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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이정섭 검사 탄핵심판에서 '처남 마약사건 수사기록' 증거로 채택
이정섭 검사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이정섭(53·사법연수원 32기) 대전고검 검사의 탄핵 심판에서 '처남 마약 사건' 수사 기록을 증거로 채택했다. 이 검사가 처남의 마약 사건 수사를 무마했는지에 대한 의혹을 두고 국회 측과 이 검사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경찰 수사기록을 헌재가 판단을 위한 기초 자료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준비기일을 마무리한 헌재는 곧 정식 재판을 시작한다. 헌재는 25일 열린 이 검사의 탄핵 사건(2023헌나4) 3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 이 검사의 처남 조모 씨를 수사한 수서경찰서는 이날 변론기일에 앞서 수사 기록을 헌재에 제출했다. 청구인인 국회 측의 신청에 따른 것이다.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2월 조 씨의 배우자 강미정 씨의 고소장을 접수했으나 4개월 후 불송치 결정했다. 강 씨는 이 검사가 지위를 이용해 조 씨의 수사를 무마해줬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기일에서 국회 측은 "배우자의 신고가 있었고 진술 조서가 있었는데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담당 수사관이 세 차례 변경됐다"며 "일반적인 마약 사건 수사와 다르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검사 측 대리인은 "제3자의 수사와 관련된 내용"이라며 "피청구인(이 검사)이 관여했다는 증거가 전혀 될 수 없다"고 맞섰다. 국회 측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도 수사 기록을 송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자료를 받지 못했다. 검찰은 수사 및 감찰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사건 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헌재에 제출 거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문형배(59·18기) 재판관은 "탄핵소추 의결이 국회법상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권한쟁의 사건의 결론을 참조할 것"이라며 "(사건이) 곧 선고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탄핵소추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관련 사건 세 건이 있어서 같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이날 준비 절차를 종결하고 향후 정식 변론을 열기로 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검사에 대한 비위 의혹을 처음 제기됐다. 이 검사가 2020년 12월 엘리시안강촌 리조트에서 한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접대를 받았으며, 처남의 마약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해 수사를 무마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또 타인의 전과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 검사는 위장전입을 제외한 나머지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 이 대표 부부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의 수사를 지휘해왔다.
이정섭
검사
탄핵
탄핵소추
홍윤지 기자
2024-03-25
헌법사건
'이혼 소송 중 아내와 지내던 집 들어갔다가 주거침입으로 기소유예'… 헌재, '처분 취소'
이혼 소송 중인 아내와 이전에 함께 지내던 집에 비밀 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가 주거침입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받은 기소유예 처분을 헌법재판소가 취소했다. 헌재는 일방이 이혼을 청구하고 상대방의 공동주거 출입을 금지한다고 해서 곧바로 그 상대방이 공동거주자 지위에서 이탈한다거나 배제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에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주거침입죄에서 말하는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9월 26일 주거침입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 씨가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 받았다며 낸 헌법소원(2021헌마1602)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A 씨는 2021년 9월 별거 중의 피해자(아내)가 거주하는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주거침입을 했다는 피의사실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A 씨는 "피해자가 자신과 공동으로 거주하던 주택에 자신의 출입을 막을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자신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해당 주택에 들어갔다고 해서 주거침입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사실상 평온을 해치지도 않았는데 검사는 자신의 주거침입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같은 해 12월 헌법소원을 냈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형식상 불기소 처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로 보는 것이어서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헌재는 "A 씨는 피해자와 10년 넘는 혼인생활을 유지해 왔고, 해당 주택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마련했으며, 다른 지역에서 일하면서도 휴일에는 해당 주택에서 생활했다"며 "A 씨는 피해자와의 이혼소송이 시작된 다음인 2021년 8월 초경 휴가기간에도 해당 주택에 머물렀는데, A 씨가 피해자로부터 주택에 들어오지 말 것을 요청받은 때는 이 사건이 있기 불과 약 2주 전이고 당시 피해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가 격리를 이유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그 주택에는 여전히 A 씨의 짐이 보관돼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당시 A 씨가 해당 주택의 공동거주자 지위에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 사건이 있기 전 피해자가 A 씨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거나 A 씨를 주택에 일방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A 씨와 피해자 사이에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A 씨가 주택에 더 이상 살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A 씨가 해당 주택의 공동거주자 지위에서 이탈하였다거나 배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어 A 씨가 임의로 이 사건 주택에 들어간 행위는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기소유예처분의 바탕이 된 피의사실은 A 씨가 해당 주택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는 것인데, 그 비밀번호는 A 씨가 주택의 공동거주자로서 자연스럽게 알고 있던 것일 뿐 불법적이거나 은밀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다"라며 "A 씨는 피해자가 이전에 자가 격리를 이유로 출입을 막았기 때문에 2주간의 격리 기간이 종료되었을 무렵 이 사건 주택에 들어가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A 씨가 해당 주택에 들어가 한동안 머무르다가 피해자가 퇴근 후 경찰을 대동하고 오자 안에서 문을 열어주줬는데 주택 출입 전후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A 씨의 행위태양을 두고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것이라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거침입
이혼
별거
박수연 기자
2023-10-03
헌법사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 위헌확인
【판시사항】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이하 ‘남북관계발전법’이라 한다) 제24조 제1항 제3호 및 제25조 중 제24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하 이들 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형두의 위헌의견 요지]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는바, 국가가 표현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고, 특히 정치적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특정한 견해, 이념, 관점에 기초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심사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수단으로 선택되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는바, 심판대상조항은 전단등 살포를 금지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이를 범죄로 규정하면서 징역형 등을 두고 있으며, 그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과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으로 북한의 적대적 조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이로써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될 것인지, 나아가 남북 간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이를 지향하는 국가의 책무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인지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심판대상조항이 초래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심판대상조항은 북한의 적대적 조치로 초래되는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 발생의 책임을 전단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인과관계와 고의의 존부를 판단하여 범죄성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위해나 심각한 위험의 발생이 전적으로 제3자인 북한에 의하여 초래되고 이에 대한 행위자의 지배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전단등 살포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비난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주의원칙에도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위헌의견 요지]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결과의 발생이 북한의 도발이나 무력행사의 위협 등 북한의 개입으로 실현되는 것이기는 하나, 북한의 개입은 전단등 살포를 원인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결과 발생에 대한 고의와 인과관계를 요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타인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구조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비난가능성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책임주의원칙 위반은 문제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 표현의 내용과 무관한 내용중립적 규제라고 보기는 어려운바,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주된 목적인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신체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형벌권의 행사가 아니더라도, 전단등 살포행위 전에 이를 신고하도록 하고 그 신고에 대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함으로써, 접경지역 주민 등의 생명·신체의 안전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형벌을 택한 것은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수단성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정보의 유입과 유통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북한의 특성상, 북한을 자극하여 도발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표현의 내용은 상당히 포괄적이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표현 내용이 광범위하며, 이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 심판대상조항이 정하는 결과는 북한의 개입을 통해서 실현되는 것인데, 그 개입이 있을 것인지 여부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위자가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축효과를 초래한다.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평화통일을 지향할 국가의 책무를 달성한다는 공익은 명백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반면, 행위자가 받게 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그 표현의 의미와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매우 크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 요지]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전단등 살포라는 표현 방법에 대한 제한으로 보아야 한다. 국가형벌권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수단으로 선택되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나,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매우 중요한 법익의 침해 또는 그 위험을 동등한 정도로 방지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험’은 그 위험이 임박하고 그 발생이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고,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 또는 그 심각한 위험의 발생’에 대한 고의의 존부, 그리고 전단등 살포 행위와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그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처벌범위가 무한정 확대된다고 볼 수 없다. 청구인들의 견해는 전단등 살포 외의 다른 방법을 통하여 충분히 표명될 수 있고, 남북간 긴장완화를 시도하는 국면에서 제한된 표현의 자유도 교류협력이 활성화되는 국면에서 확장될 수 있다는 동적인 관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을 이해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처벌은 남북합의서의 유효한 존속을 전제로 하므로, 전단등 살포를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전단등 살포의 억제를 위해서라도 남북합의서를 준수할 이익이 있고, 북한이 이를 준수하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은 물론, 한반도 전체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
남북관계발전법
대북전단
표현의자유
2023-09-27
헌법사건
헌재, '대북전단 살포금지' 남북관계발전법은 위헌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대북 전단 등 살포를 금지·처벌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을 위헌 결정했다(2020헌마1724 등). 현행 남북관계발전법 제24와 제25조는 전단 살포 행위 등을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미수범의 경우도 처벌하도록 한다. 헌재는 남북관계발전법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것이라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구체적 논증의 과정에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헌법재판관의 위헌 의견과 유남석 소장 및 이미선, 정정미 헌법재판관의 위헌의견으로 나누어졌다.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과 책임주의원칙 모두 위반한다고 봤다. 이들 재판관은 "국가가 이러한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며 "특히 정치적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특정한 견해, 이념, 관점에 기초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심사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단 살포를 금지·처벌하지 않더라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행위자에게 경고하고 필요한 경우 살포를 직접 제지하는 등 유연한 조치를 할 수 있다"며 "또 전단 살포 전에 시간, 장소, 방법 등을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관할 경찰서장은 관련 법률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 경우 '살포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입법적 보완을 하면 경찰이 이에 대응하기 용이해져 심판대상조항을 통한 제한보다 덜 침익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심판 대상 조항으로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되고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될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심판 대상 조항이 초래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데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인과관계와 고의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북한에 대해 행위자의 지배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비난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한편 유남석 소장과 이미선, 정정미 헌법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은 위반하지만, 책임주의원칙은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 보장은 중대한 공익에 해당하고 국가는 남북 간 평화통일을 지향할 책무가 있으나, 표현행위자가 받게 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그 표현의 의미와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매우 커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헤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결과의 발생이 북한의 개입으로 실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전단 등 살포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결과 발생에 대한 고의와 인과관계를 요하기 때문에 타인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비난가능성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책임주의원칙 위반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기영,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이 책임주의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모두 위배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국가형벌권 행사가 최후수단으로서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중요한 법익의 침해·위험을 동등한 정도로 방지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에 따른 처벌은 남북합의서의 유효한 존속을 전제로 한다"며 "전단 살포를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전단 살포 억제를 위해서라도 남북합의서를 준수할 이익이 있고 북한이 이를 준수하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은 물론, 한반도 전체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앞서 국회는 2020년 12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법률안을 의결해, 이 법은 2020년 12월 공포돼 2021년 3월부터 시행됐다. 북한 접경지역에서 대형풍선 등을 이용하여 북한 지역으로 북한의 통치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을 살포하는 등의 활동을 해 온 자연인 또는 북한 인권 개선 등을 목적으로 조직된 법인·단체인 청구인들은 개정법 제24조 등이 위헌이라며 2020년 12월 헌법소원을 냈다.
남북관계발전법
대북전단
박수연 기자
2023-09-26
선거·정치
헌법사건
헌법재판소 2022. 7. 25. 2023헌나1 전원재판부 - 행정안정부장관(이상민) 탄핵
□ 판시사항 1. 행정각부의 장의 탄핵 요건 2. 2022. 10. 29. 이태원에서 발생한 다중밀집으로 인한 인명피해사고(이하 ‘이 사건 참사’라 한다)와 관련하여, 피청구인의 사전 예방조치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소극) 3. 피청구인의 사후 재난대응 조치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소극) 4. 피청구인의 사후 발언이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여 탄핵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이 규정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란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행정각부의 장에 대한 파면 결정이 가져오는 국가적 손실이 경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대통령과 비교할 때, 파면의 효과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과 ‘파면 결정으로 인한 효과’ 사이의 법익형량을 함에 있어 이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2.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이라 한다) 시행령은 재난관리주관기관이 없는 경우 행정안전부장관이 사후에 이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이 사건 참사 발생 전에 미리 지정하지 않았다고 하여 재난안전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또 이 사건 참사 당시 적용된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과 ‘2022년 행정안전부 집행계획’은 법령에 따라 피청구인이 행정안전부장관으로 임명되기 전에 이미 작성된 것으로, 피청구인이 위 계획을 수정·변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피청구인은 이 사건 참사 발생 전부터 재난안전법 제66조의11에 근거해 대규모·고위험 축제에 대해 예방, 대비를 하였으므로, 다중밀집사고 자체에 대한 예방, 대비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 어렵고, 세계 각국의 압사 사고 양상이나 다중밀집사고 예방 지침과 매뉴얼도 주최자 있는 행사나 직접적 관리자가 있는 구조물 내지 시설물 등과 관련되어 있으며, 다중밀집사고의 위험성이나 참사 당일 신고 전화의 내용에 대하여 행정안전부나 피청구인에게 별도로 보고되지 않았으므로 피청구인에게 사전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이라 한다),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이라 한다)를 설치하는 등 예방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 밖에 재난안전통신망은 2021. 5.경 개통되었고,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운영의 책임과 사용의 책임은 구분되므로, 피청구인이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운영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피청구인이 사전 재난예방과 관련하여, 헌법 제34조 제6항, 재난안전법 제4조 제1항, 제6조, 제22조, 제23조, 제25조의2, 제34조의8, 재난안전통신망법 제7조, 제8조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헌법 제7조 제1항, 제10조, 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피청구인이 이 사건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한 후 처음 보고받은 내용에만 기초하여 재난의 원인과 유형, 피해 상황 및 규모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재난대응 방안을 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현장지휘소에서 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았을 당시에는 긴급구조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여전히 재난 원인과 유형, 피해 상황 및 규모 등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이 사건 참사 발생 후 이루어진 초동조치를 살펴보면 중대본과 중수본이 수행하는 역할 내지 기능이 일정 부분은 실질적으로 수행되었고 중수본에서 할 수 있었던 재난대응이 중대본 운영의 형태로 이행되었다. 따라서 중대본과 중수본의 설치·운영에 관한 피청구인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사회적 타당성을 잃은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긴급구조통제단장에 의한 현장지휘 및 긴급구조지원기관과의 협력이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이 소방청장 직무대리 등으로부터 특별한 협력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었던 이상, 보다 적극적·구체적인 현장지휘·감독에 나아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괄·조정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다. 나아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설치·운영 및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의 구축·운영에 관한 재난안전법을 위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 이 사건 참사 발생 당시 주최자 있는 지역축제에 적용되는 안전관리계획의 수립·점검, 매뉴얼 등을 유추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확립된 기준이 없어 체계적 대응이 어려웠으며, 피청구인이 참사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시 및 협력요청을 계속한 점을 고려할 때, 피청구인이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 밖에 국민의 생명·신체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피청구인이 아무런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적절하고 효율적인 보호조치가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피청구인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피청구인의 사후 재난대응 조치가 헌법 제34조 제6항, 재난안전법 제4조 제1항, 제6조, 제14조, 제15조, 제15조의2, 제18조, 제74조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헌법 제7조 제1항, 제10조, 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별개의견 요지 피청구인의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의 총괄·조정의 책임은, 재난관리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일반적인 조정과 지원의 책임을 포괄하고, 피청구인의 직무수행을 위해 행정안전부에는 재난안전관리본부 및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는 피청구인의 성실의무 위반 여부 판단의 준거가 된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참사를 보고받을 당시 대규모재난으로 인정하여야 할 심각한 재난에 해당한다는 점 내지는 신속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곧바로 인지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일산에 거주하는 수행비서를 기다려 이 사건 참사 현장 및 현장지휘소로 이동하는 85분에서 105분 동안 전화 몇 통으로 원론적 지시를 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대응과정을 보면 피청구인이 총괄·조정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긴급상황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 조정 책임자에게 기대되는 모습이라거나, 평균적 공무원의 시각에서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행정안전부는 물론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손상시킨 것이며, 피청구인은 이로써 국가공무원법 제56조가 규정한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 4. 표현행위가 품위손상행위로서 탄핵사유가 되는지 여부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피청구인의 발언 중 참사 원인과 골든타임에 관한 발언이 부적절한 점은 인정되나, 이러한 발언들은 수동적 답변으로서, 참사 원인이나 경과를 왜곡할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청구인이 해명·사과한 점 등을 종합하면, 그로 인해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되었다거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의 기능이 훼손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탄핵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별개의견 요지 이 사건 참사원인에 관한 피청구인의 발언은 사후적으로 확인된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피청구인의 경험적 사실에 기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피청구인의 지위에서 할 수 있는 공적 발언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객관적 근거에 기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골든타임에 관한 피청구인의 발언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지 의문이고, 피청구인의 책임 회피 의도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재난관리주관기관에 관한 피청구인의 1차 기관보고에서의 발언은 피청구인이 재난안전법령의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데 기인하였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위 발언들은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킨 것으로서 국가공무원법 제63조를 위반한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앞의 성실의무 위반과 이 부분 품위유지의무 위반만으로는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의 정도가 중대하여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하여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파면을 정당화할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정정미의 별개의견 요지 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경찰, 소방의 권한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행은 보통의 공무원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반향을 일으킨다. 피청구인의 발언 중 참사원인, 골든타임에 관한 발언 및 재난관리주관기관에 관한 일부 발언은 참사의 피해자, 유족, 일반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긴 것은 물론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하나, 품위유지의무 위반만으로는 법 위반행위가 중대하여 파면을 정당화할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태원
이상민장관
탄핵
2023-07-26
헌법사건
"법원·검찰·구치소에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 헌법소원 '각하'
법원, 검찰청, 구치소 등에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이나 장애인용 승강기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제기된 헌법소원이 각하됐다. 헌재는 20일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른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부작위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A 씨 등이 낸 헌법소원 사건(2019헌마709)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A 씨는 낙상사고로 척수가 손상돼 지체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뒤 휠체어를 사용했다. 2013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A씨는 업무 수행을 위해 전국 법원과 검찰청, 경찰청, 구치소 등을 방문했는데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곤란을 겪었다. 이에 A 씨는 "해당 기관들은 장애인용 승강기나 화장실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장애인 편의시설의 설치·운영 업무를 총괄해야 하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직업수행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2019년 7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A 씨의 청구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는 등 차별행위가 있었는지, 차별행위를 시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은 법원의 판결을 구할 수 있지만 A 씨는 구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보충성 요건을 흠결해 부적법한 청구"라고 판단했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당 공공기관들에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등을 설치하거나 시정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구체적 작위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또한 작위의무 없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이어서 부적법한 청구"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편의시설
공공기관
박수연 기자
2023-07-25
인터넷
헌법사건
공공기관등 게시판 인터넷실명제 사건
1. 대상결정의 개요 가. 사건개요 청구인은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 ‘서울 동작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그 밖에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사·지방공단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게시하려고 하였으나, 위 각 게시판의 운영자들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서 곧바로 의견을 게시하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제3항에 따른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지방공단(이하 “공공기관등”이라 한다) 다. 결정요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의 경우 본인확인조치를 통해 책임성과 건전성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해당 게시판에 대한 공공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며, 그 이용 조건으로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시판의 활용이 공공기관등을 상대방으로 한 익명표현의 유일한 방법은 아닌 점, 공공기관등에 게시판을 설치·운영할 일반적인 법률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이라는 한정적 공간에 적용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크지 않다. 그에 반해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반대의견(재판관 4인)]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본인확인을 한 경우에만 정보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고, 게시판에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표현의 내용과 수위 등에 대해 자기검열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2. 평석 가. 인터넷실명제의 의의 및 연혁 인터넷실명제 또는 본인확인제란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상의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거나 자료를 등록하는 경우 또는 뉴스 기사 등에 대하여 댓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서비스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정보가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글을 등록하거나 자료를 올릴 수 있게 하여 글의 작성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실명제의 주요 연혁은 아래와 같다. 나. 익명표현의 자유의 사회적 기능 헌법 제21조 제1항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고자 하는 핵심가치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나 의견을 외부에 표명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경우에 더 잘 실현될 수 있고, 그것이 실명으로 표현되든 익명으로 표현되든 그 표현방식이나 표현방법은 의사표현자의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의 경우,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국가의 정책결정 등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를 중시하여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다. 대상결정의 한계와 입법론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익명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위 〈표〉에서 보듯이, 2012. 8. 23.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0헌마47등), 2021. 1. 28.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운영하는 경우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8헌마456등) 각 위헌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대상결정은 이러한 익명표현의 자유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상결정에서 실명게시판 유지의 이유로 우선,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과 달리 본인확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본인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공공기관등의 신뢰성과 원활한 업무수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조치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본인확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 심판과정에서 게시판 운영에 대해, 외교부는 실명제 폐지의사를, 경찰청은 실명제 유지의사를,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는 실명제이든 익명제이든 무차별하다는 의사를 각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인터넷의 동시성, 전파성, 시간·공간의 무제약성이라는 상황적 조건으로 인해 게시판에 위법한 내용이 게시되면 그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공공기관등의 게시판에 게시된 내용이 추후 삭제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익명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사회적 기능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고 있는 공적 영역은 그렇지 않은 영역에 비하여 오히려 자기검열로 위축될 우려가 크므로 익명표현의 자유가 더욱 강하게 보장될 필요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반대의견이 밝힌 것처럼 익명표현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더라도, 이는 관리자에 의한 해당 정보의 삭제,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위 정보를 게시한 이용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의 추궁 등의 방법을 강구하는 방식으로 대처하여야지 익명표현의 자유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해서는 아니된다. 위 [표]에서 나타나듯, 헌법재판소가 선거운동기간 중 게시판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선고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 역시 향후 2차,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변경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익명표현의 자유가 계속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에는 위헌결정과 달리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 점,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라서는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률적·필요적 실명확인제를 선택적·임의적 실명확인제로 개선함이 타당하다. 현행법하에서는 게시판을 익명제로 운영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 본인확인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인터넷실명제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5
표현의자유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2023-07-08
헌법사건
헌재 "검수완박 입법 무효로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의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지만 법안 통과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또 법무부와 검찰이 검수완박법 입법을 무효로 해달라며 낸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는 당사자 적격이 없고, 권한침해가능성이 없어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 등과 달리 헌법재판관 9명 중 과반수인 5명 이상의 찬성으로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번에 헌재가 선고한 권한쟁의심판 사건 2건 모두 재판관 5대 4로 의견이 갈렸다. ◇ 국회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등 간의 권한쟁의 사건은 = 헌재는 23일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사건(2022헌라2)에서 재판관 5(인용)대 4(기각) 의견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022년 4월 27일 전체회의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선포한 행위는 청구인(국민의힘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의 권한침해 확인청구는 재판관 5(기각)대 4(인용)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각 가결선포행위에 관한 '무효확인 청구'도 5(기각) 대 4(인용) 의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사위원장에 대한 권한침해확인청구'에 대해 인용의견을 낸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법사위 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의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는 국회법 제57조의2 제4항 및 제6항, 제58조를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와 실질적 토론을 전제로 하는 헌법상 다수결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4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역시 인용의견을 낸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은 미리 가결의 조건이 충족되도록 조정위원을 선임하여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심사보고와 토론 등의 절차를 생략했다"며 "이로 인해 조정위원회 조정안 의결에는 국회법 제57조의2 제4항 및 제6항, 제57조의2 제10항, 제57조 제8항 및 제58조 제1항을 위반한 하자가 있고, 법사위 전체회의 표결절차에는 국회법 제58조 제1항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원장에 대한 무효확인청구'에 대해 기각의견을 낸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헌법 및 국회법 위반이 없어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전제로 한다"며 "권한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무효확인청구는 이유 없다"고 했다. 기각의견을 낸 이미선 재판관도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 인정되나, 그 정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전면 차단되어 의회주의 이념에 입각한 국회의 기능을 형해화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국회의 형성권 존중하여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한다"고 했다. 한편 '국회의장에 대한 권한침해확인청구 및 무효확인청구'에 대해 기각의견을 낸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헌법과 국회법에 회기의 하한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짧은 회기라고 하여 위헌·위법한 회기로 볼 수 없고, 적법하게 결정된 회기가 종료되어 무제한토론이 종결되었으므로 무제한토론권한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수정안은 법사위에서 실제 논의되었던 사항이 포함된 것이므로 원안과의 직접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적법한 수정동의여서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에 헌법 및 국회법 위반이 없어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권한침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무효확인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기각의견을 낸 이미선 재판관도 "위 전부기각의견과 동일한 이유로 권한침해청구 및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한다"면서도 "다만, 법사위에서 청구인들이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 하더라도 본회의에서 적법하게 의사절차가 진행된 이상 법사위에서의 절차상 하자만으로 본회의에서도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 법무부장관 등과 국회 간의 권한쟁의 사건은 = 법무부와 검찰도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2022헌라4)을 청구했지만 재판관 5(각하)대 4(인용) 의견으로 각하됐다. 각하 의견을 낸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법무부장관에 대해 "법안은 검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므로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에 대해서도 "법률개정행위는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라며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적법하다"며 "법률개정행위는 검사들의 헌법상 소추권과 수사권, 법무부 장관의 검사에 관한 관장 사무에 대한 권한을 각각 침해했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 이른바 '검수완박'은 =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지난해 4~5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9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6대 중요범죄'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2대 중요범죄'로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도 크게 제한했다. 한 장관과 검사 6명은 지난해 6월 검수완박 법안 내용은 물론 입법절차가 모두 위헌이라며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냈다. 같은해 4월엔 유상범·전주혜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 및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원 선임, 법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자신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권한쟁의를 청구했다. ◇ 선고 후 반응은 = 이날 선고 결과에 따라 양측 대리인 등의 반응도 엇갈렸다. 국회 측을 대리한 노희범(57·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는 "소송 수행 대리인으로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헌재 결정은 결정 그 자체로서 효력이 발생하므로 소송행위 이후에 어떤 행위를 한다거나 이런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혜(57·21기)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 결정에 대해 저희가 더 다툴 방법은 없다"라며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은 목적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국회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헌재 결정에 대해 한동훈(50·27기) 법무부장관은 "법무부장관으로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위헌·위법이지만 유효하다는 결론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각하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헌법적 질문에 대해 실질적 답을 듣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4명의 재판관들이 위헌성을 인정해서 검수완박의 필요성을 전적으로 부정한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도 이날 입장을 내 "국회 입법행위의 절차에 있어 위헌, 위법성이 있음을 헌재에서 확인해 준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직결된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실질적 본안판단 없이 형식적으로 판단하여 5대 4로 각하한 점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 검찰은 어떠한 법률과 제도 아래에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검찰 본연의 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연·이용경 기자 sypark·yklee@lawtimes.co.kr
검수완박
검찰청법
검찰
박수연 기자
2023-03-24
헌법사건
"경비원에게 '경비 외 업무' 시키면 경비업 허가 취소… 경비업법 헌법불합치"
경비원에게 시설경비업무 외에 분리수거나 택배 관리 등의 업무를 맡길 경우 경비업자에 대한 경비업 허가를 취소하도록 한 경비업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비업법 제7조 제5항 등에 대해 창원지법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사건(2020헌가19)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의 적용을 중지하면서 법 개정 시한을 2024년 12월31일로 못박았다. 경비업법 제7조 제5항은 '경비업자는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제19조 제1항 제2호는 경비업자가 위 규정을 위반해 경비업무 외 업무에 경비원이 종사하게 한 경우 허가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비경비업무의 수행이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직접적으로 해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도 해당 조항은 경비업무의 전념성이 훼손되는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경비업자가 경비원으로 하여금 비경비업무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을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중대하게 훼손하지 않는 경우에조차 경비원에게 비경비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기만 하면 허가받은 경비업 전체를 취소하도록 해 경비업을 전부 영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남석, 이은애,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경비업제도는 경비대상에 대한 위험을 예방적·방어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당 조항이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경비원의 비경비업무 수행 자체를 허용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고 하여 이를 지나친 제한으로 볼 수 없다"면서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경비업자의 직업의 자유의 정도가 경비업의 전문성을 유지해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을 보호하려는 공익에 비해 중하다고 볼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한 아파트 경비원이 음식물쓰레기통 세척, 분리수거, 택배 관리 등 경비 외 업무를 했다는 이유로 경비업자인 A 사의 경비업 허가를 2019년 9월 취소했다. A 사는 이 같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재판 진행 중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창원지법은 이러한 신청을 받아들여 2020년 12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경비업법제7조
경비원
경비업무
박수연 기자
2023-03-23
정보통신
헌법사건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 제공요청 규정의 위헌성
1. 사안의 개요 청구인들은 검사 또는 군수사기관의 장을 포함한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의 요청에 따라 자신들이 가입한 전기통신사업자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등의 통신자료를 제공하였음을 알게 되자 1) 위 수사기관 등의 각 통신자료 취득행위(이하 ‘이 사건 통신자료 취득행위’라 한다)와 2) 그 근거법률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중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을 포함한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의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한 정보수집을 위한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1) 이 사건 통신자료 취득행위에 관한 심판청구는 각하하였고, 2)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는 2023. 12. 31.을 시한으로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3. 평석 가. 결정의 배경 헌법재판소는 2012년 유사한 사건에서 통신자료 취득행위와 구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관하여 모두 각하결정을 한 바 있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39). 그러나 그 이후에도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도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수사기관 등(여기에는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수사처 등이 포함된다)의 통신자료 취득에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계속하여 제기되었다. 대상결정은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2016년 및 2022년 청구된 합계 4건의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병합하여 판단에 이른 것이다. 대상결정은 심판대상조항이 통신자료 제공 이후에도 정보주체에게 이를 통지하는 절차를 두고 있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이 적법절차원칙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은 타당하나 대상결정에 따른 후속입법에 있어서는 쟁점이 되었던 다른 위헌사유들도 진지하게 검토하여 헌법적으로 최적화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 적법요건 대상결정은 적법요건에 관한 중요 쟁점을 몇 가지 포함하고 있으므로 먼저 이에 관하여 본다. 헌법재판소는 우선 이 사건 통신자료 취득행위 부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았고 이 점은 2012년 결정과 같은 취지이다.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의 고권적 작용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법률관계 내지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화시켜야 하는데 통신자료를 제공요청하고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이를 자발적으로 제공받은 것은 임의수사에 불과하여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만 권리보호이익 흠결을 이유로 각하해야 한다는 별개의견도 제시되었다). 2012년 결정과 달라진 부분은 통신자료 제공과 취득의 근거규정인 심판대상조항의 직접성에 관한 판단으로서 이로 인하여 대상결정의 본안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헌법소원의 적법요건 중 기본권침해의 직접성만큼 논란이 많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배경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명시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 외에 경우에 따라서는 판례의 태도에서 일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고 보인다. 법률조항은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을 일으키는 경우 그 직접성이 인정될 수 있다. 사안에서는 공권력주체인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제공요청과 사적 행위자인 전기통신사업자의 제공행위라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 집행행위의 실행이 있어야 비로소 기본권 제한이 발생하므로 원칙적으로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없게 된다. 2012년 선행결정은 특히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자료 제공행위가 재량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취지로 판시하였다. 그러나 ‘사인(私人)의 행위’는 공권력작용이 아니므로 집행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례들(가령 헌재 1996. 4. 25. 95헌마331)에 비추어 보더라도 직접성 판단에 있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반면 대상결정은 적어도 영장주의나 사후통지 등 절차와 관련하여서는 법률에서 그 제도를 두지 않아 기본권 침해가 직접 문제 된다고 할 수 있고, 집행행위로 인하여 비로소 기본권 제한이 발생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더라도 “통신자료 취득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불복수단이 존재하는지가 불분명”하고, “이용자는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제공요청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어서 다른 절차를 통해 권리구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직접성의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아 기존 판례를 변경하였다. 공권력작용과 사인의 행위가 결합된 형태의 집행행위에 이러한 법리가 향후 일관되게 적용될 것인지 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일부 청구인들은 통신자료 취득시점으로부터 1년이 도과한 이후에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사후통지를 받지 못한 이상 기간도과에 청구인들이 책임질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본 점도 눈에 띈다. 다. 기본권 침해 여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심판대상조항의 통신자료는 정보주체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기입일·해지일’을 뜻하므로 사안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이 발생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청구인들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외에 통신의 비밀 제한도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이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가 “구체적인 통신관계의 발생으로 야기된 모든 사실관계, 특히 통신관여자의 인적 동일성·통신장소·통신횟수·통신시간 등 통신의 외형을 구성하는 통신이용의 전반적 상황(헌재 2018. 6. 28. 2012헌마538)”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일 수 있으나 더 명시적인 논거와 판단기준이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심판대상조항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는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영장주의, 적법절차원칙을 기준으로 검토되었다. 명확성원칙과 관련하여서는 심판대상조항 중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부분만이 문제 되었으나 일반인도 그 취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아 명확성원칙 위반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과잉금지원칙과 관련하여서는 통신자료로서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 제공요청의 사유, 통신자료의 사전·사후 관리 등이 집중적으로 고려되었는데, 법정의견은 이 모든 사항과 관련하여 필요 이상의 기본권 제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반면, 별개의견(재판관 이종석)은 통신자료로서 ‘만능키’와 같은 주민등록번호도 수집할 수 있고, 개인정보에 관한 보관기간이나 폐기절차 등 사후관리방법도 부재하는 이상 과잉금지원칙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필자는 선행정보가 후속정보의 대규모 수집,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늘날의 정보통신환경을 고려할 때 별개의견이 제시한 논거들에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상결정은 절차적 통제원칙들인 적법절차원칙과 영장주의의 관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적법절차원칙의 ‘절차적’ 요청으로 적절한 고지와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 부여를 들고 있고 제도와 사안에 따라 그 구체적 요구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보고 있다. 대상결정은 심판대상조항이 사전고지절차를 마련하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 통신자료 제공 이후 사후통지절차조차 두고 있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상 요구되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았으며 이는 타당하다고 평가된다. 재판관들도 이 점에 있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영장주의에 관하여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대상결정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헌재 2018. 6. 28. 2012헌마191)과 달리 임의수사에 불과하여 영장주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간략히 판시하는 데 그쳤으나, 기실 이는 상당한 논쟁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특히 대상결정이 나오기 이전에 통신자료 취득에 관하여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상당수 발표되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오동석, 황성기, 차진아, 임규철. 반대견해로는 이기수, 유주성). 영장주의 적용론은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할 지위에 있는 전기통신사업자가 당해 개인정보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과 제3자인 전기통신사업자조차 정보제공 여부의 타당성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다105482 판결 참조)을 주된 논거로 한다. 위와 같은 논쟁의 배경에 행정상의 인신구속 등에 관하여도 영장주의의 적용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헌재 2020. 9. 24. 2017헌바157 등 보충의견 참조)을 더하여 보면, 대상결정 중 영장주의에 관한 판시와 논증은 충분치 못하였다고 보인다. 통신자료의 취득이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등 보다 강력한 기본권제한조치들과 빈번하게 결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라. 향후의 과제 대상결정은 사후통지절차의 흠결에 초점을 두고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는바, 적용시한인 2023. 12. 31. 이전에 개정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관한 개정안은 이미 수차례 제안된 바 있고 전기통신사업법 자체의 전면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입법자는 개정과정에 있어 헌법재판소가 직접적인 헌법불합치사유로 거론한 ‘최소한의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통신자료의 범위, 적절한 사전적 통제수단의 필요성, 보관기간이나 절차의 마련 등 대상결정에서 검토되었던 다른 위헌사유들을 진지하게 검토하여 헌법적으로 최적화된 대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조동은 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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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은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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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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