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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의 효력
Ⅰ.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A는 인접하고 있는 1, 2, 3 토지의 소유자였는데 1998년 10월15일 피고 1 주식회사에게 3 토지를 매도하고 같은 해 11월11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A는 같은 해 12월14일 원고로부터 돈을 대출받으면서, 위 대출원리금에 대한 담보를 위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제1, 2토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금 1억 5,000만원으로 하는 근저당권과, 목적을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의 소유로, 존속기간을 1998년 12월12일부터 30년간으로 하는 지상권을 설정해 주었다. 그 후 A는 1999년 1월11일 피고 2(김해시)에게 1 토지를 기부채납하여 같은 해 2월24일 위 토지에 관하여 위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피고 1은 3 토지상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2000년 10월경 제1토지상에 폭 8m, 연장 89.50m의 아스팔트포장도로를 개설하고 위 토지와 이 사건 제2토지의 경계선상에 길이 89.50m, 높이 2~6m의 콘크리트옹벽을 설치하여 같은 해 11월3일 피고 김해시에게 포장부분과 옹벽을 기부채납하였다. 원고는 2001년 3월경 1, 2 토지에 대한 저당권을 실행하기 위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였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을 거듭한 끝에 같은 해 8월30일 원고가 위 임의경매신청을 취하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 1, 2를 상대로 하여 저당권 침해 및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저당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인정하였으나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고,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대한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이유의 요지 가. 금융기관이 대출금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채무자 또는 물상보증인 소유의 토지에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토지에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지상권을 취득하면서 채무자 등으로 하여금 그 토지를 계속하여 점유, 사용토록 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그 경우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사용함으로써 임료 상당의 이익이나 기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목적 토지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권 및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한다는 사정만으로는 금융기관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저당부동산에 대한 소유자 또는 제3자의 점유가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점유자에게 저당권의 실현을 방해하기 위하여 점유를 개시하였다는 점이 인정되는 등, 그 점유로 인하여 정상적인 점유가 있는 경우의 경락가격과 비교하여 그 가격이 하락하거나 경매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등 저당권의 실현이 곤란하게 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의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Ⅱ. 評釋 1.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저당권과 그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이 성립한 후에 저당목적물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저당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인정하면서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종래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저당권 실현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주장되기도 하였으나 대상판결은 大判 2005. 4.29, 2005다3243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목적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킨 경우에도 저당권의 침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大判 2006. 1.27, 2003다58454도 같은 취지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에게 저당권 실현 방해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대상 판결은 이를 명백히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우선 의미를 가진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는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부정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고자 한다. 2. 판례의 동향 大決 2004. 3.29, 2003마1753은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취득하는 경우, 지상권자로서는 제3자에 대하여 목적 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하였고 이 판결 이후에 선고된 大判 2008. 2.15, 2005다47205도 같은 취지이다. 이는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지상권도 유효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3. 판례에 대한 의문 그런데 과연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지상권을 설정하는 것(이를 병존지상권 또는 담보지상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이 가능한가?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물권이다(민법 279조). 따라서 이처럼 지상권의 대상인 토지 위에 지상물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상권의 본질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도 건축물(Bauwerk)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상권(世襲建築權, Erbaurecht)의 본질적이고 강행법적인 내용이므로 건축물이 아닌 것을 위한 지상권은 성립할 수 없고, 건축물의 건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지상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은 불능으로 된다고 한다(MunchKomm/von Oefele, 5. Aufl., ErbbauVO §1 Rdnr. 8; Staudinger/Ring, Bearbeitung 1994, §1 ErbbauVO Rdnr. 2). 그러므로 지상물을 소유하기 위하여서가 아니라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은 민법이 예정하고 있는 지상권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인정될 수 없다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말로 한다면 위와 같은 내용의 지상권은 物權法定主義(민법 제185조)에 어긋난다. 법률이 인정하는 물권이라도 법률과는 다른 내용의 물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물권법정주의의 한 내용인 것이다. 大判 2009. 3.26, 2009다228, 235는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의 권능이 소유자에 의하여 대세적으로 유효하게 포기될 수 있다고 하면, 이는 결국 처분권능만이 남는 민법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으로서, 물권법의 체계를 현저히 교란하게 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저당권의 담보가치만을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을 인정한다면 이는 사용권은 없고 다만 방해배제만을 청구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지상권으로서 우리 민법이 알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이처럼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는 저당권의 담보가치 확보인데 반하여 겉으로 드러난 계약 내용이나 그에 따른 지상권의 등기는 지상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 현실로 토지사용이 예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경솔히 허위표시라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상권설정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서에 지상권 설정의 목적을 기재해야 하는데(부동산등기법 제136조), 이 때에는 소유의 대상인 공작물 또는 수목을 기재해야 하고 등기부에도 그러한 목적이 기재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 확보를 목적으로 하면서 신청서에는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기재하는 것이 허위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종래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하였던 것은 저당권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 大判 2005. 4.29, 2005다3243이나 2006. 1.27, 2003다58454는 저당권 그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으므로 실제로도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을 인정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4. 일본의 倂用賃借權 논의 이 문제에 관하여는 일본의 병용임차권에 관한 논의가 참고가 될 수 있다. 2003년 개정 전의 일본 민법 395조는 단기임대차는 저당권의 등기 후에 등기되었더라도 저당권에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규정을 악용하여 저당권의 실행을 방해하기 위하여 단기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많았으므로, 저당권자는 저당권의 설정과 함께 저당권자를 예약권리자로 하여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예약완결권을 행사하거나 또는 이를 정지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기한 임차권설정청구권 가등기를 한 다음 나중에 임차권의 본등기를 함으로써 사후에 설정된 단기임차권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日最判 1989(平元) 6.5.(民集 43-6-355)는 이러한 경우 예약완결권을 행사하여 임차권의 본등기를 마치더라도, 임차권으로서의 실체를 가지지 않는 이상 대항요건을 구비한 후순위의 단기임차권을 배제하는 효력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고 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었는데 비판하는 견해에서는 저당권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병용임차권에 의한 단기임차권의 배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이를 긍정하는 견해에서는 위와 같은 병용임차권의 설정은 탈법행위이거나 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하면서, 저당권의 보호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하는 방법에 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후 最判(大) 1999(平成 11). 11.24.(民集 53-8-1899) 및 그 후의 판례가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여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함으로써 병용임차권에 관한 논의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2003년 개정 일본 민법은 위와 같은 단기임대차 제도 자체를 폐지하여 버렸다. 5.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함으로써 임료 상당의 이익이나 기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는 이 사건 지상권의 내용에는 토지를 점유·사용하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방해배제청구권만을 가진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상권은 지상물의 소유를 위하여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는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지상권과는 다른 내용의 지상권을 창설하는 결과가 된다. 大判 1974. 11.12, 74다1150 판결은 지상권이 설정된 대지의 소유자는 그 소유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 그 대지를 사용·수익할 수 없으므로 불법점유자에 대하여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와 지상권자 모두 불법점유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될 것이다. 위 판결에서도 지상권자가 은행이었던 점에 비추어 마찬가지로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사견으로서도 이 사건에서 원고가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지만, 그 이유는 대법원과는 달리 원고의 지상권 취득 자체가 무효라고 하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6. 결론 종래 판례는 법이 인정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물권을 쉽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컨대 판례는 당사자가 주로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전세권을 설정하였고, 그 설정과 동시에 목적물을 인도하지 아니한 경우라 하더라도 장차 전세권자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전세권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하고(大判 1995. 2.10, 94다18508), 등기부상 채권자는 원래의 채권자 아닌 제3자로, 채무자는 실제의 채권자로 한 근저당권 설정등기도 유효하다고 한다(大判(全) 2001. 3.15, 99다48948). 그러나 물권은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효력을 가지고 있고, 등기에 의한 공시도 이 때문에 요구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편의에 따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목적으로 물권을 변칙적으로 설정하는 것을 만연히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 이것이 물권법정주의의 정신이기도 하다.
2010-05-17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허용이 신의칙·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다는 사례
Ⅰ. 사실관계와 판결요지 1. 사실관계 X(원고, Y의 처)와 Y(피고, X의 남편)는 1990년 12월12일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로서 그 사이에 사건본인 S1(1993년생)갨2(1994년생)를 출산하였는데, X는 Y의 잦은 음주와 외박으로 원만하지 않은 혼인생활을 하던 중 1997년 11월30일 가출하여 따로 생활하다가 2003년 9월30일 Y의 설득으로 다시 집으로 들어 왔으나 한달 만인 2003년 10월30일 다시 가출하였다. X가 잠시 가정에 복귀한 기간을 제외하고, 11년이 넘게 X와 Y는 각자의 주거지에서 별개로 생활해오다가 X는 2007년 초에 소외 M과 현재까지 동거하면서 그들 사이에 2009년 2월12일 다리가 기형인 딸(D)을 출산하였다. S1갨2들은 X갳의 별거기간동안 Y의 어머니(G)의 도움으로 양육하여 왔으며 원심변론 종결일에 S1갨2는 각 고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생으로 성장하였다. 이 사건 조정기일에서 X는 D의 치료·양육을 위해 가족관계등록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Y와의 혼인의 해소를 주장하였고 Y는 X의 가정복귀를 원하여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제1심판결은 X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심(광주고법)은 2009년 6월5일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X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Y가 상고하기에 이르렀다. 2. 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요지(1심판결의 취소·이혼) :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에 이르고 부부간의 어린 자녀가 없는 경우라면, 상대방이나 자녀가 이혼으로 인하여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 등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만으로 당해 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고 해석해서는 아니된다(각판공보, 2009. 8.10.). 대판요지(상고기각) : 원고와 피고사이의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사실혼관계 형성 및 자의 출산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하여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 Ⅱ. 판례평석 1. 머리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란 혼인관계의 파탄에 전적으로 주로 책임있는 배우자로부터 그 파탄을 이유로 하는 이혼청구이다. 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신의칙·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인용함으로써 종래의 소극적 파탄주의에 한정되어 왔던 입장에서 커다란 전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논고는 본 판결의 의의와 금후의 과제에 관하여 고찰한다. 2. 판례연구 (1) 본 판결에서의 논의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 판례입장의 전환 여부와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 법리'로의 전환여부이다. 또한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가 '사실혼'이냐 하는 점이다. (2)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의 판례입장(기각)의 전환 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학설의 동향 판례의 동향 : 대법원의 1965. 9.21. 판결(65므37)은 축첩한 청구인의 이혼청구를 정면으로 배척한 소극적 판결의 효시이었다. 대법원의 1987. 4.14. 판결(86므28)은 상대방이 혼인계속의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상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고 있다(법원공보 801호: 같은 취지; 대판 1996. 6.25. 1994므741). 학설의 동향 :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일반론'의 안이한 적용은 엄격하게 좁혀야 하고 피고에게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에는 배척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김주수, 친상법 p203~ 204)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의 별거기간이 지나면 유·무책사유와 관계 없이 이혼을 허용함이 타당하다는 견해(한봉희, 가족법 p161)가 주류이다. 그밖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자의 이익을 위해 일정기간, 이혼을 유예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이희배, 가족법학논집 p1,046~ 1,049). 외국의 판례 : 일본최고재판소의 1987. 9.2. 판결(소화61오260호)은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 등의 경우에는 이혼청구를 용인함이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유책배우자의 청구란 한 사유만으로 불허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다(川井 健, 강좌 현대가족법, 2권 p216~219) 2) 종래의 판례 입장 전환여부 가) 종래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의 입장 대법원의 종래 판례의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기각하였으며(대판 1989. 10.24. 89므429), 예외로 인용하는 입장이었다. 즉, 피청구인의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대판 1987. 12.8. 87므44), 오기 보복적 반감으로 표면상 이혼에 불응하는 경우(대판 1987. 9.22. 86므87), 청구인의 유책성이 피청구인보다 가벼운 경우(대판 1990. 3.27. 88므375), 유책행위와 파탄과의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대판1988. 4.25. 87므9), 청구인용이 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 경우(서가판 1999. 5.27. 98드32995; 일본최고재판 1987. 9.2. 소화61오260호) 등을 들 수 있겠다. 나) 본건 대판의 입장 전환 원심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히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시를 하고 있다. 본건 대판도 신의칙에 비추어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결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은 대법원 판결로서는 본 판결이 처음인 것 같다.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즉,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를 극복하고 전면적 적극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3)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법리'로 전환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인용의 배경 본 판결은 원고의 유책성을 '신의칙'에 입각하여 그 중대성 여부를 판단하였고 원심판결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사회정의'에 비추어 그 인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본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태도에 '변경'을 가져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는 점에 그 역할의 의의를 인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2) 이 판결을 계기로 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서는 '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의 태도에서 진일보 하여 '원칙적 인용-예외로 이혼유보'의 방향의 발전을 거쳐 종국적으로는 전면적 파탄주의로의 발전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3. 여론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는 혼인신고 가능상태가 아닌 점에서 '사실혼'이 아니고(대판 1987. 2.10. 86므70, 대판 1978. 10.3. 78므37, 대판 1984. 8.21. 84므45 참조), 피청구인과의 이혼합의 없는 일방적 별거 중이므로 '중혼적 사실혼'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이해된다(대판 1996. 9.20. 96므530 참조 : 이희배, 가족법판례연구 p481~482 참조). 4. 맺는말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수 있다. 또한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에서 발전하여 전면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변경'을 가져 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 발전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2010-03-08
국제항공운송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과 국제사법적 사고의 빈곤
Ⅰ. 사안의 개요 피고(중국국제항공공사)는 한국에도 영업소를 둔 중국 법인으로 이 사건 항공기의 운송인이고, 한국인인 망 A, 그 자녀들인 망 B와 C('망인들')는 출발지를 베이징, 도착지를 부산으로 하는 항공운송계약을 피고와 체결하고 항공기에 탑승했다. 항공기는 2002. 4.15. 베이징을 출발하여 김해공항에 착륙 시도 중, 항공기의 꼬리부분에서 부는 바람(배풍)의 강도가 커서 선회비행 시 활주로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으면 즉시 이를 중단하고 고도를 높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선회비행을 계속하다가 김해공항 부근 돗대산 중턱에 부딪혀 추락했다. 망 A의 모이자 망 B와 C의 외조모인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망인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단독 상속인으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함과 동시에, 유족 고유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Ⅱ. 각급 법원의 판단 1. 1심판결 1심판결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은 한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 항공여객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이므로 국제사법(제32조)에 의하여 한국법이 적용된다. 또한 한국은 1967년 1월 '1929. 10.12.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바르샤바협약')을 개정하기 위한 의정서'('헤이그의정서')에 가입했으므로 바르샤바협약은 헤이그의정서에 의하여 개정된 내용대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개정협약'),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일반법인 민법에 대한 특별법으로 우선 적용되는데 중국도 바르샤바협약에 미가입한 채 헤이그의정서의 체약국이 되었고, 이 사건 항공운송계약은 헤이그의정서가 적용되는 국제항공운송이므로 이 사건에는 개정협약이 적용된다. 피고는 자신 및 그 고용인 또는 대리인들이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거나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점에 관하여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망인들과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는, 개정협약(제22조 제1항)에 따른 책임제한(승객당 250,000 프랑스 골드프랑)을 주장하나, 사고경위에 비추어 기장 등의 행위는 '무모하게 그리고 손해가 아마 발생할 것이라는 인식으로써 행하여진 것'이므로 책임제한규정을 원용할 권리가 없다(제25조). 2. 원심판결 원심판결도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보았으나 개정협약은 언급하지 않았다. 3. 대법원판결 대법원판결은 준거법을 논의하지 않았다. 대법원판결은 항공기사고로 인한 불법행위의 경우 통상의 교통사고와 달리 위자료 산정에 있어 참작할 특수한 사정이 있음을 강조하고, 사실심 법원은 그 사정도 함께 참작하여 직권에 속하는 재량으로 위자료 액수를 정해야 하는데, 원심은 재량의 한계를 일탈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중 위자료에 관한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했다. 이는 원고의 청구를 불법행위로 성질결정하고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본 것이다. 준거법이 중국법이면 위자료 산정도 중국법에 의하는데 중국 최고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사망자 본인의 위자료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서울고등법원 2009. 6.19. 선고 2006나30787 판결).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은 모두 한국법을 적용하여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이 결론은 정당화될 여지도 있지만 논거는 의문이다(논거가 없는 대법원판결 제외). 이하 ① 청구원인 ② 개정협약의 적용근거와 ③ 손해배상청구권자, 손해배상의 종류(위자료 등)와 범위의 준거법을 살펴본다. 2. 청구원인에 관한 논점 가. 청구원인 항공운송사고에서 피해자(또는 그 상속인)는 청구원인으로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선택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다만 판결문상으로는 청구원인이 애매하다. 왜냐하면 1심판결과 원심판결은 "이 사건은 … 항공여객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고 있는 사건"이라고 판시하고, 나아가 "… 피고는 위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 망인들 및 원고가 입은 손해를 …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으며, 원심판결은 결론에서 '불법행위일'이라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다만 1심판결과 원심판결이 불법행위의 연결원칙을 정한 국제사법 제32조만을 언급하므로 불법행위책임을 다룬 것으로 보이고, '항공기사고로 인한 불법행위의 경우'라는 설시를 보면 대법원판결도 같다. 계약관계가 없는 원고가 유족 고유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근거는 불법행위책임이다. 나. 청구원인과 준거법 국제사법상 청구원인은 준거법 결정 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불법행위의 준거법은 국제사법 제32조에 의해, 계약의 준거법은 제25조에 의해 결정된다. 양자의 준거법이 다르면 청구권경합 여부의 판단이 어렵다. 1심판결과 원심판결이 채무불이행책임에도 제32조가 적용되는 듯이 설시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다만 어느 책임을 묻든 이는 개정협약이 정한 조건 및 제한 하에서만 허용되므로(제24조 제1항. 대법원 1986. 7.22. 선고 82다카1372 판결), 준거법 결정의 실익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개정협약이 손해배상책임의 모든 측면을 규율하는 것은 아니고, 아래에서 보듯이 승객의 사망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자와 그 권리의 내용을 규율하지 않으므로 그의 준거법 결정은 실익이 있는데 이는 계약책임인가 불법행위책임인가에 따라 다르다(개정협약 제17조는 독자적 청구기초를 창설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3. 개정협약 적용의 근거 조약의 적용범위를 정한 규정은 조약의 적용범위를 정함과 동시에, 법정지 국제사법에 대한 특칙이다. 그 한도 내에서는 조약이 국제사법에 우선한다. 즉 어떤 항공운송계약이 개정협약이 규율하는 국제항공운송계약에 해당되면 우리 국제사법의 연결원칙에 우선하여 개정협약이 적용된다. 이 사건에 개정협약이 적용되는 것은 그 요건이 구비되기 때문이지 불법행위(또는 계약)의 준거법이 한국법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 1심판결(원심판결과 대법원판결은 아님)은 준거법이 한국법이라고 본 뒤 이어서 개정협약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혹시 준거법이 한국법이면 한국이 가입한 조약이 적용되고, 준거법이 외국법이면 그 외국이 가입한 조약이 적용된다고 본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이 사건에서 한중 모두 개정협약의 당사국이므로 실익은 없다). 왜냐하면 과거 개정협약에 가입한 한국과 바르샤바협약에 가입한 미국 간 국제항공운송에 개정협약을 적용한 대법원 판례(위 대법원 82다카1372 판결 등)의 이론적 근거로서 그런 견해가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한국법이 준거법인 경우 한국이 가입한 조약이 국내법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적용되자면 그것이 조약의 적용범위에 속할 것이 전제되기 때문이다(다만 이는 1999년 3월 미국에서 몬트리올 추가의정서(No. 4)의 발효로 해소되었다). 4. 항공운송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자, 손해배상의 종류와 범위 국제사법(제32조)상 불법행위의 준거법은 불법행위의 요건과 효과를 규율한다. 그에는 불법행위능력, 위법성, 인과관계, 귀책사유, 손해배상청구권자, 청구권의 양도가능성과 상속가능성, 손해배상의 방법, 종류, 범위, 금액과 금지청구권 등이 포함된다. 가. 개정협약의 규정 바르샤바협약은(개정협약도) 국제항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모든 측면을 규율하지는 않는다(제21조, 제22조 제1항, 제25조과 제28조 제2항은 법정지법에 의할 사항을 명시한다). 다만 제24조 제2항의 해석은 논란이 있다. 왜냐하면 "제18조 및 제19조에 정하여진 경우에는, 책임에 관한 소는 명의의 여하를 불문하고 본 협약에 정하여진 조건 및 제한 하에서만 제기할 수 있고"(제24조 제1항), "전항의 규정은 제17조에 정하여진 경우에도 적용된다. 다만 소를 제기하는 권리를 가진 자의 결정 및 이러한 자가 각자 가지는 권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제2항) 때문이다. 즉 바르샤바협약은(개정협약도) 승객의 사망 또는 신체상해로 인한 손해에서 손해배상청구권자와 손해배상의 종류, 범위 등을 규율하지 않는데, 이는 항공사에 대해 누가, 어떤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는지는 규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규정한 이유는 1929년 당시 많은 국가에서, 특히 영미법계국가에서 승객 사망 시 손해배상규칙이 발전하지 못했고 있더라도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나. 개정협약상 손해배상청구권자, 손해배상의 종류와 범위의 준거법 따라서 개정협약상 승객의 사망 또는 신체상해를 이유로 불법행위에 기한 청구를 하는 경우 위 사항들(이 사건에서 망인들과 원고의 손해배상의 종류와 범위)의 준거법이 문제된다. 그것이 법정지법에 의한다는 점은 널리 승인되나 법정지법이 국제사법인지 실질법(민법 등)인지는 세계적으로 논란이 있다. ①설(법정지 국제사법설): 이는 법정지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협약이 없었더라면 적용되었을 준거법에 의한다. 법정지가 한국이면 불법행위의 연결원칙을 정한 국제사법(제32조)에 의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지도적인 Zicherman v. Korean Air Lines 사건 판결(516 U.S. 217, 229 (1996))은 이를 명시했고 동경지재 1997. 7.16. 판결도 같다(양자는 결국 자국법을 적용했다). 양자는 1983. 9.1. 자행된 구 소련의 야만적인 KAL 007기 격추에 기초한 사건이었다. 그 논거는 개정협약은 일부규칙만의 통일을 의도하는 점과, 손해배상청구권자와 그 권리의 내용은 실무상 중요하므로 ②설을 취할 의도라면 제24조 제2항에서 그를 명시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다. ②설을 따르면 법정지와 사건 간의 관련성이 희박할 수 있고 법정지쇼핑을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②설(법정지 실질법설): ②설의 논거는, 국제항공운송계약에 대해 국제사법에 의해 결정된 준거법을 적용하는 데 따른 법적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국제적 통일규범을 제정하려는 바르샤바협약의 근본목적에 있다(Mankiewicz). 이는 제24조 제2항이 손해배상청구권자와 그 권리의 내용을 묵시적으로 법정지법에 회부했다고 본다(독일은 바르샤바협약시행법률(DGWB) 제1조에서 독일 항공운송법을 적용하도록 입법적으로 해결했고 영국도 같다). 이는 법적용이 쉽고, 동일 법정지에 제소된 사건에 동일한 실질법을 적용하는 장점이 있다. 별 논의는 없지만 한국에도 ②설이 있고(김두환, 김종복), 1989년 리비아 트리폴리공항 부근 KAL기 추락사고에서 서울민사지법 1993. 1. 15. 선고 91가합55778 판결도 ②설을 취한 것 같다. 생각건대 개정협약의 취지상 ②설이 옳아야겠지만 문언상 ①설이 설득력이 있다. 더욱이 개정협약이 연결원칙을 두지 않으면 일반원칙에 의해야 한다. 문제는 ①설의 경우 망인들(원고는 아님)의 손해배상청구를 계약책임에 종속적으로 연결할지(국제사법 제32조 제3항) 여부이다. 특정국가의 법이 운송계약의 준거법이면 종속적 연결을 하겠지만, 계약이 분열되어 일부는 특정국가의 법에, 다른 일부는 조약에 따를 경우 긍정설(①-1)과 부정설(①-2)이 가능하다. ①설의 경우 준거법이 외국법이면 반정(renvoi)이 문제되나 종속적 연결 시 이는 배제된다. 이 사건에서 당사자들이 준거법을 다투지 않았다면 준거법의 사후적 합의(국제사법 제33조)를 인정할 수도 있다. 입법론으로는 독일식 해결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피해자가 계약책임을 묻는다면 손해배상청구권자와 그 권리의 내용은 계약의 준거법에 의한다. 2007년 12월 한국에서 발효된 1999년 몬트리올협약(제29조)은 개정협약(제24조)을 수정하여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에 몬트리올협약이 적용되고 제24조 제2항의 예외가 수화물 및 화물손해에도 적용됨을 명시하고, 징벌배상을 배제하나(개정협약상 징벌배상을 배제하는 견해가 유력하다), 위 쟁점은 몬트리올협약에서도 여전히 문제된다. 어느 견해든 법정지가 중요하므로 국제재판관할을 정한 개정협약(제28조 제1항)을 주목해야 하는데 몬트리올협약(제33조)은 제5관할을 추가했다. 다. 대상판결의 태도 대상판결은 모두 한국법을 적용하였으므로 결론은 ②설과 같다. 하지만 대상판결(대법원판결 제외)은 불법행위지법으로서 한국법을 적용했으므로 ②설은 아니고, 오히려 우리 국제사법을 적용한 점에서 ①설처럼 보이나 종속적 연결을 외면한 점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대상판결의 결론은 ①설을 따르면서 국제조약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종속적 연결을 배척하고 행위지법원칙을 적용한 것(①-2)과 같지만 대상판결이 이런 논리에 입각한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이런 태도는 위 서울민사지법 1993년 판결과는 다르다. 만일 종속적 연결을 긍정하면(①-1) 운송계약의 준거법과 불법행위의 준거법도 중국법일 수도 있다. 5. 맺음말 1심판결은 불법행위의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본 뒤 개정협약을 적용했고, 대상판결은 모두 제24조 제2항을 외면했다. 그러나 개정협약을 적용한 뒤, 제24조 제2항의 해석상 손해배상청구권자, 손해배상의 종류와 범위에 대해 불법행위지법(아니면 법정지 실질법)인 한국법을 적용하되, 전자라면 종속적 연결을 검토했어야 한다(계약책임을 물었다면 그 준거법에 따랐어야 한다). 제24조 제2항의 의미는 우리 법원이 벌써 정리했어야 마땅한 쟁점이다. 1983년 KAL 007기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지도적 판결과 일본의 하급심판결이 나왔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하급심판결(서울고등법원 1998. 8. 27. 선고 96나37321 판결 등)은 있었지만 위 쟁점은 무시되었다. 이는 우리 법률가의 국제조약에 대한 이해 부족과 국제사법적 사고의 빈곤에 기인한다. 우리 항공사들은 세계 유수의 항공사로 성장했건만 우리 법률가는 대부분 여전히 국내법에 매몰되어 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우리 모두가 반성할 일이다.
2010-02-08
등록무효심결 확정된 선등록상표도 비교대상 상표로 될 수 있다는 상표법 조항의 위헌성
1. 사안의 개요 청구인은 전기침대 등을 제작하는 회사로서, 1987.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는데, 청구외 박○○이 1998.경 '장수'와 유사한 상표를 출원·등록하였으며, 그 후 청구인은 다시 2001.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다. 청구인은 위 박○○의 상표에 대하여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2004. 7.23. 무효심결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한편 이해관계인 이○○은 2006.경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가 소멸등록된 박○○의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여 역시 무효심결이 내려졌다. 이에 청구인은 특허법원에 위 무효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상표법 제7조 제3항 본문 중 괄호부분{"제1항 제7호 및 제8호의 규정은 상표등록출원시에 이에 해당하는 것(타인의 등록상표가 제7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에 대하여 이를 적용한다"에서 괄호부분 중 제7호에 관한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헌재는 2009. 4.30. 위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하였다. 2. 결정의 요지 우선, 상표등록출원의 경우 특허청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과 관계없이 후출원상표의 출원시에 이와 동일 또는 유사한 타인의 선등록상표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되어 소멸한 뒤 곧바로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허용한다면 소비자에게 상표에 대한 오인·혼동을 줄 우려가 있으나, 이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8호 등에 의하여 해소되고 있으므로 상표등록출원시에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하여 상표등록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다음, 등록무효심판의 경우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 확정시 이미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가 공존하고 있었으므로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한다는 입법목적에 기여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무효의 소급효'에 배치되어 전체 상표법 체계에 혼란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후출원자는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된 이후에도 이미 상표등록을 마친 후등록상표가 무효로 됨으로써, 정당한 이유 없이 재산권인 상표권과 당해 상표를 이용하여 직업을 수행할 자유를 침해받게 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는 반면, 정당한 후출원상표권자의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이에 대해서는 재판관 이공현의 합헌취지의 반대의견이 있다). 3. 평석 가. 문제의 제기 어느 상표의 출원시에는 동일·유사한 선등록상표(비교대상상표, 인용상표)가 존재하고 있었으나 출원 후에 그 비교대상상표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었을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할 것인가 여부는 거의 20여년 전부터 대법원과 특허청의 입장이 대립되던 문제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 대법원은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시(대법원 1991. 3.22. 선고 90후281 판결)한 이래 판례로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으나, 특허청은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경우 심사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 불합리하다는 이유 등으로 계속 등록거절심결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특허청은 1997. 8.22.자 상표법개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괄호부분을 추가함으로써 입법적으로 그 입장을 관철하였고, 대법원은 개정된 법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다만, 그 제한적 해석은 특허법원 2005. 8.18. 선고 2004허8787 판결 참조). 그런데 대상결정에 따라 위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었고, 대상결정에서 헌재는 결과적으로는 대법원의 기존입장을 지지한 셈이 되었지만, 표면적인 초점은 다소 상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 이 사건의 쟁점 (1) 제한되는 기본권 우선 이 사건 결정에서는 상표권이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 보고 이를 제한되는 기본권으로 제시하고 있는 바 이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상표권의 헌법적 보호근거에 대하여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만 할 뿐 헌법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은 일견 헌재가 특허권 등에 관해서는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명시하고 있는 점(헌재 2002. 4.25. 2001헌마200 결정 등)과 비교할 때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타당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헌법 특유의 제22조 제2항의 체계적 지위에서 볼 때, 제22조 제2항은 저작권 등 창작법에 속하는 권리보호에 관하여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상표권 등 표지법의 영역에 속하는 권리들은 제23조에 의하여만 보장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러하다. 다음 제한되는 기본권으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선택된 직업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현실적인 활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본다면 제품조달 그리고 영업라인 조직, 마케팅 등이 이러한 범위에 속한다 할 것이고 여기에 상표법상 상표의 정의를 대조하여 보면, 청구인과 같은 상품의 생산·판매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원하는 상표로 등록하여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 역시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위헌심사기준 우선 재산권으로서의 상표권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면, 어떤 요건을 갖춘 경우에 어떤 절차를 거쳐야 상표권으로 보호하여 줄 것인지에 관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여지가 인정되므로 상표권의 발생에 관하여 등록주의와 사용주의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부등록 사유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록요건 구비 여부의 판단시점에 관하여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입법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건대, 헌재는 직업의 자유의 제한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경우 인격발현에 대한 침해의 효과가 일반적으로 직업선택 그 자체에 대한 제한에 비하여 작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한은 보다 폭넓게 허용된다고 보아 다소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왔다(헌재 2009. 9.24. 2006헌마1264 결정). 그러므로 대상결정에서는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모두에 대해서는 일단 완화된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상결정 이유를 보면 그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후술하는 바와 같이 재산권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직업수행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거나 과도하게 무거운 제재를 하는 등의 제한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는 점에서 위헌성의 구체적 논증이 필요하다고 보임에도 이를 생략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3) 재산권 침해 여부 (가) 우선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의 입법목적에 관해서는 비교법적으로 선등록상표권자의 권리를 보호(사익보호) 규정이라는 입장(영미, 독일, 프랑스)이 강하지만, 우리나라 및 일본의 경우 종래의 출처혼동으로 인한 부정경쟁 방지(공익보호) 규정으로 취급하여 왔다. 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입법목적을 보면 사익보호라는 측면은 아예 제외될 것이고, 그 목적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은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입법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소급효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면서까지 후출원상표를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한 합헌설의 근본적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고 보인다. (나) 상표등록출원의 경우에는 대상결정 이유에서 밝힌 바와 같이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등록무효심판의 경우는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즉,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이 확정되면 그 상표등록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므로, 무효심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등록상표가 존재하고 있었던 객관적인 사실과 그로 인하여 일반소비자들의 상품출처의 오인·혼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함에 이론이 없을 것이나,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역할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법정의견은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이미 발생한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할 수는 없다는 점을,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소급효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선등록상표의 무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또다시 출원하는 일이 빈발할 것이므로 장래 소비자의 오인·혼동이 유발될 상황이 보다 많이 예측된다는 점을 각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정의견은 선등록상표권자의 보호라는 목적은 물론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목적에조차 전혀 기여가 없으면서 후출원자의 상표권만 제한한다는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강조하고 있는 바,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 도입 전의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서는 상표등록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소급효에만 집착한 나머지, 상표등록무효의 소급효가 타인의 상표사용가능성에만 적용되지 상표등록가능성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님에도 이러한 차이점을 간과한, 상표법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달로, '상표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상표의 사용가능성과 등록가능성', 판례월보 329, 330호)이 있었음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 견해는 상표등록무효는 일반 법률행위의 무효와는 다른 특징을 갖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제7호를 굳이 예외적으로 '출원시'로 규정한 취지(참고로 일본은 '등록시'이다)는 어떤 상표의 출원시 인용상표가 존재하면, 사후적으로 인용상표가 소멸되는 등 권리변동이 생겨도 이와 무관하게 최종적으로 심결함으로써 심사의 법적안정성과 심사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바 그런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포함한 제7조 제3항 자체의 입법목적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견해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관한 과거 대법원 판례도 결국은 소급효 자체만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소급효를 통하여 후출원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뒤집을 상표법의 기본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논증이 없으며, 종국적으로 등록무효심판의 기준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는 상표법에 관한 입법정책일 뿐인 점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대상결정은 그 입법목적에 관련하여 후출원상표보호를 재산권적 측면에서 검토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제한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한 점에서 논의의 시각이 보다 근본적이라고 할 것이다. (다) 또한, 법정의견은 '상표등록 심사업무의 효율성과 편의성이 제고'만으로는 상표권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소비자의 오인·혼동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달성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문이고, 나아가 특허청의 입장 뿐 아니라 후출원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표등록관계의 안정성이 제고되는 점 역시 가볍게 배척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인정하다고 하더라도, 향후 남게 될 상표심사업무 내지 상표등록관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상표법 제85조 등이 정한 재심관련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선등록상표를 무효화시킨 후 1년이 경과하면 다시 당해상표를 등록할 수 있다는 조항과의 관련성은 어떤지 등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4. 대상결정의 의의 헌재가 설립된 이래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결정례는 매우 소수인데, 특히 위헌으로 결정된 것은 본건이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대상결정은 과거부터 이론적·실무적으로 논란이 컸던 부분을 입법적으로 해결한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으로써 과거 대법원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의미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결정은 향후 지적재산권법 관련 입법시에 고려하여야 할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단순히 상표법의 세부적인 특징이나 상표심사실무상의 편의성(반대의견을 통하여 특허청 실무의 입장도 상당부분 현출된바 있다) 등에만 촛점을 둘 것이 아니라 헌법상의 적정한 정보질서, 재산권보장 등의 시각에 서 사전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자, 그러한 논의의 필요성이 실무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례라고 볼 것이다.
2010-01-25
공소사실 동일성의 판단기준
1. 사실관계 검사는 피고인을 "피고인이 2004. 3.22. 22:00경 포천시 일동면(이하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발로 피해자의 배와 가슴 부위를 수회 차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흉부좌상을 가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원심(항소심)의 공판기일에 위 공소사실을 "피고인이 2004. 3.22. 22:00경 포천시 일동면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발로 피해자의 배와 가슴 부위를 수회 차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흉부좌상을 가하고, 계속하여 부엌 뒤에 있는 창고에서 위험한 물건인 전지가위를 가지고 와 거실바닥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에게 들이대며 '너 오늘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여 피해자를 협박하였다"는 것으로 범죄사실을 추가하고, 죄명 및 적용법조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집단·흉기 등 협박)"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283조 제1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원심법원(항소법원)은 공판기일에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다음 2004. 3.22.자 상해의 접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2004. 3.22.자 흉기 휴대 협박의 점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각 선고하였다. 검사와 피고인의 상고에 의하여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중 상고법원(대법원)은 직권으로 원심의 유죄판결(2004. 3.22.자 흉기 휴대 협박의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면서 판결이유에서 '…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된 당초의 범죄사실과 검사가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여 추가한 범죄사실은 범행장소와 피해자가 동일하고 시간적으로 밀접되어 있기는 하나 그 수단, 방법 등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태양이 다를 뿐만 아니라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그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다음 변경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심판한 것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공소장변경신청에 대하여 기각결정을 하거나 허가결정을 취소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원래 공소가 제기된 당초의 범죄사실을 대상으로 심리하여 판결을 했어야 함에도 당초의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은 추가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심리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 내지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설시하고 있다. 2. 판례요지 대법원판례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나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여 기본적사실동일설을 취하고 있다. 즉, 당초에 공소제기된 범죄사실(2004. 3.22.자 상해의 범죄사실)과 그 범죄사실과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2004. 3.22.자 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하여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공소장변경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이론구성이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한 기본적사실동일설은 대법원판례의 확립된 견해이며 일본 최고재판소판례도 기본적사실동일설을 취하고 있다. 3. 기본적사실동일설에 대한 비판 기본적사실동일설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공소사실)과 그 절도죄의 장물을 보관한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백형구). 절도죄와 장물보관죄는 범죄의 일시·장소·방법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사실동일설에 의하면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점에 대한 합리적 이론구성이 불가능하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적 사실동일설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기본적사실동일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이 있다(이재상, 신동운, 송광섭, 진계호, 임동규, 신양균, 정웅석). 4. 범죄행위동일설의 지지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범죄행위동일설을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백형구). 범죄행위동일설은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의 동일 여부를 기준으로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이다(백형구). 범죄행위동일설에서의 범죄는 헌법 제13조 제1항의 범죄와 동일한 의미이다. 헌법 제13조 제1항의 '동일한 범죄'에서의 범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유책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역사적·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를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의 이론구성이다. 예컨대 B가 A의 행위에 의해서 사망한 경우에 A의 행위에 대한 구성요건적 평가가 수사 또는 심리의 결과에 따라 살인·강도살인·강도치사·강간살인·강간치사·상해치사·폭행치사·업무상과실치사·중과실치사·과실치사 등과 같이 다른 경우에도 그 각 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것은 B가 A의 행위에 의해서 사망하였다는 역사적·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사실이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의 이론구성이다. 범죄행위동일설은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의 동일 여부를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사실동일설과 기본적 입장을 같이 하고 있으나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를 그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본적사실동일설과 다르다. 두 범죄사실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는 것과 두 범죄사실의 범죄행위가 동일하다는 것은 그 의미가 다르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기본적사실동일설의 이론적 약점이 해소된다.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장물보관죄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범죄의 일시·장소·방법·행위태양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지만 동일인이 동일인 소유의 재물을 절취하여 그 재물(장물)을 운반·보관하는 일련의 행위는 사회적 의미에서 1개의 범죄행위이고 그 재물의 절취행위와 그 재물의 보관행위는 1개 범죄행위의 부분적 행위이므로(절도죄가 성립하는 경우 장물보관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재물의 절취행위와 그 재물(장물)의 보관행위 사이에는 범죄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그 장물을 취득하였다는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점에 관한 합리적 이론구성이 가능하나 기본적사실동일설에 의하면 그 합리적 이론구성이 불가능하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것은 두 범죄사실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두 범죄사실이 별개의 범죄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는 이론구성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개의 범죄사실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해서는 범죄행위동일설이 이론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5. 판례평석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공소사실)과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을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이 있는 경우 수소법원은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는 대법원판례와 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을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후 흉기 휴대 협박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항소심판결)은 위법하다는 대법원판례는 타당하다. 그러나 상해의 범죄사실과 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판례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상해의 범죄사실)과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별개의 범죄사실이기 때문에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론구성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해서는 범죄행위동일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2009-12-21
한일어업협정 위헌소원 심판청구 기각결정 비판
Ⅰ. 서론 1997년 10여명의 청구인들이 '한일어업협정'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사건(2001. 2.21, 헌마 199, 142, 156, 160(병합) 전원재판부, 이하 '2001 사건'이라 함)에서 헌법재판소는 청구의 일부는 각하하고 다른 일부는 기각하는 결정을 한 바 있다. 2007년에도 '2001사건'과 유사한 사건(2009. 2.26, 2007 헌바 35, 전원재판부, 이하 '2009사건'이라 함)에서 청구인 등이 동 협정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 글은 '2009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청구 기각결정 이유를 비판하여 독도의 영유권을 보전하려 시도된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는 '국제법 측면'에서의 접근이며 실정헌법을 기초로 하는 '법실증주의'에 입각한 것임을 여기 밝혀둔다. Ⅱ. 재판소의 결정요지 (ⅰ) 이 사건 협정조항은 어업에 관한 협정으로서 배타적 경제수역을 직접 규정한 것이 아니고, 이러한 점들은 이 사건 협정에서의 이른바 중간수역에 대해서도 동일하다고 할 것이어서 독도가 중간수역에 속해 있다 할지라도 독도의 영유권문제나 영해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지 아니하므로, 동 협정이 헌법상 영토조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공보, 제149호, p.411). (ⅱ) 청구인 등이 주장하고 있는 조업수역의 축소와 어획량의 감축에 따른 어민들의 손실은 이 사건 협정에 의하여 초래되었다기보다는 UN해양법협약의 성립·발효에 의한 세계 해양법질서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와 같은 변화에 의해 한일 양국이 각자 국내 실정법으로 배타적 경제수역체제를 규정함에 따라서 이 사건 협정의 성립 여부와는 관계없이 한일 양국의 연안 해역에서 배타적 경제수역이 시행되게 되었다. 다만 국제법 우위의 원칙에 의해 종전의 65년 협정이 유효하여 위의 국내법의 적용이 되지 않았을 뿐이나, 65년 협정이 일본의 일방적인 종료선언으로 인해 1999. 1.22. 종료되게 됨으로써 더 이상 상호간의 배타적경제수역 내에서는 어업이 불가능한 상황이 예상되었다(동, p.411). 또한 한일 양국의 마주보는 수역이 400해리에 미치지 못하여 서로 중첩되는 부분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양국 간의 어로활동에 있어서의 충돌은 명약관화한 것이었으므로 이러한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양국의 공통된 인식에 입각하여 협상이 이루어진 결과 성립된 것이 이 사건 협정이라 할 것이며, 이 사건 협정은 어업에 관한 한일 양국의 이해를 타협·절충함에 있어서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일을 평가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 등의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동, p.411). Ⅲ. 청구기각 결정의 이유 비판 1. 한일어업 협정은 독도의 영유권 문제와 무관하다는 이유 비판 청구기각 결정의 이유 중에 하나는 동 협정은 독도의 영유권문제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즉 '이 사건 협정조항은 어업에 관한 협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확정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지 아니하며 … 독도의 영유권 문제나 영해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지 아니한 것은 명백하다 할 것이다(동, p.413).' 그러나 이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을 가해 볼 수 있다. (ⅰ) 동 협정은 배타적 경제수역과 무관하다고 하나, 동 협정은 한일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적용되며(제1조), 양국 간의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를 규정하고 있다(제7조). 뿐만 아니라 중간 수역과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를 규정하고 있다(제9조). 따라서 동 협정을 잠정적이지만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를 규정하고 있다. 경제수역과 무관하지 아니하다. (ⅱ) 독도를 내포하는 동해중간수역을 설정한 것(제9조 제1항)은 독도의 영유권에 관해 한일 간에 분쟁이 존재함을 묵인(acquiescence) 또는 묵시적 승인(impliedrecognition)을 한 것으로, 이는 어업문제가 아닌 영토문제를 다룬 것이다. 독도의 영토주권이 한국에 있다는 한국의 주장과 다케시마의 영토주권이 일본에 있다는 일본의 주장의 불일치로 중간수역을 설정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ⅲ) 독도를 내포하는 동해중간수역을 설정하여 독도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배제할 것(부속서Ⅰ 제2항)은 독도에 대한 한국의 주권적 권리(sovereign right)를 배제한 것으로, 이는 어업문제가 아닌 영토문제를 다룬 것이다.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연안국의 권리는 '주권적 권리'로, 이는 영토주권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ⅳ) 동해중간수역에서 기국주의를 채택하는 규정을 두어(부속서Ⅰ 제2항 가목) 독도의 영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하여 한국의 어업에 관한 관계법령을 위반한 일본어선에 대한 추적권(right of hot pursuit)을 침해한 것은 영해에 관해서는 한국의 주권(sovereignty)을 침해한 것이며, 배타적 경제수역에 관해서는 한국의 주권적 권리(sovereign right)를 침해한 것으로 된다. 이는 동 협정이 어업문제가 아닌 영토문제를 다룬 것이다. (ⅴ) 동 협정은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15조). 동 규정 중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독도의 영유권문제가 포함됨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동 협정은 영유권문제를 다룬 것이다. (ⅵ) '페드라 브랑카 사건(Pedra Branca Case)'에서 국제사법재판소는 도위주변수역에 대한 실효적 지배는 도 자체에 대한 주권의 행사(have exercised sovereign authority over Pedra Branca)로 인정했다. 따라서 독도의 주변수역인 동해 중간수역에서 일본의 어업권의 행사를 인정한 것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주권의 행사로 인정된다. 그러므로 동 협정은 독도의 영유권문제에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영유권문제와 무관하지 아니하다. 2. 중간수역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 비판 청구기각 결정의 이유 중 또 하나는 동 협정에 의해 설치된 동해중간수역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중간수역의 설정에 있어서 어느 일국의 일방적인 양보로는 보이지 않고 또한 상호간에 현저한 균형을 잃는 설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동, p.411). 그러나 이 청구기각 이유는 다음과 같은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 (ⅰ) '현저히 균형을 잃은 설정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정치적 판단이며 법적 판단이 아니다. 기각결정의 판단은 법적 판단이며 야함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ⅱ) 동해 중간수역의 설정에 있어서 한국은 독도가 아닌 울릉도를 기점으로 일본은 오끼도를 기점으로 각기 35해리 이원(以遠)에 동해 중간수역을 설정한 것이다. 현저히 균형을 잃지 아니하면 합헌적이라는 논리를 수용한다할지라도 독도를 기점으로 하지 아니한 것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다. 현저히 균형을 잃은 여부를 떠나서 울릉도를 기점으로 하고 독도를 기점으로 하지 아니한 것은 명백히 독도의 영유권을 침해한 것이다. (ⅲ) 한국의 영토인 독도만을 동해중간수역에 내재시키고 일본의 영토인 오끼도는 동해 중간수역에 내재시키지 아니한 것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다. (ⅳ) 독도를 동해 중간수역 내에 넣은 것은 독도의 영유권이 한국에 뿐만 아니라 일본에게도 있다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하는 경우에만 현저히 균형을 잃지 아니한 것으로 인정 될 수 있다. 따라서 독도의 영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주장을 수용한 동해중간수역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다. (ⅴ) 한국의 영토인 독도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동해중간수역에 의해 배제된 것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다. (ⅵ) 한국의 영토인 독도의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의 일본어선의 범법행위에 대한 동해 중간수역에서의 추적권이 배제된 것(부속서Ⅰ 제2항 가목)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다. (ⅶ) 도의 주변수역에 대한 지배는 도 자체에 대한 주권의 행사로 인정되므로, 동해 중간수역에서 일본의 어업권의 행사를 독도 자체에 대한 일본의 주권의 행사로 인정되게 된다. 따라서 동해중간수역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다. 3. 어획량의 감소는 한일어업협정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 비판 청구기각 결정의 이유 중의 또 하나는 조업수역의 축소로 인한 어획량의 감소는 동 협정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조업수역의 축소와 어획량의 감축에 따른 어민들의 손실은 이 사건 협정 조항에 의하여 초래되었다기보다는 UN해양법협약의 성립겧常옜?의한 세계 해양법 질서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동, p.415). 그러나 동 기각이유에 대해는 다음과 같은 비판을 가해 볼 수 있다. (ⅰ) 'UN해양법협약'은 헌법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의거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이나, 그것은 국내'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이며 '헌법'과 동일한 또는 헌법상위의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UN해양법협약이 헌법에 위배되게 되면 그것은 당연히 국내적 효력이 부정되는 것이다. (ⅱ) 만일 위헌인 UN해양법협약을 동 협정이 수용한 것이라면 동 협정이 헌법 위반인 것이며 동 협약이 헌법위반인 것은 아니다. (ⅲ) UN해양법 협약이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 이는 동 협정에 의해 한일간에 동 협약의 효력을 배제할 수 있는 것이다. 동 협약은 일반법이고 동 협정은 특별법이므로 향자의 효력관계는 '특별법우선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ⅳ) 청구인 등의 주장은 독도의 주변수역인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한국 어선만이 배타적으로 어획할 수 있었으나 동 협정에 대해 동해중간수역이 설정되어 동 수역에서 한국어선의 배타적 어획이 배제되고 일본 어선이 동 수역에서 어획할 수 있게 되어 청구인 등의 어획량이 감축되게 되었다는 것이며 이는 UN해양법 협약과는 무관한 것이다. 4. 한일어업협정은 불가피한 사정하에 체결된 것이라는 이유 비판 청구기각 경정의 이유 중 하나는 동 협정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체결되었다는 것이다. 즉, '… 무협정 상태에 돌입하게 되면 … 양국의 실정법이 경합적으로 적용되게 되며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회피되어야 한다는 것이 양국모두의 인식하는 바이였고 그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체결된 것이 이 사건협정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동, p.415). 그러나 이 이유는 다음과 같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ⅰ) 무협정 상태에서 충돌이 불가피한 사정하에 동 협정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동 협정이 체결될 당시의 불가피한 사정을 표현할 뿐 그러한 불가피한 사정하에서는 헌법 위반이 허용된다는 법리의 설명은 되지 못한다. (ⅱ) 불가피한 사정하에서는 헌법을 위반한 조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헌법의 명문규정이 없음은 물론 그러한 헌법이론도 없다. (ⅲ)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헌법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현실논리는 규범외적인 주장이며, 그것이 규범 내재적 주장으로 합법성과 타당성을 승인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ⅳ) 헌법 자체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헌법의 변경, 즉 헌법의 위반에 의한 헌법의 변경은 혁명이나 쿠데타의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므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불가피성을 이유로 한 헌법위반의 수용은 혁명과 쿠데타의 논리로만 설명이 가능할 수 있다. (ⅴ) 헌법상위의 규범인 근본규범(Grund Norm, basic norm)은 헌법제정 이전의 것으로 그것은 헌법제정 이후의 인간의사의 행위로 창설되는 것이 아니므로(not crated by acts of will of human beings) 동 협정체결의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불가피성은 헌법 상위의 근본규범에 포섭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상황 하에서는 헌법위반 행위가 허용된다는 논리는 정치적 상황논리는 법규범의 세계에서는 성립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Ⅳ. 결론 우리 정부가 '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함에 있어서 어업 기타 경제적 외교적 이익을 제1차적 가치를 설정하고 독도의 영유권 보전에 제2차적 가치를 설정하여 독도의 영유권이 일본에 귀속된다는 일본의 주장을 묵인내지 묵시적 승인을 하거나 또는 그 결과로 '금반언의 원칙'에 따라 독도의 영유권이 한국에 귀속된다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수용하는 과오를 범했다.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과오를 합법화하는 결정의 반복으로 헌법 수호의 본연의 임무를 방기했다는 규탄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의 과오를 합법화하는 것이 국익에 합치된다 할지라도 그것은 헌법규범 외연의 존재의 세계에서만 정치적 합리성이 승인될 수 있어도 헌법규범 내연의 당위의 세계에서는 법적 타당성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2009-12-17
도산해지조항의 유효성
1. 들어가며 계약의 일방 당사자에 대한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 등을 계약해지권의 발생원인 내지 계약의 당연 해지사유로 정한 이른바 '도산해지 조항(ipso facto clause 조항)'의 효력이 실무상 문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도산해지 조항은 임대차 계약, 리스 계약 등에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계약서에서도 널리 해지 내지 기한 이익 상실 요건의 하나로써 규정되어 있는 바, 기업회생 실무에서는 동조항으로 인해 채무자 회사(특히 고가의 장비를 리스하여 사업의 수행하는 기업의 경우 등)의 사업 유지나 회생계획에서 필수적인 자산을 반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채무자는 그 동안 사용, 수익하여 오던 계약 목적물의 사용수익권을 상실하는 반면 반대 당사자인 채권자는 환취권을 행사하여 계약 목적물의 점유를 회수할수 있게 되므로 그 목적물이 회생절차의 진행에 긴요한 경우 채무자의 회생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동조항의 효력에 대하여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우선하여 동 조항을 유효로 볼 것인지, 또한 어느 범위에서 유효한지여부, 특히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통합도산법')상의 미이행쌍무계약 관리인의 해지선택권(통합도산법 제119조)과 관련하여 논란이 있으며 이에 대해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을 어떻게 해석할지 여부도 다툼이 있는 듯하므로 먼저 원심판결과 위 대법원판결을 비교한 후 그 유효성을 논하고자 한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이 종국에 있어 문제된 정리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심판결과 동일하게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있으나 도산해지 조항의 유효성에 대하여는 상이한 서술을 하고 있어 아래 2. 원심판결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에서는 판결 이유 중 도산해지 조항의 유효성에 관한 판결이유에 한정하여 서술한다. 참고로 판시 사안에서는 도산해지 조항에 관하여 계약 일방 당사자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의 사유가 발생한 사실 이외에 18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소멸되지 않을 경우 해지권이 발생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원심판결 및 대법원 판결 요지 가. 원심판결(서울고법 2005. 6.10. 선고 2004나87017 판결) 원심판결은 합작투자계약의 일방 당사자에 대한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을 약정해지권 발생사유로 규정한 도산해지 조항의 유효성에 대하여 현재 재정적인 파탄에 직면하고 있을지라도 향후의 계속기업가치를 따져 경제적으로 갱생의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가면서 사업을 계속하게 하여 종국적으로 기업을 재건하고자 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회사정리절차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고 또한 회사정리법상 관리인의 회사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구 회사정리법 제53조, 제103조, 현 통합도산법 제119조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또한 해지권이 발생하기 위하여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의 사유가 발생한 사실 이외에 18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소멸되지 않을 것을 추가요건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결론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나. 대법원 판결(2007. 9.6. 선고 2005다38263 판결) 이에 반해 대법원 판결은 도산해지 조항의 일반적 유효성에 대하여 "도산해지 조항을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구체적인 사정을 도외시한 채 도산해지 조항을 회사정리절차의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침해하고 상대방 당사자가 채권자의 입장에서 채무자의 도산으로 초래될 법적 불안정에 대비할 보호가치 있는 정당한 이익을 무시하는 것이며 따라서 도산해지 조항이 구 회사정리법에서 규정한 부인권의 대상이 되거나 공서양속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효력이 부정되어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 도산해지 조항으로 인하여 정리절차개시 후 정리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조항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 "계약의 이행 또는 해제에 관한 관리인의 선택권을 부여한 회사정리법 제103조 취지에 비춰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을 무효로 보아야 한다거나 아니면 적어도 정리절차개시 이후 종료시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도산해지조항의 적용 내지는 그에 따른 해지권의 행사가 제한된다는 등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정리법 제103조에 정한 쌍무계약이라 함은 쌍방 당사자가 상호 대등한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으로서, 본래적으로 쌍방의 채무 사이에 성립이행존속상 법률적·경제적으로 견련성을 갖고 있어서 서로 담보로서 기능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위 규정이 적용되려면 서로 대등한 대가관계에 있는 계약상 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이행되지 아니한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한 뒤, 도산해지 조항이 문제된 본 사건 합작투자계약은 조합계약에 해당하고, 계약당사자들로서는 상호 출자하여 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조합 구성에 관한 채무의 이행을 마친, 즉 미이행쌍무계약이라고 볼 수 없어 제103조가 적용된다고 할 수 없고, 조합계약은 일반적인 재산상의 계약과는 달리 서로 간에 고도의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일방 당사자에게 지급정지 등의 사유가 발생하고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장차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관리인이 상대방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다른 당사자로서는 그로 인해 초래될 상황에 대비할 정당한 이익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따라서 위와 같은 사유에 의한 도산해지 조항을 약정한 경우에는 이를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요컨대, 대법원은 도산해지 조항의 유효성에 대하여는 구 회사정리법에서 규정한 부인권의 대상이 되거나 공서양속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효력이 부정되어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수 없으며 다만 미이행의 쌍무계약의 경우는 도산해지 조항의 유효성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할 여지가 적지 않다고 판시한 뒤, 종국적으로는 판례 사안처럼 합작투자계약의 경우 조합계약이고 미이행쌍무계약이 아니므로 판시 계약상의 도산해지 조항이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3. 학설의 대립 이러한 도산해지 조항의 유효성에 대하여 긍정설은 계약 자유의 원칙, 위 대법원 판결이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도산해지 조항의 유효성을 부정하게 되면 상대방 당사자가 채권자의 입장에서 채무자의 도산으로 초래될 법적 불안정에 대비할 보호가치 있는 정당한 이익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다. 반면 부정설의 경우 동 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하게 되면 기업회생 신청이라는 사실만으로 채무자 회사의 사업 유지나 회생계획에서 필수적인 자산을 반환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회생절차의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4. 입법례, 외국의 판결례 미국 연방파산법 제365조 (e)(1)은 불이행(혹은 미확정) 계약 또는 만료 되지 않은 임대차계약은 채무자의 파산 혹은 재정적 상황, 파산법상의 절차의 개시시작 등의 사유만으로 종료되거나 변경될 수 없고, 그러한 계약 혹은 임대차 계약상의 권리나 의무는 종료되거나 변경될 수 없다고 규정하여 도산해지 조항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최고재판소는 회사갱생절차에서 회사갱생절차 개시신청 사실을 약정해제사유로 한 소유권유보부 매매계약상의 해제권유보 특약조항은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5. 검토 및 결론 위 대법원 판례는 도산해지 조항을 어떤 경우에도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통합도산법에서 규정한 부인권의 대상이 되거나 공서양속에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로 그 유효성이 부정될 수 있으며 특히 미이행쌍무계약의 경우, 도산해지 조항을 무효로 해석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취지로 판단을 한 바, 미국 연방파산법처럼 도산해지 조항을 무효로 규정한 명시적인 강행규정이 없는 이상 이러한 해석을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있어 미이행쌍무계약의 경우 도산해지 조항이 무효가 되는 범위를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기업회생절차의 취지가당사자 사이의 계약 자유원칙을 제약하면서도 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가면서 사업을 계속하게 하여 종국적으로 기업을 재건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 이러한 도산해지 조항은 자칫 통합도산법상 관리인의 처분권 내지 해지선택권을 무용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 또한 도산해지 조항으로 인하여 기업회생신청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핵심적인 자산을 반환하게 되면 기업 경영자가 회생절차 신청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는 점, 채권자가 악의로 채무자에 대한 도산절차 신청을 한 후에 도산해지 조항에 따라 계약해지를 하는 부작용도 상정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건대, 특히 미이행쌍무계약의 경우 도산해지 조항의 유효성을 엄격히 해석해야 할 것이며 도산법에 있어서 국제적 동조화경향 등에 비추어 궁극적으로는 통합도산법상에도 미국연방도산법과 같이 도산해지 조항의 유효성여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09-12-07
계약사건의 국제재판관할에서 의무이행지와 실질적 관련
Ⅰ. 사안의 개요 한국 회사인 원고가 일본 회사인 피고에게 러시아에서 선적한 냉동청어를 중국에서 인도하기로 하고, 대금은 선적 당시의 임시검품 결과에 따라 임시로 정하여 지급하되 인도지에서 최종검품을 하여 최종가격을 정한 후 임시가격과의 차액을 정산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피고가 정산금을 미지급하자 원고는 정산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피고는 적정 매매대금을 초과하여 지급했으므로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반소를 제기했다. 이에 앞서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중국에서 제소했으나 소가 각하되었다. Ⅱ. 원심판결 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2006. 10.11. 선고 2006나2049(본소), 2006나2056(반소) 판결)은 과거 대법원판결의 추상적 법률론을 따라 “… 국내의 재판관할을 인정할지 여부는 … 우리나라의 성문법규도 없는 이상 결국 … 기본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결정함이 상당하고, …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 규정 또한 위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위 규정에 의한 재판적이 국내에 있을 때에는 우리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다”는 취지로 설시하고, 원고인 한국회사의 주소지가 대금지급의무의 이행지라고 보아 민사소송법 제8조를 근거로 한국의 국제재판관할을 긍정했다. 놀랍게도 원심판결과 1심판결은 국제사법의 개정을 몰랐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중국에서 이 사건 청어에 대하여 최종검품이 이루어졌는지 여부 및 그 결과가 무엇인지가 주로 문제되므로 분쟁이 된 사안과 가장 실질적 관련이 있는 법원은 청어의 인도지로서 최종 검품 예정지였던 중국 법원이나 …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제기한 소가 각하된 점, 청어에 포함된 성자(成子)의 비율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인 청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피고가 청어를 인도받고 처분한 시점으로부터 약 5년이 경과하여 이제 와서 한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부정한다면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도외시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점, 피고가 반소를 제기했으므로 원·피고 사이의 분쟁을 종국적으로 일거에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점, 원고가 한국에서 관련 서류를 팩스로 전송받는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정산금을 송금받기로 한 곳이 한국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한국에도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는 근거로 우리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민사소송법 제8조와, 청구의 기초가 된 의무이행지의 관할을 인정할 수 있다는 설시는 하지 않았다. Ⅳ. 연구 1. 문제의 제기 섭외사법 하의 과거 대법원판결에 따르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청구의 기초가 되는 의무, 즉 대금지급의무의 이행지인 한국의 국제재판관할을 긍정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도메인이름에 관한 대법원 2005. 1.27. 선고 2002다59788 판결을 인용하면서, 계약사건의 의무이행지관할에 관한 별다른 설시 없이 실질적 관련을 기초로 위와 같이 판시했다. 대상판결은 판례공보에 게재되지 않았는데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에 대해 간단히 논평한다. 2. 국제사법 하의 국제재판관할규칙 섭외사법 하에서 국제재판관할의 배분에 관하여는 逆推知說, 관할배분설과 수정역추지설 등이 있었으나 2001년 7월 개정 국제사법이 시행됨으로써 학설 대립은 의미를 상실했고, 이제는 국제사법에 따라 精緻한 국제재판관할규칙을 정립해야 한다. 국제사법은 소송원인인 분쟁이 된 사안 또는 당사자가 법정지인 한국과 ‘실질적 관련’을 가지는 경우 우리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고,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과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한다(제2조 제1항). 실질적 관련은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는 궁극적 잣대로서 기능하는 매우 탄력적인 개념이다. 국제재판관할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법원은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규정 등 국내법의 관할규정을 참작해야 하나, 재판적에 관한 규정은 국내적 관점에서 제정된 것이므로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제2조 제2항). 따라서 과거 판례가 발전시킨, 토지관할규칙을 기초로 국제재판관할규칙을 정립하는 접근방법은 상당부분 유지될 수 있으나, 일단 「국제재판관할규칙=토지관할규정」이라고 보고 그 결론이 부당한 경우 특별한 사정을 근거로 결론을 뒤집을 것이 아니라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올바른 국제재판관할규칙을 정립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토지관할규칙을 ① 국제재판관할규칙으로 삼을 수 없는 것, ② 곧바로 국제재판관할규칙으로 삼을 수 있는 것과 ③ 적절히 수정함으로써 국제재판관할규칙으로 삼을 수 있는 것으로 분류하고, ③의 유형을 어떻게 수정할지를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④ 토지관할규칙이 망라적이지 않으므로 그 밖의 국제재판관할의 근거를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물론 매우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3. 계약사건에서 의무이행지에 기초한 국제재판관할-종래의 논의 특별재판적을 정한 민사소송법 제8조에 따르면 재산권에 관한 소는 의무이행지의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대법원 1972. 4.20. 선고 72다248 판결은 섭외사법을 적용하여 문제된 국제계약의 객관적 준거법을 일본법이라고 판단하고 그에 따라 의무이행지를 결정한 뒤 구 민사소송법 제6조(민사소송법 제8조에 상응)를 적용하여 의무이행지인 한국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했다. 문면상으로는 ‘재산권에 관한 소’에 법정채권에 관한 소도 포함되나, 그 경우까지 의무이행지관할을 인정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학설은 이를 채권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 채무에 한정한다. 요컨대 제8조는 위 ③의 유형에 속하는 토지관할규칙인데 이를 국제재판관할규칙화함에 있어서는 적절한 수정이 필요하다. 가. 청구의 기초가 된 의무 종래 학설은 제8조의 의무는 계약관계를 특징지우는 의무가 아니라 ‘청구의 기초가 된 계약상 의무’라고 본다. 이에 따르면 의무이행지에 관한 합의가 없는 한, 누가 어느 의무에 기하여 제소하는가에 따라 관할법원이 다르게 되어 한 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 분쟁의 관할을 집중할 수 없다. 따라서 유럽연합의 브뤼셀Ⅰ규정(제5조 제1호)은 특징적 급부의무에 착안하여, 물품매매계약과 용역제공계약의 경우 청구의 기초가 된 의무에 관계없이 통일적인 이행지를 규정하나, 다른 유형의 계약에 관하여는 여전히 청구의 기초가 된 의무에 착안한다. 나아가 1999년 헤이그 예비초안(제6조)은 브뤼셀Ⅰ규정과 유사하나 매매계약, 용역제공계약과 양자의 혼합계약에 관하여만 의무이행지관할을 인정한다. 나. 이행지의 결정 민사소송법 제8조를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을 정하자면 의무의 ‘이행지’를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당사자가 이행지를 합의하지 않은 경우인데, 이행지를 결정함에 있어서 종래 ① ‘저촉법을 통한 우회공식’을 따르는 견해와 ② 국제민사소송법 독자의 관점에서 이행지를 결정하는 견해가 있다. 전자는 국제사법에 의하여 결정되는 준거실체법상의 의무이행지에 착안하고, 후자는 절차법적 이익에 봉사하는 통일된 절차법적 이행지 개념을 도입한다. 위 대법원 1972년 판결은 우리 섭외사법에 따라 지정된 계약의 준거법을 정하고 그에 의하여 채무의 이행지를 결정함으로써 ①설을 따랐으나 학설은 ②설이 유력하다. ②설의 문제점은 절차법적 이행지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첫째, 대상판결은 종래 학설 및 1972년 대법원판결과 같은 청구의 기초가 된 의무의 이행지에 착안하는 형태의 의무이행지관할규칙을 따르지 않았다. 둘째, 대상판결은 가장 실질적 관련이 있는 법원은 청어의 인도지이자 최종 검품 예정지인 중국 법원이라고 보았는데, 이는 청구의 기초가 된 정산금지급의무가 아니라 계약의 특징적 급부의무를 중시한 점에서 종래 학설 및 1972년 대법원판결과 다르고, 결과적으로 브뤼셀Ⅰ규정 및 헤이그 예비초안과 유사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특징적 급부의무에 착안한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 관련의 판단과정에서 그런 결론에 이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셋째, 대상판결이 의무이행지관할규칙과 결별하고 실질적 관련만에 기하여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한 것인지도 애매하다. 대상판결이 원고가 정산금을 송금받기로 한 곳이 한국임을 언급하므로 청구의 기초가 된 의무이행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타 제사정도 고려하면서 실질적 관련에 기하여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였다. 의무이행지관할의 정당성에 대하여는 비판이 있고, 미국에서는 계약사건에서 의무이행지라는 이유만으로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대신 적법절차의 맥락에서 법정지와의 어떤 접촉이 특별관할권을 정당화하는가에 관하여 다양한 판결이 있는데(Born/ Rutledge, International Civil Litigation in United States Courts (2006), p.151 이하), 대상판결은 여러 접촉(contacts)을 고려한 점에서 미국 판결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국제사법 제2조 하에서 우리가 미국식 접근방법을 따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실 국내관할규정에 대한 고려없이 실질적 관련을 근거로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한 것은 도메인이름에 관한 위 2005년 대법원판결에서 비롯되었으나, 필자는 그것은 도메인이름의 특수성과, 결과발생지 결정의 어려움에 기인한 것으로 선해했다. 하지만 전형적인 계약사건인 이 사건에서 대상판결의 설시는 수긍하기 어렵다. 브뤼셀Ⅰ규정(제5조 제1호)과 일본 국제재판관할연구회의 2009년 7월 중간시안(제2의 1)은 의무이행지관할규칙을 유지하는데, 대상판결이 이를 배척할 의도라면 그 취지와 근거를 밝혀야 했다. 대상판결은 제사정을 열거하고 한국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는 결론만을 내렸을 뿐이고, 1972년 대법원판결 및 국제사법 제2조(특히 제2항)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어떤 논리적 과정을 거쳐서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제시하지 않는데 이는 유감이다. 국제사법상 법원은 국내관할규정을 참작해야 하므로 대상판결이 실질적 관련을 판단함에 있어서 대금지급의무의 이행지에 좀더 비중을 두고, 기타 사정을 부수적으로 설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대법원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아직 입장이 정리된 것 같지는 않다. 섭외사법 하에서 토지관할규칙에 지나치게 구속되었던 대법원이 이제는 거꾸로 토지관할규칙을 과도하게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비록 국제사법 제2조가 개방적인 일반조항이지만, 법원이 이것을 恣意的 判斷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 법원은 제2조에 따라 우선 토지관할규칙 등 국내관할규정을 참작하여 精緻한 국제재판관할규칙을 정립해야지, 단지 다양한 사정을 열거하고 법원이 원하는 결론을 내리는 것, 즉 실질적 관련을 법원의 恣意的 結論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제2조에도 반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앞으로는 아무쪼록 대법원이 제2조에 충실한 접근방법을 취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2009-11-12
이익소각계약의 해제시 원상회복 방법
1. 사실관계 가. 갑 주식회사의 2대주주인 을, 병은 을의 지분을 이익소각하는 방식으로 을의 출자를 환급하여 주기로 합의하고 갑 주식회사, 을, 병 및 그 관계회사들이 당사자가 되어 이익소각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위 이익소각계약에 따라 갑 주식회사는 이익소각절차를 밟았고 을은 자신의 지분 중 60% 가량을 소각하였다. 다. 그러나 갑 주식회사는 위 소각에 대한 소각대금을 분할하여 지급하던 중 그 이행을 지체하였고 을은 갑 주식회사에 대하여 위 소각대금잔금의 지급을 최고한 후 위 이익소각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서 소각된 주식의 재발행(신주발행)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가. 을이 소로써 구하는 신주발행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갑 주식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함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을에게 원상회복 방법으로 위와 같이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취지의 갑 주식회사 정관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나. 을은 갑 주식회사가 을에게 신주를 발행한다고 하여 실질적으로 신주인수권이 침해되는 주주가 없다고 주장하나, 주주 의결권 행사의 자유, 주식 양도 자유와 그 행사 가능성을 고려하면 을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나머지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주식회사의 실질을 가지지 못할 정도로 갑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다. 을이 청구하는 신주발행의 취지를 갑 주식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여 이를 을에게 이전하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자기주식취득 역시 강행법규인 상법 제341조의 예외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을의 위 주장도 이유없다. 3. 사건의 경과 을은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09. 3.12. 대상 판결을 확정하는 내용의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다10399 판결). 4. 평석 가. 문제의 소재 대상 판결에서는 ① 이 사건 이익소각계약을 해제할 경우 이미 소각된 주식의 원상회복방법은 무엇인지 여부와 ② 만일 원상회복의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한다면 이는 상법 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나. 이익소각계약 해제시의 원상회복방법 대상 판결은 이익소각계약에 따라 이익소각이 이루어진 뒤에 위 계약이 해제된 경우의 원상회복방법으로서 신주의 발행과 자기주식의 취득을 검토하고 있다. 신주의 발행은 을이 청구취지로서 주장하였던 것이고, 자기주식의 취득은 을이 청구취지에 추가하기 위하여 변론재개를 신청하였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유로서 대상 판결은 청구취지에 자기주식의 취득에 의한 원상회복주장도 포함된 것으로 볼 경우의 판단도 덧붙이고 있다. 다. 원상회복을 위한 신주인수권 부여 대상 판결에서 을에 대한 원상회복을 위하여 신주인수권을 부여한다면 이는 제3자의 신주인수권에 관한 문제가 된다. 상법 제418조는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적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상법 제418조는 강행규정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상법 제418조에 의하면 주식회사는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으나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이어야 한다. 대상 판결의 경우 이익소각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을 ‘경영상 목적’에 포섭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이다. 아직까지 ‘경영상 목적’의 범위에 관하여 판시한 판례는 발견하기 어려우나 학설상으로는 외국자본의 도입, 전후방 연계시장의 확보 등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고 주주배정에 의해서는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들고 있다(이철송, 「회사법강의」, 제15판, 박영사, 2008, 709면). 대상 판결의 경우 이익소각계약의 목적이 본래 주주간의 지분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이 문제로 된 것이므로 이를 위하여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행위를 ‘경영상 목적’에 기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기 위하여는 이에 관한 사항이 정관에 규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대상 판결의 경우 정관의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을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강행법규인 상법 제418조에 반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라. 원상회복을 위한 자기주식취득 대상 판결은 원상회복을 위한 자기주식취득과 관련하여서도 상법 제341조에 규정된 자기주식취득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시하고 있다. 대상 판결의 경우 갑이 자기주식을 취득한다면 이를 자기의 계산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을에 대한 의무이행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의 계산이란 주식의 취득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즉 손익이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의미인데 주식취득을 위한 비용은 갑이 지출해야 할 것이므로 손실이 갑에게 귀속됨은 분명하다. 따라서 갑이 원상회복을 위하여 자기주식을 취득한다면 이는 자기의 계산에 기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강행법규인 상법 제341조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마. 강행법규 위반과 신의칙의 관계 그러나, 대상 판결의 경우 각각의 개별규정을 떠나서 좀더 넓은 시야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을 이외의 주주들 대부분이 갑 주식회사 또는 병과 특수관계에 있으며 동시에 이익소각계약상의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강행법규 위반을 이유로 신주인수권 부여를 거부하는 갑 주식회사의 행위는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행법규 위반과 신의칙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어느 것을 우선하여야 할 것인지 문제가 된다. 비교법적으로 검토하여 보면, 독일연방대법원은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무효인 계약이라 할지라도 그 무효주장이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무효주장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BGHZ 85, 39), 일본의 최고재판소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영업양도계약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나 그 양수인이 이미 이행지체에 빠진 자신의 나머지 채무이행을 거절하기 위하여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최고재판소 1986. 9. 11. 선고 판결). 한편, 우리나라의 대법원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주주 전원이 영업양도 약정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회사측에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의 흠결을 이유로 재산양도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3. 3.28. 선고, 2001다14085 판결). 결국 어느 경우에 신의칙이 우선할 것인지의 문제만이 남는다고 할 것인 바,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이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으나 비교법적으로 검토하여 보면 이익형량이 일응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강행법규와 신의칙 위반의 관계에 비추어 보면 대상 판결의 경우 갑이 강행법규 위반을 이유로 의무위반을 거부하는 행위는 신의칙에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대상 판결은 이 점에 관하여 보다 신중하게 고려하였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바. 법인격부인론과의 관계 대상 판결은 법인격부인론과 관련하여서도 흥미로운 언급을 하고 있다. 즉, 대상 판결은 상법 제418조, 제341조의 강행법규성을 설시하면서 만일 갑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어 있다면 위 규정들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 갑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주식회사에 관한 상법의 규정은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는 다른 사건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법리라고 생각된다.
2009-10-15
국제물품매매협약 다룬 최초 우리 판결의 항소심판결
Ⅰ. 사안의 개요 중국 회사인 매도인(원고)과 한국 회사인 매수인(피고)은 2005. 6.11.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오리털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다. 피고는 제3자에게 오리털을 전매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원고도 계약 체결시 그 사실을 알았다. 원고는 일정 기간에 걸쳐 피고에게 오리털을 공급했으나 그 중 일부는 선박운항회사의 실수로 환적되지 않아 싱가포르항에 묶이고 도착 예정일이 지나도록 공급되지 않았다. 이를 이유로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고 대금의 지급을 거부했다. 원고는 미지급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피고는 ① 원고가 일부 공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했다고 주장하면서, ② 소송 중에 가사 원고의 미지급대금채권이 있더라도 피고가 원고에 대해 가지는 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기하여 상계한다는 항변을 제출했다. 위 판결은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Ⅱ.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CISG)(이하 ‘협약’)이 발효했으므로 이 사건 계약에는 협약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수차례에 걸쳐 피고에게 물품을 공급했으므로 피고는 미지급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나 원고는 물품 일부의 공급을 지연했으므로 피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피고의 상계항변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피고에게 잔액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했다. 대상판결은 지연손해금의 이율의 준거법을 중국법이라고 보아 상계적상일 익일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22%, 그 익일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11.52%의 비율을 적용했다. 대상판결은 상계의 준거법을 중국법이라고 보고 合同法상 상계에 해당하는 抵銷(저소)의 법리에 따라 피고의 상계항변을 받아들였다. 한편 계약 해제에 관하여는, 대상판결은 원고가 미얀마 양곤에서 공급하기로 한 오리털이 환적되지 않아 싱가포르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를 양곤으로 운송해 달라는 피고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것과 그 후 원고가 2005. 9.29. 작성된 구매계약서에 따른 오리털을 공급하지 아니한 것은, 모두 본질적 계약위반임과 아울러 장래의 분할부분에 대한 본질적 계약위반의 발생을 추단하는 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보아 당해 분할인도부분과 장래 분할인도부분은 해제되었다고 보았다. 이 결론은, 원고의 일부 오리털에 관한 납기부준수만으로 본질적 계약위반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1심판결과 정반대이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1980년 국제연합에서 채택된 협약은 2005. 3.1.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발효되었다. 대상판결의 1심판결, 즉 서울동부지법 2007. 11.16. 선고 2006가합6384 판결(이하 ‘1심판결’)은 필자가 아는 한 협약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최초의 우리 판결이었다. 그 밖에도 2008년에 하급심 판결이 모두 4개가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1심판결에 대해 간단한 평석을 발표했는데(법률신문 제3754호(2009. 6.15. 15면) 대상판결은 필자가 지적한 논점 전부에 대해 견해를 표명하고 보다 충실히 판단했다. 필자의 평석에 관심을 보여준 담당재판부에 경의를 표하면서 대상판결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2. 계약의 해제 이 사건 계약은 여러 차례에 걸쳐 물품을 인도할 의무를 부과하므로 이는 협약(제73조)이 말하는 ‘분할인도계약(instalment contracts)’인데, 원고는 그 중 일부에 대해서만 이행지체에 빠졌으므로 피고의 계약해제는 협약(제73조 제1항)이 규정하는 분할인도부분의 계약해제이다. 필자는 1심판결이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는데 대상판결은 이를 정면으로 인정했다. 나아가 1심판결은 협약상 부가기간의 설정에 의한 계약해제가 가능함을 언급하면서도 이 사건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에 대해 필자는 원고가 인도기일을 맞출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오리털의 재생산과 항공편에 의한 인도 및 도착지의 변경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불응했다면 피고의 부가기간 설정과 원고의 이행거절이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사실관계를 좀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상판결은 원고가 양곤에서 공급하기로 한 오리털이 환적되지 않아 싱가포르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를 양곤으로 운송해 달라는 피고의 요구에 불응한 것과 그 후 원고가 2005. 9.29. 작성된 구매계약서에 따른 오리털을 공급하지 아니한 것은, 모두 본질적 계약위반임과 아울러 장래의 분할부분에 대한 본질적 계약위반의 발생을 추단하는 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보아 당해 분할인도부분과 장래 분할인도부분이 해제되었다고 보았다. 이는 대체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나 문제된 분할인도부분에 관한 원고의 지체를 이유로 본질적 계약위반을 인정한 것은 의문이다. 다만 피고의 부가기간 설정과 원고의 불이행이 있었다고 본다면 계약의 해제를 인정한 결론은 정당화될 수 있다. 3. 상계 1심판결은 피고의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미지급대금채권은 피고의 상계에 의하여 대등액 범위에서 소멸했다고 보았다. 원고와 피고의 채권은 모두 이 사건 계약으로부터 발생했는데, 협약은 상계를 규율하지 않으므로 상계의 준거법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1심판결이 상계의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보았다면 잘못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우리 국제사법(제26조)에 따르면 이 사건 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은 중국법일 개연성이 크므로 상계적상의 존부는 중국법에 의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대상판결은 이 지적을 받아들여 이 사건 계약의 준거법은 국제사법 제26조에 의하여 중국법이므로 상계의 준거법도 중국법이라고 보고 중국 합동법(合同法)상 상계에 해당하는 ‘抵銷’의 법리에 따라 피고의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대금채권은 상계적상에 있었으므로 원고의 채권은 상계적상일에 소급하여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필자는 1심판결에 대해 협약상(또는 중국법상) 피고의 손해배상채권의 통화가 미달러화인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종통화간에도 피고의 대용급부청구권이 인정되어 상계적상이 인정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상판결이 이 점을 판단하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4. 외화채권과 채권자의 대용급부청구권 원고의 대금채권은 미달러화채권인데 원고는 원화지급을 청구했다. 1심판결은 민법 제378조의 해석상 채권자인 원고가 대용급부청구권을 가진다고 보아 원화지급을 명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① 협약의 해석상 채권자가 대용급부청구권을 가지는지, ② 만일 부정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378조가 이 사건 계약에 적용되는 근거를 밝혔어야 한다는 점과 그 맥락에서 의무이행지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대용급부는 채무의 내용의 구체적인 이행방법에 관한 것이고 환산의 시기 및 환산율은 채무의 실질적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대금채권이 실제로 이행되는 장소 혹은 그 이행을 구하는 소가 제기된 장소인 한국 법이 준거법이라 보고 대용급부청구권을 긍정했다. 대상판결이 논거를 제시한 점은 높이 평가하나, 우선 환산의 기준시기 및 환율은 채무의 실질적 내용에 영향을 미치고(1심은 미화 1달러 당 916.6원으로, 항소심은 1236.7원으로 각 환산했다), 국제사법상 채무이행의 방법에 대해 이행지법을 적용할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민법 제378조의 ‘이행지’는 법률(또는 계약)상 이행지인지, 사실상 이행지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우리 법원이 지급을 명하면 이행지가 한국이 되는지 나아가 한국에서 제소되었다는 이유로 한국법을 적용할 근거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5. 손해배상의 범위 협약(제74조)에 따르면 손해배상액은 이익의 상실을 포함하여 위반의 결과 상대방이 입은 손실과 동등한 금액이나, 그 범위는 위반 당사자의 예견가능성에 의하여 제한된다. 대상판결은 협약 제74조와 제75조를 기초로 ① 피고가 다른 곳에서 대체물품을 구하느라 지급한 대금과 이 사건 계약상 대금의 차액, ② 대체물품의 항공운송비용, ③ 피고가 전매수인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 중 일부의 합계를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이는 1심판결과 같다. 대상판결은 1심판결과 달리 이 사건 계약의 해제를 긍정하였으므로 협약 제74조를 적용한 것은 자연스럽다. 6. 지연손해금의 비율 1심판결은 피고에게 판결 선고일까지는 상법 소정의 연 6%, 그 익일부터 완제시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했다. 필자는 그에 대해 첫째, 연 6%의 지급을 명한 것은 우리 상법을 적용한 것으로 짐작되나 협약이 적용되고 보충적으로 중국법이 적용될 개연성이 큰 이 사건에서 상법을 적용할 근거가 없고 둘째,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것도 지연손해금은 준거법에 따라 판단할 사항이라고 보는 대법원판례에 위반됨을 지적했다. 대상판결은 원고의 대금채권에 관한 지연손해금의 준거법은 중국법이라고 판단하고 중국의 합동법(제207조), 민사소송법(제229조),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중국 민사소송법의 적용에 관한 약간의 문제점에 관한 의견’(제293 및 제294) 등을 적용하여 상계적상일의 다음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중국인민은행의 금융기관대출 최고이율인 연 5.22%, 그 익일부터 완제일까지는 그 기간에 대한 위와 같은 최고이율인 연 5.76%의 2배인 연 11.52%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의 설시는 필자의 지적을 전면 반영한 것이다. 7. 맺음말 대상판결이 1심판결에 대하여 필자가 제기한 거의 모든 논점에 대해 판단하고 설시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중국법상 피고의 손해배상채권의 통화와 중국법상 채권자가 대용급부청구권을 가지는지를 판단하지 않은 점은 아쉽고, 이 사건에서 본질적 계약위반을 인정한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리고 원고의 대용급부청구권을 긍정한 논거는 설득력이 약하다. 지난 8월1일자로 협약은 일본에서도 발효되었으므로 이제 한중, 한일 및 중일기업간에도 협약이 적용되는 사안이 증가할 것이다. 상계의 준거법, 대용급부(청구)권, 지연손해금의 준거법과 특례법의 적용 여부는 협약의 주요 쟁점은 아니지만 협약이 적용되는 사건, 나아가 채권의 준거법이 외국법인 사건에서 통상 제기되는 기초적 쟁점인데 앞으로 법원이 그에 대해 만연히 한국법을 적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사건처럼 우리 법원이 중국법을 적용할 사건이 점증하고 있으므로 중국법에 대한 연구역량을 제고할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필요시 한중민사사법공조조약(제26조)에 의한 법정보공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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