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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판결] 임금피크제 도입, 노조와 합의했다면
사측이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근로자 과반수 이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합의했다면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직원들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이같은 임금피크제는 전 직원들에게 적용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이숙연 부장판사)는 A씨 등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임금소송(2020나2028045)에서 최근 1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 등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입사해 2015년 이전에 1,2급으로 승진해 재직하고 있거나 퇴직한 직원들이다. 공단은 2013년 5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당초 2급 이상 근로자의 정년은 60세, 3급 이하 근로자 및 기능직 근로자의 정년은 58세로 정하고 있던 것을 3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도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와 적용기간, 임금지급률 등 임금피크제 운영방안에 관해 협의했고 2015년 10월 노사 합의를 체결했다. 노사합의서에서는 도입 유형에 대해 2급 이상 등에게는 정년보장형을, 3급 이하 등에게는 정년연장형을 적용하는 내용과 피크임금 산정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A씨 등은 "공단의 임금피크제는 3급 이하 근로자에게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지만 2급 이상 근로자에게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해 그 내용이 결과적으로 2급 이상 근로자에게만 불이익하다"며 "2급 이상 근로자는 노조 조합원 자격이 없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2급 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동의절차를 거쳤어야 하는데, 이를 생략한 채 임금피크제를 도입·시행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관한 적법한 동의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해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 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는데, 그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는 경우 그 노조의 동의가 있으면 된다"며 "이때의 '동의'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단은 노조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 합의를 체결하고 합의서에 그 적용대상을 전 직원이라고 명시했고,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정년연장형과 정년보장형으로 도입하되 적용기간 등 세부기준은 정부가이드라인에 준해 적용하도록 정했다"며 "이에 따라 공단은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제정한 후 임금피크제를 시행했고, 노조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단체협약에서는 2급 이상 직원들에게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배제된다는 취지의 규정 등이 없는 이상, 노조의 동의는 모든 근로자의 적용에 대한 동의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A씨 등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노동조합
임금피크제
근로자
고령자고용법
한수현 기자
2021-12-02
민사일반
[판결] 대법원 "청호나이스 정수기 설치·AS 담당 엔지니어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수기업체와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맺고 정수기 설치와 사후관리(AS), 판매 업무까지 담당하는 엔지니어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해 정수기업체 측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위탁계약의 실질은 엔지니어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정수기업체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계약관계로 판단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최근 A씨와 B씨가 청호나이스를 상대로 낸 퇴직금청구소송(2019다221352)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정수기 등 가정용기기 제조·판매, AS, 렌털 등을 하는 청호나이스와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맺은 엔지니어로, 청호나이스 상품에 대한 설치와 AS, 판매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A씨는 2001년 7월부터 청호나이스의 엔지니어로서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일 하다, 2008년 2월께 청호나이스 제품의 배달·설치·AS 관련 업무의 위탁이 C사로 일원화되면서 정산금을 지급받고 계약관계를 종료한 뒤 C사와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2년 7월께 C사가 청호나이스에 흡수합병되자 A씨는 청호나이스와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다시 체결하고 업무를 하다 2016년 1월 계약이 해지됐다. B씨는 2009년 7월부터 C사와, C사가 청호나이스에 흡수합병된 후에는 청호나이스와 각각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다 2016년 5월 계약이 해지됐다. A씨 등은 "우리가 맺은 위탁계약에는 '수탁자와 위탁자가 근로관계에 있지 않는 독립사업자라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지만, 우리는 근무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청호나이스에 전속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받는 종속적인 노동관계에 있었던 근로자들이므로 청호나이스는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 "A씨에게는 1860여만원, B씨에게는 3180여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면서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호나이스는 A씨 등에게 배정받은 제품의 설치·AS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고, 업무처리에 관한 각종 기준을 설정하고 그 준수를 지시했으며 A씨 등에 대해 매출목표의 설정과 관리,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며 "A씨 등에 대한 업무상 직접적인 지휘·감독이 주로 청호나이스의 시니어매니저를 통해 이뤄졌다고 해도 그것이 전체적으로 보아 자신의 핵심적인 사업 영역에서의 성과를 달성하려는 청호나이스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이상 청호나이스가 이들의 업무수행에 관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A씨 등은 사실상 청호나이스에 전속돼 청호나이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주된 소득원으로 생활했는데 이들이 성과급 형태의 수수료만 지급 받았지만 이는 그 업무의 특성에 기초해 청호나이스가 정한 기준에 따랐기 때문일 뿐"이라며 "A씨 등이 청호나이스의 지휘·감독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받은 수수료가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A씨 등은 반복적인 재계약 또는 기간연장 합의를 통해 장기간 청호나이스의 엔지니어로 종사해 그 업무의 계속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청호나이스가 A씨 등을 포함한 엔지니어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에서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고 엔지니어들을 피보험자로 하여 고용보험 등에 가입하지는 않았더라도 이러한 사정들은 사용자인 청호나이스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기에 A씨 등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1,2심은 A씨 등이 청호나이스에 전속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종속적인 노동관계에 있었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종속적관계
정수기업체
근로계약
근로기준법
박수연 기자
2021-11-26
형사일반
[판결] '도심 불법집회 혐의'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1심서 '집행유예'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고 도심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25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 위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2021고단5361). 이에 따라 양 위원장은 지난 9월 2일 구속된 지 84일 만에 석방될 예정이다. 양 위원장은 지난 7월 약 8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한 7·3 전국노동자대회 등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양 위원장에게 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양 위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는 감염병예방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정 판사는 "민주노총 집회는 당초 신고한 인원을 초과해 이뤄졌다"면서 "감염병 폐해가 심각할수록 집회 제한에 지자체의 폭넓은 재량권이 인정된다"며 해당 법률 조항 등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은 피고인이 노동자단체 대표로서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의 생활이 장기간 제약받을 때였던 만큼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지자체의 방침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 없이 책임을 인정했고, 상당 기간 구금 생활을 하면서 집회와 감염병예방법 준수에 조화를 이루는 노력에 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면서 "당국의 조사 결과, 집회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했다는 보고는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양 위원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양경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불법집회
이용경 기자
2021-11-25
민사일반
[판결] "1년 기간제 근로자 연차휴가는 최대 11일"
1년 기간제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연차휴가 일수는 최대 11일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최대 26일라고 한 고용노동부의 해석이 틀렸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최근 김모씨가 국가와 최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다227100)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는 2017년 8월 1일부터 2018년 7월31일까지 1년간 김씨가 운영하는 노인요양복지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며 15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했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5월 '1년 미만 근로자 등에 대한 연차휴가 보장 확대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를 배포했는데, 자료에는 '1년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에는 최대 26일분의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여야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노동부의 이같은 설명은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것이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은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인정하고, 제2항은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1년간 80%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시 1일의 유급휴가를 인정한다. 구 근로기준법 제60조 3항은 '최초 1년간의 근로자에 대해 유급휴가를 주는 경우에는 2항에 따른 휴가를 포함하여 15일로 하고, 근로자가 2항에 따른 휴가를 이미 사용한 경우에는 그 사용한 휴가 일수를 15일에서 뺀다'고 했지만, 해당 규정은 2017년 11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삭제됐다. 고용노동부는 3항 삭제에 따라 1년이상 2년 미만인 근로자에게는 1항에 따른 15일과 2항에 따른 11일이 중복적용되므로 최대 26일의 연차 유급휴가가 발생한다고 해석했다. 최씨는 이를 근거로 노동청에 김씨로부터 11일분의 연차휴가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근로감독관의 계도에 따라 일단 최씨에게 11일분의 연차휴가수당으로 71여만원을 지급한 후, 노동부가 개정법 해석을 잘못했다면서 국가와 최씨가 연대해 71여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노동부의 해석이 타당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근로기준법 제60조 1항이 규정한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하므로 근로기간이 1년인 최씨의 경우 1항이 규정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없고 2항만이 적용된다"며 김씨에게 71여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노동부의 법 해석이 타당하지는 않으나, 이같은 해석에 국가의 설명자료 제작·반포와 소속 근로감독관의 계도 등에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이같은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만약 최씨의 주장처럼 1년 기간제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 제60조 1,2항을 중복 적용하면 총 26일의 연차휴가가 부여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 경우 장기간 근속한 근로자의 최대 휴가일수인 25일을 초과하는 휴가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라며 "이같은 해석은 연차 유급휴가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60조 4항의 문언 해석의 범위를 넘는 것 뿐 아니라 장기근속 근로자보다 1년 기간제 근로자를 더 우대하는 결과가 되어 형평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판시했다.
연차
휴가
기간제근로자
연차휴가
근로자
박수연 기자
2021-10-21
행정사건
[판결](단독) 진폐 장애등급, 환자 상태에 비춰 결정해야
진폐증세를 보인 광부에 대한 폐기능 검사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의 폐기능 검사지침상 적합성 요건을 일부 갖추지 못했더라도 환자 상태에 비춰 장해등급을 결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 부장판사)는 사망한 광부 A씨의 부인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등급결정처분 취소소송(2020구합55107)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74년부터 1992년까지 12년 9개월간 C광업소에서 채탄부로 근무했는데, 1982년 진폐 진단을 최초로 받았고, 2009년 진폐장해 11급 결정을 받았다. A씨는 진폐증이 악화되자 2018년 7월 근로복지공단에 진폐요양급여를 신청했고, 같은 해 9월 공단이 지정한 대학병원에서 폐기능 검사를 받았다. A씨는 검사 결과 진폐병형 제4형 및 비활동성 폐결핵, 기관지염 등을 판정받자, 공단에 진폐장해등급을 제3급으로 결정해줄 것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검사결과의 신뢰도가 부족해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검사를 받도록 했는데, A씨는 재검사를 받기 전인 2019년 1월 사망했다. 남편이 사망하자 B씨는 2019년 4월 공단에 A씨의 진폐장해등급이 제3급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제3급과 제11급에 대한 진폐보상연금의 차액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재검사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해 폐기능정도 판정이 곤란한 자'에 해당한다며 진폐장해 제7급으로 결정했고, 제7급과 제11급에 대한 진폐보상연금 차액만 지급했다. 이에 반발한 B씨는 소송을 냈다. 공단은 "폐기능 검사 결과가 신뢰도를 갖기 위해선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발간한 폐기능검사 지침에 따라 적합성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검사 수치가 3개 이상 있어야 한다"며 "B씨는 5회의 검사 중 2개의 수치만 충족해 신뢰성이 낮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지침에서 적합성을 만족하는 검사를 3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반드시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라며 "검사 결과가 기준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검사대상자의 건강상태 등을 종합해 검사대상자의 폐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수검자와 검사자의 접촉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폐기능 검사 결과의 평가기준을 일부 완화하고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지침에서 규정하는 적합성 기준이 의학적으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더라도 그 진행이 계속되고, 그 진행 정도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은 진폐증에 대해 다른 일반 상병의 경우와 달리 장해등급기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반드시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는 것을 요구하지 않고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공단에서 지정한 병원의 폐기능 검사에서도 심폐기능이 중증도 장해로 동일하게 평가됐다"며 "(A씨의 진폐장해등급은) 제3급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제7급으로 결정한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장해등급
광부
광산
진폐증
한수현 기자
2021-10-12
헌법사건
'종북 콘서트 논란' 신은미씨 기소유예처분 취소해야
'종북콘서트 논란'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신은미씨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신씨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며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헌법소원(2015헌마349)을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신씨는 북한을 수차례 방문했는데,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주최한 전국 순회 통일 토크콘서트에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희망정치연구포럼 전 대표 황선씨와 대담자로 참여해 북한의 정권세습과 그 체제를 미화·찬양하는 발언을 하고 '심장에 남는 사람'이라는 노래를 부른 혐의를 받았다. 신씨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글을 보낸 탈북자들이 '고향과 가족이 그립다'는 취지로 한 이야기를 토크콘서트에서 '탈북자들이 남한보다 북한체제를 동경해 북한에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처럼 왜곡 발언해 탈북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형식상 불기소 처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로 보는 것이어서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헌재는 "신씨가 황씨와 전국 순회 통일 토크콘서트에 3회 참석해 '북한 주민들이 젊은 지도자에 대해 기대감에 차있다. 북한 지도자가 북한 주민과 친근하다. 북한에도 핸드폰 보급이 상당히 이뤄졌고 북한 맥주도 맛있으며 여자들끼리도 맥주를 마신다. 북한에도 쇼핑몰과 놀이공원이 있다. 탈북자들 대부분이 북한에서 받아주기만 한다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북한에도 건축붐이 불고 있고 북한은 기회의 땅이자 축복의 땅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인정되지만, 그 중 △북한의 휴대전화 보유 인구가 250만명을 넘어섰다는 내용이나 △북한 맥주 관련 일화는 이미 언론을 통해 국내에 알려진 사실이고, 발언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신씨가 이미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북한 여행기와 신씨가 저술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북한 여행기 책자의 내용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그 책은 2013년 상반기 수필분과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됐고 일반에 배포·판매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심장에 남는 사람'이라는 노래 가사에는 그 노래가 삽입된 영화의 주제인 '김정일이나 노동당 독재체제 미화'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고 행사 진행과정에서도 그와 같은 영화주제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피의사실에 대해 공범으로 기소된 황씨에게 무죄가 확정된 점 등을 보면 이들이 주고 받은 북한의 환경, 경제성장 정도, 김일성 및 김정일, 김정은 관련 일화 등에 관한 대화내용은 북한을 방문해 보고 들은 것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북한체제나 그 통치자들이 내세우는 핵심사상인 주체사상, 선군정치 등을 직접적이고 무비판적으로 찬양·옹호하거나 선전·동조하는 내용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씨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피의사실과 같이 행위했다고 보기 어렵고 그의 발언 등으로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초래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또 "탈북자들과 관련된 신씨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탈북자들의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남한에서 느끼는 이질감, 경제적·사회적 차별감 때문에 탈북자들의 그리움이 더해진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서 받는 차별감 등을 고려할 때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탈북자들의 사회적 평가 내지 가치를 실추시킬만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종북콘서트
신은미
북한
국가보안법
박수연 기자
2021-10-12
형사일반
[판결] "'6명 사망'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삼성중공업 안전조치의무 위반"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에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0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삼성중공업과 협력업체 대표 A씨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3996). 2017년 5월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해양플랜트 건조 현장에선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지브형 크레인의 붐대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지브형 크레인의 붐대 등이 추락해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다. 삼성중공업과 소속 관리감독자들, 하청업체 대표 A씨, 신호수와 운전수 등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신호수 등 현장 노동자 11명에게 금고형이나 집행유예, 벌금형 등을 선고했다. 그러나 A씨 등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삼성중공업에도 안전·보건 점검 의무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안전규정이 다른 업체에 비해 미흡하다 단정할 수 없고, 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안전조치 의무 위반 혐의나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A씨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하고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안전조치의무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삼성중공업 등이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산업현장은 수많은 근로자가 동시 투입되고, 다수의 대형 장비가 수시로 이동 작업하며 육중한 철골 구조물이 블록을 형성해 선체에 조립되는 공정이 필수여서 대형 크레인이 상시적으로 이용되며, 사업장 내 크레인 간 충돌 사고를 포함해 과거 여러번 산업재해가 발생했던 대규모 조선소"라며 "사고 2개월 전 거제조선소 8안벽에서 골리앗 크레인이 크롤러 크레인 보조 붐을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기에, 사업주로서는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의 안전조치를 보강함으로써 크레인 간 충돌에 따른 대형 안전사고의 발생을 예방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중공업과 A씨에게는 크레인 간 충돌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까지 작업계획서에 포함해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할 의무가 부과돼 있었다"며 "그럼에도 사건 당시 작성한 작업계획서에 크레인 간 충돌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전조치를 포함하지 않았고, 크레인 중첩작업에 따른 충돌 사고 방지를 위한 신호조정 방법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크레인의 충돌과 물체의 낙하 위험이 있는 구역에 대해선 일정한 시간 동안이라도 출입 금지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구체적인 의무가 있었음에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사망
크레인
삼성중공업
안전조치의무
박수연 기자
2021-10-01
민사일반
[판결]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법원에 해당조항 위헌여부 쟁점으로 소송 중이었다면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다면 당해 사건 뿐만 아니라 헌재 결정 당시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쟁점으로 법원에서 소송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는 법리가 민사사건에 적용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다259445)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2013년 12월 철도노조 민영화 반대 파업 당시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에 입주해 있던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강제진입해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 작전을 벌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피의자 체포·구속시 영장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는 근거규정인 형사소송법 제216조는 시간적으로 피의자를 현실적으로 체포·구속하는 경우에 한한다"며 "피의자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를 찾기 위해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는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행위가 아니기에 별도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야 하고, 장소적으로 '타인의 주거 내에서' 수색을 하는 행위에 '타인의 주거 밖에서 잠금장치를 해제·제거하면서까지 강제로 들어가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경찰들이 영장 없이 민주노총이 있는 건물에 강제 진입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2014년 3월 소송을 냈다. 민주노총은 또 "경찰이 직권을 남용해 조합원들의 사무실 출입을 방해하고,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사무실에 불법침입해 집기 등을 훼손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조합원들을 연행해 불법체포·감금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구 형소법 216조 1항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 반영 1,2심은 체포 작전은 경찰의 적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고심 접수(2017년 9월) 이후인 2018년 4월 헌재가 형사소송법 제216조 1항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결정 취지를 반영해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는 경우, 당해 사건 또는 결정 당시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쟁점으로 법원에서 계속중이었던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는 법리를 민사사건에도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민주노총이 경찰 직무집행의 근거가 된 형소법 제216조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은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구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으로서 현행 형사소송법의 관련 조항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국가상대 민노총 손배청구소송 원고패소 원심파기 이어 "헌재는 2018년 4월 구 형소법 제216조 1항 1호 중 제200조의2(영장에 의한 체포)에 관한 부분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소명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영장주의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서 헌법불합치를 선언하며 구법 조항은 2020년 3월 31까지 적용된다고 결정했다(2015헌바370)"며 "헌재가 구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했음에도 일정시한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 것은 구법 조항에 근거해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해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므로, 구법 조항 중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여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없는 경우' 부분은 영장주의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개선입법 시행 전까지 적용중지 상태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개정된 형소법은 제216조 1항 1호 중 '피의자 수사'를 '피의자 수색'으로 개정하면서 단서에 '제200조의2 또는 제201조에 따라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의 피의자 수색은 미리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때에 한정한다'라는 부분을 추가했지만, 부칙은 소급적용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며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해 입법자에게 법률조항을 합헌적으로 개정·폐지하는 임무를 입법자의 형성 재량에 맡긴 이상 개선입법의 소급적용 여부와 소급적용 범위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달린 것이지만, 구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나 위헌심판의 구체적 규범통제 실효성 보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적어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게 된 당해 사건과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에 구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치기에 형소법 부칙에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조치를 두고 있지 않더라도 이들 사건에 대해 구법 조항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고, 위헌성이 제거된 형소법의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2018도13458 참고)"고 판시했다. 구 형사소송법 제216조 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2(영장에 의한 체포)·제200조의3(긴급체포)·제201조(구속) 또는 제212조(현행범인의 체포)의 규정에 의해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없이 다음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사'를 규정하고 있었다.
소급효
민사사건
헌법불합치
박수연
2021-09-27
형사일반
[판결] 도심 대로변에 '앞잡이·어용노조' 현수막·피켓 시위… 대법원 "모욕죄"
도심 대로변에 '노동탄압 앞잡이 어용노조 ○○○ 퇴진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피켓 시위 등을 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50만원, B씨에게 벌금 70만원, C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6도88). A씨는 2013년 10월부터 한달여간 서울 서초구에 있는 모 회사 반포지사 앞에서 불특정 다수의 행인이 보는 가운데 '노동탄압 앞잡이 어용노조 D는 퇴진하라'는 피켓을 들고 20회 동안 시위해 노조 위원장인 D씨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와 C씨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2013년 9월말부터 11월 초까지 13회에 걸쳐 서울 종로구에 있는 같은 회사 광화문지사 앞에서 '죽음의 행렬 주범 어용노조 D는 즉각 퇴진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어용'이라는 문구의 사전적 의미 뿐 아니라 현수막이나 피켓에 기재된 문구 전체의 내용, 모욕적 표현의 비중, 게시된 장소와 일반 공중의 접근 가능성, 이런 표현으로 피해자가 입었을 사회적 평가 훼손의 정도를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A씨 등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2심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어용', '앞잡이'라는 표현이 언제나 지칭된 상대방에 대한 모욕에 해당한다거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들이 D씨를 어용, 앞잡이 등으로 표현한 현수막, 피켓 등을 장기간 반복해 일반인의 왕래가 잦은 도로변 등에 게시한 행위는 D씨에 대한 모욕적 표현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모욕죄
노조
시위
모욕
박수연 기자
2021-09-23
민사일반
[판결]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 日기업 상대 손해배상소송 또 패소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들이 가해자인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또 다시 패소했다. 지난 달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8일 강제노역 피해자 A씨의 유족인 자녀 4명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086804)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는 생전에 1940년 12월부터 1942년 4월까지 일본 이와테현에 있는 제철소에 강제동원돼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의 자녀들은 2019년 4월 해당 제철소를 운영했던 일본제철을 상대로 약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박 부장판사는 먼저 "대한민국은 일본과 함께 일련의 불법행위 중 일부가 행해진 불법행위지이고, 원고들은 대한민국의 민법에 근거해 피고의 불법행위 책임을 묻고 있다"면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일본 내의 물적 증거는 거의 멸실된 반면, 피해자인 망인이 대한민국에 거주했고, 사안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치적 변동 상황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춰볼 때 대한민국은 이 사건의 당사자들과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으므로 재판관할권을 갖는다"고 밝혔다. 또 손해배상청구권 존재 여부에 관해서도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원고들의 청구권과 소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부장판사는 '강제노동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만으로 당연히 소멸하지는 않는다'는 지난 2012년 대법원 판결 이후 3년이 지나 소송이 제기됐기 때문에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대한민국의 최고법원이 청구권 협정에 관해 '개인청구권 자체가 당연히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한 이상 A씨와 유족들을 비롯한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해소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2012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 재상고심 판결이 2018년 10월 비로소 확정됐으나, 법원조직법 제8조와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에 따라 환송 판결의 기속력은 환송 후 원심 뿐만 아니라 재상고심에도 미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이 2012년 판시한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관한 법리는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에서 환송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고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아닌 2012년 대법원 판결로써 이미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은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9년 4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며 "원고들은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박 부장판사는 지난 8월 강제노역 피해자 B씨의 유족 5명이 미쓰비시 매터리얼(전 미쓰비시 광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단5042169)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원고패소 판결한 바 있다. 피해자 유족 측 대리인인 전범진(49·사법연수원 41기) 새솔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지난 달 기각 판결된 소송과 동일한 재판부라 소멸시효 기간 경과를 이유로 기각한 것 같다"며 "지난 2018년 광주고법 판례의 경우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판단했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앞서 광주고법 민사2부는 2018년 12월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동원 피해자 등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확정한 때부터 비로소 피해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던 상황이 해소됐다"며 소멸시효 기산점을 2018년으로 판단,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관계자는 "2012년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소멸시효 기산점 쟁점에서 대법원 판례가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오늘 선고된 판결(일본제철)은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부분은 없다"며 "오히려 재판관할권 등 대법원 판례에 부합되는 판결이며, 소멸시효에 관한 부분은 대법원에서 추후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강제노역
일제강제노역
일본
이용경 기자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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