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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특별사면 자료 공개하라”
법무부장관은 대통령에게 상신한 사면건의서와 사면심의 국무회의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대통령의 사면권행사는 일반 형사범을 사면·복권하면서 권력형 부패사범과 비리 정치인들을 포함시켜 구제하는 바람에 국민의 준법의식을 약화시키고, 사법부의 권위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남용되어서는 안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 48년 일제강점기에 수감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제정된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사면법이 개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93년 이후 특별사면된 인사 중 특가법 뇌물, 알선수재, 조세포탈 사범 및 99년 광복절 특사 정치인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2005두241)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지난 7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 하더라도 정보공개가 사면권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면권 행사의 실체적 요건이 설정돼 있지 아니하여 생길 수 있는 사면권의 남용을 견제할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등이 형성되도록 정보에의 접근을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정보의 당사자(사면대상자)들이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과 반사회성에 비춰볼 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사면권 행사의 형평성이나 자의적 행사 등을 지적하고 있는 일부 비판적 여론과 관련해 향후 특별사면행위가 보다 더 국가이익과 국민화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따라서 이 사건 정보의 공개로 얻는 이익이 이로 인해 침해되는 당사자들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이익보다 더욱 크다고 할 것이므로 정보공개법 제7조1항6호 소정의 비공개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지난 99년 8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보석상태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되고도 광복절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1년6개월여의 잔형집행을 면제받고, 한보 및 경성사건에 연루됐던 황병태 전 의원과 김우석 전 내무장관, 95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민회의 김병오 전 의원이 사면·복권되자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사면대상자들에 대한 사면실시건의서와 국무회의 안건자료를 공개할 경우 당사자들의 사생활의 비밀 등이 침해될 염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민변은 1심에서 승소했으나 2심에서 패소했다가 대법원이 1심 판결을 지지하고 파기환송함에 따라 2004년 고법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었다.
대통령사면권
민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특가법
뇌물
알선수재
조세포탈
광복절특사
정성윤 기자
2006-12-26
부동산·건축
행정사건
[법조포커스] "새만금사업 계속"… 대법원 확정판결의 의미
국토개발이냐 환경보호냐를 놓고 정부와 환경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새만금간척사업이 4년7개월간의 법정다툼끝에 마침내 정부측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새만금사업과 관련한 법적 정당성을 확보한 정부는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하는 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특히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대규모 공공사업에 대한 사법심사 기준을 제시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대법원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환경단체와 전북 주민 등이 “새만금사업 계획을 취소해 달라”며 농림부와 전라북도를 상대로 낸 정부조치계획취소등소송 상고심(2006두330)에서 16일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다수의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공사업의 경제성 내지 사업성의 결여로 인해 각 처분이 무효로 되기위하여는 사업시행으로 얻는 이익에 비해 소요되는 비용이 훨씬 커서 이익과 비용이 현저하게 균형을 잃음으로써 사회통념에 비춰 그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사업목적을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정도로 과다한 비용과 희생이 요구되는 등 그 하자가 중대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정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공유수면매립법 관련규정을 종합하면 농림부장관은 매립공사의 준공인가전에 공유수면의 상황변경 등 예상하지 못한 사정변경으로 인해 공익상 특히 필요한 경우에는 공수법에 의한 면허 또는 인가 등을 취소·변경할 수 있는바, 여기에서 사정변경이라 함은 공유수면매립면허처분을 할 당시에 고려했거나 고려했어야 할 제반 사정들에 대해 각각 사정변경이 있고, 그러한 사정변경으로 인해 그 처분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공익에 반하는 경우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위와 같은 사정변경이 생겼다는 점에 관하여는 그와 같은 사정변경을 주장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며 “중대한 사정변경이나 공익상 필요성이 있다는 원고의 취소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반대의견= 김영란·박시환 대법관은 “헌법 제35조1항과 환경정책기본법 등에 의하면 자연환경보전의 가치가 개발에 따른 가치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할 가치”라며 “농지의 필요성, 수질관리, 해양환경, 사업의 경제성 내지 사업성 등에 있어 예상하지 못했던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는 점 등을 참작하면 공익을 위해 새만금사업은 취소돼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보충의견= 이규홍·이강국·김황식·김지형 대법관은 “환경이 헌법에 의해 보호돼야하는 가치이기는 하지만 개발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헌법상 가치로서 새만금사업이 시행되는 경우 수반되는 개발과 환경보호 사이의 가치충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균형감 있는 합리적 이성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며 “(정부로서는) 새만금사업의 정당성이 확보됐다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가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 환경친화적인 사업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내용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냈다. ◇판결 의미= 이번 판결은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사법심사의 기준을 제시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법원은 정책적인 관점이 아닌 법률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재확인하고, 나아가 대형 국책사업과 관련한 행정처분의 무효사유에 관한 법률적인 기준을 밝혔다. 또 대규모 공공사업의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서는 환경에 대한 영향을 충분히 배려해야 한다며 환경보호를 중시하면서도, 사후에 발생된 사정변경을 이유로 사업을 취소하기위한 법률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재판은 사건접수에서 선고까지 걸린 기간이 불과 2개월13일로 상고심 재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신속히 종결됐다. 이는 대법원이 새만금사업 방조제의 끝막이 공사가 4월 완료될 예정이고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 사건을 ‘적시에(timely) 처리돼야할 중요사건’으로 분류해 집중심리를 했기 때문이다. ◇반응= 전라북도측 대리인인 이석연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갖고“새만금사업은 친환경적으로 공사를 완성해놓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판결결과를 환영하고 “개발과 환경보호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법원의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시금석이 될만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환경운동연합 등 새만금 사업을 반대해온 단체 회원 10여명은 “행정부가 정치적으로 추진한 사업에 대해 사법부가 지혜롭게 견제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 “대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갯벌을 지켜나가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법원 변화예고= 새만금사건은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이후 처음으로 선고한 전원합의체판결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대법원 판결경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다수의견을 낸 7명의 대법관들은 행정처분의 무효나 취소사유를 엄격히 해석한 종래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보수성향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볼 때 반대의견을 낸 김영란·박시환 대법관은 진보성향을, 보충의견을 낸 이규홍·이강국·김황식·김지형 대법관은 중도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중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이후 임명된 김황식·박시환·김지형 대법관 모두 중도나 진보성향을 보이고, 여성인 김영란 대법관까지 여기에 가세함에 따라 올 7월 대법관 5명이 교체되면 대법원 판결경향이 중도나 진보쪽으로 옮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개발
환경보호
새만금간척사업
국책사업
갯벌
공유수면매립법
정성윤 기자
2006-03-20
가사·상속
행정사건
입법, 과학기술발전 못따라 간다
과학기술과 사회가 급속하게 발전하고있는데도 이를 규율할 입법이 뒤따르지 못해 혼란과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일이 늘고 있다. 최근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팀의 난자 확보과정을 둘러싼 논란도 입법이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법의 잣대가 아닌 윤리적인 기준에 의해 비판받고 있기때문에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있다는 지적이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24일 연구원의 난자기증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뒤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 등 공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 최초로 체세포를 이용한 인간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이후 세계를 선도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배아줄기세포연구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연구용 난자 확보를 둘러싼 윤리적인 논쟁이 뜨겁다. 이번 사태는 난자 채취에 관한 법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황 교수의 연구에 필요한 난자들이 조달된데서 비롯됐다. 복제배아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설정을 놓고 종교·윤리계와 과학계가 대립하면서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에서 의료기관과 여성 연구원으로부터 난자가 제공됐고 난자매매를 금지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올 1월1일부터 시행됐다. 이 때문에 황 교수 연구팀의 난자확보문제는 법 대신 윤리적 기준이 적용돼 위법논란이 아닌 윤리논란으로 비화돼 논란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생명윤리법도 상업적 목적으로 난자를 매매했을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제52조)하고 있을뿐 난자기증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은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입법이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사회현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혼란을 겪고있는 사례는 이번의 황교수 사태 이외에도 인공수정자, 성전환, 동성혼 문제 등이 있다. ◆ 인공수정자 문제 =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2000년 불임가정에서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전모씨(18)가 “병원에서 제공받은 정자로 인해 출산된 만큼 현재의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달라”며 아버지(54)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2000드단7960)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는 어머니가 다른 사람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에 의해 원고를 포태해 출산한 것이므로 피고와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처가 혼인중에 포태한 자는 夫의 자로 추정한다’는 민법 제844조1항에 따라 원고는 피고의 친생자로 추정받는다”며 “피고가 아닌 타인의 정자를 제공받아 한 인공수정에 의해 원고가 포태됐다는 점만으로는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은 이모군(9)이 아버지(46)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소송(2002드단53028)에서는 “원·피고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생식불능의 경우에 해당된다면 민법 제844조의 추정의 범위에 들어가지 아니한다”며 “민법상 친생자관계의 존부는 자연적 혈연관계의 기초로 정해지는 것이고 당사자 사이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결정되는 것이어서 비록 피고와 원고의 어머니가 장차 태어날 원고에 대해 친자로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하더라도 친생자가 아닌 자가 친생자로 인정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들 사건들은 1심 선고후 패소한 당사자들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입법이 마련되지 않아 법원이 유사한 사건에 대해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대표적인 사례이다. ◆ 성전환 인정여부 = 국내 트랜스젠더는 적게는 4000명에서 많게는 1만여명으로 추산되며, 지난 2002년 연예인 하리수씨의 신청이 받아들여진뒤 더욱 늘고 있다. 2000년~2004년 법원에 성별 정정을 신청한 성전환자는 모두 81명이며 이중 41명에게 허가 결정이 내려졌으나 통일된 기준이 없어 담당 판사의 가치관이나 재량에 따라 들쭉날쭉한 결정을 나온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경우 1980년에 이미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기준 등을 규정한 ‘성전환법’이 제정돼 현재 시행중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2년 의원입법으로 ‘성전환자 성별 변경에 관한 특례법’이 발의됐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된 뒤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 동성혼인 인정여부 = 서울고법은 최근 김모씨(47.여)가 “20여년간 동거생활을 하며 피고 명의로 재산을 쌓아 왔는데 피고가 부모를 무시하고 폭행과 협박을 반복해 사실혼 관계가 파탄됐다”며 유모씨(49.여)를 상대로 낸 사실혼관계해소로 인한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인용한 원심판결은 동성간에 사실혼 유사의 동거관계를 유지해 왔더라도 그 의사를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을 영위할 의사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또한 이러한 동거관계는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것이어서 동성간에 사실혼 유사의 동거관계를 사실혼으로 인정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따라서 동성간의 사실혼 유사의 동거관계가 일방의 의사 또는 책임있는 사유로 파탄 났더라도 입법이나 다른 법적인 구제수단에 의한 해결은 별론으로 하고, 상대방은 그 일방에 대해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위자료 및 사실혼해소로 인한 재산분할을 가사소송 및 가사비송으로 청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재오 전주지법 판사는 조만간 발간될 사법논집에 실리는 논문에서 “동성간의 공동체에 관한 법률이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만약 혼인법을 유추, 적용해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는 국회가 형성재량을 가지고 있는 입법사항을 사법부가 결정하는 것으로서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발전
입법
복제배아
인공수정
성전환
동성혼인
정성윤 기자
2005-12-01
군사·병역
선거·정치
헌법사건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 사법심사 대상 안돼"
대통령이 내린 고도의 정치적 결단, 이른바 통치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헌재의 첫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李相京 재판관)는 대통령의 지난해 10월18일 이라크 파병결정에 대해 위헌확인을 청구한 헌법소원사건(2003헌마814)에서 29일 이같이 판시하고 각하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헌재가 지난 12월 서희·제마부대 파견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직접 파병대상자가 아닌 이상 자기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던 것과 달리 통치행위 이론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현행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제 통치구조하에서 대의기관인 대통령과 국회가 내린 파병과 같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며 “이 사건 파병결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및 이라크 전쟁이 침략전쟁인지 여부등에 대한 판단은 대의기관인 대통령과 국회의 몫이고 성질상 한정된 자료만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라크 파병결정은 그 성격상 국방 및 외교에 관련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문제로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이상 우리 재판소가 사법적 기준만으로 이를 심판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尹永哲·金曉鍾·金京一·宋寅準 재판관은 별개의견으로 “청구인은 파병 당사자가 아니고 현재 군복무 중이거나 군입대 예정자도 아니어서 파병결정으로 인해 침해받는 기본권이 없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자기관련성이 없다”며 다수의견과 다른 각하이유를 밝혔다. 헌재의 이같은 결정과 관련, 장영수 고려대법대 교수는 “통치행위의 인정여부·인정범위와 관련해서 법학계에 많은 논란이 있지만 통치행위를 사실상 부인할 수 없는 이상 파병이나 외교 등 대외관계에 있어서만 가급적 좁은 범위에서 인정해 사법심사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며 “이라크 파병결정문제도 국내에서의 결정단계라면 사법심사에서 제외되는 통치행위로 볼 것은 아니지만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국내외적으로 발표한 이상 사법심사에서 제외되는 통치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민배 인하대법대 교수도 “대통령의 독단적 사면권 행사나 독단적인 외교권 행사 같은 통치행위는 사법부의 심사를 통해 제한되어야 할 것이지만 국회동의를 얻은 파병문제에 관해 사법심사를 유보한 이번 헌재의 결정은 권력분립의 원칙을 존중한 결정으로 해석된다”며 “하지만 적법절차를 거친 대통령의 결단과 국회의 동의를 통치행위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와달리 남복현 호원대법대 교수는 “국군파견의 결정권한은 헌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국회의 동의까지 얻어 적법절차를 갖춘 것인 이상 각하결정이 아닌 합헌결정이 내려졌어야 한다”며 “앞으로는 정치행위와 행정행위, 통치행위에 대한 영역구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정치적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 문제를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파병결정
대통령
정치적결단
통치행위
홍성규 기자
2004-04-30
가사·상속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헌법사건
(포커스) 부부자산소득세 합산과세 위헌 이후
헌법재판소가 자산소득에 대한 부부합산과세를 위헌(2001헌바82)이라고 선언한 이후 이 위헌결정의 효과가 어느 경우까지 미치는지 궁금하다. 헌재의 위헌결정에 따라 △내년5월에 신고·과세되는 올해 소득분부터 부부의 자산소득세는 남편과 아내가 따로 신고해야 하고 △소득세법도 이같은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위헌결정이전의 소득분이라 하더라도 △자산소득세 납부와 관련해 이의신청, 소송 등 불복절차를 밟고 있던 사람들은 부부가 따로 세금을 내게 됨으로써 고액의 누진세율을 피할 수 있어 세액을 감면받는 혜택을 볼 수 있으나 △이미 납부한 사람들은 헌재 결정에 소급효가 없으므로 감액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문제는 지금까지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세액이 확정된 후 체납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과거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택상법)은 법률전체가 위헌선고를 받은 반면 소득세법은 부부합산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제61조만 위헌선고를 받았으므로 또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택상법은 법률전체가 위헌선고를 받음으로써 위헌결정 전에 부과받은 토지초과소유부담금이라 하더라도 체납된 세금을 강제징수할 수 있는 근거규정까지도 무효가 돼버려 체납자들은 세금을 면제받는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소득세법은 일부조항에 대해서만 위헌이 선언됐을 뿐 체납세금에 대해 강제징수할 수 있는 근거규정은 살아있기 때문에 다시 논란이 되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및 국세청 입장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은 “소득세법 제61조가 유효할 때 이미 합산제에 의해 세액이 확정된 사람들은 체납하고 있는 세금을 내야한다”며 “다만 자진신고조차 하지 않아 세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새로 세금을 부과할 때 합산제로 할 근거가 없으므로 소득세법이 부부 별산제로 개정된 뒤 각각 확정된 자산소득세를 내면 된다”고 밝혔다. 올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통보된 사람은 모두 5만1천명에 달하는데 이중 부부합산과세로 신고한 사람이 몇 명 정도 되는지, 신고 대상자 중 합산과세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인지, 체납하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국세청도 정확한 수치를 산출해 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국세청은 “자산소득 부부합산과세 대상자들은 대부분 고소득자들로서 이들 중 신고를 누락한다든지 체납한다든지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밝혔다. ◇법조계 견해 법조계도 대체적으로 재경부나 국세청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한위수·韓渭洙 연구부장은 “세액이 확정됐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세액이 확정됐는데도 불구하고 체납하고 있는 경우는 법이 유효할 때 세액이 확정됐고 강제징수에 대한 근거규정은 유효하기 때문에 체납액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韓 연구부장은 이어 “하지만 자진신고조차 하지 않았거나 세무관서에서 아직 세액을 확정하지 않은 사람들은 새로 세액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합산과세할 근거규정이 없으므로 별산제로 법이 개정되기를 기다렸다가 신법에 의해 별산제에 따른 세액을 확정받아 내면 된다”고 말했다. 헌재 연구부장을 지낸 서울행정법원 서기석·徐基錫 부장판사는 “택상법은 법률 전체가 위헌이 돼 체납자들까지도 구제가 됐지만 이번 경우는 일부 조항만 위헌으로 없어졌고 체납자에 대한 처분을 내릴 근거규정은 있기 때문에 내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徐 부장판사는 그러나 “독일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세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 체납된 세금까지도 강제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근거규정이 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우리의 경우 헌재결정에 소급효가 없고 독일과 같은 명문규정도 없기 때문에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사례”라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전망 법조계와 재경부 등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세액이 확정된 상태에서 체납하고 있는 사람들은 합산제에 의해 이미 확정된 세금을 내야 하고, 자진신고조차 하지않은 사람들은 앞으로 별산제로 계산된 세금을 내면 된다고 하겠다. 다만 아직 판례가 없는 경우이고 택상법과는 또다른 유형의 문제이기 때문에 체납자들이 “위헌결정이 난 법률에 근거한 세금은 낼 수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낼 경우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부부자산소득세
합산과세
자진신고
소득세법
위헌선고
최성영 기자
2002-09-03
행정사건
헌법사건
형사일반
(포커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 정지결정 여부 주목
미성년자관련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법원의 위헌제청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법조계는 헌법재판소가 최초로 직권으로 가처분결정을 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헌재가 가처분 결정을 내릴 경우 오는 9월로 예정된 신상공개는 본안 결정이 내릴 때까지 일단 못하게 된다.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이승희)는 헌법재판소법 42조 1항을 들며 위헌제청사건 당사자의 재판은 정지되겠지만 위헌결정이 나기 전까지 모든 법률은 합헌임을 전제로 하는 만큼 그대로 업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6백75명에 대한 신상공개는 예정대로 9월에 실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특성상 헌법재판소가 직권으로 가처분 결정을 내려 헌재결정이전에 신상공개가 행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상공개의 성격 서울행정법원이 위헌제청을 한 이유는 신상공개가 ‘형벌’이기 때문에 징역형 같은 법원의 판단 이외에 또 다른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되어 ‘이중처벌’이고 ‘법관의 재판 없이 형벌을 가하는 것’이 되어 위헌의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신상공개의 주된 입법취지가 “청소년대상 성범죄에 대한 일반국민의 경각심제고와 범죄예방효과에 있다”며 신상공개가 ‘행정행위’이기 때문에 행정기관인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심사, 대상자를 결정할 수 있고 확정판결문에 기재된 것을 기준으로 주소를 시·군·구까지만 공개해 특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주장이다. 결국 법적인 논점은 신상공개가 ‘형벌’이냐 ‘행정처분’이냐 하는 문제다. ◇각계의 반응 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들은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기 보다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라는 점을 법원이 좀 더 생각했어야 한다”며 “시행초기인데 이런 결정이 나온 점은 아쉽다”라는 반응들이다. 대다수 국민들도 ‘신상공개’를 통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 강력한 응징과 사회의 보호차원에서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편이다. ◇헌법재판소는 가처분을 할 수 있는가 헌법재판소가 직권으로 가처분을 한 전례는 없다. 명확한 법규정도 없다. 헌재가 가처분결정을 내린 것은 지금까지 두 번 있었으며 이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것으로 헌법소원 사건이었다. 사법시험 1차시험을 4회 응시한 자는 마지막 응시한 1차시험 후 4년이 경과할 때까지 1차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한 사법시행령(헌재 2000년 12월 8일, 2000헌사471)과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주 2회로 제한한 군형법시행령(헌재 2002년4월25일, 2002헌사129)에 대해 가처분을 결정했는데 ‘공권력행사 또는 불행사’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그 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가처분 결정의 요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법 40조가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경우는 민사소송법과 행정소송법을 준용하도록 돼 있고 헌법소원과 위헌제청을 달리 볼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법원이 위헌의 의심이 든다며 제기한 ‘위헌제청사건’이므로 이번 사건의 경우 더욱 가처분의 필요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본안결정이 있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헌법재판에 있어서는 그 기간동안 상황의 변화로 인해 승소하더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다. ‘성범죄자’라는 특성상 당사자가 가처분신청을 내기가 쉽지 않고 법원이 ‘위헌의 의심이 강하게 든다’며 위헌제청을 한 사건이 그대로 시행되도록 방치한다면 헌법수호라는 헌법재판소 본연의 임무를 해태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당사자가 가처분신청을 내는 경우 직권으로 하지 않고 당사자의 신청으로 하면 문제는 간단해지는데 이번 사건 신청인은 이미 법원에 의해 공개대상에서 제외되도록 가처분이 받아들여진 상태다. 법원은 제소한 당사자에 대해서만 가처분을 할 수 있지만 헌재는 법규의 집행자체를 정지시키도록 법률에 대한 가처분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 당사자를 제외한 다른 대상자가 헌법소원을 내면서 가처분신청을 하는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게시할 수 있다’라는 법규가 걸리게 된다. 확정판결을 받아 신상공개의 위험에 처한 사람은 아직 공개된다는 확정적 통보가 없기 때문에 ‘직접성’이 결여되고 이미 신상공개대상자라는 통보를 받은 이후라면 행정법원을 통해 제소할 수 있는데 헌법소원을 낸 것이 되어 ‘보충성’의 원칙에 결여, 각하되게 된다. 이번 위헌제청결정의 직접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록 자신은 바로 공개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여서 권리보호이익이 없더라도 헌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어 가처분을 신청할 수도 있다. 이 또한 가능한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신상공개제도의 대안 법원일각에서는 “성매수 부분만이 아니라 신상공개제도자체의 방식과 법규가 제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예방이 되려면 확실하게 공개하고 공개의 결정도 법원에 맡겨 성범죄 형선고시에 공개여부와 방식 등을 함께 선고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처럼 사진까지 공개하며 확실하게 예방을 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법부의 엄격한 판단아래 공개대상자를 선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미성년자성범죄
신상공개
여성단체
행정행위
사법시험
미결수용자
박신애 기자
2002-08-13
기업법무
민사일반
(포커스)'선택적 중재합의' 또다른 분쟁의 불씨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기업과 도급계약을 맺을 때 계약의 일부로 사용하고 있는 '공사계약일반조건'(재정경제부 회계예규) 제51조가 분쟁해결수단으로 중재와 소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분쟁해결수단에 대한 또다른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지난해 2월1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사계약일반조건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또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정하고 있으며(국제입찰은 조정도 가능), 개정전에는 조정 또는 중재에 의하고 조정에 불복이 있으면 법원 판결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했었다. 또 기술용역계약시 사용되고 있는 '기술용역계약일반조건'(재정경제부 회계예규)도 같은 내용의 중재조항을 두고 있으며 사인간의 계약에서도 선택적 중재합의는 종종 쓰이고 있다. 신속한 분쟁해결을 위해 계약 당사자들이 법원의 재판을 배제하고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에 따르기로 합의하는 것이 중재제도의 근본취지인 점에 비춰 보면 공사계약일반조건의 선택적 중재 조항은 무효라는 견해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반면 국가가 기업과 도급계약을 맺으면서 사법부의 판단은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중재에 의해서만 분쟁을 해결하도록 한다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의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오히려 중재 또는 소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도 귀기울일 만하다. ◇법원 판례 대법원 판례가 아직 없는 가운데 하급심 판결들이 엇갈리고 있다. 유효로 본 판결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한라건설(주)를 상대로 낸 중재절차위법확인소송 항소심(서울고법, ☞2002나6878), 대구광역시동구가 (주)우신건축사사무소 등을 상대로 낸 중재판정취소소송 1심(대구지법 99가합20982)과 2심(대구고법, 2000나7654, 확정) 등이 있다. 무효로 본 경우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라건설(주)간의 사건 1심(서울동부지원, 2001가합6334), 이모씨가 (주)아텍스를 상대로 낸 중재절차위법확인소송 1심(서울지법, 2000가합37949, 확정) 등이 있다. 한편 국가가 대림산업(주)를 상대로 낸 중재절차위법확인소송 1심(서울지법, 2002가합2671)에서 "현행 중재법상 중재절차위법확인의 소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소를 각하한 판결도 있다. ◇재정경제부 입장 분쟁해결수단으로 중재와 소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와 계약을 하는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가가 발주하는 공사를 낙찰받은 건설업체에게 국가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분쟁해결수단으로 중재만을 할 수 있도록 강요한다면 계약당사자의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박탈하는 결과가 되므로 곤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사계약 일반조건이나 기술용역계약 일반조건의 분쟁해결조항에서 중재와 소송을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해 둔 것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맺으려는 기업 등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조항이라고 설명한다. 재정경제부 회계제도과 우종안 과장은 "회계예규상의 선택권은 국가와 계약을 맺는 기업측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기업이 중재를 선택했는데 중재에 대해 양쪽 당사자 중 일방이 불만이 있으면 소송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는 것이 헌법정신과 법원칙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사중재원 입장 원칙적으로 전속적 중재합의를 권고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에서 권고하는 '표준중재조항'은 국내 중재조항의 경우 "이 계약으로부터 발생되는 모든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규칙에 따라 중재로 최종 해결한다"고 돼 있다. 견본으로 제시하고 있는 중재합의서는 "여기 당사자들은 아래 내용의 분쟁을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규칙 및 대한민국법에 따라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기로 하며, 본 분쟁에 대하여 내려지는 중재판정은 최종적인 것으로 모든 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것에 합의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택적 중재합의조항에 의해 당사자들이 신청하는 중재신청에 따라 중재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선택적 중재합의도 유효로 보는 입장에 있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부 서정구 수석위원은 "국가와 기업간의 계약관계에서 사법권을 배제하는 것은 기본권침해 소지가 있으므로 반드시 전속적 중재합의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며 "불평등한 계약관계에서는 오히려 전속적 중재합의가 기업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책 국가가 발주하는 공사에는 무차별적으로 공사계약 일반조건과 기술용역계약 일반조건의 '선택적 중재합의'조항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중재조항에 대한 통일적인 법해석이 필요하다. 재정경제부와 대한상사중재원은 이 조항이 국가와 계약을 맺는 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재조항에 대한 분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에도 강릉시는 "협의없이 중재를 신청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동부건설(주)를 상대로 중재판정취소소송(2002가합44743)을 서울지법에 냈다.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일관된 해석기준을 제시하기 전까지, 또는 재정경제부가 회계예규를 보다 명확하게 개정하기 전까지는 '분쟁해결수단에 대한 또다른 분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선택적중재합희
재판받을권리
중재판정취소소송
분쟁해결
중재합의조항
최성영 기자
2002-08-06
기업법무
노동·근로
지식재산권
특허사건 사상 첫 조정성립
특허사건에서도 사상 첫 조정이 이루어졌다. 가사와 민사사건에서는 일반화돼있는 조정이 특허사건에서 성립된 것은 98년 3월1일 특허법원이 개원한 이후 처음이다. 조정이 재판보다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가사사건은 조정절차를 반드시 거칠 정도가 됐지만 행정소송 중에서도 특허, 실용신안, 의장, 상표관련 사건을 다루는 특허사건에서 조정은 그동안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돼왔다. 특허법원 제1부(재판장 조용호·趙龍鎬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정수기제조업체 대표 양모씨가 자기회사의 직원이었던 구모씨의 '치과용 압력수 공급장치'의 특허등록이 무효라며 낸 특허심판원심결취소소송(2001허3392)에서 조정이 성립됐다고 밝혔다. 원고 양씨와 양씨 회사의 영업이사였던 피고 구씨는 나이가 비슷해 평소 호형호제하는 절친한 사이였다. 원고의 업체는 정수기, 휴대용 방수팩 등에 대한 실용신안권을 가지고 있는 개인기업 제조업체로 환자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면 좋겠다는 치과의사의 아이디어에 따라 '치과용 압력수 공급장치'를 개발, 특허등록을 받았다. 그러다가 구씨가 퇴사해 독자적으로 '치과용 압력수 공급장치'를 개발하여 생산·판매한 것이 분쟁의 발단이 됐다. 원고 양씨는 구씨에게 특허침해를 중단하라는 경고장을 발송하고 형사고소했고 서울지법에다 2건의 특허침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구씨는 이 사건 발명에 대해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고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발명은 구씨가 주발명자이고 양씨는 발명에 필요한 비용을 제공하고 일부 아이디어를 제공, 공동발명인데도 구씨가 양씨에게 특허받을 권리를 양도하고 상당한 보상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공동발명을 공동출원하지 않아 무효"라고 결정했다. 이에 양씨가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낸 것이다. 애초의 발명이 직무발명인지 개인발명인지 불명확하지만 구씨의 기여도가 있었는데도 회사대표인 양씨 명의로 출원을 했고 이에 대해 구씨는 출원당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 등 양자간에 잘잘못이 분명치 않은 점, 호형호제하던 사이에서 치과의사들이 구독하는 정기간행물에 비방광고를 내고 민·형사, 특허소송을 서로간에 제기, 감정싸움으로 비화한 점 등이 조정의 가능성을 엿보이게 했다. 이에 재판부는 몇 차례 준비절차를 거쳐 쌍방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숙지한 뒤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할 발언을 피하고 40분 이상 서로가 할 말을 다하도록 한 다음 한쪽 당사자와 대리인만을 입실시켜 원고에게는 특허심판원에서 한번 진 상태에서 대법원까지 분쟁을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피고에게는 승소해도 피고가 주장하는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지급받을 수 밖에 없음을 주지시켜 70분간의 씨름 끝에 조정안에 합의토록했다. 이로써 원·피고는 향후 일체 민·형사·특허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며 원고가 피고에게 월 5백만원씩 지급하며 피고는 원고의 해외특허획득을 전적으로 협력하기로 하는 등 양 당사자가 모두 만족한 결과를 얻게 됐다. 그동안 특허법원에서는 변론절차나 준비절차에서 조정에 회부하는 절차가 마련돼있지도 않고 법적 근거도 미약해 재판부의 권유에 따라 당사자가 합의했어도 집행력 있는 조정조서를 작성할 수도 없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특허사건에서도 민사분쟁적 성격이 짙은 사건의 경우 일반 민사소송처럼 조정에 의한 해결이 타당하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특허법원에서도 최근 사안을 선별, 조정에 의한 분쟁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번 조정의 성공을 계기로 이같은 조정 노력이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사법부가 관련법령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회피하지 않고 분쟁의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좋은 선례로, 특허사건 조정활성화의 시발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허사건
조정성립
치과의사
정기간행물
직무발명
박신애 기자
2002-06-11
엔터테인먼트
조세·부담금
헌법사건
'문예진흥기금'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공연기획자가 공연관람자로부터 모금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납부하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것인지 여부가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근 '오페라의 유령'을 흥행시킨 공연기획·제작사 (주)제미로는 6일 "2001년 12월·2002년 1월분 문예기금 2억9천7백여만원을 돌려달라"며 문예진흥원을 상대로 문예기금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2002구합16887)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이와 함께 "문예기금 모금의 근거가 되고 있는 문화예술진흥법 제19조·제19조의2는 조세법률주의에 반하므로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함께 냈다. 제미로는 소장에서 "문예진흥원은 문화관광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공연기획자 등으로부터 문예기금을 모금하고 납부하지 않을 경우 문화관광부장관 명의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므로 문예기금은 '사실상 강요된 준조세'의 성격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해야 하는데도 문예진흥법은 납세의무의 성부 및 범위에 대해 아무런 근거 규정을 두지 않고 제19조1항에서 '문예진흥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문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모금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부과여부를 전적으로 피고에게 백지위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예진흥원은 "문예기금 모금은 문예진흥법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모금하는 것이며 이 기금은 우리 나라 문화예술발전의 근간이 되고 있다"며 "지난해 제정된 부담금관리기본법에 의하면 2003년까지는 적법하게 문예기금을 징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문화예술진흥기금
제미로
조세법률주의
문화예술진흥법
강요된준조세
부담금관리기본법
최성영 기자
2002-05-09
전문직직무
헌법사건
법관인사제도 헌재 심판대에
현직 부장판사가 법관인사제도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동안 법원 내·외부에서 법관의 인사가 지나치게 '기계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고등부장 승진과 관련, 내부 문제제기는 있어 왔으나 '위헌적'이라며 외부기관인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묻는 헌법소원이 제기되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문흥수(文興洙) 서울지법 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11기)가 6일 "현재의 법관평정, 고등부장판사 선발제도 등이 인격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2002헌마237)을 청구했다(관련기사 법조포커스). 文 부장판사는 "개개법관의 독립을 위협하고 재판에 심리적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있는 법관인사제도는 위헌이며 인사권자가 자의적·주관적·밀행적 평정을 하고 이를 토대로 발탁 승진인사를 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신분보장을 형해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文 부장판사는 법관인사제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1994년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면서 '10년 이상의 경력자로 고등부장을, 5년 이상의 경력자로 고등판사 및 지방부장을 임용'한다는 45조 2항을 폐지하여 법원조직법상 단일호봉제를 도입한 것인데도 법관보수법을 개정하지 않은 것은 상위법인 법원조직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상당수 고등부장들이 수석부장이라는 이름으로 지방부장의 업무를 하고 있어 같은 경력에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보수에 차별을 두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文 부장판사는 "법관인사평정이 자의적이고 주관적인데 이를 기초로 승진·재임명제도를 유지해 인사권자의 구미에 맞는 법관만을 키워내고 있고 전관예우가 만연,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우수한 두뇌의 법관들이 야근하며 성실히 재판하는 데도 국민들의 신뢰와 존중을 얻지 못하는 이유로 △현재까지 정치적 사건 판결과 관련, 누적돼온 국민불신 △전관예우 의혹 △법관들이 지나치게 연소 △모든 법관들이 퇴직 후 변호사로 나선다는 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모든 문제의 원인은 발탁승진 인사 때문이며 이의 시정을 위해 단일호봉제를 도입, 기왕 임명된 법관들은 징계사유가 없는 한 정년까지 명예롭게 근무토록 유도하고 일정기간의 과도기를 거쳐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 법관 수만큼만 변호사 가운데서 선발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재판의 심급제도가 인정되고 피라미드식 경력법관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체제 아래에서는 지방법원 부장판사 가운데 선별해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전보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만일 자신의 인사문제를 염두에 두고 재판을 하는 법관이 있다면 이는 제도상의 문제가 아니라 법관 자체로서의 자격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1월 단일호봉제를 도입하기 위해 법관보수법개정안을 법무부에 송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급격한 변화보다는 직급 상호간 구분을 최소화하고 이를 완화시켜 나가기 위해 일정범위내 순환보직제와 단일호봉제를 실시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文 부장의 주장에 대해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냈던 한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개혁이라는 것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는 것인데 기존 법관들의 정년 보장을 위해 사법연수원 수료자들이 향후 짧게는 10년 동안은 법관으로의 임용을 포기하라는 것인가"라며 "이는 단순히 법원내부의 인사개선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나라의 사법체계에 대한 문제로 대륙법계 사법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법관 처우는 영미식으로 하자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文 부장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판사는 "현재의 연수원수료자중 성적우수자를 선발, 많은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는 법관으로 키워내는 법관인사시스템은 이제 전면해고해야 할 때가 됐다고 느낀다"며 "한번 정해진 서열에 의해 상 서열자는 대과가 없으면 승진하고 하 서열자는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희박한 승진기회라도 잡을 수 있는 이런 시스템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은 부장판사가 헌법소원이라는 형식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을 단순한 돌출행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법부가 사법제도 개혁을 말하면서도 정작 구성원들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이 아닌지 법관인사제도 전반을 되돌아보고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데 모아지고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8일 사건을 제2지정재판부에 배당, 법원행정처 차장을 역임했던 김효종(金曉鍾) 재판관이 주심을 맡게 됐다.
법관인사제도
고등부장판사선발제도
법관의신분보장
법관인사시스템
법관승진
헌법소원
박신애 기자
200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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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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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휴대폰 압색 후 대검 서버에 무관 정보 보관하며 다른 사건 수사에 영장 없이 활용… 대법 '위법수집증거' 재확인
판결기사
2024-04-26 12:2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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