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다섯번의 재판 끝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그는 2013년 6월 기소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9일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7도14322).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도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의 댓글활동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특정 후보자와 정당을 찬양·지지 하거나 비방·반대한 활동을 집단·동시다발적으로 했다"며 "사이버팀의 활동은 객관적으로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이러한 댓글활동에 원 전 원장의 공모 관계도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보기관으로서 조직과 업무체계, 직위 역할, 사이버활동 진행 모습 등을 종합하면 원 전 원장은 사이버팀 직원들과 순차 공모해 불법 정치관여와 선거운동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창석·조희대 대법관은 "원 전 원장과 사이버팀 직원들 사이에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업무지시 및 보고가 이뤄졌는지 알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로 인정되는 사이버 활동의 규모가 국정원 차원에서의 조직적 개입이라고 보기에는 미미하다"며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판결문 보기
대법원은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각종 증거의 증거능력과 관련된 판단은 따로 하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을 동원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댓글을 남겨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일부 유죄로 판단해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2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년 7월 "선거법 위반의 근거가 된 주요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사용한 '425 지논', '씨큐리티' 이름의 파일과 트위터 활동 계정 등 주요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환송 후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해 8월 "공직선거법 위반이 맞다"며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하고, 보석으로 석방된 원 전 원장을 다시 법정구속했다. 당시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425 지논', '씨큐리티' 파일 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면서, 이를 토대로 한 사이버 활동의 범위 부분이 사실인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신 검찰이 재판 막바지에 제출한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 복구본과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을 선거개입의 증거로 판단해 공직선거법까지 유죄로 보고 실형을 선고했다.
재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2월 19일 이 사건에 대한 청와대 개입 등의 논란이 일자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두달여 심리 끝에 환송 후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결정하면서 5년을 이어온 원 전 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이 마무리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정원이 국정 홍보라는 명목 하에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인터넷 게시글, 댓글, 찬반클릭, 트위터 등을 수단으로 정부 정책 등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야당 등 반대 세력을 비방함으로써, 당면한 선거에서 집권여당 및 그 소속의 대통령후보자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를 불법적인 정치관여 활동 및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봐 유죄로 인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524119779757_153619.pdf)에서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