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동급생을 때리고 그 장면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했더라도 이 같은 폭력행위가 입학 전에 있었다면 입학 후 학교에서 이를 문제삼아 가해학생을 징계하고 전학조치를 취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A양이 서울 B여자상업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C학원을 상대로 낸 전학처분 효력정지 신청(2017카합80664)을 받아들여 "B여상 교장이 A양에게 내린 전학처분의 효력을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정지한다"고 최근 결정했다.
B여상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는 입학식 직후인 지난 3월 "A양이 올 2월 같은 학교 학생들과 함께 D양의 무릎을 꿇리고 사과를 하게 하면서 그 모습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고 또 다른 동급생 E양의 무릎을 꿇린 후 얼굴과 복부를 가격하고 가슴을 밟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에 따라 '전학'처분을 학교장에게 요청했다. 교장은 이를 받아들여 A양에게 전학처분을 내렸다. 이에 A양 측은 "학폭위의 과반수인 학부모위원의 위촉 절차가 부적법하고, 전학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소송을 내는 한편 전학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상 학폭위의 과반수는 학부모위원으로 위촉해야 하고 학부모위원은 학부모 전체회의에서 선출하거나 부득이한 경우 학급별 대표회의에서 위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폭위 회의록에는 교감이 학급별 대표로 구성된 학부모 대표회의에 참가한 학부모 8인 중 4인을 '위촉'했다는 기재만 있을 뿐 4인이 학부모 대표회의에서 '선출'된 사람이라는 점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다"며 "A양에 대한 전학처분은 적법하게 구성됐다고 볼 수 없는 학폭위에서 결의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양이 가정법원의 소년보호처분에 따른 보호관찰기간 중에 학교폭력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학교장이 교육상 필요에 의해 학생에 대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징계사유와 징계처분 사이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균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A양이 입학한 B여상은 보건간호분야 특성화고인데 특성화고는 각 학교에 학생을 선발할 권한이 있으므로 교육감은 동일 계열의 특성화고로 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며 "전학처분은 A양이 선택한 진로의 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고에 다니는 학생에 대한 전학처분보다 무거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양과 A양의 부모에게 반성, 사과 및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시도할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출석정지, 심리치료 등 전학처분보다 가벼운 징계로써 개전의 가능성을 보일 기회도 부여하지 않은 채 A양이 학교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곧바로 박탈한 것으로서 지나치게 성급하다"고 했다.
나아가 "전학처분은 A양이 B여상에 입학하기 전에 저지른 행위로서 애초에 징계사유가 될 수 없는 사유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므로 그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