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량이 늘어 소음이 증가했더라도 그것이 ‘사회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면 다소 피해가 있더라도 손해배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도로소음에 관한 분쟁에 ‘사회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기준과 함께 그동안 판례에서 인정해온 ‘생활이익’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첫 판결로 향후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임채웅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 강변 U아파트의 306세대에 거주하는 주민 총 591명이 “아파트입주 후 차량 및 철도 통행량이 증가해 소음피해를 입고 있으니 3억여원의 손해배상과 함께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방음벽, 무인카메라 등을 설치하라”며 서울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7가합51029)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소음도가 행정기준을 넘는다고 해 당연히 손해배상 및 소음감소조치 시행 등을 청구할 수는 없으며,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보호받을 만한 생활이익의 침해가 인정돼야 한다”며 “보호받을 만한 생활이익이란 형성단계의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형성이후 상황의 변화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이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도로와 같이 일반인이 직접 이용하는 시설과 관련해서 생활이익 형성 이후의 변화로 기능상 하자가 발생했거나 증가한 경우라도, 사회발전에 의한 자연스러운 변화에 의한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이 인정될 수 없다”며 “사회발전에 의한 자연스런 변화가 인정되려면 첫째, 통상 예측가능하며 이례성을 보이지 않는 자연스런 변화여야 하며, 둘째, 특정한 주체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셋째, 그것이 초래하는 불편함이 특정인에게 집중돼서는 안된다”며 생활이익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또 “철도시설과 같이 이용자가 특정되는 경우, 그 이용과 관련한 기능상 하자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은 이용자에 대해 청구해야 하지 그 설치·관리만 할 뿐 직접 이용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청구될 수 없는 만큼 한강철교의 이용으로 인한 소음에 대해서는 이용자인 한국철도공사 및 서울메트로를 상대로 청구를 해야 한다”며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방음벽을 높이거나 방음터널을 설치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고 과다한 비용이 요구된다”며 “각종 소음을 이유로 한 민사적 손해배상이 인정될 경우 도로가 폐쇄될때까지 서울시가 영구히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 결론이 되어 극히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0년 한강철교와 올림픽대로 주변 동작구 소재 아파트에 입주해 살던 주민들은 교통량 증가와 열차운행에 따라 행정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이 측정되자 도로와 한강철교를 관리하는 서울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