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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 군사범죄를 범한 일반 국민의 일반 범죄는 일반 법원이 재판권 행사
- 대상결정 : 2016초기318 재판권쟁의에 대한 재정신청 전합체 결정- 1. 사실관계 피고인은 예비역 대령으로서 육군사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9. 12. 17.경 외부 업체의 부탁을 받고 다른 업체에 대한 실험데이터를 도용하여 실험결과를 허위로 기재한 육군사관학교장 명의의 시험평가서 36장을 작성한 다음, 전역 후인 2010. 3. 19.경부터 2012. 5. 21.경까지 9회에 걸쳐 위 업체의 사내이사로서 위 허위 시험평가서 11장을 공사 입찰 담당자에게 제출하여 행사하고(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 2009. 10. 7.경 및 209. 11. 18.경 육군사관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합계 300발의 탄환을 2회에 걸쳐 불출하여 외부업체 직원에게 전달함으로써 군용물을 절취하였으며(군용물절도), 2011. 1. 13.경 허위 내용을 기재한 수입허가신청서를 방위사업청 직원에게 제출하고 그 허가를 받아 탄환을 수입함으로써 사위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화약류 수입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허가를 받아(방위사업법 위반), 2016. 3. 21.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소되었다가 제1심 계속 중 군사법원법 제3조의2에 따라 대법원에 재판권쟁의에 대한 재정신청을 하였다. 2. 대상 결정(대법원 전합체) 요지 헌법 제27조 제1항 및 제2항은 모든 국민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따라 임명된 법관에 의하여 합헌적인 법률이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나아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이하 '일반국민'이라 한다)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경우 외에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선언한 것이다. 군사법원법 제2조에 따라 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일반 국민에게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신분이 생겼다 하더라도, 이는 군형법이 원칙적으로 군인에게 적용되는 것임에도 특정 군사범죄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일반 국민에게 군인에 준하는 신분을 인정하여 군형법을 적용한다는 의미일 뿐, 그 신분 취득 후에 범한 다른 모든 죄에 대해서까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새기는 것은 헌법 제27조 제2항의 정신에 배치된다. 군사법원이 일반 국민에 대하여 특정 군사범죄에 관한 재판을 가지는 경우에도 이는 어디까지나 헌법 제27조 제1항이 보장하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의 예외로서 군의 조직과 기능을 보존하는 데에 구체적이고 중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특정 군사범죄에 한하여 인정될 따름이라고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군사법원이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일반국민에 대하여 신분적 재판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 특정 군사범죄에 한하는 것이지 그 이전 또는 그 이후에 범한 다른 일반 범죄에 대해서까지 재판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반 국민이 범한 수 개의 죄 가운데 특정 군사범죄와 그 밖의 일반 범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특정 군사범죄에 대하여는 군사법원이 전속적인 재판권을 가진다고 보아야 하므로 일반 법원은 이에 대해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반대로 그 밖의 일반 범죄에 대하여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하는 것도 허용될 수 없다. 그러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 중 각 군용물 절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재판권이 있다. 이에 대하여 군사범죄 등이 아닌 일반 범죄의 경우에는 군사법원의 재판권과 일반 법원의 재판권이 병존할 수 있고, 해당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재판권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대법원이 군사법원법 제3조의2에 의한 재정절차에 의하여 그 재판권을 행사할 법원을 정할 수 있다는 소수의견과, 대법원이 재정결정을 함에 있어서 특정 군사범죄와 일반 범죄를 분리하여 군사법원과 일반 법원에서 따로 재판을 받도록 하거나, 특정 군사범죄까지 일괄하여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정할 수 있지만, 일반 범죄까지도 군사법원에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는 소수의견, 그리고 군사법원법 제2조는 재판권의 대상을 범죄가 아니라 사람을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는 점 및 헌법 제27조 제2항, 제110조 제3항과 군사법원법 제2조의 규정 등은 모두 군인 등이 아닌 국민은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에 대한 특별법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상 군사법원이 기소된 모든 범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갖는다는 소수의견이 있다. 3. 대상결정 해설 대상결정은 일반 국민에 대한 군사법원의 재판권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확대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강화하고, 군사법원의 재판권과 일반법원의 재판권 간의 구분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재판권을 사람이 아닌 범죄를 기준으로 구분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함께 평가됨이 적절한 사건들을 분리하여 별도의 재판기관에서 재판을 하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양형이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에 있어서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고, 소송 경제적으로도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여지가 많아 보인다. 또한 군사법원법 제3조의2는 재정신청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데, 대상결정처럼 군사범죄는 군사법원, 일반범죄는 일반 법원으로 준별하여 재판을 받아야 한다면 군사법원법이 일부러 재정신청 제도를 둔 취지에도 맞지 않고,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및 제2항의 문언상으로는 일반 국민(군형법 제1조 제4항에 규정된 사람)이 범한 일반 범죄에 대하여도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보이는데, 이를 단순히 해석으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군사법원
재판권
예비역
2016-07-12
행정사건
판례해설 - 비영리법인의 설립요건으로서 주무관청의 허가에 관한 검토
- 서울행정법원 2016. 6. 24. 선고 2015구합69447 판결 - 1.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은 민법 제32조에서 비영리법인의 설립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무관청의 허가 요건에 관한 해석이 쟁점이 되었다. 2. 사안 및 대상판결의 판단 가. 사안의 경과 (1) 원고는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비온뒤무지개재단(이하 '이 사건 단체'라 한다)을 설립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피고)에게 사단법인설립허가신청을 하였다. (2) 법무부장관은 '원고가 설립하려는 단체는 사회적 소수자 인권 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로서 법무부의 법인설립허가 대상 단체와 성격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법인설립을 허가하지 아니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3) 정관 등에 기재된 이 사건 단체의 설립목적은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인권옹호 활동과 연구를 지원하고,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증진과 사회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활동을 통해 평등과 평화가 숨쉬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4) 법무부는 인권옹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인권옹호단체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고 있다. (5) 이 사건 소송에서 피고는 일반적이고 종합적인 인권옹호단체의 설립허가에 관한 사무를 주관할 뿐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주무관청이 어디인지 밝히지 아니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복지부도 이 사건 단체의 주무관청이라는 답변을 하지 아니하고 있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서울행정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민법 제32조 소정의 주무관청이 아니라는 취지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나, 피고는 인권옹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있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이러한 차별로 침해받는 개인의 권리에 관한 문제로서 인권옹호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단체는 인권옹호단체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며, 피고는 적어도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주무관청의 하나로 보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주무관청이 아니라는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5구합69447 판결). 3. 검토 가. 비영리법인의 설립요건으로서의 주무관청의 허가 (1) 민법 제32조는 주무관청의 허가를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정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 민법은 비영리법인의 설립에 관하여 허가주의를 채용하고 있으므로 사단이 법인으로서의 실질을 갖추었더라도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법인성립이 좌절된다. 대법원은 비영리법인의 설립허가를 할 것인지 여부는 주무관청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주무관청의 판단 고정에 일응의 합리성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허가처분에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6. 9. 10. 선고 95누18437 판결). (2) 주무관청이란 법인의 목적사업을 주관하는 행정관청을 의미한다. 어떤 단체가 법인설립허가신청을 하고자 할 때 어느 관청에다가 허가신청을 해야 하는가는 법인정관에 기재된 목적에 따라 판단된다. 그런데 법인의 목적이 두 개 이상의 행정관청의 소관사항인 때에는 해당 행정관청으로부터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그 중 하나의 행정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에 대해서는 복수설과 단수설의 대립이 있다. 사견으로는 복수설은 법인설립에 관한 지나친 규제라고 할 것이므로 복수의 사업목적이 있을 경우에 주된 사업목적을 관장하는 행정관청을 주무관청으로 보아 그 관청의 설립허가로 법인설립에서 요구되는 허가요건은 충족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나.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성적 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차별을 시정하고 인권증진과 사회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활동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법무부의 인권옹호 관장사무에 포함됨을 분명히 하였고, 이 사건 단체의 목적이 법무부 이외의 다른 행정관청의 소관사항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주무관청 중의 하나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충분하다는 견해를 전제함으로써 설립자의 단체설립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 입법론적 검토 한편, 비영리법인의 설립에 관한 허가주의를 표명하고 있는 민법 제32조는 설립자의 단체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오랜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리하여 19대 국회에 제출된 민법개정안에서는 설립행위가 법률에 정한 요건을 갖추면, 주무관청은 이를 인가해야 하는 인가주의로의 전환이 제안되었으나, 국회의 회기만료로 폐기되었다. 헌법 제21조 제1항의 결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법인설립에 관한 요건을 법률로 미리 규정해놓고 그 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당연히 법인격을 취득하게 하는 준칙주의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경청할 만하다.
비영리법인
주무관청
설립허가
2016-07-11
엔터테인먼트
[판례해설] 공정위 표준약관에 따른 전속계약서 유효 인정
1. 들어가며 뉴스를 통해 가수들이 소속사와 체결한 전속계약의 효력이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소식을 종종 접할 수 있다. 보통 전속계약의 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수익 분배나 위약금 조항 또한 소속된 가수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를 기초로 작성된 전속계약서는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있었다. 2.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2012. 7. 2. 소속사 A와 전속계약을 체결(이하 '이 사건 전속계약')하였고, 그로부터 약 한달 뒤인 2012. 8. 9. 첫번째 음반을 발매하여 ○○○○라는 이름의 2인조 그룹으로 가수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2013. 10. 16. 소속사 A는 피고에게 흡수합병되었다. 원고들은 2015. 8. 경 피고에게 이 사건 전속계약의 효력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주장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이 첫 번째 음반 출시일로부터 7년으로 정하고 있어 지나치게 장기이고, ② 원고들의 계약 위반에 대해서만 과도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하고 있으며, ③ 계약체결이나 활동 일정에 대해 원고들은 피고의 결정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어 원고들의 활동을 비정상적으로 강요하고 있고, ④ 지식재산권 등의 권리귀속이나 수익분배도 현저히 균형을 잃었기 때문에, 이 사건 전속계약은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는 것이다. 3.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위 ① 내지 ④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①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인 단체 및 현직 연예인들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작성하여 공표하였는데, 위 표준전속계약서는 기본적으로 계약기간 자체에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다만 7년이 넘으면 가수가 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점, 연예기획사로서는 초기에 많은 투자비용을 지출하게 되고 그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 일정한 전속기간을 정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 7년은 부당하게 장기로 정해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② 연예기획사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대중의 인기를 얻은 가수가 무단으로 계약을 이탈하는 경우 연예기획사는 큰 손해를 입게 될 수밖에 없는데 연예기획사의 입장에서는 그 구체적인 손해를 입증하기 어려우므로 손해배상액을 예정해둘 필요가 있고, 만약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면 법원이 적절히 감액할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전속계약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과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③ 연예기획사가 연예업무의 처리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예인은 매니저를 통해서만 연예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전속계약의 주요 내용이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의 관련 조항은 전속계약의 본질적인 내용을 구성하는 것일 뿐 원고들에게 비정상적인 활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④ 공정거래위원회가 공표한 표준전속계약서도 계약기간 중에 연예기획사가 개발, 제작한 콘텐츠는 연예기획사에 귀속되며, 연예인의 실연이 포함된 콘텐츠의 이용을 위해 필요한 권리는 연예기획사에 부여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사건 전속계약의 지식재산권의 권리귀속에 관한 규정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음반 및 영상물에 대한 제작비용을 모두 피고가 투입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전속계약서의 수익분배 조항도 합리성이 있어 보인다. 4. 해설 전속계약은 연예인이 연예기획사에게 상당기간 전속되는 대신 연예기획사가 매니지먼트 비용부터 각종 홍보, 출연 교섭 등에 필요한 비용까지 모두 부담하는 구조의 계약이다. 연예산업의 경우 연예기획사가 발굴?육성한 연예인이 대중의 인기를 얻어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는 매우 극소수인 만큼 투자위험도가 높은 산업이므로 연예기획사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전속기간을 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연예인의 입장에서는 교섭력이 약한 신인시절에 연예기획사와 체결한 전속계약에 지나치게 오랜 기간 구속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경제활동의 자유 등이 제약된다고 볼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표한 표준전속계약서는 이러한 입장들을 고려하기 위하여 연예산업계로부터 의견수렴을 거쳐 작성된 것이므로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라 체결된 전속계약서는 일응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 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가수와 소속사 사이의 전속계약이 속칭 노예계약인지 여부를 그계약서가 표준전속계약서를 기초로 작성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표준전속계약서를 기초로 하여 작성하였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기는 하겠지만, 위 판결에도 불구하고 전속계약의 유효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여겨진다.
전속계약
연예인
표준전속계약서
2016-07-08
국가배상
판례해설 -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50% 배상책임”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6. 3. 선고 2011가합97466, 2015가합24121(병합) 판결 - 1. 이 사건의 개요 - 2011. 7. 26. 16:20경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서울 관악구, 서초구, 강남구 일대에 시간당 최대 112.5.mm의 집중호우가 내렸고, 이로 인하여 2011. 7. 27. 07:40경부터 08:40경까지 1시간 동안 우면산 내 13개 지구에서 150회의 산사태(이하, '이 사건 산사태'라 함)가 발생함. -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주택 반지하 방에 살고 있던 16개월 송모군은 2011. 7. 27. 07:40경부터 08:00경 사이에 이 사건 산사태로 인하여 밀려 내려온 토사, 빗물 등에 매몰되어 사망함. - 망인의 부모와 형 등 3인(이하, '원고들'이라 함)은 서울시와 서초구(이하, '피고들'이라 함)의 과실로 송모군이 사망하였으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함. - 제1심 법원은 2016. 6. 3. 원고들의 청구 중, 피고 서울시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 서초구에 대한 청구 중 1/2을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함. 2. 제1심 판결의 내용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1) 피고 서울시에 대하여, ① 사방사업법 상의 의무 위반, ②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상의 의무 위반, ③ 산림청ㆍ소방방재청 등의 지시ㆍ명령 위반으로 이 사건 산사태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하고 피해를 가중시켰다고 주장하였고, (2) 피고 서초구에 대하여, ① 급경사지 재해 예방에 관한 법 등에 규정된 의무 위반, ② 재난관리법 상의 의무를 위반, ③ 산림청ㆍ소방방재청 등의 지시ㆍ명령 위반, ④ 산사태 경보 발령, 주민대피조치 미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제1심의 판단 : 피고 서초구에게만 산사태 경보 발령, 주민대피조치 미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 제1심 법원은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에 대하여,"…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는 때라면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되는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하는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0다95666 판결)."고 설시하였다. 제1심은 피고 서울시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각 의무 위반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ㆍ입증이 없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며,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다. 나아가, 피고 서초구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 중 급경사지, 재난관리법 관련 주장, 산림청ㆍ소방방재청 등의 지시ㆍ명령 위반 관련 주장에 대해서는 주장의 구체성,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시하며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산사태 경보 발령, 주민대피조치 관련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서초구의 책임을 인정하였고, 국지성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야기된 점을 감안하여 50%로 책임을 제한하였다. 제1심은 피고 서초구가 산사태 경보 발령, 주민대피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면서 그 이유로, (i) 2011. 5. 31. 산림청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사태 위기 상황을 가정한 문자메시지 전송 및 예ㆍ경보 발령 등의 모의훈련'에 서초구 담당 공무원이 참석하지 않은 점, (ii) 산림청이 이 사건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날인 2011. 7. 26. 19:32, 20:24, 이 사건 산사태 발생 당일인 02:31, 3회에 걸쳐 서초구 소속 담당 공무원 4명에게 '귀 관할구역은 산사태위험 대상지역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는데, 1명은 이미 퇴직하였고, 나머지 2명은 전화번호가 변경되어 메시지를 수신하지 못하여 결국 1명만 메시지를 수신하였으나, 피고 서초구가 이 사건 산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산사태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하지 않은 점을 들고 있다(구로구, 금천구의 경우 산림청의 메시지 수신 후 산사태 경보 또는 주의보를 발령함). 3. 이 사건 산사태의 원인과 책임 이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5. 10. 이 사건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이 사건과 동일하게 서울시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하고, 서초구에 대해서만 산사태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하지 않고 주민대피조치 의무를 위반한 책임을 물어 50%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이 사건 원고들은 다행히도 서초구 주민이었던 관계로 서초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일부라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2015. 10. 선고된 손해배상사건의 피해자들 중 서초구 주민이 아닌 경우에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 사건 제1심 판결 및 2015. 10. 선고된 손해배상사건의 제1심 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보면, ① 우면산 일대는 지질학적 특성상 인근 지역에 비해 산사태 및 토석류 발생 위험도가 높은데, 특히 이 사건 산사태가 발생한 유역은 그 지질위험도를 I등급부터 V등급으로 구분할 때 대부분의 지역이 III등급(보통 불안정), 일부 지역이 II등급(심한 불안정)인 것으로 분석되었고, ② 이 사건 산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10개월 전인 2010. 9.경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우면산 일대에 집중호우가 내려 우면산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였으며, ③ 우면산 정상에는 대한민국이 관리하는 공군기지가 위치하고 있고, 피고 서울시가 설치, 관리하는 서초터널과 우면산터널이 뚫려 있는데, 우면산터널은 2004년 개통되었으며, 서초터널은 2008. 11. 5.부터 2011. 4. 2.까지 일부 공구의 발파 공사가 완료된 후, 2011. 8.부터 우면산 내 다른 공구의 발파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④ 서초구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2002. 11.부터 2003. 12.까지 우면산 남쪽 기슭에 생태공원을 조성하여 2004. 7. 개원하였다고 설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지질학적으로 산사태 위험지역인 우면산 일대에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함에 있어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나 철저한 사후관리가 이루어졌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 우면산 일대에는 2010년, 2011년 연속적으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였는데, 2011. 7. 26. ~ 27. 관악구, 강남구, 서초구 일대에 이 사건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때 관악구, 강남구에서는 이러한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았고, 서초구 우면산 일대의 강수량이 그 중 최고 수준이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음에도, 우면산에서만 2010년에 이어 또 다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우면산의 지질학적 특성과 집중호우가 결합된 자연재해로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과거 서울시, 서초구가 우면산 일대에 시행한 대규모 건설공사 당시 산사태 등 환경영향 평가를 제대로 실시하였는지,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다하였는지 등에 대한 자료와 정보는 피고들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원고들로서는 서울시, 서초구의 손해배상책임을 입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상태이다. 제1심 법원은 소송 계속 후 5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많은 고민 끝에, 심증만 있고 명확한 물증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증책임의 원칙으로 돌아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고, 피고 서초구의 잘못이 명백한 산사태 주의보, 경보 발령, 주민대피조치 미비에 대해서만 책임을 인정하였다. 2015. 10. 선고된 손해배상 사건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이 사건 역시 최근 쌍방이 항소하여 항소심이 예정되어 있다. 항소심에서는 보다 새롭고 다양한 증거조사와 사례 비교 등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이 사건 산사태가 전적으로 자연재해 때문인지, 인재가 개입된 여지는 정녕 없는지 철저히 판명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산사태
국가배상
우면산
2016-07-05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법관 명예퇴직금, 재임용 만료일 기준 산정은 적법
대상판례 : 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3두14863 판결 우리나라 공무원들에게는 근속경력이 길어질수록 호봉이 올라가 급여도 많아지는 연공서열의 급여체계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정년까지 신분, 바꾸어 말하면 고용을 보장하는 종신고용제와 더불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조직의 성격을 크게 결정짓고 있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고용관계나 임금체계는 장기간의 근속을 거쳐 형성되는 근로자의 숙련된 지식과 기술, 경험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체계일 수 있으나, 기존의 산업구조의 틀을 깨는 급속한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른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년 이전의 퇴직으로 인한 수입의 상실을 일정 부분 보상하는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정년 이전의 퇴직을 유도하여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려는 취지에서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와 지방공무원법 제66조의2에서는 명예퇴직제도를 도입하여 20년 이상 근속한 공무원이 정년 전에 스스로 퇴직하면 예산의 범위에서 소정의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그 지급대상범위, 지급액, 지급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규정>이나 대법원규칙인 <법관 및 법원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규칙> 등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 대법원규칙에서는 명예퇴직수당액을 퇴직 당시 월 봉급액의 1/2에 10년(법관의 경우에는 7년) 범위 내에서 정년잔여월수를 곱한 금액으로 하되, 정년잔여월수가 60개월을 초과한 경우에는 그 초과월수 중 1/2만 인정하고, 법관의 경우 정년잔여기간의 계산은 정년퇴직일 전에 임기만료일이 먼저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만료일을 정년퇴직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5항, 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 헌법 제105조에 의하면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의 임기는 10년으로 하되,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고(제3항), 법관의 정년은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제4항). 이에 따라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제외한 판사의 정년을 65세로 정하고(제45조 제4항), 임기가 끝난 판사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받아 대법원장의 연임발령으로 연임하며(제45조의2 제1항), 대법원장은 ① 신체상 또는 정신상의 장해로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②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③ 판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는 판사에 대하여는 연임발령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5조의2 제2항). 한편, 헌법 제106조 제1항에 의하면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도록 되어 있다. 일반직 공무원들과 달리 법관은 헌법과 법원조직법에서 임기와 정년을 분리하여 규정하고 있는 관계로 명예퇴직수당액의 산정시 정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법관의 경우 정년과는 별개로 10년의 임기제가 적용되므로 정년 이전에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명예퇴직수당액 산정시 '정년 잔여월수'를 말 그대로 정년까지의 잔여월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임기 만료일까지의 잔여월수로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 점에 관하여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헌법상 법관의 임기제가 법관의 독립을 위하여 특별히 고도로 신분을 보장하려는 것으로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임기 중에 파면되지 않고, 임기가 만료된 후에도 연임제한의 사유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임이 반복되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기대권 내지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아 명예퇴직수당액 산정시 정년잔여월수를 임기 만료일까지의 잔여월수로 규정한 이 사건 조항은 정년잔여월수가 비슷한 퇴직법관들 사이에 군복무기간의 합산 등에서 오는 잔여임기의 장단으로 인하여 명예퇴직수당의 지급액에서 합리적인 근거 없는 차별을 초래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명예퇴직수당의 제도적 취지에 비추어 입법자에게 국가공무원법상 그 구체적인 지급요건, 방법, 액수 등을 형성함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폭넓은 재량이 허용되고, 이와 같은 폭넓은 재량은 국가공무원법의 위임에 따른 대법원규칙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되어 20년 이상 근속한 법관이라 하더라도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또는 16호봉 이상의 법관은 지급대상범위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임기 기준을 제외하더라도 사법연수원 동기 법관들 사이에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차이가 발생함은 불가피하고, 법관 스스로 퇴직시기를 연임 이후로 정하여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잔여임기의 장단에 따른 명예퇴직수당 지급액의 차이가 자의적이거나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규칙은 이 사건 조항 이외에도 정무직 공무원에 상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16호봉 이상의 법관을 지급대상범위에서 제외하고(제3조 제1항),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10년까지 인정되는 정년잔여기간을 법관에게는 7년까지만 인정하며(제3조 제5항 단서), 13호봉을 초과하는 법관의 경우 월봉급액을 13호봉인 법관과 동일하게 보는 등(제4조 별표1) 일반직 공무원에 비하여 법관에게는 불리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이는 법관에게는 재직시 일반직 공무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가 지급되고, 거의 대부분의 법관들이 정년퇴직일에 훨씬 앞서 (명예)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여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현실과 한정된 명예퇴직수당 예산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에서 정년을 기준으로 명예퇴직수당 지급액을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음에도 연임제한사유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법관에 대하여 정년퇴직일 전에 임기만료일이 먼저 도래하는 경우에 임기만료일을 정년퇴직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조항은 충분히 논란의 소지의 있다. 무엇보다도 임기만료일을 정년퇴직일로 본다는 것은 법관은 임기만료일이 곧 정년이라는 논리와 직결되고, 결국 일반직 공무원들도 보장되는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법관의 신분보장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원심 법원은 이를 정년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법관들 사이의 평등 문제로만 다루었지만, 대법원규칙이 모법인 국가공무원법의 위임의 한계를 벗어났는지도 문제될 수 있고, 일반직 공무원과의 평등 문제 등도 제기될 수 있다. 대법원이 근 3년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한 데에서 상당히 고민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평생법관제를 지향하는 대법원으로서는 법관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제도를 운용할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반면, 과거와 달리 대부분 정년까지 근무하는 일반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여서는 명예퇴직제도를 확대 운용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는 데서 오는 정책적인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도 보이지만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제정한 법규를 스스로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데에 대한 부담도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닐까도 싶다. 한편, 원고는 추가지급 거부의 통지를 한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명예퇴직수당 지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원심 법원은 이를 인용하였다. 국가공무원법 등에서 정한 명예퇴직수당은 그 지급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하여 언제라도 신청하여 당연히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 명예퇴직수당은 정년에 이르지 아니한 공무원이 스스로의 결정으로 명예퇴직을 할 경우 퇴직금과는 별도로 정년까지의 잔여기간에 비례하여 일시불로 지급되는 퇴직수당인 관계로 무엇보다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에는 이를 지급할 수 없다. 이에 국가공무원법에서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이를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고, 대법원규칙에서도 예산상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지급대상범위를 제한할 수 있으며, 지급대상범위 내라고 하더라도 예산 등을 고려하여 심사를 거쳐 지급대상자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지급할 수당액은 대법원규칙에 구체적인 산정기준이 정해져 있으므로 심사를 거쳐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결정된 경우에는 별도의 결정이나 처분이 없더라도 소정의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을 구체적인 권리를 갖게 되고, 따라서 명예퇴직자가 이에 미달하는 금액만 지급받았다고 주장하며 그 차액의 지급을 신청하였더라도 그 거부의 통지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으며, 명예퇴직자는 국가를 상대로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권리로서 그 지급을 구하는 당사자소송을 제기하여야지 거부의 의사표시를 한 행정청을 상대로 항고소송을 제기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 부분은 타당한 결론이다.
명예퇴직수당
법관
정년
2016-06-07
금융·보험
민사일반
판례해설 - 개인이 개인으로부터 영업자금을 차입한 경우에도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되는가
대법원은 최근 "영업의 목적인 상행위를 개시하기 전에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를 하는 자는 영업으로 상행위를 할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그 준비행위를 한 때 상인자격을 취득함과 아울러 개업준비행위는 영업을 위한 행위로서 그의 최초의 보조적 상행위가 된다. 이와 같은 개업준비행위는 점포구입·영업양수·상업사용인의 고용 등 그 준비행위의 성질로 보아 영업의사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으면 당해 준비행위는 보조적 상행위로서 여기에 상행위에 관한 상법의 규정이 적용된다. 그리고 영업자금 차입 행위는 행위 자체의 성질로 보아서는 영업의 목적인 상행위를 준비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지만, 행위자의 주관적 의사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였고 상대방도 행위자의 설명 등에 의하여 그 행위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점을 인식하였던 경우에는 상행위에 관한 상법의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4다37552 판결).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당구장을 운영하던 원고는 당구장 손님으로 온 주채무자를 알게 되었다. 주채무자는 당시 인근에서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원고에게 노래방 주류단속이 심하여 스탠드바로 업종을 변경하려고 한다면서 시설자금을 신청하였으니 한 달 동안만 돈을 빌려달라고 하였고 원고는 주채무자가 운영하던 노래방을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원고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는 조건 및 피고의 연대보증 하에 돈을 빌려주었다. 그 후 주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자 원고는 주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승소판결이 2002. 12. 26. 확정되었다. 그 후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 10년이 다가오자 원고는 주채무자 및 피고를 상대로 시효연장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에서 피고는 피고 명의로 작성된 차용증의 진정성립을 다투었으나 피고의 주장은 모두 배척되었다. 2심에서 피고는 새로 상사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하였으나 2심은 주채무자가 원고로부터 차용한 돈이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라고 보기에 부족하다면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 자신이 제1심 법원에 '주채무자가 자신에게 노래방 운영이 어려워 스탠드바로 업종을 변경하려 하고 이를 위해 시설자금대출을 신청하였으니 한 달만 돈을 빌려달라고 하여 대여하였다. 그 후 개업식에도 참석하였다'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한 점, 피고가 2심에서 상사 소멸시효 항변을 하자 원고는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나, 단기간에 합계 6,200만원을 생활비 명목으로 준다는 것은 이례적이고, 생활비라면 주채무자가 운영하던 노래방의 종업원으로 당시 24세에 불과했던 피고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며 주채무자는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로 원고로부터 차용하였고 원고도 이런 사정을 인식하고 대여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2심 판결을 파기 하였다. 이상의 판례에서 보는 것처럼 개인이 개인으로부터 영업자금을 빌리는 경우에도 개업준비행위에 해당하면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문제는 개업준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인데 위 사안에서는 증언과 당사자의 주장을 기초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차용증에 자금 차입의 목적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문제해결책으로 판단된다. 차용증에 자금 차입의 목적이 신규 사업(물론 상행위에 해당해야 한다)을 위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면 대주나 차주 모두 상행위를 위한 것임을 알면서 자금을 차입한 것이 되므로 이에 대해서는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될 것이다. 한편, 위 사건과 관련해서는 주채무자에 대한 판결확정의 효력이 연대보증인에게 미치는지도 문제된다. 원래 시효의 중단은 당사자 및 그 승계인 간에만 효력이 있지만(민법 제169조), 예외적으로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의 중단은 보증인에 대하여 그 효력이 있다(민법 제440조). 그런데 민법 제165조는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주채무자에 대한 확정판결이 보증인에 미치는 효력과 관련하여 민법 제440조와 같은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대법원도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주채무가 확정되어 그 소멸시효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었다 할지라도 그 보증채무까지 당연히 단기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되어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채권자와 연대보증인 사이에 있어서 연대보증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은 여전히 종전의 소멸시효기간에 따른다"고 판시(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4다26287 판결)하고 있다.
채무
차용금
연대보증
2016-06-07
선거·정치
헌법사건
판례해설 -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대한 재심결정
헌법재판소는 2016년 5월 26일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대한 재심결정에서 각하결정을 하였다. 청구인인 통합진보당은 대법원이 2015년 1월 22일 판결에서 지하혁명조직의 존재와 내란음모죄의 성립을 모두 부정하였으므로 정당해산심판의 기초가 된 재판이 다른 재판에 따라 바뀐 경우에 해당되어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재심을 청구하였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을 적용하여 정당해산심판에서도 민사소송법이 준용되어 재심이 허용된다고 하였다. 다만 재심사유가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각하결정을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재심 여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재심 여부는 사건 유형별로 판단되어 졌다. 그 동안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에서는 재심이 허용되지 않으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 중 공권력의 작용에 대한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심판에서 재심이 허용된다고 하였다. 이 경우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유탈한 때'는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왔다. 정당해산심판에서 재심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이 없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정당해산심판결정에 대해서도 재심 청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다만, 2015년 1월 22일 대법원의 판결이 통합진보당 해산결정과는 무관하며, 내란음모 등 형사사건에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유?무죄 여부는 재심대상결정의 심판대상이 아니었고 선결문제도 아니라고 하였다. 그 동안 정당해산심판에서 재심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학설로만 해결하여야 했으나, 이제는 판례를 통하여 재심이 가능한 것이 되었다. 권한쟁의심판과 탄핵심판의 경우도 재심 허용여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직 헌법재판소의 판례가 없다. 헌법재판소는 그 동안 헌법소원심판에서 재심을 통하여 재심대상결정을 취소한 적은 있으나(헌재 2009. 6. 25. 2008헌아23), 본안 사건을 다시 심판하여 기각과 각하를 하였다. 재심을 통하여 재심대상결정을 인용 결정한 예는 찾아볼 수 없는데, 그만큼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재심대상사건이 인용으로 결정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이례적으로 선고일 날 공개 선고를 하였다. 재심사건은 선고 일에 공개 선고를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대한 재심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라 공개 선고를 한 것이다.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정당해산심판
2016-06-07
금융·보험
산재·연금
판례해설 - 태아에 대한 산재보험의 적용
1. 사실관계 원고들은 A의료원 소속 간호사들로, 2009년에 아이를 임신하고 2010년에 출산하였다. 그런데 2009년 임신한 소속 간호사들 중 4명(원고)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하고 5명은 유산을 한 일이 노사 간 쟁점이 되자, A의료원은 서울대학교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2012년 서울대학교 역학조사보고서에서는 간호사들이 임신 중에 주야간 교대근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태아 및 임산부에게 해로운 약물취급 등 유해요소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그 원인을 밝혔다. 원고들은 위 보고서를 토대로 「임신 초기에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되어 태아 심장형성에 장애가 발생했으므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12. 12. 11.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 규정한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질병·장애·사망만을 의미하고, 원고들의 자녀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2012. 12. 27.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은 여성근로자의 임신 중 업무로 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이 발생하였다면 이는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 논증과정은 다음과 같다 : ① 모체와 태아는 원칙적으로 단일체이고, 태아에게 미친 어떤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한 법적 권리·의무는 모체에 귀속한다. 이는 산재보험의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② 산재보험법에서 '업무상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그런데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므로, 태아의 건강손상은 곧 모체의 건강손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여성근로자의 임신 중 업무에 기인해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했다면, 이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이다. ③ 산모가 건강이 손상된 태아를 출산한 경우, 물론 이 아이는 독립한 법주체이고 근로자가 아니다. 그러나 현행 산재보험법은 질병의 발병시점이나 보험급여 지급시점에 재해자 또는 수급권자가 여전히 근로자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의 인격이 분리된다고 하여 그 전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더 이상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것으로 바뀔 수는 없다. 원심판결은 산재보험법을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으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면서, 한편으로는 1977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 한정위헌결정(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업무상 질병으로 태아에게 선천성 이상이 발생해 산재보험을 신청한 사건에 대하여, 당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이 경우를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한다면 태아의 평등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결정했다)을 인용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차별(업무에 기인해 유산한 여성근로자에게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업무에 기인해 선천성 질환아를 출산한 여성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불합리한 차별이다. 입법적·행정적 흠결로 발생한 기술적인 문제는 현행 급여체계의 정비를 통해 해소할 수 있으므로, 수급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을 정당화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을 들었다. 이로써, 원심판결은 임신 중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손상은 산재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이고, 출산 전후를 불문하고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요양급여는 제한 없이 지급되어야 한다면서, 피고의 2013. 11. 6.자 처분을 취소했다. 그러자 피고는 원심판결에 항소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항소심인 대상판결은 "여성근로자의 업무상 사유로 생긴 태아의 건강손상으로 비롯된 출산아의 선천적 질병은 근로자 본인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 자녀의 선천성 질병과 원고들의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존부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 논증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산재보험수급권은 법률에 의해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권리이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를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본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② 그런데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가 분리되면, 근로자인 모체가 입은 질병은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으로 바뀌게 된다. ③ 따라서, 설령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손상을 '보험사고'로 보더라도, 적어도 출산으로'질병에 걸린 사람 본인'이 아니게 된 원고들은 산재보험수급권자가 아니고, '질병에 걸린 사람 본인'이 아닌 사람에게 산재보험수급권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헌법상 제 원칙의 위반은 아니다. ④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신체의 완전성을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업무에 기인해 선천성 질병을 가진 자녀를 출산한 경우는 업무에 기인해 유산하거나 유산증후가 발생한 경우와 달리 신체기능이나 노동능력 감소에 별 다른 영향이 없다. 따라서 원고들을 유산한 여성근로자와 달리 취급하더라도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은 아니다. ⑤ 산재보험법은 산재보험수급권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보험급여의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출산으로 '질병에 걸린 사람 본인'이 아니게 된 원고들은 산재보험수급권자가 아니다. 따라서, 원고들은 자녀의 선천성 질병에 대한 산재급여청구를 할 수 없다. 결국, 대상판결은 원고들 자녀의 선천성 질병은 원고들 본인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원심판결을 취소하였다. 4. 해설 규범적으로, 원고들 및 선천선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자녀들은 A의료원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구할 수는 있었다. 원심판결은 A의료원이 간호사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원고들을 비롯해 임신 중인 간호사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근무지시를 하였다는 점 및 원고들이 취급한 의약품들 중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태아에 대한 위험이 증명되어 임산부 및 가임기 여성에게 사용을 금지하도록 권고한 의약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음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가 여성근로자의 태아에 대해서까지 적용되는지, 일단 태아가 출산되어 선천성 장애를 가진 독립한 법주체가 된다면 그가 과연 A의료원을 상대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게다가, 설령 A의료원에 실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정되더라도, 원고 측은 임산부인 여성근로자에게 가해진 여러 유해요소가 태아의 건강손상으로 이어졌음을 입증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힌다.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만으로는 원고들이 실제로 A의료원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A의료원을 상대로 민사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산재보험법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의 복리를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를 운영해왔고, 일반인의 법 감정에서는 임신 중인 여성근로자가 산모와 태아에게 해로운 근무환경에서 시달리다 기형아 내지 선천성 질환아를 출생했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태도로 보인다. 헌법상 사회적 기본권은 입법자의 형성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권리이고(헌법재판소 2004. 11. 25. 선고 2002헌바52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에 따라 만들어진 현행 산재보험법 제40조 제1항은 요양급여 수급권자를 업무상의 사유로 인하여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 본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문리적으로만 따지면, 여성근로자가 낳은 선천성 질환아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없다. 결국 일반인의 법 감정과 현실의 법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이다. 원심판결도 위 괴리를 좁히기 위한 시도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출산 이후에는 ...보험급여의 수급권의 주체를 출산한 자녀로 볼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태아 또는 출산한 자녀에게 보험급여수급권을 부여하지 아니하고 있다면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를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것이어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될 수 있을지언정..."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 마치 선천성 질환을 가진 자녀가 자기 이름으로 다시 요양급여 청구를 하면 받아들여질 것처럼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위 판시 내용을 근로복지공단이 수긍하여 원고들의 자녀가 청구하면 요양급여를 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상판결의 결론이 상고심에서 그대로 유지된다면 산모였던 원고들과 자녀 중 그 누구도 2010년부터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고스란히 그 피해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만다. 법은 수학이나 기교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지 받을 수 있는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끝.
태아
산재보험
업무상재해
2016-06-03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례해설 - 대법원 "과거사 손해배상청구, 재심판결 후 6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4다230597 판결 - 1. 사건의 개요: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 가족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 가. 민청학련 사건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 명의로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유인물이 배포되자 정부가 학생과 지식인, 종교인 등을 주동자로 지목해 180명을 구속기소하고 8명에게 사형을 선고한 사건. 당시 이 철 전 코레일 사장 등은 불법 연행·체포 및 강제구금됐으며 수사관들로부터 밤샘 수사와 구타, 각종 고문 등 가혹행위를 받고 결국 허위자백해 중형을 선고받음. 나. 소 제기까지의 경과 (1) 국가정보원 산하 과거사건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는 2005년 12월 "민청학련 사건은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를 '공산주의자들의 배후조종을 받는 인민혁명 시도'라고 왜곡한 뒤 학생운동을 탄압했다"고 공식 발표함. (2) 이 전 사장 등 민청학련 피해자들은 재심을 통해 지난 2010년 10월과 2011년 8월 무죄 및 면소 판결을 받음. (3) 피해자 가족들은 2013년 8월 '국가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8억5,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함. 2. 법원의 판단 가. 1심, 항소심, 대법원 모두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함. 대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한 다음,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며,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함. 나. 함께 선고된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3다204522 판결 '아람회' 사건 피해자 정해숙씨와 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여, "국가는 정씨의 동생 3명에게 8,229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함. * 아람회 사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알릴 목적으로 반국가단체를 조직했다며 정씨 등을 처벌한 1980년대 대표적 용공조작 사건. 정씨는 당시 징역 5년을 선고받음. 정씨는 2009년 5월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2011년 6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함. 3. 이 판결의 의의 가. 과거사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소멸시효를 재심판결확정 후 6개월로 본 기존 대법원 입장의 재확인 판례해설 대상 판결인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4다230697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2013다204522 판결은,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재심확정판결일로부터 6개월이라고 최초로 판단한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과거사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소멸시효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으나 뒤늦게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밝혀지고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고 볼 것임. 따라서 그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채무자인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 다만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 이때 그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다만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채권자로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 앞서, 그보다 간이한 절차라고 할 수 있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이라 한다)에 따른 형사보상을 먼저 청구할 수 있다. - 채권자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그 기간 내에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이를 연장할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 때는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그 기간은 권리행사의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객관적으로 소멸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 입법 미비로 인한 혼란과 그에 대한 입장정리 아직까지도 과거사와 관련한 배상과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바, 피해자와 가족들은 1990년대부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왔다. 민법 제766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재정법 제96조는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전에는 대법원 및 하급심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재심 무죄 확정일로부터 3년으로 보아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3다204522 판결의 1심과 항소심 역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고 배상책임을 인정함). 대법원은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에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민법 학계에서는 과거사 사건을, 일단 진행한 기간은 그대로 유효하고 다만 일정한 사유(전쟁, 천재지변 등)가 존재하는 때부터 일정기간(6개월) 내에 소멸시효가 완성하지 않도록 하는 "시효정지"에 준하여 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시효중단"은 중단사유가 생기면 그 때까지 진행하였던 소멸시효 기간은 진행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되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새로 진행함),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재심판결확정 후 최소한 3년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법리에 부합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이후 과거사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재심판결확정일로부터 6개월인 것으로 정리되었고, 하급심 역시 그에 따라 국가의 손해배상책임 존부를 판단하고 있다. 한편, 위 대법원 판결 이후 6개월 소멸시효로 인해 배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과거사
국가배상
소멸시효
2016-05-31
헌법사건
형사일반
판례해설 - 헌재 "약식명령 불복기간 7일“ 합헌결정에 대하여
헌재는 2016. 4. 28.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약식명령으로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448조 제1항과,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제453조 제1항('정식재판청구기간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하였다. 후자에 대하여만 논해 보고자 한다. 헌재가 이 사건에서 재판청구권에 대한 위헌심사기준을, "입법자는 사실상 재판청구권을 무력화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재판절차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관한 재량을 지닌다."고 하여, '합리성 심사'로 약화시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이는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이 불가피하므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러한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비록 완화된 의미에서일지언정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은 준수되어야 한다. 특히, 당해 입법이 단지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되고, 상당한 정도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헌재 2001. 6. 28. 2000헌바77)라고 한 것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재판청구권에 관한 헌재의 심사기준이 일관되지는 않은데, 국가는 형사사법권을 독점하고 있으므로, 적정하고 공정하며 효과적인 권리구제절차를 보장해 주어야만 한다. 재판청구권은 어느 기본권 못지않게 중요하며, 다른 기본권들의 효력이 이에 달려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이 '모든 자유와 권리'의 제한에 대하여 엄격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기본권 제한에 대한 입법형성을 넓게 인정하는 것은 최대한 삼가야 할 것이다. 그 점에서 정식재판청구기간조항이 검토되어야 하며, '고지 후 7일'이라는 기간은 법률전문가 아닌 국민에게 정식재판 여부를 결정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재판청구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하지 못하고, 그렇게 형사사법을 운영하여야 할 필요성도 절실하지 않다.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있을 때 정식재판청구권이 회복될 수 있으나, 어떤 때인지 명백한 것은 아니며, 이 사건 청구인 역시 그 사유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소수의견이 지적한대로, '기산점이 되는 송달의 불확실성이 상쇄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불복기간'이 될 수 없다. 일반 형사사건에서 상소기간이 7일인 것 역시 같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피고인이 7일 만에 상소여부를 숙고하기는 어렵고, 그러한 제도는 오히려 무분별한 상소를 조장할 수 있다. 사법절차에서 재판청구기간에 대하여 관행적으로 이를 용인할 것이 아니라, 재판청구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쪽으로 개선입법이 이루어져야 하고, 헌법재판소는 적극적으로 그러한 입법의지를 이끌어야 주어야 할 것이다.
재판청구권
형사소송법제453조제1항
약식명령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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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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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대법원 "일용근로자 월 근로일수, 22일 아닌 20일"
판결기사
2024-04-25 11:44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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