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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판결] 회사에 손해 입히면 직원 가족까지 책임… '인보증' 관행 여전
최근 한 제과업체가 소속 영업사원이 이른바 '덤핑판매'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영업사원의 신원보증인인 어머니까지 피고로 삼아 소송을 제기해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내는 등 '인보증(人保證)' 관련 사건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점차 보증보험으로 대체되거나 폐지되는 추세였던 인보증 관행이 아직까지 일부 기업에 남아 있어 신원보증을 섰던 친·인척 등 직원 가족들까지 피해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매출실적을 올리기 위해 사측이 직원들에게 변칙판매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책임을 해당 직원이나 인보증을 섰던 직원 가족들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관련 제도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이보람 판사는 제과업체 H사가 영업사원 A씨와 A씨의 어머니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202033)에서 최근 "A씨 등은 79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회사 제품을 회사가 정한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의로 덤핑판매하고,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실제 판매가격과의 차액을 전산상 미수금으로 허위 보고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A씨가 허위로 보고한 미수금이 7900만원에 달하는 사실이 드러나자, H사는 A씨와 A씨의 신용보증인인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A씨는 "사측이 이미 이런 영업행태를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B씨도 "회사가 신원보증법상 통지의무를 게을리 해 책임이 면제된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적 책임을 피할 순 없었다. 이 판사는 "A씨는 영업사원으로서 덤핑 등 변칙판매를 하지 않을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며 "H사로 하여금 부족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했으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용자는 피용자의 업무수행으로 직접 손해를 입게 된 경우 피용자의 업무내용과 근로조건, 가해행위의 발생원인 등에 비춰 신의칙상 인정되는 한도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H사가 영업사원들의 영업경쟁 및 그에 따른 변칙 할인판매 등을 현실적으로 관리·감독해 적절한 목표량과 할인율을 책정하는 등의 예방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 등을 종합해 A씨의 책임을 손해액의 7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B씨에 대해서는 "신용보증법 제4조에서 사용자는 피용자가 업무상 부적격자이거나 불성실한 행적이 있어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야기할 우려가 있음을 안 때에는 지체없이 통지해야 하고, 신원보증인은 통지를 받은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비록 사용자가 그 통지를 하지 않았더라도 곧바로 신원보증인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원보증계약을 체결한 경위, 계약 체결 당시에는 A씨의 배임행위 등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B씨는 A씨의 어머니로서 H사로부터 신원보증책임 발생 가능성을 통지받았더라도 계약을 해지했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B씨는 A씨와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인보증으로 직원 가족들이 거액의 배상책임을 '연좌제' 형태로 떠안는 사례는 여전하다. 지난해 6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제과업체 L사의 영업사원인 C씨가 회사에 손해를 입힌 점을 인정해 C씨와 그의 신용보증인인 아버지 D씨가 연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2019가단204356). 2018년 L사는 C씨가 근무하는 영업소에 대한 정기감사를 진행하던 중 전산상 외상매출금 채권과 재고가 실제와 4400여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점을 확인하고 C씨와 D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성남지원은 "C씨가 거래처들로부터 제품을 판매한 대금을 수금하고도 일부를 L사에 입금하지 않거나, 실제 판매 없이 전산상 매출만 기표하는 등의 행위로 손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L사는 영업사원들의 영업경쟁으로 인한 변칙 할인판매 등을 방지하는 등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고, 유사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 시스템 개선 노력의 정도가 낮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C씨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해 2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아들의 부탁으로 신원보증인이 된 아버지 D씨에게도 배상액 가운데 절반인 1100만원을 연대해 배상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IMF 직후 보증보험사들이 출범하면서 인보증 대신 보증보험사에서 손해액을 보상 받는 신용보증보험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인보증 제도를 폐지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식품·제과업체, 보험사, 제약회사 등에서는 인보증 방식을 고집하며 고용계약을 앞둔 신규 입사자들에게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구시대적인 인보증의 폐해를 막는 한편, 영업직원들에게 덤핑 등 변칙판매를 하도록 조장하는 기업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윤(45·변호사시험 1회)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보증보험은 회사의 손해를 보증보험사가 물게 돼 최소한 직원 가족은 못 건드린다"면서 "인보증은 가족을 볼모로 잡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나쁜 수단이고, 근절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인보증 방식이 손해에 대한 회수가 쉬워 아직까지 이런 구태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적으로 취약한 영업사원들은 회사에 갚아야 할 돈만 수천만원에서 억원대 단위에 이르러 항소심을 진행할 여력이 없어 통상 1심에서 확정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벌써 30년도 넘은 (인보증)소송이 지금도 1년에 수백건씩 반복된다는 것은 법원이 이러한 기업들의 부당한 관행을 감안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보증 문제 이전에 일부 기업에서 유지되고 있는 '밀어내기'라는 뿌리 깊은 관행을 없애는 것이 선결 조건이기 때문에 소송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이러한 관행을 강요하는 회사에 대해 엄한 처벌을 내리는 입법적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신용 문제로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인보증마저 없으면 일을 구할 수조차 없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면서 "인보증 자체의 폐해라고 일반화하기 보다는 덤핑판매에 따라 사고가 연이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법적으로 해결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개입하는 것이 되므로 판단하기가 애매한 것 같다"며 "개별적인 사안별로 따져봤을 때 불법적 관행이 만연된 업계 또는 상황이 있을 수 있고, 회사와 영업사원 양측의 필요에 따라 인보증을 맺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로 문제가 있는지는 보다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덤핑판매
영업사원
영업
인보증
이용경 기자
2021-03-01
헌법사건
헌재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합헌"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 첫 결정이다. 헌재는 25일 A씨 등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7헌마1113)을 재판관 5(합헌)대 4(위헌)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 조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헌재 심리과정에서는 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헌재는 "사실적시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외적 명예의 특성상,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은 개인의 명예, 즉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이러한 금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명예훼손적 표현행위에 대해 상당한 억지효과를 가질 것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명예는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므로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우열은 쉽게 단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고,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명예가 중시되나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과 민사적 구제방법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예방효과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침해의 최소성'도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선언하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가해자의 사적 제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점,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적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일부 위헌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갖췄지만,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은 충족하지 못한다는 취지다. 이들 재판관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으로 이뤄져야하며 헌법이 명예훼손의 구제수단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명시할 뿐 형사처벌까지 예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표현의 자유의 중요한 가치는 국가·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인데, 국가·공직자가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주체가 될 경우 국민의 감시의 비판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외적 명예 보호는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 등 처분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재판절차에서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일단 자신의 표현행위로 수사·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축효과가 발생한다"며 "이후 수사·재판절차에서 마주하게 될 공익성 입증의 불확실성으로 표현의 자유 위축효과는 더 커지게 될 것이므로 '침해의 최소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진실한 사실적시 표현행위를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포함시키면 표현의 자유는 형해화될 수 있다"면서 "진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 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려워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의 사실적시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적시된 사실이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것이 아닌 경우'에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인의 명예보다 진실한 사실에 관한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있다.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17년 8월 동물병원에서 부당한 진료로 자신의 반려견이 불필요한 수술을 하고 실명 위기까지 겪게 됐다고 생각해 수의사의 잘못된 진료행위를 SNS에 올리려했다. 그러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규정 때문에 글을 올리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며 2017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B씨는 2016년 2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2018년 1월 부산지법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대법원에서 상고심 재판을 받던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사실적시
표현의자유
명예훼손죄
형법
손현수 기자
2021-02-25
민사일반
[판결] 'JSA 의문사' 고(故) 김훈 중위 유족, '늑장 순직 인정' 손해배상소송서 패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임무수행 중 의문사한 고(故) 김훈 중위 유족이 국가의 늑장 순직 처리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5일 김 중위의 아버지 등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20다262373)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중위는 1998년 2월 JSA내 경계부대 소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다가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하지만 현장감식이 있기 두 시간 전 사망 원인이 '자살'로 보고된 것이 알려지면서 당시 군 수사당국의 부실한 초동수사가 논란됐다. 대법원은 2006년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조사활동과 수사의 기본원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등 명백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며 1차 수사의 위법성을 인정해 위자료 1200만원을 유족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당시 법원은 국가의 2, 3차 수사 위법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는 2012년 국방부에 김 중위에 대한 순직 인정을 권고했고, 국방부는 이에따라 2017년 8월 김 중위가 사망한지 19년 만에 순직처리했다. 이에 유족은 "국가의 순직처리 거부 또는 지연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은 "당시 순직으로 추정된다는 직접적이거나 명확한 근거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대법원으로부터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받은 2, 3차 수사과정을 통해 각 사망구분 결정이나 유지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인정될 정도로 위법하지 않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도 "순직처리를 지연할 행정청의 악의적인 동기나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망 구분을 심사했던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진상규명 불능의 경우 이를 순직으로 인정할 직접적인 근거조항이 없었고, 당시 뚜렷한 선례나 법령해석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바로 사망 구분을 순직으로 결정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날 "김 중위의 사망 구분을 심사했던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진상 규명 불능의 경우 이를 순직으로 인정할 직접적인 근거 조항이 없어 김 중위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JSA
의문사
중위
순직
정신적고통
손해배상
손현수 기자
2021-02-25
민사일반
[판결] '비리 의혹 제보' 前 코치에 소송 낸 차범근 축구교실, 1심서 패소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유소년 축구의 발전을 위해 설립한 '차범근 축구교실'이 언론에 각종 비리를 제보한 전직 코치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단독 김순한 부장판사는 차범근 축구교실이 전직 코치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242932)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지난 2015년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약 13년간 근무한 뒤 퇴직한 A씨는 같은 해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퇴직금 관련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수차례 올리는 한편, 한 방송사에 축구교실과 관련된 제보를 했다. 이후 방송사는 지난 2016년 7월 A씨의 제보 내용과 취재를 통해 '차범근 축구교실, 수석코치의 폭로'라는 제목으로 축구교실의 여러 비리 의혹을 폭로하는 내용의 시사프로그램을 내보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축구교실이 A씨와 다른 코치들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무상으로 후원받은 물품을 회원들에게 유상으로 판매했다는 내용 등이 방송됐다. 이에 축구교실 측은 "A씨가 퇴직 당시 비밀누설금지 및 비방금지 약정을 했음에도 이를 위반해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방송사에 제보하는 방법으로 축구교실을 비방하고,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누설했다"며 "A씨로 인해 축구교실이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인식돼 사회적 평가가 저해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약정 위반에 따라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들은 퇴사하면서 축구교실 측에 대한 불만을 개인적 공간에 신세한탄을 하듯이 게시한 것에 불과하다"며 "방송사 제보행위도 축구교실의 운영과 관련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공공성이 인정돼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원고는 막연히 이 사건 글들의 게시행위가 비밀누설금지 약정에 위반된다고 주장할 뿐,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피고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원고의 비밀'에 해당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며 "피고의 게시글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원고의 구체적인 주장이나 입증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유소년 축구교실을 운영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서 공적 존재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소속 지도자에 대한 처우나 퇴직금 지급 여부 등은 공공적 의미를 갖는 사안에 관한 표현행위로 볼 수 있다는 사정에 비춰보면, 피고가 글을 게시한 행위는 일부 거친 표현이 포함돼 있더라도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정도에 이르는 비방 또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거나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방송 내용에 대해서도 "제보 내용이 전체적으로 진실에 해당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그 표현내용이나 방법 등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다.
차범근
비리제보
언론
이용경 기자
2021-02-24
민사일반
[판결] '文대통령에 축하 전화 요청' 보도에 소송 낸 최강욱 대표, 1심서 패소
최강욱(53·군법 11회)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당 대표 취임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요청했다고 보도한 기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05단독 성백현 원로법관은 23일 최 대표가 모 일간지 기자 A씨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소1827676)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성 원로법관은 "피고들에게는 이 사건 보도 내용의 중요부분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열린민주당은 지난해 5월 신임 당 대표로 최 의원이 당선되자 "문 대통령이 축하 전화를 걸어와 7분여간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A씨 등이 '문 대통령의 축하전화는 최 대표가 청와대에 먼저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하자, 최 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같은 해 6월 A씨 등을 상대로 "1000만원씩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한편, 최 대표는 지난 4일 허위 보도를 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언론사가 비방을 목적으로 거짓·왜곡 보도를 했을 경우 그로 인해 취득한 유·무형의 이익에 상응하는 징벌적 배상액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손해배상
대통령
언론사
징벌적손해배상
왜곡보도
거짓보도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
이용경 기자
2021-02-23
민사일반
[판결] '수원대 비리 폭로' 교수들 재임용 거부 무효… 재단, 손배책임도 인정
수원대학교 사학비리를 폭로한 뒤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들이 복직은 물론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도 받을 수 있게 됐다. 학교 측이 비현실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해 자의적으로 재임용 심사를 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0일 A교수 등이 수원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재단) 고운학원과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을 상대로 낸 재임용 거부 무효 확인소송(2015다254231)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전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수원대 전임강사로 임용돼 재임을 거쳐 조교수가 된 A교수 등은 이 전 총장과 재단 내부 비리 의혹을 제기한 뒤 2013년 12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앞서 감사원과 교육부는 2011~2012년 수원대가 교비회계를 부적절하게 집행했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었다. A씨 등은 교수협의회를 꾸려 이 전 총장 등의 비리 의혹을 폭로했었다. 이후 A씨 등은 2013년 재임용이 거부되자, 재임용 거부 무효 확인 및 해당 기간 동안의 미지급 임금과 50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A교수 등에 대한 재임용 거부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무효인 만큼,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교 측은 다수의 기준 미달자 중에서 재임용 대상자를 선정할 기준에 대해서는 사전에 어떠한 내용이나 원칙도 정해두지 않았다"라며 "이는 학칙이 정한 객관적인 사유에 근거해 재임용을 심의하도록 한 사립학교법에 반하는 것으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측은 2013년 이전에도 적지 않은 수의 교원들이 재임용 기준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나 전원 구제해왔다"면서 "A씨 등에 대한 재임용 거부 처분 전까지 업적 평가점수 미달을 이유로 재임용을 거부한 사례는 없고, A씨 등도 업적평가점수가 재임용 기준에 미달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계속 재임용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교 측이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엄격한 재임용 평가기준을 산정한 뒤 자의적으로 다수의 기준 미달자 중 상당수를 구제하거나 신규 채용하는 방식으로 재임용 심사 절차를 진행하면서 A씨 등에 대한 재임용을 거부한 것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재산적 손해에 관한 원심 패소 부분을 파기했다. 앞서 1,2심은 A씨 등에 대한 재임용 거부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무효지만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1,2심은 "수원대의 교원 재임용 평가규정은 객관적인 '규정'으로 마련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봉사영역 평가 등 그 내용 일부가 합리성이 결여되었다"면서도 "다만 재임용을 거부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A씨 등을 대학에서 몰아내려는 의도로 학교 측이 고의로 다른 명목을 내세워 재임용을 거부했다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이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교수협의회 활동을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손해배상
대학교수
사학비리
미지급임금
임금미지급
재임용탈락
손현수 기자
2021-02-10
민사일반
[판결](단독) 렌터카업체와 대체차량 공급약정 맺은 수입차 판매사에 배상책임 왜?
수입차 판매회사가 차량 수리기간 동안 고객에게 대체차량을 제공해달라며 렌터카업체와 차량공급약정을 맺어놓고 2년간 40명도 채 안되는 소수의 고객만 주선했다면 약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재판장 허명산 부장판사)는 렌터카업체인 A사가 수입차 판매회사인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가합534667)에서 최근 "B사는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사는 2015년 9월 B사의 고객이 차량의 수리 또는 정비를 맡기는 동안 B사가 차량 대여를 의뢰하면 동종의 차량을 고객에게 빌려주는 렌터카 공급 약정을 맺었다. A사는 약정에 따라 B사에 대여할 차량 확보 의무, 정비 및 관리 의무를 지는 것과 동시에 B사로부터 8대의 차량을 매수했다. 그런데 B사가 2017년 6월까지 불과 38명의 고객만 주선하자, A사는 "B사는 약정에 따라 고객이 차량 대여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경우 우선적으로 대여차량을 우리가 공급하도록 주선할 의무가 있음에도 다른 렌터카업체에 이를 주선함으로써 약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B사는 "약정은 A사에 차량대여에 관한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이 아니고, 영업에 차질이 없도록 A사에게 차량을 공급할 협조의무를 규정한 것"이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수입차 8대까지 구입 1억 손해배상 해야” 재판부는 "A사가 B사와 약정을 체결한 것은 고율의 할부이자를 부담하면서 B사가 수입하는 차량을 구매하더라도 2년간 우선적으로 대여차량 공급을 주선받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B사 주장과 같이 약정이 A사의 차량공급 의무만을 규정한 것이고 B사의 알선의무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면, A사는 아무런 권리 없이 차량구입과 관리 및 차량공급 의무만을 부담하는 것"이라며 "A사가 B사로부터 차량 8대를 매수하면서까지 약정을 체결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사는 약정에 따라 다른 업체보다 우선해 A업체에게 대여차량을 공급하도록 주선할 계약상 의무가 있다"며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들을 합리적으로 고려해 B사는 A사에 약정 위반으로 인한 손해인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렌터카
수입차
대체차량
손해배상
이용경 기자
2021-02-04
민사일반
[판결](단독) 검사가 피고인에 유리한 증거 제출 거부는 위법… “국가에 손배책임” 판결 잇따라
검사가 재판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도 옹호할 의무가 있는 만큼 형사절차상 객관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7단독 이준구 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단5107189)에서 최근 "국가는 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검찰은 2014년 A씨를 전화대출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범행 일시와 피해자, 편취금액 등이 기재된 수첩 사본을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수첩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부인해 수첩의 필적을 감정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었지만, 검사는 법원의 문서송부촉탁 등에도 불구하고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 비밀을 해할 우려가 있다(형사소송법 제59조의2 제2항 3호)'는 이유로 수첩 원본을 제출하지 않았다. 법원은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수첩 원본을 제출하지 않아 증거조사와 감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증거로 제시된 수첩 사본 등 일부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무죄입증 유일한 증거 정당한 사유 없이 제출 안 해 검사는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수첩 원본을 제출했다. 법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문서감정을 의뢰했고, 그 결과 A씨의 필적이 수첩에 있는 대부분의 필적과 상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정 등을 감안해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을 유지했다. 이후 검사가 상고하지 않아 A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무죄 판결 이후 구금에 대한 보상으로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은 A씨는 검사의 잘못 등을 지적하며 지난해 "국가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하라"고 민사소송을 냈다. 이 판사는 이 사건에서 "법원이 형사소송 절차에서 피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돼 있는 형소법 등 법령에 근거해 검사에게 어떠한 조치를 이행할 것을 명하고, 법령 해석상 법원 결정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고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다면, 법에 기속되는 검사로서는 법원 결정에 따라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1심 무죄 판결 받은 피고인 국가상대 손배소송 승소 이 같은 법리는 용산참사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이 2012년 11월 판시(2011다48452)한 내용이다. 용산참사 당시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점거농성을 한 혐의(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기소된 이모씨 등 4명은 법원이 자신들에게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허용하도록 검사에게 명령했는데도 검사가 거부했다며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었다. 대법원은 법원이 피고인들의 수사기록 열람·등사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는데도 검사가 따르지 않았다면, 국가는 피고인들의 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을 내리고 국가가 이씨 등에게 300만원씩 배상토록 했다. 이 판사는 "검사의 증거제출 거부행위로 A씨는 무죄 판결을 선고받기까지 약 7개월의 기간이 소요됐고, 그 중 170여일은 구속돼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검사가 A씨의 무죄를 입증할 핵심적이고 유일한 증거인 수첩 원본을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1심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법의 정도가 결코 적다고 볼 수 없고,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과실도 인정돼 국가는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검사는 공익 대표자 형사소송법상 ‘객관 의무’ 있어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검사의 증거 제출 의무 위반을 인정해 국가에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2015년 술에 만취한 B씨는 아는 사이인 여성의 집에서 잠들었다 성폭행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그런데 검사는 피해 여성에게서 B씨의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감정서를 누락한 채 기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무죄를 선고받은 B씨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23407)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충주지원은 "검사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자료인 유전자감정서를 제출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국가는 300만원을 배상하라"면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두 사건 모두 1심 법원 판단이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변호사는 "검사가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든 간에 적어도 피고인이나 변호인 측에서 주장하는 증거제출 요청 등을 법원이 받아들여 검사에게 제출을 하라고 했다면 검사로서는 당연히 관련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며 "그래야 재판부에서도 제출된 증거를 폭넓게 보고, 실체적 사실관계에 보다 충실히 접근할 수 있는 것인데, 검사의 증거제출 거부는 이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피고인과 싸워 유죄 받아내는 업무로 생각하면 문제 검사 출신인 이창현(58·사법연수원 19기)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검사의 본분을 단순히 '피고인과 싸워서 유죄를 받아내는 업무'라는 식으로 좁은 생각을 갖고 임할 때 이러한 문제가 생긴다"며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형소법상 객관의무가 있기 때문에 수사 및 공소유지를 하다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가 나오더라도 실체적 진실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검사는 변호인이 아니므로 일부러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하기는 어렵겠지만, 찾다보면 의도한 건 아니지만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나 증거가 나올 때가 있다"며 "그럴 때는 당연히 증거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거나 고의적으로 증거제출을 거부하고 누락한다면 입법정책적으로 형사처벌을 고려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했다. 한편 대법원은 2002년 4월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해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검사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이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판시했었다(2001다23447).
국가배상법
국가배상
증거제출거부
검사
위법행위
이용경 기자
2021-01-11
헌법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소멸시효 10년은 “합헌”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등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일률적으로 10년으로 정한 민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민법 제162조 1항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9헌바129)에서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채권의 경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적장애 2급 장애인인 A씨 등은 2001년~2016년 10월까지 B씨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주 6일, 1일 10시간씩 일했다. 그런데 B씨는 A씨 등이 일한 기간 동안 임금을 주지 않았고, 2017년 8월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이에 A씨 등은 2018년 B씨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2019년 "B씨가 A씨 등의 노무 제공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면서도 "A씨 등이 소를 제기한 2018년 1월부터 역산해 10년이 지난 부분은 시효가 완성됐다"며 일부패소 판결했다. A씨 등은 소송 도중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등 채권의 소멸시효을 10년으로 정한 민법 제162조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장애인학대 등 사건의 특수성 고려 않았더라도 입법자 형성재량의 범위 벗어났다고 볼 수 없어 헌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미지의 당사자 간에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손실자가 수익자로부터 부당이득반환청구 이외의 수단으로 그 이득을 도로 찾아올 수 없는 경우 비로소 손실자의 수익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할 수 있다"며 "객관적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채권 일반에 관한 원칙적 시효기간인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도록 함으로써 민사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의 보전이나 응보와 별개의 취지에서 성립하고 행사되는 것"이라며 "장애인학대와 관련한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시효기간을 그대로 적용하도록 규정하더라도 이를 입법자에게 부여된 형성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선애 헌법재판관은 보충의견을 내고 "부당이득반환청구권 관련 민법 소멸시효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장애인학대'에 관한 사안의 경우 불법행위 소멸시효 기간을 보다 장기화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재판관은 "현행법에 따를 경우 지적장애인이 노무를 제공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해자의 이익은 커질 수 있음에 반해, 피해장애인이 법적으로 전보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제소시로부터 역산해 10년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 지적장애인에 대한 장애인학대 사건의 경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을 현행보다 장기화하는 입법적 개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법
소멸시효
장애인학대
손현수 기자
2021-01-07
민사일반
[판결](단독) 지자체 사업에 업체 귀책사유로 우선협상자 지정 취소됐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민간투자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지정됐으나 업체 측 귀책사유로 그 지위가 취소됐다면 지자체에 제안비용보상이나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제안비용보상금 지급 신청에 대한 지자체의 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다투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뉴타운 컨소시엄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우선협상자 지정 취소로 인한 손해배상소송(2020다222382)에서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직권으로 각하 판결했다(파기자판). 8개 건설사로 구성된 A뉴타운 컨소시엄은 2007년 서울시에 동북부 경전철을 건설하는 민간투자사업을 제안했다. 시는 이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2010년 사업 내용을 공고했다. 이후 시는 공모된 제안서를 검토·평가한 뒤 A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하지만 A컨소시엄 소속 회사들이 재정난을 겪으며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하자, 시는 2015년 "A컨소시엄은 사업수행능력이 부족하다"며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취소하고 차순위 협상대상자를 사업 시행자로 지정했다. 이에 A컨소시엄은 "시가 정당한 이유 없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취소하고, 사업협약 체결을 거부함으로써 계약교섭을 부당하게 파기했다"며 "손해배상 및 해지시 지급금, 제안비용보상금 등 총 10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지자체 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행정소송 제기해야 1,2심은 "서울시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 처분은 적법하다"며 "해지 시 지급금 제도는 실시협약이 체결되었다가 해지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이 취소돼 실시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예비적 청구인 '제안비용보상금'에 대해서는 "민간투자법 시행령은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탈락자에게 제안서 작성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최종적으로 실시협약을 체결하지 못해 탈락한 A컨소시엄에 제안비용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 "26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상고심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던 A컨소시엄이 협상 중 자신들의 귀책사유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처분을 받아 사업시행자가 되지 못한 경우에도 제안비용보상금 지급 대상이 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원고일부승소 원심 파기 대법원은 "제안공고에 따른 제안비용보상금 지급 대상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고 주무관청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귀책사유 없이 단지 구체적인 사업시행조건에 관한 견해 차이로 실시협약 체결에 성공하지 못함에 따라 차순위평가자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경우"라며 "최상위평가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어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음으로써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지 못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으로 사업을 하려는 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어 관련 인·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귀책사유로 취소 처분을 받는 등의 경우 이에 따른 손해를 행정청이 보전해주도록 규정한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며 "A컨소시엄은 제안비용보상금 지급 대상자인 '탈락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자신의) 귀책사유로 취소 처분을 받았으므로 '차순위평가자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받았을 경우 최상위평가자'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제안비용보상금 지급 신청에 대한 서울시의 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라며 "A컨소시엄이 서울시에 제안비용보상금 지급을 신청하고 서울시가 이를 거부하면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등 절차를 밟지 않고, 곧바로 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부적법하다"며 각하 판결했다.
손해배상
제안비용보상
우선협상자
귀책사유
지방자치단체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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