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기록에 있는 피고인의 집 전화번호 등 연락처를 이용해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공소장 등을 공시송달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법과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은 피고인의 주거나 사무소, 현재지를 알 수 없고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했음에도 6개월간 소재파악이 되지 않으면 공시송달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2일 음주운전을 한 혐의 등(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박모(51)씨에 대한 상고심(☞2011도15236)에서 징역 4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록상 피고인의 집 전화번호 또는 휴대전화번호 등이 나타나 있으면 그 전화번호로 연락해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해보는 등의 시도를 해야하고,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곧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한 송달을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과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제1심 법원은 박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통화하게 됐으나, 박씨가 서류를 송달받을 수 있는 장소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제3회 공판기일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는 데 그쳤다"며 "박씨의 주거, 사무소, 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하고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공소장 부본과 공판기일소환장을 송달하고 피고인의 출석없이 심리 판단한 것은 피고인에게 출석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돼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2007년 일정한 수입이 없는데도 의정부시의 대부업자로부터 '경마장 업자들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일을 하고 있으니 곧 갚겠다'며 640여만원을 받고, 2010년 5월 남양주시에서 혈중알콜농도 0.093%로 술에 취한 상태로 화물차를 운전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두 사건을 병합심리한 1심 법원은 공소장에 있는 박씨 주소로 공소장 부본을 2차례 송달했으나, 송달이 되지 않았다. 이후 1심 법원은 박씨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해 공판기일을 알려줬지만 박씨가 재판기일에 법정에 나오지 않자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지명수배를 의뢰했다. 이후 1심 법원은 박씨의 소재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소환장과 공소장 부본을 송달한 후 박씨의 출석 없이 변론을 종결하고 징역 8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