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74) 전 국정원장이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는 23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남 전 원장에게 징역을 선고하며 함께 기소된 장호중(51·사법연수원 21기) 전 부산지검장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이제영(44·30기) 검사에게는 징역 1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2017고합1162).
또 서천호(58) 전 국정원 2차장에게 징역 2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6개월을, 김진홍(58)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게 징역 2년을, 문정욱(59) 전 국익정보국장에게 징역 2년에 자격정지 1년을, 고일현(56) 전 종합분석국장에 징역 1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6개월을, 하경준(62) 전 국정원 대변인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날 실형 선고에 따라 구속기간 만료로 지난 15일 석방됐던 김 전 단장과 문 전 국장은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통해 국정원은 헌법에 명시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조직적으로 정치에 관여했으며, 이는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범죄"라며 "남 전 원장 등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수사와 재판에 협조했다면 국정원이 과오를 성찰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었지만 전모가 밝혀질 경우 발생할 불이익이나 새 정부가 받을 부담 등을 빌미로 조직적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와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은 사법 정의의 초석이기에 이를 방해하는 범죄는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으로, 목적이 무엇이었든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남 원장 등은 2013년 4월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이 수사가 본격화되자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위장 사무실과 허위·조작된 서류를 만드는 등 검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국정원 직원 8명에게 '심리전단 사이버 활동은 정당한 대북 심리전 활동이고, 직원들이 작성한 글은 개인적 일탈 행위에 불과하다'는 TF 대응 기조에 따라 검찰 수사와 법원에 나가 실체와 다른 진술을 하도록 지침을 내린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서울중앙지검2차장)은 지난해 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국정원법 위반,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남 전 원장과 하 전 국정원 대변인을 기소했다. 검찰은 남 전 원장 등을 앞서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한 서 전 국정원 2차장 등 국정원 관계자와 장 검사장 등 국정원 파견 전·현직 검찰 간부 등 관련자 6명과 공범으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