 대리인에 의한 일부 변제에 해당하고, 예탁은행이 원고에게 A가 예탁한 예탁금을 교부한 행위도 말레이시아 소멸시효법상 소멸시효 중단 사유인 주채무자의 일부 변제에 해당하거나 주채무자의 대리인에 의한 일부 변제에 해당하므로, 위 각 교부일에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어 지급명령신청 접수 당시까지 피고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아니함 [항소기각(원고승)]
국제거래
국제재판관할
보증채무
2023-03-26
금융·보험
민사일반
서울고등법원 2021나2011907 예금채권확인 등 청구의 소
서울고등법원 2021나2011907 예금채권확인 등 청구의 소 [제7민사부 2022. 6. 22. 선고] □ 사안 개요 - 소외인들이 창고업자 등과 공모하여 다중으로 담보를 제공하거나, 기존에 보관하고 있던 육류 재고목록 등을 이용하여 대출채무자가 담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 등으로 원고를 비롯한 금융기관들로부터 육류담보대출을 받아 형사 처벌됨(이른바 ‘미트론 사기 사건’). - 금융기관인 원고가 이 사건 담보물에 관한 선순위 양도담보권자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이 사건 담보물 매각대금이 입금되어 있는 각 은행계좌들의 해당 예금채권은 원고의 소유라는 확인’ 등을 구한 사건 □ 쟁점 - 원고가 담보물에 관하여 유효한 선순위 양도담보권을 취득하였는지 여부 □ 판단 - 원고가 이 사건 담보물에 관하여 양도담보권을 설정 받은 유형을 아래 3가지로 구분하여 그 유효 여부를 판단함 ① 원고가 최초 화주로부터 1순위로 양도담보권을 설정 받은 경우 A(최초 화주) → B(양도인) → A(공급받는 자, 대출채무자) → 원고(양도담보권자)의 유형으로서, B 앞으로의 담보물 이전은 형식적 거래이지만, A는 적법한 소유자로서 명의를 회복하였고, 원고는 A로부터 선순위 양도담보권을 설정 받았으므로 유효하게 양도담보권을 취득함. ② 최초 화주와 거래명세표상 양도인이 동일한 회사이고, 그 회사로부터 양수인을 거쳐 원고가 양도담보권을 설정 받은 경우 A(최초 화주 겸 양도인) → B(공급받는 자, 대출채무자) → 원고(양도담보권자)의 유형으로서, A와 B는 통정하여 B 앞으로 담보물을 이전하였고, 원고는 이를 기초로 새롭게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8조 제2항에 의하여 유효하게 선순위 양도담보권을 취득함. ③ 최초 화주, 거래명세표상의 양도인 및 공급받는 자가 모두 다른 경우 A(최초 화주) → B(양도인) → C(공급받는 자, 대출채무자) → 원고(양도담보권자)의 유형으로서, B 앞으로의 이전은 형식적 거래일 가능성이 높고, C는 무권리자일 뿐 A와 통정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는 무권리자로부터 물권을 설정 받은 것에 불과하여 민법 제108조 제2항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없음 (원고일부승)
양도담보권
담보물
담보대출
2022-08-22
금융·보험
파산·회생
공동근저당권자가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서 우선변제 받은 경우, 물상보증인 소유의 다른 목적 부동산의 채권최고액이 감축되는지
-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3다16992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관계 가. 채무자 겸 근저당권설정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자인 피고가 선행절차인 회생절차 내에서 회생담보권자의 지위에서 채무자 소유의 1부동산의 환가대금으로부터 41억원을 우선변제 받았다. 나. 그럼에도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다른 목적 부동산인 물상보증인 소유의 2부동산에 관한 후행 공매절차에서 당초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라는 이유로, 채권최고액 71억5000만원에서 위 41억원을 공제하지 않은 채 다시 우선 배당받음에 따라 후순위권리자인 원고가 전혀 배당을 받지 못하였다. 다. 이에 원고가 2부동산에 관한 당초의 채권최고액에서 위 41억원이 감액되었어야 함에도 감액하지 않고 배당을 실시함으로써 자신에게 귀속되었어야 할 돈이 피고에게 귀속되었다며, 피고를 상대로 피고의 초과수령분(피고가 후행절차에서 배당받은 돈 - 당초의 채권최고액에서 위 41억원 감액한 잔존 채권최고액)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여, 1심과 원심에서 모두 원고가 승소하자 피고가 상고하였다. 2. 판단의 요지 민법 368조는 공동근저당권의 경우에도 적용되고, 공동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근저당권을 실행한 경우는 물론이며 타인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공매 절차, 수용 절차 또는 회생 절차 등에서 환가대금 등으로부터 다른 권리자에 우선하여 피담보채권의 일부에 대하여 배당받은 경우에도 적용된다.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동시배당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공동근저당권자는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피담보채권을 민법 368조 1항에 따라 부동산별로 나누어 각 환가대금에 비례한 액수로 배당받으며, 공동근저당권의 각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이른바 누적적으로 배당받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이시배당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동시배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동근저당권자가 공동근저당권 목적 부동산의 각 환가대금으로부터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배당받을 수는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민법 368조 1항 및 2항의 취지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공동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근저당권을 실행하거나 타인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 등의 환가절차를 통하여 공동담보의 목적 부동산 중 일부에 대한 환가대금 등으로부터 다른 권리자에 우선하여 피담보채권의 일부에 대하여 배당받은 경우에, 그와 같이 우선변제받은 금액에 관하여는 공동담보의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대한 경매 등의 환가절차에서 다시 공동근저당권자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며, 공동담보의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공동근저당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우선변제권의 범위는 피담보채권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최초의 채권최고액에서 위와 같이 우선변제받은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채권최고액으로 제한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는 채권최고액을 넘는 피담보채권이 원금이 아니라 이자·지연손해금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3. 평석 대상판결에서는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채무자 소유의 1부동산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다른 목적 부동산인 물상보증인 소유의 2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도 확정되는지 등도 문제되지만(이에 관하여는 구 회사정리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관하여 확정설을 취한 대법원 2001. 6. 1. 선고 99다66649 판결이 있다), 주로 문제되는 것은 선행 회생절차에서 피고가 우선변제 받은 액수만큼 2부동산에 관한 채권최고액이 감액되는지 여부이다. 이에 관하여는 거래관계가 계속되는 이상 근저당관계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고, 채권자의 신청에 의한 경매절차가 아니므로, 채무자로부터 임의의 변제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등의 이유에서 선행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았더라도, 나머지 공동담보물에 대한 채권최고액이 감액되지 않는다는 견해와 위 견해에 의할 경우 공동근저당권자에게는 아무런 이유 없이 부당한 이익을 주고, 후순위저당권자 등에게는 근거 없이 불이익을 준다는 등의 이유로 나머지 담보물에 대하여는 채권최고액에서 이미 배당받은 만큼을 공제한 나머지만을 배당받을 수 있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판례는 최근의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다50637 판결을 비롯하여 감액긍정설에 따른 것이 다수이지만(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5다14502 판결,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68012 판결), 공동근저당권의 목적 부동산이 일부씩 나누어 순차로 경매가 실행되는 경우에 공동근저당권자가 선행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은 원본 및 이자·지연손해금의 합산액이 결과적으로 채권최고액을 넘더라도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관한 경매 등의 환가절차에서 다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72318 판결이 있어 통일되지 않았다. 동시배당이든 이시배당이든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가 안분부담 할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는 안분의 전제가 되는 채권액이 특정되어 있을 것을 필요로 하는데, 저당권은 이미 피담보채권이 확정되어 있고 등기까지 되어 있지만, 근저당권의 경우에는 채권최고액만 등기되어 있을 뿐이어서,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가 부담할 금액을 안분하기 전에 피담보채권의 확정이 필요하다. 어느 범위의 채무를 피담보채무의 범위에 넣어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된 것인데, 공동근저당권의 경우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가 안분부담할 채무를 정하는 문제로까지 전개되게 된다. 아무튼 대상판결은 누적적 근저당에 관한 문제로, 가령 갑 부동산 위에 최고액 6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동일한 근저당거래를 확대하기 위하여 다시 최고액을 3000만원 증액할 필요가 있어 을 부동산을 추가담보로 제공하면서 공동근저당권의 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 민법 368조가 적용되는지 여부와 관련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일본에서는 다른 견해도 있었지만, 1971년 민법 개정으로 공동근저당권 등기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공동근저당권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고,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는 누적적 근저당권으로 하여 공동근저당권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즉 일본 민법은 누적적 공동근저당권을 원칙으로 하여 공동저당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공동저당의 등기를 한 경우에 한하여 순수공동근저당권으로서 공동저당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398조의18, 398조의16).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누적적 근저당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통설은 누적적 근저당 자체는 인정하되, 다만 어디까지나 공동근저당이 아닌 별개의 근저당으로 등기되어 있는 경우 공시 자체가 별개의 근저당권으로 등기되어 있어 후순위권리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는다거나 거래의 안전을 해하지 않으므로 민법 368조의 적용을 배제하자는 것으로, 이에 의하면, 공동근저당의 취지가 등기된 공동근저당권의 경우 원칙적으로 순수공동근저당권으로 해석하여 민법 368조가 적용된다고 보고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면서도 공동근저당관계를 등기하지 않은 경우에는 누적적 근저당으로 보게 된다. 어쨌거나 결국 문제는 공동근저당에 대한 누적적 배당의 가부 즉, 공동근저당의 경우 그 목적부동산 중 일부가 제3자에 의하여 현금화되어 그 매각대금에서 우선변제 받은 경우, 나머지 공동근저당권의 목적부동산에서 다시 채권최고액 만큼 변제받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실제로 앞서 본 대로 다시 채권최고액 만큼 변제받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고, 후순위담보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인이 없고 공동저당물이 모두 채무자 소유인 때에는 이러한 결론이 부당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이해관계인이 있는 경우 이러한 결론은 매우 부당하다. ① 공동근저당권을 누적적 근저당권과 같이 취급하게 되면 공동근저당권 등기는 그 의미를 잃게 되고, 극단적인 경우 공동근저당권자는 항상 타인으로 하여금 저당권을 실행하게 하고 자신은 배당절차에만 참가함으로써 채권최고액만큼 수차 배당받을 수 있어 우선변제권을 수차 행사할 수 있게 되고, ② 공동근저당권의 경우 일부 부동산에서 먼저 변제받더라도 나머지 공동근저당부동산에서 다시 배당받을 수 있다면 민법 368조를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③ 채무 없이 책임만 지는 물상보증인은 어느 경우라도 자신의 책임한도가 채권최고액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누적적 배당을 허용하게 되면 공동담보물 전체가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 물상보증인이 채권최고액만큼 수차에 걸쳐 누적적으로 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동저당권에 있어서 후순위근저당권자가 존재하고 공동근저당권자가 공동담보물의 현금화대금으로부터 배당을 받은 경우, 피담보채권이 동시에 확정된다고 볼 것인가는 별론, 적어도 당초 설정된 채권최고액을 초과하여 누적적으로 배당받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회생
채무자
근저당권
공동근저당권
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8-02-13
금융·보험
파산·회생
[판결] "공동근저당권자, 일부 먼저 배당받았다면 이후엔 우선변제권 일부 제한"
공동근저당권자가 경매 또는 회생절차 등을 통해 공동담보 부동산의 환가대금에서 피담보채권 중 일부를 먼저 배당받았다면, 공동담보의 나머지 부동산에 대해 공동근저당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우선변제권의 범위는 최초 채권최고액에서 우선변제 받은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으로 제한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1일 A주식회사가 B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소송(2013다16992)에서 "B은행은 A사에 4억3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문 보기 A사와 B은행은 채무자인 C사가 보유한 자산에 대해 근저당권을 가진 채권자였는데 B은행이 A사보다 선순위 담보채권자였다. B은행은 C사 회생절차에서 회생담보권자의 지위를 인정받아 회생계획에 따라 2008년 C사 소유 부동산의 환가대금 중 41억원을 우선 변제받았다. 문제는 2011년 C사의 물상보증인인 D사가 보유한 나머지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들이 자금을 나눠 갖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B은행은 채권최고액에서 미리 변제받은 41억원을 공제하지 않고 채권보유내역을 신고해 별도로 34억원을 추가로 변제받았다. 이 때문에 후순위권자인 A사는 단 한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A사는 "B은행의 채권최고액에서 2008년 우선적으로 변제받은 41억원이 감액됐어야 함에도 이를 감액하지 않은 채 배당이 실시됐다"며 "우리가 받았어야 할 4억3000만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B은행은 "2008년의 일은 C사가 임의로 변제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이후 공동저당 부동산의 공매절차에서 우리가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배당을 받은 것은 정당하다"고 맞섰다. 1,2심은 지연손해금 부분을 일부 제외하고는 A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승소 판결했다. B은행의 상고로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가면서 과거 엇갈렸던 대법원 판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종래의 주류적인 대법원 판례는 "공동담보의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대해 공동근저당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우선변제권의 범위는 최초 채권최고액에서 우선변제 받은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채권최고액으로 제한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009년 12월 10일 선고된 판결(2008다72318)에서는 "공동근저당권의 목적 부동산이 일부씩 나눠 순차로 경매가 실행되는 경우에 공동근저당권자가 선행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은 원본 및 이자, 지연손해금의 합산액이 결과적으로 채권최고액 금액을 넘더라도,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관한 경매 등의 환가절차에서 다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종전의 주류적인 판례를 택하고 이에 어긋나는 판결을 폐기했다. 재판부는 "공동근저당권자가 목적 부동산의 일부에 관해 스스로 근저당권을 실행하거나 타인에 의해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피담보채권의 일부를 우선변제 받았다면, 그 금액에 관해 나머지 공동저당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다시 공동근저당권자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동담보의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대해 공동근저당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우선변제권의 범위는 피담보채권의 확정여부와 상관없이 최초 채권최고액에서 우선변제받은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채권최고액으로 제한된다"며 "이는 채권최고액을 넘는 피담보채권이 원금이 아니라 이자나 지연손해금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의 주류적인 판결례는 감액긍정설을 취하고 있었지만, 감액부정설을 취한 2009년 대법원 판결로 다소 혼선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2009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함으로써 대법원이 종전의 주류적인 판결례에 따라 감액긍정설을 취함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513838679011_154439.pdf)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공동근저당권
회생
채무자
근저당권
이세현 기자
2017-12-21
금융·보험
조세·부담금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
-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 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매수자금에 사용하기 위하여 A(저축은행)으로부터 42억 원을 대출받았다. 나. 원고는 위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8년 6월 30일 수탁자 B(부동산신탁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신탁원본의 우선수익자를 A로, 수익권증서 금액을 58억8000만원으로 정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부동산이 환가되는 경우 A의 채권을 우선적으로 변제하고 잔액은 위탁자인 원고가 지급받기로 약정하였고, 2008년 7월 1일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곧이어 B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다. 원고가 위 대출금채무를 제때 변제하지 못하자, A의 요청에 따라 수탁자인 B는 공개매각을 실시하였으나 수차례 유찰되었고, A에게 수의계약으로 대출원리금과 같은 액수인 45억여원에 이 사건 건물을 매각하였다. 라. 과세관청인 피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의 위탁자인 원고가 A에게 이 사건 건물을 공급하였다고 보아 2010년 1월 16일 원고에게 2009년 1기분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2. 판결의 요지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아야 하고,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Ⅱ.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 1. 종전 판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기 전의 종전 판례는, 신탁법에 의한 신탁이 위탁매매와 같이 ‘자기(수탁자) 명의로 타인(위탁자)의 계산에 의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또는 공급받는 등의 신탁업무를 처리하고 그 보수를 받는 것이어서,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 신탁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의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이고, 다만, 위탁자 이외의 수익자가 지정된 타익신탁의 경우에는 위탁자가 아닌 수익자가 사업자 및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보았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 판결,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0다33034 판결). 종전 판례는 수익자설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일본 소비세법 제14조도 신탁재산에 속하는 자산 등 거래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수익자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로 보고 있다. 2. 검토 가. 단일세율에 의한 거래세 누진세율에 기초한 소득세에서는 누가 납세의무자인가에 따라 적용세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소득의 실질귀속자를 파악하여 과세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단일세율이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에서는 누가 납세의무자이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므로, 공급대가의 실질귀속자를 파악할 필요성이 소득세에 비하여 크지 않다. 그리고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인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하여 부과하는 거래세이므로,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원칙적으로 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비용의 귀속이 아니라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종전 판례의 문제점 ① 거래주체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의 분리 신탁된 부동산이 수탁자 명의로 있는 동안에는 수탁자 명의로 대외적 거래행위가 행해지므로, 종전 판례에 의할 경우 대외적 거래를 통하여 부가가치세를 징수하는 주체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주체가 달라진다. 그리하여 부동산투자신탁 등 수익자가 다수인 신탁의 경우, 수익자 별로 일일이 부가가치세의 신고납부를 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수익자가 개인으로서 부가가치세법 제3조의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에는 그에게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게 된다. 또한, 종전 판례에 의하면, 타익신탁의 경우 수익자는 ‘우선수익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는’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로 본다는 취지이므로,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에서 신탁사무처리비용을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 부가가치세액에 못 미치는 경우 그 차액을 누구에게 과세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②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의 불가능 신탁법 제22조 제1항은 신탁재산에 대하여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하여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규정하고, 다만,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권리’ 등에 기한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판례에 의하면,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처분에 따라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 상당액은 매매대금의 일부로서 신탁재산에 속하고(위 99다59290 판결), 구 신탁법 제21조(현행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에서 예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 또는 경매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는 수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만이 포함되며, 위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0두4612 판결). 따라서 위탁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으로 수탁자 명의 신탁재산에 대하여 체납처분 등을 할 수 없고, 다만, 위탁자의 수익권에 대한 체납처분 등을 할 수 있을 뿐이므로, 부가가치세의 징수가능 여부는 수익권의 실질적 가치에 달려있게 된다. 만일 수탁자가 부동산을 분양하여 수취한 대금에서 비용을 모두 충당한 후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기에 충분하다면, 수익권에 대한 체납처분으로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신축된 건물의 분양대금이 공사비 등을 변제하기에 부족하여 위탁자의 수익권이 실질적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없게 된다. ③ 신탁재산에 대하여 조세채권의 우선권이 적용되지 못함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으로는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할 수 없으므로, 거래징수 된 부가가치세액이 신탁재산에 속해 있으면서 수익자에게 이전되기 전의 단계에서는 조세채권의 우선적 효력이 발휘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이 공사비 등을 충당하기에 부족한 경우에는 신탁사무와 관련한 일반채권이 조세채권보다 실질적으로 우선하는 결과가 된다.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신탁부동산의 처분 등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는 수탁자이므로, 수탁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은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의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해당하고, 이에 기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하거나 집행절차에 참가할 수 있으며, 신탁사무와 관련한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하여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 매입세액의 공제와 관련한 문제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에 대한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함에도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은 담보제공 등으로서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거나(담보신탁의 경우 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8항 제1호의 유추적용),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더라도 수탁자가 신탁용역을 공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전받는 것으로서 공급가액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으면서 거래징수를 당하지 않을 것이므로, 공제받지 못하는 매입세액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은 후 공급받은 용역 등에 관하여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신탁부동산을 이전받는 것을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을 경우 수탁자는 재화의 매입이 없으면서 재화를 공급한 것이 된다. 부가가치세에서 재화의 공급은 통상 그 재화의 매입(공급받음)을 전제로 하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매입세액의 공제는 사업자가 전 단계 사업자에게 거래징수당한 부가가치세(매입세액)이 있을 때 문제된다. 만일 사업자가 전 단계 사업자에게 거래징수당한 매입세액이 없는 경우에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을 이전하기 전에 거래징수당한 매입세액은 위탁자가 공제받을 것이고, 이와 같이 부가가치세의 거래징수 및 매입세액공제가 동일한 납세자 안에서 이루어진 이상, 부가가치세의 순환과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Ⅲ. 결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부가가치세의 납부의무자를 수탁자로 판시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변경된 판례에 따라 신탁부동산에 관한 부가가치세의 세부적 업무처리가 속히 안정화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부가가치세
신탁부동상
조세
2017-06-13
금융·보험
행정사건
[판결] 법원 "국세청, 론스타 과세액 정보 공개하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하며 주장한 과세 피해액을 국세청이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김주현 부장판사)는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2016누76086)에서 1심과 같이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론스타는 2012년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절차 지연과 부당 과세로 피해를 봤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하고 46억7950만 달러(우리돈 약 5조원)를 요구했다. 법무부는 2015년 6월 중재신청인이 청구하는 청구액의 실제 총액만 공개하고 이 금액을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적기에 성사시켰다고 가정했을 때 매각대금에서 실제 이익을 빼고 세금과 이자를 더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민변 측은 국세청에 이 세액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납세자의 비밀 침해 우려가 있고, ISD가 진행 중인 만큼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비공개 대상"이라며 거부했다. 1심은 지난해 10월 "(민변이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는) 론스타 측이 주장·청구하는 손해액 중 대한민국이 론스타에게 부과한 과세·원천징수세액의 총 합계액과 이를 청구하는 론스타 측의 명단일 뿐 신청인별 과세·원천징수새액을 공개 청구하는 것은 아니어서 신청인별 과세·원천징수세액의 총 합계액을 공개하더라도 개별 과세·원천징수세액은 알 수 없다"며 "또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 등 국가 사법작용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비공개 한다는 취지이지, 외국인투자자와 우리나라 사이 국제중재기관에서 이뤄지는 중재절차까지 예상해 규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사모펀드
국세청
론스타
이장호 기자
2017-05-18
금융·보험
기업법무
민사일반
[판결] 부풀린 용선계약 믿고 선박펀드 투자했다 손해 봤어도
선박의 소유주가 용선(傭船)계약 내용을 위조해 부풀렸는데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선박펀드를 조성·판매한 운용사와 증권사는 투자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지만, 해당 선박을 빌린 해운사는 투자자들에게 배상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선박펀드는 선박을 담보로 선박 소유주에게 대출을 해주고 선박을 사용하는 용선사로부터 받을 임대수익과 선박 매각비 등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선박펀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삼성생명보험이 펀드를 운용·판매한 ㈜산은자산운용·㈜SK증권과 이 펀드의 투자 대상이었던 용선계약의 당사자로서 선박 소유주로부터 배를 빌린 ㈜SK해운(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을 상대로 "용선계약의 하자를 알리지 않아 손해를 봤으니 343억원을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4다49241)에서 피고 모두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펀드 판매사에 대해서만 책임을 인정해 일부승소 취지로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은 용선료 채무자인 SK해운이 용선계약의 사용수익에 투자한 투자자들, 즉 용선료 채권을 양수한 양수인에게 채권의 성립이나 소멸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에 관해 정확하게 알려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채권 양도양수에 있어 채권의 내용이나 양수인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초래할만한 사정을 조사·확인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투자자인 양수인 자신에게 있다"며 "용선료의 채무자인 SK해운은 용선료 채권 양수인인 투자자가 대상 채권의 내용이나 그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음을 전제로 채권양도를 승낙할지를 결정하면 되고 양수인이 채권의 내용 등을 실제와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지까지 확인해 그 위험을 경고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SK해운을 제외한 선박펀드 운용·판매사인 산은자산운용과 SK증권의 배상책임은 원심과 같이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산은자산운용과 SK증권은 선박펀드의 중요 사항인 정기용선계약의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위조된 계약서만을 믿고 운용제안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함으로써 투자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운용·판매사 직원이 고의로 위법한 행위를 한 것은 아니고 원래부터 손실위험이 컸던 점을 고려해 배상범위를 40%로 제한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선박 제조사이자 소유주인 하이앤로직스는 SK해운과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했고, 산은자산운용과 SK증권이 나서 선박펀드를 조성해 판매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하이앤로직스가 용선계약서를 위조해 제출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고 투자자 중 한 곳인 삼성생명이 소송을 냈다. 1심은 "산은자산운용과 SK증권은 배상책임이 없지만, SK해운은 하이앤로직스의 용선계약서 위조에 대해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SK해운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선박펀드 운용·판매사의 책임까지도 인정했다.
삼성생명
SK증권
산은자산운용
선박펀드
용선료
정기용선계약
아이앤로직스
SK해운
용선계약
홍세미 기자
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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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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