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 회원들이 집단으로 특정인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면 사이트 운영자는 비방 글을 삭제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강형주 수석부장판사)는 16일 인터넷 언론사 기자 이모(27)씨가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운영자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게재 및 모욕 게시물 방치금지 가처분 신청(2013카합1661)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6개월 간 일베 운영자는 이씨가 삭제를 요청하는 게시글과 댓글을 그 요청을 받은 시각으로부터 2시간 이내에 삭제해야 한다"며 "위반 행위 지속시간이 1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5만원씩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베 사이트에 이씨에 대한 비방글이 오랫동안 게시됐고 비방글의 표현, 게시 기간, 목적, 반복성 등을 고려하면 이씨가 입는 명예감정의 훼손이나 인격권 침해의 정도는 현저히 크므로 비방글의 불법성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자신에 대한 비방글이 포털사이트에 검색되지 않게 해달라고 주장하지만, 해당 조처는 본안 판결 이전에 일베의 영업을 사실상 중단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운영자에게 그와 같은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최근 극우성향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일베에서 자신의 이름과 이를 유추할 수 있는 이니셜을 사용하며 자신을 '강간범', '홍어', '전라디언', '종북', '좌좀' 등의 용어로 모욕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자 일베 운영자에게 삭제를 요청했다. 일베 운영자가 비방글을 삭제해도 일베 이용자들이 이름을 변형해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글을 계속 올리자 이씨는 '1분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안희길(41·사법연수원 31기) 서울중앙지법 민사공보판사는 "사이트 운영에 손해가 발생할 문제이기 때문에 소명기준이 다소 높긴 하지만 정치적 표현이 강한 다른 사이트에서도 같은 사례가 문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