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노조 간부 등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할 때 노조 측과 사전협의하기로 합의했더라도 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관의 본질적 권한인 인사권에 대한 침해라는 취지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이 "민공노 산하 부산시 영도지부의 단체협약에 내린 시정조치를 취소해 달라"며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단체협약 시정명령 취소소송(2011두13392)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공무원 노조법 제8조 1항 본문은 단체교섭 대상을 '노동조합에 관한 사항 또는 조합원의 보수·복지 그 밖의 근무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규정하는 한편, 그 단서에서 '법령 등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자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법 시행령 제4조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지 않는 비교섭사항을 '정책의 기획 또는 계획의 입안 등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공무원의 채용·승진 및 전보 등 임용권의 행사에 관한 사항, 기관의 조직 및 정원에 관한 사항, 예산·기금의 편성 및 집행에 관한 사항, 행정기관이 당사자인 쟁송에 관한 사항,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그 밖의 사항'으로 더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나 지자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려면 그 자체가 공무원이 공무를 제공하는 조건이 될 정도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된 것이어야 하며 이 경우에도 기관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민공노 산하 부산본부와 연제·영도·수영구지부는 2007~2008년 해당 지역 구청장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조합원 인사시 노조와 사전협의 △생활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에 조합원 동원 최소화 △근무시간에 단체복 허용 등의 조항을 담았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협약의 위법 여부를 심사한 뒤 73개 항목이 공무원 노조법이나 노동조합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 내렸고, 민공노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1심은 "업무시간과 보수, 근무자를 위한 교육시설 등은 단체교섭 대상이지만 인사나 예산편성, 행정청사 이전, 근무체제 변경 등은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노조 선출직 임원과 사무국장의 인사를 사전협의토록 한 것은 자의적인 인사권이나 징계권 행사를 막기 위해 노조에 미리 알리고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준 뒤 이를 참고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이런 내용의 단체협약이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거나 교섭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며 민공노 측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