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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8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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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판결] 인터넷 구인·구직 허위광고, 사이트 운영자도 책임 있다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구인광고 내용이 허위로 기재됐다면 해당 사이트 운영자도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직업안정법상 사이트 운영자도 구인자의 신원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모 직업정보 제공 사이트를 운영하는 A씨가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낸 사업정지처분 취소소송(2020두51587)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7년 자신이 운영하는 직업정보 제공 사이트에 구인자 업체명과 주소가 허위로 기재된 구인광고 6건을 게재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2018년 직업안정법에 따라 A씨에게 사업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직업안정법과 시행령은 '직업정보제공사업자는 구인자의 업체명(또는 성명)이 표시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구인자의 연락처가 사서함등으로 표시되어 구인자의 신원이 확실하지 아니한 구인광고를 게재하지 않을 것'을 준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A씨는 "준수사항은 구인자의 업체명·성명·주소가 사실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며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직업안정법은 근로자에게 취업할 기회를 제공해 근로자의 직업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입법목적에 비춰볼 때 직업안정법은 구직 근로자로 하여금 구인자의 확실한 신원과 주소, 전화번호를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신원을 숨기고 불법, 유령 업체를 운영하는 구인자로부터 구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련 조항은 직업정보제공사업자가 구인자의 구인광고를 직업정보제공매체에 게재하기 전에 구인자의 확실한 신원(업체명 또는 성명)과 주소, 전화번호 등 연락처, 사업자등록 내용을 파악할 것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운영하는 직업정보제공사이트에 6건 구인광고의 구인자 업체명(또는 성명)과 주소가 객관적으로 허위임을 알 수 있으므로, 이는 직업안정법 시행령에서 정한 직업정보제공사업자의 준수사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직업안정법은 '구인광고에 게재된 구인자의 업체명, 성명, 주소가 진실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단지 이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만으로 직업안정법에서 정한 준수사항을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하므로, A씨의 사이트에 게재된 6건의 구인광고는 직업안정법에서 정한 준수사항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직업안정법
직업정보
구인광고
업체명
손현수 기자
2021-03-15
민사일반
[판결](단독) "특정임원 퇴진 등 해제조건 단체협약 체결도 가능"
특정 임원의 퇴진 등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단체협약 체결도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측이 임원 퇴진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단체협약은 무효가 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박성인 부장판사)는 서울클럽 노동조합과 노조위원장 A씨가 서울클럽을 상대로 낸 임금 및 단체협약 무효확인소송(2019가합526724)에서 최근 "노조와 서울클럽 사이에 체결된 2018년 임단협 합의는 무효이고, A씨는 서울클럽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경영진 비리 의혹 등을 제기하는 노조와 갈등을 빚어온 서울클럽은 지난 2018년 1월 노조위원장 A씨를 해고했다. 서울클럽은 1904년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내국인과 외국인의 문화교류를 위해 만든 사단법인이다. 이에 노조 측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해 서울클럽과의 사이에서 화해조서가 작성됐다. 이 화해조서에는 A씨의 해고 처분을 취소하고 향후 의원사직하기로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은 이상 유효 이렇게 복직한 A씨는 노조위원장으로서 같은 해 10월 사측 교섭대표인 노무이사 B씨와 임단협 합의를 했다. A씨는 임금동결·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과 함께 부속합의서도 작성해 서명했는데, 그 합의서의 내용은 노조의 집회 철회를 조건으로 사측이 약속한 총지배인 C씨의 퇴직확인서에 대한 이행을 촉구하고, 미이행 시 임·단협 합의 무효와 A씨의 노조위원장직 복직을 규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C씨가 계속 재직하자 노조와 A씨는 단체협약이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사측이 조건 미행 시 해제조건 성취로 효력 상실 재판부는 "단체협약과 같은 처분문서는 기재된 문언 내용에 따라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노사가 일정한 조건이 성취되거나 기한이 도래할 때까지 특정 단체협약 조항에 따른 합의 효력이 유지되도록 명시한 경우, 그 합치된 의사에 따라 해제조건의 성취로 효력을 잃는다"고 밝혔다. 이어 "부속합의서는 이 사건 단체협약과 일체의 문서로 작성돼 그 문언상 C씨를 퇴임시키는 내용이 아니고, 서울클럽 측이 이미 퇴임확인서로 노조 등에게 확인해준 C씨의 사임 사실을 재확인하면서 만약 C씨가 사임하지 않을 경우 이를 단체협약의 해제조건 및 A씨 복직의 정지조건으로 삼기로 한 내용"이라며 "단체협약이 협약당사자간 의사의 합치에 의한 계약인 만큼, 조건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단체협약은 C씨가 약속한 시기까지 사임하지 않음으로써 해제조건의 성취로 효력을 잃었다"며 "A씨는 같은 날 정지조건의 성취로 복직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서울클럽
임단협
단체협약
노조
임원
이용경 기자
2021-03-04
민사일반
[판결] 대법원 "회사가 주도한 '어용노조', 설립 자체가 무효"
회사가 기존 노조를 지배할 목적으로 설립한 '어용노조'는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조의 실질적 요건인 주체성과 자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가 "유성기업의 노조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며 회사와 사측 노조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설립무효확인소송(2017다51610)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부는 사측과 2011년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협상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관철시키려 여러 쟁의 행위를 했고,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서면서 갈등을 빚었다. 유성기업 사측은 노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무법인에 자문을 구한 끝에 '온건·합리적인 제2노조를 출범하라'는 취지의 제안서를 받았고, 2011년 7월 제2노조를 출범시켰다. 경영진은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면담하며 새 노조에 가입하라고 종용했고, 어떤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았던 관리직 사원들까지 새 노조에 가입하며 새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내 과반수를 점한 노조로 인정받게 됐다. 이에 금속노조 소속 유성기업지회는 "사측이 설립한 노조는 무효"라며 회사 측 노조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회사 주도로 노조가 설립됐고 조합원 확보나 조직 홍보 등 운영이 모두 회사 계획 아래 수동적으로 이뤄졌다"면서 "회사가 설립한 노조는 사용자인 사측과의 관계에서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측 손을 들어줬다. 2심도 "노동조합법 취지에 따르면 노조는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조직한 단체여야 한다"며 "노조의 목적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로 회사 노조는 회사의 사전계획에 따라 설립되고 운영됐다"며 "따라서 금속노조 세력을 약화시키고 새로운 노조를 설립,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성기업의 치밀한 기획 하에 설립·운영된 회사 측 노조는 노조로서의 자주성 및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만큼 설립은 무효"라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이날 유성기업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노조의 주체성과 자주성 등 실질적 요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설립되는 이른바 '어용노조'의 경우 그 설립이 노동조합법상 무효이거나 노조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지 않을뿐더러, 이 점의 확인을 구하는 소 제기가 허용된다는 점 등을 명확히 선언한 판결"이라며 "향후 노동조합의 노동3권을 보다 신장시키는데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용노조
노조
노동조합
손현수 기자
2021-02-25
행정사건
[판결](단독) “CCTV 관리 관제요원 축소 부당해고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스마트 관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관내 CCTV를 관리하던 관제요원에 대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1,2심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은 이를 취소하고 지자체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이창형 부장판사)는 경북 김천시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2020누51558)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와 B씨는 2016년 12월부터 김천시 통합관제센터에서 관제요원으로 근무했다.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일하던 A씨 등은 2018년 10월 김천시로부터 다음 달 근로계약이 종료되면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반발한 A씨 등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노동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A씨 등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면서 김천시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김천시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다. 재판부는 "센터에 설치된 스마트 관제 시스템의 경우 인공지능을 통해 관제대상 객체의 움직임이 있는 CCTV 영상만 노란색 사각형 모양을 표시해 화면에 송출된다"며 "모든 화면을 관제해야 하는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관제요원들의 업무강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스마트관제 시스템 도입으로 탄력적 인력 조절 합리적 이유 있다 이어 "스마트 관제 시스템이 설치되더라도 센터가 범죄자 검거 및 주민 안전보호 등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관제 영상의 내용을 분석·판단할 수 있는 관제요원의 역할이 필수적이기는 하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시스템 구축으로 인해 관제 효율이 향상돼 요원의 인력수요가 기존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센터는 스마트 관제 시스템의 도입이라는 사정변경으로 인해 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김천시가 A씨 등과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김천시가 관제요원을 채용하고자 공고한 내용을 보더라도 관제요원의 근로계약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포함돼 있으므로, 김천시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관제요원으로 근무하는 근로자로서는 센터에 계속해 근무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면서 "또한 스마트 관제 시스템이 구축됐더라도 그 수준이 관제 대상 객체의 행위 내용을 분석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 단지 움직이는 객체들을 인식해 선별적으로 관제 화면에 표출하는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스마트 관제 시스템 구축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관제요원이 줄어들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A씨 등과의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김천시의 조치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천시에 패소 판결했다.
김천시
부당해고
근로계약
CCTV
박미영 기자
2021-02-25
민사일반
[판결] "일실수입 산정, 근로자 월 가동일수 '22일→18일로'"
근로자의 일실수입 산정 때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주 5일 근무제 등 변화한 시대상에 맞춰 기존 경험칙으로 인정되던 22일이 아닌 18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일실수입이란 피해자가 사고로 잃게 된 장래소득을 말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이종광 부장판사)는 의료과실로 신체장애를 입게 된 A씨가 담당 의사인 B씨와 병원장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나50009)에서 최근 1심을 취소하고 "A씨에게 7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실수입을 산정하면서 도시 일용근로자 월 가동일수를 18일로 적용해 1심에서 인정된 6000여만원의 일실수입을 5100여만으로 낮춰 재산정했다. 이에 따라 일실수입과 위자료 등을 포함한 손해배상액 총액이 1심 7800여만원에서 700만원가량 줄었다. A씨는 2014년 왼쪽 무릎 관절염을 수술받는 과정에서 B씨의 의료과실에 따른 신경손상 등으로 근육이 약화돼 발목을 들지 못하고 발등을 몸 쪽으로 당기지 못한 채 발이 아래로 떨어지는 일명 '족하수' 증상이 발생해 영구적 보행장애 피해를 입게 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처럼 사고로 근로능력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잃은 경우 '일실수입'을 산정한다. 이때 일실수입은 은퇴할 때까지 남은 기간과 시간당 근로소득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1심 재판부는 일실수입 산정 기준이 되는 월 근무일수를 기존 판례대로 22일로 적용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 등을 반영해 가동일수를 월 18일로 산정하고 이를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A씨의 재산상 손해 중 일실수입을 5100여만원, 적극적 손해를 1900여만원으로 산정하고, 이에 대한 피고들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또 위자료는 1500만원으로 산정해 최종적으로 71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오늘날 우리 경제는 선진화되고 레저산업이 발달돼 근로자들도 종전처럼 일과 수입에만 매여 있지 않고 생활의 여유를 즐기려는 추세"라며 "1990년대 후반 월 가동일수 22일의 경험칙이 처음 등장한 이후 2003년 9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주 5일 근무로 변경됐고, 같은 해 11월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돼 대체공휴일이 신설되는 등 법정근로일수는 줄고 공휴일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정규근로자 뿐만 아니라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단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환경 및 근로조건의 변화"라며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더라도 도시 일용근로자와 관련된 고용형태별, 직종별, 산업별 월 가동일수는 월 22일보다 감소하고 있고, 이러한 감소 추세는 단순히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그 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근로자들의 수입은 물가상승률 등에 따라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인데, 1995년부터 정부노임단가가 폐지되고 시중노임단가에 의해 일용노임이 산정되고, 최근 가동연한이 60세에서 65세로 상향된 점도 영향이 크다"며 "결국 도시 일용근로자의 가동일수를 월 22일로 본 경험칙에 의한 추정은 현재 시점에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며, 앞으로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를 반영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단순노무 종사자 비정규근로자와 건설업 근로자의 가동일수의 평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월 18일을 도시 일용근로자의 가동일수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기존에도 월 가동일수 22일의 경험칙과 달리 법원에 현저한 사실, 통계자료, 직종별 특성 등을 반영해 월 22일보다 적은 가동일수를 인정한 하급심이 존재했다"면서 "최근 보험회사 등을 중심으로 실제 현황과 통계에 맞게 월 가동일수 감축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고, 실제 사건에서 그러한 주장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근거를 기초로 자세한 논증을 거쳐 근본적으로 도시 일용근로자에 관한 월 가동일수 22일의 경험칙이 변경될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의료과실
근로자
신체장애
장래소득
일실수입
사고
이용경 기자
2021-02-15
형사일반
[판결] 압수수색영장 범위 벗어난 장소에서 수집한 증거는 증거능력 없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이 전 사장의 노조 와해 공모·가담 정황은 인정되지만, 관련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되었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어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수색·검증 장소에서 벗어난 장소에서 수집한 증거들은 위법하고,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 증거 역시 모두 위법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4일 확정했다.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전·현직 임원 30여명에게는 유죄를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2020도11559). 이 전 의장 등 삼성 임직원들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이 마련한 '그룹 노사 전략'을 바탕으로 협력업체 폐업과 노조원 표적감사 등을 실행해 그룹 차원에서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2018년 2월 삼성전자가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해 준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수원 본사와 서초 사옥 등을 압수수색하던 과정에서 노조 관련 문건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우면사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영장에는 '해외지역 총괄사업부', '경영지원 총괄사업부', '전산서버실' 등이 압수수색 대상으로 기재됐다. 그런데 검찰은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에서 보관 중이던 PC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했다. 이에 삼성 측은 "증거가 수집된 곳은 영장에 기재된 압수수색 장소가 아니었고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도 관련성이 없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검찰이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인사팀에서 확보한 하드디스크를 위법수집 증거로 보고 증거능력을 부정해 이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옳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확보한 전자정보 등은 압수수색 영장의 장소적 효력범위에 위반해 집행됐을 뿐만 아니라 영장 제시의무를 위반해 영장주의 원칙 및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해 취득한 증거"라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전자정보 출력물을 제시받거나 그 내용에 기초해 진술한 증거 역시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이므로, 증거수집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과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봐 증거능력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중하지 않은 위법을 문제 삼아 수집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형사사법 정의 실현의 이념에 어긋난다"며 이 전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제출한 'CFO 보고용 문건' 등 증거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증거라며,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만약 'CFO 보고용 문건'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면 원심의 상당 부분이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무죄를 선고하지만 결코 이 전 의장에게 이러한 공모 가담이 없었기 때문이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 압수수색 영장은 '삼성전자 본사, 서초 사옥, 우면 사옥'중에서도 '해외지역총괄사업부, 경영지원총괄사업부, 법무실, 전산관리실'의 업무를 수행하는 장소에 한해서만 압수수색을 허용하는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인사팀에서 보관 중이던 저장매체를 압수한 것은 영장의 효력범위를 벗어난 집행행위로서 위법하고, 그 소지인에게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취득한 것으로써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임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이 전 의장과 함께 기소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서는 유죄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는 구 노동조합법 제81조 4호에서 정한 부당노동행위의 주체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다음 "삼성전자서비스가 해운대 협력업체 폐업을 지시·유도한 것이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결론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또 "유족 합의금이나 권리금 지원 명목으로 협력업체에 금원을 지급하면서도 업무 위탁계약에 따른 용역을 제공받은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것은 구 조세범처벌법 제10조 2항 1호가 규정한 '통정하여 거짓으로 기재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결론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강 부사장은 징역 1년 4개월,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와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는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년 4개월이 확정됐다.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1년, 송모 삼성전자 자문위원은 징역 10개월이 확정됐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삼성전자
노동조합
와해
와해공모
손현수 기자
2021-02-04
노동·근로
[판결](단독) 재해 근로자가 요양기간 중 휴업급여 받았다면
재해근로자가 요양기간 중 휴업급여를 받았다면, 장해보상연금은 휴업급여를 공제하고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장해보상연금과 휴업급여 둘을 모두 그대로 주는 경우 재해발생 전 평균임금의 100% 이상을 지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공정성에 반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보상연금지급처분 취소소송(2020두39228)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985년 진폐증 장해등급 판정을 받고 장해일시금을 받은 B씨는 2009년 진폐 합병증으로 요양하다 2016년 사망했다. B씨는 2009~2016년 요양기간 동안 1억여원의 휴업급여를 받았다. B씨의 배우자인 A씨는 2018년 근로복지공단에 "A씨가 요양할 당시 그의 심폐기능은 고도장해 상태였다"며 요양기간 중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A씨에게 지급되는 장해보상연금 2억3000여만원 중 기존 지급했던 휴업급여 1억여원은 제외하고 나머지 1억3000여만원만 지급한다"고 결정했고, 이에 반발한 A씨는 소송을 냈다. 휴업·장해급여 모두 일실수입 보전하는 보험급여 재판에서는 재해근로자에게 휴업급여와 장해보상연금을 중복 지급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B씨처럼 요양 중 휴업급여를 받은 경우 장해보상연금에서 이미 지급한 휴업급여를 제외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중복지급 땐 평균임금의 160% 입법목적에 반해 재판부는 "요양 중 휴업급여를 지급받은 재해근로자에게 같은 기간 동안의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는 경우 1일 장해보상연금액과 1일 휴업급여지급액을 합한 금액이 평균임금의 70%를 초과하면, 장해보상연금에서 '이미 지급된 휴업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하고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휴업급여와 장해급여는 모두 업무상 재해로 발생한 노동능력 상실에 따른 일실수입을 전보하기 위해 지급되는 보험급여"라며 "같은 기간 동안 휴업급여와 장해급여가 중복해 지급되는 경우 동일한 목적의 경제적 보상이 이중으로 이루어지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근로자측 승소 원심파기 그러면서 "예를 들어 A씨와 같이 장해등급이 1급인 근로자의 경우 평균임금의 90% 수준의 장해보상연금을 받는데, 여기에 평균임금의 70% 수준인 휴업급여를 지급받으면 무려 16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실수입으로 전보받게 된다"며 "이는 재해발생 전 노동능력이 100%인 상태에서 얻은 수입보다 더 많은 금액을 보상받는 것으로, 보험급여 지급액이 평균임금의 100%를 초과하는 것은 제도의 목적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공정하게 보상'하고자 하는 산재보험법의 입법목적에도 반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산재보험법은 장해보상연금과 휴업급여 중 '휴업급여'만 조정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장해급여를 청구하는 A씨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면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해근로자
근로자
장해보상연금
휴업급여
요양기간
손현수 기자
2021-02-04
민사일반
[판결] '한·중 영상재판 활용한 감정증인 신문' 반영 판결 주목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자 법원이 중국에 있는 중국법 전문가를 원격영상 방식으로 감정증인신문을 한 다음 이들의 의견을 반영한 판결을 내놔 주목을 끌고 있다. 전세계적인 전염병 창궐 상황에서 국경을 넘는 분쟁 사건의 해결을 위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는 질높은 재판을 구현할 방법으로 영상재판을 통한 감정증인신문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정재오 부장판사)는 A사 등 중국 보험사들이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2019나2054956)에서 "성도이엔지는 총 128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7월 성도이엔지의 자회사인 성도건설에 중국 우시 반도체 공장의 가스공급설비 설치 공사를 맡기는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가스 배관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해 공장 2500㎡(약 756평)가 불 탔다. SK하이닉스는 A사 등 중국 보험사에 10억6500만 달러(약 1조1700억원)를 보험금으로 청구했고, 5개 보험사는 SK하이닉스에 8억6000만 달러(약 95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하고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받았다. 이후 중국 보험사들은 중국에서 성도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중국법원은 성도건설에 보험사들이 SK하이닉스에 지급한 보험금 중 재물손해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자 중국 보험사들은 우리나라 법원에 성도건설의 모회사인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1000억원의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민사33부는 이 사건 심리를 위해 지난해 10월 26일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서관 308호 법정에서 중국민법 전문가인 베이징대 류카이샹 교수와 중국인민대 장신보 교수 등을 원격영장재판방식으로 감정증인 신문을 진행한 뒤 최근 최종 판결을 내렸다<본보 2020년 10월 29일자 4면 참고>. 재판부는 우선 이 사건 판단의 기준이 되는 준거법을 중국법으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계약은 당사자가 선택한 법에 의하므로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에 따른 대위권 행사에 관해서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준거법으로 정한 중국법에 따른다"며 "화재사고가 발생한 장소로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되는 곳은 중국이므로 성도건설 직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성도이엔지의 사용자책임에 관해서는 중국법이 준거법이 된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에서는 또 성도건설의 대표자 등이 모회사인 성도이엔지의 지휘·관리·감독을 받는 중국법상 용공관계(用工關係)에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중국법에서는 노동계약의 당사자로 우리법에서 말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 용인단위(用人?位)와 근로자에 해당하는 노동자가 있다. 보험사들은 성도건설이 성도이엔지와 용공관계에 있으므로, 중국 침권책임법상 용인단위 책임 규정에 따라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중국 침권책임법 제34조는 '용인단위의 공작인원이 공작 업무 집행으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용인단위가 권리침해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규정에 따른 용인단위 책임은 피용자의 침권행위에 대해 고용자의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단위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용인단위에 해당할 것 △침해행위자가 용인단위의 공작인원일 것 △공작인원의 침해행위가 용인단위의 공작임무 수행으로 인한 것일 것 △공작인원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 해당할 것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 회사가 아닌 외국 회사도 중국법상 용인단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중국민법 전문가인 중국인 교수 2명을 영상재판 방식을 통해 감정증인신문 했다. 당시 재판부는 "중국내에서 합법적으로 고용관계를 체결 할 수 있는 외국회사도 용인단위가 될 수 있냐"고 질문을 했고, 감정증인으로 채택된 베이징대 류카이샹 교수는 "중국노동법과 노동계약법 등에 따르면 용공관계를 인정함에 있어서 원칙적으로는 중국경내 기업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의 침권책임법에서 용인단위의 주체에 대해 해석할 때는 경내(국내)인지 경외(국외)인지 구분이 없다"며 "(외국기업도)침권 책임법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침권책임법은 중국의 민사기본법에 해당해 '용인단위'의 의미는 노동계약법이 아닌 민법총칙에서 정한 의미로 이해함이 타당하므로 경내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도건설의 임직원들이 실질적으로 성도이엔지의 업무를 수행하는 등 용공관계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도건설과 성도이엔지는 완전모자회사 관계로서 기업집단을 구성해 경영전략을 공유하고 기업집단의 본부라고 할 수 있는 모기업인 성도이엔지가 100% 주주이자 중첩적 경영진 구성을 통해 성도건설의 주요 경영 판단에도 영향력이 있었다"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각기 다른 나라에 설립된 별도 법인으로서 이 사건 화재사고에 이르기까지 수년 동안 원칙적으로 각 사업과 자산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는 성도건설이 SK하이닉스와 체결한 계약에 따른 것으로서 성도건설은 중국 내 관련 면허를 보유하고 자체의 물적·인적 설비를 기반으로 여러 근로자들을 사용해 공사를 수행했다"며 "성도이엔지가 성도건설의 100% 주주로서 결과적으로 성도건설의 성장과 경영 수익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은 지분의 소유관계와 기업집단 구성에 따른 것이지 공사 근로자들의 업무 수행의 이익이 직접 성도이엔지에 귀속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회사법상 성도이엔지와 성도건설의 연대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성도건설은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직후 성도이엔지에 거액을 배당했는데, 이를 배상채무 회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성도건설은 화재 사고 이전에는 정기적인 이익배당이 실시된 바가 없다"며 "2013년도에 성도건설이 특히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대규모 화재사고가 발생해 직원들이 소방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었고, SK하이닉스로부터 배상청구 예고를 받은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도이엔지가 기존에 투여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필요가 있었더라도 이처럼 거액의 이익배당을 서둘러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화재사고로 인한 채무를 회피하고자 하는 목적이 개입됐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성도이엔지는 성도건설을 지휘·감독하는 사용관계에 있다고 판단해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므로 성도이엔지는 중국 보험사들에게 10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중국법
성도이엔지
중국
보험
박미영 기자
2021-02-01
민사일반
[판결](단독) 병원 양도 전 부당해고 된 근로자도 양수인이 고용 승계해야
병원 운영자가 영업양도 전 근로자들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면 병원 영업 양수인은 이들의 고용도 승계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2018두54705)에서 원고일부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B씨가 운영하던 C병원을 2015년 12월 양수했다. 전 운영자인 B씨는 병원을 2015년 9월 양수해 같은 해 11월까지 운영했는데, B씨는 이 병원을 양수할 당시 노동조합 간부인 근로자 D씨 등 2명을 승계 대상에서 제외했고, 자신이 병원을 양수한 후에는 E씨를 해고했다. 이 병원 노조 소속 근로자였던 D씨 등은 "B씨의 근로승계 제외는 실질적으로 해고와 다름없는데 정당한 이유가 없고, E씨에 대한 해고 역시 부당해고로 무효"라며 중앙노동위에 구제 신청을 냈다. 중앙노동위는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고, 병원 영업을 양수한 A씨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영업양도일 이전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된 경우 양도인과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해고 이후 영업 전부의 양도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해고된 근로자로서는 양도인과의 사이에서 원직 복직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므로, 영업양도 계약에 따라 영업의 전부를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전받는 양수인으로서는 양도인으로부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원칙적으로 승계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 전부의 양도가 이루어진 경우 영업양도 당사자 사이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된 근로자를 승계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 근로관계의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한 특약은 실질적으로 또 다른 해고나 다름이 없으므로,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유효하고 영업양도 그 자체만으로 정당한 이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도 "A씨가 B씨로부터 병원 영업을 양수하면서 근로자들과의 근로관계가 승계됐다"며 "정당한 이유없이 근로자들의 고용승계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재판에서는 D씨 등을 B씨가 부당해고한 것을 놓고, 이를 A씨의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됐다. 1심은 "A씨가 노조 간부들인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선 B씨가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은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점을 A씨가 알았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며 "하지만 A씨는 영업양수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A씨의 부당노동행위로 보지 않았다. 대법원도 근로자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부당해고
영업양도
양수인
양도인
근로자
손현수 기자
2021-01-14
노동·근로
[판결] 주·야간 교대근무자, 업무시간 주당 평균 52시간 미달해도
주·야간 교대제 근무자의 경우 업무시간이 주당 평균 52시간에 미달하더라도 과로로 질병을 얻어 사망했다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소송(2020두39297)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09년 B조선소에 입사한 A씨는 주·야간 교대제로 용접 업무를 했다. 그는 2016년 11월 1~3일 매일 연속 10시간씩 야간근무를 했고, 같은 달 4일에도 야간근무를 하던 중 통증을 느끼고 조퇴했다. A씨는 곧바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급성 심근염 진단을 받은 뒤 열흘 만에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유족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A씨가 사망하기 전 12주간의 근무내역을 보면 사망 전 1주간 총 업무시간은 30~56시간 정도였고, 주로 야간근무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공단은 2017년 6월 "A씨의 병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발병했다거나 이로 인해 기존 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부했고, 이에 반발한 유족은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주·야간 교대근무를 한 A씨의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가 정한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질병과 사망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주·야간 교대근무로 누적된 피로가 질병 촉발 재판부는 "만 37세의 건강한 성인 남성인 A씨는 평소 특별한 기초질환이 없었고, 설사나 몸살, 장염 등 초기 감염이 발생한 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4일 연속 야간근무를 하던 중 급성 심근염이 발병했다"며 "오랜기간 불규칙적으로 계속되는 주·야간 교대제 근무를 하면서 육체노동을 했으므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야간 교대 근무가 취침시간의 불규칙, 수면부족, 생활리듬 및 생체리듬의 혼란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해 그 자체로 질병을 촉발하거나 또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신체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질병의 발병·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며 "A씨는 평소 업무 강도가 높았고, 동료들보다 성실히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업무와 질병 사이 상당인과관계 있다고 봐야 그러면서 "A씨의 업무는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등과 같은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업무에 해당한다"며 "질병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에 미달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봐야하며, 결국 A씨는 평소 주·야간 교대 근무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누적돼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야간근무를 계속하다 질병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A씨의 급성 심근염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개정 전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1주 평균 60시간 기준에 미달한다"며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교대근무
업무상재해
사망
질병
과로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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