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악수를 하자'며 손을 쥐고 양손으로 쓰다듬는 '과한' 악수는 성추행에 해당할까. 1,2심 재판부가 엇갈린 판결을 내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11부(재판장 김종근 부장판사)는 12일 청소년성보호법위반(강제추행)과 폭행,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47)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위치추적장치 7년 부착 등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2월 오전 6시30분경 경기도의 한 편의점에 들어가 혼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A(16)양에게 이름과 나이를 물으며 악수를 하자고 청했다. A양이 별다른 의심 없이 손을 내밀자 이씨는 악수를 하는 척하면서 A양이 손을 빼지 못하게 꽉 쥐고 2~3분간 양손으로 쓰다듬으며 비볐다. 한달여 뒤 다시 편의점을 찾아간 이씨는 A양에게 또다시 악수를 하자고 청했고, A양이 거절하자 편의점에서 나가지 않고 계속 말을 걸었다. 이씨는 하는 수 없이 악수에 응한 A양에게 같은 행동을 했다가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7월 우산을 쓰고 가는 B(18)양에게 우산을 씌워달라고 접근한 뒤 어깨를 밀착시키고 우산을 잡고 있던 B양의 손을 만진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이씨가 술집 주인에게 술값을 낼 것처럼 속여 112만원 상당의 술과 안주를 먹고(사기), A양의 연락을 받고 나온 편의점 사장의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찬(폭행) 혐의 등도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그는 1993년부터 올해 1월까지 강간치상죄 등 4번의 성범죄로 실형 등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전부 강제추행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가 A양에게 악수를 하자고 요구해 이에 응하자 양손으로 손을 힘주어 잡고 쓰다듬고 비빈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악수를 할 때 양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힘주어 잡으면서 상대방의 손등을 만지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고, 그것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으로 평가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같은 행동이 비록 피해자에게 나쁜 기분을 갖게 했더라도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함께 우산을 쓰고 가는 상황에서 어깨가 닿는 경우는 굳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흔히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혼자 혹은 상대방과 함께 우산을 들기 위해 우산을 들고 있는 상대방의 손을 만지게 되는 경우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